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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와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 | 책을 읽으며 2020-09-2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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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그들의 사례를 엉뚱하게 해석하기도 했다. 독소 중독에 대한 보고서가 위험한 극약인 비소를 젊음을 되찾아주는 만병통치약으로 둔갑하게 한 것이다. 슬프게도 비소를 먹고 아름다움을 얻었다는 얘기가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아름다움을 위해 기꺼이 독을 먹고는 마지못해 죽어간 여성들이 흘러 넘쳤다.”

- 돌팔이 의학의 역사, 63

 

비소가 젊음과 아름다음을 가져다주지만, 그것은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 사람들은 앞의 것만 읽고 뒤의 것은 읽지 않았다. 읽었지만 앞의 약속이 너무 강렬했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유구하고, 절실하고, 필사적이다. 필사적, 말 그대로 죽음을 무릅쓴다.



돌팔이 의학의 역사

리디아 강,네이트 페더슨 공저/부희령 역
더봄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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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사의 통념과 과학의 본질 | 책을 읽다 2020-09-2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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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통념과 상식을 거스르는 과학사

로널드 L. 넘버스,코스타스 캄푸러키스 저/김무준 역
글항아리사이언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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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사의 통념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실제는 어땠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어떻게 왜곡되고 받아들여졌는지를 해부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여기서 말하는 통념이란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우리말로는 일반적으로 널리 받아들이고, 통하는 개념이라는 의미 정도로 해석되는 통념이지만, 필자들이 모두 똑같은 의미에서 통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또 그 의미를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는 필자도 몇 없다. 그중에 가장 의미 있게 의미를 규정하는 건 라이너스 폴링의 겸상적혈구빈혈증 원인 발견과 관련한 통념에 대해 글을 쓴 브루노 J. 스트레서이다.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통념은 단어 뜻 자체로 진실이 아닌 것이지만, 가치관이나 신념, 포부 등을 종합적으로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통념은 공동체의 집단 기억의 일부로서 사람들의 정체성과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 ... 통념은 (불완전하게) 과거를 나타낼 뿐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낸다고 할 수 있다.” (227)

 

그러므로 통념이란 완벽히 진실은 아니다. 그렇다고 새빨간 거짓말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게 그렇다고 받아들여지는 이유가 분명히 있으며, 그 이유는 대체로 공동체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통념은 과거를 반영하면서 미래까지도 예측하게 한다. 이런 관점에서 여기에서 제시하고 있는 스무 개가 넘는 과학사의 통념들을 평가해야 이 책을 읽는 의미가 생길 것 같다.

 

그러니까 콜럼버스 이전에 지식인들까지도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했다는 통념이나 코페르니쿠스의 변혁이 지구의 위상을 추락시켰다는 통념은, 물론 그것 자체로는 진실이 아니다. 콜럼버스 이전에도 지구가 둥글다는 것이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었고, 코페르니쿠스의 주장 역시 지구의 위상을 추락시킬 의도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통념이 생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콜럼버스의 업적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라든가, 또는 코페르니쿠스를 통해서 다윈의 이론이 가져온 충격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든가 하는 것이다(물론 이것만은 아니다). 또한 갈릴레오의 피사의 사탑에서의 실험(그런 실험은 없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이라든가 뉴턴과 떨어지는 사과의 관계(이것이 전설이라는 것은 이젠 이게 통념이 되었다) 역시 역사적 사실로서의 가치보다는 그렇게 설명했을 때, 그렇게 받아들였을 때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21세기 지금의 관점으로서가 아니라 그 이론들이 발달해오는 과정에서 설득이라든가, 과학, 과학자의 위상이라든가 하는 측면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 밖에도 이 책에서는 내가 생각하기에도 뜻밖의 내용에 대해서 잘못된 통념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이를테면 다윈이 20년 이상 자신의 이론을 감추었던 이유라든가, 19세기의 지질학자들의 대립(격변론자와 점진론자), 루이 파스퇴르의 자연발생설 반증이 기초한 생각, 사회진화론이 미국의 사회 정책에 미친 영향(식민주의라든가, 우생학이라든가), 마이컬슨-몰리의 실험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미친 영향, 신다윈주의의 성격, 미국 과학교육 변화에 시발점이 되었다고 받아들여지는 소련 스푸트니크 충격과 같은 것들이 그런 것들이다. 완벽히 틀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옳은 것도 아닌 그런 내용들이 대부분이라, 상당히 논쟁적일 수 밖에 없고, 다윈에 관해서는 비록 쓴 장은 다르지만(또한 친구이지만) 견해를 달리하는 뉘앙스를 찾을 수도 있다.

 

어쩌면 여기의 내용들이 논쟁적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전문적인 과학자가 아니면(아니, 전문 과학자도 자신의 완전전공이 아닌 경우에는) 과학의 내용을 교과서를 통해서 얻는다. 교과서는 설명을 위해서 통념적인 내용을 그대로 서술하는 경우가 많고, 하나하나의 과학적 발견과 발달에 대해서 논쟁적인 내용을 기술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과학을 정리된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게 과학 교육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과학 활동의 관점에서는 그게 과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 책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과학자는 기술되어 있는 대로의 과학적 방법론을 따르지도 않으며, 항상 논쟁 속에 있다(만약 과학자가 하나의 논쟁 속에도 없다면, 그건 과학자가 아니라 교육자이거나 그냥 교양과학서술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이 책에서 물리치고자 하는 과학사의 통념이 무조건 잘못된 것이며, 여기의 내용을 반드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역시 하나의 통념이 될 수 있다. 다만 여기의 정신을 받아들여야 한다. 늘 의심하고, 확인하는 자세가 없다면 이것과 같은 책이 나올 수도 없으며, 과학의 정신도 이어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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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살인범을 찾다 | 책을 읽다 2020-09-2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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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꽃은 알고 있다

퍼트리샤 윌트셔 저/김아림 역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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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CSI 시리즈를 즐겨 보던 때가 있었다. 흥미진진한 사연 때문이기도 했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이 과학적이라 더욱 끌렸다. 실험실에서 흔히 보던 기기와 시약들, 그리고 용어들에 눈이 반짝거렸던 것 같다. 하지만 CSI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과학 수사의 방법이 매우 강력하긴 하지만, 결과가 그만큼 빨리, 또 그만큼 정확하게 나올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회의감의 원인이었다. 드라마이니 만큼 시간상의 제약이 있고 그런 극적인 장면이 필요하겠지만, 정말 믿을 만한 과학 수사의 결과를 얻는 과정이 매우 지루하면서도 고통스러운 과정이며, 그 결과가 언제나 깔끔하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퍼트리샤 월트셔의 꽃은 알고 있다과학수사의 과정이 복잡하고, 또 전문성이 필요하며 또 강력한 수단이라는 것을 또 다른 의미에서 보여준다. 독특한 점이 있다. 바로 퍼트리샤 월트셔의 방법이 바로 식물을 통한 방법이라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주로 꽃가루, 화분(花粉)을 현미경으로 분석한다. 화분을 통해 식물의 종류를 알아내고, 시체가 놓였던 상황을 파악하고, 용의자가 그 상황을 겪었는지를 알아낸다. 이게 말이 쉽지, 시체의 코로부터, 용의자의 옷과 신발에서 시료를 채취하고, 현미경을 통해서 그게 그거 같은 꽃가루의 개수를 세고, 그 모양을 구분해서 식물의 종류를 구분하는 것은 상상만 해도 정말 고된 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퍼트리샤 월트셔는 경찰도 아니고, 과학수사 관련 연구소의 연구원도 아니다. 여러 직업을 거쳤으며, 결국엔 꽃을 통해 고고학을 연구하는 학자로 자리 잡았었다. 그러다 어느날 경찰에서 걸려온 전화로 그녀의 운명은 다시 선회했다. 그 경찰은 화분을 통해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했고, 퍼트리샤 월트셔도 그 가능성을 반신반의하며 응했다. 그런 작업을 하며 그녀는 자신의 전공이 해결이 힘든 여러 사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그 운명은 흔쾌히 받아들였고, 자신이 쌓아온 전공 능력을 사회를 위해 적극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해한다.

 

이 책은 그녀의 성장 과정과 그녀의 새로운 삶을 교차시키며 보여준다. 그녀의 성장 과정은 누가 보더라도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어쩌면 그녀가 거친 모든 과정이 그녀의 현재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의 성장 과정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의 성장 과정보다는 그녀가 해결해 온 사건들에 훨씬 관심이 간다. 그 과정의 어려움보다 그 과정과 결과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떻게 판단되었는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더 관심이 간다. () 아니라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상을 그려나가는 과학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런 과학적 근거를 가진 상이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은 비록 TV 시리즈에서 보는 극적인 반전 같은 것은 별로 없지만, 그래서 더욱 신뢰감이 간다.

 

다만 그 과정이 다소 다양하지 않아 보인다는 점은 상당히 아쉽다. 아마도 퍼트리샤 월트셔는 그것들이 아주 독특한 사건에, 분명히 다른 상황이라고 여기겠지만 일반 독자들의 경우에는 그게 그거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 가장 재미있는 점은, 그녀가 재혼한 상대가 데이비드 호크스워스(David Hawkswirth)라는 것이다. 그녀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놀랐던 것만큼 놀란 것은 아니지만, 나도 그의 책을 가지고 공부한 경험이 있기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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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똑부러지게 살아가기 위한 어림셈법 | 책을 읽다 2020-09-2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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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숫자가 만만해지는 책

브라이언 W. 커니핸 저/양병찬 역
어크로스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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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라면 질색이야, 난 숫자에 약해.”

이런 사람이 많다. 이에 대해 브라이언 케니핸은 아주 단호하게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나는 수학에 완전 꽝이야라고 말하는 학생들에게 1달러씩 위로금을 지급하느니, 나는 차라리 은퇴하고 말겠다. 그럴 돈이 있다면, 내 가족과 친구들을 아주 근사한 곳으로 데려가 저녁을 한턱내겠다. 대부분의 수포자들은 수학을 못하는 게 아니라, 엉터리 교육, 경험 부족, 동기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시도해보지도 않고 단념했을 것이라는 게 나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199)

 

미적분이니 하는 고급 수학이야 그렇다고 치고, 숫자에 대한 감각은 관심과 함께 어느 정도의 연습만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브라이언 케니핸의 얘기이고,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숫자가 만만해지는 책이다.

 

세상에 난무하는 숫자들에 현혹되지 않고 쉽게 어림셈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이 책은 롭 이스터웨이의 나는 수학으로 세상을 읽는다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어림셈의 방법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아주 유사하고, 방법도 다를 바가 없지만, 여기서는 주요 언론 등에서 나오는, 잘못된 숫자, 계산을 중심으로 숫자 감각을 기르는 방법을 주로 다룬다. 숫자로 된 정보, 이를테면 비축유가 어느 정도 된다는 뉴스에 나오는 비축유의 양이 정확한지를 어림하는 방법, 매우 큰 수를 대할 때 당황하지 않고, 작은 수로 바꾸어 해석하는 방법(나와 관련지으며 그 숫자가 정말로 맞는 것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단위의 오류를 파악하는 방법, 길이, 넓이, 부피의 관계를 헷갈리지 않고 잘 해석해내는 방법, 무늬만 그럴 듯하게 꾸며 놓은 숫자들의 허상을 가려내는 방법, 통계에 속지 않는 방법, 그림으로 상황을 잘못 판단하도록 하는 것에 속지 않는 방법 등등이다. 이것들을 계산하는 데는 기껏해야 곱셈과 나눗셈이 사용될 뿐이다(기하평균을 구할 때 단 한번 나오는 제곱근이 있다). 그러니까 수학이 어쩌고 저쩌고 할 것 없이 이 정도는 누구나 익숙해질 수 있다는 게 브라이언 케니핸의 얘기다.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숫자로 속이는 경우가 무척 많다. 그런 면에서 범람하는 세상의 숫자에 속지 않고 똑똑하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여기의 어림셈은 무척 유용하다.

 

그런데 아쉬움은 있다. 이 책의 원제는 <Millions, Billions, Zillions>이다. 이 단위를 혼동하면 숫자를 1000배나 잘못 파악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것들은 영어로는 숫자를 쓸 때 세 자리 단위의 쉼표(,)로 끊어지고, 또 보통명사인데 반해 우리 식으로 로 하자면, 100, 10, 1조다.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사실 100, 10, 1조를 실수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 책에서 쓰는 단위들은 대부분 미터법이 아니라, 야드법이다. 미국에서 나온 책이라, 거의 미국에서만 쓰는 단위를 쓰고 있다. 그걸 의식해서인지 미터법과의 변화되는 숫자(정확한 비율과 어림의 비율 모두)를 보여주고 있고, 또 그것을 혼동했을 때 잘못 파악하게 되는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주로 쓰는 단위가 야드법이라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좀 매끄럽지 않다(사실 미터-야드법을 변화하면서 생기는 여러 구질구질한 문제들에 대해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데, 사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문제를 겪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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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발을 담근 셈 | 책을 읽으며 2020-09-2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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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석 박사는 이른바 세포 연구의 연대기세포: 생명의 마이크로 코스모스 탐사기에서 눈부신(!) 생명과학의 발달사를 썼지만, 끝에는 다음과 같이 맺는다.

 

인간은 오랜 세월을 거쳐 세포와 생물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만, 거시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이제야 겨우 어렴풋이 보이던 세포와 생물의 신비라는 바다에 발을 담근 셈이다. 본격적인 탐사는 이제부터이다.”

 

정말 아는 게 많아졌다고 느끼는 순간, 정말 아는 게 없다는 걸 느낄 때가 있다. 생물학, 생명과학의 상황이 그렇다. 그렇게 왔는데도 이제 겨우 발을 담근 셈이라는 얘기는 어쩌면 절망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앞으로도 밝혀야 할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는 희망적인 얘기다



세포, 생명의 마이크로 코스모스 탐사기

남궁석 저
에디토리얼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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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세포, 생명의 마이크로 코스모스 탐사기 | 한줄평 2020-09-2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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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연구의 연대기 | 책을 읽다 2020-09-2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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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포, 생명의 마이크로 코스모스 탐사기

남궁석 저
에디토리얼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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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교양서적은 대체로 현재 과학 지식의 수준과 상황만이 아니라 그 지식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그건 어떤 지식이란 배경이 있고, 그 배경을 토대로 했을 때에만 현재 지식 수준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어떤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는 것은 그 지식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와 현재를 이해하고, 그 지식이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해 토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물학, 혹은 생명과학도 마찬가지다. 그 두껍디 두꺼운 일반생물학 책을 다 이해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며, 그 내용을 일부나마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내용에 이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그렇게 일반생물학을 가르치는 학교는(고등학교는 물론이고 대학교도) 없다. 운이 좋아 관련 강의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그러고 싶다고 늘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세포: 생명의 마이크로 코스모스 탐사기에서 남궁석 박사는 이 책의 대상으로 세 부류로 나눈다고 했다(그 세 부류는 어디선가 읽은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데,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분명히 그중 세 번째(전문적인 생물학 연구자)에 해당할 나는 이 책을 공부하듯 밑줄을 치며, 참고 문헌을 짧게나마 찾아가며, 내 생각을 요약해가며읽었다(그렇다고 오래 걸린 건 아니지만). 교과서의 한 줄의 명료한, 내지는 거의 분명한 사실로 기록되기까지의 과정을 어느 정도 알기에, 평범한 과학자의 기여와 함께 관련 연구의 돌파구를 찾아내 성과를 낸 뛰어난 연구자들의 번뜩이는 혜안을 감탄하며 읽었다. 남궁석 박사는 여기의 내용이 대학교 1학년 수준이라고 했지만, 여러 부분에서 그걸 뛰어넘는 부분이 없지 않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부분은 없고, 또 설사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렇게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전문 과학자라고 여기의 내용을 다 이해하는 것은 아니니.

 

로버트 훅의 세포 관찰과 안톤 판 레이우엔훅의 미생물 관찰에서 시작된 세포 연구가 21세기 시스템 생물학의 세포 아틀라스 프로젝트와 합성생물학의 인조생명 제작에 이르기까지의 현대생물학의 역사를 꼼꼼히 정리학고 있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기조는 물리학이나 화학의 발전보다 (시작이 뒤늦지는 않았지만) 뒤늦었던 생물학의 특성에 관한 것이다. 어떤 개념이나 이론이 생물학의 발달을 선도한 것이 아니라 도구나 방법의 발달이 구비되어야만 그에 걸맞는 성과나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신경계만 하더라도 요제프 폰 게를라흐는 망상체설(reticular theory)’,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을 뉴런 이론(neuron theory)’를 주장했는데, 거의 비슷한 것을 보았음에도 서로 다른 이론을 내세웠다. 누가 옳은지는 현미경과 염색 기술이 발달하면서 밝혀졌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내용들은 생물학을 연구하기 위한 방법들이 이용되는 장면들이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을 이용하여 새로운 내용을 발견하는 장면들은 그렇게 흔한 것은 아니지만 전율이 인다. 그래서 15<살아 있는 세포의 영상화>와 같이 생물학의 연구도구로서 현미경과 영상 기술이 발달에 대한 내용이야말로 다른 생물학 교양도서에서는 별로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 아닌가 싶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그런 기술을 고안하는 이들이, 또 그런 기술을 이용하여 새로운 발견을 해나가는 이들이 부럽고, 또 어떤 면에서는 으쓱해진다.

 

한 챕터, 한 챕터가 그 시기에, 그 분야에서 결정적이고, 기가 막힌 연구를 소개하고 있기에 자체로 꽉 찬 느낌이고, 그것들이 모인 책 한 권을 읽은 느낌은 포식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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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에서 관찰도구가 상상력과 이론의 한계 규정" | 책을 읽으며 2020-09-2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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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이미 DNA는 분리되었었다. 스위스의 프리드리히 미셔(Friedrich Miescher)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고름이 묻은 붕대에서 지금과 거의 비슷한 원리로(알칼리 용해와 알코올 침전) DNA를 분리했고, 거기에 뉴클레인(nuclei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자신이 분리한 물질에 단백질에는 거의 없는 인(P)이 많은 것을 확인했고, 인산의 비율도 거의 정확히 조사했다. 그리고 4종류의 염기성 산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그러나 그는 그게 유전물질이라는 것은 부정했다. 그는 자신이 조사한 동물의 종류와 상관 없이 뉴클레인의 조성이 일정하다는 것을 확인했고, 그렇다면 거기에 동물의 종류를 다르게 만들 수 있는 유전 정보가 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남궁석 박사는 이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이는 생물학 연구에서 관찰 도구가 상상력과 이론의 한계를 규정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세포, 128)




세포, 생명의 마이크로 코스모스 탐사기

남궁석 저
에디토리얼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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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에 관한 지식이 확립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 | 책을 읽으며 2020-09-22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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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석의 세포의 서문을 읽으며 이런 책이 왜 필요한지를 다시 생각한다.

 

물론 맛있는 요리의 재료와 조리법을 상세히 알지 못하더라도 요리를 즐기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듯이,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과학 지식이 확립되는 과정자체를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저 식도락에 만족하는 사람이라도 눈앞에 놓인 요리의 재료, 레시피, 셰프에 대해 관심이 생겨 정보를 얻고 난 뒤 그 요리를 먹으면 늘상 먹으면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맛을 문득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일반생물학을 공부하는 데는 Campbell Biology만한 게 없다. 그것만 잘 알아도 생물학에 관해서는 충분히 알만큼 아는 것이다. 그런데 늘 드는 생각이 그게 재미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 엄청나게 두꺼운 책이 일반생물학이라는 것도 무시무시하고 기가 눌리지만, 그 내용 자체가 대부분 지식이다. 그 지식이 확립되는 과정은 별로 없다. 재미있게 지식을 습득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남궁석 박사가 얘기하는 과학 지식이 확립되는 과정과 함께 그 과학 지식의 의미를 잘 보여주는 책이라면 최고다.  



세포, 생명의 마이크로 코스모스 탐사기

남궁석 저
에디토리얼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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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항해사가 방금 신대륙에 착륙했다" | 책을 읽으며 2020-09-22 20:05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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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아주 유명한 일화이지만, 과학자들이 그 긴박한 순간에 얼마나 재치가 있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라 생각해서 지노 세그레와 베티나 호엘린의 엔리코 페르미 평전에서 옮겨 본다. 1942년 12월 2일 시카고대학의 스쿼시코트에 세운 최초의 원자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한, 책임자 콤프턴은 워싱턴 DC에서 그 소식을 학수고대 기다리고 있던 제임스 코넌트에게 전화를 햇다. 하지만 극비 사항이라 도청당할 우려를 하고 있던 그들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콤프턴의 회상이라고 한다. 


"짐." 내가 말했다. "이탈리아 항해사가 방금 신세계에 착륙했다는 사실을 알며 흥미로울 거야."

그러고 나서 반쯤은 사과하듯 말했다. 파일이 완성되러면 몇 주 정도 더 걸릴 거라고 S-1 위원회에 말했었기 때문이다. "지구는 그가 생각했던 것만큼 크지 않아서. 그 친구가 예상보다 일찍 신세계에 도착한 것이었네."

코넌트는 흥분된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원주민들은 친절한가요?"

그의 물음에 나는 대답했다. "도착한 사람들은 모두 안전해. 다들 만족스러워하고 있지."


물론 여기서 이탈리아 항해사는 엔리코 페르미였는데, 이 대화를 읽을 때마다(한 서너 번째쯤은 되는 것 같은데) 만약 이 전화 통화를 도청한 사람이 있었다면 이 대화를 어떤 대화로 판단했을까 하는 생각해본다. 



엔리코 페르미 평전

지노 세그레,베티나 호엘린 저/배지은 역
반니 | 201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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