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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읽은 책들 | 책읽기 정리 2021-02-2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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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은 설 연휴가 끼어 있었다. 보통 설이나 추석 연휴가 끼어 있으면 아무래도 독서양이 줄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랐다. 집에 꼭 눌러 앉아 있었고, 책 읽을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별 고민 없이 며칠 동안 뒹굴거리며 책 읽는 경험도 오랜만이었다.

덕분에 2월 한 달 동안 25권의 책을 읽었다.

 

다음은 목록이다.

제목

지은이

출판사

백년식사

주영하

휴머니스트

인삼의 세계사

설혜심

휴머니스트

면화의 제국

스벤 베커트

휴머니스트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와이즈베리

금지된 지식

에른스트 페터 피셔

다산초당

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은행나무

히틀러의 사라진 보물

아르뛰어 브란트

이더레인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로셀라 포스토리노

문예출판

주인공을 선을 넘는다

오후

사우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히가시노 게이고

현대문학

호숫가 살인 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알에이치코리아

옛날에 내가 죽은 집

히가시노 게이고

창해

벽이 만든 세계사

함규진

을유문화사

치킨에는 진화의 역사가 있다

가와카미 가즈토

문예출판

수학자가 알려주는 전염의 원리

애덤 쿠차르스키

세종

필요의 탄생

헬렌 피빗

푸른숲

냉장고의 탄생

톰 잭슨

MID

세로토닌

미셸 우엘벡

문학동네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박균호

소명출판

굉장한 것들의 세계

매슈 D. 러플랜트

북트리거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팩토리나인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열린책들

예술과 풍경

마틴 게이퍼드

을유문화사

망월폐견

전우용

새움

테라 인코그니타

강인욱

창비

 

목록을 보니 연휴 중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지난 소설들을 몇 권 읽었고, 초반에는 출판사 휴머니스트의 책을 연달아 읽었던 게 눈에 띈다. 소설 (7), 역사 관련한 책들(6~7권 정도?), 과학 관련한 책들(6)이 많다.

 

늘 하듯이 평점을 다시 매겨 본다.

제목

지은이

평점

백년식사

주영하

★★★★☆

인삼의 세계사

설혜심

★★★★☆

면화의 제국

스벤 베커트

★★★★☆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

금지된 지식

에른스트 페터 피셔

★★★★☆

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

히틀러의 사라진 보물

아르뛰어 브란트

★★★★☆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로셀라 포스토리노

★★★★☆

주인공을 선을 넘는다

오후

★★★★

거짓말, 딱 한 개만 더

히가시노 게이고

★★★★

호숫가 살인 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

옛날에 내가 죽은 집

히가시노 게이고

★★★★

벽이 만든 세계사

함규진

★★★★

치킨에는 진화의 역사가 있다

가와카미 가즈토

★★★★

수학자가 알려주는 전염의 원리

애덤 쿠차르스키

★★★★☆

필요의 탄생

헬렌 피빗

★★★★

냉장고의 탄생

톰 잭슨

★★★★☆

세로토닌

미셸 우엘벡

★★★★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

박균호

★★★★★

굉장한 것들의 세계

매슈 D. 러플랜트

★★★★☆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

예술과 풍경

마틴 게이퍼드

★★★★☆

망월폐견

전우용

★★★★

테라 인코그니타

강인욱

★★★★☆

 

이렇게 다시 책 제목들을 보면서 평점을 매기다 보니 대부분 별 넷 반이다. 넷 아래로는 하나도 없다. 꽤 알차게 읽었단 의미다.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은 박균호의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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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사를 이야기하는 것은 현재의 일 | 책을 읽다 2021-02-2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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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테라 인코그니타

강인욱 저
창비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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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考古學)’. 인터넷에서 찾은 정의는 인간이 남긴 물질 증거와 그 상관관계를 통해 과거의 문화와 역사 및 생활방법을 연구하는 학문”(<두산백과>)이라고 되어 있다. 인류의 과거를 탐구하는 역사학이지만, 특히 인간이 남긴 물질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학문이라는 뜻이다. ‘인간이 남긴 물질이라는 것은 보통 유물, 유적, 유구 등으로 부르니 고고학은 바로 그 유물, 유적, 유구를 통해서 과거를 들여다보는 일일 것이다.

 

그렇게 그 유물, 유적, 유구를 찾아 세계의 오지를 탐험하는 모습은 멋있다(강인욱 교수는 이 책 테라 인코그니타에서 그 전형이랄 수 있는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고고학자를 언급하면서 제국주의적 시각에 대해서 비판한다). 멋있는 모습이야 그 고된 작업을 떠올리면 금방 사라지지만 우리가 살아온 과거에 대해 지워지고 잊혀질지도 모르는 것들을 작은 유물을 통해서 메우고, 새로운 시각을 전달해주는 고고학은 매력적인 학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언뜻 멋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조금 생각해보면 답답해 보이기도 한다. 왜냐하면 선조가 남긴 것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그리 풍부하게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흔할 것이고, 그 의미가 명확하지도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 어느 지방에서 발견된 동굴 벽화에 대한 해석이 얼마나 다양한가. 그중 어느 것이 가장 유력하게 받아들여진다고 해서 그게 과연 옳은 해석일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고고학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또는 고고학이 설명하는 과거가 현재에 어떻게 잇닿아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인식하고 있을까? 생각해 보면, 어떤 유물이 나왔을 때 신기하다고 여기지만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발굴이 되고(혹은 발굴 이후에 보도가 되고), 그것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면서 선전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는 무심하게 넘어가지만 결국은 그게 정말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을 중국의 동북공정이라든가, 일본의 역사왜곡을 보면 비로소 느낄 수가 있다. 그런 상황에 대해 우리는 어이없어하거나(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비분강개하지만 사실은 그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경우는 드물고, 우리가 그런다고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 바로 그때 그에 대해서 우리의 연구, 학문이 필요한 것이다.

 

강인욱 교수의 테라 인코그니타는 그런 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책이다. ‘미지의 땅이라는 뜻이 제목에서부터 관심을 갖게 만든다. 미개한 민족, 즉 오랑캐로 치부되어온 이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상황을 제시하고 있고(문명과 미개는 얼마나 자의적인가), 새로이 발견된 고고학적 자료를 통해서 고대를 새롭게 바라보고 있으며(시베리아의 아틀란티스, 겨울왕국, 편두(偏頭)에 얽힌 이야기, 티베트고원의 고대왕국, 황금의 나라, 마야 문명의 비밀 등), 한반도를 중심으로 해서 고대의 역사를 상상하는 데 있어서 몇 가지 쟁점을 제시하고 있다(공자의 출신, 기자조선의 실재 여부, 고조선의 모피에 얽힌 고대 교역, 상투를 튼 고조선인, 흉노와 온돌, 신라인과의 관계 등등). 그리고 앞에서도 연급한 중국과 일본의 역사에 대한 왜곡 시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비로 전체적으로 어떤 주제를 가지고 점층적으로 구성된 책은 아니지만(연재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니), 그래도 역사, 특히 고고학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을 갖추고 교정하는 데는 이만한 책도 없을지 싶다.

 

고대사를 연구하는 데 있어, 그 연구의 결과를 해석하는 데 있어, 그리고 그것을 우리가 받아들이는 데 있어 그 함의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 민족의 과거를 과대포장해서 지나치게 나아가는 것도 경계해야 하고, 주변국들의 역사 왜곡에 대해서도 정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전 세계 국가들이 과거의 역사를 해석하고, 선전하는 것이 오늘날의 지정학적 위치, 흐름과 연결된다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 고대사는 과거의 역사이지만, 그 고대사를 이야기하는 것은 현대사, 현재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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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테라 인코그니타 | 한줄평 2021-02-2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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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미지의 땅'을 찾아서, '미지의 땅'의 가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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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最高)의 문명 | 책을 읽으며 2021-02-2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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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습관 캠페인 : 오늘 읽은 책 참여

티베트의 가장 서쪽으로 인도와 접경한 응가리의 랑첸장포 지역에서 토번왕국 이전에 지어진 거대한 성터 유적이 발견되었다. 신화로만 전해지던 상웅국이 드디어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가루다강의 은빛 성채(The Silver Castle of Garuda Valley)라는 뜻의 궁륭은성(穹?銀城)’이라 불리는 이 유적은 해발 4400미터의 산 정상에 약 10만 제곱미터 넓이에 120여기의 대형 건물을 세운, 글자 그대로 하늘에 지은 도시였다.”

- 강인욱, 테라 인코그니타(236)

 

그렇다면 2400미터의 높이에 있다는 마추픽추는 저리 가라다. 그야말로 최고(最高)의 문명인 셈이다.

 

티베트에 오래된 문명이 존재했었다는 사실, 그것도 그 높은 곳에 존재했었다는 사실과 함께 강인욱 교수의 이 티베트 문명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든 생각 중 하나는, 서구의 이율배반성이다. 서양은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탄압에 대해서 강력하게 반대한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들이 과거에 티베트에 대해서 한 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테라 인코그니타

강인욱 저
창비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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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토에 묻힌 결핵균이 풀려나면... | 책을 읽으며 2021-02-2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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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습관 캠페인 : 오늘 읽은 책 참여

강인욱 교수의 테라 인코그니타를 읽다:

 

강인욱 교수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 지역의 얼음이 녹으면서, 혹은 고고학적인 탐사 작업으로 인하여 동토에 봉인되어 있던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가 되살아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17세기 이래로 러시아를 중심으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북극권을 탐험했다. ... 그러는 와중에 전염병, 결핵, 괴혈병 등으로 많은 선원들이 목숨을 잃었고, 그들으 곧바로 그 자리에 묻혔다. 지금도 북극해 일대 군데군데에는 당시 사람들의 무덤이 많이 남아 있다. 문제는 이들의 몸에 여전히 병균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천연두로 사망한 수많은 시신들이 북극권에 묻혀 있다. 결핵의 경우도 안심할 수 없다. 결핵균 자체가 워낙 빠르게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같은 결핵이라도 과거 사람들을 괴롭힌 결핵균은 현대의 것과 달라 우리는 이런 결핵균에 대한 저항력이 거의 없을 수 있다.” (60~61)

 

얼음 아래 시체에 있을 세균, 바이러스 등은 사라지지 않고 동결된 상태로 있다가 땅 위로 나오면서, 조건에 따라서 살아날 수가 있다는 지적은 옳은 지적이며, 또 매우 중요하고 위험한 상황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런데 결핵균에 대한 내용은 조금 달리 설명해야 할 것 같다.

 

결핵균은 Mycobacterium tuberculosis라는 학명을 가진 세균이다. 이 세균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생장의 측면에서는 매우 느리게 자란다는 점, 그리고 유전적으로는 매우 최근에야 다른 종과 분화되어 사람에게 감염을 시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매우 느린 생장 속도는 다른 세균에 비해 동일한 시간 동안 세대 수가 적다는 걸 의미한다. 그건 돌연변이의 확률이 적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최근에야 분화되었다는 얘기는 현재 전 세계에 돌아다니고 있는 결핵균이 유전적으로 매우 유사하다는 걸 의미한다(유전체의 염기서열을 보면 그걸 더욱 잘 알 수 있다). 예로 들려면, 오히려 앞에서 잠깐 언급한 천연두를 예로 드는 것이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지적하자면, 과거의 결핵균과 현재의 결핵균이 서로 달라 사람이 과거의 결핵균에 저항력이 없을 수 있다는 말은 그럴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반대로 오래 전의 결핵균은 항생제에 대해 내성이 적어서 치료가 쉬울 수도 있다.

 

 

테라 인코그니타

강인욱 저
창비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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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전우용의 세상사에 대한 발언 | 책을 읽다 2021-02-2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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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망월폐견

전우용 저
새움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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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월폐견(望月吠犬). 달 보고 짖는 개를 일컫는 말이란다(사실 처음 알았다). 역사학자 전우용은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 “개가 달을 보고 짖는 건, 달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개의 버릇이 나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말이 나온 것은 지난(벌써 작년이 되었다) 총선 때의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과 올해 초 TBS“#1합시다라는 캠페인을 비교하면서이다. 이 대목만 떼어놓고 보자면 이 사안들과 망월폐견이라는 말이 어떻게 연관되는지 알쏭달쏭할지 모른다. 그러나 책 전체를 보자면 너무나도 명확한 의미를 지닌다. 그가 지목하는 가 누군지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전우용이 페이스북에 글을 쓰는 것은 알고 있었다(그의 페이스북을 봐서가 아니라, 가끔, 아주 가끔 인용되기 때문에). 2019년과 2020년 두 해에 걸쳐 페이스북에 쓴 글을 정리해서 책으로 엮었다. ‘시사상식이라고 했지만, 정확하게는 시사, 즉 세상일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500쪽에 이르니 참 많이 풀어놓은 것 같지만, 사실은 몇 가지 주제다. 검찰과 언론의 편파성에 관한 문제, 손혜원 전 의원과 관련한 도시재생과 그것에 관한 왜곡(을 넘어선 공격과 무지)의 문제, 일본의 수출규제와 그에 대한 우리의 대응에 관한 문제, 코로나 19에 대한 대응과 방역에 관한 문제, 조국 일가, 추미애 전 장관에 관한 문제 등. 거의 대체로 검찰과 언론, 그리고 토왜(土倭)라 일컬을 수 있는 이들, 그리고 이른바 보수정당(내가 이른바라고 한 이유는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이다. 집요하다. 그 집요함은 분노이기도 하고, 어이없음이기도 하다.

 

그의 세상에 대한 생각에 가장 중요한 근거는 물론 역사다. 역사 중에서도 근대사다. 일제의 침략과 일제에 빌붙었던 이들에 대한 역사다. 그 침략과 부왜(附倭)의 역사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는 걸 역사와 우리 사회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당연히 이러한 전우용의 생각에 극렬히 반대할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들은 (거의) 이 책을 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우용이 반일종족주의같은 책을 펼치지 않은 것과는 이유가 다를 것이다. 전우용이 반일종족주의를 읽지 않은 이유는 그 주장이 무엇인지를 훤히 알기 때문이라면 반일종족주의의 저자 등이 이 책을 읽지 않을 이유는 아마도 이런 생각에 귀를 열 마음이 없어서일 거라고 본다.

 

새삼 2년의 복잡하고, 시끄러웠던 소식들이 다시 떠올랐다. 피곤하지만 똑똑히 바라보고 증언해야 하는 일들이다.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아직은 역사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곧 역사가 될 것이다. 그때 이 책은 이 시대를 증언하는 아주 많은 목소리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

한 가지만 부언하자면, 사전이 될 수 없는데 굳이 사전 형식이라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앞에서 한 얘기를 뒤에서 다시 하는 듯한 느낌을 너무 많이 받는다. 주제별로 모았으면 어땠을까, 혹은 시간 순으로 편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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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됭 전투가 끝난 후에는 어느 쪽 군대도 이전과 같을 수 없었다 | 책을 읽으며 2021-02-2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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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터 혼의 베르됭 전투에서 인용한다.

 

“1914년의 병사들은 오래 지속된 빅토리아 시대의 견고함과 그에 상응하는 유럽 대륙의 환경이 확립한 것, 즉 스콧 피츠제럴드가 말한 엄청나게 많은 확실한 것들과 계급 간의 엄격한 관계에 길들여져 있었다. 그들은 수용하게끔 길러졌다. 흔들림 없는 확신과, 우월한 권력의 분별력을 전적으로 신뢰해 이유를 묻지 않는태도는 그들의 타고난 속성이었다. 확실한 것들은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영원히 사라진다.” (126)

 

그 속성이 사라지게 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중에서도 어느 시점이냐, 앨리스터 혼은 콕 집어 베르됭 전투를 들고 있다.

 

이렇게 상황을 말없이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1916년 병사들에게는 어떤 냉소적 태도가 보였는데, 그것은 무척 단단한 냉소주의였다. 1916년의 병사는 알자스나 벨기에, 조국, 해상 패권 같은 고귀한 상징을 위해 싸운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습관에 젖어 계속 전진하고자, 살아 있고자 싸웠을 뿐이다. 참호 속에서 지낸 18개월은 1914년의 멋진 이데올로기를 약화시켰다.”

 

베르됭에서 맞대결했던 군대는 그 전쟁의 절정을 상징했다. 딱 알맞은 시간 동안 담금질한 강철처럼, 그들은 강인하고 인내심이 있었다. 무르지 않았다. 1914년의 열의 가득하고 활기찬 병사들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1917~1918년의 전쟁에 지친 고참병들도 아니었다. 베르됭은 분수령이 된다. 베르됭 전투가 끝난 후에는 어느 쪽 군대도 이전과 같을 수 없었다.” (127)

   

베르됭 전투

앨리스터 혼 저/조행복 역
교양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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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받다 | 책을 읽으며 2021-02-2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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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의 저자이신 박균호 선생님이 책을 보내주셨습니다. 

한 권만 보내주시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받아보니 두 권이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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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찾아가서 감상하는 예술이 진짜 | 책을 읽다 2021-02-2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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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예술과 풍경

마틴 게이퍼드 저/김유진 역
을유문화사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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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꼭지의 글.

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는 그 열아홉 꼭지의 글을 쓰기 위해 예술가와 예술작품을 직접 만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났다(혹은 그 여행의 결과로 열아홉 꼭지의 글이 나왔다). - “이 책은 내가 본 것과 내가 이야기를 나눈 사람, 즉 미술가에 관한 것이다. 여기서 서술한 여러 여행에서 이 둘은 거의 함께한다.” (13)

그래서 이 글들은 가벼운 미술평론이기도 하고, 인터뷰집이기도 하고, 또한 여행기이기도 하다(중국과 일본, 인도에서의 당혹스런 경험들은 바로 여행기가 아니라면 쓸 이유가 없는 거 아닌가?).

 

예술과 여행을 주제로 한 이 책의 기저에 흐르는 마틴 게이퍼드의 예술작품에 대한 소신은 직접감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이나 도판을 통해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직접 그 작품 앞에서 감상하는 것은 다르다. 그도 사진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고 하지만, ‘느린 감상(slow looking)’작품 앞에서 가장 잘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그는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작품을 직접감상하고 예술가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 그래서 생각나는 것이 보스턴미술관에서 마주쳤던 파블로 피카소, 암스테르담의 미술관에서 압도적으로 느꼈던 렘브란트의 <야경꾼>이었다. 직접 보는 것의 느낌은 역시 강렬했다.

 

사실 그가 만난 예술가들의 대부분은 내가 잘 모르는 이들이다. 그들이 현대 예술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고 하지만, 내게는 낯선 이름들이고 낯선 작품이다(그래서 자주 읽기를 멈추고 인터넷으로 검색해봤다. 책에 모든 작품을 사진으로 보여주지 않으니 하는 수 없었지만, 그렇게 찾아보는 것도 일종의 재미다). 역시 낯선 것에서는 쉽게 인식의 고양을 느끼지 못하는 탓인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이들,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관한 글이다. 내가 많이 모자란 탓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많은 비평가는 하나같이 미켈란젤로보다 라파엘로가 더 뛰어나다고 이야기했다. 미켈란젤로가 근육질의 남성 나체에 특화되었다면, 라파엘로는 풍경화, 인물화, 세련된 인물들의 조화, 귀여운 여자까지 모든 것을 잘 그렸다. 어떤 16세기 자료에서는 라파엘로가 그린 인물이 신사라면, 미켈란젤로의 인물은 근육질의 짐꾼 같다고 불평했다. ... 미켈란젤로식의 다부진 타이탄은 21세기 개인주의 시대의 문화에서 더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108)

“”모든 화가는 자기 자신을 그린다는 레오나르도의 유명한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절부터 지금까지 종종 회자된다. 그는 이 말을 노트에 일곱 번이나 언급했는데, 때로는 인정하는 투로, 때로는 경계하는 투로 적었다. 어쩌면 멋을 부린 세련미와 중성적 매력을 갖춘 레오나르도가 자신에게 취해 그림 속 여인을 그렸을지도 모른다.” (132)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무엇을, 작은 것이라도 배운다면 그런 익숙한 것보다 낯선 것에서 나온다. 만약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나는 이 책을 선물로 받았다) 브랑쿠스의 <끝없는 기둥>의 아득한 감동을 간접적으로라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작품 자체로 가장 인상 깊은 게, 맨 처음 글에서 소개하는 바로 그 <끝없는 기둥>이었다).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우연에 관한 예술적 관점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카르티에브레송을 통해서 강렬한 예술감에 대해서도 몰랐을 것이다. 이들에 대해서 금방 잊어버릴 수도 있지만, 예술에 대한 다양한 관점은 내 어딘가 깊이 박혀서 어느 예술 작품을 대했을 때 문득 기억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책을 읽는 이유고, 또 예술 작품에 대한 안목을 올릴 수 있는 길이다.

 

미술을 찾아서 멈추지 않는 여행을 떠난다. 많이 볼수록 더 보고 싶어진다.” (328)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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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유동 사회에 대한 성찰 | 책을 읽다 2021-02-2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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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저/박종대 역
열린책들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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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는 19853월부터 2015년까지 이탈리아의 시사잡지 레스프레소 L’Espresso미네르바 성냥갑이라는 난에 칼럼을 연재했다(‘미네르바 성냥갑이라는 이름은 미네르바 회사에서 만든 작은 접이식 성냥갑에서 따온 것이었다. 그 성냥갑 안쪽에 간단하게 메모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었는데, 에코는 거기에 칼럼에 쓸 글에 대한 단상이나 착상을 기록해 두었다고 한다). 2000년부터 2015년 사이에 쓴 400편이 넘는 칼럼 중 유동 사회라는 사회적 현상에 대한 성찰로 이해될 수 있는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이전에 낸 책들은 국내에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책으로 천년을 사는 방법등의 제목으로 나왔다).

 

그렇다면 유동 사회(Liquid Society)’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책을 옮긴 박종대는 이 용어가 이전에는 액체 사회’, ‘액체 근대등으로 번역되었다면서, 자신은 어감이나 맥락상 유동 사회가 더 어울리는 번역이라고 쓰고 있다.) 유동 사회란, 공동체 개념의 위기, 흔들리는 근대의 근간, 확고한 기준점의 결여를 특징으로 하는 사회다. 이로 인해 모든 것이 어느 정도씩 유동하는 상황이 생겼다. 이 사회에서, “우리는 법에 대한 믿음을 잃었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남의 눈에 띄는 것이 기준점 없는 개인의 유일한 해결책이 되었다. 돈으로 자신을 드려내는 행태, 소비주의, 무절제한 소배 행태가 그런 것들에 속한다.” (14) 에코는 바로 이러한 사회의 여러 면을 날카롭게 들여다보고 있으며, 이러한 사회에 대해 풍자와 함께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의 풍자는 날카롭다. 중심을 잃고, 지성을 버리는 사회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러나 그의 날카로움은 벼린 칼처럼 사회를 난도질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연대하며 서로 기대며 살아가기 위한 전제로서 무엇이 필요한가를 고민하는 과정이 바로 그의 풍자고 비판이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인터넷 세상, 스마트폰의 세상에 대해서도 비판하는데, 그 스스로 그 방향을 돌려세울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과잉의 시대에 대해 교육과 시민의식과 같은 것을 강조하면서 어떻게 하면 인터넷에 끌려다니는 게 아니라 그것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중심을 찾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의 고민이 그다지 효과가 없음을 우리는 지금 확인할 수 있지만, 그래도, 아니 그래서 그의 고민이 여전히 유효하다.

 

이 칼럼집에서도 그가 여전히 책에 대해 희망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6부의 열 꼭지가 넘는 글이 모두 책에 대한 얘기다. 필체에 대해, 저장 매체에 대해, 소설과 현실에 대해 어쩌면 지금은 이미 결판이 난 듯한 주제들을 다시 꺼내어 생각해보도록 하고 있다. 컴퓨터 자판에 의존해서 글을 쓰는 시대에 무슨 필체가 의미가 있으며, 저장 매체로서 USB를 넘어서 클라우드로 넘어간 시대에 책이라는 저장 매체의 우수성을 얘기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으로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말을 타기도 하고, 범선 항해를 즐기고, 트래킹을 떠나고, 우표 수집을 하는 것처럼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으며, 새로운 저장매체의 수명이 확인되지 않은 마당에 이미 증명이 된 저장매체인 책에 대한 얘기는 어쩌면 아주 사소한 얘기일 수 있으나, 그런 것으로도 애써 중심을 잡고자 하는 에코의 안간힘을 우리는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에코의 새로운 글을 읽지 못한다. 시간이 갈수록 더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책의 글 중 적지 않은 부분이 새로워질 수도 있다. 그의 예측이, 그의 혜안이 옳았다는 것에 감탄할 즈음엔 이미 늦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의 글들은 소중히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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