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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읽은 책 | 책읽기 정리 2022-08-3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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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읽은 책들을 정리해본다.

모두 20권 읽었다. 초반에는 책 읽을 조건이 좋지 못해 덜 읽었고, 20일 이후에 좀 많이 읽어서 20권이 되었다.

 

다음은 읽은 책 목록이다.

제목

저자

출판사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닐 올리버

윌북

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

닐 슈빈

부키

세상을 바꾼 10개의 딜

자크 페레티

문학동네

전염병과 역사

셸던 와츠

모티브북

링컨 하이웨이

에이모 토울스

현대문학

과학은 어떻게 세상을 구했는가

그레고리 주커만

BRONSTEIN

노이즈

대니얼 카너먼, 올리비에 시보니, 캐스 선스타인

김영사

하얼빈

김훈

문학동네

존재의 박물관

스벤 슈틸리히

청미

조선, 1894, 여름

에른스트 폰 헤세-바르텍

책과함께

지금 다시, 일본 정독

이창민

더숲

우리 동네 독립운동가 이야기

유정호

믹스커피

탐정이 된 과학자들

마릴리 피터스

다른

명화로 읽는 전염병의 세계사

리언

MUSE

감염병이 바꾼 세계사

나이토 히로후미

탐나는책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

곽재식

김영사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김서형

살림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

제니퍼 라이트

산처럼

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

오무라 오지로

리드리드출판

세금의 세계사

도미닉 프리스비

한빛비즈

 

감염병 내지는 세균을 포함한 과학 관련한 책들을 압도적으로 많이 읽었다. 준비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어서 그렇게 되었다(전부 바로 도움이 되는 건 아니었지만).

 

셰던 와츠의 전염병과 역사, 마릴리 피터스의 탐정이 된 과학자들, 리언의 명화로 읽는 전염병의 세계사, 나이토 히로후미의 감염병이 바꾼 세계사, 곽재식의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 김서형의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제니퍼 라이트의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가 그런 감염병(전염병) 내지는 세균에 관한 책들이었다. 이 중 제니퍼 라이트의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가 가장 인상 깊고 도움이 되었다.

그밖에 닐 슈빈의 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 그리고리 주커만의 과학은 어떻게 세상을 구했는가가 과학에 관한 책들이었다. 닐 슈빈의 책이나 주커만의 책이나 모두 훌륭한 책들이었고, 누구에게나 권할 수 있는 책이다.

 

다른 달과는 경제와 관련한 책들을 읽게 되었다.

자크 페레티의 세상을 바꾼 10개의 딜, 대니얼 카너먼, 올리비에 시보니, 캐스 선스타인의 노이즈, 이창민의 지금 다시, 일본 정독, 오무라 오지로의 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 도미닉 프리스비의 세금의 세계사

- 이렇게 보니까 경제와 관련한 책들을 꽤 많이 읽은 셈이다. 자크 페레티의 세상을 바꾼 10개의 딜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고, 실제로 여러 사람에게 추천도 했다. 이창민의 지금 다시, 일본 정독도 많은 것을 알게 해준 책이었다.

 

역사와 관련된 책으로는,

닐 올리버의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에른스트 폰 페세-바르텍의 조선, 1894, 여름, 유정호의 우리 동네 독립운동가 이야기를 읽었는데, 세 권 모두 모두 서로 다른 의미에서 좋은 책으로 기억한다.

 

소설로는 김훈의 하얼빈을 읽었고, 에세이로 스벤 슈틸리히의 존재의 박물관을 읽었다.

 

이번 달에 읽은 책들에 대해 다시 평점을 매기려고 하는데, 무척 좋은 책들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별 다섯을 꽉 채운 책이 하나도 없던 7월과는 아주 다르다.

 

 

제목

저자

평점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닐 올리버

★★★★★

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

닐 슈빈

★★★★★

세상을 바꾼 10개의 딜

자크 페레티

★★★★★

전염병과 역사

셸던 와츠

★★★★

링컨 하이웨이

에이모 토울스

★★★★☆

과학은 어떻게 세상을 구했는가

그레고리 주커만

★★★★★

노이즈

대니얼 카너먼, 올리비에 시보니, 캐스 선스타인

★★★★☆

하얼빈

김훈

★★★★★

존재의 박물관

스벤 슈틸리히

★★★★☆

조선, 1894, 여름

에른스트 폰 헤세-바르텍

★★★★★

지금 다시, 일본 정독

이창민

★★★★☆

우리 동네 독립운동가 이야기

유정호

★★★★★

탐정이 된 과학자들

마릴리 피터스

★★★★☆

명화로 읽는 전염병의 세계사

리언

★★★★☆

감염병이 바꾼 세계사

나이토 히로후미

★★★★

곽재식의 세균 박람회

곽재식

★★★★☆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김서형

★★★★☆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

제니퍼 라이트

★★★★★

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

오무라 오지로

★★★★☆

세금의 세계사

도미닉 프리스비

★★★★☆

 

별 다섯을 꽉 채우게 된 책들만 모두 8권이다!!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닐 올리버 저/이진옥 역
윌북(willbook) | 2022년 07월

 

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

닐 슈빈 저/김명주 역
부키 | 2022년 07월

 

세상을 바꾼 10개의 딜

자크 페레티 저/김현정 역
문학동네 | 2022년 06월

 

과학은 어떻게 세상을 구했는가

그레고리 주커만 저/제효영 역
브론스테인 | 2022년 07월

 

하얼빈

김훈 저
문학동네 | 2022년 08월

 

조선, 1894년 여름

에른스트 폰 헤세-바르텍 저/정현규 역/한철호 감수
책과함께 | 2012년 02월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동네 독립운동가 이야기

유정호 저
믹스커피 | 2022년 08월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

제니퍼 라이트 저/이규원 역
산처럼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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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의 과거, 현재, 미래 | 책을 읽다 2022-08-3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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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금의 세계사

도미닉 프리스비 저/조용빈 역
한빛비즈 | 2022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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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닉 프리스비의 세금의 세계사는 오무라 오지로의 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처럼 세금에 관한 책이지만 많이 다르다. 굳이 분류를 해보자면 오무라 오지로의 책은 역사쪽으로 둘 수 있다면, 도미닉 프리스비의 책은 경제쪽으로 둬야 할 것 같다. 오무라 오지로의 세금 이야기가 갖가지 세금에 관하여 토막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면, 도미닉 프리스비는 세금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서 조금은 긴 호흡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1장부터 3장까지는 세금에 관한 일반론적인 얘기로, 머리말 같은 부분이다. 홍콩이 어떻게 지금처럼 부유하게 성장했는지를 세금의 측면에서 설명하면서 뒤에 나오는 얘기들의 방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그 방향성은 세금은 적을수록 좋다이다).

 

그다음 4장부터 12장까지는 세금의 과거, 즉 역사에 관한 이야기다. 처음 문명이 발생하고, 문자를 발명했을 때부터 등장한 것이 바로 세금이었다. 종교와 세금과의 관련성 부분은 거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흥미로운 부분이다. 나머지 영국의 대헌장, 흑사병, 근대국가의 형성, 나폴레옹 전쟁, 남북전쟁, 세계대전 등에 관한 얘기들은 다른 데서도 많이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지만, 이 내용들을 세금과 관련지어 설명하고 있다. 세금이야말로 국가나 가정에서 경제의 운용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것이므로 세금과 관련지어 설명한다는 것은 역사의 큰 줄기가 경제에 좌우된다는 것과 거의 비슷한 말인 셈이다. 특히 미국의 남북전쟁이 노예제도에 대한 남부와 북부의 의견 대립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여러 다른 견해 중에 하나였을 뿐) 이미 알고 있는 것이지만, 실제로 세금 문제에서 불거졌고, 전쟁 발발에 이르기까지의 진행 과정에 대해서는 깊게 알지 못했었다(저자는 이 부분에서 상당히 남부 편이다. 그는 작은 정부를 옹호하고 있으며, 큰 국가보다는 작은 국가가 더 효율적으로 생각한다. 그에 따르면 링컨에 대한 평가도 조금 달라져야 한다).

 

13장부터는 20세기 이후 현재까지의 세금에 관한 이야기다. 세금을 더 많이 더 쉽게 걷기 위해서 창안해낸 소득세와 원천징수에 관해서 상당히 비판적으로 이야기한다. 또한 국가 채무와 인플레이션을 숨은 세금이라 칭하며 그 폐해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다.

 

15장부터도 새로 생기는 직업과 노동에 어떻게 세금을 매길 것인가의 문제, 암호화폐에 대한 문제, 디지털 경제에 대한 과세 문제 등등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세금의 현재이지만 현재 발생하고 있는 여러 현상들이 그대로 미래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세금의 미래에 관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것들에 관해서 저자는 정부가 현실에 너무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디지털 노마드 족에 대해서는 거의 세금을 물릴 방도가 없음을 이야기한다. 국가와 국가를 넘나들면서 소득의 흔적이 잘 잡히지도 않는 이들에 대해서 국가는 세금의 형식으로 그들을 제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암호화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국가는 어떤 형식으로든 이와 같은 것들을 제어하고자 하겠지만, 그 결과가 그렇게 신통치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고, 또 만약에 그것이 폭압적인 방식으로 이뤄진다면 어쩌면 정부의 전복과 같은 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끝으로 그가 생각하는 세금과 관련한 유토피아를 제시한다. ‘세금과 관련한이라고 한정 짓기는 했지만, 삶의 많은 부분이 경제에서 비롯되고, 그 경제는 세금이 크게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우선 그는 현재의 사회민주주의(“세금을 많이 내고 정부 주도하에 복지, 연금, 교육, 건강보험이 보장되는 대신 낮은 수준의 경제적 자유를 누리며 개인의 책임도 낮은”)를 비판적으로 본다. 대신 책의 맨 앞에서 제시했던 홍콩의 예를 들며, 세금을 최대한 적게 거둬들이며 더 많은 경제적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보고 있다. 그의 유토피아에서는 세율이 15%를 넘지 않는다. 소득세도, 부가가치세도 결코 15%를 넘지 말아야 하며, 법인세는 필요 없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사회보장보험, 양도소득세, 상속세, 보유세, 취득세, 관세, 비주거용재산세, TV 수신료, 자동차세 등은 없다(일단 와우! 하고 외쳐보자). 그러면 어떻게 정부를 운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나온다. 그냥 개인이 사회적 기반까지 만들어가며 알아서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여기서 저자는 입지이용세(location usage tax)’가 세금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노동에 세금을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에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19세기의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가 진보와 빈곤에서 얘기했던 토지가치세와 비슷한 것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땅을 가지고 있는데, 근처에 커다란 역이 생기면서 그 땅이 가치가 상승한 것은 그 사람이 그 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가치 상승에 대한 이득은 사회가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구독경제를 덧붙이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유토피아가 현실성이 있는지의 여부는 미뤄두고 보더라도, 과연 합리적인 것인지 잘 판단이 서질 않는다. 그의 유토피아는 개인이 경제적 자유를 가지고 스스로 부를 창출하는 사회를 말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부를 창출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이 없다. 국가와 정부의 역할이 커지면서 부의 불평등도 커졌다는 것이 통계에 의해 나온다는 것은 인과관계인지, 단순한 상관관계인지도 불분명하다. 어떤 면은 그의 생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면서도, 또 어떤 면에서는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저자의 세금에 관한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과는 별개로 세금에 관해서 보다 깊게, 또 폭넓게 새롭게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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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이면의 세금 이야기 | 책을 읽다 2022-08-3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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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

오무라 오지로 저/김지혜 역
리드리드출판 | 202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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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 인도 케랄라주에는 유방세라는 가혹한 세금이 있었다. ... 유방세는 신분이 낮은 여성이 거리를 다닐 때 유방을 감추고 싶다면 내야 하는 세금이었다. 유방세를 내지 않으면 사람들 앞에서 유방을 가릴 수 없었다. 세액은 유방의 크기에 따라 정해졌다.”

 

당시에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난젤라라는 한 농민의 부인이자 카스트 제도의 최하층에 속했던 여인은 세금도 내제 않고 가슴을 감추고 다니다 징세관이 집으로 들이닥쳤다. 난젤리는 집 안으로 들어가 자기 가슴을 도려내고 그걸 징세관에게 내놓았다고 한다. 그녀는 과다출혈을 죽었고, 남편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렇게 가혹하고도 어이없는 세금이 있었다.

 


 

 

그런데 오무라 오지로의 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를 보면 기발한 명목이 정말 많다. 여기서 기발하다는 것은 세금을 매기는 쪽의 이야기이고, 그걸 내야 하는 쪽에서 보면 가혹하기 이를 데 없는 세금인 경우가 많다는 게 중요한 얘기다.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두 가지가 죽음과 세금이라고 한다(이 책에선 벤자민 플랭클린의 말이라 전하고 있고, 또 다른 책에선 18세기 크리스토퍼 블록의 책에서 찾고 있다). 물론 이 말의 방점은 죽음이 아니라 세금에 찍혀 있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세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는 보통 세금을 싫어한다. 방금 증오한다라고 썼다가 지웠다. 그래도 국가와 사회에 필요한 일을 위한 세금을 증오한다고까지 하는 것은 조금 부담스럽다. 하지만 세금 내는 것은 즐거워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쨌거나 나는 이해하며, 내야 하는 세금은 내야 한다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그래왔지만, 절세할 수 있으면 그러고 싶다.

 

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는 바로 그 피할 수도 없으면서, 무척이나 피하고 싶은 세금에 관한 세계사다. 짧게는 두 페이지, 길어봤자 대여섯 페이지에 세금에 관한 이야기 토막들을 담았다. PART를 다섯으로 나눠, <역사를 바꾼 놀라운 세금’>, <세계를 뒤흔든 기막힌 세금’>, <일본의 황당한 세금’>, <인류를 위한 괴상한 세금’>, <알아두면 약이 되는 위대한 세금’>으로 정리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아 큰 물줄기를 바꾸어 놓은 세금 이야기들은 PART 1에서 다루는데, 고대 로마 공화정의 몰락, 프랑스 혁명, 영국의 명예혁명, 신대륙의 발견, 미국의 독립 등과 관련되어 있다. 현대에도 많은 정권들이 세금 문제로 뒤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다루는 것은 그 정도가 아니라 역사 자체의 흐름이 바뀌었다. 그만큼 세금은 민감할 뿐만 아니라 중요한 문제다.

 

나머지의 얘기들은 (일본의 세금 얘기를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역사적으로 부과되었던 희한한 세금 이야기들이다. 난로 수에 세금을 매겼다가 저항에 부딪치자 창문의 개수로 세금을 매긴 사정은 현재 유럽을 여행하다보면 마주치는 건물에 그대로 새겨져 있다(그래서 이제는 기막힌얘기로 여겨지지 않을 정도다). 러시아에서 수염을 기르는 데 세금을 매겼다거나, 분뇨에 세금을 매겼다는 얘기들에 지금은 웃음이 나오지만, 아마 당시에는 절대 웃지 못했을 얘기다. 유방세의 처절한 얘기와 함께.

 

일본에서 나온 책이다 보니 일본의 세금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세 번째 PART는 전적으로 일본의 세금에 관해서 다루고 있다. 14세기 무렵 전국 시대에서 도쿠가와 막부를 거쳐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의 근대화가 이뤄지는 무렵,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매겨졌던 황당한 세금들을 소개하고 있다. 자전거에 매겼던 세금, 온천에 매겼던 세금 등은 그럴 듯한데, 전시에 음주가무를 막기 위해 매겼던 세금이나 여행을 막기 위해서 매겼던 통행세, 이발과 파마에 세금을 매겼던 것들은 세금이라는 게 정말 모든 것에 매길 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일본이 세금 문제로 심각한 반란이 일어나고,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는데, 저자는 이를 일본이 대대로 세금 문제에 관해서 상당히 공정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쓰고 있다. 그러던 것이 현재 소비세와 같은 간접세의 역진성 문제는 커다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에서 얘기했던 괴상한 세금들은 과거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란 것은 PART 4에서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언급하고 있는 것들이 모두 그저 괴상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그리스에 있었던 부유세 성격의 안티도시스는 일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일종이었으며, 여러 국가에서 부과되고 있는 사치세, 이탈리아의 포르노세, 영국의 교통체증세, 담배에 매긴 세금 등은 세수 증대와 함께 뚜렷한 목적을 가진 세금이라고 할 수 있다.

 

세금에 관해서 많은 것들을 얘기하고 있는데, 사실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원청징수와 관련된 것이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 소득에서 일정 부분을 미리 공제하고 지급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이 제도를 만든 것이 바로 히틀러의 나치스라는 것이다. 이 제도가 당시에는 호응을 받았다고 하는데, 세금을 내는 사람들은 1년에 한 번 큰 금액을 내는 것보다 매달 조금씩 내는 것에 대해 덜 부담을 느꼈고, 정부는 세금을 회사에서 대신 징수해서 내는 꼴이기 때문에 편리하면서도 징수액도 늘었다. 이러한 방식은 이후에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었는데, 지금은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원천징수가 이런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저자는 이렇게 쓰고 있다.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증세가 이루어지고 국민들의 생활은 아주 조금씩 고단해졌다. 이렇듯 원천징수는 무시무시한 요소를 잔뜩 숨기고 있는 제도다.”

 

한 가지 더 깨달은 게 있다면, 현대의 많은 세금들에 관해서 사람들이 그렇게 기괴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하는 점이다. 그건 우리가 세금을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여기고 있는, 어쩌면 무기력한 상황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세금에 관해 깊게 들어가고 있지는 않지만, 역사 속의 짤막한 세금 얘기들을 통해서 우리가 세금과 떨어질 수 없는 처지인지, 그게 얼마나 오래되고 끈질긴 얘기인지를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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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의 영웅들 | 책을 읽다 2022-08-2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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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

제니퍼 라이트 저/이규원 역
산처럼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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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제목은 매우 매우 구태의연하지만 내용만큼은 전혀 구태의연하지 않다. 우선 13가지의 전염병 자체가 그렇다. 우선 무도광과 전두엽절제술은 병원체에 의한 전염병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지만(무도광은 잘 알 수 없지만), 이 질병 내지는 질병 같은 의학기술이 퍼져나간 것이 전염병과 다를 바 없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나병이라든가, 기면성뇌염, 소아마비 같은 것들은 다른 데서는 많이 다루지 않는 전염병이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이 매우 신선한 것은 그런 질병의 소재 차원이 아니다. 안토니누스역병, 가래톳페스트, 두창(천연두), 매독, 결핵, 콜레라, 장티푸스, 스페인독감 같은 것들은 다른 데서도 많이 다루는 것이지만, 다루는 방식이 상당히 신선하다.

 


 

 

그래서 읽다 원제를 찾아봤는데, “GET WELL SOON: History’s Worst Plagues and the Heroes Who Fought Them”. 이렇게 되어 있다. 앞의 제목이야 멋있게 지은 것 같고,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이라는 것은 그냥 소재인데, 뒤의 말, “그 전염병과 싸운 영웅들은 이 책이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영웅이 이를테면 그 전염병의 원인균을 밝혀내거나 치료법을 찾아낸 이들로 일관했다면 이 책 역시 그다지 신선하고 흥미롭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영웅이라고 칭하는 이들은 그동안 다른 책들에서 많이 언급되지 않은 인물들이다. 이를테면 ‘15187월 슈트라스부르크의 거리에서 프라우 트로페아라는 여성이 난데 없이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번져나간 무도병의 경우(이 병으로 죽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 질병을 감싸 안은 지역의 공동체를 영웅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리고 나병의 경우는 나병의 원인균을 찾아낸 한센이 아니라(오히려 그의 연구 윤리에 대해 경멸하고 있다), 우리의 소록도와 같이 나병 환자들을 수용했던 몰로카이섬으로 들어가 평생을 환자들과 함께 하다 결국은 자신도 나병에 걸려 죽은 다미앵 신부가 저자의 영웅이다.

 

영웅이라고 해서 긍정적인 영웅만을 언급하고 있지는 않다. 장티푸스와 관련해서는 이제는 많이 알려지고, 그 부당함도 잘 인식되고 있다고 보여주는 장티푸스 메리(Typhoid Mary)’에 대해서 쓰고 있으며(물론 그 부당함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 전두엽절제술과 관련해서는 최초의 전두엽절제술을 시술한 모니스와 함께 내과 의사로서 외과 수술 자격이 없었으면서도 무분별한 수술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좌절로 이끈 월터 잭슨 프리먼 2세를 지목하고 있다. 말하자면 ()영웅인 셈이다. 마찬가지로 에필로그에서는 에이즈를 다루면서 초기 대응에 문제가 많았던 당시 미국 대통령 레이건과 정권 인사들을 맹비난하고 있다.

 

이 이야기들을 통해서 저자는 그 질병 자체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그 질병의 무서움에 대해서, 영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진짜 하고 싶은 것은 그 질병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결핵에 대해서도 그것을 고상한 질병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얼마나 많은 폐해를 낳았는지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으며, 콜레라에 관해서는 존 스노의 사례를 이야기하며 과학적인 태도가 얼마나 질병 퇴치에 중요한지를 이야기한다. 결국 과학과 공동체 의식 모두가 중요한 것이다.

 

전염병에 관해 아주 신선한 시각으로 흥미롭게 서술한 책 하나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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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네트워크와 전염병 | 책을 읽다 2022-08-2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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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김서형 저
살림출판사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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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속의 전염병을 서술하는 방식은 대체로 비슷해보이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 보면 서로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질병을 중심으로 쓸 수도 있고, 역사에 더 많이 내용을 할애하기도 한다. 전염병의 병원체에도 세균과 바이러스가 있으니, 이를 구분해서 쓰는 경우도 있지만, 이를 거의 신경쓰지 않고 뭉뚱그려 서술하는 경우도 있다. 질병에 관해서도 어떤 경우에는 질병 자체에 대해서 더 강조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엔 그 질병과 관련한 사회의 반응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질병에 대한 사회의 반응과 관련해서도, 국가나 공공기관의 대처에 더 방점을 찍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대중들의 반응을 집중적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전염병에 관한 책들이 그토록 많이 나오고 있음에도 또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김서형의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는 제목이 세계사(역사)를 바꾼전염병이 아니라서 일단 마음에 들었다. 전염병으로 인해 세계사의 흐름이 바뀐 경우도 있지만, 그것만이 결정적이라는 식의 서술은 너무 단편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물론 강조하는 차원이겠고, 그래야 관심을 더 많이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것만이 전부라는 식은 좀 과정이라 생각한다. 전염병이 아니라 날씨가, 과일이, 음료가 그렇다는 식의 책들이 많은데, 그걸 다 그렇다고 하다 보면 세계사는 엉망진창이 되어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찌 되었든 역사의 주연은 사람이니 말이다.

 

이 책은 제목만 그런 게 아니라, 내용도 전염병이 역사를 좌지우지 했다는 식으로 써나가지 않았다. 반대로 역사와 사람이 만들어간 환경 속에서 전염병이 발생하고, 전파되었다는 식으로 쓰고 있다. 물론 그 결과가 다시 역사에 영향을 미쳤지만 말이다. 나는 이 방향이 옳다고 본다.

 

특히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글로벌 네트워크의 형성과 발달이다. 실제로 어느 정도의 인구가 집중되어야만 감염 질환이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인구 집단 간의 교류가 이뤄져야만 그 질병이 퍼져나가면서 살아남는다. 그런 의미에서 글로벌 네트워크의 형성과 발달을 중심에 두고, 각 시대별로 그 네트워크를 타고 발생하고 전파된 전염병을 서술하는 이 방식 역시 상당히 마음에 든다.

 

아프로-유라시아 교환 네트워크, 즉 실크로드를 타고 천연두가 옮겨졌고, 바닷길을 통해서는 페스트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아메리카 네트워크의 결합은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천연두가 옮겨져 아메리카에 존재하던 제국의 멸망을 가져왔고, 콜럼버스의 교환을 통해서는 매독이 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전달되었다(이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아메리카 네트워크의 가장 비참한 경우에 해당하는 아프리카 노예무역은 황열병과 관련이 깊다.

 

근대 들어서 생성된 산업 네트워크는 도시화로 인해 인구의 집중을 가속화했기 때문에, 유럽의 팽창 정책으로 인해 인도로부터 도입된 콜레라의 급속한 전파가 가능했다. 결핵 역시 오래된 질병이지만 도시화가 이 질병을 사회 문제로 만들었다. 또한 아일랜드 대기근에서 보듯이 장티푸스는 그냥 단순한 전염병이 아니라 사회가 악화시킨 질병이다. 1918년의 인플루엔자, 즉 스페인 독감 역시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폭발적인 네트워크의 형성이 전 세계적인 발생을 가능하게 했다.

 

현대의 말라리아, 에이즈, 에볼라, 사스, 신종인플루엔자, 조류독감, 그리고 현재의 COVID-19이 글로벌 네트워크의 형성과 발달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 아닌 셸 쇼크를 언급한 것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역사도 전염병도 새로운 것은 거의 없지만, 방향을 잘 잡고 일관되게 서술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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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박사, 세균을 공부하고 알리다 | 책을 읽다 2022-08-26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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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곽재식의 세균 박람회

곽재식 저
김영사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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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기로는 곽재식 박사가 세균학과는 관계가 없는데 세균에 대해서 얼마나 어떻게 쓰고 있나 궁금했다. 그런데 예상외로 풍부하고 깊다. 어떤 분야의 지식을 습득해서, 그것을 자기화하고, 또 그것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능력이 대단하다. 다른 분야의 지식과 내공이 잘 몰랐던 분야에 접근하는 데도 도움을 주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곽재식 박사는 이 책을 통해서 세균에 대해서 거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지만, 세균에 관한 중요한 것, 필요한 것, 재미 있는 것은 죄다 얘기하고 있는 느낌이다.

 

<1부 과거관>에서는 세균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세균, 내지는 생명의 탄생에 대해서, 세균이 만들어간 지구의 환경에 대해서 다루고 (여기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이 남세균이다. 남세균은 광합성을 하는 세균으로 지구에서 다른 생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냈고, 또 결정적으로 대기의 산소를 만들어냈다), 내부 공생을 통해 진핵생물, 즉 우리와 같은 생명체를 만들어 간 역사를 이야기한다.

 

<2부 현재관>에서는 세균의 기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여기서 다루고 있는 것은 주로 최근 과학자들이 알아낸 사실들이다. 세균이 분열을 통해서 영원히 늙지 않는다는 견해와 그래도 분열된 세포에 더 늙은 세포와 그렇지 않은 쌩쌩한 세포가 있다는 최신의 견해는 나도 언뜻 들어봤던 거라 새롭고, 내생포자를 통해 몇 백 년, 아니 몇 천 년, 몇 억 년을 견디는 세균의 능력, 식중독을 일으키거나 혹은 김치를 맛있게 하는 세균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김치를 담글 때 왜 꾹꾹 눌러 담아야 하는지 아는가?). 질소 고정을 통해 땅을 비옥하고 하고, 동물과 식물을 먹여 살리는 것도 세균이 있어서라는 걸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3부 미래관>은 현재 과학자들이 세균을 두고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플라스미드에 관한 내용 자체는 오히려 <2부 현재관>에 다루어야 하는 내용 같지만, 이를 이용해서 세균이 새로운 형질을 갖도록 하는 연구는 세균을 활용하는 연구임으로 여기에 둔 것 같다. 항생제, 바이러스, 특히 세균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작용으로 가지고 있던 크리스퍼(CRISPR) 기술, 하수처리장에서의 세균 활용 등은 세균과의 대결, 혹은 세균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예들이다.

 

<4부 우주관>SF 소설가로서의 곽재식 박사의 진가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가끔 이런 내용을 접할 때가 없지는 않지만, 이렇게 책의 거의 1/4이나 차지하면서 우주미생물학에 대해서 쓰고 있는 책은 없었다. 지구 생명의 기원과 관련한 외계 생명체에 대해서(외계 세균에 의한 지구의 오염 내지는 지구 세균에 의한 우주의 오염도 다룬다), 우주를 탐사하는 데 있어서 세균을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세균을 이용한 생물 테러에 대한 우려도 함께 쓰고 있다. 저자의 상상력이 가장 확실하게 드러난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 깊은 것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것, 우리나라의 문헌, 우리나라의 과학자들에 대해서 상당히 많이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양 과학서적에서 지식의 발전에 공헌하는 우리나라 과학자의 연구가 소개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이 책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과학자, 특히 세균학자들도 무척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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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역사의 흐름에는 감염병이 있었다 | 책을 읽다 2022-08-2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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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감염병이 바꾼 세계사

나이토 히로후미 저/서수지 역
탐나는책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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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역시 전염병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바로 직전에 읽은 리언의 명화로 읽는 전염병의 세계사와는 매우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다. 리언의 명화로 읽는 전염병의 세계사가 하나의 감염병을 시대별로 연결시키며 흐름을 중시하는 데 반해, 나이토 히로후미의 감염병이 바꾼 세계사는 세계사의 장면을 아주 짧게 쪼개 쓰고 있다.

 


 

 

이 책의 내용들은 매우 짧은 토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짧으면 두 페이지, 길어봤자 네다섯 페이지다. 그래서 읽는 데 부담이 없다. 그리고 보편성이 높은 세계 종교가 농경이 발달한 지역에서 탄생한 게 인구가 밀집한 지역에서 전염병 발생의 빈도가 높았기 때문에 현세보다 추상적인 신을 숭배하여 질병을 극복하고 했던 데서 비롯되었다는 시각, 카스트제도 역시 인동의 토착 역병을 막기 위하여 침입 민족인 아리아족의 발상에서 나왔다는 시각 등 나름 신선한 내용이 많다. 그리고 각종 질병이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사례들을 조근조근 제시하고 있다. 전염병이 모든 역사를 좌지우지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고, 권력의 향방을 바꾸고, 한 국가의 쇠락을 가속화하고, 민족의 이동을 부추기고 한 사례들은 수도 없이 많다는 걸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내용들이 반복되고, 또 전염병이나 그 원인균이 서로 떨어져서 등장하다보니 이야기들이 너무 단편적이다. 물론 1장이 종교라든가, 제국의 흥망성쇠, 민족의 이동을 다루고, 2장은 중세의 유럽에서 권력의 향방을 좌우한 전염병을 다루고, 3장에서는 주로 몽골 제국에서 비롯된 페스트에 대해서, 4장에서는 대항해 시대 언저리의 전염병의 이동과 비극에 대해서, 5장에서는 근대 감염병에 대한 각국의 대처와 그것에 따른 국가의 운명에 대해서 다루면서 어떤 통일성을 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1장에서도 페스트, 2장에서도 페스트, 3장에서도 페스트... 이런 식으로 나오다보니(다른 질병도 그렇다) 지겨운 느낌도 들고, 다소 어지럽다.

 

이렇게 간략화시킨 지식을 하나의 궤로 엮어서 통일적인 내용으로 만들고자 한 시도는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 다만 너무 간략하게 역사의 장면을 전염병과 연결시키고 있어 너무 단순화한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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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전염병과 얽힌 온갖 역사 | 책을 읽다 2022-08-2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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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화로 읽는 전염병의 세계사

리언 저
Muse(뮤즈) | 2020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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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있는 책인데... 솔직한 느낌은 어지럽다.

표면적으로 인류를 괴롭혀오고, 또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다섯 가지 전염병(감염병)을 다루고 있다. 페스트, 매독, 천연두, 콜레라, 그리고 장티푸스. 다른 많은 책들에서 다루고 있는 중요한 감염병들이다. 그런데 그 가짓수가 좀 적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럼에도 감염병 전문가가 아닌 저자가 책 한 권을 오롯이 채울 수 있었던 데는 이 감염병과 관련된 역사를 참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포함한 세계사는 그것 자체로는 새롭게 접하는 것도 적지 않아 매우 흥미로운데... 느낌은 역시 어지럽다.

 

그렇게 어지러운 느낌이 드는 것은 감염병과 관련된 얘기를 하다 어떤 내용이 나오면 그것을 한참 설명하다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히포크라테스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그리스의 아스클레피오스라는 신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괜찮다. 아스클레피오스라는 신은 의술의 신으로 알려졌으니까. 그런데, 이 아스클레피오스를 얘기하기 위해 아폴론, 테세우스, 히포리토스를 거친다. 매독에 관한 장에선 매독에 감염되어 난폭해진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의 이반 뇌제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러시아의 역사에 관해서 장황하게 설명한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러시아에 관해서 길게 쓰지 싶은데, 결국은 이반 뇌제의 매독 감염에 대해서 얘기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정작 그 얘기는 길지 않다. 물론 이런 얘기들도 재미있고, 흥미롭다. 그런데 너무 자주 반복되다 보니 이 책이 무엇에 관한 책인지가 헷갈려진다. 소개하는 그림도 책 제목처럼 전염병의 세계사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야기하는 내용에 맞춘 것이다보니 일관성이 없다.

 

이렇게 얘기하면 이 책이 형편없는 것처럼 평가하는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진 않다. 다만 아는 것을 모두 쏟아낸다는 느낌이 아니라 이 책에서 얘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조금 깊게 들어갔으면 훨씬 유익하고, 집중도 있는 책이 되었을 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이러저런 상관 없어 보이는 듯한 얘기도 많이 하고 있어 많이 배우기도 했다.

 

소소한 오타 등이 많이 보이지만 결정적인 편집상의 잘못도 있다. 4장에서 콜레라를 잔뜩 얘기해놓고는 끝에 질병에 대한 설명은 살모넬라에 의한 장티푸스를 다룬다. 정작 장티푸스에 관한 얘기는 5장에서 한다. 결국 다른 장에서는 다 다루고 있는 전염병의 의학적 설명에서 콜레라는 빠져 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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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환자(patient zero)를 찾아서 | 책을 읽다 2022-08-2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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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탐정이 된 과학자들

마릴리 피터스 저/지여울 역/이현숙 감수
다른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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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말 주() 제목만을 가지고는 내용을 오해할 수도 있는 이 책의 원제는 “Patient Zero”. 우리말로 “0번 환자로 번역할 수 있는 ‘patient zero’는 어떤 질병, 특히 감염병에 제일 먼저 걸린 환자를 의미한다. 이를테면 현재 수년 째 팬데믹을 이어오고 있는 COVID-19의 경우에는 중국 우한의 어떤 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책의 우리말 제목을 원제와 관련지어 보면, 과학자들이 특정 질병의 첫 번째 환자를 찾는 과정을 다룬 내용으로 짐작해 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이 전염병의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열쇠가 된다는 걸 의미한다는 것도 미루어 알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patient zero’를 찾는 과학자들의 활약이 아니라, ‘patient zero’ 이후에 이에 대응하는 과학자와 의사 들의 활약이 더 주된 내용이다. 1665년 런던의 굿우면 필립스라는 여인과 1854던 런던 소호의 세라 루이스의 아이들은 각각 페스트와 콜레라의 patient zero로 다루고 있다. 1900년 쿠바의 황열병에 대해서는 환자가 아니라 황열병의 원인을 규명하고자 나섰다 희생당한 미국의 의사들, 제임스 캐럴과 월터 리드에 대해서 다루고 있고, 1906년 뉴욕의 장티푸스에 대해서는 질병의 보균자의 예로서 지금도 중요하게 언급되는 장티푸스 메리(Typhoid Mary)’, 메리 멜런이 주인공이니, 사실은 이들이 patient zero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이 황열병이나 장티푸스를 연구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1918년 전 세계를 강타한 스페인 독감과 관련해서는 미국 켄터기 주 캠프 펀스턴의 훈련병, 1976년 자이르(지금의 콩고민주공화국)의 에볼라의 첫 희생자로 기록된 마발로 로켈라, 그리고 1980년 미국 LA 지역의 동성애자들(여기서는 patient zero라는 말을 유행시킨 듀가스는 박스에서 언급하고 있다)은 그 질병의 희생자로 처음 기록되었다는 의미에서 실질적인 patient zero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이 진짜 patient zero는 아니라는 데 아이러니, 내지는 함정이 있다. 이들이 진짜 해당 질병의 첫 환자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냥 알려진, 혹은 기록된 첫 환자일 뿐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진짜가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patient zero’인 이들을 확인하고, 그들을 추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그들에게 책임을 묻고, 비난하기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COVID-19의 우한 환자도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질병이 이러한 책에 다룰 만큼 널리 퍼지고 희생자가 많이 나오게 된 이유를 찾는 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콜레라의 경우 브로드 거리의 수도 펌프 근처에 살았던 세라 루이스가 배설물을 그냥 밖으로 내다 버린 것이 우물을 오염시키고, 콜레라를 퍼뜨린 원인이 되지만(세라 루이스의 아기가 첫 환자일 수는 없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존 스노와 같은 의사과학자가 그것을 밝혀냄으로써 그런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었던 무지를 지적하고 그것을 금할 수 있는 근거, 청결한 상하수도 시설을 갖출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탄탄한 근거를 갖추었고, 핵심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있는 책이면서도, 이야기식이라 쉽고, 금방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우리말 제목만 조금 내용과 맞추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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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에서 찾은 독립운동가의 삶 | 책을 읽다 2022-08-2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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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무심코 지나쳤던 우리동네 독립운동가 이야기

유정호 저
믹스커피 | 202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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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가면 작은 공원에 세워진 동상이라도 누구의 것인지 살펴보게 된다. 이 나라, 이 도시의 사람들이 어떤 사람을 기리고 있는지를 아는 데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 주변에 있는 동상들이 누구인지, 그들은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을 가져보지 못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학교 건물 앞의 이순신 동상이나 세종문화회관 앞의 세종대왕 동상 정도나 관심을 가졌을까?

 


 

 

역사 교사 유정호의 우리 동네 독립운동가 이야기는 바로 그런,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동상의 주인공 중에서도 독립운동가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아이디어가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참 무심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독립운동이라는 처절하고도, 숭고하여 쉽게 접근하지 못할 것 같은 이야기를 우리 주변에 있으면서도 별 관심을 갖지 못하고 지나치던 동상을 통해서 인물을 찾고, 그 인물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어 독립운동의 가치가 먼 데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듯 하다.

 

사실 저자가 들려주는 독립운동가의 삶은 생소하지 않다. 많은 역사책에서 다루었던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그런 생소하지 않은 독립운동가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진부하다고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반성하게 하는 얘기들이 적지 않다. 모두 비슷비슷한 삶을 살았으며, 이러저러한 활동 끝에 죽어간 이야기들. 그들의 삶을 하나의 덩어리로만 받아들여 한 개인의 고뇌와 결심, 의지 등을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것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으면서도 무심코 지나쳤던게 아닌가.

 

반면 이 책은 그런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개별적으로 다루고 있다. 물론 인물들이 서로 연결되는 것은 독립운동의 상황이 그렇게 복잡했으며 간단치 않았음을 이야기하지만, 그리고 독립운동이 한 개인의 결심과 의지만으로 유지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개별적으로 서 있는 동상은 독립운동가 한 사람, 한 사람을 우리가 존경하고 기려야 할 이유를 말하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거대한 흐름 속에 기꺼이 한 몸을 던졌던 한 개인으로서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소환하고, 그들의 삶을 숭고하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이 책의 말미에는 친일행위자들도 소개하고 있다. 김성수, 김동인, 안익태, 민영휘가 그들이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인상 깊다. 친일 행위가 분명한 이들의 동상 역시 우리 곁에 있다. 누군가는 그들의 삶을 기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기려야 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삶의 전반기의 독립운동과 우리 문학을 풍성하게 만들었던 유려한 문장, 애국가의 작곡가, 학교의 창립자로서 그들은 그것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하지만 함께 그들의 과() 역시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것을 기록하고 있지 않은 그들의 동상은 철거의 대상이 아니라 아직 완전하지 않은 미완의 동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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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9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