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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 읽고 쓰는 즐거움 | 책을 읽다 2022-09-30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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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젊은 소설가의 고백

움베르토 에코 저/박혜원 역
레드박스 | 201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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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이 일흔일곱의 젊은소설가. 뭔가 이상하지만 움베르토 에코는 소설가로 입문한 지 겨우(!) 28년 밖에 되지 않았기에 스스로를 젊은 소설가라 칭하고 있다.

2010년 스스로 젊은 소설가라 칭했던 그 작가는 지금 죽은작가가 되었다(그는 2016년 죽었다). 하지만 에코는 오랫동안 읽힐 소설을 썼다는 점에서 영원히 살아 있는작가다.

 

2.

2010년 당시 다섯 편의 소설을 내놓았던 움베르토 에코였고, 이 고백은 그 다섯 편의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 바우돌리노,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그 이후로 에코는 두 편의 소설을 더 내놓았다. 프라하의 묘지0.

소설가로서 겨우 일곱 편의 소설을 내놓았다면 뭔가 미진한 면이 있어 보이지만, 에코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소설가가 아닌 (다양한 분야에 통달한) 학자로서 쓴 글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전혀 고려치 않더라도 그의 소설 일곱 편만을 가지고도 그는 최고의 소설가다.

나는 그의 소설을 다 읽었다. 그래서 얼마나 성실하게, 꼼꼼히 읽었는지와는 상관없이 나는 에코 소설의 자격 있는 독자라 생각한다.

 

3.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은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소설가로서 자신이 생각하는 소설과 소설가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소설에 대한 생각이 독립적인 구성으로 담겨 있다. 하지만 각 장은 모여서 소설가, 내지는 소설 애호가로서의 에코를 분명하게 드러낸다(물론 그런 에코를 제대로 이해하는지와는 별도로).

 

4.

우선 첫 번째 장.

첫 번째 장에서는 자신의 소설 창작과 관련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하고 있다. 장미의 이름 작가 노트에서도 밝히긴 했지만, 어떻게 해서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다른 작품들은 어떤 단초에서 시작되었는지, 그 작품을 쓰기 위해 어떤 일들을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말하자면 소설가로서 사적(私的) 고백인 셈인데, 그렇기에 별로 뛰어나지 못한 독자로서 나는 이 장이 가장 재미있다.

에코는 자신의 작품이 치밀한 사전 작업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쓰고 있다. 무엇을 쓸 것인지 확고한 생각이 있었고,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해 무척이나 고민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독자의 오독(誤讀)은 어쩔 수 없는 것인데, 그것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작품은 그 오독을 이겨낼 수 있음을 자신하고 있다(물론 창조적 오독은 환영한다).

 

두 번째 장은 문학 이론에 대한 이야기다. 앞에서는 오독을 이겨내는 치밀한 구성을 이야기했다면, 여기서는 작품에 대한 해석의 여지에 대한 적극 옹호한다. 그런데 그런 해석의 여지를 가지고 그의 작품을 제대로 오독하자면 지적인 수준이 어느 정도 올라와 있어야 한다. 텍스트는 무한한 기호와 상징의 집결체이므로 그저 멋대로 읽는다고 창조적 읽기가 되지 않는다. 작품 속에 나오는 단어나 문장을 다른 작품과 연결할 수 있는 기본적인 독서가 되어 있을수록, 그리고 그것을 떠올릴 수 있는 기억력, 내지는 성실함이 있어야 한다.

  • 나는 어떤 학문에 대한 책이건 일종의 추리소설, 즉 어떤 종류의 성배(聖杯)를 찾는 탐구 보고서처럼 써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세 번째 장에는 소설가로서의 존재론적 고민이 담겨 있다. 역사적 실체, 즉 나폴레옹이나 히틀러라는 존재, 혹은 그들이 벌인 일들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 없이 참이라 할 수 없으면서도, 안나 카레리나나 세르반테스와 같은 허구적 인물은 오히려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소설 속의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그래서 이런 문구는 찌릿하다.

현실 세계에서 수백만 인구(아이들을 포함하여)가 기아로 사망하는 상황에는 별로 불행해하지 않으면서, 베르테르나 안나 카레니나의 죽음에 크게 비통해하는 건 도대체 무슨 경우일까?”

 

네 번째 장은 너무나도 현학적이다. 열거의 예들을 다른 작품들과 자신의 작품들에서 꺼내 오고 있다. 사실 인용한 텍스트를 읽기에는 벅차다. 그리고 작품들에서 그걸 모두 열거한 까닭은 알겠지만, 그것을 다 읽을 것인지 기대하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작가들이 그랬듯이 에코 역시 자신의 지식과 언어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걸 굳이 이렇게 한 장을 할애하고 있는 것은, 그런 걸 읽을 때 한번 쯤 고개를 끄덕여달라는 부탁이 아닐까?

 

5.

에코는 분명 앞날이 창창했던 젊은소설가였다.

그러나 지금 그는 없고, 그의 소설은 일곱 편으로 멈췄다.

그래도 괜찮다. 그의 소설은 읽을 때마다 다르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니, 일곱 편보다 훨씬 많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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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원리, 맛이란 무엇인가? | 책을 읽다 2022-09-29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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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맛의 원리

최낙언 저
예문당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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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참 쉬운 것 같으면서, 참 어려운 얘기다.

우선 맛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다. 맛을 단맛, 짠맛, 쓴맛, 신맛, 그리고 감칠맛으로 나누고, 그 맛의 원천이 되는 분자를 찾아내고, 또 그 화학물질이 결합하는 수용체를 확인하는 작업 등이 가장 기본적인 내용이다. 사실 맛의 수용체를 찾아낸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고, 지금도 진행 중인 작업이다. 그리고 제6, 7의 맛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모두 과학의 범주에서 맛을 정의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일이다. 거기서 나아가 분자들의 조합이 맛의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내는지를 연구하고, 음식의 물성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내고자 한다.

 

그런데 그렇게 맛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과학적 설명만으로 모든 맛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맛의 전부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맛은 공식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또 그 맛은 모든 사람이 똑같이 느끼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맛에 대한 정교한 공식은 없으며(비록 이 책에서는 그 공식을 제시하고 있지만, 사실 공식이라기보다는 맛을 설명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결국은 맛이 방정식이 없다는 게 식품의 진짜 매력이라고 고백한다), 모든 사람이 맛을 동일하게 느끼지도 않는다.

 


 

 

그래도 저자는 맛을 설명하고자 한다. 오랫동안 식품회사의 연구소에서 근무했던 저자는 맛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그 일을 위해 여러 분야를 넘나든다. 맛은 화학물질이 수용체에 결합하면서 인지되는 것이므로 화학이 필요할 것이고, 뇌과학, 신경과학이 필요할 것이다. 맛은 미각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후각, 청각, 시각, 통각 등이 모두 종합된 느낌(!)이므로 그에 관련한 학문도 필요하다. 그리고 맛은 역시 심리적인 것이므로 심리학과 진화생물학이 관여한다.

 

맛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몇 가지로 요약해보면 이렇다.

일단 그래도 맛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게 단순한 과학이 아니라, 아주 복합한 상호 작용이긴 하지만 어쨌든 과학이 기본적인 배경이다.

앞서도 얘기했듯이 그 과학은 굉장히 다양한 분야가 결합한다. 즉 종합적인 과학이라는 얘기인데, 그래서 쉽지 않다.

맛은 과학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객관적이다. 객관적이라는 것은, 맛이 무조건적이라는 뜻이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맛은 또한 문화적인 현상이다. 국가나 사회마다, 지역마다 집안마다 음식에 대한 서로 다른 반응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주관적이라 할 수 있으며, 다양하다. 개인적인 취향의 영역에 있으면서도 사회적인 유행을 타는 것이 맛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얘기를 꼽자면, 칼로리가 중요하다는 것, 다이어트가 실패하는 이유, 시장조사보다는 뇌를 조사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다는 것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하나만 꼽자면 식품의 98%를 차지하는 것이 무미, 무취, 무색의 성분이고, 그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맛의 본질은 영양을 감지하는 것이며, 우리 몸이 진짜 원하는 것은 단맛이라든가, 감칠맛이라든가 하는 것이 아니라 고기라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여기의 내용을 많이, 오랫동안 기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만큼 많은 내용을 담고 있고, 또 약간은 이해가 쉽지 않은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맛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 것을 적지 않게 시각 교정을 할 수는 있을 것 같고, 그게 음식을 대하는 나의 자세를 조금은 바꿀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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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고, 위험하고, 따뜻한 비행 이야기 | 책을 읽다 2022-09-2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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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계사를 뒤흔든 19가지 비행 이야기

김동현 저
이든하우스 | 202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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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이야기라고 해서 처음에만 좀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이고, 뒤로 갈수록 딱딱하고 전문적인 이야기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다. 역사의 고비에서 비행기와 비행기 조종사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훌륭한 인문학 책이다. 그저 위대한 비행사, 혹은 끔찍한 사고에 대해 기술적으로 쓴 게 아니라 생각할 거리도 많다.

 


 

 

이 책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무엇을 쓴 게 아니라, 쓰지 않은 게 있다는 것이다. 바로 비행기 역사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라이트 형제에 관한 이야기다. 책장을 펴기 전에는 당연히 첫 번째 장, 혹은 두 번째 장에 그 이야기를 할 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라이트 형제는 단 한 줄 등장한다. 비행의 역사를 쓰면서 어떻게 인류가 그걸 안 쓸 수 있을까? 좀 생각해봤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들의 역사는 비행의 측면에서 가치가 있는 것이지, 역사적 측면에서는 할 이야기가 많지 않아서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만큼 김동현은 이 책에서 역사속의 비행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그는 전쟁에 이용된 비행기, 비행 조종사에 대해 무척이나 비판적이다. 물론 전쟁은 비행기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켰고, 비행술을 발전시켰다. 어쩌면 전쟁이 없었으면 지금과 같은 고성능 비행기의 출현은 많이 늦춰졌을 것이다. 하지만 출현과 함께(라이트 형제가 먼저 전쟁용으로 비행기를 쓸 것을 생각했다), 전쟁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은 비행기는 그것으로 많은 인명을 살상했고, 또 많은 비행사들이 하늘에서 산화해갔다. 또한 1970년대 이후 민간 항공기에 대한 폭격에 대해서도 굉장히 비판적으로 다룬다. 그 비판은 어느 한 진영에만 향하지 않는다. 소련도, 미국도, 이스라엘도, 이란도 민간 항공기를 실수로, 심지어 의도적으로 격추하고는 그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전쟁과 관련한 비행에서 절대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일본의 가미카제 특공대다. 우리는 그들의 정신병적인 돌격에 혀를 내두르며, 그들의 정신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김동현의 시각은 다르다. 실제로는 그들은 거의 끌려가다시피 가미카제 특공대원이 되었고, 출격 전날에는 흐느끼며 울고, 미친 듯 춤을 추다 의자를 집어 던지고, 하염없이 땅바닥만 바라보았다. 도살장에 끌려가듯 비행기에 올라탄 그들은 제대로 된 비행 훈련도 받지 않았기에 미국 해군에 큰 타격을 입히지도 못했다. 심지어 조금이라도 미국 해군 선박에 접촉이라도 한 비율은 12%라고 한다. 제대로 타격을 준 경우는 드물었다. 그들이 자폭하는 순간 마지막 외친 말은 천황폐하 만세가 아니라 오카상(어머니)”였다고 하니, 애처럽고, 또 일본제국주의의 망상과 무모함, 비인간적인 모습에 몸서리쳐진다.

 

그러나 그렇게 어둡고 파괴적인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망신창이가 되어 퇴각하는 미군 폭격기를 호위하여 무사히 돌려보낸 나치의 공군 슈티글러의 이야기라든가, 노르웨이의 산악 지대에 함께 고립된 영국과 독일의 파일럿들 사이의 우정은 김동현의 말대로 한 사람의 인격과 가치가 어떻게 평가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19가지의 비행이 세계사를 뒤흔들었다는 것은 물론 과장이다. 하지만 현대 세계사의 고비에 비행의 역사가 있었던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 이야기들은 놀라운 이야기이기도 하고, 슬픈 이야기이기도 하고, 처참하고도 분노에 찬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또 따뜻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희망을 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모처럼 낯설면서도, 풍부한 내용을 담고, 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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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파일럿. 안창남, 권기옥, 박경원 | 책을 읽으며 2022-09-27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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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의 세계사를 뒤흔든 19가지 비행 이야기6장과 7장은 세 명의 조선인 비행사에 대한 이야기다. 안창남, 박경원, 권기옥.

 

안창남은 당시 노래로도 잘 알려진 비행기 조종사이고, 박경원은 모두 비극적인 생애를 마친 배우 장진영과 김주혁이 주연을 맡은 <청연>이라는 영화로 잘 알려져 있다. 권기옥이라는 이름은 상대적으로 대중들에게 낯설다.

 

그런데 세 비행사의 삶은 매우 달랐다. 일본의 비행대회에서 상을 타면서 식민지 조선의 영웅으로 떠올랐던 안창남은 관동대지진 이후 몰래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는 상하이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위한 비행학교를 설립할 것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그 제안을 들어줄 여력이 없던 임시정부는 중국 군벌 옌시산이 이끄는 산시항공대의 비행 교관이 된다. 그러나 그가 탄 비행기의 정비 불량으로 추락사하면서 광복군 비행학교의 꿈도, 독립의 꿈도 서른 한 살의 생애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권기옥은 숭의여학교에 다니면서 비밀 항일조직의 자금 모직책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항공 에어쇼를 보고는 조종사가 되어 일본 황궁을 폭격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독립 운동을 하다 쫓겨 상하이로 건너간 그녀는 여러 비행학교의 문을 두드리고 결국 윈난항공학교에 입학하게 된다(일본 황국을 폭격하겠다는 패기에 탄복한 교장이 있었다). 진짜 일본 폭격을 준비하였지만 결국 계획은 취소되면서 중국 공군의 일원으로서 광복을 맞이하였다.

 

안창남과 권기옥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비행기를 조종했다면, 박경원은 그렇지 않았다. 대담했으며, 뛰어난 능력을 지녔던 박경원은 자신을 위한 비행이었다. 일만친선황군위문 연락 비행사가 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청원했으며, 일장기를 흔들며 자신의 비행기 청연(淸?)호에 올랐다. 그리고 바로 그 일만친선황군위문비행에서 추락사하고 만다.

 

김동현은 두 여성 파일럿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조국의 독립에 대한 염원으로 조종사의 꿈을 키운 권기옥과 달리,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두고 살아온 박경원은 하늘과 비행 그 자체를 좋아했다. 그녀의 꿈은 오로지 조종사가 되는 것이었으며, 그 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140)

 

그리고 이렇게 평가한다.

한 인간의 삶에서 시대를 제거할 수는 없는 법이다.”

 

영화의 주제곡이 이승철의 <서쪽 하늘>이었던가. 노래가 아깝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세계사를 뒤흔든 19가지 비행 이야기

김동현 저
이든하우스 | 202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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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트를 | 추천 6        
'사라마구(Saramago)'라는 성(姓) | 책을 읽으며 2022-09-27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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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의 저자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 조제 사라마구(Jose Saramago)’의 이름에 대해

 

조제 사라마구는 태어나면서부터 이단이었다. 사실 사라마구(Samago)’라는 성()은 아버지의 것이 아니라 별명이다. 원래는 식량이 부족할 때 빈민이 대용식으로 먹던 야생 무를 일컫는 포르투갈 말이었는데, 아버지가 아들의 출생 신고를 할 때 실수로 쓴 것이었다. 그것을 그대로 둔 부모나 관료, 게다가 그 단어를 성으로 삼은 사라마구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 박홍규, 우리는 꽃이 아니라 불꽃이었다(275)

 

나는 역시 사라마구가 대단하다. 아들의 출생 신고도 제대로 할 줄 몰랐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노동자로 살아가다 결국 글을 쓰고 노벨문학상까지 받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던 조제 사라마구. 그가 새삼 달리 보인다.

 

 

우리는 꽃이 아니라 불꽃이었다

박홍규 저
인물과사상사 | 2022년 05월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저/정영목 역
해냄 | 2019년 12월

눈뜬 자들의 도시 (리커버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저/정영목 역
해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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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트를 | 추천 7        
세상에 맞선 이단아 57인 | 책을 읽다 2022-09-2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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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는 꽃이 아니라 불꽃이었다

박홍규 저
인물과사상사 |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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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불꽃처럼 살다간 이들의 기록이다. ‘박홍규의 이단아 읽기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던 57꼭지의 글을 엮었다. 57명의 이단아! 이들은 모두 주류의 질서를 과감히 부정하고, 대세에서 벗어나 자신의 주장을 과감하게 펼쳤으며, 자신의 주장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간 사람들이다.

 

이들 이단아들은 박홍규 자신이 다른 다양한 이름으로도 부른다. 주류가 아니었으니 아웃사이더이고 소수자였다. 세상의 질서에 대들었으니 반항인이고 저항인이었다. 누구나 하는 주장을 한 이들이 아니었느니 예외자였으며, 누구보다 먼저 예민하게 세상의 흐름을 읽어내고 행동했으니 전위(아방가르드), 선구자, 선각자였다. 앞으로 다가올 세상에 대해 긍정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했으니 예지자이며 예언자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자신의 사고로 이뤄냈으니 무엇보다 지성인이고 사상가였다.

 

박홍규가 57명의 이단아를 고른 기준은 없다 했지만, 거의 공유하는 생각의 공통점이 있다. 이른바 아나키즘이라 불리는 사상이다. 몇몇 예외는 있지만, 대체로 여기에 실린 이들은 권력을 부정했으며, 자유로운 개인, 자율적인 자치를 이상으로 생각했던 이들이다. 그것을 어떤 수단으로 이룰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실천할 것인지는 서로 달랐지만 말이다. 어떤 이들은 개인적인 실천으로 묵묵히 수행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권력의 종식을 위해 사회 활동을 하기도 했으며, 폭력 투쟁에 나선 이들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개인적으로 부끄러운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여기에 소개된 이들의 이름 자체를 처음 듣게 게 태반이 넘는다. 태반? 아니 거의 대부분이다. 2부의 <문학과 예술의 이단아들>에서는 그나마 소설가 등을 다루고 있어 좀 알지, 1부의 <사상과 행동의 이단아들>에서는 과학자 마리 퀴리(그것도 나는 과학자로서 마리 퀴리를 알았지, 그가 과학을 급진적인 사회 참여 방식으로 택했다는 것은 잘 몰랐다)나 역사가 하워드 진 정도, 에드워드 사이드, 쿠르드 독립 운동의 압둘라 오잘란 정도를 제외하면 낯선 이들들이다. 사실 제2부라고 그다지 나을 것도 없다. 이름만 들었을 뿐인 예술가들이 적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 왜 이렇게 이름이 낯선 이들이 많을까 생각해봤다. 박홍규가 자주 지적하고 있듯이 주류의 시각은 이들을 외면해왔으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의 책 중 번역되지 않은 것은 물론, 소개조차 해오지 않았다. 어느 시기까지는 그들의 시각이 위험해서였고, 어느 시기 이후에는 우리나라의 학자 사회 자체가 지나치게 주류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성향을 띠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호세 무히카 같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우루과이)’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는 것은, 나의 지적, 사회적 무관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런 이가 우리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지는 것이 불편한 이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나 싶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처럼 여기의 인물들에 대해서 모르면서도 그들의 말 중에는 잘 알려진 것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이 책이 제목이 되기도 한) “나는 꽃이 아니라 불꽃이었다” (소피아 코발렙스카야), “조금씩 더 가난해집시다” (도로시 데이),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 (자크 엘륄) 같은 것들이다. 아무리 그들을 무시하더라도 그들의 생각 중에 우리에게 스며들어오는 것이 있으며, 그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는 얘기이리라.

 

부끄러움과 놀라움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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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세상을 설명하는 복잡하지 않은 과학 | 책을 읽다 2022-09-2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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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김범준의 과학 상자

김범준 저
바다출판사 | 202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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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과학, 혹은 네트워크과학을 통해 자연 현상뿐만 아니라 사회의 현상까지도 영감 있게, 또 재미있게 설명하는 게 김범준 교수의 책이다. 비슷한 내용을 다룬 책들이 많지만, 세상 물정의 물리학이나 관계의 과학은 우리나라의 상황을 많이 다루고 있기도 하지만, 친근한 언어로 독자들에게 다가갔다.

 

전문 과학자로서 그렇게 독자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수식 몇 개를 쓰면 다 이해될 일을 비유를 찾고, 쉬운 단어를 찾고, 문장을 다듬고 또 다듬다 보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과연 이거였나 싶어진다. 그래서 다시 쓰고. 그런 과정을 거친 책들이 김범준 교수의 이전 책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책들이었다.

 


 

 

그런데 아마 그게 좀 아쉬웠나 보다. 과학자로서 더 깊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것 같다. 조금만 깊게 들어가면 사회와 자연에 대해 더 자세하고도 풍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너무 독자의 수준을 낮춰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을지 모르고, 혹은 그동안 자신이 독자의 수준을 높여 놓았으니 이 정도는 따라와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책에서 쓰고 있는 대로) 수식을 따라올 정도의 각오는 되어 있는 독자 정도가 되어야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또 이 책을 집어들었을 거라는 추측도 하였으리라.

 

이렇게 장황하게 김범준 교수가 이 책을 쓸 때의 마음을 추리해보는 이유는... 이전 것들에 비해 좀 어렵기 때문이다. 그냥 이차, 3차 방정식 정도가 아니라, 미분과 적분을 해야 하고, 사인 함수가 나오고, 행렬도 등장한다. 물론 그 식이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이것들을 아득하게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정말 난공불락처럼 여겨질 부분이다. 그런 식들을 깡그리 무시하더라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까? 그렇지도 않다. 식을 통해서 주된 논지를 펼치는 장이 적지 않다. 많은 독자들이 이 부분들에서 적지 않게 좌절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런 방식에 환호하는 독자도 없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얼마나 깔끔한 논리 전개냐며.)

 

그런 아득한 수식들을 반쯤은 이해하고, 또 반쯤은 건너 뛰면서 읽은 이 책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사회물리학의 여러 면모를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은 복잡한데, 그것을 이해하는 (과학) 도구는 사실 복잡하지 않다는 것이다. 과학의 분야마다 다양한 도구를 쓰겠지만, 김범준이라는 과학자가 쓰는 도구는 관계를 점과 선으로 표시하여 연결하고, 그 연결망의 의미를 이해하고, 패턴을 발견하여 몇 가지 규칙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를 응용하여 전염병 등의 확산을 예측하고, 개인으로 이루어진 사회를 이해하는 데 쓰고, 신경세포에서 창발성이 나타나는 현상을 이해한다. 그리고 젼허 연관성이 없거나 서로 다른 것들이 구조를 이루고, 스스로 질서를 찾아가는 시스템을 이해한다.

 

이 내용들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 두 가지를 꼽고 싶다. 첫 번째는 성적 접촉을 통해 급격히 전파되는 질병에 대한 백신을 배포하는 방법이고(광장에서 하나씩 무작위로 나눠주기보다는, 백신을 나눠주며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쓰도록 하라는 것이 낫다), 두 번째는 사회적 원자의 관점으로 설명하는 시설물의 위치에 관한 연구다. 두 번째 것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면, 인구 밀도에 따라서 어떤 시설물이 얼마나 존재하느냐에 대한 연구인데, 김범준 교수는 외국의 연구를 받아서 우리나라에서 각 지역마다 커피숍과 학교 등의 시설물 밀도를 조사했다. 그랬더니 영리를 추구하는 기관과 공적인 기관이 서로 다른 분포를 가진다는 것을 나타났다.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지만, 이를 통하여 각 시설물이 어떻게 분포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과연 그렇게 분포되고 있는가 평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가 된다. 물론 이런 연구는 여러 한계가 있지만(관계의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측면이 무시되는 등),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사회적 가치가 있는 연구가 아닌가 싶다.

 

다시 얘기하지만, 김범준 교수가 이전 책들보다 좀 수준을 높인 책을 쓴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회물리학이 그만큼 단단한 배경과 수단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하고, 또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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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모든 생명의 곁에 있다 | 책을 읽다 2022-09-2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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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생명 곁에 앉아 있는 죽음

이나가키 히데히로 저/노만수 역
살림출판사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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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가키 헤데히로의 책으로는 이토록 아름다운 약자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패자의 생명사에 이어 네 번째 책이다. 사실 한 권 한 권 읽으며 같은 저자의 책이란 의식이 없었다. 지금 보니 그렇단 얘기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를 제외하면 모두 마이너리티 쪽에 상당히 기울어져 있다. 관심을 덜 받을 것 같은 생명, 혹은 생물에 대해 관심을 쏟고 있으며, 그런 관심을 그대로 생명에 대한 경외심으로 이어진다.

 


 

 

매미에서 코끼리까지 32가지 생물의 죽음을 스물 아홉 꼭지의 글에 담고 있다. 그가 다루는 생물들의 죽음은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 생물이 지니고 있는 프로그램과 같은 죽음이 있다. 이를테면 땅에서 7년을 지내다 여름 한 철 시끄럽게 구애하다 떠나는 매미라든가, 자신이 태어난 강물로 거슬러 올라와 알을 낳고는 최후를 맞이하는 연어, 생애 단 한 번뿐인 치명적인 사랑을 나누고 죽는 문어, 한평생 집 밖으로 나서지 않고 죽어가는 도롱이벌레 암컷과 같은 것들이 그렇다.

 

다른 동물과의 경쟁, 같은 종의 생물에 의해 죽어가는 생물도 다룬다. 새끼를 지키다 결국은 새끼에게 파먹이는 집게 벌레가 있고, 우리에게는 귀찮은 존재이지만 죽음을 무릅쓰고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기 위해 인간의 살로 돌진하는 모기가 있다. 수컷 사마귀는 암컷에게 먹힐 것을 각오하고 짝짓기를 한다(새로 안 사실이지만 짝짓기를 하는 모든 수컷 사마귀가 다 죽는 것은 아니란다. 살아남는 비율이 높다고). 바다거북도, 개복치도 어마어마하게 낮은 확률로 성체가 되며, 그런 삶을 자손에게 물려준다. 하염없이 먹이를 기다리다 죽는 무당거미도 있다.

 

그리고 인간과 관련되어 죽음을 맞는 생물에 대해서도 쓰고 있다. 필사의 진입과 탈출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인간의 손에서 죽은 모기도 그렇고, 자신이 태어난 연못을 향해 하염없이 도로를 건너다 차바퀴에 깔려 죽은 두꺼비가 그렇다. 태어나고 겨우 달포 지나 햇빛을 처음 보는 날이 제삿날이 닭이나, 실험 동물로 실험실에서 인간 대신 죽음을 시험받는 쥐, 귀여워야 선택받고, 그 귀여움이 다하면 안락사 당하는 반려동물 개와 같은 경우 애처로운 마음이 절로 든다.

 

이 짧지만 감성적으로 동물들의 죽음을 다룬 글들은 모두 생명이란 존귀하면서, 잔혹하다는 진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죽음 자체는 잔혹할 수 있지만, 그런 죽음이 있기에 존귀한 생명이 존재할 수 있다. 인간에 의해 멸종의 길로 접어든 생물의 경우에는 그런 존귀함에 대한 인식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이나가키 헤데히로는 이렇게 쓰고 있다.

생물에게 죽음같은 찾아온 시기는 10억 년 가량 전이 아닐까 여겨진다. 오랫동안 생물에게 죽음은 없었다. ‘죽음38억 년에 걸친 생명체의 역사 속에서 생물 자신이 만들어낸 위대한 발명인 것이다.” (111)

 

저자는 이런 생명의 죽음을 다루면서 때로는 냉정한 시각을 보이기도 하지만 8, 9할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쓰고 있다. 어떤 생명이든 죽음은 필연적이라는 것을 받아들 일 수 밖에 없지만, 모든 죽음은 어떤 의미에서도 그 생명에게는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죽음이 있었기에 생명의 연속성이 생겼다. 그렇기에 죽음은 오로지 슬픈 것만은 아니다. 자식에게 자신의 몸뚱아리를 내주는 생물만이 아니라 모든 죽음이 다음 세대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래서 생물의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매우 존엄한 일인 셈이다.

 

죽음은 모든 생명의 곁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죽음을 생각할 수 밖에 없고, 죽음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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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관한 매혹적이고 사랑스러운 책 | 책을 읽다 2022-09-2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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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극한 식물의 세계

김진옥,소지현 저
다른 | 202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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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식물의 세계를 담은 사랑스러운 책이다. 매혹적인 것은 커다랗고, 작고, 오래 살고, 빨리 자라고,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는 등 식물의 경이로운 생태에 대한 감탄이기도 하지만, 책이 담고 있는 화려한 일러스트와 식물의 모습을 담은 사진에 대한 느낌이기도 하고, 또 그건 사랑스러움으로 연결된다.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약 46천만 년 전 쯤 이끼류로부터 비롯된 식물의 진화는 43천 만 년 쯤 관다발을 가진 고사리식물(선태식물)의 출현, 씨앗을 가진 겉씨식물의 출현, 그리고 약 12,600만 년 전 쯤의 속씨식물의 출현으로 이어지면서 지구를 풍성하게 다듬어 왔다. 이들 식물들은 광합성을 통해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에 양분을 제공하기도 하고, 이산화탄소와 산소의 균형을 이루도록 한다. 물론 식물이 지구의 유지와 다른 생물들의 존재를 위해 의식적으로 무엇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살아남기 위해, 자손을 남기 위해 하는 활동 하나하나가 모두 신비로운 경이의 세계다.

 


 

 

식물학자 김진옥과 소지현은 그런 식물의 세계 중에서도 가장 끝에서 존재하는 존재들을 통해서 그 경이로움을 더하고 있다.

 

가장 큰 꽃인 타이탄 아룸과 자이언트 라플레시아, 가장 키가 큰 나무인 레드우드, 가장 키가 작은 식물 난쟁이버들, 가장 큰 열매를 갖는 잭프루트, 가장 작은 크기의 식물 남개구리밥, 가장 거대한 잎을 갖는 라피아 레갈리스, 가장 긴 뿌리를 갖는 호밀, 가장 작은 씨앗을 만드는 난초 등은 그 크기로 경이로움을 전한다.

 

속도로 놀라움을 보여주는 식물들도 있다. 죽순대는 가장 빠르게 자라는 식물이며, 변경주선인장은 가장 느리게 자란다.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식물인 뽕나무가 있으며, 가장 느리게 꽃을 피우는 푸야 라이몬디라는 식물이 있다.

 

여러 면에서 교묘한 식물들도 소개한다. 치명적인 독을 지닌 피마자나 맨치닐이 있고, 날카로운 갈고리를 가지고 있는 악마의 발톱이라는 식물도 있다. 돌처럼 생긴 리토프스라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수 킬로미터나 날아갈 수 있는 비행술의 경이 자바오이도 있다. 무화과나무가 교살자라 불린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공중에서 키우는 식물의 이름이 탈란드시아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극한의 환경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이 책의 제목과 가장 어울리는 것들이다. 극한의 건조를 견디는 사막(아타카마 사막)의 생존 챔피언 야레타, 극한의 추위에서 견디기에 남극에서도 살아남는 이끼, 화산 폭발 후에도 살아남아 가장 먼저 일어서는 오히아 레후아라는 식물들이 그런 식물들이다. 땅이 아니라 동물로부터 질소 양분을 얻어내는 식충식물도 사실은 우리가 식물이라는 말에서 바로 갖게 되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난 식물이다. 유칼립투스가 산불을 지르는 식물로 캘리포니아에서는 퇴출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은 어디선가 어렴풋이 들었던 얘기인데, 왜 그런지는 여기서 알게 되었다.

 

가장 오래 살고 있는 나무 브리슬콘소나무, 가장 오래된 겉씨식물 소철, 가장 오래 사는 잎을 가진 웰위치아, 가장 오래된 꽃을 품은 암보렐라와 같은 식물은 식물이 오랫동안 지구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다시금 떠올려보게 한다.

 

이런 식물의 극한에 대한 얘기들을 식물의 보편성에 대한 것이기도 하면서, 특수성, 즉 다양성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사실은 이 말은 동어 반복일 수도 있는 게, 어떤 생물이나 그렇다 다양성이 생물의 보편적 특징이기 때문이다. 그런 다양성을 지니고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고, 독특한 생태를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생명에 대한 경이로운 느낌을 가지게 한다.

 

저자들은 세계에서가장 놀라운 세계를 살아가는 식물을 소개하는 것과 동시에 그런 사항에 해당하는 우리나라의 식물들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매우 반가운 일인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살고 있는 나무가 울릉도의 어느 절벽에 존재하고 있는 향나무라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가 경기도 양평에 있는 어느 절(용문사)에 있는 은행나무라는 사실, 가장 키가 작은 나무는 돌에 피는 매화라는 뜻을 가진 암매라는 것으로 한라산 백록담의 어느 바위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 등은 친근함과 동시에 우리나라의 식물 생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많은 사람들의 책장에서 오랫동안 아름다운 향기를 뿜어낼 책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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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마음을 읽는다 | 책을 읽다 2022-09-2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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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람을 죽이는 사람들

리처드 테일러 저/공민희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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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죽이는 사람들의 저자 리처드 테일러는 법정신의학자다. 다소 생소한 직업인 법정신의학자는, 말하자면 정신의학사이에서 둘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는 이다. 범인의 행동 특성이나 심리 등을 파악하여 범인 검거 등에 도움을 주는 프로파일러나 사체를 분석하여 사인을 알아내고, 범죄의 특성을 통해 역시 범인 검거에 도움을 주는 법의학자와는 다르다. 그들은 범인 검거에 도움을 준다기보다 범인의 정신 상태를 분석하여 범인을 교도소로 보낼 것인지, 정신 치료를 받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을 한다. 물론 그것만은 아니며, 치료도 하고, 때로는 범인을 검거하는 데 조언을 하기도 하지만 그들이 활약을 펼치는 무대는 교도소와 병원 사이 그 어디쯤이다.

 

영국에서 약 300~400명 가량이 법정신의학자로서 활동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중 한 명인 리처드 테일러는 자신이 맡았던 사건, 내지는 범죄자들에 대한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그는 강간 살인, 정신 이상자의 살인, 존속 살해, 영아 살해, 자식 살해, 남성 애인에 의한 죽음, 여성 애인에 의한 죽음, 알코올 중독 등에 의한 살인, 살인 후 기억 상실(혹은 기억 상실 중 살인), 테러 혹은 대량 학살 등 끔찍하기만 한 살인 사건의 가해자들을 인터뷰하고 기록들을 토대로 그들의 마음 속 깊이 들어가고 있다.

 

그의 분석은 살인을 저지른 이가 정신 이상 범주에 있어서 처벌보다는 치료가 우선이라는 판단으로 이어져 살인자를 교도소가 아니라 병원으로 보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그의 일은 종종 오해받기가 쉽다. 범죄자에게 깜빡 속아 넘어가는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며, 실제로 어떤 행정상의 미비로 인해 살인자를 놓쳐 더 큰 살인 사건으로 이어진 경우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작업, 내지는 법정신의학자의 작업은 살인을 저지른 이들의 정신 상태와 사건에 대한 분석을 통해 재발을 방지하고, 어떤 이가 살인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지를 파악하고, 그 조짐을 알아차림으로써 살인 사건을 줄이는 데 이바지하고자 하는 목적을 지닌다.

 

저자는 종종 자신이 법정신의학을 발견하고, 선택한 게 아니라, 법정신의학이 자신을 발견했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여러 의학 분야에서 경험을 하면서 결국은 법정신의학에 정착하게 된 과정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그의 가족사(그의 이모가 정신 이상 상태에서 영아 살해를 저지른 이력이 있다)를 보면 더욱 그렇다. 그의 가족사는 가족들에게 아픔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에게 과연 살인자가 유전적으로 정해지는 것인지, 아니면 환경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인지에 대한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결국은 그는 유전보다는 환경 쪽에 더 많은 비중을 두게 되는데, 어쩌면 법정신의학을 택한 이로써 불가피한 결론이 아닌가 싶다.

 

나는 정신 이상자가 자신이 저지른 살인 행위에 대해 처벌이 아니라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정신 이상의 범주와 정도에 대해서 매우 엄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를 살해할 때는 정신이 확 돌아버리지 않나 싶은데 그걸 모두 정신 이상으로 치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원래부터 확실한 정신 이상자로서 인정받는 자만이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치료의 과정이 절대 처벌보다 더 편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정신 이상을 처벌을 모면하기 위한 트릭으로 사용하는 것을 철저히 배제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 가슴이 아팠던 것은 여성 살해에 대한 부분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사건과 오버랩되면서 그런 일이 어느 나라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란 걸 깨달았으며, 그 심각성도 다시금 강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여성에게, 혹은 약자에게 안전한 사회가 정말 필요함에도 그 길이 요원할 수도 있겠다는 좌절감마저 들었다.

 

법정신의학이 종국적인 해결책이라고는 할 수 없다. 살인자에 대한 정신 감정이 얼마나 살인 사건을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다. 하지만 저자가 전하는 극악하고도 어두운 이들에 대한 이해가 때로는 필요할 때가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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