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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읽은 책 | 책읽기 정리 2023-02-2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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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읽은 책을 정리한다. 2월은 정말 바빴다. 겹치는 일정도 많았다. 중반까지는 정말 정신없이 보냈다. 그러느라 중반까지는 책을 드문드문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 10년 이래 가장 책을 적게 읽은 달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다행히(?) 중반 이후 뜻하지 않게 쉴 시간이 생겼고, 책도 좀 읽을 수 있었다. 그렇게 2월에는 모두 17권 읽었다.

 

다음은 2월 한 달 동안 읽은 책 목록이다.

 

제목

저자

출판사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소도시

윤혜준

아날로그

승리는 언제나 일시적이다

로버트 자레츠키

휴머니스트

과학에서 가치란 무엇인가

케빈 엘리엇

김영사

마이크로바이옴, 건강과 노화의 비밀

브렛 핀레이, 제시카 핀레이

파라사이언스

캐서린 앤 포터

캐서린 앤 포터

현대문학

100년 전 영국 언론은 조선을 어떻게 봤을까?

최성락

페이퍼로드

유신 그리고 유신

홍대선

메디치

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1

청위안

리드리드출판

진화의 렌즈로 본 생명의 아름다움

에그버트 자일스 리, 크리스티안 지글러

북스힐

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 우주 탄생부터 산업혁명까지

오미야 오사무

사람과나무사이

몸으로 읽는 세계사

캐스린 페트라스, 토스 페트라스

다산초당

사연 있는 그림

이은화

상상출판

신의 기록

에드워드 돌닉

책과함께

다윈의 사도들

최재천

사이언스북스

부의 빅 히스토리

마크 코야마, 재러드 루빈

윌북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

김도영

위즈덤하우스

우리 시대의 밀리언셀러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박돈규

북오션

 

소설은 캐서린 앤 포터의 캐서린 앤 포터한 권이다. 로버트 자레츠키의 승리는 언제나 일시적이다와 박돈규의 우리 시대의 밀리언셀러는 어떻게 탄생했는가가 책에 관한 책이고, 문학에 대해 좀 다루고 있다.

 

과학 관련한 도서로는, 케빈 엘리엇의 과학에서 가치란 무엇인가, 브렛 핀레이와 제시카 핀레이의 마이크로바이옴, 건강과 노화의 비밀, 에그버트 자일스 리와 크리스티안 지글러의 진화의 렌즈로 본 생명의 아름다움, 오미야 오사무의 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최재천의 다윈의 사도들정도다.

 

역사에 관한 책으로는, 최성락의 100년 전 영국 언론은 조선을 어떻게 봤을까?, 홍대선의 유신 그리고 유신, 캐스린 페트라스와 토스 페트라스의 몸으로 읽는 세계사, 에드워드 돌닉의 신의 기록, 마크 코야마와 재러드 루빈의 부의 빅 히스토리정도다.

 

이은화의 사연 있는 그림은 미술에 관한 책이었고, 청위안의 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1은 심리학이기도 하고, 역사 이야기이기도 하다. 김도영의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는 인터넷서점을 보면 경제, 경영에 관한 책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 책들에 대해서 다시 개인적 평점을 매겨보면 다음과 같다.

 

제목

저자

평점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소도시

윤혜준

★★★★☆

승리는 언제나 일시적이다

로버트 자레츠키

★★★★☆

과학에서 가치란 무엇인가

케빈 엘리엇

★★★★☆

마이크로바이옴, 건강과 노화의 비밀

브렛 핀레이, 제시카 핀레이

★★★★

캐서린 앤 포터

캐서린 앤 포터

★★★★☆

100년 전 영국 언론은 조선을 어떻게 봤을까?

최성락

★★★★☆

유신 그리고 유신

홍대선

★★★★☆

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1

청위안

★★★★

진화의 렌즈로 본 생명의 아름다움

에그버트 자일스 리, 크리스티안 지글러

★★★★☆

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 우주 탄생부터 산업혁명까지

오미야 오사무

★★★★

몸으로 읽는 세계사

캐스린 페트라스, 토스 페트라스

★★★★☆

사연 있는 그림

이은화

★★★★★

신의 기록

에드워드 돌닉

★★★★☆

다윈의 사도들

최재천

★★★★

부의 빅 히스토리

마크 코야마, 재러드 루빈

★★★★☆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

김도영

★★★★☆

우리 시대의 밀리언셀러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박돈규

★★★★

 

별 넷 반을 준 책은 많은데, 다섯 개를 온전히 주게 되는 책은 이은화의 사연 있는 그림하나다.

 

 

사연 있는 그림

이은화 저
상상출판 | 202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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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트를 | 추천 14        
2000년대 밀리언셀러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 책을 읽다 2023-02-2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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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 시대의 밀리언셀러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박돈규 저
북오션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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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기자 박돈규가 2000년대에 잘 팔린 책들, 정확히는 100만 부 이상 팔린 밀리언셀러를 모아 그 배경과 과정을 해부하고 있다. 2015년에 나온 책이니 2014년까지의 밀리언셀러를 다루고 있는데, 모두 20개다(‘이 아니라 라고 하는 이유는 단행본이 아닌 경우도 좀 있기 때문이다). 내 생각보다 많다. 매년 1개 이상이 밀리언셀러가 나온다는 얘기다. 그리고 예상외의 밀리언셀러들도 많다. 잘 팔린다는 소문을 듣거나, 몇몇 사이트에서 확인하는 책은 있었지만, 그것들이 얼마나 팔리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둘 처지가 아니었기에 그런지 모르지만 케이트 디카밀로의 모모라든가 이미나의 그 남자 그 여자, 심승현의 파페포포 메모리즈같은 책들은 서로 다른 의미에서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밀리언셀러다.

 

종류는 다양한 듯 한정되어 있다. 미생이라든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파페포포 메모리즈와 같은 만화,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같은 철학서가 포함된 것을 보면, 꽤나 다양한 것 같지만, 실상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조정래의 정글만리,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김훈의 칼의 노래,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이건 의외다) 같은 소설이나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론다 번의 시크릿, 호아킴 데 포사다의 마시멜로 이야기, 샤이쇼 히로시의 아침형 인간, 켄 블랜차드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와 같은 자기계발서가 대부분이다.

 

이 책들이 어떻게 밀리언셀러가 되었는지를 박돈규 기자는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시대를 붙잡거나방송을 타거나강연으로 떠들거나교육열과 얽히거나대통령이 흔들거나새로운 시장을 뚫거나’......”

한 가지 이유가 아닌 듯 보이지만, 책 내용을 넘어서는 어떤 계기가 있기 때문에 그냥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고 봐야한다. 어떤 책은 기획력의 승리이고, 어떤 책들은 정말 기대하지 않았는데 팔렸고, 또 어떤 책은 드라마에 언급되어(모모처럼) 느닷없이 밀리언셀러가 되었다. 이미 출판했던 책을 제목을 정말 많이 고민해서 다시 내놓고는 대박을 친 책도 있고(대표적으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남이 사서 읽으니 나도 읽어야겠다며 읽은 책이 밀리언셀러가 되기도 했다. 그 과정들은 보면 일단 재미있고, 그 한 권을 만들기 위해, 팔리는 책을 만들기 위해 출판사의 편집자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피땀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도 든다. 그냥 내용만으로 밀리언셀러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니 말이다.

 


 

 

이 책에는 각 장마다 출판계의 뒷이야기, 혹은 통계 같은 것들을 곁들이고 있는데 이것도 꽤 읽을만하다. 2015년 이후에도 밀리언셀러들이 탄생했을 것이다(몇 가지 책이 떠오르긴 하지만 나는 구체적으로 어떤 책들이 밀리언셀러까지 되었는지는 모른다). 그 책들도 어떤 계기가 있었을 것이고, 또 출판사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책들이 밀리언셀러가 된 이유를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와 시대를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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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를 | 추천 14        
브랜드에서 배우는 것들 | 책을 읽다 2023-02-26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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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

김도영 저
위즈덤하우스 | 202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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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알려진, 혹은 일부로부터라도 맹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브랜드로부터는 배울 게 있다. 브랜드를 만들고,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도, 브랜드가 내세우는, 내지는 풍기는 메시지에서도. 어떻게 이루었는지와 같은 실용적인 관점도, 가치를 만들어내고, 전파하는 내용에 대한 공감도 모두 배울 수 있는 것들이다. 무엇에서든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넘어 브랜드라는 현대적 현상에는 분명 무언가 다른 게 있다. 브랜드 기획자 김도영은 바로 그, 특별한 브랜드로부터의 배움이라는 소재를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브랜드 자체가 흥미로우니 당연히 흥미로운 이야기이고, 그 브랜드로부터 나오는 이야기가 의미가 있으니 가치가 있다.

 


 

 

열여덟 개의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아니, 소개하고 있다기보다는 그 브랜드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여기에는 자신이 무척 애정하는 브랜드도 있고,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을 브랜드도 있다. 그러나 그는 이 모든 브랜드에서 그 브랜드만의 가치를 찾아내고, 그것이 우리 삶의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미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니까 놀랍거나, 혹은 부러운 브랜드에 대한 재미있는 뒷이야기에 그치는 게 아니라 브랜드를 내세운 우리 삶의 이야기인 셈이다.

 

여기의 열여덟 개의 브랜드 가운데 내 삶 속에서 크게 의미있는 브랜드는..., 솔직하게 없다. 네스프레소 정도가 내 삶 속에 들어와 있는 브랜드일 듯하고, 픽사(Pixar)나 프리미어리그 같은 정도나 경험하는 브랜드다. 나는 애플도 이용하지 않으며, TED 강연도 즐기지 않는다. 컨버스(CONVERSE)도 나이키의 조던도 한 번 신어본 적이 없다. 발뮤다(가전제품)는 박균호 씨의 책에서 접한 후로 들여다본 적이 있지만, 그 후로 잊었었고, 나머지 뵈브 클리코(샴페인)니 뱅 앤 울룹슨(오디오)이니, 크리드(향수), 로디아(노트)와 카우스(아트 토이), 리모와(여행 캐리어) 같은 것들은 정말이지 처음 들었거나, 거의 관심이 없었던 것들이다. 그런데 이 브랜드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읽으면서도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늘어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저자 김도영은 에필로그에 자신이 이 책에서 많이 써놓은 말이 무엇인지를 가늠해보았는데, 나는 한 세 번쯤 썼을 것 같은 뾰족한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브랜드가 세상에 나와 그 이름을 얻고, 가치를 인정받는 데 있어 어떤 뾰족함같은 게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것은 그저 특이함이나, 날카로움이 아니라 남과 다르거나, 비슷하더라도 보다 탁월한 무엇인가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라 받아들였다. 하나의 제품에 자신의 가치를 넣고, 사회적 요구를 담고, 혹은 대중의 감성에 기대고... 사실 이런 것들이 브랜드에서 배울 수 있는 거라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것보다는 나의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가 하는 것을 많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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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어떻게 부유해졌는가 | 책을 읽다 2023-02-2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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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부의 빅 히스토리

마크 코야마,재러드 루빈 공저/유강은 역
윌북(willbook) | 202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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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내용부터 간단히 요약해보자.

1부와 2부로 나눈 이 책에서 1부는 18세기 이후 대분기가 일어난 원인, 즉 왜 북서유럽에서 근대 경제 성장이 일어난 이유에 관한 기존의 연구들을 검토하고 있고, 2부에서는 그 이론들을 통합하여 저자들의 생각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1부에서도 각 이론들이 타당한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을 제시하고 있으며, 2부에서도 다른 연구자들의 이론을 자주 인용하고 있으므로 분명한 차이가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1부에서는 일반적인 이론을 다루고 있다면, 2부에서는 영국에서 비롯한 산업혁명에 의한 부의 증대가 서부유럽으로, 미국으로, 그리고 일본으로, 동아시아로, 결국은 중국으로 이어진 구체적인 사례를 분석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저자들은 검토하고 있는, ‘근대 경제 성장의 기원을 설명하는 이론은 지리, 제도, 문화, 인구 변동, 식민주의다. 일단 각각의 이론은 대표하는 저자가 있다. 지리와 관련해서는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 , , 제도와 관련해서는 노스와 토머스, 문화와 관련해서는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 중심에 있다. 인구 변동과 관련한 논의에서는 맬서스의 이론이, 식민주의에 관해서는 마르크스가 그 시원을 두고 있다. 이렇게 굵직굵직하고, 오랫동안 버티고 서 있는 이론가들의 이론이 있지만, 저자들은 이들뿐 아니라 최근 많은 연구자들의 저서를 최대한 많이 분석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각 이론이 설명하고 있는 바와 그렇지 못한 것을 모두 이야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리는 분명히 국가가 서로 다른 경제적 성과를 내도록 하는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모든 것의 답이 될 수 없다. 만약 지리가 그토록 결정적인 원인이었다면 우리의 운명은 지리적 변화가 결정된 이후, 수천 년 동안 변하지 않았을 것이며, 사람이 능동적인 면을 인정할 여지를 제한하게 된다. 제도와 관련해서는 법치를 지탱하고 소유권을 보장하는 제도가 사회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래서 결국은 제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동일한 제도가 지역마다 다르게 작동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 민주적 제도가 어느 지역에서는 성공적으로 작동하지만 그렇지 못한 지역도 있으며, 민주적 제도 없이도 경제적 성장을 이루는 국가도 있다. 식민화와 관련해서도, 식민화가 근대 세계를 만드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지만(일부 유럽 국가에 거대한 부를 안겨주었고, 과거 식민 국가들은 지금도 그 여파를 받고 있다), 식민화를 경험한 나라 중에서도 어떤 국가는 경제적 번영을 이루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 추가로 필요하다.

 

저자들은 이러한 경제적 번영의 원인에 관한 여러 이론들을 검토한 후, 경제적 번영을 선도한 국가와 추격한 국가들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앞서의 이론들도 그렇지만, 여기서도 가장 중요한 질문은 왜 다른 곳도 아닌 영국을 위시한 북서유럽이 어느 시점 이후에 지중해를 낀 남유럽을 제치고, 이슬람의 중동을 제치고, 중국을 제치고 경제 성장의 주인공이 되었느냐는 것이다. 이에 관한 명확한 답을 하기 위해서 저자들은 왜 유럽은 서로마 제국이 몰락한 뒤 수백 년간 유라시아의 다른 지역들보다 뒤처졌을까?”, “유럽에서 위대한 풍요의 무대가 마련되는 19세기 이전 200~300년 동안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왜 북서유럽이 처음으로 근대적 경제성장을 이룬걸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저자들은 제도의 중요성을 우선시하고 있다. 제도야말로 경제 성장의 핵심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제도는 아무것도 없는 진공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지리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영국의 경제 성장의 바탕이 된 제한된 권력 지형이라든가, 의회제도 등이 나타나게 된 원인도 영국이 위치한 지리적 이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 역시 제도 발전과 밀접한 상호 작용을 한다. 이 지점에서 조지프 헨릭이 위어드에서 밝힌 중세 이후 기독교회가 남긴 유산, 즉 친족 집단의 해체가 낳은 문화적 변화를 만나게 된다. 물론 이것만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요인이 제도와 관련되어 있지만 말이다. 요약하자면 다른 곳도 아닌 영국에서, 그 시점에 산업혁명이 일어난 원인으로 제한적인 통치구조, 거대한 국내 경제 규모, 대서양 경제에 대한 접근성, 폭넓은 기반의 고숙련 기계 노동자의 존재 등이 바로 영국에 모두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음으로는 독일을 비롯한 북서유럽의 추격, 미국의 발전 등을 다루고 있으며, 일본이 어떤 이점을 가지고 발전할 수 있었으며, 그다음으로는 동아시아의 네 호랑이, 즉 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의 발전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끝으로는 중국이 어떻게 단시간에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모두 다른 원인을 제시하면서도 결국엔 하나로 모아진다고 볼 수 있다. 앞선 국가들의 본보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그 본보기가 그 지역, 그 국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때 비로소 경제 성장을 가져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보편성보다는 특수성을 말하는 것 같고, 또 뒤집어 보면 그 특수성이야말로 보편성의 한 면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세상은 부유해졌다. 사실 많은 책이 이런 점보다는 부의 불평등을 강조하지만, 이 책은 바로 이 점. 세상이 분명히 부유해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도 아직도 극빈 상태에 있는 10억 인구를 언급하고 있다. 다만 지금의 추세로 보았을 때 그런 극빈 인구는 급속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다만 한 가지 드는 의문, 혹은 질문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있다. 그런 사하라 남쪽의 국가들, 라틴아메리카의 일부 국가들, 동남아시아의 국가들에서 극빈 상태의 탈출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대한 방안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현재 경제 성장을 이룬 국가들이 걸어온 길이 비슷한 듯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인데, 과연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없는 셈이다. 무척 흥미롭게 읽었으면서도 끝내 찜찜한 기분을 남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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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이 만난 열두 명의 다윈주의자들 | 책을 읽다 2023-02-24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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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다윈의 사도들

최재천 저
사이언스북스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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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기획에 관해서는 꽤 오래전에 들었다. 다윈 탄생 200주년이 2009년이었고, 그해에 최재천 교수는 세계의 다윈주의들과의 인터뷰를 하고 다녔다. 그게 벌써 십여 년 전인 셈이다. 이제야 책이 나온 것이 다소는 의아하지만, 이제라도 출판되어 읽을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 여긴다.

 

열두 명의 유명다윈주의자들을 만났다(에드워드 윌슨이 빠진 것은 못내 아쉽다. 그가 빠진 사정에 대해서는 <맺음말>에 담고 있다). 이 열두 명 가운데는 우리 독서 시장에서도 매우 비중 있는 이들이 많다. 리처드 도킨스는 말할 것도 없고, 스티븐 핑커, 대니얼 데닛, 스티브 존스, 매트 리들리, 마이클 셔머, 제임스 왓슨과 같은 이들이다. 독서 시장이라고 했지만, 리처드 도킨스나 제임스 왓슨과 같은 이들은 영향력이 그저 책 읽는 사람에게만 미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들의 책을 다 읽어봤고, 그밖에도 피터와 로즈메리 그랜트, 헬레나 크로닌, 재닛 브라운의 책도 읽었다. 식물학 전공인 피터 크레인과 영장류학자 마쓰자와 데쓰로만 문자로 접하지 못했던 이들이다(책 뒤에 붙어 더 읽을거리를 보면 이 둘의 경우엔 단 한 개만 언급되고 있기도 하다. 심지어 피터 크레인의 경우엔 근간의 딱지가 붙어 있다). 그러니 나도 이 책을 읽으며 이들의 생각을 떠올리며 공감하고, 반박할 만한 기본적인 바탕은 되어 있는 셈이라 자부해 본다.

 


 

 

최재천 교수도 사람들이 어찌 생각할지 몰라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이 책이 비전문가가 전문가에게 묻는 형식의 인터뷰는 아니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재천 교수가 저명한다윈주의자이고,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었으니 이 인터뷰들이 통상의 인터뷰와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최재천 교수가 공감하며 배우는 듯한 자세를 취하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자신의 의견을 확인하고, 혹은 반박도 하며 상대방의 전투력을 높이려는 태도가 엿보이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또한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은(에드워드 윌슨의 경우도 포함해서) 다윈주의자들도 자주 언급하면고 있어서, 단지 열두 명의 다윈주의자의 생각을 듣는다기보다는 최재천 교수 자신을 포함한 현대 다윈주의자들의 생각의 폭넓은 지평을 살펴보는 느낌이 든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움을 느끼는 경우는 동일한 질문이나 사항에 대해서 서로 다른 생각을 펼치는 부분을 발견할 때다. 특히 종교관에 대한 부분이 그러한데, 최재천 교수가 자주 자신의 종교적 상황을 변명처럼, 혹은 얘기의 화두처럼 꺼내고 있는 것은 조금은 지겹기는 해도 이에 대한 반응들이 서로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과연 이 문제가 많은 다윈주의자들의 주장과 의견을 들어야 하는 문제인가 하는 의문은 들지만, 그만큼 종교와 과학의 관계는 첨예하면서 논쟁적이고,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거의 모두 종교를 갖지 않고 있다는 것만큼은 일치하는데, 최재천 교수는 지금도 교회를 다니고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또한 이 책에서 역시 흥미로운 부분은 다윈주의자들 사이의 관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최재천 교수가 스티브 제이 굴드를 못마땅해하는 것은 너무 노골적이다 싶어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을 정도다(약간은 내비친다). 빌 해밀턴을 둘러싼 여러 인연들, 제임스 왓슨과 에드워드 윌슨이 서로 으르렁대며 싸웠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는 둘도 없는 절친이 되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다. 이렇게 보면 중요한 진화에 관한 내용, 다윈에 관한 내용보다는 소소한 사람 관계에 더 집중한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다만 사람 사이의 관계가 제일 재미 있을 뿐이다.

 

최재천 교수는 인터뷰의 마지막마다 여기의 열두 다윈주의자들에게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다윈은 왜 중요한가?” 사실 이 인터뷰들의 의도상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원래는 마이클 셔머의 질문이었던 이 질문에 대해 다윈주의자들은 다윈의 역사적 의미와 관련하여 답하기도 하고, 현대적 계승을 중시하기도 하고, 개인적인 의미에 초점을 맞춰 답하기도 했다. 어떤 이는 피터 그랜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말해주었다고 하고, 헬레나 크로은 다섯 가지로 나누어 장황하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녀가 말한 것 중 생명의 영역을 과학의 범주를 끌어들였다는 내용은 스티브 존스가 생물의 과학을 발명했다는 말고 연결된다. 리처드 도킨스는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공한 사람이라는 답변을 하고 있으며, 피터 크레인은 진화론적 사고를 모든 학문에 적용할 수 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고 있다. 가장 인상 깊은 답변은 대니얼 데닛의 것인데, 그는 다윈은 탄소 원자와 포도당 분자가 어떻게 시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 준 사람이었습니다.”라고 하고 있다. 역시 철학자!

 

아마도 이 인터뷰를 2009년이 아니라 그 10년 후에 했다면 여기에 있는 이들을 다 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 사정은 역시 <맺음말>에 담고 있는데, 사람의 인생사가 그렇듯 과학자들의 인생사도 언제나 평탄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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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다윈의 사도들 | 한줄평 2023-02-24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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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다윈주의의 현재를 알려면... 물론 이들이 전부는 아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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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가 바늘귀를 통과? | 책을 읽으며 2023-02-2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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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들은 얘기지만 확실히 기억하기 위해 기록해둔다.

 

이집트 고대문자가 기록된 로제타석을 해독한 토머스 영과 샹폴리옹의 분투기를 그린 신의 기록에서 에드워드 돌닉은 종종 낯선 문자를 해독하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에 대해서 쓰고 있다. 그중 하나가 필사의 어려움인데, 글자를 베껴 쓰는데 잘못 베껴 쓴 한 문자가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져오는지에 관해 성경의 예를 들고 있다.

 

예컨대 기독교 성경의 가장 유명한(그리고 가장 당혹스러운) 구절은 필사의 잘못으로 탄생했을 것이다. 예수는 사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너희들에게 말하건대,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를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

기독교 초기 이래 학자들은 이 이상한 이미지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낙타라니? 서기 5세기에 알렉산드리아의 키릴로스가 처음 주장하고 현대의 여러 작가들이 지지한 한 이론은 현실적인 설명을 제시한다. 키릴로스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낙타밧줄에 해당하는 말이 거의 흡사했다고 지적했다. ‘낙타는 kamilos, ’밧줄kamelos였다. 아마도 전승 과정에서 어느 땐가 피곤한 필사공이 밧줄낙타로 잘못 썼고 그 이후 여러 세대의 성경학자들을 거치면서 잘못이 유지됐을 거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제 낙타가 아니라 밧줄이 맞거나, 혹은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더라도 여전히 낙타가 바늘귀를 빠져나가는 것이라는 표현을 버리지 못한다.

 

 

신의 기록

에드워드 돌닉 저/이재황 역
책과함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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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타석을 해독한 두 천재 이야기 | 책을 읽다 2023-02-2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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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신의 기록

에드워드 돌닉 저/이재황 역
책과함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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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로제타석에 대해서부터. 1799년 이집트 원정을 떠난 나폴레옹 군대의 장교 부샤르 휘하의 병사가 나일강 하구의 로제타라는 마을에서 비석 조각을 발견한다. 상단에는 고대 이집트문자(흔히 신성문자라고 하고, 이 책에서는 성체자라 번역), 중단에는 또 다른 이집트문자(흔히 민중문자라 번역하지만, 이 책에서는 간자체라 번역하고 있다), 그리고 하단에는 그리스 문자가 새겨져 있다. 로제타석은 고대 이집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신비화되고 있던 상황에서 그 시기의 문자를 해독할 수 있는 열쇠가 되리라 여겨졌다.

 


 

 

에드워드 돌닉의 신의 기록은 바로 그 로제타석을 기반으로 고대 이집트 문자 해독에 나선 두 천재의 이야기를 뼈대로 하고 있다. 두 천재란 토머스 영이라는 영국의 그야말로 마법사 같은 천재와 어려서부터 이집트 문자를 해독에 온 생애를 바친 샹폴리옹을 말한다. 이 둘의 이야기를 뼈대로 하고 있다는 건, 이 둘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긴 하지만, 이들만으로 이 책을 가득 채웠다는 건 아니란 뜻이다.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의 진실에서 시작해서, 로제타석이 프랑스가 아닌 영국 박물관에 소장되게 된 사연, 많은 언어학자들이 고대 이집트 언어 해독에 실패하게 된 이유, 여러 약탈자 혹은 수집가의 활약과 함께 영과 샹폴리옹의 개인적 삶에까지 돋보기를 들이대고 있다.

 

영과 샹폴리옹은 둘 다 천재였지만, 아주 다른 천재였다. 영은 그야말로 다방면의 천재였다. 그의 이름은 영의 이중슬릿 실험이라는 것으로 현재 물리학 교과서에도 등장하는데, 빛의 성질에 관해 뉴턴의 이론에 도전장을 내고 인정받았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저자로서 음향학에 대해 의뢰받았을 때 자모, 연금, 인력, 모세관 현상, 응집력, 색깔, 이슬, 이집트, 거푸집, 마찰, 훈륜, 성체자, 수력학, 운동, 저항, , , 조류, 파동, 그리고 의료에 관해서 쓸 수 있다고 할 정도였다. 그에게 이집트 문자 해독은 진지한 주제이긴 했지만, 거기에만 힘을 쏟지는 않았다.

 

반면 샹폴리옹은 어렸을 적부터 이집트 문자 해독에 평생을 바치겠다고 다짐을 하고, 끝까지 그 분야만을 지켰다. 자신이 공부하는 것은 모두 그것을 위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언어를 습득했는데, 특히 콥트어를 배우면서 그것이 이집트 고대 언어를 해독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고, 실제로 그랬다.

 

사실 세 가지 문자로 쓰여진 로제타석이 발견되고 난 직후에는 금방 문자가 해독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같은 내용이 쓰여졌고, 그리스 문자는 알고 있으니 이집트 문자도 그에 상응하게 해석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20년이나 걸리고 말았는데, 에드워드 돌닉은 여러 차례, 그리고 자세히 그 사정을 설명하고 있다. 그것은 주로 자연 언어가 가지는 특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1:1로 단어를 대응해서 돌에 새기지도 않았거니와, 암호가 아닌 자연언어가 어떤 분명한 규칙만으로 가지고 쓰여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돌파구는 프톨레마이오스라든가 클레오파트라와 같은 (이집트의 입장에서) 외래어였다. 카슈투라라고 하는 박스 안에 있는 문자가, 하나하나 의미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나타내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영의 업적인데, 이는 과거에(그리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이집트 문자가 상형문자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이뤄낸 것이었다. 하지만 영은 거기서 멈춰서게 되는데, 더 자유로운 사고를 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다른 데 관심을 돌려야 하는 마법사 천재의 숙명 같은 것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샹폴리옹은 이름만이 아니라 밖에 쓰여져 있는 일상 언어도 소리값으로 나타낸 것이란 것을 발견하면서 1천 년 넘게 아무도 해독해내지 못했던 이집트 성체자를 완전 해독하는 데 이르게 되었다. 로제타석이 신의 기록이 아니란 것을 인지했기 때문에 다다른 업적이기도 하다.

 

에드워드 돌닉의 책은 이와 같은 영과 샹폴리옹의 활약뿐만 아니라, 언어를 표기하는 문제, 낯선 언어를 알아가는 데 따르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해서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우리가 언어, 특히 문자를 아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를 새삼 깨닫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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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사연, 그림의 사연 | 책을 읽다 2023-02-2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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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연 있는 그림

이은화 저
상상출판 | 202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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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의 글에서 책에 관한 얘기를 읽고, 책을 사서 읽었는데, 그 사람이 받은 인상보다 더 좋은 느낌을 가지게 된 것 같다면... 고마움과 함께 그의 안목, 더불어 나의 안목(그를 믿었으니)에 뿌듯해진다. 이은화의 사연 있는 그림이 바로 그런 경우다.

 


 

 

당연한 얘기지만 모든 그림에는 사연이 있다. 그림을 그린 화가의 사연도 있다. 화가의 사연이 그림의 사연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의 경우가 그렇다. 다 빈치가 (아마도) 조콘다 부인을 그리고, 그 그림을 평생 간직한 것은 다 빈치의 사연이지만, <모나리자>라는 그림이 전 세계적 유명세를 타게 된 도난 사건은 다 빈치의 사연이 아니라 <모나리자>라는 그림의 사연이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라는 그림을 감상할 때(과연 그게 가능한지와는 별도로) 화가의 사연과 그림의 사연을 안다는 것은, 그저 앞사람의 머리 너머로 보이는 작은 그림 조각을 봤다는 것에 만족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렘브란트의 <야경>(이 책에선 주로 <야간 순찰>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고 있다)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의 원래 제목과 색감이 어땠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고, 이 그림이 어떤 운명을 거치며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에 위치하게 되었는지를 아는 것도 그 앞에 섰을 때의 막대한 감흥에 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실제 나의 경험이다). 그림을 그린 화가에도 희노애락이 있었고, 그림에 그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그림이 거쳐온 사연마저도 희노애락 비슷한 것이 있다. 우리는 그림에서 물감의 흔적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연을 읽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가령 이런 것이다. 니키 드 생팔이라는 화가가 있다(솔직하게 이 책 전에 나는 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들어본 적이 있었을지라도 나는 기억을 못한다). 이 책에 소개한 다섯 명의 여성 화가 중 한 명인 그녀는 사격 회화(Shooting Paintings)’라는 분야를 개척했다고 한다. 물감 주머니가 숨겨진 흰색 부조 위에 총을 쏘아 물감이 튀고 흐르도록 하는 추상화다. 행위의 폭발성과 작품의 의외성이 한데 어우러지는 셈이다. 그런데 그걸 이라는 매체에 주목을 하고, 색감을 감상하는 것만이 그녀의 그림을 이해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의 사연이 이야기한다. 그녀는 사격 회화를 시작하던 해에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1961년 난 아버지를 향해 총을 쏘았다. (...) 내가 총을 쏘는 이유는 총 쏘기가 재미있고 나를 최고의 기분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재미로? 그게 아니다. 아버지를 쏜다? 그렇다면 패륜? 혹은 정신학적 의미? 역시 아니다. 그녀는 열한 살에 아버지에게 당했다. 그녀에게 총은 아버지에 대한 분노이자 복수의 표출이었던 것이다. 또한 자기 치유의 방식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렇게 보면 그녀의 행위와 그림은 다시 보인다. 사연의 힘이며, 의미다.

 


 

 

서른 두 명의 화가와 그들의 사연을 다루고 있다. 몰랐던 화가에 대해서 알게 된 것도 즐거운 책읽기로 이끌었지만, 알고 있는 화가의 몰랐던 사연은 더욱 흥미롭다. 화가 한 명 한 명의 인생을 모두 추적하지도 않고, 그림 하나를 세세히 분석하지도 않았지만, 화가의 삶이 박히고, 그림의 의미가 다가왔다. 그림을 보는 눈이 조금은 깊어졌다. 더불어 한 사람의 인생이 표출되는 방식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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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부분마다 담긴 역사 | 책을 읽다 2023-02-2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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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몸으로 읽는 세계사

캐스린 페트라스,로스 페트라스 공저/박지선 역
다산초당 | 202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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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야! 역사를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역사를 쓴다. 아주 정통적으로 쓰는 경우도 있고, 그런 진지한 역사가 울림을 주는 경우도 많다. 요새 유행하든 세계()를 바꾼어쩌구 저쩌구 하듯이 쓰는 경우도 많다. 어떤 소재나 주제에 집중하는 방식인데, 그런 경우에 잘만 하면 역사에 흥미를 더해준다(언제나 과장의 위험성은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경우는 좀 다르다. 소재가 우리 몸, 정확히는 몸의 일부분들이다. , , 다리, , 심장, 머리, , , 턱수염 등등. 그리고 그 몸의 주인들이 특정되고 있다. 머리의 주인은 찰스 1세와 올리버 크롬웰이고, 코의 주인은 (당연하게도) 클레오파트라이다. 다리의 주인은 티무르, 턱수염의 주인은 고대 이집트의 여왕이었던 핫셉수트, 심장은 앤 불린, 장은 마르틴 루터가 주인이다. 바이런 경은 발을 내놓았고, 카를로스 2세는 (역시 당연하게도) 턱을 내놓았다. 미국 독립의 영웅이자, 미합중국 1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무엇의 주인으로 역사에 기록되고 있을까? 바로 의치(醫治). 예상했는가?

 

아무튼 그렇게 우리 몸의 스물 일곱 부분의 주인이 있고, 그 몸의 일부분과 그 주인을 통해 역사가 쓰여지고 있다. 물론 그 역사 이야기들은 다소 파편적이긴 하지만, 적어도 순서대로 다루고 있으며, 그저 단순한 흥미만 불러일으키는 것도 아니다. 그 시대에 왜 그 몸의 부분이 문제가 되었는지를 따라가다보면 시대적 모순도 따라오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 인간의 분투도 느껴진다.

 


 

 

읽으며 기분 좋은 것은 의외의 것들을 참 많이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집트의 여왕의 권위를 위해 턱수염을 달았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고대 그리스에서는 음경이 작은 것을 선호했다는 아주 뜻밖의 사실도 알게 된다(그래서 제우스 조각상의 음경이 그리도 작은 것이다). 성 커스버트의 손톱은 성물(聖物)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고, 찌에우 티 찐의 가슴, 쇼크 부인의 혀라든가, 알 마아리의 눈, 치우진의 발, 프라다 칼로의 척추와 같은 얘기들은 이 책이 그저 유럽과 미대륙 중심의 서양 역사만을, 그리고 남성의 역사만을 위주로 다룬 천편일률적인 책이 아니라는 것을 적절히 보여준다(순서대로 베트남, 멕시코, 아랍, 중국, 다시 멕시코의 이야기다). 그래서 신난 건 나와 같은 독자가 아닐까 싶다. 책을 읽는 것은 아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모르는 세계를 헤엄치며 야금야금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더 매력적인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새로운 방식의 역사 서술은 재미있으면서, 그만큼 새로운 것을 많이 알려준다.

 

언드그라운드 레일로드의 역사에 관해 얼핏 알고, 소설로도 읽었지만, 그 조직의 영웅이었던 해리엇 터브먼을 처음 알았으며, 리처드의 굽은 등이 셰익스피어에 의해 어떻게 왜곡되었는지도 처음 알았다. 바이런 경이 신체적 결함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게 그의 시와 여성 편력에, 그리고 일상 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리고 그의 진심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바가 없었다. 1차 세계대전을 불러온 빌헬름 황제의 팔이 그랬다는 것도 그렇다. 이 책은 이런 것들을 알려준다.

 

몸을 통해 세계사를 이야기하는 책, 몸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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