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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키운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해부하다 | 책을 읽다 2023-06-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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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베르베르의 조각들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저
레퍼런스 바이 비(REFERENCE by B) | 202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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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에 이어 이런 책이 나오다니,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있는 건 분명한가 보다. 오죽하면 베르베르를 두고, ‘프랑스가 낳고 한국이 키운 작가라고 할까. 묘하게도 일본에서는 거의 관심받지 못하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개미에서부터 최근 꿀벌의 예언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우리나라 말고 베르베르가 인기가 있는 국가는 러시아라고 한다).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가 베르베르가 작가로서 어떻게 작가가 되고, 어떻게 글을 쓰는지를 고백하고 있는 자서전이라면, 베르베르의 조각들은 베르베르를 한국인 독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다양한 각도에서 해부하고 있는 책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사진과 함께 시간별로 소개하고 있는 부분과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한 소소한 정보, 인용이 앞뒤로 절반쯤은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베르베르와의(소설가로 데뷔한 그의 아들도 포함하여) 인터뷰, 그의 첫 작품 개미를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한 이후 지금까지 베르베르의 작품을 독점적으로 출판하고 있는 열린책들의 홍지웅 대표와의 인터뷰, 최근 작품들을 거의 번역하고 있는 번역가 전미연과의 인터뷰, SF 애독자이면서 평론가 심완선의 짧은(그렇지만 상당히 복잡한) 평론, 여러 독자들의 베르베르(의 작품)와 관련한 경험담, 젊은 독자 세 명의 대담,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베르베르라는 소설가를 요목조목 살피고 있다는 게 꼭 맞는 표현인 셈이다. 그런데 몇 가지는 반복되고 있는데, 한 가지는 그의 상상력이고, 또 한 가지는 성실성이다. 개미에서부터 그의 작품은 단순히 인간 사회를 있는 그대로 그려낸다기보다는 다른 종의 동물들, 신의 세계, 혹은 우주 등 우리의 감각으로는 아직 닿지 않는 세계로 확장되어 있다. 그런 세계를 그리기 위해서는 당연히 상상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베르베르는 그 부분에 있어서는 천부적이다. 성실성과 관련해서는 그가 30년 동안 매년 10월 경에 책을 내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지금껏 지켜오고 있다는 얘기 하나로 다 설명이 된다.

 

또 한가 자주 언급되는 것은, 그가 SF 작가냐 아니냐는 논란이다. 거의 모든 인터뷰어와 글쓴이가 이 문제를 언급하고 있는데, 그의 작품이 SF라고 하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는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그런 건 이른바 하드 SF라는 좁은 장르에나 해당되는 것이지, 그래도 소프트 SF라고 하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SF라고 할 수 있다, 혹은 그의 작품이 우리나라에 SF의 토양을 심어준 것은 분명하다, 또 그의 작품이 SF냐 아니냐 하는 게 큰 의미는 없다는 식(그의 소설의 장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다!)으로 이야기를 나온다.

 

개인적인 얘기를 하자면, 나는 그의 작품을 꽤 읽었지만, 또 꽤 읽지 않았다. 한 절반 쯤 읽었을까? 나오면 반드시 찾아 읽는다는 정도는 아니고, 기회 되면(또는 좋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어디선가 주워들으면) 읽는 독자라는 얘기다. 그건 또한 그의 열렬한 독자는 아니라는 얘기인데, 그 이유가 바로 그의 작품을 읽다 보면 좀 황당무계한 느낌이 들어서이다. 좋게 보면 상상력의 소산이고, 나쁘게 보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게 어느 정도 잘 타협이 되고, 비중이 잘 조절이 되면 무척 좋게 읽게 되고, 그게 좀 쏠려 있다 싶으면 긍정적인 평가를 주기가 꺼려지는 형편이다.

 

한국이 키운 작가, 그리고 한국을 좋아하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를 좀 더 알고 싶다면 많은 정보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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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베토벤 | 책을 읽다 2023-06-3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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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간으로서의 베토벤

에드먼드 모리스 저/이석호 역
프시케의숲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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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와 더불어 베토벤은 음악 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라 일컬어진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매우 다른 성격의 인물이었고, 또 음악을 들었을 때도 매우 다른 느낌을 준다. 생애도 달랐다. 모차르트가 전형적인 천재의 삶을 살았다면, 베토벤은 선천적 천재라기보다는 노력을 통해 천재의 고지에 올라선 것 같은 인물이다. 모차르트는 당대 음악가에게 굴레처럼 씌워져 있던 직업적, 신분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투쟁하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떴지만, 베토벤은 바로 그 제약을 최초로 극복해낸 음악가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베토벤과 관련해서는 청각 상실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음악을 작곡해낸 불굴의 의지를 지닌 인물로 묘사되고, 우리는 그런 사실에 경이로움을 표한다. 위대한 작곡가다. 그런데, 그렇다면 인간으로서의베토벤은 어떤 삶을 살았나? 에드먼드 모리스는 바로 그 인간베토벤을 조명하고 있다.

 


 

 

인간베토벤을 조명하고 있지만, 책의 맨 첫 부분과 끝 부분에서는 베토벤 음악의 경이로움을 한껏 드러낸다. 눈으로 세상이 정지된 상황에서 울려퍼지는 <교향곡 5> 운명에 모든 사람이 얼어붙었던 장면. 헛간에서 연주되는 베토벤의 <대푸가>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화재에도 사이렌도 울리지 않고 조용히 불길을 잡았던 소방대원들의 모습. 베토벤의 신화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으로서 베토벤을 추적하면 정말 한 인간이 보인다. 아버지의 강요로 피아노 연습을 해야만 했던 수줍은 소년에서 시작하여 청각을 상실하는 고통, 사랑하는 연인(‘불멸의 연인’)을 그대로 떠나보내야 했던 아픔을 겪었고, 결국은 우리에게 위대한 음악을 남겨준 불멸의 작곡가, 베토벤이 아니라 여러 면에서 감정적이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미숙하고, 돈을 밝히며, 명성에 집착했고, 심지어 조카를 두고 양육권 싸움을 벌였던, ‘인간베토벤이 있었다.

 

베토벤은 음악 역사상 프리랜서 음악가의 자유를 누린 인물이었다. ‘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으로 이어지는 계보에서 최초로 음악가 자체로 인정받은 인물이었던 것이다. 열렬한 추종자를 거느리며 많은 수입을 올렸던 음악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후원하는 귀족층의 입맛에 맞는 음악을 작곡하는 데 열중했다. 그는 자신의 능력만으로 그 자리에 올랐다고 할 수 있으나, 그 역시 사회적 관계에서 성공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그 역시 완전히 독립된 음악가라기보다는 음악가와 귀족이 서로 각자의 자존심을 유지한 채 상호 의존적 관계를 구축했던 것으로 모리스는 평하고 있다. 묘한 줄타기를 했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게 바로 베토벤이었던 셈이다.

 

몇 가지 새로 알게 된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은 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이라는 계보다. 이게 생물 연대로 봤을 때 맞는 순서이고, 베토벤이 모차르트를 만나서 배움을 청한 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으로 봤을 때는 하이든에서 베토벤으로 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베토벤은 하이든과 밀고당기는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교향곡 3번 영웅>에 관련해서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그런 극적인 장면은 없었다는 점(https://blog.yes24.com/document/18193847), 교향곡 5번과 6번의 순서가 베토벤이 생각했던 것과는 바뀌었다는 점(베토벤은 <전원> 교향곡을 먼저 작곡 완료했다. 그래서 그는 <전원>을 다섯 번째 교향곡으로, 그보다 먼저 작곡을 시작했지만 나중에 완성한 <운명>6번 교향곡으로 여겼다고 한다) 등을 음악사의 자투리 상식처럼 남을 것이다.

 

영화로도 제작된 불멸의 연인과 관련해서는 그 진실이 밝혀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대상이 누구인지도 알게 되었다. 또한 그가 조카인 카를을 두고 동생의 아내와 치열한 법정 다툼을 벌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평생 결혼하지 않아 아내도, 자식도 없던 베토벤은 조카를 자신의 아들로 두고 싶었는데, 그걸 법정까지 이끌고 가 엄마로부터 양육권을 빼앗았다는 것은, 그의 집착이 편집증에 이르렀던 것이 아닌가 짐작하게 한다.

 

베토벤의 음악을 가끔씩 틀어놓고 읽었다. 음악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베토벤이라는 인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음악보다는 인간을 이야기하고 있어 그래도 읽을 수 있었다. 과학에도, 미술에도, 그리고 음악에도 사람 이야기가 재밌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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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3번 교향곡 영웅에 얽힌 이야기, 신화 | 책을 읽으며 2023-06-29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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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3<영웅 교향곡>과 관련해서는 잘 알려진 일화가 있다.

나폴레옹을 흠모했던 베토벤이라 자신이 작곡한 교향곡에 <보나파르트라는 제목의 대교향곡>이라는 제목을 붙였는데, 나폴레옹이 스스로 프랑스 황제에 등극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분노하여 그 역시 다른 이들 위에 군림하는 독재자가 될 것이다!”라고 외치며 악보 타이틀 페이지를 찢어버리고 <신포니아 에로이카>, <영웅 교향곡>으로 제목을 바꿨다는 얘기다. 베토벤의 제자이자 친구였던 리스가 전한 이야기다.

 

하지만 에드먼드 모리스는 인간으로서의 베토벤에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일단 베토벤이 이 교향곡을 발표한 1804년에서 1805년의 어느 시점에 나폴레옹에 대한 미몽에서 깨어나 불같이 화를 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악보를 보면 황제의 이름(, 보나파르트)을 적었던 부분이 격렬하게 지운 흔적이 있다(구멍이 뚫려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에드먼드 모리스는 “1804년 여름 라이프치히의 출판사 브라이트코프 운트 헤르텔에 보낸 악보에 여전히 보나파르트라는 제목의라는 문구가 선명한 상태였다고 쓰고 있다. 그러니까 베토벤이 자신이 작곡한 교향곡의 제목을 바꾼 시점이 나폴레옹이 황제에 즉위한 소식을 들은 직후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18046월 이 곡을 가지고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연습시키고 첫 리허설을 할 당시만 해도 <보나파르트라는 제목의 대교향곡 Sinfonia Grande intitulata Bonaparte>였는데, 그때는 나폴레옹이 황제로 등극한 지 이미 2주가 지난 시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8월이 되도록 여전히 자신의 교향곡을 보나파르트 교향곡이라고 칭하고 다녔다고 한다.

 

사실 리스가 3번 교향곡의 제목을 바꾼 일화를 증언한 시점은 그 일이 있은 지 30년도 더 지난 1937년이었다. 그러니 기억이 분명하지는 않았을 터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그럴듯한 추론은 사람들은 뭔가 극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점이다. 그저 밍숭맹숭하게 슬그머니 교향곡의 제목이 바뀌었다고 하기보다는 즉시’, ‘불같이 화를 내며’, 악보 첫 장을 찢어버리고’, 혹은 제목의 한 부분을 북북 그어대 구멍을 내버리고제목을 바꿨다고 하는 게 훨씬 주목받을 만한 얘기가 아닌가? 그리고 그게 훨씬 기억에도 잘 남고, 실제로 베토벤의 성격에도 맞을 듯하다. 신화는 그런 것이다. 사실이 아니라 진실.

 


 

 

인간으로서의 베토벤

에드먼드 모리스 저/이석호 역
프시케의숲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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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이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 책을 읽다 2023-06-29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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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설탕으로 보는 세계사

가와키타 미노루 저/김정희 역
AK(에이케이 커뮤니케이션즈) | 202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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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설탕을 중심에 두고 세계사의 흐름을 보고 있다. 저자는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세계 시스템론이라는 역사 관점을 가지고 시드니 민츠 등의 역사인류학의 방법을 사용해서 책을 썼다고 후기에서 밝히고 있다. 세계 시스템론이라는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는 얘기는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고, 역사인류학의 방법을 사용했다는 것은 역사 속에서 사람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점과 방법을 통해 저자는 설탕과 세계사를 어떻게 연결시키고 분석하고 있을까?

 

설탕을 본격적으로 세계사 속에서 살펴볼 수 있게 된 것은 아주 오래된 일이 아니다. 물론 알렉산서 대왕 시기에 인도 북부에서 벌이 만들지 않은 딱딱한 꿀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만, 설탕은 대항해 시대 이후에 세계사에서 주목받는 위치에 올라서기 시작했다. 아시아에서 유래해서, 아메리카에서 아프리카에서 강제로 끌고온 흑인 노예에 의해 재배되어 유럽에서 소비된 것이 바로 설탕이었다. 설탕이 영국 등에서 본격적으로 소비되기 시작한 이유가 중국에서 건너온 차()에 넣어 마시기 시작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설탕을 세계 시스템론의 관점에서 파악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설탕은 싼 상품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약으로서 많은 용도를 차지했지만, 나중에는 차와 마찬가지로 설탕도 소비하는 이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물품이 되었다. 어느 사회고 중산층은 상류층을 흉내 내기 시작하는데, 설탕 역시 마찬가지였다. 산업혁명 시기에 이르러서는 공장 노동자의 열량을 보충하고 정신을 깨우는 물품이 된다. 이렇게 유럽인들의 생활상을 바꾼 게 설탕이었다.

 

설탕을 두고 절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것이 노예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강제로 아메리카 대륙으로 끌고 오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설탕의 재료가 되는 사탕수수 재배가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였다.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은 중남미 아메리카 대륙의 인구 구성을 바꾸어 놓았고, 자연 풍경마저 바꾸어 놓았을 뿐 아니라,. 나아가 유럽인들의 부의 지도도 바꾸어 놓는다. 이렇게 저자는 역사인류학의 방법을 통해 당시 살아갔던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설탕을 매개로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설탕과 같은 하나의 물건을 통해 세계사를 살펴보는 것은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첫째는 이를 통해 각지에 있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생활상을 알 수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세계의 연결고리를 한눈에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역사를 커다란 사건이 벌어진 연대와 왕조의 흥망성쇠 등과 같이 단지 옛일을 조사하고 외우는 작업이 아니라 지금 존재하는 세계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때 그와 같은 학문의 성격을 가장 적절히 보여주고 이해할 수 있는 방법임에 분명하다. 또한 설탕은 그렇게 역사를 기술하는 데 최고의 소재라고는 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아주 적절한 물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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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부모와 닮았다. 어떻게? 왜? 그건 무슨 의미가 있나? | 책을 읽다 2023-06-2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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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웃음이 닮았다

칼 짐머 저/이민아 역
사이언스북스 | 2023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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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유전(heredity)’을 너무 쉽게 생각할 때가 있다. 단순하게 자식들이 부모를 닮는 것. 외모라든가 지능 같은 것은 우연한 특징이 아니라 다 조상들로부터 유구히 전해지는 것이라고, 그게 유전이라고 여긴다. 틀린 건 아니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때 배운 멘델의 법칙을 그런 유전을 설명하는 만능 키로 받아들이곤 한다.

 

때로는 유전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기도 한다. 유전이란 현상이 단순한 멘델의 법칙을 벗어나면(말하자면 만능의 키가 작동하지 않으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지레 포기하고 마는 경우가 있다.

 

유전을 쉽게 생각하거나 너무 어렵게 생각하거나 대체로는 유전이 생물의 현상으로 여기고 거기에 특별한 정치적 함의가 들어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틀렸다는 걸 최고의 과학 저술가 중 한 명인 칼 짐머는 아주 자세하고 꼼꼼하게 논증하고 있다.

 


 

 

유전의 역사를 다윈과 멘델에서 먼저 찾는 것은 평범해 보인다. 누구나 그러니까. 진화의 메커니즘을 밝힌 다윈이 정작 유전에 대해서는 답을 찾지 못하고, 대신 제뮬이라는 애매한 개념으로 넘어가려 했던 이야기. 수도사 멘델이 유전의 법칙을 발견하고, 잊혀졌다(그럼에도 멘델은 나의 시대가 올 것이네라고 말하며 죽었다) 더 프리스, 베이트슨, 코렌스에 의한 20세기 초입에 재발견된 이야기. 이런 이야기는 좀 식상할 만도 하다. 하지만 칼 짐머는 역시 그답게 자신의 이야기, 합스부르크가의 턱 이야기와 같은 역사 이야기, 현대의 육종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연결하며 고전적인 유전 법칙을 발견하기까지의 과정을 식상하지 않게 소개하고 있다.

 

바로 거기서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이 책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그 이야기가 과학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유전 이야기다. 거기에는 우생학의 음침한 역사가 있고(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미국 이주민이나 흑인 노예 후예의 뿌리 찾기가 있다(여기에는 저자 자신의 뿌리 찾기가 포함된다). DNA를 통한 뿌리 찾기는 백인의 순수성이란 믿음이 헛된 것이란 걸, 나아가 백인이라는 개념 자체가 전혀 과학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며, 우리 호모 사피엔스의 유전자에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이 표지를 남겼다는 것도 알려준다.

 

칼 짐머는 유전의 지식과 현대 과학의 기술을 통해 인류를 괴롭혀 온 질병을 해결하고자 하는 많은 과학자를 만나고 있다.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치명적인 질병이 부모의 DNA에 적혀서 자손에게 전달된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유전이란 현상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만 있다면 그런 치명적인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임신 전 착상 검사를 통해 다운 증후군을 예방함으로써 천문학적인 의료 비용을 절감한 사례는 그런 이야기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이제는 크리스퍼(CRISPR) 기술을 통해 유전자를 치료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 체세포와 생식세포를 구분한 바이스만의 경계 앞에서 많은 과학자들이 머뭇거리고는 있지만, 이미 그 경계를 넘어 한 발짝 디딘 과학자들도 있으며(이들에겐 많은 비난이 쏟아졌고, 심지어 법적 처벌을 받은 경우도 있다), 이를 규제하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도 있다. 또한 이를 적절하게 이용할 방법을 찾은 과학자들도 있다. 이렇게 유전자를 바꿔치기 할 수 있다는 것은, 이제 유전이라는 게 절대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원래부터 단순한 현상은 아니었다).

 

칼 짐머는 유전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담은 이 책은 유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어렵게 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유전이라는 주제가 결코 쉬운 주제는 아니란 걸 잘 가르쳐 준다. 그리고 유전 현상과 유전자의 개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용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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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웃음이 닮았다 | 한줄평 2023-06-28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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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복잡한 유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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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 쓰기의 비밀 | 책을 읽다 2023-06-27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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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 저
유유 | 2016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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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면서 내가 글을 어떻게 쓰는지 더욱 의식하게 됐다. 그래도 이상하게 쓴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내 글을 불특정한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사서 읽는다고 생각하니 불쑥 겁이 났다. 물론 내용이 잘못되지나 않았나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문장도 무척 신경 쓰였다. 첫 번째 책을 쓰던 와중에 읽은 책이 김정선의 동사의 맛이었다. 모두 기억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꽤나 도움을 받았다. 어떻게 써야하는지보다 어떻게 쓰는 게 잘못된 것인지를 의식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두 번째 책 출간을 앞두고 김정선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읽게 됐다. 따분하지만은 않다는 걸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글쓰기 책을 읽으며 이렇게 생각이란 걸 많이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김정선은 책에서 두 가지 내용을 교차시키고 있다. 하나는 책의 부제처럼 문장을 고치는 법, 그러니까 어떤 표현법들이 잘못되었고, 그 표현들은 어떻게 고치면 좋겠다는 내용이다. 또 하나는 자신이 교정본 책의 저자와의 이-메일 등을 통해 주고받은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담고 있다(두 번째 내용이 실제 상황이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그게 중요하지는 않다).

 

문장 교정을 다룬 내용은, 실제로 몰랐던 것은 별로 없다. ‘이라든가 로 범벅인 문장, 사동사로 점철된 동사, 불필요한 관용어구 같은 것들. 별로 좋지 않다는 걸 아는 것이고, 그럼에도 내 문장에서 숱하게 찾을 수 있는 것들이다. 그래도 많은 걸 배운다고 할 수밖에 없는데, 하나하나 구체적인 예보다 그런 잘못된 문장들이 지적으로 게으르기 때문에 별 의식없이 쓰게 되는 중독성 있는 표현들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깔끔하고 효율적인 문장을 쓸까 고민하고, 정말 옳은 표현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보면 상당 부분 고칠 수 있는 문장들인 것이다(블로그에 쓴 글은 그래도 좀 제외하자. 지금도 별로인 문장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을 테지만 거의 교정은 하지 않는 실정이니).

 

김정선이 개인 경험을 다룬 부분은 스스로 생각하는 교정이라는 작업이 갖는 의미를 돌아보는 글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좀 지겨운 느낌이 들다 막판에 팍! 하고 감동을 준다. 문장에서 삶으로 나아간다고 할까? 맨날 남의 글을 읽고 교정하는 사람도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까? 그런 것을 느꼈는데, 정말 감동적인 것은 김정선이 이-메일을 주고받고, 만나기까지 한 인물의 정체 때문이다. 내가 남기는 어떤 흔적이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슨 의미를 지닐까 한참 생각해봤다.

 

좋은 문장 쓰기는 게으르지 않은 정신이라는 걸 깨달으며 책을 덮고, 이 오류투성이 글을 쓰고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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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의 날개 | 책을 읽다 2023-06-2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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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날개의 날개

아사히나 아스카 저/최윤영 역
미래지향 | 202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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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입시 지옥에 내몰린 초등학생 아들의 이름이 츠바사다. 알아보니 츠바사날개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소설 제목을 다시 이해하자면 츠바사의 날개인 셈이다. 세상을 향해 날아가야 하는 소년의, 아직 펼쳐지지 못한 날개!

 

묘한 시기에 읽게 됐다. 수능 문제에 관한 느닷없는 대통령의 불호령이 알려진 후 뉴스는 하루도 빠짐없이 이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한쪽에선 옹호하고, 한쪽에선 비판하는데, 정작 그 한가운데 입시를 앞둔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 사교육 시장은 일단 숨죽이는 듯하지만, 그곳의 생리가 혼란과 불안을 먹고 산다는 걸 우리는 그동안 많이 지켜봐 왔다.

 

입시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는 이들은 결국 교육제도의 문제라고들 한다. 그런데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나? 사실 입시를 겪은 학부모들은 입시전문가가 되어 있다. 좀 더 큰 틀을 본다는 전문가들은 사실 교육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제도가 문제라고 한다. 역시 그것을 모르는 사람도 별로 없다. 그럼에도 뒤쳐질 수 없으므로 비판하지만, 너도나도 뛰어든다. 뛰어들지 않은 이가 손해 보는 구조이니, 아무리 상황을 잘 파악하고, 비판적이라 하더라도 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그런데 소설 속 일본의 입시는, 더 지옥 같아 보인다. 초등학교 2학년 때문에 명문 중학교를 목표로 한 대장정이 시작된다니... 어떤 중학교를 가느냐에서부터 인생이 거의 결정된다고 여기면서 내몰리고 있단 얘기다. 우리가 대학이 목표이고, 그 도중에 특목고 등의 고등학교가 있다고 한다면, 일본 역시 대학이 목표이면서 그 과정에서 중학교 입시가 있는 모양새다. 그러니 더 일찍 공부에 내몰리면서, 또 입시 실패를 겪는 연령도 일러지는, 더 독한 입시 지옥을 일본이 겪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그걸 단순하게 견줘볼 일은 아니다. 상황을 보면, 우리의 경우도 특목고를 위한 준비가 중학교에 진학한 후에 이뤄지기 시작하는 건 이미 늦었다고 하니 말이다.

 


 

 

소설은 영특한 초등학교 2학년 아이를 둔 엄마가 명문 중학교 입시를 위한 길을 빠져든 이후의 우여곡절을 다룬다. 한 번 해보다 아니다 싶으면 발을 뺀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지만, 일단 들여놓은 발을 빼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었다는 것을 아들의 위기, 가정의 위기를 겪은 후에야 깨닫는다. 그러고 나서야 아들의 조그만 날개를 다시 보게 되고 아들의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실상은 그렇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끝까지 밀고 나가 성공 아니면 실패라는 이분법의 세계에서 허우적대는 것이 거의 대부분의 경우다. 솔직하게 말하면 우리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읽으면서 얼굴이 뜨뜻해지는 것을 느끼기도 했고, 또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이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그래도 큰 탈 없이 그 과정을 건너왔다는 것은 어쩌면 기적과 같은, 너무나 고마운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츠바사와 같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여린 날개가 다치지 않고 잘 펴 저 높은 곳, 저 먼 곳을 자신 있게 날아다닐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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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아버지 | 책을 읽으며 2023-06-23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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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아버지는 공증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다빈치와 그의 어머니 카테리나를 빈치에 두고 피렌체로 떠나버렸다. 하지만 어머니는 재혼을 했고(재혼 자리를 주선한 것은 다빈치의 아버지였다), 다빈치는 할아버지 슬하에서 자랐다. 사생아였기에 아버지처럼 번듯한 직업을 가질 수 없다고 여겼는지 거의 교육을 받지 못했고, 정식 교육이라곤 주산 학원에서 돈 계산에 필요한 간단한 산수를 배운 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우리가 아닌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되었으나 경이롭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갈릴레오 갈릴레오의 아버지, 빈센초 갈릴레이(Vincenzo Gallilei)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빈센초 갈릴레이가 음악가였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그가 실제 어느 정도의 인물이었는지는 알지 못했는데, 박은정의 르네상스의 두 사람은 그가 아들의 명성에 가려져 있지만 충분히 평가받을 만한 인물이었음을 알려준다.

 

아버지 빈센초 갈릴레이는 류트와 오르간을 잘 다루던 뛰어난 연주가이자, 작곡이나 음악 이론에도 정통한 학자였다. 특히 소리와 음악에 관심이 많아 직접 실험하고 연구한 결과를 책으로 출간했고, 피렌체 카메라타(Florentine Camerata)라는 유명 모임의 일원으로도 활약했다. 카메라타는 방을 의미하는 카메라(camera)에서 유래한 말인데, 피렌체의 명망가였던 조반디 데 바르디 백작이 시인, 음악가, 화가, 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모아 그리스 문화를 연구하고 지식을 공유하며 자유롭게 토론하도록 공간을 제공했고 이것이 모임의 명칭이 된 것이다.

이 모임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빈센초는 고대 그리스 비극, 즉 이교도적인 스토리를 단선율(melody) 음악에 실어 대사()로 전달하는 새로운 방법을 도입하여 음악계의 변화를 이끌었다. 이 새로운 양식이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오페라로, 바로크 시대를 여는 초석이 되었다.” (52)

 


<빈센초 갈릴레이>

 

르네상스의 두 사람

박은정 저
플루토 | 202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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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와 갈릴레이의 자취를 따라 | 책을 읽다 2023-06-22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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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르네상스의 두 사람

박은정 저
플루토 | 202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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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의 두 사람이란 다름 아닌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가리킨다. 이 두 인물의 인물값을 감안하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니 이 두 사람을 연결시키는 게 흔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다빈치는 흔히 미켈란젤로와 연관시키고, 갈릴레오는 이전의 코페르니쿠스와, 이후의 뉴턴에 연결짓는 것이 흔한 패턴이다. 따지고 보자면 다빈치야 의심의 여지없이 르네상스의 인물이지만, 갈릴레오를 르네상스의 인물로 매김하는 경우도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갈릴레오가 르네상스의 자장 속에서 성장한 과학자란 건 맞지만, 그의 위치를 규정하는 단어는 르네상스라기보다는 과학 혁명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 둘을 짝지어 놓은 저자의 시도를 긍정하게 할 만한 요소가 있는지가 궁금하다. 100년의 시차를 두고 피렌체의 영역 속에서 태어나 역사적으로 대단한 성취를 이룬 이탈리아인이라는 점 말고, 어떤 관련성, 혹은 대척점이 있는지를 찾아봐야 한다. 저자에 따르면 그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면은 다음과 같은 저자의 표현에서 한 마디로 드러난다.

 

자연철학자가 된 장인 다빈치와 장인의 면모가 넘치는 자연철학자 갈릴레이

 

그렇다. 한 사람은 다양한 면모를 지니지만 현대에는 특히나 예술가로서 더 많은 인정을 받지만 그 인물은 과학자(과학자란 단어가 생긴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였고, 그 이전에는 저자의 표현대로 자연철학자였다)를 염원했고, 다른 사람은 분명 자연철학자였지만 다분히 예술가의 면모를 지니고 있었고(음악가의 아들이었고, 스스로 음악에 조예가 깊었다), 또 많은 기구를 스스로 만들어 판매할 정도로 장인의 면모가 많은 인물이었다. 그러니까 두 인물은 서로 다른 지점에서 서로의 지점을 향했던 인물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두 거장의 흔적을 쫓는다. 다빈치의 경우, 피렌체에서 밀라노로, 다시 피렌치로, 그리고 잠시 로마를 거쳐 프랑스로 옮아가며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갈릴레이는 역시 피렌체에서 시작하여 피사로, 피사에서 파도바와 베네치아로, 그리고 다시 피렌체로 돌아와 지동설과 관련한 오욕을 맞이한 후 피렌체 외곽의 아르체트리에서 숨을 거둔다. 저자는 이들의 흔적을 남긴 이탈리아의 도시를 쫓으며 그들의 숨결을 느끼고, 들의 삶과 업적을 되새긴다. 저자의 자취를 따라가는 일은 어떤 비장함보다는 마치 청량한 북부 이탈리아의 날씨가 떠오를 만큼 상쾌하고 가볍다. 그런 발걸음을 통해 두 거장의 역사적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고 있으며, 그래서 적절한 균형을 잡고 있다.

 

여행기와 과학자의 평전을 섞은 이 책을 통해 간접적이지만 그들의 숨결을 좀 더 가까지 느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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