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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는 이런 책을 읽었습니다 | 책읽기 정리 2023-07-3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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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7월은 여러 모로 책을 읽는 데 한계가 있는 달이었다. 모두 17권을 읽었으니 그래도 선방한 셈이긴 한데, 읽을 수 있는 환경에 제약이 있어서 소설 위주로 읽었다. 다른 걸 더 많이 생각해야 하는 환경이라 그래도 좀 부담이 덜 가는 게 소설이었다.

 

7월 한 달 동안 읽은 책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제목

저자

출판사

기후변화는 어떻게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가

폴 길딩

더블북

소설의 첫 문장: 다시 사는 삶을 위하여

김정선

유유

별들의 흑역사

권성욱

교유서가

와일드후드

바버라 내터슨 호로위츠, 캐스린 바워스

쌤앤파커스

허리케인 도마뱀과 플라스틱 오징어

소어 핸슨

위즈덤하우스

과학을 생각하다

허준영

여문책

지식의 지도

바이얼릿 몰러

마농지

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을까

야마모토 다카미쓰

메멘토

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문학동네

녹슨달

하지은

드림노블

데카메론

조반니 보카치오

서해문집

일본 근대 문호가 그린 감염병

아쿠타카와 류노스케 외

역락

마의 산

토마스 만

동서문화사

마의 산

토마스 만

동서문화사

714

에리크 뷔야르

열린책들

원자 스파이

샘 킴

해나무

곽재식의 역설 사전

곽재식

북트리거

 

소설을 많이 읽긴 했어도, <와일드후드>라든가, <허리케인 도마뱀과 플라스틱 오징어>, <과학을 생각하다>, <원자 스파이>와 같은 과학 교양도 읽었다. 특히 소어 핸슨이나 샘 킨과 같은 내가 좋아하는 저자의 책들이 7월에 읽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지식의 지도>라든가, <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을까>와 같은 인문 교양도 읽었는데, <곽재식의 역설 사전>도 따지고 보면 그런 부류의 책이다.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기후변화는 어떻게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가>(앞서도 얘기한) <허리케인 도마뱀과 플라스틱 오징어>, 두 권을 읽게 되었는데, 이 두 권이 책이 기후변화를 바라보는 시선의 각도가 다르다는 게 인상적이었다(물론 기후변화를 부정한다든가 하는 건 아니다).

 

새로 평점을 매기면 다음과 같다.

 

제목

저자

평점

기후변화는 어떻게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가

폴 길딩

★★★★☆

소설의 첫 문장: 다시 사는 삶을 위하여

김정선

★★★★☆

별들의 흑역사

권성욱

★★★★

와일드후드

바버라 내터슨 호로위츠, 캐스린 바워스

★★★★★

허리케인 도마뱀과 플라스틱 오징어

소어 핸슨

★★★★★

과학을 생각하다

허준영

★★★★

지식의 지도

바이얼릿 몰러

★★★★★

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을까

야마모토 다카미쓰

★★★★☆

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

녹슨달

하지은

★★★★

데카메론

조반니 보카치오

★★★★☆

일본 근대 문호가 그린 감염병

아쿠타카와 류노스케 외

★★★★☆

마의 산

토마스 만

★★★★☆

마의 산

토마스 만

★★★★☆

714

에리크 뷔야르

★★★★★

원자 스파이

샘 킴

★★★★★

곽재식의 역설 사전

곽재식

★★★★★

 

이렇게 하고 보니까 별 다섯을 온전히 주게 되는 책들이 많다. 다른 달보다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알차게 읽은 달이란 얘기다.

그렇게 별 다섯을 준 책들 중에서도 특히 오래 남을 것 같은 책은 샘 킴의 <원자 스파이>.

 

 

원자 스파이

샘킨 저/이충호 역
해나무 | 2023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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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트를 | 추천 10        
역설이 말하는 진실 | 책을 읽다 2023-07-3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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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곽재식의 역설 사전

곽재식 저
북트리거 | 2023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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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작가 중에 최근 가장 열심히 책을 내고 있는 작가가 바로 곽재식이다. 원래 전공(화학)이 무엇인지도 잊게 할 정도로, 또 원래 썼던 분야(SF 소설 혹은 괴기 소설)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책을 내고 있다. 그가 이번에는 어쩌면 인문쪽으로 분류할 수 있을 책을 냈다. 바로 역설에 관한 책이다.

 

역설(逆說)‘이란 요새는 흔히 아이러니라 부르는, 그 말이나 논리에 모순되는 듯한 내용을 포함한 것을 말한다. 어떻게 보면 말장난 같아 보이는 경우도 많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특히 진리를 함축하는 경우가 많아 주목받는 경우가 많다. ’작가곽재식은 바로 그런 세상에 떠도는 역설‘ 15개를 취해 그 유래와 적용, 그리고 거기서 우리가 취해야 할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15개의 역설을 다섯 개씩 묶어 마음의 역설‘, ’돈의 역설‘, ’숫자의 역설로 나누고 있는데, ’마음의 역설은 심리학, ’돈의 역설은 경제학, ‘숫자의 역설은 통계학 쪽이라 봐도 될 것 같다. 물론 이 역설들이 세상의 진리와 부분적으로라도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특정한 분야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미 익숙한 역설(이를테면 크레타인은 모두 거짓말쟁이다라는 거짓말쟁이의 역설이라든가 부분의 평균이 전체의 평균과 다를 수 있다는 심프슨의 역설 같은 경우)도 있고, 알고 있었지만 역설이라 여기지는 않았던 역설(<꿀벌의 우화>에서 비롯한 맨더빌의 역설‘, ’머피의 법칙을 닮은 점검의 역설 같은 경우)도 있다. 처음 들었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역설도 있다. ‘애빌린의 역설은 아마도 우리의 경우엔 짜장면의 역설로 불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최근에 내가 참여했던 어떤 상황에서 아주 경계해야 하는 것이라 매우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우정의 역설은 왜 내 주변의 친구들보다 내 친구가 적은지를 설명하는 역설로, 특히 요즘과 같은 SNS로 상호 관계를 맺는 시대에 시사점이 많다.

 

세 종류의 역설 모두 우리 인간 사회나 자연의 현상을 잘 설명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항상 그렇지 않기 때문에 역설이긴 하다), 특히 2장의 돈의 역설에 소개된 역설들은 우리가 경제 상황이나 사회 현상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데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에 잘 알고 있어야 할 것들로 보인다. 특히 기업이나 사람이 자신의 성공에 안주해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그로 인해 실패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는 이카루스의 역설이나 경쟁으로 어느 한 주체에게 승리를 가져다주지 못하고, 모두 망하는 길로 접어들게 된다는 경쟁의 역설과 같은 것은 이 역설들이 정말로 어떤 깨달음을 주고, 사회를 좀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사실은 역설의 내용이 중요하지 이름이 중요하지 않다. 또한 역설 이전에 그 역설이 전복하고자 하는 통념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도 하다. 역설은 그 통념 위에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상은 늘 마음먹은 대로, 그렇게 흘러가기로 된 것대로, 그냥 그럴 것이라 예측되는 대로 결정되고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곽재식이 보여주는 역설의 세계는 바로 그런 통찰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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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킨의 책들 | 책읽기 정리 2023-07-3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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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킨의 책들!

<뇌과학자> 이후 다른 책들의 국내 번역 출판이 늦어질 때 도대체 언제 번역되어 나올 건지 궁금해하는 글도 올린 적 있다. 그 글에 출판사 측에서 댓글도 올려었다. 조만간 나온다고. 그 책이 <카이사르의 마지막 숨>이었고, <원자 스파이>는 뜻밖의(?) 제목으로 번역 출판되었다. 

모두 뛰어난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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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곽재식의 역설 사전 | 한줄평 2023-07-3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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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역설에 관한 유쾌한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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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의 원자폭탄 개발을 막아라! | 책을 읽다 2023-07-3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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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원자 스파이

샘킨 저/이충호 역
해나무 | 2023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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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중에 개발된 원자폭탄에 관한 얘기는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중심으로 이뤄진 맨해튼 계획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이야기는 오펜하이머의 생애에 관한 책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에 상세히 다뤄지고 있으며(https://blog.yes24.com/document/8271623), 최근엔 영화로도 제작되어 개봉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원자폭탄에 관한 얘기는 거의 다 미국이 개발한 것을 중심으로 한 것들이다.

 

물리학자 실바르드가 아인슈타인을 거쳐 루스벨트 대통령을 설득해 원자폭탄 개발 계획을 실행하도록 한 것은 독일이 먼저 그 무시무시한 무기를 개발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양자역학이 꽃을 피운 것도, 핵분열을 처음 발견하고 발표한 것이 독일의 오토 한과 리제 마이트너였을 만큼 독일의 물리학의 수준은 세계 최고였다. 하이젠베르크를 비롯한 최고의 물리학자들이 덤벼들기만 하면 원자폭탄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히틀러의 나치와 하이젠베르크를 중심으로 한 독일의 물리학자가 원자폭탄을 실제로 개발하려 했는지, 개발하려 했다면 어느 정도까지 이르렀는지에 대해서 적지 않은 논란이 있는 것으로 한다. 특히 하이젠베르크는 어떤 태도였는지에 대해서 더욱 그렇다. (나치에 대해서는 아닐지라도) 독일에 대해서는 깊은 충성심을 가진 하이젠베르크가 적극적으로 원자폭탄 개발에 참여했다고도 하고, 나치에 반발하여 태업 수준으로 임했다고도 하고, 나치가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도 하고, 하이젠베르크를 비롯한 독일의 물리학자들이 그만한 실력을 가지지 않았다고도 한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하이젠베르크는 의심은 가지만, 확증은 없는 상태에서 풀려났고, 양자물리학자로서 명예를 누리며, 부분과 전체라는 명저를 남기기도 했다.

 

샘 킨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원자폭탄과 관련한 이야기를 좀 다르게 전한다. 미국의 맨해튼 계획이 아니라, 바로 독일의 원자폭탄 개발에 관한 이야기. 아니, 그 개발 계획을 방해하고 무산시키기 위한 미국 스파이 부대의 이야기다. 물론 처음 듣는 이야기다.

 


 

 

미국 CIA의 전신이라 일컬어지는 OSS는 독일의 원자폭탄 개발 계획을 막기 위해 전직 메이저리그 포수, 네덜란드 출신으로 소외받는 물리학자, 러시아 출신으로 백군으로 적군과 맞섰던 이력이 있던 고등학교 체육팀 코치 출신의 호전적 대령 등 다양한 인적 구성을 갖춘, 이른바 과학특공대, ’알소스 부대를 만든다.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특별 부대로 개망나니부대로 불릴 정도로 좌충우돌의 활동을 한다. 샘 킨은 바로 이 부대의 인물들과 그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 개발과 관련한 또 다른, 그러나 너무나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뭐니뭐니 해도 모 버그다. 메이저리그 포수 출신이자, 프린스턴을 다녔고, 10여 개 언어를 자유로이 구사하고(일본으로 가는 배 안에서 일본어를 익힐 정도), 어떤 이들과도 단 몇 분만에 친해질 정도로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던 인물이다. 그는 직접 OSS에 접촉했고, 결국 알소스 부대에 들어갔다. 하이젠베르크의 암살 임무를 맡고, 중립국이던 스위스의 취리히에 잠입해 하이젠베르크를 암살할 수 있는 기회를 두 번이나 가졌지만 결국은 실행하지 못했다(이 대목들에서 샘 킨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를 거듭해서 언급하고 있다. 다만 하이젠베르크의 것이 아니라 모 버그의 것으로). ’원자 스파이라는 우리말 제목이 어느 한 사람을 지목한다면 바로 모 버그인데, 그만큼 이 이야기에서 중심이 되면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흥미로운 인물이다.

 

양자스핀을 발견해서 수십 차례나 노벨상 후보로 추천되었지만 받지 못했고, 결국은 잊혀진 과학자가 된 새뮤얼 가우드스밋의 삶도 흥미롭다. 흥미롭다기보다는 조금은 애잔한데, 그가 알소스 부대에 영입된 이유가 맨해큰 계획을 모르는 거의 유일한 미국 내 물리학자였다는 사정은 더욱 그런 애잔한 느낌을 더한다. 하이젠베르크의 친구로 네덜란드에 두고 온 부모를 걱정하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결국은 형식적인 도움의 손길도 내밀지 못한 (그보다 훨씬 명성이 높은) 하이젠베르크를 심문하는 상황은 아이러니까지 하다.

 

이 이야기에 조 케네디 주니어가 언급되는 것은 어쩌면 이질적인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바로 우리가 아는 바로 그 케네디, F. 케네디, JFK의 형. 당시 미국의 권력층에 위치했던 아버지 조 케네디 시니어가 대통령으로 키우고자 했던 인물은 존이 아니라 큰 아들 조였다. 그가 2차 세계대전 때 비행사로 참전했다 사망해서 존이 그 대타로 정치권에 뛰어들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샘 킨은 독일의 원자폭탄 개발 계획과 관련해서 그 이면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조 케네디 주니어가 그날 출격한 이유에 대해 미스터리한 면이 많다는 얘기가 많았는데(제대도 얼마 남지 않았고, 출격 순선도 아니었다는 점에서), 샘 킨은 조가 (전쟁 영웅이 된) 존에 대한 경쟁심으로 무공을 세우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던 것으로, 그래서 그런 무모한 계획(이른바 모루 작전이라는 것인데, 바로 원자폭탄을 탑재할 지도 모른다고 여겨진 미사일 V-3 발사용 벙커를 파괴하고자 하는 작전)에 자원해서 나섰던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 밖에도 많은, 모순적이면서도 매력적이고, 예상치 못한 일들을 했고(특히 프레데리크 졸리오-퀴리가 그렇다. 그는 마리 퀴리의 사위이자 이렌 퀴리의 남편으로 이렌과 노벨상을 받았으며, 2차 세계대전 때는 레지스탕스로 활약했다), 논란도 있는 인물들이 그려진다.

 

샘 킨은 과학계의 이야기꾼답게 이 이야기들은 흥미진진하게 그려놓았다. 그래서 이 책은 과학의 이야기면서, 역사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숨 막히는 첩보 소설로도 충분하다. 누가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쓸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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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티유로 돌진한 그들은 누구인가? | 책을 읽다 2023-07-30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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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7월 14일

에리크 뷔야르 저/이재룡 역
열린책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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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4>

제목이 의미하는 날짜는, 이미 대명사다. 바로 프랑스 대혁명의 전환점이자 하이라이트였던 바로 그날, 바스티유가 민중들에게 함락된 날이다. 그러므로 1789년의 714일은 그냥 그대로 프랑스 대혁명을 의미한다.

 

그러나 프랑스 대혁명을 다룬 책들은 하나같이 바스티유의 함락은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고 언급하지만, 그날 구체적으로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관해서는 쓰지 않는다. 에피소드처럼 당시 그 감옥에 갇혀 있던 사람은 단 한 사람(이 소설에선 미남이지만 창백한 청년 한 명"으로 언급된다)에 불과했다는 걸 언급하기도 한다. 그런 언급은 어쩌면 바스티유로 돌진한 민중들이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무지렁이에 불과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에리크 뷔야르의 714은 바로 그날, 하루 동안 벌어진 일을 지독히도 자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날 민중들이 바스티유를 향해 쳐들어가자 성을 지키던 군사들이 놀라 도망친 게 아니었다. 밀고 당기는 충돌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사람이 죽어 나갔다. 에리크 뷔야르는 바로 그 사람들을 호명하고 있다. 여기에 소수의 주인공은 없다. 어떤 장면에서 좀 더 많이 언급되고, 또 나중에 어떤 운명을 걷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물이 있을지언정, 그 사람이 이 이야기에서, 이 날에 있어 주인공은 절대 아니다. 이 길지 않은 소설에서 수많은 인물들을 등장시키면서, 그들의 직업을 언급하고, 모양새를 언급하고,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혹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는 것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이 이야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누가 프랑스 대혁명의 주인공이었는가, 내지는 주인공이어야 했는가를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라파예트나, 로베스피에르, 당통, 마라, 루이 16, 앙투아네트 등은 물론, 국민의회, 국민공회, 쟈코뱅, 지롱드와 같은 조직과 파벌에서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스치듯 기록되어 있는 인물들을 찾아내어 하나하나 호명하면서 그 역사의 무대에서 역사를 이끌었던 것은 바로 그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한계는 있다. 그 이름은 있지만,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 모두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가 남겨져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건 흥미의 차원도 있고, 효율성의 차원도 있고, 어쩌면 역사의 본질과도 관련된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한번쯤은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또 그들이 무슨 일을 했으며, 어떻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해주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바로 우리가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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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산, 7년에 걸친 모색과 깨달음 | 책을 읽다 2023-07-2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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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의 산 2

토마스 만 저/곽복록 역
동서문화사 | 2017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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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산’, 소설에서 이 표현은 단 한 차례 등장한다. 결핵 국제요양원 베르크호프는 주로는 '이 위'라는 표현으로, '평지'와 대비되는 세계를 의미했는데, 소설의 끝부분 1차 세계대전이 발발을 알리면서 "()의 산에서 7년 동안이나 잠자고 있던 한스 카스토르프를 문밖으로 거칠게 내던져 버린 벽력"이라고 하고 있다. 그곳에 은거하면서 인식하지 못했던 '마성()을 전쟁의 발발로 비로서 깨닫게 된 것처럼.

 

이 작품은 모순되고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고뇌에 관한 기나긴 토로처럼 읽힌다. 한스 카스토르프라는 독일 청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나, 소설 속의 많은 고민과 갈등은 그의 선생 격인 세렘브리니와 나프타의 격정적인 토론에 의해 나타난다. 서로 대비되는 두 사람의 철학은 매우 화려해 보이고, 격렬해 보이나 (내 생각엔) 정리되어 있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둘의 언설은 모순된 면이 적지 않은데, 마치 그것이 당시 시대 상황이 혼란스럽고, 철학이 정립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듯하다.

 

그래서 한스 카스토르프가 전쟁이 발발하고 7년 만에 산을 내려가게 되는 것이 기다긴 모색 끝에 차분히 정립되어간 생각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라, 여전히 혼란스럽고 정립되지는 않았지만 시대가 그를 불러낸 것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그것은 삶과 죽음, 진보와 보수 등의 대립에 대한 답이 쉽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보이는데, 복잡한 생의 문제에 관해서는 삶의 현장을 떠나서 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어쨌듯 현장에서 찾아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1권에서 하룻밤의 고백 후 떠났던 쇼샤 부인은 다시 돌아온다. 당연히 그 사랑이 어찌 될 것인가 궁금한 것이 독자의 통속적인 관심사이지만, 토마스 만은 그 부분에서도 냉정하다. 쇼샤 부인은 페페르코른이라는 거부와 동행하고 있었고, 한스 카스토르프는 애간장을 태우게 된다. 그러나 페페르코른에 관해 존경까지 하게 되고, 또 페페르코른은 청년의 사랑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다. 페페르코른이 자살로서 생을 마감하는데, 뜻밖에도 그 장면 이후 한스 카스토프르와 쇼샤 부인의 관계는 소설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러고 보니, (결핵)을 소재로 한 소설이기도 하지만, 소설 속에서 죽음은 일상적이다. 사촌 요하임 침센의 죽음, 페페르코른의 죽음, 나프타의 죽음, 그리고 포탄 속에서의 한스 카스토르프의 죽음. 그래서 어쩌면 이 소설은 생()보다 죽음에 더 끌리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죽음은 결국 살아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으면 가능한 게 아니다. 그토록 치열한 논쟁을 지켜보는 것도 삶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가능한 일이 아니다(어쨌든 그 논쟁이 이 소설의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비록 그 끝은 죽음일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어렵게 읽었다. 어렵게 읽은 만큼의 무언가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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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청년, 결핵요양원에 머물게 되다 (토마스 만, 마의 산1) | 책을 읽다 2023-07-2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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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의 산 1

토마스 만 저/곽복록 역
동서문화사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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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산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과 더불어 192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독일의 토마스 만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1921년 결핵 판정을 받은 아내가 스위스 다보스에 있는 요양원에 입원하였고, 그곳에서 자신도 X-레이(소설에선 뢴트겐선)를 찍어보고는 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의 산은 바로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쓰였다.

 


 

 

주인공 한스 카스토르프는 조선업 회사에 취직하기 전 3주일의 계획으로 사촌 요하임이 결핵으로 요양하고 있는 다보스의 베르크호프 국제 요양원을 방문한다. 계획했던 3주가 다 지날 무렵 몸의 이상을 느끼고(사실을 방문할 때부터 병을 가지고 있었다), 진찰 결과 결핵에 걸렸음을 알고 계속 요양원에 머물게 된다. 마의 산의 1권은 그렇게 결핵 요양원에 머물면서 한스 카스토르프가 겪고 생각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하다. 특히 1권은 더욱 단순한데, 마치 여러 에피소드들만을 소개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리고 그 에피소드들이 어떤 하나의 절정으로 향해 간다는 느낌도 별로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바에 의하면, 주인공은 어떤 깨달음을 얻고 산(이 위)을 내려오고 현실에 과감히 뛰어들게 된다. 그러니까 1권은 그런 깨달음으로 이르는 길을 그리고 있다고 할 수 있고, 그 길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까 그 깨달음은 1권에서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삶과 죽음에 대한 것이란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의 비밀이 과연 무엇인가에 관해서는 짐작할 수 없다. 다만 결핵이라는, 당시에는 특별한 치료법이 발견되기 전(왁스만에 의해 결핵 항생제가 개발된 것은 1940년대 중후반이다)에 질병에 걸리고, 그것으로 죽어 나가는 사람들을 계속 목격하면서 삶과 죽음에 관해서 깊이 성찰할 기회를 가진다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일이라고도 여겨진다. 삶의 의미를 잊게 만드는 곳에서의 생활이 삶의 의미를 더욱 생각한다는, 조금은 아이러니한, 그러나 당연한 구조라 여겨진다.

 

그럼에도 1권에서 한 가지 점층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는 부분은 쇼샤 부인에 대한 연정이다(그러니까 사랑도 이 책의 중요한 주제이며, 그 사랑이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마음속으로만 연정을 키워나간다. 아직 젊은(요즘 같으면 어리다고 할까) 청년의 마음속에 어떤 면에선 순수하고, 또다른 면에서 음탕하게 여인에 대한 사랑을 갈구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다가가지 못하다 결국 산에 머물게 된지 1년이 다 되어 사육제 때 겨우 고백하게 된다. 그러나 쇼샤 부인은 다음 날 산을 내려가기로 했다는 것을 알린다. 그의 사랑 고백은 너무 늦어버린 것이었는지 모른다. 1권은 그렇게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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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을 다룬 일본 근대소설들 | 책을 읽다 2023-07-28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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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일본 근대 문호가 그린 감염병

김효순 편/히로쓰 류로 등저/김효순 등역
역락 | 2023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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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과 관련한 소설을 찾아 읽는 가운데 발견한 흥미로운 책이다. 비록 전문적인 번역가가 번역한 게 아니라 대학 강의에서 학생들이 번역한 것이라는 점을 알고는 조금 의심이 들었지만 읽어본 바로는 그다지 흠을 발견하기는 힘들다.

 


 

 

결핵을 다룬 작품 둘, 스페인 독감을 다룬 작품 둘, 한센병, 즉 나병을 다룬 작품 둘, 그리고 매독을 그린 작품하나 등 모두 여덟 편의 단편을 실었다. 이 여덟 편의 작품이 감염병을 다룬 방식은 다르다. 어떤 작품은 본격적으로 감염병, 또는 감염병에 걸린 사람을 다루고 있는가 하면, 어떤 작품은 배경이나 일부 소재로 차용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모두 감염병에 관해서 상당히 자세히 묘사하고 있으며, 당시의 시대 상황(19세기 말부터 1930년대까지)을 잘 서술하고 있다. 감염병에 대해서 어떤 개인과 사회가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물론, 그 감염병에 관한 사회적 편견이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말미의 이 강의를 진행하고 정리한 김효순 교수의 해설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지만) 여러 작품들이 작가 개인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는 한센병에 걸린 이가 주인공으로 격리 시절에서의 경험과 심리를 묘사한 작품을 쓴 호조 다미오다. 그는 일본 최초의 한센병 작가라고 한다(식민지 조선의 경성에 태어나기도 했다). 한센병 환자로서 환자 수용시설에서 작품 활동을 했고, 24살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가 한센병 환자였다는 사실을 모른 채로 읽으면서도 한센병 환자의 상태뿐만 아니라 심리 묘사가 매우 상세하고 섬세하다고 느꼈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특히 육체와 정신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고차원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고, 이미 한센병이 나균에 의한 감염병이라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사회적인 인식과 국가적인 차별에 좌절한 작가의 심정이 잘 드러나고 있다.

 

그밖에도 히로쓰 류로의 <잔국(殘菊)>, 모리 오가이의 희곡 <가면>도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고 하는데, <잔국>이 결핵에 걸린 젊은 부인의 감정 묘사가 특출나다면, <가면>은 결핵 환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에 대해 환자(더 정확히는 의사이자 환자)의 반응이 흥미롭다. 특히 결핵균에 관한 염색법 등에 대한 내용은 작가가 의학부 출신에 군의관을 역임했으며, 로베르트 코흐에게서 배운 적이 있다는 점이 잘 드러나고 있다.

 

일본의 대문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난징의 그리스도>는 매독에 걸린 어린 매춘부의 믿음과 오해를 다루는데, 아쿠타가와는 매독이 아니라 스페인 독감에 걸린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매독은 많이 감추는 질병이었으므로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타인에게 옮기면 본인은 낫는다는 설정은 분명 감염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지만(작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매독에 대해 절박한 상황을 나타낸 것이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이에 비하면 스페인 독감을 다룬 소설들은 다소 다양한 측면을 보여준다. <유행성 감기>는 시가 나오야의 스페인 독감 감염되었던 체험을 바탕으로 한다는데, 이 질병에 대한 상류층의 혐오와 대응 방식이 잘 드러나고 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길 위에서>는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감염병에 걸릴 확률을 높여 아내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다뤄진다. 그런데 여기서는 스페인 독감보다는 티푸스(Typhus)가 더 중심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기쿠치 간의 <마스크>는 감염병에 대응하는 개인의 심리 변화가 잘 드러나는데,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우리가 마스크를 대하거나, 혹은 공공시설 이용 시에 가졌던 여러 가지 마음과 매우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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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인곡(人曲) | 책을 읽다 2023-07-28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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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데카메론

조반니 보카치오 저/진성 역
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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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래된 고전을 읽을 때마다 숙제를 하는 기분이다.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단테의 신곡(神曲에 견주어 인곡(人曲)이라고도 한다. 14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성취 중 하나라고 일컬어지기도 하는 데카메론의 배경은 페스트, 즉 흑사병이다. 피렌체를 휩쓴 흑사병을 피해 젊은 여성 일곱과 젊은 남성 셋이 한 성당에 모였고, 열흘 간 각자 한 사람씩 이야기를 한다(중간에 수난일인 금요일과 휴식을 위해 쉰 토요일을 뺀 나머지 기간이니 열이틀 동안이라고 해서 더 정확하려나?).그 이야기들은 모두 보카치오가 창작해낸 이야기는 아니라고 한다. 많은 이야기들이 당시에 떠돌던 이야기였고, 이것을 잘 버무린 게 보카치오의 솜씨라는 것이다.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고 인상 깊은 인물들은 다름 아닌 성직자들이다. 아직은 신이 사람의 세계를 압도하던 시기였고, 이제 인간''의 가치를 알아가기 시작하던 때였다. 보카치오는 타락한 성직자들을 자주 등장시키며 그들에 대한 혐오를 나타내고, 비판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와 더불어 거의 모든 이야기에 걸쳐 중심을 이루는 것은 여성이다. 머리말에서 여성들이 읽어 즐거움과 충고를 얻을 것을 권유하고 있을 만큼 여성들을 이 책의 독자층으로 삼고 있었다. 그리고 억눌린 욕망을 발산하는 여성들을 그림으로써 새로운 시대상을 보여주고 있다. 바로 르네상스였던 것이다.

 

물론 보카치오가 중세의 모든 질곡에서 해방된 세계를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그는, 그리고 이 이야기 속 인물들은 신성의 세계에 살고 있었다. 기독교라는 종교를 버리지도 않았고, 그 세계가 강조하는 가치를 부정하지 않았다. 대신 앞뒤가 다른 상류층의 위선을 폭로했고, 부패와 타락을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인간의 욕망을 받아들일 것을 강조했다.

 

다만 이 100편에 이야기들이 거의 비슷한 흐름을 가지고 있고, 문화적으로도 이해가 힘든 부분들이 있어 모두한 번에 읽기에는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당시의 시대상을 읽고, 인간의 욕망이 유구하다는 것을 깨우치는 데는 더할 나위 없는 자료'이지만, 이것을 현대인이 즐거이 읽는 소설로 받아들이기에는 조금은 꺼려지는 것이다.

 


 

 

숙녀 여러분, 이제는 지나간 무서운 흑사병의 추억은 그 실상을 직접 보고 들은 모든 이에게 너무나도 깊은 슬픔을 남겼습니다.”

- 숙녀 여러분'이라 했을까? 머리말에서 보카치오는 10명의 남녀가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 병을 피해 한성당에 모여 10일 동안 나눈 100편의 이야기가 혹여 우울증에 사로잡힌 여성들이 읽는다면 즐거움과 좋은 충고를 얻으실 것이고, 피할 일과 따라야 할 일이 무엇인지 배우실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괴로운 마음도 덜어지겠지요."라며 이 이야기들이 여성들을 겨냥한 것이란 걸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로도 이야기가 여성의 관점에서 본 것들이 많기도 하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가 태어나신 지 1348년이 되었을 때, 무서운 흑사병이 이탈리아 제일의 도시 피렌체를 덮쳤습니다. 이 전염병에는 인간의 어떠한 지혜나 예방책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시내에 산더미같이 쌓인 오물을 치우고, 환자를 도시 밖으로 내보내는 등 병이 퍼지는 것을 막을 온갖 방법이 동원됐지요. 신앙심 깊은 이들은 갖가지 기도문을 되풀이 외워서 병을 쫓으려고 해 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해 초봄, 흑사병이 무서운 전염성을 띠며 처참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낫는 자는 극히 드물었고, 일단 흑사병의 증상인 반점이 나타난 사람은 사흘 이내에 열이나 별다른 발작 없이 그냥 죽어 갔습니다."

- 보카치오는 흑사병으로 사회가 해체되는 모습까지 기록한다. 그것을 '야박한 마음'이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서로 왕래를 꺼리고, 이웃은 물론 친척끼리도 서로 찾지 않고, 형이 아우를 버리고, 아내가 남편을 버리고, 심지어 부모가 아이를 꺼리는 일이 겨우 '야박하다'라는 말로 표현될 성질의 것은 아니었다.

- 그는 그해 3월부터 7월 사이, 단 몇 달 만에 피렌체에서 10만 명 이상의 환자가 죽어 나갔다고 쓰고 있다. 그리고 이 재앙에 인간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복으로 몸을 감싼 일곱 명의 젊은 부인"

- 이를 통해 이들이 이미 남편이나 일가족의 일부가 흑사병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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