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소쏘한 책 이야기
http://blog.yes24.com/nuri224
리스트 | RSS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담은
소소하고 쏘쏘한 책 감상 블로그입니다! / 올해100권 읽기 도전 중! 80/100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10월 스타지수 : 별453
댓글알리미 비글 : 사용안함
전체보기
읽고 싶은 책
체험단 모집
독서일지
나의 리뷰
독립 북클러버 16기
문학
비문학
기타
독서습관 이벤트
나의 메모
책 속 한줄
태그
친구들과의대화 모팽양 아인슈타인이괴델과함께걸을때 마지막제국 샐리루니 노멀피플 테이블위의카드 소담출판 천년의수업 Sabriel
2020 / 11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월별보기
나의 친구
기본그룹
최근 댓글
리뷰 잘 봤습니다. 
우수리뷰 축하드립니다. 정성들인 리뷰.. 
이번주 우수리뷰에 선정되신 것을 진심.. 
반철학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보는데 평..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서양철학을 .. 
새로운 글
오늘 26 | 전체 9431
2011-10-03 개설

2020-11 의 전체보기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버나딘 에바리스토 저 I #흑인서사 | 문학 2020-11-13 19:01
테마링
http://blog.yes24.com/document/13314274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버나딘 에바리스토 저/하윤숙 역
비채 | 2020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그저 함께 존재하는 것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은 흑인 정체성에 주목하며 끊임없는 형식 실험을 하는 영국계 흑인 작가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손에서 태어난 산문시 같은 소설이다.



문장부호가 거의 없는게 특징이다. 그런데도 대화, 독백, 묘사가 서로 엉키지 않고 의식의 흐름과도 같이 흘러가며, 마침표는 각 챕터의 마지막 문장에만 찍힌다. 금방 적응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첫 장을 펼치고 나서 다 읽을 때까지 마침표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저 열두 명의 이야기 속에 푹 빠져있었다.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인물이 앰마다. 젊었을 때는 저항하는 페미니스트였고, 50대인 지금은 연극 감독이다.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많이 투영된 인물이다. 앰마를 기준으로 뻗어나가는 흑인 여성 서사의 나뭇가지는 열두 명 그 이상으로 나아간다. 인종, 성, 젠더, 계급, 억압과 부조리함에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며 대처하는가 보여준다.



열두 명의 관계는 가족, 친구, 직장동료, 선생과 제자 사이 같은 고리로 이어져있다. 모두가 모두를 아는 것도 아니며, 서로 대립되는 가치관을 지닌 사이도 많다. 독자의 시선에선 각 인물들의 과거, 현재, 속마음이 다 보인다. 그러나 소설 속 열두 명은 서로의 비밀을 알지 못하기에 같은 상황에서 종종 다르게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244쪽. 여기서 책을 내려놓고 며칠 동안 거리를 두었다. 캐럴과 버미의 이야기를 읽는 중이었다. 앰마가 작가 본인을 가장 많이 닮은 인물이라면 캐럴은 이 책을 탄생하게 해준 인물이다. 나이지리아 출신 영국 이민자인 버미는 꿈을 좇아 남편 오귀스트와 함께 도착한 영국도 고향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인종차별이라는 새로운 장애물과 맞닥뜨렸다. 영국에선 버미가 수학과 전공인 것도, 오귀스트가 예의 바르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것도 쓸모없었다.



그래서 버미는 딸 캐럴에겐 나이지리아인 느낌의 이름은 지어주지 않았다. 캐럴은 열세 살 때 파자마 파티에서 끔찍한 경험을 하고 돌아온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시궁창과 같은 현실과 자신에게 확정된 미래 "유모차를 몰고 가는 미혼모, 아빠 없는 시한폭탄을 밀고 가는 미혼모(p.184)"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선 공부만이 살길이라 판단하고 또 다른 주인공인 교사 셜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캐럴의 친구들은 갑자기 변해버린 친구의 태도가 아니꼬웠고, 어른이 되어 캐럴이 금융계 고위직에 오른 걸 보면서 배 아파하거나 재수 없어 했다. 캐럴에게 아무리 영국인처럼 행동하고 말해도 나이지리안임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던 엄마 버미도 캐럴에게 일어난 일을 몰랐다. 내가 책을 읽을 때 새벽에 혼자 훌쩍거리면서 울고, 울음소리가 엄마와 비슷하다는 건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뜻밖의 사실이었다.



나와 가장 가깝게 느껴졌던 인물은 이분법적 젠더 분류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매건/모건이었다. 매건이라는 여자아이로 태어나 가족 안에서 '여자아이다움'을 강요받아야 했던 매건은 온라인에서 만난 트랜스젠더 친구 비비를 통해 페미니즘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되고, 생물학적 성과 젠더의 차이를 배워간다.



LGBTQIA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간성애자·무성애자).

소수자들은 왜 새로운 단어들을 만드는가? 처음에 우리가 가진 건 두 개가 전부였다. 그들이 단어를 만들고 범주를 만드는 것. 두 개가 익숙한 사람 입장에선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 그렇게 해서 언젠가는 분류 자체가 의미 없어지고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 단어가 너무 많아서 그 단어들이 가치를 잃도록 만들기 위해. 여성, 남성이라는 단어에 얼마나 많은 부가적 의미가 들러붙어있는가. 그것들을 전부 떼어내어 분해하고 곱게 갈아서 뿌리겠다는 뜻이다. 그렇게되면 남는 건 사람과, 이름이 전부일 테니.




이분법적 젠더가 자리 잡은 사회에 살면서 어떻게 젠더 프리 정체성을 실천할 수 있을까? 그러게 많은 정의가 있다면 (정신 나간 내용이면서도 동시에 정신 멀쩡한 내용이라는 말은 삼갔다) 젠더라는 개념 자체가 결국 아무 의미도 없는 게 아닐까? 누가 이 정의를 다 기억할 수 있겠어? 어쩌면 그게 핵심인가? 그렇게 완전한 젠더 프리 세계가 되는 건가? 아니면 순진한 유토피아적 꿈일까?

본문 455쪽.




BBC는 "마거릿 애트우드와 또 다른 작가"가 2019년 부커상을 공동 수상했다면서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이름을 빼놓고 보도했다. 만약 이 책의 내용이나 인물들의 대사가 정치적이라고 느껴진다면 그건 피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사회와 정치는 권력의 흐름과 민감하게 연결되어 있기 마련이고 부조리한 권력은 위에서 아래로 일방적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권력은 누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가 중요하지 않다. 흑인 인권 운동가도 성차별적인 농담을 한다. 차별, 혐오와 폭력은 범인류적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에 어떻게 대처하고 행동할 것인가다.

극단과 무관심 그 사이 어디쯤. 나는 그것이 나의 상태였으면 한다. 그러나 그것은 희망사항일 뿐이고, 스펙트럼 안을 하루 이틀 새에 시계추 마냥 왔다 갔다 하는 게 나의 현실이지만. (조울증일까? 호르몬 때문일까?) 하지만 내가 어디쯤에 있든 간에, 나는 이것만은 지키려고 한다.



상대방을 모르면 모를수록, 그 사람의 눈을 마주 보며 이름을 부르는 것.

가진 것이 없어도 내가 타인에게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이 아닐까.

이 책의 목차가 그런 이름 열두 개이듯이.



각자의 견고한 존재를 나타나기에

이런 단어들은 무색하고

당신의 빛깔과 비교하면

저런 표현들은 무색무취이기에

그래서 나는 당신을 이름으로 부르고자 한다

한때 아무도 칭송하며 노래해주지 않고

아무도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존재였어도

지금 여기

지금 이 순간

당신은 내게 (름을_입력하세요)이다.





책 속 문장



버미가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코피가 싱싱한 레몬으로 만들어 가져다준 레모네이드를 마신다

그녀 어머니가 살아서 새로운 인생을 즐길 수 있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날 봐요, 마마, 날 봐요.

본문 263쪽.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어떻게 만났는지 이야기해주세요, 무릎에 졸린 얼굴로 위태롭게 앉은 매디슨의 등을 쓰다듬으며 레이철이 난데없이 묻는다 (…) 할머니, 한 개인이었을 때 할머니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말이에요 

(…)

윈섬은 자신이 어머니가 되기 전, 레이철이 말했듯이 한 개인이었을 때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레이철이 궁금해하는 게 좋았다

그러나 그녀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딸이었고, 다음에는 아내이자 어머니였고, 지금은 할머니면서 증조할머니다.

본문 360쪽.



여기선 일 못 해, 클로비스가 부두에서 물으면 사람들이 말했어

여기선 식사할 수 없어, 작은 카페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말했어

여기선 술 마실 수 없어, 술집에 들어가면 모든 눈이 우리에게 쏠렸고, 바텐더가 말했어

여기선 잘 수 없어, 당신 피부색이 시트에 묻어날 거잖아, 유리창에 숙박 제공이라고 써 붙인 여자가 말했어, 당신 사람들은 그 정도로 무례하고 무식했지, 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내뱉었고 우리가 상처받는 건 신경조차 쓰지 않았어, 그들을 제지할 차별금지법이 없었거든

당신들이 할 수 있는 건 여길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거요,

우리가 항의하러 갔을 때 경찰이 충고했어

본문 366쪽.



한번은 발작을 일으켜 바비 인형을 죽이려 한 적이 있었다, 색깔 마커 펜으로 얼굴을 마구 칠하고, 머리카락을 모두 잘라버리고, 가위로 눈알을 빼내고, 팔다리를 부러뜨렸다

(…)

침대, 책장, 벽난로 위 선반, 창문턱에 온통 인형이었고 방 안 어디에 있든 공포영화처럼 곳곳에서 소름 끼치게 그녀를 보면서, 볼록 튀어나온 완벽한 형태의 입으로 마음속 이야기를 그녀에게 들리게 말했다, 그래, 우리 싫어하는 거 알아, 그래도 우린 계속 여기 있을 거야

본문 433쪽.





#소녀여자다른사람들 #버나딘에바리스토 #부커상 #김영사 #흑인서사 #여성서사 #실험문학 #2019부커상수상작 #퓨전픽션 #아프리칸디아스포라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1 2 3 4
진행중인 이벤트
나의 북마크
이벤트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