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역사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사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수와 고구려의 전쟁, 신라와 당의 연합, 원의 고려 침략, 그리고 두 번에 걸친 청의 조선 침략 등 우리와 중국 사이에는 수많은 전쟁이 있었으며, 불교와 유교가 중국을 통해 들어오면서 역사와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최근에는 중국이 동북공정을 추진하거나 한복 등 우리 문화를 중국 소수 민족의 문화로 소개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네요. 충돌이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만큼 앞으로 두 나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중국은 워낙 크고 오래된 만큼 제대로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중국을 다룬 책들은 셀 수 없이 많은데 '천하와 천조의 중국사' 는 중국의 역사를 천하와 천조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강력한 나라가 이웃 나라를 멸망시키고 천하를 통일하였다가 다시 분열 과정을 거친 후 통일이 되는 일이 반복되어 왔는데 천하와 천조는 역사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요.
황하 문명은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로 수천년 전부터 사람들은 문명을 이루어 발전해 왔습니다. 초기의 역사는 신화와 현실의 경계에 서 있는데 일반적으로 역사에 기록된 하(夏)나라를 중국 최초의 나라로 본다고 합니다. 하(夏), 은(殷), 주(周) 나라를 거치면서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되었고, 이 시대에는 공자, 맹자, 노자 등 다양한 사상들이 등장해 화려한 문명을 꽃피웠네요. 여러 나라가 전쟁을 벌이는 동안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나라가 등장하였고, 이 나라들은 고대의 예에 따라 하늘에 제사를 지내면서 다른 왕들을 불러 회맹을 통해 패자로 인정 받았습니다. 이를 통해 왕과 왕조는 하늘에서 내린 것이라는 절대 왕정 체제를 유지하였네요.
춘추전국시대를 끝낸 것은 진(秦)나라였지만 단명하였고 곧 한(漢)나라가 전국을 통일하였습니다. 오늘날 중국인 다수를 차지하는 민족을 한족(?族)이라고 하고 중국어를 한어(??)라고 부르는 것처럼 한나라는 중국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네요. 하지만 중국 역사에는 무수히 많은 나라가 등장하고, 그중에는 오랑캐라고 여기던 민족이 중국을 통일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중 원나라와 청나라가 대표적입니다. 중국은 중국을 둘러싼 네 방위의 민족들을 각각 동이, 서융, 남만, 북적이라고 불렀는데 화(華)와 이(夷)를 화이일가라는 질서로 설명하면서 중국 역사의 정통성을 유지하고 있네요.
중국은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중화사상을 유지하였으며 주변 나라들 뿐만 아니라 멀리 있는 나라에서도 조공을 바쳤습니다. 그중 조선이나 일본, 베트남은 중국 중심의 질서에 편입되어 있으면서도 중국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스스로를 소중화로 자처하면서 이웃 나라들을 상대로 중국의 역할을 하려고 했던게 신기하네요. 중화사상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 테두리 내에서 권한을 강화하려고 한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기회를 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려고 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의 천하와 천조 사상은 주변 나라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은 보면 볼수록 새로운 내용들이 많이 나오네요. 이 책은 천하와 천조라는 개념을 통해 중국의 역사를 살펴보고 있는데 기존에 알고 있던 역사를 이러한 관점으로 보면서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