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메르시어의 장편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2007년 우리나라에 번역본이 출간된 후 2022년 새 표지와 새로 다듬은 문장으로 출간되었다. 스위스의 학교에서 언어를 가르치는 그레고리우스가 어느날 우연히 포르투갈 여자와의 만남과 프라두의 책 <언어의 연금술사>를 계기로 수업 중 돌연 리스본행을 결정해 떠난다. 그리고 책 <언어의 연금술사>를 바탕으로 저자 프라두의 삶을 추적해나가는 소설이다.
인상깊었던 구절을 처음엔 찾아가면서 독서했지만 약 600페이지의 분량을 소화하다가 결국 인상 깊은 구절을 기록하는 일을 포기했다... 아무튼,
사실 이 소설은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몰입하기엔 조금 어려운 소설이었다. 그레고리우스부터 언어와 문학에 천재성을 보이는 인물인데, 그런 인물이 또다른 언어 천재이자 의사였던 프라두의 삶을 추적하는 내용이라 등장하는 문장들이 상당히 어려웠다. 깊은 생각을 해야 하는 문장들이었다.
문장들이 어려웠던 대신, 프라두에 대해서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레고리우스가 프라두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프라두의 가족과 지인들을 찾아다닌다. 이런 점에서 한 사람을 다각도로 볼 수 있었고, 그 사람에 대한 의미, 생각을 모두 다르게 가지고 있었던게 신기했다.
내 생격은 그레고리우스와 비슷하게 꽉 막힌 성격인데,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는 그레고리우스가 충동적으로 리스본 행을 실행한게 대단한 것 같다. 프라두의 지인들이 그레고리우스를 보고 내쫓는게 아니라 그를 자신의 공간에 들여 프라두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 이유는 그레고리우스가 가지고 있는 정직하고 진중한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프라두는 상당히 관념적이고 또 언어와 관련된 것에 대한 자신의 철학이 있는 인물인데 프라두의 글 중에 '생각해 보니 그렇네...?'라는 반응이 튀어나왔던 문장들이 많았다. 또 이 인물이 인생에서 처한 딜레마인 포르투갈 혁명의 시대에 죄없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죽이고 다니는 비밀 경찰이 자신의 병원에 의식을 잃고 오게 되었을 때 의사라는 직업 윤리를 택해 그를 살릴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 정의인 민중의 편에 서 그를 내버려 둘 것인가. 프라두는 결국 직업 윤리를 택하고 그 후 민중에게 외면 당한다. 이런 상황의 그를 보면서 정말 안타까웠고, 또 이 사건 뿐만 아니라 인생 전체에 안타까운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았다. 이 소설에 프라두가 등장해 직접 대사를 하는 장면은 하나도 없지만 프라두의 책 <언어의 연금술사>와 그레고리우스가 이끌어낸 지인과 가족들의 푸라두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푸라두의 이야기에 몰입하며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조금은 어렵고 멜랑꼴리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소설이지만 겨울 밤의 기나긴 여로에 놓여있는 사람이라면 그레고리우스의 여정을 재밌게 함께해 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