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국현에서 유영국, 절대와 자유 전시가 열렸을 때 구글에서 이 전시를 기획한 김인혜 학예사님의 강의가 있었다. 담담하고 차분하지만 위트와 센스가 넘치는 달변으로 나는 현대미술에 빠져들었다.
그 분의 책이 나왔다. 조선일보에 매주 연재되었던 글을 모아서 엮은 것이다. 작가 단독, 미술관 중심, 화파 기준 등 에세이, 교양서로 미술 관련 책이 많이 출판되는 중에 김인혜님이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맛깔나게 들려줄지 무척 기대되었다.
대중이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딱 좋은 만한 챕터 분량과 인물을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 근현대 작가의 미술 전시회를 한 번이라도 다녀온 사람이라면 이 책에 등장하는 작가 중 한 명은 무조건 익숙할 것이고 전시회를 다녀오지 않아도 초중고 미술 수업을 받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작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에 나오는 ‘황소 이중섭’도 나온다.
여느 미술책과는 다른 이 책의 차별점은 1950년대 이후 월북한 작가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는 점(이쾌대, 변월룡, 최재덕 등), 대가가 된 작가들을 서포터했던 화가의 부인에 대한 이야기(전업 작가를 지원하기 위해 장사를 하고 운수업을 하고 홍보를 했던 부인들), 예술가들의 관계가 마인드맵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변동림의 언니가 구본웅의 새어머니였는데 구본웅의 절친이었던 이상과 결혼을 하게 되고 사별후 김환기와 재혼을 하여 김향안이 되었다, 임군홍의 부인 홍우순이 권지안(솔비)의 이모할머니라는 것 등 여담과 그 시절 우리 나라 예술가들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유영국 작가의 딸 유리지의 이름 뜻은 언급한 것인데 예전부터 그 시절에 아이 이름을 ‘리지’라고 짓는 센스에 반했기 때문에 그 이음이 한자 뜻이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을 못했다. 책 143쪽에 있다. :)
이건희 컬렉션이나 SoMA에서 열린 다시보자 한국근현대전을 본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우리나라 작가들이 궁금한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김인혜님이 또 어떤 이야기들 들려줄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덧, RM이 몇 번 등장하는지 찾아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