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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이야기 | 기본 카테고리 2022-12-30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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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신 이야기

정진홍 저
EBS BOOKS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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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니체는 말했다. 신은 죽었다고. 아마 지독히도 굳건했던 맹목적인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었을 터다. 그러나 니체의 이 발언은 반어적으로 신의 존재를 인정한 것이 되어버린다. 죽음이라는 상태에 이르기 위해서는 살아있다는 전 과정이 필요한 것이니까.

난 무신론자다. 이 책을 빌어 말하자면 엄밀히 따져 반신론자에 가깝다고 하겠다. 일반적인 사람에 비해 종교에 대해 반감이 상당한 편이다. (역설적이게도 어머니와 외가는 상당히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우습지만, 처음에는 소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출판사를 살피지 않은 나 자신...) 하지만 일단 책을 펴고 나서는 이 책이 완전한 인문학 서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내가 쉬이 이 책을 중도에 접지 못하리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책의 저자는 서울대학교의 종교학과 교수를 역임(...)한 학자다. 이런 학자가 신에 대해 이야기한 것에 대해 미진한 내가 어떤 서평을 할 수 있을까. 다만 분명한 것은 정말 오랜만에 정말 '제대로 된' 인문 서적을 읽어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신, 이야기

 

이 책은 신의 존재에 대해 단순히 실체적 접근을 하고 있지 않다. 아무래도 저자가 종교학자인만큼, 애초에 종교의 발생 기원인 신의 존재에 대해 종교를 넘어, 역사, 사회, 심리 등 다방면으로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고찰하고 이야기한다.

이야기가 다방면이라는 것은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는데, 신의 고향이나 주거, 어떻게 사는지와 신이 우리를 사랑하는가에 대한 물음. 또 사회적 계층에 따른 신의 분화와 신들의 정쟁 등 평소라면 생소한 방향에서 신을 이야기한다.

이는 아무래도 저자가 종교학자인 것이 꽤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 종교에 대한 학문이라면 신을 논외로 할 수는 없을 것이고, 딱히 정해진 실체가 없는 일부 추상적인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연구를 하려면 결국 우리가 이미 정립해둔 다른 가치나 학문들에서 이를 유추해야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 아닐까 한다.

결국 큰 틀에서 보면, 결국 신과 인간이 불가분의 존재이며, 신은 인간이 만들어낸 존재이며 중요한 것은 단순히 신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신이 있는 인간의 삶과 신이 없는 인간의 삶에 대한 인간의 자세와 함께 이를 통해 온전해지는 신의 신다움과 인간의 인간다움, 신의 인간다움과 인간의 신다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 같다.

제대로 된 인문서적

서두에 말했지만, 최근 접한 책 중에 가장 인문서적다운 책이었다. 물론 최근 소설 위주로 독서생활을 해온 입장에서 굳이 비교우위적인 표현을 한다는 것은 오만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인문서적다웠다.

물론, 애초에 저자가 서울대학교 교수를 역임하였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무게감이라든가 압박감도 무시할 수 없다. (전반에 나오는 서울대 학생들의 토론 내용을 읽었을 때는 '과연, 정말 서울대학생들의 수준이 저 정도라는 것은 세계적 석학들이 모인 대학이라는 소리가 절대 소문이 아니라 진실이구나!' 싶었다.)

그럼에도 애초에 어휘나 문장력, 그리고 신의 존재와 신의 존재를 대하는 인간의 자세. 그렇게 인간이 사고하게 된 근거에 대한 역사, 철학, 사회, 심리적 해석들이 요즘의 수박 겉핥기식의 인문서적과는 그 궤들 달리하는 수준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반론의 여지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나중에 작가의 말에서 저자 스스로도 반성(?)했듯이 가독성이나 이해의 효율성에서는 정말 최악이라는 사실 역시 대부분의 독자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긴 하다.)

다른 것은 모르되 우리가 너무 쉽게 접하는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매우 '어렵게' 접근하여 새로운 시각과 폭은 넓고 깊이도 깊은 지식의 해석으로 독자로 하여금 수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빼어난 인문서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 인문교양 수업 서적으로도 손색이 없을 듯싶기도 하다.)

다만, 언제나 그렇듯, 사회적으로 매우 첨예하고 민감한 주제인 '종교'라는 주제, 그것도 종교라는 것의 근간이자 뼈대라고 할 수 있는 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인 만큼, 유신론자 혹은 종교인들에게는 상당히 불편감을 줄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도 이 점을 매우 유념한 듯, 서두에서도 상당히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책의 제목을 '신 이야기'라고 정한 것이 '신이 하는 이야기'와 '신에 대한 이야기'의 중의적 표현임을 설명하였고, 서술 간에도 항상 종교의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 꽤 많은 양을 할당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좌면우고 한다고 해서 양쪽 입장의 독자들이 모두 이해해 줄까. 결국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은 왼편 사람에게는 오른쪽에 속한 사람이고, 우측 사람에게는 왼쪽에 속한 사람인 것을. 결국 종교인에게 이 책은 니체의 책과 같은 신성모독일 것이고, 나 같은 반신론자에게는 종교인의 눈치를 보는 책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럼에도 나 같은 반신론자 혹은 혐신론자마저도 도대체 왜 인간이 '신'을 믿고 의지하며 종교라는 것을 만들게 되었는지, 그 '신'이라는 존재가 인류에게 어떤 긍정적 영향이 있는지에 대해 한번쯤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몇 번을 다시 말하게 되지만) 정말 좋은 인문서적이 아닌가 싶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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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 기본 카테고리 2022-12-2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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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는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루이스 헤이 저/엄남미,강소진 공역
케이미라클모닝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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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루이스 헤이는 심리, 영성, 마음의 문제를 다루는 심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미국의 오프라 원프리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을 손꼽히는데, 내면의 힘으로 암을 치유한 경험을 가지고 치유 메시지를 담은 책은 전세계 35개국 이상에서 5,000만 부를 출간했다.

루이스 헤이의 <나는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의 책 내용은 난해하거나 전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냥 대충 흘려 읽으면 작가가 몸소 체험하고 절실히 깨달았던 경험들은 읽는 것과 같이 그냥 흘러간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의식하기, 장애물 해결하기, 자신을 사랑하기, 내면의 지혜 적용하기, 관거와의 이별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조언한다. 좋은 내용이 많기 때문에 책의 구절을 매일 한 페이지씩 읽거나 필사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녹음해서 들으면 무의식의 라디오 처럼 각인되어 잠재의식을 동화시키는 데도 효과가 있을거라 생각된다.

인생을 한번에 확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우리의 삶은 매일매일의 시간과 행동들과 그것을 견뎌내는 우리의 생각들로 차곡차곡 쌓여져 간다. 새로운 삶의 방식은 거창한 변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그리고 1분이라도 나 자신을 보듬고 살펴주는 시간들이 모여서 아주 작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믿는다. 워낙 유명한 저자이고 루이스헤이 스리즈가 있을 정도로 다양한 모습의 책이 있지만 다른 책과 다르게 문자가 많아 마음을 다잡을 때, 필사할 때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키워드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삶이 지치고 힘들 때, 상처 받고 있는 나를 위해 나침반 삼아 읽어보길 바란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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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것을 모아 너에게 줄게 | 기본 카테고리 2022-12-2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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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빛나는 것을 모아 너에게 줄게

명민호 저
빅피시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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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에 잠시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고 싶어 고른 책이다. 삶을 살아내느라고, 제 한몫을 해내느라고 주변을 무심하게 지나쳐 놓치고 있는 요즘 주변을 좀 바라보고 챙겨볼 수 있게 해준 책이 바로 <빛나는 것을 모아 너에게 줄게>이다. 어렵고 뭘 배우는 책과 거리 두기하고 가끔은 좀 가볍게 힐링하고 싶다. 보는 내내 어쩐지 그림이 낯이 익다 했더니 애청하는 TVN 유퀴즈 온더 블럭의 클로징 일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익숙한 그림이라 반가웠고 또 유퀴즈 때도 다정하게 느껴지던 분위기가 여전해서 또 반가웠다.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태마를 가지고 연인의 1년간의 사랑스러운 일상이 담겼다. 그림만 봐도 미소가 스미고 따스했던 지난 과거들이 오버랩되면서 추억에 잠긴다. 주로 연인 간의 사랑과 애정을 담은 글과 그림이 많고, 처음 연애했던 순간부터 결혼을 하고 늙어 노년의 다정한 부부의 모습들이 등장하는데 곁들어진 글들이 그림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상적인 모습들의 향연이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고민이 '오늘 저녁 뭐 먹지?'라는 부분에서 웃음이 났고, 순간을 사랑하라는 저자의 말이 가슴 깊이 맴돈다. 소중한 일상을 지나치지 않고 감사하게 여기며 오롯이 느끼고 사랑해야겠다. 읽으면서도 반성을 많이 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내가 사랑하는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지 잊고 지내지 말자고 항상 다짐해도 금세 잊어버리는 나에게 마지막으로 이 말을 남기고 싶다. 소중한 것은 늘 가까이에 있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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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할 수밖에 | 기본 카테고리 2022-12-2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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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렇게 할 수밖에

최도담 저
네오픽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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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요의 인버스에 이어서 재미있게 읽은 책. 최도담저자의 <그렇게 할 수밖에>

저자의 직업은 공무원으로 2021년 공직문확상 금상을 수상하면서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그렇게 할 수밖에>에 두 번째 책이다.

 

처음에는 무슨 내용인가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뒷부분이 궁금해서 손에 책을 놓기 어려운 소설책이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줄거리는 폭력을 행사하는 새아빠로 인해 엄마가 자살하고 할머니와 사는 주인공 '강라경'은 새아빠를 증오하며 죽일 계획을 세운다. 비로소 모든 준비가 완료되고 청부살인 업자 '연'에게 살인 의뢰를 했고 얼마 뒤 새아빠는 교통사고로 죽는다. 염원하던 목적을 달성하고 끝난 줄만 알았던 어느 날 '연'으로부터 한 통의 우편물이 도착한다. 강라경의 의뢰가 실패했고 수수료 중 일부를 돌려준다는 내용. 수수료를 돌려받은 라경에게 찾아온 형사들은 점점 살인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기 시작하고, 의외의 인물이 수사망에 오르는데...

 

소설은 처음부터 모든 이야기를 꺼내놓지 않는다. 서서히 하나씩 정보를 제공하고 독자는 퍼즐을 맞춘다. 왜 그런지 궁금했던 부분을 알아가고 흩어져 있던 정보들이 모였을 때 앞뒤 맥락이 보이면서 이어진 하나의 이야기는 빈틈없이 촘촘하다. 책을 읽는 내내 시종일관 궁금했고 스릴 있었고, 의외의 인물의 의외의 면모를 발견하면서 오싹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인물이 주는 아우라가 오싹함마저 사랑으로, 더 큰 사랑으로 다가와 충격적이기도 했다. 어쩌면 이해하지 못할 행동들도 서두에 저자가 만들어놓은 장치들로 하여금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을 그려놓은 것 같다. 누군가의 사랑 방식이 이런 모양으로도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을 때 조금 더 깊이 헤아려보고 이해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담담한듯하면서도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서사, 깊이 속삭이는 다정한 사랑의 모습들. 뭐 하나 아쉬운 것 없이 무아지경 읽은 소설책 <그렇게 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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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의 껍질 | 기본 카테고리 2022-12-2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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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그리트의 껍질

최석규 저
팩토리나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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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인간을 동물과 구분짓는 가장 큰 근거로 사는 것 중 하나인 영혼. 하지만 영혼의 실체에 대해 규명된 바는 전혀 없다. 하지만 영혼을 부존재하는 가상의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온갖 감정들, 사랑, 연민, 동정, 후회, 분노, 절망 등을 설명할 방도 역시 없기는 마찬가지다.

 

보통 이런 영혼의 문제에 기초해서 추리소설이나 스릴러물에서 등장하는 것은 사이코패스다. 그들이 타인의 감정과 공감하지 못하거나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지 못하는 것을 영혼이 없기 때문일 것이라는 상상.

 

소설에서 '겉을 감싼 껍질을 벗겨내면, 사실 똑같이 생긴 영혼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라는 문구가 헛된 희생자의 외침으로 보이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이지 않을까.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그런 모두가 가진 영혼을 가지지 못한 사이코패스는, 인류 역사상 가작 소외된 종자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사이코패스

 

 

강규호는 불의의 사고로 최근 2년 간의 기억을 잊는다. 회사로 복귀해 일상 생활을 이어가지만 집에서 숨겨진 금고와 누군지 모를 여자의 사진을 발견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진정한 자신을 찾기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생활을 하면서 점점 자신이 그 무엇에도 분노하지 못한다는 이상한 느낌에 빠져든다. 그러던 중 회사에 들어온 차수림과 사랑에 빠지고, 차수림이 연애의 조건을 건 두 가지. 콜라 끊기와 화내지 않기를 지킨다.

 

행복한 어느 날, 갑자기 차수림이 시체로 발견된다. 실의에 빠진 것도 잠시, 더욱 자신의 기억을 찾기에 박차를 가한다.

 

자신이 보관하던 사진의 주인공 김미선. 그 김미선의 복수를 하겠다며 자신의 뒤를 밟다 사고로 죽은 김춘석. 금고. 자신을 관찰하는 듯한 비디오가게 사장과 정신과의사. 모든 힌트를 꿰어낸 강규호는 결국 금고의 문을 열고, 잊고 있던 진정한 자신을 찾아낸다.

 

결국 자신이 사이코패스이자, 사이코패스에게 딸이 살해당한 제약회사 회장의 불법적인 약물실험 대상이었음을 알게된 강규호는 관련자들을 하나 둘 처리하고, 선과 악의 대립점에서 선의 그림자, 악의 편에 서서 실험에 관계된 자들을 처치할 계획을 세운다.

 

 

 

정보서적은 아닌데

 

 

일단 전체적인 맥락은, 기억을 잃은 사이코패스와 사이코패스를 약물로 치료해서 세상의 악을 없애겠다는 비밀조직의 이야기다. 사이코패스인 주인공이 기억을 찾고 복수를 하는 스토리는 보통 흔히 '정의'에 편에 있는 주인공이 정의의 가면을 쓴 악의 집단에 맞서 기억을 찾아 싸우는 이야기다.

 

이 소설의 특장점이랄 것은, 주인공이 악인이라는 것. 그리고 그 악인에 맞서는 집단 역시도 최소한의 인권을 무시한 체(솔직히 그런 인간들에게 인권이 있어야하는 것인지는 개인적으로 부정적이지만.) 비윤리적 실험을 자행했다는 것이다. 결국 선과 악의 대립이 메인이 아니라는 것.

 

물론, 선과 악의 구분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소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시도는 접할 때마다 늘 새롭긴 하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새로운 이유는 역으로 보면, 이런 시도가 재미도 반감되고, 독자들의 호감도 역시 낮기때문에, 흔히 하는 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 이런 애매모호한 태도는 독자들에 어떤 카타르시스보다는 근본적이나 철학적인 고민을 던져주기 때문인데, 정말 간단하고 명료한 카타르시스를 얻고자 읽는 소설에서 이런 소재는 독자의 니즈에 적합하지 못하다.

 

게다가 작가가 특정 분야, CCTV기술이라든지 무술, 미술이나 여러 서적들에 대한 지식이 많아서인지 전체 흐름과 크게 상관이 없는 부분임에도 과도하게 디테일한 설명을 하면서 전체적인 흐름이 지지부진한 면이 있다. 거기에 스릴러적인 요소가 적고 역동적인 부분도 적어서(주인공의 성향 자체 때문에 드러나기 힘들었긴 했을 것 같다.) 소설을 읽는 동안 속도가 붙질 않아 지루함이 적지 않았다.

 

엄밀히 이런 오락류 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니즈는, 다름이 아닌 오로지 흥미와 재미다. 솔직히 선과 악의 모호성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인 질문이나 사상의 표현은 어디까지나 작가 자유의 영역이므로 언급을 자제한다고 치더라도, 과도하게 특정 과학기술이나 상관없는 문학작품의 과도한 인용, 설명 등은 확실히 배제했어야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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