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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그리고 자유, K의 장례 | 기본 카테고리 2023-03-1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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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K의 장례

천희란 저
현대문학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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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이야기는 K의 죽음에서 시작되었으며 K의 죽음으로 끝난다.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 누구도 두 번 죽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p. 9)

 

한 사람이 두 번 죽었다는 첫 문장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K의 장례의 첫번째 이야기의 화자는 기차에서 맞은편에 앉은 중년 남자의 휴대폰을 빌려달라는 부탁에 응한다. 얼마 후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작가K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차에서 만났던 사람이었다는 걸 기억해낸다. 그리고 죽었다는 K에게 연락을 받는다.

 

- 그 비밀은 대부분의 비밀이 그러하듯 언제라도 폭로될 수 있었다. 그 어떤 위험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밝혀질 수 없는 비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애당초 비밀을 지키기 위해 행해지는 모든 일들이 그 자체로 위험천만한 대가이다. 비밀은 거짓이 아니지만, 비밀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거짓의 알리바이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모든 것을 낱낱이 밝히고 나면 진실은 그의 눈을 멀게 할 것이다. 말해서는 안 된다는 금기가 말해질 수 있다는 자유 속에 방목되어 있는 것, 그것이 사람들을 비밀의 함정에 연루시킨다. (p. 35~36)

 

- 나는 몰랐다. K가 내게 언제든 그를 떠날 수 있는 자유를 주었다 하더라도 그 자유가 내게만 주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을. K가 나를 배반할 자유 역시 존재했다는 것을. 그리고 나와 K, 둘 중 누구도 아닌 제3의 존재가 우리의 계약을 언제든 파기할 수 있었다는 것을. 그것을 단지 죽음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어떠한 제약도 없이 우리의 삶을 쥐고 흔들 수 있었던 존재, 어쩌면 그 운명의 이름 이야말로 그도 나도 가질 수 없었던, 자유였다. (p. 42)

 

믿을 수 없는 상황에 호기심을 가지고 만나러 간 자리에서 K는 우리가 서로의 인생을 훔친다면 그것은 제법 공정한 거래이지 않겠습니까?라며 이름과 얼굴을 빌려주면 사회적 명예와 경제적 이득을 가진 다른 인생을 주겠다 거래를 제안한다. 그렇게 K의 대역이자 유령작가로의 삶을 살게 되고 15년이 지나 K의 두번째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 나는 내게 현실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를 떠올리고는 했다. 동시에 나의 고장나버린 어떤 부위가 내게 글을 쓰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을 되뇌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속지 않으려 애썼지만, 속지 않는다면 영원히 설득할 수 없는 미로였다. (p. 72)

 

아버지와 같은 작가의 길을 가고 있는 재인은 어릴 시절 자신이 사랑했던 아버지의 너그럽고 자유분방하며, 진지하고 섬세한 모습이 가정을 방임했기에 유지될 수 있었다는 걸 깨닫고 아버지와의 혈연을 부정하고 거부하고 미워하며 이름까지 바꾸고 살아가던 중 자신의 사무실 앞에 놓여있던 서류 봉투에 담긴 15년 전에 죽은 아버지의 원고를 받게 된다.

 

- 수많은 이름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모두가 기억되지 않는다. 모두가 기억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쓰지 않는다고 해서 삶이 끝나지는 않는다. 어떤 누군가는 스스로 사라지기를 자처한다. (p. 106~107)

 

K의 죽음으로 시작되어 그와 인생을 바꾼 인물 그리고 K의 딸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 K의 장례는 자신들을 속박했던 조건들을 이해하거나 그것과 헤어지며 자신의 본명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보여준다. 이야기는 줄곧 자유라는 단어를 언급하고 있는데,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자유를 찾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K와의 거래로 명예와 경제적 이득을 얻었지만 가짜 삶에서 벗어나 진짜 이름을 찾아 자유롭게 살고 싶은 인물, 아버지와 같은 직업을 선택한 자신에게 따라붙는 누구의 딸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을 구성하는 정체성의 자유를 찾기 위해 본명 대신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가는 재인, 자살로 자신의 첫번째 죽음을 꾸며 존재를 지우고 다른 이름에 숨어 살아가는 K의 모습 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정의하고 있는 것들이 어쩌면 자유롭지 못하게 묶어두는 방해물이 될 수도 있음을, 나를 정의하는 것을 제대로 마주보고 이해하는 것을 통해 자유를 찾아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 현대문학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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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로 연결 된 인연, 내일을 준 너에게 마지막 러브레터를 | 기본 카테고리 2023-03-06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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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일을 준 너에게, 마지막 러브레터를

고자쿠라 스즈 저/김은모 역
놀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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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친구인 가이토를 짝사랑 하는 미즈키는 자신의 친한 친구 리쓰와 가이토가 사귄다는 말을 듣게 되고, 가이토가 동아리 활동 시간에 축구 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도서실에 갈 때마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펼쳐 놓았던 미즈키는 어느 날 책 속에서 네가 항상 눈에 밟혀서, 한 번이라도 좋으니 이야기해 보고 싶었어라는 사토라는 사람이 자신에게 써놓은 편지를 발견한다.

 

- 왠지 사토라면 내가 바라는 말을 해줄 것 같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사토의 말이 날 위로해 주었다. 가슴이 서서히 따스해지고, 이유도 없이 울고 싶어진다. 이런 감정은 이상하다. 어제처럼 슬퍼서 눈물이 나는 것도 아닌데. 아무래도 궁금하다. 사토는 대체 누구일까. 나의 좋은 점을 알아주는 이 사람은-. (p. 62)

 

- 몰라서 좋은 것도 있다라. 일리 있는 말이다. 사토가 누구인지 알면 반드시 관계에 변화가 생긴다. 좋은 변화일 수도 있고, 나쁜 변화일 수도 있다. 지금처럼 무엇이든 상담할 수는 없어진다거나 거리낌이 생기는 등, 결코 좋지만은 않은 변화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알고 싶은걸??????. 잠들어 버린 스기우라의 옆에서 난 혼자 중얼거렸다. (p. 112~113)

 

몇 반인지, 얼굴도 모르는 상대이지만 미즈키는 답장을 보내며 사토와 편지를 주고받게 되고, 친구인 리쓰에게 콤플렉스를 갖고 있으며 자기비하 때문에 솔직한 감정을 억누르고 지내는 미즈키는 자신의 상처와 아픔을 어루만져 주고 장점을 발견해 주는 사토의 편지에 마음을 열고 위로를 받으며 수수께끼의 인물 같은 편지를 쓴 사토가 점점 더 궁금해져 주변의 사람들 중에 사토 일지도 모르는 후보들을 추려 편지 속 단서들을 통해서 사토 찾기를 시작한다.

 

- 스기우라의 첫인상은 최악이었지만, 몇 번 보는 사이에 무서운 이미지는 사라졌다. 말투는 좀 거칠지만, 실은 다정하고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문제아라기보다는 그냥 지각 상습범, 덧붙여 땡땡이 상습범이라는 범주에 넣는 편이 어울릴 것 같다. (p. 149~150)

 

- 살면서 자신을 성장시켜 주는 사람과 만나기 쉽지 않아. 그런 사람과의 인연은 평생 소중히 하렴. 멀어지고 나서 깨달으면 늦을 때도 있으니까. 고짱의 말이 가슴속에 푹 박혔다. 사토와의 만남은 내 인생에서 둘도 없이 소중한 시간이다. 멀어지고 나면 그때는 늦는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속박에서 풀려난 기분이었다. (p. 161)

 

관계 맺기에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인물이었던 미즈키는 사토의 편지로 인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매일 지각하고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는 학교의 문제아라고 소문난 별의별 소문을 다 달고 다니는 스기우라와도 도서실에서 마주치며 친해지게 되어 새로운 관계를 넓혀가고 사토 찾기를 하며 엮이게 되는 인물들의 일에 예전 같으면 남의 일이라는 생각에 절대 관여하지 않았을 일들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며 자신의 생각이나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며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성장한다.  

 

- 불안에서 달아나려고 열심히 하는 것과 미래를 생각해서 열심히 하는 건 비슷한 듯하면서도 전혀 다르니까요. 지금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면 후회만큼은 하지 않겠죠. (p. 250)

 

책 속의 편지를 통해 연결되는 두 인물들의 이야기는 판타지이야기 같기도 하고 10대들의 풋풋함이 담긴 이야기는 설레임을 주기도 한다. 과연 미즈키가 찾는 사토가 어떤 인물인지 미즈키는 자신이 몰랐던 것을 알게 해주고 긍정적인 영향을 준 사토를 만나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을지 둘의 만남을 기대하게 하고, 이야기의 마지막은 잔잔한 여운과 그리움을 주었다.  

 

* 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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