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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하고 설레이는 지오와 찬이의 이야기,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 기본 카테고리 2023-08-2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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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이꽃님 저
문학동네 | 202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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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문학 페이지터너인 이꽃님 작가님의 신작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를 책이 출간되기 전 북클럽 문학동네 회원을 대상으로 한 티저북 서평단으로 이야기의 일부를 읽어보게 되었다. 작가님이 쓴 이야기 중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라고 표현할 정도로 애정을 가득 담아 완성한 이야기는 표지부터 배경까지 여름을 듬뿍 담고 있어 여름이면 생각날 것 같은 이야기다.

 

- 고요가 찾아온다. 갑작스러운 고요에 멈칫, 곧이어 귀에서 삐- 이명이 울려 온다. 온갖 소음들로 섞여 있던 공간은 침묵 속에 미안.이라는 그 아이의 선명한 목소리만 남는다. 그 짧은 순간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영원같이 느껴져 그 아이가 내 옆을 스쳐 가고, 다시 소음이 들려오기까지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나에게 일어난 이상한 일이 두 번이나 저 아이와 관련이 있다. 그 생각이 스치자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어진다. (p. 26~27)

 

- 그럼 뭔데? 나더러 옆에 있어 달라는 사정이라는 게 뭐냐고.

처음이다. 모든 걸 말하고 싶었던 건. 어쩐지 이 아이 앞에서는 솔직해져도 될 것만 같다.

다른 사람한테는 안 들리는 소리가 들려.

뭐?”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 속마음이 들린다고. (p. 48)

 

엄마와 둘이 살면서 엄마를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유도를 시작한 지오는 엄마의 갑작스러운 병환으로 없는게 당연하다 생각한 평생 있는지도 몰랐던 아빠가 사는 정주로 가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갑작스럽게 정해진 일에 모든 것이 불편하고 짜증스럽기만 한 지오는 이유 모를 화재 사건으로 부모님을 잃은 후 다른 사람의 속마음이 들리게 된 유찬을 만나게 된다. 듣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속마음에 온종일 시달려 이어폰을 꽂고 생활하던 유찬은 전학 온 하지오가 가까이 있으면 지오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속마음이 들리지 않는 고요가 찾아오고, 어쩌면 평범한 일상을 되찾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지오에게 다가간다.

 

- 더 해. 들어 줄게.” “……뭐?

궁금했었어. 그래서 듣고 싶었어, 네 속마음.

그 말 한마디에 지오는 주저앉아 버린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듯 목 놓아 운다. 가슴을 치며 발을 바닥에 비벼 대며 자꾸만 화가 난다고, 그래서 미치겠다고 그렇게 울어 댄다. 나는 괜찮으냐고 물어보는 대신 그저 함께 앉아 있어 준다. 언젠가 내가 그랬을 때, 다른 누군가가 그래 주길 바랐던 것처럼. (p. 60)

 

- 유도는 내가 좋아하는 운동이면서 동시에 엄마를 행복하게 만드는 운동이었다. 유도 실력이 늘면 늘수록 엄마를 지킬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평생 내 편이라고는 엄마 한 사람뿐이었기에 내 마음속에는 늘 불안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엄마가 나를 지키다 지쳐 사라져 버리면, 아빠처럼 나를 버리면 어쩌지……. 혼자 남겨질 것에 대한 두려움이 언제나 나를 사로잡고 있었다. 그래서 유도가 좋았던 것도 있다. 내가 엄마를 지키면, 엄마가 지치지 않을 것만 같아서. (p. 86~87)

 

작가님의 첫번째 연애소설이라는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는 지오와 찬이의 통통 튀고 풋풋한 이야기가 웃음을 짓게 만들고, 다른 사람의 속마음이 시끄럽다고 생각했던 찬이가 지오의 속마음이 들리지 않아 궁금해하며 표정을 살피고 이야기에 집중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처음으로 관심을 갖는 모습, 엄마 외에는 자신의 편이 없었던 지오 역시 곁에 있어 달려며 자신을 향해 직진하는 찬이에게 설레임과 끌림을 느끼는 두 주인공의 변화를 보여준다. 찬이 부모님의 죽음과 관련된 화재 사건의 비밀,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되고 서로에게 영향을 줄지 지오와 찬이의 이어질 이야기가 궁금하다.

 

- “다른 사람들은 다 알겠는데 넌 모르겠어.” “……왜?”

“몰라, 왜 그런지. 그냥 너는 특별해.” (p. 83)

 

* 문학동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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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해도 괜찮아, 허술하면 좀 어때 | 기본 카테고리 2023-08-1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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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허술하면 좀 어때

띠로리 저
푸른숲 | 2023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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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엉성하고, 어쩐지 짠해 보이지만 귀엽고 가여운 인형을 만들어 허술한 매력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띠로리소프트의 대표 띠로리의 빈틈예찬 에세이 <허술하면 좀 어때>는 유머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코미디 조각가라 자신을 설명하는 작가 띠로리의 나다운 방식으로 유쾌하게 균형을 찾아가는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 내가 지향하는 코미디 조각이란 태도에 가깝다. 이렇다  야망이 없는 태도. 남을 웃길 마음이 전혀 없는데도 그냥 웃긴 사람처럼, 열심히 만든 조각으로 바람 빠진 풍선 같은 유머를 선사하고 싶다. 니들펠트를 처음 만들어보는 사람이 12시간동안 만든 망한 작품처럼. 너무 만져대서 손쓸  없이 울퉁불퉁해진 도자기처럼???. (p. 22)

 

작가의 숨기고 싶은 어설프고 애달픈 모습들을 은연중에 닮아 있는 그가 만드는 인형들은 맞는 길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길, 더 잘할 수 있는 길을 걸어가기로 결심한 자신만의 결심과목표를, 허술함 속에서 한 발 두 발 앞을 향해 내딛었던 삶의 면면과 인형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와 허탈하게 웃긴 인형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눈??입을 달고, 허술함의 도(道)를 깨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던 나날들과 좌충우돌 실수하거나 실패했던 일들과 고민을 볼 수 있다.

 

- 살다 보면, 내가 아닌 무언가를 가장해야 하는 상황들이 있다. 업무 미팅을 한다든지, 격식 있는 자리에 간다든지. 대체로 그때 마다 어디 하나 흠잡을  없는 모습이 요구된다. 리본 묶는  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과제들을 막힘없이 풀어낼 것같은, 철두철미하고 전문적인 모습. 이제는 나도 그런 척쯤이야 흉내 낼 수 있다. 하지만 하루, 일주일, 1년이나 그런 태도를 유지하다 보면,  붙는 스키니 진을 입고 24시간 돌아다닌  갑갑해서 모든  벗어던져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니, 사소한   하는 채로 그대로 두는   소소하고 은밀한 취미다. (p. 52)

 

<허술하면 좀 어때>는 허술한 나인 채로 허슬(hustle)하게!라는 책의 모토처럼 엉성하고 어설프지만 그런 모습조차 나다운 모습이라며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확고하게 나아가는 작가님의 모습은 전혀 허술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일을 하든지 완벽하게 하려고 하는 내 모습을 되돌아보며 너무 아등바등하지 말고, 어설픔과 빈틈도 나의 한 부분임을 인정하는 것, 부족해도 일단 해봐도 괜찮다는 위로를 받은 것 같아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고, 완벽 하려 했던 일상에 조금은 힘을 빼고 지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 아무런 이유 없이 상냥한 사람들은 드물다. 그래서 나는 더욱 다정하다는 말을 부정했을까. 스쳐 지나가는 타인에게도 착할  있는 건, 어쩌면 뚝심에 가깝다. 누가 뭐라 그러거나 말거나,    팔거나 말거나 신경   없이 본인의 세계가 확실해서 남들에게도 흘러넘치는 것. 단순히 상냥하다는 말로 정의하기에는 고집스러운 삶의 태도 같은 것. 시계 수리방의, 금은방의 할아버지들은 그런  가지고 있었다. (p. 148~149)

 

* 푸른숲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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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잖아요 | 기본 카테고리 2023-08-1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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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잖아요

썩어라 수시생 저
팩토리나인 | 202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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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좋아 예고에 입학했지만 좋아하는데 못하는 게 슬퍼 노래만큼이나 자주 했던 일이 매일매일 친구들과 연습실에서 우는 것이 일상이었고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 패배감과 우울감으로 가득 차 있던 시절 소중한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고 싶어 슬펐던 일, 재미있던 일을 그려 친구들과 돌려 읽은 게 썩어라 수시생의 시작이라고 한다.

 

노래하는 사람. 노래 하면서 그림 그리는 작가님 썩어라 수시생의 첫 번째 그림 에세이 <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잖아요>는 누구나 한 번쯤 도대체 내 인생은 왜 이러는 건가? 의문을 가진 적이 있을 것이라 말하며 원래 조금은 이상하고 수상한 것이 인생이고, 그렇기에 인생은 살아볼 만한 것이라고 말한다.

 

작가님이 이탈리아에서 유학중에 겪었던 여러 가지 일들과 어려움들이 담겨있는 에피소드들, 우울하고 힘든 일들도 많지만 작가님은 그럴수록 더 이상하게 살아야지~하며 훌훌 털고 더 이상하고 재미있게 일상을 살아간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잖아요>를 읽으면서 어디가? 뭐가 이상한거지? 혹시, 내가 이상한건가?싶었다. 좋아하는 걸 더 좋아하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모습은 참 멋졌고, 작가님의 씩씩하고 용감한 태도를 응원하고 작가님이 느끼는 외로움과 슬픔, 서러움에 공감했다. 작가님이 연재했던 만화들 그리고 미공개 에피소드와 썩어라 수시생만의 감성으로 선정한 6곡의 플레이리스트까지 웃고, 공감하고 들으며 작가님을 그리고 나를 응원하는 시간이었다.

 

* 팩토리나인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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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아야 할 또 하나의 이야기,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 기본 카테고리 2023-08-04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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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황모과 저
래빗홀 | 202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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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9월1일 규모 7.9의 위력을 가진 일본의 관동대지진이 일어난다. 사회적 혼란과 불안은 극악의 상태로 치닫고 사람들은 이 비극을 탓하고 원망할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고, 우리(일본인)가 아닌 다른 외부인들을 타깃으로 지진이 발생한 당일부터 여기저기 조선인을 공격하는 이들이 있었고, 다음 날부터는 더 조직화된 자경단이 간토 지역에서 활동을 개시해 무차별 학살을 저질렀으며, 이 일로 희생된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다.

 

- 처절한 의미를 품고 각지에 흩어져 있던 능욕의 흔적들이 최소한의 예우도 받지 못한 채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희미해진 의미마저 이토록 깊고 단단하게 묻어버렸다. 이 장소를 기획해 조성한 자들은 누구도 이곳을 발견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겠지. 절대로 발견될 리 없다고 믿었을 터다. (p. 9)

 

- 민호는 사료의 신빙성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다 자주 나가떨어지곤 했다. 증거를 가져오라는 사람일수록 진상을 알고도 외면하거나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민호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검증된 증거가 있어야만 증명된다면 100년쯤 지나 생존자들이 모두 사망하고 기억조차 희미해지면 민간인들을 참혹하게 학살한 일도 없던 일이 되리라는 기대 섞인 믿음과 닿아 있다. 모두의 기억이 퇴색되어 자신들의 죄악까지 희미해지길 원하는 것이다. (p. 68~69)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는 관동대지진 조선일 학살을 모티브로 한 타임슬립 역사소설이다. 진상 규명 위원회 사업의 일환으로 싱크로놀로지 시스템을 통해 왜곡된 자료 수집을 방지하고 균형과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정반대의 입장을 가진 조직에서 인원을 선발해 과거로 조사단을 파견하는데, 1923년의 현장으로 가게 된 홀로코스트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일하는 민호, 우익 재단에서 장학금을 받고 참여한 일본인 유족회 대리인 다카야. 민호는 당시 식민지 노동자로 많은 이들을 구한 마달출과 김평세를 다카야는 장애가 있지만 낙후지역에 약을 전했던 미야와키를 관찰한다.

 

- 다카야의 선조가 히로시마에서 피폭당한 일, 그의 할머니와 어머니가 피폭 2세, 3세로 대물림을 받아 고생한 일은 민호도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건 1923년에 벌어진 학살과 관련이 없다. 히로시마를 빌미 삼아 그전에 벌어진 가해와 학살의 역사까지 자신들이 피해자인 듯 둔갑시키려는 것은 기획된 혼선이고 증오다. 그리고 다카야가 민호에게 분풀이할 일도 아니다. (p. 180)

 

작가님이 일본에서 유가족 및 시민사회 활동가, 연구자들을 인터뷰하고 과거 학살 현장 및 추모비 등을 면밀하게 취재하여 당시 정황을 생생하게 되살리려 한 이야기는 재난으로 인한 공포가 가져온 뒤틀린 분노, 평범했던 사람들이 자신보다 약한 식민지 이주자, 부락민, 장애인들을 향해 악을 드러내는 모습은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어 더 잔인하게 다가왔고, 사회적으로 외면 받는 사람들이지만 국적에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위험한 상황을 외면하지 못하고 서로 도우며 스스로를 구하는 모습은 강한 연대의 힘과 잔인하고 혼란한 상황 속에 인간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었다.

 

- 이유 없이 당하던 애초의 사정은 완벽히 지워진다. 당하다 당하다 참을 수 없어서 꿈틀댄 것이 학살의 근거가 되어 사람들의 뇌리에 오래 남는다. 다른 인간들을 잔혹하게 죽여놓고 그땐 그럴 만했다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착각하고 정당화하게 된다. 조선인들의 마지막 발악이 학살의 원인을 제공하는 거다. (p. 225~226)

 

- 저 평범한 일본인들이 악마가 아니라는 것이 달출은 더 무서웠다. 저들은 피에 굶주린 살인귀도 아니었고 병적으로 미친 사람들도, 도덕과 양심도 없는 패악한 악귀도 아니었고,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도 아니었다. 지나가다 만났을, 어쩌면 친구나 동료였을, 어쩌면 가족이었을, 어쩌면 함께 싸웠을, 자신과 똑같은 사람들이었다. (p. 244)

 

2023년은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년이라고 한다. 관동대지진으로 인한 학살에 관해 학교에서 배운 것은 이런 일이 있었다. 정도였다. 때로는 영화나 소설을 통해 역사의 한 부분을 더 자세히 알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숨겨진 수많은 이야기의 작은 귀퉁이가 되면 좋겠다.는 작가님의 바람처럼 우리가 알고 기억해야 할 역사 속의 사건을 소재로 태어난 이야기가 소리내지 못하고 숨겨져 있던 목소리들이 많은 사람들의 귀에 가 닿기를 바라본다.

 

* 래빗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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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하지만 풋풋하고 살짝 귀여움이 첨가된 호러 청춘 로맨스,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 기본 카테고리 2023-08-03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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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조예은 저
안전가옥 | 202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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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하고 경쾌한 호러 스릴러 세계를 구축해 온 조예은 작가님의 신작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는 광범위한 재개발사업으로 대대적으로 발전한 야무시의 최고급 아파트 씨더뷰파크 야무에서 3년 전 독이 든 떡을 먹고 아홉 명이 사망한 묻지마 테러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으로 유일한 가족인 엄마를 잃은 화영은 엄마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엄마를 죽인 진범을 향한 복수를 꿈꾸며 거짓말도 서슴지 않고 복수에 필요한 돈 2000만원을 모으기 위해 돈을 탐하며 살아가던 중 쓰레기 더미에서 화영의 모든 행복한 순간 그리고 모든 절망의 순간에 곁에 있었던 해피 스마일 베어를 줍게 된다.

 

- 열일곱 살 화영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이 시대의 새로운 신이자 흉기인 돈을 쥐는 것이었다. 돈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다. 돈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돈으로 끝맺을 수 있다. 오래전 누군가의 가르침처럼, 화영은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흉기란 남의 살에 박혀 있는 순간을 제외하곤 언제든 나 역시 상처 입힐 수 있는 것. 태어날 때부터 쥐고 태어난 게 아닌 이상 영혼 정도는 팔아넘겨야 간신히 손잡이를 쥘 수 있는 법이다. (p. 8)

 

- 어쩌면 살아남은 내가 한도현의 자리를 빼앗은 게 아니라, 죽은 한도현이 살아 있는 한도하를 집어삼킨 걸 수도 있지 않을까. 고민해 봤자 아무도 답을 내려 주지 않는 질문이었다. 수학 공식처럼 딱 맞아떨어지지도, 과학 명제처럼 실험을 통해 결론에 도달할 수도 없다. 답이 없다는 건 끝이 없다는 것. (p. 60)

 

도하의 아버지는 자신의 친형에 대한 열등감과 자격지심 그로 인해 만들어진 완벽함이라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들 도하를 사촌 형인 도현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폭력까지 서슴지 않는다. 야무시의 묻지마 테러 사건으로 가족이 모두 죽고 홀로 살아남은 도하는 오랜 시간 칭찬보다는 비난 속에서 살아왔기에 자신이 살아남아 존재할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반문하며 자신의 존재의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것이 삶의 이유이자 목표인 듯 살아가다 우연히 섬뜩한 비밀을 알게 된다.

 

- 도하가 바라는 건 딱 하나였다. 화영이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면 좋겠다. 복수에 실패한 화영은 분명 행복하지 않겠지만, 복수에 성공한 화영이 행복해질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슬픔은 바로 거기서 오는 것이었다. 불확실한 행복의 가능성으로부터. (p. 187~188)

 

- 그는 절대 한번 결심한 것을 번복하지 않았다. 늘 그 순간의 자기 자신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는 선택을 후회한 적도 없었다. 후회해 본 적 없는 사람은 후회하는 방법을 모른다. 그 대신 되돌리려 한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를 붙잡고 끊임없이??????. 손을 댈수록 더 망가진다는 걸 모르는 채로. (p. 286)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는 호러 청춘 로맨스라는 섬뜩하지만 풋풋하고 살짝 귀여움이 첨가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엄마의 죽음에 대한 진실과 복수, 도하가 알게 된 비밀, 그리고 움직이는 곰 인형,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연결점이 없어 보이던 이야기들이 하나로 모아지며, 자신의 생각을 벗어나지 않는 세상에서만 살아온 자기중심적이고, 절대 틀리지 않는 옳은 선택만 한다고 믿는 인물의 오만함과 어긋난 사랑과 광기 어린 집착을 통해 괴물이나 악귀보다 더한 인간의 끔찍함을, 부패한 권력, 가출한 아이들을 이용해 돈을 버는 브로커, 돈만 주면 뭐든지 실행하는 킬러, 야무시의 모습을 통해 극명하게 보여주는 빈부격차까지 돈이 권력이고 그러한 돈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 도대체 틀리는 게 뭐가 그리 두려워? 난 늘 틀렸고 넘어지면서 여기까지 왔어. 그러니까 당신은, 사실 지독한 겁쟁이라는 거야. 누구나 넘어지고 틀리고 상실하고 고통받는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겁쟁이라고! (p. 341)

 

푹 빠져서 단숨에 읽은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는 결말까지 마음에 들었다. 항상 주눅들어 있고 자신이 존재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생각하던 도하가 진짜 자신이 원하는 그만의 삶을 살아가기를, 엄마의 죽음에 대한 복수라는 이름으로 화영이 했던 일들을 모두 정당화 할 수는 없지만 복수를 끝낸 이후를 생각하지 않던, 거짓말을 일삼던 화영이 더 이상 거짓과 타협하지 않고 변화된 모습이 자신의 죄를 숨기기 급급한 비겁하고 비열한 인간들의 모습과 대비되어 보여져 통쾌함을 주었다.

 

* 안전가옥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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