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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게 없어서 정말 ㄷ ㅏ행이야.. | √ 책읽는중.. 2021-06-3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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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허 ]


 

ㄴ ㅐ가 생각보다

너 없이도 너무 잘 지내는 것 같아서

ㄴㅔ 입장에서는 화가 날지도 모르겠어.

 

ㄴ ㅏ도 기분이 참 이상해.

한때는 너 없이는 정말 못 살 것 같았거든.

 


물론 나는 여전해.

내 방 곳곳에는 늘 네가 있고,

ㄴ ㅐ가 가는 곳에는

항상 네 이름이 따라 붙어.

 

그런데 조금 다른 게 있다면

ㅇ ㅣ제 네 이름을 들어도

마음이 흔들리지가 않아.

 

아무래도 다행이다.

내가 정말 진심이였어서,

전부 다 주고 남은 게 없어서

정말 ㄷ ㅏ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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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이 시를 그때 읽었더라면.. | ○ 그니 리뷰 2021-06-2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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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 시를 그때 읽었더라면

안도현 편
모악 | 2019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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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에 대하여 ]

 
                                         - 이성복

때로 나무들은

아래로 내려가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나무의 몸통뿐만 아니라 가지도 잎새도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고 싶을 것이다

무슨 부끄러운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남의 눈에 띄지 않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왼종일 마냥 서 있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을 것이다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제 뿌리가 엉켜 있는 곳이

얼마나 어두운지 알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몸통과 가지와 잎새를 고스란히 제 뿌리 밑에 묻어두고,

언젠가 두고 온 하늘 아래

다시 서 보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 이마 ]

                                              - 신미나

장판에 손톱으로

눌러놓은 자국 같은 게

마음이라면

거기 들어가 눕고 싶었다

 

요를 덮고

사흘만

조용히 앓다가


 

밥물이 알맞나

손등으로 물금을 재러

일어나서 부엌으로

 

[ 모란이 피네 ]

 
                                    - 송찬호

 

외로운 홑몸 그 종지기가 죽고

종탑만 남아 있는 골짜기를 지나

마지막 종소리를

이렇게 보자기에 싸 왔어요

 

그런데 애야, 그게 장엄한 사원의 종소리라면

의젓하게 가마에 태워 오지 그러느냐

혹, 어느 잔혹한 전쟁처럼

그것의 코만 베어 온 것 아니냐

머리만 떼어 온 것 아니냐,

이리 투정하신다면 할 말은 없지만


 

긴긴 오뉴월 한낮

마지막 벙그는 종소리를

당신께 보여주려고,

꽃모서리까지 환하게

펼쳐놓은 모란보자기

 

 

 

[ 휘영청이라는 말 ]

                                      - 이상국

휘영청이라는 말 그립다

 

어머니가 글을 몰라 어디다 적어놓지는 않았지만


 

누구 제삿날이나 되어

깨끗하게 소제한 하늘에 걸어놓은

휘영청

 

내가 촌구석이 싫다고 부모 몰래 집 떠날

 

지붕위에 걸터앉아 짐승처럼 내려다보던

그 달

 

말 한마디 못해보고 떠나보낸 계집아이 입속처럼

 

아직도 붉디붉은,

 

오늘도 먼 길 걸어

이제는 제사도 없는 집으로 돌아오는데

마음의 타관 객지를 지나 떠오르는

휘영청

 

휘영청이라는

 

 

[ 사이 ]

 
                                          - 김수복

눈을 감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사이가 참 좋다

 

나와 나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나무와 나무 사이

새들과 새들 사이

지는 해오 뜨는 해 사이

 

도착하여야 할 시대의 정거장이 있다면 더 좋다.

 

 

[ 우물 ]

                                          - 이영광


 

우물은,

동네 사람들 얼굴을 죄다 기억하고 있다

 

우물이 있던 자리

우물이 있는 자리

 

나는 우물 밑에서 올려다보는 얼굴들을 죄다

기억하고 있다

 

 

[ 더 쨍한 사랑 노래 ]

   
                                     - 황동규

그대 기척 어느덧 지표地表에서 휘발하고

저녁 하늘

바다 가까이 바다 냄새 맡을 때쯤

바다 홀연히 사라진 강물처럼

황당하게 나는 흐른다.

하구河口였나 싶은 곳에 뻘이 드러나고

바람도 없는데 도요새 몇마리

비칠대며 걸어다닌다.

저어새 하나 엷은 석양 물에 두 발목 담그고

무연히 서 있다.


흘러온 반대편이 그래도 가야 할 곳,

수평선 있는 쪽이 바다였던가?

수평선도 지평선도 여느 금도 없는 곳?

 

 

[ 노독 ]

                                          - 이문재

어두워지자 길이

그만 내려서라 한다

길 끝에서 등불을 찾는 마음의 끝

길을 닮아 물 앞에서

문 뒤에서 멈칫거린다

나의 사방은 얼마나 어둡길래

등불 이리 환한가


그림자 이토록 낯선

둥불이 어둠의 그늘로 보이고

내가 어둠의 유일한 빈틈

내 몸의 끝에서 떨어지는 파란 독 한 사발

몸속으로 끝에서 떨어지는

파란 독 한 사발

몸속으로 들어온 길이

불의 심지를 한 칸 올리며 말한다

함부로 길을 나서

길 너머를 그리워한 죄

 

...  소/라/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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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칠대며 걸어다닌다.. | √ 책읽는중.. 2021-06-2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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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습관 캠페인 : 오늘 읽은 책 참여

[ 더 쨍한 사랑 노래 ]

   
                                     - 황동규

그대 기척 어느덧 지표地表에서 휘발하고

저녁 하늘

바다 가까이 바다 냄새 맡을 때쯤

바다 홀연히 사라진 강물처럼

황당하게 나는 흐른다.

하구河口였나 싶은 곳에 뻘이 드러나고

바람도 없는데 도요새 몇마리

비칠대며 걸어다닌다.

저어새 하나 엷은 석양 물에 두 발목 담그고

무연히 서 있다.


흘러온 반대편이 그래도 가야 할 곳,

수평선 있는 쪽이 바다였던가?

수평선도 지평선도 여느 금도 없는 곳?

 

 

[ 노독 ]

                                          - 이문재

어두워지자 길이

그만 내려서라 한다

길 끝에서 등불을 찾는 마음의 끝

길을 닮아 물 앞에서

문 뒤에서 멈칫거린다

나의 사방은 얼마나 어둡길래

등불 이리 환한가


그림자 이토록 낯선

둥불이 어둠의 그늘로 보이고

내가 어둠의 유일한 빈틈

내 몸의 끝에서 떨어지는 파란 독 한 사발

몸속으로 끝에서 떨어지는

파란 독 한 사발

몸속으로 들어온 길이

불의 심지를 한 칸 올리며 말한다

함부로 길을 나서

길 너머를 그리워한 죄

 

...  소라향기  ...

이 시를 그때 읽었더라면

안도현 편
모악 | 2019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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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거장이 있다면 더 좋다.. | √ 책읽는중.. 2021-06-27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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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습관 캠페인 : 오늘 읽은 책 참여

[ 사이 ]

 
                                          - 김수복

눈을 감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사이가 참 좋다

 

나와 나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나무와 나무 사이

새들과 새들 사이

지는 해오 뜨는 해 사이

 

도착하여야 할 시대의 정거장이 있다면 더 좋다.

 

[ 우물 ]

                                          - 이영광


 

우물은,

동네 사람들 얼굴을 죄다 기억하고 있다

 

우물이 있던 자리

우물이 있는 자리

 

나는 우물 밑에서 올려다보는 얼굴들을 죄다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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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그때 읽었더라면

안도현 편
모악 | 2019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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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영청이라는 말 그립다.. | √ 책읽는중.. 2021-06-26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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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습관 캠페인 : 오늘 읽은 책 참여

[ 모란이 피네 ]

 
                                    - 송찬호

 

외로운 홑몸 그 종지기가 죽고

종탑만 남아 있는 골짜기를 지나

마지막 종소리를

이렇게 보자기에 싸 왔어요

 

그런데 애야, 그게 장엄한 사원의 종소리라면

의젓하게 가마에 태워 오지 그러느냐

혹, 어느 잔혹한 전쟁처럼

그것의 코만 베어 온 것 아니냐

머리만 떼어 온 것 아니냐,

이리 투정하신다면 할 말은 없지만


 

긴긴 오뉴월 한낮

마지막 벙그는 종소리를

당신께 보여주려고,

꽃모서리까지 환하게

펼쳐놓은 모란보자기

 

 

[ 휘영청이라는 말 ]

                                      - 이상국

휘영청이라는 말 그립다

 

어머니가 글을 몰라 어디다 적어놓지는 않았지만


 

누구 제삿날이나 되어

깨끗하게 소제한 하늘에 걸어놓은

휘영청

 

내가 촌구석이 싫다고 부모 몰래 집 떠날

 

지붕위에 걸터앉아 짐승처럼 내려다보던

그 달

 

말 한마디 못해보고 떠나보낸 계집아이 입속처럼

 

아직도 붉디붉은,

 

오늘도 먼 길 걸어

이제는 제사도 없는 집으로 돌아오는데

마음의 타관 객지를 지나 떠오르는

휘영청

 

휘영청이라는

 

...  소/라/향/기  ...

이 시를 그때 읽었더라면

안도현 편
모악 | 2019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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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 그니 리뷰 2021-06-2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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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병률 저
달 | 201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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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이 시켰다 ]


 

우리는 그 무엇도 상상할 수 없다.

적어도 사람에 관해서는 더 그렇다.

한 사람을 두고 상상만으로 그 사람이 이럴 것이다.

저럴것이다 아무리 예상을 해봐도

그 사람의 첫장을 넘기지 않는다면

비밀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

...

"넌 뭐든 잘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널 좋아하게 될 거야.

왜냐하면 경험이 많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충분히 네 옆에 있고 싶어 할테니까."

 

***

이제 첫장을 넘기며.. 병률님을 따라 여행을 시작합니다.

바람이 좋고.. 당신도 좋습니다..

 

- 작은 방을 올려다보았다..


당신이 나에게 신발을 사주었었다.

당신 혼자 며칠 더 머물러야 했다.

내가 며칠 먼저 돌아와야 했기 때문이었다.

당신이 나에게, 신던 신발을 버리고 갈 거냐고 물었다.

가방을 싸면서 낡은 신발을 휴지통에 버리려 하는데

당신이 말했다.

"거기 한쪽에 두고 가, 그냥 내가 바라보게 ···."

보고 싶을 때.. 눈을 감으면 더 잘 보일 때가 있다..

그래서 너무 보고 싶을 때..

일부러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고 있었다..


 

- 언젠가 처음엔..

음악실 열쇠를 맡는 아이가 되었다.

그방으로 들어가 악기들을 하나씩 닦기도 했다.

아무도 시키지도 않는 일을 한다는 게

제법 나다운 일이란 걸 그때 알았다.

행복은 문지르고 문지르면 광채가 났다.

 

구석에 베낭 하나가 보였다.

베냥 맨 밑에 인조가죽으로 감싸인

딱딱한 뭔가가 만져졌다. 카메라였다.

그 오래된 카메라를 만지고 있자니

한참을 달리고 난 사람처럼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가져가기로 했다. 필름을 사서 며칠동안 학교와 우리집 사잇길 풍경들을 찍었다.

셔터소리를 들을 때마다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두근거렸다.

다 찍은 필름 한 통을 사진관에 맡긴 뒤 다시 카메라를 그 배낭안에 넣았다.

 

다음 날, 사진관 아저씨는 아무것도 찍히지 않는

필름을 현상해놓고 나에게 건넸다.

나중에 작동이 안 되는 고장 난 카메라였던게 아니라

한번도 카메라에 필름을 넣어보지 않을

미숙함때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일본에 다녀온 아빠가 사온 문구와 카메라.. 

그 카메라에 처음으로 필름을 넣었을 때

살짝 긴장하며 집중해서 필름을 넣는 어린 내가 생각난다.

 

6# 내가 그린 그림..

 

교토에 술집 하나가 있습니다.

이 집의 감동적인 주인공은 정성을 드여 차려준 술과 안주만이 아닙니다.

할아버지가 사시미를 준비할 때, 할아버지의 손놀림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다소 걱정하는 듯이 또 행복하게 바라보는

할머니의 다소곳하면서도 정중한 모습.

 

아, 어떻게 저렇게 고요하고도 벅차게 한 사람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이 집에서 평생 가슴에 지닐 그림 한장을 완성하고 말았습니다.

아주 귀한 그림을 얻고 말았습니다.

 

사랑 그거 참 우아하고도 먼길이데요, 라는 생각으로

술을 조금은 많이 마시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7# 뜨겁고 매운 한 그릇..

 

세 달을 예정한 인도 여행이었으므로 짐은 적지 않았다.

그곳은 내가 상상해왔으니 동시에 상상할 수 없는 곳이고 했으므로

과감히 다섯 개의 라면을 여행가방에 담았다.

 

라면 다섯 봉지, 그걸 어떻게 먹어야 할지 고민이었다.

부수어 먹을까도 생각했지만 평소에도 그리하는 것은

라면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생각하는 편이었다.

그때 떠오른 것이 근처 움막집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불가촉천민이었다.

몇번 그집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사진은 찍은 적도 있었는데

그들이 움막 앞에서 불을 피워 밥을 지어먹던것을 생각해낸 것이다.

 

싸구려 냄비를 산 다음 라면을 들고 그들을 찾았다.

라면을 끓이는 동안 네명의 어린아이가 그 과정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들은 감정의 모든 것을 눈동자에 담는다. 그들의 표정은 더 강렬하고 리얼하다.

내가 떠나자 아이들이 라면봉지와 스프 봉지를 차지해 핥으면서 다투기 시작했다.

 

이번엔 라면 두봉지가 필요했다.

그 지역을 여행하던 한국인을 만났는데 라면 끓여 먹은 이야기를 하자

빛을 내기 시작하는 그의 눈빛을 뿌리칠 수 없었다.

 

이제 두개의 라면이 남았다.

그곳을 떠나야겠다다는 마음을 먹고 한개의 라면을 끓이기 위해 움막집을 찾았다.

나에게 뭐라 말을 걸어왔다. 몸짓을 살피니 라면 한 개를 줄 수 있냐는 말이었다.

나에게 라면이 하나 남았다는 사실을 어찌 알았을까.

 

내가 떠난 후, 남은 한국인 여행자는 불이 필요할 때마다 움막을 찾아 신세를 졌다고 했다.

그가 자신의 여행이야기를 올려 놓은 사이트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 비상식량을 가져간 검을 콩을 들고 움막을 찾아갔다.

며칠 뒤에 그곳앞을 지나는데 세상에나,

형이 버리고 간 다섯개의 라면 봉지에 각각 흙을 담아 식물을 기르고 있었다.

그 식물이란 내가 나눠준 콩이었다. -

 

이야기가 아름다워서  마음 한쪽 구석이 자꾸 간질간질 것이다.

 

10 #

 

허기를 달래기엔 편의점이 좋다.

시간이 주는, 묘한 느낌을 알기엔 쉬는 날이 좋다.

몰래, 사람들 사는 향내를 맡고 싶으면 시장이 좋다.

 

사랑하는 사람의 옆모습을 보기엔 극장이 좋다.

가장 살기 좋은 곳은 생각할 필요없이 내가 태어난 곳이 좋다.

여행의 폭을 위해서라면

한 장보다는 각각 다르게 그려진 두장의 지도를 갖는 게 좋다.

 

세상이 아름답다는 걸 알기 위해선, 높은 곳일수록 좋다.
세상 그 어떤 시간보다도,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시간이 좋다.

희망이라는 요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두근거릴수록 좋다.

고꾸라지는 기분을 이기고 싶을 때는 폭죽이 좋다.

 

사랑하기에는 조금 가난한 것이 낫고

사랑하기에는 오늘이 다 가기 전이 좋다.

 

 

12 #

 

끌리는 것 말고

반대의 것을 보라는 말.

 

시를 버리고 갔다가

시처럼 돌아오라는 말.

 

선배의 그 말을 듣다가

눈이 또 벌게져서 혼났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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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무너지지만 말아.. | ○ 그니 리뷰 2021-06-2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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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무너지지만 말아, 새벽 세시, 새삼스러운 세상 한정판 스페셜 에디션 세트

흔글,새벽 세시,동그라미 공저
경향비피 | 2017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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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든 일이 있었다면 이제는 이겨낼 차례.

   쓰러져도 괜찮아, 무너지지만 말아.  "

 

[ 이렇게 가는구나 ]

 

이렇게 가는구나.

내 스무 살 시절도

 

취업에 목매던 날들도.

기억에 아파하던 시간도



 

이별에 밤새우던 시간도

그리움을 애써 누르던 새벽도

힘든 날만 오는 줄 알았는데

힘든 날도 지나가는구나.

 

나는 몰랐네.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었음을.

인생은 되감기가 없어.

일시정지도 없고

어쩔 수 없이 시간은 흘러가.

그니까 괜찮아.

힘든 시간도 하나씩

흘러갈거야.

 

[ 무너지지 말아 ]


 

요즘 마음이 복잡하지.

어딘가에 위로를 청해도 돌아오는 건

오히려 너를 힘 빠지게 하는 힘내라는 말뿐이고

잠이 안 오는 새벽에 깜깜한 하늘을 쳐다봤을 뿐인데

달이 우는 듯, 너도 울게 되잖아.


 

다 괜찮아, 나도 그랬어.

원래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어렵지만

그 상황을 아는 사람은 이해할 수 있거든,

그래서 나도 작은 위로를 해줄 수 있는 거야.

너처럼 힘든 적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힘들겠지, 괜찮지 않을 거야.

그래도 괜찮아야만 해.

나는 네가 무너지는 걸 바라지 않거든.

그러니 아주 작은 것부터 다짐하자.

내일 뜨는 달이 우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게

마음부터 진정시키는 거야.

오늘은 달이 울었지만

내일은 선명하게 보겠다는 다짐.

그런 마음이라도 가져주면 좋겠어. 무너지지 않고.

 

[ 힘들면 힘 내려놔 ]


 

나는 주변 사람이 힘들다고 말을 하면

간혹 이런 말을 했다.

 

"힘들어? 그럼 힘 내려놔."

 

물론, 우스갯소리다.

그 당시에는 그 사람이 웃길 바랐으니까

내 딴에는 심심한 위로를 건넨 거다.


 

그런데 내가 힘든 상황일 때

저 말을 떠오려봤더니, 이제 알겠다.

 

정말 힘들면

힘을 내려놓을 힘조차도

없다는 것을.

 

내가 힘들 때

모든 위로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그 대신 필요한 건

이겨내겠다는 나의 다짐.

 

내가 내 자신을 위로하는 법을 배우는 게

힘듦을 이겨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 함부로 다정할게 ]


 

만약 네가 충분히 빛날 수 있는 전등이라면

나는 꺼진 너를 켜주는 스위치가 될게.

 

만약 네가 외로움에 떨며 내리는 비를 맞고 있다면

나는 너를 보호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우산이 될게.

 

그래도 여전히 아무도 너의 마음 알아주지 못한다면

기꺼이 너의 고생한 지난날들 내가 기억할게.

 

너의 곁에선 함부로 다정할게.


 

 

[ 더운 바람만 부는 줄도 모르고 ]

 

나는 더울 때 선풍기를 틀기만 하면

무조건 시원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선풍기도 날씨가 적당히 시원해야 시원했고

하루 종일 돌린다 해도 날씨가 쪄죽을 듯 더우면

계속해서 더운 바람만 나올 뿐이었다.

 

나는 마음이 식어도 사랑을 하기만 하면

무조건 행복할 줄 알았다.

 

마음속에 더운 바람만 부는 줄도 모르고.

 

[ 기다려 ]


 

세상이 너무 혼내지.

이유도 모른채

넌 당하고만 있고

사람 마음을 흔드는

바람뿐만은 아니지.

마음도 생각보다 아프고

너를 울리는 게

억움함이기도 하잖아.

그럴 때는 기대도 돼.

마음이 걷히면

순간 스치는 황홀이 되어줄 게.


 

 

[ 요즘 ]

 

요즘 따라 네 생각이 많이 난다.

잠에서 깨어나면

하루의 시작이 너였으면 좋겠고

잠이 들면

괜히 꿈을 뒤적거리며 널 찾아.

하루를 너로 채우고 싶어.

일상이 너였으면 좋겠어.

 

 

...  소/라/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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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수건은 젖고 댄서는 마른다.. | ○ 그니 리뷰 2021-06-2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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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수건은 젖고 댄서는 마른다

천수호 저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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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겹이란 것 ]


 

종이컵 두 개를 포개놓고 따른다

 

두 겹이라는

한 겹을 지나 또 한 겹을 지날 때의 두려움

 

맥락 없이 무차별한 바늘 끝의 긴장을 따라

침소붕대의 의혹을 따라

 

뚫었습니다

 

저 개천도 두 겹이었다는 사실

열리는 물과 닫히는 물

합 겹은 벗고

한 겹은 입은 바늘 끝의 시간

 

미래를 말하지만

과거를 파내고

 

두 잔이었지만

넉 잔을 통과하고

 

취기가 흔드는 벚꽃 가지가

허공과 물결에 꽃잎 모양을 뜰 동안

한 겹이 젖고 또 한 겹은 마를 동안

 

뚫렸습니다

 

물길을 열고 한 사람이 닫히던 그날의 사건

접시 물에 익사한다는 농 같은 말의 현장에서

수면을 열고 닫는 천변의 불빛들

 

죽은 것과

죽은 듯 보이는 것의 심폐소생술처럼

두 개의 종이컵을 포개놓고

한 겹을 지나 또 한 겹을 지나

 

 

[ 설상가상 ]


 

눈 위에 유기견 발자국이 찍혀 있다

 

냉량한 밥상 위에 손톱 찍어누른 듯이

발톱을 쿡쿡 박으며 달린 흔적

 

밥 없는 밥상보를 걷어치우듯

혼자 나뒹굴었던 자리 위로

이장(里長)의 스피커 목소리만 떠돌다가 사라진다

발바닥을 누덕누덕 찍어먹으며

가도 가도 얼음밥상


 

한때는 푸른 초원이었던 설상(雪上)에서

어디까지 가야 새 밥상을 받나

 

허기진 개 발자국보다 개가 더 앞질러가고 있다

고개를 끄덕이며 달려가는 개의 온몸을 후려치며

 

전속력을 다해 눈이 내린다

 

 

 

[ 눕듯이 서듯이 자작자작 ]


 

봄 자작나무가 하늘로 하늘로

어린 청개구리 잎들을 토해낼 때

철없는 청개구리들이 우주 밖으로 뛰어내릴까봐

신들이 저 나뭇가지를 선물로 내려준 것처럼

다투고 있던 당신과 나도 자작나무 골짜기에 멈춰 섰다

한 실랑이가 다른 실랑이에 기대어 사르락거릴 때

당신이 하얀 자작 길에 취해 앞서 걸어가기 시작한다

모서리를 숨겨온 잎들이

당신 앞에 산을 둥글게 만들어

산의 광기와 골짜기의 맹렬을 다 덮었다고 생각할 때


애초에 모든 길이었던 자작과 자작사이

자주 멈추는 발자국 소리처럼 당신의 그림자가 자주 턱턱 걸린다

먼 발아래 꽈리처럼 부푼 비닐하우스가 없었다면

저 밭뙈기의 냉증을 이해하지 못했을 터

앞서가는 당신 뒷등이 바람에 불록 부풀어서

당시의 냉증은 그대로 내 몸속의 꽈리가 된다

냉증의 땅이 꽈리를 불어서

누워 있는 장작 장작 사이

서있는 자작과 자작 사이에

눕듯이 서듯이 푸른 한 잎 또 터져올라온다

서로 다른 말을 삼켜서 목이 희어지는 병으로

아직도 자작자작 속을 태우는 중이다

 

 

[ 반구대 ]


 

그 얼굴은 멀리서도보인다

누군가가 걸어들어갔다가

빛의 속도로 빠져나간 흔적

 

맨발로 걷는 빗길

밤의 아스팔트처럼

바다는 바닥을 단단히 위장한다

저 수심 밑에 숨겨둔 뼈들

왁자지껄한 소음으로 튀어오른다

고래의 얼굴, 사슴의 얼굴, 어부의 얼굴,

호랑이의 얼굴,

희미하지만 토악하는 아가리들,

음푹음푹한 얼룩무늬들


 

아가리 딱딱 벌리던 내 새끼가 고래 뱃속에서

자라게 된 역사와 공격과 방어라는 수륙양생의 화급한 생이 절벽을 타고 오른다

살점을 다 태우고 함성만 남긴다

 

손가락으로 다 더듬을 수 없는 말을

끝까지 듣느라 꼼짝달싹 못한 절벽의 고요

 

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저 절벽에는

보고도 못 본 척한 내 얼굴도 걸려 있다

 

 

[ 물집 ]


 

비명이었다 절벽을 흐르는 분홍 꽃

그는 귀머거리처럼 절벽을 모른다

 

아찔한 것은 언제나 나였다

 

신음이었다 바위 사이를 벌리는 초록 잎

그는 원시안처럼 틈을 모른다

 

아득한 곳을 바라보는 것이 습관이었다

 

마른가지 끝에 꽃 대신 눈을 찔러 걸어놓고 간 날들

꽃 핀 흔적들은 다시 꽃눈이 되었다

사월은 다 피어나고

나만 흔적이다


 

아물 듯 터질 듯 대기는 다시 더듬는다

 

이쯤이었을으리라 그가 멈춰선 봄

 

 

[ 묵 ]


 

묵이 좋다

이리저리 찔러도 캄캄한 도토리묵

기포가 터지면서 얼굴을 때리는 그 뜨거운

묵 솥을 휘휘 휘저을 때

당신을 위해 집을 짓겠소

속삭임까지 훅훅 뜨거운 묵이 좋다

어차피 들어가 살지도 못할 집

그래도 피피 내 목소리를 흉내내며 다짐한다

어떤 그릇이라도 내밀어봐요

당신이 원하는 대로 지어줄게요

내 집이 아닌 걸 모를 리 없는 묵은

어떤 선심처럼 억지처럼 검게 바닥부터 타들어간다

휘휘 마음대로 저을 수 없는 앙금들이 눌어붙기 시작할 때

불을 끈다


별빛을 다 담지 못하는 수천 개의 호수들처럼

단편의 기억을 굳히려는 종지 종지들

당신을 위해 이 집을 지었소

말랑말랑한 검은 봉분

젓자락으로 쿡쿡 찌르면서

이미 떠날 것을 예감하면서

묵묵히

 

 

...  소/라/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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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만 조용히 앓다가.. | √ 책읽는중.. 2021-06-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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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습관 캠페인 : 오늘 읽은 책 참여

[ 나무에 대하여 ]

 
                                         - 이성복

때로 나무들은

아래로 내려가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나무의 몸통뿐만 아니라 가지도 잎새도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고 싶을 것이다

무슨 부끄러운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남의 눈에 띄지 않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왼종일 마냥 서 있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을 것이다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제 뿌리가 엉켜 있는 곳이

얼마나 어두운지 알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몸통과 가지와 잎새를 고스란히 제 뿌리 밑에 묻어두고,

언젠가 두고 온 하늘 아래

다시 서 보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 이마 ]

                                              - 신미나

장판에 손톱으로

눌러놓은 자국 같은 게

마음이라면

거기 들어가 눕고 싶었다

 

요를 덮고

사흘만

조용히 앓다가


 

밥물이 알맞나

손등으로 물금을 재러

일어나서 부엌으로

 

...  소/라/향/기  ...

이 시를 그때 읽었더라면

안도현 편
모악 | 2019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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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게 가는 것일 뿐.. | √ 책읽는중.. 2021-06-2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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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각하다 ]


 

한번 타이밍 놓치면

매번 빨간불에 걸리는 신호등

지각하는 삶은

텅 빈 복도 중앙에

의자를 든 채 서있고

가끔 눈을 피해 내려놓은 삶

누군가 알맹이 먹고 버린

포도껍질 속에 고인 단물 같다

 

어차피 내 키만큼

길게 삽질하는 삶


조금 늦게 가는 것일 뿐

잠시 후 네 옆에

나란히 누울 나인데

 

...  소/라/향/기  ...

별에 손끝이 닿으면 가슴이 따뜻해

류재우 저
꿈공장플러스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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