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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인문학 수업 : 멈춤 | 기본 카테고리 2023-03-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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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퇴근길 인문학 수업 : 멈춤

백상경제연구원 저
한빛비즈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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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입문의 마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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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붐이 일던 2018년에 출간된 책이다. 출간 당시에는 모르고 있다가 2년 전 코로나가 한창일 때 중고서점에서 발견하고 <퇴근길 인문학 수업> 시리즈 3권을 모두 구매했다. 신나게 밑줄 그으며 읽고 밑줄 친 부분을 필사도 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 기억나는 게 거의 없어 리뷰를 남기려고 새로운 기분으로 다시 읽었다.

 

이 책은 크게 생존과 공존, 대중과 문화, 경제와 세계, 철학과 지혜라는 4개의 대목차로 이루어져있으며 각각의 대목차는 3개씩의 소목차로 나뉘고 소목차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순서로 다섯 꼭지씩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문화창작부 교수, 정신과 전문의, 한문학자, 소설가, 영화평론가, 경제학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쓴 글이다 보니 전문성은 있지만 할당된 분량이 적어서인지 독자가 흥미를 가질만한 정도에서 끝난다. 인문학 입문의 마중물. 이 책의 역할은 그 정도가 아닐까.

 

문학, 역사, 철학, 신학, 음악, 영화, 미술, 경제, 과학 등을 주제로 하는 여러 분야의 이야기가 실려있어 읽는 이는 각자의 흥미에 맞는 부분을 먼저 골라 읽을 수 있다. 그 중 이번 리뷰에서는 조선의 대중문화편에 수록된 <어우야담><도문대작>이라는 책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해보겠다.

 

<어우야담>

<어우야담>은 공자왈, 맹자왈하는 유교서적이 대세이던 조선시대에 인어, 귀신, , () 등의 민간에 떠도는 이야기를 모아 만든 책이다. 현세에 집중하는 유교 사상의 영향으로 조선의 사대부는 사실이 아닌 것을 기록하는 것을 꺼렸다고 한다. 그렇지만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도 튀는 인재는 있는 법. <어우야담>을 지은 유몽인(1559~1623)이 그런 존재였다. 그는 선조 시대의 수재로 학문과 문장에서 모두 뛰어나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내정을 살피고, 명에 세 번이나 사신으로 가는 등 외교업무도 맡았다고 한다.

전쟁 동안 직접 백성의 어려움을 살피고, 명의 문물을 접하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명에서 들어온 소화집 <절영삼소>등을 통해 조선에서도 통속문학에 대한 관심이 일어났다. 그렇지만 소화집은 음담패설이 많고, <금병매><수호지>같은 명나라 유명 소설에는 허망하고 터무니없는 말이 많아서 조선 문인들의 반응이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당대 최고의 문장가로 꼽히는 유몽인은 이런 것에 구애받지 않았다. 그는 전통적인 글쓰기를 거부하고 <어우야담>을 집필했다. 임진왜란이라는 대전란을 겪고 난 후 정치적 혼란과 당쟁, 그리고 백성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을 보면서 현실을 풍자하고 싶었을 것이다.

(p.243~244)

 

<어우야담>은 우리나라 최초의 야담집이며 조선 중기 대중문화의 물꼬를 튼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막상 시대를 앞서갔던 천재는 시대와 화해할 수 없었나 보다. 인조반정 때 역적으로 몰려 아들과 함께 처형당했으니 말이다. 임진왜란이라는 환란을 겪고도 변화하지 않는 지배층으로 인해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진 사실을 생각하면 그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고가 더욱 소중하고도 안타깝게 느껴진다.

 

<도문대작>

조선의 자유로운 영혼을 말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인물, 허균.

<홍길동전>으로 유명한 허균이지만 이번에 소개할 책은 <도문대작>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음식 품평서인 <도문대작>은 허균이 유배지에서 지난날 먹던 산해진미를 생각하며 쓴 책으로 온갖 맛있는 음식에 대한 품평이 실려 있다. ‘도문대작(堵門大嚼)’라는 제목도 푸줏간 앞에서 입맛을 다시다라는 의미로 유배지에서 산해진미를 먹을 수 없는 상황을 아쉬워하며 지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선비의 식도락 책이라니. 특이하다. 선비의 글들은 한술 보리밥과 나물반찬이 어쩌고 하는 청빈한 삶을 추앙하는 내용이 다수가 아니던가.

허균은 당시 최고 명문가에서 태어났고, 처가도 부유했으며, 임진왜란을 겪으며 팔도의 음식을 다 먹어볼 기회가 있었고, 중국인들과의 교류도 있어서 중국 요리에 대한 식견도 갖춘 인물이라고 한다. 맛 칼럼리스트가 되기 최적의 조건이다.

그런데 이런 조건의 선비가 허균 뿐이었을까.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사대부들도 허균과 비슷한 배경을 지녔고 그들 또한 온갖 산해진미를 접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문대작>같은 책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음식에 관한 다양한 경험 덕분이라기보다 당시의 선비들과는 다른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는 게 더 타당한 설명이 될 듯하다. 이것은 식욕과 성욕은 인간의 본성이다라는 저술의도에서도 드러난다.

이 책을 통해 그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홍길동전>이 그랬듯이 이 책 또한 시대와 타협하지 못하는 자신의 생각을 음식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유몽인과 허균.

최근 한국사책을 읽으며 경직된 조선시대에 답답함을 느껴서인지 조선의 이단아들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

 

빡빡한 삶에 지친 직장인이나 학생들에게 인문학을 통해 자기성찰과 치유의 기회를 마련해주면서 동시에 인문학에 대한 지적 갈등도 해소하기 위해서다. 근로시간 단축을 계기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작용했다.

(p.7)

 

프롤로그에서 밝히는 기획의도 중 일부이다.

그런데 책이 나오고 5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근로시간을 늘리자는 정책이 화제가 되는 지금, ‘근로시간 단축을 계기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는 문구가 서글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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