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살아 있고 주인공 설진이 여리여리하고 수동적인 캐릭터가 아니어서 좋았습니다. 사건 전개도 스피디하고 약간 MSG맛이 나면서도 황금시간대 드라마 보는 느낌도 났어요. 1권 까지는요. 2권 에서는 좀 늘어지는 느낌이 있었는데 3권에선 아침드라마와 사랑과 전쟁 합친 것 같았습니다.
전형적인 악당과 권선징악 스토리를 좋아하시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저는 악당도 매력이 넘쳤으면 하는데, 그걸 해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이설아가 갑자기 저를 배신해버려서 막판에 좀 아쉬웠습니다. 설진이 충분히 매력적인 성격이어서 이설아가 그에 대응하는 능력을 가졌으면 좀 더 재밌지 않을까 했거든요. 뒤로 갈수록 악당들이 무매력이 됩니다. 특히 마지막에 밝혀진 원흉의 사랑은 신파의 느낌마저 났어요. 원흉이 얽히면 이야기가 급 올드해지긴 합니다.
환하게 웃으며 독자를 반길 것 같은 설민석 대표의(...)그림자가 너무나도 강해서 정작 사건 해결은 설민석 대표(...)가 다 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설민석 대표가 그려놓은 인맥에 설진과 이진오는 숟가락만 얹은 느낌이에요. (그리고 악당은 자멸했...)
작가님이 공부도 많이 하신 듯 프로그램 개발 업계 이야기와 경영 이야기, 거기에 재판이야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소재가 나오는데 크게 거슬리는 건 없었어요. 다만 내용이 참 긴데, 중간에 들어간 이유를 알 수 없는 에피 - 배우자가 옆에 있는데 들이대는 신입직원이나 등장이유를 이해하기 힘든 이설아의 두번째 사랑이나 - 조금 쳐내고 호흡을 짧게 가져갔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겠다 싶어 아쉬웠습니다. 그 에피 몇 개가 생각보다 흐름을 많이 깨버려서 집중에 방해가 되었어요.
얼키고 설킨 인연과 사연을 풀어나가느라 정작 주인공의 달콤한 로맨스는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길고 긴 본편을 읽다 지친 독자를 위한 상큼하고도 화끈한 외전 기대하겠습니다.
(같이 호텔 들어갔다 몇 줄 지났을 뿐인데 첫날 밤 치루고 나오는게 말이 되냐고요...너무 많이 생략하셨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