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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버터가 함께하는 자신만의 레시피로 가득찰 삶 | masterpiece 2023-01-24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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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버터

유즈키 아사코 저/권남희 역
이봄 | 2021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추운 겨울 따뜻하게 데운 모닝빵과 에쉬레 가염버터와 이 책을 함께해보길! 타인과 세상에 쉽게 흔들리고 스스로의 심지가 굳세지 않다면 한번쯤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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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색이 좋아하는 색깔인지라 샛노란색으로 가득한 표지는 처음부터 시선을 끌었다. 연쇄살인마라는 주인공도 흥미로웠고 표지 겉면 여성의 모습과 버터라는 제목은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 책을 사둔건 22년 가을이었고 이 책을 들고 읽은건 12월 말, 즉 연말이었다. 평소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책을 무작정 사는 습관이 있는 나는 올 겨울도 내가 사두고 쌓아둔 책들을 보며 무슨 책을 지금 읽어야 할까 고민했다. 이번 겨울은 되게 힘들었다. 그래서 이런 사실도 알아버렸다. 삶이 너무 힘들어버리면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아주 다른 세상의 소설 속으로 대피하고 싶구나 하는 사실을...그래서 연말에 선택된 책이 이 버터였다.

 

 거의 6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소설의 두께가 뭔가 든든했고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지금의 현실을 돌파할 실마리를 알 수 있을 거라고 작은 희망을 가지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 이 책 소개를 읽고 생각한 내가 짐작한 이 책의 줄거리는 남자들을 연쇄살인 했다고 비난받는 이 뚱뚱하고 에쁘지 않은 여자가 기자 리카에게 자신이 이렇게 살아온데에 중요했던 자존감에 대해서 설명하는 그게 끝인 이야기일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난 내가 삶을 좀 더 당당하게, 남의 눈치 받지 않고 나의 희미해진 자존감을 좀 올려주길 바라는 마음을 이 책에 기대했다.

 

 그런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내가 성인이 되고부터 고민해왔던 전반적인 것들이 이 책에 곳곳 스며들어 있었다. 먼저 나와 친한 친구사이가 리카와 레이코의 관계와 유사했다. 나의 친한 친구지만 이제 점점 서로를 전만큼 이해하기 힘듦에서 나오는 껄끄러움, 그럼에도 우린 친구니 관계를 이어가는 모습, 그러나 서로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이 이상한 우정에 대해서 이 책을 말을 해줬다.

 

 친한 친구를 만나는게 예전만큼 즐겁지 않다. 이 책의 문장처럼 우린 서로에게 자존심을 부리고 있는 걸까? 친구보단 내가 자존심을 부리는 것 같다. 친구에게 계속 좋고 아니, 좋다기 보다는 잘난 모습만 보여주고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이 책에는 그런 문장도 나온다. '자기보다 나은 동성과는 1분도 있고 싶어하지 않는다' 라는...그런가? 이게 무슨 경우인가...이렇게 나쁜 친구라니

 

 이 책은 주인공이 여자인만큼 2030여성들이 읽으면 공감할 부분이 꽤 많을 것 같다. 친구에 대한 부분만 서술했지만 아빠와 딸의 관계에서 딸이 느끼는 감정, 부모와 자식관의 관계, 사회생활, 남자친구와 여자친구, 그럼에도 사람의 정, 사람의 욕구 중 '식'이 주는 의미 등 분량이 방대한 만큼 정말 생각할 거리가 다양하다. 분명 최소 한가지씩은 공감되어 삶에 큰 위로를 받을 것이다. 

 

 또 이 책을 읽으면서 가지이가 추천해준 따뜻하게 데운 모닝빵과 에쉬레 가염버터를 같이 곁들어서 먹으며 보는 걸 추천한다. 그 자체과 꽤 낭만있고 가지이가 그렇게 열광하는 황금빛 버터의 맛이 뭘까 음미하면서 맛에 탐구하는 재미도 있다. 간장버터밥도 도전해봤는데 간장이나 밥이 뭐가 안 맞았는지 너무 느끼해 그렇게 추천하진 않는다. 지금도 이 모닝빵과 에쉬레버터의 조합은 가끔 생각나 해먹고 있다.

 

 

 내가 책을 읽어가며 인덱스를 붙힌 몇 문장들을 소개한다. 이 책을 읽을지 말지 이 문장들을 보며 이 책을 맛보기 해보면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다!

 

p106> 한 가지만으로 배를 채우지 않아도 되고, 모든 것에서 남들 수준을 목표로 하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야. 각자 자신의 적당량을 즐기고, 인생을 전체적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 텐데. 담배도 식후에 한 개비쯤 즐겨도 되고, 살이 좀 쪘다고 주위에서 난리칠 일도 아니잖아. 이렇게 말하면 게으름뱅이라고 혼나려나/ 그러려면 자신의 적당량을 모르면 안 되겠지/ 그러게. 그래서 다양한 음식을 많이 먹고 자신에게 맞는 맛과 양을 찾아야 할지도.

 

p134> 다들 적건 많건 포기하는 분위기가 돌잖아요. 어른이 되면/ 뭐야 그 재미없다는 얼굴은, 정직원으로 입사도 결정됐고, 유우 평온 그 자체일 텐데, 알겠다. 합격 우울증이구나. 나도 그런적있어/ 아세요? 뭔가 내 미래가 외길로 보인다고나 할까요? 이런 말 하면 배부른 소리라고 야단맞으려나 뭐, 오늘 밤은 좋아하는 아이돌 공연이 있으니 거기서 힘을 충전해서 내일 파워 부활하겠습니다.

 

p137> 리카는 순간 위축됐지만, 이제 사사건건 주눅드는 것도 귀찮아졌다. 그래, 귀찮다. 남들한테 어떻게 보일지 생각하면서 정답을 맞히듯이 생활하는 데 질렸다.

 

p141> 당신은 자신을 더 사랑해야 하지 않아? 그래야 맞지도 않는 사람과 데이트하느라 자신을 소모하는 게 아깝다는 걸 절감하게 될거야. 자존감이 너무 낮은 거 아냐?

 

p238> 무엇에도 쫓기지 않는 사람을 보면 마음이 초조해지도록 누군가가 조종하는 것 같아. 전에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식으로 말해서 미안해. 왠지 말이야. 부드럽고 풍요롭고 여유로워져가는 리카를 보니 불안해졌어. 부끄럽지만, 내가 좋아했던 왕자님의 이미지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보여서.

 

p334> 이상하다고 해서 당신이 대체 어떤 기행을 저질렀는지 했더니, 그냥 살이 쪘다는 거야. 걱정이 돼 죽겠대. 당신이 살쪄서 이미 세간의 상식에서 벗어나버렸다는 거야. 기가막혀서. 바보 아냐? 남의 체형이 좀 달라진 것 가지고, 원 세상에, 왜 그렇게 심란해햐지. 이 인간이나 저 인간이나…왜 그렇게 남을 신경쓰는거야? 남이 어떤 모습인지, 남이 욕망을 드러내고 있는지, 어떤지. 그런 일로 불안해하기도 하고 우월감을 갖기도 하다니, 이상해. 남의 모습이 자기 속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훨씬 더 걱정이 돼 죽겠다니 미친 거 아냐?

 

p509> 혹은 ‘언젠가’를 믿을 수 있는 여유나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있었으면 좋았을지 모르겠네요. ‘언젠가’를 믿는 것은 약한 것도 어리석은 것도 도망치는 것도 아닌데.

 

p536> 서로 돕고, 서로 응석을 부리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냐 기대. 하고 리카는 늘 주변에 말했다. 그러나 막상 자신이 그런 처지가 되니 도저히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밀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리카가 한 행동이나 목적하는 바를 다 아는 레이코나 시노이 씨가 지금 이 모습을 본다고 상상하기만 해도 온몸이 뜨거워지고 피부에 통증을 느낄 정도였다. 리카가 내민 손을 잡아준 레이코도 시노이 씨고 얼마나 강한 사람인가 어쩌면 지금까지 의지했던 것은 자신일지도 모른다.

 

p541> 네 말이 맞았어. 난 그냥 단순하게 그애가 비난받으니까, 응원하지 않게 된 거야. 여러 사람이 욕하는 애를 좋아하기가 두려워서, 나까지 욕먹을까봐 응원을 그만두었다는 것을 깨달았어. 사실 남이 어떻게 보든 신경쓸 필요 없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엇을 좋아할지도 남이 정해준 기준을 따르고 있었던 거야.

 

p554> 응. 할 수 있는 사람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대. 못 할 때는 쉬어도 되고, 못 한 날만큼 베풀면 된다더라./ 와 괜찮다. 할 수 있는 사람만 하면 된다니…/ 그렇지. 모든 일에 다행하는 얘기야. 그러니까 리카. 만약 신이 있다면 우리가 주어진 시련에 괴로워하는 모습에 만족하거나 기뻐할 리 없잖아. 그러니까 뭐든 다 자기 힘으로 극복해야 하는 건 아닐지도 몰라. 계속 성장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그보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마치는 게 훨씬 더 중요해.

 

p589> 가능해, 내가 하기로 마음먹으면.

 

 

 초반엔 가지이에게 자존감을 배우는 리카라는 기자의 이야기라 생각하며 읽었고, 초반에는 가지이의 말들에 오~하며 감명을 받기도 했다. 근데 소설의 절정 이후로 가지이는 음...그래 가지이도 무결한 인간이 아니지, 인간이기에 불완전하고 약점이 있다.

 

 가지이는 또 리카를 흠뻑 버린 채 또 다른 그녀만의 사랑을 찾아 나선다. 그러고 가지이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난 그래도 반전이 있지 않을까 했다. 가지이가 실은 다른 뜻이 있었다고, 그래서 리카의 칠면조구이 초대에 가지이가 마지막 손님으로 등장하길 난 바랬는지도 모른다.

 

 나도 리카처럼 가지이에게 빠져 버린 것일까? 지나치게 독립적이어서 뭐든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지만 누구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고 위로 받고 싶어하는 불쌍한 인간 족속들...그게 나인 것 같다.

 

 버터의 시간 흐름은 추운 겨울부터 시작해서 나와 계절의 흐름이 맞아 더욱 과몰입한 부분도 있다. 매우 추운 겨울을 지나 봄, 후덥지근한 초여름까지,,,나의 23년을 미리 경험하는 기분도 들었다. 리카가 이 시간들을 보내 삶이 단단해진 만큼 나도 단단해지길, 다양한 맛이 있는 세상에서 또 나만의 맛을 만들어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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