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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R 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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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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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네 히로시 지음
이 책은 제목 "HEAR" 뜻 그대로 "듣기"의 중요성을 다루고 있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우리가 신경써야 할 것은 설득하며 수려하게 말하기가 아니라 바로 요령껏 듣기에 있다는 사실.
듣는 사람 입장으로 말하는 사람 입장으로도 흥미가 당기는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유독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속마음을 꺼내놓게 되는 경우가 있다. 저자는 그 비밀도 말솜씨가 아니라 적절히 대응하며 듣는 기술에 있다고 말한다. 잘 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일의 성과에도 영향을 미치고 더 나아가 자신의 가치 역시 특별하게 만든다. 상대의 고민에 해결책을 찾아 주거나 굳이 조언을 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상대방이 입을 떼기까지 기다려주어라.
실제로 대화 중에 질문을 하고 상대방의 답을 오래 기다린 적이 있다. 그 어색한 침묵의 시간을 먼저 깬 것은 바로 나였다. 대답하고 싶지 않은가보다 짐작하고 되레 시간을 끄는 것이 서로를 위해 못할 짓이라고 판단해서였다. 하지만 저자는 그럴 때도 마냥 기다려주라고 말한다. 심리상담사인 저자는 실제로 상담 시간의 대부분을 기다리는데 쓰기도 한단다. 내가 만약 먼저 침묵을 깨지 않고 계속 기다려주었다면 상대방의 머릿속이 정리되고 마음이 동하는 순서를 밟은 후에 정말 입을 떼었을까? 궁금해졌다. 다음에 또 비슷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있다면 야마네 히로시의 말을 기억하고 나 역시 수련하는 마음으로 창밖을 보며 기다려봐야겠다.
듣는 것도 기술이다. 실제로 잘 들어준다는 것은 굉장한 피로를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듣기의 요령을 "수용, 공감, 자기 일치" 세 가지로 들었다. 앞의 두 가지
뜻은 짐작이 되었지만 마지막 "자기 일치"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었다.
먼저 "수용"은 상대방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귀를 열고 그저 들어준다. "공감"은 상대방의 감정을 상상하고 이해하는 것으로 조언이나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 "자기 일치"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실제로 이 세 가지를 잘 훈련하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될 수 있고 더 나아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강하게 끼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능숙하게 말을 잘 하는 기술을 깨우치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단지 듣는 방법을 바꾸는 것만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고마운 사람, 위로가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이야기를 듣는 중에는 가르치려 들지도 말고 수정하려 들지도 말아야 한다. 나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고 공감은 하되 생각과 의견까지 같다고 동감은 말라고도 거듭 강조한다.
한번 읽는 것만으로 이해가 쏙쏙 되는 부분이 있는가하면 두세 번 자꾸 찾아 반복해서 읽게 되는 부분도 있다. 내 경우엔 "자기 일치"를 설명하는 부분이 어렵게 다가왔는데 결국 정리해 보면 '실제 자신과 보여지는 자신을 일치시켜 솔직하고 믿을만한 사람이 되는 것'으로 이해했다. 듣는 사람이 "자기 일치"를 먼저 이루어야지 말하는 사람 역시 믿고 자신의 속마음을 꺼내게 된다.
이밖에도 찰떡같이 잘 듣는 비결이 책 속에 가득하다. 궁금하다면 직접 한 번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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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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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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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위안 지음
이 책은 제갈량의 출사부터 주유의 죽음까지 삼국지연의를 다룬다. 다른 삼국지 서적에 비해 특별하게 돋보이는 점은 심리학 개념을 사용해 설명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사건마다 인물의 심리를 분석해 특정한 말과 행동을 한 이유를 찾는다. 거기에 덧붙여 무심코 저지른 실수까지 집어내고, 그 실수의 영향도 설명하는데 이것에 독특한 재미가 있다.
삼국지에서 활발히 일어나는 머리싸움은 주로 촉나라 제갈량이 큰 역할을 한다. 이 책을 통해 제갈량의 심리를 살피어 그가 이루고자 했던 꿈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주유는 삼국지 속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다방면으로 뛰어난 실력을 가졌으나 제갈량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죽는다.
작가는 둘을 다음과 같이 비교한다.
'공격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한 주유 같은 사람이라면 아마도 분에 못 이겨 벌써 혼절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제갈량은 주유가 아니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웃음이 나왔다. 종종 감정에 휩쓸려 주유가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런 허점이 있기 때문에 나는 주유에게 애착이 간다.
삼국지를 들어 이 책에서 소개하는 심리학 개념은 우리들의 일상에도 도움을 준다. 게다가 심리학을 제외하고 보아도 생동감 있게 잘 쓰여있는 책이다.
삼국지나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1'을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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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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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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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그림 황유나
황유나 작가는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깨닫고 배운 것들을 자신의 일기장에만 적으며 곱씹는 대신 함께 나누고 위로하는 것으로 치유의 첫 단추를 꿰었다. 덤덤한 필체로 써 내려간 아픔들은 독자에게 닿는 순간 더는 통증이 아닌 공감의 에피소드가 된다.
19가지 이야기 중 첫 편은 크리스마스에 맞닥뜨린 이웃의 죽음이었다. 예민한 감성을 지닌 작가가 감내하기에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까. 다행히도 1년 뒤 옆집 할머니께 선물을 전하며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성탄 인사를 전할 수 있을 만큼 나아가는 작가는 더는 예민하게만 보이지 않는다. 강하고 단단한 사람으로 방향을 틀며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다친 마음을 함께 회복해나가는 기쁨이 된다.
쌍둥이를 잉태하고 절박유산을 겪으면서도 절로 발현되지 않아 당황하게 만드는 모성애. 낳아 키우면서 울고 웃으며 함께 자라나는 것이라는 사실은 왜 아무도 귀띔해 주지 않았을까. 나 역시 당황하며 아이를 키웠다. 내가 아주 몹쓸 어미인 것만 같고 한없이 부족해 보여 아이에게 미안하고 초라했다. 작은 인형 같던 아이와 부대끼며 살아온 세월이 벌써 만 16년, 이젠 나의 목숨보다 소중한 아들이 되었으니 본디 모성애란 아이와 부딪히고 괴로움을 겪으며 자라나는 것이다. 인고의 시간이 흐르며 점점 더 견고해지는 것이다. 뭐... 물론 눈물 나게 행복한 순간도 가끔 있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에세이를 뭐 하러 읽느냐고 한다. 지루하고 예민한 개인의 감정 토로라고 깎아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비밀스러운 진심을 에세이가 아니면 어디서 배우며 느낄 수 있을까.
설사 지루해도 한 사람과 마음을 터놓고 수다를 나누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한번 참고 읽어보시라. 의외로 쏠쏠한 다정에 흠뻑 빠질지도 모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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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기 전에 꼭 한 번은 논어를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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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1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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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덩 지음
공자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논어는 이 시대의 필독서로 여겨지지만 쉽게 이해하며 재미있게 접하기란 녹록지 않다. 그나마 어른들을 위한 풀이서는 버전을 달리하여 매년 새로 쏟아지나 청소년을 위한 논어 해설서는 개인적으로는 처음 접해선지 궁금하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어른이 되기 전에 꼭 한 번은 논어를 읽어라 1>는 논어 속 여러 삶의 지혜 가운데 특히 "공부"에 관한 부분을 쏙 빼내어 자세히 다뤘다. 책을 읽는 청소년들에게 공부의 목적과 의의를 다시 돌아보고 그와 함께 인간관계, 생활 방식, 인격 수양까지 고민해 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논어'라는 부제답게 이해하기 쉬운 말로 쓰여 있는 데다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상식 더하기'를 달아놓아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듣듯 상식도 쌓을 수 있다. 2500년 전에 밝혀 놓은 공자의 깨달음과 가르침이 현대에 와서도 수정 없이 적용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혼란스러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청소년들이 차분히 앉아 논어의 구절을 읽으며 그 속뜻을 헤아려 보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보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춘추전국시대를 살며 공자와 그의 제자들이 가다듬은 삶의 지혜는 다행히 "논어"라는 책으로 남아 우리에게까지 닿았다. 음미하며 천천히 읽다 보면 구절마다 명언처럼 큰 울림을 준다.
제일 흥미로웠던 부분은 아예 수치로 작은 노력의 위대함을 보여준 것이었는데 무슨 일이든 진득하게 꾸준히 해보라는 가르침이 담겨 있었다. 1.01의 노력과 0.99의 노력은 겨우 0.02만큼의 차이가 나지만 각각의 노력이 365일 계속된다고 했을 때는 1.01*365=37.8 과 0.99*365=0.03의 결과로 나타난다. 무려 37.77의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금의 노력에서 조금만 더 힘을 내어 1.02의 노력을 하거나 더 게을러져 0.98의 노력을 한다고 가정해 보면 그 결과는 1377.4와 0.0006으로 나타남을 알 수 있다. 1.01과 1.02는 정말 작은 노력의 차이지만 365일의 꾸준함이 곱해지면 엄청난 차이로 벌어지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이라면 맹자왈 공자왈 지루하게 읊는 것보다야 눈에 확연히 보이는 이런 설명이 더 가슴에 남을 것이다.
방황하며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올바로 판단하는 슬기로움을 배우기 위해서라도 논어를 읽어보는 경험은 훌륭한 자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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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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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1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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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군웅 장편소설
어젯밤 꿈에 초등학교 때 좋아하던 친구를 만나게 해준 연애소설이다. 등장인물은 서로 사랑하던 경희와 인성이를 주축으로 주변 인물 몇몇이 전부다. 어려운 형편 탓으로 둘은 헤어지게 됐지만 경희는 당시 인성의 아이를 가진 상태였다. 부인과 사별하고 딸 하나를 키우는 일 하던 가게 사장의 배려로 경희는 자신이 낳은 아들과 사장의 딸을 함께 돌보게 된다. 서로를 아껴주다 그와 부부의 연을 맺게 되지만 딸을 남기고 사장 역시 눈을 감는다. 인성도 아픈 어머니의 바람대로 결혼을 서두르지만 결국 이혼을 한다. 긴 세월이 지나 다시 마주한 두 사람. 안타깝게도 경희는 이미 병마에 점령당한 상태다. 경희는 인성에게 마지막 선물이라며 자신과 인성의 아들인 재운을 소개하고 결국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는다. 그로부터 11개월 후 인성 역시 재가 되어 한강에 뿌려진다.
틀림없이 애틋하고 가슴 시린 러브스토리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서로 사랑하던 둘은 실존 인물이었던 듯하다. 게다 주인공들이 동년배라 더 공감이 되었다. 간만에 마음이 촉촉해지는 사랑 이야기라 눈물도 나고 감동도 받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솔직히 몰입하여 책을 읽어나가기가 힘이 들었다. 맞춤법이 틀린 것이 한둘이 아닌 데다가 띄어쓰기와 주어와 동사 간의 호응도 어색한 문장이 많아 해석하며 읽느라 애를 먹었다. 처음에는 연필을 들고 수정하며 읽다가 나중에는 그마저도 포기해버렸다. 조사도 엉망이고 비문과 사투리까지 더해져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어 출판사 이름까지 검색해 봤다. 이 책이 2쇄 발행인데도 수정 없이 이대로 출판된 배경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답답할 뿐이다.
세월이 흘러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따듯하게 데워주는 것은 결국 사랑이다. 제대로 된 편집과 수정을 거쳤다면 충분히 여러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사랑 이야기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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