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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이재익 작가의.. 
빵가게 습격과 빵가게 재습격~~ 제일.. 
내가 정말 그럴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 
좋은 리뷰 잘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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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불행했지만 나에겐 해피엔딩 | 기본 카테고리 2007-12-2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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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 남자는 불행하다

카리 호타카이넨 저/김인순 역
책이좋은사람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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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전쟁중이다.

그것도 최전방에서 가정전선의 남자들을 대표하며 내집마련의 꿈을 방해하는 모든 적들과 싸우고 있다.

어쩌다 휘두른 주먹 한 번에 남자의 삶의 전부인 소중한 딸 시니와 아내 헬레나를 잃었다. 그 둘을 다시 찾아오는 방법은 아내가 그토록 바라마지않던 자신만의 집, 바로 안식처를 마련하는 것 뿐이다.

무슨 수로? 남자는 일과 야망에는 관심 따위 버린지 오래고,

그저 아이스하키 중계를 보며 시간을 떼우고 최고의 요리로 아내를 편안하게 하는데 익숙한 살림꾼일 뿐이다. 그런 평범하고 소심했던 한 남자, 돈을 벌기 위해서는 에로틱 마사지서부터 부동산 중개인의 사생활캐기까지 못할 것 없는 사람으로 변해간다. 그의 이름은 마티, 그가 미쳐가는 과정이 이 소설의 핵심이다.

늘 소식과 조깅으로 체력을 단련해가며 힘들땐 딸을 추억하고,

아내와 딸이 함께하는 자신의 미래를 그려가며 내집마련의 꿈을 향해 고군분투하는 마티, 모양과 방법은 다를지라도 그것은 국적을 초월한 애뜻함과 처절함을 불러 일으킨다.

작가는 영리하게도 마티을 비롯하여 그를 둘러싼 주변인물들의 일인칭의 서술로 시니컬하게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그로 인하여 나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되어 볼 수 있었고 그 서술방식은 등장인물들에게 묘한 연민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마티가 적으로 생각하고 감시하는 부동산 중개인은 집을 팔기 위해 영혼이라도 던질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마티가 찍어놓은 집의 참전 용사였던 노인은 아내를 여의고 아들내외와 떨어져살며 마지막 자존심으로 집을 지키고 있다. 

마틴과 다세대 공동주택에 사는 소시민들은 단톡주택에서 여유롭게 가정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환상을 가지고 있으며 이 시대에 내 집을 가지지 못한 많은 사람들의 속내를 대변한다.

때마침 뉴스를 보니 우리나라에서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이 평균 9년이 넘는다고 하던데 가족의 행복과 안정적인 삶을 위해 필요한 집이 사회적으로는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그것이 때로는 서민들의 삶을 옭아매는 하나의 요소가 되어버리는 우리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소설의 배경과 과정전개가 낯설지 않다.

일인칭화법으로 각자의 삶에 있어서 절실함을 강조하고 거기에 익살스러운 묘사들과 때마다 터지는 코믹한 상황들,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가정과 가장, 사회적인 모순과 노인문제까지...작가는 영리하게 캐릭터들을 이용하여 전반적이고도 알찬 여러 군상들을 담아냈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비틀기와 풍자를 제대로 보여준 소설이다. 

영역표시를 하듯 자신이 찜해 놓은 집에 오줌을 싸놓고, 지독한 흡연으로 윗층 부부를 노이로제 지경까지 이르게 하며, 가택 침입도 불사하는 불굴의 용기와 의지로 결국 자신의 보금자리를 일방적으로 선택하는 마티,

그 불행한 남자에게 선택한 불행한 집과 대상은 노인이었다.  

이미 자신의 영혼에 집을 지어 아내와 딸을 찾아와 그 자리에 데려다 놓고

행복하고도 가슴 저릿한 미래를 펼쳐가는 마티의 눈에 무엇이 무서울것이며 그의 길을 누가 막을 수 있었겠는가.

노인을 묶어놓고 계약서를 펼치는 장면은 하이라이트다.

시가 120만 마르카의 집을 10만 마르카로 사겠다며 덤비는 마티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노인, 계약서엔 노인을 평생 이층에 살게하며 맛있는 음식으로 보살펴 주는 것으로 대신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결국 마티의 꿈은 은팔찌를 차며 박살났지만 가정을 위해 미친듯이 노력한 남편을 그리워했고 용서한 헬레나,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잊을 수 없는 외로웠던 노인의 눈물...그 남자는 불행했지만 내겐 해피엔딩인 이유다.

때론 엉뚱한 사람들이 나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때가 있지 않나,

그 엉뚱한 사람들의 묘한 진지함 속에서 숨겨져 있던 나를 발견하는 즐거움,

그럴땐 그들이 바보같다거나 비정상이라던가 하는 생각은 뒤로 물러가고 마음으로 이상한 응원과 동조를 보내게 되는 것이다...초특급 블랙 유머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비극과 희극을 넘나들게 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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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고갱 | 기본 카테고리 2007-12-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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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폴 고갱

인고 발터 저/김주원 역
마로니에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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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늦게 발견한 예술적 열정, 주식 관련 업종에 종사하던 한 남자가 가정을 등지고

자신이 그토록 염원해  마지않던 미지의 세계이자 낙원을 미술계와 공유하기까지

고갱이라는 화가의 처절한 인생여정에 대해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듯 싶다.

미술에 관해선 무지의 극치인 나는 어이없게도 거시적관점의 개론서보다는

지극히 미시적인 관점의 글을 좋아하는데 완전히 매료되었던 섬머셋 몸의 "달과 육펜스"에 이어 [폴 고갱]이란 책은 다시 한번 고갱이라는 화가의 삶에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모티브의 환영을 창조하는 일은 가능한 멀리하고 싶다" 사물을 표현함에 있어 냉정함과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했던 고갱은 무엇보다 독특한 미슬관과 시대의 해석으로 빈센트 반 고흐와 자주 비교되는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고갱에게 집착한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잘라 창녀에게 주었다는 에피소드부터

고갱과 고흐가 경쟁심을 불태우며 같은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는 그 시기에

사물에 대해, 본질에 대해 얼마나 다른 관점을 보여주었는지를 그림으로 설명한다.

 


 

 

 

 

 

 

 

 

 

 

 

 

 

 

 

 아를의 밤 카페(1888, 고갱)

  

고흐의 밤의 카페와 아를여인<지누부인> 를 비교해보라 같은 인물이지만 얼마나 다르게 표현되었는가를. 둘이 앉아 술을 마신 카페와 고흐가 좋아했던 지누 부인을 고갱은 가차없이 자신의 잣대로 재구성해 버린다. 이 부분이 흥미로워 검색해보니 둘의 화가공동체시기의 초창기였다고 하는데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고갱은 사물과 상황의 환상적인 표현을 즐겨했던 고흐의 관점을 자신의 시각에서 조명하고, 이 그림 말고 같은  주제를 가진 많은 작품에서도 어찌보면 무례하다 싶을 표현력으로

고흐를 불쾌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같은 여인이지만 한 쪽 앞엔 책이, 한 쪽 앞엔 술병이 놓여있는 것처럼 말이다.

본문에서는 짧게 고흐에 대한 고갱의 의견을 서술하였지만 그 짧은 말에서 둘의 갈등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 친구 정말 낭만적이야.  하지만 난 원시미술이 좋아.

색칠할 때 그는 물감을 두텁게 칠해서 얻는 우연한 효과를 즐기지만

나는 그런 어수선한 방식은 질색이야." (23쪽)

 

1888년에서 1891년까지 누구보다 더 독창적이었으며 개인적이었던 작품들을 발표한 이후 고갱의 새로운 세계, 타히티에서의 생활이 시작된다.

1891년에서 1893년까지 초기 타히티의 열대 아틀리에의 고갱 작품들은 과도기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타히티의 원주민들을 자신의 고정관념안에 가두어 놓았다. 문명국가에서 왔지만 남태평양을 장미빛 시선으로 바라보는 본인이라고 자부했겠지만 그림을 보면 순수한 열대 원주민들이 아닌 자신의 사상이 투영된 모습이라

어딘지 어색하다. (그림들을 하나하나 나열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하지만 천재 작가답게 고갱의 열정적이었지만 그만큼 고단하고 고독했던 삶이 진전될수록 그는 타히티를 진심어린 시각으로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표현하는 단계를 넘어 순수의 경지에 이른다. 초기에 "어느 나라에서건 나는 처음에는 잉태의 시간이 필요했다."라고 말하는 그가 타히티의 나무를, 사람을, 자연을...미신을, 그리고 문명이 알아주지 않았던 그들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애정을 갖고 그속에서 그가 타히티의 일부로 동화되어가면서 잉태하고 탄생시킨 위대한 작품들은 그의 모든 삶을 바친 소산이었다.

상상의 자유를 속박하고 한정하는 사회라는 틀 속에서 반항이라는 색깔로 자신만의 예술을 추구했던 고갱은 그의 종교적인 의미를 담은 여러 작품에서 드러나듯 끊임없이 자신이 천재이고 싶어했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많은 가면을 씌워야했다. 서투른 조잡함이라고 너무 "원시적"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결국엔 미술사 최고의 작품들로 남은 그의 그림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생활고와 매독 등의 질병으로 그가 가장 힘들었을 시기에 탄생되었다.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켰던 그의 죽음을 "갈 길을 잃었다"로 표현한 타히티의 원주민들의 말로 미루어 그가 그토록 인정받지 못했던 자신의 작품 세계를 타히티에서의 삶으로 보상받았지 않았나 싶다.

 

"그가 영원히 벗어나고자 했던 그 혐오스럽고 모순 가득한 세상도 그 세상이었다.

또한 문명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것도 고갱 속에서요, 자신에 대한  그의 거부 속에서였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관음적이기까지한 그의 작품을 통한 최고의 수혜자는 바로 그의 그림을 감상하며 대리만족을 얻은 그 시대의 많은 사람들과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일 것이다. 그 수혜자의 하나가 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풍성한 정보와 화보, 설명으로 채워져 읽는이의 간지러운 구석구석을 만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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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호소, 깊은 울림을 남기는 소설 | 기본 카테고리 2007-12-14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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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저/왕은철 역
현대문학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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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슴 깊은 곳에 아무도 모르는 우물을 가지고 있다.

그 우물안에는 이루지 못한 꿈과 사랑과 비밀들이 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버리고 싶지 않은 놓치고 싶지 않은 소중하고 영원한 것들을 담아두었을지도 모른다.

힘들 때마다, 고통스러울때마다 겨우겨우 안간힘을 짜내어 나만의 우물에 두레박을 밀어 넣는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올라오는 희망을 추억을 꺼내보고...위로와 힘을 얻는다.

라일라라는 여자에게 그 아름다운 우물이 되어준 여인, 마리암의 이야기...

'천개의 찬란한 태양'읽는 내내 지구상에 이런 공간이, 이런 사건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니, 믿어버리면 어찌할 수 없는 내가 너무 비겁해질 것 같아서...마음이 아팠다.

 

전쟁과 내란, 기근, 강간, 탄압, 속박...있어서는 안될, 인류사에 끊임없이 되풀이되었던 그것들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사랑이 꽃피고, 모성애는 강해지며, 빛나는 희생이 있다.

갑부 아버지의 숨겨진 딸로 살아가던 마리암은 아버지와 함께하고 싶다는 순수한 소망으로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하고, 그날, 목매달아 죽은 어머니를 목격한다.

그렇게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간 마리암은 여러 부인들의 눈치를 보는 비겁한 아버지에게 실망하고 30살 위인 아버지의 친구, 라시드에게 시집가던 날, 더이상 아버지를 돌아보지 않기도 결심한다.

그래도 한 여자로써 희망을 갖고 아이와 함께 살아가던 꿈을 꾸던 마리암은 연거푸 유산을 하게되고 남편 라시드의 폭력과 속박으로 꿈도, 희망도 없이 살아가게 된다. 그런 그녀 앞에 폭탄으로 부모를 잃고 졸지에 사랑하는 남자도 잃은 라일라가 나타난다. 오갈데 없는 15살의 소녀에게 라시드는 더러운 욕정을 드러내고

사랑했지만 죽어버린 타리크의 아이를 가진 라일라는 사실을 숨기고 그의 또다른 아내가 된다.

처음엔 반목했던 두 여자가...남편이라는 공공의 적과 그가 행사하는 폭력 속에서

눈빛으로 위로를 주고 받고, 아이를 돌보며 마음을 나누고...더 나은 삶을 살고픈 희망을 주고 받는다.

아이를 낳지 못했던 여자 마리암, 그녀는 라일라와 라일라의 딸과 아들...그리고 그녀의 돌아온 사랑 타리크와의 삶을 위해 라시드를 죽이고 사형 당한다. 죽는 순간까지 의연하고 아름다울 수 있었던 마리암, 그들이 그녀의 진짜 자식, 가족이 되었기에 죽음도 아깝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처참한 가난과 대처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은 폭력...말로만 들었던 그 비극적인 상황들은 이제 이 소설을 읽음으로 인해 눈앞에, 마음에 그림으로 새겨졌다.

이렇게...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운명과 그 운명이 가져다주는 고통 속에서 부르짖어보지만 대답해주지 않는 그들의 신과 결국 그 안에서 찾아낸...사람이 사람을 아름답게 하는 희생.그들에게는 이겨냈다, 극복했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무언가를 원망하고 자포자기한 것이 아니라

라일라와 마리암은 살아내고 그들의 삶을 만들어냈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마리암은 말로 사랑한다고 표현하기도 아까운 라일라라는 새 딸에게 원하는 삶을 선물했다. 그 마리암을 추억하며 고향을 찾아가는 라일라, 그 땅에서 후대를 위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을 셀 수도 없었고
   벽 뒤에 숨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을 셀 수도 없었네.”

 

숙연해지는 인간의 삶과 상상도 할 수 없는 인권유린의 실제 앞에서

감사할 줄 모르는 인생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무가지한 것인지, 참으로 부끄러워지는 시간이었다.

나는 어쩌면 이렇게 부끄럽다고 해놓고 내일이 되면 그들을 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 우물에 찬란한 태양과 함께 한 이 시간을,

이 시간에도 견딜 수 없는 고통과 현실 속에서 태양처럼 빛나고 있을 또다른 마리암과 라일라를 담아두어야겠다고 생각해본다. 구호를 외치는, 도움을 요구하는 그 어떤 정치인보다 연예인보다 강력한 호소력을, 깊은 울림을 내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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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만족의 통쾌함 | 기본 카테고리 2007-12-12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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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신으로부터의 한마디

오기와라 히로시 저/권일영 역
예담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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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이란 게 뭘까?" "남의 안주 먹으며 자기 세계에 빠져들지마."

"선배는 어떻게 생각해?"

"글쎄...잘은 모르겠지만, 왠지 회사에 인질이 잡혀 있는 기분이 들 때는 있어."

"인질?"

"그래. 내 경우에는 아마 집사람과 자식이겠지.

애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젖을 떼기 전까지는 집사람이 일하러 나갈 수가 없으니까."

 

회사를 다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책임감이란 명목 아래 있는 사람이라면

이 대사를 읽고 나의 인질은 어떤 것일까...하는 생각, 한 번쯤 안해볼 수가 없다.

나의 인질은 꿈, 희망...이었던 것이 어느새 현실과의 타협, 나이...

그리고 비교할 수록 점점 초라해지는 위치의 문제들로 바뀌어버렸다.

 

잘 다니던 광고회사에서 상사에게 펀치를 가하고 쫓겨난 료헤이는

옮긴 다마가와식품 회사의 피티에서도 기질을 버리지 못해 사고를 치고 고객상담실 좌천당한다.

바퀴벌레하우스 또는 고객상담실에서 나오는 것을 탈옥이라고 비유할 정도로

문제아들을 집합시켜놓은 곳, 사훈이 "고객님의 목소리는 신으로부터의 한마디와 같다"인 것에 비하면 모순 덩어리 구조를 그대로 대변하는 부서다. 

젊은 시절 치기어린 밴드에 음악활동, 양복 아래 감추어진 그리고 자유분방한 여자친구 린코까지, 지금은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료헤이는 카오스 상태다.

당장 방 세와 먹고 살 현실문제들이 인질로 잡혀 그 끔찍한 고객상담실에서 나오는 건 일단 보류, 화풀이를 목적으로 또는 되도 않는 꺼리들을 만들어 전화벨을 울려대는 고개같지도 않은 고객들과 구제불능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만한 동료들...그리고 도저히 알 수 없는 이유로 집을 나가버린 린코.

그 모든 것에 머리 아파하는 료헤이야말로 신의 목소리가 필요한 사람이다. 

 

"어쨌든 기본은 어디까지나 저자세야. 고개는 아무리 많이 숙여도 닳지 않으니까."

 

도박 중독자라고 생각했던 지각선배 시노자키에게 점점 상담의 노하우를 전수받는 료헤이는

머리를 조아리며 방문사과에서부터 사기쳐 돈을 뜯어내려는 악덕고객 퇴치 경험까지 해가며

신의 목소리를 받아내고 패스하는 일들을 익혀나간다. 

이제는 전화받는 것이 두려운 일만은 아니라는 보람 비슷한 무언가를 느낄 즈음

회사내부에 도사리는 음모와 비리 타성에 젖은 업무들, 인간들...조금씩 일을 통해 인생을 알아가는 료헤이.

 

"죽어라 일하고 있는 사람만 공연히 바보같군.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 회사라는 게 뭘까요?"

"오뎅 냄비와 똑같지...봐, 좁은 냄비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잖아. 부장이다, 과장이다, 임원이다 해봤자 냄비 속의 다시마나 어묵이 누가 더 대단하냐 다투는 꼴이지..."

 

화합으로 맛을 내느냐, 다투며 숟가락에 뜨이길 원하느냐...어쨌든 누군가에게 먹힌다.

료헤이는 고객상담실 동료들과 힘을 합쳐 회사를 망치는 사장의 내연관계를 파헤쳐 폭로하고

자신을 떠난 린코를 찾아간다. 줄거리는 여기까지 하고-칭찬을 듬뿍하고 싶다.

일단 재미있다. 재미없는 책은 명작이 될 수 없다는 주의다.

초반부터 낄낄대며 웃었는데 마지막엔 묵직한 것을 가슴에 던져주어 곱씹어보는 맛까지 보태준다.

세 번의 노숙자 존 레논과의 만남은 료헤이의 회사 생활을 큰 챕터로 나누어준다.

사람과의 관계를 알아가고, 곁에 있는 소중한 것을 찾아가야겠다는 의지를 굳혀가고

결국 마음먹은 것을 해내고야 마는 료헤이의 변화된 모습들이 점점 고객 상담실에 익숙해져

그곳에 뼈를 묻을 것만 같았던 그를 탈출하게 만든다.

늘 린코를 잡고픈 찬스의 꼬리를  발견하고픈 그에게...노숙자 존 레논의 마지막 한 마디

 

"발견한 건 주워야지....주은 건 잃어버리지 말 것."

 

사라져버린 린코가 홈페이지에 만든 방 안에는...소중한 가치를 잃고 싶지 않은 그녀가 소망하는 료헤이가 그대로 있다. 설명할 수 없이 독특하지만 이해되는 생생한 캐릭터들과

유쾌하고 통쾌한 재치와 유머센스가 가득하며 어디에 있든지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세상은 달라진다, 는 놓치지 말아야할 가치가 담겨 있다.

은근과 끈기로 세상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버티고 있는 많은 샐러리맨들에게

어깨든 엉덩이든 가끔씩 나, 아직 살아있다...하고 자기 최면을 걸어줄 문신 하나 숨기고 있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직장인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소설...

'신으로부터의 한마디' 한마디로 강추다.

작은 펀치로 웃기다가 한방이라는 내공을 휘두르는 작가 오기와라 히로시의 팬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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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고유의 맛에 중독 | 기본 카테고리 2007-12-09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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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슈거 앤 스파이스

야마다 에이미 저/김옥희 역
민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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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나쁘다-옳다 혹은 그르다라는 분류는 적절치 않은, 그러나 반짝반짝하는 전구빛같은 감정들이 있다.

어디선가 봤다거나 아니면 진짜로 느껴보거나 그러나 말로는 표현이 되지 않았던,

그런 미묘하고 섬세한, 그러면서도 섬찟해지는 감정말이다. 

물론 그 감정 앞에는 사랑안에서라는 말이 조건부로 붙어야한다.

내 머릿속으로 옮겨 놓아야할 것 같은 그 감정들이 군데군데 툭,툭, 튀어나와

연애소설을 통한 대리만족의 경험을 제대로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야마다 에이미라는 작가의 약력(?)이 화려하다. 대학 문학부를 그만두고 갑자기 호스티스, 스트립걸 등 흥미롭다 못해 자극적인 이색 직업들과 흑인병사와의 세간의 화재가 된 연애와 결혼으로 이어지는 작가의 인생이 글에 녹록치 않게 녹아있는 듯 하여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첫 장을 넘기며 침을 꿀꺽 삼켰다.

사람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손가락질 하면 더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싶은 반발심 같은 것...

마치 세상의 시선이나 사람들은 신경쓰고 싶지 않아, 라는 톤 앤 매너가 작품 전체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따라서  이야기는 아주 작아지고 주인공들의 심리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좁지만 집요하리만큼 깊어진다.

6개의 이야기가 하나같이 스토리상의 엔드는 없지만 이상하게 감정이 완성되어져 있다.

각각을 읽고 나면 읽은 사람으로 하여금 주인공들의 앞으로가 뚜렷하게 그려질 것만 같은 또는 제대로 읽었다면 의무적으로 해야할 것 같은 압박을 가해온다.

참...신기하다. 완성되지 않는 단편은 많이 보았지만 이리도 후유증을 주는 책은 처음이다.

 

여섯 커플이 보여주는 달콤 쌉싸래한 여섯 색깔 사랑의 풍미, 그 첫번째 이야기는 '간식'이다.

연상의 여인 가요와 동거하는 공사판 노동자 유타와 그의 구석구석을 사랑하는 스무살 여대생 하나, 뻔한 삼각관계 속에서 간식에 대한 명쾌한 해석을 도출해낸다.

가요는 유타라는 남자를 헌신과 동시에 이상하리만치 자신감 넘치는 여유에서 비롯된 집착으로 꽁꽁 묶어 놓고 있다. 주식, 밥이란 것이 그렇지 않은가...늘 우리는 별식을 찾아 헤매지만 결국 밥으로  돌아오게 되어있다.

자신이 주식이란 것을 알기에 공포사슬을 아무렇지도 않게 휘두를 수 있는 그녀.

유타의 어린 연인은 임신을 하고 낳겠다고 억지를 쓰는 하나를 유타는 버린다.

 

"간식이란 건 말이야, 강요를 당하게 되면 먹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거든."

(35쪽)     

 

왜 나왔을까, 했던 유타의 공사판 동료의 입을 통해 나온 말이다.

작가의 노련한 인물 배치나 대사가 어색하지 않게, 미소 지어지게 녹아있는 작품이다.

 

두번째 이야기 "저녁식사"에는 할 줄 아는 것이라곤 식사를 만드는 것밖에 없는 유부녀 미미가 나온다.

시집에서의 천대를 견디지 못하고 쓰레기 청소부와 사랑에 빠져 그의 집에 살림을 차렸다. 늘 힘들게 일하는 그의 건강을 염려하느라 요리를 만들면서도 주절주절하고 있는 그녀를 상상하니 안쓰럽고 처절하기까지하다. 과정은 좀 짜증스러웠지만 매듭은 아주 만족스러웠던 작품이다.

그녀는 자신을 끝까지 무시하며 돌아와도 용서해주지 않겠다는 남편을 가여운 사람으로 취급한다.사랑에 빠진 사람은 무서울 게 없고, 부러울 것이 없다는 단순한  진리...누군가에겐 재털이였던 여자가 누군가에겐 화병같이 되고 싶다는 욕심...

요리는 성욕 이상으로 사랑의 증거라고 믿는 그녀가 남자의 전부가 되고픈 갈증의 연속.그것들이 짧지만 독특한 방식으로 담겨 있는 작품이다.

 

세번째 이야기 "풍미절가"는 슈커 앤 스파이스라는 제목에 걸맞는 작품이다.

여자의 싫어, 좋아를 헷갈려하는 숙맥인 어린 손자가 설레이며 사랑을 키운 여자친구에게 채인날, 달게 녹는 것은 여자애만이 아니라며 캐러멜을 쥐어 주는 개방적인 할머니,그녀의 대사가 작품을 대변한다. 

 

"마셔보고 입에 안 맞으면 안사지, 입어보고 사이즈가 맞아도 안사고....

그런데도 모르고 사버린 경우는 영수증을 갖고 반품하러 갈 수도 있지.

넌 반품을 당한거야." (124쪽)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서 마음을 몇 번이나 문지르며 읽었던 이야기, 네번째 "바다정원"이다. 이혼한 엄마의 어릴적 친구,사쿠나미를 사랑하게 된 요시다.

엄밀히 말하면 아저씨지만-답지않게 귀엽고 섬세한 그에게 반말을 찍찍 갈겨가며 이름을 부르는 요시다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사랑인지도 모르고 틱틱대거나 울렁대며 여자가 되어간다.

오랜 추억을 정원에 간직하고 친구 사이로 지내는 엄마와 사쿠나미를 보며, 심술을 내는 요시다는 그를 바다로 데려간다. 바다에서 그와 시간을 보내는 요시다, 사쿠나미를 아저씨라고 부른 친구 때문에 첫사랑에 대한 서러움에 자신도 모르게 울어버리고, 그 날의 추억으로 둘만의 바다정원을 만든다.

 

좀 어려웠던 여번째 "아틀리에"는 일인칭으로 담담하게 얘기하고 있지만 평범하지 않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어린 여자와 결혼한 남자의 이야기다. 유지는 둘만의 공간을 끔찍하게 사랑한다.

그곳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나누며, 자신만의 어린새가 되어버리는 아사코가

자신으로 꽉 차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의 행복이다.

늘 불안하며 어디론가 날아갈 것 같이 어두운 아사코는 시부모의 마음에는 차지 않지만 그녀를 책임지는 것이 사랑이 되어버린 유지는...눈앞이 캄캄해질 정도로 이상한 행동을 하는 아사코를 어른스럽게 감싸주는 것마저도 어느새 사랑이 되어 버렸다.

 

마지막 "춘면"은 짝사랑했던 대학동기를 아버지에게 빼앗긴 황당한 쇼조의 이야기다. 어머니와 사별한 소각장 인부인 아버지를 사랑한다며 결혼까지 감행한 야요이는 자식들조차 알려고 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소각장 일을 누구보다 이해해주며 소통하고 있다.

짝사랑이 새어머니가 되어버린 사태에 울화통을 감추고 있는 쇼조는

둘의 닭살행각에 그만 폭발하며 못난 모습을 보이고, 야요이에게 선천적인 병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어릴적 아버지를 존경한다는 거짓된 글짓기가 마음에 앙금으로 남아있던 쇼조는

늘 정형화된 모습으로 갇혀있던 아버지가 아픈 야요이와 일상을 나누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을 짓누르고 있던 아버지에 대한 짐을 슬며시 내려놓는다.

 

간단하게 소개되었지만 사실은 나의 가벼운 서평보다 훨씬 더 많은 가치들을 담아내고 있다. 읽은 사람마다 느껴지는 차이가 너무 다를 것  같다는 예감이 들기도 한다. 주인공의 일방적인 시선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가는 것이 특징이지만

가벼운 주변인물들의 터치가 묵직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작가의 내공이 대단하고 놀라웠다.

육체노동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홍보 문구에서 예측가능한 육체적묘사나 성애적표현은 기대와는 달리 극도로 자제되어있다. ^^ 

어찌보면 사랑의 육체적 맛에 대한 것이기 보단 육체적 노동자를 각기 다른 상태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시각적인 맛에 중심을 두었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그런데 그 맛이 감각적이다, 를 넘어서서  아주 신선하고 독특하며 고정관념을 깨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

사랑안에서 육체와 정신의 완벽한 결합은 고유의 맛을 내고, 그 맛에는 책임질 수 없는 중독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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