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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중심의 행성에서 살기 위하여 _ 존 그린 : '안녕, 헤이즐'의 작가가 쓴 별점 5개 주기 인류세 리뷰 | 기본 카테고리 2022-08-3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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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간 중심의 행성에서 살기 위하여

존 그린 저/이진경 역
뒤란 | 202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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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헤이즐'의 작가가 쓴 별점 5개 주기 인류세 리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요즘엔 어떤 장르이던 '별점 5개 주기 리뷰'가 일반적인 것 같다. 책을 대상으로 한 서평도 마찬가지이지만, 영화평, 음식점 평가, 관광지 평가, 카페나 레스토랑, 장소, 사람, 어디에든 해당한다. 별점 5개 중 별 4개나 4.5개 정도를 받는 장소라면 큰 걱정 없이 방문해도 후회 없을 장소일 가능성이 높다. 이 책 <인간 중심의 행성에서 살기 위하여>의 부제는 '인류세 리뷰'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보내는 저자의 여러 가지 별점 5개짜리 리뷰를 들어보자.

인류세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책의 부제는 <인류세 리뷰>이다. 사실 이 책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들어내는 제목인 것 같다. 그렇다면 우선 '인류세'란 무엇인가 정의하고 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전적인 인류세의 정의는 지질학적 용어인데,

네덜란드의 화학자로 1995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크뤼천(Paul Crutzen)이 2000년에 처음 제안한 용어로서, 새로운 지질시대 개념이다.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로 인해 지구의 환경체계는 급격하게 변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지구환경과 맞서 싸우게 된 시대를 뜻한다. 시대 순으로는 신생대 제4기의 홍적세와 지질시대 최후의 시대이자 현세인 충적세에 이은 것이다.

지질시대를 연대로 구분할 때 기(紀)를 더 세분한 단위인 세(世)를 현대에 적용한 것으로, 지질시대 최후의 시대이자 현세인 충적세(沖積世)에 이은 전혀 새로운 시대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인류세 [Anthropocene, 人類世]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조금 더 쉽게 정의해 보자면, '인류가 지구에 거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재 시대'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존 그린'의 동생인 생화학자 '행크'의 설명은 좀 더 친숙하고 문학적이다. 그리고 가슴에 와닿는 표현이다. 인간이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고 지배하는 세상이다.

전문가의 삶을 생화학자로 시작한 동생 행크는 인류세를 내게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다. 그는 "사람으로서 형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다른 사람"이라고 말했다. "형은 다른 사람들에게 민감하게 영향을 받으며 의지하고 있어. 그런데 형이 21세기를 살고 있는 강이나 사막 혹은 북극곰이라고 상상해 봐. 그래도 형은 사람들에게 민감하게 영향을 받으며 의지하고 있겠지."

<인간 중심의 행성에서 살기 위하여> 중에서

이 책에 수록된 에세이의 대부분이 <인류세 리뷰>라는 저자의 팟캐스트에 나왔던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인류세라는 표현이 워낙 광범위한 기간을 포함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인간사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루는 리뷰가 아닌가 생각된다. 실제로 이 책은 정말 다양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우리 인류와 관련된 어떤 주제라도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을 몇 가지 소개해 보면 이렇다. 이 책이 얼마나 다채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한지 각 꼭지의 제목들만 봐도 충분히 와닿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핼리 혜성, 라스코 동굴 벽화, 긁으면 향기 나는 스티커, 다이어트 닥터 페퍼, 벨로시랩터, 테디 베어, 황색포도상구균, 인터넷, 석양, 2005년 5월 25일 예지 두덱의 활약, CNN, <슈퍼 마리오 카트〉, 쿼티 자판

이렇게 이 책은 44개의 에피소드를 죽 나열한 방식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44개의 꼭지 하나하나가 독립된 에피소드라서 그런지, 마치 짧은 단편들을 묶어 놓은 단편집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한편마다 깊은 사고와 고찰이 들어 있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결코 무겁거나 어둡지 않은 이야기다. 아마도 작가 특유의 글 솜씨와 위트, 그리고 역시 인류세를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의 인류로서 느끼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 편의 에피소드마다 글의 끝에 별 5개가 만점인 별점 평가가 달려 있다. 가장 낮은 별점을 받은 인류세의 주제들은 보통 병과 관련된 것들이다. 전염병이나 황색포도상규균 같은 것들이 별 하나로 최저점 리뷰를 받은 주제들이다. 그럼 별 5개 만점을 받은 것들도 있을까? 물론이다. 대부분 공감 가는 인생의 아름다운 요소들이다. 물론 저자의 개인적인 주관이 담긴 것들도 많다. 별점 5개 만점을 받은 주제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하는 건 바로 '석양'이다. 아마 내가 별점 리뷰를 하더라도 분명 5점을 줬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흩어지는 빛을 향해 배를 드러낸 채 돌아서려고 한다. 그리고 혼잣말을 할 것이다. 이건 그림처럼 보이지 않아. 그리고 이건 신과 같이 보이지도 않아. 이것은 석양이며, 이것은 아름다움이야. 내가 점수를 매기고 있는 모든 일이 어떤 것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별점 다섯 개를 받을 수 없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다. 완벽한 것은 너무나 많다. 이것으로부터 시작해 보자. 나는 석양에 별점 다섯 개를 준다.

<인간 중심의 행성에서 살기 위하여> 중에서

'안녕, 헤이즐'의 저자가 쓴 에세이

이 책의 저자인 '존 그린'은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아주 유명한데, 많은 사람들이 알 만한 작품으로는 <안녕, 헤이즐>이라는 영화의 원작이 된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를 쓴 소설가다.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책을 쓰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온라인상의 여러 가지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동생 행크 그린과 함께 운영하는 블로그브라더스(youtube.com/vlogbrothers)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온라인 동영상 프로젝트 중 하나로, 조회 수는 무려 7억 이상이다. 이 책 역시 저자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인류세 리뷰>의 에피소드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박학다식한 지식과 상식의 향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책, 논문, 다큐멘터리, 기사 등 다양한 자료를 철저하게 고증하여 에피소드마다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하여 저자 자신의 철학적 사고와 고찰을 더한 내용이니, 책을 읽고 있으면 다채로운 상식이 저절로 내 몸에 쌓이는 기분이 드는 책이다. 한 마디로 읽는 사람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 속의 에피소드들이 더욱 와닿는 것은 저자가 기본적으로 인류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인류 중심의 세계관을 비판적으로 지적하기도 하지만 결국 각성하고 깨우쳐서 더 나은 인류가 되자는 것도, 인간과 인류에 대한 애정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날카롭지만 따뜻한 주관으로 인류세 시대의 수많은 사건과 사물들을 관찰하고 그에 관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풀어가는 책이다.

흥미롭고도 유익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이 시원한 가을 날 읽기에 아주 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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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젠 (미완성 국가) _ 장성주 : 인간의 감정은 '독'인가? '축복'인가? | 기본 카테고리 2022-08-30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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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네오젠

장성주 저
북레시피 | 202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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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감정은 '독'인가? '축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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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주는 갖는 힘은 강력하다. 역사나 소설이 재미있는 이유는 읽는 사람을 몰입시키는 마력이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사건이나 물건에도 배경이 되는 서사가 생기면 훨씬 매력적이고 호감이 생기게 된다. 이렇게 매력적인 이야기들은 한 번 시작하면 빠져나오기가 힘든 중독성이 있다. "책의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했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덮기까지 책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는 표현이 있다. 이 책 <네오젠>이 그런 책이었다.

 

감정, '독'인가 '축복'인가

우선 참 몰입감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다. 인간의 '감정'이라는 키워드를 굉장히 철학적으로 이야기에 담아 내면서도, 세계관 설정이 아주 탄탄하다. 게다가 10년 이내의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하면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코로나 시대를 묘하게 접목시켜서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게 하는 것 같다.

마치 '1984'나 '멋진 신세계'처럼 디스토피아적인 회색빛 미래를 그리고 있는 이 독특한 SF의 배경은 근 미래다. 불과 4년 후인 2026년 시작된 세계적인 전쟁과 폭동, 그리고 마치 코로나를 연상시키는 원인 모를 전염병까지 더해져 세상에는 '국가'라는 개념이 사라진 시대가 온다는 설정이다. 세계 3차 대전에 전 세계적 전염병이 겹쳐진 세계를 그리고 있는 이야기다.

7년 동안 지속된 전쟁과 바이러스가 사람들에게 남긴 것은 두 가지였다. 발작, 그리고 무력함. 살아남은 자들 중 대부분은 어딘가 고장 난 듯 동요가 없었고, 일부는 특정한 자극을 받으면 응축된 감정을 미치광이처럼 터뜨리곤 했다.

<네오젠 : 미완성 국가> 중에서

이야기는 2020년대 후반부터 2030년대 후반까지의 기간을 넘나들며 이어나가게 된다. 디테일한 설정들이 꼼꼼하게 잘 짜여 있어서 꼭 머지않아 일어날 일 같다는 착각이 들게 한다. 확실히 몰입감 높고 재미있는 이야기다. 그러다 보니 가독성도 좋아 책의 마지막 장까지 지루한 줄 모르고 달리게 되는 책이다.

이 이야기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감정'이라는 요소를 전염되는 병처럼 설정한 부분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여 인류를 멸망으로 모는 원인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걱정하는 '기후 문제'도 '핵 전쟁'도 아닌 '인간의 감정'이라는 주제가 참신하다.

이 바이러스는 정확한 명칭이 정해지기도 전에 빠른 속도로 온 세상을 망가뜨리고 말았다. 종말이 오려면 핵이나 기후변화, 아니면 차라리 드라마에서 보던 좀비라도 나와줘야 더 그럴듯했을 것 같은데. 우습게도 전 세계를 집어삼킨 건 고작 인간의 '감정'이었다.

<네오젠 : 미완성 국가> 중에서

 

인간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이성을 잃고 폭주하는 상태가 된다. 그냥 좀 화를 내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도 기억 못 하는 정도의 분노와 폭력, 온갖 감정이 완전히 통제를 잃고 발작을 일으킨다.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통제를 잃은 인간은 마치 정글의 짐승들처럼 폭주하는 상태가 되고 많다. 인간이 아니라 짐승에 가까운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인간에게 '이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성'이 기능을 잃고 나니 인간의 깊숙한 곳에 있던 감정이 민낯을 드러내게 된다는 점이다. 원래 사람이란 게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감춘 채 이성적으로 행동하며 사회를 유지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이성의 끈이 끊어지고 통제를 잃으면 우리 사회는 무너지고 결국 인류가 멸망하게 되는 것일까?

꼭 현대인들의 분노조절장애를 떠올리게 하는 것 같은 이야기다. 요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점점 더 많이 뉴스에 나오는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 사람들의 이유는 '화가 나서'였다. 예전같으면 참고 넘어갔을 일들을 요즘에는 참지 못하고 뿜어내어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하는 일들이 빈번히 벌어지고 있다. 이야기 속의 암울한 미래가 꼭 낯설지 만은 않다는 사실이 좀 씁쓸하기도 하다.

참지 못해 나오는 거면, 원래부터 속에 있었다는 거네. 저런 짐승 같은 게. 사람 속에.

<네오젠 : 미완성 국가> 중에서

 

결국 인류가 발견해 낸 해결책은, '감정'과 '이성'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이다. 인간에게서 감정을 완전히 제거하고 이성만 남은 인간을 남기는 방식으로 치료를 해 나간다. 이 세력이 바로 '네오젠'이라는 세력이다. 치료제를 나누어 주며 도시를 다시 세우고 인류를 재건하는 세력이다. 그리고 인간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여기에 대항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반란군으로 규정되는 서쪽 지역의 사람들이다. 이 서쪽 무리를 이끄는 지도자 '센'과 네오젠의 수장 '카알'이 대립하는 구도가 재미있게 전개되다가 큰 반전이 나온다.

책을 읽는 재미를 빼앗게 될까 두려워 더 이상의 스포는 하지 않겠다. 한 번 읽어보시면 정신없이 빠져들어 읽을만한 흥미로운 이야기다.

 

뮤지션 'illa'가 쓴 책

이 책의 저자는 장성주 님이라고 한다. 저자는 10여 년간 illa라는 이름으로 뮤지션으로 활동한 음악인이자 예술가이다. 유튜브에도 'illa', 'Take me out'이라고 검색해 보시면 노래도 들어보실 수 있다. 어쩌면 저자가 뮤지션이라는 점이 '감정'이라는 부분을 더욱 민감하고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포인트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도 미국에서 예술 공부를 계속하고 있는데, 이 책을 쓰게 된 것도 코로나로 발이 묶여 있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이 책에서 끝을 맺지 않는다. 마치 여러 에피소드를 가진 넷플릭스 드라마의 에피소드 1을 본 것 같은 느낌으로, 아직 뻗어나갈 이야기가 많다. 저자가 지금 미국에서 후속편을 구상 중이라고 하니, 앞으로 이어지는 후속편도 무척 기다려진다. 새로운 스타 작가의 탄생을 함께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기대해 본다.

개인적으로는 재미도 있으면서, 생각할 만한 철학도 담고 있어 즐겁게 읽고 여운도 남는 책이었다고 생각된다. 얼른 다음 편이 완성돼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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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거리 _ 백승진 : 한편의 소설 같은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 | 기본 카테고리 2022-08-0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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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걸음거리

백승진 저
한국문화예술 | 202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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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소설 같은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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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재미있는 것은 사람의 인생이 모두 똑같지 않고 다양성이 있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인생은 하나뿐이어서 그 다양함을 다 경험해 보지 못하지만 다행히도 아주 좋은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책이다. 우리는 책을 통해서 단조로운 내 인생이 아닌 환상의 세계를 경험할 수도 있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간접경험할 수도 있다. 여기에 아주 개성 있는 책이 하나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면서 시집이기도 한 재미있는 책이다.

 

인생과 시

이 책 <걸음거리>는 에세이로 봐야 할지 시집으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 총 3장의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1장과 3장은 저자의 소설 같은 자전적 인생 이야기가 담겨 있는 에세이고, 가운데 2장은 저자의 시로 구성되어 있다. 액자 같은 구성으로 소설 같은 전개 중 한 포인트에서 바닷가의 모래알마다 새겨진 시들이 저자의 눈앞에 떠오르면서 바로 저자의 시로 이어지는 재미있는 구성이다.

시가 탄생한 배경을 자전적 에세이 형태로 앞뒤에 배치한 것으로 보아도 재미있고, 에세이 중간에 극적으로 시를 짚어 넣은 구성으로 보아도 역시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이 창의적인 방식이 흥미로웠다. 비유적으로 생각해 보면 우리의 인생이 곧 한 편의 시이고, 시에는 우리의 인생이 담겨 있기에 이런 구성이 더 와닿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글과 시를 읽는 것. 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사유하는 것은 존재와 진리에 대한 경험을 쌓는 것 아닐까요. 이러한 물음이 쌓이고 쌓이면 우리는 현존재이자 예술가가 됩니다.

우리는 원래 모두 예술가였습니다.

<걸음거리> 중에서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는 저자 혹은 주인공의 인생이 마치 한 편의 누아르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든다. 건달을 동경하고 불량배들과 어울리던 학창 시절부터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젊은 날의 인생 경험을 쌓아서 예술로 승화한 시켰다. 글에는 그 사람의 인생이 묻어난다는 것이 평소의 생각이었는데 이 책에서 그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글에는 그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인생을 담은 글은 분명 다른 사람에게도 울림을 주는 좋은 글이 된다.

 

 

재미있는 것은 여러 순간 저자에게 구원이 되었던 것이 바로 '책'이라는 사실이다. 위기의 순간에 먹어 치우듯이 책을 탐독하면서 인생의 구원을 경험한다. 학창 시절 극심한 혼돈과 방황의 시기를 겪으면서도, 책과 책을 좋아하는 한 소녀가 구원이 되었다. 주인공을 어두운 세계의 혼란스러운 인생에서 시인이자 작가의 삶으로 인도해 준 것은 단연 '책'이었다. 저자가 마침 도서관에서 짚어든 책이 데미안이라는 사실도 재미있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그때 누군가 내 뒤에서 말했다. 친구들의 걸걸한 목소 리가 아니었다. 나는 얼른 뒤를 돌아보았다. 가은이 거 기 서 있었다.

<중간 생략>

책이랑은 멀어 보였다며, 의외로 좋은 책을 고르는 눈 이 있다며, 가은은 내가 들고 있던 낡은 책을 가리키며 말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가은은 내게 그 책의 제목 이 등장인물의 이름과 같은 데미안이라는 사실까지 알려주었다. 그녀가 세 번째로 좋아하는 책이라고도 말했다.

<걸음거리> 중에서

 

주인공은 알을 깨고 나오는 투쟁을 거쳐서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인생에 정착하게 된다. 책 속의 표현을 빌자면 마지막 문장이 "이제야 나는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안다."라고 이야기하면 글을 마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성을 잃고 전속력으로 달려온 인생이 길을 찾게 된다. 그 여정에 책이 있었고 시가 있었다. 충분히 공감 가는 내용이다. '책에 길이 있다'라는 격언은 그냥 멋으로 만들어 낸 말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의 경험에서 나온 간증이다.

내 손 위에 모인 고운 모래 한 알 한 알이 거대해지는 것이었다. 방금 하늘에 서 떨어진 별똥별처럼 거대한 모습으로 내게 다가오는 모래 하나하나마다 시와 글이 적혀 있었다. 가은과 함께 읽었던 책의 글귀, 나희가 내게 주었던 시집 속 문장들 이 가득 적혀 있었다. 나는 정신없이 그것을 읽어 내려 갔다.

이윽고 글귀들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그 위에 빼곡하게 시를 채워 넣기 시작했다. 나는 모래 위에 글자를 새겨 넣는 이를 불렀다. 익숙한 뒷모습이 나를 돌아보았다. 나 자신이었다.

<걸음거리> 중에서

 

 

인생이 담긴 시

이 책은 1장과 3장의 서사적인 스토리 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이 스토리를 배경을 깔고 읽는 2장의 시도 좋다. 오히려 서사를 바닥에 깔고 시를 위에 올려놓아 더 흥미롭다. 주인공 혹은 저자의 인생이 담긴 시라고 생각하고 읽게 돼서 더 몰입감이 생기는 것 같다.

우리가 찾고 있는 것

시를 쓰고

글을 쓰고

노랠 하며

연주하며

그토록 찾고자 하는 것은 응답

시를 읽고

글을 읽고

노랠 들으며

그토록 찾고자

했던 것은 물음

우리는 물음으로 구성된 존재

<걸음거리> 중에서

 

이렇게 우리의 인생에 물음을 던지는 책이다. 특이한 시집으로 읽어도 좋고, 시가 들어 있는 독특한 에세이로 읽어도 좋은 책이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간접 경험하게 해주고 내 인생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책의 제목처럼 우리는 인생의 거리를 걸어간다. <걸음거리>라는 제목은 걷는 모양을 뜻하는 '걸음걸이'와는 발음이 같지만 다른 걸음과 거리를 합한 말이다. 우리는 거리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잃고 주춤거리기도 하고 잘못된 길로 들어서 고생을 하기도 하고 막다른 골목처럼 보이는 곳에서 낙담하기도 한다. 하지만 멈출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계속 걸음을 옮겨야 한다. 이 책은 이런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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