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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회사를 나은 일터로 만들기 위해 | My Reviews & etc 2013-06-28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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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회사가 우리를 열받게 하는 65가지 이유

전정주 저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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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회사를 나은 일터로 만들기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를 빨리 들여 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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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만 봤을 때, 학교생활이나 마찬가지로 그저 내 뜻대로만은 안 되는 지긋지긋한 회사생활에 대한 애환의 토로, 그런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무력하고 명쾌한 앞도 안 보이는 직딩들에게 시원한 대리 만족을 안겨 줄 "아 이거 정말 딱 내 얘기다." 싶은 약간 막장스러운 그런 책요.


내용은 전혀 그런 게 아니었구요. 읽는 사람에 따라선 위화감 때문에 더 열이 받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구요.


사 실 이 책은 힘 없는 직딩들이 아니라, 사장님, 이사님들이 읽으셔야 할 책입니다. 책의 존재 이유도, 일 못하는 찌질한 직딩들이 보고 화나 대신 풀라는 식의 용도가 아니고, 당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가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며 자아실현의 장에 더 적합한 곳이 될 수 있을지 개선의 제안을 하는 식이었어요. 그 비교 대상은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선진 기업에서 지닌 분위기입니다.


이 런 말을 할 자격이 있어야 할 저자는 미국 뉴욕대(아마 씨티大가 아닌 주립대겠죠?),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에서 MBA를 마친 분이라고 합니다(출처-책 앞날개). 다만 첫 경력은 한국은행에서 시작했다고 되어 있네요. 리먼, 노무라를 거쳐 현재는 CJ에 몸담고 있는 해외파입니다. 해외 유수의 기업에서 경력의 대부분을 쌓았으니, 국내의 후진적인 경영 풍조가 우습게 보였을 만도 합니다.


해외 기업인들과 자주 접촉을 해 본 입장이라면 다들 확연히 느낄 수 있는 점이 있어요. 우리는 그저 사적이고 업부 외적 용도로만 이용하고 마는 전자우편(e-mail)을, 그들은 참 업무에 100%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인데요.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일본은 이동전화의 SMS를 우리처럼 통신사 구축 망을 이용해서 주고받지 않습니다. 문자메시지라는 게 따로 없고, 폰에서 이메일을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우리가 문자, 미국인들이 text라고 부르는 걸 일본인들은 '메-루(메일)'라고 하죠. 이는 본디 이동전화를 비즈니스맨들이 주로 이용했던 데서 비롯합니다. 반면 우리는 주로 여성과 학생들이 잡담을 나눌 때 쓸 뿐이지만요. 아무튼 이런 문화적 배경이 있어서인지, 특히 우리의 경우 중요한 계약 관계 사무를 '문자로 ??' 보내고 말면 상대에서 대단히 불쾌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람이 개념이 있는 건가. 지금 장난해?" 그러나 중요한 건 메시지 그 자체이지 그를 담는 수단이 아니겠죠. 특히 촌음을 다투며 사실의 파악과 의사의 결정이 이루어지는 비즈니스 판에서, 문자로든 메일로든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은 사업적 제안 혹은 응낙입니다. 어떤 형식을 고집하는 것이야말로 비즈니스 마인드의 부족을 드러낸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책 109페이지를 보십시오. "이메일은 덕후용"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날카롭게 지적한 대로, 이게 딱 우리의 수준입니다. 왜 의사표시를 꼭 면대면으로 해야만 할까요. 저자의 표현대로, '우리 회사가 여전히 아날로그의 감성에 매물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메일 의사소통에 대한 인식 부족은 윗선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이 책에도 나와 있지만, 아랫사람은 지금 공적인 의사표시의 왕래라는 상황을 망각한 채, "지송 ㅜㅜ"(책 p 254), "부탁해용" 같은 말투를 스스럼없이 쓰고 있습니다. 말을 듣는 상대가 누구냐가 중요한 건데, 평소 버릇대로 쓰잘데없는 장난이나 치던 버릇이 그대로 나와 이런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는 거죠. 얼굴보고는 도저히 그렇게 못할 사람한테, 메일이다 싶으니 그냥 캐주얼하게 늘어진 투가 나오는 겁니다. 그러니 위와 아래 막론, 근본적인 분위기와 인식이 바뀌어야 할 일입니다.


화 장실에서 군기 잡는 상사(책 21페이지)는 어떻습니까. 회사는 끈끈한 정과 혈연적 유대로 이어진 공동체가 아니라, 이익을 위해 결사된 2차 집단입니다. 그런 곳에서, 아무리 상사라고 한들, 전혀 무관한 사람이 보는 앞에서 타인을 망신 줄 수 있겠습니까. 허나 우리 회사 문화는 대기업 중소기업 불문(대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군대식 악습 발현이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이 책은 정말 최신 정보를 다 반영하고 있어서, 얼마 전 "갑질의 전형"으로 크게 문제가 되었던 포스코 그룹 모 임원의 사건도 나와 있습니다(책 p162). 그 사건과 유사하게, 저자 자신이 몸담았던 모 회사 임원이, 여행사 직원과의 통화 도중 fuck이란 단어를 썼다고 해서 바로 해고된 에피소드도 소개합니다. 공적인 영역에서 타인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조직에서 필요 없다는 정신이죠. 그런데, 회사 내부인끼리는 어떤 매너가 있어야 할까요? 이익과 비즈니스를 위해 공적으로 결합한 관계라는 점에서, 회사의 상사와 부하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더 높은 수준의 존중과 배려가 이뤄져야 합니다. 화장실 같은 곳에서 공개 망신을 주는 일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저도 서평 쓰면서 말은 이렇게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럼 화장살에서 상사한테 기합을 받으면 어떻게 대처하는가. 물론 그런 일 자체가 없어야 합니다만, 행여 그런 일이 생기면 낯빛을 바꾸지 않고 상냥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설사 그 모습을 누가 봤다 해도, 상사한테 개인 레슨 제대로 받았다고 생각하고 그저 태연하게 제 하던 일에 몰두하면 되죠. 이게 바로 회사 내에서 오히려 윗선의 눈에 드는 지름길입니다. 깨지면 그저 내가 못나서려니 여기고, 담부터 잘하면 됩니다. 다만 이 책의 저자는 해외유학파인지라, 대등한 인격 간의 관계, 교류가 전제인 서양의 스탠다드가 더 우선이라는 믿음을 확고히 가지고 있나 봅니다. 뭐 사람마다 입장은 다 다르게 마련이니까요.


위와 아래의 관계도 그렇고, 관리직과 현업 사이의 관계 설정도 구미에서는 우리와 크게 다른가 봅니다(책 p71). 사실 저도 현업은 무조건 쪼아야 한다는 주변 분위기를 몸에 익힌 상태인데, 이 책 저자분은, "현업이 국외자보다 훨씬 정보도 많고 절실한 입장인데, 관리직과의 정치를 위해 타당한 의사결정을 희생한다면 그것만큼 어이없는 일이 없다."면서, 관리의 삼성(유명한 말이죠)이 오히려 현업에게 철저히 권한 위임하는 모습을 국내 모든 기업이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백 번 옳은 말입니다. 책 p143을 보면, 경험 없는 관리자가 얼마나 현장을 미치게 만드는지에 대한 성토가 잘 나와 있습니다. 기업은 첫째도 효율, 둘째도 실적이어야 하는데, 정작 인사권자가 현장의 분위기를 모르니, 현장의 현업을 잘 콘트를할 수 있는 적임자를 내보내지 않고, 자기하고 의사소통 잘 되는 사람을 내 보내니 잘 될리가 없다는 거죠. 근데 이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제가 몸담은 회사의 경우, 야구단이 있습니다만, 야구단도 요즘은 프론트가 큰 일 하는 추세라서 감독이나 코치보다 할 일이 무척 많습니다. 그런데 전자, 정유, 섬유 하시던 사장님이 이리 발령이 나서 구단 사장을 하면, 대부분의 현업들은 걱정을 합니다.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분이 무슨.." 그런데, 그건 그 임원의 개인 능력 문제지, 지금까지의 커리어와는 별 관계가 없더군요. 적응 빨리 하는 사람은 오히려 현장의 타성에 젖지 않고, 문제를 객관적, 메타적으로 보기 때문에 더 빨리 성과를 내던데요? 물론 삼성은 몇 년 전에 김응룡 씨(현업의 상징이겠죠?)를 사장직에 앉히기도 했고, 이게 더 잘된 건지 아닌지는 아직 모릅니다만, 잘 되는 케이스도 있다는 점 감안하면 반드시 이런 해외파적 시각만이 옳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p123을 보면 회의의 무용성에 대해 나옵니다.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우리나라 회의는 저자 표현대로 필기시간이지, 회의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 기업의 장점을 신속한 의사결정에 있다고들 하지만, 다 그런 것도 아니고, 회의에서는 질질 끄는 일을 총수 차원에서 번개처럼 결정하니 그렇게 드러날 뿐입니다. 만약 전근대적 소유 지분 구조에 큰 변혁이라도 오면, 우리 기업 상당수는 어떤 운명에 빠질까요? 이런 우려는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어서, 삼성과 현기차, SK, LG를 제외한 나머지는 이미 조직 차원의 큰 불안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이름도 모를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구요. 의사결정구조의 시스템적 개선이 없으면 정말 심각한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65 개 주제가 다 피부에와 닿는 절절한 이슈였습니다. 이렇게 잘 짚어낼 수 있는 건 저자가 해외파라서 우리 내부자들이 볼 수 없는 약점과 모순을 그만큼 잘 캐치해 낼 수 있었던 덕이 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런데 객관적 진단의 장점은 해외파만 가질 수 있는 건 아니고, 좀 다른 시선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발휘할 수 있습니다. 직원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는 일이 이런 점에서도 시급하겠구요. 한편으로 불평불만만 일삼는 사람은 조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비판이란 언제나 대안을 수반해야 한다는 점도 꼭 말하고 싶습니다. 이 책이 빛나는 이유는 바로 대안이 제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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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와이행에 이 책이 필요할까?[와이와이 하와이] | YES리뷰어클럽 [나]조 2013-06-28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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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와이와이 하와이

쿠마 쿠마 저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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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분은 전업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글도 잘 쓰시지만, 빛나는 일러스트 재능과 솜씨가 없으면 이런 책을 내기가 힘들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맘 편하게 독자의 위치에서 책을 감상하기보다, "이런 책을 내려면 어떤 과정과 노력이 필요했을까."하는 다소 주제넘은(?) 고민을 해 보곤 합니다. 언젠가 나도 책을 써 봐야지 하는 결심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책도 엄연히 시장에 나와 그 성패와 운명이 확연하게 갈리는 상품이니만치, 성공하는 상품의 조건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직장인의 고민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참 잘 만들어진 상품이라는 생각입니다. 타겟도 책에서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별로 돈도 없고 맥주병인 30대 여성이 하와이에 가려면 어떤 정보가 필요한가? 저자가 바로 그런 그룹에 속해 있으니만치, 가려운 곳을 알아서 잘 긁어주리라는 기대를 유발합니다. 아마 그런 분들이 이 책을 고른다면, 모르긴 해도 그 기대가 충분히, 넉넉히, 충족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이 책에는 필요한 정보가 많이, 잘 정리되어, 책의 작은 크기치고는 의외다 싶게, 읽고 나면 뒷목이 뻐근해질 정도로 독자에게 다가옵니다. 이런 책이 흔히 그렇듯 여행의 팁(이런 건 유효기간이 짧거나, 아예 부정확한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만으로 가득차 있겠거니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저자가 현지에서 몸으로 부대끼지 않았으면 도저히 알 수 없었을 알차고 재미있는 정보가 가득 실려 있고, 그 바탕에는 잘 소화되고 탄탄한 인문학적 지식이 있으며, 진솔하고 유머러스한 고백과 감상이 드러나 정보 습득이 아닌 읽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아무래도 주로 여성들이 하와이 관광 여행을 계획하다 보니, 현지에서 난감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의사소통을 위해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 필요한지, 알짜로 볼 관광지는 어디어디인지, 숙박은 어디서 하는 게 저렴하고 안전한지, 이런 정보들이 주로 궁금할 것입니다. 이 작은 책에 참 신기하다 싶게, 유익하고 피부에 와 닿는 정보가 가득가득 담겨 있더군요. 저도 호놀룰루에 두 번 가 봤습니다만, 이 책에 나온 갖가지 정보를 보며 "그런 곳이 다 있었나.""거기가 그런 곳이었나." 하며 감탄이 나올 때가 많았습니다. 저자는 숙소로서 로열 그로브를 추천하고 있는데(p124), 이곳은 핑크톤으로 전 건물이 일관된 로열 하와이언의 짝퉁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입니다. '진퉁'은 숙박료가 너무 비싸서 이용이 힘드니, 이곳을 꿩 대신 닭으로 이용하라는 뜻인데요, 대신 워낙 인기가 좋다보니 예약 통화 연결 자체가 힘들다는 게 단점이랍니다.


여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책 한 권, 그것도 휴대에 편하도록 가볍고 작은 문고판 책에 담는다는 일은 정말 쉽지 않은데요, 대단한 편집의 묘를 발휘해서 이 모두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하와이의 여느 상점에 들를 때 반드시 "Hi.","Thanks."를 말해 주고 드나들어야 한다는 사실은 정말 안 가보면 모르는 점이에요. 별나다 싶지만 현지에선 현지의 법을 따라야죠. 현지에서 파는 대부분의 옷이 우리 체형과 잘 안 맞는다는 정보도 막상 가 보면 절실해지는 애로입니다.

단지 책에 여행용 팁만 있다면 그닥 끌리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 책은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기행문이라고 해도 될 만큼 작가의 주관적이고 개성 넘치는 감상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이런 감상이 재치 있고 우스운 일러스트와 함께 엮여 있어, 독자는 뭔가 만만한 대화 상대의 좌절담이나 보는 듯(그렇지는 않습니다만) 친근감을 가지고 책을 대하게 됩니다.

이 책의 장점은 하와이의 역사와 신화를 적절한 대목에서 잘 소개하고 있다는 건데요. 저는 미국이 이 섬을 합병할 때 기존의 여왕이 쿠데타를 통해 강제 퇴위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 펠레라는 신화적 존재가 있어 다소 슬픈 그들의 역사를 구전으로 이어온 것도 흥미가 당겼습니다. "머리 검은 사람들은 다 착한 사람들이다." 백인에 대한 전통적인 경계 심리가 잘 드러난 이 말에서 왠지 약소민족 특유의 비애가 나타나 마음이 아파 옵니다. 이런 인문학적 배경이 머리에 자리해야, 기후가 무려 11종류나 편재한다(저자에 의하면, 이 항목은 하와이 초등 학교 시험 단골 출제 아이템이랍니다)는 이 섬의 여행이 더욱 유익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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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사이에서 존재의 유니크함을 되짚다 | My Reviews & etc 2013-06-2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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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너의 고독 속으로 달아나라

노재희 저
작가정신 | 201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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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으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소설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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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때문에 저는 첨에 정말로 고독 속에서 니체적 독백을 잔뜩 늘어놓는 사소설류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내용은 완전히 딴판이던데요. 성석제씨나 천명관처럼 이야기의 재미로 일관하지는 않아도, 구수하게 이야기를 풀어 내시는 그 입담이 일단 대단하게 느껴졌구요, 그리고 풍자적 어조와 잘 어울린 묵직한 주제 의식이,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겼습니다. 한 번에 다 소화하지는 못 할 여러 의문들이 듬뿍 담겨 있어서, 한 번의 완독 후에도 뭔가 숙제가 남은 듯 뒤를 당기는 느낌이었습니다. 리뷰를 쓰기 위해 일단 서둘러 읽었지만, 맛깔나고 해학적인 문장을 다시 구경하는 의미에서라도 몇 번을 더 읽고 싶은 소설들이었습니다.


우선 맨 마지막 357쪽 작가의 말을 잠시 보겠습니다. "신호등 앞에서 기다리는 열 일곱 개의 고독을 나는 보았다. 그들은 각기 자기만의 울분, 열망, 시간, 기억을 가득 안고 있었다..." 어느 작가에게건, 작가만의 감수성으로 다가와서 포착되는 강렬한 이미지가 있나 봅니다. 이런 장면은 우리도 일상에서 흔히 접하죠. 급히 걷다 빨간 불 앞에서 멈춰 서는 사람들, 장을 보고 오는 주부이건,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미팅을 마치고 저발치에 세워둔 자가용을 향해 뛰던 회사원이건, 물 좋은 감을 찜해 두고 재빨리 공인중개사에게 향하는 복부인이건, 그저 마실 다니기를 전투 행하듯 하는 왕년에 좀 노셨던 할머니건, 갑자기 자기의 앞길을 막아서는 빨간불 앞에서 그 기세를 주춤할 수밖에 없습니다. 각각의 사연을 강하게 현실화하려다 순간 동시에 멈칫하는 이런 모습이 사진작가에게는 순간의 장악 영감(공간 예술)으로 다가오고, 작가에게는 이런 소설집의 기나긴 내레이션(시간 예술)으로 창작 동기가 생기나 봅니다.


그런데 작가의 표현대로, 이 모습이 자기만의 울분, 열망, 시간, 기억일지언정, 고독일 수도 있을까요? 고독이라는 개념을 곰곰 생각하면 맞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 단어가 보통 환기하는 정서적 심상과는 잘 매치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열 일곱 수의 인생이 사실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제가 알 수 없지만, 나름 자기만의 강한 존재 이유를 내세우며 오늘도 허위허위 세파를 저어가는 인생은 사실 악다구니에 가깝지, 그로부터 고독이 생각나지는 않으니까요.


이 소설집에 수록된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활의 기술>의 주인공는, 캐릭터들 중 가장 부적응자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는 하늘의 별만 보다 정작 자기 앞에 놓인 우물을 시야에서 놓쳐 주변의 웃음거리가 되었는데, 그 탈레스적 어리석음을 가장 원형적으로, 또 직업적으로(그는 철학 교수직을 원하는 시간강사니까요) 지닌 인물입니다. 그는 무엇보다 일상을 사는 생활의 기술이 가장 어렵고, 무섭게까지 다가오는 사람입니다. 사실 철학은 단순한 말장난이 결코 아니라서 깊이 파고들면 수학, 과학에도 능통해야 하는데, 그는 정작 마트에서 묶음 상품의 구매가 유리한지 불리한지의 기초 산수에도 약한 편입니다. 약할 뿐 아니라 이의 습득이 너무나도 큰 모험적 두뇌 사용으로 느껴지기까지 하죠. 이런 타입이라면 진정 고독을 느낄 만합니다.


결코 부적응자가 아니나 나이라는 세월의 시련에 떠밀리게 마련인 노인 역시, 고독 한 켠으로 원치 않는 감금을 당합니다. <누구 무릎에 꽃이 피나>는, 손주 돌봄, 못난 자식과의 관계 설정에 지쳐 자신으로부터 소외되던 끝에, 정말로 무릎에서 꽃이 피는 초자연적 경험을 하게 되는 어느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카프카의 변신을 떠올리게 하는 기발한 설정인데, 시어머니가 신체의 희귀한 질환으로 불구가 되게 생겼는데도 고작 "애는 그럼 누가 돌봐주죠?" 같은 한심한 속물적 걱정부터 대뜸 나오는 며느리, 마누라를 탓하면서도 결국 이 현실적인 육아 문제를 며느리보다 더 치사하게 따지고 드는 한 술 더 뜨는 아들, 현실이 자신에게 오도가도 못하게 덧씌운 굴레를 우상화하며, 어느덧 전염되듯 자기 무릎에도 핀 꽃을 가차없이 뽑아 버리는 친구 서여사, 그리고 뜻하지 않은 사고(책을 직접 읽어 보세여. 스포일러라서 이 정도만)를 맞아 앞뒤 안 재고 과감한 연대 정신을 보여주는 주인공의 결단이, 내용도 내용이지만(재밌잖아요?), 그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의 말투가 너무 재밌습니다. 실존 모델이 있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실감나는 재연이 가능할까요? 카프카의 그 작품엔 최소한 해학은 없지 않습니까?


<고독의 발명>은 시인이 되고 싶었던 한 가장의 이야기입니다. 예전 일제 시대 빙허의 <빈처>부터 해서, 생활 무능력자 남편 이야기는 너무 많아서 저는 솔직히 이 맨 처음에 나오는 단편의 설정을 보고 소설집 읽기가 싫어졌어요. 그런데 완전 무능력자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좀 착하고 회사도 멀쩡히 다니는 남편 이야기라 안심했습니다. 사실 요즘 세상에, 살림만 하고 집에서 글만 쓰는 남편이라면 그건 현실감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혐오감이 일게 되잖아요? (더글라스 케네디의 템테이션에 나오는 주인공은 예외입니다만) 그런 사람은 가사 노동에도 극단적으로 서툰 게 보통이니까요. 근데 이 주인공(엄복태)은, 선배 하승진의 말을 빌리면 그냥 좀 띨띨할 뿐입니다. 그가 저지른 큰 사고도 결말에서 잘 수습이 되니 다행이고요. 독자인 저는 남자인데도, 그리고 주인공이 분명 남편으로 설정되었는데도, 여성인 작가의 노련한 입담에 말려 끝까지 여성의 시선에서 사건을 지켜 보게 되는 것도 묘한 경험이었습니다. 사기꾼에 가까운 양준 사장(이름만 사장이지 경마장에나 드나드는, 그리고 어설픈 주식 이야기나 늘어놓는 되다 만 한량입니다)의 마수에 말려 들 때, 엄복태를 동정하기보다(에휴, 얼마나 시인이 되고 싶었을까, 까짓 기백), 야 이일을 알면 아내가 얼마나 복장이 터질까 하는 걱정이 내내 앞서 도무지 감정이입이 안 되더라구요.


맨 마지막 <당신 손목을 붙드는 그림자>는 다소 기이한 이야기더군요. 무릎에 꽃이 피는 초자연적 이야기가 나와서가 아니라, 세상에 그런 직업도 있나(무식한 자수성가형 재산가에 책으로 인테리어를 해 주는 여성의 이야기에요) 하는 생각, 무식하다고는 하나 의식의 작동이나 자신 혹은 타자를 보는 능력은 진짜 지적이다 싶은 묘한 캐릭터(박무석)를 참 잘 만들어 냈더군요. 그 이상한 반항기 가득한 딸이나, 그를 잘 다루는 머리 좋고 생각 깊은 진소영의 개성은, 잘 만들어진 외국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입체성에, 작가의 깊이 있는 카프카적 고민까지 간직하고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제가 읽기도 했던 인테리어용 책(스티븐 핑커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이 등장해서 다른 공감(?) 일어나기도 했구요.


<그날 저녁 그는 어디로 갔을까>는, 지금부터 10년 전에  이 작가분이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절의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묘하게도 한 순간의 선택으로 다른 우주에 발을 들여 놓는, 일종의 평행 우주 모티브가 등장합니다. 2010년에 동아시아를 강타했던 하루키의 <IQ84>가 연상되던데요. 설마 하루키상이 우리 노 작가님의 작품에서 어떤 영향을 받은 건 아닐까요? 훗.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는 정말 초끈이론에서 숨어 있는 다차원 공간요소를 통해 존재의 기원을 탐구하기라도 하듯, 자신만의 차원으로 침잠하려는 한 늙은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이야말로 제목을 잘 대변한다고 하겠습니다.


개인은 하나하나가 존엄한 우주입니다. 비록 부적응자. 미스핏에 가까운 인생도 그의 유니크한 고독이 우주적 중요성을 담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고독>이란, <존재>의 제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재미있으면서도 심각한 고민거리를 던져 준 작가님의 노고와 재능에 경의와 사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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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먼저 귀를 기울여야, 남의 말도 들을 수 있는 | My Reviews & etc 2013-06-2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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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금은 내게 귀 기울일 때

패트리샤 스페다로 저/정지현 역
책이있는풍경 | 201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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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아포리즘과 저자 자신의 진솔한 체험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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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목은 Honor Yourself 입니다. " 너 자신을 명예롭게 하라.". "너 자신을 칭찬하라.". 나아가, " 너 자신에게 이로운 것을 먼저 행하라." 정도 의미를 가집니다.


스페다로 여사의 책은 처음 접하는 건 아닌데요. 주로 출퇴근 시간이나 KTX 출장길에 짬이 날 때마다 읽곤 했어요. 그녀의 책이 아주 어렵거나, 기상천외한 발상을 전하는 건 아니니까요. 대체로 제가 그 동안 받은 인상은, " 참 착한 말, 상식적인 가르침을 착하게 말씀하신다." 정도였습니다.


이 책은 조금 이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제 눈에 확 들어온 내용은, "집에 흰개미가 들끓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오간 논쟁? 설전?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우리 한국이야 도시는 주거 환경이 워낙 깔끔하니까 흰개미는커녕 요즘은 바퀴벌레도 구경하기 힘들잖아요? 일부 청결하지 못한 식당이라면 또 모르지만요. 그런데 미국은 광활한 대지에 여러 가구가 드문드문 퍼져 분포하다 보니, 자연에 그대로 노출된 곳도 있고, 그래서 이런 해충의 피해도 적지 않게 입나 봐요.


아무튼 이런 경우, 만약 당신이 살생을 금하는 운동이나 교조를 믿는 소속이라면 어떤 결단을 내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에 대한 여사의 대답은, "이런 불필요한 상황에서까지 이타적일 필요가 없다. 방치하면 그 개미는 너의 집을 쏠고, 집이 무너지면 너와 너의 가족의 안위가 위태로워지며, 나아가 아무 관계 없는 네 이웃마저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결론입니다. 만약 저기 일본 같으면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는 게 큰 덕목 중 하나인데, 거기서는 특히 마지막 이유가 중요성을 띨 것 같아요.


저는 우연히, 이 책과 임동창 선생님의 자서전 <노는 사람>을 함께 읽었습니다. 그런데 거기도 살생에 관한 고민을 담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떤 스님이, 겨우내 입었던 자기 옷을 빨다 이 한 마리를 잡아 냅니다(으 드러). 그런데 살생을 금하는 교리에 따라, 이를 죽일 수가 없어 옷에 도로 넣어 두었다는 겁니다. 옷을 빨면 이가 죽게 되므로 자연히 누더기는 그대로 두었구요. 이렇게 한참을 끌다, 개 한 마리가 다가오는 걸 보고 그 개한테 이를 옮겨 주어 이도 살게 하고 자신의 옷도 빨아 입었다는 건데요(하지만 애꿎은 개가 고생을 하겠네요). 이 선행으로 스님은 내생에 정승이라는 벼슬을 지내고, 이는 그의 부인으로 거듭나며, 개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나중에 정승의 부인을 자기 아내로 맞는 농부로 환생한다고 합니다. 어느 날 정승은 갑자기 아내가 실종되어 백방으로 수소문하다, 웬 낯선 농부의 아내로 변하여 자신을 몰라 보는 아내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아 스님이 되는데, 그는 수행 중에 이 모든 연기의 고리가 전생에 이루어짐을 깨닫게 된다는, 아주 입체적이고 전위적인 순환 플로팅을 취한 이야기에요. 여튼 이 설화는 우리 스페다로 여사님과는 반대의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스페다로 저자의 이야기는 아주 사소한 일상, 즉 간절히 찾던 물건이 보이지 않아 속을 태우다, 이게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한 게 아니니 집착을 버리자, 는 결심 하나로 느닷 눈에 그 물건이 띄더라는 이야기처럼, 아주 평범한 말도 차분히 꺼내 들려 주는 게 장기죠. 그녀는 오랜 톨스토이의 설화 <세 은자>를 인용하는가 하면, 오쇼 라즈니쉬가 즐겨 인용하는 뮬라 나스루딘의 고사도 자기 주장의 근거로 활용합니다. 이러다 보니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이어져서, 읽는 재미는 있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교훈 속에서 절대 집착하거나 무리수를 두지 말라는 결론이지만, 너 자신의 이익이 언제나 우선이며, 공연한 양보를 일삼지 말라는 다른 교훈과 이어져서 모종의 텐션을 이룹니다(제가 읽고 있는 또다른 책 <기브앤테이크>의 결론과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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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호탕한 삶 | My Reviews & etc 2013-06-2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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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노는 사람, 임동창

임동창 저
문학동네 | 201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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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은 평범한 독자가 쉽게 읽고 함부로 평가를 해도 되는 책인지 망설임이 듭니다. 임동창 선생님은 이미지만으로는 책을 직접 쓰지 않으실 것 같고, 잘 쓰는 전업 작가에게 구술이나 시키실 것 같았는데, 책을 읽어 보니 누구도 부인 못 할 자신의 육성으로 책을 빚어 내셨더라고요. 천재 작곡가가 그 가진 재능만으로도 희귀한 존재인데, 그 재능의 의미와 자신의 살아 온 발자취를 이처럼 명료한 언어로(참 명료합니다. 안 명료하다고도 해도 읽는 독자가 제 수고로 해독해 내어야 할텐데, 그런 노력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우리에게 전달해 주고 계십니다. 어떻게 보면 우주의 비의를 한 몸에 지닌 천재가 이런 레슨까지 친절하게 해 주시는 셈이라,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겸손하게 우리 가운데로 내려 오셔서 일상의 언어로 친히 사연을 풀고 계시지만, 사실 이런 분은 우리가 좀처럼 영접하기 어려운 예술의 천재죠. 요즘 희극인들이 주로 자신의 분야를 "예능"이라고 다소 협소하게 부르는 게 습관이라 우리 모두도 관습적으로 따라는 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진짜 예능인은 바로 임 선생님 같은 분에 국한해도 된다는 게 제 생각이네요. 별다른 교육 없이, "바이엘"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혼자 힘만으로 피아노를 터득했고, 가장 어려운 입학 과정을 거쳐 최고의 재능인들이 모인다는 서울음대 학생들을 사적으로 레슨까지 해서 그걸로 생계를 이어갔고, 그 중 한 분의 처녀와는 인연이 닿아 결혼 직전까지 갔었으나, 최종적으로 여성분(선생님의 첫사랑인)의 마음이 그닥 확고하지 않은 걸 보고 짐짓 활극을 벌여 돌려 보내기까지 했던, 예술인 뿐 아니라 한 사내로서도 완벽한 모습을 지녔던 그였습니다. 이런 모습을 잘 아는 지인분이 한참 후에, 선생을 효재님께 소개했고, "완벽한 남자"라는 보증 한 마디에 효재님은 선생과 가연을 맺어 현재까지에 이르죠. 저는 효재님이 선생과 부부 사이이신 줄도 몰랐고, 선생께 연이 있으셨다면 그분이 바로 첫사랑이겠거니 짐작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연이 있는 줄은 이 책을 보고 비로소 알았습니다. 선생과 같은 천재이자 풍류 남아에게는 이런 이성 관계가 사실 가장 궁금한 점 중에 하나이거든요. 


임선생님처럼 기인적 천재에게는 이성 관계뿐 아니라 사실 남자로서 군 문제가 어떻게 되셨는지가 궁금한 사항 중 하나입니다. 아니나다를까, 정말 보기만 해도 아슬아슬한 이야기가 이어지더군요. 입대 하자 마자 탈영을 하고, 그 귀대 동기도 다름 아닌 불문의 가르침이 계기였을 뿐이라니("이 뭣꼬?"라는 선가의 화두)! 과연 그답습니다. 지금 연예 사병 문제로 포털이 시끄럽습니다만, 군대에서 가장 군기가 쎈 곳 중 하나가 바로 군악대, 의장대입니다. 이런 분이 이런 곳에 배치되었으니, 그 사정이야 안 봐도 뻔할 것 같은데요.. 선생에게는 다만 천지 자연과 합일하는 천재들 특유의 기운이 있는 덕인지, 안 그러실 것 같으면서도 사람들과 잘 어울리셨더군요. 재능 있는 사람은 꺼릴 게 없어서인지, 결국 모든 사람과 잘 통합니다. 천재일 뿐 아니라 도인이라서 그런 것 같다 짐작할 뿐입니다. 이 책 읽으실 분들은 군대에서 고참 소변 마시고 괴물 고참 밑에서 편하게 지낸 얘기(굴욕이 아니고, 진심이 통해서입니다), 음악의 천재가 어떻게 문외한들에게 그 진의를. 흥미까지 불러 일으키며 가르쳐 내는지를 관심 깊게 보시기 바랍니다.


선생은 워낙 천재였는지라, 이름이 알려지고부터는 본인이 나서지 않아도 각계의 스승이 먼저 제자로 청하는 길이 열렸나 봅니다. 악보를 처음 보고("초견"이라고 하네요) 한 손으로 지휘를, 다른 손으로 연주를 해 내는 테스트에, 한국을 통틀어 오직 그만이 단 한 번에 통과를 해 냅니다. 이게 저기 오스트리아 비엔나 컨설바토리의 졸업 시험이라고 하는군요. 천재의 경이란 이런 걸 두고 이름이겠죠. 지휘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해, 선생은 "다양한 예술가의 개성을 한 마디로 해석해 내는 작업'이라고 거침 없이 스승에 답합니다. 천재가 자신의 재능이나 일에 대해 완벽한 기능을 수행할 뿐 아니라, 이렇게 언어상으로도 명징한 개념 파악을 예비해 두었다는 게 신기합니다. 암만 재능이 있어도 대학 졸업장이 없으면 사람 대접을 못 받는 한국인지라 그도 대입 시험을 칩니다. 국어 외에는 다 색칠연습(본인의 표현)만 했다는데, 그래도 시립대 작곡과에 합격을 하셨답니다. 국어 실력이 탁월함이 여기서도 증명되는군요.


천재의 가감 없는 사연이 잘 드러나 있고, 전혀 자기 자랑 같지 않은 천진난만함, 동시에 인생과 인간을 꿰뚫는 득도의 경지가 보여서 좋았습니다. 효재님의 그 책과 이 책을 연결해서 읽으면 더 재밌을 것 같네요. 어떻게 이런 부군의 사연이 솜씨 좋게(?) 걸러질 수 있었을까요? 참 쿨한 부부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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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이 아닌 아무 고지라도 오르려면 | My Reviews & etc 2013-06-1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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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상으로 가는 계단

지그 지글러 저/서경의 역
산수야 | 201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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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 지글러는 이 분야 다양한 책을 내는 인기저자죠. 이번에 또 <정상으로 가는 계단>을 내었는데요. 내용은 언제나의 그답게 짤막짤막하면서 평이하고, 다만 일상에서 피부로 접하는 절실한 교훈과 팁을 좋은 편집으로 잘 정리했다는 뚜렷한 장점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136쪽의 항목을 보죠. <용기> 편에 소속된 <패배를 극복하기To Overcome Defeat>에는, 여러 번 낙선하고 출신 배경도 없었으며, 생긴 모습은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못 주는 영락없는 낙오자, 루저의 모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의 이름은? 애이브러햄 링컨입니다. 미국에서 흑백 인종 불문, 공화 민주 당적 불문, 빈부 계급 격차 불문라고 누구에게나 존경 받는 영웅이고 위인이죠. 이분의 위대함은 지글러의 정확한 지적대로 "패배를 이기고 그 자리에 올랐다는 점'이겠습니다. 정상에 우뚝 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상을 오르기 위해 그가 내딛었던 계단의 험난함이 우리를 더욱 감동하게 합니다.


<목표>의 편에 보면 <공식(Formula)>장이 있습니다. 저자는 우리에게 "희망수첩이라는 걸 아느냐고 묻는데요. 데쓰노트는 들어봤어도 희망수첩이라는 게 있어 뭔가 적극적이고 간절한 마음으로 빌면 안 이뤄질 게 없다는 존재, 오늘이라도 당장 실천에 옮기고 싶은 마음 가지게 합니다.


같은 편 <재료ingredient>장에 보면, 앞의 링컨에 이어 또 하나의 반전 위인이 나옵니다. 64세의 나이에 파산을 했으면 아마 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재기가 어려울 텐데요. 아무리 인생은 육십부터라고 하지만 파산이란 모든 신용을 박탈당하는 처참한 체험입니다. 다른 가능성이 있을까요? 그러나 할렌드 샌더스는 달랐습니다. 이 책에는 안 나와 있지만 바로 그가 KFC 모든 체인점 앞에서 온화한 미소와 백발로 손님을 맞는 조각상의 바로 그 할아버지입니다. 그분한테 이런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재미있는 신조어가 나옵니다. 지글러의 창안은 아니고 바바라 셔라는 저자가 만들어낸 <위시크래프트>입니다. 희망을 이루는 기술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마녀술, 혹은 그냥 마술이라고 할 수 있는 위치크래프트에서 따온 것으로 보이지만요.  어쩌면 안 될 것만 같은 희망을 현실로 만드는 건 이런 마술과도 같은, 그러나 긍정적인 우리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겠습니다. 갑자기 HP 러프크래프트의 SF 소설들이 읽고 싶어지는데요.


제게 가장 도움이 된 건 <우선순위priority> 항목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요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 때문에 직장이나 일상에서 무척 곤란을 겪고 있었는데, 이런 제게 어느 정도 좋은 착안을 하게 도와주웠습니다. 이 책 모든 장의 공통점으로, 챕터를 다 읽고 나면 문장 가운데 블랭크를 두어 채우게 하는 <행동계단>이 있어요. 눈으로 읽고 말 게 아니라 직접 연필로 글을 써본다면 실천의 마음가짐을 더 다질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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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하고 재미있는 아빠-남편의 일기 | My Reviews & etc 2013-06-1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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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숨어서 보는 내 남편의 아찔한 일기장

김종태 저
인서트 | 201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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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태님은 동영테크라는 중견기업의 이사로 재직 중인 분입니다. 이런 분이라면 점잖게 무게 잡고 외출도 골프장이나 클럽 외에는 하지 않으실 것 같지만, 실상은 다음 카페에서 유쾌하고 화려한 글빨로 만인의 인기를 모은 분이라고 합니다. 그런 소개만 읽고 이 책을 펼쳤습니다만, 책에 담긴 포복절도할 사연과 그 이면에 담긴 교훈, 페이소스, 강한 공감에 마음 한 켠이 아주 잠시나마 무거워지기도 했습니다.


제목만 보면 마치 아내가 남편의 일기장이라도 훔쳐 보고(그러면 안되죠) 슬쩍 책으로 펴낸 문집 같아 보이지만, 내용은 시종일관 김종태님 본인의 내레이션으로 가득합니다(물론 다음 카페에서 이런 저자분의 퍼스낼리티를 알아 온 분들은 당연 책을 읽기전부터 짐작하셨을 테지만요). 그런 본인은 남들의 거창한 이야기 할 것 없이, 자신만의 행복을 담담하나 다정한 톤으로 토로하고 있습니다. 너무 돈이 많을 필요도 없고, 그저 현재의 안락한 수준을 유지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 남들은 갖가지 고생을 통해 성취를 이룬다지만 본인은 인생에 있어 큰 굴곡 없이 현재의 지위에 이르렀고, 아직도 그 이상의 큰 욕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본인의 모습을 스스로 <늪>이라고도 표현합니다. 늪은 본인의 표현대로, 빠져나와야만 하나 그럴 방법이 없는 곤경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아랫배 불록 나온 모습에 그저 현재의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는 자신의 현 모습이 만족스러워서, 그 달콤한 현상을 타파할 유인이 없는 "안온한 늪"이기도 하다는 겁니다. 많은 공감이 가는 표현입니다.


그들은 적인가 아군인가? 참 귀엽기도 하고 약간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는 모습은 바로 그가 아내와 딸들을 사랑하고 티격태격하며 진정한 가족애를 느끼며 살아가는 과정을 기록한 모습입니다. 어린 딸들은 귀가 시간에 약간의 변동이 있는 아빠에게 "혹시 바람 피우는 것 아냐?"라고 당돌하게 묻기도 합니다. "아빤 전생에 대장금 아니었어?" 어린 딸이 이런 질문을 하면 아빠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그 본뜻은 "전생에 얼마나 요리를 물리도록 해댔으면, 지금 집에서 요릴 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겠나."라고 하는군요, 김죵태 작가님(이사님)은 이를 듣고 "헉, 초고난이도의 욕이었군,'으로 정리합니다. 부전녀전인지 과연 아빠의 입담과 테크닉을 따님(아직 어릴 텐데)들도 고스란히 물려 받아, 아빠를 능가하는 유머감각과 예능력을 발휘하는 것 같네요.


 이 책은 정말 아무 부담 없이 술술 읽힙니다. 아내의 지청구를 이렇게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인간아 왜 사니?" "아 얼마나 형이상학적인 질문인가?" 소크라테스는 악처 크산티페를 두어 철학자가 되었다고 하지만, 김종태님은 세상에 없을 금슬 좋은 배우자를 두어 다른 쪽으로 득도한 분 같습니다. 책을 다 읽으면 한편의 시트콤을 본 듯 기분이 상쾌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뭔가 현대의 가정생활에 대해 우리가 잊고 지나간 건 없는지 되새기게도 됩니다. 위기에 처한 가정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초심으로 돌아가보는 것도 어떨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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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方에 의존하는 피부 치료법 | My Reviews & etc 2013-06-19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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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피부가 살아야 내 몸이 산다

박치영,유옥희 공저
이상 | 201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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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기들, 유아들을 보면 아토피 때문에 고생하는 일이 많죠. 이 책은 박치영, 유옥희 두 분 한의사가 펴낸 피부 질환 치료에 관한 책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주장은

"피부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피부는 인체 각부위(내장 기관 따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피부가 탈이 난 것은, 겉보기에 전혀 무관한 듯한 어느 부분에 탈이 났기 때문이다."

였습니다. 후자는 특히 저자분들과 같은 한의학 종사자, 의료인들에 고유한 주장이기도 하죠. 인체를 각 신체 기관이 따로 작동하는 분석적, 개별적 단위가 아닌, 전 지체가 서로 얽히고설킨 유기체로 보는 게 한의학의 기본 패러다임이니까요.


따라서 피부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은, 신체 내부 장기 어느 한 곳, 혹은 복수의 부위에 탈이 났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서양 의학의 입장과 큰 모순이나 대립을 이루지는 않습니다. 한의학이 서양의학과 크게 차이 나는 대목은, "만약 탈이 난 피부를 잘 치료한다면, 보이지는 않으나 분명 큰 상처를 입은 다른 신체 부위도 치유가 가능하고, 몸은 전반적인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함의입니다. 피부 질환을 낫게 한다고 다른 곳까지 덩달아 낫는다는 건 서양의학의 관점에서라면 쉽게는 받아들일 수 없을 테죠. 몸의 각 부위 질환을 각각의 고유한 요법으로 치유해야 한다는 서양의학의 태도에 대해, 두 분 저자를 비롯 많은 한의학 종사자들은 반대하는 셈입니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면 "피부가 살아야 내 몸이 산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말은 추상적인 원칙이나 비유를 말한 게 아니라, 액면 그대로 피부의 건강이 곧 몸 전체의 건강으로 이어진다는, 의외로 강한 주장을 담고 있다 하겠습니다.


우선 피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점들에 주의해야 하는지를 두 분 저자들은 적고 있습니다. 제게 가장 놀라움으로 다가 왔던 포인트는 바로 "보습제를 함부로 쓰지 말라."는 것입니다. 요즘 TV 등 어떤 매체에서도 강조하고 또 인기를 끌고 있는 각종 기능성 화장품들은 보습 기능을 무척 강조합니다. 이 말에는 틀린 게 하나도 없을 것만 같습니다. 피부가 촉촉히 물기를 머금고 있는 모습은 보기에도 아름답고, 뭔가 꺼칠꺼칠한 외양을 부드럽게 드러내는(가려주는?) 게 틀림 없죠. 어떤 분은 세안이나 샤워 3초 후, 바로 보습제를 발라야 효과가 있다고까지 합니다. 3초 넘어가면 벌써 일이 틀렸다고까지 하며 다소의 과장을 합니다. 그래서 그런 줄만 알고 그동안 그런 기능성 화장품을 써 왔습니다만, 소박한 화장품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낙담스럽게도 이 책의 저자분들은 이에 정면으로 반대합니다.


그 주장인즉슨, 피부는 숨을 쉬어야 건강해지는데, 인위적으로 피부에 어떤 막을 형성하여 숨쉬는 통로를 막아버리면, 일시적으로는 수분을 표면에 붙들어둘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피부 스스로 '보습의 막'을 자연스럽게 형성하는 능력을 빼앗아 버린다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 이것은, 마치 항생제를 남용하면 일시적으로는 몸 속에 침입한 세균,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인체의 면역 기능을 떨어뜨려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것과 비슷한 이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보습 기능을 강조하는 화장품의 무용성, 혹은 유해성을 강조하는 주장은 한의사들로부터만 거론되는 거야 물론 아닙니다. 제가 최근에 읽은 책 중 정혜신 피부과 전문의가 쓴 <명품 피부를 망치는 42가지 진실>에도, 이런 화장품들의 과대 선전을 비판하는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아무튼 양의와 한의가 이처럼 일치된 톤으로 비판을 하고 있으니, 이들 화장품을 애용하는 건 장기적으로 해롭고 단기적으로는 괜히 월급 봉투만 축날 뿐이라는 결론이네요. 마음은 유용한 지식을 알아 뿌듯해진다기보다, 당장 그럼 무엇을 해야하는지의 고민에 무거워지기만 합니다.


표지의 부제로도 나와 있지만, 긁지만 않아도 병이 안 난다고 합니다, 저는 최근에 <컬쳐 쇼크>라는 인문학 서적을 읽었는데요. 그 중 대니얼 데닛이 적은 재치있는 진단이 기억납니다. "왜 인간은 가려운 곳을 긁는가? 이는 몸에 이로울 것이 아무것도 없다. 가려우면 긁는 반응이란 인체의 생존에 해로움이 분명한데도, 그 오랜 진화 과정에서 도태되지 않은 습관이다. 이는 진화에 개체의 어떤 자유의지가 개입한다기보다, 뭔가 다른 우월자의 지시에 따른 소행이 아니겠는가?(예컨대 밈)" 이 책의 저자분들과 데닛를 연결해 주면 아마 직종(한의사와 인문학자)은 달라도 서로 죽이 잘 맞을 것 같습니다.

일시적인 땜빵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치유 방법으로 그럼 무엇이 있는가에 대해 저자분들은 우리가 익히 알았으나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작심삼일에 그치곤 했던 대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pp.50~51).

1. 노폐물과 독소를 제때 배출하라.

2. 좋은 공기. 좋은 음식을 섭취하라. 

3.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


피부질환자들에게 일반적으로 보이는 공통점은 바로 땀을 잘 흘리지 못한다는 거라고 저자분들은 말씀하십니다. 땀을 잘 못 내는 건 땀과 함께 빠져 나와야 할 노폐물과 독소가 그대로 신체에 쌓이는 결과니까, 몸이 어느 구석에 탈이 나도 나겠고, 땀구멍이 막힌(저자의 표현입니다) 상태에서 피하에 그대로 쌓인 독소들이 자연히 그 바로 위의 피부에 각종 탈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저는 이해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땀을 낼 것인가? 방법론에 대해서는 이 책 3장 이하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일단 체력이 약한 사람은 운동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 책을 좀 더 다급하게 읽어야 할 필요가 있는 분들은 대부분 환자들일 텐데, 아무리 좋은 처방이라도 환자가 운동을 할 수는 없죠. 그렇지만 막힌 땀구멍이 일단 열려야 할 필요가 있는 환자에게는, 사우나 등 증기욕을 통해서라도 땀을 흘려야만 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아프지 않은 일반인들은, 땀이 날 뿐 아니라 심박동수까지 증가할 수 있는 운동의 처방을 통하는 게 보다 바람직하다는 결론입니다. 결국, 아직 몸 좋을 때 피부도 살고 다른 건강까지 챙겨 두려면 심장을 쿵쿵 뛰게 하며 관리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이 최상의 방책이겠습니다. 화장품 바르지 말고, 걍 나가서 뛰어라! 생각해 보면 정말 맞는 말 같습니다. 화장품 안 발라서 피부가 나쁜 게 아니라, 운동 안 해서 나쁘다는 거죠.


그 다음, 왜 체내에 독소가 쌓이는가? 인간이란 진화 과정에서 천연의 음식을 먹고 소화하고 배출하는 쪽으로 길들여져 왔습니다. 그런데, 극히 최근에 개발된 합성 물질들은, 아직은 인체가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잘 모르는 대상입니다. 인체가 잘 모르는 물질이, 그 소화와 배출이라고 쉽겠습니까? 이런 물질들은 당연히, 가능하면 그 섭취를 삼가야 옳은 일이겠죠. 히포크라테스가 그랬던가요. "네가 먹는 것이 곧 네 자신이다." 나쁜 걸 먹으면 피부 아니라 몸 전체가 나빠질 수밖에 없겠죠. 결국 화장품 안 발라서 피부가 나쁜 게 아니라, 나쁜 걸 즐겨 먹어서 피부가 나빠진다는 말이네요.


활성산소가 피부뿐 아니라 몸 전체를 망친다는 것은 이 책뿐 아니고 요즘 말 안 하는 곳이 없을 정도죠. 활성산소의 생성 주범은 스트레스인 것도 다 아는 사실이구요. 스트레스를 막으려면 긍정적인 사고와 생활 태도를 가져야 함은 당연합니다. 저자분들은 한의사답게(?) 이 책 곳곳에서 '마음수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음수련이라고 해서 꼭 특정 종교단체와 연관시킬 필요는 없을 것 같구요. 그저 착하고 차분한 마음을 갖게 해 주는 모든 움직임은 다 마음수련의 범위에 넣을 수 있겠습니다. 요가도 아주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에 요가 앱도 여럿 나와 있는데, 체형도 이쁘게 만들 겸 저도 요가를 좀 해볼까 합니다.


이 책에는 이런 내용 말고도, 당장 피부를 앓고 있는 환자분들이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여러 정보를 컬러 사진과 함께 담고 있습니다. 피부 질환이 얼마나 무서운지, 저런 병에 걸렸다 하면 정말 삶의 의욕을 잃겠구나 생각되는 다양한 중증 피부병에 대해 알려 주고 있습니다. 병이 없다는 게 얼마나 감사해야 할 일인지요. 아이들도 안쓰러울 뿐더러, 신체의 은밀하고 민감한 부위에 끔찍한 탈이 생긴 모습을 보면 정말 한창 나이의 여성으로서 어떻게 견딜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저자들은 치유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경우로, 결국 낫기는 하나 효과의 진폭 증감 없이 평탄한 추세로 빠른 회복을 보이는 건 스테로이드 처방 등을 선호하는 양의를 거치지 않은 채, 바로 한방을 찾는 환자들의 케이스에서 더 두드러진다고 합니다. 어찌 들으면 양방을 거치지 말고, 피부병은 한의학에 곧바로 문의하라는 태도 같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한의학의 태도만 배타적으로 주장하는 건 아니고, 예를 들어 사상의학의 체질에 따른 치료에 동의하지 않는 입장이라면, 그저 균형잡힌 (자연식)식단 하나라도 일관성 있게 유지하라는 유연한 주문도 내놓고 있습니다. 결국 선택은 독자의 몫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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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고전에 답이 있다 | My Reviews & etc 2013-06-1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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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읽으면 읽을수록 논술이 만만해지는 우리고전 읽기 3

김정연 편/김홍 그림
가람어린이 | 201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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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을 잘 하려면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겠죠. 그런데 머리 속에 좋은 생각과 창의력은 부재한 채, 이쁘게 보이는 글만 기계적으로 잘 쓰는 태도는, 결국 입시에서 좋은 점수도 받지 못하고, 자신의 인격 함양에도 도움이 안 될 것 같습니다. 글쓰기란 글짓기가 되어서는 안 되죠, 자신의 영혼과 저신에 녹아 있는 생각이 글로 옮겨져야 좋은 글이 나올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남의 글을 무작정 따라 쓰는 흉내내기가 아니라, 자신의 언어로 사상을 정리하고, 정확한 개념이해를 바탕으로 사고를 진행하는 보다 근본적 차원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 가람어린이에서 펴내는 기획은, 그런 점에서 대단히 바람직한 논술 교재인 듯합니다.


우선 모든 지문의 어려운 단어(노랑으로 주변색채움되어 있습니다)에 방주(옆면에 다는 주) 형식으로 예쁜 박스에 녹색 컬러로 친절한 설명을 달고 있네요. 물론 요즘 나오는 어린이책치고 이런 수고를 아끼는 기획은 잘 없기도 합니다만, 이 시리즈의 주석은 더 명쾌하고 쉬운 게 특징입니다. 방주도 무슨 독일 대학 교재처럼 멋 없이 별개 컬럼을 차지하는 게 아니라, 텍스트의 여백에 잘 침투해 들어가서 편집의 미를 살리고 있어요. 기왕이면 보기 좋은 지면이 아이들에게 더 편하게 다가갈 테니까요.


개별 단어가 어려운 게 아니라 문장 자체가 독해에 애로를 제공하거나, 글의 전체 흐름상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때에는, 어학적, 문학적인 의미 해설을 "밑줄쫙!"의 형식으로 돼지꼬리 부호(뭔지 아시죠?)를 달아 설명해 주고도 있습니다. 이런 장치가 사실 창의적인 독서를 가로막을 염려도 없는 건 아니죠. 예전 입시 암기 위주의 시절 참고서들을 보면, 정말 밑줄쫙의 행렬, 장식, 덧칠, 부호기호의 남발에 정신이 없을 지경인데, 시대가 한참 바뀐 요즘의 어린이책에서까지 이런 걸 봐야 하나? 하지만 어려운 문장은 여전히 애들에게 어려운 거고, 뜻도 모른 채로 눈과 혀만 노동시키는 채 넘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죠. 이를 적절히 활용하려면 아무래도 엄마가 옆에서 거들어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공리적인 분석은 이쯤 하고, 동심으로 돌아가서 제가 문학 텍스트로서 감상한 바를 적자면 다음과 같아요. 우선 저는 이 3권의 맨 앞에 나온 작자 미상의 구전동화 아기장수 우투리를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이 책의 설명에 따르면 중학 검정 교과서 가운데 세 가지 텍스트북에 실려 있다고 함니다. 이 정도라면 거의 필독본 수준인데, 여태 몰랐던 저의 무식이 부끄럽네요). 비범한 인재를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지는 못할망정, 기존의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 불안 요인으로 보고 그 싹수부터 제거하려는 비열한 왕이 등장하고, 그들의 집요한 공작은 무지한 부모의 간접 지원까지 받아 결국 영웅의 파멸로 귀결한다는 대단히 슬픈 내용입니다. 사실 아이들에게 읽히기는 너무 비관적이고 자칫 정치색을 띤 채 독해될 수도 있어서 조금은 그랬습니다만, 어른이 주변 눈치 보지 안 보고 끼어들어 읽어 본 소회로는 마치 김동리의 황토기처럼 비감어린 감동이 있어 좋았습니다(사실 동리의 작품이 이 구전문학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거겠지만요). 전우치전이나 다른 동화도 간만에 읽는 맛이 남달라서 좋았어요. 아이들 음식을 주책스럽게 어른이 한 입 덜어 먹은 것 같아서 좀 면구스럽기도 하지만, 독서란 본디 이기적인 활동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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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때와 형식을 가리지 않아야 | My Reviews & etc 2013-06-1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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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1일 30분 회사 공부법

장러싱 저/김윤진 역
비전코리아 | 201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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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용어를 해설하는 책은 지나치다 싶게 여러 종류가 나와 있습니다. 그들 중 상당수는 내용이 서로 비슷비슷하기까지 하죠. 게다가, 요즘은 포털에서 각종 용어를 사전 서비스로 제공하기까지 합니다. 스마트폰에 여러 사전을 깔아 두고(어플이든 다른 모습이건) 참조하는 것도 약간은 시대에 뒤떨어진 모습이라서, 최근 저는 베트남 출장시 종이사전도 전자사전도 다 놓아 둔 채 모 포털에서 제공하는 베트남어 사전에 의존하곤 했습니다. 사정이 이런데, 시사용어를 종이책으로, 그것도 포켓 사이즈보다 큰 판형을 들고 다니며 "공부'한다는 게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기대보다는 훨씬 나았습니다. 시중에 나온 많은 교재가 앙상한 뼈대만을 수록하여, 비록 정보의 양은 많으나 그 읽은 후의 기억이 오래 가지 못하는 단점이 있음을 우리는 잘 압니다, 이 책만의 장점은, 용어의 해설 외에 그 비하인드 스토리라든가, 혹은 구체적인 응용이 될 수 있는 가상의 일화를 곁들여서, 깊이나 양보다는 주로 친절함으로 승부를 걸었다는 데에 있습니다.


이 책에 실린 항목 중 "아, 그거 진짜 첨 듣는 말이다."라고 느껴질 만한 건 거의 없습니다. 만약 아니라면 좀 게으른 회사원이거나, 조직에 소속되지 않은 free한 입장일 가능성이 높을 것 같네요. 무튼 익히 다 아는 내용이지만, 좀 자상하다 싶은 배경을 곁들여 구어체로 솜솜 풀고 있어서, 기억에 오래 남는 효과가 분명히 있습니다. 이 점이 가장 빼어난 특징입니다. 


요즘은 심리학이 경영학 뿐 아니라 경제학의 근본에까지 파고 들어오는 추세죠. 본래 사무직은 경영학 단계에서, 인간관계론, 조직행위론, 인사관리 따위에서 심리학의 기초개념과 용어를 안 배울려야 안 배울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개념 뿐 아니라, 제법 깊은 원리까지 경영학, 심지어 경제학에까지 이식되고 있는 현실이죠. 이 책이 깊은 원리까지 다루고 있다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요, 얕은 개념을 다루되 그 다루는 pool이, 매우 균형잡혀져 있습니다. 비율만 좋으면 작은 키가 많이 만회되듯이, 얕은 개념도 적절히만 뭉치면 제법 좋은 효과를 발휘합니다. 다만 심심찮은 오타와 비문이 눈에 거슬리고, 중국식 인명이 사람을 짜증나게 하지만, 이런 종류 중에서는 제법 좋았다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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