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김진철을 기억하는 웹로그
https://blog.yes24.com/volop57
리스트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김진철
김진철의 웹로그
파워 문화 블로그

PowerCultureBlog with YES24 Since 2010

8·9·11·12기 책,경제경영/자기계발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6월 스타지수 : 별1,528
전체보기
서평
매달 독서 기록
서평이벤트
나의 리뷰
경제경영/자기계발
경제경영/자기계발 II
YES24 파블미션(舊)
YES리뷰어클럽 [나]조
My Reviews & etc
태그
다크머니 미국정치 코크형제 정치자금 서평이벤트 기쁨의발견 데스몬드투투 중국기서 지정학에관한모든것 파스칼보니파스
2014 / 11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월별보기
최근 댓글
책을 사서 읽고 싶을 정도로 굉장히 ..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읽어보고 싶.. 
너무 꼼꼼하게 리뷰를 올려주셔서 .. 
리뷰를 보아하니 책 내용도 너무나 궁.. 
이무것도 안 하는 직업이라는 책 제목.. 
나의 친구
출판사들
파워블로그님

2014-11 의 전체보기
이반 오소킨의 인생 여행 | My Reviews & etc 2014-11-22 19:23
http://blog.yes24.com/document/7862051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이반 오소킨의 인생 여행

페테르 우스펜스키 저/공경희 역
연금술사 | 2014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인간의 존재가 고귀한 이유는, 어느 시점에서건 육욕이나 잇속에 이끌리지 않고 자신의 영혼을 지키기 위한 독자적인 선택을 할 수 있어서라고 말들 합니다. 철학적으로는 "자유의지"라고도 표현되는 이 독특한 속성은, 한편으로는 인간의 윤리적, 주체적 결단을 가능하게도 해 주며, 다른 한편으로는 "만약 그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What if..?"의 무한한 상상을 여분의 시간에 선사하기도 합니다. 전자는 우리에게 에토스를, 후자는 우리에게 파토스의 일부분을 보다 풍성하게 구성하는 큰 선물이 되곤 하죠. 우리의 욕구에 보다 충실한 삶을 살아도 누가 딱히 나서서 나무라지 않는 현대의 분위기에서는, 이 후자가 보다 친숙한 느낌과 즐거운 활력의 원천을 제공합니다.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어디선가 비슷한 설정을 보았다는 약간의 기시감이 들었습니다. 공경희 역자께서도 책 뒤의 후기에서 설명해 주고 계시지만, 예전 영화 <사랑의 블랙홀>에서 본 모습과 플롯과 상당히 비슷하죠. 그 영화에서는 동일 상황과 시점(時點)이 무한반복되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오소킨이 겪는 바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소킨은 그의 인생이, 결정적 전환을 맞았다 싶은 바로 그 시점으로 돌아가서, 파국을 모면할 수 있는 다른 선택을 취할 대단한 특권을 부여 받습니다. 보통의 경우 타임리핑은, 그 시점 이래 지금까지의 기억이 말소되지만(영화 <맨 인 블랙> 3편처럼, 오로지 시간여행을 하는 당사자만은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다는 전제로 전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오소킨은 그렇지 않고 자신의 실패담을, 깊은 회오와 함께 뇌리에 새겨 놓고 있습니다.

이 점이 중요합니다. 그가 만약 과거의 기억을 간직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방탕한 생활 습벽은 대개 선천적 요소와 함께 영혼과 육체에 깊이 각인된 갖가지 요소에 기인하니 만큼, 과거로 갈 수 있는 그 귀한 기회의 부여에 아랑곳없이 그는 똑 같은 잘못을 되풀이할 것입니다. 주인공에게는 애초 다른 결과를 기대하기 힘든 악습이 골수에 배어 있기에, 과거의 기억이야말로 그의 행동을 바른 방향으로 조율할 유일한 나침반 구실을 합니다.

어쩌면 우리 역시, 생을 살면서 순간순간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간혹 그 결과가 지나치다 싶은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의 법칙에 의해, 한 번 정도의 "패자부활전" 같은 챈스를 부여 받은 채, 과거로 리핑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오소킨처럼 관대한 특권은 아니라서, 종래의 기억이 깨끗이 잊혀진 채로 말입니다. 이 기회를 받고도 역시 전과 똑같은 행보를 보인다면, 그는 아마 구제 불능의 낙인이 찍혀, 현세이건 내세이건 구원에의 기회가 박탈될 지도 모릅니다. 결국 최선의 방책은, 가장 성실하고 치열한 자세로 지금에 임하는 것입니다. 최후의 법정에서 신이라는 판관 앞에 거리낌 없는 항변이 가능할 유일한 옵션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전원책의 신군주론 | My Reviews & etc 2014-11-22 19:22
http://blog.yes24.com/document/7862050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전원책의 신군주론

전원책 저
중앙북스(books) | 2014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전원책 변호사는 시사 토론 프로그램에 자주 나와 그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주장을 펴는 모습이 우리 시청자에게 널리 각인된 유명인사입니다. 그의 말솜씨가 달변인지, 그의 논리가 빈틈을 허용하지 않을 만큼 잘 꾸려져 있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겠으나, 최소한 한 입으로 두 말을 하거나 번지르르한 미사여구 속에 다른 속셈을 감추는 분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동의하는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정치 토론 프로그램을 잘 보지 않는 편이라서(토론 문화가 성숙하지 못한 한국의 현실에서, 서로 자기식의 연설만 하는 일방통행식 말싸움을 보느라 시간 낭비, 스트레스 감수를 해야 할 이유가 없죠), 그간 전 변호사님이 얼마나 높은 경지에 이르셨는지 확인할 수도 없었고(제가 방송에서 그를 마지막으로 본 건 아주 오래 전이라서요), 그가 쓴 책을 읽어 볼 기회도 없었습니다.

이 책은 평소 털털하고 다소 흐트러진 모습도 자주 노출하던 그의 이미지와는 크게 다르게, 상당히 깔끔한 편집으로 이뤄진 양장본입니다. 책의 장정만 그런 게 아니라, 속지의 편집 역시 담백하면서도 정갈한 모습입니다. 매 장마다 화두를 던져 두고(빨간색 인쇄), 그에 대한 상세한 논변을 펴고 있습니다. 상세하다고는 하지만 여타의 논객처럼 형이상학적 개념이나 논의 도구를 동원하지 않고, 그저 일반인의 상식 선에서 이해 가능한, 단순명쾌한 근거와 준거틀을 통해 자기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읽어 보면 다들 느낄 수 있겠지만, 정말 쉽습니다. 쉽게 자기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 그것도 강렬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건 요즘 같은 세상에서 대단한 능력과 수완이라고 할 수 있죠.

그의 주장에 동의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이 책은 저자 이름을 가려 놓고 누구의 책인지 맞혀 보라고 해도 다들 알 수 있을 만큼, 저자의 색깔이 강렬합니다. 읽다 보면 음성지원이 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의 주장의 핵심은 또한 좌우 보혁을 떠나 상식선에서 공감할 수 있는 영역에서 벗어나질 않습니다. "지도자는 선해야 한다." 같은 말은, 집권당이나 최고 국정 책임자의 성향과 무관하게 타당하나, 우리 모두가 진영 논리에 매몰되어 잊고 있었던 중요한 도그마입니다. 그가 아쉬워하는 건 이 같은 난세에 정직하고 일관된 지침으로 국민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지도자가 없다는 사실 바로 그것입니다. 수백 년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그저 작금의 난맥상만을 해결하여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는 강력한 리더를 원한 것과는, 이런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모두들 한번쯤 읽어 보고, 컨센서스 형성에의 노력이 크게 부족한 지금의 정치현실을 좀 다른 각도에서 바라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일러스트 최초의 인간 | My Reviews & etc 2014-11-22 19:21
http://blog.yes24.com/document/7862047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최초의 인간

알베르 카뮈 저/호세 무뇨스 그림/김화영 역
미메시스 | 2014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한국에 지금 번역된 <최초의 인간>은 제가 알기로 김화영 선생의 텍스트가 유일합니다. 이 책은 그 텍스트와 동일하며, 다만 까뮈의 초심자, 혹은 여전히 까뮈를 어려워하는 그의 팬들이 보다 편한 자세로 읽기 좋은 책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최초의 인간>은 그 완성을 보기 전에 까뮈가 서거했다는 상황이 있었으므로, 내용의 완결이 안 되어 있을 뿐 아니라, 형식상의 조율 역시 대단히 미진한 상태 그대로입니다. 따라서, 까뮈가 원고 옆에 적어 놓은 코멘트, 초고를 취소하고 개서한 부분까지 독자에게 다 노출되어, 그의 진정한 의도가 과연 무엇이었는지 스스로 판단하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위대한 사상가이자 문인인 까뮈를 읽는 독자에게 대단히 어려운 과제지만, 기실 생전에 퇴고를 다 거치고 일류 편집자의 손까지 거쳐 나온 완성작이라고 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내용 자체가 워낙 어려우니요). 오히려, 까뮈 자신은 전혀 드러내고 싶지 않았을 지도 모를 속내 그 일부라든가, 창작의 고통 혹은 희열이 노출되는 그 과정을 엿본다는 별개의 쾌감이 있기에, 우리는 플라토닉한 관음의 순간을 이런 책에서 (대단히 드물게도)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위대한 문인은 이런 식으로도 우리에게 뜻밖의 선물을 준다고나 할까요.

텍스트 온리인 열린책들의 그 판본보다, 이 책이 각종 역주와 원주, 방주(라고 할 수 있는 까뮈의 흔적) 들을 보다 읽기 좋게, 파악하기 좋게 배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이 책의 제목에도 잘 나와 있듯, 호세 무뇨스라는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이 페이지 곳곳에 삽입되어 있습니다. 흑백 판화라서 일반인에게는 그닥 큰 친화력이 발휘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반(半) 자전적인 이 작품에서 터프가이 까뮈가 덤덤한 어조로, 그러나 섬세하고 정직하며 때로는 신랄하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 놓는 그 형식과도, 이 흑백의 선과 면은 잘 어울리지 않나 생각합니다. 일러스트라고 하기에는 다소 아이러니합니다만("일러스트"란 본디 "상세하고 구체화한 설명"이라는 뜻이니), 시대를 떠나 영혼으로 대문호와 교감할 수 있었던 화백의 터치이기에, 우리는 까뮈의 텍스트에 판화가의 해설까지 겸해 듣는 호사를 누릴 수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책 한 권에 두 사람의 거장이 화음을 이루며 낭독을 해 주는 셈이죠.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매력적인 장 여행 | 경제경영/자기계발 II 2014-11-21 07:11
http://blog.yes24.com/document/7860461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매력적인 장腸 여행

기울리아 엔더스 저/배명자 역/질 엔더스 그림
와이즈베리 | 2014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장, 우리의 소화를 담당하며 모든 양분의 소화와 이를 통한 공급의 중추적 기능을 맡아 하는 기관은, 근래의 연구에 따르면 제 2의 뇌라고까지 평가된다고 합니다. 제 2의 뇌라는 평가는, 비유적인 의미에서도, 그리고 기술적인 차원에서도 공히 타당합니다. 이미 여러 분야의 전문가, 또 저술가들이 입을 모아 내어 놓는 평가이므로, 심지어 자계서 최신간 여럿만 읽은 독자라고 해도 그 대략의 내용에는 익숙할 정도 아닐까 짐작합니다.

1980년대부터 유독 한국인은 국민 소득 수준이나 식생활 패턴과도 무관하게, 장 관련 질환을 자주, 그리고 일찍이도 앓아 왔음이 통계에서 드러납니다. 대단히 흔한 과민성 장 증상부터 해서, 보유자의 물리적 생존을 위협하는 대장암까지의 다양한 고통과 질병들이, 촘촘한 스펙트럼을 그리며 우리의 일상에 (불쾌하고 불길한 의미로) 가까이도 둥지를 틀고 있었습니다. 국가나 개인이나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며 성취해 온 물질적 자산의 축적 경과는 누가 봐도 놀랍지만, 그 과정에서 경제 활동 인구 개개인이 자신의 육체와 정신(특히) 양면에 쌓아 온 스트레스가 엄청났다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 우리는, "왜 머리가 고생하는데 장이 아픈 것일까?" 같은 소박한 의문을  의학 전문가 아닌 문외한 수준에서 이미 제기해 왔다고 봐도 됩니다. 이에 대한 어느 정도 정리된 답이 최근에서야 쉬운 포맷으로 대중에게 전달되는 셈이겠구요. 그런데, 아무리 의료인의 수준에서 명료해 보이는 답도, 일반인이 쉬이 이해한다는 건 좀 무리한 기대에 가깝습니다. 이 일을, 놀랍게도 아직 20대 중반의 나이인 어느 전문가(라고는 하나 통념으로는 그저 의대생 취급이나 받으면 충분한 이)가 시도하여 세상에 내어 놓았네요. 그게 바로 이 책입니다.

"매력적인 장 여행"이란 두 가지 의미를 지닙니다. 하나는, 그토록 많게, 정체와 기능상의 비밀을 간직하며 보이지 않는 차원에서 우리의 의식을 조종해 온 "장"이라는 녀석이 꽤 매력적이라는 뜻입니다. 뇌 못지 않게 장도 매력적이란 말이야!라고 외치는 저자의 모습이, 책을 읽다 보면 눈 앞에 선히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다른 하나는, "장 속을 여행한다는 그 자체"가 즐겁다는 뜻이겠습니다. 어렵고 낯선 분야를 이해하는 데에, 불친절한 저자가 가이드로 동행한다면 그 여행은 하나도 매력적이지 않고, 여행이라기보다는 고역에 가까울 것입니다. 이 책은, 본래의 목적이자 과제인 여행이 너무도 즐거울 뿐 아니라, 안내를 맡은 가이드가 너무도 매혹적이라, 그 매력이 두 배가 되는 여행을 우리에게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장의 기능과 구조에 대해 그간 여러 준(準) 의학 서적(대중서), 그리고 (위에 적었듯) 심지어 자계서에서조차, 문외한들도 이해 할 수 있는 좋은 설명을 시도하고는 있었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책들은, 그런 시도가 성공하기 위한 첫째 조건인 "눈높이 맞추기"에서 미흡한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이 책이 최적인 이유는 사실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저자의 자격과 능력, 그리고 "태도"가 최상의 조건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저자는 대단히 총명하고, 허세 없이 우리 독자들의 눈높이에 최대한 그 시선을 맞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건 바로 그녀의 나이가 아직 어리다는 사실이 크게 한몫하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입니다. 제아무리 우수한 두뇌를 지녔다 해도, 이 분야가 순수 기억력이나 퍼즐 해결 능력, 혹은 자연과학으로서의 화학에 대한 흥미만으로 쉽게 초심자에게 다가올 수 있는 성격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신도 공부하면서 아마 힘들었다 보니, 그 "초심"을 잃지 않고 독자들에게 가식 없이 접근한다는 생각으로 의도를 잡았고, 그 결과물이 이처럼 쉽게 재미있으며, "매력적인" 결과물로 빚어진 것 아니었을지요.

책을 다 읽고 실천적으로 정리하고 받아들인 교훈이 많습니다. 나의 체질에 비추어 어떤 음식을 더 가려 먹고 더 챙겨 먹어야 할지, 일상의 자세는 어떻게 잡아야 할지, 막연히 "이게 좋다"는 식이 팁이 아닌, 원리를 알고 이해해야만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고마운 지식들이 많았습니다. 또 하나 배운 점이 있다면, 자신이 다루는 모든 분야에서 이처럼 모종의 "매력"을 찾으려는 마음가짐, 태도가 있어야, 자신의 영역에서 대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성이었습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        
가시내 | My Reviews & etc 2014-11-18 22:32
http://blog.yes24.com/document/7858695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가시내

마리 다리외세크 저/최정수 역
열린책들 | 2014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지난 번 <암퇘지>를 읽었을 때도 느낀 점인데요. 이런 소설은 참 강렬하고 솔직해서 좋습니다. 문학, 예술에서 그저 솔직한 것만으로는 미덕이 될 수 없겠으나, 솔직함 안에 치열함, 자세함, 그리고 순수한 모종의 열망까지 담았다면 그건 타인의 말초적 흥미를 자극한다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생각, 느낌, 그리고 태도의 다양한 변화를 로그(log)한다는 건, 나 자신을 객관화하겠다는 정직한 의도를 일단 드러낸 것입니다. 이런 의도의 표출은, 다른 이들의 공감 시도에 나를 노출하겠다는 의사 표시이기도 하겠습니다. 그 결과가 공감으로 이어질지, 그저 무심한 통과일지, 그렇지 않고 격렬한 반감의 대상이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말입니다.

성장, 혹은 허물벗기란 소년에게도 마찬가지의 체험입니다. 설레고, 짜릿하고, 어떤 식이건 아픔이 있는 통과 의례를 수반합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런 통념은 어린이 입장에서의 필터 없는 기록이 아닌, 어른이 되고 나서의 사후 보정을 거친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점잖은 버전으로의 교정, 순화, 나아가 왜곡에  가까운 그런...

어디까지 믿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가 마리 다리외세크는 바로 자신의 10대 시절 기록을 일일이 문자로, 음성으로 남긴 바가 있다고 합니다. 사실이라면 참 놀랍게 조숙하고, 징그럽게 어른스러운 아이 아니었을지. 나중에 소설가가 되기로 미리 단단한 작심이라도 이미 이맘때에 하고 있었던 걸까요. 여튼 그런 고마운(독자 입장에서 고맙다는 건데요) "1차 사료" 덕분에, 우리는 이런 놀라운 문학 작품 하나를 감상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성적 쾌감을 누리기 위해 어떤 일탈, 혹은 도착적 방법까지 허용되는 걸까. 애널 성교의 경우 그 묘사의 등장이 멀게는 <채털리 부인의 연인>에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죠(본격 외설물까지 포함한다면 물론 그보다 훨씬 먼 시점에 이미 등장). 학문적 연구 결과에 의한다면, 번식을 위한 성(性)이건 혹은 무엇이건 모두가 학습의 결과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자연의 섭리에 맞는 것이며, 어디서부터가 상궤에서 벗어난 것인지, 이를 시원히 가를 방법은 아예 없다고나 봐야겠습니다. 개체가 선택하는 모든 길은, 정상의 표준 편차 범위 안에 편입을 해야 온당하고 공정한 자세라고나 할지.

원제 "클레브"는 이 소설의 배경이기도 하고, 저자가 스스로 밝히듯 바로 그 라파예트 후작부인의 소설에 나오는 공작 부인의 이름이기도 하죠. 오마주이기도 하고 대담한 독립, 분가 선언이기도 한 셈인데... 아무튼 이런 책은 리뷰를 적기가 언제나 난감하다는 점을 밝히고 싶어요.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        
찰리의 자전거 세계 일주 | My Reviews & etc 2014-11-16 22:38
http://blog.yes24.com/document/7856732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찰리의 자전거 세계일주

이찬양 글,사진
이음스토리 | 2014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입니다. 처음의 제목은 <찰리의 자전거 여행>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받아 본 책(공을 많이 들인 책이라서 그런지, 겉도 속도 참 예쁩니다)의 제목은 <찰리의 자전거 세계 일주>네요. 물론 저자 이찬양씨의 이름이 "찰리"이며, 이 책 제목 그대로 자전거 하나로 세계 일주를 하는 분입니다.

우리 인간은 냉정히 말해 환경의 산물에 지나지 않습니다. 태어난 환경 그대로에 머무르면, 갖고 자란 기질, 천성의 한계, 그리고 낳아 주신 부모님에게 받을 수 있는 미덕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큰 사람이 되려면, 지금보다 나은 인생으로 거듭나려면, 배우고 익혀서 정신의 눈을 키워야 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육체의 성숙, 나아가 타인과의 관계와 소통의 차원까지 높인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며 간접 체험의 폭을 넓히며,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직접 체험의 수단으로 여행을 시도합니다.

책은 사람에 따라 그렇게 잘 맞지 않는 이들도 있습니다(만약 아니라면, 출판계가 이처럼 불황에 시달려 할 이유가 없을 테죠). 하지만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시간과 돈의 여유가 있어 유람을 자신의 취향에 맞춰 다녀오는 분들도 있을 테고, 저처럼 막 모종의 여정을 일 관련으로 마치고 온 처지도 있을 것입니다. 매번 보고 스치는 것만 접하다, 타지에서 확 다른 풍광을 몸에 끼얹고 돌아 오면 기분전환이 되는 것은 물론, 정신적으로 각성의 느낌을 받습니다. 여행은 그래서 일개 도락이 아닌, 교육의 일환이자 거듭남의 방편입니다.

저자 이찬양씨가 바로 그런 분이 아닐까 합니다. 약력만 보아도(책을 읽기 전부터 약력을 읽을 수 있었고, 참 대단한 분이다 싶었습니다) 그는 소위 글로벌 마인드를 지닐 수 있는 가정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이더군요. 아마도 그 끼를 주체 하지 못하고, 혹은 배움에의 강렬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그는 자전거 한 대에 몸을 싣고(사진을 보니 확실히, 패셔너블보다는 내구성에 주안을 두는 분이라는 걸 알겠습니다) 세계를 그저 몸뚱아리 하나로 일주하겠다는 포부로 무작정 나섭니다. 대단합니다. 자신의 말대로, 모든 이치가 그러하듯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반드시 있기 마련인데도 말입니다. 여행의 기쁨이 있으면, 그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얻을 수 있었던, 혹은 가시적으로 희생한 그 무엇이, 그로서는 작지 않은 것이었을 텐데도, 그는 감연히 여행길에 나섭니다, 대단한 결단입니다.

기독교의 성경에서도 왜 "빛과 소금"이라는 말이 나오듯, 소금이란 인간의 삶에 있어 그 부존재를 감당할 수 없는 중요한 물질입니다. 일개 소금장수에 불과했던 황소가, 그를 통해 축적한 부(富)를 기반으로 난을 일으켰고, 그 부 축적 활동 와중에 쌓았던 인간 관계와 나름 터득한 지혜에 기대어 감히 천하를 갈무리하려 했던 그 행적에 비추어서도, 이 소금이라는 물질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찬양씨는 중국 여행(말이 중국이지, 얼마나 광대한 곳인가요! 이 책이 전 중국을 다 커버한 것도 아닌데, 책 두께가 이처럼 두꺼운 걸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더군다나 사진도 많지만, 다른 여행 서적에 비해 텍스트 양이 적지 않은 편인데도요)의 시발점을, 장쑤 성(강소 성)으로 잡고 있습니다. 옌청의 "옌"은 소금 염(鹽) 자입니다. 장쑤 성 밑의 저장 성(절강 성)에, 5대 10국 시절 오월(오와 월의 합칭이 아니라, 그냥 나라 이름이 오월입니다)이라는 나라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이 나라를 세운 시조 전류가 바로, 소금 장사로 큰 부를 모은 경우죠.

보통 여행 서적을 보면 인문적 통찰이 그리 두드러지지 않은 채, 간단한 느낌이나 흔한 통념만 적고 예쁜 사진만 가득 채우는 일이 많습니다. 사실 우리들도, 어딜 여행 갔다 하면 "남는 게 사진이다"며 이런 태도에서 거의 벗어나질 못합니다. 이 책은 사진도 많지만, (앞서 적은 것처럼) 텍스트가 참 많은 편입니다. 지명을 한자(漢字)로 일일이 같이 적어 주는 태도도 친절하고, 저렇게 "소금 염"에 관한 작가의 생각을 깊이 있게 언급하는 것(그러나 이 서평에서 5대 10국 운운은 제 생각이고 작가분의 언급은 아닙니다)도 돋보였습니다.

책에는 무엇보다 "사람"이 넘쳐납니다. 여행길에서 만난 이들, 그 중 며칠을 같이 머무르며 친분을 쌓은 이들, 재래 시장에서 물건을 사며 잠시 스쳐 지나갔을 뿐이지만 그새 깊은 공감을 주고받은 이들... 사진에 잘 담겨진 풍광도 보기 좋지만, 책에서 가장 두드러진 건 못나든 잘났든 구질구질하든 산뜻하든 저마다의 정과 깊이와 색깔을 간직한 사람, 사람, 사람들이었습니다.

사실 사진상의 모습으로는 그런 인상을 안 받았는데(죄송합니다 ㅎ) 작가분은 신신실한 기독교 신도이신가 봅니다. 성함이 물론 이찬양이시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속단할 수 없는 문제인데, 작가는 여행 곳곳에서 큐티를 통해 마음을 다잡고 힘을 얻는 모습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결국 작가분이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그것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어느 곳에서나 서로 통하는 바가 있다(예: 재래 시장의 음식은 싸고 맛있다)." "겉으로 모든 걸 판단할 게 아니다. 누가 중국 땅에서 영어로 능숙하게 말을 걸어 오는 노인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겠는가?"

반면 자신의 지식, 그리고 인식상의 한계를 쉬이 인정하고 반성에 잠기는 모습도 엿보입니다. 지금 이곳은 중국 남부라서, 장쑤 성, 저쟝 성, 그리고 광둥 성까지 죽 내려가다 보면 해협을 사이에 두고 대만이 나오죠. 현지의 지도를 보니 대만은 중국의 성 중 하나로 표시된 걸 보고 놀라는 모습이 나옵니다. 현지인들의 인식 역시 "당연히 중국의 성(省)인 것을 무슨 소리인가?" 같은 반응입니다. 여기서 하는 말이 걸작이죠. "나도 중국에 태어났더라면, 당연히 그렇게만 알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우리가 아는 대로, 대만은 중국의 행정력이 미치지도 못하고, 진입하려면 출입국 절차를 밟아야 하는 별개의 주권 영역입니다. 현실이 그렇습니다.

여행은 분명 나의 한계를 깨치고, 더 나은 자아를 구축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 중 하나입니다. 자전거 하나에 몸을 싣고, 나 아닌 다른 사람, 내 겨레가 아닌 이족의 생활과 풍습을 보고 더 나은 미래와 비전을 도모함은, 우리 누구라도 작은 가슴에 품어 온 하나의 소망입니다. 신중하게 쓰여진 이 책(앞부분은 2007년에 쓰여진, 즉 2007년에 답사한 기록이더군요. 그는 장장 7년 동안 자전거 하나에 의지해서 세계 일주를 마치고 이 책을 이제 펴내기 시작한 겁니다.....)을 통해, 우리는 그 대리만족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의 여행을 대신 떠나 주는 이찬양씨의 후속작, 정말 기대되네요.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        
이름을 말해줘 | My Reviews & etc 2014-11-16 22:38
http://blog.yes24.com/document/7856731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이름을 말해줘

존 그린 저/박산호 역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의 최대 미덕은, 물론 감동적인 이야기 구조의 창조에도 있습니다. 아직 한창 나이들이고, 더군다나 학교 최고, 아니 그 지역 일대에서 최고 킹카로 소문난 남자애가, 얼토당토 않게만 느껴지는 암에 걸려서 곧 죽을 운명이라니, 세상에 이처럼 부당한 일이 어디 있을까요? 살 만큼 산 늙은이들 중에, 남에게 몹쓸 짓을 한 극악무도한 치들도 많을 텐데 말입니다. 천도(天道)라는 게 있으면 그런 것들을 먼저 데려가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대체 그 생떼같은 소년에게 무슨 죄가 있다는 건지요. 그래서 소설 제목은, "인간에게는 무슨. 잘못은 그저타고난 별자리에나 있었을 뿐인가보지." 같은 냉소적, 체념적 어구를 달았던 것이었습니다.

이 소설 <이름을 말해줘> 역시, 존 그린의 진짜 재능이 어디 있었는지를 확연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전작이 이야기상 그 이상으로 비극적일 수 없는, 대단히 부조리한 스토리를 다루고 있었고, 뻔히 예견할 수 있는 주인공의 죽음이란 결말을 영리하게 예비하는 데에 성공했다면, 이 작품은 그 비결을 고스란히 살려 가며, 전작에서 심각하게 상처 받은 마음을 능수능란하게 어루만져 주고 있었습니다. 그 비결이란 바로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존 그린만의 천재적인 말솜씨와 재치입니다.

영미소설의 진짜 매력에 대해 우리 국내 독자들은 간혹 오해하는 바 있습니다. 물론 그들은 고급 문예를 이끌어가는 선두 주자이고, 이미 동양의 그것을 역전한 지 오래인 문예, 그 전통의 어드밴티지를 입어 그 깊이와 우열 면에서도 (솔직히) 우리의 것을 넉넉히 앞지릅니다. 그들 역시 그들만의 정서와 느낌에 갇히는 바 없지 않을 텐데도, 이를 달성하고 남은 힘만으로 지구 반대편의 우리들에게까지 이처럼이나 보편적인 공감을 전달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 존 그린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들의 진짜 강점은 쉴새없이 터져 나오는 고급의 유머와 해학에 있습니다. 물론 이 작품에서 존 그린 특유의 말장난은, 전작에서만큼은 돋보이지 않습니다. 전작의 경우, 감당이 안 되는 최루적 상황이, 현란한 유머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일종의 호조건이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반면, 이 작품 <이름을 말해줘>는 어떨까요? 주인공 소년(결국 전작처럼 초점은 남주에게 놓인다는 것 역시, 아직까지는 눈에 띄는 설정상의 한계이자 여성 독자들의 불만일 것입니다)이 천재형 두뇌를 가진 것으로 나오기에, 또 저들 문화권에서는 재담(才談)의 만발이야말로 정신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하나의 증거로 보기에, 이 소설에서 어느 정도 말의 향연이 펼쳐질 지야 독자들이 그 마음의 준비를 잔뜩 하고 있었기 때문이겠습니다.

냉정히 말해 약간 쉬어가는 작품으로도 보입니다. 존 그린의 작품은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잘 돌아가는 두뇌를 가진 인물을 등장시키는 편을 선호하죠. 전작에서는 비록 조연이나 플롯의 핵심에 기여하는 (노년의) 네덜란드 작가가 나왔었고, 이 작에서는 보시는 대로 (어린) 남주 자신이 그런 인물입니다. 본디 장유유서의 개념이 없는 그들이지만, 여튼 우수한 두뇌의 힘을 빌려서건 (그렇지는 못하나) 순수한 마음의 원활한 작동에 기댄 재치의 발휘이건, 날카롭고 재치있는 언사의 대결 역시, 언제나처럼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존 레논 레터스 | 경제경영/자기계발 II 2014-11-10 00:25
http://blog.yes24.com/document/7851027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존 레논 레터스

헌터 데이비스 저/김경주 역
북폴리오 | 2014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미디어의 발달로 대중의 시대가 본격 개막한 이래, 비틀즈만큼 전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켰던 예인 집단은 아마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밴드를 이룬 4인 중에서도, 특히 사실상의 리더였던 존 레넌은, 뮤지션으로서 이룬 음악적 성취와, 인도주의자, 평화애호가, 그리고 뚜렷한 개성을 지닌 한 인간의 행적, 이 두 가지 면에서 강력한 인상을 당대인, 그리고 후대인에게 남겼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한 정신이상자의 습격을 받아 유명을 달리한 충격적 사건 때문에, 존 레논은 그를 사랑하던 이들 사이에서뿐 아니라, 그를 딱히 사랑하지 않았거나, 무시로 그가 대중을 향해, 정치인들을 겨냥해, 타락하고 폭력적인 세상을 두고 던지던 메시지 때문에, 그를 꺼리기까지 했던 이들에게조차, 깊은 인상을 주었고 특별한 존재로 남게 되었습니다. 최근의 신해철 씨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아직 때가 아닌데 일찍 갔다"고 여겨지는 이들, 특히 예술인들은, 더 각별한 의미로 동시대의 살아 남은 자들 그 뇌리에 새겨지는 지도 모릅니다. 그 죽음의 과정이 안타까울수록, 혹은 불의스러움이 더 깊이 개입했다고 여겨질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어쩌면 그는 이 충격적인 죽음을 통해, 일종의 신화로 남았는지도 모릅니다. 존 레논은 물론 아름다운 목소리, 그리고 그가 남긴 노래들을 지구촌 곳곳의 누구라도 애송, 애창하는 그 범위와 실태만 보아도 알 수 있듯, 인류가 배출한 뮤지션 중 단연 첫째, 둘째의 왕좌에 놓여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는 음악성을 자랑합니다. 그러나 논자에 따라서는, 음악적 역량으로만 따지면 같은 팀의 폴 매카트니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하는 이도 있습니다(물론, 예인의 능력치 순위를 매기는 것만큼 미성숙하고 불필요한 소동도 없다는 점에서, 누구 사이의 무슨 우열을 따지는 일은 진정 무의미합니다). 하지만 매카트니의 그것에 비해, 존 레논의 현재 위상이란 단순 비교가 좀 어려울 만치 높아져 있습니다. 그는 거의,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어떤 위격을 가진 반신(半神)적 존재나 아닐까 때때로 착각될 만큼입니다.

이 책은 존 레논이, 그의 지인들과 연인, 그리고 다양한 관계자들에게 띄운 서신을 모아 놓고, 이를 비평적으로 분석하거나 회고하는 책입니다. 제목이 저렇게 되어 있어서 정말 편지만 모아 놓은 책인가 보다 하고 잘못 생각했더랬습니다. 존 레논의 노래들을 평소에 흥얼흥얼 읊는 이들이라고 해도, 그가 보인 후년의 다분히 정치적인 행보에 대해서는 불편해할 수 있습니다. 아마 그런 사람이라면, 그가 남긴 편지에 대해서도, "또 무슨 설익은 평화주의자 특유의 몽상적 푸념이나 잔뜩 담겨 있을 듯" 같은 오해나 부르기 쉬울 것 같은 겉모습이었죠.



사진에서 보시듯, 책은 제법 큰 사이즈에 두껍기까지 합니다. 펼쳐 보면, 고급 백상지에 천연색 인쇄더군요. 이런 책치고는 값이 비싸지 않은 편이라(비슷한 사양에 3만원대 후반~ 4만원대 초반까지 매겨지는 경우를 많이 보아서요), 아 내용은 그냥 레논의 편지만 줄창 나오겠구나 짐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고, 저자들의 설명과 분석, 주석, 평가가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네요.




그가 보낸 엽서(위에 적었지만 천연색 인쇄라서, 당시 이런 예쁜 엽서가 발행되었구나 같은 눈호강을 독서에 겸할 수 있습니다. 우표도 아니고 민간에서 자유로이 찍을 수 있는 엽서야 하긴 얼마나 많겠습니까만, 이것이 존 레논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실물이 아니라 책에 인쇄된 모습으로도 참 귀하게 여겨지던데요), 편지 여백에 남긴 재미있는 낙서, 그리고 존 레논과 그 주변 인물들을 담은 다양한 시기의 사진들이 실려 있습니다. 이런 도판의 양이 꽤 많습니다. 거의 두세 쪽을 넘길 때마다 두어 컷은 꼭 나오는 비율입니다. 솔직히 보기 드문 이런 컨텐츠를 구경하기만 해도 책 읽기의 본전은 뽑고도 남는다고 생각이 든다는 점에서, "책값이 싸다"는 생각, 다 읽은 후인 아직도 떨칠 수 없습니다. 흐뭇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참 존 레논에 대해 아는 게 없었구나"하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그가 데뷔하기까지 거쳤던 이런저런 업계의 실력자들, 신인 시절부터 전성기, 그리고 사회활동가로서 사실상 전업하기까지 계약 관계에 있었던 업자들과의 사연은, 다른 책이나 신문 특집 기사에서 피상적으로나마 접해 왔었지만, 이 책에는 그보다 훨씬 풍성하고 심도 있는 에피소드, 아니 역사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들려 주고 있었네요. 그래서 이 책은, 인물 평전이자 한 예인을 통해 바라본 단대사라고까지 여겨졌어요.




번역도 세심합니다. 아시다시피 존 레논은 그 무수한 히트곡(이렇게 부르자니 너무 그를 세속적으로만 평가하는 것 같아 좀 삼가지기까지 합니다. 이제는 일종의 경전이 되기도 한 셈인데요)의 가사를 손수 지은, 시인을 겸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가 남긴 짤막한 글귀, 엽서에 적은 소회 등은, 그가 유명인(셀러브리티)이라서 값지기만 한 게 아니라, 어떤 문학적 가치까지를 부여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책에서 알 수 있듯, 그는 간단한 느낌을 친우들과 나눌 때도 예사롭지 않은 감각으로 어휘를 골라 썼습니다. 쓰는 말이 어렵다는 게 아니라. 그 단어를 이런 문장과 맥락에 사용하는구나 하는 생경함, 그리고 감동 같은 느낌이 들게 말입니다. 1960년대 극심한 인종 차별과 사회적 갈등 때문에 사분오열된 미국을 두고(오죽했으면 1968년 대통령 선거에 나선 공화당의 닉슨이 "TO BRING US TOGETHER"를 모토로 내걸었을까요), the disunited states라고 비꼰 대목이 있습니다. 물론 미국의 정식 국호인 the United States를 뒤튼 것입니다. 이 문구를 역자는 "비(非)합중국"이라 옮기고 있습니다. 흐뭇한 웃음이 나왔고, 책 한 권을 꾸려내는 출판사의 성의와 수준을 짐작할 수 있었네요. 독자로서는 고마울 뿐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사람의 거짓말 말의 거짓말 | My Reviews & etc 2014-11-04 12:13
http://blog.yes24.com/document/7846411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사람의 거짓말 말의 거짓말

남재일 저
천년의상상 | 2014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간만에 읽는, 머리가 뻐근해지는 인문, 사회, 그리고 정치 분야를 속속 파헤치고 진단해 주는 담론서(에 가까운 저널)을 읽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어떤 사람 혹은 어떤 말을 두고 "거짓"이라고 규정하는 행동이 아주 큰 모욕이고, 공격이 된다고 합니다. 사회에서 오가는 수많은 말들 중에, 상당수가 (어떤 이유에서건, 또 누구로부터건 간에)"거짓"이라고 불린다면, 그런 딱지붙임이 거짓이든 참이든 간에 비극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이 진짜 거짓이 아니라고 해도, "거짓말이야!"를 외친 이는 간절히 거짓이라 믿고 싶었다는 뜻이고, 진짜 거짓에 불과했다면, 그렇게 태연히 거짓이 통용되는 사회는 어딘가 병이 단단히 들었다는 뜻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자 남재일 교수님은, 거짓말을 두 가지 부류로 나눠서 보고 계신 듯합니다. 첫째는 "사람의 거짓말"이요, 둘째는 "말의 거짓말"입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사람의 거짓말이란 말 그대로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거짓말을 의미한다고 이해했습니다. 부당한 잇속을 차리기 위해 하는 거짓말,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 당장 면전에서 듣기 좋은 언사를 꾸며 댈 때 동원되는 거짓말,... 여기에는 물론, 정치인들, 자본가들이, 무지한 대중,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향해 교묘한 선동, 상징 조작을 할 때 쓰는 수단도 포함되겠습니다. 이런 거짓말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의 각종 현상이나 사건을 볼 때 표피적 관찰에 머물지 않고, (여러 철학자와 사회과학자들이 꾸려 낸 담론의 도움을 얻어) 그 구조의 허구성을 간파할 줄 알아야 한다는 조언을, 저자는 이 책 전체를 통해 우리 독자에게 일러 주고 계십니다.

다만 제가 이 책을 읽으며 내내 시원히 풀지 못할 숙제로 다가 온 건, "말의 거짓말"이 대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우선 저는, 표의자의 진정이 가득 담겨 있는, 그리고 논리적 치밀함도 겸비하고 있는 "말"이긴 하나, 당장 그 말이 표의된 시점에서의 현실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탓에, 현상적 거짓으로 판명되거나, 모순 심화의 하부 도구로밖에 기능하지 못하는 담론을 그리 부르시는 것 아닌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다음으로, 그 말을 이해하는 입장에서의, 고의적이든 그렇지 않든 소통 과정에서 발생한 곡해, 오해를 통해, 결과적으로 거짓이 되고 만 말들을 그렇게 부를 수 있지 않을지, 급한 대로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이 주제어들을 두고 과연 어떤 식의 개념정리가 가능할지, 또 정(定)해진 정(正)답이 무엇이든 간에, 저는 책을 읽고 또 읽으면서, 그 아름답고 우아하게 빚어진 문장에 대해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아한 문장이 흔히 놓치기 쉬운 미덕이, 명료함과 (많은 경우 진정성까지를 그대로 담고 있는) 직설성입니다만, 남재일 교수님의 이 책은 그런 목표들까지도 전혀 놓치지 않고 계십니다. 우아한 문장은 각 문단의 적절한 길이와 내용적 안배가 이뤄져야 돋보이고, 다양한 개념어들이 각기 정확한 의미로서 인용, 원용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은 분들이라면, 인용은 인용대로, 저자분 고유의 주장은 또 그것대로, 참 아름답고도 명쾌하게 구사된 언어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다는 느낌을 받으셨을 겁니다.

그러면서도, 교수님은 분명한 자신의 정치적 주장(그는 누가 뭐래도 이 책에서 정치적입니다)을 전달하는 데에, 조금도 머뭇거리거나 모호해지지 않습니다. 그는 그가 규정하기에 타락한 정치인(여기에는 보수정당은 물론, 현 야당 측의 김광진 의원 같은 이도 포함됩니다)이다 싶은 이들에게, 쓰디쓴 고언을 넘어 준열한 단죄를 서슴지 않습니다(여기에서 그는,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그 유명한 "애정의 결핍"을 끌어오고 있습니다. 특정 세대에게는 사실 너무도 인기 있던 철학자라서, 모를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현재 큰 논란을 빚고 있는 모 사이트의 정치적 활동에 대해서도, 잉여인간의 원한과 좌절을 해소하는 수단으로서 정치적 액션을 취하는 그들에게, 정치적 위상을 부여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경멸과 무시"를 처방합니다(여기에는, 이미 나치 발호 시점부터 그들의 허상과 정체를 꿰뚫어 보았던 라이히 같은 철학자의 담론이 적절히도 원용됩니다).

문장에는 빈틈이 없고(형식, 내용 모든 면에서 그러합니다), 신랄하면서도 때로 유머를 잊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보며, 정말 글이란 (혹시 쓰게 된다면)이런 방법으로 써야겠다는 각성과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직정적 표현으로 시원하게 대중을 대변해 주는 이들도 많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답답한 현상을 타개하려 애 쓰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강력한 논리와 화려한 언변으로 무장한 적수를 시원히 논파해 주는 논객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돈되고 정확한 어휘, 문장, 글월로, 복잡다단한 현상을 그 심연까지 파고 들어가서 이처럼 명쾌하게 규정, 해명, 분석해 주는 글은 근래 참 오랜만에 읽어 보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각 글들이, 어떤 일관된 계획 하에 한 권의 책으로 묶이기 위해서 저술된 게 아니라, 매체에 기회 있을 때마다 기고된 글들을 모은 것이라 더욱 감탄을 자아냅니다. 남재일 교수님께서, 이 가망 없고 출구가 닫힌 듯 암울한 세태를, "한 큐에" 꿰고 정리할 수 있는 종합적 담론을 담은 체계서(體系書)도 가까운 시일에 출판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중) | My Reviews & etc 2014-11-02 20:45
http://blog.yes24.com/document/7844933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중)

마쓰모토 세이초 저/미야베 미유키 책임편집/이규원 역
북스피어 | 2009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마츠모토 세이초는 추리 팬이라면 누구나 들어 알 만한 역작 몇으로도 이미 장르문학사에 업적을 남긴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 책의 편집자 미야베 미유키의 평가가 아니라도, 그의 작품 세계는 막을 하나 하나 걷어갈 때마다 새로운 깊이와 깨달음을 독자에게 선사하는, 사회파 특유의 매력과 향취가 있습니다.

이 2권에 실린 그의 작품들은 꼭 미스테리 장르의 공식을 따르지만은 않습니다. 예컨대 맨 처음에 나오는 어느 형부와 처제의 이야기는, 얼핏 보아 칙칙한 불륜의 내키지 않는 사연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길지도 않은 이 단편을 읽고 난 소감은, 뭐랄까 기존의 정체 모를 체증까지 싹 가시게 하는 통쾌함입니다. 결말이 명백히 비극적으로 마무리되고 있음에도 그러합니다.

등장 인물 하나하나가 범속한 인격이요, 별다른 각성이나 위대함 없는 캐릭터들인데도, 셋이 선택한 결단과 행로는 일종의 숙연함까지 느끼게 합니다. 특히 처제 게이코가 내달은 길은, 겉보기에 지극히 어리석은 청춘의 파탄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그 폭주가 가장 순결한 영혼의 자기 표백이었다는 "진상"은, 오로지 세상에서 단 한 사람만 알고 있습니다. 그 점이 기이합니다. 결국, 가장 고결한 행동과 결단은, 거창하게도 이웃이나 동료, 민족, 혹은 전 인류를 향한 게 아니라, 불륜의 상대 단 한 사람만을 향한 것이라 해도, 또 그 행위자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인이고 연소자라 해도, 얼마든지 현실에서 가능한 것임을, 이 지극히 짧은 단편은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서예 강습>은 중편에 가까운 분량의 본격 미스테리입니다. 그가 잘 쓰는 수법대로 범인의 정체 역시 일찍부터 잘 드러나 있습니다. 그가 일을 저지르고 말 것이며, 또한 그 벌인 사단은 반드시 응보를 부르며 파국으로 치달으리라는 점도 우리는 잘 압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우리는 긴장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예정된 결말을 일찌감치 감지하는 와중에도 우리는 그 미묘한 베리에이션 궤적에서 무망한 일탈을 꿈꾸며 은밀한 쾌감을 추구합니다. 바보 아닌 이상 이런 장르에서 정해진 결말이 있다는 걸 예측 못할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 잡히고 마는 범인의 운명을 두고 상품적 전형성을 탓하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은 내일의 물질대사에서 뻔하기 짝이 없는 흉악한 배설물을 보게 된다는 이유로 당장 오늘의 식사부터 중단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범인, 즉 주인공은 어리석기 짝이 없습니다. 고서점 여주인과 호스테스는 그가 아내로 둔 착한 여인(그러나 매력이 전무한)과 반대 유형이라는 점에서 닮았을 뿐, 그의 인생을 파국으로 몰고 갈 그 어떤 디른 위력도 인격적 명세도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서로 생판 모를 이 두 여인을 자신의 인생 가장 미묘한 지점에 배치하여, 스스로의 인생을 원심 분리할 가장 강력한 진원에 살뜰히 배치합니다. 좋은 직장에다 무난한 성장 배경을 갖춘 그 모든 장점을, 상대와 지향도 딱히 분명치 않은 치정 때문에 다 파괴하고 만 것입니다. 아내는 가장 기묘한 방법으로, 이 모든 배덕에 대해 자신이 전혀 의식지 못한 경로로 "복수"하고 마는 셈입니다.

그는 일견 대단히 투박하면서도, 속내를 알고 보면 지극히 섬세한 기법으로 최상의 효과를 독자에게 안기기 위해 분투하고 있습니다. 작가로서 진정성을 잃지 않고(장르 작가인데도 말이죠) 매 순간 창작과 소통, 그리고 미학적 성취에 전념하는 그의 거장적 풍모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그의 "후계자" 미야베 미유키가 예컨대 <화차> 같은 작품에서, 재미 못지 않게 사회성의 중대한 끈을 전혀 놓치려 들지 않는 모습 역시, 이 같은 그의 면모를 제대로 사사한 흔적이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1 2
진행중인 이벤트
새로운 글
오늘 38 | 전체 443835
2011-08-29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