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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문학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5-10-3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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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즈니스 인문학

조승연 저
김영사 | 2015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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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수 개 국어에 능통하고 심지어 악기까지 자유롭게 다루는 어떤 분을 접하신 적 있을 겁니다. 이 책은 바로 그분이 쓴 책인데, 제목이 "비즈니스 인문학"이군요. 비즈니스와 인문처럼 서로 안 맞아 보이는 코드도 없을 텐데, 최근 기업들의 태도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듯합니다. 인문에 깊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조예를 쌓은 인재가 대접 받는다는 소리입니다. 하물며 이 저자의 지난 경력을 보면, 비즈니스에도 인문적 시야가 깊이 개입해야 성공이 가능하며, 그 정리된 견해가 이 책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을 "세계 문화 전문가"로 자처합니다. 우리가 경영학 배울 때 마케팅의 기초 중 기초가, "글로벌하게 생각하고 로컬하게 행동하라"입니다. 이걸 줄여서 글로컬이라고도 하죠. 처음에는 이 구호가 일부 다국적 기업의 전유 슬로건처럼 여겨졌으나, 나중에는 모든 기업의 실무 지침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각국 문화"의 중요성을 그처럼 역설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도대체 장삿속만 내세워서는 아무리 좋은 아이템, 웨어를 갖고 있다 해도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그 나라 소비자의 니즈 핵심을 꿰뚫으려면, 역사를 알고 문화를 이해하여 정신의 저변에 대한 공감이 가능해야 합니다.

저자는 이미 <이야기 인문학>을 통해, 단어 하나에도 촘촘히 스민 그 민족과 언중(言衆)의 심층 심리를 재미나게 독자에게 전달한 바 있습니다. 그 책도 재미나게 읽었는데, 이 책은 그 전작의 범위를 뛰어넘어 비즈니스와 해당 지역의 속 깊은 사연을 서로 연계한 체제입니다. 비즈니스는 이미 경영이나 장사 같은 한정된 영역을 떠나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형성하는 매개가 된지 오래입니다. 물건 한 번 팔고 나서 냉랭히 관계가 끊어지고, 소비자를 그저 봉으로 여기며 얄팍한 상술이나 부리는 대상으로만 간주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진정성 없는 소통은 더 이상 소통이 아니며,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 비즈니스도 지속될 수 없습니다. 상대를 이해해야 그가 원하는 서비스와 상품을 팔 수 있으며, 지속되는 비즈니스는 상호 이해를 기반으로 삼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 책 저자가 주장하는 "비즈니스와 인문의 일체화"입니다.

요즘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백화점(더 이상 "서점"에 머무르지 않습니다)으로 더 유명한 "아마존"이란 단어가, 사실은 "가슴이 없는 여인들"을 뜻하는 헬라어에서 유래했다는 사실. 아마 어려서 어린이용 신화집만 대충 읽은 독자 정도라면 바로 그 뜻이 이해될 겁니다. "마조스"가 가슴이라는 뜻이죠. 헌데 저자는 이에서 그치지 않고, 왜 그녀들이 배타적 조직을 만들었을지에 대한 이유에까지 상상의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보통 루이 15세는 선왕의 그늘에 가린 조용한 통치자라고만 알며, 그가 남긴 실정의 잔재가 이후 대혁명과 왕조 붕괴의 단초가 된 정도로만 이해하는데, 이 책은 그를 넘어 "카리스마"라는 단어의 의미에까지 천착합니다. 같은 저자의 전작과 함께 연계하여 읽으면 주제에의 더 깊은 공감과 이해가 가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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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5-10-3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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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박종훈 저
21세기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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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프리드먼 교수의 통렬한 우화적 진단은 결국 단 한 마디로 요약됩니다. "조삼모사". 어리석은 자는 당장 뜨거우면 레버를 오른쪽으로 돌리되, 적절히 조절함이 없이, "오른쪽이 절대 선이다!"를 다짐하듯 큰 폭의 핸들링을 합니다. 그 결과는 어떻습니까? 온 몸의 동작 기제가 멈출 만큼의 냉수가 쏟아져 나옵니다. 이번에는 "어마차거라"를 외치며 반대 방향으로 또 한 번의 급격한 전회를 시도합니다. 그 결과는 설명이 필요 없는, 우리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2006년, 빈 구석 없이 그 긴 생애를 남다른 밀도로 매 피리어드를 가득 채웠던 프리드먼 교수는, 백 살을 불과 몇 년 남기고 타계했습니다. 자연인으로 오래 살았을 뿐 아니라, 학계에 데뷔한 이래 거의 언제나 논쟁의 중심에 서 있었던 이 거인은, 그 가열찬 행보 때문에 거의 언제나, 우리의 할아버지, 우리의 아버지, 그리고 우리들의 시대에, 바로 곁에 서서 쓴소리 한 마디를 상시로 던졌던 듯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케인즈다, 힉스(물리학자가 아닙니다)다, 새무얼슨이다, 이런 사람들은 각기 자신의 시대라 불릴 만한 기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래 살기도 살았을 뿐 아니라, 그 긴 시간 동안 내내 끊임 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그 많은 반대자들에 맞서 일일이 논박과 대거리를 펼치고, 그 시간 동안 경제활동인구와 경제정책결정당국의 골머리를 썩게 하고 때로는 안위의 위협까지 가한 그 많은 경제위기에 대해, 일일이 처방을 내놓고 그 시대의 아픔을 함께하려 했던 분이었기에, 우리는 대체 그의 "동시대" 가 과연 어디쯤이었는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그는 올타임 리퀘스트였습니다. 이것은 그가 그 긴 생애 동안 일관된 주장을 해서인 덕도 있지만, 경제이론처럼 유행의 부침이 심한 영역에서, 도대체 올타임 플레이어가 있다는 자체가 있을 법하지 않은 일입니다. 그 긴 시간 동안, 그가 칭송의 대상이었나 하면 그렇지도 전혀 않습니다. 어찌 보면 정부의 존재 이유는, 유연성 있게 통화정책을 폄으로써, 살아 있는 생물처럼 변화하는 경제 상황에 유효적저절히 대처하기 위함인데, 법으로 통화 증발률을 정해 두고 이를 절대 준칙으로 삼아야 한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시류를 따라 주류를 이루는 이론의 유행이 많이도 변화해 왔지만, 그의 이런 준칙주의는 누구나로부터 "까임"의 대상이 되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그를 편들어 줄 만한 학파가 큰 목소리를 낼 무렵에도 심지어 그러했습니다.


책의 저자인 박종훈님이, 본격 학문의 길도 아닌 저널리스트로서 경력의 대부분을 채운 그가, 하필 이 인기 없는 통화주의를 기조로 해서 이 책을 저술한 것도 저는 달리 보입니다. 사실 경제 현실이건 정치 현안이건, 명제화, 공식화된 답은 없습니다. 아이들 말로 "케바케"로 해결하고, 중용의 도를 취하되, 내게운 명분을 그럴싸한 말로 포장하는 게 출세와 인기의 비결입니다. 고지식하게, 단순한 원칙론을 고집하는 자는 어디에서나 외톨이로 몰리게 마련입니다. 누구보다, 현장의 여러 목소리르 듣고, 복잡다단한 세상에 정답이 결코 하나만 있을 수 없음을 잘 아는 기자로서, "답은 통화주의!"를 내세운다는 건 어찌 보면 배짱이 필요합니다. 통화주의란, 일단 한 번 "까 주고 들어가야" 배운 티가 나는, 만만한 샌드백에 가깝다고 극언을 할 수도 있습니다. 분위기가 그렇게나 좋지 못합니다.


책은 참으로 진지한 고민을 털어놓고 있습니다. "그런 우려와 기존의 회의를 몰라서가 아니다. 다만 지금 당장 편하자고 대증 요법을 쓴다 해도, 그 빚은 미래 세대도 아닌, 잠시 후의 우리 자신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몫이 아닌가?" 책이 은근히 암시하고 있지만,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는 사실도 감안해야겠습니다. 비록 시카고가 까이고 있지만, 합리적 기대이론은 지난 반 세기에 이 학문이 확인하고 성취한 가장 강력한 명제와 도구 중 하나입니다. "한 번 한 실수를 두 번 되풀이하지는 않으며, 경험은 다음 예측에서 어떤 식으로건 쓰이게 되어 있다." 예리한 감각으로 움직여야 살아남는 시장에서, 이제는 민간 경제 주체들도 더 이상 연준의 마술, 중앙은행의 전지전능에 위축되지 않습니다. 어차피 수(手)는 가위-바위-보 처럼 단순합니다. 이 단계에서 이 정도 카드가 나올 줄은, 대응하는 쪽에서 머리를 짜 내고 노력하면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판에, 정해진 룰에 의해 발권을 행하든, 소위 재량에 의해 하든, 큰 차이가 과연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왜 이 시점에서 다시 통화주의인가? 아마도 우리가 처음에 예상했던 이상으로, 이 단순한 조언이 엄청난 타당성을 내포하고 있어서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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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기업의 딜레마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5-10-3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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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혁신 기업의 딜레마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저/이진원 역
세종서적 | 200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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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좀 충격을 받아서, 한동안 직장에서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습니다.


지금의 환경을 바꾸어야 살아남는다며, 조직에 대거 혁신을 가하고, 비능률 요소에 메스를 들이대는 노력은 주로 관리자 쪽에서 시도하게 마련이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잘 돌아가는 조직은 보통 "이대로도 해피한데?"를 말하며 대폭적인 개선 노력에 미온적입니다. 잘 돌아가지 않는 조직도, 일단 자기 밥그릇 보전에 골몰하는 과정에서, 혁신을 거부하고 타성에 젖을 수 있습니다. 부하들은 대체로 혁신을 달가워하지 않는 게 보통이고, 이런 반발이 있기 때문에 관리자 역시 그 효과가 확실하지도 않을 개조작업에 마냥 대담하게 나설 수도 없습니다.


리처드("리치") 셰리던은 사실, 엉망인 조직에 관리자로 취임하여 A부터 Z까지 모조리 바꿔 놓은 그런 혁신가가 아니었습니다. 그가 몸담았던 회사는, 최상의 성과를 내는 업계 최강의 경쟁력을 갖춘 곳은 아니었어도, 나름 평균치는 해 주는 건실한 업체였죠(저자는 자기 기준에서 아주 불만족스러운 듯 이야기했지만, 객관적으로 보아 그 회사는 큰 문제가 없는 곳입니다. 독자는 눈치 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리치는 좀 달랐습니다. 그는 이미 10대 시절에 자신의 적성을 일찍 깨닫고 프로그래머의 길을 걸은 사람이며, 학생 시절에도 동급생을 넉넉히 앞질러 가는 공부 외에, 사회 활동을 병행하며 벌어들이는 수입을 주체 못 하는, 최고로 잘나가는 이 분야 엘리트였습니다. 졸업 후 여러 회사를 거치며 그 나이 또래 중에서는 가는 데마다 최고 대우를 받았고, 젊은 나이에 임원 취임을 눈 앞에 둔, 실패를 모르고 달려 온 인생이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주위와 호흡만 잘 맞추고, 40대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현업에서 다소 거리를 둔 채 넉넉하고 안락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급여를 수령하고, 기업 임원이라는 사회적 지위와 위신을 마음껏 누리기만 하면 되는 위치였습니다.


good과 great는 여기서 차이가 나는가 봅니다. 리치는 그 편한, 현명한 길을 굳이 거부하고, 주위와 많은 마찰을 빚는 선택을 감행했습니다. 그는 평소에, 자기가 몸 담았던 회사 내부에서 벌어지는 각종 비능률 요소,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 충족되지 않은 성과 따위에 대해 큰 불만을 갖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건 조직이 완전 단일 인격체가 아닌 이상에야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부작용이고 삐걱거림입니다(최소한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죠). 그런데 리치는, 평소부터 이런 게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의 주범이자 커다란 한이라도 되는 양, "일 못하고 성과 못 내는 조직을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자!"며 일찍이 그 누구도 해 보지 못한 대수술을 조직을 향해 시도합니다.


대체 어떤 변화와 혁신을 조직에 적용하려 했는가? 사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리치 셰리던이 처음 창안한 건 아닙니다. 그는 단지, 평소 자기 조직에 "이대로는 안 된다"며 경험에서 우러나온 많은 문제점을 막연하게 인식하고 있었을 뿐, 구체적인 대안을 조직화하여 떠올리지는 못했습니다. 그가 섬광처럼 영감을 얻은 출처는, 켄트 벡이라는 어느 이론가의 블로그에서 본 내용이었습니다. 이름하여 "익스트림 프로그래밍"인데 그 개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작업 공간 개방하기 : 어느 회사건 부서별로 사무실이 나뉘어져 있고(안 그러면 그게 공장이지 사무실일까요?), 그 사무실 내에서도 개인별로 파티션이 구별되는 공간입니다. 직원은 조용히, 자기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그게 회사가 베푸는 최소한의 배려가 됩니다.

켄트 벡은 이걸 다 없애라고 합니다. 회사가 도떼기 시장이 되어도 좋으니, 직원 간에 정직하고 효율적인 소통이 격의 없이 이뤄지는 게 더 우선이라는 취지입니다.


책의 중간 부분에 나오지만, 이렇게 하면 업무 추진 과정에 문제가 발생했다. 혹은 누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싶으면, 큰 소리로 주의를 전체에 대해 환기합니다. 소통은 그 자리에서 이뤄지고, 전체의 의견 수렴을 거친 후, 다시 진행됩니다. 칸막이가 없으니, 문제의 발생이건 해소건 간에 즉시 전 직원 사이에 정보가 공유됩니다.


2) 종이 카드에 손으로 글씨를 써 가며 프로젝트 관리하기

모든 조직은 정보와 보고가 이뤄지는 라인과 체계가 있습니다. 없으면 그건 조직이 아닙니다. 이게 우리의 확고한 선입견이고 통념으로 간직하는 상식인데, 이걸 다 없애 버리라는 겁니다. 누가 종이에 써서 상황판에 게시하면, 다들 그걸 보고서는 "아 이게 문제구나.","음 저런 게 들어가야겠네."라며 바로 자신의 프로세스에 반영합니다. 책임 소재도 명확해지고, 전체로서의 프로젝트는 유기적 통합성이 향상됩니다. 상사르 통해 윗선에 보고하고, 이걸 검토한 후 타 부서에 지시를 하달하고.. 벌써 늦습니다. 파편화된 부서는 제할 일만 하면 다른 동료에는 무관심이니, 같은 팀, 같은 회사라고 부르기조차 어색할 수 있는데, 익스트림 프로그래밍에서는 이게 다 해소됩니다.


3) 프로젝트는 기간별로 나눠 관리하기


4) 둘씩 짝을 이뤄 업무 진행하기 : 사실 충격적인 건 이 부분입니다. 요즘은 초등학교에서도 개인별 책상배정이 이뤄지며, 둘씩 고정된 자리에 짝을 지어 앉는 건 어색합니다. 개개인의 개성이 중시되어야 자신의 적성에 잘 맞는 아이디어가 도출되고, 사고의 조직적 계발이 이뤄진다는 전제에서 비롯한 건데, 이 확고한 상식을 뒤집어 버리자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더군다나 그의 회사 "멘로"는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입니다. 프로그래머, 개발자들은 남과 떠들썩하게 어울리며 일을 하기보다, 자기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사고를 정리하는 게 보통입니다. 실제로 이 구상을 리치가 (부사장의 위치에서) 직원(잘 알던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제안하자, "미친 소리", "리치, 그건 내 코드입니다. 모르시겠어요?" 같은 반발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보게, 우리는 공개된 주식회사고, 직원이 개발한 프로그램은 회사의 소유, 즉 주주의 소유라고 생각하는데?" "젠장, 이건 내 코드란 말입니다!"


아무튼 화사를 완전히 말아먹을 각오를 하고 이 시스템은 도입이 되었습니다(리치 셰리던은 둘째치고, 경영진도 참 어지간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게 무슨 브라질이나 동남아도 아니고, 미국 실리콘 밸리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이라니).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1) 미국 내에서 성공 사례로 꼽혀, 회사는 자기 일을 할 뿐 아니라, 타 업체에서 견학 온 이들을 위해 일정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지경에 이릅니다.


2) 외국에서도 대학생 인턴을 받아 견습을 시킵니다.


3) 사실 켄트 벡의 초안이 아무리 구체적이었다고 해도, 모든 회사에 만능으로 적용 가능한 완성된 솔루션은 없습니다. 책 후반부에 나오지만, 저자 리치 셰리던 부사장은 그 구체적인 살붙이기 작업을 일일이 현장에서 상황에 맞게 수행해야만 했습니다. 그에게는 이것이 특별한 난제가 아니었는데, 생각지도 않던 "남의 생각"을 "내 조직"에 이식하는 작업이 아니라, 평소 그가 언제나 불만을 느껴 왔던 점을, 마침 좋은원군을 만나 초안 작성의 수고를 던 것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비록 타인, 외부인에게서 영감을 받았지만, 일을 실천에 옮길 때는 완전히 자기 호흡과 리듬으로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4) 직원들은 심지어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월급을 받지 말아야겠어요. 내가 즐거워서 하는 일인데 급여까지 받는다는 게 꺼려지네요."

입이 딱 벌어지는 반응입니다. 이제 회사 일은, CEO에서 말단 직원까지 동질화된 책임감으로 모두에게 다가온 것입니다. 이 책 제목 "즐거움 주식회사"는 바로 여기서 연유합니다. 회사 일이 내 일이고, 업무의 성취가 나의 기쁨인데, 납기일이 늦어지고 품질이 떨어지고, 사고가 나면 책임 회피를 하기 급급하고... 이런 일은 이제 멘로에서는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책의 내용이 사실 모든 면에서 완벽히 검증된 진리는 아닙니다. 저자는 아무래도 자신의 소신을 걸고 이 조직 개편을 추진했고, 그래서 빚어진 부작용들은 책 내용에서 다소 그늘진 자리로 감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회사에서도, 성과를 못 내고 타 직원의 템포를 못 쫓아가는 직원은 밀려나는 게 당연합니다. 다만 재미있는 건, 짤린 직원도 이 멘로라는 회사의 분위기만은 정말 그리웠는지, "내 여길 향해서는 오줌도 어디 누나 봐라!"같은 원한이 아니라, 현재 직장의 상사를 모시고 와서 계약을 성사시키기까지 했다는 에피소드가 이 책에 나와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면에는 "우리 회사도 여기 멘로처럼 만들자구요, 네?" 같은 애교어린 희망이 자리하고 있었다 봐야 하지 않을지요?


책의 구성은 약간 두서없는 편입니다. 저 같으면, 차라리 심풀하게 시간적 순서를 따라 적어 가고, 마지막에 "무엇이 문제였는데, 이렇게 해결되었다"고 전체를 요약 정리하는 식으로 책을 적었을 겁니다. 하지만 워낙 책의 내용, 저자의 증언이 충격적이라 다른 생각 할 겨를 없이 책 내용을 따라가는 독서가 되었습니다.


리치 셰리던은 제가 앞에서도 말했지만, 전문 프로그래머로 커리어를 시작한 사람이지 경영자가 아닙니다. 이 책은 지금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의 특성이나 현황에 대해 적은 책이 아니고, 일개 프로그래머 출신이 여태 어느 산업사회에서도 존재하지 않던 조직 형태를, 그럭저럭 돌아가던 중견 업체에 적용해서 큰 성공을 거둔 경영 혁신 사례를 소개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기술 개발보다 더 어려운 게 조직 혁신입니다. 사람들의 타성이나 관행은, 물리적 한계보다 더 완강하게 현상을 유지하려 들기 때문입니다.


이노베이션은 확실히, 인적 자원의 자발적인 흥(興)을 돋우는 데서 이제는 그 원천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직원들이 이처럼 "즐거움"이란 동기로 업무에 헌신하는 모습은 일종의 경이에 가깝습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책 후반부에 나오듯 리치 셰리던은 일일이 수작업으로 회사 조직 개편의 세부적인 상황까지 손수 점검하고 기능적 개선을 이뤘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우리 기업들이 시사받을 점이 혹 있다면, 역시 디테일은 각 회사의 형편에 맞게 새로 짜 나가야 한다는 점이겠습니다. 이 익스트림 프로그래밍 체제를 수용한다 해도, 멘로에서 쓰던 알고리즘을 그대로 이식하는 건 아마 큰 부작용이 따르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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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부여의 기술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5-10-3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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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동기 부여의 기술

나이젤 니콜슨 등저/박세연 역
21세기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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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생각, 의지의 주인이 아니라고 어느 순간 판단이 된다면, 사실 그것만큼 무서운 일도 없을 듯합니다. 명백하게 외부의 강요에 의한 상황이야, 그를 벗어난 후 취소를 하면 그만입니다. 반면, 내가 TV룰 시청하고, 영화를 관람하고, 쇼핑을 하면서 내리는 결단, 선택이, 알고 보니 교활한 상인, 영리한 기업의 농간에 놀아난 것이었다면? 불쾌감을 넘어 불안까지 생깁니다. 별 필요도 없는 곳에 돈을 지출했다는 자책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나의 기호, 나의 취향이, 고작 외부적, 혹은 생리적(이 역시 외부에 의해 조작된) 자극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면, 대체 나(최소한 "나"의 일부)는 누구이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정한 자아의 소산인지 근본적인 회의가 닥치는 것도 당연합니다.


저자 데이비드 루이스는 "뇌" ,"인간 심리", 그리고 "구체적인 구매 결정" 사이의 연관 관계를 파헤치는 "뉴로마케팅"에 탁월한 업적을 남기고 있는 분입니다. 뉴로마케팅을 주제로 한 책은 요즘 여럿 나오지만, 이 책은 1) 현재 최신의 연구 성과가 빠짐 없이 제시되어 있다. 2) 광고에 관한 그 최초라 할 시기에 대해서까지 다루고 있다. 3) 다루는 주제의 무게에 비해 재미있게 적혀 있다. 이 세 가지 점에서 뼈어납니다. 이런 좋은 점을 두루 갖출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저자가 이 분야 최고의 권위자란 사실이 크게 작용했을 겁니다.


광고의 정의는 무엇인가? 서양인들은 어느 분야에서건 흔히 "이성"의 중요성만을 강조한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한국 전 당시 맥아더를 만난 눈물을 펑펑 쏟았다는 모 인사의 모습을 두고 "한국인들(나아가 동양인들)은 터무니없이 감정적이다."라며 비웃었다는 이야기가 있죠. 그런데 광고란, 대중의 감성에 특히 호소해야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먼저 발견한 것도 이들입니다. "광고란, 종이에 인쇄된 세일즈맨십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오늘날 당연하게만 여겨지는 이 사실을, 그리 당연하다고 여겨지 않았던 전 시대의 통념은 그럼 무엇이었을까요? "광고란, 제품에 대한 정보를 사실적으로, 정직하게 전달하는 작업이다. 소비자의 이성에 호소하기만 하면, 광고는 그 할 일을 다한 것이다."


어찌 보면 사고의 퇴보, 도덕의 타락처럼 들리기도 하는 시대의 변천(이라기보다 그에 대한 뒤늦은 깨달음 내지 환멸)입니다. 정직한 말보다 달콤한 사탕발림이 우선이라는 암시도 되니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선택 중 대체 얼마 정도가 사탕발림에 혹한 결과이며, 어느 정도가 이성적 판단, 독립된 나 자산의 선택인지 아는 건 중요합니다. 1) "파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라는  이 시대의 모토처럼, 생존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이며, 2) 나 자신만이라도 외부의 자극이 아닌, 이성적으로 나 자신만을 위한 소비를 하는 데에 필요한 정보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우리에게는 뇌가 두 가지 있다."고 말합니다(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을 받은 게 이 진술이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아는, 머리에 자리잡은 그 뇌요. 다른 하나는 장 부위에 자리한 신경계입니다. 우리는 머리가 시키는 대로도 반응하지만, 장이 시키는 대로도 따라서 한다는 말입니다. 감정적으로 상처를 받거나, 기대가 배신 당했을 때 속이 쓰리다거나 한 건  "유령 감각"처럼 착각의 소산이 아닙니다. 실제로 "거기에서" 무언가를 두고 감각과 의사의 중추로 작용하는 "또 하나의 뇌"가 느끼는 것입니다. 식욕을 절제 못하고 쉽게 먹어서 살이 찌는 사람은. 비유적 의미가 아니라 실제로 배와 뇌가 싸워서 배가 이기는 횟수가 더 많은 사람입니다.


광고란 바로, 이 불가사의한 생리작용, 감성적 반응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배"를 공략하는 작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식역하 광고"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실까요? 식역이라는 말은 한자로 識閾이라 쓰며, 우리의 인식 범위를 지칭합니다(역치 이상의 자극이라고 할 때 그 "역'입니다). 이것을 벗어나는 부위를 자극해도, 우리는 그것을 알아차린다는 결과가, 여러 연구, 그리고 직관을 통해 이미 알려져 있었습니다. 1957년 제임스 비케리는 사람들이 채 알아챌 수 없는 짧은 간격으로 스크린(영화가 상영되고 있는)에 여러 번 "코카콜라", "팝콘" 같은 메시지를 쏘아서, 이를 본(볼 수 없었으나 어떤 경로에서인지 "본") 이들에게 해당 상품을 구매하도록 "조작"한, 당시로서나 지금이나 혁신적인(그리고 충격적인) 광고(과연 광고라고 할 수 있다면요) 기법을 공개하여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공공의 적이 된 그는 잠적했다가 몇 년 뒤 돌아와서는, "식역하 광고란 유명세를 타 보려고 거짓을 과장했을 뿐이었다. 그런 개념은 존재할 수 없다."며 고백 반 발뺌 반의 의사표명을 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지식 수준이 일천했던 그가 그 위험성, 위력을 제대로 이해했건 그렇지 않았건 무관하게, 식역하 자극이란 실재하는 개념이고 실체"라고 확언합니다. subliminal에서 limin-라는 어근은, 저 위에 적은 閾과 의미가 같습니다. 한자나 영어(라틴어 어근)나 모두 "문지방"이라는 뜻입니다.


인간의 감성적 결정을 관장하고 구체화하는 부분은, 현재는 감각시상(sensory thalamus)과 섬피질(insular cortex, 더 흔히 쓰는 lobe라는 용어를 적용하면 뇌섬엽이라고도 합니다. "섬"은 한자가 아니라 우리말 섬 그것입니다)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슈퍼컴퓨터보다 강력합니다. 슈퍼컴보다 더 많고 효과적인 연산을 할 수 있고, 슈퍼컴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의 연료를 소비합니다. 수백만 년 사이에 걸쳐 실로 신비하게도 진화해 온 뇌에 대해, 그것을 쓰는 우리 자신도 아직 작동 기제의 실체나 구조를 모르고 있습니다. "모른다"는 의미는, 이성의 존엄한 본질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이고, 이성과는 전혀 별개의 영역에서 거의 반대 성향의 게릴라전을 효과적으로 펼치는 "감정, 생리, 욕구"의 부분에 대해서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분명한 건, 과거에 성공한 광고의 사례는 이 영역을 아주 효과적으로 공략했었기에 성공했고, 그렇지 못한 건 그 "숨겨진 뇌"를 제대로 파고들지 못해서 실패했다는 사실입니다. 과거 슈퍼볼 결승전에서 광고한 애플 매킨토시의 경우, 경영진은 한결 같이 "1984의 모티브를 채용한 새 광고"에 대해, 소기의 전달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며 낙제점을 주고 기각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없고 괜히 광고비를 날릴 위험에 처하자 그대로 집행했는데, 이것이 사상 초유의 대박을 치고 오늘까지 전설적 사례로 남았습니다. 광고의 본질은, 가장 물건을 팔아야 할 필요가 절박한 판매자조차 확실히 판단할 수 없는 곳에서 그 성패를 좌우하는 것입니다.


이 책에는 카너먼의 행동 경제학 원리부터 해서, 뉴로마케팅에 대해 거의 담을 수 있는 이야기는 다 담고 있습니다. 과거로부터의 사례가 풍부하며, 정보의 나열이 아닌 권위자의 진단, 스토리가 뚜렷하므로 독자가 어떻게 읽어도 배울 게 있습니다. 한 권만 읽어야 한다면 이 책을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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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빌딩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5-10-3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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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팀빌딩

William G. Dyer 저/강덕수 역
삼성북스(삼성실업) | 2014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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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부터 한국 직장에도 연공 서열, 직제에 얽매이지 않는 일종의 "계급 파괴" 바람이 불었습니다. "OO부 XX과"라는 소속 대신, "∆∆ 팀"과 같은 성과 위주의 유닛이 일상화되었죠. 심지어는 공식 직제가 큰 의미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팀제나 다름 없는 구조였던 중소기업이나 영업팀 같은 곳에서도 (그 실질이야 어찌되었던 이름만이라도) 이를 따라했습니다. 이런 트렌드에서 완전히 무풍지대일 것 같은 공무원 사회, 공기업에서도 현재는 "태스크 포스"제를 흔히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팀 개념"은 자유로운 개인을 기본 단위로 하는 서구 사회에서 그 효용이 극대화할 수 있는 제도지만, 한국이나 일본 같은 유교, 농경사회적 전통을 보유한 곳에서 오히려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면도 있습니다.

본디 서양은 "슈퍼맨"을 지향하면 했지, 집단에 개인을 매몰하는 문화는 기피하는 편입니다. 그런데도 막상 팀을 짜서 일하면, 동양인들(공, 사 불문)보다 더 높은 효율을 내곤 합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의 성향이 "팀 활동"에 맞아서가 아니라, "팀"을 잘 짜고 잘 굴러가게 하는 방법을 깨우쳤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런 "팀" 중에서도,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임무(여기에는, 개인 단위로는 아예 성취가 불가능한 것도 포함됩니다), 도무지 달성이 불가능한 높은 실적을 올리는 "드림팀, 슈퍼팀"이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드림팀이 슈퍼팀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모든 드림팀이 다 슈퍼팀이 되는 건 아닙니다. 슈퍼팀은커녕, 평범한 팀보다도 못한 성과를 내고 온갖 비난을 다 받는 드림팀도 많았습니다. 이렇다면, 구성원의 능력이 탁월하다고 해서 그들로 이뤄진 "팀"까지 잘하란 보장은 없다고도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불가능한 일, 최소한 남들이 전혀 바라보지도 못했던 일을 해 내는 팀은 어떤 비결을 가지고 있을까? 이 책은 그에 대한 일반적인 답을 내기보다, 최근에 존재했던 슈퍼팀의 성공 사례 7가지를 제시함으로써, 독자가 자신의 상황에 응용할 수 있는 답안의 pool을 제공합니다. 각 챕터는 "슈퍼팀" 하나씩을, 경영 분야뿐 아니라 군사, 대중문화, 스포츠 경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선택하여 그 구체적인 성과의 경위를 자세히 풀어주고 있으며, 챕터 말미에는 이로부터 추출할 수 있는 교훈을 명제 형식으로 정리합니다.

첫째 장에는 픽사의 사례가 나옵니다. 제 생각에는, 첫째 장에서 굳이 이들을 다룬 데에는 저자의 분명한 동기가 존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픽사의 예에서 우리가 반드시 살펴야 할 것은, "대체 왜 팀이 필요한가"하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공동의 목적이 없다, 팀을 꾸려서까지 이뤄야 하는 열정의 대상이 없다면, 처음부터 팀제를 검토해야 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죠. 또한, 활동 영역이 아무래도 예술 분야다 보니, 영화를 위해 일을 하느냐(-돈을 버느냐), 그 반대로 돈을 벌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만드느냐 같은 기초 인식에서 혼란이 올 수 있습니다. 이 "팀 픽사"의 예에서 금전적 보상은, 빼어난 개인의 동기 유발을 위한 하나의 장치에 불과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뒤 챕터들에서도 나오는 포인트이지만, 너무 단결이 잘 되고 대외적으로 순조롭기만 한 팀도 지속성 이슈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적절한 긴장감은 팀의 건강성 면에서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테니스에 데이비스 컵이 있다면, 골프에서 국가(미국 대 유럽의 형식입니다만) 대항전으로는 라이더 컵이 있습니다. 그런데 테니스에는 복식이라는 형식도 있지만, 골프에서는 압도적으로 개인 단위의 시합이 주류 포맷입니다. 게다가, 골프는 그 어느 스포츠보다 개인 멘탈 조절의 비중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이로 인해 직업 골퍼들은 극도로 예민한 감정적 성향을 보입니다. 이런 골퍼들로 한 팀을 꾸린다면, 팀웍이니 매니지먼트니 하는 게 타 종목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렵게 꼬입니다. 그런 면에서 콜린 몽고메리가 중심이 되어  2010년 라이더 컵 대회를 위해 결성했고, 결승전에서 미국 팀을 맞아 극적인 승리를 거둔 사례는, 경영학적 측면에서도 여러 시사점을 줍니다. 우리가 지금 피파 월드컵을 보면서도 알 수 있지만, 개인기가 능숙하다고 반드시 팀에 적시적소의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며, 단 한 번의 슛으로 팀의 운명을 좌우하는 승부차기를 잘 해내는 것도 아닙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선수들로 이뤄진 팀일수록, 그에는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콜린 몽고메리는 그 자신이 필드 멘털의 달인이었고, 이런 체험과 소신, 강렬한 스타일로, 상대에 비해 그닥 강하다고 할 수 없는 전력으로 승리했습니다. 특히 그가 타이거 우즈에 대해 코멘트한 걸 눈여겨 볼 필요가 있더군요.

전쟁은 개인의 힘으로 할 수 없습니다(전쟁이 꼭 필요하다는 게 아니라, 이미 터진 전쟁이라면 그냥 손 놓고 패배하는 게 최상의 선택이 결코 아니라는 점에서, 전쟁의 "승리"는 필요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라도, 한 명(혹은 소수)의 힘으로 수행할 수 없는 게 전쟁이요, 평화시에는 이 전쟁의 축소판이 될 수 있는 게 범죄자 소탕, 폭력 진압, 인질범으로부터 인질 구조 같은 작전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세번째로 다룬 게, 1980년 주영(駐英) 이란 대사관에서 이란 내 쿠제스탄 분리주의(이란은 다민족 국가이므로 이런 위험이 상존합니다)자들의 인질극이었습니다. 여기서 영국 툭수부대 SAS는, 놀라운 능률과 과감한 작전, 치밀한 계획으로 인명 손실 0에 가까운 성공을 거두었고, 이후 SAS는 영국군 뿐 아니라 전세계 군사조직 중 최고의 명예를 상기시키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시사하는 교훈은 강렬했는데요. 최고의 팀은 결코 개인의 개성을 죽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잘난척하고 누구와도 비길 수 없는 탁월한 재능을 과시하고, 더 날카롭게 갈고 다듬을 것으로 조장됩니다. 그러면 과연 팀이 유지가 될까? 이 스쿼드는, 워낙 빼어난 개인들이 모였기 때문에, 스킬이나 체력만으로는 분명한 우열이 안 갈라집니다(구테여 가를 필요가 있다면 말이죠). 따라서, 조직원으로서 추앙받을 수 있는 기준은, 같은 동작을 수행해도 그 동작이 가능하면 팀을 위한 것으로 선택할 수 있느냐입니다. 잘하는 건 누구나 다 잘합니다. 더 잘하는 팀원은, 같은 노력을 들여도 팀의 다른 구성원이 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선택한다는 점을, 우리는 이 사례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팀 때문에 개인을 죽이는 우를, 이 슈퍼팀은 결코 저지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많은 "엉터리 팀"은, 무능한 팀원을 피곤하게 만드는 우수 팀원을 기를 쓰고 끌어내리려고만 들기 때문에 망하는 것입니다. 우수한 팀은 결코 개인을 죽이지 않습니다.

그룹 롤링 스톤스는 비틀즈와 대조되는 컬러로도 유명하지만, (그 음악적 성취의 레벨은 별론으로 하고) 비틀즈와는 달리 지금까지도 멤버가 거의 다 살아 있으며, 개인 단위로 활동하기보다(이 정도 나이면 팀은 고사하고 개인 단위 활동도 어렵습니다. 물론 롤링스톤스의 이 빼어난 멤버들은 개인 활동도 합니다) 여전히 팀을 이루다시피 한다는 점에서 놀랍습니다. 더군다나, 뮤지션들이야말로 세상과 융화를 못 이루는 가장 극단적인 개인주의자들임을 고려하면 경이로운 일이죠. 우리가 잘 알지만 믹 재거니 키스 리처즈니 하는 사람들이 인간성은 또 좀 괴팍한 사람들입니까. 그런데도 무려 반 세기를 잘 "굴러 온" 비결이 과연 무엇인가? 실제로 이 책에 나온 바로도, 믹과 키스는 불과 얼음이라 할 만큼 상극이었더군요. 여기서도 알 수 있는 게, 그런 사람(들)은 그렇게 제 스타일대로 하게 내버려 두는 게 하나의 요령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은근히 강조한 건, 로니(론) 우드의 조정자 역할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개성이 내 개성과 실제로 충돌만 안 한다면, 그냥 보기 싫다는 이유로 태클을 걸지는 않는다는 게, 이 무지막지한 개성이 모인 팀이 그리 오래도록 굴러간 비결이라는 거죠. 이 챕터는 "공연은 열심히 하는데 돈을 못 버는" 초기의 실패에서 시행 착오를 거쳐, "인기와 공연 성공을 고스란히 수입으로 연결시키는" "사업 단위로서의 롤링스톤스"가 커 나가는 모습도 알려 줍니다(이 책의 주제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흥미로운 대목).

요즘 잠잠한 동네가 있습니다(더 시끄러워진 우크라이나, 이라크 같은 데도 있지만). 바로 북아일랜드입니다. 요즘 "신페인당"이니 IRA니 하는 말은 아예 뉴스에 안 나옵니다. 이유는 바로 지난 세기말, 벨파스트 협정(=굿 프라이데이 협정)이 잘 체결되어, 더 이상 싸우지 않고 평화로운 공존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이 백년(최소한으로 잡아서요) 불구대천지 원수들이 이런 극적인 화해에 다다를 수 있었을까요? 토니 블레어 행정부가 구사한 전략은 1) 상대를 악마적인 모습으로 만드는 일을 중단 2) 그 자리에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이미지를 대신 채움 3) 같은 자리에 나란히 앉되, 억지 화해가 아닌, 대립하는 현실의 긴박함도 상기하게 함 등의 모범적 수순이었습니다. 원칙은 알아도 실천이 어려운데, 토니 블레어 팀은 분리주의와 연방주의 세력 대표자들을 한 데 모아, 이들을 "평화'라는 공통 목표를 추구하는 "팀"으로 새로 만들었습니다. 팀은 이처럼, 종래의 피아 구분을 극복하는 인식상의 도약을 이루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도 배울 수 있는 바는, 억지로 개성을 누르는 선택은 필패로 이끌어진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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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네트 탐정사무소 | My Reviews & etc 2015-10-30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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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바르네트 탐정 사무소

모리스 르블랑 저/바른번역 역/장경현,나혁진 감수
코너스톤(도서) | 2015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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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를 받지 않는 탐정! 사실 탐정 아니라 그 누구라 해도 속된 말로 흙 파먹고 살 수는 없는 까닭에, 자신의 서비스에 대한 페이를 안 받고 지나칠 수는 없습니다. 예전에 홈즈 시리즈를 보면 어느 작품에서건 "계산을 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습니다. 금전 문제를 들먹이는 구차한 장면을 구태여 삽입하지 않아야 탐정의 품위가 올라간다는 고려였을까.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The Adventure of the Retired Colourman>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르블랑은 이 작품에서 "보수를 안 받는 탐정"이란 컨셉을 노골적으로 걸고 있습니다. 작가를 대변하는 캐릭터 뤼팽은 소설(이 작품 말고도)의 곳곳에서 다소 "반체제적인" 대사, 설정, 인물들의 거동을 삽입하고 있습니다. 벌써 "의로운 도적"이라는 컨셉부터가, 체제의 기능이 잘 작동하지 않는 근본 모순을 설파하고 있는 거죠. 정의로운 사회라면 이런 존재가 설 땅도 없고, 그가 타겟으로 삼아 마땅한 검은 권력, 부패한 부호가 암약할 여지고 없습니다. 그래서 형사 베슈(체제의 수호 조직을 상징하는)는 처음부터 바르네트 탐정을 수상쩍게 본 것입니다. "보수를 받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사건을 처리한단 말인가?" 직업인이 보수를 받지 않는다면, 어떤 식으로건 그는 반역, 반체제를 도모하고 있다는 결론에, 노련한 베슈는 단숨에 도달했던 거죠.

이 책에는 모두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뤼팽의 초기작들에 등장한 가니마르 경감처럼, 베슈 역시 다른 사건에서는 남다른 능력을 발휘한 민완 형사로서 명성을 쌓았으나, 유독 뤼팽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사이드킥 아닌 사이드킥" 같은 존재입니다. 요즘 물리학에서 "국지성(locality)"의 파괴를 암시하는 어떤 실험 결과가 발표되어 큰 화제가 (새삼) 되고 있지만, 이 책에 실린 작품 <조지 왕의 연애 편지>에서도 "두 곳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문제가 핵심의 트릭을 이루고 있습니다. 뤼팽의 비판자들이 언제나 지적하는 바대로, 뤼팽이 아니면 도무지 "재연"이 불가능한 트릭이 쓰인다는 게 문제이긴 합니다. 여튼 뤼팽의 독자들이 언제나 느끼는 바처럼, 결말은 통쾌하고 독자의 설렘은 만족을 얻습니다.

사실 뤼팽의 활약에는 언제나 기적과 우연이 개입해 그의 발길을 가볍게 합니다. 이 역시 비판자들에게는 좋은 빌미를 제공하는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 <메이탄테 코난>에서 쓸데없이 죽을 고비에 자주 처하다 어처구니없이 잘도 살아나는 주인공(들)처럼 말입니다. 중요한 건 그런 반칙성 도움을 받으면서도, 최대한으로 그 행운을 이용하여 반전과 압승을 도모하는 그의 능력입니다. 마치 "행운도 사나이의 실력"이라는 금언을 입증이라도 하듯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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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의 대죄(3권) | My Reviews & etc 2015-10-2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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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1의 대죄 3

로렌스 샌더스 저/최인석 역
황금가지 | 2006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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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 어설프게 대니얼에게 돈을 뜯어 내려는 수작을 부렸던 경비원 립스키(모든 공동 주택 입주자들은 이런 자를 경계해야겠습니다)는, 마침내 델러니 지서장(경찰인 줄은 꿈에도 모릅니다)과 만나 그에게 큰 도움을 줍니다. 델러니는 결정적인 범죄 증거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나, 위법으로 수집한 증거가 법정에서 아무 효력이 없다는 사실은 민완 수사관인 그가 모를 리 없습니다. 충분히 유죄 증거를 확보하지 못 하고 범인을 잡아들이는 시도도 무리인지라 일단 궁리와 관망 태세를 유지하는 그이지만, 내심 델러니 지서장을 괴롭히는 사정은 하나가 더 있습니다.

"이 자는 대체 무슨 동기로 범행을 저지르는 건가? 지금 심리 상태는 어떠할까?"

이런 의문에 대해 말끔한 답을 얻기 전까지는, 델러니 지서장은 끝내 패배자의 찜찜한 기분을 떨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우리 독자가 지켜 봐 온 것처럼, 살인마 대니얼 G 블랭크는 대단히 거동이 침착하고, 직무 수행에 있어 유능하며, 겉으로 보아 흠 잡을 구석 하나 없이 선량한 시민입니다. 1권부터 내내 드러난 바이지만, 그는 무질서와 혼란에 대해 그 자신만의 관점과 기준으로 깊은 혐오를 갖고 있으며, 그 자신의 힘이 자라는 범위에서 이를 바로잡으려는 강박감까지 지닌 자입니다. 이런 그의 갈등과 자기애가, 마성의 남매 셀리아와 토니를 만나 실로 엽기적인 방법으로 그 표출의 출구를 찾은 것이죠. 그는 죄 없는 이들을 죽이며, 사랑과 교감으로 가득한 소통을 이룬다고까지 믿었으며, 그 체험담을 셀리아에게 남김 없이 들려 주고, 일종의 교사인 그녀에게 평가까지 받습니다.

델러니 지서장은 이런 살인자의 심리를 마침내 간파하고, 즉각 물리력을 발동하여 그를 검거하는 대신(어차피 법정에서 기소 유지, 유죄 판결에 별 도움도 안 될 터이므로), 냉정하고 영리하기 그지없는 블랭크를 놓고 심리전을 펼치기로 작정합니다. 죽은 피해자들이나 그 가족에게서 전화가 걸려 오질 않나, 크리스마스 카드가 도착하질 않나... 혹 경찰이 냄새를 맡았다면 즉각 구속이나 수색 시도로 압박을 해 오리라는 게 (지극히 이성적인) 블랭크의 추측인데, 누군가의 장난인 양 터무니없는 사태가 전개되는 꼴이 오히려 그를 미치기 직전까지 몰아가고, 바로 이것이 비범한 수사관인 델러니가 둔 신의 한 수였습니다.

자, 그럼.... 기어이 결말에서 델러니는 승자가 되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델러니 지서장은 대니얼 블랭크의 가장 깊은 마음 속까지를 꿰뚫어 보고 완벽에 가까운 대책을 세운 후 이를 침착히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변수가 생기고, 두 명(혹은 세 명) 희생자가 더 나오며, 교외에서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 만한 대소동이 터지고서야 사건은 마무리됩니다. 기이하게도 살인자 블랭크는 죽음 직전에 이르러 거의 고행자 수준의 법열, 깨달음을 경험하고 평온한 최후를 맞는 반면, 델러니 지서장은 살인자 블랭크만큼이나 자신이 "오만"이라는 죄를 범하고 있었음을 깨닫고 끝없는 회한에 빠집니다. 죄의식도 느끼지 않은 채 엽기적인 범죄를 저질러 온 악마는 구원(?)을 얻은 반면, 마침내 정의를 실현한 질서의 수호자가 양심의 가책에 오히려 영혼을 사로잡힌다는 결말이, 죄와 도덕의 경계에 대해 독자로 하여금 깊은 성찰의 계기를 갖게 하더군요. 


모니카 길버트 부인의 분노에 찬 일갈과 액션(?)이 오랜 동안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당신처럼 비열한 사람은 처음 보는군요. 그 사람은 결국 정신에 병이 든 불쌍한 사람 아닌가요? 죄를 지었으면 잡혀 가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면 될 것을, 어째서 그런 정신적 고통을 겪게 하는 건가요?"

이는 용서, 관용의 단계를 넘어, 평범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이해와 도덕의 수준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잘 보여 주는 대사였다고나 하겠습니다. 델러니 지서장은 결국 바바라가 죽고 난 후 모니카와 맺어진다는데, 이 역시 죽은 부인이 생전에 남긴 말을 그대로 따른 것일 뿐입니다. 살인마 블랭크는 끝까지 델러니의 존재를 확인 못 한 채 죽지만, 델러니 지서장은 이 엽기적 범죄자의 영혼에 대해 속속들이 파악하고, 마치 그의 후견인이나 된 양 사태의 진행을 (거의) 장악하죠. 이런 멋진 플롯의 고안이, 작가의 심오한 주제의식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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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의 대죄(2권) | My Reviews & etc 2015-10-2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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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1의 대죄 2

로렌스 샌더스 저/최인석 역
황금가지 | 2006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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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 작가의 세심하고도 원대한 통찰은, 그것이 어느 장르에 담겨 있건 찬연한 빛을 발합니다. 요즘 봇물 터지듯 나오는 범죄 스릴러들이 갖가지 종류의 범법자, 정신병자, 그리고 상처 입은 영혼을 다루고 있지만, 몇 권 읽다 보면 금세 익숙한 패턴에다 예측이 뻔한 이야기들에 녹아 있던 캐릭터들이라 독자 입장에서는 쉬이 지겨워집니다. 반면 로렌스 샌더스의 이 명작은 무려 1970년대에 나온 작품인데도, 요즘 우리가 접하는 그 흔하고 숱한 스릴러들이 갖춘 미덕을 모조리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읽는 재미마저 압도적이며, 스릴러물(혹은 어떤 다른 장르라도)에 엑세서리처럼 부착되어 있는 여러 미장센에 들인 공력마저 3류가 감히 넘볼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해 있습니다. 작가가 생전에 누렸던 명성의 근원이 어디였는지 여실히 깨닫게 해 준 작품이었습니다.

이 2권에선(즉 chapter 5~7) 델러니 지서장의 비중이, 그가 쫓는 악마인 연쇄살인마 대니얼 G 블랭크의 그것보다 훨씬 큰 편입니다. 1권(즉  chapter 1~4) 초반부에서 블랭크의 심리와 행보가 그 가장 깊숙한 면까지 촘촘히 다루어지고, 이 기이한 사내의 (나름) 고혹적인 심상과 동선이 독자를 사로잡았었기에, 2권의 템포와 분위기는 약간의 이물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살인마와 (외모, 정신 모든 면에서) 극과 극의 대조를 이루는 델러니 지서장의 활약이 실로 흥미진진하기에, 독자들은 여전히 딴 눈 팔 여력 없이, 이야기가 뿜어내는 매력과 서스펜스에 자발적 인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흥미로운 주변 인물들이 많이 나옵니다. 살인에 쓰인 도구가 등산용 얼음도끼라는 쪽으로 직감이 꽂혔기에, 델러니 지서장은 등산용품 취급점 등으로 수사 범위를 좁혀 단서를 찾게 되고, 이 과정에서 케이스라는 이름의 남자와 그의 부인을 만나게 됩니다. 케이스는 자타공인 최고의 등산가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을 못 쓰는 장애인이 되고, 삶에 대한 모든 의욕을 상실한 채, 그만을 바라보고 사는 아내마저 함께 최악의 불행에 빠뜨리는 어리석은 선택으로 생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델러니는 듣기에나 좋을 뿐 무익한 사탕발림보다, 한때 최고의 스포츠맨이었을 케이스의 가장 아픈 상처를 찌르는 독설을 퍼부어, 오히려 이 폐인의 동기와 의욕을 되살리는 결과를 부릅니다. 진정성이야말로 사람 사이의 모든 소통의 기본임을 알 수 있게 하는 장면이며, 케이스가 다시 의욕을 찾고 부인과 함께 자신의 남은 가능성을 모색하는 모습은 독자에게 작은 감동마저 안깁니다.

앞서 말했듯 이 2권에는 주인공들만큼이나 개성 강한 조연급 캐릭터들이 여럿 나오는데, 케이스의 전 고용주였던 솔(로몬) 아펠의 유쾌하고 재치 있는 언동은 독자에게 건강하고 큰 웃음을 선사합니다. 한편 무고한 피해자 역시 세 사람이 더 생기는데, 그 중 두번째 피살자의 부인인 모니카는, 이 극악무도한 살인자에 대해 커다란 복수심을 드러내며, 어떤 궂은 일도 마다 않겠다며 델러니 지서장의 수사에 봉사를 자청합니다. 세련됨은 부족하나 시골 여자 다운 강인한 생명력과 도덕성을 지닌 그녀에게, 비록 공과 사의 분별이 철저한 델러니 지서장도 잠시나마 남다른 느낌을 갖게 됩니다(부인인 바바라는 프로테우스 인펙션으로 죽어가고 있음을 다시 상기합니다).

델러니 지서장이 여태 혁혁한 실적을 쌓아 올릴 수 있었던 건 (병상에 눕기 전의) 부인 바바라가 그녀만이 제공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긴요한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덕이었습니다. 이제 간간이 치매증상마저 보이곤 하는 그녀 대신, 서서히 델러니의 마음 한 구석을 채워 가는 모니카 길버트 부인은, 지서장에게 사건 해결을 위해 큰 영감을 안겨 줄(그러리라고야 물론 자신도 전혀 알 수 없었을) 한 마디를 마침내 던지고 맙니다.

"전과가 이렇게 남은 범죄자들은, 다 실패한 범죄자들 아니겠어요? 그런 실패자들이, 이제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경찰의 용의선상에 일일이, 매번 오른다니 가련하기도 하네요."

델 러니 지서장은 이 말에 번개처럼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우리 독자들은 이미 다 알고 있던) 대니얼 블랭크라는 살인마의 신원을 손 안에 넣습니다. 물론 블랭크는 자신의 목덜미를 누가 옥죄어 오는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셀리아와 토니가 눈을 띄워 준 이 완전히 새로운 쾌감과 각성에만 홀려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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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질러 놓고 보자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5-10-2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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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일단 저질러 놓고 보자

손영학 저
글마당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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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의 힘이란 언제나,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천금 같은 발상과 아이디어가 그 창안자의 머리에만 머물러 있는 이상, 현실이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물론 무작정 행동으로 옮긴다고만 해서 성과가 나라는 법도 없긴 하죠. 때로는 "가만히 있었으면 중간은 갔었다"며 주위로부터 냉소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가 지금 지독한 교착 상태(deadlock)에 빠져 있었다면, 어떤 방향에서 어떤 강도의 액션이라도 취해 보는 편이 그에게 유리한 선택입니다.

흔히 한국인의 병폐 중 하나가 "빨리빨리" 집착 증세라고 합니다. 음식점에서건 (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도로에서의 운전 중이건 무관하게, 우리는 빨리 움직이고 빨리 눈을 돌리며 발걸음을 재게 놀리는 게 미덕이자 의무인데, 외부에선 이런 우리 모습에 많은 비판적 시선을 던지기도 합니다. 진심으로 반성해야 할 점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우리들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 때문에, 세계 최빈국 중 하나에서 무역 10위권 안에 드는 잘사는 나라로 성큼 성장할 수 있었다고 볼 수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 "빨리빨리" 문화나 마인드는, 이것저것 불필요하게 재지 말고 곧바로 실행에 옮기라는, 처세상의 유용한 교훈과 원칙으로 얼마든지 재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 손영학씨는, "일단 저질러놓고 보라!"는 다소 도발적인 표현으로, "작심삼일로 망하는" 많은 소심쟁이들을 단호히 꾸짖으며 자극, 독려하고 있습니다. 작심 후 비단 3일이라도 그나마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나은 편입니다. 많은 소중한 계획들은, 3일조차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채 어두운 기억의 저편으로 사장(死藏)되고 맙니다. 모 스포츠 브랜드의 로고처럼 "Just Do It!" 그냥 해버리는 겁니다.

보통은 "말"과 "행동"으로 그 사람의 거동을 이분화합니다. 그런데 저자 손영학씨의 관점은, 그 앞 단계에 "생각"이란 범주를 두고, "생각에 머무른다" → "말로 외부에 표현한다" → "이를 실천에 옮긴다"의 세 단계를 상정하는 것 같습니다. 이 중 2단계인 말로 외부에 표현하는 단계에서, 저자는 "긍정하고, 진솔하며, 간절하고(건성건성이 아닌), 심지어 무모하라"고 주장합니다. 일단 사람이 말을 한번 밖에 내놓으면, 체면 문제이든 금전이 걸려 있든지 해서 책임을 져야 하는 지경까지 갈 텐데,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스킬도 늘고, 배짱도 생기고, 실전 감각도 몸에 배고, 위기 관리 능력도 배양된다는 겁니다.

대신 말은 길게 하지 말라고 합니다. 긴 말을 자신이 하는 건 누구나 즐기지만, 남의 긴 말을 즐겨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거죠. 또 보통 책임을 회피하려는 사람은 "내가 당시 이런 전제나 조건도 달았었다"는 구멍을 마련하는 게 보통인데, 그래서 장광설을 듣는 중에 타인들은 "이 사람 자기 말에 책임을 결국 안 질 사람이구나" 같은 인상을 받기 십상이라는 겁니다. 대담하게, 그리고 긍정적으로, 간결하게, 일단 터뜨리고 저질러 놓고 보라는 게 손 선생의 "실행 화법" 그 요체입니다.

말을 하되 큰 소리로 자신 있게 말하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유려하고 나긋나긋한 말보다, 이런 "냅다 지르고 보는 소리"에 가식이 없다며 더 큰 신뢰를 보인다고 합니다. 그러나 말을 거칠게 해서는 안되며, 온화하고 온건한 내용을 담아야 사람들이 호감을 보인다고도 하네요. 사회 생활을 하면서 다 공감할 말이긴 하나, 우리들이 바로 과감히 실천에 옮기는 데에는 언제나 주저하고 "느려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미울수록 곱게 말하고, 미운 상대일수록 다 털어놓고 솔직해지라고 합니다. 한국인 특유의 "병명"인 홧병은, 사실 소통의 장애에서 비롯하는 바 크다고 합니다. 미운 상대가 아무리 자신을 피곤하게 만들고, 또 대화를 해 봐야 말이 통해 먹을 것 같지 않다 해도, 일단 까놓고 대화를 하며 속에 있는 진심을 다 털어 놓으라고 합니다. 그래서 상황이 더 나빠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서 손 선생은 자신의 으뜸 원칙을 다시 상기시킵니다.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일단 저지르고 보라!" 때로는 복잡한 계산보다 직정적이고 간명한 선택이 모든 교착 상태를 타개하는 "고르디우스의 매듭 끊기"가 될 수 있다는 결론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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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비밀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5-10-26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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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생각의 비밀

김승호 저
황금사자 | 2015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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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현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찾게 되는 상품이 아니라, 도시락은 그만의 별미와 풍취를 찾는 많은 이들에게 친근한 벗과도 같습니다. 격식 갖춘 음식점에서 근사한 식사를 할 (금전적) 형편이 된다 해도, 바쁜 비즈니스맨들에게 이 호사가 언제나 가능한 것만도 아닙니다. 여러 심리적 이유에서, 도시락은 제법 매력적인 선택이 되고 있으며, 이 아이템을 둘러싸고 시장이 제법 번창하는 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김승호 회장은 한국에서 손에 꼽는 부자이며, 거의 빈손으로 시작해서 자신만의 창의와 근성으로 그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 성공담으로 더욱 유명합니다. 이런 분이, 일견 하찮아 보이는 도시락 아이템으로 가장 멋진 대박을 쳤다는 사실은, 젊은 창업자들이 그 눈을 두고 주시해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 잘 알려 주고 있습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다"는 속된 표현이 암시하듯, "먹는 아이템"이야말로 인간 사는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도외시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관심사입니다. "먹는 장사가 결코 망할 리 없다"는 말도 있지만, 수지를 맞추지 못하여 결국 문 닫고 가게 주인이 바뀌는 광경만큼 어느 동네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드물 것입니다. 결국 "먹는 장사를 하되 어떤 방식으로 꾸리는가"가 문제인 셈인데, 김 회장의 이 책은 먹는 장사에서 최우선 염두에 둬야 할 이슈가 뭔지를 잘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사소한 습관이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 자신의 노력과 땀, 열정으로 우뚝 선 성공자들이 보통 입에 담는 말이, "시간 무서운 줄 알라"는 원칙이죠. 사소한 습관은 그런 습관이 (무의식 중에) 행해질 때야 아주 사소한 시간을 점유할 뿐이지만, 그런 짧은 시간이 쌓이고 쌓이면 태산의 무게와 높이를 지니게 마련입니다. 작은 돈, 새어나가는 돈의 무서움을 알듯, 좋은 습관(혹은 반대로 나쁜 습관)이 쌓이고 쌓여서, 십 년, 혹은 이십 년 후 각자의 도착점과 성패 여부를 가르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출발점이 달랐던 이의 성취 수준이야 나의 관심사가 아닙니다. 그러나 당초부터 나와 별반 형편이 다를 바 없었던 이가 어느새 저멀리 앞서 가거나, 혹은 까마득히 뒤처져 있다면, 이야말로 내가 고소해 하거나, 혹은 밤에 잠을 못 이루고 배아파할 만한 이유가 됩니다. 김 회장은 결말에 가서그토록 큰 차이를 부르는 요인들이, 바로 최초 지점에서의 습관 세팅이라고 지적합니다.

사업체를 경영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장은 지나치게 사소한 이슈에 대해 일일이 간섭하거나 집착하다 대세를 그르칩니다. 어떤 사장은 반대로 조직 곳곳에서 발견되는 leakage를 일일이 손 볼 생각 않고 그저 대범히 넘어가다 파국을 맞습니다. 이런 경영상의 스타일도 개인 차원으로 환원하면 "습관의 차이"인데, 거의 똑같은 스타트업으로 업계에 첫발을 디딘 업체들이 왜 피니시 라인에서 그만큼이나 큰 격차를 드러내는지(혹은, 아예 골인 자체에 실패하는지) 김 회장은 여러 사례를 들어가며 자상히 가르쳐 줍니다.

팔릴 만한 물건, 다른 이들이 사고 싶을 만한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혹은 그런 가게, 사업, 서비스를 꾸려 팔아야 한다는 게) 최우선의 과제라고 김 회장은 지적합니다. 어떤 사람이 업계 최고의 요리장이라고 해도, 또 그 요리에 아무리 지극한 정성이 들어간다고 해도, 같은 시대 같은 장소를 사는 이들이 그런 예술품, 명품 요리에 아무 애정을 안 보이면 소용이 없습니다. 요리는 미술품이나 조각과 달라서 수백 년 수천 년 남기 용이한 대상이 아닙니다. 언제나 타인의 관점에서 전망하고, 가능성을 계측하며, 가치 판단을 시도하라는 게 그의 주문입니다. 혼자만의 고집으로 편협한 억지를 부리는 자야말로, 최고의 기량을 보유했다 해도(대개는 그런 수준까지 도달하지도 못하지만), 시장에서 외면당하기 딱 좋을 뿐이라고 합니다.

특히 마지막 챕터에서 김 회장은 (우리 독자들이 그의 책에서만 접할 수 있는) 독특한 가르침을 여럿 내놓고 있습니다. "착하고 성실하되" (기본입니다. 어느 성공한 CEO라도, 불성실과 배덕을 독려하지는 않습니다), "영악하고 게을러지"라는 충고를 젊은이들에게 들려 줍니다. 맡은 일은 미련할 만큼 성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불필요한 목표와 사소한 접대, 혹은 혼자만의 관심사나 편견에까지 "성실히 몰두"하면, 그 사람은 처음부터 게으르고 불성실했던 편만도 못하게 됩니다. 제아무리 자기 나름대로 경지에 오른 자라 해도, 보편적 가치와 추세에 눈을 감는 순간 타인의 존경을 잃게 됩니다(처음부터 존중을 못 받는 경우가 더 많으며, 그래서 늙은 나이에 혼자만의 아집에 빠져 들기가 십상이죠. 그러다 보면 더 주위에서 소외되기 시작하고... 이런 惡의 순환 고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어느 한 방향으로 치닫지 않고, 중용과 균형 감각을 지키는 처세와 자기 관리란 그래서 중요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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