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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읽어보고 싶.. 
너무 꼼꼼하게 리뷰를 올려주셔서 .. 
리뷰를 보아하니 책 내용도 너무나 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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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걸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5-03-31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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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 모든 걸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칼 필레머 저/김수미 역
토네이도 | 2015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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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학생 시절 수행했던 작업 중에 가장 힘든 게 인터뷰였습니다. 인터뷰는 일단 면담 대상자의 통계적 표본 추출 단계가, 일개 수업 과제 진행을 위한 영세한 단계에서는 매우 힘이 드는 일인데다, 그렇게 어렵사리 구성한 표본과의 면담에서(반드시 face-to-face, 말 그대로 면담이라야 하죠) 설문에 대한 진실하고 성의 있는 답을 얻어낸다는 게 용이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옷을 잘 입고, 호감을 주는 매너와 인상으로 다가가도, 특히 나이 든 어른들의 경우 그저 장난 비슷하게 응대하시거나, 아니면 설문지의 답안 중 모범 정답이다 싶은 걸 고르시고 씩 웃으시는,  설문자 입장에서 참 맥빠지는 일이 너무도 잦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1,000명의 어르신들을 만났다는 설명을 접했을 때, 제게 맨 처음 든 생각은 바로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서구에서는 그러나 거짓 진술을 한다거나, 보편적 견해를 자신의 것에 갈음하여 피력하는 일을, 영혼의 장부 대변,. 즉 적자(赤字)로 간주하는 게 보통입니다. 그래서 무려 1,000명의 표본을 추출한 대규모(프로젝트로 진행하는 여론조사에서도 이 정도면 적지 않은 규모죠) 조사라면, 참 다양하고도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될 수 있겠거니, 책을 열기 전에도 기대가 컸습니다. 그쪽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대답 하나를 해도 꼭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같은 체험을 술회해도 재미난 표현을 시도하기 때문입니다.

노인들은 지혜의 보고라며 만약 손쉬운 평가를 한다면, 여러 이유에서 아마 반발섞인 평가나 반응이 나올 것 같습니다. 첫째, 한국은 세대 간 갈등이 무척 심한 사회입니다. 정치적 논쟁이 벌어져도, 노-장-청으로 꼭 편이 갈려 지지하는 당파가 분명히 전선(戰線)을 긋고 대별됩니다. 이런 판에, 그들이 털어 놓는 삶의 비결, 삶의 지혜라는 게 어떤 세대를 초월한 보편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한국 특유의 사정으로, 시대와 사회상의 변화가 무척 빠르다 보니, 노인의 지혜가 다음 세대의 고민과 질문에 어떤 큰 참고가 못 되는 가 매우 잦습니다. 한국의 노인들은 대개 자신들이 살아 온 시대와 세대의 표준적이고 대표적인 질문을 상정하고,  개인으로서의 깊은 고민이나 갈등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는 듯, 별 것 아니라는 듯 넘겨 온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대답은 고사하고, 질문부터가 다음 세대와 공유가 잘 안되는 것입니다. 누가 질문을 하면, "그런 걸 왜 고민하느냐?"는듯 의아한 눈으로 보시는 일이 더 많습니다. 이러니 "말이 안 통한다"는 식의, 대단히 절망적이고 바람직하지 못한 소통이 이뤄지곤 하죠.

저는 이 책이, 앞으로 더욱 개인화하고 미세화한 고민과 행로 속에 삶을 영위해야 할 우리들이, 아마도 그 수렴점 내지 (한 번은 만나야 할) 교차점이 될 만한, 서구 노인들의 통찰과 지혜를 잘 배울 수 있는, 일종의 보물 단지 같은 책이라는 느낌으로 독서를 정리했습니다. 한국(나아가 동아시아)에서, 여지껏 없었던 개인화, 원자화한 삶을 영위하는 우리들에게, 여태 백 년 넘게 그런 패턴의 인생을 즐기고, 혹은 개척해 왔던 노인들의 증언이야말로, 많은 시사와 교훈을 깨우쳐 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사랑일 뿐 아니라, 친구처럼 좋아하는 우정이기도 해야 한다는 말씀, 특히 깊이 가슴에 남았습니다. 이 손, 이 피부, 이 얼굴,... 이성에 끌릴 때에는 이런 외적인 매력에 주로 압도되어 선택하고, 집중하고, 애정하는 게 보통이죠. 그러나 우정은 그 상대의 생긴 모습보다, 내면에 자리한 신조, 지향, 취향 등에 더욱 이끌려 형성되는 게 보통입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육체의 매력은 쇠잔할 수밖에 없고, 남는 건 진솔한 대화와 소통에서 얼마나 서로가 위안을 얻을 수 있느냐입니다. 이것이 이른바 섹슈얼 파트너 따위와 "애인, 연인"의 차이가 아니겠습니까. 젊어서 어느 번화가에서 끌리는 한때의 욕정으로 잠시 만나 바로 헤어지는 사이로서는, 그 차이를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거죠. 근래 젊은 세대가 흔히 말하는 "썸타는 관계"란 것도, 더 신중해지고 더 사려 깊어져서 나에게 (그리고 상대에까지) 상처를 안 남기려는 진화된 관계 발생 유형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서양인들은 그처럼 "개인"을 중시하면서도, 결혼 이후에는 "팀플레이"라며, "나 자신"은 잊어야 한다며 타협을 강조하는 말씀도 인상적이더군요. 이런 걸 보면, 우리는 개인에 대한 각성과 인식도 미흡하지만, 정작 생산적인 팀과 전체를 형성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아주 미숙한 인식 뿐이지 않는가 하는 자괴감이 앞섰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하나를 변변히 곁에 두지 못하고, 아직도 요리저리 눈치나 보는 무책임한 젊음이 자아를 지배하는 상황이라면, 이 책을 읽고 이제는 더 늦기 전에 자신을 점검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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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마주서는 용기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5-03-3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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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와 마주서는 용기

로버트 스티븐 캐플런 저/이은경 역
비즈니스북스 | 2015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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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서양 역시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저는 얼마 전에 <티모스 실종 사건>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 주인공은 남들이 얼핏 쉽게 평가하는 겉보기 분위기와는 달리, 어려운 가정에서 힘들게 학업을 마치고 광고 회사에 뛰어든 인재였습니다. 이런 사람이 윗사람과 불화하고, 아랫사람들과는 불신과 트러블이 일상화되다 보니, 장래가 불안해지고 인생의 지향점 자체가 흔들리는 겁니다. 그 나이에 회사 나오면 엄청난 불확실성이 파고를 이루는 사회에서 과연 뭘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겠습니까. 이때 오히려 마음에 새겨야 할 게, "나는 누구이고, 남들 다 이루려 애쓰는 목표와 이상이 내게 과연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이었습니다. 이 질문을 마음 속에서 돌려 보고, 그에 대한 성숙한 대답이 나왔을때, 인간 관계나 회사 내 포지셔닝도 적합 유효한 게 도출되는 법이었으니,... 성찰은 결국 모든 것에 선행하는 참값 계산의 프로세스였던 셈이죠.

이 책 저자 역시, 그 소설 주인공의 인생과 비슷한 경로를 거치다, 남들 따라 사는 인생의 무익함, 나아가 "해로움"까지를 직시하고, 새로운 눈과 결심으로 "참 인생"에 눈을 뜬 어느 교수님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왜, 내가 몸으로 원하는 바, 내가 성장 과정이나 쌓은 소양으로 갈구하는 바를 외면하고, 남이 깔아준 트랙 위에서 움직이고 질주하고 운행하는 걸까요? 캐플런 교수님은 "먼저 당신, 숨쉬고 애욕하며 안도하고 땀흘리고 환호하는 당신이, 무엇을 대상으로 그렇게 하고 있는지를 먼저 정직하게 발견하고, 그로부터 얻어지는 가감 없는 '자아상'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라"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먼저, 무엇보다도 먼저,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그 다음 걸음을 뗄 수 있습니다. 나의 리듬과 나의 호흡이 아니니, 중심이 흔들리고 제 갈 길을 못 잡아 방황하는 것입니다.

성찰은 그저 깊이깊이 내면으로 침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것은 자기계발적 모색과 노력이라기보다, 종교적 명상에 가까운 것이겠죠. 저자는 "체크리스트는 구체적이라야 한다"를 강조합니다. 나를 평가할 때에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항목과 기준을 들이댈 게 아니라, 배경과 목적어가 분명히 주어진 시나리오 속에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나"는 바닥에서부터  붕 뜬 초월적 존재가 아니라, 햄버거나 스파게티를 먹고 맛을 느끼며, 칠칠맞게 옷에 소스를 흘리고 묻히기도 하는, "그림이 나오는(못난 그림이든 잘난 풍경이든)" 구체적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나 자신에 대한 분명한 견적이 나왔을 때, "편하지만 뻔하고, 따라서 위험한 선택"을 회피하고, 나 자신을 목적지로 분명히 인도하는 결정이 나온다는 거죠.

삶은 끊임없는 선택과 갈등의 연속입니다. 어떤 이는 "인생이란, 혹은 너 자신이란, 선택과 결정의 집합체일 뿐이다"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인격과 영혼을 결정하는 게, 다름 아닌 선택이고 결정들이란 말입니다. 이런 결정이, 나 아닌 다른 의사나 개성에 의해 대신 내려지는 거라면, 그건 눈 가리고 차를 운전하는 무모함과 무성의에 비길 수 있겠죠. 바른 인생은 바른 결정에 의해 형성되고, 그 바른 결정은 "참된 나"가 누구인지 발견하는 노력에 의해 내려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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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에게 인간 관계를 묻다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5-03-31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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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들러에게 인간관계를 묻다

기시미 이치로 저/유미진 역
카시오페아 | 2015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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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들러의 저작, 가르침에서 영감을 얻거나 논의를 발전시킨 저작이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아들러는 자아의 독립성, 유니크함, 오염불가성 같은 주제에 깊이 천착했다고 알려져 있죠. 내가 불행하고 수시로 흔들리며 걷잡을 수 없는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다 "내가 설정한 나"와, "진짜 현실과 삶을 사는 나"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간극과 장애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관계, 소통이 연쇄적으로 흔들리는데, 타인들은 나에게서 자신들이 보고 싶은 나를 본 후 그에 알맞은 소통과 관계를 시도하는 반면, "나"는 나대로 나 자신에 기대하고 당위를 부여한 자아가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 원만히 자리를 잡고, 제 업무를 수행하며 위아래로부터 정당한 평가를 받고 살려면, 집착이나 허상은 일찌감치 포기해야 하죠. 그러나 이것도 그저 흐름따라 좀비처럼 흘러가는 식이 되어서는 그것대로 심각한 결과를 낫습니다.

저자는 일본인입니다. 일본 역시 회사 내 인간 관계나 역학 구조가 한국과 비슷한 면이 많기에, 이들의 책이나 경험담을 읽어 보면 나의 상황에 딱 맞아 떨어지는 게 무척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은, 관계의 유형을 여섯으로 분류하여 정리한 후, 구체적인 예를 여럿 들어 읽는 독자가 알아서 자기가 처한 입장에 대입할 수 있게 제시하고 있더군요.

이 중 가장 먼저 언급되는 건, 나 자신과의 관계입니다. 갈등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불행하고 해법을 어렵게 찾아야 하는 유형은, "나 자신을 도무지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들러가 동시대 다른 심리학자 거장들과 차별되는 점은, "성격" 요소에 대해 깊은 비중을 두고,  이 인자가 다른 관계 모두에 대해 근원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일찍부터 간파했다는 점입니다. 성격이 만약 처음부터 한 가지로 주어지고, 다른 변화와 모색의 가능성이 차단되어 있다면, 이런 사람은 자신이 빠진 "벙커"로부터 빠져 나올 방법이 아예 없습니다. 그러나 아들러의 가설대로, 격이 외생불변의 변수, 인자가 아니라, 그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뿐이라면, 우리는 이제 "주어진 불변의 나"와 마뜩지 않은 타협(혹은 노예적 종속 상태 유지)을 하는 게 아니라, 계약 조건을 변경해 가며 더 나은 결과 산출을 위해 핸들링이 가능한 데까지 개선을 시킬 수 있는 겁니다. 저는 몇 달 전에, 역시 아들러의 가르침을 확장 발전시킨 책 <인생에 지지 않을 용기>란 책도 읽었는데, 성격과 자아가 결국 고정 불변이 아니라는 데에서, 삶과 상황을 변화하고 개혁할 동기, 초기 동인이 부여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성격이니 자아니 하는 게 내 마음먹기 달렸다는 그 깨달음 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무형의 원군을 얻은 듯 느낌이 올 줄 압니다.

직장관계 파트에서 특히 시사받는 점이 많았습니다. 요즘은 팀장으로서 아랫사람을 잘 챙기지 않으면 개별 과제 진행이 어려울 뿐 아니라, 고과나 사내 정치에서 유리한 포지션을 잡는 일부터가 힘듭니다. 이때 결국 내가 선택할 방법이란, 가식 없는 자아의 맨몸으로 "친밀성"의 컨셉을 기꺼이 채택하여, 개인 대 개인의 컨택을 열린 마음으로 시도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저자의 결론입니다. 이게 잘 안 될 경우를 대비하여 소심하게, 일부만 드러내고 일부는 감추는 시도가 더 많은데, 어차피 상대도 나의 자아가 어느 정도까지 이 관계에서 투입되는지 판단하기는 힘들고, 설사 상대가 어떻게 판단을 내리고 실패를 한다 한들, 그 기억은 상대의 머리 속에서 오래 가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이런 결과라면, 창피할 것도 없고 상처가 남을 것도 없습니다. 또, 어차피 (나쁘게는 "공범의식"까지 공유하는) 사내 구성원 사이에, 내가 진정성을 보이면 상대 역시 절박함 때문에라도 마음을 열고 만다는 조언도 납득이 되더군요. 결국 해답이란, "나에 대한 솔직함, 타인에 대한 오픈"으로 정리가 되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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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배우며 성장하며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5-03-31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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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살며, 배우며, 성장하며

매튜 매케이,세안 오라이어,랠프 메츠너 공저/이나미 해제 및 추천/곽성혜 역
유노북스 | 2015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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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와 자아의 성숙을 가르쳐 주는 책들, 자계서가 대개 실용적이고 계량적 접근을 일러 주는 반면, 이 책은 종교적(....) 명상 쪽에 포인트를 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니 이번 달에 제가 읽은 자계서들과는 좀 맥을 달리하는 책이었는데, 어차피 책 한두 권, 그것도 서로 궤를 공유하는 책들로부터 포괄적 해답을 구하긴 어렵죠.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 독파해 온 책들만 읽고서도 제 나름으로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만, 문제의 골격과 본질을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파악하는 책이 한 권은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우리 시대의 독자들이, 회사와 가족 사이에서 설정해야 하는 포지션이 다층적 성격을 지니고, 문제의 양상도 각양각색이라 단일처방을 찾기 어렵다는 증거도 됩니다.

제가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 재미있는 점은, 이 책 역시 그러나 제가 앞에 읽은 책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론을, 최소한 제 문제의 해법을 열심히 찾고 있던 저에게 던져 주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건 혹시 책을 제가 잘못 읽은 건 아닌가, 같은 프레임만 유지하다 보니 원치 않게 같은 결과가 나온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들었지만, 어차피 한 사람에게 당장 필요한 해법은 하나라는 (당연한) 이유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 여기고, 일단은 마음 편히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아마 시간이 좀 지난 후에 서가에서 이 책을 다시 뽑아보면, 그때는 더 성숙한 자아가 이 책으로부터 더 깊이 있는 결론을 끄집어 내고 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일단 자신에게 부여하는 숙제도 너무 강도가 높아서는 안 된다는 진단 하에 여기서 마무리를 짓기로 했습니다.

나의 삶이 "우리의 삶"과 만나야, 내 마음의 모든 갈등과 풍파가 근본적으로 잦아들 수 있다는 말, 이기적으로 살아온 나는 사실 이 교훈과 주장을 처음 만나는 게 결코 아니면서도, 만날 때마다 무시한 말들입니다. "좋은 말인데, 어리석은 말! 요즘 누가 남에게 퍼 주면서 사는가? 내 가진 게 아주 넉넉히 쌓이면 그제서야 나누는 걸 생각해 보지!" 그런데 사실 내가 쌓아 놓은 게 넉넉해진다는 그 임계점, 목표치부터가 존재하지 않는 가공입니다. 그런 건 없죠. 그런데, 어느 정도는 덜어놓고 치워놓고, 혹은 시원히 베풀어야 마음에 평화가 온다는 건, 록펠러나 앤드류 카네기 같은 부호들도 그 막대한 재산을 모으기 전부터 이미 체감을 한 진리입니다. 그들은 그래서 인생의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기부와 나눔을 실천에 옮겼습니다. 또한 이런 나눔과 베풂은 어느 정도 부(富)가 쌓여야만 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당장 거지도 오늘부터 자기가 가진 걸 자신보다 더 못한 이와 나눌 수 있는 거죠. 자아란 혼자 서서 아주 외로운 녀석입니다. 이런 애가, 족하면 부족한대로 넉넉하면 넉넉한 대로 친구를 가진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없지 않겠습니까? 이 책에서 말하는"우리와 나"의 관계 설정이란 그런 의미입니다.

이러기 위해서 우리는, 간혹 모든 것을 내려 놓고,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나"를 만날 필요가 있습니다. 그 방법론은 명상과 사색입니다. 바른 호흡과 자세를 통해 마주치는 자아야말로, 먼 심연에서 나의 부름과 구원을 애타게 기다려 오던 외로운 아이입니다. 먼저 나를 만나고, 그 아이를 어루만져 준 후에, 비슷한 처지에 선 다른 이웃을 만나 살가운 교감을 할 수 있습니다. 책장을 덮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체험을 하게 도와 주는, 더 튼튼하고 더 키가 자란 나를 만나게 해 준 고마운 첵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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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펜터의 위대한 여행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5-03-3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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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카펜터의 위대한 여행

김호경 저
메가스터디북스 | 2015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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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해야 하는 이유는, 그저 신기한 풍물을 눈에 담고 마음을 들뜨게 하며 감각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에 있지 않습니다. 주어진 환경을 정반대로 바꿔 보고. 변화한 조건 안에서 나를 바라보며 참되고 객관적 자아상을 확립하는 데에, 즉 쾌락적이기보단 자기계발적(?)인 쪽에 주된 목적이 놓여 있다고도 할 수 있죠. 이렇게 말하면 인생이 너무 기계적이고 피곤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저역시 그런 입장이었습니다만 이 책을 읽고 생각이나 스탠스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일찌감치 숙제를 끝내 두어야, 노는 것도 맘 편하게 놀 수 있다는 게 책을 읽은 교훈이라고 한다면 저자 김호경 선생님이 칭찬해 줄까요? 제가 읽은 이 소설(!)은, 너무 일만 하고 너무 자기가 최고인 줄만 알았던 두 부자(父子)가, 어느 날 여행을 떠나면서 상대와 자신에 대해 많은 걸 발견하고 깨달으며, 관계의 개선과 화해를 동시에 이룬다는 감동적인 내용입니다. 저는 처음에 제목과 등장 인물, 배경이 모두 외국이라 외국인 작가의 작품인 줄 알았습니다.

아빠는 일밖에 모르고, 아들을 살갑게 돌보거나 진솔한 대화를 공유할 줄 모르는 외골수 일 중독자입니다. 이런 게 어디 미국만의 일이겠습니까. 개발 독재 시절 일취월장 뻗어나가는 회사에서 딱히 윗사람의 눈에 들겠다기보다 그저 회사 일이 곧 내 일이라는 신념으로 일에 중독되어 일만 바라보고 일이 애인이요 자식인 줄 알고 살아 온 우리네 아버지 모두가 마찬가지죠. 그런 아빠의 부재 속에, 아들이란 그 허전한 자아의 공간을 메우기 위해 공부나 일, 학생으로서 주어진 과업에 (비정상적으로) 몰두하며, 상실감을 성취욕과 상승 욕구, 승부욕으로 대체하기 일쑤였습니다. 누가 그런 아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요? 최소한 탈선 청소년이나 비행 10대로 떨어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요 인생의 좌표 설정입니다. 아들 헨리가 아버지 데이비드 카펜터 씨를 바라보는 시선은 언제나, 해소되지 않는 불만과 불안의 정점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여린 영혼의 외침과 아픔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가 아무리 나이에 걸맞지 않은 강건한 육체와 힘을 지니고 있었다 해도, 그 자라고 선 마음은 아이의 그것이었습니다. "아빠, 저하고 얘기 좀 하자구요!"

부자는 여행을 떠납니다. 넓고넓은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한, 어찌 보면 종잡지도 못하겠고 정처도 없는 이상한 여행입니다. 아들 헨리는 더욱 혼란스럽습니다. 지금껏 나와 원활한 소통도 안 이루고, 언제나 타자처럼만 느껴지던 아버지가, 웬일로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가? 아빠를 소외시키고(자기 나름 방법으로) 경원하면서도, 어느 새 아빠의 나쁜 점, "폐쇄적 유능자"라는 왜곡된 상만 배우고 닮아 실천하고 있던 헨리는, 이 무렵 농구 시합에서 큰 사고를 저질러(폭력을 휘두름) 밝기만 했던 장래에 먹구름이 끼는 일까지 겪습니다. 커리어 관리를 지금껏 잘해 왔는데, 이대로라면 대학 진학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내면에 평화가 깃들지 못하던 헨리는, 이제 인생(아직 어린데두)의 기로에 섰다 할 만큼 중대한 고비를 맞습니다. 아빠가 그러나, 이를 드디어 알았습니다. 아빠 역시 자신의 인생이, 어느 포화점에 직면했다 할 만한 위기를 느끼는 중이었거든요.

부자는 전혀 다른 풍광과 사람들 속에서, 오히려 자신들, 세상에서 부자만이 공유할 수 있는 이정표와 자아상을 바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찾게 됩니다. 아빠는 가난한 어부의 아들로서, 그저 물고기나 잡고 그물코나 바루는 일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젊은 날의 데이비드는 그처럼이나 대책 없는 청춘이요, 갈대처럼 지향 없는 부평초 인생이었죠. 이런 그에게, "우선 네가 디디고 선  토양 위에서 너를 점검하고, 당장 주어진 과제를 완수한 후 다음 목표를 물색하라. 그 다음 목표는 아무리 먼 것이라도 좋다. 일단은 네게 당장 주어진 일을 완수한 후이기만 하다면."이란 말을 들려 주는, 인생 역정 다부지게 다져 온 특무상사 미치너 씨가 있었습니다. 두 부자는 이제 오래되어 빛이 바랜 메달을 함께 응시합니다. 이 시선은 동일 소실점에 수렴하여, 쉼 없이 달려 온 인생이 어디서 터닝 포인트를 잡아야 하는지 깨닫고 있습니다. 이 시선이 가는 곳에, 너무나 바쁜 삶 속에 참된 자아를 잃어 버린 우리의 배, 우리의 삿대도 같은 파장을 그리며 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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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 않는 습관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5-03-31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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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지 않는 습관

가네코 유키코 저/정지영 역
올댓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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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안 오른다고 발표해도(과연?), 당장 5만원짜리 한 장 들고 나가 마트에서 뭘 넉넉히 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원플러스원, 떨이만 골라 담아도 사정은 매한가지입니다. 안 사(買)고 살(生) 수는 없고, 뭘 사자니 돈이 금세 깨져 이러다 저축이나 제 일정대로 이뤄질까 불안하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남들 입고 다니는 것, 진귀하고 유행이다 싶어 남들 한 번은 걸치고 먹어 보는 걸 그냥 지나치긴 또 싫습니다. 아주 윤택하고 호화롭지는 않더라도, 구질구질하게 욕구 참아가며 자신에게 거짓말하고 사는 인생은 살 가치가 없지 않냐는 생각도 가끔 듭니다. 현명한 소비, 적게 예산을 잡아먹으면서도 효용과 만족은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그런 똑똑한 소비가 어디 없을지요.

저자 가네코 유키코 씨의 전작 <갖지 않는 생활>을 읽어 본 적 있습니다. 이분은 이것 말고도 여러 책을 쓴 분인데, 제게는 그 책이 가장 큰 인상을 남기고, 구체적인 변화를 내 인생 습관에 남겼다 싶은 독서였어요. 우리 주변에는 유혹이 많고, 그 중에는 심지어 "절약으로 착각되는 유혹"도 있어서, 우리는 별 필요도 없는 걸 잔뜩 재어 놓았다가 유효 기간이 다하면 버리곤 합니다. 누가 돈 만 원, 천 원 짜리를 길에 버리고 다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아끼고 심사 숙고해서 산 상품"이, 사실 그릇된 소비 결정의 결과로 판명이 나고서도, "사지 말 걸... 첨부터 안 샀어야 했는데..."라며 후회를 하고 반성을 곱씹는 이는 극히 드뭅니다. 그러니 잘못된 소비가 이어지고, 그 사람의 가계 형편은 펼 줄을 모르는 거죠. 이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처럼 무조건 안 쓰고 수전노처럼 모은다고 해결이 될 일도 아닙니다. 변화한 시대에 맞는, 현명하고 야무진 소비 습관을 기르는 게 그저 답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그런 건강한 가계를 구축할 습관을 들일 것인가. 저자는 우선 쓸데없는 음식물 섭취 때문에, 신진대사에 불필요할 뿐 아니라 몸에 해롭기까지 한 결과가 체내에 축적되는,  몸의 산성화, 독소 축적 현상에 이 불건강한 소비 습관을 비유합니다. 이른바 "소비의 디톡스"를 설계하고 실천할 때가 왔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보면, 여유가 있기 때문에 쓸데없는 걸 사들이고, 모으고, 그러다 버립니다. 여유가 없었다면 처음부터 낭비하는 어리석은 악순환에 빠져 들지도 않았을 겁니다. 기업은 바로 이걸 노립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측의 생산설비가 유휴에 머물지 않으려면, 뽑아낸 산물은 남김 없이 소비가 되어야 합니다. 마케팅은 우리 심리의 허점을 교묘하게도 파고 들며, 우리 지갑에 도대체 돈이 남지 않는 건 우리가  다 이런 속임수에 어처구니없이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나를 향한 광고와 유혹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하며, "아 저건 나보고 던지는 꼬임이 아니니, 다른 사람, 필요한 사람이 듣게 비켜 줘야 겠군." 같은 쿨한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그릇된 소비로부터 나를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분명 그런 커머셜 메시지가, 올바른 정보로서 정확한 궁합을 이루는 소비자도 있게 마련입니다. 이런 상업적 체인의 불필요한 구동에 나의 소비 패턴 한 자락이 휘말려 들지 않으려면, 먼저 내게 무엇이 주로 필요하고, 쓰다 보니 전혀 구매할 아이템이 아니었다 싶은 건 무엇이 있었는지 쳬계적인 리스트와 쉬트(sheet) 체킹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이런 작업을 매일, 혹은 매주 행하는 게 귀찮고, 이런 일로 시간을 쓰고 스트레스를 받느니 차라리 사고 싶은 걸 사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허나, 분명 자신의 가계를 궁핍하게 한 건, 그 사람의 잘못된 소비 패턴이 그 주범이었다는, 불쾌하고 가슴 아프지만 정확한 자각이야말로 건전하고 바른 소비로 가는 첫걸음입니다. 또한 같은 예산을 들여도, 어느 구매 묶음(선택)이 나의 주관적 만족을 최대로 끌여 올렸는지를 수치화하여 기록, 이를 장기 도표로 만드는 것도, 1년이 지나면 나의 결정을 구체적으로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런 노력을 구차하다고 생각할 건 없습니다. 어차피, 나의 행동 양식이나 결정 패턴이,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인간의 그것에 접근할수록, 나는 좀 더 바람직한 인간으로 발전하는 겁니다. 건전한 소비에 결국 건전한 인격까지 깃든다는 게, 이 가네코 유키코 씨의 모든 저작에서 엿보이는 철학이요 방침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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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파블미션 | 서평이벤트 2015-03-31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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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제가 예스24에만 올렸기에, 다른 공간에서는 볼 수 없는 리뷰들입니다.



사지 않는 습관 http://blog.yes24.com/document/8000091

이 모든 걸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http://blog.yes24.com/document/8000102

나와 마주서는 용기 http://blog.yes24.com/document/8000101

아들러에게 인간 관계를 묻다 http://blog.yes24.com/document/8000099

살며 배우며 성장하며 http://blog.yes24.com/document/8000098

카펜터의 위대한 여행 http://blog.yes24.com/document/8000094

관계 수업 http://blog.yes24.com/document/7983644



이 외에, 다른 서점에 같이 올린 경제경영/자기계발 서적에 대한 서평들은,

이 블로그의  별개 카테고리(여기 클릭)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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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의 혁명 | My Reviews & etc 2015-03-29 19:52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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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4의 혁명

존 미클스웨이트,에이드리언 울드리지 공저/이진원 역
21세기북스 | 2015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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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저자 두 분의 경력만 보면, 이런 주제를 놓고 이뤄지는 담론에 썩 잘 어울릴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저널리스트들은 보통 거대 담론을 두고 논의를 펴 나가는 일이 드물며, 그보다는 구체적이고 시사적인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각론(各論)을 전개하는 편에 능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예상을 뒤집고, 방대한 예시를 들고 세계사적 호흡으로 주제를 조망하는 내용으로 독자를 압도했습니다.

제목 <제4의 혁명>은 두 가지 고민과 모색으로 "어떤 정부여야 살아남을 수 있고, 유용하게 기능하며, 국민을 만족시키고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하고 있습니다. 제4의 혁명이 있다면(혹은, 있어야 한다면), 제1~제3의 혁명을 전제로 한다는 의미일 겁니다. 저자(들)의 정의(定義)에 의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영주들에 의해 지배되던 소규모 분립 공국을 넘어서, 강력한 군주, 정부가 통제하는 중앙 집권 체제의 등장 2) 이런 강하고 큰 정부에 대한 염증과 반감으로 들어선, 작고 자유방임적인 정부 3) 20세기 중반에 등장한, 시혜적이고 폭 넓은 간여를 사명으로 하는 "복지국가"를 위한 정부. 이렇게 세 단계가, 앞에서 맞이한 세 차례의 "혁명"을 통해 들어선 정부들입니다. 그리고 이 세 단계에는 각각, 그 "혁명"을 이끈 사상적 지도자들이 있었습니다. 1혁명에서의 토머스 홉스, 2혁명에서의 존 스튜어트 밀, 3혁명에서의 베버리지, 그 외 복지국가의 이론적 옹호자들... 아마 저자들은, 앞으로 필연 도래할 제4혁명에서, 능률적이고 주어진 소임을 보다 잘 수행할 신개념 정부의 이데올로그이자 선구적 주창자로서 본인들을 자랑스럽게 상정하고 있지 않았을까 저는 추측합니다.

혁명의 도래는, 그 혁명을 필연적으로 부른 기존 체제의 비능룰성과 모순성을 전제로 합니다. 기존 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있다면, 유혈사태와 혼란이 필수 수반될 혁명이 일어날 이유가 없습니다. 저자들의 진단은, 지금의 정부가 중병(重病)에 걸려 있으며, 혁명 아니고서는 이 병폐가 치유될 가망이 없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 혁명이란 게, 반드시 폭력적 수단을 통해 일어나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정부 기능의 담지자들이 알아서 "껍질이 깨지는 아픔"을 감수하고 혁신을 수행한 결과이든, 혹은 "더 이상 분노를 참지 못하고(책에선 이 표현이 자주 나옵니다)" 국민들이 전복을 추구한 결과이든, 이 "제4의 혁명"은 그 도래가 필연적이라는 게 저자들의 주장입니다.

이 책에는 대단히 방대한 사례의 예시가 나옵니다. 일단 우리도 뉴스 외신란을 통해 자주 접했듯이, 사천만 인구가 거주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파산, 정부 기능 정지 사태는, "(현)정부의 실패"의 확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증거로서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한때 가장 이상적으로 작동하던, "작으면서도 강한 정부"의 모범적 예였다는 사실입니다. 저자들의 미려하고 적확한 문장은 이 점을 더 실감나게 전달하고 있는데요. "초기 전체 상원의원이 대표하던 인구 수보다, 지금 1명의 상원의원이 대표하는 인구 수가 더 많다"는 문장이 그 좋은 예입니다. 쓰는 비용의 규모는 큰데, 수행하는 기능은 비효율적이고, 과거 업무의 잔재만을 반영하여 쓸모도 없는 기구만 잔뜩 유지한 정부가, 국민(주민)과의 소통도 제때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캘리포니아뿐 아니라, EU의 거대한 실험 역시 도마 위에 오릅니다. 금융 정책을 규제하는 당국은 나라마다 제각각인데, 이 거대한 권역이 단일 통화를 쓴다는 게 "광기" 아니면 뭐냐는 게 저자들의 주장입니다. 저자들은 현재의 EU 집행부야말로, 관료주의의 병폐와 퍼주기식 복지를 동시에 수행하는 실패의 표상이라고 진단합니다.

저자들의 객관성을 판단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은, 얼마나 "스스로를 객관화하여 볼 수 있는지"의 능력입니다. 서구권 저자들이, 자신들의 지난 발전사를 스스로의 역량 덕분으로 돌리지 않고, 중국이나 터키(오스만 제국)의 잘 정비된 관료제에서 그 입은 혜택을 상기할 수 있다면, 이는 독자에게 충분한 객관성을 그 저술이 담보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그 반대의 예라면, 마치 뚱녀가 터질 듯한 뱃살을 거울 앞에 비추고서도, "내 몸무게가 어때서?"라고 어이 없는 강변을 일삼는다든가, 학력과 직업 경력 등 아무것도 내세울 바 없는 초라한 자신에 깊고 절망적인 열등감을 느낀 나머지, 자격증, 증명서까지 실재하는 남의 아이덴티티를 "이건 사기야!"라고 중상모략 절규하는 촌극에나 비길 수 있겠습니다. 지가 구리면 남도 구린 줄 아는가 보죠. 그렇게 살면 피곤하고 상처 투성이인 현실에 당장 싸구려 위안을 줄 수는 있겠죠.

저자들은, 서구권이 제1의 혁명 당시, 세계에서 가장 세련된 관료제를 중국에서 차용해 왔음을 인정하고 높이 평가합니다. 신분제의 고착화를 막기 위해, 과거 제도를 통해 가장 우수한 인재를 준별해 왔고, 이는 국민들로 하여금 끊임 없는 독서와 진정한 자기 계발에 힘쓰도록 촉진하는 동인이 되었다는 거죠. 저자들은 지금 제4의 혁명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중국 공산당이 시행하고 있는 인재 양성 제도와 당원 선발 시스템이, 정부에 얼마나 활력과 높은 효율을 불어넣고 있는지에 대해 강조합니다. 저자들은 이어, 얼마 전 타계한 헨리 리(리콴유)가 싱가포르라는 성공적인 도시국가에 대해 남긴 치적에 대해서도 상세한 리뷰를 행하고 있습니다.

제4의 혁명이 불러 올 정부는 그러나 딜레마 역시 안고 있습니다. 정부 조직을 채워 나갈 조직원들에게는 항상적 지위 보장이라는 급부가 주어져야 소신껏 일을 해 나갈 텐데, 부단한 혁신 요구(이에는 수시 조직 개편을 위한 내외부적 개입, "수술"이 필수적입니다)를 어떻게 만족시켜 나갈 것인지, 작으면서도 강한 정부라는 상충적 목표를 어떻게 동시 수행해 나갈 것인지의 문제가 그것이라 하겠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각론을 전개해 나갈 저자들의 다음 저작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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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 가지 죽는 방법 | My Reviews & etc 2015-03-28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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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800만 가지 죽는 방법

로렌스 블록 저/김미옥 역
황금가지 | 2005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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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죽이는 작품이었습니다.

죽는 방법이 800만가지나 돼? 어느 독자라도 이 책이 달고 있는 강렬한 제목에 끌릴 만합니다. 누구라도, "어떤 한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팔백만 가지 죽는 방법을 대뜸 저 프레이즈로부터 떠올릴 것입니다. 음.. 그런데, 이 소설의 저 제목이 암시하는, 혹은 선언하는 바는 그게 아닙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의 인구가 대략 800만이고, 그들은 세계에서 손꼽힐 만큼 살인율이 높디높은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선량한 사람, 비열한 사람, 나약한 사람, 죽어 마땅한 사람.... 이 거대한 도시에 사는 갖가지 군상들 중 상당수는, 제각각의 이유로, 또 다채로운(?) 방식으로, 여기저기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변심했다는 이유로 분노한 전(前) 애인에 의한 죽음, 쓰레기 같은 강도에 의한 죽음(돈을 주든 안 주든 무조건 죽이는), 교통 사고로 인한 어이없는 죽음, 도저히 탈출구가 없다 싶을 때 맞이하는 절망감이 이끄는 자살,..... 아니, 이렇게 제 명에 맞이하는 죽음이 아니라고 해도, 뉴욕 아니라 어디에 사는 사람이라 해도, 그게 사람인 이상 언젠가는 맞이해야만 하는 손님이 "죽음"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죽음은 그 최소 경우의 수가 800만 가지입니다. 최대 경우의 수가 아닙니다. 어느 하찮은 인간의 죽음이라고 해도, "이 자의 경우는, 따로 세지 말고 다른 사람의 수에 포함시켜!"란 매도, 모욕을 할 수 있겠습니까. 800만 가지가 많다구요? 천만에요. 사람의 죽음은 그 생애만큼이나 고귀합니다. 어디 800만 따위의 숫자가 그 앞에 "나 덩치 크거든요?" 라는 만용으로 시원찮은 명함을 들이민단 말입니까. 그래서 이 소설은, 사실 반어적으로 "800만 가지 사는 방법"을 말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 소설의 제재는 "연쇄 살인마에 의한, 동일 수법의 두 살인"입니다. 사람을 죽인 방법이 너무도 똑같아서, 어느 둔한 경관의 눈에도 "동일인의 소행"임이 뻔히 드러나는 참극이었습니다. 여기서 이 소설의 제목은 두번째의 아이러니를 독자에게 제시합니다. "벌써 1가지 경우의 수가 줄었잖아?" 게다가.... 죽은 두 사람은 이 복마전 같은 거대한 도시에서, "사람 취급 못 받고 사는 최하층"을 구성하고 있는 처지입니다. 한 사람은 콜걸, 한 사람은 성전환 매춘부... 직업이 직업인지라 빼어난 외모 아니면 그 생계 유지가 어려웠을 텐데, 두 희생자는 그렇지 않았고, 그 중 한 사람은 도시의 최고소득층이나 누릴 수 있는 사치를 일상으로 삼을 정도입니다. 그런 직업만 아니었던들, 그렇게나 외모를 중시하는, 이 쾌락과 속물스러움의 집약판이라 할 대도시에서, 둘은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최상급의 존중과 선망의 대상이 되어, 짧은 생애를 누구 부럽지 않게 멋진 방식으로 영위하다 명예롭게 유명을 달리했을 텝니다. 가장 자격 있는 사람에게, 가장 열렬한 애정의 대상이 될 수도 있었을 이 둘은, 사람으로서 맞이할 수 있는 가장 비천한 방식으로, 가장 사람 같지 않은 짐승에게 귀한 목숨을 잃었습니다.

.... 라고 독자들이 생각하게, 노련한 작가 선생은 페이크를 구사합니다. 사실 이 둘은 묘한 우연의 일치로 그런 천업에 종사했다뿐, 죽은 이유는 거기 있던 게 아니었습니다! 이게 이 멋진 장편의 묘미인데, 이걸 말하면 작품 전체를 스포일러로 도살하는 셈이니 서평에다 쓸 수 없군요. 두 사람이, 정글도(刀)로 어느 짐승 같은 놈(이렇게 부르는 건 짐승에 대한 모욕이죠)한테, 얼굴, 성기 등을 수백 번 찔리고 그여서 비참하게 죽은 이유, 동기, 경위가 무엇인지, 우리의 주인공이자 전직 형사, 현직(?) 알콜 중독자, 무허가로 거리를 누비고 세금 한 푼 안 내는 무법 탐정 매튜 스커더(네이버 책 소개에 "스커드"라고 나와 있는데, 그게 아니고 Scudder입니다. 이 작품 말고 로렌스 블록의 다른 17편 시리즈에 다 등장하죠)는, 전혀 엉뚱한 동기로 인해 이 둘의 비통한 죽음을 추적하게 됩니다. 한 사람은 그가 아는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그가 결코 몰랐으며, 앞으로도 알 가망이 없고(일단 죽었으니까), 먼 장래에조차 그 비슷한 부류(이렇게 말하면 死者에 대한 모독이죠)를 만날 것 같지도 않은 그런 사람입니다. "알던 사람"역시, 이 거대하고 비정한 도시 뉴욕에서 언제라도 원나잇으로 부질없이 스쳐지난 후 잊혀질 만한,  비록 빼어난 미인에 고혹적 장신의 모델 스타일이었다고는 하나, 죽음이 갈라 놓을 때까지 인연을 맺고 살 여인은 아니었습니다. 매튜 스커더 역시 그 정도로 순진하고 때 안 묻고 철 없고 순정 가득한 사내는 아니기 때문입니다(그렇기는커녕 이건 뭐.. 누구 어두운 밤거리에서, 잔뜩 기분 나빠진 채 술에 쩔어 있는 그와 마주지지 않을 일입니다. 이 작자의 손과 발에 의해 다리몽둥이가 부러지고, 앞니가 다 나가서 제 부모도 몰라볼 꼴이 될 수도 있으니).

돈이면 사람 목숨도 앗고, 돈이면 제 영혼도 파는 이 비정의 비열한 거리에, 그러나 우리의 매튜는 그토록 세파에 찌들고 세상으로부터 숱하게 배신당했으면서도, 자기가 정한 원칙에 (어이없을 만큼) 충실하며, 상대가 진국이다 싶으면 그 상대의 입장에서 철저히 서서 상처 입기 쉬운 마음을 (제법 그 날카로운 두뇌로) 헤아릴 줄 아는 멋진 남자입니다. 상대가 여자일 경우라면? 한 마디 말도 필요 없습니다. 그 여자가 억울하고 참혹한 죽음을 당했다면? 이 크나큰 도시에 어느 족보를 지닌 줄도 모르는 살인마가 그저 꼬리를 감춰 버릴 경우, 귀신 용빼는 재주 있다 해도 못 찾습니다. 이 도시는, 팔백만이 생사를 걸고 제 나름의 게임을 즐기며, 지금도 어느 뒷골목에서 누가 기억도 못할 부당한 죽음을 맞는 이가 얼마나 될지 아무도 추산을 못하는 곳입니다. 경찰도 포기하고 그저 연금 수령 근무 연수나 채우다 가는 곳이 이 "빅 애플"입니다. 이런 가망 없는 추적을, 그저 의기, 분노, 열정, 그리고 약간의 지능 하나로 무작정 수행하는 이가 우리의 매튜 스커더입니다. 그 망할 자식은 그저 자취를 감췄어야 제놈에게 옳았습니다. 임자를 잘못 만난 겁니다.

저는 처음에 1) 매튜 스커더가 하필 그 시간대에 필름이 끊기니 뭐니 해서 2) 또 그 속셈과 정체를 알 수 없는 포주 "챈스"가 그를 고용하니 마니 수작을 부려서, 이 작품이 1988년작, 미키 루크,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앤젤 하트>와 같은 구조인 줄 알았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애크로이드 살인> 이후 면면히 맥을 이어 오는 "내가 바로 범인이었다"의 대열에 이 작도 끼게 되는 셈인데.... 그럴 가능성은 없는 게 1) 이 作은 매튜 스커더 프랜차이즈의 한 구성원이고, 2) 그러면 윌리엄 호르츠버그, 앨런 파커를 이 거장이 표절하는 셈이 되죠. 이미 7살을 먹도록 잘 키워 온 캐릭터를 갑자기 여기서 불명예스럽게 "죽일" 이유는 작가에게 없었을 겁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한다는 표현이 전혀 진부하지 않게 어울리는 속도감 있는 전개(사건 자체의 변천은 그리 잦지 않습니다만), 독자의 예측을 번번히 비껴가는 영리하고도 경제적인 플롯, 캐릭터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세상사 달통한 듯한 명언, 명언들, 세계의 경제 수도 이면에 숨은 가장 어둡고 비참한 풍경들의 생생한 묘사.... 레이먼드 챈들러가 창조한 필립 말로 이후 독자와 만나 온 그 숱한 하드보일드 장르의 총아들 중에서도, 이 거친 탐정의 손과 발과 눈과 입에 의해 생생히 재현되는 뉴욕은 이제 더 이상 과거의 자신이 아닙니다. 그와 뉴욕을 함께 만나고 난 후의 독자도, 아마 이전의 자신이 아닌 만큼이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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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추리작가 10인 단편선 | My Reviews & etc 2015-03-28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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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러시아 추리작가 10인 단편선

엘레나 아르세네바 등저/윤우섭 등역
황금가지 | 200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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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모두 미스테리인 건 아니고, T 우스치노바의 <천사가 지나갔다>는 반전이 있는 일반 단편소설입니다. 세계적 트렌드에서는 다소 벗어났다 할, 러시아적 개성을 물씬 풍기는"차갑고 강렬한" 맛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만, 10편의 컬러는 서로 많이 다릅니다. 어떤 건 특정 장르에 구태여 못박을 필요 없이 단편 문학 본연의 짜릿한 정수로서 우뚝 서 있는가 하면, 어떤 작품은 (번역의 잘못인지) 엉성한 플롯을 횡설수설 다변으로 가리려는 듯도 보입니다(말만 짧게 해서 무식이 들통나는 걸 숨기는 행태나 마찬가지). 한 가지 확실한 공통점은, 모두 "러시아", "여성" 작가들의 솜씨라는 사실 정도입니다.

<니나의 크리스마스 기적>은 느릿느릿 템포에 군더더기도 많이 들어 있는 이야기지만.  그 뿌듯한 결말에 많은 독자, 특히 여성들이 반겨할 만한 작품입니다. 재능이 많은 음악가였으나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예술의 길을 접고, 평범한 주부(대신 유능한 프로듀서로서 엄청난 돈을 번 남편을 둔)로 행복한 삶을 살았던 니나. 어느 날 사고로 아들과 남편을 모두 잃고, 소명의 길을 포기한 자신에게 하늘이 내리는 벌로 이 재앙을 해석하는 그녀. 이런 그녀에게 운명처럼 고아 소녀 하나가 나타나, 생을 다시 추스릴 활력을 얻게 해 주는가 싶었습니다. 그저 주어진 행운에 감사히 여기는 태도만 가져도 되었을 텐데,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니나는 사설 탐정을 찾아가 그 소녀의 내력을 조사해 달라고 합니다. 혹시 십 년 전, 죽은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고, 이후 유괴를 당해 영영 못 보게 된 첫째 딸이나 아닌지 조사해 달라는 용건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이 탐정이며, 이후 그는 의뢰인 니나의 변덕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사건(?)을 파고 드는데... 개인적으로 플롯이 허술하고, 야무지지 못하다는 생각이라서 그리 높은 평가는 못하겠습니다. 단편에서 캐릭터를 논하기는 뭣하지만, 주인공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탐정으로서 능력이 부족한 인물처럼 보였습니다. 이 소설이 이 탐정 캐릭터를 등장시킨 프랜차이즈 연작 중 하나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그렇다면 제 눈에 허점으로 보인 여러 사항이 잘 설명되긴 합니다)

<공포의 인질.... >은 왜 제목이 저리 붙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기억상실증(휴.....)에 걸린 어느 과부의 이야기입니다. 결말에 보면 "요즘은 과거에 상상도 못 했던 방식으로 합법적이고 질서 정연하게 사업이 이뤄지죠. 당신, 그리고 내 시절에는 그렇지 않았잖아요?"라고 회고하는 장면에서, 러시아의 시대 상황 한 단면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예전 김우중씨가 비리 관련해서 형사 소추를 받을 때, "미국도 과거에는 총질해서 재산 모은 것 아니었느냐?"고 항변하기도 헸는데, 자본주의 성장기에 드러나는 공통된 어두운 모습들입니다. 자본주의는 어쩌면 이런 "양아치"들의 재능에 의해 굴러가는 저주 받은 체제인지도 모릅니다. 한국이 아직도, 거리 곳곳에 양아치들이 기를 펴고 제 세상인 양 활개치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이해를 해야 할지요. 물론 하나 확실한 사실은, 주제 모르고 설치는 양아치들에게는 러시아건 여기건 그저 주먹이 답이라는 거죠.

<이지 웨이>는 마치 <9마일은 너무 멀다>처럼, 아주 사소한, 극단적으로 빈약한 단서만 가지고 모든 진상을 추론해 내는 "탐정"의 활약담입니다. 세상사 겉으로 보기에 그저 별 것 아닌 말썽만 같아도, 그 이면에는 무서운 진상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깔끔하고 유쾌한 단편이었습니다. "이지웨이"는 여기서 벨기에산 명품 백팩(아무나 가질 수 없는 고급품이라고 합니다 흠....)으로 나오는데, 이 당시에는 샘소나이트사가 아니라 벨기에에 상표권이 있었나 보죠? 그것참.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러시아 미스테리 문학이 얼마나 소박하고, 이 장르 초기의 때묻지 않은 천진한 마인드에서 창작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예입니다. 뭐 다 읽고 나서 독자의 기분이 좋아지면 그걸로 충분한 거 아닐까요? 앞에서 잠시 언급한 <천사가 지나갔다>도, 남자 입장에선 괜히 흐뭇해지는 결말을 꾸렸다는 미덕이 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모두 여성 작가들의 솜씨입니다. 다만 녹음테이프 운운은, 아이들 상대로 한 추리 퍼즐에도 다 나오는 진부한 트릭이라  좀 마음에 걸리더군요.

<복수의 물결>은... 읽어나가면서 일개 일용직 알바에 불과한 어린 여성이 어떻게 사건의 진범을 밝히는 탐정 노릇을 한다는 건지 설정의 개연성에 의문이 생겼으나, 그녀가 법대 진학을 지망하는 재수생(그냥 재수생이 아니라는!)라고 좀 뒤에 나와서 그냥 수긍하며 읽었습니다. 범인의 정체나 주인공의 선택은 사실 그냥 짐작이 되는데, 주인공과 작가 모두 여성이기 때문이죠. 여성이 아닌 독자도 당연히 주인공이 그런 선택을 하리라고 짐작하며(두 번 반복합니다),. 그를 넘어 "잘 했어!"라고 응원까지 보내게 됩니다. 그럼요, 잘 한 거죠.

<새해 이야기> 역시 미스테리라기보다, O 헨리 식 스타일을 충실히 따른 고전풍 단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거 참 별 희한한 도둑놈도 다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역시 여자는 이쁘고 볼 일이다, 도둑놈한테도 저런 호의를 얻지 않는가 하는 생각 다시 곱씹게 되더군요.

<러시아식 성탄절>은 셀레브리티들(물론 가공의)이 대거 등장하고, 장소적 배경이 촬영장(...)이라는 점에서 색다릅니다. 러시아 하면 그저 후진국이다 치안이 안 잡힌 나라다 하고 색안경을 쓴 채 보기 쉽지만, 저 위의 <이지 웨이>도 그렇고 이 작품에서도, 서른 넘긴 여성이 아가씨 소리 들으면 황홀해하고 최신 유행에 민감한 건 어느 곳이나 사정이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내일이면 요리가 된 채 모두의 식탁에 오를 돼지를 불쌍히 여겨 숙소의 자기 침대에 숨겨 주는 여주인공이 귀엽게 느껴졌으며, 그녀가 이어서 보여 주는 범죄 해결의 통쾌한 모습에는 더 큰 박수를 보내게 되더군요. 어디서나 꼭 희생자가 되는 쪽은 "싸가지없는 미녀"라는 오래된 공식이 등장합니다.

나머지 단편들을 놓고서는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p190 : 2
루센타 → 루센카

p411: 밑에서 11째 줄
하더라고 → 하더라도

p424: 3
남자니가 → 남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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