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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꼼꼼하게 리뷰를 올려주셔서 .. 
리뷰를 보아하니 책 내용도 너무나 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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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3, 암의 비밀을 풀어낸 유전자 | My Reviews & etc 2015-06-3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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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p53, 암의 비밀을 풀어낸 유전자

수 암스트롱 저/조미라 역
처음북스(CheomBooks) | 2015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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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권 저자들의 과학 관련 주제를 잡은 대중서를 보면, 건조한 화제 외에 "인간, 인간들의 활약"을 항상 그 서술의 중심에 배치하고 있다는 생각에, 그 저자들의 사려깊음에 대해 언제나 감탄을 아끼지 않게 됩니다. 이를테면 로버트 쿡 디건의 명저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그렇습니다. 자끄 모노의 <우연과 필연> 같은 세기의 걸작 역시, 과학으로부터 인간을 먼 거리에 떨어뜨려 놓고 보지 않으려는 그 심원하고도 도덕적인, 오랜 전통의 인문적 사고가 낳은 아름다운 옥동자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책 역시,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인류를 괴롭혀 온, 가장 무서운 질병인 암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 - 빼어난 두뇌, 성실한 품성 모두를 갖춘 모범적이기까지 한 - 이, 사투를 벌이며 감동적인 릴레이 투쟁(그  외관이야 학문적 연구라는 우아한 모습입니다만)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저 책들과 함께, 개인적으로 읽은 과학 대중 르뽀 그 명예의 전당에 기꺼이 올려 놓고 싶습니다.

이 책 7장에 나오는, 한때 거의 p53 유전자의 세계 최초 발견자로 공식 인정될 뻔했던 바르다 로터 박사(여성입니다)의 경우, 그 어린 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들어 보십시오. "우리 집에는 (엄마 말고) 아빠, 그리고 p53이 있어요." p53의 연구에 전 일생을 걸고, 청춘의 정열, 장년의 노숙함 그 모두를 바친 어느 과학자의 개인사가 어떠했는지, 단 한 마디로 압축하여 표현해 주는 말입니다. 워렌 말츠만 같은, 젊은 나이에 너무 시대를 앞서가 동시대 동료 연구자들로부터 학문적 인정을 받지 못한 채 묵살된 비운의 청년은 또 어떻습니까. 어떤 주제에 대해 당대 최고 수준으로 통달하려면, 그 주제 외에 다른 어떤 것에도 관심을 주어서는 안 되는, 거의 전면적이라 할 헌신과 봉사가 필요합니다. 그런 후에도 그에 합당한 보상(명예, 평판, 부귀)이 주어지라는 보장이야 또 없습니다. 오히려 질시와 폄하에시달려, 탄탄한 커리어가 꺾이지나 않으면 다행일 뿐입니다.

p53이 뭐냐면, 처음에 세포에 기생하는 어설픈 작은 덩어리에 불과했던 것이, 본격적으로 악성 종양, 암덩어리로 자라나, 우리 인간이 "암"으로 인식하게 되는 실체로 그 흉악한 모습을 드러낼 바로 그 무렵, 이 녀석의 암으로서 완성된 생장을 척 하고 나타나 가로막는 걸로 알려진, 우리 인간에게는 흑기사와도 같이 고마운 체내 단백질, 혹은 고유의 유전자입니다(인간 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에이즈, 페스트를 비롯한 온갖 치명적 질병은, 그 원인이 바이러스나 세균 등 외부 생명체로부터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미 퇴치가 이뤄졌거나 그 정복이 눈 앞에 다가와 있습니다. 그러나 암은, 이 병들보다 역사상 그 등장이 훨씬 오래 전부터 관측되었고, 그 무엇보다도 많은 인명을 희생시킨 원흉임에도 불구, 그 정체를 도무지 드러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p53이 암 정복을 돕는 데에 핵심 인자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은, 우리 선입견과 달리 훨씬 이전부터 과학자, 연구자들에게 아이디어로서 떠올라 있었습니다. 분명, 유의미한 다수 환자들의 개별 사례에서 이 p53은, 암 발현단계에서 그 억제의 청신호적 공통 분모로서 어느 경우에나 눈에 띄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당시만 해도 분자생물학적 기반, 인간 DNA 구조에 대한 종합적 이해가 대단히 취약하여, 이것이 종양억제자라는 생각을 연구자 다수가 지지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습니다. 한마디로, "암이 유전"이라고 말하면 모두가 콧방귀를 뀌던 시절이었다는 거죠. 이래서 p53은 성배, 총아와, 천덕꾸러기, 맥거핀의 두 극단을 지난 반 세기 동안 오간 것입니다.

이 책에는 p53이라는 고지, 혹은 원군인 프레스터 존을 찾아, 가망 없어 보이는 전쟁의 승리를 위해 실낱 같은 가능성만을 붙들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며 사명감과 열정만으로 그 우수한 두뇌의 모든 자원을 한 분야에 쏟아 넣은, 알려지지 않은 영웅들의 열전이 감동적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암 정복이란 오랜 난제가 이제 그 완수를 카운트다운만 남겨 놓았다 할 지금, 우리는 "1등만을 기억하는 속물적 천박함"을 버리고, 우리 인류가 지금처럼 안온한 복지를 누릴 수 있게, 무대 뒤에서 분투한 그 숱한 연구자들의 희생과 감투 정신을 기릴 여지를, 우리 마음 속 기념관의 중앙부에 반드시, 겸허한 자세로 마련해 두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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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 시크릿 스피치 | My Reviews & etc 2015-06-30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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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차일드 44 2

톰 롭 스미스 저/박산호 역
노블마인 | 2015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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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톰 롭 스미스는 자신의 서사를 충실히 따라가는 독자를 내내 확실하게 고생시키다가(까다로운 문장으로가 아닌, 주인공의 혹사를 통해서), 마지막에 가서야 "우리의 기대를 역시 저버리지 않는 정의로운 영혼"으로 복권하는 재주를 통해 "병 주고 약 주는 식으로" 슬픈 쾌감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이 2편에서는 역시 충격적인 인트로를 통해, 러시아 민중의 정신 세계를 오래 지탱해 오던 종교란 요소를 끌어들여, 공산주의 체제가 얼마나 반인도적 방식으로 민중의 해방이 아닌 그 철저한 예속을 꾀했는지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연작이 21세기 아닌 직전 시대에 출간되었다면, 일방적으로 상대 진영을 비난, 폄하하는 블공정한 반공물이라며 많은 비난을 받았을 겁니다. 소련 체제가 무너지고 수십 년이 지난 시점, 그에 대해서라면 마치 나치 독일처럼 이미 철저한 단죄가 이뤄지고 난 후의 사정이라, 이제 마음놓고 "던전"의 배경대유로 이처럼 쓰일 뿐 이념적 함의가 작품에서는 철저히 배제되었음을 얼마든지 주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품의 서두는 지난 1편보다 더 충격적 삽화로 채워집니다. 여기서 사제가 왜 반려자를 두고 있는가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러시아 정교는 본래 대처를 허용합니다(장려하지는 않지만). 제자(...) 막심을 인간적으로 무척이나 아낄 뿐 아니라 신봉하는 종교에 대한 신심, 헌신도도 지극히 깊은, 무엇 하나 나무랄 데 없는 모범적 인격자형 사제 라자르는, 그러나 그 제자에게 이중의 배신을 당합니다. 처음에는 이 막심에게 아내 아니샤를 유혹당하고, 나중에는..... 그렇죠. 이 막심은 MGB의 끄나풀이었던 겁니다. 스탈린 체제 하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던 장면, "너희들, 조국과 인민의 배신자들은 모두 체포되었다!"면서 비밀 경찰이 들이닥치고 무지막지한 구타, 구금이 이어지는 그런 소동이, 이 작은 아지트에서도 재연됩니다. 악질적인 배신자가 그 사이에 끼어, 배신도 모자라 체제의 주구로서 극악스런 언동까지 희생양에 대해 추가로 저지르는 모습까지... 지켜보는 독자는 마음이 무한 지옥으로 추락하는 것 같습니다. "막심"이라는 (러시아에서) 흔한 이름을 가진, 외모도 잘생긴(이게 힌트였습니다) 청년이 스승과 상급자에게 이런 저열하고 패륜적이며 인간 사는 세상에서 지극히 예외적이라 할 추악한 배신을 행할 수 있는가?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청년은 젊은 시절의 레오 데미도프였습니다. 독자를 엿먹이는 진짜 반전은 바로 여기죠.

레오 데미도프는 1권 <차일드 44>에서도, 유능할지는 모르나 질이 아주 나쁘게 보이는 방식으로 체제에 충성하는 공무원으로 인트로에 등장합니다. 체제가 나쁘지 그 부속품인 사람이 나쁜 건 아니라고 변호할 수도 있으나, 그렇게 감싸 주기엔 그가 상황 속에서 저지른 개별 행동이 너무도 잔인하고 집요하며 반인도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희생자의 어린 두 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깁니다. 타인의 어린 시절에 입힌 정신적 상흔이, 이후 당사자가 성인으로 자라난 후 그가 속한 사회에 어떤 식으로 잔혹한 복수를 행하며 그 근본의 응보율이 실행되는지는 1권 전체의 핵심 서사로서, 우리 독자가 이미 충격적으로 경험한 바 있습니다.

위에 적은 대로, 이 2권은 그보다 훨씬 전, 아마도 2차 대전(즉 소위 "대조국전쟁")이 종료된 후 국가적 영웅으로 떠받들어진 레오 데미도프가 공명심과 부풀려진 자아에 도취되느라 아마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무렵일 겁니다. 이런 자가, 또 한 번 영웅의 연단에 높이 세워질 수만 있다면, 그 친부모인들 당국에 고발하여 그 불건강한 허영을 충족시키지 못하겠습니까? 이 시절 레오는 그처럼, 젊은 혈기와 광기어린 국가관이 서로 섞여, 그 눈에 뵈는 게 없는 완장질 중독 괴물이었던 형편이었습니다. 한때마나 이런 썩은 영혼에게 지배받은 자를 두고, 우리 독자는 계속 주인공으로서 신뢰를 보내야 할지 여부를 놓고 심각한 갈등에 빠지는 게 당연합니다. 지지해 줄 가치가 없는 캐릭터에 대고 애정을 퍼붓다 (라자르처럼) 나중에 무슨 배신을 당하게요. "애국심은 사악한 자의 미덕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명언이 새삼 생각나기도 합니다.

1권에서도 숱한 과오를 저지르다 마침내 바른 길로 (다소 영악한 방법을 써서) 접어드는 레오는, 이 2권에서 그의 원죄 중 하나를 다시 드러내고 있습니다. 1권에서 두 아이의 부모를 앗은 죄에 대해 마음 속 깊이 통회하던 그는 (어디까지나 마음 속으로일뿐입니다. 국가의 명령에 의해 행한 결과를 두고 죄의식을 느낀다면, 그건 바로 당성(黨性)의 결핍 증명이요 반역행위이기 때문이죠) 두 아이를 입양하여 친부모처럼 사랑을 베풀려고 합니다. 허나 이도 여의치 않아서, 그와 처 라이사는 은밀하고 끔찍한 개인적 시련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1권에서 "아 왜 레오는 자살하지 않는 걸까" 같은 생각이 드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자살하지 않는 이유는 물론 주인공을 죽일 수 없는 상업적 고려에다, 독자에게 색다른 카타르시스를 안기려는 미학적 고려가 함께 작용한 덕입니다) 이 2권에서는 레오 외에 다른 인물들이, 주로 과거의 행적에 대한 죄의식을 못 이겨 속속 자살하는 설정이 나옵니다. 마치 셜록 홈즈처럼, 레오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진상을, 증거와 논리로서 시원하게 밝혀내는 활약상을 짧고 강력하게 초반에 보여 주는데, 이 역시 1권의 장치와 일관성을 유지하는 부분입니다.

레오는 명철한 논리적 사고가 가능한 인물이라, 독자는 이미 알고 있는 사태의 비극적 진상에 대해, 개인적으로 가능하면 생각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눈을 감지 않습니다. 그것이 진실이다 하는 확신이 (논리적으로) 다가오면, 망설임 없이 전면 수용하는 게 레오입니다. 아내 라이사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러나 레오는 말을 아끼고 또 아낍니다. 저 위 아니샤의 유혹은 아마도 이런 라이사를 만나기 한참 전에 이뤄진, 젊디젊었던 시절 또 하나의 과오일 뿐입니다.

이 2권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속죄"입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런 주인공을 끼고 살 필요 있나?"하는 회의감을, 이 2권에서 레오는 철저한 회개를 통해, 그리고 가혹한 실천에 기반하여, 더 이상 독자의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지 않게, 자신의 죄과와 함께 말끔히 씻어 줍니다. 혹 1권에서 뭔가 개운치 않은 감정이 남아 있던 분들은, 이 2권까지 마저 읽어 보십시오. 레오 데미도프 시리즈가 단순히 상업적 프랜차이즈가 아니라는 각성이 생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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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 My Reviews & etc 2015-06-30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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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차일드 44 1

톰 롭 스미스 저/박산호 역
노블마인 | 2015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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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자유를 단 한 번도 누려 본적이 없는 영혼이라면, 모든 자유를 빼앗긴 채 살아야 하는 극한 상황 속이라 해도, 그 가혹한 조건에 순응하며 살아가게 될 지도 모릅니다. 하긴 이는 모든 상황적 제약이 풀린 현대에 사는 우리들이 사치스럽게 행하는 자기 기만일지도 모르겠는데요. 만약 수양제 시절의 농민 신분으로 살게 된 우리라면, 대운하 건설 노역장에 동원된 처지에서 물에 잠긴 내 다리에 구더기가 들끓은 채 썩어가는 모습을 보고도 과연 현장에서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권력에 반항이라도 한번 해 보다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여 분연히 봉기의 대열에 가담할지, 아니면 당장 눈 앞의 채찍이 무서워 그저 타성대로 묵묵히 벽돌을 나르게 될지, "사고 실험"만으로는 답이 안 나오는 문제이니까요. 그 상황에 실제 처해 보지 않고서 나오는 모든 "의지의 표명"은, 그게 아마도 타인과 자신을 기만하는 언사일 확률이 매우 높으니 말입니다.

구판으로 처음 읽을 때는 현대 스릴러의 공식에 맞춰, 전체주의 국가 체제가 발동할 수 있는 최악의 감시, 탄압 조치 속에서, 정의롭고 자유로운 개인의 삶을 지향하고자 하는 레오의 필사적인 몸부림, 그리고 상황이 허락하는 중 가장 영리하게 돌아가는 그의 두뇌 작용 등이 결합한, 영웅적 투쟁의 서사로 이 작품을 이해했습니다. 국가는 이미 충성스러운 국민의 신뢰를 철저히 배신한 바 있기에, 앞으로는 그에 대한 람보 식의 복수만 남았다,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이 신판으로 다시 읽어 보니, 그런 고독한 영웅의 투쟁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큰 억지나 무리도 아니고, 또 그런 모럴에 입각한 독해라야 도덕적으로 바람직하겠지만, 마냥 그렇게 읽기에는 레오 데미도프가 너무 나가는 면이 없잖아 있더군요.

레오가 고비를 맞닥뜨릴 때마다 취하는 결단과 결행은, 사실 아무리 그것이 타협적인 성격이라 해도, 보통 사람으로서는 현실화하기 어려운 초인적인 결과에 가깝습니다. 그는 이 소설에서 아내를 두 번 배신하고, 한 번 (그런 결단을 기대하기 어려운 제약 속에서) 지켜 줍니다. 후자에서 독자는 "과연 주인공이 될 자격이있었군!" 하며 감탄하나, 전자에서 "이런 사람도 사람 구실을 포기하며, 구질구질한 연명을 택할 정돈데!"하며 (순서대로) 절망하게 됩니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저는 제 방식대로 조국 소비에트에 충성하겠습니다!"를 외치는 레오의 모습을 보고, 이 사람이야말로 기막히게 영리한 체제 반역(동시에 보편적 휴머니티에 대한 충성)을 꾀하는구나 싶었는데, 지금 제2권 <시크릿 스피치>를 다 읽은 시점에서 보기에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그 역시 확고부동한 스탠스를 고수하는 게 아니라, 가혹한 외부 조건의 칼날 속에서 오락가락하는 겁니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지난 구판 리뷰에서 "어린이 살인마"의 정체에 대한 언급을 최소화하며 작품 감상을 적었지만, 이 작품 <차일드44>는 탐정(?)과 범인 모두, 명확하게 비인도적인 환경의 희생양이며, 두 사람 다 그런 외적 조건에 맞서 정면 타파를 위해 투쟁을 전개하기보다는, 타협이나 자기 파괴를 시도하는 데 그친다는 점이 독자의 마음을 내내 불편하게 합니다. 연작에서 계속 출현을 이어가는 레오 존재의 개연성을 유지하려면 불가피한 선택이었겠으나, 아마도 이 작품(시리즈)은 전통적인 영웅담의 성격만이 아닌 "잔혹 리얼리티 쇼"의 스타일도 같이 곁들여 꾸려진 듯 보입니다. 마흔 네 명의 어린이들 목숨을 앗은 범죄자뿐 아니라, 이런 체제 속에서 누구에게 고발당해 당국에 끌려갈 지 모르는 불안이 그 영혼을 좀먹어들어가는 평범한 시민, 그 강력하고 굳센 의지가 매 순간 모욕당해야 하는 주인공 레오 모두, 이미 존엄히 지켜져야 할 내적 세계가 치명적으로 파괴된 채 기껏해야 가망 없는 저항을 생물학적 충동에 의해 이어갈 뿐입니다. 이건 물론, 진부하고 통속적인 영웅담의 공식에서 벗어나, 이 작품만의 핍진한 개성을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비결임에 분명하긴 하지만 말이죠....

이런 주인공의 행보를 지켜 보기 위해 연작 소설을 다 구해 읽어야만 하나? 깊은 회의가 밀려오는 분들은 일단 재미로 이 1권을 펼쳐 보십시오. 결말에 가서 피로와 극한 감동이 동시에 찾아오는 통에 몸과 마음이 곤죽이 될 겁니다. "이 작품은 대체 상업적 흥미, 영혼의 건전한 고양, 그 어느 쪽을 추구하는 의도였나?" 여전히 미심쩍으면 2권도 이어 읽어 보십시오. 그런 시도는 기껏해야 한 번으로 족할 것 같은데, 작가는 2권에서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더럽혀지고 추악해졌던 주인공을 다시 끌어내어 "영웅적인 채무 변제"를 수행하게 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채무란 도덕적 채무를 뜻합니다. 아동 살인마 스토리와 반인도적 체제 고발이라는 도무지 어울릴 것 같은 두 요소를 이처럼 성공적으로 결합하였으나, 그것도 어쩌다 한 번이지 두 번이 가능할까? 바로 그게 작가의 의도입니다. 두 번 세 번도 나에겐 이런 곡예가 가능하다는 걸 독자들에게 보여 주려는 것. 우리 독자들은 진정 임자를 만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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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잡는 사람 기회를 놓치는 사람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5-06-3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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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회를 잡는 사람 기회를 놓치는 사람

데이비드 시버리 저/김은주 역
백만문화사 | 201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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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서 기회의 신을 두고 카이로스라 부릅니다. 로마 신화에서는 오카시오로 이름이 바뀐 이 존재는, 앞머리는 무성한데 뒤는 대머리라고 합니다. 사람이 미리미리 포팍하지 않고 이 기회를 자신보다 앞서 가게 방치하면, 기회는 그 뒤에 처진 사람에게 다시 손을 내밀지 않는다는 활유적 가르침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전적으로 두각을 드러내며 성공을 거둔 사람은, 이 드물게 찾아 오는 기회의 머리채를 나꿔챈 채 놓아주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확고하게 장악하며 쉬이 떠나 보내지 않습니다. 어떤 이는 비교적 뚜렷이 혜안을 유지하며 무엇이 기회이며 무엇이 그저 스쳐지나가는 insignificant 변수인지 분간도 잘 합니다. 다만, "아직 내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혹은 부족하다."는 공연한 겸손 때문에, 자신의 일생에 단 한 번으로 찾아온 호기를 놓치고,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곤 합니다.

물시호기(勿失好機)란 교조는 이 때문에 강조되었고, 쑹홍빙의 <화폐전쟁>등에서 여러 차례 강조되기로도 "능력있고 정확한 계산을 잘하는 자가 부자가 되는 게 아니라, 대담하게 기회를 잡고 결코 흘려 보내지 않는 자가 거부를 모은다."며 마치 지나간 시절 중국이 동아시아의 틀에 갇혀 도약의 기회를 놓친 것을 애통해하는 기색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기회는 어떤 기능을 연마한다든가, 학문을 갈고 닦아 경지에 이른다거나 하는 작업을 통해서는 사람을 찾아오지 않습니다. 기회는 오직,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만 형성되고 결실을 맺습니다. 사람과 만나지 않는 이는, 기회도 만날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해도, 혹은 특정인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나누어도, 자신에게 기회가 되는 사람은 지극히 짧은 순간 동안만 그 기회를 제공합니다. 물론 그 사람 당사자야, 상대에게 자신이 기회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모를 때가 더 많습니다. 눈 밝은 사람만이 그 기회가 기회인 줄 알아차리는 거죠.

"언젠가"라는 건 영영 오지 않습니다. 기회를 잡는 사람은, "바로 지금 당장" 그것이 내 눈 앞에 닥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한시도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그 가느다란 실낱을 장악하려 전력을 다하는 게 공통입니다. 며칠 전에 읽은 사이토 히토리 씨의 책 <부자의 인간관계>에선, "마음에 맞는 사람만 골라 사귀라"고 조언하는데, 이 책은 "당신이 기회를 잡기 위해선 일단 pool을 넓게 가져야 하고, 이를 위해 인간관계의 편식이 있어서는 곤란하다"고 제언합니다. 다 일리가 있는 가르침이니, 독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전략을 짜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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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기 전 1분 정리 공부법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5-06-3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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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잠자기 전 1분 정리 공부법

다카시마 데쓰지 저/서수지 역
아이콘북스 | 201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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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기 전 1분에 집중하라. 진정 매혹적인 가르침입니다. 실제 저도 과거 입시 준비를 할 때, 졸음이 와서 죽을 지경일 때 "이제 딱 1분만 더 외우고 바로 자 버리자!"하고 마음먹은 후 암기한 사항이 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런 지식은 기억 지속 시간이 꽤 길어서, 어떤 것은 이후 몇 년이 지나도 잊혀지질 않더군요.

많은 분들이 "이제는 나이가 들고 머리가 노화되어서, 뭘 외운다는 건 무리"라며 지레 포기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이 역시 저는 개인적 체험에 근거해서, 대단히 잘못된 attitude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근육과 신경, 장기는 세월이 흐름에 따라 그 노화를 피할 수 없을 지 모르지만, 두뇌는 전혀 그렇지 않더라는 게 제 경험이기도 하고, 긍정적 사고로 마인드셋을 새로 꾸린 제 주위의 모든 이들이 입을 모아 증명해 주는 바이기도 합니다.

자격증 공부도 한번 맛을 들이면 중독성이 있어서인지, 어떤 분은 별 실제 효용도 없는 자격증을 두고도 눈에 보이는 대로 응시, 취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패하면 모르겠는데, 합격을 매번 하니 누가 말릴 수도 없습니다. 장롱면허처럼 써먹지 못하거나 적용 범위가 좁다 해도, 최소한 그를 통해 자신감 하나는 크게 길러지지 않겠습니까. 또한 이런 작은 성공을 통해 가시적 성과를 거둔 이들에게는,  주위에서 "저분은 평소에 자기관리를 잘해낸 분"이란 평판이 쌓이는데, 이 역시 당사자에게는 무형의 자산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효율적 방법을 동원해야, 몸도 덜 지치고 배운 바의 효력이 더 강하게, 더 오래 지속됨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특히 저자는 세 가지 입버릇으로, 타고난 "자연 기억력"이 몇 배는 향상됨을 지적하는데, 이것은 이론적으로만 강조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90여개가 넘는 자격증을 취득한 저자 본인의 산 경험이 여실히 증명하는 터라, 암기가 필요한 게 외워지질 않아 고생했던 많은 이들에겐 귀가 솔깃해지는 뉴스입니다.

형광펜이라는 발명품이 시중에 나온 이래 아직도 상품으로서의 생명력을 여전히 발휘하는 걸 보면, 책에 밑줄 긋기 방법은 많은 이들에게 효험이 있음이 분명한가 봅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한 많은 요령 중에 유독 이것은 제 개인적으로 큰 지지를 보낼 수 없었습니다만, 나머지는 대체로 경청할 만한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암기 카드의 활용에 있어서, 한 번에 한 가지 주제만 기입하라는 것도, 최근에 제가 읽은 <비주얼 씽킹>에서 주장한 바와 관련,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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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의 심리학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5-06-30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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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주목의 심리학

벤 파 저/이창희 역
세종서적 | 201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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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내가 상대의 주목, 관심, 주의를 한눈에 끌기를 소망합니다. 그 관심이란 결국 "애정"의 단계에까지 가길 원하는 것도, 알고 보면 누구나 내심으로 갈구하는 바람일 것입니다. 요즘 같이 경쟁이 치열한 세상에, 어느 한 개인이 발(發)하는 의사 표현이 높은 파고와 깊은 풍랑에 그저 묻혀 버리지 않고, 목표한 지점을 향해 꿋꿋이 진행하길 기대하는 건 거의 요행심리에 가까운지도 모릅니다.

저자 벤 파(Ben Parr)는 IT 저널리스트가 본업이며, 실리콘 밸리의 유망한 젊은 기업인들에게 캐피탈리스트로서 희망이 되어 준, 이 분야에선 이름 높은 사업가이기도 합니다. 벤처사업가들에게 신망이 높으려면, 그저 자금력만 튼튼하다고 해서 조건이 갖춰지는 게 아니라, 벤처 기업인의 잠재력과 사업 건실성을 정확히 알아 봐 주는 능력이 더욱 중요합니다. 성실하고 실력 있는 벤처인들에게는, 그저 조달 금액의 다과보다도, 자신의 구상을 시장에서 구체화할 수 있는 그 청사진을 정확히 이해하여, 적시 적소에 필요한 만큼의 지원을 해 주는 "물주"가 무엇보다도 절실하기 때문이죠.

자신에게 주목을 받고 싶었던 젊은 기업인을 그간 많이 상대해 봐서인지, 벤 파는 "남에게 주목을 받으려면 어떻게 효율적으로 소통해야 하는지"를 두고 터득한 요령이 있습니다. 이런 노하우는 이분 같은 자본가가 아닌, 자본을 조달해야 하는 CEO 입장에서 더 절실히 필요한 능력입니다만, 여튼 그는 소통의 대가로서 IT나 벤처 업계에 한정되지 않고, 사람 사이에서 두루 통할 만한 커뮤니케이션의 기술에 대해 그 핵심을 찌르는 방식으로 독자를 깨우쳐 줍니다.

이분 책에서 누구라도 집중해서 볼 만한 내용이, "주목에도 단계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1) 순간 주의 2) 단기 주의 3) 장기 주의. 이 세 레벨입니다. 사람이 사고와 행동에 있어 끌어다 쓸 수 있는 체내 에너지, 자원이 무궁무진하다면, 이는 하루의 과업 수행뿐 아니라, 노화, 수명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될 것입니다. 아무리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라도, 모든 문제에 대해 매 순간 집중할 수는 없습니다. 저자는 타인의 주의를 끌고 싶을 때, 이 강도와 단계에 있어 차이가 있는 주목도를 염두에 두고, 1) 2) 3) 의 순서대로 상대의 관심을 서서히 높여 나갈 것을 주문합니다. 이런 방식대로라면, 남의 주의를 끌려는 행위자 본인의 가용 에너지 역시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습니다.

영국 유권자들은 그나마 세계에서 가장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투표권을 행사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듣습니다. 이런 그들조차, 지난 상당수의 총선에서 어느 한쪽으로 대세가 결정 났다는 판단이 들면, 이른바 승자편승의 심리를 발동하여, 선택과 집중에 쓸 에너지를 구태여 다른 사고 작용에 동원하느라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행위자는 이처럼, 어느 한편으로 대세가 결정나기 전 자신에게 관심을 돌릴 줄을 알아야, 이미 큰 흐름이 반대편으로 길을 정한 후 공연한 정력 낭비로 추가 대미지를 입은 결과를 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분이 지적하는 건, 현대 세계에서 날마다 생산되는 정보의 양이 너무도 파괴적인 추세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진화론적으로 우리는 정해진 시간 동안 극히 일부의 정보만 처리할 수 있게 세팅되었는데, 그 많은 추세를 일일리 추격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죠. 오히려 행위자는, 타인이 자신을 주목할 수 있게 능동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이를 위해 저자는 "감각을 이용하라", "세계관을 읽어라", "예상을 뒤집어라", "욕망하게 하라", "신뢰를 주어라", "추리하게 하라", "관계를 확장하라"는 7대 법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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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가장 중요한 7인을 만나라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5-06-30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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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생에 가장 중요한 7인을 만나라

리웨이원 저/허유영 역
비즈니스북스 | 201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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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푸단(復旦. 복단) 대학교를 잠시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 규모보다는 학생들이 뿜어내는 활기와 열정이 인상적인 학교였는데요. 이 책 저자가 그 학교 출신이라고 책 날개에 표기되어 있어 반가운 인상이었습니다. 제 개인의 주관적 느낌이기는 하나, 사람들 사이에서 살가운 정(情)이 오가는 공동체에서 인간과 동아리를 대하는 바른 요령, 건전한 직관, 타당한 이론이 싹트고 정초(定礎)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생기곤 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무수히 많은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그 중 어떤 이는 나에게 무한한 응원과 기(氣)를 불어넣어 주는 만남으로, 둘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을 채워 나갑니다. 어떤 사람은 딱히 해코지를 하려는 의도는 아닌데, 무심코 던지는 말 한 마디마다 의욕을 상실케 하는 비관적 언사를 자주 씁니다. 어떤 살람은 고의적으로 남의 기분을 망치려고 수를 쓰는 듯합니다. 나한테뿐 아니라 다른 이에게도 습관적으로 그런 매너를 드러내는 사람이 있고, 유독 나에게만 잘 안 맞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도 같습니다.

저자 리웨이원(이유문) 선생은, 우리와 심성 면에서 많이 닮아 있는 중국 출신 저자답게, "살면서 꼭 챙겨야 할 사람", "살면서 반드시 멀리해야 할 사람"을 유형별로 정리하여, 우리가 경제적으로, 효율적으로 처세를 유지할 요령을 잘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인간 관계의 노하우를 가르치는 책은, 얼핏 들어서 크게 그릇된 말을 하고 있는 건 없습니다. 읽어 보면 다 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진짜 도움이 되는 책이라면, 그저 미적지근 공감이 가서는 안 되며, 읽는(듣는) 순간 말 그대로  무릎이 탁 쳐질 정도가 되어야만 합니다. "나도 살면서 바로 이런 느낌이었는데, 이분이 정확히 지적해 주시는군!"

저자 리 선생의 지적은, 본문 중에 실린 "내게 특별히 힘을 주는 사람" 유형 정리에서도 큰 공감을 끌어내지만, 개인적으로는 "살면서 피해야 할 인간"에 대한 설명이 특히 가슴에 정통으로 와 닿았습니다. 이런 걸 영어권에서는 predator 유형이라고도 하고, 요즘 큰 인기를 모으는 사이코패스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있죠. 꼭 탐욕적으로 남에게서 이익을 갈취하는 지능형 가해자 뿐 아니라, 자신도 망하고 남도 같이 망하자는 이상한 성격의 패배자 타입도 있습니다. 하루 종일 세상과 사회에 불평을 늘어놓는 그 비생산적 푸념을 듣고 있자면 좌절을 넘어 분노가 일어날 지경인데요, 한정된 정력과 시간을 어떻게 하면 "내게 요긴한 인물들"에게 집중해서 배분할 수 있을지가, 이 책의 핵심 주제입니다.

좋은 상사가 좋은 스승보다 낫다는 말,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절실하게 와 닿은 금언입니다. 특히 저자는, "초년생 시절은 엄격한 상사, 어느 정도 틀이 잡힌 이후로는 권한 위임을 넉넉히 해 주는 상사"가, 나 자신의 성장을 이루는 데 유익한 타입이라고 정리합니다. 저자의 규정대로 "관계과잉의 시대"에, 사람을 잘 골라 내게 유리한 점을 충분히 취하고, 배울 것은 올바로 배우는 현명한 처세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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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인간관계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5-06-3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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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부자의 인간관계

사이토 히토리 저/김지영 역
다산3.0 | 201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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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부자는 돈을 벌지만, 큰 부자는 돈의 흐름을 만든다.

이 책의 내용은 이 한 마디로 요약될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분 중 어느 사장님은, 일을 그렇게 열심히는 안 하십니다. 하지만 손 대는 분야마다 족족 성공을 거두더군요. 이분이 이렇게 할 수 있는 비결은, 자신이 모든 일을 직접 관장하지 않고, 재능 있고 적성이 특출한 다른 인재를 대신 활용한다는 사실입니다. 거의 언제나 그런 식이었습니다.

기업주 중에는 "기술자형 사장님"이 따로 있어서, 하루 24시간 자신이 가꾸어 내는 분야의 기술적 개선에만 전력을 기울입니다. 이런 분은 관심사와 목표에 장인적 정열을 쏟아 붓는 분이라, 자신의 사업에 대해 대단한 자긍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시장)이 그에 합당한 보답을 해 주는지는 여전히 별개 문제이고, 이 두 가지 요소가 잘 조응되지 않았을 시 큰 좌절감을 맛보곤 합니다.

반면, 슬슬 놀아가면서 일을 해도, 주로 자신의 능력이 아닌 "남의 재능"을 이용하곤 하는 타입은, 설령 계산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아도 큰 타격을 입지 않습니다. 장사의 요체는 적은 밑천을 들여 많은 돈을 버는 것입니다. 아무리 매출이 많아도, 투입해야 할 자본이 밑 빠진 독처럼 한정 없이 소비된다면, 그 사업은 가망이 없는 것입니다. 또, 어차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내 개인의 재능만을 무진장 쏟아부어야 한다면, 설사 사업이 성공해도 이미 나 자신이 탈진된 후입니다. 자칫 건강에 해를 입는다면, 목표했던 모든 걸 손에 넣은 후라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사람과 교분을 나눔에 있어, 우리는 보통 두루두루 타인들과 잘 지내는 것을 관계의 요체로 삼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상식에 정면으로 반하는 조언을 합니다.

"당신과 마음이 잘 맞는 이와만 사귀어라!"
"괜히 당신을 모해하고 괴롭히려 드는 자와 상종하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이런 주장의 근거랄까 배경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결국 부(富)의 운용 핵심은 선택과 집중입니다. 내가 사람을 만나고 관리하고 통제하고 다독이는 것도 한계가 있으며, 나와 안 맞는 상대를 두고 같은 시도를 하면 다른 이를 상대할 때보다 몇 배는 더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게다가, 다른 과업에 비해 인간 관계의 실패가 당사자에게 주는 대미지는 몇 배나 더 심각하고, 물적 과업을 그르칠 때보다 사람 관계가 잘못될 경우 타격에서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죠.

여기에 더해, 저자는 타인을 상대할 때나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나의 기준에 억지로 끼워 맞추지 말라고 합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오랜 시간 동안 기능과 생활을 이어 오며 형성된 틀이 있는데, 이걸 억지로 바꾸다 보면 반드시 탈이 나거나, 제 능률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는 거죠. 그러니, 나와 잘 안 맞는 사람도 자기가 살아오면서 그런 스타일이 자신만의 것으로 이미 굳었는데, 설령 내가 그를 뜯어고친다 한들 이제 그 사람과 소통하는 보람이 뭐겠냐는 겁니다. 생각해 보면 타당한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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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때 그렇게 말했을까?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5-06-30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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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왜 그때 그렇게 말했을까?

롭 켄들 저/박다솜 역
길벗 | 201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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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런던에서 개최되었던 올림픽은, 역사상 처음으로 사망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사실로 역사에 남을 올림픽이라고 합니다. 그 비결은, 최고의 소통 기술을 통해 수만 명의 관리 인력이 일체로 움직이고 조율될 수 있었던, 저자 롭 켄들이 구축한 시스템 덕분이었다는 게, IOC 관계자들을 비롯한 관계자 대부분이 거의 의견 일치를 이루는 부분입니다.

관계를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건 오해와 곡해입니다. 나는 분명히 이런 의도로 꺼낸 말인데, 상대는 그 표현의 진의를 자기 식대로 받아들입니다. 다툼과 갈등은 갈수록 골이 깊어지고, 말은 몇 다리를 오갈수록 점차 본 모습을 잃고 상대를 겁에 질리거나 분노하게 만드는 괴물로 돌변합니다. 저자는 먼저 "내가 말하는 스타일을, 어느 누구에게도 오해를 사지 않을 매너로 다듬은 후, 의사표현을 시도하는 게 순서"라고 합니다. 남 말을 무조건 곡해하고 드는 상대도 문제지만, 상대를 바꾸려 들기보단 내가 먼저 바뀌는 게 결국은 노력이 덜 드는 선택이란 뜻입니다.


사근사근한 어조와 부드러운 뉘앙스의 어휘만 가려서 구사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저자의 주장은, "어느 경우에도 피해야 할, 최악의 결과를 부를 수 있는 방식"을, 모든 경우의 수에서 제거하는 것도 효율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합니다. 공격적으로 나오는 상대 못지 않게 많은 신경을 써야 할 상황이, 바로 방어적 태도로 일관하는 유형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초기 단계에 겉으로 봐선 문제가 없어 보이다가 최종 국면에서 "성과 제로"라는 결과를 드러내기에 더 큰 악재로 작용합니다.

상대가 작심을 하고 가시돋친 말을 하는데, 나만 못 알아듣고 기계적인 대응을 하는 것 역시 관계를 악화시킬 뿐입니다. 맞싸움을 하라는 게 아니라, 어차피 관계를 개선할 의향이 없는 상대를 두고, 공연히 그의 감정을 악화시키거나 나의 에너지를 소진할 필요가 어디 있겠느냐는 의미에서입니다. 관계와 소통은 어떤 경우에도 일방적일 수 없고, 다만 그 개선을 위해 우선 나부터 오해의 소지를 최소화하려는 수련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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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카드 | My Reviews & etc 2015-06-2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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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하우스 오브 카드

마이클 돕스 저/김시현 역
푸른숲 | 2015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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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모와 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의 흑막은 세계 어디에서나 사정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의원 내각제라는 헌정 시스템을 확립한 나라죠. 형식적으로 국가의 최고 통수권자 직위에 머물러 있는 군주를 두고서도, 선거를 통해 뽑힌 다수당의 리더가 국가 살림의 실권을 쥐게 한 건 당시로서는 대단한 파격이었습니다. 이런 체제가 처음으로 자리를 잡고 근 한 세기가 지나서도 예컨대 대륙의 오스트리아 같은 곳은 여전히 전제정의 성격을 떨쳐버리지 못했으며, 실세였던 메테르니히 재상 같은 이도 황실의 이익과 구체제 수호에 충성을 바치는 범위 안에서만 권력자였죠. 얼핏 보아 취약하기 짝이 없는 곡예와도 같은 의원내각제를 오랜 시간 동안 발전시켜 온 영국 헌정사는, 복잡다단한 이해 관계로 대립하는 제 세력 사이에서 막후 조율과 타협을 이뤄낼 수 있는 수완 좋은 리더들의 자취를 필연적으로 그 만신전에다 봉정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여러 번 언급되는 벤저민 디즈레일리, 로이드 조지, 윈스턴 처칠 등이 그 예입니다(아무래도 시점이 보수당 인사들 쪽에만 위치하기 때문인지 역대 반대당의 당수들은 잘 거론되지 않더군요).

대처 전 수상(이 책에서 유일하게 실명으로 나오는 인물입니다)이 민심을 완전히 잃은 후에도, 보수당은 그 다음 선거에서 또다시 집권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어떤 이는 이 소설이 집필 당시 시점에서 근미래를 설정했다고도 보지만, 여러 정황상 이 작품은 1992년에 치러진 영국 총선을 배경으로 한 것이 맞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이 작품에선 선거 당일 며칠 전부터도 집권당의 승리가 점쳐졌고, 방송사 주관의 출구 조사에서는 3,40여 석 정도의 차이로 이기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걸로 설정되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투표가 종료되고서야 보수당의 승리 결과가 알려져 전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지요. 의석 수가 종전 140석 차이에서 60여석 차이로 급격히 감소한 것도 소설 속의 가상 세계와 비슷합니다. 소설에서는 프랜시스 어카트 원내 총무(이제는 원내 대표라는 번역어가 더 좋을 것  같지만)가 서리 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데, 실제 역사에선 존 메이저 총리가 서리 출신이기도 합니다.

존 메이저 총리를 모델로 삼은 듯한 작중 캐릭터는 헨리(할) 콜링리지입니다. 화자인 어카트의 표현에 따르면 "세상의 규칙을 바꿔 나가기보단 교활하고 좀스럽게 순응해 가며" 그 자리에 오른, 별반 평가해 줄 것 없는 그릇 작은 인물에 불과합니다. 요즘처럼 매스미디어가 비정상적 권력을 행사하는 현실 속에선, 콜링리지처럼 고만고만한 정치인들이 수상 자리에 번갈아 오를 뿐, 나라의 틀을 건강한 방향으로 과단성 있게 몰고갈 만한 걸물들은 그 전 단계에서 번번히 좌절할 뿐이라는 거죠. 처칠이나 로이드 조지는, 요즘 같았으면 신문과 방송의 집요한 공세에  벌써 낙마하여 야인 신세에 평생 머물렀으리라는 게 그의 전망입니다.

콜링리지를 두고 "대단히 재미없는 인물이라 그의 부인도 아마 다른 데 찍었을 것"이라는 게, 대중의 평판을 대변하는 눈치 빠르고 화통한 스타일의 여기자 매티 스토린의 신랄한 단평의 형식으로 나오는데, 이는 실제로 존 메이저 총리를 두고 세간에서 찧어대던 입방아와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곡마단 곡예사의 아들인 메이저 총리에게는 형이 있었는데, 자신과 아주 다른 길을 걸으며 가업을 이으려 노력했으나 성과가 좋지 못했던 무능한 형을 둔 점도 콜링리지가 메이저 총리와 닮아 있는 대목입니다. 성품이 악하지는 않으나 룸펜처럼 인생을 허송하던 형의 존재라는 약점을 냉큼 잡아, 이후 파워게임에서 유리한 패로 활용하려는 어카트 총무지만, 당장은 실세인 총리에게 그 명백한 실책을 두고서도 직언을 삼가며 꼬리를 내리는 모습은 독자의 고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언플"이란 말이 요즘은 주로 연예기획사의 행태를 두고 쓰이지만, 과거에는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특히 야당 총재였던 김영삼 씨의 장기였죠) 주로 정계에서 널리 구사되던 술수를 두고 비꼬는 용어로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이 책에도 언론사는 정치 게임의 유력한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정치인과의 오프 더 레코드 회동을 통해 다음날 기사의 핵심 소재를 잡고, 웨스트민스터 街 전체에 파장을 일으키는 모습은 이미 플레이어 레벨을 넘어섰다고나 해야겠습니다. "사회의 공기(公器)"라는 교과서적 평가가 무색할 정도죠.

어카트는 민간 홍보 회사 대표 오닐을 통해, 그의 오랜 지기이자 반대당 의원인 켄드릭에게, 집권 내각에 치명적일 수 있는 정보를 고의적으로 흘리게끔 공작을 벌입니다. 어카트는 원내 대표라기보다, 우리 식으로 따지면 구 안기부장에나 해당할 만큼 자당 의원들에 대한 각종 약점을 잡고 전선 이탈을 막는 데에 노련한 술수를 구사하는데, 오닐은 민간인이지만 보수당의 하청 업체로 사실상 오닐은 당내인사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마약 상용이 약점으로 잡혀 어카트의 하수인 노릇을 하게 되는데, 이미 예순을 넘겨 정치적 야망이 조바심으로 변한 어카트는 마지막 용틀임으로 대권을 넘보는 터라, 수단의 청탁을 가리지 않고 휘두를 만큼 코너에 몰려 있는 처지이기도 합니다.

야당이라고 상황이 다를 바 없어서, 결국 이해관계의 궁합 여부에 따라 이합집산이 이뤄지는 모습은 당의 경계를 따지지 않습니다. 출구 조사 결과 발표 후 웨일즈어로 욕설을 내뱉는 반대당 당수는, 실제로 웨일즈 출신에다 거침 없는 언행으로 구설에 올랐던 닐 키녹을 모델로 했음이 거의 확실합니다. 실제 영국의 정당사와 숱한 추문을 알고 읽으면 재미가 몇 배로 늘어나는 멋진 풍자소설이며, 현재 미국 넷플릭스 신디케이트로 방송되는 케빈 스페이시 주연 미니시리즈는 배경과 설정을 미국식으로 통째 번안한 작품입니다.


처칠은 이런 명언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최악의 정치 체제다. 하지만 현존하는 그 어느 정치 체제보다도 나은 제도이다." 이 책 뒤표지에는 "민주주의는 과대평가되었다!"라는 문구가 있는데, 21세기에 접어들고도 우리는, 가장 안락하게, 건전하게 의존해야 할 정치시스템을 두고서도 최소한의 확신을 갖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런 한심한 정치 모사꾼들의 부패한 행태가 보기 싫어서라도, 이제는 다른 대안 모색에 나서야만 하는 전환점에 도달한 걸까요? 히틀러의 변덕에 국민의 생사가 좌우되는 폭압 행태에 비하면, 그래도 이런 "소인배"들의 잔머리 굴리기 게임이란, 차라리 귀여운 구석이라도 있는 것 아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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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9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