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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YES24 파블미션(舊) 2016-02-2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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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영향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구위안인 저/송은진 역
라의눈 | 2016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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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미국에서는 "업적", "현명함", "위대함", "박식함" "부유함" 같은 익숙한 지표보다 "영향력'이라는 플래그를 더 자주 쓰기 시작했습니다. 시사 주간 <TIME>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Influential 100" 같은 기획이 대표적입니다. "영향력"은 개인의 선호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치 중립적이기도 하고, 좋든 싫든, 바람직하든 그렇지 못하든, 크게는 세상을, 작게는 해당 인사가 속한 공동체와 조직을, 그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음을 계량한다는 점에서 여러 모로 범용 척도로 쓰이기 좋습니다. 가수 정지훈(비), 혹은 지드래곤 같은 이들더러 존경 받는 위인이라고 부르면 비웃을 사람들도, 그가 "영향력이 큰(컸던) 인물"이라는 점에서는 동의를 안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죠. 중국에 백만장자가 그렇게 많다고 해도 디스카운트해서 들어야 할 게, 공산당 당국에 찍히면 하루아침에 거지가 될 위상밖에 안 되기 때문입니다.

"남들에게 존경 받는 사람이 되자." 이건 막연합니다. "누구에게나 사랑 받고 싶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주변에 큰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수준별 성취가 가능할 뿐 아니라 붙특정 다수를 상대로 삼아서도 뭔가 "먹힐 수 있는" 목표입니다. 우리가 목표를 잡고 계획을 세울 때는 그 첫째로 고려해야 할 덕목이 "실현 가능성과 구체성"입니다. "영향력"이란 이런 관점에서 어느 처지에 놓인 누구에게건 손에 잡히는 범위 안에 일단 들어 오기는 하는 타깃이며, 어느 지점에 도달한 후에도 그 한계가 뻔하지 않아 지속적으로 자기 발전의 동력으로 삼기 충분합니다.

저자는 아예 이렇게 말합니다. "재능은 어떤 이에게는 무슨 종류로건 전혀 주어지지 않은 축복이기도 하다." 실제로 <응답하라 1988> 초반에서 덕선이가 막 우는 것도 이런 자각이 온 후 새삼 서러워져서였(겠)죠. 그런데 저자는 이 전제 위에서, "(그러나, )영향력은 누구에게나 조금씩은 주어져 있다는 점에서 공평하고, 발전 가능성이 많다는 점에서 지겹지 않으며(만약 재능이라면, 자기 재능이 자기가 지겨워질 때도 있죠), 온전히 겉으로 다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세상의 밸런스를 맞춘다(예컨대, 외모는 빤히 다 나타나지 않습니까?)"라고 합니다. 게임의 룰을 이것으로 정하면 누구나 결과에 승복할 수 있습니다. 제가 학부 1학년에 입학했을 때 수업 시간에 어느 교수님이 우리에게 그러시더군요. "부모로부터 받은 재산 차이만 불공평한 게 아니다. 재능의 배분도 태어날 때 랜덤이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 그런데도 흔히 사람들은, 재능의 불공평 분포에 대해선 아무 비판이나 불만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요즘 "재능 기부"라는 말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런 잘못된 인식이 서서히 개선되는 조짐이 아닐까 생각도 해 보고요.

실제로 세상은 명시적으로 룰 체인징을 하지 않고도 이미 그 방향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엄청난 자산을 보유하고 세상의 틀을 다 좌지우지하는 듯 보이는 대기업과 그 주주(셰어홀더, 혹은 오너)들도, 돈 한 푼 없는 트위터 폐인들한테 크게 씹히고 우왕좌왕하기도 합니다. 대통령이 나라 권력을 다 가진 것 같아도 소수당이 제도 보장의 한 귀퉁이를 잡고 꼼짝 못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직장의 하급자들도 다면 평가에서 "영향력 발휘"의 통로를 이용하여 윗선을 엿먹이기도 합니다. 이런 게 다, 다른 척도가 아닌 "영향력" 쟁탈의 게임판으로 변해가는 세상의 한 얼굴을 드러내는 증거입니다.

세상이 그처럼 (자체 생존을 위해) 진화하고 있기에, 기민한 참여자들은 돈이나 명예, 지식 같은 일차원 목표보다 "영향력"이라는 보다 복합적이고 독립적인 지표 기준으로 자신의 랭킹, 레벨을 높이려 애씁니다. 책에서는 주로 심리학자들(혹은 심리학을 도구로 쓴 다른 방면의 학자들)이 설계한 여러 모델 연구가 밝혀낸 성과를 중심으로, 이 "영향력"의 정체와 공략 방법에 대해 자세히 풀어 주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개인의 여러 자산보다 "영향력"이 우월한 기준이라고 해서, 영향력이 외모, 재산, 인맥, 재능 따위와 무관하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 그렇기는커녕, 영향력이란 이들 팩터들을 모두 한 몸에 다 갖춘, 그것도 최적 비율로 갖춰져야 제 모습이 드러나는, 미묘하고 까다로운 포트폴리오입니다. 저자는 그래서, "영향력"을 쌓기 위해 어떤 노력을 통해 무슨 결과를 최종적으로 낳아야 하는지 진지하고 체계적으로 논의합니다. 하나도 갖추기 힘든데 다 하라고? 미리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 가지 기준으로는 상위 10%에 못 들어도, 두루두루 구색 맞추고 노력하면 한 가지만 과하게 잘하는 사람보다 순위를 더 높일 수 있습니다. 국어 전국 200등, 수학 전국 80등, 영어 전국 170등이면, 종합 순위는 대략 전국 40등 안에 들 수 있습니다. 안 믿기죠? 한 분야에서도 100등 안에 못 든 사람이 어떻게 토털 순위 50등 안에 들 수 있을까요? 전교 순위보다 더 많은 표본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 순위에서 더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종합, 조합의 마력이 여기서 증명되는 겁니다. "부분의 합은 결코 전체와 같지 않다." 흔히 입에 올리는 "시너지 효과"와도 통합니다(철학적으로는 소위 "구조주의").

이 책의 최고 장점은 심리학자, 행동경제학자들이 진지하게 행한 실험과 그 연구로부터 도출해 낸 학문적 결론들이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다는 겁니다. 어떤 책은 편집이 잘못 되어 있어서 내용은 분명 엄청 도움되는 유익한 내용인데, 읽고 나서 머리에 딱딱 남지를 않는(물론 다른 경로로 정신이 흡수해서 좋은 결과를 안 보이게 남겼겠지만) 단점이라면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실험자(혹은 장소, 테마)의 이름을 따서 딱딱 눈에 들어 오게, 그리고 "OOO의 ∆∆ 실험" 하면 뭐가 결론이다, 이런 식으로 읽는 독자가 정리를 편하게 하도록 돕고 있었습니다. 아마 이 책에 실린 내용 중 어느 독자라도 (각각 다른 토픽으로) 60% 이상은 알고 있는 원리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여간한 사람 아니면 책에 실린 전부를 정리하고 있진 못할 것 같구요. 이 책 한 권을 "족보" 삼아서, 영향력이란 녀석의 성분, 내력, 전망, 나한테의 효용이 무엇일지 골똘히 생각에 잠겨 보는 것도 미래를 위한 행복한 시간이 될 듯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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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브 디거 | My Reviews & etc 2016-02-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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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레이브 디거

다카노 가즈아키 저/전새롬 역
황금가지 | 2007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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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포 벤데타>는 영국 역사에서 반역자, 비열한 배신자, 실패자로 낙인 찍힌 한 인물(가이 피어스)에 대해 수백 년 만에 화려한 복권과 재조명을 시도한 작품이었는데요. 영국이 민족 국가로의 도약(breakthrough)을 이루는데 결정적인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된 구교 세력을 일거에 뿌리 뽑는 데 일종의 전환점을 이룬 사건입니다. 조작, 마녀사냥이란 의혹도 있긴 하나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 진상은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여튼 당대에는 선/악, 정/부당이 완전히 판정 나서 이론의 여지가 거의 없던 사건이었죠. 구교의 기반이 이처럼 정치적인 책동 하나로 완전히 엎어질 수 있었던 건 물론 그 선대 선대의 헨리 8세라는 강력한 군주의 오랜 노력이 있기도 했지만, 이 섬나라에서 가톨릭의 뿌리가 대륙에 비해 그리 튼튼히 내리지 못한 역사적 경위의 탓도 있었습니다.

"그레이브 디거"는 그저 무덤 파는 사람이란 뜻이 아닙니다. 이건 영어 원어 표기를 그대로 유지해야 역사성이 전달되는 개념이죠. 실제로 이 작품 속에서도 "그레이브 디거"는 역사 속의(혹은 역사에 기록이 남은 전설 속의) 특정 인물(혹은 상징)을 가리키거나, 바로 이 소설 속에서 정당한 복수극을 치밀하고 냉정하게 주도하는 살인마(암만 착해도 살인마는 살인마죠)를 가리킬 때 쓰입니다. "무덤 파는 자"라는 이름은 등장 인물의 다른 대사 속에서 냉소적 뉘앙스를 띤 채 따로 등장하는데, 그래서 이와는 구별되는 "그레이브 디거"를 원어 그대로 살리지 않으면 저자 다카노 가즈아키의 의도를 훼손하는 셈입니다. 한참 뒤 산업 혁명 와중에서 일어난 "러다이트 운동"의 가상적 지도자 루드 장군처럼 이 "그레이브 디거"도 그런 억압 받는 민중의 한을 대변하는 존재라 하겠습니다.

" 마녀 사냥'이란 말은 정말로 나쁜 마녀를 찍어 내어 정당한 단죄를 행한다는 뜻이 아니라(ㅎㅎ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요즘 없겠죠), 대체로는 근거 없이 여론몰이(대부분 조작)를 통해 소수의 희생양을 만들고 매장시키는 행태를 비판하는 뜻으로 쓰입니다. 상당한 경우 자기가 속한 공동체(학교, 회사)에서 왕따가 되었던 사람들이 마음에 맺힌 게 있어서 기회가 되면 애먼 데다 대고 이런 시도를 하려 들더군요. 딱한 일입니다만 자기 문제는 자기가 스스로 해결해야지 엉뚱한 화풀이를 해서야 그게 될 일이겠습니까. 대체로 이런 시도는 실패자가 벌이는 짓이 언제나 그렇듯 성공하기도 힘듭니다.

이 책에서 "마녀 사냥"은 두 가지 의미입니다. 하나는 어떤 음모에 의해, 특정 살인 사건을 저지르지 않은 어떤 사람이 "동원된 증인(즉 위증자)"에 의해 살인 혐의를 뒤집어 쓴 사건을 가리키겠고요(더 이상은 내용 누설). 다른 하나는, .... 이게 의미 심장한데, 일본 사회의 소수자인 좌파 혁신 계열에 대한 경계와 경멸적인 태도를 가리킵니다. 저는 그저 베스트셀러 스릴러를 읽는 가벼운 기분으로 책장을 넘겼는데 이렇게까지 묵직한 메시지가 들어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물론 이런 정치적 컬러가 독해를 방해하지는 않을 텐데요. 그건 워낙에 이 작품이 탄탄한 구성의 미덕을 갖추고 있는 덕입니다. 소설의 근원적 생명력은 결국 구성의 탄탄함에 놓여 있다는 오랜 진리를 그의 작품들은 잘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재미있을 뿐 아니라, <제노사이드>의 그 괴생물(ㅎㅎ)이 구사하는 언어처럼 다면에서 입체적으로 읽힙니다. 주인공은 생긴 모습만 악당이 아니라, 여태 살아 오며 벌인 모든 행각이 다 악행일 만큼 구제불능 인생입니다. 그러던 그가 자기 생명의 위협까지 무릅쓰며 나이도 생김새도 성별도 모를 어떤 백혈병 환자를 구하러 도시(동경) 북단에서 남단으로 종축을 따라 좌충우돌 폭주를 벌입니다. 해 봐야 아무 이득도 없고(처음에는 매혈 비슷하게 보수가 주어지는 줄 알았습니다만) 몸만 피곤한 이런 일을 왜 벌이는 지 알 수 없었지만, 작품이 진행됨에 따라 하나 둘 베일을 벗는 그의 숭고한 동기에 마음이 숙연해지더군요. 이번의 선행이 그로서는 그 존재 이유를 처음으로 해명해 주는 일생일대의 전기였던 셈입니다. 과연 미모의 오카다 닥터가 조직의 일원일지 아닐지를 두고 끊임 없이 머리를 썩이는 주인공의 태도도 이 소설의 깊이를 더하는 요소입니다. "거리의 악당을 우습게 보지 마!" ㅎㅎ 그렇죠. 길바닥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가장 영리한 애들인 법입니다.

여타의 작품에서처럼 다양한 배경과 성향을 지닌 경찰관들이 또한 스토리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게 일관된 특징입니다. 이 소설에서는 일반 수사 라인에 위치한 이들과, 우리 식으로 말하면 공안 부서에 속하는 경찰력이 지속적인 대립을 보이며, 우리 사회에서 유행하는 "X피아"란 말처럼 보안부 출신 인력들이 현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끈끈한 인맥의 힘을 과시하며 일본 사회 전반에 걸쳐 폭 넓은 "마녀 사냥"을 벌이는 걸로 설정됩니다. 그게 순수하게(?) 이념과 신조의 관철을 위한 범위에 머문다면 상관이 없는데, 그렇지도 못하다는 게 문제죠. 공금을 횡령하고, 정적을 비열한 수단으로 제거하고... 이미 냉전이 종식된 지 오래지만 이런 점에서 좌우 이념의 대립은 여전히 현대 사회의 구조에 잔존하여 치열하고 소모적인 전선 하나를 유지하는 요인으로 작동합니다. "자본주의는 사람을 비천하게 만들고, 공산주의는 사람을 게으르게 만든다." 그래서 M의 총수는 초심을 잃고 더러운 욕망의 노예로 전락했으며(놀랍게도 40년 전 터져 다나카 가쿠에이 등 여러 정계의 거물의 목을 날린 록히트 마틴 스캔들이 배경으로 나옵니다. 사건명은 내내 생략되지만), 모 출판사 사장님의 아들은 부친의 숭고한 사명도 망각한 채 일개 범죄자로 추락한 인생을 살게 되었나요?

마지막까지 곤도의 시신 행방이 애매하게 처리되고 대신 엉뚱한 장면 하나가 삽입된 게 좀 유감이며, 이를 제외하면 초기 설정에서 제기된 모든 복잡한 문제가 낱낱이 해명된 건 물론 장점이자 매력 포인트이지만, 바로 그 초기 설정 자체가 너무 많은 우연이 한꺼번에 개입되어 이뤄진 양상이라는 게 구멍이라면 구멍입니다. 북에서 남으로 가로지르는 야가미의 순례를 큰 축으로 하여, 이를 가로막거나 절단하려는 다수 당사자의 개입이 보기 좋은 나선 구조를 형성하며 다차원으로 얽히고 꼬이는 그 플롯의 아름다움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지금 필리버스터 정국(테러방지법 의안이 단초가 된)과 관련하여 시의적절한 독서이기도 했구요.


p166에 "알력 다툼"은 말이 안 됩니다. "알력"은 한자로 軋轢이라 쓰며, 그 자체에 이미 "다툼"이 들어가 있는 뜻입니다. "악덕한"이란 형용사도 없으며, "악독한"으로 바꿔 써야 옳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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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신 | YES24 파블미션(舊) 2016-02-27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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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설득의 신

이정훈 저
리더북스 | 2016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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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저자님하고 비슷한 이미지의 고등학교 동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나서 XX 영업직으로 들어간다기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힘들 텐데... " 꼭 걔가 어때서라기보다 사실 영업직은 누구나 말리고 싶긴 하죠. 외모상 적성(...)이 안 맞으면 얼마 안 있어 트레이닝, 리쿠르팅 쪽이나 설계 부서로 빠진다고도 하던데, 좌절감이 그때쯤이면 더 커질 텐데 싶어서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음....

여튼 제가 언제나 느끼는 건, 타고난 여건이 좋아서 주위로부터 "참 타고났네 타고났어"라며 칭찬의 대상이 되는 인생도 물론 좋지만, 영 아닌 것 같은데(같았는데) 너무 잘한다, 뭐 이런 소릴 듣는 이들이 더 경이롭다는 거에요. 그 비결은 자기 일을 사랑하는 데에 있습니다. 자기 일을 스스로 천시하고 부끄러워하고 딴데에만 관심이 팔려 있는 인생은 결코 성공할 수 없고, 본인은 가리려고 해도 다른 사람한테 언제나 그 속내를 들키고 말죠.

저자분은 일반 독자들에게는 낯선 이름일 수 있지만, 이 분야에서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유명인사인가 봅니다. 국내 영업왕이 어느 정도 실적을 올렸다 하는 건 뉴스를 여러 번 타곤 합니다만, 이분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실적을 올린 적도 있다니 대단하죠. 겉으로 번드르르해 보이는 직종에서 아무 이름도 성취도 없이 헛된 꿈만 좇다 자기만족에만 빠져 생을 마치느니, 남들 꺼리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 고소득자가 되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신뢰만큼 빠른 설득은 없다." 물론 일시적으로 인맥이 좋은 덕을 입어 실적을 올릴 수는 있지만, 그게 오래가기야 당연히 힘들죠. 어떤 사람은 너무도 딱딱한 표정이 마치 저승사자를 방불케하는데도 특정 반경에서 꽤 힘을 갖는지 높은 직급에까지 오르더군요. 어떤 사람은 비굴할 만큼 저자세로 나가는데 그게 오히려 거부감과 불신을 부르기도 합니다. 나한테 잘해줘도 싫은 사람은 언제나 있기 마련입니다. 아부나 알랑거림으로 일시적 호감(요즘은 이런 것도 힘듭니다)을 얻기보다, 이 사람 말은 믿어도 되겠다 같은 근본적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신뢰를 얻을 것인가? 영업직이다 뭐다를 떠나서, 비즈니스 미팅을 되는 쪽으로 이끌기 위해선 "그 상대편 입장에서 생각하기"가 최우선입니다. 서투른 사람은 언제나 "이 껀 꼭 성공해야지"하고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합니다. 요즘 세상에 그런 태도는 누구 눈에도 속을 다 들킵니다. 이런 사람도 반대 입장에 섰으면 자기 같은 (서투른) 사람의 훤히 속내를 꿰뚫을 겁니다. 자기가 서투른 걸 자기도 알기 때문에 그게 괴로워서 절대 상대 입장에 서지는 않으려 듭니다. 그래서 안 되는 사람은 계속 안 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거죠. 이런 태도, 즉 상대의 입장에 서 보는 스탠스는 영업직(일반인을 상대하는)보다도 회사의 중임을 맡고 상대 회사의 고위직을 다룰 때 더 절실합니다.

"설득은 승패의 이진법이 아니다." 이 말은 참 중요합니다("이진법"이란 단어 선택이 적절한지는 좀 의문입니다만 무슨 의도인지는 전달이 되죠). 서투른 사원이 미팅에 임하는 각오가 꼭 이런데요. 이렇게 마음에 여유가 없을수록(즉, 꼭 이 사람을 설득시켜야지! 같은 강박) 반드시 실패하게 되어 있습니다. 자기 딴에는 숨긴다고 하지만 그게 다 상대에게 보이거든요. 풋풋함이 마음에 들 때도 있지만 대개는 역량도 부족한 주제에 상대(제 머리 위에서 놀고 있는데도)에 대한 존중은 전혀 없이, 열심히 자기만의 계산에 빠져 있는 게 훤히 보여서죠. 겉으론 좋게 마무리하고 자리를 뜨지만, 다음에는 절대 이 사람(자기 계산에만 빠져 있는)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굳힐 뿐입니다.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내 이해관계를 양보하라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상대가 내놓을 수 있는 선을 먼저 재어 보라는 뜻) 민첩함, 빠릿빠릿함이 있어야 상대도 야 이사람 보통 아니구나, 능력 있으니 내가 함부로할 게 아니다 싶어 순순히 나옵니다. 상대에의 존중은 상대에의 굴종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 그 반대입니다.

"설득의 힘은 자기 확신에서 나온다." 이게 무슨 되지도 않은 망상이나 착각에 근거한 장광설 설파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근거 없는 폭주가 자기 확신이라고 착각하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자신만 우습게 보일 뿐입니다. 진정한 확신, 성과로 이어지는 확신은 "바로 지금, 나와 당신 사이의 역학 관계, 이해의 지형도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분명한 인식에 기초해야만 생성 가능합니다. 여기서 다시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게 되죠. 상대를 알고, 상대를 알려고 노력하고, 상대의 숨은 욕구를 상대보다 더 빨리 알아채서 말로, 표정으로 표현해 주는 것. 이런 사람한테는 어떤 까다로운 상대라도 자신의 운명 일부를 맡기고 싶어합니다.

포인트가 꽂히게 말하라. 저자는 홈쇼핑의 호스트들을 예로 드는데, 그런 사람 중에도 잘하는 이가 있고, 처음엔 눈에 띄지만 나중엔 지겹고 심지어 혐오스러워지는 이가 있고, 차분하게 싫증 안나는 저력으로 오랜 동안 사람을 끄는 이가 있습니다. 포인트라는 것도 광고에서처럼 모든 이의 보편적 관심사를 공략해야 할 때가 있고, 그 사람의 니즈를 정확히 캐치해서 심중의 허를 찔러야 할 때가 있습니다. 상대의 니즈, 지향, 욕구라고 해도 그게 참 변화무쌍합니다. 이때는 상대와 함께 자기 마음도 변해야 합니다. 저자는 다양한 드레스코드에서 풍기는 상대의 내심을 빨리 알아채고, 자신 역시 상대가 알아챌 만한 코드를 자신에게 적용시켜 언외언(言外言), 다양한 수위와 방향에서 자기 의사를 전달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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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재능 사용법 | YES24 파블미션(舊) 2016-02-2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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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 재능 사용법

스티브 하비 저/정옥희 역
21세기사 | 2016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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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원로 탤런트 윤문식씨가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서 하는 말을 들었는데, 어느 정도 부를 쌓고 여유를 즐기는 자신의 지금보다, 빈손에서 한창 살림을 쌓아나가던 그 시절이 훨씬 행복했다고 부인이 회고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생은 결과보다 과정이라는 아주 흔하고 때로는 기만적으로까지 들리기도 하는 금언이 과연 유효한 건지, 실제로 주위에서 이것저것 다 겪어 본 사람들이 하는 말이니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말을 믿건 안 믿건 하나 확실한 건, 자신이 처한 지금의 현실이 부과한 과제에 충실해야만 한다는 거죠. 그렇지 않고서는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도 없고, 혹 당장 큰 위기에 처한 사람이라면 그 상태를 결코 벗어날 수도 없을 테니까요.

스티브 하비는 연애 상담 전문가로 미국에서 이름 높은 진행자입니다. 머리를 민 흑인이고 올해 아마 나이 환갑이 넘었을 겁니다. 제 경험상 어떤 분야에 달통하거나 최소한 다른 이들에게 뭔가 조언을 들려 줄 수 있는 지위까지 가려면, 연애면 연애 재테크면 재테크 딱 그것만 알아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해당 분야를 감싸고 있는(다 포함하는) 보다 큰 영역에까지 익숙하고 훤히 꿰뚫어야 합니다. 여유(slack) 없이 딱 주문 분량만 맞춰서는 당일 현장에 가서 정작 그 수요에도 부족해서 쩔쩔매기가 쉽습니다. 그의 쇼를 시청하고 또 제가 이 책을 읽어 보니 흔히 보는 연애전문가(우리 나라에도 자기 팟캐스트를 하는 사람, 온라인에서 상담 들어주는 사람들이 많이 있죠)와는 달리 인생 전체를 보는 시야랄까 체험의 폭이 넓은 분 같았습니다. 연애 하나만 아는 사람은 보통 연애 자체도 잘 모르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연애를 포괄하는 인생 전반에 대한 단맛 쓴맛을 두루 겪어 본 정신이라야 본격 연애 문제(더군다나 타인의)를 잘 들어주고 적실한 해답을 내릴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고, 이 책을 통해 재삼 확인할 수 있었구요.

자계서 내용이 서로 비슷비슷하다는 건 우리만의 사정이 아니고 미국 self-help 부문에 속한 모든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이 책처럼 비교적 참신한 내용과 표현이 담겼으면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끄는가 모양입니다. 1장부터 공감되는 주장(최소한, 그런 문장)이 많던데, 사실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고민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질 못하고 들들 볶는데서 싹트는 게 많습니다. 가장 불행한 사람은 "자신이 싫어서 못 견디는 사람"입니다. 요즘은 뜸하던데 예전에 가수 현영씨가 자살 직전까지 갔는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이 너무 명품이라 "죽기 아깝다"고 생각한 후 재기에 성공했다고 털어 놓는 걸 봤습니다. 생에 대한 강렬한 애정은 바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되, 자신의 진짜 장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데서 비롯합니다.

저자는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데서 모든 불행이 기인한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신성일씨도 어느 프로그램에 나와 "제발 부모들은 자기 자식과 다른 아이들을 비교하지 말라."고 아주 점잖게 타이르던 모습이 생각나는데요. 부모가 애들을 비교하는 버릇을 들이면, 그 아이는 커서도 끊임 없이 (잘못 주입된) 자아와 실제 자신을 비교하는 게 당연하죠. 이런 사람은 타인의 언어, 그리고 예정된 패배의 언어로 언제나 머리 속을 꽉 채웁니다. 그러나 사람이 정직한 자신을 대면하고 있는 경우는, 설사 그 사람이 그리 똑똑하지 못하고 가진 게 없어도 내면은 행복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모든 걸 가져도 건강을 잃으면.."이란 말이 있는데, 여기서 "건강"에는 "정신의 건강"도 포함됩니다. 자신이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도대체 마음이 평안할 날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재능을 바로 찾아 보고, 이것의 계발에 매진하여 생산적인 노력에 정신을 쏟는 사람은 하루하루가 그렇게 즐거울 수 없을 겁니다. 저자가 이 책의 2부부터 강조하는 주제는 "발견과 수용"입니다. 이때 저자는 어떤 사람, 혹은 드물게나마 설령 천재라고 해도, 혼자 힘으로는 발견한 능력의 계발을 온전히 이룰 수가 없다고 합니다. 중국 고사에 "구절양장"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논리나 이치의 흐름이 올곧게 혹은 한 가지 방향으로만 예쁘게 가는 게 아니라, 고비마다 경우의 수를 여럿 복잡하게 치고 나가는 게 보통입니다. 한 번 들어서면 되돌이키기가 어렵겠다 싶을 때, 누구의 도움이건 받아야 마음이 놓이고 장래도 안심할 수 있습니다. 혹은, 설사 길이 하나라고 해도, 그 길이 마냥 평탄한 게 아닙니다. 내 눈이 멀쩡하고 텍스트가 분명 내 모국어인 한국어인데도 무슨 뜻인지 전혀 파악이 안 될 때도 있죠. 이런 경우에 저자는 "당신의 재능을 알고 가장 알맞은 운반차에 연결하라"고 합니다. 바지(barge)선이 바른 동력을 가진 예인선에 이끌려야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는 장면을 연상하면 되겠네요. 저 문장에서 "알맞은 운반차"는 이 책 영어 원문에서 right vehicle로 쓰여져 있습니디. 미국에서 상당히 큰 화제를 모은 베스트셀러인데 한국에는 이제서야 소개가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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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ing 씽킹 | YES24 파블미션(舊) 2016-02-2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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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Thinking 씽킹

임정섭 저
루비박스 | 2016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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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오더군요.
"뭐? 지금 이걸 실제로 해 보자는 게 아이디어였어?"
"응, 그냥 아이디어라고 했지, 내가 '좋은' 아이디어라고는 안 했잖아."

어떤 아이디어는 분명 아이디어는 아이디어인데, 너무도 무모합니다. 이걸 실천에 옮기다간 그게 과감한 실천이 아니라, 실험용 쥐처럼 다 죽을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영어에서 숙어처럼 쓰이는 표현 중에 "That's not a good idea."가 있죠. 그냥 착상이 별로였다 이 정도가 아니라 뭔가 치명적으로 판단 착오를 저질렀을 때 아이쿠 하며 내뱉는 표현입니다.

어떻게 하면 기발한 생각이 쉬지 않고 나올 수 있을까요? 좋은 머리를 타고나야만 가능한 일일까요? 아니면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특별한 교육과 보살핌을 받은 소수에게만 허용된 특권일까요? 솔직히 말하면 그럴 가능성이 크지만(ㅎㅎ), 세상이 그저 주어진 조건대로만 살아야 한다면 얼마나 재미 없는 곳이겠습니까. 때로는 언더독이 멋지게 역전타를 칠 수도 있는 세상이라야만 그게 모두가 두 발을 딛고 질주하며 참여할 가치가 있습니다. 마틴 가드너는 "반짝 떠오르는 영감이야말로 시간만큼이나 모두에게 공평히 주어진 자산"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보면 정말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는데 몇 개 대박 기안을 해서 신세가 훤히 편 이들이 있습니다.

저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글쓰기 선생님이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사실 글쓰기만큼 창의력을 요하는 과업도 없겠습니다. 기존의 정보를 소재로삼아 창의적인 배열, 편입, 구조짜기 과정을 통해 전혀 새로운 작품 하나가 나오게 하는 일이야말로 창조주의 그것에 비길 만합니다. 꼭 소설처럼 일찍이 없던 우주 하나를 만들어 내는 데까지 갈 필요는 없습니다. 짧고 간단해도 읽는 이들을 즐겁게 하고 유익한 교훈을 주며 정신을 신선한 영감으로 물들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저자는 창의적인 글쓰기, 혹은 그 전단계로서 창의적 착상이 쉴 새 없이 나오게 하기 위한 아홉 가지 코드를 제시합니다. 다 열거하자면 직시, 감성, 분석, 조합, 전복, 차별, 통찰, 몰입, 수집, 이렇게 아홉 가지입니다. 저로서는 처음 접하는 가르침, 그리고 인스트럭션이 많아서 집중을 하고 꼼꼼히 읽어 보았습니다.

"자세히 봐야 보인다.", "정말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저는 예전에 앤드류 파커의 대중서 <눈의 탄생>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일단 눈으로부터 얻는 시각적 정보가 인간 정신의 형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그 진화론적 어프로치를 통해 인문적 각성을 한 기억이 납니다. 일단 자신만의 생각에 잠겨 있으면 그것만으로는 한치도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책을 통한 텍스트만 잡고 있으면 그건 죽은 지식에 그칠 위험이 너무도 큽니다. 세상이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무엇이 세상을 지배하는 정신, 흐름인지는 "눈으로 봐야" 그 핵심에 다가설 수 있습니다.

자 그런데, 이렇게 시각적으로 본 정보가 마냥 절대적일까요? 제가 겪은 중에는 참 무지한 인간이 "아 내가 봤단 말이야!"라며 큰 소리로 자기 주장을 우기는 부류입니다. 자신이 잘못 볼 수도 있다는 걸 도무지 인정 않으려 듭니다. 널리 알려진 지식처럼(자계서에 많이 나오죠),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특정 토픽에 집중하면 옆에 지나가는 고릴라도 안 보일 수 있습니다. 세계의 실상은 눈으로 봐야 옳게 보이는 거지만, 정작 소중한 건 오히려 마음의 눈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 서로 모순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겸손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네요.

"분석"은 이 책에서 전체를 하나하나 쪼개는 걸 의미합니다. 온전한 꼴을 이루는 개별 부품, 요소가 무엇인지를 헤쳐 보는 작업이 없이는 그 실체를 바르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와 통하는 게 두 챕터 뒤에 나오는 "전복"입니다. 멀쩡해 보이지만 그래도 일단 뒤집어 볼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창의력을 발전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 반대라면 "조합"입니다. 서로 떨어져 있는 요소, 이질적으로 보이는 부품들을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시키는 게 이 과정의 핵심입니다. 잡스도 자신이 세상에 없던 기발한 걸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고 스스로 말했습니다. "혁신이란 연결성에 있다." 그렇게 해서 옆에 굴러다니던 잡동사니가 "세상에 없던 차별성을 갖춘" 신제품이 되는 겁니다. 책은 좀 특이하게도 "수집"이란 코드로 논의가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소재가 없으면 창조가 있을 수 없고(캐릭터 셜록 홈즈의 유명한 말이기도 하죠), 다만 그 소재들이 잘 정리된 채로 있어야(즉 콜렉션) 새로운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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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나만의 스토리로 승부하라 | YES24 파블미션(舊) 2016-02-2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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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면접, 나만의 스토리로 승부하라

임유정 저
원앤원북스 | 2016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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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가만 내버려 둬도 제가 알아서 흐르는 "크로노스"이고("내버려 둔다"기보다 우리 인간이 그 흐름에 개입할 수가 없는), 다른 하나는 그 시간 안에서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인간의 의식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카이로스"입니다. 저 때 크로노스는 chronos라고 쓰며, 제우스 등 올림포스 주신들을 낳은 Kronos(농경신)과는 전혀 무관하죠(영단어 어근에선 전자가 더 낯이 익지만 신화 체계에서만 놓고 보면 존재감이 낮아요). 카이로스를 로마식으로 옮긴 게 Op(p)ortuna인데, 이게 영어로 수입된 단어가 opportunity입니다. 바로 "기회"란 뜻이죠. "시기(時機)"라는 동아시아 단어에는 이 "시간"과 "기회"가 한 몸 안에 다 녹아 있어서 참 신기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우리네 현인들도 시간과 기회가 서로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갖는지 일찍부터 다 알고 있었다는 뜻이겠습니다.

저자 임유정 원장님(작년 8월쯤에 이분의 다른 책도 읽고 리뷰도 남겼습니다)은, 청년이 사회에 제 터전을 잡기 위한 첫 "기회"인 이 면접 성공 필승의 비법을 이에서 착안했는지, 이 책을 통해 정해진 짧은 면접 "시간" 동안,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 온 인생을 얼마나 의미 있는 "시간"으로 가꾸며 살아왔는지를 어필하려면, 생생한 "스토리"를 꾸려 면접관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저는 대략 1년 전에 니퍼트 대사 피습 사건이 있었을 때 어떤 이가 "대사는 앞으로 커리어에 두드러진 '스토리' 하나가 생겼으므로 官運이 좋을 것"이라 평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큰 변(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을 당한 이에게 저게 할 소리야 아니겠습니다만 길게 놓고 보면 딱히 틀린 소리도 아니긴 했습니다. 한국에서의 공직 임명 원칙이나 트렌드가 어떠하건 간에, 미국이나 기타 선진국에선 사람의 자질이나 품격을 평가할 때 이 "스토리"가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인자이긴 합니다. 그게 우리네 기업에도 (어설픈 추종이건 뭐건) 수용된 결과이기도 하고요.

저자가 강조하는 건 일단 "면접관에게 끌려다니지 말라"고 합니다. 지원자의 자질, 위기 대처 능력을 보기 위해 공격적 상황에 일부러 몰아넣는 질문도 있지만, 그런 개별적인 시험 항목 대응을 떠나서 자신만의 스토리가 탄탄히 마련되어 있는 지원자가 애초부터 높은 점수를 받게 되어 있는 구조임을 이 면접의 달인이신 저자가 알고 있기 때문이죠. 하다못해, 노래 실력만을 보는 게 원칙일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뭔가 스토리가 있는 지원자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게 현실입니다.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면접관이 어떤 질문을 던지든 주체적으로 당당한 답변을 하고, 연결 고리를 찾아서 자신의 진정성 담긴 스토리를 너무 장황하지 않게 들려 주는 게 핵심입니다.

자 그렇다고 준비해 놓은 스토리를 그냥 읊어대야 하는가? 많은 실패자들이 답습하는 경로가, 듣는 사람은 염두에도 안 두고 자기가 미리 정해 놓은 답만 암송하다가 나오는 겁니다. 이건 "죽은 암호문, 염불"이지 스토리가 아닙니다. 스토리는 그걸 겪은 사람의 고립되고 폐쇄된 부호 뭉치가 아니고, 생전 처음 듣는 사람도 그 장(場)에 흥겹게, 가슴 뭉클하게 참여할 수 있는 공감의 사연이라야 합니다. 앞에서 말한 니퍼트 대사가 왜 이제 본국(미국)에 귀환하면, 승진에 유리한 스토리가 하나 생겼다고 평가받는 걸까요? 그 사람의 승진을 심사할 담당자들이 다 그런 고충, 위험, 애환에 공감을 보낼 만한 전현직 외교관들이기 때문입니다. 한국(혹은 어디라도)에서 니퍼트 개인이 아무리 선행을 많이 하고(예를 들자면요) 인생체험을 했다 해도, 그런 개인적 사정은 심사관들에게 아무 감흥을 주지 않습니다. 그런 건 자격 없는 개인적 사연에 불과합니다. "스토리"는 동료, 타인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업에 취직하려면 앞으로 온갖 힘든 일 궂은 일(때로는 범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을 동료, 상관들과 해 나가야 하는데, 공감될 만한 스토리를 그 나이때까지 안 갖춘 사람보다야 그 반대편에 더 마음이 끌리지 않겠습니까? 스펙이고 학벌이고 다 필요 없는 겁니다. 때로는 능력보다도 이게 우선하는 요소죠. (물론 능력, 학벌 다 안되면서 공감까지 안 되는 인간은 어찌저찌 문을 통과해도 몇 년 안 가 책상을 뺏기지만 말입니다)

저자는 그런 말도 하고 있습니다. 울렁증, 목소리 작아지기, 시선 딴 데 보기, 이런 게 다 면접에서 쳐 내어지는 요소입니다. 이런 증상이 혹 있는 사람은 따로 그것만 극복하는 트레이닝이 필요한가? 물론 그렇기도 하겠죠. 그러나 저자의 관점에 의하면 그건 대증 요법, 고식적 처방에 불과합니다. 스토리가 있는 사람은 당당합니다. 그는 듣는 사람이 누구이든 무관하게 몇 초 안에 자신의 "스토리"로 그를 초대하여 동참시킬 자신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이 면접 도중에 목소리가 작아지겠습니까? 자신의 스토리에 주변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이가 느닷 시선을 딴데 돌리겠습니까?(어떤 효과를 내려고 일부러 동원하는 제스처라면 또 모르지만) 면접의 달인이 되려면 먼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뤄야 합니다. 진정성 있고 남들과 생산적인 소통(가식이나 굴종, 아첨, 혹은 수다 따위가 아닌)을 이루고 살아 온 사람은 자신만의 스토리가 반드시 생겨 있습니다. 바르게 산 인간은 영혼에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건설해 나갑니다. 이런 사람이 잘하는 게 어디 면접 하나뿐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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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 My Reviews & etc 2016-02-2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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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북유럽 신화

케빈 크로슬리-홀런드 저/서미석 역
현대지성 | 2016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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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신화가 오늘날 서유럽 문화에 널리 끼친 영향은 다소 과대평가되어 있습니다. 서유럽 문명 발전의 주도권은 이미 두어 세기 전 프랑스에서 영국 쪽으로 넘어갔고, 그러다 잠시 프로이센이 주도하는 독일 제국이 동참하는 형국이었으며, 양차 대전이 끝난 후에는 미국의 우세가 확연해진 지 오래죠. 앵글로-색슨, 게르만 고유의 풍습과 개념, 상상의 체계는 결코 남유럽 고전 문명의 세례 속에 유실되지 않았습니다. 흔히 착각하듯 이 "북유럽 신화"는 우리가 아는 좁은 의미의 북유럽, 즉 스칸디나아의 두 나라와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만이 겨우 공유하는 자산이 결코 아니라, 그들과 먼 조상을 함께하는 독일, 영국, 나아가 미국인들 중 상당수의 영혼 속에 면면히 전승되어 오는 meme의 원천이라는 겁니다.

프랑스의 경우 7요일의 명칭이 라틴 계 신화에 등장하는 이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만, 영어의 요일명은 반 이상이 북유럽 신격(deity)를 아직도 그대로 나타내는 명칭들입니다(튜스데이, 웬즈데이, 떨스데이, 프라이데이 등). 그나마 "신"의 이름은 제우스의 아버지이자 농경신인 사투르누스가 토요일에 남겨져 있는 외에는 전무합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그들의 정신을 무의식에서부터 지배하는 북구 신화에 대해 무지하다면 결코 서유럽 주류의 문화와 언어, 정서를 이해할 수 없겠습니다. 미국 대중문화가 생산하는 다양한 캐릭터와 문예가 지금까지도 창작의 활력을 잃지 않는 건 이런 의미에서 뉴 트렌드 발흥의 "원인"이 아니라 오랜 전통의 "당연한 결과"에 불과합니다.

남유럽 신화에 비해 이 북유럽의 그것은 권위 있는 정전(正典)이 뚜렷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헤시오도스의 <신통기> 등 당대 문화의 정수를 고스란히 소화한 전통의 대변자들에 의해 유려한 문장의 그릇에 담겨 있기에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고전의 존중을 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북구 신화는 상대적으로 그런 면에서 미흡했기에 보수적 입장의 인문학자들에 의해 홀대받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영, 독에서 컨텐츠 창조자들은 물론 일반 대중의 정신은 여전히, 그리고 당연히, 그들 직계 조상들의 유산에 영향받지 않을 수 없죠. 심지어 바그너의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도 "발키리", "지크프리트"가 누군지는 알아야 합니다.

이 책은 분량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이 정도만 일단 알아도 북유럽 신화 그 대강을 이해하는 데 부족하지는 않겠다" 정도를 친절히 정리해 주고 있습니다. 저는 이 출판사에서 펴낸 <그림 동화 전집>을 작년 이맘때 읽었는데, 번역이 쉽고 깔끔하게 편집되어 있어 해당 작품 전체 모습을 한눈에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북유럽 신화의 방대한 영역, 그리고 그 다양한 배리에이션을 공부할 때 일단 지침으로 잡고 시작하면 좋을 지식이 담겨 있었구요. 무엇보다 그런 지식이다, 공부다 하는 걸 염두에 안 두고서도, 그냥 이야기책, 우리네 조상님들이 남기신 흥미진진한 이야기책을 재미있게 읽어나가는 그런 기분으로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셰익스피어와 인도"의 비유로 널리 알려진 고전 평론가 칼라일이 생전에 왜 그토록 북유럽 신화의 흥미로운 독회 소회를 기분 좋게 털어 놓았을까요? 따로 인문 공부를 해야 겨우 내용을 알 수 있는 그리스 신화와는 달리, 이 이야기는 그들 영국인(주류)에 직계로 거슬러 올라가는 조상들의 자취와 정서의 총화이기 때문입니다. 따로 판소리나 장구치기 레슨을 안 받아도, 최소한 감상에 있어 우리가 따로 초심자의 위화감을 느끼지 않고 즉시 친화 모드에 돌입할 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이 북유럽 신화를 공부하는 건, 미-영-독의 동시대인들 그 깊숙한 감정과 내면의 구조를 이해하고 보다 본질적인 공감을 이룰 수 있는 유력한, 그리고 많이 다니지 않아 뻥뻥 뚤려 있는 새로운 소통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선택과 다를 게 없습니다. 유익하고 빠르며 재미있기까지 한 레이스를 외면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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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지혜 - 리슈에청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6-02-2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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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천년의 지혜

리슈에청 저/이지은 역
미래북 | 2016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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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현인들이 남긴 지혜는 언제나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큰 귀감이 됩니다. 리슈에청 저자는 한국에도 저서가 많이 번역 소개되는 저자인데요, 분류/정리를 잘 해 둬서 뻔히 아는 내용이라도 독자가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해 줘서 자주 손이 가는 편입니다.

1장에는 중국의 현인들이 전통적으로 강조해 온 "나를 높이는 지혜"가 실려 있습니다. 물론 대놓고 나를 높이면 그건 누구 눈에도 우스꽝스럽게 비칠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나를 낮추는 결과가 나옵니다. 저자가 말하는 "나를 높임"은, 표현과는 반대로 "남들 앞에서 나를 잘 낮추는" 방법을 일컬음입니다. 그래서 이 챕터에서는 제일 앞에 "겸양"의 미덕을 배치하고 그 자세한 의의를 설명합니다. 또한 "솔직함"의 미덕을 통해 상대에게 자연스레 신뢰를 얻는 길에 대해 조언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사회 생활을 하면서 중요한 게 "이 사람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잘 알아내는 방법입니다.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건 자기 스탠스만 고집하면 그건 지조가 아니라 꼴통스러움일 뿐입니다. 특히 "작은 것을 보고 큰 걸 미루어 헤아린다"는 대목이 마음에 많이 와 닿았습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서양 금언이 있기도 하고, 멀리 갈 것 없이 주희의 격물치지도 같은 사리를 담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1장에서 말한 겸양은 4장 "처세훈"에서 "겸손"이란 이름으로 명패를 바꿔 달고 있습니다. 이때의 겸손이 갖는 의미는 "재주를 적당히 감추라"는 것인데, 근자에 유행하는 "도광양회"와도 일맥상통한다 하겠습니다. 이렇게 대국적인 안목을 가져야 "사소한 작은 일"을 잘 참고 견디며 큰 일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말은 쉬워도 일상에서 실천하기가 참 어려운 교훈이라 하겠습니다.

"인생은 무수히 많은 선택으로 이뤄진다." 역시 여러 책(자계서)에서 접할 수 있는 교훈입니다만, 리슈에청 저자는 서양이 아닌 동양의 성현들이 남긴 고사에서 이 명제를 추출하고 있습니다. "채우려면 먼저 비워라." 이 격언은 무작정 기존의 자산을 버릴 것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쓸모 있고 없고를 준별해서 이미 무효인 도그마에 미련을 남기지 말고 우선 폐기할 것을 조언하는 취지입니다. 요즘 방송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성어 중에 "불가근불가원"이 있습니다만, 직장 상사들과의 적정 거리 유지야말로 직장인 처세의 제 일순위 원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중한 인연을 얻는 데에 결코 망설임이나 머뭇거림이 있어서는 안 되는데 이를 저자는 "융통성과 사교성의 미덕"으로 분류합니다. 성사는 재천이요 모사가 재인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경우의 수 중 절묘한 인연이 이어지게 만드는 비결은 바로 잘 꾸려진 인맥에 있습니다. 어쩌면 全 10장에 걸친 책 내용 중에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은 바로  인맥 구축의 효율성에 있고, 그 요체는 바로 진정성과 성실성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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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꼭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력 - 고미야 가즈요시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6-02-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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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회사에서 꼭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력

고미야 가즈요시 저/정윤아 역
비전코리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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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선 내내 "시간력"이란 말이 쓰이고 있습니다. 물론 시간 관리라는 개념에는 주어진 시간 동안 헛도는 부분 없이, 최대 효율을 발휘하며 과업의 배분이 이뤄짐, 이것이 주로 포함되겠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 이상의 플러스 알파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현실의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시간력"이란 말을 쓰고 있습니다. 즉, "양"도 양이지만 "질"이 더 중요하다는 뜻에서, 종래의 시간 관리를 발전적으로 해체하는 면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모든 시간에 동일한 가중치를 주고 계획을 짭니다. 어떤 시간이 특별히 골든타임이고 나머지는 잉여라는 "타협"을 하기 시작하면 결국 관리가 느슨해지기 십상입니다. 이렇게 동일 자원에 가중치를 부여해서 차별이 시작되면 결국 골든 타임도 헛되이 보내집니다. 그런데 이런 방법은 의지가 아주 굳셀 때에는 상관이 없는데, 그게 힘들기 때문에 결국 스스로에 과부하만 남기기 쉽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시간에는 결국 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전제에서 소위 시간력의 설계를 시작하라고 조언합니다.

시간에는 개인에 따라 의욕이 최고조로 오르는 때가 따로 있고, 뭘 해도 겉도는 잉여의 시간이 있다고 저자는 간주합니다. 그래서 자투리 시간에는 워밍업을 하며, 컨디션이 좋은 시간 안에 중요 업무를 몰아 넣으라고 권합니다. 누구에게나 의욕이 떨어지는 시간이 있고, 의욕이 부진한 시간대에 뭘 해 봐야 양질의 성과가 안 난다는 겁니다. 사람의 정신은 긍정/부정의 일정 사이클을 갖게 마련인데, 부정적 감정이 자신을 지배하는 시간도 있다, 이 엄연한 현실을 애써 부인하느라 에너지를 헛되이 쓰지 말라는 뜻입니다. 분명 맞는 지적이겠으나 사실 저도 일일이 흘러가는 자투리 시간을 손에 잡고 활용하지도 못하면서 "버릴 건 버리라"는 과감한 충언을 쉽게 수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투입-산출의 큰 프레임을 놓고 저자는 소위 "시간력"의 구조를 분석합니다. 유동적으로 기복이 심한 투입을 하지 말고, 어느 사이클에서나 고정되고 안정된 인풋을 확보하라고 조언합니다. 무엇을 투입하든 최소한의 퀄리티가 보장되는 양질의 산출이 나와야만 하고, 이를 위해 저자는 일단 누구라도 업무를 위해 기본이 되는(그러나 많은 회사원들이 그때그때  건성으로 넘기며 즉석에서 적당히만 아는) 지식을 갖춰야 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회계 지식입니다. 저자가 권하는 또하나의 자기역량 강화 전략은 "폭 넓은 독서"입니다.

구석 깊은 데 감춰져 있는 지식, 자원, 정보는 결정적일 때 큰 구실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정리되어 있지 않은 지식(혹은 무엇이라도)은 지식이 아니다"라는 말도 있는 거겠구요. 직장인에게 중요한 건 이런 무형적 자산뿐 아니라, 같은 시간을 최대 효율로 쓰게 돕는 결정적 조건은 언제나 "인맥"이라는 오래된 원칙을 다시 상기시켜 줍니다. 이 인맥도 자료 정리나 마찬가지로, 같은 사람이라도 이 인맥을 어느 경우에 최우선으로 쓸 것인가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 원칙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연락처에 같은 인원수 같은 이름이 적혀 있어도 그 활용도 면에서는 천차만별인게(어떤 사람은 인맥을 100% 활용, 다른 사람은 여전히 고전) 다 이런 데서 (어떻게 의미부여, 우선순위를 설정하는지) 큰 차이가 벌어진다고 하는군요.

4장과 5장이 핵심입니다. 이런 책은 "그래서 뭘 하라는 건가?"에 대한 실천적 대답을 제공해 주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4장에서 "흔들리지 말아야 할 7가지 유혹'이며, 이 중에는 "누군가 도와 주겠지"하는 막연한 기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번 어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위기를 탈출해도, 이게 만성화되면 결정적 위기에서 속수무책 자멸할 위험이 커집니다. "작은 일을 잘해야 큰일도 잘할 수 있고", 단순한 일이 결코 단순한 과정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나중에 일이 안 꼬인다는 지적에 많은 공감이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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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 - 가브리엘레 단눈치오 (을유세계문학 80) | My Reviews & etc 2016-02-2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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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쾌락

가브리엘레 단눈치오 저/이현경 역
을유문화사 | 2016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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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시절부터 문학 시간에 배우는 내용 중에 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 상징주의, 자연주의로 이어지는 사조(思潮)의 계보가 있습니다. 획일적, 시험용 지식이라고 마냥 배척할 게 아니라 이런 프레임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 있어야 개별 작품의 이해와 감상이 단편(斷片)적, 일회성 수용에 그치지 않고 잘 균형잡힌, 조화된 인문 소양에 완전히 녹아들 수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고전을 읽어도 치정 소설, 할리퀸물 따위를 읽고 난 찾아오는 얄팍한 감성적 흥분 외에 아무것도 얻지 못하기가 십상이겠죠.

통일된 민족국가를 이루는 과정에선 대단히 지지부진했지만, 이탈리아 지성인, 예술인들이 창조하고 향유하는 트렌드는 언제나 유럽 유행의 최선봉에서 대세를 주도해 왔습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유미주의, 데카당스의 기수로 배워 온 가브리엘레 단눈치오는, 이탈리아가 피에몬테 왕실의 주도로 교황령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이탈리아 영토의 통일을 갓 이룬 그 시점에 태어난 사람입니다. 이 무렵에 크게 유행한 애국주의, 민족주의 문학(예를 들면 데 아미치스의 <쿠오레> 등)과는 달리, 정작 이탈리아 민족이 자립과 통일의 환희를 만끽하던 시절에 태어나 온갖 축복을 다 받고 자라난 작가가, 그 감성과 정신이 최절정의 활기와 창의로 불타 오를 20대 청년기에, 그와는 정반대로 퇴폐적, 현실 도피적 조류의 창궐에 선구자 노릇을 했다는 사실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이는 낙천적 민족주의자들이 마냥 장밋빛으로 채워 넣은 "통일 국가의 이상"이 그 진행 과정에서 벌써 불길한 장애에 부딪히고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바 있습니다. 새로이 창시된 민족 국가가 그 건전한 발전, 성장의 길을 정상적으로 걷고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기본적으로 지독히 보수적인 봉건 왕실, 그리고 입신 출세 치부의 기회만 엿보던 총신 그룹에 의해 주도되는 정치와 외교가, 기층 민중의 희망과 이상에 부응했을 리가 만무했던 거죠. 가브리엘레 단눈치오는 그 이름만 봐선 전통 있는 귀족 집안인 것 같지만, 사실은 깊은 유서를 갖지 못한 중산 계급의 후손에 지나지 않습니다. 외가로부터 유산과 함께 귀족의 성씨를 물려 받았다고는 하지만(이런 걸 "한사상속"이라고 부릅니다), 그 외가 역시 과연 어느 시점부터 느닷 귀족으로 변신한 집안인지, 과연 authentic하고 고귀한 혈통을 물려 받은 출신인지는 지극히 의문이죠. 이탈리아는 이미 르네상스 시대부터 귀족의 혈통 증명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프랑스 왕실, 귀족 사회 역시 카트린 드 메데시스가 장사꾼의 딸이라며 그토록 모멸스런 대접을 했지만 이미 대혁명 한 세기 전쯤에 이르러선 "프랑스 귀족 작위란 전혀 믿을 게 못 된다"고 정평이 나 있다시피 한 실정이었습니다.

단눈치오와 그의 초기작 <쾌락>은, 문학 사조를 공부함에 있어 일종의 이정표 구실을 하는 위상입니다. 우리가 모든 문학작품을 섭렵할 수가 없기에, 예를 들어 근대 프랑스(혹은 전 유럽) 낭만주의를 알고 싶으면 뒤마 페르의 <삼총사>, 자연주의를 알고 싶으면 졸라의 <나나>, 상징주의를 알고 싶으면 랭보의 시, 이런 식으로 사조의 표본이 되는 작가와 작품을 최우선으로 소화하는 게 정석입니다. 그런데 이 초기 데카당스 트렌드가 향후 반 세기에 걸쳐, 알프스 이북으로 북상해서는 빈의 퇴폐주의(이게 회화에선 클림트의 작풍으로 두드러지죠)를 형성하고, 영불 해협을 건너 브리튼에 상륙해서는 오스카 와일드에 영감을 주고(<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이 <쾌락>보다 한 살 동생 터울입니다)지구 반 바퀴를 돌아 일본을 거쳐(이 작품 <쾌락>에도 역으로 일본 문화 관련 언급이 유독 많이 나오는데, 그게 다 새로이 먼 동양에서 "준회원"으로 가입한 멤버에 대한 일종의 대접이죠) 식민지 조선에서 예컨대 김동인 등의 스타일과 창작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는지 모릅니다. 김동인이 집필에 몰두할 때는 반드시 일패(요즘 말로 "에이스") 기생의 무릎을 베고 그 따스한 체온과 체취를 느끼며 임했다는 일화도 알고 보면 단눈치오의 유명한 행각에 대한 모방입니다.

김동인이 제아무리 화려한 재능과 소양을 뽐내어도 일개 식민지 출신의 반쪽자리 위신이라는 걸 평생의 컴플렉스로 간직했듯, 귀족 아닌 귀족, 통일 국가 아닌 통일 국가의 국민, 젊어도 젊은이다운 순수를 결한 채 가식과 위선의 대세에 떠밀리듯 합류하는 그 부유(浮遊)의 처지가 이 단눈치오의 내면에서 근원적 불안으로 작용했음은, 이 자전 소설 <쾌락>에서도 서사적 자아 안드레아 스페렐리("단눈치오"와는 달리 겉으로 귀족의 표식이 안 드러나는 성씨라서 차라리 자연스럽죠, 이런 것도 다 염두에 두고 골랐을 겁니다)를 통해 솔직히 표백됩니다. 그 불안은 고스란히육욕을 좇는 젊음의 혈기와 결합하여, 정돈되지 못한 엽색의 행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상의 여인들에 기우는 그의 발걸음은 정신적 미숙함과 안정된 보호를 갈구하는 그 영혼의 희구를 드러냅니다. 이 작품보다 대략 40년 뒤에 발표된 D 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보면, 우리 선입견과는 달리 노골적이고 말초적 형상화로 일관된 작품(이런 건 이미 수백 년 전부터 문학 아닌 상품의 자격으로 널리 유통되었습니다)이 아니라, 간접적이고 암시적인 묘사 밑에 알고 보면 적나라한 육체의 유희를 서술한 것들이 많습니다. 이 소설 역시 마찬가지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여성의 육신 은밀한 부위 어느 곳에 성감대가 자극되어 반응을 보인다는 식으로 읽힐 수 있는 문장이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단눈치오는 다만 "안목 있는 자에게만 캐치될 수 있는 고난도의 에로티시즘"으로 일종의 퍼즐을 독자에게 제시한 겁니다.

<쾌락>을 다 읽고 나면, 안드레아 스페렐리의 정신은 커서 뭐가 되었을까 하는 그 "후일담"이 궁금해질 수 있습니다. 중노년에 접어들어 단눈치오는 우리가 다 아는 대로 파시즘의 선구가 되었습니다. 이게 건국 3걸과 사르데냐 왕실이 애써 일군 "통일국가"가 역사의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고 빚은 파탄의 운명입니다. 이처럼 끝이 좋지 못한 게 "신흥 통일 국가"의 총아로 볼 수 있는 단눈치오와 그의 조국이 공통으로 겪은 운명이었습니다. 무솔리니는 단눈치오의 아들뻘이었고, 단눈치오의 장자격인 이 <쾌락>은 세기말 퇴폐주의 온상이었던 빈의 사생아 아돌프 히틀러와 그 나이가 같습니다. 단눈치오의 최후 역시 어딘가가, 예컨대 시대를 퇴행하는 어설픈 군국주의자, 그리고 지독한 유미주의자이기도 했던 미시마 유키오(시대는 한참 뒤지만)의 그것과 닮아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데카당스 트렌드의 말로가 각양각색의 길을 걸으면서도 그 큰 줄기가 이처럼 엉뚱한 데서 뒤틀리는 꼴로 수렴합니다.

어제(한국시각 기준 2016.2.20) 타계한 움베르토 에코의 후기 작품들(장편 <바우돌리노>, 그리고 <미의 역사> 등)을 명료한 한국어로 번역해 준 이현경씨가 이 고전을 옮겼습니다. 다소 모호한 개념은 옆에 만국공통어라 할 수 있는 영어 해당어를 병기해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이분의 번역이 언제나 그렇듯 독자에게 생소할 수 있는 개념과 고유명사에 대한 주가 많이 달려 있어 그것만으로도 독자에게 공부가 됩니다. "산 실베스트로"는 사실 이탈리아뿐 아니라 서유럽 대부분에서 기념하는 축일 혹은 풍속입니다. 책이 참 예뻐서 독서가 더 즐거웠다는 감상을 사족으로 덧붙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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