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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 Ludington's Sister | My Reviews & etc 2017-01-3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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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수입양서]Miss Ludington's Sister

Bellamy, Edward
Createspace | 2015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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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1887년이라는 "과거"를 회고하는 내용인 유토피아 소설 <뒤돌아보며>로 문명(文名)을 떨친 에드워드 벨라미는 이제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편입니다. 그 소설은 우리말로도 완역되었는데, 신용카드라든가 대형 소비 매장이라든가 하는 시스템 등장의 예견(참고로 1888년에 창작되었습니다), 혹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같은 현대형 복지제도의 구호를 최초로 코인하여 문학 작품 안에 담은, 대단히 시대를 앞서간 성취를 거둔걸로 유명합니다.

실제로 신용카드가 미국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게 1960년대말이며, 1980년대면 우리나라에도 저 소설에 등장한 다양한 편의시설이 자리잡기 시작했으니 실로 백 년 앞을 내다본 대단한 혜안입니다. 이 저자 에드워드 벨라미는 뛰어난 문학가였을 뿐 아니라 열혈 사회주의자이기도 했는데, 우리가 잘 아는 헬렌 켈러도 이런 성향이었으며 여성들에게 널리 지지받는 추억의 청소년 문학 <키다리 아저씨>에도 간접 언급이 나옵니다. 하나의 이상향으로서 사회주의 공동체는 이 무렵 널리 지식인들로부터 옹호되었으며, 섬뜩한 전체주의 체제와 결부된 건 소위 스탈린의 "현실사회주의"가 등장한 이후입니다. 한국의 일부 층에서는 전체주의식 사회주의와 맑시즘을 동일시하여, 과거 좌파와 진보의 실패한 그늘과 좌절은 맑시즘에다 다 전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독일인들이 자신들의 죄과를 히틀러에게 모조리 뒤집어씌우는 얄팍한 눈속임이나 마찬가지죠. 독일인들이 세계 공동체에 다시 편입된 건 진지한 반성이 있었기 때문이며, 자신들은 그저 악랄한 히틀러에 선동당한 죄밖에 없다는 발뺌만 내세웠다면 결코 용서 받지 못했을 겁니다.

여튼 그 <뒤돌아보며>에는 이후 실제 역사에 전개된 공산주의의 실패 따위는 안중에는 없다는 듯, 그 유명한 구호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다"가 문자 그대로 현실화한 지상 낙원이 전개되는 모습입니다. 그 소설이 SF로도 분류되는 건 장면과 미래 시대상의 묘사가 매우 구체적이기 때문인데, 현재의 정치적 지형이란 19세기말과는 상전벽해격으로 변화했으므로 이로부터 실천적 의의를 찾거나 무리한 유추를 시도하는 건 무의미합니다.

이 소설은 그 유명한 대표작의 분위기와는 매우 동떨어져 있고, 어느 여성, 아름다운 청춘기, 모두의 선망이 되고 어떤 놀이에서나 모임 속에서도 중심에 서고 말았던 찬란했던 사교계의 미인 "미스 러딩턴"이 큰 병을 얻어 장기간 병상에 누운 후 회복하지만, 마치 립 밴 윙클처럼 변화한 시대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며, 심지어 늙어버린 자신의 외모와 정체성에까지 낯설어하며, 남은 생을 어떻게 일궈 나가는지 비교적 담담한 어조로 들려 주는 내용입니다. 어떻게 이처럼 색깔이 다른 작품들이 같은 작가의 머리에서 나왔을까 싶은데, 구태여 공통점을 찾자면 주인공이 현재에 적응 못 하고 "좋았던 과거"를 불건강하게 돌아보며 집착한다는 상황이겠습니다.

사실 이런 진행은 작가 벨라미의 실제 생애를 제법 짙게 반영하는 면도 있습니다. 그는 경건한 프로테스탄트 가문에서 성장했으며 교양을 널리 쌓은 양친 밑에서 젊은 시절 내내 경제적 풍요를 누리며 평판 높은 학력과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대단히 축복받은 인생이었습니다. 다만 그는 자신에게 풍요를 안겨다 준, 또 희망하고 구상해 온 미래를 거의 실현시켜 줄 만큼 우호적인 "체제(자본주의)"에 대해 역설적이게도 매우 비판적인 성향이었는데, 사실 이 점은 (비록 중증 장애인이었지만) 명문가에서 태어나 최소한 경제적 여건만큼은 남부러울 것 없었던 헬렌 켈러의 정치적 스탠스와도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이들의 출발점은 "왜 내가 누리는 풍요와 혜택을 다른 이들은 못 누리고 저처럼 도탄에 빠져 사는가?" 같은 의문이었으며, 동시에 그들이 성장과정에 입은 최상급의 교육과 소양이 인도한 결과물이었습니다. 이 점에서 그저 현실에 대해 품은 불평불만이 유일한 심적 동기인 사이비들과는 구별됩니다.

미스 러딩턴은 중병에서 회복되지만(성별은 달라도 벨라미 역시 당시로서는 난치병이었던 결핵에 걸려 큰 고생을 했습니다), 그녀를 둘러싼 모든 물적, 인적 환경이 자신이 아름답게 간직한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사실을 알고 방황합니다. 캐릭터란 어디까지나 작가 본인의 현실을 반영하게 마련인데, 그녀는 어머니에게 여튼 큰 재산을 물려받았기에 세상이 어떻게 바뀌든 경제적 곤궁에 직면할 위험은 없었습니다만 사람의 정신적 평화라는 게 어디 돈만으로 충족이 되겠습니까. 그녀로선 적어도 자신을 둘러싼 좁은 범위만이라도 자신의 이상과 욕구에 맞는 환경으로 채우고 싶어하는데, 소설은 "어린 시절 누린 천국과도 같은 동산"을 미니어처처럼 재현하려는 그녀의 노력과 심리 묘사가 주종을 이룹니다. 헌데 여기에 중요한 변수 하나가 끼어드는데, 친척 조카인 어린 소년 폴이 그녀와 함께 살게 되어서입니다.

폴은 유복한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레이디 러딩턴의 정성어린 양육까지 입지만, 어려서부터 접해 오고 영향을 받은 성인(成人)이 이 유별난, 폐쇄적이고 과거 지향적인 미스 러딩턴뿐이었으니 그 또래 소년들과 가치관을 공유하거나 변화하는 미래에 잘 적응할지가 매우 걱정되는 쪽이죠. 저택에는 러딩턴의 한창 아름다울 시절을 새긴 미술품이 있는데, 소년은 실물의 또래 소녀를 찾아 그리워하는 게 아니라 이 이상화한, 박제화한 이데아만을 사모합니다. 인성에 나쁜 영향을 끼치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동시대인들의 건전하고 표준적인 심성을 갖추는 데 이런 환경이 매우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건 당연합니다.

앞서 말했듯 두 작품 사이에는 비슷한 분위기가 거의 없는 편이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난 후 저는 고전인 <뒤돌아보며>까지도 좀 다른 시선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군요. 즉 마냥 이상사회를 찬양하는 의도가 아니라, 오히려 실현 불가능한 머리 속 이상 속에 사로잡혀 귀중한 시간과 청춘을 낭비한 면이 없지 않은 사회주의자(당시 기준)들에 대한 견책과 반성 쪽으로 말입니다. 현실성이 없는 미래는 죽어버린 과거와 차이가 없다는 이유에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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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필요한 긍정의 에너지 | YES24 파블미션(舊) 2017-01-30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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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당신에게 필요한 긍정의 에너지

김성광 저
좋은친구출판사 | 2017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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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어디에나 양면성이 있기 마련입니다. 어제 서평을 쓴 <토니와 수잔>만 해도, 객관적 진실(그것도 엄청 가혹하고 끔찍한)은 당사자 토니 헤이스팅스가 주관적 확인을 마치기 전부터 이미 그 향방과 실체가 결판이 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큰 연관을 맺은 당사자에게나 사태의 추이를 따라가는 관찰자들에게나 "부질없는 희망 때문에" 여전히 미정(未定)인 채로 남았던 거죠. 지나간 과거도 그러할진대 누구에게나 공평히 불확실성에 싸인 미래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많은 지혜로운 논자들 작가들이 가능하면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라고 충고하는 건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물론 위의 토니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 그렇게 희망적으로 건 기대가 배반이라도 당하면 당사자가 입게 될 타격은 훨씬 클 수도 있고, 사람들이 제풀에 지쳐 비관적인 마음에 휩싸이는 것도 다 이런 자기 방어 기제가 작용해서입니다. 그렇다고, 나약한 자포자기 심리를 체질화하여 더 큰 전망과 계획까지 망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긍정의 심리는 "담대한 미래"를 품는 마음가짐과 일맥상통하기도 합니다.

저자는 "긍정의 시야를 위해 대인관계를 좋게 가지라"고 조언합니다. 그런데 이건 반대로 뒤집어 생각해도 여전히 타당한 명제입니다. 사람이 마음을 긍정적으로 먹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대하면 대인 관계 역시 건설적으로 확장되기 마련입니다. 관계에서 소외되는 사람은 대개 "자신에게만 긍정적이거나", 안 그런 듯 부정적으로 품은 세계관을 남에게 전파하기 때문에 문제가 악화하는 게 보통이죠.

사람이 긍정적이 되려면 일단 과거의 경험과 일체된 인격이랄까 지향점을 지녀야 합니다. 좋든 싫든 사람은 다 자신이 지나온 경력과 일체가 된 인격을 지닐 수밖에 없고, 이를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교훈을 추출한 채 정리해야 앞으로의 진로가 긍정적으로 개척됩니다. 경력에 대해 긍정의 마음가짐을 지닌 이라면 당연히 진정한, 바람직한 자기애가 동반 형성되며, 이런 사람이 매 순간 일과 일상에 성실히 임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삶에 애착을 지닌 이가 기억력까지 향상되는 게 역시 자연스러우며, 반대로 잊을 게 많고 부정적 상념으로 가득찬 인생이 자기 방어 본능으로 기억력까지 감퇴하는 모습도 드물지 않게 보는 바입니다.

사람이 긍정적이라면 남의 말을 잘 듣습니다. 첫째 내면이 잘 정리되고 감정 처리가 무난하기에, 남의 말로부터 상처를 안 입으려는 어설픈 방어 기제를 최대한 자제시킬 수 있습니다. "남의 말"은 그것이 고깝든 유쾌하든 무관하게, 많은 정보와 행동 지침 마련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정보가 많고 다양한 가능성을 두루 생각해 본 사람이 처세도 능란하겠음은 누구나 납득 가능한 결론입니다. 또, 남의 말을 일단 경청하는 사람이 대인관계도 원만히 구축할 수 있겠으며, 이런 긍정적인 태도가 "팔랑귀"처럼 주견 없는 휘청거림과 구별됨도 당연합니다.

직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트러블을, 사려 깊은 처신과 원만한 조정으로 해소해 나가는 것도 중간관리자급 직원의 큰 미덕과 재능 중 하나입니다. 조직에 따라서는 이런 말썽을 척척 잘 다뤄나가는 솜씨가 그 직의 본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이런 능력은 일반적으로 "정치"라고 부르는 스킬과는 또 별개의 류입니다. 리더십이란 그래서 긍정의 마음가짐을 가진 이만이 체질화할 수 있으며, 부정적 사고가 몸에 밴 이가 무리를 무난히 이끌거나 심지어 남 앞에 나서기조차 힘들어지는 게 다 이런 이치에서입니다.

앞에서도 강조되었듯 지난 과정의 실패까지도 담담히 끌어안고 그 실패에서 무엇을 배워야할지 "긍정"의 마음가짐으로 냉철히 바라보는 게 필요합니다. 실패에서 교훈을 배워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소모적인 긴장을 해소할 수 있고, 조직 내 만연한 갈등을 중재자로서 풀어나갈 수 있음도 지극히 당연합니다. 결국 긍정의 시선을 체질화한 이가 직장이건 어느 사회에서건 존경을 받고 활동의 중심에 서게 마련이며, 소소한 직장 하나하나에서 이런 밝은 분위기를 퍼뜨려 나가 전체를 역동적 에너지로 물들일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장기적 전망을 갖추게 되는 법이기도 하겠습니다. 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으려면 이런 긍정적인 개인이 일상에서 자꾸 늘어나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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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파블미션 | 매달 독서 기록 2017-01-30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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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와 수잔 | My Reviews & etc 2017-01-2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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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토니와 수잔

오스틴 라이트 저/박산호 역
오픈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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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 교수님이라는 주인공 토니의 행동과 사고는 전혀 수학적이지 않았으나, 소설의 구조만큼은 매우 이지적이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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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제목 "토니와 수잔"에서, "수잔"은 두 레이어에서 각각 다른 정체성을 가진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우선 우리 독자들이 마주대하는 3인칭 주인공이 수잔이고, 소설 속의 소설에서 "매우 중요한 순간" 잠시 현지인으로 얼굴을 비추는 클럽 가수 이름이 수잔입니다. 둘은 이름이 같지만 직업과 신분과 처한 처지가 당연히 다르며, 제 생각에는 성격과 내면도 꽤 다른 빛깔인 것 같습니다. 소설 속 소설을 창작한, 한때는 가망 없는 작가 지망생으로 여겨졌던, 수잔의 전 남편 에드워드는 분명 어떤 의도를 갖고 단역에다 그 이름(자신의 전 부인)을 붙였을 테고, 에드워드가 수잔(실물. 동시에 우리 독자에게는 캐릭터)에게 풀어보라며 던진 퍼즐을 해결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열쇠이겠으니 말입니다.

문제의 인물은 소설 속 소설의 주인공인 "토니"입니다. 중상류층 가정에서 자라나 자신의 신분과 걸맞은 여인과 결혼하여 딸 하나를 두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던 중년 남성인 그는, 어느날 외딴 지방 주간고속도로에서 아내, 딸과 함께 차를 몰다 불량배 셋을 마주친 후 인생이 완전히 바뀌고 맙니다. 비열하게 시비를 건 불량배들에 의해(셋 중 한 놈이 특히 질이 나쁘며 모든 범죄를 주동하는 위치네요) 차를 뺏긴 토니 교수(수학과)는, 아내와 딸이 엄청난 위험에 빠질 것을 알면서도 위력에 의해 굴복한 채 결과적으로 사태를 방치하고 맙니다. 소설 속 소설을 읽는 주인공 수잔이나, 그 액자 밖에 있는 우리 독자들은 이 두 불쌍한 여인들이 어떤 운명에 처할지 뻔히 짐작하면서도, 불의가 세상 한 구석을 잔인하게 점령하지 않기를, 죄 없는 이들이 끔찍한 범죄의 희생양이 되질 않기를 (헛되이) 기원합니다. 헌데, 두 여성을 지켜야 할 보호자의 의무를 진 데다, 수잔이나 우리 독자와는 달리 그들과 같은 세계 같은 장소에 놓였던 토니 헤이스팅스 교수는, 우리나 수잔처럼 그저 무력한 희망만 되뇌어서는 안 되었다는 데 문제의 본질이 있습니다.

수잔은 전 남편이 보내온 소설(토니와 그 가족 이야기) 끝자락을 읽어가며, 이 흡인력 있는(비록 내용은 절망적일망정) 소설을 쓸 만큼 "실력이 는" 남편의 과거에 대한 복잡한 심경의 회고에 빠지고, 아울러 현재의 남편인 아놀드(외과 의사)라면 이 소설(속 소설)의 토니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처신했을지 상상해 봅니다(결코 나와 내 딸을 불량배들의 손에 호락호락 넘겨 주지 않고, 놈들의 이빨과 눈알을 씹고 빼먹을 각오로 끝까지 저항했으리라 믿는데, 이 믿음은 사실 현재의 자신이 누리는 행복에 대한 어설픈 합리화에 지나지 않음을 그녀는 곧 깨닫습니다). 수잔은 소설을 읽으며 명백히, 토니와 전 남편 에드워드를 동일시하기 시작했고(우리 독자들도 마찬가지죠. 비록 수잔이 처음에 충분히 암시하지는 않았더라도), 에드워드 역시 이런 소설을 쓰면 수잔(헤어진 전 남편에 대한 의식적인 왜곡에 빠지기 쉬울 심리의)이 기꺼이 토니와 자신을 나란히 대어 보리라고 짐작하면서 이 "작품"을 도전 삼아 그녀에게 보내 온 것입니다("당신은 과연 공정한 사람이었어?").

작품이 잘 쓰여졌다고 느낀다면 그 독자는 곧 주인공 토니의 행동과 성격에 대해 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아니라면 소설 자체가 실패라는 뜻입니다). 수잔은 분명 주인공들이 처한 운명에 개탄, 격분하면서도 이 작품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소설에 빠져든 독자(우리+수잔)의 반응이란, 우유부단하고 비겁한 토니에 대해 경멸감을 폭발시키며 단죄할 것인지, 아니면 한심하기는 해도 나 역시 저 상황에서 크게 다른 행동을 보여주긴 힘들었겠다며 체념하든지, 둘 중에 하나입니다. 사실 토니 헤이스팅스 교수는 (수학과 교수라면서) 눈 앞의 폭력과 맞대면하기 괴로운 나머지 놈들의 말도 안 되는 핑계와 수작을 말 그대로 믿는 철저한 비논리성과 어리석음을 노출하는데, 우리 독자들이 도저히 그를 용서할 수 없는 대목이 바로 여기일 것입니다. 놈들의 말에 속는 건 사실 비겁한 자신을 용서하려는 자기기만에 불과했기 때문이죠.

수잔이 새로운 갈등에 빠지는 건, 그저 토니의 무력한 행보에 자기 반성을 투영한 소극적 공감을 결국 자인해서라기보다, 특히 토니가 보여 준 (소설 속의) 자기기만의 과정이 그 무엇과 소름끼치게 닮아서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거은, 현재 자신이 유지하는 위태한 결혼생활에 내재한 온갖 거짓과 위험 요소를 애써 모른척해 온 비겁한 타협지향적 태도가 아니었을지요. 조금 스포일러입니다만 결국 토니는 소설 속에서 놈들의 두목격인 레이와 단둘이 대면한 후 그 나름의 응보를 가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고로 눈이 멀게 됩니다. 토니 헤이스팅스는 가장된 안온한 현실 속에서 숱한 모순과 비위를 보고도 "눈이 멀어 있었으며" 이제 극한의 진실과 마주친 후 영적 개안을 육적인 시각과 맞바꾸게 되는 의도라고 해석했습니다. 소설을 덮은 후 수잔이 보이는 몸부림의 방향은 단 하나입니다. "일상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어디까지 눈을 뜨고, 또 어디서부터 눈을 감을 것인가. 그것이 나 자신의 감정이든 타인의 거동에 대한 평가이든 무관하게."

끔찍한 성폭행 범죄가 주된 모티브인 것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게(이런 게 배경으로 깔리면 독자들부터가 [정상적 범주의] 성에 대해서까지 싸잡아 거부감을 갖죠. 일시적일망정), 이 작품에는 액자밖 인물들의 불륜, 애욕이 섬세하게(말초적이진 않고 그 미묘한 심리 부분이) 묘사되어 있고, 한심하게도 그런 끔찍한 일을 겪고서도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토니가 (제자 대학원생에 대해) 품는 떳떳지 못한 애욕도 끈적한 심리의 부분이 매우 정직하게 펼쳐집니다. 우리들의 의무감, 양심, 생존 욕구, 현실 도피 충동의 모든 기저에는 결국 "충족된, 혹은 좌절되거나 결코 만족될 수 없었던 섹스"가 깔려 있다는 점도 작가가 암시하려 든 포인트 중 하나이겠습니다.

우리가 놓쳐선 안 되는 핵심 인물 중 하나가, 정의감과 승부욕에 불타는 형사 안데스인데(이 이름을 "앤디스"라고 불러야, 후반에 악당 레이가 짐짓 잘못 부르는 "갠지스"와 라임이 맞을 것 같네요), 그는 진지하게 절차를 밟는 수고를 번거롭게 다 치르면서도(피살자 두 여인의 시신을 보고 남편보다 더 격분하는 게 그입니다), 한편으로 무작정 토니의 말을 믿지는 않는 신중함을 보입니다. 물론 공판 절차에서 사건이 배척당하지 않으려면 치밀하게 케이스를 완성해야 하고, 그 편이 자신의 경력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정도 있겠지만 여튼 그의 주된 동기는 순수한 정의감, 나쁜 놈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믿음 쪽입니다. 이 안데스 경사의 정열적인 행보가 이처럼 강조된 것 역시 토니의 미적지근한 삶의 태도와 대비시키기 위함이었겠으며(사실은 다른 동기가 하나 더 있지만 스포일러라 생략하겠습니다), 그의 동선은 또한 믿을 수 없을 만큼 불합리한 현실이 안겨 준 충격의 몽환으로부터 안개를 걷어내는 유일한 동력으로 기능하기도 합니다. 사실 막판에 레이가 자백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독자들 역시 100퍼센트 그의 유죄를 확신할 수는 없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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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ountry Doctor - Sarah Orne Jewett | My Reviews & etc 2017-01-28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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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수입양서]A Country Doctor

Jewett, Sarah Orne
Createspace Independent Publishing Platform | 2016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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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섬님처럼 저도 책프 지속에 중대한 고비를 맞는 요즘입니다. 올해는 특히 구정과 신정이 별 간격을 두지 않고 다가와 더한 느낌인데, 차는 아주 드럽게 막히기까지 해서 짜증의 극치를 달리는 하루였습니다. 아무튼 책이 안 읽힌다는 말은 그저 게으른 정신에 핑계를 제공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므로, 마음을 다잡고 스케줄을 재점검해야 할 듯합니다.

"시골의사"라고 하면 대뜸 어떤 사항들이 떠오르시나요? 카프카의 작품? 재테크의 달인이자 참여시민의 모범인 박경철님? 조반니노 과레스키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시골 신부" 같은 표현도 대체로 비슷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것도 같습니다. 드라마 셜록을 보면 왓슨이 시리즈 중 처음 사귀게 된 여인(보건소 관계자)과 대화할 때, "먼데인한 일인데 괜찮으시겠어요?" 라는 말을 듣는 장면이 있습니다(안 괜찮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일하다가 바로 자 버립니다). 사람들의 육신(신부라면 영혼)을 돌보는 중요한 일이긴 하나, 그저그런 사람들만 매번 상대하다 보니 뻔한 일상에 길들여져 버린, 빛나는 지성과 전문 지식은 이미 퇴색해 버려 전문직종임을 자부할 수도 없는 자신들을 그런 식으로 씁쓸히 평가하는 언사인 것처럼도 보입니다.


사실 도일 경의 원전이나 옛 드라마들을 봐도 닥터 왓슨은 비록 런던에서 개업을 할망정 전형적인 "시골의사"로밖에 안 보이는 면이 있습니다. 전문성 면에서도 그렇고 그 특유의 소박한 인간적 개성에서도 그렇고. "자네가 얼마나 뛰어난 의사인데 내가 서툰 속임수를 시도하겠나?" 이 말은 그저 친구를 접대하는 홈즈의 이례적인 가식으로밖에 안 들립니다. BBC 드라마에서 제1회에 등장하여 '우먼 인 핑크'의 사체를 검진하는 그의 태도도 사실 별 신뢰가 안 가는 모습이었죠.

여담이 길었습니다만 지금 이 소설을 지은 지지난 세기의 여성 작가 새러 온 쥬잇도 "시골 의사"를 아버지로 둔 자신의 경험이 진하게 배어난 작품 세계를 구축한 소설가입니다. 기질적으로는 융통성도 없는데다 살가운 가장이나 아빠도 아니었지만, 그런 아버지의 개성과 인품과 세계관을 두고 자신의 비전과 성취를 정초해 나가는 중요한 발판으로 삼은 그녀였습니다. 이 작품 속에서도 실제 그런 삶을 산 쥬잇 여사 자신의 모습이 여러 군데서 배어나는데요, 다만 큰 차이가 있다면 주인공 낸 피어스는 부친과 같은 길을 걷기 위해 실제로 의대에 진학하여 메디컬 닥터의 코스에 등록한다는 점입니다. 반면 쥬잇 여사는 어떤 남자와도 교제하지 않고 평생 독신으로 살다 생을 마쳤습니다.

시골의사의 딸로 태어났지만 자신은 당대의 일류 닥터(거의 백퍼센트 남성들)로 꿈을 이루고 말겠다는 그녀의 포부는, 요즘 같으면 당연하게들 받아들여지겠지만 당시로서는 상궤를 크게 벗어난, 분별 없는 일탈 행동으로까지 여겨졌습니다. 이 소설 속에 묘사된 낸(구태여 낸시라고 하지 않고 이런 약칭, 애칭으로 부르는 것도 뜻이 있죠) 피어스와 쥬잇 여사 사이에 또 하나 공통점이 있다면, 종교에 대해 깊이 몰입하며 자신의 신념을 다지는 모멘텀을 마련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만 뉴잉글랜드의 명문가들이 흔히 신봉하는 성공회 교리에 깊이 침잠하며, 낸 피어스는 의료인으로서의 진로 선택을 일종의 소명(이 말 자체가 종교적 색채를 진하게 띱니다)으로 간주합니다.


여사의 작품에는 자연에 대한 진한 애정과 헌신이 곳곳에서 배어나는데, 이는 어린 시절 아빠와 함께 왕진을 따라다니며 눈에 익혀 둔 메인 주의 근사하고 다사로운 풍광이 크게 한몫한 것입니다. 비록 그 부친은 일개 시골의사로서 생을 마친 인생이었지만, 그 부친이 세상에 남기고 간 꽉찬 알곡 같은 딸 하나는 작은 자신의 몸 하나로 세상에 큰 등불 하나를 밝힌 셈이었으니, 사람이 자신의 영향으로 세계에 큰 공헌을 할 수 없다손 쳐도 현명하고 지혜로운 자녀를 하나 두어 길러내는 보람이 이처럼이나 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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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인생목표 이루기 | YES24 파블미션(舊) 2017-01-27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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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베스트 인생목표 이루기

캐롤라인 A. 밀러,MAPP,마이클 프리슈 공저/우문식,박선령 공역
물푸레 | 2017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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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긍정심리학에서 주장하는 여러 실증적 효과들이 증명 단계를 넘어섰다는 보고가 많습니다. 물론 이런 주장만 나오면 대뜸 "싫증"부터 낼 사람들이 적지 않겠으나, 자신의 삶이 부정적이고 화가 치민다거나 비뚤어진 감정으로만 가득채워져 있다면 "~학"의 입장을 떠나 그 개인의 삶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하리라는 전망은 학자 아니라 누구라도 쉽게 내릴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소위 긍정심리학의 창시자격인 마틴 셀릭만의 직계 제자들이라고 합니다. 최소한 이런 저자들이 저술한 책은, 본인과 스승의 명예에 누가 되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보다 성의 있는 논거와 체계를 갖춘 것들이 많습니다. 셀릭만이 체계를 놓은 이른바 긍정심리학의 핵심은 국내 독자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PERMAS라는 것인데, 뭐 약칭이나 두문자 만들기야 만드는 사람 마음이긴 합니다만(또 여러 자계서들의 공통된 전략이자 접근 방식이긴 합니다만) 뭐 일상에서 남 좋은 일 시키자는 것도 아닌, 자기한테 확신을 불어넣고 가득한 활기로 내면을 채우자는데 그걸 놓고 구태여 뭘 반대할 이유야 전혀 없습니다. 지 인생 망쳤다고 남까지 가당찮게 망치려 드는 타락하고 더러운 돼지가 아닌 이상 말입니다.

긍정심리학은 그 명칭 못지 않게 주제와 방법론 모두가 실천적인 성격인만치,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들은 "소비자"들의 삶에 어떤 구체적인 지침(이의 실천은 개인의 몫이며, 패스트푸드나 청량음료의 섭취와 전혀 다른 기제의 소비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돼지라면 모를까)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그 존재의의가 의심스러워질 만도 합니다. 일단 이 책뿐 아니라 모든 이 계열 서적에서 강조하는 바는, "성취 = 기술 × 노력"이라는 공식이고, 그 공식 중에서도 "기술"에 치우쳐져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계서라고 하면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게, 맨땅에 해딩하는 식으로 "무작정 노력"만을 강조해 온 그 틀에 정해지다시피한 태도 때문이죠. 많은 현대 독자들이 요구하는 건 그런 무작정 들입다 파는 노력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가장 적은 노력을 들여(우변의 두 인자 중 비경제적인 측면을 최소화하여) 똑같은 성과, 혹은 최대 성과를 올릴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저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노력 파트가 중요하다고 봅니다만)

많은 경우 실패자들은 자기 통제가 어려운 사람들입니다. 어떤 자는 DNA의 무작위 배열이라는 거창한 운명론을 들이대면서도, 또 그런 "뽑기" 과정에서 자신이 뽑은 패가 영 시원찮다는 팩트를 인정하면서도, 전혀 근거 없는 자신감과 만용으로 흑을 백으로 우기는 희극적인 만용을 노출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은 무슨 체제의 불합리한 손에 의해, 자신이 마땅히 상속받아야 할 몫을 빼앗겼다는 등 근거없는 피해의식에 젖어 과거를 조작, 세탁하기도 하는데, 도대체 자신이 받아야 할 대접이라고 내세우는 것이 전혀 근거가 없다 보니 존재하지 않는 어거지를 지어내서라도 무슨 근거를 마련하려는 어처구니 없는 발버둥이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신봉하는 건, 장내 미생물이나 기타 비(非)의지 요소에 의해 인간의 삶이 결정된다는 식의 사이비 결정론(일부의 객관적 연구 결과를 터무니없이 과장 왜곡함)이기도 하죠. 근대 계몽주의가 비로소 일깨운 인간의 이성, 그 중에서도 자연 과학의 저변을 이루는 합리주의야말로 사람이 자기 의지에 의해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에 기반하는데, 이런 인간은 입으로 과학을 떠들고 싶어도 실은 그 내면부터가 가장 썩고 비루한 류의 "푸닥거리와 미신"에 사로잡힌 꼴입니다. 이런 미개한 마인드에 어떤 의지와 개척 정신, 나아가 자기 통제의 명분이 깃들 리가 없습니다. 뭘 잘못해도 남탓을 할 타입인데, 실제로 어차피 자기 행동과 사고와 감정(가장 유치한 단계에 머문)을 통제 못하는 인간으로선 어쩌면 (유일하게)정직한 반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한국어 번역본(즉 바로 이 상품)이 관련 전공을 가진 일류 역자들에 의해 정성껏 옮겨지기도 했지만, 사실 원서의 재미있는 편집이 번역을 통해서는 그 본 맛이 다소 사라져 버린 아쉬움도 있습니다. 원서는 항목 하나하나가 ABC 순의 키워드 배열에 따르고 있기 때문이죠. 이건 언어의 체계가 차이 나는 만큼 어쩔 수 없는 한계이기도 하고요. 대신 역자들은 원저의 박력 있는 어조, 학자들의 진정성 깃든 논거와 서술 체계를 최대한 본의에 가깝게 번역하여 소개하는 성의를 보여 줍니다. 요즘 많은 책들이 그 가치를 강조하는 소위 "그릿(그 두문자 배열에 부여하는 각각의 의미가 다를망정)"론의 오리지널이 바로 이 계열에서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시고, 지금 추진하는 일에 속도와 박차를 더욱 가열차게 내려고 안달복달(인생은 이처럼 각별한 애착이 있어야 성공하죠)하는 독자들이, 딴 거 필요 없고 지금 어떤 자극제가 좀 필요하다 싶을 때 읽으면 좋습니다. 너무도 의욕이 안 나고 무슨 일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을 때, 어린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그저 속는 셈 치고 저자들이 시키는 건 다 따라해보겠다는 마음인 독자들에게 효능을 발휘하리라는 건 말할 것도 없겠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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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범한 대화 | YES24 파블미션(舊) 2017-01-2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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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범한 대화

댄 월드슈미트 저/변봉룡 역
우현북스 | 2017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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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김혜수씨가 주연한 어느 드라마에 이 단어가 자주 사용되어서 우리에게 친숙하죠. 혹은 탁구 좋아하시는 분들이, 상대방 진영 모서리에 교묘하게 맞고 나가는 타구로 득점할 때(상대로서는 방어할 방법이 없죠) "엣지" 판정 용어를 쓰는 것도 자주 접하셨을 것 같습니다. 이 단어는 우리말로 표기할 때 (불합리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는 몇 가지 예인데, (d)g나 (d)gy나 "~지"로 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엄밀히 말해 우리말에는 받침이 아닌 자음으로 끝나게 발음하는 경우가 존재하질 않는데, sh, ch 등은 "이" 발음 없이 자음으로만 종결짓기가 매우 힘들고, 그저 표기상으로만 헷갈리는 게 아닙니다. 발음하지 말아야 할 걸 발음시키는 게 한국인들의 습관이기 때문에 영어 강사들도 곤혹스러워 하는 대목입니다. 대표적인 다른 예를 들자면 fish와 fishy를 들 수 있죠. 둘은 뜻이 완전히 다르고 저들끼리는 발음도 명확히 구분되는데, 한국인들은 의미와 조음 모두에 서투릅니다.

상황에 따라 말을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준별하기란 어쩌면 세상을 성공적으로 살아나갈 처세의 본체에 해당할지 모르겠습니다. 말을 해 줘야 할 것을 제대로 찔러 주는 상황이 과연 무엇인지 언제나 실수 없이 판별할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은 "엣지 있는" 대화를 엣지 있는 처세로 연결시킬 수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멋진 대화로 상황을 리드할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이 어떤 상황이건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못 끌어나갈 바 없습니다. 이처럼 소소한 상황 속에서 자신이 얻어내어야 할 모든 이점을 일일이 챙기고 든다면, 이 책에 나온 것처럼 이른바 "성공에의 편안한 지름길"로 오로지 센스 있는 대화를 통해 질주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책은 인생 초기 단계에 시련을 많이 겪은 저자의 1인칭 회고담으로 시작합니다. 사실 자계서를 읽다 보면 이런 서두를 자주 접하기 때문에, 과연 이게 얼마나 자신의 진정한 경험에서 유래했는지 의구심이 들 때도 없지 않습니다. 여튼 설득력 있게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는 저자나 강사(많은 베스트셀러 자계서 저자들이 그러하듯 이분도 이름난 강사 중 한 명입니다)들은, 그런 비장한 회고를 단호한 충고로 변환하여 독자와 청중에게 전달합니다. 어떤 달콤한 위로를 통해 힐링을 기대했던 "귀들"로서는 다소 의외의 "콜드 터키"를 맞이하는 셈인데, 차디찬 현실의 엄정한 맨살과 뼈대 사이에 다른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음을 바로 실감케 하고, 뒤이어 지체 없는 결단과 행동을 촉구하는 게 이들 노련한 모티베이터들의 일관된 전략이기도 합니다.

제가 사람들을 겪으며 웃지 않을 수 없는 건, 실제로 미국인들 역시 "자계서의 효용과 판에 박힌 태도"에 치를 떨기도 하며, 성공을 위해 자계서를 파고 드는 직장인이나 학생들을 비웃는 게 일상에서 일종의 즐거운 클리셰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한국과 뭐가 크게 다르지도 않습니다. "책 한 권 읽는다고 니 삶이 바뀌기라도 하냐?" 그런데도 어떤 책은 그런 진지한 기대를 품는 독자들에게 마치 종교 경전처럼 열의 있게 읽힙니다. 아까 퇴근길에도 (아직 취준생처럼 보이는) 어떤 청년이 이건희 회장 관련 책을 떡하니 보란 듯 펼치고 읽는 모습을 만날 수 있었는데, 저럴 시간에 다른 책을 보는 게 "진짜 자기계발"을 위해서나 당면 과제를 위해서나 더 도움이 되겠거니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하긴 그 친구는 나이나 젊지, 그 친구 엄마뻘로 나이를 먹고서도 추첨 중독과 현실 왜곡, 미래를 빙자한 망상에 빠져 죄악에 가까운 시간 낭비를 일삼는 인생들도 얼마나 많습니까. 이 역시 타고난 성격 결함이 평범한 인간을 "정신나감"의 단계까지 이르게 하는 대표적인 예라 하겠습니다. 저런 중독자를 엄마로 둔 아이들의 미래는 또 어떻게 되는 건지 개탄스럽기만 할 뿐이죠. 교도소를 밥먹듯 드나드는 문제인생들의 출발점도 그 먼 시작은 다 이처럼 가정을 소홀히하는 중독자, 문제 부모들로부터 비롯했겠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렇게 말합니다. "당신의 성공을 위해 다른 책은 필요 없다!" 그렇습니다. 사실 성공을 위해서는 어떤 책도 필요 없을지 모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성공을 하고 싶으면 이미 당신이 성공을 이뤘으며, 그 성공한 패턴에 맞춰 일상의 모든 행동을 바꿔 나가라"고 조언합니다. 사람의 동기를 뿌리부터 바꾸려는 일류 모티베이터들의 공통된 전략이기도 하죠. 중독자는 이와 달리 그저 추첨이 요행수로 과녁만 맞추기를 손바닥이 닳도록 빌고 또 빕니다. 하루 24시간이 있다면 중독자는 이벤트나 모집 껀수를 찾아 25시간을 당첨 기원에 보냅니다. 하다못해 그 시간에 빨래를 했다면 아마 그 늙은 나이에 빨래방 체인 창업주로라도 자립하여 허구헌날 당첨이나 빌고 앉은 처량한 처지를 일찌감치 벗어났을 테죠.

여기서 우리 독자들은 제목의 EDGY가 저자의 맥락 속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E는 극한(익스트림)을 뜻합니다. 이때 뭘 극한으로 몰고가야 하냐면, 다름 아닌 노력입니다. 아직도 미국 굴지의 대기업으로 거시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제네럴 일렉트릭은 바로 노력의 화신 토머스 앨버 에디슨이 세운 회사의 후신입니다. 저자는 여기서 아주 공명될 만한 주장을 폅니다만, 노력에 있어 평균치만 하고 마는 건 없다. 아주 극한까지 밀고나가야 경쟁자들을 제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한계는 타인이 정해주는 게 아니라, 성공을 이루려는 당신이 매 순간 극한까지 밀고나가며 새로 정하는 것이다." 이때 노력과 정성이 건설적인 방향에 쓰여져야지, 추첨 중독자처럼 극한의 단순 반복 행동과 헛소리 낭독에만 투자된다면 결국 정신도 나가고 눈도 멀 수밖에 없습니다.

두번째로 D는 단련된 활동입니다. 역자 겸 사장님께선 이를 "단련"으로 번역하셨지만 제가 책을 읽어 보니 맥락 속에서는 "규율"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앞의 조언과 연결되는 실천적 훈령이기도 합니다만, 단순 반복이나 그저 평균치만 채우려는 얄팍하고 불성실한 마음에는 깃들 수 없는 게 이 "규율, 단련"이기도 합니다. 독자인 제가 이해하기에 이 가르침은 첫번째와 대비하여 어떤 "양상"의 문제이기도 합니다(전자는 "정도"의 문제). 단련이든 규율이든 이에 확고한 실체를 부여하려면 일단 최초 계획이 존재해야 합니다. 물론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존재하고 정직한 노력과 감당 가능한 목표를 전제로 하는 게 계획이지, 어떤 망상이나 정신 나간 헛발질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일례로 추첨이나 하던 머리로 등단을 망상한다든가 하는 건, 단련이나 규율 혹은 그 무엇으로도 달성할 수 없는 목표입니다.

셋째로 G는 "기버(giver)"의 마음가짐입니다. 보통 자기만 아는 돼지형 추첨꾼들은 자기만 아는 아주 이기적인 마음으로 추첨에 몰입하지만, 추첨 경품이란 대개 경제적 가치와 재생산 여지가 전무한(최소한 추첨꾼에게는 그렇습니다) 것들이기에 그들은 언제나 궁핍 상태를 못 벗어납니다. 많은 일류 저자들은 이런 졸렬한 테이커형 행위자들이 결국은 자기 잇속도 제대로 못 챙기고 평생 헛된 기원과 망상만 품다 눈먼 실패자로 전락함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저자는 여기서 멋진 지적을 하는데, 기버들이 성공하는 이유는 "삶의 총체적 아름다움을 파악하고" 무엇이 자신의 성공을 위해 결정적 요인인지 핵심을 잘 꿰뚫기 때문이라는군요. 대체로 추첨꾼들의 외모는 "아름다움"과는 매우 거리가 먼 비틀린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대단원이라 할 수 있는 "인간 전략"으로 멋진 논의를 마무리합니다. 만약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그것은 당사자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서툴고 탐욕스럽고 근시안적인 "인간"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라는 거죠. 이런 서툴고 박복하며 미숙한 인간들은 사리의 본(本)과 말(末)을 전혀 가리지 못합니다. 이미 시냅스와 일체의 신경점이 파괴되었기에, 무엇이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며, 그저 장내미생물이나 먼 조상이 제어하는 DNA 탓이겠거니 하며 엉뚱한 핑계를 대며 파멸에 가까운 우울로 썩은 내면을 가득 채웁니다(모두가 자업자득일 뿐). 자기 잘못은 하나도 없다는 이런 잘못된 늙은이들의 정해진 실패 패턴에서 벗어나려면, 바로 진정한 "사랑"을 품고 자신의 현실적인 과업에 애정을 쏟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헌데 실패하는 사람은 꼭 배우자와의 관계 설정도 배배 꼬인 게 사실이라, 이런 명절에도 괴이쩍은 객설이나 늘어놓으며 자신의 불행을 사방에 전파하며 개인적 농도를 낮추는 데 여념이 없죠. 허나 세상의 이치는 확산이 아닌 삼투(滲透)로서, 오염의 근원은 결국 자체 파괴 기제로 인해 더욱 더러워지고 오염되게 마련이라 아무리 빨래를 해도 지워지질 않습니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불륜이나 간통이 아닌, 바로 진정한 "사랑"이 내면으로부터 각성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어찌 성공과 엣지 있는 삶과 개인의 참된 행복 그 비결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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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를 만나기 전에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 YES24 파블미션(舊) 2017-01-2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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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 남자를 만나기 전에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이성주 저
애플북스 | 2017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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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도 과연 예습과 복습, 준비가 필요할까요? 사랑뿐 아니라 인간이 수행하는 모든 기능과 행위에 있어 준비를 든든히 해 두어 무슨 해가 될 건 전혀 없습니다. 다만 말이죠, 우리 인간은 태생적으로 준비 작업을 싫어합니다. 가능하면 편안한 상태에서 시간을 때우고 재미있는 작업으로 마음을 즐거이 흥분시키고 싶은 게 본성이며, 뭘 준비하고 정리하고 연구하는 건 (설령 인간만이 가능한 지적 작용이라 해도) 그 자체가 학습된 바이지 타고난 본성이 아닙니다. 또, 준비해서 잘 할 수 있다 해도, 가능하면 임기응변, 혹은 직감이 시키는 대로 저질렀다 척하니 성과를 거두고 싶지("이것 봐, 난 타고났다 말이야!"), 머리를 싸매고 끙끙거린 결과물로 뭔가 가치가 깎이고 싶지는 않아하기도 합니다. 하물며 해당 과제가 연애라면 더 말할 것도 없죠. 이런 걸 뭘 배우고 시작하라면 자신이 부족함을 자인하는 것 아닌지 화를 내는 사람들도 널렸습니다.

저자는 이른바 연애 전문가로서 여러 책을 쓰신 분이고, 아마 몇 년 전에 이분의 다른 책을 읽고 쓴 리뷰가 제 블로그에도 있을 겁니다. (그 책 중)내용이 기억 나는 부분도 있고 안 나는 것도 있는데, 이처럼 기억이 어슴푸레한 건 역시 독자로서 제가 제대로 감화되지 못했던 소치가 아닐까 합니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아서도 있고, 동의를 꼭 안 한다기보다 아주 불손한 마음이 들어 뭘 그런 걸 다 남한테 배워서 깨쳐야 하는 반발감도 결국 억누르지 않았기에, 마음 속에 저장이 채 온전한 모습으로 안 이뤄진 거죠. 제목, 혹은 저자분의 이름 때문에 혹 여성 대상의 여성 저자가 쓴 것 아닐까 생각할 수 있는데 저자는 남성이고, 목차부터 잔뜩 나열되어 있는 "여성 상대 내러티브 색깔" 때문에 남자들은 읽어선 안 되는 걸까 착각할 수 있지만 아닙니다. 오히려 남자들이 먼저 읽고 "자신에 대해" 성찰하며, 여성이 (이 책을 읽기 전이건 후건) 이런 식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기대한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여자에게 들려주는 조언이지만 남자가 "훔쳐 들어서" 백번 유익한 말들입니다.

왜 저기 영자신문에 실리는 신디케이트 칼럼을 보면 "디어~"로 시작하는 여러 멋진 컨설턴트들의 인생 상담이 실립니다. 이 책도 그런 데서 영향을 받았는지, "디어 올리비아"라는 부름투로 모든 글을 자상한 오빠가 조곤거리듯 절절히 적어가고 있습니다. "영업 아니면 연애"라고 하는 좀 살벌한 진단도 있는데, 많은 경우 사실 연애는 "연애를 가장한 영업"일 수도 있다는 점에 마음이 찡해지는 면이 있습니다. 어떤 놈은 아주 체계적으로 자아를 분열시키고 그 과정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취하는지, 여자한테 뭘 얻어내고 싶을 때(주로 잠자리죠) 온갖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합니다. "우리가 결혼한 후엔 말야..." 이 역시 자기한테 맞춰 달라는 주문에 지나지 않는데, 아직 나이도 어린 놈이 저런 말을 정말 진심도 아니면서 지어낼 수 있을까 오히려 때묻지 않은 관찰자 눈으로는 믿음을 차라리 보내고 싶은데, 전혀 그게 아니란 말이죠. 이놈 말로는 "만약"이 그저 "만약"일 뿐이며 그 뒤에 오는 결론부는 다 거짓말인데, 여자 입장에선 돈도 많고 자상해 보이는(다 거짓말입니다) 이놈 말을 확정된 미래의 약속으로 다 받아들이고 만단 말입니다. 어차피 여자도 돈만 노리고 접근했(놈의 일방적 합리화입니다)으니 지 거짓말도 용서가 된다, 결국 내 돈을 노리고 접근하는 놈들한테 지가 징벌이라도 내리는 위치로스스로를 격상하는(그러면서 재미도 보는) 이런 쾌감을 다 뽑아내는 거죠. 이런 철저한 사이코패스한테 걸리면 여자는 참 답이 없기도 합니다.

"결혼에서 행복이란 철저히 우연에 불과하다." 사실 결혼이야말로 타협이고 영업입니다. 조건과 신분과 전망이 맞아야 결혼하고, 애정이 없어도 일단 동문과 지인 앞에서 번듯하게 보여 줄 수 있는 배우자라야 합니다. 사실 이런 결혼에 진정한 행복이 깃들 리 만무하고, 다만 제가 예전에 재미있게 본 건 고 케네스 갤브레이스 교수의 책에서 윈스턴 처칠의 부모의 결혼에 대해 "드물게 보는 애정어린 결합이었다"라며 무슨 실드나 치듯 적어 둔 한 마디였습니다. 연애도 근본적으로 어려운 과업이며, 결혼에 대해선 말할 것도 없습니다. 여성이나 남성이나 상대에 대해 너무 과한 기대를 해선 안 되며, 내가 상대에게 해 줄 수 있는 만큼만 기대하는 게 정의의 원칙에도 부합함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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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업계지도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7-01-24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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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2017 업계지도

한국비즈니스정보 저
어바웃어북 | 2017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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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에 천안에서 V리그(한국 프로 배구 리그) 올스타전이 열렸습니다. 올스타전은 프로리그를 갖춘 종목, 국가에서는 팬들에 대한 서비스, 혹은 스포츠인들의 친목 도모를 위해서도 반드시 치러지는 행사인데요. 소속 팀에 무관하게 감독, 선수, 심판 간에 우의를 다지고 평소 못 보던 모습을 구경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런데 이런 흐뭇한 광경 말고도 제가 개인적으로 눈여겨 본 건,  리그에 직접 참여하여 해당 기업의 홍보 효과를 보려는 당사자 외에, 다른 어떤 기업들이 협찬하여 그들의 로고를 대중에게 노출하려 애썼나 하는 거였습니다. 이런 스포츠 행사에 직간접으로 관여하거나 관심 갖는 기업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을 좋게 본다는 뜻도 되기 때문이죠. 제 생각에는 총체적 호황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밝지 못해도, 국지적으로는 여전히 맹렬한 현금 흐름이 이뤄지는 듯했습니다. 쉽게 말해 (잘 안 풀리는 곳이 압도적으로 많아도) 잘나가는 기업은 여전히 잘나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뜻입니다.

김성근 감독은 컴백 2년차가 되던 작년 어느 인터뷰에서 "(없던)제약이 많아져서 불편하다"라고도 털어놓았습니다. 자세한 언급은 없었으나 아마도 협찬사들의 로고를 어깨나 팔, 등에 붙이는 리그 협약을 두고 이른 것이겠습니다. 유니폼 등번호(콩글리시로 하면 백넘버) 하나에 민감해져 컨디션이 극과 극을 오가는 선수들의 예전 행태를 보면 보수적인 축에서는 이런 상업적 행태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이해 관계가 직접 부딪히는 구단 운영 기업측도 마찬가지 -배구를 예로 들자면 흥국생명과 농협보험 등). 저는 반대로 적극 옹호 쪽인데, 자본주의가 머리를 짜내서 기존에 없던 마케팅 활로를 개척하는 건 아직 생명력이 왕성하다는 반증도 되며, 리그도 구단 직접 후원 외 미세하나마 다른 채널을 모색하는 게 먼 장래를 위해 결코 나쁠 게 없기 때문이죠.

기업의 로고가 모여 있는 모습을 보는 건 시각적으로 흐뭇한 느낌을 줍니다. 본래 시청자들, 소비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만든 예쁜, 선명한, 유쾌한 디자인일 뿐 아니라, 이 작은 나라에 기업이 이렇게 많았구나, 눈높이가 높아진 일부의 기준을 만족시키지는 못해도 사람들이 이처럼 먹고살려고 건설적인 발버둥을 치는구나, 대강 이런 안도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20세기 초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경제 역동성을 보인 미국도 한번 침체의 불길한 기운이 엄습하자 일단 직장을 잃어버린 많은 이들이 재기의 꿈을 버리고 노숙의 길을 택했습니다. 시스템의 문제도 물론 큽니다만 일단은 경제에 참여하는 이들의 자활 의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선 가장 중요한 팩터입니다. 한국은 모르긴 해도 그 시절의 미국처럼 가지는 절대 않으리라는 게 저의 확신입니다. 근로자도 업주도 돈 좀 벌어보려고 이렇게나 일상에서 연구 영역에서 혹은 투자 섹터에서 안간힘을 쓰기 때문이죠. 독일어 속담에 Not macht erfinderisch 같은 게 있듯이 말입니다.

이 책은 어바웃어북 출판사에서 매년 발간되는 인포그래픽 형식의 업계 전망 분석서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인포그래픽을 잘 다루고, 가장 권위 있는 정보를 정리하여 펴내는 곳에서 연례적으로 내놓는 자료이기에 매년 반드시 검토한 후 한해를 시작하곤 합니다. 중복되는 정보,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대목도 물론 많지만 이 책을 열독해 온 층은 어차피 그런 점을 다 감안하고, 그 와중에서도 변화가 특히 보이는 파트에 정력을 기울여 책과 정보를 소화할 것입니다.

삼전은 작년 갤노트 7 불량사태 때문에 전례없던(업종 전체나 아예 세계 기업사를 놓고 봐도) 시련을 겪었습니다만 다들 알다시피 실적이 매우 양호했습니다(물론 불과 며칠 전엔 정치 추문에 총수가 연루되어 구속 직전까지 가기도 했으나 더 지켜 볼 일이죠). 그런데 이게 통신업계에는 어떤 파장을 끼치겠는가. 많은 전문가들이 내다본 대로 분위기를주도하던 아이템이 단종되었으니 당연히 싸한 바람이 불겠지만 이 악재 말고 업계에 활력을 줄 만한 다른 추동력이 연달아 발견되는 편입니다. 소비자들에게 욕을 먹는 단통법 역시 일단 마케팅비용(흠....)을 줄인다는 점애서 장기적으로, 또 구조적으로 통신사들의 어깨를 가볍게 하겠고 말입니다. SKT의 T맵은 뭐 스마트폰 출시 초기부터 해당 통신사의 소위 킬러 앱으로 엄청난 호응을 얻었지만 (책의 서술대로)요즘도 같은 파급력을 누리는지는 좀 의문입니다. LG 유플의 "비디오 포털"은 저로선 처음 들어보는데 저자들은 호의적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통신사와 미디어업체 간의 시너지를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도 사실 이 책 출간 초기부터 꾸준히 나오던 말인데 아직도 주장 단계에 머물고 있는 편이며, 대신 통신사가 자체 미디어 채널 역량 강화를 시도하는 추세는 더 뚜렷합니다("옥수수"라든가).

예전에 이익치씨가 전국민이 환란의 고통에 신음하던 시절 전도사처럼 전국을 누비며 "코스피 지수는 이천을 넘어 삼천을 넘나들 것"을 장담하던 모습을 기억하십니까? 결국 불미스런 일에 엮에 큰 곤경을 치르고 그 상전의 아들인 정몽준 씨한테 "참 불쌍한 사람" 같은 조롱을 듣기도 했지만 당시 돈 쓸 곳을 못 찾던 아주머니들, 기타 여러 물주들에게는 큰 인기를 누리고 확신을 주던 인물입니다. 이 이익치씨의 활약으로 유명한(물론 그 이전부터 한국 굴지의 증권사였던) 현대증권이 작년 KB로 흡수합병되었습니다. 장남(사실상) 몽구씨의 현대차그룹이 큰 덩치로 남아있긴 하나 현대중공업이 저처럼 고전하는 중이며, 특히 몽헌씨 계열의 "현대그룹"이 거의 풍비박산된 판이니 한때 한국을 주름잡던 정주영 신화는 근 절반 이상이 날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반면 외환위기 즈음 미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국내에 갓 진입했던 미래에셋은 증권업계 이제 1위로 올라섰습니다. 2위는 NH인데, 어떤 이들은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뭐가 정신없이 변하긴 하지만 결국 제자리" 같은 말을 하기도 하지만 이런 걸 보면 20년 전과는 구조와 구도의 근본 성격이 변했다고 해도 충분합니다. (서평 맨앞에 배구 이야기를 꺼낸 건 이런 소회 때문이었습니다. V리그 주 후원사가 농협이라서)

두산은 투자자들에게 오랜 기간 근심덩어리였습니다(어디 국외자뿐이겠습니까. 가장 걱정이 심한 건 그곳 직원들이었죠). 이러던 두산의 움직임 속에 작년 단연 눈에 띈 건 역시 두산밥캣의 상장이었죠. 자 과연 이 루키가 해당 기업군은 물론 향후 한국경제의 주요 성장 동원으로 효자노릇을 할 것인지 여부가 대단히 주목되는 편인데요. 이 책은 그 전망을 대단히 밝게 보는 편입니다. 이곳이 잘나가는 이유는 북미 (건축)시장이 근년 들어 활황을 보였다는 데에 있는데, 트럼프가 나프타 재협상을 선언한 지금 전망이 계속 장밋빛일지는 더 지켜 봐야 하겠습니다. 뭐 미-멕시코국경에 거대 콘크리트 장벽을 쌓는 것도 분명 일감은 일감이겠으니...(농담입니다)

의외로 사양산업 취급을 다 받았던 정유업계가 작년에 승승장구했습니다. 이는 작년 한해 유가가 다시 상승 기미를 보였기 때문인데, 다들 아는 것처럼 OPEC이 관리 모드에 들어간 게 큰 이유죠. 다만 이게 추세적 상승요인이 될 수 있을지가 의문인데, 뉴스에 막 나오는 것처럼 트럼프는 비축유도 계속 풀고(오바마 정책을 이어가는 몇 안 되는 예) 사우디 등 산유국에 대해 공세를 이어가려는 모습입니다. 이 책은 뭐 독자로서 언제나 만족입니다만 정치 언급이 최소화되어 있고(장점이기도 하죠), 그해 초 시점에서 최신 국제 정치 변수가 덜 고려된 게 좀 아쉽다면 아쉬우며 대체로 낙관적 전망에 기운 게(새해 초에는 기분 좋은 마인드로 시작해야 맞겠지만) 다소 여지를 남깁니다. 여튼 이만큼이나 자료가 잘 정리되고, 말 그대로 한눈에 업황과 개별 기업 건강성을 들여다 보게 해 주는 점은 너무 고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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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의 우리는 할 수 있다! | YES24 파블미션(舊) 2017-01-23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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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박상영의 우리는 할 수 있다!

박상영 저
퓨즈덤 | 2017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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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이란 본래 우리 한국인들이 올림픽이나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강세를 보이던 종목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서양식 검술은 동양에서 애용되는 여러 종류의 칼쓰기 무술과 전혀 기원과 체계가 다르며, 스포츠로 종목화한 펜싱에서의 다양한 규칙과 동작의 구조란 서양인들의 체질과 체형에 최적화한 채 발전되어 왔습니다. 이른바 "검도"는 해당 종목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이들이 여러 이유로 "세속화(?)"를 막고 있기에 국제대회에서의 스포츠 규격 형성이 여전히 어렵죠. 여튼 이처럼 서양인들이 헤게모니를 쥔 종목에서, 불모지나 다름 없던 한국인들이 놀라운 성과를 내기 시작한 건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김영호 씨 등이 파천황격의 스타트를 끊었으나, 이를 어떻게든 유지해 나가기란 또 별개의 지난한 과제이기 때문이죠.

이번 리우 하계 올림픽에서 "할 수 있다"란 말로 유명해진 박상영 선수이지만, 사실 이 말을 그가 처음부터 좌우명으로 삼은 건 아니라고 합니다. 운동선수는 짧은 시간이라 해도 경기장에서 극심한 집중도와 운동량 때문에, 일정 회전 후에는 탈진하여 무의식 수준의 동작으로 움직이기도 한다는군요. 훈련이 그래서 필요합니다. 대뇌가 "정신줄"을 놓아도 그간 익혀온 몸의 동작이 자동 운용되게 하려는 이유에서이죠. 이분이 거의 비몽사몽 간에 경기에 임할 때, 어느 한국 관중 한 분이 저 예의 "할 수 있다!"를 크게 외쳤는데, 박 선수는 "듣지 못했으나 무의식으로 캐치(자신의 표현입니다)"하고선 자신에게 그 말을 다짐했다고 합니다. 그냥 소박하게 "할 수 있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습니다."라고 소감을 표현하지 않고, 이처럼 그 짧은 동안의 경위에 대해 섬세히 기억, 술회하는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작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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