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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꼼꼼하게 리뷰를 올려주셔서 .. 
리뷰를 보아하니 책 내용도 너무나 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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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해방하라 | My Reviews & etc 2017-12-3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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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뇌를 해방하라

드리스 아베르칸 저/이세진 역
해나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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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종(species)에 속하는 동물끼리 견준다면 과연 특정 능력의 편차가 크게 벌어질까요?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우수한 뇌 기능에 기대어 이처럼 놀라운 문명의 진보를 이뤘습니다. 같은 사람이라면 뇌를 활용하는 범위, 능률, 성과가 서로 엇비슷해야 상식에 맞는데, 우리 주변에서 확인하는 현상들은 그렇지가 못하다는 게 이상합니다. 어떤 분들(기업 중역이나 재산가)은 "써 보니까 사람 능력은 다 거기서 거기야. 얼마나 좋은 기회를 손에 쥐느냐가 중요하지."라는 말도 하시던데, 정말 그럴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좋은 기회란 건 어쩌면 숨겨진 재능과 잠재력을 계발할 기회를 뜻할 수도 있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해서 아무 능력도 의욕도 없고 마인드셋도 틀려먹은 사람까지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무엇이 계기가 되었든 "아 이러면 되는구나"같은 각성을 어느 순간 맞이했다면 그 사람은 그때부터 뛰어난 인재로 거듭날 수도 있겠습니다. 타고난 조건이 모든 결과를 좌우하지는 않는다는 게 요점이며, 심지어 "타고난 조건"이라는 게 과연 존재하는지도 의문은 의문입니다.

저자는 비교적 나이가 젊은 분인데, 프랑스에서 스타 지식인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고 하네요. 이십대에 박사 학위 세 개를 취득했다면 그 두뇌의 수월성이야 익히 짐작이 갑니다만 이런 분이 "타고난 두뇌는 결정적인 게 아니며, 어떻게 후천적으로 잘 계발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를 외친다면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지과학은 이미 한국에서도 1990년대 초반부터 이정민 교수 등 선구자들에 의해 깊이 연구된 바 있으며, 오늘날 여러 협동과정이나 AI 관련 분야에 중요한 초석을 놓았음은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연구보다는 강연과 저술 활동에 집중하며 새로운 시대에 널리 요긴히 쓰일 인재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자신만의 창의적인 의견을 널리 전파하는 걸 보며, 미래는 이처럼 기존의 고정 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프로메테우스적 선발자가 앞서 열어젖히는 것임을 새삼 확인합니다.

"좋아서 하는 자, 즐겨서 하는 자를 아무도 이길 수 없다."란 말이 있죠. 어쩌면 천재는 남과 다른 뇌구조를 갖고 태어나서라기보다, 거꾸로,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다 보니 뇌 구조가 남들보다 더 빨리, 더 항구적으로 그리 형성되어 가는지도 모릅니다. 사람이 좋아지면 그의 관심을 끌고 싶어서 온갖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을 다 써 가며 애정을 결국 쟁취하려 들곤 하는데, 바른 공부도 어쩌면 이와 같다는 겁니다. 정말로 그 분야 지식이 알고 싶다면 나의 모든 타고난 잠재력과 지적 자원을 총동원해서 목표를 달성해 내고야 마는 게 인간입니다. "사랑 없으면 탁월함도 없다!" 저자의 말인데,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신나는 명언이 꽤 많이 나옵니다. 마치 열정적인 강연자의 한바탕 신명나는 수다를 녹취록으로 옮긴 듯해서, 이 분야에 전혀 소양이 없거나 뇌 계발 같은 주제에는 평소 관심도 없던 독자들도 무척 재미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순수하고 진정한 호기심에서 비롯한 활동이라야지, 그저 남한테 비뚤어진 과시욕이라든가, 자신에 대한 그릇된 과대평가에서 출발한 학습이라면 백날 천날 해 봐야 제자리걸음이죠.

박사 학위를 세 개나 딴 분이니만큼 그 관심사와 전공 분야를 어느 하나에 한정할 수 없겠으나, 저자의 열렬한 이슈 표적은 그 중에서도 "지식 경제학"에 놓인 듯합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지식 경제학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학문 분야"인데, 지식경제를 저자의 방식으로 정의하면 당연한 결론이긴 합니다. 그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역사 자체가 곧 지식경제의 발달사와 일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역사는 곧 공통의 거대한 "두뇌"를 구축해 가는 과정이며, 모든 개인과 문명과 집단은 이 두뇌를 공유 저수지처럼 이용하며 필요한 만큼 물을 대어다 쓴다는 논리, 비유입니다. 이 논의 도중에, 미국 NSA가 저지르는 해저 케이블 망 해킹을 은근히 비꼬기도 하는데(이런 유머감각과 자유로운 발상이, 대중을 매혹하는 명강사의 비결 중 하나입니다), 저자가 옹호하는 건 이런 비겁하고 비도덕적인 술수가 아니라, 모든 인류가 제한없이 액세스하고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기여를 할 수 있는 공동 데이터베이스의 창안을 뜻합니다. 이는 물리적 실체를 가진 것일수도 있고, (현재 우리가 누리는 초기 형태처럼) 느슨한 비유적 형태의 구조일 수도 있습니다.

맹시(盲視) 현상은 이른바 "눈 뜬 소경"과도 같이, 멀쩡히 두 눈으로 보고도 알아채지 못하는 기이한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머리로 본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자는 이 이슈를 짚으면서도 인간의 두뇌만이 가진 고도의 효율과 능률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습니다. 필요 없는 정보를 덮는 건 시력이 아니라 당사자의 뇌가 내리는 결단과 습성인데, 공부(책에서 배우는 것뿐 아니라 인생에서 겪는 모든 체험이 다 공부이죠) 과저에서 꼼꼼하고 성실하게 모든 정보를 점검하고, 어설픈 감정을 개입시키면서 제멋대로 가치 평가를 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같은 책을 봐도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캐치하고 자기 것으로 만듭니다. 열린 마음을 갖고 그릇을 크게 잡았으니 새로운 정보가 쏙쏙 섭취되고 기존의 스키마가 더욱 확장되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반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편식하듯 정보를 섭취(왜곡)하는 게 버릇이 든 사람은, 무슨 책을 읽어도 기존의 편견만 재확인, 강화, 편향 확증할 뿐 도통 발전을 못 합니다.

저자는 역시 공부를 많이 하신 분이라, 현상학파의 창시자인 에드문트 후설의 개념을 인용하여, 이 과정을 "노에마들의 진입 경쟁"에 비유합니다. 철학과 자연과학을 극과 극의 위상에 갖다 놓고 하층민처럼 진부한(근거 없는) 상식으로 왜곡하는 돌대가리는 죽었다 깨어나도 깨닫지 못할 경지죠. 사실 저자의 교육 방법론을 아무리 확대 적용한다 해도, 이처럼 악성의 반사회 퇴행 분자, 근본이 비뚤어진 정신을 교화시킬 방법은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승자 독식"의 원리가 지배하는 건 안타깝게도 이 노에마의 두뇌 안착 경로에서도 비슷한 특성을 지닌 듯하나, 앞서 말한 것처럼 당사자의 두뇌가 유연하게 작동하면 보다 넓은 범위의 정보를 원활히 처리할 수 있음은 당연합니다. "못된 사람"은 일일이 정보에다가 자기 감정을 투사하니, 들어오던 정보도 그 편협한 가시 철조망에 다 튕겨나가, 결국은 아무것도 머리 속에 남기질 못하는 겁니다.

저자에 따르면 코란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고 합니다. "한 인간을 구하는 자는 전 인류를 구하는 것이다." 물론 선행하려는 의지와 동기를 널리 진작하기 위해 구사한 레토릭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정말로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받아들여서, 인간의 생명과 선한 마음씨의 가치는 어느 기준으로도 비교 형량할 수 없다"는 뜻으로 새길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저자는 "하나의 신경망을 구하는 자는 전 세계를 구하는 것"이란 재미난 말을 합니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자, 남의 이익과 명예와 권리를 훼손하고도 태연히 "좋아서 그랬다고 장난이라고" 가당찮은 궤변을 떠드는 자는, 본인은 꿈에도 모르겠지만 뭔가 정상적인 신경망 가닥이 괴사한 까닭에 저런 정신나간 범죄를 태연히 저지르는 거죠. 이런 자들은 감옥 안에서라도 그 불구의 신경이 교정되어야 마땅합니다. 저자의 논리는 명쾌하고 비유법은 유창합니다. "신경은 신성하다."

모든 것에 순응하기를 강요하는 잘못된 교육방식은 결국 왜곡된 인간을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낙오자 그룹 일부가 범죄자로 타락하면서도 전혀 죄의식을 못 느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저자는 모든 단계가 즐겁고 유쾌하며, 따라서 인생 내내 희열에 가득찬 반복 학습, 개량을 위한 시행 착오가 가능한 학습이 되려면 교육은 곧 게임이 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합니다. "순응해야 할 것은 오직 자연의 이치뿐이다." 재미있는 건, 인지과학과 경제학을 동시에 천착한 저자답게, "경제는 산업 혁명을 통해 자연을 배신하는 듯했으나, 자연은 어느 시기에도 경제를 배신한 적이 없다." 같은 기막힌 명언으로 역사의 이치를 정리하는 대목입니다. 인간의 잠재력을 최대한 현실화시키는 개혁이야말로, 인간을 타고난 선한 천성으로 도로 복귀시키고, 모든 개인이 주어진 즐거운 삶을 누리며 가소로운 허세가 아닌 정직한 기여를 사회와 공동체와 지구에 베풀게 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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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프라핏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7-12-3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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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빅프라핏

신현암,이방실 공저
흐름출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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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프라핏"이라고 하니 아, 이익을 크게 내는 기업인가 보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이익을 많이 낼 수 있을까, 이런 생각부터 하신 이들도 많을 듯합니다. 실제 제 주변 지인들도 그런 반응이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서울대를 나오고 화려한 커리어를 지닌 저자 두 분께서 정의하는 "빅프라핏"은 그런 게 아닙니다. 마이클 포터의 "가치 사슬" 개념에 기반하여, 이 사회와 대중이 요구하는 의미 있는 사업(이윤 추구 개념을 넘어선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지속적이고 건강하며 누구로부터도 지지 받는 "아름다운 이익, 그레이트 프라핏"을 뜻합니다.

근시안적으로 당장 눈에 밟히는 더러운 이익 추구에 몰두하면 그 획득 과정이 오래갈 수도 없을 뿐 아니라 행여 법적 제재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기라도 한다면 쓸어모은 이익의 몇 배를 환수, 추징당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가시적, 현실적 불이익을 떠나, 아무리 뛰어난 개인도 어디까지나 체제와 사회 구조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이익도 올리고 영리도 추구하며 자아실현도 이루는 겁니다. 그렇다면 만인의 박수와 환호, 나아가 "사랑"을 받으며 돈을 벌어도 버는 게 무엇보다 본인(개인이든 기업이든)의 마음도 뿌듯하지 않겠습니까? 수조 원의 돈을 꿍쳐두고 행여 여론으로부터 주목받거나 공권력의 응징이 덮쳐 올까 전전긍긍하며 잠을 못 이룬다면 그 많은 돈이 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돈을 멋지게 버는 것과, 그 번 돈을 멋들어지게 쓰는 건 다른 재주라고도 하지만(예전 인촌 김성수 선생의 부친이 한 말이죠), 번 돈을 뜻 있게 쓰는 게 다른 채널로 돈을 벌어들이는 인접 단계, 전초 과정이기도 하다면, 사회 참여나 봉사는 그저 선행의 차원이 아니라 이미 비즈니스 프로세스요 "돈 버는 머리"이기도 합니다. 저자 두 분은 실제로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이런 식으로 "의미 있게 돈을 쓰고 돈을 버는" 예를 취재, 체험도 했을 뿐 아니라, 이른바 "메디치식 참여와 후원"이 (그리 널리 홍보도 안 된 채) 이미 한국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집행되어 가치 사슬의 확고한 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팩트에 주목했습니다. 큰 규모와 명성, 재력을 지닌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나아가 개개인도 얼마든지 이 새로운 비즈니스 채널에 몸을 담고, 새로운 이익 창출의 한 통로나 모델로 삼을 수 있을 듯합니다. 백 마디 말보다 구체적인 여러 실제 사례를 통해 이 진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CSR은 그저 도덕군자의 훈계가 아닙니다. 저자는 피터 드러커의 유명한 어느 말(그의 말은 유명하지 않은 게 드뭅니다만)을 인용하며 시어스(백화점)의 회생 사례를 소개합니다.

"converting social problems into business opportunities"

잘못 곡해하면 약삭 빠르게 기회주의자가 되라는 소리로도 들리지만 대중과 사회가 그리 눈먼 호구들은 아니라서, 이 사람이 남의 불행을 얍삽하게 이용하려 드는지 아닌지는 바로 눈치를 챕니다. 아프리카의 빈곤 문제를 해결해 준다며 현지에 침투한 중국 자본이 어느새 검은 속내를 들키고 냉랭한 반응만 얻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과거 경영난에 처했던 시어스에 취임한 로젠버그 회장은 농촌 인구를 새로운 구매층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을 짰습니다(이제는 시어스의 사례가, 우편 카탈로그 발송을 통한 주문 유도 전략으로 널리 더 알려졌죠). 하지만 농민들이 어디 돈이 있어야 백화점 물건을 살 것 아니겠습니까? 농민의 소득 증대가 곧 백화점 수요 증진의 지름길이라고 판단한 그는 곧바로 농촌의 젊은 지도자 양성 코스, 4H 운동 발주 등을 통해 농촌의 자립, 자조 분위기 형성에 주력했습니다. 훨씬 뒤 이뤄진 한국의 새마을 운동도 이로부터 큰 영향과 참고 대상을 찾았음은 말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일본은 특색 있는 이념과 경영 마인드를 지닌 상인층이 전국시대나 에도 막부 시절부터 이미 큰 세력을 형성하고 정치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 중 오오미(近江) 상인들을 보면, 이른바 삼보(三方. 삼방)의 요시(良し)라고 해서, 세 부면의 당사자가 모두 만족하는 게 진정한 비즈니스의 길임을 일찍부터 강조했다고 합니다. 우리도 잘 아는 이토추 상사 역시 이 오오미 상인들의 후신이라고 하니, 지속 가능한 이윤 창출과 사회적 소통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즘도 신약 개발과 그를 통한 막대한 이윤 창출 간의 관계 설정은 여전히 해결이 어려운 과제입니다. 이윤을 보장해 주지 않으면 누가 실패의 막대한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를 하겠으며, 그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 낸들 합당한 보상이 안 따르면 우수한 인재가 이에 헌신, 투신할 동기가 안 생깁니다. 이뿐 아니라 사회에 엄청난 기여, 후생을 베푼 이에게는 그에 맞는 대가를 지불하는 게 정의이기도 합니다. 유명해지고 적당히 칭찬 받았으면 됐네, 그걸로 만족혀." 이건 도둑놈 심뽀죠. 오무라 사토시 교수는 특히 아프리카 특정 지역에 만연한 회선사상충의 퇴치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십 년 간 인체에 머무르다 성충이 된 후 인체의 각막에까지 도달해 마침내 실명을 유발하는 무서운 녀석이죠.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기적의 3대 신약"이라고까지 부른다는데, 정작 이 약을 가장 필요로 하는 이들은 돈이 없어 구매, 투약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기적의 신약 이버멕틴을 두고, 경영자이자 오너인 조지 머크 주니어는 "약은 그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가야 한다"며 대승적으로 아프리카의 환자들에게 무료 보급하는 대결단을 내렸습니다. 머크 컴퍼니는 이 결정을 통해 세계적으로 칭송을 받고 으뜸가는 메이저 의약사로 위상을 다졌지만, 솔직히 이런 인도적인 조치를 단행한 이에게 고작 그런 식으로 "사회적 보상"이 이뤄졌다고 정리하고 말기에는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드는군요. 이익의 주판알을 튕기지 않고, "do the right thing"의 통큰 결단을 내린 분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일상에서 저런 분의 천만 분의 일도 안 되는 작은 이익을 가지고도 얼마나 좀스럽게 굴곤 합니까. 그러나 당장의 이윤 획득에 연연하지 않는 선한 심성의 증명으로, 이 회사와 CEO는 다른 기업이 백 년 이백 년을 노력해도 얻지 못할 존경과 평판을 얻어낸 겁니다. 혹시 머크 컴퍼니의 이름을 아직도 모르는 이들이 있다면, 그 위대한 인도주의와 과감한 참여 봉사 정신을 주위에 널리 전파하고 홍보해 주는 게 어떨까요.

스튜어트 브리트 교수의 명언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광고 없이 영업 활동을 하는 건 칠흑같이 어두운 암흑에서 연인을 향해 윙크하는 것이나 같다." 많은 중소기업은 사회 참여와 csr 구현을 원하면서도, 그 방법을 몰라 결국 지레 중도 포기하고 합니다. 저자들의 제언은, "일단 시도해 보라. 그 역시 봉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사업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면, 영리 추구에 쏟는 열정과 집중력으로 올바른 채널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입니다. 끝까지 목표를 향해 전력하지 않는 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봉사" 이상으로 판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봉사가 아니라 일이라고 여기면 그 정도에 그치겠습니까? "빅 프라핏 사업 모델"은 그래서 기존 영업과 시너지 효과도 낳고, 이 시대의 위너 기업이 어떤 채널까지도 다양히 열어 놓거나 참여하는지 정확한 안목까지도 넓혀 준다고 하겠습니다.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 대중은 우리는 어떻습니까? 기업의 횡포나 이기적 행태에 대해 지탄과 원망만 할 뿐, 정작 그들이 잘하는 일에 대해서 칭찬과 관심을 베푸나요? 이기적이고 속 좁은 소비자만 잔뜩 깔린 사회에 대해서는 어느 기업도 통 크게 기여하지 않으려 들 겁니다. 잘하는 선행, 착한 회사에 대해서 우리 대중들도 눈을 밝게 열고 열린 마음으로 포용하려 들어야 모두가 상생하는 훈훈하고 밝은 사회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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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 마스터플랜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7-12-2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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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 마스터플랜

국제미래학회 저
광문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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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980년대부터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세계에 각인시켰던 당찬 국가였으나, 90년대 후반부터는 IT 분야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여 현재와 같은 확고한 무역대국의 입지를 다진 바 있습니다. 현재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선진국 중심으로 거세게 일며 글로벌 경제구조 자체의 변혁을 꾀하는 중이지만, 이에 대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정부 차원의 조지적 대응 움직임은 대단히 미약합니다.

B5판에 가까운 큰 규격에다 시원시원한 크기의 폰트, 370여쪽을 넘기는 분량, 한 권의 거대한 백서, 보고서 같은 이 책은 그 제목이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 마스터플랜"입니다. 이 이슈를 다룬 책은 시중에 수도 없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만, 마스터플랜 성격으로 과제와 이슈를 일목요연히 정리한 책은 자주 눈에 띄지 않고, 더군다나 "대한민국"의 현황에 포커스를 두어 분석한 책도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정책 결정자나 책임 있는 당국자는 물론, 사기업의 CEO, 심지어 경제활동에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는 개인이나 학생들조차 어떤 이정표나 가이드라인을 하나 확실히 마련하고 곁에 두어 수시로 참조해가며 체계적으로 업무나 일상을 수행, 영위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 서재에서 조용히 페이지 넘겨가며 탐독한다기보다는, 업무용 데스크에 비치해 두고 수시로 참조하며 쓰기에 적합한 내용과 형식의 책입니다.

작년 상반기에 있었던 이세돌-알파고 대결이 여전히 이 책에서도 주요 화두로 언급됩니다. 사실 미국이나 서유럽에선 (AI 이슈가 우리보다 훨씬 자주 부각되고 업계나 학계의 성취도 훨씬 앞서가긴 해도) 저 사건 자체는 그리 큰 화제로 떴다고 보기 힘든데,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워낙 바둑인구(게다가 상대적으로 노령층인데 이 세대가 조직의 의사 결졍에 큰 영향을 끼치죠)가 많은 덕에 두고두고 이야깃거리가 되는 듯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회고하는 대로, 컴퓨터에게 문제 해결 과정을 위임하려는 시도는 1950년대부터 이미 있어 왔고, 머신 러닝 자체도 훨씬 이전부터 이론화가 이뤄지긴 했었으나 "현실의 복잡한 문제를 푸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p37) 때문에 그 이상의 의미 있는 진척이 미뤄졌었죠.

이제 빅데이터의 축적, (목적에 따라 규격화, 표준화한)입수, 활용이 가능해지고 연산장치의 혁신적 성능 개선이 이뤄짐에 따라 실용화, 상용화가 눈 앞에 다가온 상황입니다. 당장 내년인 2018년부터 비즈니스 컨텐츠의 20%가 기계에 의해 제작되리라는 전망인데, 이미 직장이나 소속 조직에서 실감하는 분들도 많겠습니다. 81%의 CEO들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도 AI가 영향을 끼치리라"는 전망(p39. eMarketer 자료 재인용)인데, 이들 상당수가 가치관 면에서 보수적이고 고연령층이라는 점에서 저 수치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가 발전함에 따라 인지(cognitive) 컴퓨팅, 기계 지능 등으로 분야가 더 세분화하고, 그간 선견지명 있는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했듯 기계의 (그 동기를 알 수 없는) 결과 산출에 무작정 의존할 게 아니라, 훈련된 신경망이 내린 결정에 대해 설명이 가능하도록 하는 XAI(=익스플레인 AI) 연구에 초점이 맞춰지는(p40) 게 현재 미국 정부 섹터의 최신 동향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이상하게도 그 근본 원리를 이해도 못 한 채 앙상한 결론만 뽑아내어 사이비 종교 교리 선전하듯 목청만 높여 떠드는 천박하고 혐오스러운 움직임이 있는데, 이처럼 정체 불명 근거 부재의 맹신적 폭주는 과학의 본질을 이해 못하는 지적 열등자가 남들보다 나은 대접만은 악착같이 챙기고 싶어하는 비뚤어진 욕구와 뒤틀린 인성의 산물이라고 하겠습니다. 3류에도 못 끼는 암기형 낙오자가 그저 남들 하는 시늉만 내며 어설프게 전문가 범주에 날림으로 끼어 보려는 시도는,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철저히 그 부실과 허위가 폭로될 것입니다.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구글도 에너지 효율에 대해서는 일일이 언론과 비평가 그룹에 해명하며 시시콜콜히 단계별 개선 사항을 홍보하는 모습인데 뭔가 그들도 신경이 어지간히 쓰이기는 하는가 봅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최소 열량 소모로 고효율을 달성하는 인체 신경망 구조가 놀라울 뿐인데, 책에서도 "더 적은 데이터와 더 작은 사이즈를 갖는 학습 시스템"이라든가, "시뮬레이션 환경" 등의 아젠다를 중요 항목으로 강조합니다. 단, "학습과 추론에 적합한 하드웨어"나 "기억을 가지는 신경망" 등은 아직 (특히 한국의 산-학 연계 구조에선) 매우 갈 길이 먼 과제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가상화폐 분야에서도 근래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세력에서 여러 보안 침훼, 저해 시도를 펼치고 있습니다만, 인공지능은 이 영역에서도 이른바 compromised된 데이타를 체계적으로 적발해 내는, anti-fraud 기능을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자율 주행 분야에서도 보다 진보된 신경망을 통해 움직임과 이동성을 개선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모든 좌절과 실패를 남탓 환경탓 시스템 탓으로 돌리는 퇴행적이고 범죄적인 사고에만 능통한 원 트랙(해프 트랙?ㅋ) 원시 신경망을 가진 자가 뉴런이 어떻고 시냅스가 어떻고를 떠드는 것만큼이나 희극적인 꼴도 없는데, 이른바 "생성적 적대 신경망(자족적 고립적 폐쇄적 AI가 아니라, 경쟁적 환경에서 진취적 진화를 달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뜻합니다)"의 응용, 도입은 특히 이 자율 주행 분야에서 큰 효능을 산출하지 싶습니다.

몇 년 전에 출간되어(한국에서는 개정판 혹은 리커버판까지 시중에 나왔죠) 큰 화제를 모은 <에너지혁명 2030>이 지도적 위상의 여러 지성인들에게 영향을 심대히 끼치긴 한 듯합니다. 이 책 중에서도 여러 대목에서 원용되는데, 이와 관련한 논의에서 한 예를 들며 화력 발전소에서 원격 조정 로봇을 이용하여 보일러 튜브의 결함을 판단, 평가, 개선하는 기술이 개발되었다고 하는데, 이게 한국의 사례인가 봅니다. 물론 (각국에서 지양, 퇴출 아이템으로 거론되는)화석 연료 의존형 시스템에서 이뤄진 혁신이라 응용, 확장, 보급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속도와 정확성의 동시 개선이라는 쉽지 않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드문 사례라는 점에서 분명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뭐 바로 다음 대목에는 미래의 프로젝트인 "스마트 시티 저탄소 컨셉"을 뚜렷이 지적, 언급하기도 하니 과제의 근본적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의심이 없는 태도입니다.

전기차의 배터리 기능에 대해서도, 재생 에너지의 저장과 생산 기능 제고는 물론, 독립되고 분산된 에너지 네트워크의 창출을 언급(81)함으로써, 그저 환경 보존과 자원 고갈 대비라는 일차원적 목적, 대증(對症)적 어프로치가 아니라 산업 구조와 인간 경제 활동 구조의 근원적 혁신을 지향합니다. 한 가지 난제가 (방법론적으로도 바람직하게) 개선되면, 이에서 파생된 지혜가 도미노처럼 인접 혹은 원거리 영역에 두루 외부 효과를 끼치는 점이 그저 놀랍고, 역시 미래는 긍정적이고 낙관적 퍼스펙티브에서 통찰할 필요가 있음을 재확인하게 됩니다.

전기차 관련 그랜드 비전은 p123이하에서 보다 자세히 전개됩니다. 책에서도 2017.10 기준 모두 25대의 자율주행 차량이 국토부 허가를 받아 운행 중이라고 밝히며(p125), 또 지자체 레벨에서도 여러 사업이 선견지명 있는 행정가, 관료, 사업자 들에 의해 이미 추진되고 있습니다. 자율 주행차는 인공지능과 딥러닝 분야의 혁신에 어쩌면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핵심 기여를 받는 섹터인데, 책에서는 BMW(여긴 당연한데)와 엔비디아(여기가 의외죠?)등의 기업이 CES 2017에서 시연해 보인 여러 놀라운 기술적 진전에 대해 언급합니다. 이걸 피상적으로 언론 기사만 읽고 넘어간 분들은 "맨날 그 얘기가 그 얘기 아님?"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데, 언젠가 티핑 포인트를 넘기면 그때부터는 큰 "컬처쇼크"로 다가옵니다. 환경과 트렌드에 대한 정확한 감각이 (개인의) 마인드셋도 지배해야 각자의 업무에서 적실 적확한 아이디어 산출이나 깔끔한 기안이 가능해집니다. 시야 자체가 왜곡되면 심지어 기술적 디테일도 머리 속에 엉망으로 정리되어 어디 가서 망신이나 당하기에 딱 좋을 뿐입니다.

개인 무인 항공기 보유 개념으로 "1가구 1드론" 시대가 머지 않아 열리라는 전망은, 설령 이 분야에 관심이 적었던 이들도 은근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책에서는 토머스 프레이의 말을 인용하여 "유동성 미디어 플랫폼으로 드론을 활용한"(p155에 이 언급이 나오는데, 기술의 진보와 사회 현상을 이처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통찰하는 실력이 진정 놀랍지 않습니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성은 단순 암기 사항의 카피 낭독이나 말꼬리 잡고 늘어지며 획일화니 어쩌니 소모적인 시비를 거는 게 아니라, 이처럼 일찍이 없던 개념을 결합, 총괄하여 제시, 정리, 예측하는 능력입니다) 새로운 직업군의 창출을 예견하는데, 바로 이런 전망과 구체적 패러다임화야말로 "마스터 플랜 백서"의 본연적 기능입니다.

인접국에 비해(단 중국은 개별 기술은 우릴 앞서가는 분야가 있어도, 총괄적 컨셉으로는 재래식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갖는 나라라서 "4차 산업혁명"을 단위로 파악하면 여전히 뒤처진 면이 있습니다) 매우 그 동력과 성취상이 미진하지만, 여튼 가까운 장래에 전면적이고 불가파한 현실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므로, 우리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집행과 실천과 지속적 전진이 가능한 과제를 설정하고 현장에서 독려해야 합니다. 책에서는 참 멋진 표현을 구사하며 독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데, 윗선에 상신, 혹은 보고하는 문건은 무릇 이 정도가 되어야 성의와 실력을 인정받게 마련이죠(뭐 이 책이야 최고 석학들의 솜씨이니만치 당연하지만). 붐업, 점프업, 스트롱업, 글로벌 파워업의 4단계를 추진하자는 제언인데, 이 설계에 따르면 점프업은 2020년까지는 완결되어야 하고, 나머지 후속 두 단계도 거의 동시에 진행되어 2022년까지는 의미 있는 경제적 과실이 국내 산업계 전반에 파급되어야 한다는 거죠.

특히 중요한 건, 어느 단계의 "혁명"에서도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자원인 "인재의 발견과 양성"입니다. 쭉정이와 알곡을 준별하는 기준은 첫째 창의성, 둘째가 업무와 과제에 임하는 진정성입니다. 변명과 합리화와 왜곡이 버릇처럼 취미처럼 몸에 밴 자는 어느 조직에서건 퇴출되게 마련이고, 직장 동료들은 물론 가족, 부모로부터도 관계 소외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거센 도전은 오히려 우리에게 전인적 인재로 거듭날 것을 촉구하는 진화에의 동력으로 받아들일 때, 미래의 직장은 지루하고 고된 먼데인(mundane) 업무의 반복이 아니라 희열과 쾌감의 놀이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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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경제학 | My Reviews & etc 2017-12-28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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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걸그룹 경제학

유성운,김주영 공저
21세기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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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이라고 하면 그 처음부터 끝까지 난해한 수식과 도표의 장구한 행진일 것만 같아도, 그 실상은 평범한 개인이 일상에서 마주치는 수없이 많은 선택과 결정들의 합리적인 진행을 돕는 매뉴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매뉴얼이나 계획안에의 충실한 의존만으로 언제나 최상의 결과가 나오지는 않아도, 충동과 감정에만 쏠린 어리석은 행동을 피할 수는 있다는 점에서, 원리와 원칙은 언제나 유익한 플랫폼입니다. 또, 원리가 도출되는 과정을 면밀히 살피면,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상식의 범주 안에 드는 것들이 대부분, 아니 절대다수입니다.

이런 원리와 법칙들을, 우리들 대부분이 관심과 애정으로 지켜봐 왔던 연예인들의 부침사나 우여곡절, 성공담과 스캔들에 빗대어(적용하여) 설명한다면, 경제학 소양이 전혀 없는 평범한 독자 입장에서 꽤나 재미있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사실, 독자들이 정말로 일상에서 겪는 예를 들어 설명하면, 머리는 수긍해도 가슴이 맹렬하게 거부하던 저마다의 아픈 기억이 해당 교훈과 결부되기 때문에, 오히려 반감만 키우고 그냥 넘어가는(=해당 원리를 결국 이해 못한 채 남겨두거나 종래의 오해를 교정 못하는) 일도 잦습니다. 서술을 너무 "생활밀착형"으로 진행해도 효과를 못 보는 책들이 이래서 나오는 거죠.

그러나 멀찌감치 떨어져 그저 환상과 선망의 대상으로만 남는(남아야 할) 연예인들의 사례에 견주는, 이 책과 같은 설명이라면 대개는 (특히 아재팬들 사이에서) 공감과 의견 일치가 잘 이뤄집니다. 오빠부대와 달리 삼촌팬들은 특정 그룹에 대한 충성도가 약할 뿐 아니라(읽어보니까 저자분들- 한 분은 중견기자, 다른 한 분은 데이터 엔지니어-도 마찬가지, 아니 더하더군요ㅋ) 서로 다른 팬덤 사이에서도 상호 이해와 교감이 비교적 잘 이뤄지는 편이니 말입니다. 저자 두 분은 책에서 대개 소녀시대 팬의 관점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이어가지만, 소녀시대 팬이 아닌 독자들도 얼마든지 책의 기조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건 이 때문입니다. 아재들에게는 정치 이야기만 안 꺼내면 대개는 바보 같은 싸움이 잘 안 나는 편이죠.

제목이 "걸그룹 경제학"이니만치 정말로 95% 정도는 걸그룹 이야기만을 논의의 단초로 삼습니다. 보이밴드 이야기도 가끔 나오고, 정말 가끔이긴 해도 정치 이야기 역시 등장합니다. 지난 조기 대선에서 승자가 된 문 대통령이 이 책을 읽어 줬으면 한다는 소박하고 솔직한 바람도 표현되고, 우회적인 표현이나 행간의 뉘앙스로 정치 현실에 대한 풍자도 간간히 이뤄집니다. 앞서 말한 대로 경제학이란 비합리적이고 후회가 따르는 선택을 사전에 가급적이면 피해 보자는 취지로 고안된 학문이니만치, 현실에서 자주 목도되는 우행의 여러 패턴에 대한 (언론인다운) 비판이 끼어드는 건 주제나 기획 의도에 비추어서도 당연하긴 합니다.

문 대통령에 대한 호감이 서술 대목 곳곳에서 드러나긴 해도, 예컨대 pp.67~77에서처럼 "자유 경쟁"에 대한 옹호가 선명하게 주창되는 등 마냥 진보적인 기조를 유지하는 건 아닙니다(하긴 걸그룹 삼촌팬들이 쓴 책에서 너무 진지하길 기대하기란...). 다만, 어느 챕터 중에서도, 그 예시 사항이 다양한 영역에 걸친 것들이라(저널리스트 특유의 장기가 드러나는 대목이죠) 지루하지도 않고 (이런 이슈에 그리 밝지 못했던 독자들에게라면) 상식도 읽어가며 덩달아 늘겠다 싶었습니다. "메기 효과"를 설명하면서 1) 1998 대일 문화 개방 조치, 2) 이케아 상륙 후 오히려 더 높아진 국내 가구제조업체의 경쟁력, 3) 카카오뱅크 돌풍 이후 국내은행들의 수수료 인하 경쟁 등 다방면의 예증을 시도하는 게 특히 그렇습니다.

링겔만 효과를 설명하면서 한 그룹에 무작정 (개개인으로서 다 뛰어나기는 한) 여러 맴버를 투입만 한다고 그에 비례하여 팬 수나 음반, 음원 판매량이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예거가 흥미로웠습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1) 동기부여의 문제 2) 역할 조율 문제 두 가지로 비효율의 원인을 세분하는데, 본디 경제학의 묘미는 사실의 건조한 기술에 그치는 게 아니라 동인의 세분화한 분석을 절묘하게 이어가는 데에 있죠. 예컨대 왜 가격이 내려가면 수요가 증가하는지를 놓고서도, 대체 효과와 소득효과를 준별하듯이 말입니다. 이 현상은 한계생산 체감의 법칙으로도 일단 커버가 가능했겠지만, 저자들처럼 링겔만 효과를 거론하는 편이 훨씬 논의가 풍성해지고 설명력도 강해지는 것 같네요(동시에, 걸그룹이나 축구 국대에서 왜 스타들 간에 화학적 결합이 잘 안 이뤄지는지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뒷담화"가 가능하고 말입니다).

마이클 포터의 포지셔닝 이론을 원용하며, 선명한 개성을 대중에게 부각한 걸그룹이 (멤버 개인의 기량과 매력과는 원칙적으로 무관하게) 시장에서 더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결론도 흥미롭습니다. (이 이론과 대립하는 "케이버빌리티 파"를 또렷이 거론해 주는 것도 센스네요) 단 과도한 컨셉, 잘못된 포지셔닝은 그저 대세 추종 전략보다도 훨씬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주장은, 해당 전략이 "어디가, 왜 과도하고 잘못되었는지, 시대를 어느 정도나 앞서갔다는 것인지"를 명확히 짚지 않아, 흔한 결과론에 머물렀다는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하긴 이 파트에서 예거된 어느 걸그룹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가는 필경 정치 논쟁으로 빠져들기 십상이니 저자들로서도 어쩔 수 없었겠다는 짐작도 들긴 합니다.

파레토 법칙이 걸그룹 판도, 시장이라고 해서 적용 안 되는 예외가 아님을 저자들은 짚고 넘어가는데, 데뷔를 한 걸그룹들은 우리가 일일이 꼽거나 기억할 수도 없을 만큼 많지만 절대 다수가 미미한 인지도로 고생하다가 누구의 뇌리에도 못 남고 해체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상기하게 됩니다. 실제로 TV 예능 프로를 보다 보면 진행 보조 역할 비슷하게 양념처럼 등장하는(아니면, 책 후반부에 언급되는 일선 군 부대 공연 전문인) 몇몇 젊은 여성들이 있던데 상당수가 걸그룹 단위로 활동하는 이들입니다. 이들 중 몇몇은 이후 큰 무대 데뷔에 성공하기도 하고, 그룹 컨셉화의 패착이나 이미지 노후화 등의 이유로 다시 개별 멤버 레벨에서 재도전 재발견 기획에서 스타로 떠오르기도 하지만, (80%가 아니라 거의) 98% 이상이 꿈을 못 이루고 쓸쓸히 퇴장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책 후반부에서, 저자들은 "일반인의 일상으로 복귀했다고 해서, 아직 젊은 그녀들의 선택이 딱히 실패라거나 잘못되었다는 동정, 판단을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라며 괜한 고정관념을 버릴 것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타당하죠.

경제학의 가장 주목 받는 분야 중 하나가 게임이론입니다. 존 내쉬 등이 1994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고, 2002년에는 그의 생을 소재로 삼은 영화가 오스카에서 성과를 거둠으로써 일반에게도 인식이 널리 확산되었죠. 저자들은 몇 년 전 이른바 "컴백"을 앞두고 라이벌이라 할 만한 상대 그룹의 동정을 살피다가 결국 전략적으로 연기할 것을 결정한 기획사들의 예를 들며 "죄수의 딜레마"를 설명합니다. 죄수의 딜레마는 개개인(플레이어)들이 자신의 고립된 이익 극대화를 꾀하다가(그 나름으로는 합리적 선택) 결국 최선의 균형점을 피해가고 만다는 결론인데, 이 경우는 두 기획사가 모두 "연기"를 택함으로써 현명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했다는 평가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 최상의 균형점은 "간격을 둔 순차 컴백"이지 기약 없는 연기 결정 그 자체가 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조금 동의하기가 머뭇거려집니다.

p247에서는 빅맥지수를 설명하며 왜 걸그룹의 활동주기에만 7년차 징크스라는 게 끼어드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이 나옵니다. 이는 저자분들 스스로 솔직히 털어놓길, 주제(걸그룹)에 대한 애정과 "덕력"에 올라앉아 자연스럽게 빠져든 고민이라 더 집요하게 분석도 되고 그 과정이 즐겁기도 했다는 고백이, 매 문장마다 뚜렷이 그 진정성이 (특히)드러나는 파트이기도 해서, 읽으면서 여러 번 웃음이 나왔습니다. 저자들이 이르게 된 결론은 그룹의 1인 집중도가 얼마나 낮으며 고르게 비중이 분포되었느냐와 결정적 상관관계가 있다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최후통첩게임 이론으로도 아주 자연스럽게 논의가 넘어가는데, 지금 이 글을 쓰는 중에도 TV에서 모 맥주 광고에 A그룹 S양이 등장하는 터라 묘한 감흥을 주는군요.

S 기획사에서는 소속 연예인(특히 걸그룹과 보이그룹)들에게 절대 주류 광고에 등장하지 말것을 철칙으로 삼는다는 서술에서, 저자들은 장난스럽게 "그럴 만도 하겠다"며 뼈 있는 한 마디를 곁들이는데, 이는 아마도 몇 년 전 빈발했던 과실 특정 위법 사실(저도 이렇게만)을 염두에 둔 듯합니다. 근데 그런 범주의 위법(과실)은 그 회사 연예인들만 저지른 건 아니라서.... 걸그룹이 피크를 지나 점차 쇠락하는 과정을 정치인의 레임덕에 비유한 건 좀 그렇기도 했지만 여튼 읽으면서 재미는 있었습니다. 이 대목은 본문 텍스트에 마냥 따르기보다는 p230의 언급량 순위 도표를 직접 보고 독자들도 자신만의 결론을 내 보는 게 훨씬 흥미로울 수 있겠네요.

"프로듀스 101"은 이 책 여러 챕터에서 다양한 이슈 설명의 근거로 자주 등장합니다. 저자들은 실제로 투표에 참가도 하고 지인들과 열띤 대화의 소재로 삼기도 해서 이 프로그램에 대한 여러 감회가 (아직도) 남아 있나 봅니다. 좀 억지다 싶은 대목도 있었으나 여튼 프로그램 하나를 갖고 이처럼 다양한 논의의 단초를 끌어내는 게 대단했으며, 좋아서 하는 일에는 능력의 한계를 거론할 필요가 없다는 진리도 다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걸그룹은 대중성, 보이그룹은 덕후성"이라는 결론에까지 흔쾌히 동의한다면 그 독자는 이 책을 최고의 효율과 몰입도로 읽어낸 것입니다. 책 말미에 실린 "걸그룹 세력도"는 물론 실제 지정학 판도(?)를 반영한 건 아니고 단순 면적 환산일 뿐입니다만 십 년 간 어떻게 시대의 선호와 트렌드가 변했는지 한눈에 살필 수 있어서 한동안 넋놓고 주시했습니다. 쉽고 친근한 서술, 상식에 벗어나지 않은 편안한 논의가 술술 이어지는 재미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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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에코기술 교과서 | My Reviews & etc 2017-12-2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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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자동차 에코기술 교과서

다카네 히데유키 저/김정환 역/류민 감수
보누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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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다카네 히데유키 저자가 쓰신 <친환경 자동차의 최전선>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친환경 기술이 적용된 자동차야말로 미래 모든 나라들이 자국의 시민 건강과 지구 환경 보존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로 도입할 유망 분야임이 틀림 없습니다. 인간은 또한 한정된 신체 능력 때문에 자동차를 "모빌리티 보강 수단"으로 고를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이 두 변수를 결합하면, 자동차 에코 기술은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에게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창의적 진로를 개척해야 하는 개인에게나 모두 초미의 관심사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그 책의 후편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이 책은, 전편(?)과 달리 자동차 컨셉에 대한 논의를 생략하고(전작에서 충분히 다뤘으므로), 순전히 첨단 기술(물론 환경 친화적 범주에 속하는 것들)에만 논의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차에 관심깨나 기울이시는 많은 애호가분들도 기술의 각론으로 논의가 옮겨가면 많은 대목에서 말문이 막히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자동차공학이 커버하는 범위와 응용 기술이 얼마나 다양하며 깊이를 갖습니까. 현기차 그룹 등에 근무하는 전문 엔지니어들이 다루는 분야를 다 알면 일반인과 전문가가 차이가 안 나겠지요. 아무튼 이 책도, 이론과 실제를 두루 통달한 진짜 도사님의 솜씨라서 읽으면서 공감도 많이 되고, 이런 현상은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하는구나 같은 각성의 소재도 많이 제공해 주었습니다.

이 저자님의 다른 저서들도 그렇지만 보누스의 모든 책들이 독자 눈높이에 맞춘 깔끔하고 화려한 편집으로 유명하죠. 이 책 역시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최대한 쉽게 풀어준 친절한 서술 방식도 고맙지만, 무엇보다 유익하고 (텍스트 내용에 적실한) 도판, 도해, 사진, 일러스트가 풍불해서 책을 넘기는 내내 그림책 구경하듯 눈이 즐거운 독서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기술 분야 서적은 대중서든 전문서적이든 도판의 보조가 없으면 내실 있는 학습이 불가능하다는 점 다시 확인하게도 되었고요.

지난 서평에서도 그런 말을 했습니다만 지금 전기자동차나 하이브리드로 가장 앞서가는 공업국 중 하나가 중국인데, 시범 주행 과정에서 자동차 주행 특유의 소음이 전혀 나지 않아 오히려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적 있습니다. 보행자가 도로를 횡단할 때 아무리 보행자의 통행이 권리로 보장된 상황에서도 주위를 잘 살피게 되고, 시야가 커버 안 되는 곳은 청각의 도움을 입어 모든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게 이미 우리 몸에 밴 습관입니다. 헌데 갑자기 소음이 없어지면 도로변 거주자나 업무자, 학생 들은 조용해져서 좋겠지만 일단 보행자 안전 이슈도 다시 거론되는 게 자연스럽죠.

저자는 전작에서도 같은 원리를 강조했습니다만, 소음의 발생이란 기관이 웒활히 작동하는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물리학의 기초 원리 중 하나가 에너지의 변환(와중에서도 총량이 보존된다는 원리)인데, 소리 역시 에너지 변환의 한 형태이므로 소음이 시끄러이 난다는 건 연료를 소모하여 발생시킨 에너지가 제 채널로 가질 않고 중도 손실이 그만큼 빚어진다는 뜻이죠.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휘발유가 가진 에너지를 최대한 구동력으로 만들기 때문에(p36)" 소음이 적어진다는 설명 역시 전작과 이어지며, 연비 절감이란 목적부터가 친환경 그랜드 컨셉의 일환입니다. 다만 토요타 프리우스의 경우 최상의 옵션으로 디자인되지는 않았으므로(뭐 당연하죠), 발생하는 주행음은 별개의 방음, 흡음 장치를 통해 해결한다고 합니다.

몇 년 전 희토류 때문에 중-일 사이에 큰 외교 통상 분쟁이 빚어지고 일본의 굴욕적인 패배로 마무리된 일이 있었죠. 특히나 하이브리드 차에 장착되는 엔진은 고성능 자석을 채용하므로 이 과정에서 반드시 희토류가 원료로 쓰여야 합니다. 희토류가 안 들어가는 현대 공업 픙프로세스가 거의 없음을 실감하는 대목인데, 그런 외교적 충돌이 빚어진 후에는 특히 일본 업계에서 희토류가 불필요한 모터 개발 연구에 따로 착수하여 현재 성과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하이브리드에 쓰이는 모터는 자력의 원리를 최대한 채용했기 때문에, 기존의 엔진 구동 방식과 달리 기관과 부품 사이에 빚어지는 충돌, 마모가 최대한 회피되었다는 점에서도 차별화됩니다. 가솔린 엔진은 효율이 좋은 회전수 영역이 따로 있지만(이 점은 자동차 특히 신경써서 관리하시는 애호가들이 반드시 염두에 뒀었죠), 하이브리드의 모터는 그렇지 않아서 어지간해선 토크가 일관되다는 게 큰 장점 중 하나죠. 이 역시 운전자들이 자동차의 어떤 기능, 장점을 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사항인데, 현재 시대정신이 연비 등 에코, 환경 친화 쪽으로 굳었으므로 정부 정책, 규제 여부를 떠나 메이커들도 그쪽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베터리가 요즘 같은 추운 날씨에서 효율이 떨어지는 건 스마트폰이나 자동차나 다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저자는 가솔린 차의 경우 난방에 엔진이나 파워컨트롤 유닛의 열(부산물)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이 역시 주어진 에너지 변환 현상 그 한계를 최대한 선용하려 든 구 자동차 공학의 멋진 아이디어 중 하나였습니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는 난방에도 배터리 전력을 쓸 수밖에 없으므로, 연속 주행 거리가 크게 짧아질 우려가 있다고 합니다(p88). 참 궁색하고 난감하지만 결국 겨울에 난방을 자제해야, 도로 한복판에서 완전 방전으로 차가 멈춰서는 끔찍한 일을 피할 수 있다는 결론이죠. 이는 전기차가 태생적으로 지닌 구조적 약점이므로 (저자는 그런 말씀을 안 하시지만) 어떤 기술적 극복이 당분간은 힘들 것 같습니다. 책 좀 뒤에 보면(p96), 가솔린 차와는 달리 별개 차체의 배터리를 바로 연결하면 화재의 위험이 매우 크다고 합니다. (영화 아드레날린 속편의 한 장면이 생각나네요)

앞에서 자동차에 선호하는 기능, 특장이 시대에 따라 다 다르다고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속도를 중시하는 운전자들이라면 이 전기차가 가솔린 차량에 비해 영 못하지 않냐는 선입견을 떨칠 수 없습니다. 당연히 그런 수요와 불만을 업계에서 모를 리 없고, 이는 모터의 성능 개선으로 어느 정도는 극복이 가능한 영역이므로 향후 좋은 소식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습니다. 2017년 기준(이 책의 장점은 이처럼 최신 업계 사정과 데이터가 반영된 것도 있습니다) 벤추리의 VBB(물론 일반에 파는 모델은 아니고요^^)가 기록한 576km/h가 최고라고 하는군요. 이 정도면 나머지 문제는 그저 운전자의 "기분 탓"일 뿐 유의미한 개선이 거의 완성 단계 아니겠나 싶습니다. 단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배터리 여럿을 세로로 탑재해 공기 저항을 줄인 데서 큰 덕을 본 건데, 구조상 우리가 일상에서 몰고 다닐 자동차를 저런 꼴로 제조할 수 있느냐는 조금 의문이 듭니다. 하긴 앞으로 자율주행이 보편화하면 과연 개별 운전자에게 속도를 즐길 상황이 얼마나 주어질지 의문은 듭니다만.

가솔린 차 많이 연구(?)하신 분들은, 공기가 스로틀(throttle) 밸브를 통과할 때 흡기 포트의 인젝터가 분사한(p156) 연료가 이에 섞여들어가서, 연소실로 들어간다는 점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이게 근 한 세기 동안 자동차 작동 원리에서 거의 불변의 진리, 상식이었는데, 책에서는 이제 에코카 컨셉의 새로운 시대를 맞아, 실린더 내 직(直) 분사 방식이 보편화할 것으로 예언, 선언합니다. 이런 걸 보면 한 시대의 특정 국면 개성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예를 구경하는 셈이라 감개무량하기도 하죠.

이런 직분사 방식은 기화열(물론 기체가 액체로 바뀌면서 주위의 열을 흡입하는 과정입니다)로 연소실 내부를 냉각하기 때문에, 덤으로 노킹까지 방지된다고 합니다. 반면 기존의 포트 분사는 연료를 더 분사해서 냉각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이중으로 연료가 낭비되죠. 이건 역시 지난시절에는 기술의 한계 때문에 "원래 그런 것"하며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사항이었는데, 기술의 근본 혁신이 일어나고 그랜드 컨셉 자체가 바뀌니까 마치 부산물처럼 자동 해결 방법이 찾아지는 놀라운 현상이라고 봐야 하겠습니다. 책에서는 직분사의 경우 인젝터의 반응성과 정확성이 높아야 하기 때문에 "생산 비용"이 높아지는 면이 있다고 하나 이는 그야말로 시간이 지나면 극복이 되는 이슈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저런 인젝터의 고성능이 "뉴 노멀, 새로운 표준"으로 당연하다는 듯 자리할 겁니다. 미연소 흑연 잔량의 문제도 제가 듣기로는 기술적 해법이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현대는 일부 폐쇄적인 엘리트 전용의 의사 결정 구조 시스템이 아니라, 모든 시민과 소비자가 생산 과정에도 건설적 의견으로차 참여할 수 있고, 이런 절차를 거쳐 생산자 역시 시장의 니즈가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하며 소모적인 마케팅 비용도 줄여나가는 게 대세입니다. 깨어 있는 소비자와 시민이 입을 모아 친환경을 옹호하면서 기업과 정부, 정치인도 그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고, 그 작은 움직임이 모이고 모여 거대 산업의 지향점 자체를 이처럼 바꿔 놓은 거죠. 자동차 애호가라면 내가 모는 자동차의 내부 구조와 원리를 배워 가는 과정이 재미도 있을 뿐 아니라, 어떤 이유와 과정을 통해 친환경이 친환경이 되는 건지 근본 이치를 깨달아야 바른 실천이 가능합니다. 보누스의 이  시리즈는 그래서 똑똑한 소비자 되는 건전한 흐름에 바른 방법으로 참여하게 돕는 "유익한 교과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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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서문 | My Reviews & etc 2017-12-26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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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위대한 서문

버크,베카리아,니체 등저/장정일 편
열림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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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이 위대하다고 해서 반드시 본문(과 결론)까지 위대하라는 법은 없지만, 서문이 시원찮으면 그 뒤의 내용은 읽어볼 필요도 없이 무가치한 내용이라는 게 이 책 편자 장정일 작가의 주장입니다. 장정일 작가는 그간 많은 독자(열혈 독서가이기도 한 자신을 포함하여)들이, 서문은 상대적으로 소홀히하고 본문에만 치중한 독서를 하지는 않았는지, 지도(map이든, 혹은 guide이든[한자로는 서로 다르지만]) 없이 무작정 모험에 뛰어드는, 그래서 극적인 감흥보다는 오독이라는 함정에 빠질 위험이 무척이나 큰 여정을 자초하지는 않았는지, 더 즐거운 여행("독서")과 더 진지한 탐독에의 길을 권하기 위해 이 책을 펴낸다는 취지를 밝힙니다. 물론 이 책의 "서문" 중에서지요. 이 "서문"은 그간 왜 장정일 작가의 신작 신저 활동이 뜸했는지에 대해서도 약간의 암시를 그의 팬들에게 줍니다.

장정일 작가에 의해 선정된 여러 "빼어난 서문"들은, 그저 서문이 빼어나다고 해서 뽑혀 나온 게 아니라 그 서문이 담긴 책 자체가 위대한 명저라서이기도 합니다. 위대한 책을 이끄는 단서, 비밀번호가 얼마나 그 본체의 위대함에 걸맞게 위대하게 쓰여졌는지를, 이 책을 읽고서 확인해 보라는 뜻입니다. 이 책이 그 서문들이 실린 위대한 저작은 모두 30권인데, 이름난 고전들이긴 하나 역시 우리 독자들이 제목을 들어봤다는 사실만으로 잘 안다고 착각하고 넘어간 저술들이 꽤 많을지 모릅니다.

책을 읽으며 놀란 건, 어느새 이런 위대한 저술들이 한국어로도 꾸준히 번역되어, 장정일 작가 같은 분에 의해 "발견, 편집"되어 이처럼 책 한 권으로 그 서문들이 엮일 정도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번역자들의 면면도 뛰어난데, 독서 환경이 이쯤이나 갖춰졌는데도 여전히 고전들이 미답 미독 상태라면 그건 독자의 게으름을 어지간히 타매하고도 남을 만하다 하겠습니다. 이 책은 편자의 의도대로 위대한 서문이 얼마나 그 본문을 잘 요약, 예고, 압축하는지"를 확인하는 의의도 있겠지만, 채 읽지 못한 고전들의 흥미진진한 teasing을 즐기고 나아가 공부한다는 효과도 매우 클 듯합니다. 책 뒤에는 장 작가가 저본으로 삼은 원저들이 일일이 소개되었고, 저 역시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이들 중 몇 권을 대출, 구입해서 꼭 완독할 생각입니다. 정말로 서문만 읽고 어디가서 아는 척을 한다면, "위대한 서문"에 감화받은 보람조차 없는 위선자나 속물이 아니겠습니까.

명저의 서문이라고 해서 반드시 독자의 무지와 비겁함을 신랄히 꾸짖거나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질책만 담긴 건 아닙니다. 반대로 (장 작가도 그런 말을 합니다만), 권력자와 부호에 굽신거리며 책을 출간하게 해 준 재정적 후원과 검열 과정상의 관용에 과도한 감사와 아부를 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튼 우리는 그런 민망한 언사와 관행을 통해서도 당대 사회상의 일면을 엿볼 수 있고, 현재 우리가 누리는 출판과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도 재삼 확인, 각성하게 됩니다.

플라비우스 베게티우스 레나투스는 군사학 교본에서 마치 클라우제비츠의 여러 교리나 명언들처럼 자주 인용되는 명언을 남겼는데, 바로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것입니다. 이 서문은 황제에 대한 굴신이나 아부가 아니라, 언제나 유력한 장군들을 경계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 황제의 심기를 최대한 편안하게 하고 변함없는 충성을 맹세하면서 애국심과 우국충정 가득한 조언을 상주하는 뜻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우아한 표현이나 비범한 천재의 생각을 필요로 하지 않은 채" 자신이 그간 변방에서 복무하며 후임자나 동료에게 매뉴얼로 전수할 만한 유익한 군사 교리를 간명하고도 실용적으로 정리한 본문에 앞서 그 취지와 목표를 서술한 이 서문은, 위대한 장군의 문장과 말솜씨가 어떤 미덕을 갖춰야 하는지 잘 드러내보인다고 하겠습니다.

바보들이 타고다니는 배는 용도나 구조가 그리 운명지워졌기에 바보 아닌 현자는 절대 태울 수 없습니다. 바보들은 바보 배를 타고다닐 때 자신이 바보라는 사실을 깡그리 잊고, 같은 바보들 사이에서 열등감을 희석하며 세상의 표준과 천도를 전복하며 바보 특유의 쾌감을 만끽합니다. 현자 제바스티안 브란트는 장 작가의 해설에 나오는 대로 에라스뮈스나 보카치오에 앞서 풍자 정신의 정수를 선보인 선각자였는데, 다만 권력자나 위선적 성직자만 풍자한 게 아니라 바보 특유의 본성으로 질서를 어지럽히고 허풍과 참언, 궤변을 일삼는 하층민 무지렁이 바보들에 대해서도 통렬한 조롱을 퍼붓습니다.

바로 뒤에 나오는 에라스뮈스의 격언집 서문에는, 16세기 네덜란드인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고전 그리스어 어휘가 난무합니다. 하긴 동로마 제국이 망하고 인문학 서적과 학자들이 대거 아드리아해 이서(以西)로 유입, 망명해 온 사정을 그대로 반영하기도 하며, 본인 자신이 그리스, 라틴 고전에 막힘 없이 달통한 석학이었기에 어떤 논지를 펴고 문헌을 분석해도 이런 황홀한 방법론을 마음껏 과시, 적용할 수 있었겠죠. p51 중간쯤에 나오는 <수다 사전>은, 그 바로 옆에 로마자 철자가 병기되었듯이 Suida(Suda도 맞는 표기입니다)라고 쓰며, "수다 떤다"고 할 때 그 수다가 아님은 명백합니다^^ 이 서문에서 저술되는 다양한 예문, 예증과 이론은 사실 서문이라기보다 그 자체로 완결, 독립된 훌륭한 수사법(rhetoric) 강의입니다.

서문의 중요성을 재확인, 절감하게 된 계기 중의 하나로 장 작가가 중요하게 거론하는 책은 열한번째로 등장하는 사드 후작의 <사랑의 범죄>입니다. 장 작가는 행여 일탈적 극단적 유미주의에 자신이 혹 일말이라도 동조나 한다는 오해를 피하고 싶었는지, 이런 괴물의 지향에 조금이라도 공감해서 이 서문을 발췌한 게 아니라, 그의 문학적 족적에 왜 그리도 많은 프랑스 지성인들이 소중한 시간과 정력을 기울여 관심을 쏟았는지 "그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한다"는 의도를 (역시 서문에서) 밝힙니다. 이 대목뿐 아니라 책에서 인용한 모든 "서문"들은, 그저 텍스트만 인용된 경우도 있고, 원주와 역주가 함께 실린 경우도 있는데, 후자의 경우 권말에 후주 형태로 모두 빠진 편집입니다.

p357(의 재인용 원주)에 보면 사드 후작은 펠루티에의 <켈트 족의 역사>의 한 대목을 거론하며 헤라클레스의 어원이 켈트어에서 왔음을 주장합니다(특이하게도 이를 일반명사, 혹은 직분의 명칭으로 새기고 있네요) 그러나 오늘날 학자들의 거의 일치된 결론, 정설은 "헤라의 영광"이라는 그리스어가 그 어원이라는 쪽이니 행여 현대 독자들이 읽고 오해는 없어야 하겠습니다. 이 사드 후작이 원용하는 펠루티에는 역사학자 시몬 펠루티에이며, 사드 후작보다 훨씬 앞선 시기에 생존, 활동했던 사람입니다.

장 자크 루소는 위대한 계몽주의 사조가 완성되는 데 큰 기여를 한 불멸의 지성이지만 정작 자신은 주장하던 신조와 현저히 다른 삶을 살아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 모순적 인물이었죠. 책에서는 그의 대작 <인간 불평등 기원론>의 서문을 뽑아 놓았는데, 한 줄 한 줄에 통찰과 위엄과 권위와 총기가 서린 문장도 최고지만, 역시 후주에 보면 그가 특별히 이런 어휘, 표현을 쓰게 된 배경 분석이 잘 나옵니다. 제네바는 "프로테스탄트의 로마"라고 불릴 만큼 유명한 신학자들이 활동했고, 상업적으로도 크게 번성한 "위대한 도시"였습니다. 당시 제네바의 정치사회적 구조가 어떠했는지를, 이 서문과 주석을 통해 우리 독자들은 흥미롭게 엿볼 수 있습니다.

장 작가가 개인적으로 매우 매혹되었을 법한 보들레르의 <악의 꽃(들)> 서문도 실렸습니다. 시집의 서문답게 역시 시의 형태인데, 이에 대해서는 역시 이 책 서문 중에 장 작가가 자신의 지론(?)을 간략히 언급한 대목이 있으니 꼭 되돌아가서 참조할 필요가 있네요. 막스 뮐러의 소설 <독일인의 사랑> 서문은 매우 짧지만 소설의 서문이 어떤 구실을 해야 하는지 이보다 더 의미심장하게 일깨우는 모범도 드뭅니다. 과학자의 저술은 어디까지나 본문의 논증과 상술에 그 진가가 놓인다고 여기는 이들이라면, 장 작가가 작심하고 뽑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얼마나 품위 있고 유려하며 짙은 인문 향취를 풍기는지 확인할 수 있겠네요.

장 작가는 서문에서 그런 말을 합니다. "서문을 꼼꼼히 읽으면 이후 집필 과정에서 저술가가 당초의 계획과 이후의 성취가 어느 지점에서 미묘히 어긋나는지 알 수 있다." 우리들의 다짐이나 작심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의 것이라도 초심은 순수하고 "위대"하지만, 중간 과정과 결과는 누구보다 스스로가 창피해 똑바로 응시할 수 없을 지경이죠. 위대한 지성의 발걸음은 그나마 이 정도밖에 초심과의 유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는 겸허히 옷깃을 여밀 수 있고, 동시에 사람인 이상 완벽한 초심에의 회귀, 완성 수렴은 있을 수 없음을 알고 마음을 놓을 수도 있습니다. 위대한 고전의 통로로 우리를 이끄는 이 서문들을 세밑에 읽어 내고, 내년에는 고전 완독의 당찬 포부를 다져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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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팔사략 4 - 임동석 譯 | My Reviews & etc 2017-12-25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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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십팔사략 4

증선지 편/임동석 역주
동서문화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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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의 증선지가 종래 중국에서 정사(正史)로 여겨져 온 열여덟권의 책(원나라 시절까지는 18권이었으며, 현재는 이십사사, 혹은 이십오사 정도로 부르고 꼽습니다)의 압축본이, 우리 조상들과 현대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바로 이 책 <십팔사략>입니다. <명심보감>도 제가 여태 여러 번역본을 리뷰했는데 번역자에 따라 미묘하게 해석과 관점이 달라지는 게 흥미롭더군요. 고전의 오의를 궁구하려면 물론 원전의 자구 하나하나를 다 따져가며 파고드는 게 정도이고 정석입니다. 허나 과거(科擧)에 응시하려는 실용적 목적도 다분히 있었을 테며, 교양 있는 지성인들과 대화를 트기 위해 속성으로 역사를 공부할 목적도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끼어들었겠음은 분명합니다.

요약본을 두고 사료적 가치가 없다며 평가절하하는 입장도 있으나, 사료로서야 물론 그렇겠지만 무엇을 빼고 무엇을 살려야할지 세심한 기준에 의해 취사선택하는 작업은 예사 내공으로 가능한 게 아닙니다. 증선지라는 이름은 아마 백범 김구나 그의 모친 곽낙원 여사의 일생을 다룬 국어 교과서 아티클에서 바로 이 "십팔사략"이 (우연히) 언급되며 한 번 정도는 다들 들어봤을 겁니다. 사회과가 아닌 국어과에서 학생들이 처음 접한다는 사정이 흥미롭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증선지의 이 저술이 널리 읽히고 인기를 끌며 정평을 얻은 건 문장의 품격과 사관의 격조 등에서 뛰어난 장점을 현저히 갖추었기 때문이며 다른 이유를 애써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앞선 시대 송나라 사마광의 <자치통감>은 이 책과는 성격이 현저히 다릅니다. 이 책은 그저 편집 저술에 가깝지만, 사마광은 정사와 고전을 두루 참고하여 자신만의 관점과 문장, 방법론으로 새로 근대적 편년체 통사 하나를 창조해 낸 거죠. 또 십팔사략은, 좀 무엄한 표현이긴 하나 오늘날의 자계서처럼 다양한 일화를 실어 독자들에게 처세와 수신의 지침이 되게 한 기능도 분명 있습니다. 여러 이유에서 <명심보감>과 나란히 놓일 만한 "고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뿐 아니라 이 책 자체가 <자치통감>에서 직접 발췌, 요약한 대목이 많다는 게 학계의 다수설입니다.

이 책은 제4권인데 확실히 "사략'이다 보니 시대 진행 속도가 엄청납니다. 사마예가 드디어 찬탈의 마각을 드러내고 즉위한 대목부터, 무리한 고구려 원정으로 수나라가 양제 代에서 망한 사실까지 치달으니 엄청난 시대 범위와 변화무쌍한 사건들을 한번에 다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앞에서 "사략"이라고는 했습니다만 저자의 주관적 감상이 꽤 많이 개입하여, 역사책을 읽는 느낌보다는 (역시 앞에서 말했습니다만) 자계서나 어린이용 일화집을 훑는 기분이 많이 듭니다(다만 문장은 고풍스러운 품격이 풍기고요). 제가 요즘 위진남북조 시대를 커버하다 예전에 읽은 책들도 다시 펼치고(그 중 두 권은 지난 기수 책프에 이미 리뷰를 마친 것들이라 다시 감상문을 쓸 수 없었습니다), 좀 기분이 새로워지면서도 적당한 권위를 갖춘 책이 없을까 찾다가 이 "고전"에까지 손이 다다랐네요.

보통 사략은 북조 파트를 소홀히 다뤘다고도 하는데 막상 읽어 보면 나올 만한 이야기는 다 나옵니다. 여기 보면 특히 위나라(선비족 북조)의 탁발씨 황실이 드디어 성을 원(元)으로 바꾼 사실이 나오는데, 이런 것만 봐도 중화사관과 유교적 명분주의, 종법 질서에 얼마나 충실한 저자의 작품인지 훤히 티가 납니다(당연하긴 합니다만). 이 4권은 책의 중반 정도 지점이고, 마지막 7권은 남송의 멸망을 비감 가득한 어조로 묘파하는데, 증선지가 원나라 때 사람이면 어떻게 이런 불온(?)한 관점을 거리낌없이 드러낼 수 있었을지 궁금해하는 분도 있겠습니다. <명심보감>도 그렇지만 어떤 결정판, 흠결 없는 원저작이 따로 있다기보다, 한번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면 다른 필사자나 편집자가 자기 입맛대로 가필, 수정하는 것도 보통이었습니다. 명나라 때 와서 한족의 천하가 회복되자 그때의 집필진이 일종의 "후편" 첨가, 혹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식의 개필을 시도한 흔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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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패리시 부인 | My Reviews & etc 2017-12-2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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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지막 패리시 부인

리브 콘스탄틴 저/박지선 역
나무의철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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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영화로 바로 만들어도 엄청 빨려들어가듯 보게 될 것 같아요. 시점 전환이 한 번(정확하게는 두 번) 일어나는데 이를 어떻게 처리해도 몰입감 최고인 "반. 전" 드라마가 뽑아져 나오지 싶습니다.

이 소설은 어느 캐릭터(주인공.. 일까요?)의 대사 딱 두 마디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곧 알게 될 거에요."

"그럼요. 최고의 전문가에게 배운 걸요?"

책 표지에 보면 <퍼블리셔스 위클리>誌의 서평 한 구절을 인용하여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재능 있는 미스터 리플리>라든가 아이라 레빈의 <죽음의 키스> 등과 이 작품을 비견하는 문장이 나옵니다. 교활하고 타산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사이코패스 만신전("복마전"이 더 맞겠죠?)에 우리 앰버 님도 이름을 올릴 만하다는 건데, 사실 이야기를 더 구체적으로 늘어놓으면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그 평론가나 일개 독자인 저나 그 정도까지밖에 말을 못 하겠지만, 사실 리플리 군과 버드 콜리스의 내공과 자질과 성취(...)에는 이 앰버가 한참 못 미치죠. 뭐 탐 리플리나 버드나 결국 실패자들이라는 점에선 별반 '텔런티드"하지도 못했지만 말입니다. (아이쿠 이거 두 장르물 고전을 한꺼번에 스포일링하다니)

장르물에서 사이코패스들은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하나는 처음부터 사회적으로 우월한 위치에서 비열하게 약자들을 갉아먹고 사는 유형이며(이 정도나 되면 차라리 괜찮은데 머리가 워낙 멍청한 탓에 지가 되레 뒤통수를 맞고 이불킥하는 찌질이도 있죠), 다른 하나는 인간성과 양심을 애저녁에 포기한 채 사회적 신분 상승 사다리를 필사적으로 기어오르며 사기극을 벌이는 유형입니다. 전자는 아니고 전자 기분을, "흉내를" 내어 보려는 저능아들 중에 지가 만나는 모든 사람을 이 후자의 유형에 억지로 세팅하고 찌질한 쾌감을 느껴 보려는 저능한 유형도 있는데, 그 중에 몇은 후자한테 잘못 걸려 돈도 털리고 전과자가 되는 극히 한심하고 처량한 운명을 맞기도 합니다. 이 작품 속에 나오는 누구하고 누구가 정확히 여기에 해당하지는 않지만(만약 그렇다면 이 서평은 몹쓸 스포일러죠), 여튼 두 유형의 잘못된 인간이 외나무다리에서 조우할 때 어떤 비극, 아니 코미디가 벌어지는지 잘 보여 주는, 근래 양산되는 사이코패스물의 뻔한 궤도를 지적으로 비틀어 독자에게 쾌감을 안기는 작가의 재치가 빛나서 좋았습니다.

앰버(일단 이 이름으로 부르겠습니다)는 외모나 자질 면에서 아주 선택받은 사기꾼 재목(...)은 못 됩니다. 물론 본인은 그렇게 생각 안 하고 (후반부에 나오는 누군가의 평가를 빌리자면) 자기 도취에 빠진 면이 있어서 일을 어설프게 하면서도 자신은 꽤 잘한다고 착각하는 타입 같습니다. 혹은, 심리학 용어를 빌리면 "투사(projection)"라고 해서, 지가 그러면 남도 덩달아 그런 줄 알고 자신의 미숙하고 모자란 생각을 남의 것으로 엉뚱하게 전가하는 습관, 자다가 봉창 뜯는 헛소리 잠꼬대에 물든 타입이기도 합니다(그래서 그 나름 꽤 그럴싸한 재주를 지닌, 위 고전 두 캐릭터와는 나란히 놓으면 좀 곤란하다는 거고요). 앰버는 그리 성공적인 사기꾼이 못 되었는데도(못 되었기 때문에 이런 늦은 라운드까지 밀린 거죠) 예의 자기도취에 빠져 인성은 인성대로 망치고(잘못된 인간이긴 하나 아직 한 조각 양심이 남아 있고 오히려 그것때문에 더 초라하게 보입니다) 어설픈 계획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도 모르는 겁니다.

반면 그녀가 등쳐먹으려는 대프니는 우리 독자들이 의심할 필요가 전혀 없는 고상한 인물입니다. 무난한 성장 과정을 거쳤고 양친도 다 훌륭한 인품을 지닌 분들이어서, "저분 참 괜찮군." 같은 평가를 유보 없이 망설임 없이 내려도 되는 착한 여인이죠. 서양의 명명 방식과 숨겨진 뜻에 쥐뿔도 모르는 얼치기의 단견으로는 전혀 짐작을 못했겠지만(근본 없는 싸구려 상식을 함부로 갖다붙이는 억지 견강부회야말로 이 땅에서 속히 peish되어야 할 적폐입니다), "대프니"라는 이름부터가 전형적으로 이 소설 속의 대프니 같은 우아하고 착한 여인을 상징하는 일종의 기호입니다. 짧은 상식과 천박한 속물 심리에 쩔어 있는 인간은 짐작도 못할 사항이죠.

OOO은 과연 사이코패스인가? 사실 이 작자가 아주 악질인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빈틈없이 치밀한 두뇌를 지니고 뭘 벌이는 타입은 못 되는 것 같습니다(현실에서 종종 목도되는, 이 축에 끼지도 못하면서 뭘 흉내낸답시고 돌아다니는 저열한 종자들에 비하면 거의 신이지만 말입니다). OOO은 그저 분수에 넘게 풍족한 환경에서 버릇이 잘못 들어 자신을 지옥에 빠뜨린 좀 모자란 위인으로 해석하는 게 더 정확할 듯합니다(그러니 자식들도 하나같이 복제품 만들듯 그따위로 키우는 거죠).

놈은 앞에서는 위선과 가식으로 과장된 예의를 차리다가(상대를 존중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그런 대접을 받고 싶어서입니다. 저는 한없이 낮은 사람입니다, 라고 한다면 절대 날 그렇게 봐서는 안 된다는 반어법 주문을 강제하는 건데, 본인이 한없이 낮은 인간이라는 건 본인이 너무도 잘 안다는 뜻도 되죠ㅋ), 뒤로 돌아서면 온갖 험담과 지저분한 폄하를 일삼는, 거의 정신병 수준의 이중인격자입니다. 이중인격도 무슨 구체적 목적이나 있어서 부리는 수작이면 누가 뭐라고 할 건 못 되는데, 그것도 아니고 제 존재를 엄습하는 열등감과 낮은 자존감을 망각해 보려는 반사적 몸부림의 산물에 불과하니 딱하고 불쌍하다는 말이 나올 밖에요.

OOO은 여튼 미국 부유층들의 습관은 충실히 모방하여 미술품, 문학 등에 대한 폭 넓은 소양을 자랑하긴 하며, 유창한 프랑스어 구사가 신분 유지에 필수 조건임을 강박적으로 내세우는 등 무슨 흉내를 내어도 제대로는 내어 보려고 애씁니다. 허나 일부 졸부의 자식들은 어디서 배워도 밑바닥 사기꾼 흉내를 어설프게 익혀 그딴 걸 세상사 스킬이나 구사하는 듯 착각을 하니 이걸 보는 입장에서야 그저 아연실색할 밖에요. 개탄을 해야 하는지 하염없는 동정을 베풀어야 하는 건지 원.

잠시 우리의 앰버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앰버는 물론 뭘 열심히는 합니다. 구경꾼들이 보기에 눈물겹도록 말이죠. 하지만 사고 방식이 너무도 미숙한데(사기를 치려면 최소한 본인 자신은 냉철하고 객관적인 판단이 확실히 서야 합니다), 예컨대 아무 잘못 없는 부친을 성폭행범으로 팔면서 "자기 세탁소에 애들 일 시킨 건 아동 학대 아님?" 같은 터무니없는 합리화를 일삼습니다. 이런 논리라면 부모는 아이가 성장한 후 18년 동안의 학비와 분윳값을 청구해야 마땅할 겁니다. 그런가하면 본인은 섹시한 자태를 뽐내며 호구로 물으려 든 잭슨 패리시에게 고혹적인 셀카를 보냈다고 착각하지만, (책 한참 뒤에 나오는 OOO의 반응은) "그 생쥐 같고 촌스러운 화이트 트래시(책에서는 적절한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습니다)"일 뿐입니다. 사람이 어설픈 자기 도취에 빠지면 이처럼 실상이 안 보이게 마련이죠.

1부를 읽으면서 독자들은 대프니에 대해 엄청 동정할 수도 있고, 반대로 경멸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너무 착한 것도, 악인의 먹잇감이 되어 사화악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좋지 않다." 이 두 반응은 모두 타당하며, 관점이 다른 독자들이 결말에 가서 두루 (각자의 방식으로) 만족하게 만드는 게 작가의 센스고 재능이었습니다. (구체적인 건 직접 읽어 보고 판단해들 주시고요)

(입이 근질근질해서 조금만 스포하겠습니다. 곤란한 분들은 이 아래부터는 보지 마시고요)
좀 이상하지 않던가요? 세상 어떤 여자가 자신보다 나이도 어리고 그럭저럭 약은 데다 적절히 볼 만은 한 다른 여자한테 그렇게나 "많은 자리"를 내어줄지요. 한편으로는 "자기 자리가 만족스럽지 않아서 그냥 내주고 싶어서(!)"일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 "가지고 노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너무 의도대로 일이 척척 풀리면 뭔가 의심을 좀 해 봐야 하는데 그냥 낙관에 빠져 즐기기만 하는 걸 보면 앰버가 참 어설픈 "소셜 클라이머"인 건 분명하지 싶습니다. 무조건 자기 편할대로만 생각하고 싶어한다고 할까. 1부를 보면 (이후) 그렇게나 잦게 찾아온 위기 징후가 그녀의 눈에는 조금도 감지 안 됩니다. 완전한 맹인과도 같습니다. 이래 갖고 누굴 등쳐먹겠습니까. 정작 동정을 받아야 할 쪽은 대프니가 아니라 이 앰버인지도 모릅니다.

앰버는 수법이 참 빤하고 판에 박힌 타입이기도 합니다. 늙은 비서 배틀리를 사직하게 꾸미거나, 식모 마틸다에게 누명을 씌우는 것도 지나고 나서 보면 다 불필요한 음모이고 소동인데, 이런 단계에 이처럼 공을 들이는 걸로 보아 하층민 근성은 좀처럼 떨칠 수 없나 봅니다. <오디세이아>를 인용하며 자신의 처지를 텔레마코스에 비기는 것도 혀를 내두를 만한 무지인데, 속으로 (그 나름 공부 좀 했을) 잭슨도 얼마나 비웃었겠습니까만 본인만 눈치 못 챈 거죠. 그레그가 잭슨에게 나이 어린 걸로 한 방 먹인다 어쩐다 하며 본인만의 의미 부여, 과잉 해석을 열심히 시도하는데 이게 다 사기꾼으로서는 결격입니다. 그야말로 자기 세계에 빠져 혼자서만 허우적대는 거죠. 사이코패스는 철저히 상대방을 물건처럼 대해야 하는데 잭슨에게 감정적으로 너무 빠져 버린 것도 그녀의 자질 하자(?) 중 하나겠습니다.

아무튼 결말에서 상식적인 독자에게 통쾌감을 선사하는 것도 좋고, 은연중 뉴잉글랜드 귀족들의 다채로운 생활상을 묘사하며 독자에게 구경거리를 안기는 작가의 여유와 풍부한 상식도 돋보였습니다. 사이코패스물로도 읽을 수 있지만, 남부러울 것 없는 환경에서 자랐으면서도(안 그런 앰버는 정상참작의 여지라도 있다고 하겠으나) 제 감정과 인격 하나를 못 추스려 스스로를 저런 지옥에 빠뜨린 버릇 나쁜 속물의 행각을 통해, 자본주의의 구리고 축축한 이면을 풍자한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아,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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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7-12-2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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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

벤저민 그레이엄 저/스티그 브로더슨,프레스턴 피시 요약/김인정 역
이레미디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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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그레이엄은 전설이라 불려 마땅한, 증권 투자 기법의 귀재에 가까운 인물이었습니다. 근 한 세기 전에 활약한 분의 통찰과 노하우, 근본 원칙이 이 정도 정치(精緻)함을 자랑하니, 확실히 천재적 두뇌는 남들과 무엇이 달라도 다르다는 점 절감하게 됩니다.

이 책은 그레이엄(발음은 "그램"이라고도 합니다) 원저의 완역은 아닙니다. 아무래도 원저는 시대 흐름에 뒤처진 대목도 발견되고, 무엇보다 문체가 어려워서 일반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가 없습니다(한국 독자 기준이 아니라, 영어 원어민을 염두에 둔 평가입니다). 그래서 정말 그레이엄의 레전드 교본을 읽고 주식 투자를 배우고 싶은 분들은, 이런 해설서 내지 요약본을 먼저 접해야 그의 "사상" 진수에 범접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책은 요약본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주석본에 가깝습니다. 만약 그레이엄의 원저에 일일이 누가 주석을 달고, 그 주석만 깔끔히 싹둑 뽑아온다면 이런 책 한 권이 나오지 않을까 싶을 만큼입니다. 그래서 책의 문장들은 "... 그레이엄은 이렇게 말한다... " 같은 투로 아주 자주 시작됩니다. 이는 저자들이, 그레이엄의 저서에 깊은 존경심을 품고 그의 텍스트를 본격 탐구, 분석하면서 느낀 소회, 얻은 깨달음의 빛깔을 간접으로 드러냅니다. "그레이엄의 책인데 왜 문장 주어들이 '그레이엄은..'과 같은 식일까?" 이런 의문을 가진 분들은 책의 취지와 편제에 대해 그리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제목을 보시면 "증권 분석"이라 되어 있습니다. 증권이라 함은 주식뿐 아니라 채권까지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한국에서는 채권 투자가 그리 (주식에 비해서는) 활성화되지 못했지만, 그레이엄은 당시에 발표되었던 NYSB의 일곱 가지 평가 기준에 대해 자신의 해설과 비판을 전개합니다. 저자들은 이에 대해 현대적 해석과 평가를 곁들이는데, 저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장기적으로 지급의무를 완전히 이행한 실적이 있는 발행 주체를 찾으라"는 것입니다. 당연한 것 같아도 주식 카페 같은 데에서 여러 날것의 데이터가 나열된 걸 보고 이런 기본 중의 기본은 까맣게 잊은 채 분위기에만 휩쓸리는 생각 없는 아줌마들이 또 얼마나 많습니까.

이자 보상 비율은 여러 방법으로 산출될 수 있는데, 흔히 투자론(재무관리론)에서 말하는 k 개념도 시장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건) 컨센서스로 잡고 요구하는 이율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이자 보상 비율은 어떤 기관이 규율로 강제하는 게 아니라,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내 투자금에 이런 성격의 사업이라면 이 정도 보상을 해 줄 만하다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제시입니다. 이 정도 수익률을 약속 못 하는 기업에는 돈을 쓰지 말라는 뜻도 되죠. "금리가 낮을 때 장기채권을 사지 말라"는 금언도 여전히 유효함을 우리는 당장 오늘의 시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통 재무관리 교과서에서 만기가 짧다는 이유로 이율이 낮은 걸 "효율화를 추구하는 자본 시장에서 일종의 불가사의"처럼 취급하곤 하죠. 합리적 판단을 하는 투자라면 그저 기간의 길이만으로 위험을 평가해서는 안 되는데도 말입니다. 그레이엄은 이런 안이한 태도에 대고 단호한 경종을 올립니다. 즉, "장기 채권을 발행할 신용 등급이 되지 못해" 마지못해 이런 단기 채권이 찍히는 경우는, 투자자들은 오히려 역선택의 함정에 빠지는 꼴이 되니 말입니다.

"안정성은 계약으로 보장된 권리가 아니다" ㅎㅎ 얼마나 맞는 말입니까? 경험 없는 이들이 사기꾼한테 당하는 가장 흔한 경로도, 객관적으로 아무 근거도 없는 걸 자기 느낌만으로 판단하여 자기가 구축한 함정에 빠져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사기꾼에게 속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속는 겁니다. 남한테 속으라고 하면 아무도 속을 사람 없습니다. 사기꾼은 그 사람의 심리적 취약점을 노려, 스스로 환상을 꾸리게 조장한 후, 그 환상에 모든 걸 베팅하게 유도합니다. 주식 투자 초보들 역시 현실에서 별 재미를 못 봤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경로로든) 한번 생성된 자기 기준에 요리조리 끼워맞춰 합리화를 시도합니다. 내 돈 갖고 내가 투자하는 게 무슨 상관인가? 어리석은 투자의 중대한 결과에 자신이 전적으로 책임질 의향이 있다면 물론 상관 없죠. 그레이엄이 꼽는 "배제 원칙"도 눈여겨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회계학 배울 때 특정 지출을 그저 (일시적) 비용으로 처리할 것이냐, 아니면 "자본화"할 것이냐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보수적 기준으로야 물론 전자를 선택해야 하는데, 투자자는 감사인이 아니므로 정 그 회사의 내재가치(너무도, 너무도 중요한 개념입니다)를 평가해 볼 요량이면 후자의 기준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레이엄보다도 더 앞선 이들까지) 지적해 온 진리입니다. 그레이엄은 흥미롭게도, P/L상의 고정 금융 비용에다 22를 곱하여 자본화해 볼 것을 제안하는데, 이는 4.5%라는 철도회사 채권 액면이율(책에서는 "금리"라고 썼군요)의 역수를 취한 것입니다. 무슨 점쟁이도 아니고 이렇게 딱 떨어지는 숫자가 나오면 신기해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처럼 근거는 충분한 것입니다(단, 여기서 든 예는 철도회사이며, 당시에 이 업종이 누린 특수를 감안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공공 유틸리티"라는 표현에 현혹되지 말라는 주문도 있는데, 이는 물론 시대상을 고려해야지 현대에 적용될 만한 사항이 못 되지만, 명칭에 혹해 객관적 실태를 살피지 않고 자기 기대만 일방적으로 투영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점은 고금이 다를 수 없습니다.

부동산 저당권이나 저당권부 채권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습니다. 사실 이 책에도 나온 그레이엄의 충고나 예언(?)을 충실히 지키지 않은 탓에, 십 년 전 그런 끔찍한 재앙이 터졌음은(최소한 개인 차원에서는 비껴갈 수도 있었던), 아무리 곱씹어 봐도 과거의 쓰라린 경험에서 대체 뭘 배우지를 못 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해 많은 숙고를 하게 만듭니다. 임대차 계약은 간접적으로 부동산 대출을 보증하는 수단이 된다는 개념도, 물론 그레이엄 이전부터(혹은 동시대에) 이를 제안한 이들이 있었지만(특별한 혜안이라기보다, 거래의 현장에서 부지런히 뛰다 보면 자연 체득되는 "감'"애 가깝습니다), 그레이엄은 그런 "통념"에 대해 보다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비판, 분석, 공식화를 시도하는군요. 미묘한 건 이런 임대차 계약이 사실상 수행하는(수행한다고 쳐도) 보증의 "질(quality)"에 대한 평가(혹은 암시)입니다. 고전은 확실히, 구사하는 언어에 상당한 정성과 공력이 깃들기 때문에 해석하는 관점, 전제 조건, 상황에 따라 판이한 결론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흔히 PER이라고 하는 주가수익비율에 대해 그레이엄도 이미 그 시절부터 자세한 논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량 기업에 대해 그는 과거 5~10년간의 자료를 바탕으로 20배를 아예 기준으로 찍어서 내놓습니다. 참고로 현재 한국 증시 기준 코스피 평균은 대개 12.5를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제시하는 20은 상한선이며, 그 이상은 비싸서 매수, 보유 시도의 가치가 없다는 쪽인데, 20이 넘어가면 이미 투자가 아니라 투기라고 그레이엄은 주장합니다. 오히려 우리가 이 대목에서 곰곰히 되씹어 볼 교훈은, 대체 "투자"와 "투기"의 경계가 어디에 놓으느냐는 점입니다.

이런 책은 우리에게, "어떻게 하면 증시에서 대박을 칠지 그 비결을 가르쳐 주는" 내용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레이엄도 본문(정확하게는 필자들이 재인용하는 맥락)에서 누누이 강조하는 것처럼, 이런 책의 목표는 요행이나 비정상적인 폭리 쪽이 아닌, 바보스러운 투기, 어이없이 치르는 손해를 막고 합리적이고 건전한 패턴으로 투자를 이끄는 것입니다. 이상한 건, 이렇게 기본에 충실한 투자 원칙을 지키는 이들이 10, 20년 지나보면 꼭 부자가 되어 있다는 점, 반대로 일시 남부러운 초 대박을 친 이들이 세월이 흐르면 그 행운을 다 까먹거나 남보다 못한 처지로 떨어졌다는 점입니다. 이게 "이상하게" 느껴진다면, 하긴 벌써 정상적인 투자관을 못 갖추었다는 증명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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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된 마케팅 그로스 해킹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7-12-2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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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진화된 마케팅 그로스 해킹

션 엘리스,모건 브라운 공저/이영구,이영래 공역
골든어페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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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경영 모든 분야에서 종전의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뿐 아니라, 종전 방식이라는 그 이유 하나로 지양되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정설로 통하는 요즘입니다. 마케팅 영역도 예외가 아니라서, 종래의 구태의연한 접근 방식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염증이나 혐오감만 유발하기 좋을 뿐이며, 일은 일대로 힘들고 직원들의 사기나 떨어뜨릴 뿐 아니라 효과조차도 나지 않습니다. 윗사람이 자신이 예전에 통했던 방식이라며 무작정 후배들에게 강제 주입하는 패턴은 참으로 미련할 뿐 아니라, 대외적으로는 점유율 하락, 대내적으로는 조직의 건강도에조차 악영향을 끼칩니다. 이 모든 게, 효과도 없고 집행도 어려운 과거의 마케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려는 관리자들의 어리석은 판단에서 기인합니다. 서양 속담에는 "똘똘한 병사는 현명한 장군을 가려 본다."는 게 있는데, 이런 이치는 특히 한국처럼 점차 똑똑해지고 있는 직원들이 조직 하부를 채워가는 풍조에서 특히 잘 적용된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로스 해킹"이란 좀 생소하게 들리는 용어일 수 있습니다. 일단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어필할 때, 종전의 창구나 채널을 통하지 않고 타겟으로 삼은 고객들에게 개인적으로 밀착(up close and personal)해 가며 생활형으로 접근하는 방식입니다. 이에는 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한 회사 조직 전체가, 부서를 가리지 않고 전사(全社)적으로 행동하며 진정성 깃든 홍보와 전파에 주력한다는 데 주안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개발과 홍보가, 이 제품이 속한 산업 전체의 성장과 장래를 함께 중시하는 전략과 일체가 되어야 합니다. "철저한 기획을 거쳐 주의 깊게 실행에 옮긴 (마케팅)방법론" 이것이 저자들이 주장하는 그로스 해킹의 요체입니다.

해킹이라고 하니까 무슨 남의 시스템 보안 허점을 틈타 무단으로 침입하여 정보와 데이터를 유출, 조작하는 행위만 연상하시는 이들도 있던데, 그런 것과는 매우 다릅니다. 제품 개발의 초창기부터 모든 직원, 즉 CEO나 엔지니어, (기존의) 홍보 책임자, 디자이너 등이 일체가 됩니다. 일단 너는 개발해라 나는 평가만 시행하겠다, 윗선에서 검토가 끝나면 익히 해 오던 대로 기계적 홍보에 주력한다 같은, 영혼 없는 분업과는 전혀 다릅니다. 종래 이런 식으로 직원들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각개약진하고, 현장이나 소비자들이 부정적 피드백이 들어오면 그때서야 굼벵이처럼 마지못해 움직이는 방식은, 요즘 같은 혁신의 시대에 더 이상 통하지도 않고, 생산자조차 "그래 갖고 과연 통할까?" 같은 원초적 불안감이나 품기 좋은, 폐기처분되어 마땅한 구태요 적폐이기 때문입니다.

"그로스"도 그렇고, "해킹"이라는 단어에 다시 유의해 보십시오. 예전 제품은 일단 팔아치우고 소비자에게 불량품이든 뭐든 떠안기면 그만이었습니다. 이런 제품은 일시적으로 생산자에게 가냘픈 현금 흐름을 가능케 하겠으나, 전혀 지속적인 성장을 장담 못하는 일회용 방편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로스 해킹"은 혁신적인 마케팅도 마케팅이지만, 마케팅 그 이상입니다. 제품과 서비스, 나아가 기업의 "성장"까지도 내다보고 소비자와 일체가 되어 움직이는 방식이며, "그로스"는 바로 이런 영구적 성장을 의미합니다. "해킹"은 전방위적으로 "씨"를 뿌린 다음, 활기차게 개간하여 소득을 올리는 활동입니다. 활동이 자발적이고 변화 무쌍하기 때문에 지루해질 틈이 없고, 무엇보다 환경의 변화에 교감하고 즉시 반응하는 스타일이라 요즘 같은 혁신을 강조하는 분위기에 매우 잘 부합합니다. "해커"는 그저 결과만을 바라보고 묵묵히 전진하는 공장 노동자가 아니라, 변화와 도전을 즐기며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기획자요 플레이어에 가깝습니다.

어떻게 이런 "진화된" 마케팅 기법(사실 마케팅이라기보다 기획과 관리, 총괄, 평가, 소비자와의 소통 일체를 포함하는 "그 이상"임은 이미 앞에서 말했습니다)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요? 사실 이는 스타트업의 궁여지책이었습니다. 이른바 work the number라고 해서, 무작정 다수에게 전화 걸고 전단지 뿌리고 권유, 모집만 해 대면 그 중에 얼마는 "낚여 든다" 같은 믿음도 한때 널리 퍼졌으며, 아직도 이런 방식에 기대어 영업 하는 이들(회사들)도 많습니다. 또, 불특정 다수에게 어필하려면 불특정 다수에게 "도달"할 수 있는 유력 매체를 통해야만 합니다. 거대 신문, 잡지, TV 등이 그것이죠.

스타트업은 개발 도상국이 아니라 주로 선진국, 안정된 developed countries에서 성황이며, 이런 나라들이라면 일용직, 임시직이라 한들 인건비를 마냥 낮춰서 쓰기가 어렵습니다. 하물며  거대 미디어의 한 지면 한 광고타임을 빌려 쓸 자금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그들이 의존한 홍보 수단은 소셜 미디어(소위 SNS)라 불리는 한정된 가상 공간에서 소수 인맥을 통해 입소문을 퍼뜨리는 것이었는데, 이게 의외로 종전의 채널이나 방법론보다 효과가 더 좋았던 겁니다.

우리네 카카오톡이 처음에 어떻게 일반 소비자들에게 다가섰는지 한번 되새겨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카카오톡은 처음에 "공짜 문자"라는 기능 하나로 이동통신 가입자들에게 어필했는데, 이 "입소문"의 위력이 당시에는 매우 컸습니다. 지금이야 일정액 이상 요금제라면 원칙적으로 문자메시지(구 컬러메일 포함)가 무료지만, 당시에는 (이미 원가가 0에 수렴했음에도 불구) 매달 무료 발송분이 제한되어 있었죠. 한편 3G가 막 완성단계에 진입했던 터라 데이터는 (속도가 꽤 느렸을망정) 무제한으로 제공했던 시절입니다.

이 호기를 놓치지 않고, 그들은 망 중립성이라는 정책 기조에 편승하여 거의 전국민 서비스(앱)로 단기에 도약했는데, 자그마한 회사에서 사원들이 본래의 직분을 가리지 않고 고객들의 요구와 질문에 일일이 응대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십시오. 바로 그게 그로스 해킹의 모범입니다. 카카오톡이 또, TV나 신문 등에 전통 방식의 광고를 많이 집행하던가요? 저는 당시는 물론 지금도 그 회사가 그런 식으로 소통, 홍보하는 걸 못 봤습니다. 만약 홍보비 때문에 거액을 출혈하여 이자 상환에 성장 대가 상당 부분을 희생했다면 오늘날의 카카오는 저리 어엿한 입지를 찾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로스 해킹은 사장이나 기획자, 기타 직원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 움직이는 프로세스이지만, 막상 이것도 컨셉 자체를 전사(全社)가 공유하며 일체가 되어 띄워보기란 무척 어렵게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이런 독자의 기분을 눈치채기라도 했는지, 저자들은 "처음이 어려울 뿐" (책에서 설명하는대로) 모범 사례를 (일단은) 따라해 보며 회사 전체에 분위기를 물들이다 보면 탄력이 붙는다는 식으로 독자를 독려하는군요.

일단은 기존의 업무 부서간 장벽을 허물고, 다소는 책임과 권한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과정에서, 서로 과실 떠넘기기, 혹은 반대로 영역 침해라면서 갈등이 격화할 소지마저 다분히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자들은 이에 대해, 공통의 목적을 분명히 설정해 주고, 일단 과제들을 단기와 소량으로 잘게 나누어, 매 단계마다 인센티브를 성과자(팀)에게 분명히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 잠재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제언합니다. 다른 이들도 아니고 바로 "그로스 해킹"의 이론적, 실제적 창안자들이 이런 말을 하니 신뢰가 생기며, 조직 안에서 한번 실천해 보고 싶은 게 사실입니다.

페이스북도 한때는 일개 스타트업이었던 만큼 당연히 이런 "그로스해킹"을 거쳐 오늘날 세계의 총아 자리에 섰던 것입니다(물론 그로스해킹이라는 말 자체는 없었고 그들 역시 정확히 무엇을 하는 중인지, 마케팅 면에서 종래의 방식과 그들이 진행하는 신 기법 사이에 차이가 나는지 인식도 없었겠습니다만). 이렇게 하면 안 되더라, 반대로 과거에는 이런 방식이 잘 먹혔었다 같은 "구전 전통"은 언제나 어느 조직에나 널리 퍼져 있게 마련입니다. 이런 전통에 근거한 조직 관성 역시 직원들을 확고히 장악하는 무형의 힘이며, 이런 관성에 저항하면 "민심(?)"이 이반하는 광경도 흔히 보고, 사장에 대한 신뢰나 충성도까지 하락합니다. 저자들은 이런 경우, "데이터의 힘"으로 사원들을 설득하고 조정할 것을 강력히 충고합니다.

재구매율, 사용자 재방문 실적은 과연 내(회사의) 아이템이 제 자리를 잡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그로스 해킹"은 소비자 개개인과 소통하여 자신의 웨어(ware)를 머스트 해브로 확실히, 감성적으로, 생리적으로 소비자 개인에게 각인시켜야 그게 성공입니다. 스타트업뿐 아니라 과거에도, 성공하는 기업, 될성부를 나무는 그 유지율이 남들보다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하는 데서 그 싹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스타트업이라면 더군다나, 열성적인 소비자들이 피드백 남겨주고 재구매해 주는 그 열의와 빈도를 통해, 그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개인의 일상이건 조직 안에서의 성과이건 가장 힘든 게 스스로의 자취와 업무에 대해 "평가"를 내리는 방식과 과정입니다. 그로스 해킹 방식은 종전의 거대 미디어 의존 패턴과 달리 고객과 직접 소통을 중시하므로, 이런 자기 평정이 어떻게 객관적으로 이뤄지는지가 무척 중요합니다. 저자들은 ICE 방식, PIE 방식을 각각 예로 들며, 나와 나의 동료들에 대해 냉혹하면서도 정확한 "점수 매기기"가 반드시 뒤따라줘야, 이 열정과 정성(情誠)으로 무형화, 정성(定性)화한 새로운 방식이 과연 원활히 작동하는지 온당한 판단이 가능하다고 충고합니다.

현대인은 기계의 부품이 되기를 거부하는 주체적 인간형입니다. 영혼 없이 판에 박힌 구호를 외치기보다, 내 마음에 깃든 정직한 메시지를 타인과 나누고 소통, 공감하고 싶습니다. 제품과 서비스의 탄생 과정에서부터 일개 평직원인 내가 부모처럼 개입하고, 이거 괜찮다고 입소문을 내며 더 많은 이들과 원활히 교류하는 과정에서, 어쩌면 신나는 일꾼 되기, 진정한 자아 완성도 꾀할 수 있지 않을까요? 돈도 적게 들고 직원들도 신나게 만드는 이런 혁신 마케팅이야말로 직장과 사회 전체에 활기를 부여하는 상생의 일처리 방식 같습니다. 회사 다니기에 재미가 나야 하고, 그저 물건 사는 게 돈 깨지는 괴로운 출혈이 안 되게 소비자도 뭔가 흥이 나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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