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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탐험의 숨은 영웅 톰 크린 | My Reviews & etc 2017-03-3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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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위대한 탐험의 숨은 영웅 톰 크린

마이클 스미스 저/서영조 역
지혜로울자유 | 2017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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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크린은 남극대륙에 세 번이나 발을 디디고 탐험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실존 인물입니다. 우리가 아문센, 난센 등 노르웨이 탐험가, 프레더릭 쿡이나 로버트 피어리 같은 미국 탐험가, 그리고 로버트 스콧이라든가 (몇 년 전 한국에서도 그를 다룬 책들이 큰 인기를 끈) 어니스트 섀클턴 같은 위인들은 잘 알지만, 이 톰 크린에 대해선 아는 이들이 거의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콜럼버스나 마젤란 처럼 선장이나 탐험대장에게 모든 모험, 기획의 공이 돌아가는 게 보통이며, 그 조직에 속한 평대원들에까지 일일이 개별 공헌이 기억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그 대표자, 리더, 1등 주자만을 주목하려 드는 우리 대중들의 속물 심리도 반성이 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톰 크린은 우리 한국에서야 그 이름을 아는 이가 거의 없고, 있다 해도 음지에서 고생만 하고 아무 지명도도 얻지 못한 인물 정도로 정리됩니다만, 본고장 영국에서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 이 책에도 나오듯이 1차 남극 탐험대를 조직하고, 디스커버리(대형 탐험선) 호를 지휘한(직접 탑승, 참여는 하지 않았습니다) 마캄 경 같은 이는, "웰링턴 공작처럼 생긴 그의 훤칠한 외모, 당당한 체구와 매너가 누구에게나 인상적일 것이다." 같은 평가를 할 만큼, 영국의 당대인들에게는 시원시원한 스타일이라든가 잘생긴 얼굴(당시 기준)으로 꽤 유명했었나 봅니다.

이 책은, 20세기 초에 주로 활동한, 지금 감각으로는 꽤 오래 전 인물로 느낄 (스콧이나 피어리, 아문센 같은 이들만큼이나) 법한 이 톰 크린의 외모를 담은 꽤 선명하고 잘 찍힌 사진을 다수 담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눈에는 잘생긴 인물이라기보다, 뭔가 드라마틱하고 자신만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꽤 농도 짙은 사연과 입체적 인격을 지닌 타입으로 보입니다. 이 책은 톰 크린을 담은 사진에 대해 그 출처를 SPRI로 일일이 밝히는데, 이런 약칭을 가진 단체는 캠브리지 대학 부설 "스콧 극지방 연구소"를 가리킵니다. 

(작성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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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꿰뚫는 전쟁사도감 | My Reviews & etc 2017-03-3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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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도로 읽는다 한눈에 꿰뚫는 전쟁사도감

조지무쇼 저/안정미 역
이다미디어 | 2017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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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일이지만 인류 역사의 가장 결정적인 고비는 지난 과거만 돌이켜볼 때 대부분 전쟁을 통해 맞이한 게 사실입니다. 평생을 전쟁터에서 잔뼈가 굵은 명장들도 "가장 비싼 비즈니스가 전쟁이며, 전쟁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무익하고 무의미한 야만"이라며 입을 모읍니다. 앞으로 교육과 계몽을 통해 인간 정신이 더욱 순화되면 분명 시스템적으로 더 나은 해결책을 찾고, 또 그런 평화적인 수단에 의거해서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겠고, 어쩌면 과거의 어리석음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쟁사는 치열한 연구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쟁사는 꼭 사관학교나 기타 체계적 무력행사를 본분으로 삼는 군대, 교전단체에서만 연구하는 건 아니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 치의 영역이라도 더 개척하려 드는 기업 경영자라든가 외교무대에서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는 외교관들도 즐겨 탐구하는 테마입니다. 물론 우리 평범한 독자들도, 생사를 건 결전에서 교전 당사자 어느 쪽이 어느 시점에서 묘수를 두었다거나, 혹은 반대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 대국(大局)의 향방이 바뀌었는지 큰 관심을 갖고 파고드는 테마이기도 합니다. 이런 주제를 다룬 책은 무엇보다 깔끔한 지도, 그 중에서도 예리하고 날카로운 편집이 이뤄진 전황도의 수록이 필수 미덕입니다. 이 책에 실린 지도는 한 폭 한 폭이 다 참신하고 새로운 도구라곤 할 수 없어도, 특히 초심자들에게 광범위한 시야를 제공하는, 요령 있는 디자인이 돋보입니다.



책 제목이 "도감"이긴 해도 텍스트의 비중이 적지 않습니다. 인류 역사의 거대 방향을 가른 굵직굵직한 전쟁 33건을 선정하여, 대체로 중립적이긴 하나 저자의 관점이 어느 정도는 반영된 설명이 베풀어진 후, 관련 지도 네다섯 컷(모두 천연색도입니다)과 삽화, 자료 등의 컬러 사진 몇 점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관점은 대개 중립적이고 건조하며, 분위기를 경쾌하게 이끌어가려는 듯 약간의 장난스런 표현이 가미되었지만 초보자들이 접하기에는 무난한 편입니다.

칸나에의 전투, 이후의 자마의 결전 등은 고대 지중해의 패권을 놓고 도시국가 vs 해양 세력의 결전에서 전자가 승리한 역사적 분기점입니다. 사실 저는 읽으면서 저자 특유의 "경쾌한 편집 태도(그래픽 도안 포함)" 이면에, 어떤... 뭐랄까 컴퓨터 게임 애호가들의 시선을 다소 의식한 듯한, 전황의 "포인트", 양 진영의 장점과 단점, 승리의 비결 분석 등등의 나열이 눈에 띄었습니다. 물론 전쟁사 지식을 요점만 추려 머리 속에 정리한다면 다양한 게임에 요긴히 응용할 수 있겠지만, 용도가 그런 쪽에만 한정되지는 않을 겁니다. 여태 깐깐하고 기품 있는 고급 텍스트 위주로 독서해 온 이들에게 이런 "실용적인" 편집이 큰 호감을 못 부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한니발과 스키피오 두 명장의 역사적 대회전에 대해 전혀 선지식을 못 쌓은 독자들에게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지식을 섭취할 수 있는 매력적인 통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십자군 전쟁에 대해선 "겉으로 내건 명분과 실제 목표가 따로 논 추악한 전쟁"이라는 현대적 관점을 대부분 수용한 서술입니다. 그러면서도 이슬람 진영 내부에 종족, 민족을 우선시한 불협화음이 존재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이는 라틴 인 위주의 십자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흔한 관점대로 "두 유일신교의 항쟁"이란 프레임으로만 분석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며 제법 날카로운 정리도 시도합니다. 이슬람과 기독교가 같은 아브라함 신조 계열임은 사실이지만, 두 종교가 "유대교"로부터 분리되어 나왔다는 서술은 자칫 오해를 부를 수도 있겠습니다.



몽골의 진출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세계사적 사건이고, 특히 그 대대적인 향방이 주로 군사적 팩터에 의존한 패턴이었으므로 당연히 이런 류의 책에서 비중 있게 다뤄져야 하고, 이 책도 그런 스탠스입니다. 명장, 명전술가가 여럿 등장한 국면이지만 특히 이 책은 수부타이 장군에 초점을 맞춰 부각합니다. 발슈타트(직전 명칭은 레그니차) 전투 서술에서 저자(들)은 이 이름이 "시체의 땅"이란 어원을 가짐을 특히 지도 중에서 언급합니다. 발슈타트 전투(뿐 아니라 몽골이 대승을 거둔 어느 전역에서라도) 그 참상을 떠올릴 때 그런 이름이 붙고도 남을 이유가 물론 있겠습니다만, 독일어를 좀 하시는 분들은 도대체 Wahl과 Statt 어느 부분에 "시체"와 "땅"이란 뜻이 깃들었는지 의아해할 수 있습니다. 혹시 일본 호사가들 사이에 떠도는 오래된 틀린 속설이 아닐지 의심하는 분도 봤는데요.

결론적으로 이 정보는 틀린 게 아닙니다. 게르만 고어(古語) Wa(a)l에는 "전쟁, 시체" 등의 뜻이 담겨 있고, 저 Wahl은 현대어처럼 "선거" 같은 뜻이 아니라 모습과 뜻이 변한 과거의 잔재입니다. Statt를 놓고 국내 인터넷 어느 정보는 "도시"라고 써 놓았던데,
Staat: 국가
Stadt: 도시
Statt: (명사로 쓰일 때) 지역(문어투)
이렇게 다 쓰임이 다릅니다. 발슈타트라고 할 때는 위 중 세번째에 해당함은 더 강조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하나 덧붙일 건, 최근의 독어학자들 사이에선 고어근 Wal에 대해 과연 저런 뜻을 지녔었는지 더 이상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한때 "프로이센" 국명을 놓고도 v(러시아어에서 "~로" 등 방향을 지시하는 전치사. "브나로드" 등의 예처럼)+러시아 라는 설이 유력했는데("러시아 쪽에 있는 나라", 이게 사실이라면 참 맥빠지는 어원이죠) 요즘은 이 설이 완전히 폐기되고 고 부족 "프루사"의 이름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벨지움, 벨기에의 어원인 "벨기카"라든가, 네덜란드의 옛 명칭 "바타비아" 등도 다 그 땅에 살던 선주민 부족명에서 온 것처럼 말입니다.



그냥 저 개인적으로 요즘 미국 독립전쟁사에 관심이 좀 있는 편인데요, 이 책은 식민지 초기 13주의 형세를 잘 잡아낸 지도를 싣고 있어서 보기에 반가웠습니다. 바로 뒤의 챕터에 실린 남북 전쟁 관련 지도도, 어느 대목에서 전쟁의 성패가 갈렸는지 인포그래픽 테크닉으로 깔끔히 잡아낸 설명이 돋보였습니다.



일본인들로서도 별로 자랑스럽지 않을, 뤼순 일대에서 육군을 지휘한 노기 마레스케의 엄청난 삽질이 특히 유명한 러일 전쟁의 요약 설명이 잘 담겨진 편입니다.

책은 전체 5부로 이뤄져 있는데, 제5부는 2차대전 종전 후의 사건들(총 8건)로만 따로 엮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이 중 한 꼭지는 911테러, 한 꼭지는 (비판적 의도에서) 이라크 전쟁에 할애했습니다. 4부와 5부에 실린 유럽지도 대부분이 (아주 희미하게) 오데르-나이세 선 등 현대 국경도 표시하는데, 이는 메인 라인이 당대 국경, 은선이 현대 국경, 이런 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대조시키려는 편집 의도로 보이므로 저는 오히려 평가를 해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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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in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고급 | My Reviews & etc 2017-03-2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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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기적 in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고급

이종학,윤슬 공저
영진닷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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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현재 일종의 공인자격처럼 통용되는 것 같습니다. 공무원 시험, 교원임용고시 응시에 이 시험의 취득 급수가 요구되며, 그 외에도 역사에 대해 관심 높은 분들이 실력의 객관적 증명이나 자기 만족 등을 위해 많이들 응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 제가 이 책을 받아들었을 때 깨끗한 백상지 인쇄라든가 풍부한 도판, 수험생(?)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한 예쁜 편집 때문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책으로 공부하면 머리에 안 들어올 지식이 없을 것도 같네요.

이 시험은 난이도별로 고급, 중급, 초급으로 구분되어 출제, 시행되는데 응시료가 시험마다 다릅니다. 이 책은 그 중 "고급" 레벨 대비 수험서입니다. 고급형에 출제될 만한 세부 암기 사항이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있고, 본문 학습 후에는 기출 문제를 통해 자기 실력을 체크할 수 있는 구성입니다.

본책(1권)은 기본 사항 정리 + 기출문제 로 채워져 있습니다. 1권의 기출문제 해설과 정답은 문제 바로 밑에 제시되었습니다. 2권은 문제집인데 3회분 실전 모의고사(저자분들이 작성, 출제) + 기출문제 중 1권에서 못 다룬 문제들 엄선한 1회분, 이런 구성입니다(인터넷 서점의 책 소개가 자세하지 않아서 여기 써 두겠습니다). 3권은 휴대하면서 수시로 참고할 수 있는 포켓북인데 사이즈는 문고판 정도입니다. 1, 2권 본책은 A4 사이즈입니다.



06번 문제를 보면 지문에 손병희 선생이 나오는데 이분은 3. 1운동 연관하여 투옥되고 출옥 후 서거(고문 후유증)하셨으므로 이후의 큰 규모 만세운동에 관여될 수는 없습니다. 지문 중의 "4월 2일" 부분은 단서가 될 수도 있고 3. 1운동이 장기간 지속되었음을 모르는 학습자라면 오히려 함정에 빠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선택지 중 ③은 1910년대 내내 언론기관이 어용화되었고, 조선, 동아 등 민족지는 1920년에 창간되었으므로 사실이 아닙니다. 3. 1 운동의 성과 중 하나로 총독부의 소위 문화정책을 들기도 하고(기만술이지만),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이들 양대 신문(외 여러 매체)이 창간되었으므로 이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⑤는 모르는 분이 없을 테고, ④는 일부 강사 해설을 통해 "광주 학생 운동" 관련으로 널리 알려진 것 같으나 1920년대 전반에 전개된 "민립 대학 설립 운동"과도 연계가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07번 문제에서 ④와 ②는 1930년대에 시행된 총독부의 민족 말살 정책과 관련 있습니다. ⑤ 역시 1930년대에 대대적으로 전개된 관제 농촌 운동인데, 이로 인해 계급 모순과 봉건적 착취, 차별이 더욱 심화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③은 1910년대에 시행되었고 아주 고난도 문제에서는 정확한 연대까지 다 외워야 순서나열이 정확하게 가능한데, 고급을 처음 푸시는 분들에게는 이게 부담이 되므로, 처음에는 10년대, 20년대, 30년대 하는 식으로 맵만 머리 속에 찍어 놓고 차차 구체화해 나가는 게 좋겠습니다.



08번 보시면 웬만큼 공부한 분들은 저게 연해주라는 정도는 감이 오겠습니다. 연해주에서 沿(연)자는 물가 연 자 입니다. 바다 해(海)는 물론 동해를 가리킵니다. 비록 인접해 있어도 국가 간의 경계가 엄존하는 지역은 통치 구조와 정치적 분위기가 엄연히 다르므로, 지도에서 ②가 답임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계속 문제를 풀면서 이 서평을 채워 나가겠습니다. 저는 생전 처음으로 이번 5월달에 이 시험 고급 레벨에 응시한 후, 6월에 성적표가 나오면 블로그와 카페에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검증하려면 저처럼 다른 참고서를 전혀 공부한 적 없는 독자라야 확실히 그 순 효과를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간만에 공인 시험 친다고 생각하니 좀 설레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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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비밀, 수학개념노트 수학1+수학2 통합본 | My Reviews & etc 2017-03-2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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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만의 비밀, 수학개념노트 수학1+수학2 통합본

고희권,이규영,한성필 공저
쏠티북스 | 2017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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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수학을 공부할 때 많은 아이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게 의외로 공식 암기입니다. 응용 문제가 어렵지 그깟 공식 외우는 게 뭐가 어렵냐고 하는 분들은, 그렇게 아이들의 고충을 몰라 주는 태도가 애들을 더욱 학습상의 궁지로 몰아넣는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공식은 그냥 외우면 되지 않냐는 쪽이지만, 이런 태도를 부모로부터 접한 아이들은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도 더 어려워하게 되고, 아직 감수성이 예민한 시절 괜한 강박감, 중압감부터 안고 갈 수 있습니다. 중압감이 먼저 마음에 깔리면 이후 문제를 자기 힘으로 풀어도 중압감과 상쇄하느라 쾌감이 남지를 못하고, 이런 까닭에 수학에 흥미를 전혀 못 붙입니다. 그래서 수학 공부는 먼저 개념과 공식을 자기 주도로 신나게 공부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깔끔하고 친절하게 개념만 쏙 뽑아서 예쁘게 정리했다는 게 가장 좋았습니다. 개념만 앙상하게 정리된 게 아니라, 암기 비법, 공식이 왜 그런 과정으로 유도되었는지에 대한 친절한 설명까지 함께 실린 점이 또 좋았습니다.

여길 보면 함수의 그래프 그리기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평행이동, 대칭이동 그리기 요령이 나옵니다. 설명만 들으면 정말 쉬운데, 수능에서 고난도 응용 문제가 나오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손도 못 대고 그만둡니다. 신 모 유명 강사가 전국적 유명세를 탄 게, 로그함수의 평행 이동 문제를 알기 쉽게 설명한 동영상 덕분이었다고도 하죠. 이 책의 평행이동, 대칭이동은 제가 여태 본 중 가장 깔끔하고, 깔끔할 뿐 아니라 실전 응용이 가능한, 책임감 있는 설명이었습니다.

그 아래 보시면 다른 참고서에 잘 안 나오는, 확대, 축소 방법도 예와 함께 설명됩니다. 확대, 축소는 삼각함수 그래프 관련(주기 관련) 응용문제에서 번잡한 문제 풀이 과정을 확 뛰어넘는 중요한 포인트이므로 잘 공부해 줘야 합니다.


오른쪽 페이지에 보면 구간을 정해 두고 어떤 모양이 반복되거나, 구간별로 각각 다른 모양(방정식)이 나온 후 무한반복시키는 기초 유형이 잘 나옵니다. 이런 걸 여기서 확실히 배워 둬야 고난도 문제를 안 틀립니다. 문제 풀 때는 "이거 내가 전에 배웠던 무슨 공식, 개념을 응용하는 거구나."라고 확신이 들어야, "하 이건 문제 풀 때마다 방법이 다 달라!"같은 절망감을 안 느끼고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습니다.



절댓값은 벗겨야 한다! 진리이지만 왜, 어떻게 벗겨야 하냐를 잘 모릅니다. 이 책은 일반원칙을 예와 함께 잘 정리해 줘서, 절댓값 기호만 봐도 공포감을 느끼는 애들한테 많은 도움이 되게 해 놓았습니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이런 유형, 공식, 개념을 미리 공부한다, 미리 공부해 두면 풀 수 있다, 요걸 애들에게 확신, 안심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 주도 학습이 가능하고 혼자서 신나게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수학 공부를 못하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대부분은 방법이 잘못되어서인데, 개념을 외워도 이상하게, 응용이 안 되게 외우면 첨부터 안 외운 거나 결과가 같습니다. 한성필 선생님은 이런 고충을 이해하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과정을 머리 속에 이해하면서 공식을 정리하라고 가르쳐 줍니다. 진도 빨리 빼야 한다는 생각에 괜히 서두르면, 자기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내용도 날림으로 대충 남아서, 한 번 볼 걸 세 번 네 번 봐도 이해 못 하게 됩니다.

집합 못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은데, 무엇이 딴 걸 포함하고 무엇이 딴 것에 포함되는지 정확히 개념을 안 잡으면 이런 쉬운 것도 틀리게 됩니다. 대충 거의 다 풀었는데 틀리는 것과, 아예 손도 못 대고 틀리는 건 점수는 똑같이 나옵니다. 이 책은, 집합 같은 쉬운 것도 허술하게 빠져나갈 구멍이 없이 촘촘하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 개념 정리할 때 참 좋겠다 싶었습니다.



집합과 함께 알아둬야 하는 게, 새 교육과정에 추가된 명제 단원입니다. 사실 명제는 예전 수능때도 그 개념이랄까 구조를 정확히 알아야, 반례를 들어도 바르게 들 수 있고, 합답형 문제를 출제자 의도에 맞게 풀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학교에서 가르치지만 않았을 뿐 시험 범위에 들어간 거나 마찬가지였죠. 이 책은 저자분들이 기초부터 확실히, 체계적으로 설명을 해 주셔서, 그냥 외우는 식으로 넘어갔던 학생들이 "그게 그런 뜻이었구나?"하고 느낌이 올 것 같네요.

필요조건은 큰 집합이고, 충분조건은 작은 집합입니다. 이렇게 보면 하나도 안 어려운데, 말이 어렵다 보니까 애들이 맨날 틀립니다. 저자들께선 안 헷갈리게 귀에 쏙 들어오는 암기법을 잘 적어 놓고 계시며, 사실 이거는 대학에서 인문 교양 수업을 배우면 이름이 왜 그런지 이유가 분명히 제시됩니다. 하지만 지금은 쓸데없이 애들 괴롭히는 말장난처럼 들리죠. 이 고비를 잘 넘긴 애들은 대학생 되어서 여유 있게 "왜 그런지"를 남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멋진 인재가 됩니다.



우리 교과서는 좀 이상한 게, 고교 교과서에서 안 다루던 걸 초등, 중학교 과정에 나와 있다는 이유로 수능 혹은 고1 고2 모평에 그대로 출제하곤 했습니다. 당장 배우는 교과서에 안 나오는 걸 셤에 내기 때문에, 쓸데없이 사교육도 해야 하고 학원 부교재가 괜히 의미를 가지고 그랬죠. 이 책은 개편된 교육 과정에 맞춰서 평면 도형을 다시 상세히 다뤄 줘서 좋습니다. 특히, 외심과 내심 모르는 애들이 뭐가 외심인지 내심인지 구별할 수 있는 암기방법까지 가르쳐 줘서 좋았습니다.


본문에서 중요한 개념 설명을 손으로 베껴 쓰게 하고, 그 내용을 "나만의 암기 노트(책 안에 포함됩니다)"에 다시 정리해 넣게 했습니다. 이렇게 시켜서 스스로 재미를 붙이게 해야 능동적인 공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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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France - Gertrude Stein | My Reviews & etc 2017-03-2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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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수입양서]Paris France

Stein, Gertrude/ Gopnik, Adam (INT)
Liveright Publishing Corporation | 201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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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프 14기 30주차에 리뷰한 <Three Lives>, 그 외 무수히 많은 중요 저작, 문예를 남긴 거트루드 스타인 여사의 회고록입니다. 여사는 유복한 유대인 중산층 가문에서 태어나 10대 시절을 유럽에서 교육받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배경을 가졌음은 지난 서평에서도 언급했는데요. 이 책은 그 중에서도 프랑스에서 길게 머문, 여사가 각별히 애정을 품었던 시절에 대한 기억을 주로 다뤘습니다. 회고록이라곤 하지만 진술이나 묘사가 꼭 시간순으로 이뤄지지도 않았고, 그 전에 어떤 사실에 대한 진술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느낌, 연상, 인문적 귀납 위주로 쓰여진 책이라서 독자에게(최소한 저에게)는 회고록이란 인상이 안 생깁니다. 프랑스 철학자들이 발표하곤 하는 중수필, 에세이, 혹은 철학-인문 주제 담론집처럼 보입니다.

책 제목에 Paris와 France 사이에는 보통이라면 콤머가 들어가야 표준적인 표기겠습니다만 어떤 이유에선지 문장 부호가 생략되어 있습니다. 제 나름대로 생각한 건 저렇게 적음으로 해서 "파리"와 "프랑스" 사이에 위계가 없어지고, "파리다운 게 곧 프랑스스러움"이란 여사의 관점이 더 분명히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아울러, "프랑스(의) 파리"라는 지리적, 주소적 성격이 옅어지고, 인문 토픽으로서의 추상성, 보편성이 더 부각되는 효과도 낳습니다. 실제로 이 회고록은 "프랑스적인 삶의 양식, 프랑스인들의 영혼에 깃든 독특하고 고유한 빛깔"을 무척 강조하고, 파고들고, 그에 대해 품은 자신의 애정, 자신만 알아볼 수 있는 매력과 영원성을 몽환적인 필치 속에 잘 담아냅니다. 그렇다고 "프랑스 예찬론"으로 보기에는 작가 자신의 시그니처, 개인화가 뚜렷하게 스며 있어, 역시 회고록, 회상록임은 또 분명하다 싶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재미있는 점은 (지난 30주차 서평에서도 언급했지만) 스타인 여사 자신이 선두주자이기도 했던 이른바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여졌다는 사실입니다. 프랑스는 여사 개인의 의식 속에서 특별한 생명, 존재감, 맥락, 연대기를 갖는 살아숨쉬는 존재이며(사실 정확하게는 "프랑스"가 아니라 "프렌치"인데, 이걸 우리말로 쓰려니까 어법 때문에 좀 거슬려서 "프랑스"라고 했습니다), 프랑스적인 생활 양식 하나하나를 존재와 실존에 고루 녹여낸 생명들, 즉 프랑스인들은 그런 프랑스스러움의 전체와 부분을 이루는 경이롭고 사랑스러운 예증이라고 여사는 선명히 언표합니다. 프랑스가 살아낸 20세기에 대해 여사는 특히 초점을 맞추는데, 아직은 서투르지만 역사와 정치와 일상에서 활기를 내뿜는 시기를 유년, 전쟁으로 큰 시련을 치른 시기를 청년, 모든 고난과 위험을 겪고 안정을 되찾는 장년, 이런 식으로 프랑스가 살아낸 시기(세기)와 공간을 의인화합니다.

"전쟁"이 이 회고록 중에 자주 언급됩니다. 이 "전쟁"은 특히나 그녀가 어떤 이상(ideal)으로 간주하는 "프랑스스러움, 혹은 프랑스인 전체"에 대한 큰 시련이자 오염, 방해 요소입니다. 프랑스적인 모든 우아하고 포용적이고, 평화롭고, (이게 중요한데요) "인간적이고 문명화한(그녀는 french= civilized의 등식을 매우 강조합니다)" 삶의 방식을, 이 전쟁이란 질병, 달갑지 않은 불청객이 계속 위협한다는 거죠. 스타인 여사와 직접 관계는 없습니다만 프랭클린 루스벨트(스타인 여사보다 몇 살 아래입니다)도 어린 시절 유럽, 그 중에서도 독일에 장기 체류한 적 있는데, 스타인 여사가 자신이 머물며 감수성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을 준 프랑스에 대해 끝없는 애정을 표현하는 것과 달리, 루스벨트는 성인이 되어서도 "야만적이고 비민주적"이라며 특히 경멸감을 드러냈습니다. 어린 시절에 접촉했다고 다 친밀감이 형성되는 게 절대 아니라는 좋은 사례이죠. 그 시점에서 프랑스가 독일보다 전반적으로 우수한 문화를 일궜던 이유 아니겠냐고 하면, 오히려 독일의 우수한 과학, 철학적 여건을 칭송하는 진술도 있어서(이 경우는 영국인이었는데도) 일률적으로 뭐라 단정할 건 아닙니다.

"전쟁"은 구체적으로 무슨 전쟁을 가리키는가. 일단 스타인 여사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프랑스풍 인문 토픽에서 어떤 특정화, 개별화를 시도하는  건 그 주류 정신, 방법론에 역행합니다. 전쟁은 여사 말 그대로 "프랑스가 겪은" 범위 안에서 "추상적인 전쟁"으로 보는 게 타당하며, 히틀러가 일으킨 2차 대전이라기보다 보불전쟁과 1차 세계 대전의 모호한 혼합체로 파악하는 게 맞겠습니다. 정답이 있다면 "전형적인 프랑스인들이 겪은 시련과 성장의 계기가 된, 재구성되고 편집된 어떤 전쟁" 정도가 맞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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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Mamet's two plays | My Reviews & etc 2017-03-2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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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수입양서]Sexual Perversity in Chicago and the Duck Variations: Two Plays

Mamet, David
Grove Press | 1994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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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몬트(주)와 시애틀(시)이라면 미국 영토의 대서양과 태평양 두 끝에 위치한 고장입니다. 고다드 컬리지는 이 두 지역에 캠퍼스를 다 갖고 있는 좀 특이한 조건의 교육 시설인데요. 이 학교가 배출한 가장 유명한, 또 뚜렷한 성취를 남긴 졸업생이라면 극작가 데이빗 매밋을 들 수 있습니다. 아주 다재다능한 분이라서, 브라이언 드 팔마의 스타일리시한 갱스터물 <언터처블>이라든가, 리들리 스콧의 <한니발> 등에서 각본 작업을 맡은 걸로 (뒤의 영화는 토머스 해리스 원작)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독창적이고 대담한 희곡, 뮤지컬 대본을 1970년대부터 꾸준히 집필하여 공연예술계의 창작 섹터 거물로 일찌감치 평판을 쌓은 분이죠.

어떻게 보면 고다드 컬리지가 이런 실력 있는 문인, 예술가를 길러내었다기보다, 예술분야 인재 양성이 아직은 일천했던 이 학교의 명성을 이런 훌륭한 선배가 개척했다고 보는 게 더 맞겠습니다. 이 학교의 이름이 다소 특이하기 때문에 혹시 프랑스의 레전드 연출자 장 뤽 고다르와 무슨 관계가 있지 않나 착각할 수 있지만, 전혀 아닙니다. 일단 이 학교 명칭의 "고다드"는 d가 두 개이고, 그 프랑스인은 철자에 d가 하나만 들어 있습니다. 또 이 고다드 컬리지는 설립된 지 꽤 오래된, 본래 기독교 만인구원 교단 계열 신학교로 시작된 시설인데, 이후 미미하게 명맥만 유지하다 예술교육학부, 대학원, 기타 인문학부가 연이어 설치되면서 다시 활기를 찾은 경우입니다. 부흥기를 맞이할 무렵 장 뤽 고다르가 10대 시절이니 전혀 무관하죠. 어원으로만 보면 "용감한 신"이라는 뜻이므로 두 이름은 서로 통하긴 합니다만.

제가 책프용으로 요 몇 달 동안 책을 읽으면서 그 상당수 저자가 유대인들인데, 일부러 고른 건 아니고 제목이 끌리는 대로 골라 본 결과가 이렇게 나옵니다. 데이빗 매밋도 중산층 유대인 집안 출신인데 요즘이야 역으로 유대인들이 특권적인 위치로 미국 사회에서 올라섰다곤 하지만, 이분의 부모 대에만 해도 소수인종처럼 차별받던 처지였습니다. 비트 제너레이션의 기수 앨런 긴즈버그만 해도 마냥 우호적이지 않던 분위기에서 청년기를 보냈음이 본인의 육성, 작품, 그리고 그를 다룬 여러 문예와 영상물에서 고루 나타나죠. 이 데이빗 매밋은 거의 긴즈버그의 자식세대이므로 그 사조에 속한 분은 아니고, 그보다는 훨씬 경쾌하고 덜 심각한 풍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개척한 작가이자 종합예술분야의 크리에이터입니다.

배경은 시카고인데 바로 지난주에 리뷰한 햄린 갈런드도 시카고에서 부인과 문인 동료들을 만나 유익한 교유를 이뤘지만, 이 데이빗 매밋은 출생지부터가 시카고인 작가입니다. 그가 나고자란 고장이 배경이라서 이 작품에는 시카고인들끼리만 통하는 묘한 비속어, 농담, 장난어린 말투가 자주 등장하고 이 비속어의 매력이 타 지역 거주 미국인 독자, 청중에까지 두루 어필해서 연극이 큰 히트를 치게 되었습니다. 물론 등장인물 4인이 아주 경박하게, 그러면서도 현대 도시인들의 아픈 곳 가려운 곳 기분 좋은 감정상의 스팟을 고루 건드려주는 주제의식을 신나게 떠들어대는 재미 역시 흥행 성공의 비결이었습니다.

별 비전도 없고 그렇다고 육체적으로 고달플 것도 없는 그저그런 직장에서 청춘의 황금기가 저물어감을 아쉬워하는 네 남녀는, 막연한 호감 반 진심 반 정도의 동기로 이성 동료에게 접근하고 동거를 시도합니다. 모든 게 잘 맞는 듯 보였으나 왠지 더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이상한 위화감이 밀려 오는 통에, 이들은 이른바 "fear of intimacy" 단계에서 더 이상의 진전을 멈추고 원위치로 후퇴합니다. 결론은 역시 "남녀가 친해진다는 게 뭔지, 동성끼리는 어느 선까지만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찌질하면서도 심각한 회의, 불평, 타협의 과정을 들춰내는 쪽입니다. 이 희곡은 브로드웨이에서 쟁쟁한 배우들에 의해 여러 번 상연되었고 그때마다 큰 호응을 받았으며, 아직 무명이던 시절 맡은 배역의 나이와 비슷했던 데미 무어 주연 버전으로 꽤 오래 전 영화화한 적 있습니다만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죠.


뒤의 작품은 특히 "오프 브로드웨이" 운동이 한창 활기를 띨 무렵 그 정신(상업화 탈피, 소극장 공연 지향)을 대변할 만하다고 평가 받습니다. 안면 없는 두 시민이 공원 벤치에서 나누는 무의미하고 산만한 대화가 결국은 연못 위를 유영하는 오리떼에 대한 멍한 시선으로 귀결하는 모습을 보며, 현대인의 공허한 루틴과 길들여진 취향에 대한 씁쓸한 풍자를 시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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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의 내부담화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7-03-2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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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윈의 내부담화

알리바바 그룹 저/송은진 역
스타리치북스 | 2017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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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의 성공담을 다룬 책은 여태 (이건희책, 삼성책, 손정의책 만큼이나)많이 나왔습니다만 이 책은 제가 볼 때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다릅니다. 첫째 마윈이 그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담화, 방담이라는 점에서 매우 솔직하다, 두번째 2017년 현재 시점에서 알리바바와 그 CEO 마윈의 최신 상황을 (비록 간접적이지만) 반영했다는 점에서 최신 업데이트 버전이다, 이 두 가지가 이 책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독자로서 저는 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물론 아무리 "내부담화"용으로 작성, 표현되었다고 해도 이렇게 대외용으로 출판된 이상 그에는 윤색도 있고 가공도 끼어들게 마련입니다. 또 아무리 최신시점의 사정이 다뤄졌다 한들 출간시점과 독자가 실제로 텍스트를 접하는 시점 사이에는 또 간극이 생기게 되어 있죠. 그렇다손 쳐도 책을 직접 읽어 본 독자는 알 수 있지만 이런 형식과 내용에는 현장에서 마윈의 육성을 듣는 듯 묘한 박진감과 솔직함이 그대로 담겨져 있습니다. 다른 근거를 번거롭게 대기보다, 서점에서 한번 책을 펼쳐 내용의 일부라도 확인해 보길 권하고 싶습니다. 알리바바는 아무리 잘나간다고 해도 여전히 뭔가 좀 아닌 것 같고 엄청난 몸빵의 대륙 내수 시장의 거품이 빠지면 한순간에 몰락할 듯 허술해 보이지만(책에 이런 표현이 직접 나오지는 않아도, 마윈 회장 역시 그런 우리들 일반의 시각과 이미지를 자신도 안다고나 하듯 비슷한 셀프 디스를 책 중에서 실제로 합니다) 가면 갈수록 번창하는 게 지금 우리 눈으로 직접 보듯 객관적 현실이기도 합니다.

책 중에서(사실 이 책 출간보다 앞선 시점에 현장 연설을 통해 한 말이지만) 마윈은 지금 최고로 잘나가는 알리바바의 성공을 자기 직원들 앞에서 엄청 뽐냅니다. 뽐낼 만한 사람이 뽐내는 건 밉게 볼 게 아니라 당연한 존경과 찬사가 바쳐져야 하며, 성공도 이만저만 큰 성공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각별한, 합당한 경의를 보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은 우리가 잘 알듯, 싸구려 제조업의 엄청난 가동, 활황으로 경제 대국 반열(총생산 기준)에 오른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성공한 기업가의 대표랄까 특급 스타가 제조업 분야에서 부각되는 게 아니라(있긴 있으며, 우리 생각보다 숫자도 많고 성취의 질도 높습니다만), 이처럼 3차 서비스 산업(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은 이게 안 된다며 지적하곤 하는), 그것도 전자상거래라는 신산업 분야에서 등장했다는 게 이례적입니다. 재작년(햇수로는 2년이 안 됩니다만)에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 상징적인 헐리웃 블록버스터 제작을 주도한 자본이 바로 알리바바입니다. 오프닝 크레딧에 대뜸 한자 로고가 나오는 장면(홍콩영화에서나 보던)에서 격세지감을 느끼는 건 한국 관객들뿐이 아니었을 겁니다.

이렇게 뽐낼 만도 한 마윈 회장이지만, (직원들 앞에서) 실컷 뽐내고 난 후 마 회장이 꺼내는 말이 반전이고 걸작입니다. "여러분들, 알리바바에 다니는 게 자랑스럽지요? 하지만 지금부터 우리가 정신 차려야 합니다. 진짜 시련과 도전은 지금부터 밀려올 겁니다." 이어지는 말은 상당히 충격적인데요. 핵심은 "나나 여러분이나 이처럼이나 큰 성공을 거뒀고 그 성공은 자랑할 만하지만, 우리가 잘나서 이렇게 된 게 아니다! 지금까지 해 오던 방식은 모두 잊어야 하며, 우리를 둘러싼 현실을 냉정히 관찰하고 신속히 정확히 적응하고 연구하는 것만이 살 길이다." 뭐 이 정도입니다.

보통 성공한 사람들이 부자 몸조심하는 차원에서, 또 이미지 제고를 위해 겸손을 가장하는 건 흔히 보는 전략입니다. 그런데 마윈은 그런 전략적 발언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소탈하고 솔직한 고백을 이어가네요. "나는 정말 보잘것없는 사람이다. 별 능력도 없고 머리가 좋지도 않다. 심지어 IT 기술에 대해서도 아는 바 없고 무슨 대화가 심도 있게 이어지면 평가는커녕 내용을 따라가지도 못 한다." 이런 말에 우리 독자가 충격을 받는 건, "에이 그냥 하시는 말씀이겠지"가 아니라, 마윈 같은 인물은 아닌게아니라 정말로 그럴 것 같다는 우리 선입견과 맞아떨어져서입니다. 그는 지식도 학력도 출신도 경력도 보잘것없는 인물이며, 심지어 외모상 사람 눈을 잡아채는 매력조차 부족합니다(그 정도가 아니라 극혐 레벨). 그런데 그런 사람일수록 열등감이라든가 자격지심 때문에 허위 선전이나 사실 왜곡으로 자신의 단점을 감추려 드는 게 보통이고, 실제로도 우리가 주변에서 이런 예를 아주 흔히 보는 게 사실입니다. 아무 아이템도 크리에이티브도 없으면서 꼰대 같은 훈계만 늘어놓으면 뭔가 있어 보이는 듯 착각에 빠져 사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말은 자기 자신에게 먼저 적용한 후에야 남한테 설교를 해도 해야죠.

그런데 마윈은 이처럼 우리의 예상을 비껴가며, 정반대의 진술을 당당하게도 털어놓습니다. 이는 첫째 정말 실상이 그러해서, 괜한 위장이나 윤색을 통해 진실을 은폐할 게 아니라 생존 전략 마련의 절박한 필요에서 내부 직원들에게는 실상을 다 밝히고 긴장을 조성하자는 의도일 수 있습니다. 둘째, 전혀 그렇지 않고 그에게는 초인적인 안목이나 미래에 대한 비전이 하나하나 다 마련되어 있지만, 적들을 방심시키기 위해 "너희들의 선입견에 다 맞춰 주겠다"는 듯 위장막을 펴는 것일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 두 배경이 어느 정도는 모두 작용하지 않나 봅니다.

마윈은 이렇게 말합니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성공한 사람들이나 조직의 선례를 연구하지 마라. 그럴 시간에 너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기에서 살아남는 방식을 깊이 성찰하라. 남의 방식은 그걸 적용할 똑같은 환경이 두 번 다시 닥치지도 않을 뿐더러, 남의 방식은 결국 남의 방식일 뿐 너로부터는 발휘 안 된다"입니다. 예전 같으면 너무도 과격하고 거칠게(그의 외모만큼이나) 들렸을 이런 말이, 꼭 그의 눈부신 사업 성공 때문이 아니라 정말로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과거의 조용한 도그마들은, 태풍이 몰아치는 지금의 현실 앞에서 전혀 적용될 수 없다." 링컨의 말입니다. 상황에 적응하는 자신만의 내공을 기르고, 밀림의 야수처럼 순발력과 칼날 같은 본능으로 대처해야만 시장의 승자로 올라설 수 있습니다. 많은 경영 구루들이 "혁신, 혁신, 파괴적 혁신"을 주문처럼 입에 올리는 게 이런 절박한 각성과 맥이 닿으며, 경영사상가들이 멋진 말로 다듬기 이전 마윈은 시장에서 마구 구르면서 몸으로 실적으로 진리를 확인했던 셈입니다.

마윈이 자신 있게 내놓는 진단이 있습니다. "우리(알리바바)는 현재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인자다." 우리가 알다시피 이 분야의 파이어니어는 이베이이며, 한국에서는 "옥션"이라는 브랜드로 활동 중입니다. 어떻게 해서 치열한 경쟁 끝에 이 굴지의 다국적 기업을 물리칠 수 있었는가? 마윈이 내어 놓은 해답이 걸작입니다. "이베이는 최고였고 우리는 존재도 없는 삼류기업이었다. 일류는 지금까지 해 오던 최고의 방식과 매뉴얼과 시스템으로부터 일을 추진한다." 그런데요? "바로 그래서 이베이가 실패한 것이다. 그들은 최고의 매뉴얼대로만 일을 했고, 우리는 삼류라서 아무 집착할 것 없이 마구 대응했다. 상황은 종전의 것이 되풀이되지 않았고, 다른 것 안 보고 현실만 직시한 우리가 결국 이긴 것이다." 놀랍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말이 맞는 게, 이제 알리바바 역시 지난 십 년 간의 자랑스러운 방식("이렇게 하니 되더라.")을 앞으로 밀고 나가면, 이베이가 그랬듯 다른 후발주자에 밀려 고꾸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 회장은 이걸 강조하는 겁니다.

마 회장이 참 무서운 게, 다음과 같은 말에서 잘 드러납니다. "우리가 똑똑해서, IT 기술이나 시스템에 밝아서 1인자가 되었을까? 나를 보라. 내가 남보다 잘나서 지금 이 자리에 섰을까? 아니다! 환경과 행운이 유리하게 맞아떨어져서이다." 밖에다 대고 이런 말을 하면 그건 부자몸조심인데, 이게 실제로 조직 내부에서 한 말이라서 더 놀랍습니다. "내가 성공한 건 그저 운이 좋아서였다." 이런 말만큼 현실에 대해 철저히 거품을 뺀 고백은 없습니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사람, 내세울 것 없는 인생도 뭔가 자신에게는 특별한 비결이 있는 양 허세를 피우고 싶어하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마 회장은 영어강사 출신이지만 젊은 시절 미국이나 서유럽에 오래 체류하며 학문을 닦지 못한 인물입니다. 중국이 알고 보면 우리보다 더해서 유학파라고 하면 대단한 엘리트로 대접 받습니다(한국은 학벌 세탁이다 뭐다 해서 꼭 그런 눈으로 보진 않죠). 이런 그들에게 마 회장은 "어설프게 배워 오면 결국 외국에도 소속 못 되고, 그렇다고 고국에서 오래 분위기를 익힌 내부자 그룹에도 못 속하고, 이도저도 아닌 신세가 되기 쉽다"고 합니다. 이는 꼭 많이 배운 이들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그렇게는 안 들리더군요), 현지에서 성공하려면 철저히 현지(어느 곳이든)의 사정에 적응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려 든 것 같습니다. 흔히 하는 말로 "글로벌하게 사고하고 로컬하게 행동하라"가 있는데, 앞의 것도 어렵지만 뒤의 것은 더 어렵다는 게 요즘의 분위기입니다. 일반론은 들을 때는 그럴싸해도 막상 현실에서 써 먹을 데가 없습니다. 반면 각론과 디테일은 생존에 직결된 사항입니다.

마 회장뿐 아니라 중국인 사업가 대개가, 미국이나 유럽에 가면 일단 돈 때문에 존중받는 듯해도, 속으로는 멸시와 질시의 대상이 되기 십상입니다. 여기에 쌓인 게 많았는지 "꼭 보면 중국의 현실을 비난하는 이들이 있다. 인터넷상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둥(구체적으로는 말 안 하지만 공산당 정부의 통제, 검열을 지칭하는 듯합니다) 외국인들에게 불리하다는 둥. 나는 그럴 때마다 정부에서 터치하는 것 없고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다며 자신 있게 말을 한다." 책 후반부에 보면 "반 세기 전 공산당과 인민 해방군이 붉은 깃발을 휘날리며 중국인을 해방시킨 것처럼 우리도 불모지에서 시작하여 혁명적 성과를 일궈냈다" 같은 말이 나오는 등, 정부 당국을 다분히 의식한 발언이 있긴 합니다. 또 시진핑 주석의 지도 지침("우리는 아직 초기 사회주의 단계에 머물러 있으므로 각별히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을 환기시키는 등, 통제와 감시가 일상적인 전체주의 국가의 한계가 느껴지는 발언도 있습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최소한 기업가에게는 재량을 주기에 이런 빛나는 성공사례가 나오기도 하겠지요. 이런 사람을 두고 "체제 선전을 위한 꼭둑각시"로만 폄하하기엔 오히려 현실을 너무 안이하게 본 소치가 아닐까 합니다. 중국의 시장은 충분히 공정하며(안 그러면 외국 자본이 거기 들어갈 리가 없고, 롯데 신동빈 회장도 여튼 발을 안 빼겠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면서도 변화무쌍하고 터프하다는 게 결론 같네요.

자사 성공의 비결에 대해("타오바오망"을 한자로 쓸 때 다른 책에 보면 다 중국식 간체자로 표기하지만 스타리치 북스에서 나온 이 책은 우리 한국에서 흔히 보는 정체자로 쓰인 게 눈에 띄더군요) 마 회장은 이런 날카로운 분석도 합니다. "미국은 각 회사가 모두 자기 공홈을 유지하며 거기서 물건도 파는 식이다. 그래서 이런 개별 회사들을 찾아 주고 소개, 연결하는 검색 사이트의 기능이 중요하다. 하지만 중국은 회사들이 대개가 역량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그의 말에 따르면 수천만 개라고요)이라서, 알리바바 같은 거대한 쇼핑몰 사이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온라인 백화점을 지향하는 아마존도 사실 이와 비슷한 지점에서 알리바바를 상대하고 있습니다(혹은, 그렇게 되어갑니다). 앞으로 소비자들의 패턴이 세분화한 취향을 좇아 검색 포털의 도움을 받아가며 벤더, 셀러의 잘 꾸며진 개별 웹사이트를 찾아갈지, 이런 플랫폼에서의 쇼핑에 더 익숙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 회장의 요점은 "중국이라는 열악한 상황에서 시작하고 그 사정을 정확히 파악한 후 적응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마 회장은 <삼국연의>에서 주유와 제갈량의 예를 듭니다. 주공근은 공명 못지 않게 식견이 넓고 판단이 빠른 엄청난 인재였지만, 결국 공명에 패배하고 맙니다. 그 이유를 놓고 마 회장은 이런 말을 인용하는군요. "재상의 도량 안에서는 몇 사람이건 마음 놓고 뛰놀을 수 있어야 한다." 리더는 똑똑한 것보다 국량이 크고 관대하여 온갖 개성의 사람을 다 품을 수 있는 자질이 중요하단 거죠. 자신은 잘난 구석이 없었어도 자신보다 뛰어난 인재를 여럿 거느릴 깜냥이 되어 오늘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는 건데, 이런 교훈화는 이미 한 고제 유방부터가 자신의 특장점을 널리 홍보하는 프레임으로 사용한 지 오래지요. 어느 일본인 저자가 쓴 책 <사장은 차라리 바보인 게 낫다>라는 제목도 생각하는 대목입니다. 다만 그저 식견이 부족하고 머리가 아둔하다고 해서 저절로 인성이 좋아지거나 그릇이 커지는 건 절대 아니라는 점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내면까지 비틀어진 예가 더 많죠. 사장이 넉넉한 매너로 아랫사람을 대하면 그걸 악용해서 회사 돈을 더 횡령하고 종국에 배신하는 모습도 흔히 봅니다. 정해진 교훈이란 없고, 모든 건 그저 상황의 정확한 파악을 통해 맞춤형 분석으로 도출된, 융통성 있는 전략과 혁신에 의해 타개해야 한다는 점, 그의 육성으로 생생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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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질문이 모두를 살린다 : 디-존 | YES24 파블미션(舊) 2017-03-2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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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불편한 질문이 모두를 살린다 : 디-존

마샤 레이놀즈 저/유정식 역
이콘 | 2017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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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샤 레이놀즈는 미국에서는 TV에도 자주 나오고 꽤 유명한 강사이자 컨설턴트인데 한국에는 여태 그녀의 저서가 한 권도 번역된 게 없고 이 책이 처음인 것처럼 보입니다. 뭐 대부분의 모티베이터들이 최우선 순위를 두는 과제가 "소통"입니다만 특히 그녀의 장기는 조직 내 소통이 어떤 방식으로 최상의 활력을 찾는가, 개인의 설득력은 어떤 포인트를 각각 공략해야 포텐을 최대치로 구현할 수 있는가 같은 쪽입니다.

관계나 소통이나 처음에는 다 어색하고 겸연쩍습니다. 이런 어색함이 끝까지 어색함과 불통, 오해로 마무리되는 수도 많고, 아직도 상대와의 소통에 서투른 한국인들만의 사례는 당연히 아니며 오히려 미국인들이 더한 모습도 보곤 합니다. 처음 만나는(물론 이 책은 비즈니스상의 만남을 염두에 둔 전개, 구성, 제안이죠) 사람과 어떻게 관계를 틀 것이며 재미있고 유익한 대화, 나아가 두 사람(혹은 그 이상)의 이해 관계 모두를 만족시키는, 무에서 (어떤 성과라도 내고 마무리되는) 유를 창조하는 건설적인 대화가 될 것인지, 이 책은 다분히 전략적이고 치밀한 방법론을 독자에게 제시합니다.

"디 존", 즉 "불편한 순간"은 인간이 새로운 상황에 노출되는 순간을 일단 가리킵니다. 우리는 누구나, 살아온 인생이 짧든 길든, 많이 배워서 지식 축적의 밀도가 높든 그렇지 못해서 허술하든, 자신만의 지식 체계와 노하우, 감정상의 특징, 이럴 때 나는 여태 이렇게 반응해 왔으며 이런 식으로 대응해 왔다는 어떤 체계를 갖고들 있습니다. 이게 성공적으로 잘 작동해 온 사람은 사실 드물며(그렇지 않다면 우리 주변의 대부분은 다 성공한 인생이라야 합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대인관계 스타일이나 가치 판단이란 (안타깝지만) 대개는 크게 불완전하고 유효성이 떨어지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존재의 자존심, 가치를 다 걸다시피하기 때문에 누가 혹 "당신은 그래서 안 되는 거다"라고 지적이라도 하면 몹시 기분이 상합니다.

저자는 바로 이 순간, 즉 내가 기존에 간직해 온 반응 양식이나 가치 판단이, 전혀 새로운 정보, 인풋에 노출되는 그 순간이, 전혀 새로운 깨달음이나 각성으로 한 걸음 들여 놓을 수 있는 소중한 배움의 기회라고 강조합니다. 이 "불편함"을 새로운 깨달음으로 연결시켜 뭔가 성과를 낸 사람은 이후로도 승승장구합니다. 그의 감정 체계가 "이렇게 하면 잘 되더라!"같은 상쾌함과 함께 새로운 노하우를 습득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어떤 교훈을 아주 고통스러운 좌절과 함께 배운 사람은, 이후에 이 교훈을 적지적소에 활용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머리로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혹은 된다)는 걸 알지만, 가슴이 이 교훈이나 행동 지침을 수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디 존 대화"란 무엇인가? 일단 내가 상대하는 사람이 추상적인 "남", 막연히 "이러이러한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분명한 개성을 지닌 인격체임을 먼저 분명히 마음속으로 정리하고 대화에 임해야 한다네요. 별 말 아닌 것 같아도, 대화에 서툰 이들은 상대의 특수한 처지, 관심사, 호불호 사항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자신이 상식선에서 생각해 온 기준에 대강 끼워 맞춰 겉도는 말만 주고받다가, 최악의 경우 서로의 감정까지 크게 상한 후 대화를 마무리하는 게 비일비재합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 남"이란 이름을 가진 이는 세상에 한 사람도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그 사람 입장에서는 다 특별하고 개성적이고 남이 잘 배려해줬으면 하는 포인트를 지닌 이들입니다. 내가 내 편의대로 특정 기준에 끼워 맞추듯 취급해도 좋은 상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내가 지금 설득하거나 내 프로젝트에 참여시켰으면 하는(혹은 다른 어떤 사업상의 목표라도) 상대가 어떤 개성 어떤 처지 어떤 관심사를 가졌는지 파악했다면, 그 다음에는 상대를 안심시켜야 합니다. 우리가 보통 "이중 기준(더블 스탠다드)"를 적용시키지 말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내로남불"이 나쁘다는 거지 그 반대는 괜찮습니다. 나는 내 편할 대로 남을 판단해서는 안 되며, 내가 그저 마음 편하려고 멋대로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되지만(부정확한 현실 판단을 내리면 자기만 손해입니다), 반대로 내가 상대하는 남에 대해서는 최대한 안심을 시켜 줘야 합니다. "내가 제시하는 안건은 당신에게도 이익이 된다." 이런 걸 두고 저자는 특히 authentic conversation이라고 부르는데, "진정성 있고(주관적으로) 정말 이익도 되는(객관적으로)" 대화를 가리킵니다. 제가 생각할 때는 트럼프 같은 이가 이런 스킬에 매우 능한 것 같더군요. 무엇보다 사전에 프로젝트를 치밀히 분석하고 협상과 대화에 임하기 때문에, 자신이 이익을 많이 취하면서도 상대한테 손해 본다는 느낌을 안 주는 겁니다.

상대를 그저 안심시키는 게 아니라, 당신의 관심사와 취향을 이처럼 정확히 파악하기 때문에, 이 거래와 소통은 분명히 당신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납득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상대 역시 모르는 사람이 대화를 걸어오면, 낯선 사람과의 접촉이라는 그 상황 자체가 불안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감정적으로 안심을 시키고, 이성적으로 무엇이 이익인지 설득하기 위해, 상대에 대한 분명한 연구를 하는 사전 단계가 이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상대 역시 초기의 불안과 낯섦에서 벗어나, 상대방(즉 나)를 조금씩 알고 뭔가 관계를 구축하며 서로의 이익과 이해를 증진시킨다는 쾌감이 생깁니다. 이걸 서로간의 감정 공유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물론 업무나 공감능력 모든 면에서 무능한 자는 상대가 숟가락으로 떠먹여 주고 소화까지 다 시켜 주길 기대하지만, 생판 모르는 제3자에게 그런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정신 나간 사람은 없습니다. 배에 강펀치가 한번 먹여져야 무능한 내장 기관이 제 할 일을 비로소 시작하겠지요, 아마도요.

아니다 싶은 건 과감하게, 어디까지나 상대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불필요하죠) 실무 디테일을 이거다 하고 콕 짚어서 지적을 해야 합니다. 장해요소를 끝까지 묻어두고 봉합해서 가 봐야 결국 나중에는 사달이 나게 되어 있습니다. 상대의 개성을 충분히 배려하고 시작한 대화는 혹 기술적 세부사항에서 이견이 발견되어도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타협이 가능합니다. 초기의 그 불편함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와서 허물기에는 서로 아깝지 않습니까. 물론 이렇게 해도 전혀 수용을 안 한 채 자기만의 협소한 에고에 머무는 상대는 답이 없기 마련이니 조기에 정리해야 하고, 그 전에 사전 조사를 통해 아주 상대를 안 하는 게 가장 현명합니다. 디 존 대화법 역시 나뿐 아니라 상대까지 최소한의 소통 자격을 갖췄을 때나 통하는 매뉴얼이겠으니 말입니다.


포털 재게시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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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추리 퍼즐 2 | My Reviews & etc 2017-03-2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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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공간 추리 퍼즐 2

무라카미 료이치,이나바 나오키 공저/장은정 역
그린페이퍼 | 2017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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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첫째 스도쿠 즐겨 푸시는 어르신들, 둘째 수학에 벌써부터 공포감을 느끼며 질려하는 초등학생들이 읽으면 유용할 것 같습니다.

스도쿠는 물론 치매 예방과 두뇌활성화를 위해 좋은 오락거리지만, 너무 같은 종류, 방향의 훈련에만 치우치면 애써 들인 시간이나 노력만큼의 성과가 안 나올 수 있습니다. 그 역시 정해진 루틴이 되어 두뇌가 그쪽으로만 길이 들어 버리면 두뇌를 훈련시키는 보람이 없죠. 스도쿠보다 훨씬 난도가 높은 바둑을 즐겨 두시는 분들도 치매에 걸리는 예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머리에 자극을 주려면 평소에 안 해 버릇하던 트레이닝 수단을 택해야 합니다. 또한 이런 이치는 어르신들뿐 아니라 어느 연령대라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겠습니다.

초등학생들에게는... 만약 공부를 꽤 잘하는 유형이라면 이 책에 실린 문제는 간단한 일원, 혹은 이원일차 방정식을 통해 쉽게 풀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아이들에게는 이 책에 제시된 풀이(또, 학교에서 가르치는 표준적인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을 혹시 생각해낼 수 있을지, 도형을 다른 각도로 파악할 수는 없을지, 한번 과제를 던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 현재 학교 과정을 따라가기 버거워하는 애들이라면, 이처럼 쉽고 간단한 문제 풀이를 통해 도형이 그리 어려운 과제가 아님을 알고 자신감을 심어 줄 수도 있겠습니다.

난이도는 모두 5단계입니다. 1단계는 정사면체, 5단계는 정이십면체 심벌로 각각의 문제에 표시되었는데, 정다면체가 모두 4, 6, 8, 12, 20면체 다섯 종류가 있음을 상징합니다. 아이들에게라면 왜 정다면체(볼록)는 저 다섯 종류밖에 없는지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책 제목은 "공간"이지만, 입체공간이 아닌 평면공간 도형 문제만 나옵니다.



왼쪽 그림을 보시면 아래 줄 두 직사각형을 하나로 묶어 보는 게 포인트입니다. 묶어서 새로 생긴 직사각형의 넓이는 55㎠인데, 이제 55÷5=11를 하면 가로줄의 길이가 바로 나오죠. 이게 책 해답에 제시된 방법인데,


저는 다른 방법으로 풀어 봤습니다.

20+28+27 = 75 입니다.

한편, 윗 줄은 ? + 29 +18 = ?+ 47 이죠.


그런데 윗 칸의 세로 줄이 6cm, 아래 칸이 5cm이므로 널이의 비도 6:5가 되어야 합니다.

?+47 : 75 = 6 : 5 이므로, ?+47 = 90 이라야 합니다.

그러므로 ?는 43㎠ 이 됩니다.


이상이, 이 책에 나온 해답 말고 제가 생각해 본 풀이입니다. 


어떠신지요? 이처럼 모든 문제는 다른 시각으로 보면 다른 해법이 반드시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위 직사각형의 세로 길이가 6cm라는 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저난도 문제는 만약 독자가 초등학생이라면 반드시 혼자 힘으로 풀게 해서 자신감을 심어 줘야겠죠.


이제 오른쪽 문제를 보십시오. 푸는 방법은 사실 한눈에 보입니다.


그런데 좀 다른 관점에서 볼 수도 있습니다.

저렇게 직사각형꼴로 나란히 세로, 가로 줄을 공유하는 모습이라면, 넓이와 길이가 같은 비로 이뤄집니다.

넓이가 30: 25면 이 경우는 세로를 공유하므로 가로도 당연히 30:25, 즉 6:5 가 됩니다.


그렇다면 아래 줄도, 24: ? = 6:5 가 되죠. 당연히 ?은 20㎠가 나옵니다.


이처럼 이 책에 나온 상당수의 문제는, 가로와 세로 중 어느 하나를 공유하는 직사각형 쌍은, 넓이의 비가 세로(혹은 가로)의 비와 같다는 점만 알면, 일일이 더하기 빼기를 안 해도 바로 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치매 예방용 두뇌 훈련이라면 책에 나온 대로의 풀이가 더 바람직할 것 같기도 합니다. 덧셈 뺄셈을 번갈아 가며 하는 연산 훈련이 이런 용도로는 더 효율적일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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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역사가 바뀌다 | My Reviews & etc 2017-03-23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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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해, 역사가 바뀌다

주경철 저
21세기북스 | 2017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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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들)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세계 역사가 바뀌었을까? 사람의 인생에건 종족의 역사에건 분명 몇번의 전기(轉機)나 전환점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이때 그 진로가 근본적으로 방향을 틀지, 그렇지 않고 여태 익숙한 가던 길을 계속 가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특히 한 개인의 생과는 달리 그 거대한 방향성이나 가치에 대해 어떤 일의적 규정도 할 수 없는 역사에 대해서는, 그 시점에서의 액션, 리액션이 과연 "전환적 의의"였었는지 아니었는지조차 후대의 리뷰를 거쳐야만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후대인들조차 자신의 미망, 고집 때문에 눈이 흐려져 진실을 바로 못 볼지도 모르는 일이겠고요.

콜럼버스는 당대인들보다 더 명철하고 이성적이었기에 "그처럼이나 어려운 큰 업적"을 낼 수 있었겠다는 관점은 그야말로 신화에 불과하다는 점, 책의 첫째 파트(이 책은 크게 네 파트인데, 다시 각 장이 여러 단계의 절로 나뉘더군요)에서 저자 주경철 교수님께서 강의투(실제 강의에 바탕을 둔 기록이므로)로 잘 지적해 주십니다. 심지어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조차 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처음 알아 내었다고까지 착각하는 이들도 있죠. 이 콜럼버스에 대한 저자의 시각(혹은, 일반인들도 함께 동참해 주길 원하는 바른 진실)은, 다음의 재인용에 은연중 잘 드러납니다.


"콜럼버스는 신(new)대륙을 발견했고, 스페인 왕은 유대인(Jew)을 발견했다."

이 말은 "발견"이란 말이 얼마나 타락해서 쓰이는 중인지, 누구에게는 발견이었던 경사가 누구에게는 파멸적인 재앙이었는지, 잘 꼬집고 있습니다. 발견 주체의 의지에 무관하게, 멀쩡히 예전부터 그 자리에 터잡고 있던 이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일이었죠. (후자는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던 소위 스패니시 익스펄전을 염두에 둔 말입니다)

콜럼버스가 아이들용 위인전기에서 터무니없이 미화되는 현실은 물론 바람직하진 않습니다. 주 교수님이 잘 지적하신 대로, 그는 남달리 계몽적인 성향(사조로서의 계몽주의가 등장하려면 아직 한참 기다려야 하죠)도 아니었고, 오히려 미신적, 광신적 성향에다 전형적인 중세인의 믿음, 기질 등을 그대로 대변하는 편이었습니다. 유독 그에 대해서만은 국적, 출생, 성장 과정이 베일에 싸여 있다는 점도 이상합니다(제가 어려서 읽은 전기에도 이 점은 창작, 윤색을 통해 가리지 않고 그대로 적고 있더군요). 하지만 항해인으로서 사업가로서, 그가 특별히 "유능"했고 집념이 강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먼 곳에 부실한 장비(뒤 파트에 나오지만 동시대 중국의 형편과 대조할 때)로 온갖 변수를 다 극복하고 원 목표를 달성한 건 "그저 서쪽으로 무작정 가기만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논리라면 에베레스트도 "무작정 안 미끄러지고 옷 든든히 입고(요즘은 얼마나 기능성 아웃도어가 많이 나옵니까) 올라가기만 하면" 다 등정 가능하죠.


"크리스토퍼"라는 이름 어원에 대해 저자는 긴 분량을 할애해 설화까지 들려 주시면서 청중(독자)의 머리에 확실히 남을 수 있게 돕는군요. transfer 같은 단어에서도 보이듯 -fer(pher)는 "옮기다"라는 라틴어 어근에서 온 겁니다. 그런데 이 책 중에선 콜럼버스의 친필 서명을 도판으로 소개하고, 그 사진을 보면 이 사람이 자기 이름을 라틴어식으로 쓴 게 나옵니다. xroferens라는 명백히 라틴어 현재분사형(영어의 ~ing)이므로 "그리스도를 나르는 사람"이란 뜻이 빼도박도 못하게 드러나는 증거라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중세인 대부분은 소통과 위신을 위해 라틴어 이름을 따로 가짐)


책을 읽어도 소위 편향 확증이란 말이 있듯,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사항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면 안 되죠. 하지만 콜럼버스의 시대에 과연 올바로 된 서적, 바른 정보를 담은 레퍼런스가 얼마나 있었을지도 의문이고, 여튼 취사선택을 영리하게 해 냈기에 미지의 항로에서 역경을 극복하고 귀환에까지 성공하지 않았겠습니까. 쓸데없는 텍스트를 다 걸러내고 자신의 과업에 요긴한 부분만 잡아내어 그 지난한 과업을 이뤄낸 건 칭찬의 대상이 되었으면 되었지 그 반대가 아니겠죠. 세계관이나 철학은 누구나 다, 아무리 하잘것없는 인간, 자기 집도 못 찾아갈 한심한 위인이라도 자기 것을 고집하겠고 말입니다. 그런 걸 탓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지도나 항해술에서 기존의 지식, 성과를 베낀 걸 두고 실무에 종사하는 뱃사람을 비난하고 든다면, 현대의 스티브 잡스는 죽기 전 아마 감옥에 가야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특히 영미의 선원 문화에서 "항해 일지(log) 조작, 허위 진술"은 아주 수치스럽고 비난 받아 마땅할 작태입니다. 그런데 아직 미국은커녕 영국조차 통일 국민 국가로 자리매김하지도 못할 시절이고, 남유럽의 뱃사람들이 공유하던 윤리는 달랐는지도 모르지만, 콜럼버스가 항해 일지에다 대고 "눈이 하나 달린 괴물, 못생긴 인어"를 그토록 자세히 적어 두었다는 건 이해가 안 됩니다(이 책 내용이 이상하다는 게 아니라[주 교수님은 당연히 정확한 인용을 했겠죠], 그냥 독자로서 이해가 안 된다는 소립니다). 이런 걸 일일이 기록해서 자신의 종교적 믿음을 "가톨릭 부부 군주", 혹은 알렉산데르 6세(물론 로드리고 보르자 그 사람)한테 의심 받지 않겠다는 계산이었을까요? 신앙이 투철한 것과 거짓말을 꾸며내는 건 명백히 다른 문제인데 이런 부분은 더 연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런 건 취향이나 스타일 문제가 아니라, 당사자(물론 콜럼버스)의 인성, 나아가 정신의 건전성(sanity) 이슈인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이런 기괴한 "기록"이 당시로서는 흔했기에, 고 움베르토 에코도 21세기 초에 지은 소설 <바우돌리노>에서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전 당시 <반지의 제왕> 영화판이 세계적으로 흥행할 무렵이라 이 노교수가 시류에 편승해 이상한 일탈 창작을 하나 의심했었는데 나중에 보니 의도는 다른 데 있더군요.

콜럼버스의 발견, 나아가 디포의 <로빈슨..>이나,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을 놓고 주 교수님께서 "서구인들의 에덴 동산 콤플렉스"라는 한 가지 맥락에 꿴 것은 정말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가(大家. 마스터)는 상큼하고 신선한 비유와 규정으로 복잡한 현상을 잘 정리한다고 이 책 뒤에서 제프리 파커를 놓고 평가하시는데, 현재 우리 한국 독서 대중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으시는 주 교수님 본인도 그런 레벨에 드시는 것 같습니다.

2장은 1820년을 다루는데, 이 해에 정치적으로 뚜렷한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는 게 아니라(정치사 중심의 역사 서술은 벌써 오래 전부터 지양되어야 할 경향으로 지적되어 왔죠. 1장의 1492도 꼭 "신대륙 발견"만을 염두에 둔 선정은 아니겠습니다), 부제에 나와 있듯 이 해를 대략 기점으로 동과 서의 생산력 우열이 뒤집혔다는 뜻입니다. 이 역시 우리 대중들에게도 이제는 널리 알려진 상식이 되어 있는 편입니다.

인류 역사의 거의 절대 다수 시기가 중국이 세계의 무게 중심으로 군림하던 기간이며, 따라서 잠시의 일탈을 거쳤을 뿐 앞으로는 다시 "정상'으로 복귀할 것이란 견해는 중국 학계의 입장이기만 한 건 아니고 서양에도 이를 지지하는 이들이 꽤 많죠.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도 대략 십 년 전에 갑자기 세를 얻어 널리 퍼지기도 하다가 최근에는 주춤한 모습입니다. 이런 관점은 <대국굴기> 같은 다큐를 보면 잘 드러나 있습니다.

그러나 독자로서 제 생각은, 1820이란 연도(혹은 대략 그 부근의 시점)는 역전 혹은 추세의 반전이라기보다, 그 전까지 비단길, 바닷길 등 제한적 교류만 이어가던 세계가 비로소 항행 교통 수단의 발달로 전면적 접촉이 이뤄진 의의를 더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이전에 중국이 생산력, 부, 혹은 군사력까지 다 우위를 점한 건 물론 사실이나, 그게 서구 세계에 어떤 위협이나 영향을 끼친 건 미미합니다(몽골의 서진을 제외하곤. 투르크의 서방 진출도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이뤄진 사태라서). 중국이 다른 세계에 패권을 행사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기득권이나 되찾듯 도로 패권을 장악한다는 건지, 그게 정상으로의 복귀가 되는 건지 모를 일입니다. 앞으로 중국이 세를 얻어 패권국으로 (새로) 올라설 지 가능성은 차치하고라도, 노멀로의 재수렴 운운은 지나치게 중국식 민족주의에 치우친 주장입니다.

다음으로 정화의 해외 원정 이슈인데, 이때부터 인도양 어귀를 틀어먹고 있었다면 감히 서구인들이 동양을 넘보지 못했으리라는 주장. 참 난감한데요. 우선 아무리 선박 스펙이 좋고 병참이 든든해도 멀리 떨어진 해외 영토, 식민지(예멘, 오만, 인도양, 동남 아프리카 일대에 정화가 모조리 식민지를 마련했다고 가정해도), 군사 기지를 유지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리석은 단견으로 명 황실이 지레 바다를 포기한 게 아니라, 유지할 능력이 안 되어서 정책을 바꿨다고 봐야죠. 당연한 소리지만 당시의 중국(혹은 어느 나라라도)은 국민국가가 아니라, 내부적으로 봉건적 신분제를 유지해야 하는 체제 모순을 안고 있었습니다. 당송 이래 제국 질서의 수호란 지방의 주둔군 사령관에 대한 문치주의적 견제, 이것이 필수적으로 수반하는 국방력 약화, 이 둘 사이의 딜레마에서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던 형편이었습니다. 해외에 대규모 해군을 유지하는 건 동로마 제국, 오스만 등 어느 패권 세력도 결국은 실패하고 만 과제였죠(체제 모순이건 생산력 감퇴건 간에). 민주주의 체제라는 미국조차 주한미군 포함 이제는 해외 병력을 감당할 형편이 안 되어서 지금 저러는 것 아닙니까.

더군다나 인도양 장악은 고사하고, 이 명 황실은 고작 자국의 남부 영토의 해안선도 방어 못 해서 이후 무수한 왜구의 침입에 시달립니다. 뿐만 아니라 북방은 오이라트, 타타르가 한때 수도를 포위하고 체제를 멸망의 위기로 몰아넣은 적까지 있습니다. 이런 판에 한가하게 인도양 방어에 국력의 상당 부분을 투자한다? 정화의 원정과 샤르후 전투가 대략 두 세기 간격을 둡니다만, 아마 현실 판단이 좀 더 늦었다면 그보다 더 이른 시기에 여진족 아니라 다른 몽골계 정복자에게 중원의 패권을 넘겨 줬을 겁니다. 하물며 장장 400년 뒤의 일을 누가 어떻게 미리 대비할 수가 있습니까. 서세동점의 치욕 그 책임을 구태여 묻는다면 영락제의 후임자가 아니라, 강건성세의 현실에 안주했던, 특히 건륭제 정도에다 대고 따져도 따져야 이치에 맞겠습니다. 정화의 원정이 놀랄 만한 사건, 쾌거인 건 맞으나 이를 두고 세계 패권 장악에 대한 아쉬운 실기(失機) 운운하는 건 지나친 중화민족주의에의 경도입니다. 주 교수님도 본문 중에 "제국 질서의 항상성" 같은 언급을 하시는 대목이 있는데, 현재 중화인민공화국이 주변을 대하는 태도가 사실상 제국주의로의 회귀라는 지적이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정화 띄우기도 한 십 년 전에 크게 유행했는데 지금은 논쟁 끝에 그 허실이 다 드러나서인지 잠잠하더군요.

하야미 아키라(速水融. 이거 이름 읽기가 좀 어렵죠. "아키라"라는 훈독이...)의 인더스트리어스 레볼루션 개념이 이 장에서도 다시 소개됩니다. 보통 우리가 아는 건 "인더스트리얼 레볼루션"인데, 좀 엉뚱하지만 저는 이 명명 센스가 동아시아식 입시 교육 패턴과 무방하지 않다고 봅니다. 네이티브들은 (못 배운 사람들 빼고) 이 둘을 결코 안 헷갈려하는데, 유독 우리 동아시아인들은 "앞의 것이 산업적, 뒤의 것이 부지런한, 아니 그 반대였나?"하며 구별에 어려움을 겪곤 하죠. 하야미 박사(아직도 살아 계십니다)가 기발한 착안을 했다기보다, 그 오랜 암기사항에 골머리를 썩던 "추억"을 개념정립에 활용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여튼 이 착안은 꽤 기발합니다. 주 교수님도 잘 정리하고 계시듯, "인더스트리얼..."이 공급 측면 강조라면, "인더스트리어스.."는 수요 측면 혁신을 지목하는 결과거든요. 이처럼 현대 역사학의 기법은, 경제학과 통계학의 도움 없이는 그 의미가 거의 퇴색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820 생산력 역전에도 주 교수님은 회귀분석(리그레션)을 원용하시는데, 제가 학부 시절에도 동양사학과 학생(주 교수님은 서양사학과 소속이지만)들이 대거 경제원론 수업을 전공선택(인정) 과목으로 이수하곤 했습니다. 경제사 한정이 아니라, 경제를 모르면 바른 역사 인식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1914는 보통 1차대전 개전 연도로 다들 알고 있지만, 저자께서는 독자의 허를 찌르며 "나그네비둘기의 멸종"이란 생태적 의의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앞에서도 말했듯 역사는 인간이란 종의 전방위 활동을 다 포섭하는 게 정도(正道)입니다. 정치사 위주의 기술(記述)은 결국 승자 위주의 사관을 용인하고 독자의 의식을 타락시키며 현상을 왜곡한다는 의미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며, 이처럼 인식의 지평을 모든 영역으로 넓혀 통합적으로 파악해야 하죠. 교수님의 이런 태도는 일반 독자들에게 그래서 매우 유익합니다.


저도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를 보면서, 일부 사회적 진화론자들(과거 일각의 편협하고 퇴행적인 입장이며, 현재 이를 지지하는 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찰스 다윈은 구태여 언급하자면 역설적이게도 이들과는 정반대의 정치적 스탠스죠)이 운위하듯 "적자 생존, survival of the fittest"만이 유일타당한 명제라면 그 숱한 초식동물이 초원에서 맹수에 사로잡혀 비참하고 고통스럽게 살점을 뜯기는 모습은, 반대로 오래 전에 우리 눈에서 사라졌어야만 했습니다. 왜냐, "생존 부적절자 조기 멸종"이 저 도그마로부터의 필연적 도출 명제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근데 사슴이니 토끼니 하는 게 어디 어제오늘 출현한 동물도 아니고 말입니다.

"피마다지윈"은 본디 생물과 인간 간의 바람직한 관계를 지칭한다기보다, 제 생각에는 저런 포식자와 피식자 사이를 관조한 후 깨달아진 아메리카 원주민들 고유의 철학이 아닐까 합니다. 초식동물은 생존을 위한 노력에 비참하게 패배하는 게 아니라, 몸도 무겁고 생식 능력도 떨어지며 개체 유지에도 훨씬 노력을 더 들여야 하는 사자, 치타, 하이에나 등이 불쌍해서, 사냥 당해 주는 거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맨날 다큐에서 얘들이 잡혀 먹는 모습만 봐서 그렇지, 사실 맹수들은 사냥에 실패하여 배를 굶는 일이 더 많습니다. 얼마나 불쌍한가요? 초식동물들은 풀만 뜯어도 팔팔하게 잘 살고 새끼들도 더 많이 두는데 말이죠. 우리가 교통 사고 당할까 무서워 큰길에 안 나가는 게 아니듯, 얘들도 전체 표본으로 보면 맹수에게 희생당할 확률이 적습니다. 배부르고 등따시게 살려면 초식 동물로 태어나는 게 더 낫죠. 이런 생각을 연장하면, 인간으로 태어난 것도 못할 짓입니다. "피마다지윈"의 참뜻은 저는 여기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앨프리드 크로스비의 "생태 제국주의"에 대해 (이미 한국에도 독서 대중 사이에 널리 알려진 분이고 주장이지만) 주 교수님 버전으로 알기 쉽고 친근하게 전달, 정리해 주신 점이 특히 좋았습니다.

세계는 평화를 향해 가는가, 아니면 야만과 폭력으로 치닫는가? 핵무기 등 대량살상수단이나 환경 파괴, 도시 강력 범죄의 증가를 보면 확실히 후자쪽이고 그게 대부분의 상식입니다. 뿐만 아니라 중세의 평화적이고 목가적인 생활에 대한 근거 없는 동경 때문에, 과거에는 누가 누굴 해치는 일 없이 오순도순 잘만 살고 다들 착했을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이 책 4장에서, 주 교수님은 과거의 인류가 얼마나 예의 없고 더럽고 폭력적이며 이기적이기까지 했는지, 자신의 연구와 스티븐 핑커의 실증 연구를 통해 자세히 설명합니다. 물론 저자는 대놓고 전자를 옹호하진 않고, 여전히 판단은 독자(청중)에게 맡기는 쪽입니다. 우리나라 한정으로 핑커에 대해서는 "심리학자가 뭘 안다고 역사 얘길?"이라든가, 아예 "자계서 저자"만으로 알고 있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 분들은 이 책의 4장을 읽고 인식을 고칠 필요가 있겠네요.

이 4장에도 소위 나가시노 전투의 "일제 사격" 전술(직전신장이 고안한) 그 가공할 만한 위력에 대해 평가가 이뤄집니다. 그럼에도 불구, 풍신수길의 패권기가 종료된 후 등장한 에도의 덕천 막부는 총이라는 위력적인 신무기를 모두 거둬 들이고 칼로 세상을 지배하는(물론, 이후 칼쓰기란 기술보다는 그저 세습 신분화에 그쳤지만) 무사계급의 이익을 지키려 듭니다. 아니 저 앞의, 정화의 해상원정 그 기세를 계속 이어가지 않고 포기한 것도 어떤 전략상의 착오가 아닙니다. 체제 유지를 위해 필연적인 선택이었고, 두 전략 목표를 다 달성할 역량이 안 되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죠. 윤관의 9성 포기도 어리석은 근시안적 정책이 아니라 국가 역량 한계 때문에 경영할 여력이 없어 포기한 겁니다. 9성을 지켰으면 이후 완안부의 아골타를 대신해서 우리가 북부 중국의 주인이 되었겠습니까? 역사에서 if 놀이는 무지의 소치일 뿐이죠. 물론 어이없는 돌발사태로 향방이 바뀌어 엉뚱한 결과가 초래된 예도 세계사 속에는 얼마든지 있습니다만, 정화의 해외 원정과 그 향후 경과는 그런 미련을 남길 만한 가벼운 변덕에 의해 결정된 게 아니라는 걸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 증조할아버지가 평소에 운동만 잘 해서 획득 형질을 DNA 속에 물려 줬다면, 저 증손자가 폐암으로 죽는 일은 없었을 거 아니겠어?" 이런 말이 얼토당토 않음이나 마찬가지죠.

우리 독자들은 이 책에 드러난 많은 긍정적이고 합리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세계관, 나아가 인간과 자연이 합일되는 건전한 패러다임을 배울 필요가 있겠습니다. 특정 국가의 편협한 이익을 옹호하는 비이성적인 가정과 가설의 점철에 끌리는 게 아니라 말입니다. 사람 인생이 로또 한 방 당첨되듯 한번에 바뀔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것처럼, 민족이건 개인이건 국가건 장기간에 걸쳐 쌓아온 실력과 자격을 통해 위상이 바뀔 뿐이지 한 국면 한 순간의 우연이 근본 운명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결코, 어제 축구 졌다고 리뷰에다 화풀이 하는 게 아님을 다시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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