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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서 읽고 싶을 정도로 굉장히 ..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읽어보고 싶.. 
너무 꼼꼼하게 리뷰를 올려주셔서 .. 
리뷰를 보아하니 책 내용도 너무나 궁.. 
이무것도 안 하는 직업이라는 책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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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Recruits - 워런 레이 | YES24 파블미션(舊) 2017-05-3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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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수입양서]New Recruits

Ray, Warren
Createspace | 2015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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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차에 리뷰한 워런 레이의 <섀도 패트리어츠> 그 후속편입니다. 남들 눈에 안 띄게 비밀 조직을 만들어서, 조국을 노리는 암흑의 세력도 퇴치하고, 한편으로 조국 내부 관료제 최상층부에 자리한 부패의 카르텔도 견제한다는 (우리식으로 말하면 "적폐 청산"일까요?ㅋ) 뭐 그런 내용입니다. 제가 예전에 읽은, 나남출판에서 나온 어떤 첩보 소설과도 설정 일부가 닮아 있습니다(그 소설이 훨씬 더 우익적인 세계관입니다만).

몇 년 전에 오바마와 그의 행정부, 혹은 민주당이 한사코 "Islamic terrorism"이란 용어를 쓰지 않으려 했고(대신 Islamist라는 용어로 바뀌어 사용), 트럼프가 그 당시부터 집요하게 물고늘어진 적 있었죠. 우리가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전자는 "이슬람 전체, 즉 중동 인구 모두를 비난"하는 망발이 될 수 있고, 후자는 이슬람 세력 중 일부의 입장만을 지칭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함의와 파장이 극과 극으로 달라집니다. 말이란 게 그저 어미(語尾) 일부만 바뀌었을 뿐인데도 이처럼이나 정치적 효과가 큰 편차를 보이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사업을 하건 일상을 살건(뭐 정치까지는 아니라 해도) 말조심해야 한다는 점 다시 명심하게도 되죠.

지금 국제 정세, 특히 중동의 정세는 과거 1980년대 어르신들이 "사회과학 서적"을 통해서 배우던 모습과 큰 폭으로 달라져 있습니다. 우선 1990년대 중후반부터 빈 라덴으로 대표되는 여러 무장 세력(이들 간에도 알력이 있고 주도권 다툼이 엄연히 벌어집니다)이, 페르시아만 건너 이란을 본받아, "두 성지를 관할하는 거대한 정치적 실체"인 사우디 왕국의 지배권을 탈취하려 노골적인 책동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빈 라덴이 911테러를 벌인 건 미국이 타겟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중동의 민중들 사이에서 자측의 존재감과 공포심을 자극함으로써 무능한 세습 왕족이 아닌 보다 역동적(폭력적?)인 자신들에게 정치적 권위를 넘기라는 일종의 무력 시위였죠. 이걸 근년에 들어 IS가 레반트, 이라크 북부를 영토적으로 점령하면서 더 구체화된 정치적 움직임으로 발전(!)시킨 겁니다. 시아파 이란도 저렇게 잘(?) 하는데 수니파인 우리가 왜 신정정치를 못 펴 나가겠느냐 이거죠. 그런데 시아파와는 달리, 역사적으로 수니파는 통일 세습 왕국에 의해 "수호"된 역사가 더 길었다는 걸 저들은 아마 애써 잊으려 하나 봅니다.

아무튼 정세가 이처럼 심상치 않다 보니 사우디(뿐 아니라 주변 토후국 ) 왕실도 종전처럼 소극적으로 방관하진 않고, 미국(최소한 그 일부 세력)에 대해 뭔가 책략도 부리고 공세도 취하면서 정권 기반이 침식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려 애씁니다. 미국 영화나 대중 소설에서 리버럴 쪽은, 사우디가 테러리스트나 전쟁 상인의 농간에 놀아나지 않고 결국 평화를 위한 움직임과 손을 잡는다는 판타지를 펼치는 것도 있고, 그 반대로 세팅하는 것도 있습니다. 이 속편은 그렇지 않고 다분히 우익적인 관점에서, 사우디의 한 왕자(왕자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늙은 왕자, 젊은 왕자, 못생긴 왕자, 주정뱅이 왕자, 자포자기 왕자, 정신병에 걸린 왕자...)가 아예 미국 내에서 테러리즘으로 적극 공세를 편다는, 다소 민감하고 위험한 내용이 전개됩니다.

1편보다 엄청 재밌어지고 등장인물들이 확 늘어난데다(이렇게 되니까 제목 "섀도우 패트리어츠"라는 복수형 명칭에 더 걸맞는 무게와 스케일이 생깁니다), 비록 가상의 인물이긴 하지만 거물급 정치인들이 해외에서까지 등장하고, 이미 기존의 체제로는 도무지 감당이 안 되어 비밀의 regime이 들어서다시피한 미국의 미래(현재?)를 과감히 그려 내는 미친 상상력이 돋보입니다. 표지 그림에 너무 혹할 건 아니지만, 여튼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책 고른 걸 절대 후회는 않게 됩니다. 물론 내용은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기분 전환만 한 후 바로 잊어버려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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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Over Her Head- 리앤 돕스 | YES24 파블미션(舊) 2017-05-30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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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수입양서]In Over Her Head

Dobbs, Leighann / Fenwick, Lisa
Leighann Dobbs Publishing | 2017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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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사이에 읽은 장르 소설 작가 중에는 가장 유명할 듯한, 우리 시대 성공한 라이터 중 당당히 한 명으로 꼽힐 리앤 돕스 여사의 새 시리즈입니다. 시리즈가 앞으로도 계속 나올지는 확실치 않은데 일단 메리의 안타까운 사연이 완결되지 않았고 재스퍼와 베로니카가 독자 속을 상당히 뒤집어 놓고(특히 후자) 끝나는 품으로 보아 후속편이 나올 예정인 듯은 합니다. 돕스 여사는 자신이 출판사 오너이기도 하므로 마음만 먹으면 무슨 유니버스든 못 이어갈 바 없는 처지입니다.

팬들은 여사 이름의 정확한 스펠링이 "리 앤"이냐 아니면 "리앤"이냐를 헷갈려하기도 합니다. 이럴 수밖에 없는 게, 그녀의 히트작 중 하나(한 시리즈)는 이른바 코지 미스테리(한국에서도 조앤 플루크라든가, 여러 일본 작가들의 작품이 번역 소개되었고, 박연선의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같은 작품이 대략 1년 정도 전에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형식을 취한 샘 메이슨 연작인데, 여기서는 그녀가 창작 명의를 "L A Dobbs"로 쓰기 때문입니다. 저건 누가 봐도 Lee Ann의 약자 아니겠습니까(맥락이란 게 있지 이게 그럼 로스앤젤레스겠냐고요). 대략 19년 전 미국과 한국에서 인기를 끈 컨트리팝 가수 리앤 라임즈는 이름을(예명이지만) LeAnn으로, 띄어쓰기 없이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주인공(앞으로 길게 만나게 될까요?) 메리는 자기 적성에 맞고 인생이 해피해지는 다른 일을 하고 싶어하지만, 엄마가 너무 아프셔서 수술비를 벌어야 합니다. 이미 진 빚도 많고, 효성이 지극한 그녀는 할 수 없이 별로 원치 않던 영역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돈을 벌어야 할 판입니다. 옆에서 다른 사람이 보기에 가장 심통이 나는 건, 자기들은 죽을 힘을 다해 밥벌이로 하는 일을, 어떤 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숨쉬듯 자연스레, 수억원 짜리 아이디어를 앉은 자리에서 뽑아낸다는 거죠. 회사에 덜컥 취직하고 메리가 하는 짓이 바로 이런 겁니다. 메리는 다만 불운하게도, 영 위인됨이 좀스럽고 비열한 회장 재스퍼에게 호감이 생기는데, 이런 남자하고 어쩌다 맺어지기라도 하면 허전한 옆구리가 메워지는 건 물론이거니와 궁색한 형편 골칫거리 따위가 일거에 해결되겠죠. 다름 아닌 돕스 여사의 작품 속이기도 하니(큰 기대를 하기가...) 독자는 그런 안이한 예상에 빠지는 게 무리도 아닌데, 만약 그런 뻔한 경로를 걸었다면 여사가 이처럼 롱런하지도, 자기 출판사를 유지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성공하는" 장르 소설의 비결이 여기 있죠.

재스퍼는 인성이 꼬인 밴댕이이며, 그 비서 베로니카는 아마 여성 직장인들이 자기 조직에서 혹시 만날 수도 있을(이미 만나고 있을) 악몽으로 꼽힐 만한, 아주 못된 X입니다. 요런 생생한 실감을 캐릭터에 불어넣은 비결은, 아마도 여사 자신이 전업 작가, 그리고 오너가 되기 전 열심히 커리어 우먼으로서 산 경험에서 비롯하지 않았나 짐작됩니다. 확실히, 장르 소설의 성공 비결은 인물들에 얼마나 개성과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느냐에 달린 것 같습니다. 하긴 그런 게 어디 장르소설에만 해당되겠습니까. 불멸 불후의 고전이 살아남는 이유는 그저 장중한 설교와 고아한(부담스러운) 인문적 주제의 설파 덕분이 아닙니다.

이 회사도 어쩌면, 그저그런 월급루팡이나 인성적 속물들이 적당히 스트레스 안 받아가며 일 비슷한 흉내를 내고 입에 풀칠이나 하는 고마운 직장 노릇을 누군가(들)에게는 해 줄 겁니다. 그런 직장인들에게 베로니카는 적당히 비위만 맞춰 주면 안성맞춤 방패막이가 되어 줄, 이빨 사이에 양분을 잔뜩 끼워 놓고 사는 악어와도 같은 고마운 존재일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직장인, 능력 있고 마음 순수하며 효녀이기까지 한 메리 같은 여성이 이런 인간 만나면 괜한 고생을 하는 거죠. 메리가 다만 저 한심한 졸부 자식 재스퍼에게서 비생산적인 집착을 확실히 떼어버리길 기대하며, 인재 때문에 재앙을 맞는 이 한심한 회사도 합당한 심판을 받길 독자 모두는 응원하며(?)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후편, 아마 나오겠고, 메리는 더 이상 키보다 높은 물 속에서 허우적대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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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teater of Death - 베티 웹 | My Reviews & etc 2017-05-29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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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수입양서]The Anteater of Death

Webb, Betty
Poisoned Pen Pr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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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탐정이란 꼭 면허를 얻고 소정의 훈련과정을 거쳐야 하는 게 아니라, 탐정의 자질을 타고난 사람이면 어디서 뭘하건 그 사람이 바로 탐정입니다. 셜록 홈즈는 프로페셔널일까요, 아마츄어일까요? 아마도 후자 쪽 수식어가 우리 눈에 더 익숙할 텐데 그 이유는 그가 생업을 탐정 사무 수임으로 이어가는 처지가 아니라서입니다(뭘로 그가 먹고사는지는 끝까지 베일에 싸여 있으나 아마도 유산이 아닐까 짐작들 하죠). 반면 필립 말로 같은 이는 미국이란 국가가 제도의 일부로서 마련한 틀 안에서 절차를 밟아 가며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이라, 어떤 관점에서 봐도 "프로페셔널"이 맞습니다.

그간 우리는 다양한 개성과 특징을 지닌 탐정들을 봐 왔으며, 그 중에는 직업이  탐정이 아닌 이들도 꽤 많았습니다. 지금 리뷰하는 이 책은 "동물원 관리자"인 젊은 여성 테디 벤틀리가 주인공입니다. 동물원 관리자 같은 직종을 은근 동경하는 이들도 많은데 일반의 인식은 "위험하고 힘든 일" 정도죠. 이런 인식은 미국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음을 이 소설 속에서 살짝 엿볼 수도 있었습니다. 테디 벤틀리는 이름만 보면 남자 같고 실제로 "테디"는 시어도어 같은 남자 이름의 약칭으로 쓰이는 게 99%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헌데 우리가 24년 전 영화 <쥬라기 공원>에도 그 꼬마 여자애 이름이 "알렉스"였듯(알렉산드라의 애칭), "테디"를 "시어도라"의 애칭으로 쓰지 말라는 법은 또 어디 있겠습니까. "에드위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름이 유니섹스풍으로 느슨히(?) 쓰이기 시작한 건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의 풍조입니다.

책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이 가상의 미스테리 단초가 된 건 동물원의 개미핥기 "루시"입니다. 우리도 얼마 전 사람을 물어 죽인 맹수가 "적정 처분"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만, 아무리 생각 없는(...) 동물이라 해도 일단 사람에게 위해를 끼친 이상 주민들의 격앙된 감정이 이를 그대로 지나칠 수는 없죠(근데 제가 보기엔 이 동네 사람들 성깔이나 반응이 좀 유별나다 싶기는 했습니다). 그 전에 이런 사건을 처리하는 매뉴얼이나 규정이 있으니 그걸 따르면 되는 건데, 테디는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 때문에 마음이 개운치 않습니다. 거기서 그쳤으면 또 몰랐겠는데, 동물이 아닌 상급 책임자들 몇까지 이상한 혐의를 쓰고 말썽에 휘말립니다. 이쯤 되면 뭔가 구린 게 숨었다는 점 누구나 눈치챌 수 있습니다.

테디는 거침 없는 실행력을 가진 데다 자립심 강하고 영리한 두뇌를 지닌 여성인데, 이런 그녀를 딱하게 여긴 생모(왕년에 잘나갔던 분이며, 다만 테디는 엄마한테 미모 인자를 충분히 물려받진 못한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역마살이 끼고 무모한 인생을 사는 아빠를 닮은 듯)는 이런 이상한 직업에 파묻혀 시간을 낭비하는(본업과 부업-탐정질- 모두 마음에 안 들어하죠) 딸내미를 제발 좀 정상적인 삶에 정착시키려고 안달입니다. 테디는 그러나 과연 타고난 성격 값을 하느라고, 역시 이상한 남자한테 삘이 꽂혀 가뜩이나 불안정한 자기 인생을 더 위태롭게 만듭니다. 자기 주제는 돌보지 않고 무슨 엉뚱한 개미핥기의 한을 풀어주겠답시고 설치니(물론 동물에 한정된 말썽이 결코 아님이 드러나지만) 그 엄마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한 어느 여성, 그런 심리 이면에는 허위와 악랄한 심성이 초래한 범죄의 진상을 반드시 백일하에 드러나게 하고 말겠다는 원초적 정의감이 자리하기에, 독자들은 이 특이한 "탐정"을 응원하게 되는 것 아닌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매력적인 여성 탐정이 한창 양산되다가 또 근래 좀 드물어졌는데 간만에 괜찮은 캐릭터 하나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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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철도 분실물센터 | My Reviews & etc 2017-05-28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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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나토리 사와코 저/이윤희 역
현대문학 | 2017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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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잔잔한 웃음을 머금게 할 줄 아는 작가가 진정 재주꾼입니다. 우리도 모든 역사...는 아니고 특정 역의 사무실에 가면 "유실물 센터"가 꼭 마련되어 있습니다. 우리도 예컨대 당고개 같은 종착역에서 내릴 때면 선반 위에 (아마도 어떤 학생이 놓고 내렸을) 노트나 학용품 등이 봉투에 싸인 채 놓인 걸 보고 역무실에 갖다 주기도 합니다. 때로는 교통 카드를 놓고 내린 경우도 보는데, 그런 분은 나갈 때 어떻게 개찰을 했을지 모르죠. 아마도 친구들과 수다 떨며 긴 여정을 보내다 잠시 깜빡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오래된 피처폰을, (노인분들에게 흔한 습성대로) 테이프 등으로 둘둘 감아 둔 게(표면에 상처 안 생기라고 노인들이 자주 이러시죠) 어쩌다 주머니에서 떨어졌는지 좌석에 덜렁 놓인 것도 간혹 봅니다. 역사 내 질서유지 요원으로 간혹 노인분들이 봉사하시는데 이런 걸 신고하면 남 일 같지 않은지 그렇게 반겨하시더라구요.

펭귄이 그리 귀여운지는 때에 따라 확신이 안 서고, 심지어 무섭기까지 느껴질 때도 있는데 이건 그야말로 일체유심조라고, 보는 이의 마음 상태에 따라 바뀌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은 꼭 뭐가 우스워서 웃는다기보다, 뭐가 있어야 할 제자리에 있지 않거나 정상 질서에서 약간 어긋난 바만 있어도 웃음이 터지곤 하는데, 생존을 위한 경쟁과 투쟁이 워낙 치열한 가운데 조금이라도 여유를 찾아 희열의 에너지를 축적, 보완하고자 하는 진화 과정의 몸부림 그 소산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봅니다. 아무튼 뭐가 당연히 있어야 할 곳에 필요한 게 없거나, 반대로 엉뚱한 곳에 무엇이 버젓이, 보란 듯이 놓여 있으면 "이게 뭐래니?"하는 헛웃음이 누구에게서건, 어지간히 마음이 각박한 이가 아니라면, 터져 나오기 마련입니다. 하물며 분실물 센터에 펭귄이 놓여 있다면 더욱 그렇겠죠.

다치바나를 언제나 마음에 품고 있던 교코는 정이 많고 마음이 여린, 그래서 (자신의 표현을 빌리면) "언제나 조연에 머물 수밖에 없던", 우리 주변에서 알고 보면 흔히 보는(어쩌면 우리들 자신인) 그런 여성입니다. 하지만 그런 이들이라 해도 꼭 고양이 집사 구실을 자처하는 건 아니고(남의 반려 동물에는 관심을 보여도 자신이 키우는 건 싫어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아끼던 고양이가 죽었다고 유골함까지 항상 끼고 다니는 이들은 더욱 드물게 보는데, 놀랍게도 이 유골함이 든 백을 전철에서 잃어버리고, 똑 같은 겉모습을 한 다른 유실물 당사자가 그녀의 물건을 (잘못) 먼저 찾아가기까지 합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기란 확률적으로 0에 가깝죠.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의 사건, 그 빛깔도 비록 다른 이의 것과 서로 닮았을망정, 100% 같은 건 극히 드뭅니다. 우리가 사는 소소한 순간이 알고 보면 우주의 역사를 통틀어 한 번 벌어지기 힘든 기적에 가까움을, 이 짧은 에피소드는 잘 전하고 있습니다.

키가 큰 소헤이는 (바로 앞 에피소드에서 교코와 잠시 엮이는 걸 우리 독자들이 보았듯) 이 분실물 관리실의 책임자(?)입니다. 이번에는 은둔형 외톨이인 후쿠모리 겐과 마주치게 되는데, 하루종일 게임 캐릭터만 붙들고 사는 한심한 은둔형 외톨이 아니라 멀쩡한 사람이라고 해도, 느닷 얼척없는 곳에 펭귄이 떡 자리하고 있으면 "이거 무슨 서커스단이에요?"하고 놀라는 게 당연합니다. 현실이 아닌 가상의 세계에만 침잠하여 정상적인 인간들과의 소통 감각을 상실하면, 사실 놀라야 할 것에 놀라지 않고 당연한 데서 충격을 받는 식으로 감성이 왜곡될 수 있는데,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걸 보니 겐은 아직 가망이 남아 있긴 한가 봅니다. 보통 사람 이름자를 적을 땐 한자나 가타가나로 적는데, 버젓이 그 일부가 히라가나로 적힌 것까지 겐은 정상이 아닙니다. 헌데 게임만 하다가 정말 정신에 착란이라도 온 건지, 꿈이 아닌 현실에 "미소녀" 하나가 떡 나타나 이 낙오자에게 온갖 호의를 베푸...려는 듯 보이네요. 이는 펭귄의 마력이 발휘되기라도 한 건지, 아님 그 역시 냉혹한 현실의 알레고리이기라도 한 건지, 독자가 읽고 각자 판단할 일입니다.

가장 안타까운 유형은, 남에게 잘 보이려고 혹은 이용하려고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그저 남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자신도 괴로우면서 연극을 하는 유형입니다. 이런 사람들 중 일부는 "여튼 내가 남을 위해 손해를 본 건 사실 아냐?"라고 어느 순간 분노와 회한을 느끼고, 그 다음부터는 진짜 사기를 치려고 나쁜 마음을 먹기도 합니다. 무슨 부조리극에 나오는 괴인 캐릭터가 아니라, 주위에서 의외로 간혹 목격되는 불쌍한 인간형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다이라 지에는 그 정도로 가망 없는 사람은 아니고, 오히려 너무 착해서 매번 누구에게나 손해를 보는 사람이라고 파악하면 될 것 같습니다. 남편 미치로는 제가 보기에 참 답답한 사람인 게, 아내 지에가 이처럼 대책 없이 착한 사람이면 자기도 그에 맞는 세팅을 하고 살아야지, 그냥 여성 누구의 "추상적인 남편" 역할, 아니 연기에만 충실해서 결국 아내에게 큰 부담을 준다는 겁니다. 여튼 여기서도 우리의 펭귄과 키 큰 소헤이가 등장해 꼬인 일을 "해결"하는 데 한 몫 거듭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여태 무슨 <환상특급>이나 보듯 기묘한 사연의 굴곡, 미스테리를 다 해결해 주는 사연입니다. <환상특급>은 사실 현실의 모순을 고발할망정 그간 벌어진 초현실의 배후를 시원히 해명하지는 않는데, 이 마지막 이야기는 (아주 속시원하지는 않아도) "왜 뜬금없는 펭귄이 그 자리에 있어야 했는지"는 밝혀 주고 마무리짓습니다. 앞의 세 사연만 해도 우리 독자들의 마음이 훈훈해지기엔 충분했으나, 이 마무리로 인해 마음이 한결 더 가벼워지는 듯하죠. 하긴 잔잔한 일상을 성실히 살며 다른 사람에게 상처 안 주고 밥벌이를 하려 애 쓰는 우리들 모습이 어쩌면 다 기적이고 경이입니다. 최소한 이 흐뭇한 소설은 우리에게 그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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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패턴 베트남어로 쉽게 말하기 | My Reviews & etc 2017-05-27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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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80패턴 베트남어로 쉽게 말하기

윤선애 저
Pub.365 | 2017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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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십여년 전부터 베트남에 진출하는 한국인들이 부쩍 늘어났는데 현지 공장 건립을 통해 저렴한 원가의 이점을 가진 생산 기지 확보를 노리는 분들도 있고, 부동산 개발 쪽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 책에도 나옵니다만 베트남은 남북으로 굉장히 길게 뻗은 나라고, 통일보다는 분열 상쟁의 시기가 더 길어 아직도 지역 간 화합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등 여러 복잡한 내부 사정이 있습니다. 어떤 외국에 진출하는 분들이 공장 부지 확보(겸 저렴한 현지 노동력)에도 관심을 갖고, 다른 이들은 부동산 개발 쪽에도 관심을 쏟는다면 땅이 엄청 크기라도 한가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이상하게도 베트남을 작은 나라로 인식하지만 면적은 말레이시아(이상하게도 대국이란 이미지가 강하죠)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안 납니다.

인구는 9천만을 훌쩍 뛰어넘으니 사업가들이 이 나라의 장래에 눈독을 들이는 게 너무도 당연하며, 우리처럼 벌써부터 인구 증가세가 조로 현상을 보이지도 않고 이제 갓 중산층이 커나가는 단계이니 미래성장 동력을 여기서 찾는 게 당연합니다. 아직 믿음직스러운 번역기가 제대로 출시되지 않았으며, 현지인들로부터 신뢰를 쌓으려면 기계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기 감정을 듬뿍 담은 채 개성적인 표현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이 엄청 중요합니다. 김일성이도 중국어를 유창하게 잘 해서 중국인들의 환심을 샀다고 하지 않습니까? 제 주위에도, 현지를 자주 드나들다 보니 베트남어 몇 마디쯤은 아예 습관이 된 분들이 많은데요. 이처럼 언어는 습관이며, 언어학적으로 너무 심각하게 바탕을 깔고 시작하기보다는 그냥 운동하듯이 시간 날 때마다 몇 가지 패턴에 부착된 문장, 대화를 일상적으로 입에 달고 꾸준히 반복하는 게 중요합니다. 사람의 두뇌는 한 가지를 익히면 변형하여 응용하고 싶어하는 게 거의 본능입니다. 패턴이 머리와 입(이게 중요합니다), 습관 속에 자리잡으면 언어의 정복까지 먼 길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베트남인들의 역사는 중국과의 항쟁사라고 요약하는 입장이 있을 만큼, 그들의 민족적 자부심은 엄청 강한 걸로 유명합니다. 이런 베트남인들이건만, 그들에겐 유감스럽게도 고유의 문자가 없습니다. 바로 옆 태국 같은 경우 아랍어나 힌디어 처럼 자신들만 쓰는 문자 체계가 있는데, 베트남인들은 마치 중국인들이 주음부호를 병용하듯 알파벳을 일부 변형한 시스템을 씁니다. 자국의 주체적 노력 없이 외세에 떠밀려 근대화가 이뤄진 아픈 과거의 역사를 지닌 민족들이 흔히 이런 모습을 보이는데 터키도 베트남과 이 점에서 사정이 비슷합니다. 외국인 학습자인 우리로서는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습니다.

베트남어는 중국처럼 성조가 있는데(태국어도 그렇고요), 이 점도 한국인들의 접근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지요. 헌데 요즘은 중국어 잘하시는 분들이 워낙 늘어나서, 이제는 장벽이 아니라 "그 어려운 성조를 배운 겸에 다른 외국어 하나 더 익혀 놓자!"며 오히려 의욕적으로 접근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물론 표준 북경어와 베트남어의 성조 체계는 매우 다르지만, 언어는 입에 올리고 사는 습관이기에 자꾸 입으로 발음하고 소리내어 버릇하면, 아 이처럼 소리의 높낮이로 의미를 구별하는 문화권, 언어 체계도 있구나 하며 결국은 자연스레 받아들여집니다. 성형 수술이 발달하면 길거리에 다 미인들만 남아날 것 같지만 오히려 용한 의사들의 공통된 시술 개성이 훤히 얼굴에서 읽혀 비웃음거리가 되거나 타고난 아름다움을 가진 이들이 더 빛나듯, 번역기 없이 자유자재로 말하는 이들의 진정성은 현지인들이 더 알아줍니다. 한류 열풍에 빗대어 말하자면, 인공적인 세련미가 없어도, 자연스러운 그루브와 무대 매너, 가창력으로 각광받는 걸그룹 마마무의 성공사례와도 비슷하죠.

"회사"는 비즈니스 회화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용어이므로 성조와 함께 정확히 익혀둬야겠습니다. 왜, cong이라고 쓰면서 "꽁"이 아닌 "꼼"인가? 이런 걸 불편해하며 자꾸 부정적 생각을 갖는 분들이 있는데, 협소한 자신만의 상식에 갇혀 뭘 자꾸 재단하려 드는 습성은, 조직에의 부적응, 학습 능력 장애를 가져옵니다. 언어는 다 그 나라만의 고유한 관습이 따로 있는 법이며, ng과 n과 m이 서로 통하면서 미묘히 구별되는 양상은 프랑스어, 스페인어, 심지어 일본어에서도 관찰됩니다. 본인이 몰라서, 무지해서 근거 없이 "틀렸다"고 여기는 건 그저 그 자신의 부적응성을 노출할 뿐입니다. 현지인들과 친해지며 경제적 실리를 얻으려면 그들에게 뭘 가르치려 들지도 말고 그들의 습관에 익숙해지며 어울려 뒹구는 게 최상의 방법입니다. 어설프게 뭘 지적하려 드는 사람이 현지에 잘 적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꼼 띠"는 한자로 쓰면 "公司"입니다. 벌써 중국인들과 자주 접촉하는 이들은 확 익숙한 느낌이 오죠? 중국도 회사를 공사라고 쓰니까요. 심지어 성조까지, "솔"에 가까운 음이라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중국어 公司도 두 음절 다 제1성으로 내기 때문이죠.

다 비슷한 건 아니고 당연히 차이도 있습니다. 우리나 중국이나 베트남이나 "사악한 정령"에다 魔를 쓰는 건 같은데, 중국어의 魔는 서서히 올려가는 제2성이며, 베트남어의 "마"는 계속 평평한 솔(이 책의 설명을 따릅니다)음이라서 매우 다릅니다.

또이 쾌: 저는 잘 지냅니다.
아잉 쾌 콤: 당신은 잘 지내십니까?

이처럼 베트남어는 조사나 연계사 없이 단어만으로 뜻이 통하기도 하는데? "콤(khong)"은 여기서 "~가 아니다"라는 부정이 아니라, 별 뜻이 없이 의문문을 만드는 기능입니다. 같은 단어로 기능만을 다르게 써서 의미를 구별하는 셈인데, 이 책에 나온 대로 문장을 통째 외워 "패턴"으로 학습하면(자꾸 반복하고 따라해봐야 합니다) 어느새 "본래 그런 것 아니었어?"하고 몸이 익숙해합니다.

제가 예전에 프랑스어 공부할 때도 절감했지만, 외국어는 종이책 가지고 백날 파 봐야 다 소용 없습니다. 오디오 자료가 학습에 언제나 따라와야 하는데, 책에 나오는 패턴별 문장을 모두 현지인의 음성으로 읽고 담은 MP3 파일을 출판사 홈페이지(여기에요 http://www.pub365.co.kr/thought/book/view.asp?bidx=486&page=1&stype=&skey=)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저자 윤선애 선생님 목소리가 아니라 어떤 남자분인데, 또이 헙(나는 공부한다) 이러면서 약간 어눌한 듯 한 문장 한 문장이 다 녹음되어 있으므로, 책에 나온 한글 표기가 아니라 이 음성 자료를 통해 따라해 봐야 합니다. 다 합쳐서 150Mb도 안 되는 부담 없는 용량이며, 책도 중요하지만 이 오디오 교재가 더 중요하다 생각하시고 시간 날 때마다 반드시 입으로 따라해야 합니다. 홈페이지에 가면 저거 말고 워드노트, 패턴 정리 pdf도 함께 받을 수 있는데, 책도 예쁘게 편집되었고 다 좋지만 저는 무엇보다 이런 음성 파일 부록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게시된 책 표지(jpg 파일)가 달라서 이건 다른 책 아닌가 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 그 책 맞으므로 갈등하지 마시고 그냥 다운받아서 들으세요.

베트남에 대한 간단한 상식을 알 수 있는 자료도 있고, 학습자들이 언제나 헷갈려하는 호칭 문제도 깔끔히 정리되었습니다. 영어도 그렇고 사실 외국어의 학습은 단어 하나하나를 파고든다거나(교양으로 좋지만) 문법을 깊이 연구하기(고급 사용자나 라이팅 하는 이들에게는 필수)도 좋지만, 당장 현지인들과 부대끼며 써 먹기에는 이런 패턴 학습, 통째 외우기처럼 가성비 좋은 게 또 없습니다. 이 출판사에서 비슷한 구조로 영어 참고서도 나와 있는 것 같은데 당장 의사소통이 급하신 분들은 학교 다닐 때 배운 문법은 잠시 잊고 이런 패턴 학습으로 한번 시도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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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dow Patriots - Lucia St. Clair Robson | YES24 파블미션(舊) 2017-05-26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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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수입양서]Shadow Patriots: A Novel of the Revolution

Robson, Lucia St. Clair
Forge | 2006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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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 전쟁은 자국에서는 물론 우리 나라 등의 교과서에서도 "혁명"으로도 격상되어 불리는 역사적 대사건입니다. 충성을 맹세했던 군주의 통치권을 부인하고 민주주의 체제를 세웠으니 물론 "혁명"으로 불려 조금의 자격 하자도 없긴 합니다. 우리 생각에는 신사적인 룰에 따라 점잖게 교전행위를 하다 서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 후 적정선에서 타협이 이뤄진 걸로만 알지만, 사실은 여느 전쟁 못지 않게 대단히 더티한 국면도 많았습니다. 심지어 양국의 감정적 앙금이 몇 십 년 후까지 남아 후속전 격의 큰 전쟁이 다시 터지기도 했고, 미국 측은 이때 상당히 고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때로부터 근 백 년도 더 지난 후, 미국 내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에 대한 사법적 차별에 대한 항의표시로 이탈리아 군함이 출격하여 무력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니, 현재 우리가 아는 초강대국으로서의 미국 면모가 한결같지는 않았구나(당연하지만) 하는 생각이 새삼 들기도 합니다.

"컬퍼 링"은 일종의 첩보조직으로서, 조지 워싱턴 사령관에 직보하고 충성하던 역사적 실체입니다. 식민지이니만치 당연히 영국 본토 출신의 귀족들과, 왕으로부터 특허를 받아낸 이들이 직접 소유하고 관리하는 땅도 많았는데, 그 중 한 곳이 버지니아 주 컬페퍼 카운티입니다. 이곳은 코울페퍼 남작의 영지였던 역사적 근거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세월이 흘러 "반란군의 영수"에 의해 그 산하 정탐 인력들에 대고 명예로운 호칭으로 쓰였다는 점이 매우 역설적입니다. 남아 있는 기록이 그리 많지는 않아(당연하겠죠?), 이 조직이 일반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건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의 <첩자>가 거의 처음 계기일 것입니다.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는 우리가 소년 시절 접하고 읽으면서 컸던 <모히칸 족의 최후>로도 유명하죠(영화판도 있습니다). 쿠퍼의 아버지는 판사를 역임한 지역 유지였으며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때문에 우리도 잘 아는) 쿠퍼스타운의 이름시조입니다. 그 조상은 셰익스피어의 고향에서 터전을 잡고 살던 이였으며, 퀘이커 교도의 가장 이른 세대 성원이기도 합니다.

역시 기록이 충분히 남아 있지 않아 명쾌한 해명이 어렵지만, 그 이른 시기 여성의 몸으로 험한 첩보전에 뛰어들어 결정적인 전공을 세우고, 자신은 아무 이름도 남기지 않은 채 전사한 어떤 여성 스파이의 존재가 많은 관심을 끌어 왔습니다. 그저 코드네임으로만 남은 이 여성은 지금껏 몇몇 저술가, 제작자들의 상상 속에서 매혹적인 행보를 보이며 입맛대로 모양새를 갖추었는데, 유감스럽게도 제가 위에서 언급한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의 그 소설에는 이분이 등장하질 않습니다(자신은 어머니의 이름을 미들네임[페니모어]으로 썼음에도, 여성을 경시한 못된 습성이 있었나 봅니다ㅋ). 여러 논픽션 작가들이 최근까지도 이 여성 비밀 요원의 실체를 밝히려 애 썼고, 그 중에는 브라이언 킬미드라든가 돈 얘거 같은, 진지하면서도 현대 대중 사이에 인기 높은 이들도 있습니다. 소재가 워낙 좋기 때문에 내털리 콘로 같은 장르역사소설 작가도 최근에 장편 하나를 내놓았고, 저도 지금 비교해 가며 읽는 중입니다. 이 작은 대략 십 년 전쯤에 나왔습니다.

뒤마의 <삼총사>에 나오는 밀라디라든가 (과장, 왜곡되었다는 유력한 주장이 있지만) 1차 대전 중의 마타 하리, 혹은 해방공간의 김수임처럼 적진과 아군 진영을 오가며 자신의 실속도 야무지게 챙기는 마성의 매력을 보유한 여간첩 이야기는 언제나 독자의 흥미를 끌게 마련입니다. 내털리 콘로의 최신작과는 달리, 이 작품은 여성 요원 355뿐 아니라 다양한 인물들의 전과, 전공을 균형 잡힌 시선으로 다룹니다. 제목의 어구 답게 이름없이 죽어간(꼭 355번이 아니라고 해도) 여러 무명 용사들의 투혼과 기여에 대해서도 매우 진지하게 묘파하며, 선입견과는 달리 진중한 미국식 전통 애국주의 관점에서 소설이 쓰여진 편입니다(그러니 역사 공부 교재로 활용해도 좋을 듯). 소설로서의 재미도 부족하지 않아서, 목숨을 걸고 지키는 명분, 대의가 잘 드러났는가 하면, 간교한 배신과 충격적인 반전 등 우리가 흔히 장르소설에서 기대하거나 맛보는 통속적인 재미도 쏠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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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도삼략 | YES24 파블미션(舊) 2017-05-25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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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육도삼략

황석공 저/조인묵 편저
행복을만드는세상 | 2017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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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꾀주머니였던 장자방도 혼자 힘으로 그런 경지에 오른 게 아닙니다. 장자방은 본디부터 존귀한 가문 출신이었고, 입지전적 출세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던 몸이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마치 전국시대의 책사, 세객처럼 지혜를 갈고 닦으며 "누군가에게 쓰일 몸"이라도 되었다는 양 거사의 풍모를 갖추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사서에 나온 하나 확실한 전거를 들자면, 황석공이라는 신이한 노인에게서 전수받은 <삼략(三略)>을 탐독한 사실을 꼽을수 있겠습니다. 가문 내력으로 이어오던 한(韓) 왕실에의 보좌, 그 중흥을 꿈꾸다 좌절된 의기를 자기 수련의 동기로 승화시켰다는 시각이 유력한 상황이죠.

저자께서도 지적하시는 대로, <삼략(三略)>은 그 기원을 한참 더 거슬러올라가 아예 태공망 여상의 명의로 잡는 입장도 있습니다만 이 설은 많은 이들에게서 지적 받듯 그 근거가 희박합니다. 유래가 오래되었다고 여겨진 많은 저술이 후세의 고증을 통해 드러나듯, 이 책 역시, 장량이 보좌해 건국을 도운 전한이 망하고, 후한 역시 광무제의 출중한 재능과 노력에 의해 건립된 지 이백여년 만에 무너졌으며, 통일의 가망이 보이지 않던 이후 누백년 간의 분열상을 다 거쳐 관롱 집단의 부각이 결국 기반을 마련한 수- 당 초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저술되었다는 지적이 이론적 호응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즉, 실제로는 (강태공은커녕) 장량의 활약기보다도 근 8백년이 지나서야 쓰여진 셈인데, 이는 사실 우리 동양뿐 아니라 서양의 많은 고전도 사정이 다르지 않은 편입니다. 평판이 확고한 저자의 책이 아니면 읽지 않는 풍조는 근대에 이르기까지 큰 변화가 없었으며, 따라서 탁월한 내용을 담은 저서라고 해도 위조된 명의를 겉에 걸어야만 독자층의 저변 확대를 기대할 수 있었겠죠.

"병법"이라는 분류 범주, 혹은 제명(題名) 때문에 현대의 독자들은 간혹 혼란에 빠지곤 합니다. 예컨대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는 흔히 병법서로 일컬어지지만, 내용의 실질은 군사 운용의 원칙과 세부 지침에 대한 게 아니라 검법 수련, 자기 연마, 처세와 경륜의 도(道) 등을 논하고 있습니다. 만약 미야모토 무사시가 실제로 그 책을 지은 게 맞다면, 그 저술의 아득한 전범은 그의 시대로부터 천 년 가까이 전에 지어진, 바로 이 책이 아닐까도 생각됩니다. 실제로 이 책은 실전에 임하여 뭇 부하들을 통솔하는 요령, 동료들로부터 신뢰를 쌓는 기법, 방약무인-황음무도를 피하고 부하들과 일체가 될 수 있는 리더십 등에 대해 주로 "도덕적이면서도 실용적인" 가르침을 잔뜩 담고 있습니다. 편제는 상-중-하의 세 방략(方略)으로 나뉘었다 하여 우리가 보다시피 제목이 "삼략"입니다. 흔히 전국 시대 책사들이 즐겨 원용하는 "상-중-하의 삼책"과는 의미가 좀 달라서, 이 책에 실린 "상중하략"은 그 위계나 경중을 따져 논하기가 어려울 만큼 소중한 가르침과 지혜로 가득합니다.

권변이란, 시시각각 변화하는 정황에 따라 태세를 바꾸는 게 아니라, "임기응변"이 그 본체라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그게 그 말 아니냐고 착각할 수 있지만, 이른바 경제학에서 말하는 "적응적 기대"와 "합리적 기대"의 차이라고 할 수 있죠. 변하는 상황이 어떤 대응을 요구할 때, 상황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반응만 보여서는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국면을 바꿀 수 없습니다. A라는 문제 제기에 맞서 으레 A`라는 답을 내놓겠거니 주위에서 예상할 때, 느닷 A``에 이은 B를 내놓을 줄 알아야 그게 참된 임기응변이란 뜻입니다. 인간이 알파고가 두는 상수(上手)를 보고 그저 방어에 급급하면 그건 임기응변이 아닙니다. 컴퓨터가 예비한 모든 국면(경우의 수를 일일이 다 따지는 게 아닙니다. 그걸로는 도저히 사람이 기계를 못 당해내죠. 종목이 바둑인 이상 어느 국면으로 번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한 수가 꼭 있습니다)을 선제 제압할 수 있는 파훼법을 찾아내어야 합니다. 사람의 장기는 계산 능력이 아니라 오로지 임기응변 능력에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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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dow Patriots - Warren Ray | My Reviews & etc 2017-05-24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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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수입양서]The Shadow Patriots

Ray, MR Warren
Createspace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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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라는 모 기관의 모토도 있었습니다만, 남에게 공적과 공헌을 인정받고 일을 하는 것과, 남들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크나큰 기여를 하지만 정작 공식적인 칭찬, 기념, 크레딧은 전혀 받지 못한 채 그저 알만한 사람들끼리나 통할 명예에 만족하고 마는 것은, 서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공인된 대가, 칭송을 못 받는 건 그만큼 기여도가 약해서 그런 것 아닌가, 이처럼 안이하고 무책임한 판단을 내리는 이들도 많습니다만 세상은 그리 합리적이고 공정한 고과 시스템에 의해 돌아간다고만은 말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중대한 기여를 하는 사람이 역설적이게도 기여의 중대성 때문에 더 어두운 음지에 머물러야 하는 수도 많습니다.

대선 전 "새도우 캐비넷" 이야기가 나오길래 이미 당선을 가정하고 내각 진용이 다 짜여지지 않았을까 추측도 했습니다만, 선거가 끝난 지 10여일이 지난 지금에도 아직 공직 후보자 인선이 진행 중인 걸 보면 아직 한국에서 이런 제도적 진전을 기대하기는 시기상조인가 봅니다. 외국에서는 선거 전부터 예비 내각 명단을 발표한 후, 이 사항 역시 공약 마니페스토의 일부로 포함시켜 유권자의 판단을 기다리기도 하는데, 아직 가야 할 길이 멂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무튼, "섀도우"의 영역에 머물며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은 고독하기 마련입니다. 소방 업무, 교통 관제 업무, 방호 업무 등은 남들이 그런 직종이 있는 줄도 모를 만한 성격인 때가 많습니다. 이런 음지에서 남다른 활약을 벌이며 수백만 시민의 안전을 담보하고 사회 제도 중추 기능이 원활히 수행하고 돕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임에 틀림없습니다.

워런 레이는 제가 여태 잘 읽어 보지 못했던 작가인데, 지인이 킬링타임용으로 괜찮다고 해서 펼쳐 보게 되었습니다. 뭐랄까, 예전에 인기를 끌던 탐 클랜시 풍이라고 해도 되겠는데, 꼭 제목에 "패트리어트"가 들어가서 하는 말이 아니라 숨어 있는 영웅(잭 라이언은 요란한 영웅이긴 하지만)이 테러리스트나 사악한 조직에 맞서 선량한 공중의 안녕과 사회 질서를 수호한다는, 제법 스케일 큰 전개가 서로 닮아 있긴 해서요. 서구인들은 이처럼, 평시에는 그저 이웃에서 흔히 보던 아저씨 같은 인물이, 느닷 위기시에 능력 각성을 보여 놀라운 위업을 이뤄 낸 후, "다 끝났으니 난 집에 돌아갈래."라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셔츠와 재킷을 어깨에 두르고 석양빛을 받으며 제 갈 길을 가는 퇴장에 무척 환호합니다. 하긴 그런 모습이 멋있어 보이는 건 우리네 감성이라고 해서 큰 차이가 없기도 합니다.

워런 레이의 이 작품이 톰 클랜시 스타일과 결정적 차이를 보이는 건, 다분히 자유주의자 스탠스에서, 자신들의 배타적 이익과 특권만을 옹호하고 음습한 탐욕을 만족시키려 드는 정부 권력 최상층부의 파워 엘리트들을 비판한다는 점입니다. 즉, 이 소설은 미국 민주당 리무진 리버럴 들이 공통적으로 품는 세계관, 판타지에 아주 잘 부합합니다. 나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 "저들"이, 선량한 대중의 복리를 갉아먹고 시스템을 병들게 한다는 점에서 테러리스트들만큼이나 위험하다, 이들로부터 국가와 자유, 어리석은 백성을 지켜내야 할 이들은 깨인 정신의 우리들이다, 뭐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그냥 동네 아저씨 같은) 콜 윈터스의 능력과 정신적 성숙도는, "세계를 구할 만큼"의 신뢰를 주기엔 다소 버거워 보일 뿐 아니라, 마치 댄 브라운 세계에 나오는 일루미나티 따위처럼 현실감 떨어지는 "거대 조직"에 맞선다는 점에서 진부함과 통속성을 떨치지 못합니다. 생각 없이 읽어 나가고 일차원적 쾌감을 맛보기엔 최고지만, 너무 이런 책만 보다 보면 지능이 퇴화하지 않을지 걱정도 되더군요. 어휘 수준이 낮아서 중학생도 영어 공부차 읽어 나가기 좋을 것 같습니다. 시리즈를 염두에 두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여튼 이 "1편"이 반응이 좋아서 요즘도 계속 시퀄이 나오는 걸로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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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왜 실패하는가 | My Reviews & etc 2017-05-2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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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대통령은 왜 실패하는가

일레인 카마르크 저/안세민 역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 2017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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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국민을 걱정해 주는 사회가 아닌, 거꾸로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하고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사회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문제 있는 대통령들이 자국민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시민들로부터의 관심까지를 모으는 형편인데, 현재 독재 체제로의 개헌을 시도하며 정당치 못한 권력 기반을 굳혀 가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같은 이가 그 대표적 예입니다. 트럼프 역시 하필이면 역사상 가장 원성 높고 큰 실패를 저지른 예로 꼽히는 닉슨의 전례를 따라하다(따라한다는 의식도 없었겠지만) 지금 곤경에 처해 있습니다. 한국은 광복 당시 유진오 박사의 초안에 따라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헌법을 마련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변형된 대통령제를 끌어들여 이후 많은 부작용을 겪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또 내각제 개헌을 하자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거부감을 갖습니다. 버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금지옥엽 보듬듯 안고가지도 못하는 이 대통령제의 딜레마, 우리뿐 아니라 전세계가 고민인 듯합니다.

저자는 그렇게 말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제왕적 대통령이나 수사적 대통령이 아닌, 관리자형 대통령이다!" 느낌표까지 붙여 강조한 이 한 문장에는, 여튼 지양(止揚)되어야 할 두 가지 바람직하지 못한 유형까지 제시했다는 의의도 있습니다.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할 지는 모두에게 분명한 건 아니지만, 무엇을 극력 회피해야 할 지는 어쩌면 더 많은 구성원들에게서 합의를 끌어내는 지도 모르기에, 이 의의는 생각보다 큰 것입니다. 바람직하지 못한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국민의 복지와 행복을 무시하는 폭군형 지도자이거나, 반대로 실천에 옮기는 바는 하나도 없으면서 듣기 좋은 말로 국민을 현혹하는 선동가이거나, 이 두 유형이 대표한다는 뜻도 되죠. 문제는, 이 두 유형이 지난 세계 역사 곳곳에 출현했고 지금도 횡행하면서도, 여전히 극복되지 못하거나 운명처럼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필리핀의 두테르테 같은 이가 또다시 권좌에 오른 걸 보면, 과연 역사에는 발전이나 진보의 희망이 남아 있는지 의심까지 생깁니다.

저자는 일단 "모든 대통령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는 건지"의 의문부터 제기하며, 시스템 자체가 가진 필연의 재앙인지, 그렇지 않고 결함 많은 지도자 개인의 문제였는지부터 짚고 넘어갑니다. 만약 후자에 더 큰 책임이 있었다면, 이는 우리 국민이 시스템 개선을 통해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다는 어떤 희망이 생기기에 좋습니다. 사실 대통령제는 몇몇 후진국에서 국민 기만의 수단으로 마련한 독재의 장막으로 시작한 게 아니라, 민주주의의 가장 아득한 시초, 원형 중 하나인 미국 독립 전쟁의 산물로서 그 당시 북미의 현명하고 사려 깊은 지도자들이 지혜를 애써 짜내 안출한 제도의 산물이기에, 대통령(제)의 위기는 곧 민주주의 자체의 위기라는 점에서, 여튼 우리 현대인들이 이 희망의 씨앗을 질식시키지 않고 끝까지 갖고 가야 할 중대하고 소중한 유산입니다.

저자는, 성공하는, 적어도 실패는 하지 않는 대통령의 덕목으로 세 가지를 꼽습니다. 1) 정책 2) 소통 3) 실천력. 이 셋은 사실 대통령 뿐 아니라 어느 회사, 조직, 소집단의 리더에게도 공통적으로 꼽히고 요구되는 덕목인데요. 작든 크든 일국의 대통령에게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1) 정책은 다른 말로 바꾸면 일국의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그저 듣기 좋고 마음만 놓이는 미사여구 정책집, 곧 공약(空約)이 되어 버릴 말의 성찬만 내어 놓느냐, 아니면 소박한 약속이라도 작은 것들이 서로 엮이고 모여 화학적 시너지를 발생시킬 총체적이도 단단한 실체를 구비했는가, 뭐 이런 차이가 있겠습니다. 정책이 없는 대통령은,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아닌, 그저 자신의 자의(恣意)로 대중 위에 군림하려는 원초적 욕구만 가득한 폭군에 다를 바 없습니다.

2) 소통은 특히 이 책에서도 여러 차례 사례가 언급되는 로널드 레이건이 종래 바람직한 모범으로 거론되기도 한 덕목이죠. 다만 이 책에서는 레이건 역시 신랄한 비판 대상으로 삼는데, 시대 환경이 크게 바뀐 현재에서는 당연한 태도라 하겠습니다. 이라크 전쟁은 조지 W 부시 뿐 아니라 영국의 당시 총리 토니 블레어까지도 실패의 구렁 속으로 몰아넣은 사태로 꼽힙니다. 이 책은 물론 미국 저자에 의해 쓰여진 책이고, 명실공히 대통령제를 채택, 운영하는 미국의 사례에 집중하기에 토니 블레어 이야기는 안 나옵니다만, 제가 해당 챕터를 읽고 느낀 건 결국 이 사태로부터 추출된 교훈은 영국의 이후 역사 진로에도 고스란히 적용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이 책은 특히, 대통령제는 대통령 개인의 판단이 제왕적으로 마구 실현, 적용되는 게 아니라, 엄연히 헌법적 정당성을 갖고 마련된 관료제, 자문기관, 기타 견제와 균형을 실천할 국가 기관에 의해 유기적으로 협력을 받아 가며 실천되어야 함을 지적합니다. 왜 부시는 이라크전에서 총체적 실패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는가? 답은 기관 사이의 협조가 부족했고, 그 방대한 조직이 생산하는 알토란 같은 정보가 윗선에 보고되어 정책 결정에 도움을 줄 경로가 심각한 장애를 일으켰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저자는, "유능한 관리자형 대통령"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합니다. 관리자는 그저 시시콜콜하고 쫀쫀한 디테일에 집착하는 편집증 환자가 아니라, 존재하는 시스템의 미덕과 기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할 줄 아는 영리한 운영자라야 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현대 국가는, 과거의 미비한 시스템에 어설프게 의존해서 아슬아슬하게 굴러가는 양상이 아니며, 얼마든지 든든하고 내실 갖춘 시스템으로부터 "최종 의사 결정권자"가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왜 잘 하지도 못하면서, 남의 도움도 한사코 마다하다 재앙을 자초하는가? 이 통렬한 질문이야말로, "관리자형 대통령"이 차라리 제왕적 대통령보다 더 되기 힘든, 그러나 국민들이 가장 간절히 원하는 유형임을 잘 설명해 줍니다.

독재는 차라리 무능하고, 성과도 없으며, 독재자 자신까지 실패로 몰아넣는 환각적, 자폐적 몸짓에 지나지 않습니다. 유효한 충고를 잘 듣고, 다가오는 위험의 신호를 제때 파악하며, 혹 미처 방지하지 못한 재앙은 어디까지나 시스템이 마련한, 혹은 충분히 제공 가능한 도움에 의존해서 해결할 것, 이것이 바로 1) 정책적 준비가 잘 되어 있고, 2) 관료들과 국민과 잘 소통하며 3) 필요하고 적절한 집행 수단만 딱 골라 경제적으로 발휘하는 집행력, 실천력을 갖춘, 성공하는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덕목이자 간절한 희망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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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d Cobra - 로브 싱클레어 | YES24 파블미션(舊) 2017-05-2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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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수입양서]The Red Cobra

Sinclair, Rob
Bloodhound Books | 2017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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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브라는 특수한 국지적 생태계에서만 서식하는 종(種)이라서 우리는 물론 서유럽인들에게도 애초에 낯선 존재였을 텐데, 그 치명적인 독성 함유 체액과 재빠른 공격, 수비 동작, 배후면에 붙은 독특한 생김새의 후드 따위 때문에 제한된 접촉, 조우만으로도 매우 깊은 인상을 남겼나 봅니다. 이 작품뿐 아니라 이미 수백년 전부터 영문학에는 갖가지 상징과 분위기 조성의 매개물로써 코브라가 즐겨 쓰였는데, "빨간 코브라"가 실제로 있는지 그렇지 않으면 그저 문학적 심상의 유발을 위해 수사적으로 쓰였는지는 의문이 들 수 있으나 일단 이 작품(혹은 훨씬 정평 있는 고전 중의 등장 용례)의 설정과 무관하게 아프리카 일대에 널리 퍼진 아종이 있긴 하다고 나옵니다.

로브 싱클레어는 현재 북미 시장에서 제법 큰 폭으로 장르 독자들에게 환영 받는 신예작가입니다. 그의 출세작은 <적과 함께 춤을>인데, 여기에 나오는 칼 로건은 어떤 첩보 조직에서 최고로 꼽히던 에이스였습니다. 이러던 게 그의 불구대천의 적수를 만나, 살인자 겸 조직의 배신자라는 누명을 쓰고 지난 20년 동안 세운 모든 공적을 박탈당한 채 쫓기게 된 거죠. 그로서는 명예회복도 하고, 악마와도 같은 놈에게 복수도 신랄히 수행하며, 억울하게 뒤집어쓴 혐의는 깨끗이 떨어낼 수 있게 증거도 모아야 합니다.

칼 로건은 놈에게 납치되었을 당시 모진 고문도 당했는데 이때문에 몸이 아주 성치는 못합니다. 저는 예전에 어떤 인기 첩보물을 보더라도, 저렇게 광범위한 활동을 하고 다니는데 한 번도 위험에 처하거나 몹쓸 부상을 당하지 않는지, 사람 몸이라는 게 한 번 몹쓸 일을 겪으면 회복이 불가능할 텐데 저렇게 날아(?)다니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어렸을 때 했더랬습니다. 이 에너미 시리즈(다시 말해 칼 로건 시리즈 - 각권[installment]마다 단어 "enemy"가 반드시 들어가는 제목이라서 보통 에너미 시리즈라 부릅니다)는 그런 점에서 뭔가 현실성이 느껴져서 괜찮았습니다.

아껴 주던 조직을 배신한 "로그 에이전트"도 이미 첩보물에서는 흔한 소재이며, 로그 에이전트인 줄 알았더니 모함 받은 영웅이었다는 설정 역시 영화에서조차 자주 접하는 게 우리 현대 관객들입니다. 칼 로건은 이처럼 악당들과 "아군"인 조직 양편에서 쫓겨 다니는 걸 주된 사연으로 삼는데, 이 역시 적어도 예전 TV 시리즈 <A 특공대>때 이미 보기도 했던 익숙한 세팅입니다.

에너미 시리즈(즉 칼 로건 시리즈)는 꽤 인기가 좋았고 저도 세 권 모두(그 후에 또 나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이 따끈따끈한 신간은 칼 로건이 한적한 시골에서 새 삶을 시작하려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제임스 라이커 시리즈의 시작이라고 해서 육체적으로나 캐릭터 구조 면에서 한계를 느낀(독자들이 아닌 작가 로브 싱클레어 입장에서) 나머지 주인공 교체가 드디어.. 라고 짐작했으나 그건 아니고 주인공의 새 가명입니다. 일이 워낙 심하게 꼬인 판이라서 칼 로건이 결백하다는 걸 보증해 줄 조직원들이 없는 건 아닌데 문제는 그 정도만으로 사태가 해결될 가망이 없다는 겁니다.

<전선 위의 참새>를 보면 이미 첩보조직 고위직에 커럽티드된 나으리들이 포진하고 있어서 현장 요원이 뭔 짓을 해도 어렵게 된 권력 구조라든가, 심지어 적국에서 CIA 서버를 이미 털어 놓은 터라 방대한 조직의 어느 누가 문제성 인물인지 확실한 충신이고 유능한 자원인지도 모르게 Db가 엉망이 되어 버린 설정이 나오는데 이 칼 로건 시리즈에서 JIA(사실상 CIA)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칼 로건, 아니 제임스 라이커도 이미 그 점을 알고 있는데, 그를 찾아온 전 상사 윈터가 새로운 충격적인 사실을 가르쳐 줍니다. 이 소설의 제목인 "레드 코브라"가 별명인, 전설적인 여성 암살자가 있는데 알고 보니 그 신원이 완전한 착각일 수도 있으며, 그가 누군지를 밝혀 내는 게 로건 자신의 안위와도 직결된다는 설명입니다.

소설 자체가 상당히 꼬이고 꼬인 운명에 주인공을 집어 넣은 판인데다, 여기에 아예 "기존에 알던 모든 정보가 다 허위일 수도 있다"는 트위스팅이 신선합니다. 파편적으로 던져진 정보가 혼란스럽기는 하나 개별적으로는 다 진정성을 담았기에 영리한 조합만 해 내면 끝이었던 전통 스릴러와 달리, 아예 처음부터 무엇이 가짜 소스이고 진짜를 어떻게 가릴지부터가 고민인 이런 구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리네 현실도 사실 이런 딜레마에서 하루도 자유로울 수 없기에 더욱 매혹적인 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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