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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 1 | My Reviews & etc 2018-02-2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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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반야 1

송은일 저
문이당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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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에, 처연한 감상이 절로 치솟는 작품이었습니다.

"반야"의 뜻이 뭔지 아시나요? 범어 "프라즈냐"가 빠알리어(부처님 시대의 입말) "빤냐"로 바뀌고, 이게 한역을 거쳐 굳어진 단어입니다. 음차로 형성된 말이긴 하지만, 한자로 새겨 보아도 얼추 비슷한 뜻이 되는 게 신기할 정도죠. 산스크리트 문자(데바나가리. 힌두어 등도 이 문자로 표기합니다)로 쓰면 प्रज्ञ입니다. 뭐가 저렇게 짧아지나 할 수도 있는데, प्र가 합쳐진 글자이며, ज्ञ가 한데 모인 꼴입니다. 이는 해당 언어를 공부해야 그 체계에 대한 이해가 가능합니다. 헌데 너그러우신 부처님도 그런 뜻이었겠고, 많은 선승들은 치열한 문자 공부를 통하지 않고서도 그저 바른 마음과 수양으로도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여겼다니 다시 한번 마음이 숙연해지곤 합니다.

"반야"는 그 한 몸에 온갖 지혜를 담아낸 기이한 처녀입니다. 남장을 햐면 귀여운 사내아이처럼 보이기도 하고, 정색을 하고 꾸미면 안 넘어갈 수컷이 세상에 없을 만큼 색기 넘치는 자태를 가졌습니다. 이런 반야이지만 속세에 태어나길 천것으로 태어나, 신상에 닥쳐오는 온갖 위험과 신이한 알림, 징후 같은 걸 몸에 끼고 살다시피해야 합니다. 그런 반야에게는 타고난 지혜 말고도 세상에 부대끼며 몸에 밴 안목과 요령이 점차 늘어, 이런 어리고 연약한 몸으로 어떤 대처가 가능할까 싶은 상황에서도 기적 같은 반전을 일궈 내는 품이 독자를 감탄하게 만듭니다. 물론 그녀에게는 신기(神氣)가 내내 감도는 운명적 재주가 몸에서 떠나질 않습니다만, 이런 건 이점이라기보다 차라리 저주에 가깝습니다. 그녀를 지켜 주는 건 결국 무녀로서의 신통력이라기보다, 엄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권력욕과 이욕의 칼날 같은 서슬을 모면하는 뱀 같은 슬기입니다.

이 고을 사또 김학주는 소년 등과를 한 수재 관료입니다. 희한하게도 천것들이나 앓는 무병이 내내 그의 몸에서 떠나지 않아, 그는 맑은 정신과 빼어난 지성에도 불구하고 삭신이 안 쑤실 날이 없습니다. 이런 무병이 흔히 그렇듯, 상대와 마주하면 그 검은 속셈과 비루한 계산, 감정의 동요가 눈에 훤히 보입니다. 병이 떠나면 이런 통찰은 간곳없이 사라지니 신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가의 가르침이란 본디 "사불범정"이라 하여 괴력난신을 이야기하지 않고, 무속은 물론 불가의 영향력과도 맞서가며 오랜 세월을 투쟁해 온 객관적 관념론의 총체입니다. 이런 유생들 중에서도 장차 최상층부에 자리하여 무리를 이끌 김핟주 같은 이가, 단지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그 이점과 쾌감을 놓지 않기 위해 제 몸에 신기(천한)를 달고 산다는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반야는 어린 나이임에도 척 보자마자 김학주의 슬프고도 컴컴한 운명과 체질을 직시합니다. 사또도 이 반야가 자신의 그런 속마음을 (일급 무녀이므로 당연히) 들여다보는 줄 알고, 고수들끼리만의 화통함으로 직설적인 대화를 주고받습니다. 반야는 사또의 깊은 곳 변덕과 정욕의 발동까지를 훤히 캐치하여 살벌한 수(手)를 말로 두는데, 김학주 역시 능글능글하게, 그러면서도 등골 서늘해지는 위엄을 풍기면서 받아넘깁니다. 언제나 반야는 복채에 있어 같은 정책(?)으로 나가고, 김학주도 제 그릇이 결코 녹록지 않음을 확인시키기 위해(그럴 필요도 없을 텐데 말이죠) 대담한 언사를 서슴지 않습니다. 둘의 이 맞대면 장면이 특히 볼만했습니다.

세상의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이 고루 교차하고, 그 중 천벌을 받아 마땅한 패륜과 불의가 저질러지는 줄 뻔히 알면서도, 사신계는 인간사에 함부로 개입하지 않습니다. 그들 역시 섭리라는 룰을 지켜야 하며, 필멸의 인간계에서도 여튼 권력자들이 부려 대는 위력은 충분히 파괴적이기 때문입니다. 반야는 이 두 "포스" 사이에 끼어, 한편으로 제 한 몸의 물욕과 육욕을 영리하게 달래고, 다른 한편으로 어린 나이에 서글프게도 깨닫게 된 궁극의 법칙 한 자락에 줄곧 충실하며 진영 충돌의 파국을 막고자 몸부림칩니다.

미복을 하고 야밤에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는 영조(이단. 연잉군)과의 조우도 무척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엄청나게 큰 기운이 느껴졌으나, 한편으로 너무도 슬픈 분이었다." 이보다 더, 저 대군주의 성격과 기질과 천품을 잘 요약한 평가가 있을까요. 한편으로, 천한 신분이 뜻하지 않게 세상사 가장 깊고도 위험한 이치에 접해 노출되는 온갖 위험과 한을 풀어내는 방법은 마치 육(肉)의 교접이라도 된다는 양, 다양한 상황에서 펼쳐지는 정한의 물적, 정신적 표출 묘사는 약간 낯이 뜨거워지면서도, 보잘것없는 인간의 아귀다툼, 드잡이가 결국 저런 몸짓하나로 다 설명되지 않나 싶기도 해서 많은 감흥이 교차하게도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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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가지 비즈니스 모델 이야기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8-02-27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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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101가지 비즈니스 모델이야기

남대일,김주희,정지혜,이계원,안현주 공저
한스미디어 | 2017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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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아이템보다는 컨셉이 중요하고, 기막힌 효용보다 더 어필하는 건 성공적인 포지셔닝이며, 사업가 개인의 수완보다는 무슨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하느냐가 더 큰 성공의 관건입니다. 머리도 잘 돌아가고 인간적 매력도 있고 해당 분야에 대한 기술적 지식도 빠삭할 뿐 아니라 의지도 충만한데, 왜 결과가 신통찮은가? 바로, 신통찮은 분야에 몸담고 아까운 자원과 정력을 낭비했기 때문이죠. 요즘같이 변화무쌍한 세상에 과거의 논리와 한물간 전성기의 가락만 붙든다면 적응이 잘 될 리가 만무합니다.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출중해도 그걸로 판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설령 좀 무능해도 "되는 판"에 몸만 영리하게 담을 줄 안다면 그런 사업가가 끝에 가서 전세를 엎고 승자로 남는 수가 많습니다.

스타트업이 결코 유망하지 못한 진로임을 잘 알면서도 많은 젊은이들은 이 험난한 경쟁의 트랙에 몸을 싣습니다. 자신의 창의력과 아이디어, 섬광처럼 찾아온 영감을 잘 가꾼 노력이 언젠가는 결실을 맺을 줄 알기 때문이죠. 헌데 꿈 자체는 나무랄 게 못 되지만, 소중한 씨앗을 어느 모판에다 심고 키우냐의 문제는 운수나 요행이 아닌 근본 판단력과 지혜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건 원천 기술의 창의와 혁신성 못지 않게, "될성부를 모델을 찾아 올바로 몸을 담그는 단계"입니다.

저자들은 먼저 "비즈니스 모델"이 대체 왜 중요할 수밖에 없는지, 그 이론적, 연혁적 의의에 대해 설명합니다. 우리에게 "코즈 정리"로 너무도 유명한 로널드 코즈는 그의 거래비용 이론에서, "분명하게 확립된 재산권과 충분히 낮은 협상비용이 전제된다면"(출처: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437708&cid=58393&categoryId=58393) 오랜 시간 동안 경제학 자체의 이론적 허점, 혹은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 모순으로 꼽혔던 이른바 "외부 효과" 문제가 정부의 개입 없이도(정부가 개입하는 이유는 "시장의 실패" 때문입니다) 해결될 수 있다고 결론 내립니다. 그런데 이 말을 반대로 뒤집으면,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고, 유무형의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가 개인이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듯 일을 벌이면, 외부 불경제가 너무도 크게 개입하기 때문에, 개인 차원에서는 극복 못 할 난관을 맞게 된다는 뜻도 되죠. 그래서 결론은, 이미 잘 짜여져 있거나, 암묵적으로 완성 단계 직전까지 간 모델에 개인들이 몸을 담아야, 일일이 개척적 수고를 할 필요 없이 본래의 목적을 향해 순항할 수 있다는 겁니다. 책 챕터 1에서 강조하는 포인트는 이것입니다.

저자들이 강조하는 건 "가치의 사슬"입니다. 세상의 산업에는 다양한 국면에서 생산되늰 부가가치가 존재합니다. 애덤 스미스의 고전에서 너무도 유명하게 인용되는 "분업의 이득"이란 꽤 확장성이 넓은데요. 챕터 2에서 저자들은 카네기의 철강회사를 예로 들며 철강 생산을 위한 온갖 단계의 부가 생산 공정을 "수직 계열화"함에 따라 생산 원가를 88%나 절감한 놀라운(잘 알려진) 이치를 강조합니다. 그런데 분업과 계열화의 효율은 반드시 수직방향으로만 이뤄져야 하는 건 아니며, 때로는 수평 방향으로도 얼마든지 구축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책에서 드는 예는 1회용 패션으로 시대의 새 트렌드를 띄운 의류업체 "자라"입니다. 노무 비용 상승이나 기타 업종 고유의 특성에 의해 수평 방향으로만 효율이 달성되는 분야도 분명 존재하며, 이 책에서 소개하는 기프가프의 경우 "대리점도 고객센터도 없이(p27)" 온라인상으로만 존재하며 유심 제조에만 전력하여 혁혁한 성과를 올리는 좋은 모범이라고 합니다.

"디자이너들은 본래 고용이 되어서는 안 되는 창의적 존재들이다." 이른바 개방형 네트워크 플랫폼의 대표 주자로 알려진 알레시의 창업자의 지론이라고 합니다. 사실 디자이너란 산업의 현실에선 스카웃의 대상도 되고 이직도 잦은 엄연한 고용인 신분인데, 예컨대 제 기억으로는 현기차의 경우 "그분"의 영입으로 특히 해외 소비자들에게 전폭적 지지를 얻어 오늘날과 같은 도약의 국면을 맞기도 했었지요(이제는 꽤 지난 과거가 어느덧 되어버렸습니다만).

이렇게 하면 첫째 디자이너들도 개별 기업의 컨셉과 브랜드 개성에 함몰되지 않고 자기 스타일을 유지할 동기가 생기며, 기업들 역시 법정 고용 유지에 드는 각종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이게 "무책임"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첫째 디자이너에게 자신들이 심미적 가치를 증진시킨다는 자부심과 목적의식을 심어 주는 게 중요하고, 다음으로는 알레시가 모범을 보여 주었듯 신진 기예를 발굴, 육성하여 알레시와만의 연계 의식을 함양하는 게 필요합니다. 한때 일본 엔지니어들이 소속사에 제기하여 큰 문제가 된 이른바 지적재산권 이슈에서도, 알레시는 상생의 정신으로 디자이너들에게 큰 폭의 권리를 계약으로 인정해 준다는군요.

비슷한 패러다임으로 시장을 대하는 게 로컬모터스입니다. 이 회사는 공개, 공유, 협력이라는 가치를 표방하며 철저히 고객이 원하는 맞춤형 자동차를 생산하는 게 사업 모델입니다. 한번 원형을 제안해 두면,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귀한 의견을 개진하고, "잠재적" 소비자들도 그 제작에 실질적 기여가 될 다양한 형태의 "참여"를 시도합니다. 이런 열린 프로세스에서 홍보와 제조가 동시에 이뤄짐은 물론이거니와, 탄생 과정을 일일이 지켜본 대중과 미디어 모두 신상의 쇼케이스까지를 응원하는 팬으로 끌어들이는 셈이니 기계적, 타산적인 재래식 마케팅에 의존할 필요가 없죠.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해도 효과 없지만 안 하면 괜히 찜찜하기만 한 게 광고라고요. 외부 엔지이너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바로 위의 알레시 사례와 매우 닮았습니다.

거래유형별 플랫폼으로 저자들은 세 가지를 듭니다. 첫째는 집합형인데 플랫폼 운영자가 실제로 판매할 제품, 서비스를 모두 보유한 구조를 가리킵니다. 제 생각으로는 종전 방식의 분류로, 자신이 직접 ware를 가지고 상대와 거래하는 "중계 무역"이라든가, 혹은 broker와 상대되는 개념으로서 dealer 같은 게 있습니다. 브로커는 그저 상대를 연결시키는 역할만 하지만(쉽게 말해 공매도 같은 것), 딜러는 자신이 보유한 물품을 팔고 사기도 하는 책임지는 거래자죠.

이런 것과, 제품형, 다면형 플랫폼은 구분됩니다. 먼저 제품형 플랫폼으로는 책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을 듭니다. 이 제품 하나에 얽힌 여러 산업과 제조 섹터를 거미줄처럼 연결하며, 그러면서도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일은 전문 업자가 따로 맡는다는 소립니다. 다면형으로는 책에서 페이스북을 예로 드는데, 요즘 우리가 TV광고에서 자주 보는, 구글 플레이에서 성공적으로 게임 개발자로 데뷔시킨 여러 프로그래머들이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바라보는 시각, 혹은 객관적, 실물적 관계가 바로 다면 플랫폼의 전형이겠습니다. 엄밀히 말해, 요즘 우리가 플랫폼 하면 대뜸 떠올리는 건 이 후자 두 경우뿐이겠습니다.

번화가를 걸을 때 최신 유행곡이나 캐럴이 울려퍼지면 보행자도 덩달아 신이 납니다. 이런 건 곡의 홍보도 될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사용료를 charging 할 방법도 없어 그간 찜찜하나마 법과 계약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었지요. 원트리즈 뮤직은 저작권자들의 이익 환수 대행 노릇도 할 뿐 아니라, 대형 매장에서 언제나 부담스러워할 만한 "우발적이고 갑작스러운 청구"에 합법적으로 대응할(=제값을 내고 쓰게 돕는) 창구, 경로를 마련해 줍니다.

여기에 그치면 기존 저작권 협의체와 다를 바 없는데(이런 협의체도, 앞에서 말한 대로 무형의 사회적 인프라이며 외부 불경제 효과를 해소하는 요긴한 에이전시입니다), 원트리즈는 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사실 매장에서 트는 음악은 이를 찾는 소비자가 그 매장(꼭 백화점 같은 곳뿐 아니라 일식집, 바, 클럽, 셀렉샵 등 다양하죠)을 기억하는 중요한 차밍 피처 중 하나입니다. 아니, 하다못해, 동네 마트에만 가도 어떤 점장님은 꼭 1990년대 히트곡 메들리만 줄창 틉니다. 그게 전략이건 그분 개인 취향이건 간에 소비자는 귓전을 쨍쨍 울렸던 BGM(?)으로 그 매장을 기억하기 마련이죠. 원트리즈는 매장과 협의하여 일종의 BGM 컨설팅까지 해 준다는 뜻입니다. 인테리어보다 어쩌면 더 세심하게 이미지 빌딩에 기여하는 게 음악일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더 놀라운 건, 음원 공급 면에서 타 업체에 기댄다면 원가 관리에서 유출적 요소를 결국 통제 못 합니다. 이 회사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인재를 키워 자사가 보유할 만한 새 음원을 Db로 축적도 한다는군요. 배고픈 작곡가들과 윈윈하는 멋진 발상이 아닐 수 없죠.

쉐어블링은 이른바 커머스 3.0의 이념을 구현하는 모범적 플랫폼의 선두 업체입니다. 이 발상은 개인별로 비슷한 아이템을 구매, 착용해도, 그 효과나 조합은 상상 밖으로 다양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자명한 이치인데 왜 이때까지 다른 이들은 이를 사업 모델로 만들 아이디어를 못 떠올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책에서는 이 플랫폼만이 제공할 수 있는 효용으로, "개별 소비자들은 자신의 스타일링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p269)", 아울러 판매자 쪽에서도 낱개 품목이 아니라 세트(=번들) 단위로 다룰 수 있으니 더 큰 이익이라고 합니다. 확실히 사람이 짜내는 지혜와 꾀에는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SNS는 일부 불건전한 소통이나 과시적 게시물, 외적 지표에만 치중한 중독형 행태가 두드러지긴 하지만, 외국에서 예컨대 링크드인 같은 서비스는 진정한 인맥 구축의 통로가 될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공식적으로 오프라인상의 관계를 미러링하는 증명처럼도 활용되죠. 게다가 채용과 지원의 유력한 소스 교환, 열람의 장도 제공하니 허위와 선전, 일탈의 채널이 아닌 진정한 사교(social)의 "플랫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장기적으로 페이스북 같은 범용 놀이터보다는 분명한 목적과 실용에 특화된 이런 관계망이 훨씬 큰 성장 가능성을 지닌다고 봅니다.

책의 내용은 꽤 방대합니다. 이 중에는 기발한 혁신 모델도 있고, 기존의 제도를 영리하게 비튼 변용, 응용의 미학이 돋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어떤 것은 (책의 서문에서 강조한 바와는 다소 다르게)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 격으로 파천황의 성과를 낸 놀라운 창의와 도전의 전리품도 보입니다. 스타트업의 어려움만 유약하게 호소할 게 아니라, 이처럼이나 많은 선구자들이 진정한 "스타트업 정신"으로 이미 다져 놓고 일군 플랫폼, 모델이 이처럼이나 많다는 걸 알고 자극이나 좀 받아야겠습니다. 올라탈 거인의 어깨가 없다고 엄살 피울 게 아닙니다. 이처럼이나 무등 태워줄 의향과 의욕에 가득한 선배들이, 후배들의 견인차, 상생의 동반자 노릇을 하겠다고 줄을 섰지 않습니까?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 난관이 축복의 꽃길로 탈바꿈할 수도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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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회사의 연구 - 노용필 | My Reviews & etc 2018-02-26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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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국천주교회사의 연구

노용필 저
한국사학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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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 동정 관련 기사를 보면 "反기독교" 움직임이 뚜렷한 트렌드 중 하나로 감지되어 우려를 낳습니다. 북한 헌법에는 종교 선전의 자유뿐 아니라 반종교 선전의 자유도 명기되었다고 하지만, 종교를 믿을 권리가 있다면 그를 부인하거나 비판할 권리도 물론 있는 법이어서 그 자체를 나무랄 건 물론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어느 정도 먹고살 고비를 넘기니 슬슬 종족의 고질병인 묻지마식 배타주의, 열등감과 교묘히 결합된 폭력적 징고이즘 등이 오랜 누에고치 속에서 또 기어나오는 것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이미 서구식 생활방식과 관념 중 상당수를 "보편"으로 받아들이고(서구식이 무조건 옳다는 게 아니라, 그네들이 이룬 성취 중 반박이 불가능한 과학적 진리, 합리성의 순일한 추구나 세련된 개인문화의 자각 등) 그에 깊숙히 적응한 우리네와, 중국인들의 저런 반동적 흐름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고, 싸드다 뭐다가 문제가 아니라 일종의 "문화투쟁"으로 십상팔구 비화하지 싶어 요즘 들기 시작한 우려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읽고 있는 다른 책 중 놀랍게도 이런 찌질한 국수주의(그나마 우리 것도 아니고 중국인들의 생각)를 또다시 들고 나오며, 이미 실패로 낙인 찍힌 너절한 관념의 복권, 재평가를 시도하는 것이 있어 참 서평을 뭐라고 써야 할지 난감해지곤 합니다. 이런 주제를 거론하면 또 조셉 니담이 어쩌구 하며 쌍팔년도 얘기를 꺼내곤 하는데, 그분 하는 얘기 중 상당수가 이미 학계에서 논파된 게 많습니다. 정작 그분 학설은 여전히 경청할 만한 게 많지만, 이를 잘못 인용, 왜곡하여 온갖 되지도 않은 신 중화주의, 사대주의를 들고 나오며 논리적 비약을 일삼는 매국 좀비들이 문제란 겁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는데, 사실 기독교는 동아시아에서 유독 우리 한국인들만 즐겨 신봉하는 종교입니다. 중국뿐 아니라 일본도 신구교 막론하고 신도 수가 극히 적습니다. 이게 한민족 혼자서 동아시아를 배신한 징표가 아니라, 다른 문명권에서도 좋은 건 한번 받아들이고 보는 유연한 정신과 융통성, 역동성의 확인으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겁니다. 물론 현재 한국에 이 정도나 뿌리내린 기독교가 향후 그 시대적, 사회적 소명을 다 못 하면 그땐 가차없이 도태되겠지요. 그건 그때 가서 공동체의 심판을 받으면 그만이고, 무슨 중국에서 어쩐다고 그걸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무작정 따라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겁니다. 일본은 일본대로 저리 된 사정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신구교 막론하고 기독교가 맥을 못 추는 건 여러 배경이 있으나, 일단은 막부체제에서 혹심한 탄압을 받았던 게 하나의 이유로 작용은 합니다. 한국에서도, 좀 역설적이지만 신교보다 100여년 앞서 전래된 구교가 해방 이후 내내 현저히 위축된 교세만을 지닌 것도, 정조 연간부터 시작되어 대원군 집정기까지 간헐적으로 이뤄진 박해가 워낙 지독했던 탓도 있습니다. 그토록 지독한 탄압을 받고 오히려 더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살아남았다기보다, 심리적 위하 때문에 접근 자체가 위축되어 교세가 쭈그러던 건 씁쓸하긴 해도 이해가 가는 측면입니다.

최초의 구교 탄압은 대개 신해박해로 보는데, 한국사에서 이른바 금난전권을 폐지한 정조의 시책으로 "신해통공"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 "통공"은 대개 봉건 시대의 유물인 신분적 제도적 제약을 하나하나 깨어나가는 노력이 그 나름 담긴, 위로부터의 몸부림으로 해석되는데(저 개인적으로 요즘 한국사 관련 책을 읽으며 정리되기 시작한 느낌입니다), 이 조치의 결과로 주로 노론 벽파 측이 타격을 받았으므로 어떤 식으로건 타 정파에 대한 반격이 필요했을 터입니다. 그게 (육십간지로 같은 해의 이름을 달고 있는)신해박해죠.

이보다 앞서서, 중인 김범우가 자신의 집에 교회를 마련하고 일종의 집회를 열다 추조에 적발된 사건이 일어났는데, 이때 이승훈, 정약용도 현장에 있다 연행되었으나 유독 김범우만 호된 문초를 받고 귀양살이까지 하다 그 후유증으로 죽습니다. 이 때문에 한때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를 이 사람으로 꼽기도 했으나 현재는 신해박해 당시의 윤지충으로 정하는 게 보통입니다. 대중서에 잘 안 나오기 때문에 "추조"가 왜 형조인지 모르는 이들이 많은데, 이호예병형공 6조를 각각 천지춘하추동이란 별호로도 불렀습니다. 그래서 이조는 천조로, 공조는 동조로 일컫기도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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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이노베이션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8-02-2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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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차이나 이노베이션

윤재웅 저
미래의창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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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분야에서 새로운 흐름을 선도하는 게 실리콘밸리냐 아니면 중국이냐 하는 문제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답이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건 일인자, 트렌드 세터가 누구인지에 대해 획일적인 답을 내는 게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 산업 섹터가 과연 충분한 경쟁력, 아니 생존 가능성이나 갖췄는지 정직하게 자성(自省)해 보는 일이며, 특히 무서운 기세로 세계 시장을 장악해 가는 중국의 저력과 발전상으로부터 자극을 받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작금의 이노베이션 센터는 "모바일 섹터"에 한정된 건 아니고 4차 산업혁명 연관 전 산업 분야로 잡는 게 합당할 텐데 범위를 이처럼 넓히고 보면 중국이 실리콘밸리(나아가 미국과 서유럽의 첨단 산업 기지 전반)에 아직 못 미치는 분야가 많습니다. 허나 우리는 당장의 목표를 중국 추월로 잡아도 많이 버거운 형편입니다. 이 책에서 잘 짚고 있듯, 이미 우리는 중국에 많은 분야에서 경쟁력 우위를 내주었고, 더 비관적인 건 앞으로도 이런 간격이 좁혀질 전망이 별로 안 보인다는 사실이죠.

"만리방화벽"은 본디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마련한 인터넷 검열 수단이었으나 이게 1990년대~2000년대에는 자국 내 산업 보호 장벽으로 작용하여 현재의 텐센트, 바이두 등 IT 업계의 거인들이 자라나는 온상 노릇을 했습니다. 이처럼 불리한 여건을 오히려 성장의 역 기회로 잡고 일어선 게 중국 기업들의 특징인데, 이른바 "그림자 금융(p30)"은 지금도 중국 경제 구조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중소기업은 국영기업과 달리 관치금융의 숨 막힐 듯한 규제에 시달리며 돈 가뭄 때문에 활개를 펴기 어려웠는데, 이걸 기업 성장의 좋은 기회로 활용한 게 알리바바입니다.

알리바바는 중국을 넘어 세계 굴지의 전자상거래 업체로만 우리가 압니다만 어느 기업이나 그렇듯 다른 한 발을 금융 섹터에 들여 놓고 쏠쏠한 수익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잘 알듯 알리바바는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시키며 신용의 위험을 해소하게 위해 일종의 자체 에스크로 제도를 마련해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때 송금인(구매자)가 벤더에게 돈을 넘기기까지는 중간 예탁인(물론 알리바바 측이죠)의 손에 머무는 다소의 시간이 걸리는데, 이때 아예 알리바바 측이 금융기관 구실을 겸해서 예금 상품 하나를 만들어 회원들에게 권하는 겁니다. 일정 기간 맡겨 주면 이자를 붙여서 상환겠다는 거죠. 그리고는 그 돈을 소규모 자영업자나 (앞서 말한) 돈가뭄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 대부하여 예대마진을 챙기는 건데, 이게 한국의 현실이면 각종 규제 때문에 쉽지를 않습니다. 알리바바가 오늘처럼 굴지의 업체로 성장한 건 이런 부대사업의 성황에도 크게 의존했는데, 예컨대 한국의 모 쇼핑몰은 이번 무점포 은행 선정과정에서 탈락한 사례와 크게 대조되죠. 쇼핑몰의 혁신 의지나 당국의 전향적인 정책이나 우리가 중국에 크게 모자란 대목입니다.

은행 섹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세계 어딜 가도 흔히 눈에 띄는 유니언페이는 본디 중국의 독점금융기관인데, 한국의 여느 인스티투션이 함부로 넘보지 못할 만큼 각종 기법을 정교히 발전시킨 우량 업체이죠. 그런데 이 유니언페이의 혁신이, 마윈의 알리바바가 보기엔 한참 미흡하다는 겁니다. "은행이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가 은행을 바꾸겠다." 어쩌면 부분적으로 우리도 이런 진취적인 양상을 카카오뱅크 등의 노력으로 다소 따라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에서도 누누이 강조하지만 본디 중국 IT 산업은 미국의 것을 그대로 베껴 자국에 이식한 무작정 모방에서 첫발을 떼었습니다. 텐센트는 그 중에서도 "자국 경쟁업체의 장점과 성취까지 일일이 따라한 모방"으로 욕을 많이 먹었는데, 경영이란 기술 자체의 독자성 창의성 외에 플러스 알파, 그 무엇인가가 더 개입해야 완전한 성공이며, 마화텅 회장은 이제 "인터넷 플러스"라는 새로운 아젠다를 들고나와 이 추세흘 선도하고 있습니다(정확하게는 위양[於揚. 어양]회장이 먼저 사용). 이는 전통산업과 인터넷 산업의 창조적 융합을 일컫는데, p75를 보면 오토바이로 무엇인가를 급히 배달하는 바이커의 사진이 있습니다. 무물론 한국에서도 흔히 보는 풍경이긴 한데, 이 사진이 상징적으로 잘 나타내듯 플러스 뒤에 붙는 중점 육성 산업이란 주로 "유통"에 관련됩니다.

"인터넷 플러스"는 이처럼 본디 민간에서 시작한 걸 이제 정부 당국이 착실히 이어받아 몇 배의 가속이 붙어 산업 전반의 성장 동력으로 기능합니다. 한국에서도 벌써 몇 년 전부터 크게 유행하던 말 중에 O2O가 있는데, 보통 전치사 to 전후에 붙는 단어가 같은 말인 것과 대조할 때 유독 튀기도 하는 신조어입니다. 오프라인 샵에서는 그저 아이쇼핑만 하고, 정작 구매결정은 인터넷에서 하는데 이런 걸 두고 "쇼루밍"이라고 합니다. 비싼 임대료와 재고관리 비용은 그것대로 감당하면서도 정작 전자상거래 업체 좋은 일만 시키는 이런 현상을 지양하기 위해 온라인 오프라인 두 섹터가 하나로 기능하여 부가가치 창출을 극대화하는 몸부림이죠.

내수는 엄청난 인구 집단을 배경으로 삼았으니 본래가 체질이 튼튼하고, 민간은 겁 없이 돈 벌어 잘살아 보겠다는 일념으로 혁신의지에 가득차 있고, 국가는 체계적으로 이런 혁신의 사슬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주고 있으니 중국의 혁신이 나아가는 진로는 현재 거침이 없습니다. 특히 저자는 책 여러 대목에서 강조하길, 지도층의 근본적인 교체가 없으니까 정책 기조가 일관성이 있고, 그러면서도 양회(정협과 전인대)의 정기적인 개최를 통해 지도부의 세대 물갈이가 합리적으로 이뤄지긴 하니 기풍의 침체나 관성에의 매몰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반면 한국이나 (심지어 미국도) 한번 정권이 바뀌었다 하면 잘된 것이든 몹쓸 정책이든 근본부터 다 쓸려나가니 혁신의 바른 싹이 움틀 여지도 안 남는다는 거죠. 타당한 지적입니다.

중국의 혁신은 그 자체가 무슨 썩어빠진 사대주의마냥 찬양하고 떠받들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다모클레스의 칼처럼 위에 매달아 경계와 각성의 지표로 삼아야 할 뿐입니다. 십 년 전에는 중국이 제조업으로 욱일승천할 때 우리가 중간재 보급 기지 노릇을 하며, 중국이 해외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매상고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우리의 지갑도 두둑해지는 보완 공생 관계, 윈-윈의 릴레이션십이 가능했습니다. 허나 지금은 이른바 "차이나 인사이드" 트렌드가 현저하며, 철강이든 전자든 중간재를 구태여 한국의 업체로부터 조달하지 않고, 우수한 자국 업체에 맡겨 국부의 해외 유출을 최소화합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일본의 앞선 기술을 따라잡느냐 하면 여전히 기간 산업의 핵심 분야에서 현저한 격차를 두고 밀리는, 이른바 샌드위치 압박에서 헤어날 길이 안 보입니다.

저자는 이른바 한국형 "러스트 벨트"를 거론하며, 한때 잘나갔다가 지금 모조리 문을 닫고 근근이 헤비테일 계약 방식으로 울며겨자먹기로 연명하는 남부 지방 곳곳의 조선소를 상징처럼 지적합니다. 조선업은 매뉴얼화한 공학 지식만 중요한 게 아니라, 우수인력 사이에서 비공식적으로 현장 전수되는 "암묵지"가 중요한 산업 분야인데, 이 인력들이 현재 중국으로 다 스카웃되어 추세 역전에 큰 몫을 한다는군요.

정부는 홀데인 원칙의 준수로 민간 R&D에 비능률적으로 간섭하지 말아야 하며, 스마일 커브(꽤 아이러니한 이름이죠)의 고 부가가치 체인을 집중 지원하여 산업 전반에 낭비적인 흐름을 제거, 차단해야 합니다. 허나 지금의 동향을 보면 한숨만 절로 나오고, 대기업 역시 현재의 단기 이익 추구에 급급하여 투자를 등한히하고 장기 비전 수립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책에서는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 미래지향적 대응이 특히 중국에 비해 우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인데, 산 너머 산이라고나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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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20 법칙 20주년 기념판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8-02-2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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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80/20 법칙

리처드 코치 저/공병호 역
21세기북스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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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코치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다 준 <80/20 법칙>의 개정증보판입니다. 개인적으로, 우연히 다른 명저들의 개정증보판이 요즘 많이 나와서 몇 권을 같이 읽는 중인데, 이 책 역시 큰 틀이나 주제, 기조는 그대로이지만 논지가 보강된 구석이 많아, 예전 기억을 되살려가며 반갑게 읽으면서도 몇 가지 포인트에 대해 다시 생각을 가다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은 80보다 크다" 요즘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상식이 되어 버린 사항이지만(그 역시 이 책의 성공에 기인한 바 큽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우리 주변엔 비능률적인 노력과 자원 투입 때문에, 애는 애대로 쓰면서도 소기의 성과를 못 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핵심적인 20을 찾아내어 이곳에다 모든 정력을 쏟아야 타깃이 적중될 텐데, 그렇지 않고 "조자룡 헌칼 쓰듯" 하는 게 안타깝죠. 사실 솜씨가 조자룡이기나 하면 그나마 언젠가는 적중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겠으나, 문제는 우리들 중 절대 다수가 그런 고수로 태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평범한 사람이 노력마저 비능률적으로 행한다면 결과는 길게 지켜 볼 것도 없겠지요.

제가 일주일 전 리뷰를 썼던 <언스크립티드>의 저자도 그런 말을 했습니다만, 노력만큼 성과가 안 나오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작용합니다. 그 중, 아주 비생산적으로 우리의 정력과 포텐을 갉아먹는 것이 바로 "쓸데없는 죄의식"이라든가, "특별히 소질도 없는 일"을 한다든가(마인드세팅이 잘못 되어 있어 소질은 없는데 애착은 강합니다. 최악이죠. 본인이 착각까지 한다면 트리플 크라운입니다), 사회적인 관습에 괜히 얽매인다거나 하는 게, 다 우리들의 아까운 정력과 잠재력을 낭비와 파탄, "꽝"으로 이끄는 지름길입니다.

어떤 일이든 그 일을 달성하기 위한 최단의 경로가 분명 있습니다. 예전 어느 전직 대통령이 한 말이기도 한데, "나는 게을러서 좀 더 편한 방법을 찾다 보니 이런 발명을 하게 되었다."입니다. 쓸데없는 죄의식에 빠진 이들은, "아 게으름 피울 게 아니라 남들 하는 대로 정석대로 살아야지" 같이 애를 쓰다, 진짜 좋은 기회를 놓쳐 버린다는 거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요행만 바라고 대책없이 게으르게 지내라는 건 절대 아니겠고요.

우리는 우리 자신의 "운명"에 대해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을까요? "운명"이라는 말 자체가 "통제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암시하는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는 소소한 잡동사니에서 인생을 바꿀 대결단까지, 우리의 잔손이 미치는 거의 모든 과정에 대해 통제, 규율해 보려 노력은 해야 하고, 그래서 우리가 인생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결과는 우리 자신에게 (가깝든 멀든) 책임이 있는 겁니다. 그런데, 노력도 않고 남탓을 하는 거야 그 사람의 명백한 잘못이지만, 노력은 하는데 비효율적으로 쓰이는 건 확실히 문제입니다. 노력을 해도 결과가 안 좋은 걸 두고 "운명"을 거론하는 건, 만약 그 노력이 보다 효율적으로 쓰였다면 분명 결과가 달랐을 터이므로 이는 합리적 개선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단 경로를 모색하는 사람은 분명 남는 시간에 "삶의 질"을 염두에 둠이고, 이런 "삶의 질"은 노력과 성과의 적당한 인과관계(함수관계)가 확인될 때에 선순환으로 극대화합니다. 어쩌면 알짜 경로를 모색하는 노력이야말로, 자신의 인생을 소중히 여기는 이들의 진정한 귀착점일지 모르겠습니다. 20만 들여 80을 얻으려는 건 도둑놈 심뽀가 아니라 참된 성실성의 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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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개의 산 | My Reviews & etc 2018-02-2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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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여덟 개의 산

파올로 코녜티 저/최정윤 역
현대문학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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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강, 거침없이 달리는 평원, 자연을 맴도며 자신만의 생명력을 발산하는 숱한 생명체들 속에서 자라야 큰 인물이 나온다고 어른들이 종종 말씀하시곤 합니다. 꼭 그런지는 알 수 없으나 역대 한국 역사를 바꿔 놓은 굵직굵직한 인물들을 보면 과히 틀린 말도 아닌 듯싶습니다. 설령 속세의 풍진 묻은 대소사를 개척한 인물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사와 우주의 깊은 비의를 속된 인간들에게 깨우쳐 주는 대문호들 또한 그런 이들이 많았습니다.

피에트로는 본디 산이 싫은 도회의 아이였습니다. 많은 아들들이 그런 길을 걷습니다만, 대개는 자신의 부친과 일부러 다른 길을 걷고 싶고, 그래서 엄연히 맞는 말을 깨우쳐 주시는 아버지의 그늘에서 필사적으로 벗어나려 발버둥칩니다. 안전한 전철을 밟는 게 본인에게도 유리한데, 왜 이처럼 어린, 젊은 아들들이 오기를 부리는지는 여전히 잘 알 수 없습니다. 멀고 가까운 역사나 혹은 평범한 가정의 많은 비극들은 부친과 아들 들 사이의 갈등에서 작은 단초가 싹텄습니다. 그리고 그 싹은 차마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비극과 불행을 홍수처럼 밀고 들어오는, 인간의 감정과 지혜가 차마 감당할 수 없는 끔찍한 볼륨으로 연약한 영혼을 덮칩니다.

영화나 소설을 보면 언제나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이런 불화하는 부(父)와 자(子) 사이의 대결 아닌 대결은, 그윽한 산 속에서 절정을 맞거나 아니면 극적인 화해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합니다. 아들이 장년의 초입에 채 들어설 무렵 맞게 되는 아버지의 죽음은 그래서 대개 더 가슴 아픈 체험인데, 피에트로는 아버지의 유산 하나가 바로 그 산 안에 머무르고 남겨졌음을 깨닫게 됩니다. 유산이 경제적으로 가치가 커서가 아니라. 아버지와의 마지막 화해를 위한 계기가 거기 같이 있음을 알고 산을 찾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다시 만난 산"은, 알고보니 존재의 의문을 해결하고 공허를 메워 줄 모든 것을 가진, 운명의 둥지와도 같았습니다. 보다 빨리 이뤄졌더라면 더 좋았을 화해를, 때늦게나마 이 산이 마련해 준 겁니다.

산이 거기 있어 산을 오른다는 어느 유명한 산악인의 말도 있었지만, 실제로 산은 거기 머무르지만은 않습니다. 산을 이해 못 하는 인간이 꾸준히 산을 침노하고, 산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는 인간이 산에 상처를 남깁니다. 산에게 이유 없는 생채기를 낸 인간들은, 도회로 복귀하여 다시 자신들끼리 부단한 투쟁에 돌입합니다. 산의 입장에서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패배한 인간이든 승리한 인간이든 산을 다시 찾고, 비뚤어진 자아를 투영하며 다시 탐욕의 기세를 돋웁니다.

꾸준히 "자연인..." 같은 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건, 도회가 아닌 산이야말로 우리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 줄 수 있으리라는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기대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이 사악한 이, 상처를 씻을 자격이나 준비가 안 된 이의 사정은 산도 어찌해 줄 수 없습니다. 이 소설은 이탈리아 경제 위기가 배경인데, 이탈리아는 바로 얼마 전만 해도 그곳에서 발원한 위기가 세계 전체를 위태롭게 하리라는 어두운 전망이 일어났던 적 있습니다.

피에트로는 산 속에서 방랑함으로써 자신의 과거와 돌아가신 아버지와 다시 화해하려 들지만, 사실 우리 독자들은 그의 문제가 말끔히 해결 안 된 채 도피구처럼 산을 찾았음도 눈치 챕니다. 자신이 책임 져야 할 가족들과 불화하는 피에트로를 보며, 어쩌면 그가 그의 부친이 디딘 궤도를 나쁜 쪽으로만 답습하는 게 아닌지 불안감도 느낍니다. 그러나 피에트로에게 마냥 따가운 시선만 보낼 수도 없는 게, 저 피에트로가 안고 있는 고뇌란 기실 우리 독자 모두의 그것과 빛깔을 같이함을 어느새 책을 읽으며 절감, 동의하게 되었기 때문이죠. 잔잔하면서도 현실의 문제를 툭툭 던지듯 잔뜩 돌려 이야기하듯 깨우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인간 존재의 본연이 도회와 자연 중 어느 편에 더 깊은 발을 담그었을 지 다시 숙고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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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면역요법이 답이다 | My Reviews & etc 2018-02-22 21:35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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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유방암 면역요법이 답이다

신광순,진용재,이아람,김인태,유한동 공저
느낌이있는책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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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중에 환자를 공포에 떨지 않게 하는 종류가 없긴 하겠으나, 그 중에서도 유방암은 특히나 무서운 병입니다. "유방은 여성에게 단지 신체의 일부가 아니라, 여성의 아름다움과 모성을 상징하는 기관이기 때문(p64:2)"이라서죠. 그래서 대부분의 여성들은, 암 중 가장 흔히 여성들을 위협하는 갑상선암보다, 이 유방암을 훨씬 더 두려워한다(p65)"고 저자는 말씀하십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갑상선은 암은 비교적 착한 암"이라는 건데, 이는 타 기관으로의 전이율이 현저히 낮은 편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유방암은 전이 위험이나 재발률이 무척 높다(p7:15)고 분류됩니다. 그러니 과연 여성들께서 이 질환을 두려워하는 건 그저 심리적 동기 때문만은 아니며, 이처럼 학문적, 실제적 근거가 있습니다. 종래 유방암 역시 착한 암(p8:14)이라 여겨져 왔으나, 최근의 임상 사례와 연구는 그 추세가 크게 바뀌었음을 보여 줍니다.

"항암 치료는 절대 안 할 거에요."
요즘 대안의학이 여러 부문에서 의혹과 우려 가득한 시선을 받기도 합니다. 병에 대한 치료는 이웃과 지인들 사이의 입소문과 평판에 기대어서는 결코 안 되며, 오직 권위 있는 전문가의 전권적 판단 사항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그러나 일단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어떤 치료 방식을 선택할지는 일단 환자의 재량과 선택에 맡겨집니다. 서양의학의 오랜 처방인 이른바 "항암 치료"는 그 옵션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실 암은 환자의 심리 상태에 그 치유 경과가 꽤 큰 영향을 받는 편이므로, 환자에 따라서는 독특한 방식으로 암이 나았다는 고백이나 보고도 적지 않은 편이지만, 이 역시 성급한 일반화는 경계해야 마땅합니다.

이 책의 저자 명의인 장덕한방병원 면역암센터는, "통합 면역 치료 병원"이라는 슬로건을 걸고(책날개),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다 마지막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곳을 찾은(p8:16) 이들에게 희망과 의지, 그리고 실제 현저히 개선된 증상 호전과 완쾌를 다수 선사해 주었다고 합니다. 물론 한방 위주라기보다, 양방 한방 통합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표방합니다. 치료는 물론, 입원실도 황토와 편백나무로 만든 친환경 컨셉으로 설계되었으며, 전문 약선 요리사가 제공하는 면역식단도 따로 갖추어 놓는 등, "전인적(책날개)"인 면역 치료 솔루션을 제공하는 성의와 전문성에 대한 평판이 자자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배짱으로 항암치료를 마다했는지 모르겠어요."

이 책에 나온 환자 사례(p33 이하) 중 추미란씨는 대단히 낙천적인 성품이었고, 신앙도 돈독하여 암 발병에 대해선 아무 걱정이 없던 분이었습니다. 이분이 처음 어느 양방 병원을 찾은 건 2012년, 팔을 들언올릴 때마다 겨드랑이에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고서였습니다. 이때로부터 14년 전 유방에 고름이 차는 증상 때문에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긴 했으나 큰 걱정은 하지 않던 분이었기에 충격이 적지는 않았습니다. 여튼 2012년 유방암 진단을 받고, 무시할 수준도 결코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걱정을 할 만한 크기도 아니었던 종양을 제거한 후, 큰 고비는 넘겼고 문제 없이 일상에 복귀할 줄만 알았습니다. 헌데 놀랍게도 2015년 폐에 암이 전이된 걸로 드러났습니다. 종양 제거 수술 후 그저 방사선 치료 후유증으로 폐에 작은 점이 보이는 정도로 넘겼는데, 안타깝지만 담당의의 오진 내지 방심이었는지 3년 사이에 이처럼 무서운 결과를 다시 맞게 된 거죠.

제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많은 전문가들조차 자신의 초기 진단에 대해 때로는 근거 없는 과신을 하며, 처음의 실수를 인정치 않으려는 듯 다른 위험성, 가능성을 섣불리 차단하려 든다는 겁니다. 이런 와중에 환자는 치료의 적정 시기를 놓치게 되는데, 그 돌이킬 수 없는 후과는 누가 감당해야 하겠습니까. 저 사례에서도 그 의사분의 말씀이라는 게 참 개탄스러운데, "전에 폐를 앓은 적이 있나요? 지저분하네요."라는 겁니다. 모르긴 해도, 폐암 전이 가능성을 부인해야 자신의 오진 평판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병원은 한 군데만 들러서는 안 되며, 여러 의사의 의견을 들어 봐야 합니다. 비록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자제"를 당부하고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이분의 경우 이른바 CT조영제(일반) 특이체질이라는 점도 물론 고려는 해야 합니다. 그래서 임상의학이란 참으로 구절양장의 다양한 가능성 사이에서 피나는 고민을 해야 하며, 명의와 평범한 의사의 차이가 여기서 드러난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여튼 이 병원을 찾은 후, 환자는 CT 촬영 등을 가능한 피하고 항암제 접종도 줄인 후 메트로놈세라피에 보다 치중했다고 합니다. 이 병원에서 마련한 "면역 요법"에 2개월 정도 충실한 후 PET 검사(일반 CT 촬영이 아닌)를 했는데, 종양의 크기가 너무 줄어서 의사조차도 "애초부터 종양이 아니었었나?" 같은 말씀도 하셨다네요. 하긴 정말로 종양이 아니었다면 앞선 그 병원의 의사께서 "오진"을 한 셈도 아니게 되겠지만, 여튼 환자 개인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느끼는 안도감과 만족감은 어디 비할 바가 없을 만큼 큽니다. 참고로, 정말 다른 곳으로부터 전이된 폐암의 경우 항암치료 효과가 낮은 편에 속합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또, 책에서 강조하는 건 무작정 항암치료를 거부하라는 게 아니라, 이런 유력한 대안도 (개별 환자의 체질에 따라)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무슨 암이든 간에 빨리 짚어내어 대응하는 게 중요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습니다. 유방암의 경우 유두에서 분비물이 나온다든가, 피부가 함몰되어 오렌지 껍질처럼 된다든가, 무엇보다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진다든가 하는 증상을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합니다(단, 생리 주기와 겹칠 때애는 그리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하시네요. p85).

전이 여부를 검사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는가. 아까 언급했듯 물론 단층 촬영이 있지만, 환자 추미란님처럼 일반 조영제에 민감한 체질의 경우 다른 대안을 생각해 봐야 하죠. MRI나 (가장 정확하다는) PET CT 등이 선호됩니다.

최근에는 암 발병이 유전자 특이성과 깊은 연관을 맺었다는 전제 하의 연구가 활발합니다. 책에서도 p53(17번 염색체에 위치한 단백질. 이 책 p92)에 대한 언급을 하는데, 이것이 돌연변이에 의해 불활성화되면 손상된 DNA가 복구되지 않아 종양이 발생한다는 기제가 알려져 있습니다. 또 미세한 전이에 대해서는 사이토케라틴의 발견 여부로 가늠한다며 비교적 최신 연구 성과에 대해서도 친절한 정보가 보이네요.

전통적인 화학적 항암치료가 무조건 위험하다는 게 아닙니다. 환자의 상황과 체질에 따라 더 좋은 효과를 볼 방법들도 있다는 뜻이죠. 책에서는 1군, 2군 항암제의 다양한 종류를 표로 잘 정리해 두었는데, 지인분들의 전언 덕분에 어깨 너머로 여러 약품명을 전해 들은 저도, 이 대목을 보고서야 이처럼 많은 제품군이 있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해당 질환 때문에 고생 중인 분들은 적어도 서너 종류의 이름이 (반갑지 않아도) 꽤 눈에 익을 겁니다.

방사선 치료 역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이 책에서는 분명히 지적합니다. 오히려 화학적 항암치료법에 비하면 부작용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고까지 알려 주시네요. 이에는 그간 기술이 많이 발전하여, 종래 환자들이 호소해 왔던 여러 부작용이 감소했다는 사정도 있었겠죠. 호르몬 요법에 대해서도 자세한 정보가 있어, 이 책이 얼마나 종합적이고 공정한 시야에서 논의를 전개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진짜 주제(?)인 면역 치료는 제4장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나옵니다. 대전제는, 치유는 물론 발생 단계에서부터도 면역요법이야말로 암에 대응하는 정석이라는 겁니다. 암 관련이 아니라도, 요즘 어느 건기식 홍보에서나 면역력 면역력 하지 않습니까. 인체에서 면역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지요. 이 책은 한방과 양방을 통합한 "면역 요법"을 제시함으로써, "효과도 그만큼 두 배"임을 강조합니다.

한방 면역요법의 효시는 무려 "주례"로까지 올라간다고 책은 말합니다. 물론 주 무왕이 은의 폭군 주왕을 몰아내고 천하를 오롯이한 그 주나라의 예법을 가리킵니다. <황제내경>, <제병원후론> 등에서도 종양의 원인(용어는 다를지라도)을 자세히 논급하고, 특히 송나라(조송)의 <위제보서>에는 암(癌)이란 단어가 처음 나온다고도 하네요.

이 중 면역약침은, 특히 소화기 장애가 있는 분들에게, 번거롭고 고통스럽게 위장을 통한 양분 흡수를 거치지 않고, 바로 경혈과 혈맥에 직접 한약 추출물을 투입하여 소기의 목표를 이룬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화살나무에 대해 들어 본 적 있습니까? 이 나무의 코르크질 날개(가지 위의)가 바로 한약재인 "귀전우"인데, 항암이라든가 혈당 저하, 혈액 순환 개선에 특히 효과가 크다고 합니다. 이처럼 한방 치료는, 화학적 합성이 아닌 순약 성분으로 인체에 자연스레 작용하여 본연의 기능을 회복시킨다는 점에서, 양방이 좀처럼 넘보지 못할 고유의 영역이 분명히 있죠.

병원에서는 양방 면역요법(이 역시, 이 병원이 내세우는 면역 요법 중 하나입니다)도 여럿 제공하는데, 그 중 하나가 고주파온열치료입니다. 42도 정도의 열을 가하면 암세포가 보통은 괴사한다고 하네요. 책에도 나오듯 이러면 혹시 정상세포도 덩달아 상할 수 있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도 있으나, 그렇지 않고 건강한 세포의 자체 작용에 따라 열을 적절히 밖으로 배출한다고 합니다. 암세포가 괜히 암세포가 아닌 이유이죠. 셀레늄 요법이나 고농도 비타민 주사도 많은 이들에게 증상의 개선을 안겨 준 효자 처방에 속합니다.

암치료에서 중요한 건 자신의 체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전문가들과 충분히 상의한 후 본인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것입니다. 책에서 특히 강조하는 건 역시 "면역력"인데,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건 첫째도 둘째도 운동입니다. 여기서도 운동의 중요성은 다시 확인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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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원진 - 18세기 기호유학을 이끈 호학의 일인자 | My Reviews & etc 2018-02-2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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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원진

이상곤 저
성균관대학교출판부(SKKUP) | 200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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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부제가 "18세기 기호유학을 이끈 호학의 일인자"입니다. 조선 전기에는 주리론과 주기론의 대립이 있었으며, 전자는 퇴계 이황, 후자는 율곡 이이 같은 대석학이 각각 지론으로 굳혀 이로부터 동인/서인 사이의 유구한 논쟁(정치가 아닌 학문)이 비롯했음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헌데 한원진 선생과 이간 선생의 이른바 인물성동이론 논쟁은, 병자호란을 겪으며 민족적, 문화적 긍지에 큰 상처를 입은 조선 유림들의 치열한 정신적 모색 한 단면을 잘 드러내 보인다는 점에서 매우 의의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이 책의 주제인물인 남당 한원진 선생은 물론 그의 스승 권상하 대현과 궤를 같이하는, 호론(즉 이론)의 대표자입니다. 그와 대립했던 이간 선생은 낙론의 거두 격인데, 인물성 동론을 주창한 분입니다. 낙론과 호론 모두 사색 중 노론 안에서 새로이 분립된 입장들이었으며, 대개 인성과 물성이 서로 같다고 할 수 있는지, 또 성(性)과 리(理)가 어디에서 합류하며 어디에서 분기하는지를 놓고 치밀하기 이를데없는 대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유학에 소양이 깊지 못한 후대인들은 간혹 헷갈려하기도 합니다. 노론이란 서인의 한 분파이며, 서인은 이율곡의 주기론을 스승의 큰 가르침으로 삼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낙론은 "이(理)"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걸까요? 호론이 정통 스탠스로 "오로지 기(氣)"를 외쳤던 건 납득이 가도 말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여진이 중화를 점령하며 이미 세상의 중심에 선 현실을 인정하려는 전향적 자세와, 그렇지 않고 여전히 종래의 "명분"을 고수하려 드는 진영의 대립이었다는 점 정도는 벌써 많은 대중 저술가들이 독자들에게 친절히 해명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같은 학파 사이에서도 상대의 입장을 어느 정도 유연히 수용할 것인가, 그렇지 않고 종래의 순정, 정통 스탠스만을 고수할 것인지를 놓고 다시 내부 대립이 빚어질 수 있음을, 좀 다른 각도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다산 정약용은 누가 뭐래도 남인이었지만, 이 호락 논쟁의 와중에서 오히려 호론(정통 주기설)의 입장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아 그만의 독창적인 사상을 전개하게 됩니다. 동인 중에서 주기론에 다분히 경도된 쪽은 북인 계열이었는데도 말입니다. 보통 북인의 개조를 남명 조식 이전에 화담 서경덕으로 꼽기도 하지만, 엄연히 그는 주기론자이므로 율곡의 정신적 스승으로도 평가가 됩니다. 원리원칙에 충실하고 함부로 종래의 입장을 변경하지 않는 일관된 호론의 종적을 보며, 과연 "절개와 충의의 고장"이자 "양반의 상징"으로서의 충청도 그 명칭이 쉽게 생긴 게 아니라는 점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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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랑 그 생애와 사상의 분석적 탐구 - 김성철 | My Reviews & etc 2018-02-2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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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승랑

김성철 저
지식산업사 | 201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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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을 통해 중국에서는 고구려 역사를 자기네 몫이라고 우기기까지 하는 작금입니다. 헌데 우리도 가끔은 뭔가 마음 속에 회의가 스며들 때가 있습니다. 당대에 백제, 신라인들과 그들(고구려인들)이 서로 말이 얼마나 원활히 통했으며, 결국은 한 겨레의 세 가지라는 동류의식이 과연 어느 정도나 있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들이 이미 답을 내어 놓았고, 그 유력한 증거 중 하나가, 고구려의 승려가 백제, 신라 등을 주유하며 불법(佛法)을 선포하기도 했다는 (꽤 다양한) 사례들이라고 하겠습니다. 그 고승 중 한 분이 바로 고구려 승려 보덕(普德)이라든가, 그보다 백여년 전에 활약했던 승랑(僧朗)이란 분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승랑 이분의 법명은 정평 있는 교과서(대학교 학부 수준)에 나오기는 하나 아주 구석진 곳에 그야말로 두 음절 이름만 적혀 있는 정도입니다. 어지간한 마니아 아니고서는 기억을 못 하는 게 뭐 그리 탓할 일도 아닙니다. 법명이 좀 특이하죠. 보통은 불가에 입문한 후 정진해 나가야 할 방향이나 덕목을 이름으로 삼는 게 보통인데, 이분은 승려 승 자에 사내 랑 자를 그대로 썼습니다. 젊은 나이이면서도 외모가 과연 법제자다워서였을까요, 아니면 "스님 되기에는 아까운(?) 풍채라는 뜻이었을까요?

아무튼 이런 분들은 삼국시대 반도에 터잡은 세 나라가 문물 교류 면에서 서로 그리 소원한 관계가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유력한 실존례로 꼽힙니다. 용케도 그의 출신 지역까지, 압록 이남이나 평양 인근이 아닌 요동 지역입니다. 그런 분이 멀리 중국 땅에까지 득도를 위해 건너가서, 역시 자신보다 백여 년 앞서 인도에서 중국에 건너왔던 구마라습의 법제자로 투신하여 그윽한 도의 경지를 깨달았다는 사실, 후대인의 입장에서 참으로 마음 뿌듯해지는 사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불교에는 잘 알려진 대로 다양한 경전이 존재합니다. 그 중 "삼론종"은 열반경을 교상판석 윗자리에 올리는 경향인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중론(中論), 십이문론, 백론(百論)"의 삼론(三論)을 교의의 중추로 삼습니다. 중국 불교의 빼어난 정수는, 인도 본토에서 여전히 주류로 발흥하던 소승불교의 성격을 놓고, 보다 많은 대중을 구제하며 동시에 호국 사상의 근본에까지 천착한 대승 불교로 변용했다는 데에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인도나 동남아시아와, 중국, 한국, 나아가 일본의 불교는 성격을 크게 달리하여 그 나름의 기여를 각국의 역사에 남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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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about Flower Shop | My Reviews & etc 2018-02-19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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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올 어바웃 플라워숍 All about Flower Shop

엄지영,강세종 공저
북하우스엔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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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후 아담한 꽃집 하나 가꾸는 건 모든 이들의 작은 낭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워낙 이 분야에 창업을 시도하는 분들이 많고, 당초 생각보다는 손이 가는 데도 많고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구석이 의외의 대목에서 튀어나오기도 해서, 뜻대로 사업을 못 이끌어가고 죄절하는 분들의 푸념이 자주 들립니다.

"경영 마인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p73)." 저자의 일침은 날카롭습니다. 많은 창업자들은 '그저 남들 하는 대로 대세 따라가면 기본은 하겠거니' 같은 안이한 생각으로, 또 꽃향기 가득 맡으며 풍취 높은 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낭만으로 이 일에 손을 대죠. 그러나 현실은 결코 "꽃길"이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나만의 아름다운 플라워숍을 꾸려 가며 금전적 만족도 함께 누릴 수 있을지 하는 생각은, 이제 제법 많은 현업자들과 창업 희망자들이 공유하는 고민이 되었습니다.

보통 기업을 운영할 때, 기업에는 분명한 기업가 정신과 지향성이 있어야 한다고들 합니다. 이것이 브랜드와도 연결된 스토리를 낳으며, 자연스럽게 고객과 소비자의 마음 속에 스며들 때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강렬한 효과를 낳는 홍보가 가능해집니다. 작은 코너를 차지하는 플라워숍도 마찬가지입니다. 업주가 분명한 컨셉, 원칙을 갖고 샵을 꾸려 나가는 게 고객들의 눈에 띄면, 이는 입소문을 타고 그 샵만의 개성과 서비스로 널리 대중들에게 각인됩니다. 그저 "이러이러한 요령만 따르면 손해는 보지 않는다" 같은 실용 노하우 팁에 그치지 않고, 창업시부터 분명한 주의와 정신을 세운 후 샵의 분위기와 서비스에 그대로 배어나게 해야 한다는 충고는, 겉모습만 번드르르하게 꾸미는 데 치중하는 겉발림 경영 형태에 좋은 경종을 울려 줍니다.

저자께서 처음 샵을 연 곳은 삼청동이었다고 합니다. "지하철역에서 올라오는 뚜벅이 고객과 차향을 이용해 움직이는 고객이 만나기 좋은 곳"으로 저자가 점찍은 곳은 삼청파출소 앞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제가 다니며 본 기억으로도 그런 곳이 맞습니다. 한 가지 과제에 몰두하면 역시 지엽말단 사항의 숱한 교란 속에서도 필요한 사항에만 집중하는 안목이 틔는 것 같습니다. 이후 저자는 영국에서 연수를 마치고 귀국했는데, 성공하는 샵을 열기 위한 입지 조건으로 세 가지 정도를 염두에 두었다고 합니다. 이 세 가지 기준으로 세 곳 정도를 눈여겨 보았는데, 그 입지를 놓고 품평하시는 평가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 닿아서 독자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도 되었습니다. 그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이겠거니 하며 무심히 지나친 것들을, 성공하는 창업자는 이처럼 남다른 안목으로 분석하는 거죠. 그저 말 수준에 머무는 허언의 성찬과, 실전에 적용 가능한 알짜 원칙은 이처럼이나 서로 다릅니다.

유러피언 스타일과 전통적인 방식의 화훼는 창업시 유의해야 할 모든 국면에서 차이가 납니다. 특히 서양란을 바크나 수태에 심고, 동양란을 난석에 심는 이유에 대해 시원하게 해명해 주신 부분이 좋았습니다. 창업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도 물론 참고해야 할 좋은 내용이 많지만, 그저 멋지게 화초를 가꿔 보고 싶은 분들도 몇 레벨 위의 절실한 동기로 고민해야 하는 전문가의 속 깊은 충고에서 배울 게 꽤 많았습니다. 예쁘고도 유익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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