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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읽어보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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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밖 북조선 | My Reviews & etc 2019-01-31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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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평양 밖 북조선

강동완 저
너나드리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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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두 지도자가 죽은 후 새로운 젊은 "수령"을 맞이하여 최근 많은 환골탈태를 보이는 양상입니다. 전향적으로 동계 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한 결정도 그렇고, 이 결정이 연쇄 파장을 일으켜 사상 초유로 거행된 미- 북 정상 회담까지 이어진 경위를 봐도 그렇습니다. 아직 저들의 정확한 저의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확실한 건 우리 쪽의 자세, 가까운 미래에 현실이 될지도 모르는 통일을 대비하는 자세가 종전과는 달라질 필요가 있다는 점 정도이겠습니다.

상대를 적대하든 이해하든, 절멸의 타깃으로 삼든 뜨거운 포옹을 시도하든 간에, 가장 최우선에 놓여야 할 과제는 "상대가 누구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 책은 동아일보 등에 여러 칼럼, 기사를 기고하며 이제는 한국에서도 꽤 지명도가 높은 주성하 기자의 책이며, 북한 사회의 심도 있는 분석이나 고위층에 대한 해박한 지식 면에서 그를 능가할 만한 전문가가 극히 드문 만큼, 여태 단편적인 인식에 그친 우리 독자들에게 많은 참고가 될 것으로 기대했으며, 실제로 책을 다 읽고 많은 점을 배우게도 되었네요.

몇 달 전 어느 일본 저널리스트가 쓴 책을 읽었는데 그 중 이런 대목이 있었습니다. "거듭되는 국제 봉쇄와 제재 속에서도 경제의 자생력은 생각보다 강했으며...." 예전 김정일이 살아있었을 당시, 느닷 내려진 "화폐개혁" 조치에 대해 특히 평양 주민들이 큰 불만을 표시하면서 "저런 XX 같은 X" 같은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는 일부 보도를 접하고 의외의 느낌을 받은 적 있습니다. 유일체제이며 소위 "최고 존엄"에 대한 불경스러운 태도가 전혀 용납되지 않는 그들 사회에서 참으로 기대될 법하지 않은 반응이었기 때문이죠. 물론 이는 비교적 세련된 평양이나 그들 수도권 일대의 정서이며, 변경이나 농촌에서는 여전히 극히 낙후한, 미개한 복종 일변도의 정서이겠음은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습니다. 여튼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당국이 조장하건 억압하건 간에, 일부에서는 분명 자생적 자본주의 활동이 무시 못할 강도, 범위로 번져나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PC방도 성행하며 남한 컨텐츠를 몰래 접하고 자극 받은 그 나름의 트렌드가 분명 북한 주민들에게도 "경제하고자 하는 의지"를 일깨운 건 사실인 듯합니다. 1%의 부자, 0.01%의 금수저... 사회주의적 평등을 표방하는 체제에서 일어나고 자리잡은 현상치고는 참으로 이율배반적인 모습들입니다만, 여튼 이런 움직임이 "당장 북한이 붕괴하는 결과만은 막는" 버팀목이자 기반임은 또 분명합니다. 동구권이 무너질 때는 소련의 탱크고도 그 추세를 막을 수 없었는데, 지금 북한은 중국의 원조조차도 넉넉히 못 받는 형편이면서도 요리조리 제재의 구멍을 파고들며 용케도 잘 버티는 형국 아니겠습니까.

한국에서는 특히 교사 등이 일등 신붓감으로 꼽히는데 북에서는 이런 교육직에 종사하는 이들이 가장 열악한 처우를 받는 편이라고 하니 다시금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네요(하긴 정상인 게 뭐가 있겠나 싶지만서도). 그 와중에서도 유치원 교사, 혹은 김일성대 같은 명문 시설의 "교원"들은 선망의 대상이라고 하는데 이는 일찌감치 "정규 수입"의 범주가 의미없어지고, 가외로 올리는 수입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사람의 가치가 결정되는 풍조가 자리잡은 덕입니다. 특히 김일성대 교수의 경우는 당국에서도 특별 배려를 한다는군요.

여기 남쪽에서도 공무원들의 수뢰 때문에 사회가 골병이 드는데 공직자들의 부패상은 저쪽이라고 다를 바가 없나 봅니다. 생산성도 떨어지고 그나마 사회의 안정, 평등 말고는 기댈 데가 없는 체제에서 공직자가 부정까지 저지르면 무슨 답이 있겠나 싶은데, 여튼 민간에서 뭘 노리고 공무원에게 뒷돈을 찔러 주는 판이라면 역으로 시빌 섹터에 활력이(그게 무엇이든) 돌고는 있다는 방증도 됩니다. 애써서 좋게 해석해 주자면 말입니다. 아니 다 굶어 죽어가고 거지들만 들끓는다면 공무원한테 뭘 기대하거나 호의를 바랄 여지라도 어디 있을까, 뇌물을 줄 돈은 어디서 나오기나 할까 싶은 게 자연스러운 추론이죠.

예전에 소설가 황석영이 비밀리에 북을 방문하고 귀환하여 <사람이 살고 있었네>라는 기행문, 수기를 계간 창비에 연재한 적 있습니다. 이 덕분에 백낙청, 리영희 양 교수가 당국에 연행되어 큰 고초를 치른 적도 있었죠. 그 글을 읽고서는 왠지 남한 사람시각으로 재해석된 내용이 아니라, 북측의 설명, 입장에 너무 경도된 것 아닌가 생각도 들었습니다(확고한 자신만의 관점을 지닌 유명 작가라서 더 기대가 컸는지도 모르지만). 그게 소위 내재적 접근법에 영향을 받은 소치일 수도 있겠으나, 여태 함께 호흡해 온 남쪽 독자를 더 배려했으면 하는 안타까움을 접을 수 없었죠. 

그에 반해, 이 책은 북한의 엘리트가 쓴 책인데도, 적잖이 남한화한 지성인의 시야로 북을 재해석한 점이 돋보입니다. 책은 독자와의 소통인데 어떤 기존의 프로파간다, 교조만을 "충실히" 전달하는 건 문제가 있을 뿐더러, 우리가 호흡하고 그 혜택을 받는 자유체제의 취지와도 잘 맞지 않습니다. 북을 이해하는 데 생생한 팩트의 제시로 큰 도움을 준 이 책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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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 | My Reviews & etc 2019-01-3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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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

유인경 저
위즈덤하우스 | 2014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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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이란 아무리 유능한 직원이라 해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미 사회 곳곳에서 준 연예인 대접을 받아가며 광범위한 인맥을 쌓고 있는 이 책 저자이자 명강사, 최고의 세일즈퍼슨 유인경씨 같은 분도, 직장 생활의 첫걸음이 그렇게나 힘들었다고 이 책에서 털어놓고 있습니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직장 생활의 순탄치 않음은 많은 이들을 좌절과 분노에 밀어넣고, 심지어 분신 자살이라는 극한의 비극도 낳고 있는 형편입니다. 어떻게 하면 인간 관계와 업무 모두에 있어 성공하는 인생을 개척할 수 있을까요?

 

흔 히 학맥이나 인맥의 부재를, 가장 만만한 실패 원인으로 입에 올리곤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유인경씨의 사례를 보면, 어느 누구도 그런 불리한 상황에 쉽게 자신의 실패를 귀인시킬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녀는 불과 23세의 나이에 수입차 세일즈를 시작했는데, 남자도 아닌 여자가 아무런 사회적 기반이나 학벌도 갖추지 않은 채 뛰어든다는 건 거의 가망이 없는 일이고, 성공을 바란다는 건 더군다나 힘들었습니다. 그런 판에서 그녀는 남보란 듯이 성공을 거두고 만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녀도 사무직에서 시작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성취욕이나 남다른 일 욕심으로 가득한 그녀의 내면이, 정체된 일상에 안주하게 자신을 내버려 두지 않았고, 전화로 다른 동료들이 영업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잠시, 1년 정도 하다 원상 복귀를 하겠다고 시작한 것이 어느 새 최고의 성과를 올리는 주업이 되고 만 거죠. 그녀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미국에서 흑인은 절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은, 지금 오바마의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여성은 절대 세일즈를 할 수 없다는 편견으로 가득 차 있던 반대자들에게 그녀는 보기 좋게 본때를 보인 것입니다. 어찌 보면 진짜 장애는 "여성 세일즈를 못마땅해 한다는" 고객 쪽이 아니라, 회사나 조직 내부에 있었던 것입니다.

 

아무리 잘나가는 사람이라도 슬럼프는 운명처럼 찾아들게 마련입니다. 그녀만의 슬럼프 극복 방법이란 자못 충격적인데요, "과감하게 그 일을 그만두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그녀는 외제차 세일즈에서 감지되는 슬럼프가 제법 길겠다고 여겨지자, 과감하게, 그 일을 정리했다는군요.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아는 대로, 세일즈 비법에 대한 전문 강사로 우뚝 선 모습입니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도 과연 그런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과단성 있게 결단을 내리는 모습이야말로 모든 성공자들에게 공통된 면 아닐까 하는 깨달음도 들었습니다.

 

그녀가 언제나 잊지 말라고 우리에게 충언하는 핵심의 가르침은 "긍정의 마음가짐"입니다. 요즘 같은 장기 불황의 시대에, 화사웜이든 편의점 점주든 만나는 사람마다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한 번 주저앉으면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이 밀려 와도, 그대로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재기할 것인가를 판가름하는 갈림길은, 그가 긍정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입니다. 긍정의 마음가짐은 극도의 무기력과 스트레스도 재생의 활력으로 이내 변환시켜 놓습니다. 이런 긍정의 정신이야말로, 한국 최초, 최대의 성공한 여성 카 셀러, 명강연자로 그녀를 올려 놓은 결정적 인자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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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맥스웰 리더십 불변의 법칙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9-01-2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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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존 맥스웰 리더십 불변의 법칙

존 맥스웰 저/홍성화 역
비즈니스북스 | 201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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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된지는 좀 지난 책인데 리더십 관련 책을 읽다가 눈에 띄어, 사흘 정도 만에 완독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리더"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직장에서는 작은 조직 단위를 (일시라도) 이끌어가는 책임을 떠맡은 이겠으며, 학교라고 해도 팀별 과제가 주어졌다면 여러 구성원들의 지혜와 장기를 모아 가장 멋진 작품 하나를 뽑아내게 돕는 노릇을 누가 해도 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리더십이 보통 사람에게 왜 필요해?"라고 되묻는 심리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리더는 신분이나 혈통이나 우격다짐식 권력 논리로 정해지는 게 아니라, 누구든 한 번 정도 짐질 수 있는 책무에 가까우며, 한번 리더가 영원한 리더가 아닌 만큼 다시 통솔을 받는 지위로 내려와 새로운 지도자와 적절한 호흡으로 조직에 봉사할 수 있는 겁니다. 또한, 리더를 한번이라도 해 본 팀원이라야 자신의 자리에서 개선된 효율과 기여를 발휘하는 게 가능하기도 하겠고 말입니다. 이런 걸 경험하지 않고 맨날 뒷구석에서 불평 불만이나 늘어 놓는 사람이 조직을 망치며, 더 나아가서는 해고 등 제 신세까지 나락으로 떨어뜨리기 마련입니다. 

저자는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님인데, 예화가 적절히 수록되었으면서도 저자 고유의 관점을 통한 해석이 시원시원해서 읽기에 재미있었습니다. 관점이야 독자마다 다 다를 수 있겠지만, 여튼 독서란 저자의 논리에 맹종하는 게 아니라 특정 이슈에 대한 결론은 저자의 그것과는 달리 따로 유보해 가면서, 저자의 호흡에 맞춰 생각을 재 정리해 보기도 하는 그런 보람에서 이어나가는 게 아닐까 생각도 해 봤습니다. 제가 유독 이 서평에만 이 말을 적는 이유는, 이 책이 저자 특유의 결론과 비평이 다소 선명히 드러난 편이라고 여겨서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꼭 찬성을 하지 않아도(오히려, 저자의 생각과 반대될수록), 나 자신의 생각이 정확히 무엇인지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또렷이 부여되는 면이 있습니다.

"의도된 진부화" 전략이란, 이 책에 나온 대로 이미 업계를 선도하던(그 당시 기준) GM이 매년 새 모델을 출시하여 자사 기존 상품을 대체하던 기법을 말합니다. 물론 이 전략이 언제나 먹히는 건 아닙니다. 이와는 정반대로 신기술을 속속 확보하며(인수합병을 통해서건 자체 R&D 부서의 건강한 성취이건 간에) 얼마든지 신상품 출시가 가능한데도 "의도적으로" 론칭을 자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위 카니발리즘의 방지를 위해서인데, 대개 경영 전략이란, 이런 사례에서도 알 수 있지만 무슨 한 가지 만병통치약이 있어서 그걸 구체적인 상황도 보지 않고 매번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을 수 있는 게 결코 아닙니다. 시나리오 1에서 타당했던 대처 방안이, 시나리오 2에서는 제 무덤을 파는 자충수가 될 수 있는 거죠. 이래서 CEO는 아무나 못 한다는 것이며, 어떤 수가 한 번 통했다고 미신, 광신처럼 한 가지 방책만 미련하게 물고 늘어지는 사람은 빚더미에나 올라앉기 딱 좋다는 겁니다. 그런 사람은 사업 다 말아먹고 나서도 뭐가 잘못이었는지 결코 감을 못 잡습니다.

리더는 남 앞에서 "가오 잡는" 자리가 아니라, 정반대로 수많은 조직원의 장래를 책임 진 노예와도 같습니다. 미국에서도 CEO는 각별히 위신을 살려주고 평직원의 수만 배에 달하는 보수를 챙기기도 합니다만, 이는 그만큼 살얼음판 같은 시장의 각종 변화상에 목숨 걸고 대처해야 하는 그들만의 고독한, 대체 불가능한 막중한 책무를 감안한 대우입니다(물론, 제발 그런 일 막아가면서 수익을 내라고 대접했건만 기어이 회사를 부도 내고도 계약상의 혜택은 다 챙겨가는 안면몰수형 인간들은 날강도, 먹튀라는 욕을 먹어 마땅하겠지만요). 오너형 기업인이건, 채권자들에게 신세를 크게 지고 어렵사리 피용인처럼 업무를 보는 유형이건, 월급쟁이 사장이건 간에, 밖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팔자 좋고 특권층 같은 삶을 누리는 할랑한 입장이 결코 아니겠습니다. 

여건이 좋아서 아무나 그 자리에 가서 앉아도 조직이 잘 굴러간다, 혹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식의 시각은 전혀 타당치 못합니다. 저자가 책 초반부터 GM의 만화 같은 사례를 들며 리더 한 명이 초거대 조직의 운명을 어떻게 극과 극으로 바꿔 놓을 수 있는지 설명한 건 다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그 자리에 앉기만 하면 사람 능력은 다 거기서 거기더라고."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슬슬 늘어나는 게, 능력도 없는 2세를 낙하산으로 앉히는 풍조를 합리화하며 자식 취직 품앗이나 벌이는 부패 마인드가 생기고부터입니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오히려 가문도 좋고 본인 자신의 능력도 탁월한 인재들까지 괜히 오해를 받습니다. 

1998년쯤(외환위기 직후) 이사 등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각에서 일었을 때(이때 별의별 이야기가 다 나왔는데, 모 당 국회의원은 어음법 폐지안까지 발의했습니다. 원청업체가 하도급 기업에게 대금을 어음으로 지불하는 폐혜를 막자는 취지였죠. 참 그야말로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인데, 그게 수백년 동안 신용 창출에 결정적인 구실을 한 제도[글로벌 시스템의 일환] 자체를 없앤다고 해결이 될 문제인지), 당사자들은 이렇게 반대했습니다. "그런 논리라면, 회사의 실적을 개선한 경영진에게는 거액의 특별 포상을 해 주는 제도도 갖춰야 한다."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걸 시스템으로 해결하기가 어렵다면, 명예와 책임감을 중시하는 개개인의 마인드셋 구조 개선을 통해, 문제가 터지기 전에 합리적이고 진취적인 액션으로 각자가 조금씩 양보 해 가며 구질구질한 다툼을 미연에 막는 조직 문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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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해석 꼭 어려워야 하나 - 박재형 | My Reviews & etc 2019-01-2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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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구조해석 꼭 어려워야 하나

박재형 저
기문당 | 2004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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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 외부에서 골격을 이루는 부재를 "현재"라 부르고, 그 내부에서 떠받치는 부재는 "복재"라고 부릅니다. 이런 각각의 현재, 복재가 얼마만큼의 힘(부재력)을 감당하는지는, 이른바 "트러스 해석론"에 따라 계산을 해 봐야 합니다. 이를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소프트웨어도 일찌감치 나왔는데, 웹에도 여러 군데가 발견됩니다.


위 그림은 그냥 마음대로 그려 본 트러스입니다. 일단 평면에 클릭 한 번으로 점을 잡고, 마우스를 돌려서 방향을 설정하고, 끝점에서 다시 클릭을 하면 두 절점을 끝에 가진 부재가 그려집니다. 힌지와 롤러도 보다시피 원하는 점에 배치할 수 있습니다. 포토샵하고도 그 쓰는 방법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좋은 tool이 나왔어도, 현장에서는 본인 머리, 손, 개념과 능력만 써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므로, 시험에서는 당연히 이치에 따라 계산해 내어야만 합니다. 공학용 계산기(일반적인)에서도 (당연하지만!) 이런 패러다임은 제공하지 않습니다. 요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존의 문제 해결 능력은 필요 없고 전부 인공지능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하는데, AI가 언제 그 수준까지 갈지도 요원한 문제이며 그 시행착오의 오랜 기간 동안에는 당연히 사람이 제어하고 교정해야만 합니다. AI가 모든 걸 대체하는 단계는 어쩌면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진) 인간 정신의 종말이 도래할지 모르며, 설령 상전으로 살아남은 인간이라 해도 영혼 없는 무위도식의 물품으로서 머지 않아 지구에서 도태될지 모릅니다. 생명체란 생존을 위한 긴장과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가해져야 건강이 유지되기 때문이죠.

건축, 토목 등 분야에서 건축기사, 산업기사 자격시험을 칠 때 이 트러스 해석 파트는 매우 많은 수험생들의 머리를 아프게 만드는 과목입니다. 아직 20대의 싱싱한 머리라서 각종 건축 법규 암기 사항은 어찌어찌 해 낸다 쳐도, 논리와 계산 능력으로 해 내야만 하는 이 트러스 해석은 이해를 해야 풀 수 있지 암기로 커버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저런 사이트에서 계산 대행을 해 준다 쳐도, 사고하는 힘은 본인 스스로가 길러야 기업 혹은 어느 조직에서도 쓸모있는 구성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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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단위계에 의한 건축역학해석 - 이시학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9-01-27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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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SI단위계에 의한 건축역학해석

이시학 저
세진사 | 200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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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 해석"이란 학문 분야가 자리를 잡은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대략 백 년 정도 안짝인 것 같습니다. 19세기 들어 물리학과 재료화학, 공학의 발전이 눈부시게 이뤄짐에 따라 그 성과가 건축 분야에 그대로 도입되다시피했는데 우리가 대도시에서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를 일상처럼 보게 된 건 이때 이후입니다. 사실 결코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누리게 된 건, 무리지어 사는 삶을 그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인간에게 진정 큰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처럼 누리는 혜택이 큼에도 불구하고 그 바탕을 이루는 원리가 무엇인지 어슴푸레한 지식도 못 갖춘 채 일상을 영위한다는 데서 일종의 죄의식마저 품게도 됩니다.

트러스 해석의 대전제는 첫째 모든 부재(영어로는 member라고 합니다)에서 중력(자중)의 영향은 무시한다(그렇지 않은 예외도 있고, 물론 건축 실무에서는 이 문제가 빅 이슈입니다만), 둘째 부재와 부재를 잇는 절점(끊어지는, 혹은 이어지는 점)들은 힌지(hinge)이다. 셋째 건축물 전체뿐 아니라 부분부분만을 놓고 봐도 각종 힘들은 평형을 이루고 있다 등입니다. 셋째 가정의 경우, 이것이 충족 안 되면 그 건물은 당연히 무너지겠죠. 얼마 전, 1990년대 초반에 지어졌다는 모 오피스텔 건물이 (아마도 부실공사가 원인일 법한) 붕괴 위기를 맞아 큰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수직하중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철근을 덜 심어서라는 전문가들의 추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구조물에 가해지는 힘은 (2D기준) 수직반력, 수평반력, 모멘트 반력 등 세 가지입니다. 이런 힘들은 바깥에서 구조물에 가해지는 것들인데, 구조물을 구성하는 부재(部材)가 하나하나 감당을 해 줘야만 합니다. 이처럼 외력을 떠받드는 각 부재(member)들의 힘을 부재력이라고 합니다. 모든 포인트에서, 부재들과 외력의 합은 0이 되어야 합니다.

이처럼, 트러스의 어느 포인트를 끊어 놓고 봐도 세 가지 반력의 합이 각각 0이 된다는 게 좀 신기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구조물 전체에서 0이 되는 건 당연하지만). 그러나 안정적인 구조물이라면 어느 부분에서도 힘의 평형이 깨어져서는 안 되니, 어떤 절점이 기준이 되어도 이 조건이 충족되는 게 당연한 요구사항임이 맞습니다.

우리가 대략 초6, 늦어도 중1이면 좌표평면이라는 개념을 배웁니다. 가로에 x축이 있고 세로에 y축이 있어, 평면상의 어떤 점이든 두 기준에서 매겨지는 숫자로 그 위치를 표시할 수 있다는 거죠(입체도 마찬가지인데 이건 이과 과정에서 고2 이후에 배웁니다). 트러스에서 반력을 표시할 때 그 방향에 따라 (+), (-) 기호를 각각 매기는데, 그 기준은 우리가 중1때 배운 x축, y축 시그널 그대로입니다. 이런 것 하나만 봐도, 최소한 육체 노동이나 사람 상대로 말빨 영업 위주의 생계 유지가 아닌, 지식 관련 직업을 영위할 때 도대체 초중등 과정에서 배워 둔 지식(이런 건 10대때 잘 해두면 머리 안에서 평생 보존됩니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실감케 됩니다. 바탕이 튼실하면 그 위에 뭘 쌓아올려도 이게 다 가능한 겁니다. 건물이나 사람이나 애초에 부실공사가 이뤄지질 않아야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취가 이뤄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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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포터의 경쟁우위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9-01-26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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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이클 포터의 경쟁우위

마이클 포터 저/조동성 역
21세기북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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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경영사상가들의 업적과 이론은 학문적 영역에서만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비즈니스맨들에게 경영 지침을 제공해 줍니다. 흔히 경영인이라면 "탁월한 감"으로 기업을 이끌어간다고도 하지만, 또 그런 직감적 요소를 특정 국면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지만, 막연한 감만으로 큰 조직체(작은 사업체라도 마찬가지입니다)를 경영할 수는 없습니다. 관리와 시장 개척에는 체계적인 준비와 실행 과정, 그리고 피드백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 모든 과정을 즉흥적으로 밀어붙일 수는 없습니다. 하다못해 룸살롱 사장도 낮에는 도서관에서 필요한 학문적 정보를 검토한다며 자랑하던데, 얼마나 그 정수를 새로 깨닫고 자기것으로 소화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론 없는 실천이 엄청난 맹목임은 두 번 강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CEO 선까지 갈 것도 없이, 일반인이 자신의 인생을 "경영"할 때에도 어떤 비전과 철학에 기반해야만, 실패와 좌절을 가능한 한 적게 겪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마이클 포터의 정립된 이론 그 핵심 중, 경영인은 물론 일반인들도 요긴하게 참고할 수 있는 유익한 명제만 모아 쉽게 설명한 책입니다. 제가 삼 주 전쯤 피터 코틀러의 이론 중 중요한 부분을 풀어 주거나, 동아시아의 현실에 맞게 잘 개량해서 학계와 일반에 제시한 어느 일본인의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필립 코틀러나 마이클 포터나 사실 일반 독자가 읽고 바로 무리 없이 소화할 수준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론에 정통한 다른 학자가 이 큰 간극을 요령 있게, 솜씨 좋게 메워 줄 필요가 있습니다. 한 권으로 읽는 피터 드러커도 누구를 위해서건 필요하듯, 마이클 포터도 시간에 쫓기는 여러 수요층을 위해 이제는 나올 때가 되었지요. 요약본이 나와도 되도록이면 학문적 권위를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는 분의 솜씨면 더 좋겠죠.

저자 조언 마그레타는 현재 하버드 경영대 소속의 Senior Associate이며, 역시 현직으로 HBR의 편집자 위치입니다. 저자는 특이하게도 서문에서 "왜 (이런 성격의 책에, 그리고 마이클 포터 같은 세계적 권위자의 업적을 요약하는 작업에) 내가 집필자로 나서야 하는가?"를 두어 단락 정도 분량으로 따로 설명합니다. 그녀는 HBR의 핵심 필진 중 (당연히, 그리고 여전히) 한 명인 마이클 포터와 오랜 시간 동안 필자와 에디터 사이의 관계로 교감했으며, 본인 자신이 이 분야 이론에 정통한, 전미 범위에서 손에 꼽을 만큼 빼어난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특히 그녀는 마이클 포터의 독보적 업적이 구축된 영역인 "경쟁"과 "전략"이라는 주제에 대해, 포터의 본령에 충실하면서도 실천적 의의가 훼손되지 않게, 최대한 쉽고 최대한 실제 적용에 도움이 되게끔, 평이한 언어와 풍부한 실례를 들어 서술합니다. 학문적 자격과 독자의 이해 편의,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을 만한 역량을 갖춘 저자가 확실히 많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이론이건 개념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잡지 않고서는 출발조차 할 수 없습니다. 조언 마그레타, 그리고 마이클 포터는 이 점에서 실용적인 태도를 취하며, "전략"에 대해 매우 간명한 정의를 내립니다. "전략은 곧 탁월한 성과를 내는 방법이다." 실제로 이 정의는 마그레타 편집장만의 의견이 아니라, 그 세련되고 주도면밀한 이론 전개가 정신의 특질을 이루는 포터 교수 본인이 직접 마련한 문장입니다. 다시 말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전략은 이미 전략도 아니라는 뜻이죠.

여기서 우리는 책의 편제를 다시 주의깊게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책은 두 파트로 나뉘었는데, 1부의 주제가 "경쟁", 2부는 "전략"입니다. 그런데 위 문단에 소개한 "전략"의 정의는, 2부가 아닌 이 1부에 벌써부터 등장합니다. 왜일까요? 책의 목적도 실용에 있고 경영이론을 공부하는 것도 현실에서 성과를 내기 위함인데, 책의 내용을 전개할 때 구태여 형식에 얽매일 건 없죠. 이처럼이나 실용적으로 "전략의 정의를 경쟁 논의에서 벌써 내세우는" 이유는, 경쟁에 대한 논의부터가 전략을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전략 없는 경쟁은 토대 없는 건축이며, 이런 이유에서 저자(들)은 전략이 무엇인지부터 독자에게 제시하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명제가 또 하나 등장합니다. 경쟁은 반드시, 라이벌들을 제압하고 경쟁력을 상실시켜야 승자, 최고가 될 수 있는 걸까요? 마이클 포터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경쟁은 결국 성과를 내기 위한 과정이지, 라이벌의 제압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가 대뜸 "성과"를 전면에 내세운 "전략의 실용적이고 간단한 정의"를 이처럼 책의 앞부분부터 가르치는 것도 다 이런 고려가 작용해서입니다.

자 그러면, 포터 교수와 마그레타 여사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보다 현명한, 그리고 실용적인 경쟁"은 무엇으로 내용이 채워져야 한다는 걸까요? 이건 문제 제기 단계에서 암시된 바와는 달리 그리 달달한 컬러는 아니고, 오히려 더 살벌한 제안입니다. 혹 실망할 분들이 있을까봐 미리 밝히는 건데요, 이분들이 제시하는 "성과를 내는 경쟁"은 결국 객관적, 절대적(다른 업체와 비교할 게 아닌)인 경쟁력 강화에 중점이 놓여 있네요. 고객, 소비자가 주도하는 시장에서 기업은 백날 "경쟁"을 해 봐야 손해이며, 설령 시장에서 선두 주자라 한들 허울뿐인 점유율만 높을 뿐, 수익, 성과가 안 납니다.

여기서 저자들은 (좀 진부한 감이 없지 않으나) 애플의 예를 들며, (전통적 경제학 용어를 빌리면) "독점적 경쟁 시장에서 대체되기 어려운 상품, 서비스를 생산하라"고 합니다. 이 역시 제가 저 위에 잠시 언급한 어느 일본분의 책에서 주장하는 바와 상통합니다. 라이벌을 제압하기보다, 라이벌이 아예 존재하지 않을 만큼 경쟁력을 키우라는 뜻입니다.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충성을 바치는 탑 독이 되라는, 더 독한 충고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이 역시, 라이벌에 대한 (소모적 구태를 통하지 않은, 진정한 선제적, 본원적) 제압임도 우리는 다 눈치챌 수 있죠. "도전의 불씨"마저 근절해 버리겠다는 단호한 의지와 지혜가 요구됩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무조건 생산 단계에서 후려치기만 하면(내부 공정이건 외부 하청이건) 다 되는 걸까요? 이번 갤럭시노트 7 사태에서도 새삼 이 점이 주목 대상이 된 적 있죠. 마이클 포터는 이런 비용 절감 문제에 대해 근시안적으로 보지 말고, 오히려 어떤 과정에서 소모되는 비용이, 최종 생산되는 상품에 어떤 가치를 추가하는지를 잘 살피라고 합니다. 책에 나오지는 않으나, 이 점은 경영학보다 순수(협의의) 회계학에서도 중요한 논의의 대상이 되는 이슈입니다. 특정 이벤트를 비용으로 계상(計上)할 것인가, 아니면 거꾸로 자산(의 일부)에의 평가를 할 것인가는 매우 까다로운 논의를 거치는 딜레마입니다. 물론 가치 평가를 허술히하면 기본적으로 보수성이 지배하는 회계 원칙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이클 포터는 좀스럽게 "절약"에만 매달리는 기업가가 혁신을 이뤄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합니다. 제4장이 제2부("전략" 논의의 본격 전개) 처음에 자리하면서 "가치는 모든 전략의 시발점"으로 부각되는 건 마그리타 여사의 탁월한 센스입니다.

연속성은 장기 전략에 생명을 불어넣는 중요한 미덕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흔히 전략의 유연성을 강조하며, 최초의 프레임을 너무 고집하면 이미 전략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고도 하죠. 저자는 이에 대해 반대합니다. 디테일에 변화를 주되 그 뼈대마저 교체되는 전략은, 이 전략을 접하는 외부(고객 혹은 라이벌)에 혼란을 주며, 끝내는 전략의 설계와 집행의 주체인 조직에게마저 타격을 입힌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시어즈(미국의 유명한 백화점)의 예를 들며, 실제로 저는 삼전의 최근 15년을 보면 마케팅 부문에서 뭔가 큰 혼란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특히 전략의 연속성은, 지금 그 조직이 무엇을 내세우고자 하는지, 그 "핵심 가치"의 설정에서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 회사, 조직의)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분명한 합의가 유지되는 한, 가치의 전달 방법은 보다 유연한 모습을 띨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고, 단기 목표에 지나치게 집중하다 대세를 그르치기가 참 쉽습니다. "방법 이슈"가 아니라 온존해야 할 핵심 가치의 침훼(侵毁)에 이르는 실패가, 어느 기업에서건 비일비재한 게 현실입니다.

이렇게 전략의 얼개를, 그리고 특징들을 제시하면 "아 이건 마케팅에 관한 논의구나"하고 받아들이는 이들이(특히 현장에서 치열하게 뛰면 뛸수록)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오해를 막기 위해, 포터 교수는 "전략은 마케팅보다 (개념상, 그리고 실제 적용상) 고차원의 개념"임을 강조합니다. 이런 차별점을 분명히 부각하기 위해, "전략"을 논의하는 파트에서 "(핵심)가치"의 중요성을 그렇게나 강조한 것입니다. 조직이 생산하고 창조하는 가치가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지는, 기업의 생존 전략에서 중핵에 놓여야만 하며, 마케팅 섹터란 이에 비하면 그저 지엽말단의 비중이고, 위에 쓰인 용어를 다시 끌어들이자면 "전달 방법"의 variation에 지나지 않습니다.

책은 말미에 포터 교수와의 인터뷰를 싣습니다. 특히 일반 독자에게 난해했던 개념과 이론 구조에 대해 본인의 명료한 육성으로, 다소나마 친절하게 "전달, 소통"이 이뤄져서 그를 존경해 온 독자들에게 특히 도움이 됩니다. 권말부록으로는 용어 해설, 그리고 (에디터다운 꼼꼼한 마무리가 돋보이는) 참고 문헌 목록이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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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역량 극대화 전략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9-01-25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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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혁신 역량 극대화 전략

조지 S. 데이 저/박선령 역
매일경제신문사 | 2014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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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심사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이야기가 있죠.

"후보자들이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자기가 제일 잘하는 솜씨를 보여야 해요. 하지만 다들, 어렵고 기교적인 곡, 남들이 '오블리가토'라 부르는 레퍼토리만 골라서 연습하고, 그러다가 콘테스트에서 무리를 범하곤 하죠."

오디션이란 대중 앞에 나서야 할 스타를 발굴하는 절차입니다. 이 연예인이란 직종은 일종의 축복을 받은 직책인 것이, 타인에게 사랑을 주는 위치가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선보이고 타인으로부터 사랑을 받아 먹기만 하면 되는 자리라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이런 입장에 설 수 있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타인에게 더 많은 선택을 받기 위해, 외모도 단장하고, 솜씨도 더 열심히 닦고 벼르며, 웨어를 판촉하기 위해 하루도 긴장을 풀 새가 없습니다. 다니엘 핑크가 그의 저서에서 "인간의 속성은 파는 것이다."라고까지 규정했습니다만, 과연 우리들 모두는 단 하루도 쉴 날이 없이 남에게 팔리기 위해 뛰어야 합니다.

기업이라고 해서 다를 바 없습니다. 기적 같은 특허를 보유하여, 그 유효기간 동안 시장에 정보와 시방을 제공하기만 하면 된다거나, 거대 규모를 무기 삼아 가격 세팅을 자유로 행할 수 있는 여유로운 처지라면 모를까, 그렇지 못한 입장에서는 시장이 설정해 둔 가격에 맞추어 자신의 물건, 서비스가 팔리기를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기업은, 다름 아닌 마케팅 쪽으로 갖은 술수와 머리를 짜 내는 겁니다. 프라이스 세팅의 재량이 기업에게 허용되지 않는 건 개별 플레이어의 숙명이기 때문이죠.

 

내가 잘하는 걸 시장에 내어 놓고, 그것이 팬케이크처럼 팔리길 기다린다? 한가한 입장입니다. 한때, 시장의 그 누구도 생산할 수 없는 아이템을 양산하는 데에 성공했다 하여, 한번 인정받은 상표 하나로 rent seeking을 종신토록 할 수는 없습니다. 계속 변해야 살아남습니다.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고객이 원하는 방향, 고객이 내심에서 욕망하는 바를, 고객보다 먼저 선수를 쳐서 알아내는 데에까지 변해야 합니다. "내가 잘하는 걸 그냥 줄기차게 반복할 게 아니라, 남들이 인정해 주는 트렌드에 뼛속까지 맞추어 적응하고, 선도해야 한다." 이것이 오디션 참가자들(나아가 스타가 될 지망자들)과 우리 일반인이 처한 처지가 크게 다른 점이라 하겠습니다.

 

조지 데이 교수가 이번에 내어 놓은 저서는, 마케팅 분야의 각론이 아니라 총론, 그 중에서도 메타적 담론을 섬세하고 자상하게 펼친 역작이라 할 수 있겠네요. 470여쪽에 달하는 분량이 보기만 해도 믿음직하지만, 그 내용 역시 현장에서 치열하게 승부하는 비즈니스맨들의 가슴에, 한 단어 한 단어가 절절히 와 닿는 유용한 지침으로 가득합니다. 이미 시장의 형편이란, 포식자로 가득한 가망 없는 레드 오션에 불과합니다. 가격경쟁이란 모두를 파멸로 이끄는(어쩌면 그 중에서도 자신을 가장 먼저 링에 나가떨어지게 할) 소모전에 불과합니다. 고객의 충성을 이끌어 내야 하고, 그러려면 그 충성의 대상이 될 가치를 창조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저 표지에도 나와 있듯 단순한 소비자, 조금이라도 금전적 유리함이 보이면 바로 발길을 돌리는 변덕스러운 고객이 아닌, "열광하는 팬을 만드는 비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자들은 책 첫머리부터 "4대 고객 가치 요건"이라는 것을 제시합니다. 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요건: 고객 가치 리더가 돼라

두 번째 요건: 고객을 위해 가치를 혁신하라

세 번째 요건: 고객을 자산으로 활용하라

네 번째 요건: 브랜드를 자산으로 활용하라

 

우선, 고객 가치 리더가 되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고객 스스로가, "돈이 아깝지 않다."고 느낄 만한 만족을 체험하게, 개발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고객의 입장에서 감정 이입한 생산자가 되라는 주문입니다. 그런데 위의 사진, 오른쪽의 도식에서 알 수 있듯, 이 과정은 일회성으로 종료되지 않고, 무한 루프상의 선순환 피드백을 밟는 알고리즘입니다. 조지 데이의 이 책에서 기존의 입장과 크게 달라진 부분은, 프로세스의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는 점입니다. 화살표의 방향을 잘 보시면, 고객 가치 리더 부문이 모든 의사 결정 과정, 제품의 입안과 기획,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중추적 작용을 수행하며, 사실상 이 책에서 말하는 아웃사이드-인 전략의 핵심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그림을 보십시오. 저자들은 고객 가치의 본질을, 세 가지의 서로 다른(독립적인) 벡터의 조합으로 표시하고 있습니다.

㉠성능 벡터: 간단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명품(사치품에 제한된 의미가 아닌)의 속성입니다. 얼마나 품질이 믿을만한가? 나는 잘 몰라도, 다른 (준거)소비자들 사이에서의 평판은 어떠한가? 이런 걸 걸치고 나가면 얼마나 선망의 눈길로 나를 바라봐 줄 것인가? 이 모든 고려 사항이 바로 "성능"에 포함됩니다.

㉡가격 벡터: 산업 혁명 이래 가장 구매자에게 절실했던 요건은 바로 싼 가격(따라서 높은 접근성)이었습니다. 이에는 물론 싼 가격이 핵심이지만, 빠른 배송 조건도 포함된다는 게 저자의 설명입니다.

㉢관계 백터: 말은 생소하지만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요건이에요. 한번 팔고 그만이 아니라, 제품의 유지 관리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기업의 애티튜드, 혹은 그 결과물로서의 서비스를 말합니다. 가격이나 선능 모두에 만족하지 못해도 우리가 국내 가전을 사는 이유는 바로 AS 때문이죠.

 

이 벡터는 물론 출발점을 공유하는 세 개의 반직선이라서, 그 뻗는 반경이 길면 길수록 좋습니다. 그러나 소비자의 예산이라는 원초적 제약이 있으므로, 상품에 따라, 혹은 소비자 개인의 처지에 따라, 어떤 최저점을 만족시키는 선에서 타협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성분에 무관하게 한 방향의 신장을 최고 역점에 둘 것인지는 일정하지 않겠습니다.

 

요즘 귀가 따갑도록 듣는 혁신의 가치 역시, 이 책에서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논의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혁신이라고 무작정 물량 투입 위주로 갈 것이 아니라, 그 방향성을 잘 잡아야 합니다. 시장과 고객에 철저히 눈을 주고 주시하되, 일단 고객이 원하는 핵심 가치를 파악한 후에는, 그 가치 설정에 있어 유리한 포스트를 선점하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비록 기업 내부에서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우선적으로 시장에 들이댈 수는 없지만(기업은 설사 탑 레벨의 선도자라 해도,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아닌 이상, 제 편할 대로 상품을 만들고 거둘 수는 없습니다. 이 책에 나와 있지는 않으나, 작년 처참한 실패를 맛보았던 불랙 신라면을 출시한, 그러면서도 '소비자의 인식 부족'을 탓하는 군소리를 남기며 퇴장한 농심의 경우가 그 좋지 않은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눈치 빠르고 기민하게 선도가치를 선점한 후에는, 오로지 고객의 기호만 만족시키며, 상황에 끌려 다니지 않은 채 다른 경쟁자를 압도할 수 있습니다.


일단 충성스럽게 확보된 고객을 확보한 후에는, 이를 자산으로 삼아 시장에서의 위치를 더욱 굳힙니다. 그 후,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 존재가 된 브랜드를 최종의 자산으로 삼고, 이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변덕스러운 경제 전장에서 그 어떤 인플레나 불경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대차대조표 차변상의 최고 핵심 항목으로 올려 놓는 일에 성공한다면, 바로 그것이 일등 글로벌 기업의 미션 완수라고 하겠습니다.

 

2부에서 4대 원칙의 총론적 서술이 있었다면, 3부에서는 현장에서의 응용을 위한 방법론이 제시됩니다. 사례가 많아서, 앞에서 배운 원칙을 피부에 와 닿는 실감으로 복습할 수 있습니다.

 

아마 어떤 분들은 그런 의문을 가질 것입니다. 무려 그 예전의 피터 드러커가 한 말, "시장 중심(market orientation)과는 무엇이 다른가? 그 해답을 저자들은 특별히 배려한 편집으로 독자에게 설명해 줍니다.

사진을 보시면, 세 가지 항목으로 요약이 됩니다만, 보는 관점에 따라 상당 부분이 중복된다고 여겨질 수 있어요, 제가 제 개인적 관점에 따라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시장 지향은 일회성이나, 아웃사이드-인은 (제가 앞에서도 말한 대로) 무한 반복 루프상에 존재한다.

2. 시장 지향은 일단 균형점이 발견된 후에는 정체적이지만, 아웃사이드-인은 역동적이고, 따라서 혁신친화적이다.

3. 시장 지향은 수동적으로 시장의 눈치를 살피지만, 아웃사이드-인은 주체적으로 가치를 창출한다.

 

그 외에도 책에서는 강조하기를, 아웃사이드-인 조직은 관료적 경직성이 없고, 누구나 모든 방향에서 의사 개진, 아이디어 제안, 정책 결정에 자유로이 참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요즘 어디서나 강조하는 의사 결정의 신속성과 직결되는 특성입니다. 고객에 밀착하여 정보를 얻어내고, 모든 직원이 정보원 구실을 하며, 얻은 정보는 첧저히 공유하여 생산성을 배가합니다. 아래 사진을 보세요.

인사이드-아웃 기업의 특징은, 경쟁 기업에 대한 통찰을 게을리한다는 데에도 있습니다. 하긴, 가치 창조를 소명으로 하는 기업이, 라이벌에 대한 주시라고 태만히할까요?

 

저자의 의도와 좀 어긋날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영어의 일상용법에서 inside-out과 outside-in은 같은 의미입니다. 둘 다, "철지히 뒤집어서"라는 뜻이죠. 만약 어떤 기업이, 그 능력과 기량이 탁월해서 "나는 그저 내가 잘하는 것만 시장에 시혜를 베풀듯이 만들고, 내 영혼(기업도 영혼이 있어야 한다니까요!)에 거리끼는 바는 손대지 않고 살테야!"라고 한다면, 그게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남 좋고 나 피곤하지 않아서 최상의 선택일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무한 경쟁의 시대입니다. 남 잘하는 점은 철저히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아서, 나의 장점으로 만들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개량하여 절대 우위를 확보하는 세상입입니다. 내 장점은 하루만 지나고 나면 더 이상 나만의 장점이 아니라는, 시장과 세상의 역동성에 문제(?) 가 있는 것입니다. 저는 궁극적으로, 아웃사이드-인 프로세스 안에, "내가 잘하는 걸 남이 절대 따라하지 못하게 완성한다는 의미에서의" 인사이드-아웃이 포함된다고 봅니다. 이 원칙은, 요즘 자계서에서 귀가따갑게 강조하는 "온리원이 되라"는 명제와도 무관하지 않죠. 궁극적으로 기업은, 아웃사이드-인의 겸허한 자세로 자체 혁신을 기울이되, 그 소프트웨어의 창의성 면에서는 "인사이드의 순일성"도 유지해야, 그 독자성과 정체성을 대체 불가능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싸이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두 연예인이 되는 맛에 사는 겁니다. 결과가 나오든 안 나오든 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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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변화시키는 질문의 기술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9-01-24 20:33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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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삶을 변화시키는 질문의 기술

마릴리 애덤스 저/정명진 역
김영사 | 200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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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고 과거에 머무는 모든 것은 이미 죽은 것입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트랜스포머>를 보면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외계의 생명체들이 대거 등장하죠. 픽션 속의 이 경이적인 존재들은, 단백질 기반 유기체가 아니라 외관상 금속의 육신을 지닌 생명체이기에 더 놀랍습니다. 막연한 선입견으로는 우리 지구상에서 벌어진 진화의 산물들와 같은, 유연한 재질의 원소가 세포와 근육과 조직계 대부분을 차지해야 "트랜스포밍"이 더 쉬울 듯도 한데 결과는 저리 정반대이니 말입니다. 

일본은 1980년대까지의 눈부신 경제성장에 도취되어 위험한 자기만족에 빠져 고립된 갈라파고스의 덫에 빠지는 실수를 자초했습니다. 그 마뜩지 않은 결과를 두고 자신들도 흔히 "잃어버린 30년의 장기 침체"라 일컫습니다. 

이 책은, 한때의 판단 미스로 과거의 영화를 잃은 그들이 어떻게 절치부심하며 재기를 도모하는지, 경영 최일선의 다양한 노력이 어떻게 창의적으로 전개되는 중인지 사례 중심으로 자세히 분석했습니다. 경영 이론을 공부할 때 초심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용어의 난해함인데, 난해함보다는 "낯섦"이 더 정확한 지적이겠습니다. "낯섦"은 경영현장을 몸소 접해 보지 못한 입장에서 더 큰 난처함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이런 걸 극복하려면 이 책처럼 사례 중심으로 친절히 구성된 텍스트를 보며, 살아 있는 맥락 속에서 경영 용어가 구체적으로 뭘 뜻하는지를 살펴 나가는 게 하나의 좋은 방법입니다.

매몰비용(sunk cost)은, 흔히 우리가 당장 떨쳐 버려야 할 과거에의 집착이라고 규정합니다. 과거에 얼마나 특정 과제에 돈을 쏟아 부었건 간에, 이미 이윤이 창출 못 된다는 전망이 확실해지면, 그 돈은 그냥 날린 돈으로 생각하고 잊어버려야 한다는 겁니다. 말은 쉽지만 자신의 현실에서 이 지극히 타당한 "말"을 실천할 만큼 독한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컨설팅할 때 흔히 제3자의 훈수로써 사장님들에게 속 편히 건네는 말이 "매몰비용은 포기하세요."인데, 말이 암만 맞아도 경험 없는 회계사가 남 말 하듯(물론 남 일이지만) 이런 충고를 감정 없이 전달하면 어느 경영자도 곱게 안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이 책 1장에서 소개된 미스미의 사례는, 일선에서 흔히 보는 그런 전형적인 의견 충돌, 설득력의 한계 지점에서, 사에구사라는 사려 깊은 내부인이 어떻게 사내 경영 문제를 해결하는지 잘 보여 줍니다. 다른 이들도 그랬고 사에구사 역시 처음에는 매몰비용이 문제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가장 문제가 곪은 섹터를 실사해 보니, 그 정도가 아니라 추가로 "일실이익"까지 발생하더라는 겁니다. 이처럼 한 성원의 시각에 의해 "구조적 모순, 병폐"가 발견되어도, 그에 그치지 않고 다른 섹터에서 문제 의식에 동조하고 어떤 공명이 일어나 주기까지 해야 혁신의 건강한 흐름이 전사(全社)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관리직 이상의 지위에 올라 봐야 "원가의 정확한 계산"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책 p163이하에는, "... 많은 이들이 경리를 전문직의 업무로만 인식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때 "전문직"이란 뜻은, 언제나 정해진 틀에 의해서만 반복 수행되며, 다른 부서에서 애써 들여다보거나 감독하거나 개선 의견을 낼 필요가 없는 잡무"란 의미도 살짝 포함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잘못된 통념에 단호히 반대하며, 허술하게 봐 넘기거나, 어떤 혁신의 칼날을 들이댈 필요가 없는 분야가 결코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렇기는커녕, 사실 원가회계(관리회계)는 재무회계와 달리, 관점과 시야에 따라 큰 폭의 가감이 작용할 수 있는, 대단히 큰 폭의 주관이 끼어들 수 있는 분야지요. 유능한 경영자는 바로 이 "원가"를 보는 눈이 다르기에 회사의 업황을 개선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원가는 "올바른 원가"와 "부정확한 원가"가 얼마든지 나뉘어지는 영역입니다.

이것 관련하여 책에는 중요한 개념이 또 나옵니다. 이른바 ABC라고 하는 건데, activity based costing의 약어입니다. 왜, 일선에서 뛰는 자영업자들도 "팔면 팔수록 더 손해"라는 말을 하곤 하죠. 원가를 어느 "활동"에 배분하느냐를 정확히 가려야 하는데, 겉보기에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발생하는 듯한 비용이, 알고 보면 특정한 상품을 제조, 판매하는 "활동"에 일일이 연계되기도 했던 겁니다. 이걸 그 연계를 맺은 상품, 섹터에 분배를 적절히 해 줘야, 비로소 그 상품이 과연 얼마나 회사에 이윤을 안겨 주는지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습니다. 분명 효자 상품 같은데 이상하게 "남는 게 없다"면, 그건 그 회사가 원가 배분을 잘 못하는 겁니다. 반대로, 알게모르게 회사의 수지 개선에 큰 도움을 주는 상품도, 이 원가를 제대로 계상 안 하면 마치 천덕꾸러기 노릇이나 하는 듯 착시를 유발하여, 마침내 생산 라인에서 퇴출될지도 모르는 거죠. 복덩이를 발로 차고 애물단지를 끌어안는 경우가 안 생기려면, 이처럼이나 "올바른 원가"를 측정하는 단계가 중요합니다.

1980년 로버트 캐플런이 이 개념을 제시한 게 그 시초라고 하니 무려 40년이 가까워지는 셈입니다. 헌데 이 책의 주인공(회사)인 미스미社를 비롯, 여느 회사에서 왜 아직도 실무에서 정착을 못 하는지 아십니까? 바로 "시행비용"과 "사원의 저항"입니다. 실제로 어느 조직이건 외부에서 과감한 혁신의 메스를 들이대려 해도, 이런 창의적인 시도가 실패하는 이유는 바로 관행과 루틴에 대한 근거 없는 구성원들의 집착입니다. 그들은 이런 혁신이 가해질 때, 임금은 그대로이면서 노동 강도만 세어진다고 여기는 거죠. 조직이 종전보다 더 많은 이윤을 내어야 궁극적으로 피용인의 복리와 후생도 나아질 수 있음을 외면한, 개탄스러운 단견이자 인습이라고 하겠습니다. 

일본의 도요타는 지금도 그렇지만, 일개 패전국의 제조업이 미국이라는 거대한 영토와 자원, 인력을 지닌 국가 심장부에서 보기 좋게, 기간 산업인 자동차 분야를 공략해서 대성공을 거둔 게 실로 경이로운 업적이라고 평가 받습니다. 그 원인이라면 여태 경영학자들이 다양한 의견과 분석을 내어놓았지만, 하나를 꼽자면 현장에서 숙련 고참 노동자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보통 대기업(제조업) 생산직 노동자나 노조를 두고 "귀족"이라고 비꼬는데, 이것도 엄밀히 경우를 가려서 봐야 합니다. 해당 작업장의 노동자들이 엄연히 높은 생산성을 현장에서 발휘하고 있고, 암묵지나 노하우가 타 인력으로 대체 불가능한 수준이라면, 그 사람들은 그런 높은 임금을 받아 마땅한 거고 이는 가장 보수적인 경제학 이론으로도 정당화될 뿐입니다. 

이 책 역시, 정확함과 간편함 사이에서 기업은 어떤 선택을 할지, 혹은 적절한 골디락스 포인트를 잘 짚어 중용의 길을 걸을지 분명히 결정해야 한다는 거죠. "최고 경영자가 하고자 하는 바를 대신 실현할 사람(관리직)이 없다면, 그는 일일이 현장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부하 직원의 창의성, 자율성을 빼앗는 결과로, 오히려 생산성이 감소하지 않을까?" (p189) 저자가 내놓은 답은 "터치 앤 고"입니다. 요컨대, CEO는 현장이 자기 생각대로 잘 돌아가는지 반드시 점검해야 하며(touch), 단 이제 괜찮게 시정되었다 싶으면 미련을 갖지 말고 즉시 현장을 떠야 한다(go)는 거죠. 명쾌하지 않습니까?

어느 나라나, 또 어느 산업 섹터에나, 최상위 레벨에 속한 원청사가 있고 그로부터 하청을 받아 움직이는 이른바 "협력 회사"가 있습니다. 대기업은 원가를 낮추기 위해 아예 이런 회사를 흡수 합병하거나 직속 전담 부서를 새로 만들어 "수직 계열화"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고 외부에 계속 머물게 하여 인건비나 기타 위험 부담을 헷징할 수도 있습니다. 이건 일률적으로 뭐가 맞다 틀리다를 결정하기 힘든 문제이며, 해당 산업의 경기나 구조, 국가의 상황(법제나 문화 등), 기업의 자금 여력이나 노사 정책 등 다양한 변수를 감안해야만 합니다.

사에구사 씨는 다음과 같이 마음 먹습니다.
"그룹 내에 제조 기능을 보유하지 않으면 미스미의 성장은 머지않아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이건 앞에서 제가 말한 "수직계열화" 쪽으로 전략 방향을 바꾼 겁니다. 그는 곧이어 외부에서 인수 합병 대상을 물색하는데, 부서 하나를 새로 꾸리는 것만큼이나 난감한 과제입니다. 마땅히 경쟁력과 건실함을 갖춘 기업이 있기나 한지, 있다고 한들 "적정 가격 매수"에 응해 주기나 할지... 재미를 못 보는 경영자라 해도 누가 내 물건에 눈독 들인다는 걸 눈치챈 그 순간부터 배짱을 튕기기 일쑤이니 말입니다. 

"근친증오"라는 말이 흥미롭습니다. 맨날 가까운 데서 얼굴 보고 소통하고 협업하는 사람들끼리 오히려 더 지겨워한다는 겁니다. 저는 예전에 배구 선수(여성)들이, 시즌이 끝 나고 밤에 클럽에 갔는데 웬 키가 훤칠한 남성(여자 배구 선수 눈에 훤칠하게 보이기란 정말 힘들죠)들이 보여 반가운 마음에 다가갔다가, 역시 비슷한 시기에 경기를 마치고 놀러온 "동종업자" 남자 배구 선수들인 줄 깨닫고 바로 돌아섰다는 말을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들은 적 있습니다. 남자 배구선수들도 그저 키만 큰 게 아니라 인물 준수한 이들이 요즘은 많습니다(그 정도가 아니라 평균보다 훨씬 낫고, 연예인 급들도 많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선수들이 저런 반응을 보였다는 사례에서, 사람 마음이나 선호, 심리가 참 가닥이 복잡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만약에 전혀 여태 다른 분야에서, 그런 일이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내다 시너지 효과를 내려고 특정 기업과 합치려 든다면 그저 새로운 분위기 일신 때문에라도 반기는 이들이 있을 겁니다. 허나, 지금까지 얼굴 부대끼고 가격 깎고 실랑이하던 달갑지 않은 기억만 쌓인 상태에서 합친다는 게 그저 불쾌한 분위기....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모두가 윈윈인데, 그 기분이나 감정이란 게 뭔지 "생각만 해도 짜증난다"며 손사래를 치는.... 이래서 사람 다루는 일, 마음을 맞추는 일이 실로 고차방정식이라는 겁니다. 여튼 사에구사 씨의 깊은 고충을 잘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서문을 건너뛰고 바로 본문부터 읽었는데요. 책은 사례나 경험담, 혹은 "생존기"만 시간 순으로 길게 나열한 게 아니라, 에피소드 하나가 끝날 때마다 경영학 케이스 스터디 하듯이 도표, 박스 등을 써서 "교훈화, 명제화"로 정리합니다. 이러니 독자 입장에서 확실히 내용 정리하기가 쉽죠. 그런데 어쩌면 너무도 교과서적인 체제에 이야기가 딱딱 맞아 떨어져서, 실화가 아니라 소설 형식으로 꾸민 경영서인 줄 알았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이거 실화임?"하고 놀라게 되었는데요. 책 서문에는 "단 한 글자도 진실 아닌 게 없으니 그대로 출판해  달라"며 비장한 소회를 표명한 저자의 말씀이 다시 나옵니다. 

한 개인의 가정도 그렇고, 일정 규모 이상만 되어도 합리적으로 경영하기, 사원들 감정 안 다치고 운영해 나가기가 이처럼 어렵습니다. 경영인으로 크게 성공한 분이 이후 정계에 진출하여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으려 나서는 것도, 이런 조직을 맡아 이끌어 본 경험이 그 사람의 그릇 크기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내용이 아주 쉽지는 않으나, 따지고 보면 어려운 건 책이 어려운 게 아니라 경영 실무 그 자체가 어려운 겁니다. 실화라서 더욱 놀라운 '한 기업의 성공기, 생존기".읽기에만 편하고 읽고 나면 남는 것도 없는 여타의 책들과 너무나 대조되는 알찬 책이니 꼭 한번 읽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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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전쟁 | My Reviews & etc 2019-01-23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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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예정된 전쟁

그레이엄 앨리슨 저/정혜윤 역
세종서적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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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는 언제나 패권의 소재와 장악을 놓고 혈투를 벌인 종적으로 채워졌습니다. 현재의 패자(覇者)가 영원히 그 강성한 권력을 휘둘러 왔을 것만 같아도 자취를 거슬러 올라가면 미미한 위상에 머물러 있기도 했고, 반대로 패권 투쟁에서 밀려 약자의 처지로 떨어진 민족이라도 먼 과거에는 인접 국가나 부족을 두려움에 떨게 한 위세를 떨친 예도 허다합니다. 이처럼 여러 정치 단위에 흥망성세를 교차하게 한 "패권"의 실체는 무엇인지, 과거의 그 패턴이 이러이러했다면 현재의 우리가 미래를 위해 직시해야 할 대목은 무엇인지, 지난 역사는 많은 시사점과 교훈을 던져 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과거의 종적을 어떤 비생산적이고 패배주의적 틀에 갇혀 바라보게만 된다면, 그런 시선을 고집하는 이에게 어떤 발전이 있기가 힘들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먼저 우리 고대사를 돌이켜보며, 동아시아의 패권이 무역로의 이동을 따라 부침과 이동을 거듭했음을 지적합니다. 초원길을 따라 물자와 문명이 교류하고 이전되던 시절에는, 이 초원길을 장악하던 세력이 곧 패권을 쥐는 형국이었습니다. 이 무렵엔 농경 생활에 의존하던 중화 제국이 유목 민족(널리 우리 조상들도 포함합니다)에 비해 그리 나은 처지가 아니었고, (저자의 관점에 의하면) 공자가 동이의 문명에 법도가 있다며 동경한 것도 문화권 간의 실제 역량 차이를 반영하는 표현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던 게 서역과 동맹을 추구하던 한 무제의 원대한 계략에 따라 장건지가 (본의 아니게) 개척한 새로운 무역로가 트이고, 이 새로운 "비단길"을 따라 동과 서가 새로운 교역 루트를 왕성히 이용하면서부터, 패권의 중심은 (보다 저위도에 놓여 있던) 농경 문명권으로 이동했다는 거죠. 

저자는 이 대목에서, "이때까지만 해도 바닷길을 이용하는 세력은 여전히 제3위 서열에 머물러 있었다"고 지적하며, 대항해 시대가 열리고 본격 해상 무역로가 개척되며 "세력 관계는 크게 역전되어, 현재처럼 유목 민족 세력이 가장 열위에 놓이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주장들은 대체로 통설이나 유력설에 따르는 편이며, 다만 저자의 문장력이 좋아 읽는 독자가 그 박력 있는 흐름을 잘 타며 읽게 되는 맛이 있다고나 하겠습니다. 어째서 몽골이나 중앙아시아 등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종족들이 현재처럼 미미한 꼴로 떨어졌는지에 대해, 저자의 단순명쾌한 프레임은 분명한 경로와 일관된 시야를 제공합니다. 

우리의 고대사로 보다 주제를 좁히면, 저자는 여기서부터 <삼국사기>의 저자 김부식이 묘청 세력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전과(戰果)를 살리기 위해, 모화 사관과 왜곡된 반도 중심적 패러다임을 고집하며 여러 사료를 폐기하고 자신의 관점에 맞춰 내용을 축소, 왜곡했다는 태도입니다. 여러 문헌(이 중에는 그 신빙성이 의혹의 눈초리로 보여지는 것도 상당수겠습니다만)을 참조하고, 심지어 일부 드라마(<기황후>라든가)의 내용까지 거론하며, 저자는 광대한 만주 영토를 포기하고 서방(여기서는 중국 본토) 경략까지 단념한 몇몇 군주(장수태왕 등 - 저자는 고구려의 군주 칭호가 "태왕"이었음을 강조하는데, 책봉왕도 아니고 그렇다고 황제도 아닌 외왕내제 시스템에서 이 점의 부각은 의의가 있죠)의 전략적 실패를 거론하며, 우리의 이후 역사가 옹색하게 반도에 한정된 것이 그런 단견에서 비롯했다며 전략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일견 타당하기도 합니다). 저자 특유의 흥미로운 관점으로는 "소서노가 실질적인 백제의 창업자였다"라든가, 송나라 서긍이 지적한 재가승려가 실은 화랑도, 낭가 사상의 추종자였다는 것 등입니다. 이런 관점이라면 임란 당시 큰 전공을 세운 승병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재고가 필요하겠네요.

진한은 동만주, 변한은 (이후)한사군이 설치된 만주 서부 지역 등으로 그 판도를 정하고, 마한은 이들 가운데서 다소 옹색한 처지로 명맥을 이었으나 한 제국의 흥기로 인해 진한, 변한의 이주민들을 한반도 남쪽에 비정함에 따라 오늘날의 인식처럼 (후)삼한이 정립했다는, 일부 독자들에게는 매우 낯익은 설이 제기됩니다. 이런 입장에 따르면 <만주원류고>의 그 충격적인 기사가 이어지는 맥락으로 언급되지 않을 수 없겠는데요. 아니나다를까 금나라의 기원, 즉 고려 건국에 미온적이었던 안동 일대의 세력이 북상하여, 권력 공백 상태였던 여진족의 세력을 북돋웠다든가 하는 주장들이 그 뒤를 받습니다. 

저자 고유의 주장 중 가장 설득력있게, 다른 사료적 근거와 잘 녹아들며 독자에게 어필하는 건 "고대 국가들은 영토의 장악보다 노동력의 확보가 더 큰 과제였다"입니다. 고구려와 백제 패망 후, 당나라가 왜 패잔국의 백성들을 본토로 실어갔는지, 혹은 아예 무대를 달리해서 바빌로니아 등 패권국이 피정복지(유대 지방이라든가)의 신민들을 수고롭게 재배치했는지 하는 게, 그저 세력 약화를 노렸거나 재흥을 예방하는 외에 더 본질적인 목표가 존재했던 거죠. 현재의 관점과 필요가 과거에까지 무분별하게 확장 적용되는 태도가 제법 소양 있는 독자들에게서도 발견되는데, 그런 안이한 관점에 경종을 울려주는 서술이라고나 하겠습니다. "패권의 이동"이라는 거대 패러다임 아래 이런 하위 구조 인식의 틀이 별 위화감이나 비약 없이 스며드는 논의 구조라서, 개별 주장의 타당성에 무관하게 독자를 설득하는 힘이 큰 듯했습니다. 

항몽 전쟁사를 저자는 자랑스럽다는 태도로 되짚는데, 무신 출신 집권자들이 정국을 주도했었기에 이런 장기간 항쟁이 가능했으며, 만약 기존의 문신 출신들이 여전히 주도적이었다면 바로 외교적 수단으로 난국을 타개하려 들었을 테며(이자겸의 대금 사대처럼)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리라 단정합니다. 항몽 과정에서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장기간의 방어에 성공했으나, 이후 문신 세력 주도로 강화가 이뤄짐에 따라 유리한 협상력을 유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만 이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입니다. 현대 정치와 관련 저자의 의미심장한 주장은, 반도에서는 대륙과의 접촉 루트(외교)를 장악한 세력 사이에서만 왕조 교체가 이뤄졌기에, 중국처럼 내부의 힘이 외부의 힘을 능가하며 카리스마적으로 대두한 "서민 출신" 지도자가 등장할 기회가 없었다는 건데요. 중국은 물론 우리가 잘 아는 대로 한고제 유방이라든가 주원장이라든가 마오 등의 좋은 예가 있죠. 현재 공산당 측에서는 마오를 부농 출신이라며 뭐가 켕기기라도 하는지 미화하는 경향이 다분합니다만.

단군-기자-위만 조선으로 교체되는 국면에서 역성 혁명이 이뤄졌다면 그건 단일 왕조의 연속으로 볼 수 없으며, 이런 관점에서 기자 조선설이 부당하다고 하시나, 기자 책봉설을 반대하건 찬성하건 무관하게 그런 "왕조 시대를 바라보는 상식" 자체가 뚜렷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잔티움 제국은 다 알듯 여러 번 왕실 가문이 교체되었음에도 단일 법통이 이어진 것으로 보며, 고대사에서 이는 한 가지 관점을 고집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무측천때 이미 당나라가 한 번 망했고, 중종 이후의 왕조는 "후당"으로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지만 이에 대해서는 논의의 실익이 없을 뿐 아니라 일일이 논거를 들기도 힘들 만큼 반대의 여지가 많습니다. 

후반부로 올수록 이 책의 주제의식이 어디에 놓였는지가 명확해지고, 이 책의 최고 장점은 1)이처럼 책의 서두와 본론, 종지부가 일관된 관점(물론 저자의 관점)에서 빈틈없이 연결되며, 2) 저자께서 오랜 연구와 사색을 거치신 듯 주장 사이의 논리적 뒷받침이 매우 치밀하다는 점입니다. 이런 미덕이 물론 사관의 정합성, 타당성까지 담보하는 건 물론 아니겠습니다만, 최소한 책을 읽는 재미는 확실히 보장해 줍니다. 그 결론에 동의하건 아니건 간에, 한민족이 그 생존을 위한 중대 기로에 놓인 지금 이런 책 한 권을 읽고 방대한 과거사의 반추를 통해 현명한 생존 전략을 모두가 궁리해 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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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적 생산체제와 노사관계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9-01-22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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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대안적 생산체제와 노사관계

강종열 등저
한울 | 200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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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근로관계(고용관계)의 유연성 이슈를 놓고서는 여전히 사회 각 계층의 이해를 놓고 대립이 진행 중입니다. 사용자와 노동자는 기본적으로 대등한 관계에 서야 한다며 "함부로 남용하는 해고권"은 철저히 법 밖으로 퇴출되어야 한다는 이들도 있고, 반대로 생산성의 극대화와 보다 많은 이들의 노동 기회 마련을 위해 "자유로운 해고"가 차라리 불황 타개의 돌파구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일부 어르신들이 향수를 갖고 있는 "평생직장"의 신화는 이미 깨어져 지구상 어디에서도 구현되지 못하는 실정이며, 어차피 이 신화도 노동자측에 마냥 유리한 이념이라기보단 사용자 측의 시혜적 스탠스라든가 자본 측의 철저한 주도권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들어가는 패러다임이므로, (부담스러워할) 사용자나 (인식이 바뀌고 현실을 직시해야 할) 노동자나 모두 만족 못 할, 언제 깨어져도 깨어져야 할 환각이었음은 분명합니다.

"동맹(alliance)"은 여러 의미로 쓰이는 단어입니다. 나치 독일을 격멸하기 위해, 기존에 완전히 다른 이해관계를 지녔던 여러 국가들이 맺은 군사 협력 관계도 이 단어로 표현했으며(Allied Forces), 우리 역사에서는 드물게도 자리 보전이 위태로웠던 공양왕이 느닷 권신 이성계에게 제의했던 게 군신(君臣) 간의 "동맹"입니다. 물론 공양왕의 측근들은 "천지가 개벽한 이래 군신의 동맹 같은 해괴망측한 일은 없었다"며 격렬히 반발했고, 이성계 측에서는 이 동맹이 장차 새 왕조의 개창에 큰 걸림돌이 될까 우려한 끝에, 이 제안은 얼마 안 가 무마되고 우리가 아는 바 새 체제의 시작이 진행되었지요.

거창하게 고사(古事)를 거론한 건, 전통적인 노사관계가 현재 전세계에 걸쳐 패러다임적 도전을 맞는 요즘, 어쩌면 기존 시스템의 모순과 비능률 요소를 일거에 걷어낼 혁신이 이 "얼라이언스"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이 책을 읽고 난 후 들어서입니다. 사실 이런 식의 고용 형태는 (전통 노사관계가 위기를 맞았다는) 요즘에서야 대두한 게 "전혀" 아닙니다. 이를테면 로펌은 일찍부터 주종 관계가 불분명한 파트너십 형태이며, 소위 "생협" 조직에 몸 담는 분들은 애초에 누가 누구에게 월급을 주는지도 관계 파악이 애매한 편입니다. 이런 평등한 생산 조직 참여 패턴이 마냥 바람직하다는 건 아니고, 이런 조직이 절도(節度)와 기강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성원 개개인의 자질과 모럴이 일정 수준을 넘어야만 합니다.

애플이나 구글의 경우 직원 개개인이 대등한 입장에서 아이디어를 안출하고, 충분한 자율이 부여되어도 업무의 질이 떨어지지 않기에 그런 형태의 운용이 가능한 거죠. 이 책은 주로 실리콘 밸리의 예를 들고 있는데, 이런 형태의 느슨한 듯하면서도 고도의 업무 효율, 유연성을 유지할 수 있는 조직이 되려면, 역시 균질한 인쟁 pool 사이에 자율적이면서도 꽤 유기적인 네트웍이 형성되어야 합니다. 부정과 정실이 개입해서도 안 되며, 투명성과 업무창의성이 자발적으로 유지되어야 "얼라이언스"가 존립 가능하다는 자각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흔히 출신 대학을 놓고 어떤 카스트 구조니 뭐니 하면서 이의 강제적, 전면적 해체를 주장하기도 하는데 일단 사적인 조직에 대고 국가적 강제를 들이대는 자체가 자율과 민주주의 원리의 중대한 위반입니다. 뿐만 아니라 학창 시절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인맥과 평판이야말로 고과의 기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효한 조직의 건설과 점검, 지속적인 작동을 위해 생각외로 중추적 기능을 행사한다는 결론, 이 책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이었습니다. 비공식적으로 아이비리그 출신들이 미국 주요 정부 기관을 이끌어 나가는 현실에 비추어 보아 이는 이미 유효함이 검증된 모델이기도 합니다. 조직의 틀을 비공식과 공식 두 가지 프레임으로 묶어, 상황에 따라 A 혹은 B를 유연히 끌어댈 수 있다는 논리가, 여태 경색되고 침체된 국면이었던 경영 이론 중 조직론에 아주 신선한 활기와 충격을 줄 듯합니다. 이론을 떠나 우리처럼 동문회 네트워크가 촘촘히 구성된 사회에서 적용해 보기에 대환영인 그런 시론이기도 합니다. 현실을 외면하고 비뚤어지고 종래의 틀에 고착된 사고 방식으로는 좀처럼 수용하기 힘들, 멋진 아이디어로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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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9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