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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시대, 투자의 미래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9-02-28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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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4차 산업혁명시대, 투자의 미래

김장섭(조던) 저
트러스트북스 | 201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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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 무엇인지 말로만 무성할 뿐 아무도 분명한 아젠다나 실천적 과제를 제시하지 못합니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의 최고 경영자들도 일선에서 선명한 비전을 갖고 있지는 못한 듯합니다. 실정이 이런 판에 일반 시민이나 어린 학생들이 자신의 장래를 놓고, "4차 산업 혁명"을 키워드 삼아 어떤 건설적 투영을 해 내기란 거의 가망이 없다고나 해야겠죠. 그 실체가 파악되지 않은 채 말만 무성하니 사람들이 더 버거워하고 심지어 두려워하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보다는 훨씬 부담 없는 이슈이겠을 "빅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5, 6년 전부터 많은 전문가나 저술가들이 지적해 왔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미 키워드가 대중화한지 한참 지난 이 문제를 놓고서도, 일선의 경영자들이 자신의 업무에 거의 활용할 줄을 모른다는 겁니다. 심지어 빅데이터의 개념부터가 안 잡힌 분들도 많습니다. 막연히 "통계를 잘 활용하라는 소리지"라든가(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빅데이터 어디 가서 얼마 주면 구할 수 있나?"라고 되묻는 분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의 사고 방식이란, 세상을 통째 바꿔 놓을 이 도도한 흐름에 대해 그저 "기존의 데이터가 덩치가 커진 것" 정도로밖에 인식 못 하는 데 머무는 거죠.

이 책에서 일단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들어가는 저자님의 진단, 시각이 있습니다. 작년 이맘때(하고도 한두 달 전입니다만)에 세계, 적어도 동아시아 3국을 충격 속에 몰아넣었던, 인공지능(소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을 화제로 삼아, 대중들은 인간이 드디어 기계의 "지능"에 패배한 대사건이라며 입방아를 찧었죠. 헌데 저자는 그렇게 보지 않았다고 하시네요. "자동차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 그와 100m 달리기 경주를 벌여 진 인간을 보고 우리는 집단 패배감, 좌절감을 느껴야 하겠는가?" 오히려 또하나의 강력한 도구를 발견한 데서 무한한 희망과 가능성을 엿보았다고 평가해야 온당하다고 저자는 말씀합니다. 이 관점이 책 본문 전체를 관통하며, 또한 우리가 미래에 대한 구체적 비전을 갖추는 데 이 책이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잘 요약합니다. 




저자는 책 전체를 통해, 인공지능이니 4차 산업 혁명이니 하는, 아직은 그 실체가 분명하다거나 논자에 따라 뜻이 구구하게 갈리는 용어, 화두를 자주 쓰지 않습니다. 책 제목을 봐도 알 수 있듯, (어쩌면 오래 전에 한물 간 듯 잘못된 느낌을 갖기도 하는) "빅데이터" 하나로 모든 설명을 시도하는 내용입니다. 인공지능을 운위하는 시대에 왜 옹색하게 빅데이터인가? 저자는 정반대로, 심지어 저 알파고- 이세돌 대국이 불러온 파장마저도 "종래의 방식에 대한 빅데이터 활용의 승리"라고까지 "치환"해서 설명합니다. 하긴 더 간명하고 상식에 부합하는 설명이 가능하다면, 구태여 번거로운 개념을 동원하거나 논증 과정이 불분명한 논의를 끌어올 필요가 없긴 합니다. "인공지능의 승리"라고 설령 인정해도, 그 실체와 핵심은 결국 "인간이 이용하지 못했던 방대한 데이터의 분석에 기인한 승리"라고 바꿔 말해도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직 "지능" 자체가 어떤 구조, 속성인지 모르는 형편에, 더 이해하기 쉽고 내용도 분명히 규명된 "빅데이터의 위력"으로 초점을 잡으면, 더 유익한 결과가 나올 것 같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적용해 보기도 더 쉽고 말입니다.

(물론 인공지능이 정말 성공, 실용 단계에 확실히 진입한다면 그건 빅데이터를 훨씬 뛰어넘는, 넥스트 레벨의 성취임에 틀림 없습니다. 자동차가 "엔진과 강철과 휘발유와 플라스틱과 쿠션의 합"이 아닌 거나 마찬가지로요. 하지만 그건 업계의 성취가 일정 수준을 확실히 넘어선 후에 의미 부여를 해도 충분합니다)




저자께서는, 여전히 빅데이터라고만 해도 뭔가 어렵게 다가올, 현장의 그저 평범한 사장님들을 위해, 자신이 직접 겪은(본인이 CEO이시기도 하니까요) 사례를 중심으로 무엇이 "빅데이터 경영"인지 재미있게 설명해 줍니다. 이 책은 이처럼 저자 스스로가 겪은 사례를 바탕으로, 실무에서 쉽게 실천해 볼 수 있는 지침이 많이 담겼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예컨대 요즘 우리는 기업들이 "잉여 서비스"를 많이 줄여가고 있다는 점 실감하게 됩니다. 과거에 노트북 한 대를 사면 딸려오는 매뉴얼만 해도 웬만한 자계서 한 권 분량의 책이었습니다. 요즘은 가전제품을 사도 지류에 적힌 설명서를 구경하기 힘듭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서운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허투루 새어나가는 무익한(?) 비용을 줄이자는 절박한 현실인식에의 발로이니, 우리도 다들 기업에 몸담은 입장에서 이해해 줄 여지는 있습니다.

저자는 잔반 줄이기로 비용 절감(나아가 환경 보호 기여ㅋ)에 성공한 직접 사례를 들어 주십니다. 회사 카페테리아 같은 데서 저렴하게 공급하는 식단에, 먹지 않고 버리는 반찬이 연간 수십 톤에 달한다면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그 역시 의미없는 원가(직원 복리 후생) 출혈입니다. 우선 먹고 버린 잔반통을 다 뒤져(여기서 웃음이 나기도 했고 과연 CEO  체면에 이렇게까지 해야하는지 회의도 느껴졌지만 - 물론 직접 하신 건 아니겠지만요 - 비용 절감과 경영 효율화는 이런 자질구레한 문제의 위급한 인식에서 비롯한다는 점은 확실히 배웠습니다) 어떤 반찬을 가장 많이 남기는지 조사했다고 합니다. 답은 부침개인데, 이 음식은 갓 요리하고 바로 배식해야 하는, 온도가 생명인 품목이죠. 그런데 싸늘히 식어 있으니 입맛이 당길 리가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현장(확장하면 결국 시장이 됩니다)의 진짜 니즈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경영 효율화, 나아가서는 혁신의 단초가 된다는 거죠.




거기에 그치면 작은, 소소한 개량에 불과합니다. 저자는 반찬의 다양한 품목을 코드화하여, 막연한 직관이나 불분명한 "문과 언어" 사용이 아닌, 잔반 줄이기 프로젝트에서 계량화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언어"로 이 문제를 접근했습니다. 순간 독자인 제 머리도 아찔해지던데 해당 대목 바로 그 다음에 숱한 애로사항이 진술되더군요. 전산시스템은 글자 하나만 틀려도 전혀 다른 품목으로 분류하니 이른바 정성적 분석이 원활히 안 이뤄지더라는 거죠(오죽하겠습니까. 상상만 해도 땀이 나네요). 저자는 이 귀찮은 단계에서 포기하지 말고, 아예 당신 주변의 모든 환경을 "데이터"로 다 바꿔 놓으라고 합니다. 왜 혁신기업의 CEO들이 "데이터는 미래의 석유"라고 했겠는지 그 의미를 새기면서 말입니다(사실 이 한 줄이 책 전체의 요약, 주제 대변이라고 새겨도 됩니다).

인간의 뇌는 사물과 환경을 실체, 혹은 아날로그 포맷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결국은 의식, 무의식상으로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모두 데이터로 변환한 후 일정 프레임에 끼워 넣고 정리할 뿐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사실 여기서 인간 사이의 소통 부재, 오해, 갈등이 비롯하기도 하죠. 나는 나를 이러이러한 존재로 스스로 자리매김하는데 상대는 상대 나름대로 그의 시각에서 나를 판단(데이터화)하고, 객관적 실체(논란이 있겠습니다만)는 또 전혀 별개 지점에 있고... 여튼 문제를 선명히 인식하고 실천을 쉽게 이루려면, 아날로그적 감상이나 밑도끝도없는 이미지에 매달릴 게 아니라, 각종 장애와 이슈와 목표를 모조리 데이터로 바꾼 후 판단하고 고민하고 결정하라는 겁니다. 진짜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되더군요.

재미있는 사례가 많이 소개되고, 또 여러 혁신가들의 명언이 곳곳에 소개되어 결론 정리에 유익했습니다. 시장 조사를 통한 체계적 예측 끝에, 독신자 가구가 증가하는 대세에 호응하고자 작은 벽걸이형 세탁기를 야심차게 출시한 회사가 있었습니다. 벽걸이까지는 모르겠는데 소형 세탁기라면 대략 십 년 전에 여러 작은 기업에서 생산, 판촉을 벌이기도 하더군요. 그런데 큰 실패로 끝나고 만 게, 1) 원룸 거주자나 소형 아파트 입주민 중엔 이미 빌트인 형태로 중형 세탁기를 제공받은 경우가 많으며, 2) 이런 사람들은 대개 빨래를 그때그때 하지 않고 일주일치를 몰아서 하는 습관이 있더라는 거죠. 이처럼 데이터의 해석은 그저 큰 줄기에만 주목하거나 현장의 구체적 상황을 무시하는 게 되어서는 안 됨을 저자는 지적합니다. 

또하나 재미있는 게, 결국 빅데이터의 성공적 활용은 처음에 질문을 바르게 확정해야 가능하다는 겁니다. 세탁력이 우수한 세제를 출시하려던 회사는 데이터의 분석 후, 소비자들이 세탁 완료 후 빨래를 꺼내어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이 "냄새를 맡는 것"이란 점에 착안하여, 전략 자체를 수정했습니다. 성공의 관건은 "얼마나 깨끗하게 빨리느냐"가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깨끗하게 빨렸다는 느낌을 확실히 주느냐"에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2차 대전 당시 미 공군에서는 출격하는 폭격기가 적의 대공포에 희생되는 경우를 줄이기 위해, 비행기 곳곳에 추가 장갑을 설치하려 했는데 자원이 무제한이면 문제가 없겠으나 한정된 자원, 물자를 놓고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하느냐가 난점이었겠습니다. 귀환한 전투기를 보니 특정 부위에 집중적으로 탄환을 맞은 흔적이 있어, 전문가들은 여기에만 장갑을 입히면 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최고 책임자는 정반대로, 그곳만 빼고 다른 데다 장갑을 장착하라고 했다는군요. 그 이유란,

"그나마 이곳을 맞은 폭격기는 타격이 크지 않아 귀환할 수 있어서 우리가 지금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허나, 다른 곳을 맞은 폭격기는 적진에서 다 격추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아예 확인도 못 하는 것이다."

같은 데이터를 놓고도 통찰력 있는 리더는 이처럼 정확하고 본질을 해결하는 해법을 내어 놓습니다.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지든, 인간의 창의와 상상력은 결코 기계의 효율에 압사하지 않고, 오히려 주인으로서 그 위에 군림하며 더 많은 효용과 복리를 창출합니다. 그 기반은 현재도 무한히, 한계비용 0에 가깝게 생산되는 데이터, 빅 데이터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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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과 표현기법 | My Reviews & etc 2019-02-27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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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발상과 표현기법

커트 행크스,래리 벨리스톤 공저/박영순 역
교문사 | 201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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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발상이란 특별한 지능을 갖춘 이에게만 떠오르거나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고, 이미 많은 학자나 전문가들이 주장한 바 있고, 우리의 경험으로 이를 때때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구글 등의 기업에서 직원들에게 최대한의 자유와 재량을 부여하는 이유는, 고급의 아이디어와 착상은 인재를 닦달한다고 나오는 성짏이 아님을 이미 기업 수뇌부 차원에서 일찌감치 깨닫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디어는 가장 평범한 사람에게도, 예컨대 집에서 쾌적한 여가를 즐기는 그 한 순간에 "도적처럼" 찾아오는 게 보통입니다. 정형화한 문제를 정해진 알고리즘에 의해 해결하거나, 처음 접하는 문제를 기존의 절차를 교묘히 응용한 (새로운) 방법에 의해 해결하는 건, 연산 능력이 뛰어나거나 훈련이 잘 된 정신에 의해서만 가능하죠. 하지만 "착상"자체는 언제 어디서나, 또 누구에게나 공평히 찾아옵니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소위 "유조선 공법"은, 숙련된 엔지니어들은 오히려 죽어라 노력해도 떠올리지 못할 아이디어였습니다. 문제는, 작금의 화두인 "혁신"은 세부 기술적 인자가 좌우하는 게 아닌, 이런 순간의 아이디어와 영감에 의해 촉발되는 점에 있습니다. "혁신"이 필요한 것은 아는데, 그 "혁신"의 단초를 제공할 섬광 같은 아이디어를, 어떤 조건 하에 두뇌를 놓아 두어야 그나마 편하게 얻을 수 있을지, 이것이 바로 우리들의 고민이라고 하겠고, 이 책의 기획 의도 역시 거기에 있습니다.


1) 이들이 이룬 업적(그래서 이미 받았거나, 앞으로 받을 노벨상의 시상 이유가 되기도 하는)에 대해, 과연 달인다운 능숙한 솜씨로, 문외한에게 최대한 쉬운 언어로 설명해 주고 있다는 점  그래서 이 부분만 읽으면 훌륭한 교양 지식을 쌓을 수 있습니다. (본래 독서의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2) 이 책의 본래 취지인 "어떻게 하면 유용하고 창의적인 발상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알려 주고도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방법으로? 2인의 대담자는 가장 편안한 어조로 하드한 주제에 대해 대화를 주고 받습니다. 이런 하드한 자연과학. 혹은 응용공학상의 주제를 놓고 세상에 자랑할 만한 업적을 내놓으려면, 까다롭고 번잡한 실험 절차를 최소한으로 간이화하는 OR상의 수월성을 발휘해야겠고, 그 이전에 남들이 하지 않는 생각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마스카와 박사는 그런 회고를 합니다. "내가 주제를 연구할 때만 해도, 자연계에는 쿼크가 4종만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고정된 사고의 틀로 아무리 방정식을 도출하려 해도, 답이 나올 수가 없었다. 그때 나는, 따뜻한 욕조에서 처음으로, 기존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왜 6개이면 안되겠는가?" 홀수개의 기본 입자가 존재할 수는 없으므로, 4개가 곤란하다면 6개에서 답을 찾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순리였으나, 당시 물리학자들이란 아무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게 상황적 제약이라면 제약이었습니다. 아무도 하지 않으려 드는 생각, 그런 생각을 하면 바보 취급 당하기나 딱 좋다는 생각, 그 경계 너머로 과감히 이행하려는 노력이 혁신의 첫 발짝이라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이 책에 명확히 나오지는 않지만, CP 대칭성의 깨짐(우리 학계에서는 CP위반이라는 용어를 더 일반적으로 씁니다) 역시 발상의 전환에서 나온 업적이었습니다. 물질과 반물질이 같은 수로만 존재한다면, 물리계의 실체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서로 만나 소멸되므로). 물질이 반물질보다 조금이라도 더 존재하는, 소위 대칭성이 깨어져야만 무가 비로소 유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일견 까다롭기 짝이 없어 보이는 물리학의 이론들도, 우리 일상에서 피부로 깨달을 수 있는 자명의 이치와 그리 멀리 떨어져서만 존재하는 건 아닙니다. 마스카와 박사는 쉽고 명쾌하며 가식 없는 소탈한 언어를 통해, 초보 물리학 강의를 하면서 놀랍게도 혁신 이론의 기초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사실 시사적인 관점에서 더 주목할 쪽은 야 마나카 박사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앞으로 자신이 2년 후에 받게 될 노벨 생리학상 분야의 혁명적 업적인 인간 iPS세포에 대한 재미있는 설명을 해 주고 있습니다. 이분이 이런 혁신적인 성취를 이뤄 낸 것도, 결국은 남들이 하지 않는 생각을 과감히 시도한 데에 그 비결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바로 일주일 전, 30살의 여성 과학자가 이 iPS세포보다 한 걸음 더 진보한, 만능 세포를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이른 STAP cell 방법이라는 걸 개발해 내어 전 세계에 충격을 준 바 있습니다. 그녀의 발견 역시, 어이없을 만큼 간단한 절차로 이뤄 낸 (거의 우연이나 행운에 가까운) 방법이라서, 그녀의 동종 영역에 종사하는 이들보다 오히려 다른 분야의 전문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성질이었습니다. 이 책을 찬찬히 읽어 보신 분들은, 인터넷에서 "만능 세포"라는 키워드로 해당 뉴스 기사를 검색해 읽어 보시면, 이 책의 내용이 보다 심화한 의미로 다가 올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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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의 발견 | My Reviews & etc 2019-02-2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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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성격의 발견

제롬 케이건 저/김병화 역
시공사 | 201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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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같으면 그저 남들 이거 할 때 이걸 해 주고, 다들 조거 하는 타임에 맞춰서 따라가 줘야 그걸 성공한 인생이라고들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또 그게 아닙니다. 물론 남들 이거 할 때 이거조차 못 하면 그건 분명히 뒤떨어지고 낙오한 인생이죠.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고작 그것에만 만족하다가는, 나이 40 되어서 XX킨이나 G모 체인점 좋은 자리 알아 보는 게 고작인 처량한 신세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게 뭐 어쨌다는 게 아니에요. 제 주변에도 야무지게 창업 하셔서 알짜배기 실속만 챙기시는 사장님들 제법 많습니다(아닌 분도 많지만). 그런 분들 보면 참 자영업 할 것 같지 않게 생기신 점잖은 분들이, 늦은 나이에 몸에 배지 않은 품으로 이 물건 저 품목을 쉘프 곳곳으로 옮기는 모습 보면 안쓰럽거든요.


근데 요즘 자계서의 주류는, 그런 거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예로 들고 있는 천호식품 모 회장님의 경우, 사업은 안 되고 빚만 잔뜩 져서 자살 직전까지 갔다가, 세무서 담당 직원의 냉정한 한 마디를 듣고 오기가 발동해서 결의를 다지고, 마침내 일 년 안에 그 많던 빚을 다 갚았답니다(그 말이 뭐였을까요? 책을 직접 읽고 확인들해 주세요). 어차피 평생 직장의 신화는 무너지고, 이건희 회장이 입만 열면 내뱉는 말처럼, 꼴찌가 일등 되고 일등이 맨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세상, 실패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자기 장점(보통 타고난 거죠)이라도 잘 살리고 가꾸었다가 결정적일 때 한 방으로 써 먹느냐, 이게 중요하다는 걸 다들 강조하는 거 같아요.


이 이야기는 재능 없는 이들은 일찌감치 포기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정말 나의 재능이 어디 있었으며, 그 소중한 재능을 뒤늦게라도 발견했다면 그 분야에서는 다시 힘겨운 첫 발을 내딛고 기반을 다지고... 이런 수고를 할 필요도 없이 단번의 도약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이게 바로 "나만의 스토리로 성공하라"는 속뜻이죠. 요즘 기업은 혁신을 이뤄야 하며, 개인은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들 하는데, 그 반대로 개인도 여태의 타성을 버리고 혁신을 이뤄야 하고, 반대로 소통이 중시되는 요즘 기업도 고유의 스토리가 있어야 어필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책은 경영자들이 읽어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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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법용도 허가체크리스트 | My Reviews & etc 2019-02-2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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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건축법용도 허가체크리스트 2019

김홍용,김경준 저
시공문화사(spacetime) | 201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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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재해가 자주 일어나면서 특히나 한국처럼 고층주거건물이 밀집해 있는 곳에서는 유사시 피난을 위한 공간을 설치해야 한다는 규제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다소 불편함이 느껴지더라도 이는 당연히 지켜야 할 규범임이 분명합니다.

모법인 건축법에 근거가 마련된 이런 규정은,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서 더 구체화합니다. 예를 들면,
- 거실의 바닥면적 합계가 1,000㎡ 이상인 층에는 환기설비를 설치할 것.
- 지하층의 바닥면적이 300㎡ 이상인 층에는 식수공급을 위한 급수전을 1개소 이상 설치할 것.
과 같은 규제들입니다. 아래와 같은 건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런 게 있었나 싶을 정도인데, 아파트 경비소에서 엄밀히는 이런 일도 다 돌보고 있으며 다달이 납부하는 관리비에 다 포함된 내력 아니겠습니까.

300㎡ 이상 공연장 출구설치 기준은, 보다시피 공연장에 대한 것인데 이 역시 출구 설치 기준을 다음과 같이 마련합니다. 앞으로는 영화 보러 갈 때에도 그 출입구의 생긴 모습이나 크기 등을 유심히 들여다 보게 될 듯합니다.

먼저 관람석별로 출구는 2개 이상이 마련되어야 하며, 그 출구는 각각 너비가 1.5m이상이라야 한다는군요. 그리고 바닥면적 100제곱미터마다 0.6m씩으로 계산한 너비를 갖춘 출구라야 한답니다. 그럼 이 두 규정이 서로 충돌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바닥면적이 1,000㎡인 공연장이라면 0.6 규정 때문에 너비는 6.0m가 됩니다. 이때에는 아무 갈등 없이 시공자는 6.0m가 기준인 줄 알 겁니다. 그런데 바닥면적 400㎡인 공연장이라면, 아래 기준에서는 2.4m가 나오고 위의 1.5 이상 두개씩이라는 규정에서는 3.0m가 따로 나옵니다. 이 때에는 더 엄격한 기준을 따라, 3.0m로 맞춰야만 하겠습니다. 아마도 이런 갈등(?)은 바닥면적이 500㎡인 건물까지 계속 생기겠으며, 500㎡이 넘고부터야 비로소 계산이 편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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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쉬운 건축 이야기 - 장정제 | My Reviews & etc 2019-02-24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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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알기쉬운 건축이야기

장정제 저
시공문화사(spacetime) | 2015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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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법규를 보면 우리가 이처럼이나 복잡한 규율 속에 살고 있었나 할 만큼 다양한 제한과 제한의 숨 막힐 듯한 교차 구조를 엿보게 됩니다. 내가 내 땅에 집 하나 짓겠다는데, 띄어야 할 간격도 많고 설치해야 될 장치도 많고 지켜야 할 규칙이 너무도 많습니다. 건축 기술과 요령은 둘째 치고, 실정 법규에 도사가 될 만큼 밝아야 무슨 첫삽이라도 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들의 아버지, 혹은 이웃에서 자기 집 짓는 아저씨들을 그간 너무 쉽게만 여겨 온 듯한 느낌도 듭니다. 하긴 건축 과정뿐 아니라 유지, 관리상의 어려움 때문에 애초에 한국인들이 그렇게나 아파트를 선호하기도 합니다만(일본은 우리만큼은 아니죠).

그런데 특히 한국 같은 경우, 좁은 국토에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데다 수도권에만 과밀화 현상이 일어나다 보니 법규의 촘촘한 통제 없이는 온갖 문제가 벌어졌을 법도 합니다. 우리뿐 아니라 일본도 실정이 비슷해서, 애초에 이런 안전판이 없었다면 어떤 지옥상이 열렸을지 감도 잡기 힘듭니다. 전근대식 농경 사회를 일구고 살 때조차 "좁은 국토, 많은 인구"에 대한 한탄이 자자했는데 그 인구가 고속 성장 과정에 협소한 도시로 몰려 들기까지 했으니. 뭐 앞으로는 도시의 스마트화가 진행되고 AI형 SOC가 촘촘히 깔린다고는 하나 아직은 미래의 일이라고 봐야 하기에...

건축면적과 바닥면적을 일상에서 여전히 혼동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쉽게 말해 건축면적은 위에서 90도로 내려다 봤을 때 그려지는 최대 윤곽선(그림자라고 해도 되고, 우리가 고교 이과 수학 과정에서 배운 정사영이라고 해도 됩니다. 결국 같은 말이지만)의 가장 바깥 부분만 이은 것입니다. 최대 윤곽들이 어느 한 층에서만 생기는 게 아니고, 동쪽은 2층, 남, 북쪽은 1층일 수도 있겠습니다(방위로만 갈리는 게 아니라, 남쪽의 일부, 북쪽의 양끝쪽 등 경우의 수는 무궁무진합니다). 그래서 어느 한 층의 바닥 면적이라 해도, 그게 곧 건축 면적이 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더욱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건, 실정법상의 건축 면적은 이런 정의에 다소 수정을 가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현행 규정은 "처마선으로부터 1m씩을 후퇴"한다는 식입니다. 여튼 이렇게 복잡해도, 법이 복잡한 잘못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로 불편 안 끼치고 사는 방법이 복잡해진 탓입니다.

연면적은 용적률의 계산 시 필수로 알아야 하는 개념이라 요즘은 주변에서도 거의 혼동하는 이들이 없는 듯합니다. 하긴 한국처럼 그 토지, 대지를 효율적으로 써야 할 막중한 과제가 부여된 나라도 없기에, 이런 면적(개념)에 무관심한 채 혼자 세상 편히 사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운 법인지도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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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읽다 | My Reviews & etc 2019-02-2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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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뇌를 읽다

프레데리케 파브리티우스,한스 하게만 공저/박단비 역
빈티지하우스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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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잘 알고 있어야 할 대상이 여전히 미지의 장막에 싸였다는 그 사실이, 어쩌면 우리의 관심을 더 집중시키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저는 어떤 어휘를 고르고, 책의 어떤 내용을 보다 부각하며, 그 전에 책에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먼저 기억을 해야 서평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건 타자를 치는 손가락에도 의존해야 온전히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이지만, 그보다는 우선 뇌, 머리에 기대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습니다. 

인간은 히포크라테스 이래 수없이 반복되어 온 외-내과 수술, 혹은 시신에의 부검을 통해 신체의 다른 부위에 대한 지식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내장 기관이나 혈관, 골격의 구조, 힘줄의 작동 등에 대해서는 웬만큼 알고 이식과 교정에도 능숙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이해가 충분하지 못하며, 근래 늘어난 약간의 지식에 기댄 것만으로 어느 응용공학 분야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둔 신체 부위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우리의 뇌입니다. 머리를 써서 만물의 영장이 된 인간이건만 아직 그 머리의 동작 원리를 충분히 모른다는 역설이 수 많은 천재들의 도전을 유발하며, 연구를 거듭할수록 더 큰 신비,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비로소 처음 일깨우는 미지가 도사렸다는 점이 더욱 우리를 겸손하게 만듭니다. 이 책 역시, 우리들의 의문을 시원하게 풀어준다기보다는, 열심히 애 써서 지금 여기까지에나마 올 수 있었다는 현황의 정리, 보고에 가깝습니다. 다만 최고의 전문가가 최고의 필력을 구사하여 쓴 책이기에, 어느 책보다 쉽고 유익하게 읽힌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죠.

손이나 발, 심장, 간 등의 구조, 혹은 각종 호르몬의 생성과 기능에 대해 배우는 건 문외한이나 그 지식을 생업으로 활용할 일 없을 이들에게도 매우 유익합니다. 그러나 그 지식이 심오한 철학이나 생의 근본 원리로까지 이어질 일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뇌"에 대한 연구, 천착은, "나는 누구일까", "실재란 무엇일까?" 처럼, 먼 예전의 현인들이 "머리"를 싸매고 연구한 과제에 대해서까지 어떤 해답, 적어도 의미 있는 시사를 줄 수 있습니다. 저자는 "머리만 (다른) 신체에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라, 신체 역시 머리와 긴밀한 상호 작용을 주고 받는다"고 하시며, 마치 인간의 뇌가 생각만큼 절대적인 비중은 아님을 슬쩍 흘리는 듯 무심한 태도를 보이기도 하지만, 바로 저자께서 이 책 중에 잘 설명하고 있듯 사실이 어디 그렇겠습니까. "존재의 해명"은 인문, 철학, 문학의 전 역사가 그 존재 이유를 걸어 온 의문입니다. 

책의 상당 부분은 결국 "자유의지"에 대한 집요한 탐구로 연결됩니다. 뉴턴이 외계(물리계)에 대한 거의 완전한 해명을 이뤄 낸 이래(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고, 여튼 위대한 업적임에는 틀림 없죠), 유럽의 지성계는 오히려 내면의 본질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져 과연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의지로 의사를 결정하는지, 아니면 모든 것이 에고와는 무관하게 이미 결정되었는지를 놓고 끝없는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양자역학은 사물 질서에 있어 "무작위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규명하여, 다시 이 논쟁에 불을 붙였습니다. 

이 책은 근래 발전한 뇌과학의 성과를 소개하며, 우리가 어느 순간 우리의 의사를 "결정"한다고 믿는 건 큰 착각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자세히 소개합니다. 여러 뉴런은 (아직도 그 과정이 명쾌히 밝혀지지 않은 모종의 메커니즘을 통해) 무엇인가(무엇이 되었든 간에)를 타협적, 절충적으로 결정하며(그의 경험, 취향, 생존 가능성에 대한 전망, 냉정한 계산 등 개인차가 있을 여러 요소에 의해), 다만 이를 자유의지에 의한 것으로 착각하게 하는 기제의 힘까지 덧입어, 그 의사결정 주체(허구입니다만)를 안심하게 한다는 거죠. 그러니 내가 내리는 결정은 내가 내리는 게 아니며, 더 나아가 "내"가 과연 있기나 한 건지에도 근본 의문이 생깁니다. 

보는 건, 듣는 건 과연 우리의 경험일까요? 저자는 "마이크"라는 한 장애인의 임상례를 소개하며, 우리가 보거나 듣거나 맛본다고 믿는 지각과 체험의 실체가 무엇일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는 아주 어린 나이에 각막이 손상되어 아무것도 못 보는 상태였는데, 의학이 발전되다 보니 이런 경우, 즉 그저 각막"만" 다친 경우는 그 부위만 잘 다스려 정상의 시각을 되찾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의료진은 주목했습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그는 당연히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이게 웬걸, 그는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웅 하는 소리와 함께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혼란스럽게 여러 신호(빛)이 감지되긴 하는데, 그게 뭔지도 모르겠고, 이를 자신의 행동에 어떻게 연결시켜 해석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고 했다는군요. 눈이 먼 시절부터 그는 스키를 자주 탔으며 그럭저럭 능숙하게 동작했는데, "시력"을 되찾고 나서는 스키 실력이 오히려 떨어졌다고 합니다. 도움도 안 되고 익숙하지 않은 정보가 자꾸 들어오니 집중을 전보다 더 못하게 되었다는 설명입니다. 

우리는 알고 보면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머리로 보고 있었던" 셈입니다. 본다는 건 외계의 객관을 눈을 통해 정확히 접수, 재현하는 과정이 아니라, 단편적이고 불명료한 정보들을 뇌가 재구성, 시뮬레이션하는 작업에 불과했죠. 다만 우리는 앞서의 그 기제에 의해 "우리가 직접 본다고 착각"했을 뿐입니다. 만약 헬렌 켈러가 갑자기 시각을 되찾게 되었다면, 그는 앞서 마이크가 겪은 시행 착오나 곤란을 덜 겪었을까요? (물론 그는 다발 기관이 손상된 중증 장애인이라 저렇게 간단한 한 차례의 수술만으로는 시력을 찾기 어렸웠겠습니다만) 

순전히 상상이지만 제 생각으로는 아마 그랬을 것 같습니다, 헬렌 켈러의 경우 적성이나 성격이 유별나서이건 조력자의 능숙한 도움과 지도 덕분이었건 간에, 센서의 도움을 상당 부분 대체할 만큼 순수하게 뇌의 지력과 기능이 발달한, 매우 드문 예였기 때문입니다. 이미 평소부터 "보고, 듣는" 훈련을 열심히 해 온 그는, 더군다나 여성 특유의 섬세한 심성까지 곁들여져, 가상의 체험과 진짜(이 책에 의하면 심지어 그마저도 진짜가 아니라고 합니다만) 감각의 초기 불일치를 단시간에 극복하고, 정상인처럼 볼 수 있는 단계로 금세 진입했을 것 같습니다. 저 마이크의 사례에서 "소리가 났다"고 하는 진술도, 그는 여태 모든 자극을 청각으로 소화했기에 그런 느낌을 받았을 뿐, 실제 빛의 진행에 어떤 소리가 날 리가 없습니다. 

재미있는 뇌의 가소성, 혹은 융통성에 대한 평가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일관된 취향과 지향성을 가진 존재라고 자부하지만, 사실 뇌는 개체가 무난한 생존이 가능하게끔 끝없이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수정하며 (이게 가장 중요한데) 최적화합니다.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와 뭔가 달라져 있지만, 우리는 그를 쉽게 인지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인정하기도 거부하려 드는 성향입니다. 이런 마음대로의 착각을, 뇌는 오히려 따스이 편안히 허용하거나 돕고, 우리는 그런 착각 속에서 자아의 (가상적) 연속성이 유지되는 양 안심하며 살아갑니다. 뇌는 자신이 속한 개채를 오히려 아기 돌보듯이 보살피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뇌는 특히 다른 이들의 감정을 파악하며, 언어 외적 신호를 민감히 살피는 쪽으로도 진화했습니다. 이 부분이 태어나면서부터 손상된 이는 타인과 원활히 소통할 수 없고. 몇 번의 쓰라린 실패를 거치거나 아예 시도조차 안 한 채 자신만의 고립된 세계에서 살아갑니다. 간혹 특이한 경우도 있어서, 전혀 근거 없는 자아 하나를 지어낸 후 남에게 무작정 인정하라며 강요하는 기이한 패턴을 보이는 인간도 있습니다. 이런 변형된 자폐증 환자의 경우 어떤 식으로 뇌가 손상되어서 그런 행태를 보이는 건지 연구가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체험과 지각과 성취와 감정은 각각 독특한 "패턴"으로 개인의 뇌 뉴런에 각인되고, 이 독특한 패턴이 각 개인의 인지 능력과 속도, 개성의 차이를 낳습니다. 어떤 사람은 같은 나이, 비슷한 체험 과정에도 불구하고 다른 개체보다 훨씬 뛰어난 학습 능력을 보이거나,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하며, 나아가 행복한 일상을 영위합니다. 반면 어떤 사람은 나이를 먹어도 행동 양식이 미숙하기 짝이 없고, 그저 내가 맞다며 우기는 것 외에는 어떤 현실 대처 방식도 발전시킨 게 없습니다. 우리 인간은 설령 뉴런 패턴의 장난으로 의사 결정을 대행할 뿐이지만(그러고도 스스로 했다며 착각하는 이중의 함정에 빠지지만) 이처럼 개인별로 주체적인 패턴을 이룰 수 있기에 위대한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하긴, 그 역시 뉴런 컴포지션이 교묘히 유도하는 또하나의 착각 기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차피 낱낱이 해명되기에는 아직 길이 너무나 먼 과제 아니겠습니까? 그때까지는 최대한 착각의 행복에 빠지는 것도 인간만의 특권 아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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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뒷골목 수프가게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9-02-22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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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뉴욕 뒷골목 수프가게

존 고든 저/김소정 역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 201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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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세계 경제의 수도는 뉴욕입니다. 전망이란 더 먼 시점을 내다보면 내다볼수록 좋고, 그 전망의 내용이란 파격적이면 파격적일수록, 나에게 불리하면 불리할수록, 현상의 균형(equilibrium, normal)에서 벗어나면 벗어날수록 좋습니다. 결과가 틀리면 어떻게 하느냐? 예언의 자기 실현력 그 부수의 효과로, 그동안 불리해질 형세를 염두에 두고 차근히 변화를 대비해 온 체질 강화가 이뤄졌기에, 나는 그동안 뭐라도 발전을 이룬 것입니다(따라서 손해 본 거 없습니다).

중국이 세계 패권을 장악하리라는 전망은 20년 전에도 있었고, 10년 전에 특히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10년 전 잔뜩 축적해 둔 자본으로 아프리카, 동남아, 중남미 등에 구애하며, 지금쯤이면 세계 곳곳이 중국의 경제적 영향 아래 들어갔으리라는 전망이 잔뜩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런 전망에 비하면 비록 양적으로 덩치는 커졌을망정(특히 구매력 기준 GDP 세계 1위), 뭔가 이 비대한 거인은 제자리걸음을 치는 느낌입니다. 만약 현 지도층이 경제를 불안정하게 핸들링하여 대도시 중심 물가수준이 급등이라도 하면, 저 지표는 언제 곤두박질칠지 알 수 없습니다. 또한, 과연 저쪽 당국에서 발표하는 각종 통계치를 어디까지 믿어야할지도 여전히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판입니다. 그간 달라진 게 있다면 첫째 AiiB가 설립되었다는 것, 둘째 일대일로 포럼이 본격 정례화하여 출범했다는 것 정도입니다(하나 더 들자면 시진핑이 "핵심"이란 칭호를 달고 사실상 1인 독재체제를 굳혔다는 정도).

왜 여전히 무게중심은 서반구, 북반구, 대서양에 머물러 있는가? 가장 간단한 답으로, 사람의 창의력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려 들 때 최고의 생산성을 발휘하고, 수중에 넣은 부(富)가 누구의 압력이나 강박에 휩쓸림 없이, 내가 항구히 장악한다는 보장, 혹은 내가 사랑하는 이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신뢰가 있을 때에 그 효력과 순도가 지속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최고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사람의 재능과 실력이 꽃피려면 그럴 만한 환경이 갖춰져야 합니다. 비생산적인 거짓말을 지어내어 사기를 치거나, 자신의 온갖 오류와 무능을 둘러대는 합리화를 일삼거나, 얼토당토않은 설득력 0의 중상모략으로 게임의 룰을 더럽히거나, 이런 사회적 트러스트의 기반을 근간에서부터 무너뜨리는 구질구질한 사람들이 될 수 있으면 없어져야 경제와 생산이 활력, 활기를 띱니다. 제 생각에,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가진 젊은 창업자들이 여전히 높은 장벽과 리스크에 마주하는 까닭은, 바로 이런 갖가지 구태, 폐단이 사회의 혈관에 끼어 선순환을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역으로, 뉴욕의 스타트업이 이 책에서 보듯 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활기로 해당 국가 전체의 산업에 무한한 동력으로 구실하는 건, 그런 썩은 풍조와 비효율, 자리보전만 하고 앉아 10년 전 타령만 하고 앉은 꼰대들이 상대적으로 철밥통을 덜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뉴욕에서 창업을 시작하여 이제 (자기들 표현대로) 네이션와이드 범위로 진출, 서서히 최종 승자의 지위를 굳혀가는 렌트호프의 경우, 저자는 그들의 성공 비결을 "아이디어가 아닌 문제점의 발견에서 시작"했다는 데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뭐 어찌보면 문제점의 발견은 대개 아이디어로 이어지고, 대다수 아이디어의 시작은 바로 불편, 문제점의 자각에서 시작하니 그 말이 그 말이긴 합니다만, 여튼 애써 없는 아이디어를 짜내는 작업이 당사자에게 지옥임은 말할 것도 없고, 자주 아이디어 안출 포비아 증세를 겪다 보면 끝내는 크레에이티브 자체가 고갈될 상황을 맞을지도 모릅니다. 반면 사람이 현 상황에 대해 짜증내거나 불편해하는 건 지극히 원초적인 인지상정입니다. 자연스러운 일상의 한 과정에서 크레에이티브를 강화하고, 나아가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끄집어내는 게, 본인의 멘탈 건강성이나 두뇌 작동의 선도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이 챕터는 꼼꼼히 읽어서, 직방, 다방, 방콜 등이 혈전을 벌이는 한국 해당 섹터의 판도가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단 최근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끼어들어 활력을 대폭 죽이는 경향이 있는데, 새 정부는 말로만 중소기업 살리기, 재벌 때리기를 외칠 게 아니라 피부에 좀 와닿는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개입과 계도로 젊은 창업자들을 살리고 지원군으로 좀 만들어야 합니다. 통신비 안 낮춰도(낮추면 결국 통화품질 떨어지고 망 혁신 R&D에 저해가 됩니다) 이런 데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게 젊은 세대에 의욕을 불어넣어야죠. 서울과 뉴욕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여기 있습니다.

벤처기업, 스타트 업 소리 듣기엔 너무 최근 커져버린 베터먼트의 경우, 이제 많은 증권회사, 은행을 위협하는 "게임체인저"로 부각하는 무서운 신예입니다. 지금 가천길병원 같은 데서 IBM의 왓슨을 암 진단 쪽에 활용한다고 하는데, 아직 인공지능은 너무 갈 길이 멀어 일부에서 요란하게 내세우는 마케팅 구호대로 범용 지성이 나오기엔 첩첩산중입니다. 일자리를 잃는 사람은 자기 분야에서 자기혁신을 게을리하는 철밥통들뿐이고, 비단뱀처럼 펄떡대며 왕성한 정력을 발휘하게 뇌에서 각종 호르몬가 왕성히 이뤄지는 사람이 제 자리를 위협받을 일은 전혀 없습니다. AI를 고대하는 사람은 대개 보면 머리가 나빠서 평소에 지독한 컴플렉스를 지녔거나, 자신보다 잘나가는 사람들이 낙마하기만 바라는 낙오자들이 많더군요. 그런 사람들은 나중에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른 서비스를 향유할 여력도 없이, 여전히 텅빈 잔고만 바라보며 불평불만이나 원망만 늘어놓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있겠습니까.
 

근데 아직까지는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므로(그럴 만도 하죠)
요런 보장 장치를 마련해 놨다고 한 줄의 메시지를 띄워야 합니다.

아무튼, 이 베터먼트는 이른바 로보 어드바이저를 일상명사처럼 화두로 올려 놓은 가장 왕성한 활력을 보이는 스타트업입니다. 사실 대규모 금융기관의 많은 조직과 인력은 대개 하는 일 없이, 혹은 단순 반복 작업에만 속편히 몸담는 비능률의 극치로 지적 받을 때가 많았습니다. 성과에 무관하게 일정 연공이 채워지면 승진도 시켜줘야지 품위 유지는 그것대로 책임을 져야지, 업계 전체가 거대한 국면 전환을 맞아 환골탈태를 해야 하는 상황에 가장 혁신에 둔감했던 곳 중 하나가 바로 여기였습니다. 물론 관련 종사자들의 고충은 누구 못지 않게 잘 알지만, 냉정하게 제3자입장에서 보면 사실 이런 비효율의 덩치가 유지가 안 되는 판 아니겠습니까? 이제 투자나 금융은 이런 소규모, 극소수의 엔지니어들이 모델을 짜고, 성능 좋은 전산장치(저는 AI라는 말을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직까지는 마케팅 위주의 과장에 가까우니)의 도움을 받아 설계를 이루는 게 향후 십 년 안짝에 대세를 이룰 것이라 봅니다. 무슨 한 지점에 백 몇 십명 씩 대기하며 동전 세고 결론 뻔한 "대사"나 주고받으며 소일하는 풍경이, 20세기에는 매우 자연스럽고 인간적이었겠으나 지금이 어디 그럴 여유를 용납하는 구조겠습니까.

로보 어드바이저도 한번 모델 1.0을 내놓아서 그게 끝이고 개발자는 봉이김선달처럼 톨게이트만 차려 놓고 놀고 먹느냐,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시스템은 반드시 어딘가 허점이 생기고, 버그를 품게 마련입니다. 사람 역시 어드바이저의 빼어난 예측력과 연산 능력에 종속되는 게 아니라, 이놈이 무슨 프로세스를 거쳐 그런 결론을 내놓았는지를 분석한 후, 이걸 사람(최소한 자기 자신)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알고리즘으로 바꾸어 놓아야 합니다. 증시를 예로 들어 보면, 이제 참가자가 사람이 아닌 AI로 다들 바뀌면, 게임의 복잡성이나 패턴(이동평균곡선의 모양 등)이 다 바뀝니다. 이러면 AI가 유리할 게 하나도 없고, 그저 평균 수준의 플레이어로 다시 떨어지게 되죠. 내 모델이 경주에서 승자가 되려면, 마치 경마에서 마주가 남다른 지식과 애정으로 자기 말을 돌보듯, 투자자는 비상한 분석력을 발휘해 내 모델을 메타 플레이어로 바꾸어 놓아야 합니다. 이런 단계 도약의 창의력은 기계가 발휘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엔지니어와 도구가 이처럼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의 기량이 진화하는 게임이 바야흐로 시작되는 건데, 역시 사람이 할 영역은 온전히 남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머리 나쁜 사람이 인공지능 찬가만 부른다고 미래에 잘 적응하는 게 절대 아니죠.

뉴욕은 창의적인 지성, 수십 년 전 썩은 이론에 매몰되어 정작 과거의 흘러간 노래만 답습하는 죽은 정신이 아니라, 젊고 역동차게 변화하는 사태, "사실"을 날카롭게 관찰하며 그로부터 새로운 질서를 "귀납"하는 창의력의 온상입니다. 뉴욕이 이 독보적인 요람을 자처하는 이상, 살아숨쉬는 정신과 도전과 혁신의 옹호자로 남는 한, 그녀는 언제까지나 세계의 수도로 군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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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전쟁 | My Reviews & etc 2019-02-2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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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G2 전쟁

레이쓰하이 저/허유영 역
부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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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의 시대가 도래한다며 많은 이들이 신(新) 양극 체제의 전망을 내놓았고, 지금도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초강대국의 패권 다툼을 우려(혹은 기대?)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만약 G2의 패러다임이 타당하다면, 현재의 우크라이나 사태는 뭔가 개연성이 결여된 사태입니다. 우크라이나가 G2 중 미국의 세력권 안에 들어 있다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위협을 받을 수 없고, 만약 중국의 세력권이라면, 중국은 즉각 개입해서 자신의 패권을 확인해야 하죠.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러시아라는 지역의 강호가, 우크라이나는 물론 다른 강대국의 반응을 살펴가며 교묘히 자신의 영토 확장, 경제적 지배력 확대의 계기로 삼아 가고 있는 형편이에요. 그렇다면 이제 G3의 구도로 국제정치를 바라봐야 할까요? 국지적으로 미, 중(그리고 러)의 입김을 거의 받지 않는 다른 강국(인도나 브라질, 남아공 등)이, 로컬 영역에서 자신만의 막강한 발언권을 행사한다면, 그 때마다 G의 숫자를 한 카운트 늘려야 할까요? 

지도자, 맹주국의 지위가 딱히 존재하지 않고, 여전히 지역 차원에서 강국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세라면, 그런 현실은 리더의 지휘를 받는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저자는 이 점에서, 문제의 핵심을 명쾌하게 짚어 준 대단한 혜안을 보였습니다. 문제의 인식이 바로잡혀야, 문제의 해결, 현상의 타파(혹은 발전)가 가능할 텐데요. 종래 G2의 지배라는 인식틀로는 현재 우리의 눈 앞에 벌어지는 문제의 해결은커녕, 올바른 설명조차 힘든 경우가 많았죠. 저자는, "지금은 맹주국, 초강대국이 하나, 둘, 혹은 다섯 정도가 존재하여 전체 패권을 노리는 형세가 아니라, 그저 힘 좀 쓰는 강대국이  각자의 영역에서 할거하며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모습이다."라고 규정합니다. 저는 최근에 니코 멜레가 쓴 <거대 권력의 종말>을 읽었습니다만, "거대 권력"의 상정 자체가 구시대적 패러다임의 일부입니다. 현재는 어떤 이유에서건, 모든 플레이어가 게임에 참여하여,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룰의 형성과 결정에 자신이 일정 부분 참여하기를 강력히 요구하는 모습입니다. GXX의 시대라면, "G"가 이 모두를 책임지고 결정하면 됩니다. "G"가 상징하는 강력한 패권 주체가 없기에, 다자적 파워 게임이 일상화되고, 외견상 혼란스러운 정세가 빚어지고 있죠. 

왜 이처럼, "리더가 사라진 세상"이 도래하였는가? 근본적으로는 자본 효율의 한계 때문입니다. 저자는 대단히 넓은, 장기 역사의 시야를 두고 통시적 접근을 시도합니다. 유럽에서 군주 개인의 사유물이 아닌 국민 국가가 대두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요? 국력을 키우려다 보니, 귀족과 기사 계급의 무력만으로는 유지가 힘들었고, 나폴레옹은 유럽 최초로 국민 개병제를 실시, 특권적 무장 집단이 아닌 보편 징병제 군대로 국가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려 했습니다. 비슷한 모습으로, 각국의 자본은 국내 시장 성장에 있어 한계를 느끼다 보니, 해외로 영역을 넓히려 했고, 처음에는 식민지화의 선택을 추구하다, 2차 대전의 결과로 모두에게 모든 시장을 개방한다는, 종속적 블럭의 전면 폐지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무력 침공으로 자국 영역을 확대하는 선택을 포기하다 보니, 타국의 경제 주체를 잘 구슬려 자신과 유리한 조건으로 동맹을 시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닥 강한 나라가 아니라도, 상황에 따라 목소리가 높아지는 건 바로 이런 "다자 참여"의 형세가 마련되어서입니다.  

다른 하나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입니다. 저자는  H G 웰즈의 한 문장을 소개하고 있습니다만, 여기서 그의 예지력은 놀랍다 못해 소름이 끼칠 지경입니다. "... 인류가 어느 장소에서건 어떤 시각에건 '인류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지식 집결체에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한다.... 이런 세상에서는, 중앙집권적 실체가 타인을 통제하는 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질 것이다...." 부의 편재는 여전히 극복 안 된 모순이지만, 정보와 지식은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모두의 공유 자산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서양 속담에 "아는 것(지식)이 곧 힘이다"가 있죠. 지식과 정보가 보편화하면, 권력 역시 보편화하고, 보편화한 힘은 더 이상 배타적 권력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합니다. G로 상징되는 거대 권력은, 빙하기를 맞이한 공룡만큼이나 시대 부적응적 존재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실제로 이 책에서도 잘 나오는 것처럼, G2의 한 축이라는(일부에서 그렇게 잘못 주장된) 중국은, 세계 곳곳에서 염치 불고하고 소소한 경제적 이권 챙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지난 냉전 시절 미, 소 두 패권국은, 체면 때문에라도 과감히 "퍼주는" 정책을 고수했지, 이런 낯뜨거운 이삭줍기를 한 적이 없죠. 사정은 미국도 다르지 않고, 그보다 못한 러시아, 브라질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저자가 제기하는 주장의 타당성은, 중동의 정세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잘 드러납니다. 사우디와 이란이 각각 순니, 시아의 거대 종파를 대변하며 지역 패권의 위치를 경쟁하고 있는데, 이런 모습은 과거 냉전기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던 특징입니다. 사우디나 옛 팔레비 샤가 다스리던 이란이나, 미국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듣던, 로컬 강국에 불과했죠. 브레머의 주장은. 현재 우리의 눈 앞에 벌어지고 있는 국제 정세를, 매끄럽게 잘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효하고, 동시에 한국 같은 중진국급 무역 강국이, 어떤 처신을 해야 이 예측 불허의 국제 정세에서 살아남고, 자신의 발언권과 입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시사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번역도 잘 되어서, 마치 소설책이나 인기 블로거의 평론처럼 잘 읽힙니다. 독자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의 무게가 압도적임은 더 말할 것도 없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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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의 수피즘과 수쿠크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9-02-2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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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슬람의 수피즘과 수쿠크

공일주 저
CLC(기독교문서선교회) | 201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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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을 비롯 모든 금융제도는 채무자에게 대여한 자금 원본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자의 수취를 기반으로 유지됩니다. 이자를 받지 않고 수요자에게 돈을 빌려 주는 시스템은, "자선 사업"이라 불릴 수는 있을망정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본격 산업이 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슬람권의 은행은 그렇지가 않다고 하네요?


수년 전 어느 부총리가 주택구입자금 대출 요건(DTI 비율 등)을 다시 강화하고, 거치 기간을 대폭 축소한 후 원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모색한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빚을 내어 집 사라고 부추길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확정 금리의 이익까지 줄이겠다는 건가." 같은 반발이 거셌는데요. 사실 자본 차입의 시간기반 기회비용인 이자는, 많은 경우 경제적 약자로 시작한 이들의 입지를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핵심 팩터 중 하나입니다. 이는 동서를 막론하고 어느 지역에서건, 문명이 발달한 곳에서라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었습니다.

이슬람 율법(샤리아)는 이미 고대부터, 무슬림 사이에 수수되는 이자를 전면 금지했습니다. 예언자 모하마드의 가르침을 따르고 유일신 알라의 권능에 대한 복종을 맹세한 이는 피부색과 혈통을 막론하고 모두 형제라는 공감대에 따라, 인간 대 인간의 교류와 소통을 막는, 오로지 시간의 경과라는 자연적 현상에 의거한 이자 발생에 대해, 원천적 정당성을 부인하고 든 것입니다. 

부자가 가난한 이들에게 고리를 수취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는 빈부의 차이가 없어지고 풍요의 혜택을 고루 나눠 가지는 사회가 도래할까요? 예언자 무함마드는 그런 이상향을 꿈꾸었을지 모르지만, 현실의 이슬람 사회는 그렇지 못하며, 오히려 다른 문명권보다 더 나쁜 구시대적 한계에 봉착한 면마저 있습니다. 이자 제도의 부인만으로는 사해평등 만민형제의 이념 실현에 아무래도 미흡한 바 있나 봅니다.

이 책의 저자가 진짜 하려는 말은 지금부터입니다. 저자는 비 이슬람권 일반인이 듣기에 대단히 충격적인 사실을 소개하고, 그 사실 이면에 어떤 원리와 비결이 작동하는지를  책 전체를 통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읽으면서 세상에 이런 방식으로 "돈"의 수요와 공급 섹터 사이에 이해의 조율, 혹은 win - win 을 시도할 수도 있구나 하는 놀라움을 경험했습니다.

우선 이슬람권에서 이자를 부인하는 건, 반드시 샤리아의 강제에 따른다는 배경 없이도, 세속적 합의를 어느 정도 이루고 있는 비교적 오랜 관습이라는 겁니다. 1950년대 이집트에서 일종의 투자은행(1990년대 후반까지 미국 등에서 엄격한 틀을 유지하던 그 투자은행 포맷과 대단히 유사합니다)으로, 수에즈 국유화 단행 이후 나세르 정권에서 시행되었던 시스템은, 역시 이자를 일절 금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럼 채권자는 무슨 동기에서 사업에 참여하는가? 자신이 돈을 투자한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을 배분 받습니다. 

여기까지 말하면 "결국 이자가 다른 이름으로 탈바꿈만 한 것이군." 혹은 "교묘하게 율법의 규제를 우회하는 수법인데?" 같은 반응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 역시 아주 틀린 시각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만 보고 마는 사람들은, 중요한  포인트 하나를 놓치고 마는 겁니다.

사업의 수익 일부를 배분 받는 시스템이다 보니, 채권자 역시 자신의 돈이 쓰이는 사업의 구조와 내실을 꼼꼼히 살피고, 공동 운명체로서의 절박함이 있다 보니 그저 빚 독촉에 그치지 않고 아이디어나 기술적 기여를 함께 진행하게 됩니다. 채무자는 일단 눈 먼 돈 빌려 쓰고 보자는 식의 모럴 해저드가 줄어들고, 중개 기관 역시 그저 기계적 중개인으로서 형식적 계약 의무만 이행하고 끝이라는 식의 무책임함이 줄어듭니다. 신용의 심사나 사업 타당성의 실사가 다분히 내실을 기하게 된다는 점에서, 개별 프로젝트의 성공적 진행 확률이 그만큼 높아집니다.

이는 단지 사태의 긍정적 측면만 부각하려는 일방적 주장이 아닙니다. 2009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금융 산업은 전 세계 규모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유일한 예외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이슬람 금융으로, 타 권역의 추세와는 정반대로 오히려 높은 수익률을 기록, 많은 관측자들로부터 대안으로서의 기대까지 품게 만들었습니다. 위에 적은 대로, 이는 이슬람 금융의 구조를 보면 간단히 해명이 되는 현상입니다. 경기 활황- 기준 금리 인하 같은 일률적, 외부적 상황이 아니라, 사업자가 추진하는 개별 건수의 전망에 따르는 금융이니, 신용 경색이나 연쇄 도산의 여파를 맞을 확률이 낮은 게 사실입니다.

대출금 원본 상환 보장을 위한 제도적 수단은, 서구에서 발전한 근대 민사법상의 저당권 제도와도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만, 원본(원금) 변제의 큰 비중을 담보물 환매수로 해결한다는 데에서 차이가 납니다. 이걸 구태여 우리 식으로 따지면 소위 "강한 의미의 양도담보"와도 유사한데, 일단 채권자에게 확정적 소유권이 넘어간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 은행이 대출 희망자에게 무조건 소유 부동산에 저당권부터 설정할 것을 강요하고 보는 천편일률적 관행과는 다르더군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게 이슬람 율법의 정신을 꼭 반영하는 취지도 아니라는 게 더 놀랍습니다. 오히려 성공적인 투자 은행의 활동을 위해선 이슬람 색채를 애써 내세우지 않으려 한다는 건데요. 특정 종교의 원리주의 명분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개별 프로젝트에서 채권-채무자 간의 협업이 더 강조되기 위함임을, 그들은 외부에 표명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1970년대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파키스탄의 지아 울 하크 대통령은, 무리하게 "무이자 계정 전환"을 통해 금융기관의 샤리아식 통제를 강요함으로써, 그나마 잘 돌아가던 경제를 경색시키기도 했습니다. "이자 없는 은행"이란 착상은, 물론 종교적 명분의 도움을 거부하진 않지만, 종교색을 벗을 때 더 높은 실용성을 갖추게 된다는 겁니다.

저자의 통찰은 인류 문명사 3000년에 두루 미치고 있어서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합니다.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대도시에서, 고리대 때문에 저소득층은 지속적으로 노예 계급의 창출원 노릇을 했고(디폴트 시 노예로 떨어짐), 이 때문에 인간 이하의 처지로 떨어져 심각한 사회 부조리의 근원을 만들거나, 반대로 노예 상태에서 탈출, 외부에서 힘을 키워 무력 침입, 문명 파괴를 통해 오히려 신 지배계급으로 대두하기도 하는 악순환이 이뤄졌다는 겁니다. 따지고 보면 그 어지러운 문명사의 흥망 부침에, 가혹한 이자 수취 제도가 원인으로 기능했기에, 율법이 이를 금지했을 뿐 그 반대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신약성서에도 나오는 예수의 일갈, "너희가 내 아버지의 집에서 더러운 돈놀이를 하느냐?"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바가 무엇인지도 생각해 보자고 저자는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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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L이 보이는 그림책 / ANK Co., Ltd. | 서평이벤트 2019-02-20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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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터[706]번째 책이야기

SQL이 보이는 그림책 / ANK Co., Ltd.

내가 몰랐던 책 책이야기 텍스터(www.texter.co.kr)
SQL이 보이는 그림책 / ANK Co., Ltd.
일러스트로 데이터베이스의 언어 SQL의 개념과 구조를 가장 알기 쉽게 구성한 입문서!
SQL이 보이는 그림책(개정증보판)

[SQL이 보이는 그림책]이 14년 만에 제대로 개정되어 선보였다. 번역판으로 1판 9쇄까지 발행 후 개정증보이니 10쇄에 해당한다. SQL(structured query language)은 쿼리와 테이블, 무엇보다 데이터베이스 자체에 대한 개념 없이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도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강력함과 손쉬움으로 인해 데이터베이스의 세계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적인 언어이기도 하다. 이 책은 딱딱하고, 개념적이기 쉬운 데이터베이스를 SQL을 통해 일러스트와 함께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이미지를 통해 '설명하는 것이 아닌 보여주는' 특징을 가진 이 책은 전체 9장을 통해 9개의 문만 통과하면 SQL과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 개정증보판에서는 SQL 서버 2017 익스프레스 설치방법을 안내하며 누구나 쉽게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가능한 점을 고려하여 CD롬 부록을 없앴다. 책에 나오는 데이터베이스 예제들은 성안당 자료실에서 다운로드 가능하다.

빅데이터 시대, 데이터베이스는 이제 필수 공부 과목이 되었으므로 데이터 과학자나 데이터 분석가, 데이터베이스 관리자를 꿈꾸는 이는 기본 도서로, 일반인도 누구나 관심 있게 읽어볼 만하다.
◆ 참가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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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자세한 사항은 텍스터 서평단 선정 가이드를 참고하십시오.
※ 문의 : 궁금하신 점은 lovebook@texter.co.kr 메일로 주시거나 텍스터에 북스토리와 대화하기에 문의사항을 적어주시면 빠르게 답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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