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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읽어보고 싶.. 
너무 꼼꼼하게 리뷰를 올려주셔서 .. 
리뷰를 보아하니 책 내용도 너무나 궁.. 
이무것도 안 하는 직업이라는 책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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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 분석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9-04-3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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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뉴욕 증시 분석

김기천 저
세진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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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경제 변수는 서로 긴밀히 얽혀 돌아가기 때문에 함께 관측하지 않으면 그 정확한 원인과 효과를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이 책은 주로 트럼프 시대 어떤 종목을 눈여겨 보고 투자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둘 지 대강의 지침을 제공하는 게 목적이지만, 어떤 프레이밍이랄까 선입견에 갇혀 빤한 사실, 팩트를 못 보고 지나치지 말라는 선의의 권유, 혹은 충고도 담습니다. 물론 저자의 제안이나 의견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지는 독자의 몫입니다.

작년 세계인들을 충격 속에 몰아 넣은 두 가지 격변의 이벤트는 영국의 소위 브렉시트 레퍼렌덤과 미국 대통령 선거였습니다. 두 정치적 고비랄까 큼직한 절차는 첫째 주류 언론 기관의 예상을 빗나갔고, 둘째 결과가 확정된 후에도 (언론과 세계인 다수의 기대에 맞게) 반대자들의 격렬한 항의 표시가 있었으나(영국에서 재투표 청원, 미국에서 이른바 "Not my president") 큰 줄기가 변하지 않고 그 나름의 흐름을 찾아가는 것, 이 두 점에서 비슷합니다. 저자는 특히 두 사건 모두, 이른바 "조용한 상당수(다수까지는 아니라도)"가 묵묵히, 그러나 매우 강한 모멘텀을 줘 가며 대세를 이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게 일시적으로 경솔한, 무지한 일부 팩션이 사고를 친 게 아니라, 그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절실히 대변하는 추세라는 뜻에 가깝습니다. 일시적인 변동 사항이라면 교란이 걷어지고 다시 정상으로 회귀하길 기다리면 충분한데, 그게 아니라 이 자체가 하나의 뉴 노멀 트렌드라면 생각을 달리해 볼 필요가 있겠죠. 특히 투자는 개인의 소신이나 취향을 떠나 살벌한 돈 문제가 달린 이슈니만큼 더 냉정히 현실을 직시해야 하겠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가 비교적 길게, "트럼프 측에서 파악한 상황" 내지는 "트럼프 쪽에 유리하긴 하나 어느 정도는 팩트에 가까운 사항"을 들려 주는 건 의미가 있습니다. 순전히 투자의 전망과 향방을 가늠하려는 독자라면, 객관적 현황을 이해하기 위해 두 쪽 모두에서 뭐라고 하는지 들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때로는 설레설레 고개를 젓다가도, 때로는 그건 미처 몰랐으나 들어 보니 그게 맞겠다 싶은 주장, 정보 전달이 제법 피곤할 만큼 책 지면을 가득 채웠습니다.

우선 제가 그 당시에 각각 관련 서평 쓸 때도 말했지만,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속설의 힘이, 실제로 두 거대 이벤트가 종료한 후 주식시장에서 드러났습니다. 경제적 번영과 호황에 대한 기대감은, 두 시장의 대세가 모두 "이거 잘된 거임"으로 판정을 내렸고, 그런 반응이 당일 부근의 일시적 변덕으로 그치지도 않은 채 지금까지 거의 이어가는 중입니다. 유럽 통합이라는 대의명분, 소수자 포용과 관용의 미합중국이라는 모토가 아무리 소중해도, 그래서 저런 현상들을 아무리 개탄하는 관측자의 입장이라도, 적어도 왜 시장이 이런 반응을 대뜸 보이고 그 체질을 이어가는지는 좀 생각을 해 보고 뭔가 설명을 내놓아야 합니다. 이론이 현실을 귀납할 수 있어야지, 현실이 이론에 꿰어맞춰져 왜곡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영미 양국에서 불평불만이 일상인 비뚤어진 저소득층이 브렉시트 찬성, 트럼프 지지층의 주류를 이룬다는 분석에 대해서도 저자는 과장되었음을 지적합니다. 아무리 최근에 소득양극화 추세가 심해졌더라도 이런 선진국들에서 그만큼이나 특정 계층이 늘어났을 리 없고, 위에 쓴 것처럼 증시 참여자의 기대와 성향이 그만큼이나 호의적 반응을 보인 것과 앞뒤가 안 맞다는 뜻이죠. 고학력자와 고소득자 상당수는, 우호적이지 않은 미디어의 프레이밍과 독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를 찍었다는 얘기밖에 안 됩니다. 

이 책은 또한 소수인종 상당수가 놀랍게도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점도 잘 요약해서 제시합니다. 이런 뉴스는 대선 캠페인 기간 중에도 시청자들에게 전달은 되었습니다만, "이런 별난 이들이 다 있다"는 기조와 함께 보도되었기에 역시 큰 인상을 주지 못했죠. 허나 이 역시 뉴스가 채 캐치 못한, 도도한 저류의 일종이었음이 결국 판명되었습니다. 트럼프나 그들의 말을 들어 보면, "법을 지킨 이민자, 소수 인종들, 따라서 합법적 체류권을 얻어 내고 미국에서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은, 싸잡아 불법이민자로 몰리기 싫다"는 뜻에서 그런 성향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또, 추방대상이 된 이들도 영원히 미국 땅에 다시 발을 들이지 말라는 게 아니라, 일단 나간 후 다시 법절차를 밟아 들어오라는 정책의 선의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도 하네요. 

물론 겉으로 표방한 말이 실제로 얼마나 당사자들의 편의를 배려하며 실천될지는 의문이긴 합니다. 저자는 "이런 정서는 우리가 조선족, 혹은 남아시아 출신 노동자에 대해 갖는 태도와 별반 다를바도 없다"고 하지만, 제노포비아는 그것이 우리 안의 것이건 바깥의 현상이건 대단히 우려스러운 경향입니다. 또한 저자는, 트럼프가 갓 취임한 현재 각종 경제지표는 대단히 양호하며, 트럼프는 호조건의 미국을 물려받은 만큼, 또 그가 지닌 각별한 사업상의 수완을 고려하면 앞으로 미국의 경제현황은 순풍에 돛 단 모습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이 논의의 단서로부터 본격 "트럼프 랠리에 올라타라"는 책의 본론이 전개됩니다만, 저 개인적으로는 그 역시 전임자 오바마가 8년 동안 국가를 잘 핸들링한 유산, 업적임이 반증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도 해 봤습니다. 

자본은 트럼프에 대해 호의적이고, 진보 좌파 성향의 각종 세력은 트럼프를 혐오하는 구도인가? 후자는 몰라도 전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월가만 해도 큰손 투자가 상당수는 트럼프의 노선에 대해 공개 반대를 표명했고, 시장 당국 역시 주로 트럼프 쪽에서 꺼내든 개혁방안을 대부분 거부하고 힐러리 클린턴 지지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저자는 이를 두고 "타성에 젖은 월스트릿이 자기들에게 익숙한 클린턴식 처방만 옹호한 것"이라며 개혁 거부 세력으로 분류하는 쪽입니다. 이 논리라면 트럼프야말로 적폐를 청산하는(ㅋ) 개혁 주도 진영이죠. 또, 책 초반에 자세히 설명해 주듯, 팀 쿡이라든가, 베조스라든가, 그 외 실리콘 밸리의 첨단 산업 CEO들은 여러 이유에서 힐러리 클린턴 지지를 일찌감치 내세웠습니다. 이런 불리한 요소만 용케 맥락화하면, 도대체 지금 생각해도 사방이 지뢰밭이었던 트럼프가 선거에 이길 가망성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게다가, 지배적인 예측은 자기 실현력 효과 때문에라도 그대로 현실로 이어지기 일쑤인데도요.

오바마가 막 취임하고 나서 혼란을 수습하고 전국을 다독이던 무렵, 소위 "환율 전쟁" 현상이 양국 사이에 벌어졌음은 다들 기억할 겁니다. 이때 쑹홍빙의 그 유명한(?) 베스트셀러도 출간되어 큰 반향을 불렀고, 세계의 기축 통화 지위를 나꿔채어 일약 패권국으로 도약하려는 중국측의 움직임이 활발했습니다. 서로 돈 찍어내기 경쟁을 벌이는 통에 결국 세계 경제는 유동성 위기만큼은 벗어났던 셈인데, 저자는 지금은 이와는 반대 현상이 물꼬를 텄음을 지적합니다. 우선 미국 달러가 추세적 강세입니다. 미국의 패권이 흔들린다는 시각이 지배적일 때 다들 금 사 모은다고 야단이었던 것 기억하십니까? 아파트 단지나 시장 골목 같은 데서 좌판과 텐트를 세우고 금 매집하던 이들도 많았죠. 지금은 오간 데 없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세계적으로 인민폐에 대한 관심이 어떤 뚜렷한 흐름을 이루지는 않았다는 기억이네요. 

달러는 우리가 지금 매일 뉴스를 보듯 연일 강세입니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여전히 "환율을 조작해(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에 유리한 여건을 만들려 든다"며 반드시 위안화가치를 절상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헌데 저자는 "위안화가치 절상이야말로 중국이 원하는 바"라면서, 이제는 싸구려 통화로 외연만 확장할 단계가 아니라 진정한 기축 통화의 위신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책에도 나오지만 이미 작년 9월에 SDR 편입이 이뤄졌습니다) 이제는 정책 방향을 그리 틀 시점이라는 겁니다. 트럼프가 이를 몰라서 헛발질을 하는 게 아니라, 자국 내 지지들을 겨냥해 "뭔가 하고 있음(어차피 그리될 것)"을 강조, 홍보하려는 정치적 제스처란 뜻이겠죠.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 사람이 결코 바보가 아니며, 충분히 주판알을 튀긴 후 가망 있는 쪽에 과감히 베팅하는 실리주의적 도박사라는 점에서 신뢰를 보낼 만하다, 뭐 이런 쪽이겠습니다. 이 책은 대체로 올해 2월까지의 최신 사정을 책에 잘 담고 있어서 편하게 읽힙니다만(업데이트가 안 된 책이라면 독자가 아는 최신 사정과 충돌이 잦아서 진도가 느릴 수 있습니다), 오바마케어를 대체한 소위 "트럼프케어"의 법안 철회(정치적 실패와 좌절)까지는 커버가 미흡하긴 합니다.

몇 년 전부터 "지금 중국 주식에 투자하면 십 년 후 강남아파트..." 같은 주장을 하는 책들이 여럿 나왔습니다. 이 말을 실천에 옮긴 이들도 꽤 되기에, 꼭 상관관계가 입증되었다고는 볼 수 없으나 코스피에서 빠져나간 개인 자금도 꽤 많습니다(이른바 개인 엑소더스). 이 책은 그에 일종의 카운터 아규먼트를 제기하며, "여튼 분산투자는 어느 경우에나 현명한 선택"임을 다시 환기, 꼭 중국에 투자한 이들이라고 해서 미국 증시에 눈을 감을 이유는 없다며, 트럼프에 대한 괜한 정서적 거부감을 떨치고 어차피 다시 랠리를 이룰 분위기인 판에 개운하게 올라타라는 조언을 합니다. 앞에서 "트럼프는 운이 좋다"라든가, 어차피 실리주의자들이기에 팀 쿡이건 베조스건 내내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울 이유는 없고, 옐런과 트럼프 역시 내심 계산하는 지점과 시선이 같을 뿐 아니라, (자기 당도 제대로 못 장악한다는 일각의 분석과 달리) 결국 공화당은 트럼프를 좇게 되어 있다는 예측도 내어놓습니다. 저자의 솔직함은 "어차피 특정 종목과 인덱스는 클린턴이 당선되었어도 상승세를 탈 기미였다"며, 대세가 호황으로 기운 미국 경기의 혜택을 과감히 맛보라는 결론으로 내닫습니다. 뭐 끝까지 트럼프가 싫은 투자자도, 오바마의 업적이 낳은 호황의 결실까지 거부할 이유는 없다는 쪽으로의 기분 전환까지 마다할 이유는 없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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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라틴어 | My Reviews & etc 2019-04-2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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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전 라틴어

성염 편
바오로딸 | 199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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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서로나 심화학습서로나 두루 활용이 가능할 것 같은 좋은 교재입니다.

대개 학부 교재의 경우 작은 폰트로 쓰여진 내용(방주 말고도)은 어느 정도 실력이 쌓였을 때 읽어도 되게 편집하는 경우가 많은데(저자부터가 이런 배려를 하기도 합니다) 이 책도, 각주는 나중에 봐도 되는 체제입니다.

책의 초반부는 라틴어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상식으로도 이미 알 만큼 쉬운 내용이지만, 그 아래 주를 보면 깜짝 놀랍니다. 상고 라틴어, 헬라어, PIE (영화 프로메테우스를 통해 인지도도 제법 올라간) 등에 대해서까지도 언급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초심자는 본문만 충실히 읽어도 되며, 이런 내용을 벌써부터 이해하려 들면 심한 부담이 생길 겁니다. 그런데 나중에 실력이 쌓여서 다른 책도 보고, 다른 언어도 건드려 본 후에 다시 이 책으로 돌아오면, 아 이 짧은 언급 속에 참 깊은 내용을 요령껏 잘 담았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듭니다.

다음으로 이 책은 고전 원전 중에서 유명한 문구를 뽑아 문법 학습에 활용하게 합니다. 그러니, 독해, 작문(단문) 과정을 거치는 동안 라틴어 학습의 원 목표였던 고전문 제대로 맛보기가 더불어 가능해지는 셈입니다. 초반부 어순을 다룰 때 어떤 단어, 품사가 앞에 오느냐에 따라 어감, 뉘앙스가 달라진다는 설명이 나오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 독자들은 저자의 우리말, 한국어 감각에 대해서까지 경탄하는 게 보통이죠. "와 정말 우리말 이런이런 경우하고 라틴어의 이런 수사가 딱딱 매치가 되는 건가?" 너무 그럴싸해서 잠시 의심까지도 하게 됩니다만 결국 저자의 엄청난 공력에 압도되는 게...

문법 설명도 쉽게 시작하다가 후반부의 다른 챕터에서는 앞 내용을 다른 각도로 조명하면서 자연스럽게 심화 내용도 다뤄 줍니다. 사실 저는 라틴어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언어 교재에서도 이런 접근법은 처음 접한 터라, 볼 때마다 놀라게 되더군요. 저자는 문법 설명을 하면서도 그 어조나 태도, 혹은 이끄는 방식이 마치 수필을 쓰듯 유려하고, 독자와의 소통을 염두에 둔 친절한 내러티브입니다. 이 책에서 딱 하나, 정말 딱 하나 단점을 꼽자면, 고전 라틴어인데도 단어 모음에 장단 표시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 점이 아쉬우나, 열악한 여건 하에서 최대한 알찬 내용을 설명, 편집하려 들었던 저자와 출판사 측의 노고도 우리가 십분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장단 표시는, 얼마 하지도 않는 포켓 사전(옥스퍼드라든가) 하나 사서 그때그때 참조하면 충분히 커버됩니다. 이걸 단점으로 꼽기엔 책의 장점들이 너무도 압도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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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rn Latin from the Romans - Eleanor Dickey https://cafe.naver.com/bookishman/525200 | My Reviews & etc 2019-04-2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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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수입양서]Learn Latin from the Romans

Eleanor Dickey
Cambridge University Press | 201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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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말했지만 라틴어 교재를 고를 때 학습자로서(혹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선도자로서) 고민이 되는 부분은, 너무 (재미[만?] 있고) 쉬운 책을 고르자니 다 떼고 나서 머리에 남는 게 없고, 원칙대로 깐깐하게 쓰인 책을 고르자니 초심자가 파고들기 부담스럽고... 뭐 이런 딜레마가, 비단 라틴어뿐 아니라 다른 외국어를 공부할 때도 항상 앞길을 가로막기 마련입니다.

이 책은 일단 교재에 쓰인 텍스트가 고전 원문에 가깝다는 점에서 "하드하게" 공부하는 보람이 있고, 그러면서도 난도가 그리 높지 않아 학습자 입장에서 큰 부담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예전 책프 12기 2주차에 우리 동시대 작가 린지 데이비스가 지은 <실버 피그>를 리뷰한 적이 있는데, 이 시리즈에는 로마 시대의 명탐정 캐릭터 팔코가 등장하여 갖은 모험과 소동을 겪는 내용이 재미있게 담겨 있었습니다. 이 책을 보면 미스테리를 푸는 재미 말고도 로마 시대의 생활상이 구체적으로 묘사되는 통에 고대인들의 살아 숨쉬는 풍속도를 구경하는 맛이 있었는데요. 상당 부분은 물론 소설이니만치 작가의 상상력 소산이었던 반면, 이런 1차 문헌에서 드러나는 생생한 배경은 그 자체로 소중한 역사 지식 노릇도 합니다.

보통 머리말을 보면 겸손을 가장한 자부심, 어느 책에서도 볼 수 있을 뿐인 뻔한 공치사, 막연한 덕담 등이 펼쳐지는 수가 많습니다만 이 책은 머리말부터가 독자에게 분명한 목적 의식을 던져 주어서 좋았습니다. 어떤 책을 고를 때 독자는 제목이나 카피로부터 어떤 기대를 먼저 품기 마련인데, 그런 기대가 고작 반이라도 충족되는 경우는 매우 드문 편입니다. 헌데 이 책은 반대로, "정말 이런 책이 필요했는데 용케도 저자가 알고..." 같은, 뿌듯함이 느껴지는 편제, 서술이라서 매우 좋았습니다.

문법과 발음, 통사론 체제에 따라 목차, 내용이 전개되는 건 다른 책과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고전 저자의 명문을 풍성히 인용하여, 그저 예문으로 동원된 모습이 아닌 정말 독자와 생생한 대화를 위해 특별히 초빙된 진객처럼 성의 있게 엄선한 그 품격과 배려에 있습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때 바티칸 시국 대사로 임명되었던 성 염 교수님 교재에서도 이 비슷한 분위기, 체제를 엿볼 수 있는데, 그 책을 재밌게 본 독자에게라면 이 책도 권할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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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antam New College Latin & English Dictionary - John C Traupman | My Reviews & etc 2019-04-2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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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수입양서]The New College Latin & English Dictionary, Revised and Updated

Traupman, John C.
Bantam Books | 2007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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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 말했듯이 사전이란, 그게 어떤 언어를 대상으로 삼든 간에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한두 권만 가져서는 깊은 이해를 다지기 어렵습니다. 깊이 있게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일반적인 맥락에서는 잘 납득이 안 되는 독특한 용법이 등장하기 마련이며, 이런 용례를 과연 작가 개인의 개성으로 봐야할지, 그를 넘어 작가 자신이 개척, 확립한 위대한 파격(결국 표준으로 자리하고 마는)으로 봐야 할 지는 판단이 매우 어렵습니다.

잠시 다른 말이긴 한데, 현재 독일어 사전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어떤 책의 경우, 그 집필진이 종전 판을 개정하면서 "더 이상 일상의 용법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어의(語義)들도 어떤 것은 살려 두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제법 오래된 문헌을 읽을 때 분명 이런 항목과 해의가 어떤 독자에게는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라틴어도, 고전 독해가 아닌 중근세 종교 문헌을 읽을 때에는 분명 일반적인 고전어 사전과는 다른 성격의 레퍼런스북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 책은 대학생 학부 수준을 타겟 그룹으로 삼았는데, 아마도 한국에서 중급 정도의 사용자가 가장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수준, 편집, 구도가 아닐까 판단합니다. 사전을 보면 그 머리말에 "완전, 포괄 개정"을 보란 듯이 내세운 문구를 흔히 봅니다만, 사실 이런 말은 액면대로 믿을 건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대폭 개정이라 하면, 이전판에 부실한 면이 많았다는 일종의 자백(?)도 되는 셈이고, 혹 out-of-date 된 내용의 대폭 삭제라면 (앞서 말한 대로) 정말 (어느 정도의) 깊이를 요구하는 공부에 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라틴어는 입말로서야 사멸한 지 오래인 고전어이니 더하죠.

라틴어 사전은 대개가 그렇듯 이 책 역시 부록으로 문법 사항 요약이 권말에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학창 시절 영어 공부할 때를 돌이켜 봐도, 시제 불규칙 변화표 같은 걸 내내 참고하지는 않습니다. 대개 아무리 늦어도 중2 정도면 눈에 다 익고, 실력이 쌓인 후에 테이블을 (혹) 들여다 보면 꽤 유치하게 느껴져서 "왜 이게 책 뒤에 아직도 달려 있지?" 같은, 사실은 부당한(?) 건방까지 부리기도 합니다. 내내 끼고 살며 참고해야 하는 사전이 사실 좀 재고해 봐야 하는 부분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학부 수준 타겟 사전은 들고 다니며 수시로 참고하기에 최적화된 포맷입니다(라틴어뿐 아니라 영어, 스페인어, 불어 등 어떤 언어도 마찬가지). 설명이 상세하지 않다고 느끼면, 좀 더 심화된 수준의 다른 책을 찾아 끝까지 의문을 해결하려고 들어야 실력이 느는 건 불변의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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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 투자지도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9-04-2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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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4차산업 투자지도

한국비즈니스정보 저
어바웃어북 | 2017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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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980년대부터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세계에 각인시켰던 당찬 국가였으나, 90년대 후반부터는 IT 분야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여 현재와 같은 확고한 무역대국의 입지를 다진 바 있습니다. 현재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선진국 중심으로 거세게 일며 글로벌 경제구조 자체의 변혁을 꾀하는 중이지만, 이에 대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정부 차원의 조지적 대응 움직임은 대단히 미약합니다. 

B5판에 가까운 큰 규격에다 시원시원한 크기의 폰트, 370여쪽을 넘기는 분량, 한 권의 거대한 백서, 보고서 같은 이 책은 그 제목이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 마스터플랜"입니다. 이 이슈를 다룬 책은 시중에 수도 없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만, 마스터플랜 성격으로 과제와 이슈를 일목요연히 정리한 책은 자주 눈에 띄지 않고, 더군다나 "대한민국"의 현황에 포커스를 두어 분석한 책도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정책 결정자나 책임 있는 당국자는 물론, 사기업의 CEO, 심지어 경제활동에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는 개인이나 학생들조차 어떤 이정표나 가이드라인을 하나 확실히 마련하고 곁에 두어 수시로 참조해가며 체계적으로 업무나 일상을 수행, 영위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 서재에서 조용히 페이지 넘겨가며 탐독한다기보다는, 업무용 데스크에 비치해 두고 수시로 참조하며 쓰기에 적합한 내용과 형식의 책입니다.

작년 상반기에 있었던 이세돌-알파고 대결이 여전히 이 책에서도 주요 화두로 언급됩니다. 사실 미국이나 서유럽에선 (AI 이슈가 우리보다 훨씬 자주 부각되고 업계나 학계의 성취도 훨씬 앞서가긴 해도) 저 사건 자체는 그리 큰 화제로 떴다고 보기 힘든데,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워낙 바둑인구(게다가 상대적으로 노령층인데 이 세대가 조직의 의사 결졍에 큰 영향을 끼치죠)가 많은 덕에 두고두고 이야깃거리가 되는 듯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회고하는 대로, 컴퓨터에게 문제 해결 과정을 위임하려는 시도는 1950년대부터 이미 있어 왔고, 머신 러닝 자체도 훨씬 이전부터 이론화가 이뤄지긴 했었으나 "현실의 복잡한 문제를 푸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p37) 때문에 그 이상의 의미 있는 진척이 미뤄졌었죠.

이제 빅데이터의 축적, (목적에 따라 규격화, 표준화한)입수, 활용이 가능해지고 연산장치의 혁신적 성능 개선이 이뤄짐에 따라 실용화, 상용화가 눈 앞에 다가온 상황입니다. 당장 내년인 2018년부터 비즈니스 컨텐츠의 20%가 기계에 의해 제작되리라는 전망인데, 이미 직장이나 소속 조직에서 실감하는 분들도 많겠습니다. 81%의 CEO들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도 AI가 영향을 끼치리라"는 전망(p39. eMarketer 자료 재인용)인데, 이들 상당수가 가치관 면에서 보수적이고 고연령층이라는 점에서 저 수치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가 발전함에 따라 인지(cognitive) 컴퓨팅, 기계 지능 등으로 분야가 더 세분화하고, 그간 선견지명 있는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했듯 기계의 (그 동기를 알 수 없는) 결과 산출에 무작정 의존할 게 아니라, 훈련된 신경망이 내린 결정에 대해 설명이 가능하도록 하는 XAI(=익스플레인 AI) 연구에 초점이 맞춰지는(p40) 게 현재 미국 정부 섹터의 최신 동향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이상하게도 그 근본 원리를 이해도 못 한 채 앙상한 결론만 뽑아내어 사이비 종교 교리 선전하듯 목청만 높여 떠드는 천박하고 혐오스러운 움직임이 있는데, 이처럼 정체 불명 근거 부재의 맹신적 폭주는 과학의 본질을 이해 못하는 지적 열등자가 남들보다 나은 대접만은 악착같이 챙기고 싶어하는 비뚤어진 욕구와 뒤틀린 인성의 산물이라고 하겠습니다. 3류에도 못 끼는 암기형 낙오자가 그저 남들 하는 시늉만 내며 어설프게 전문가 범주에 날림으로 끼어 보려는 시도는,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철저히 그 부실과 허위가 폭로될 것입니다.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구글도 에너지 효율에 대해서는 일일이 언론과 비평가 그룹에 해명하며 시시콜콜히 단계별 개선 사항을 홍보하는 모습인데 뭔가 그들도 신경이 어지간히 쓰이기는 하는가 봅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최소 열량 소모로 고효율을 달성하는 인체 신경망 구조가 놀라울 뿐인데, 책에서도 "더 적은 데이터와 더 작은 사이즈를 갖는 학습 시스템"이라든가, "시뮬레이션 환경" 등의 아젠다를 중요 항목으로 강조합니다. 단, "학습과 추론에 적합한 하드웨어"나 "기억을 가지는 신경망" 등은 아직 (특히 한국의 산-학 연계 구조에선) 매우 갈 길이 먼 과제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가상화폐 분야에서도 근래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세력에서 여러 보안 침훼, 저해 시도를 펼치고 있습니다만, 인공지능은 이 영역에서도 이른바 compromised된 데이타를 체계적으로 적발해 내는, anti-fraud 기능을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자율 주행 분야에서도 보다 진보된 신경망을 통해 움직임과 이동성을 개선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모든 좌절과 실패를 남탓 환경탓 시스템 탓으로 돌리는 퇴행적이고 범죄적인 사고에만 능통한 원 트랙(해프 트랙?ㅋ) 원시 신경망을 가진 자가 뉴런이 어떻고 시냅스가 어떻고를 떠드는 것만큼이나 희극적인 꼴도 없는데, 이른바 "생성적 적대 신경망(자족적 고립적 폐쇄적 AI가 아니라, 경쟁적 환경에서 진취적 진화를 달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뜻합니다)"의 응용, 도입은 특히 이 자율 주행 분야에서 큰 효능을 산출하지 싶습니다. 

몇 년 전에 출간되어(한국에서는 개정판 혹은 리커버판까지 시중에 나왔죠) 큰 화제를 모은 <에너지혁명 2030>이 지도적 위상의 여러 지성인들에게 영향을 심대히 끼치긴 한 듯합니다. 이 책 중에서도 여러 대목에서 원용되는데, 이와 관련한 논의에서 한 예를 들며 화력 발전소에서 원격 조정 로봇을 이용하여 보일러 튜브의 결함을 판단, 평가, 개선하는 기술이 개발되었다고 하는데, 이게 한국의 사례인가 봅니다. 물론 (각국에서 지양, 퇴출 아이템으로 거론되는)화석 연료 의존형 시스템에서 이뤄진 혁신이라 응용, 확장, 보급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속도와 정확성의 동시 개선이라는 쉽지 않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드문 사례라는 점에서 분명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뭐 바로 다음 대목에는 미래의 프로젝트인 "스마트 시티 저탄소 컨셉"을 뚜렷이 지적, 언급하기도 하니 과제의 근본적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의심이 없는 태도입니다. 

전기차의 배터리 기능에 대해서도, 재생 에너지의 저장과 생산 기능 제고는 물론, 독립되고 분산된 에너지 네트워크의 창출을 언급(81)함으로써, 그저 환경 보존과 자원 고갈 대비라는 일차원적 목적, 대증(對症)적 어프로치가 아니라 산업 구조와 인간 경제 활동 구조의 근원적 혁신을 지향합니다. 한 가지 난제가 (방법론적으로도 바람직하게) 개선되면, 이에서 파생된 지혜가 도미노처럼 인접 혹은 원거리 영역에 두루 외부 효과를 끼치는 점이 그저 놀랍고, 역시 미래는 긍정적이고 낙관적 퍼스펙티브에서 통찰할 필요가 있음을 재확인하게 됩니다. 

전기차 관련 그랜드 비전은 p123이하에서 보다 자세히 전개됩니다. 책에서도 2017.10 기준 모두 25대의 자율주행 차량이 국토부 허가를 받아 운행 중이라고 밝히며(p125), 또 지자체 레벨에서도 여러 사업이 선견지명 있는 행정가, 관료, 사업자 들에 의해 이미 추진되고 있습니다. 자율 주행차는 인공지능과 딥러닝 분야의 혁신에 어쩌면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핵심 기여를 받는 섹터인데, 책에서는 BMW(여긴 당연한데)와 엔비디아(여기가 의외죠?)등의 기업이 CES 2017에서 시연해 보인 여러 놀라운 기술적 진전에 대해 언급합니다. 이걸 피상적으로 언론 기사만 읽고 넘어간 분들은 "맨날 그 얘기가 그 얘기 아님?"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데, 언젠가 티핑 포인트를 넘기면 그때부터는 큰 "컬처쇼크"로 다가옵니다. 환경과 트렌드에 대한 정확한 감각이 (개인의) 마인드셋도 지배해야 각자의 업무에서 적실 적확한 아이디어 산출이나 깔끔한 기안이 가능해집니다. 시야 자체가 왜곡되면 심지어 기술적 디테일도 머리 속에 엉망으로 정리되어 어디 가서 망신이나 당하기에 딱 좋을 뿐입니다. 

개인 무인 항공기 보유 개념으로 "1가구 1드론" 시대가 머지 않아 열리라는 전망은, 설령 이 분야에 관심이 적었던 이들도 은근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책에서는 토머스 프레이의 말을 인용하여 "유동성 미디어 플랫폼으로 드론을 활용한"(p155에 이 언급이 나오는데, 기술의 진보와 사회 현상을 이처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통찰하는 실력이 진정 놀랍지 않습니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성은 단순 암기 사항의 카피 낭독이나 말꼬리 잡고 늘어지며 획일화니 어쩌니 소모적인 시비를 거는 게 아니라, 이처럼 일찍이 없던 개념을 결합, 총괄하여 제시, 정리, 예측하는 능력입니다) 새로운 직업군의 창출을 예견하는데, 바로 이런 전망과 구체적 패러다임화야말로 "마스터 플랜 백서"의 본연적 기능입니다. 

인접국에 비해(단 중국은 개별 기술은 우릴 앞서가는 분야가 있어도, 총괄적 컨셉으로는 재래식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갖는 나라라서 "4차 산업혁명"을 단위로 파악하면 여전히 뒤처진 면이 있습니다) 매우 그 동력과 성취상이 미진하지만, 여튼 가까운 장래에 전면적이고 불가파한 현실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므로, 우리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집행과 실천과 지속적 전진이 가능한 과제를 설정하고 현장에서 독려해야 합니다. 책에서는 참 멋진 표현을 구사하며 독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데, 윗선에 상신, 혹은 보고하는 문건은 무릇 이 정도가 되어야 성의와 실력을 인정받게 마련이죠(뭐 이 책이야 최고 석학들의 솜씨이니만치 당연하지만). 붐업, 점프업, 스트롱업, 글로벌 파워업의 4단계를 추진하자는 제언인데, 이 설계에 따르면 점프업은 2020년까지는 완결되어야 하고, 나머지 후속 두 단계도 거의 동시에 진행되어 2022년까지는 의미 있는 경제적 과실이 국내 산업계 전반에 파급되어야 한다는 거죠. 

특히 중요한 건, 어느 단계의 "혁명"에서도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자원인 "인재의 발견과 양성"입니다. 쭉정이와 알곡을 준별하는 기준은 첫째 창의성, 둘째가 업무와 과제에 임하는 진정성입니다. 변명과 합리화와 왜곡이 버릇처럼 취미처럼 몸에 밴 자는 어느 조직에서건 퇴출되게 마련이고, 직장 동료들은 물론 가족, 부모로부터도 관계 소외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거센 도전은 오히려 우리에게 전인적 인재로 거듭날 것을 촉구하는 진화에의 동력으로 받아들일 때, 미래의 직장은 지루하고 고된 먼데인(mundane) 업무의 반복이 아니라 희열과 쾌감의 놀이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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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모델의 혁신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9-04-25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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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즈니스 모델의 혁신

래리 킬리,라이언 피켈,브라이언 퀸,헬렌 월터스 공저/유효상 역
마로니에북스 | 2015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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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란 개념은 이미 지난세기 중반 석학 슘페터가 매우 정제된 형태로 이미 완성에 가까운 답을 내어놓은 바 있습니다. 슘페터의 논의는 평지돌출격으로 느닷 학계에 제시된 게 아니라, 당시까지도 사회의 기본 지형을 뒤흔들던 마르크스의 장엄한 종말론에 대한 일종의 화답으로 도출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화기애애한 화답이 아니라, 기본 품격을 지키되 상대의 기본 논지를 산산히 깨부수는 논파의 형식으로 말이지요. 

21세기에 접어든 지금 대부분의 경영학자, 이름난 경영인들이 내어놓는 논의는 거의 예외 없이 "혁신"을 주제로 삼습니다. 지금 이 책 역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십 년 전부터 건강이 상당히 안 좋으시다고 들었는데 아직 사거 뉴스는 들리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교수의 논의를 주요 토픽으로 삼습니다만, 이런 거장의 논변 자체도 큰 가지에서 보면 슘페터의 스케이프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아무리 치밀하고 "혁신"적인 연구를 내어놓아 봐야 거장의 오랜 성과의 틀을 결국 근본에서 극복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에 새삼 천재의 큼직한 발걸음이 얼마나 후대에까지 아득한 영향을 끼치는지 절감, 탄복하게 됩니다.

저자 마크 존슨이 특별히 이 책 여러 군데에서 크리스텐슨 교수를 크레딧하는 건, 그 자신이 바로 동 교수와 공동창업을 마친 한 컨설팅 그룹에서 여전히 공동 대표 노릇을 수행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여튼 현대의 거장 중 가장 심원한 경영 철학을, 현장의 논리와 통찰까지 가장 잘 반영하여 학계와 대중에게 전파하는(사실 크리스텐슨은 경력의 대부분을 순수 학문에만 몰입한 분이고, 대중서는 잘 출간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분을 지근거리에서 관찰하고, 개인적 교분까지 두터이 이룬 저자의 말이니만치, 크리스텐슨의 세계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일독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대가가 아무리 쉽고 친절하게 내용을 전달해도, 예컨대 빛의 속도로 회사에서 짤린 늙수구레한 오탈이 같은 인간은, 뇌 대신 짝퉁 명품이 들어 있는 그 뇌의 극단적인 비효율, 아니 마이너스  효율 탓에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꼴에 고작 한다는 소리가 전직 모 국가대표 투수이자 모 팀 감독론인데, 오래 전에 네티즌 사이에서 저런 말이 떠돌긴 했으나 요즘은 온라인 야구 커뮤니티의 수준이 너무 높아져서, 심지어 그를 비판하는 쪽에서도 금방 싫증내거나 근거 없는 한물간 타령이라고 무시당하기 일쑤입니다. 아무리 자부심 강한 모 씨라고 해도 그간(저런 이야기가 나온지 삼성 관둘 때 기준으로 십 년도 넘었죠) 팬들의 비판을 어디 귓등으로 들었겠으며, 본인 역시 커리어를 국내에서 계속 이어가려면 연구, 노력을 게을리했겠습니까? 몇 년 쉬었으니 활력 충전이라든가 종목을 보는 눈, 이론의 디테일도 그간 개선되었을 만하며, 썩어도 준치라고 그간 그처럼이나 남도 아니고 자기 팬으로부터 비판을 들었으니 장족의 발전이 있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문제가 있는 건, 깔 대상이 필요하니 계속 그 못난 상태에 머물러 주기를 바라는, 팬을 가장하고 사실은 악성의 트롤짓에 맛을 들인 찌질하고 비겁한 악플러입니다. 생전에 한 번도 변변한 자리에 머물거나 성과를 내거나 남의 칭송을 들어 본 적 없는 쓰레기가, 잘나가던 슈퍼스타가 발을 삐끗하니 그제서야 찌르가즘 느껴가며 광분하는 겁니다. 어려서부터 항상 가난에 찌들어 살았으나 망상만으로 명품 착용을 실현하고 산 정신 이상 부모의 영향을 받아 이런 토막민도 무슨 "빚을 내어서 명품을 걸친다느니" 뭐니 하는 정신 빠진 소리를 하고 사는 겁니다. 

아마 이런 소리를 하면 "아 이런 기본 베이스를 깔고 위화감 느껴지는 소리를 하니 나를 다들 대단하게 보겠거니" 라고 혼자 착각에 빠지는데, 그게 아니라 다들 "웃을" 뿐입니다. 완전히 정신이 돈 놈이라고, 혹은 추녀가 "나 차갑게 보이는 거 맞지?"라고 주위에 확인을 구하는 경우에서처럼 말입니다. 가만 있으면 중간은 갈 텐데 꼭 어디서 밑바닥이 김여사 주차하다가 된통 터지는 것처럼 씨도 안 먹힐 "베이스질"을 하다가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거죠. 사람은 나이가 들면 주제파악을 누구나 하게 마련인데, 이 한심한 종자는 그 늙은 꼬락서니를 하고서도 여전히 인지부조화의 틀에 갇혀 삽니다. 가난한 건 이해를 하는데 사람이 실성했다는 소린 듣지 말아야죠. 

왕년에 잘나가던 슈퍼스타를 까는 건 참 쉬운데, 부자 망해도 삼 년은 간다고 그 사람은 여전히 어디에서 자리가 들어올 뿐 아니라, 생애 처음으로 박수 갈채 대신 야유란 걸 들어봤으니 다시 제 자리를 찾아가려고 노력이라도 한다는 사실입니다. 허나 도시 빈민 출신 실업자(학벌도 실력도 아무것도 없이 책이라고 그저 평생 읽은 게 초딩들도 다 읽는 하루키뿐입니다. 하루키가 기분 나빠할 일이죠)는 지금까지도 노는 신세입니다. 하는 일이 있다면 신상에 대해 아무도 안 믿을 "독서모임" 타령뿐인데 뭔 놈의 직장이 일은 안 하고 줄창 독서만 하는 신의 직장인가 봅니다. 신의 직장은 고사하고 개의 직장에서도 이런 인간은 축출당합니다. 이런 사람도 "어떤 경계"를 넘어봤다면서도 또 있지도 않은 짝퉁 명품을 망상 속에서 자동 치환하여 헛소리를 떠드는데, 글쎄요, 대소변 가리던 시점이 간신히 기억이 날지 말지는 모르나, 그 외에 어떤 경계를 중딩(대소변 겨우 가린 시점ㅋ) 이후로 넘어봤겠습니까? 요런 말을 끝에 하나 삽입하면 앞에서 떠든 낙오자나 입에 올릴 법한 헛소리를 통해 자신의 정체가 들통나니 싸구려 잔머리를 굴려 페이크 베이스를 까는 건데, 이게 씨도 안 먹힐 코미디라는 걸 또 누가 모르겠습니까? 이러니 놈을 쫓아낸 회사에서 얼마나 놈을 두고두고 비웃을지 눈앞에 선히 그림이 그려질 겁니다. 오로지 놈만 이런 사정을 모릅니다. 

혁신가는 기존의 모든 판도를 바꿉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혁신가라 부르며 그 의지를 본받고자 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화이트 스페이스에 진출하지 않기로 한다는 건 어떤 CEO에게도 용납될 수 없는 선택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오탈 실업자도 화이트 스페이스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없습니다. 혁신이라는 개념만큼 낙오자의 생리와 기질에 거슬리는 게 없기 때문이죠. 당신의 한계를 돌파하고 싶으십니까? 크리스텐슨의 영원한 지기였던 저자의 이 책을 읽어 보십시오. "혁신"은 벌써 당신의 혈관을 흐르는 생체 좌우명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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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읽는 유대인 인생 특강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9-04-2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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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새벽에 읽는 유대인 인생 특강

장대은 저
비즈니스북스 | 2019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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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민완 저널리스트일 뿐 아니라, 중국에서 그의 경력 상당수를 쌓은 편이기도 합니다. 이 말은 그가 중국 현지의 사정에 정통한, 몇 안 되는 인 물 중 하나라는 뜻인데요. 최근 10년을 중국이 폭발적으로 쏟아내는 성장의 거대한 스트림에 의존해서 가까스로 버텨 내었던 세계 경제가, 이제 그 성장 동력이 꺼져 가는 시점을 맞이하여 앞으로 믿을 만한 엔진을 어디서 찾을 것인지를 두고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창조 경제"라는 키워드를 갖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이 책을 통해 도움을 받을 것을 제안하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창조경제"라고 하면, 정부의 슬로건과 무조건 단세포식 조건 반사로 동일시(그에 대한 찬성, 반대를 막론)하고 보거나, 혹은 이스라엘식 벤처 열풍만을 연상하는 분위기가 우리 나라에서는 지배적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한국의 신정부 출범은 물론, 이스라엘의 "후츠파이즘chutzpahism"이 성황을 이루기 이전 시점에 이미 나온 책입니다(원서 기준). 그러니, 성장의 방식, 동인 물색에 치열한 고민이 이뤄지는 지금, "창조경제"의 원전 격인 이 책을 읽어 보는 건, 개인이나 정책 결정자에게나 공히 의미 있는 작업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 선 이 책은 도입부가 상당히 신선합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 CG 성과는, 이 영화를 본 세계 수억의 인구가 동의하듯, 종래와는 차원이 다른 역동성과 생동감으로 빛났습니다. 그런데 이 놀라운 알고리즘의 고안을 두고, <반지...> 제작진은 이후 시스템의 인수라든가 후속 작품 제작을 위한 사용 계약 따위를 제안하지 않더라는군요. 본디 헐리웃은 개별 발주 건별로 생산 요소를 물색할 뿐이며, 대상이 (재고 공간을 차지 하지 않는 무형 자산이라고 해도) 그 영속적 보유라는 부담을 원치 않는 게 보통의 태도라는 거죠. 애써 개발해 둔 성 과물을 아깝게 사장할 위험에 처했으나, 엉뚱하게도 영국의 교통 신호 체계 개선이나, 화재 발생 같은 때 비상구의 구조 고안 같은 데에 이 체계가 대단히 요긴하게 쓰였다고 합니다. 요즘 경영 서적을 읽으며 대단히 자주 발견되는 게 "혁신"의 키워드인데, 이 혁신의 가장 흔한(그러나 유용한) 패턴 중 하나가, 특정 상품, 장치, 서비스를 기 존의 용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창조"라는 게 순전한 무(無)로부터 대단히 유용한 무엇을 창조해야만 하는 부대조건이 붙는 건 아니죠. 실물의 창의성뿐 아니라, 그 용도상의 창의성도 역시 창의성임은 분명하니까요. 간단한 발상의 전환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이룬다면 그때 창의성이란 오히려 더 빛나게 마련 아닐까요.

 

이어 저자는, 이 창의성에는 물적 설비나 거대 자본이 소요되지 않으므로, 누구나 자신 개인의 "사고력"만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 런 창조경제 종사자, "thinker"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기업들도 더 저렴하고 더 효율적인 아웃소싱이 가능하므로, 시장의 기능 역시 더욱 활성화된다는 겁니다. 여기서 저자는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노조는 이를 두고 비정규직화라는 쪽으로 인식하고 거부감을 드러낼 수 있으나... " 여기서 창조경제는 어찌보면 신자유주의와 친화점을 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인간 존재의 본질 중 가장 두드러진 요소인 "창의성"이 잘 구현되는 게 그 번영과 생존을 위해 절실히 요구된다는 점이 분명하므로, 이데올로기의 구획 노력보다 이 이슈가 더 상위 차원에 놓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숙련 노동의 잉여는 상대적으로 어디서나 풍부한 편이나, 구미와 중국 모두 숙련 인력("창의력, 창조성을 충분히 갖춘 인적 자원"을 의미하는 걸로 보입니다)을 조달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특이하게도, 이 어려움은 중국보다는 구미에서 더 가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 근거는 분명히 제시되어 있지 않은데, 우리 독자는 일단 중국통인 저자의 휴리스틱 진단을 믿고 갈 수밖에요.

 

그 다음에 전개되는 내용은 솔직히 좀 아쉽습니다. 전통적인 지식재산권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데, 물론 각국의 법제와 실제 사례(대학 교재에서 곧잘 제시되는 고전적 실례들)가 책 안에 이렇게 실 리면 무게감이 더해지는 건 사실이죠. 그런데, 1) 창조경제 = 지식경제의 등식이 성립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게 보면 스케이프가 넓어지는 장점이 있지만, 대신 "창조"의 내용이 "비창의적"으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2) 책이 좀 오래 되다 보니 냅스터의 사례, dvd 불법 복제 등 낡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3) 지 식재산권에 대한 설명은 다른 책에서 많이 봐 오던 내용이고, 너무 규격화되어 있습니다.  p204 밑에서 다섯 번째 줄에 나오는 서술은 번역이 불명료합니다. 주어가 생략되어 있으니, 그런 성질을 띠는 것이 상표 등록 대상이 된다는 것인지, 예외로서 안 된다는 것인지가 모호합니다. p138의 "최혜국 조항"은, 과연 "국'이라는 말 뜻이 뭔지를 정확히 알고 그리 옮긴 건지 의문스럽습니다. 이런 책은 저자의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단어 하나까지 정확히 전달하는 쪽에 초점을 둬야 하지, 그저 겉으로 무난하게 보이게만 하는 윤문 작업에 그쳐서는 안 되는 것 아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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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성장을 위한 체질개선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9-04-23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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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속성장을 위한 체질개선

비나이 쿠토,존 플랜스키,데니즈 카글라 공저/범용균,김창래,장유신 공역
한울아카데미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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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속담에 "단체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는 게 있죠. 지은 죄에 대한 벌은 개인이 지게 해야 한다는 뜻도 되고, 집단으로 몰려 다니며 지은 죄는 그 추궁이 어렵다는 뜻도 됩니다. 오랜 세월 동안, 집단에 앞서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내세운 그들이었기에, 이런 말이 나올 법도 합니다. 그런데, 현대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며 그 핵심 기능 단위로서 "기업"을 발전시킨 것도 그들입니다. 자연인을 넘어 영속(永續)할 수 있는 "법인"이 란 실체를 처음 고안하여, 개인으로서는 할 수 없는 다양한 업적과 성과를 내게 한 건 놀랍습니다. 그 거대한 경제 체제 안에 편입된 우리들의 삶도, 이제 생산이건 소비이건 기업이라는 매개를 통하지 않고서는 그 참여가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 능력은 자신이 속한 기업이라는 조직을 통해 발휘가 되어야 사회적 인정을 받습니다. 여기서 "능력 발휘"란, 개인 단위로서 업무 성과를 내는 것 외에도(이것은 기업이라는 조직 구조로 흡수, 용해되어, 대외적으로는 그 소속 기업의 성과로 탈바꿈합니다), 자기가 속한 조직의 문화를 어떻게 하면 개선하고, 최소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며 잘 적응하느냐는 쪽으로도 측정됩니다. 일 잘해도 분위기를 해치는 직원은, 역시 무능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뜻입니다.

이 책은, 기업이 대외적으로 시장과 맞닥뜨려서 어떤 혁신(제품과 서비스 창출에서)을 보여주느냐, 또는 그래야 하느냐의 문제보다, 어떻게 하면 사장이나 직원이 자기 회사의 조직 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느냐에 대한 책입니다. 시장 대응이 우선이지, 내부 문제야 어떻게든 다독이고(혹은 윽박지르고) 가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은, 이미 시대에 크게 뒤처진 것입니다. 유능한 CEO는, 시장을 잘 공략하고 경쟁 기업에 맞서 유효한 전략을 잘 짜고 행동에 올길 뿐 아니라, 자기가 건사한 직원들에게서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 낼 줄 알아야 합니다. 이때의 효율이란, "착취" 같은 개념이 아님은 물론이죠. 같은 보수를 주고서도, 직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게 하여, 최상의 창의력과 최양질의 성과를 내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 직원의 입장에서도, 부하직원이라면 최대한 상사와 동료의 분위기에 조화하여 자아 실현을 원활히 이뤄야 하겠고, 중간관리자라면 아래로부터의 존경과 위에서의 신뢰를 동시에 얻어낼 줄 알아야 합니다.

어떤 소규모 기업을 보면, "우리는 가족 같은 분위기로 직원을 대합니다." 같은 슬로건으로 사람을 끄는 곳이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에도 대체로 이런 곳은, 공사(公私) 구분을 하지 않고 파렴치하게 직원의 후생을 침해하는 일이 잦죠. 그런데 미국도, 소위 family라는 컨셉으로 회사 내부 분위기를 세팅하는 곳이 있나 봅니다(제가 알기로는 많지 않습니다만). 저자는 이런 분위기는 지양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family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각자 해 줘야 할 일은 확실히 하고 넘어가는 team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죠. 실제로 그들은, 영역 가리지 않고 team spirit을 강조하는 습관을 가지고들 있습니다. 우리처럼 후진적인 기업 문화가 아직 지배적인 곳에서는, 이런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겠지만, 주로 미국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쓰여졌을 이 책에서 그런 주장을 보니 좀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아랫사람을 동료들 다 보는 자리에서 사정 없이 박살내는 행태 역시, 한국의 후진적인 문화에서나 자주 보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에서만도 그런 예는 여러 차례 인용되고 있습니다(당연히, 미국 내 기업 CEO나 간부와의 인터뷰에서입니다). 이런 걸 보면, 사람 사는 데가 어디나 비슷한 면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잘못된 풍토는 당연히 개선되어야 한다는 결론이지만요. 실제 인물들과의 인터뷰라서 그런지, 그 폐단을 막연히 말하는 게 아니라, 아주 생생한 표현으로 경각하고 있습니다.

공사의 구별을 명확히하고, 그러면서도 부하직원에게 신사적으로, 필요한 범위 안에서만 적절한 계도를 행하는 방식, 이 둘을 결합하면 "가르침(teaching)"이라는 개념이 자연스럽게 잡힙니다. 저자는 아주 멋진 결론 하나를 내어놓고 있습니다. 바로, "최고의 리더는 바로 가르치는 사람이다."는 말이죠. 우격다짐으로 초 보자들을 몰아세우지도 않고, 절도 없이 무능과 결부된 온정주의로 흐르지도 않고, 마치 훌륭한 선생님이 아이들을 다독이고 이끌어나가듯, 그렇게 기업과 조직을 리드하는 CEO라야 한다는 뜻입니다. 어찌 보면 미국의 문화라기보다, 전통적 동양의 군자상을 더 닮아 있습니다.

이것은 대책 없이 무작정 권위를 부정하고 저항하는 원심적 문화와는 크게 다릅니다. 리더가 부하를 존중하는 것처럼, 직원도 사장에 대해 적절한 존경을 할 줄 알아야 기브앤테이크가 제대로 이뤄지는 것이죠. 실패하는 많은 조직은 이런 인풋-아웃풋의 조화가 잘 이뤄지지 않아서 그런 실패를 맞는 일이 흔합니다. 조직 내부 문화의 혁신이 없이는, 기업의 혁신이 불가능하고, 나아가 시장에 혁신적인 상품을 출시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하는 일이 불가능합니다. 내부를 제대로 다스려야 외부에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 어찌 보면 상식에 속하는 사항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말이 쉬울 뿐 실천은 지극히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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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 습관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9-04-22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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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성취 습관

버나드 로스 저/신예경 역
알키 | 2016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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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부터 한국 직장에도 연공 서열, 직제에 얽매이지 않는 일종의 "계급 파괴" 바람이 불었습니다. "OO부 XX과"라는 소속 대신, "?? 팀"과 같은 성과 위주의 유닛이 일상화되었죠. 심지어는 공식 직제가 큰 의미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팀제나 다름 없는 구조였던 중소기업이나 영업팀 같은 곳에서도 (그 실질이야 어찌되었던 이름만이라도) 이를 따라했습니다. 이런 트렌드에서 완전히 무풍지대일 것 같은 공무원 사회, 공기업에서도 현재는 "태스크 포스"제를 흔히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팀 개념"은 자유로운 개인을 기본 단위로 하는 서구 사회에서 그 효용이 극대화할 수 있는 제도지만, 한국이나 일본 같은 유교, 농경사회적 전통을 보유한 곳에서 오히려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면도 있습니다. 

본디 서양은 "슈퍼맨"을 지향하면 했지, 집단에 개인을 매몰하는 문화는 기피하는 편입니다. 그런데도 막상 팀을 짜서 일하면, 동양인들(공, 사 불문)보다 더 높은 효율을 내곤 합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의 성향이 "팀 활동"에 맞아서가 아니라, "팀"을 잘 짜고 잘 굴러가게 하는 방법을 깨우쳤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런 "팀" 중에서도,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임무(여기에는, 개인 단위로는 아예 성취가 불가능한 것도 포함됩니다), 도무지 달성이 불가능한 높은 실적을 올리는 "드림팀, 슈퍼팀"이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드림팀이 슈퍼팀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모든 드림팀이 다 슈퍼팀이 되는 건 아닙니다. 슈퍼팀은커녕, 평범한 팀보다도 못한 성과를 내고 온갖 비난을 다 받는 드림팀도 많았습니다. 이렇다면, 구성원의 능력이 탁월하다고 해서 그들로 이뤄진 "팀"까지 잘하란 보장은 없다고도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불가능한 일, 최소한 남들이 전혀 바라보지도 못했던 일을 해 내는 팀은 어떤 비결을 가지고 있을까? 이 책은 그에 대한 일반적인 답을 내기보다, 최근에 존재했던 슈퍼팀의 성공 사례 7가지를 제시함으로써, 독자가 자신의 상황에 응용할 수 있는 답안의 pool을 제공합니다. 각 챕터는 "슈퍼팀" 하나씩을, 경영 분야뿐 아니라 군사, 대중문화, 스포츠 경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선택하여 그 구체적인 성과의 경위를 자세히 풀어주고 있으며, 챕터 말미에는 이로부터 추출할 수 있는 교훈을 명제 형식으로 정리합니다. 

첫째 장에는 픽사의 사례가 나옵니다. 제 생각에는, 첫째 장에서 굳이 이들을 다룬 데에는 저자의 분명한 동기가 존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픽사의 예에서 우리가 반드시 살펴야 할 것은, "대체 왜 팀이 필요한가"하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공동의 목적이 없다, 팀을 꾸려서까지 이뤄야 하는 열정의 대상이 없다면, 처음부터 팀제를 검토해야 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죠. 또한, 활동 영역이 아무래도 예술 분야다 보니, 영화를 위해 일을 하느냐(-돈을 버느냐), 그 반대로 돈을 벌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만드느냐 같은 기초 인식에서 혼란이 올 수 있습니다. 이 "팀 픽사"의 예에서 금전적 보상은, 빼어난 개인의 동기 유발을 위한 하나의 장치에 불과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뒤 챕터들에서도 나오는 포인트이지만, 너무 단결이 잘 되고 대외적으로 순조롭기만 한 팀도 지속성 이슈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적절한 긴장감은 팀의 건강성 면에서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테니스에 데이비스 컵이 있다면, 골프에서 국가(미국 대 유럽의 형식입니다만) 대항전으로는 라이더 컵이 있습니다. 그런데 테니스에는 복식이라는 형식도 있지만, 골프에서는 압도적으로 개인 단위의 시합이 주류 포맷입니다. 게다가, 골프는 그 어느 스포츠보다 개인 멘탈 조절의 비중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이로 인해 직업 골퍼들은 극도로 예민한 감정적 성향을 보입니다. 이런 골퍼들로 한 팀을 꾸린다면, 팀웍이니 매니지먼트니 하는 게 타 종목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렵게 꼬입니다. 그런 면에서 콜린 몽고메리가 중심이 되어  2010년 라이더 컵 대회를 위해 결성했고, 결승전에서 미국 팀을 맞아 극적인 승리를 거둔 사례는, 경영학적 측면에서도 여러 시사점을 줍니다. 우리가 지금 피파 월드컵을 보면서도 알 수 있지만, 개인기가 능숙하다고 반드시 팀에 적시적소의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며, 단 한 번의 슛으로 팀의 운명을 좌우하는 승부차기를 잘 해내는 것도 아닙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선수들로 이뤄진 팀일수록, 그에는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콜린 몽고메리는 그 자신이 필드 멘털의 달인이었고, 이런 체험과 소신, 강렬한 스타일로, 상대에 비해 그닥 강하다고 할 수 없는 전력으로 승리했습니다. 특히 그가 타이거 우즈에 대해 코멘트한 걸 눈여겨 볼 필요가 있더군요.

전쟁은 개인의 힘으로 할 수 없습니다(전쟁이 꼭 필요하다는 게 아니라, 이미 터진 전쟁이라면 그냥 손 놓고 패배하는 게 최상의 선택이 결코 아니라는 점에서, 전쟁의 "승리"는 필요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라도, 한 명(혹은 소수)의 힘으로 수행할 수 없는 게 전쟁이요, 평화시에는 이 전쟁의 축소판이 될 수 있는 게 범죄자 소탕, 폭력 진압, 인질범으로부터 인질 구조 같은 작전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세번째로 다룬 게, 1980년 주영(駐英) 이란 대사관에서 이란 내 쿠제스탄 분리주의(이란은 다민족 국가이므로 이런 위험이 상존합니다)자들의 인질극이었습니다. 여기서 영국 툭수부대 SAS는, 놀라운 능률과 과감한 작전, 치밀한 계획으로 인명 손실 0에 가까운 성공을 거두었고, 이후 SAS는 영국군 뿐 아니라 전세계 군사조직 중 최고의 명예를 상기시키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시사하는 교훈은 강렬했는데요. 최고의 팀은 결코 개인의 개성을 죽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잘난척하고 누구와도 비길 수 없는 탁월한 재능을 과시하고, 더 날카롭게 갈고 다듬을 것으로 조장됩니다. 그러면 과연 팀이 유지가 될까? 이 스쿼드는, 워낙 빼어난 개인들이 모였기 때문에, 스킬이나 체력만으로는 분명한 우열이 안 갈라집니다(구테여 가를 필요가 있다면 말이죠). 따라서, 조직원으로서 추앙받을 수 있는 기준은, 같은 동작을 수행해도 그 동작이 가능하면 팀을 위한 것으로 선택할 수 있느냐입니다. 잘하는 건 누구나 다 잘합니다. 더 잘하는 팀원은, 같은 노력을 들여도 팀의 다른 구성원이 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선택한다는 점을, 우리는 이 사례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팀 때문에 개인을 죽이는 우를, 이 슈퍼팀은 결코 저지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많은 "엉터리 팀"은, 무능한 팀원을 피곤하게 만드는 우수 팀원을 기를 쓰고 끌어내리려고만 들기 때문에 망하는 것입니다. 우수한 팀은 결코 개인을 죽이지 않습니다. 

그룹 롤링 스톤스는 비틀즈와 대조되는 컬러로도 유명하지만, (그 음악적 성취의 레벨은 별론으로 하고) 비틀즈와는 달리 지금까지도 멤버가 거의 다 살아 있으며, 개인 단위로 활동하기보다(이 정도 나이면 팀은 고사하고 개인 단위 활동도 어렵습니다. 물론 롤링스톤스의 이 빼어난 멤버들은 개인 활동도 합니다) 여전히 팀을 이루다시피 한다는 점에서 놀랍습니다. 더군다나, 뮤지션들이야말로 세상과 융화를 못 이루는 가장 극단적인 개인주의자들임을 고려하면 경이로운 일이죠. 우리가 잘 알지만 믹 재거니 키스 리처즈니 하는 사람들이 인간성은 또 좀 괴팍한 사람들입니까. 그런데도 무려 반 세기를 잘 "굴러 온" 비결이 과연 무엇인가? 실제로 이 책에 나온 바로도, 믹과 키스는 불과 얼음이라 할 만큼 상극이었더군요. 여기서도 알 수 있는 게, 그런 사람(들)은 그렇게 제 스타일대로 하게 내버려 두는 게 하나의 요령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은근히 강조한 건, 로니(론) 우드의 조정자 역할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개성이 내 개성과 실제로 충돌만 안 한다면, 그냥 보기 싫다는 이유로 태클을 걸지는 않는다는 게, 이 무지막지한 개성이 모인 팀이 그리 오래도록 굴러간 비결이라는 거죠. 이 챕터는 "공연은 열심히 하는데 돈을 못 버는" 초기의 실패에서 시행 착오를 거쳐, "인기와 공연 성공을 고스란히 수입으로 연결시키는" "사업 단위로서의 롤링스톤스"가 커 나가는 모습도 알려 줍니다(이 책의 주제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흥미로운 대목).

요즘 잠잠한 동네가 있습니다(더 시끄러워진 우크라이나, 이라크 같은 데도 있지만). 바로 북아일랜드입니다. 요즘 "신페인당"이니 IRA니 하는 말은 아예 뉴스에 안 나옵니다. 이유는 바로 지난 세기말, 벨파스트 협정(=굿 프라이데이 협정)이 잘 체결되어, 더 이상 싸우지 않고 평화로운 공존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이 백년(최소한으로 잡아서요) 불구대천지 원수들이 이런 극적인 화해에 다다를 수 있었을까요? 토니 블레어 행정부가 구사한 전략은 1) 상대를 악마적인 모습으로 만드는 일을 중단 2) 그 자리에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이미지를 대신 채움 3) 같은 자리에 나란히 앉되, 억지 화해가 아닌, 대립하는 현실의 긴박함도 상기하게 함 등의 모범적 수순이었습니다. 원칙은 알아도 실천이 어려운데, 토니 블레어 팀은 분리주의와 연방주의 세력 대표자들을 한 데 모아, 이들을 "평화'라는 공통 목표를 추구하는 "팀"으로 새로 만들었습니다. 팀은 이처럼, 종래의 피아 구분을 극복하는 인식상의 도약을 이루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도 배울 수 있는 바는, 억지로 개성을 누르는 선택은 필패로 이끌어진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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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AR) 기반기술과 상용화을 위한 응용방안 | My Reviews & etc 2019-04-21 21:47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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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증강현실(AR) 기반기술과 상용화을 위한 응용방안

한국미래기술교육연구원
미래기술 | 2016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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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깁슨은 "미래는 벌써 우리 곁에 와 있으나 다만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라는 명언으로, 기술 혁신의 일상성과 그에 따른 세계관의 절박한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1990년에 제작, 개봉되어 큰 인기를 모은 오락영화 <토털 리콜>은 미래상의 가장 두드러진 요소 중 하나를 "사실이 아니면서 사실처럼 느끼게 하는 오락"으로 꼽아 극의 중추 소재로 활용했습니다. 이때 일반에 처음으로 그 가능성이 널리 인식된 이른바 "가상 현실"은, 이의 보편적 상업적 활용을 위한 여러 지엽적 기술이 간헐적으로, 혹은 제법 화제를 모아가며 개발되었지만, 이상하게도 근 이십 년이 지나도록 저 고전 SF에서 제시한 비전에 영 다가서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에도 그런 진단이 자주 나오지만, 심지어 한때 "가상 현실"은 잊혀진 영역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역시 이 책 중에서 시원하게 지적하듯) 페이스북이 뜻밖에도 오너의 강력한 의지에 바탕하여 이 분야 선도적 사업자로 나섬에 따라 다시 부각되는 요즘입니다. 

가상현실은 물론 산업적, 혹은 국가 정책적으로 무궁무진한 응용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많은 기업들이나 우리 같은 일반 소비자들이 관심을 두기로는 엔터테인먼트, 여가 선용, 오락 방면에서의 역할 쪽입니다. 사람은 못 먹어 본 것, 못 구경한 것, 못 느껴 본 것을 감각적으로 접해 봐야 직성이 풀리는, 나면서부터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종족입니다. 체험을 직접 해 보고 싶지만 여러 사정,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거나, 다른 절실한 과제나 업무 때문에 감행하기 꺼려진다거나(이 역시 기회비용의 문제입니다만) 할 때는 계획을 접는 게 보통이죠. 가상현실은 한마디로 말해, 비용 문제를 걱정하지 않고 "거의 진짜나 마찬가지인 체험"을 겪게 돕는 도구, 환경, 시스템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비용과 가격입니다. 가짜를 즐기는 데 진짜 체험이나 별 차이도 안 나는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면 아무도 그 상품을 사려 들지 않을 겁니다. 다른 한편으로, 혹 판매자 입장에서 가격을 타협할(낮출) 수 없다면, 그 서비스는 구매자에게 "진짜를 차라리 능가하는" 멋진 쾌감을 선사할 수라도 있을 만큼 효과가 좋아야 합니다. 이 두 가지 면에서 생산자들은 고객의 니즈를 충족 못 시켰기에, 여태 업황이 지지부진했던 거죠. "가상 현실"이 인터넷의 보편적 이용이라든가, 모바일 소통보다 더 가능성이 일찍 주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태 이 정도에 머문 건 이런 사정 때문입니다.

왜 다시 가상현실인가? 저커버그 같은 이들도 마냥 개인적 선호를 동기 삼아 모험성 투자를 결단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우리 동양인들보다는 서양인들이 특히, 머리로는 아닌 줄 뻔히 알면서도 감각, 특히 시각적 속임수에 자발적으로 넘어가며 "속는 쾌감"을 즐기는 습성이 있습니다. 요즘처럼 세계화가 진전되고 보편적 대중 문화의 향유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일상의 기쁨이 된 지금, 놀이동산 방문이나 기존의 3인칭(이 말의 뜻은 책을 읽어 보면 명확히 다가옵니다) 게임 몰입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분명한 욕구가, 여러 채널을 통해 소비자들을 길들이고 나의 원 체질이나 기호인 양 침투를 압박해 옵니다. "이거 안 해 봤으면 말을 말지 그래?" 게임과 담을 쌓고 사는 이들에게조차 뉴스를 통해 "포켓몬 고"가 뭔지는 싫어도 개념 파악이 절로 되는 현실입니다. 

virtual이란 말은 참 묘한 어감을 가집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사실상의" 같은 뜻이 맨 먼저 제시됩니다. 그럼 이건 사실이라는 걸까요, 그 반대라는 걸까요? 우리말 번역 "가상(현실)"을 보면, 아예 가짜라고 단정하는 명명입니다. 빤히 가짜인 줄 알지만 진짜 같고, 진짜보다 더 실감나며 (이게 중요한데) 신나는 효과, 이게 바로 virtual의 본질입니다. p20에는 폴 밀그람 예일대 교수의 규정을 빌려, 현실- 증강현실 - 증강가상(이는 아직 우리, 그리고 산업계, 학계에 낯선 phase입니다)- 가상 처럼, 네 단계가 전 구간을 채우는 개념스펙트럼을 제시합니다. 이 네 단계를 모두 합쳐 "혼합현실"이라고 부르는데, 그렇다면 띠의 양 끝에 위치한 두 단계도 100% 순도는 아닌 셈이죠. 이 스펙트럼이 우리에게 요긴히 가르쳐 주는 한 가지 포인트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이 어떻게 구별되는지에 대해 기술적(descriptive) 설명이 아닌, 어렴풋하나마 전체 구조의 그림이 그려진다는 겁니다. 기술적 설명은 바로 그다음 페이지에 도식화하여 자세히 나오는데, 이 역시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핵심만 잠시 발췌하자면, 증강현실은 1) 유저의 시야를 완전히는 가리지 않고(=상당 부분을 그대로 드러내고), 2) 이동하면서 사용하는 게 보통이고 3) (생산기업 입장에서)위치 처리, 데이터 처리, 카메라 인식 같은 기술 개발에 주력한다는 점입니다. 가상현실은 정확히 그 반대이며, 3) 관련해서는 인체의 시각, 청각 등 기초 연구에 보다 집중하는 게 큰 차이입니다. 제 생각에는 개발자들이 주안을 두는 방향인 3)이, 이 책을 읽어나간다거나 혹은 벤처 투자에 관심 있는 분들이 집중적으로 파고들어야 할 사항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의 감각이란 그 조작의 주체가 철석같이 믿는, 생존과 존재의 바탕이 될 기제이자 생리 작용이지만, 그 현실은 불완전함과 착오 투성이인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가상현실이든 증강현실이든 이 인지 메커니즘의 틈을 파고들어 "(객관과 무관한) 주관의 쾌감을 극대화"하자는 상품이자 서비스의 승리를 목적으로 삼는 사업영역이므로, 어떻게든 나약한 인간을 최대한 즐겁게 속여 줄 방법을 찾아내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책에 여러 언급이 나오지만, 이른바 지연속도(그 이하로 화면을 연결하면 단절을 연속으로 착각) 같은 이치의 발견은 벌써 지지난 세기부터 연구를 통해 주목되곤 했습니다. 특히 가상의 세계 하나를 머리속에 자발적으로 생성해 내는 게 VR의 과제이므로, 120도 이상의 시야각을 확보한다거나, 초당 90장 이상의 화면을 처리할 능력을 기기가 보유하게 만드는 게 "시각 기만" 방면에서 업계의 화두였습니다. 나머지 몰입감은 청각 기만이 처리하는데, 이 분야에서도 소위 3D 오디오의 개발 등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체험의 형성은 이제 상용화의 이름값에도 거의 부끄럽지 않은 수준에 다다른 듯 보입니다. 책 뒤 각론에도 나오지만, 화면 중 유저의 시각이 머무르는 그 부분만 해상도를 높인다거나 하는(시선이 머무르는 부분의 해상도로 전체의 선명도를 판단하는 인간 시각의 한계) 선택과 집중의 간단한 아이디어로 큰 호평을 얻은 한국 기업의 예도 나오는데요.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개별 단말기의 성능이 아직 아주 만족스런 정도가 아닌 만큼, 정해진(시장 가격을 맞출 수 있는) 한계 안에서 최대 효용을 낼 수 있는 창의력이 요구되는 형편입니다. 아직은요. (아니라면 벌써 우리는 VR 기기의 즐거운 홍수 속에 파묻혔을 겁니다)

장기간 육상 대중 교통 수단에 탑승하거나 항해 중엔 왜 멀미가 날까요? 실제 동작과 뇌가 인지하는 내용이 불일치하는 데 그 원인이 있음은 우리가 다 알죠. VR도 마찬가지라서 소위 VR멀미(적절한 번역 같고요. 우원어는 simulation-sickness라고 이 책에 나옵니다. sea-sick[배멀미] 같은 기존 어휘를 잘 비튼 신조어죠) 문제가 오랜 동안 해결이 안 된 게 이 분야의 발전을 가로막은 큰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이 외에도 포컬큐의 혼란(실제 거리와 뇌의 인식 사이의 격차 설정 교란) 때문에 눈의 피로가 가중되는 게 여전한 난제 중 하나라고 하는군요. 

전세계에서 3D 영화 <아바타>가 가장 큰 호응을 부른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었는데요. 이때 사실 3D TV도 일부 얼리 어댑터에 의해 호응을 얻고 붐이 일기도 했던 걸 저도 기억합니다. 책에서는 안경 착용의 불편함 등 여러 이유로 이 기막힌 호기를 업계가 살리지 못하고 결국 무위로 돌린 아쉬움을 지적합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같은 게 몇 년 전에 업계 개발자뿐 아니라 유저 섹터에서도 논쟁의 불이 붙는 등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만 또 지금은 지지부진하고, 폴더블 스마트폰 등에 자리를 내 준 형편이죠. 이런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듯 혁신적 기술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장에서 현실적 수요를 창출할 수 있게 얼마나 단가를 낮추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는 가상현실뿐 아니라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모든 분야가 다 마찬가지입니다. 번역 서비스(일단 질적 측면은 차치하고)를 패킷당 비상식적 요금을 내야만 이용할 수 있다면 과연 누가 쓰려 들겠습니까. 부자들은 그냥 책임도 쉽게 따질 수 있고 융통성도 높은 사람을 쓰면 그만입니다. 책 후반부에서는 패기 있는 한국 기업들의 여러 사례를 소개하는데, 읽으면서 이런 현실, 즉 보유한 첨단 기술의 즉각 상용화가 어려운 한계에 대해 절감할 수 있더군요. 카카오는 어느새 법제상으로나 현실의 영향력에서나 "대기업군"에 속하게 되어, 이런 젊은 도전자들의 요긴한 기술을 사들여 벤처 생태계의 바람직한 양상을 구축해 가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이뿐 아니라 재벌기업 롯데도 자신의 테마파크가 제공하는 오락의 방향성을 다변화하는 데 이 VR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데서 엔터테인먼트 미래상의 분명한 비전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VR은 꼭 오락에만 쓸모가 궁리되지도 않습니다. 현재 한국 TV 정보 방송에도 자주 등장하는 내시경 치료술 홍보 영상을 보면, 어느 정도는 VR의 핵심인 그래픽을 최대한 채용한 것들입니다. 책에는 미국 어느 대학에서 VR을 활용한 수술, 동시에 이를 이용한 의대생 교육 현황에 대해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합니다. 다소 궁색한(?) 응용 같기도 하지만 고소공포증 환자 등을 치료할 때 이 가상의 "환경 구축"은 무엇보다 치료진에 큰 도움을 주는 기술이겠죠. 진통제의 오남용은 결국 환자에게 다른 질환을 초래하기도 하는데, "감각에의 기만"은 이 진통제 처방을 줄이는 데도 크게 도움을 준다는 대목이 특히 공감되었습니다. 

VR은 사실 우리 일상에서 이미 바싹 다가온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스크린 골프 연습장"이 VR의 가장 생생한 응용이 아니고 뭘까 싶은데요. 이 외에도 저자는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사업화하려다 뜻이 꺾인 섹터가 바로 "플스방" 같은 예라고 지적합니다. 이는 저작권자인 소니가 강력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인데, 권리자로서 당연한 권리 행사이긴 하나 보편적 소비를 위해 어찌 보면 알아서 채널 하나가 구축된 셈인데 업자 모두가 상생하는 쪽으로 판로 생성, 정규화가 법제를 통해 이뤄지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운 점입니다. 뛰어난 기술이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현실에의 안착으로 해피 엔딩이 이뤄지기까지 이처럼 까다로운 고비가 많다는 점 다시 확인되었구요. 책에 소개된 구체적 정보 덕분에 당장 간편히 사용,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에 대해서도 더 구체적으로 아는 기쁨이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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