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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읽어보고 싶.. 
너무 꼼꼼하게 리뷰를 올려주셔서 .. 
리뷰를 보아하니 책 내용도 너무나 궁.. 
이무것도 안 하는 직업이라는 책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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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송 제국 쇠망사 - 자오이 | My Reviews & etc 2019-09-3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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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대송 제국 쇠망사

자오이 저/차혜정 역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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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는 당말의 혼란, 5대 10국의 분열상을 겪고 한족 정통의 문화를 앞세우며 건국되었는데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처럼 순혈주의를 기치로 내건 체제란 좀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뿐만 아니라 송나라는 사대부를 우대한 정책으로도 유명한데, 송을 멸하고 바로 뒤에 들어선 원 제국은 유명한 "구유십개"를 내세움으로써 이에 대한 정면, 전면 경멸을 표방했습니다. 딱히 필요도 없는 제스처였는데 구태여 저렇게 나간 건 그만큼 송에 대한 선명한 안티테제를 자처하려는 의도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단, 이 책에도 언급이 있듯 최근에는 과연 구유십개 구호가 실체를 갖췄는지에 대해 진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송 태조 조광윤은 여러 세력을 위무할 만한 실력(무력), 특유의 인품 등에 기대어 천하통일을 완수했으며 그런 만큼 중화 세계의 큰 기대를 한몸에 모았던 인물입니다. 그러나 이미 3대 진종 대에 들어 거란의 심각한 압박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거란은 송이 들어서기 전 이미 후진, 후한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강력한 국가였으나, 창업주인 태조, 태종 당시에는 다소의 소강 상태를 유지했는데 이는 그들 내부의 사정도 어느 정도는 작용했습니다. 마치 우리 고려가 갓 통일될 무렵, 태조 왕건이 강도 높게 거란을 도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응하는 대응을 즉각 하지 않은 일과 연관지어 생각할 만합니다. 이후 거란이 그 내부를 추스린 후엔, 고려나 송에 대해 강경 드라이브를 구사하고 고려 역시 이에 대응하느라 진땀을 흘렸습니다.

왕안석은 분명 송 체체 특유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꿰뚫어보고 부국강병책을 고안했습니다. 제가 중등 교육을 받을 시절의 교과서에도 분명 왕안석의 개혁 시도를 높이 평가했으며, 송 조정과 사대부층이 이를 대폭 수용하지 않았기에 멸망을 자초했다는 취지로 기술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연구는, 왕안석을 계승한 신법당 역시 사리사욕에 눈 멀어 여러 실책을 저질렀다는 의견이 또 많습니다. 문제가 많은 게 분명한데 현상유지를 고집하는 게 그렇다고 또 바르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중용의 미덕이 필요한데, 결국 송나라는 이를 실용적으로 해결도 못하고 내부 분란도 추스리지 못해 망하고 만 것입니다.

대단한 것은 이후 여진의 금에 밀려 회수 이남으로 퇴각한 후, 의외로 포텐을 잘 북돋워 꽤 부강한 나라를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여진의 공세에도 의외로 선방했고, 몽골이 대거 밀려 왔을 때에도 (우리 선입견과는 달리) 장기간에 걸쳐 항전했습니다. 한참 후 명나라가 여진의 청이 밀고 들어왔을 때 (이미 이자성에게 망한 후라고 하나) 복벽의 몸부림이 지극히 미미한 채 항복한 사례와는 대조적입니다. 이는 아마도 청 제국이 가능한 한 기존 질서를 건드리지 않고, 오히려 질서 수호를 내세우며 한족 문화에 폭 넓게 호응한 점이 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문천상이라든가 악비라든가 하는 충신이 유독 많이 출현하여 끝까지 지조를 지킨 사실에 대해, 당대나 이후 근세의 사가, 평론가들도 그렇고 현대 학자들도 "결국 사대부를 우대했던 체제였기에 충신이 그토록 많이 나왔다"고 입을 모읍니다. 뒤집어 보면, 몽골의 원이 그저 무력 위주로 무식하게 정치를 편 패착이 크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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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위한 자기관리 노트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9-09-2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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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성공을 위한 자기관리 노트

박지현 편
새희망 | 2004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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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달 전 자신에 대한 모든 기록을 여러 권의 책으로 엮으신 어느 분의 책을 읽고 서평을 여기 남긴 적 있습니다. 기록은 일단 자신의 삶의 궤적을 소중한 필치로 종이(비유적 의미)에 남긴 것이지만, 그 기록이란 게 자신의 기억에만 보조 도구 노릇을 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먼 후대에 이르러, 후손들이 지난시절 무슨 일이 있었는지 탐구하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려 노력할 때, 이 사소해 보이는 한 점의 기록이 중대한 역사상의 연구 노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뮤얼 존슨이 자신과 자신의 시대에 대해 남긴 기록은, 일 개인의 기록이 역사와 인문의 발전에 얼마만큼이나 큰 공헌을 할 수 있는지 우리에게 여실히 보여 주는 예입니다. 반면 한국인들의 경우, 유독 기록에 무관심하거나 뭔가 기록으로 남는 걸 꺼린다고 할 만큼, 풍성한 기록 문화가 빈약하게 남은 편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 같은 자랑스러운 유산이 있지 않냐고 되묻는다면 물론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않겠지요. 또 구백 차례가 넘는 외침(外侵)의 아픈 역사가 있었기에 많은 유산이 소실되었음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저자께서는 특히 직장인들에게, 지금부터라도 나 자신의 모든 기록을 소중히 가꾸고, 무엇인가를 뚜렷한 흔적으로 남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니, 직무에 관련된 일지, 혹은 로그 기록은 누구나 작성하는 게 보통입니다. 혹 그걸 가리키는 거냐고 되묻는다면, 저자께서 지적하는 건 그런 류의 공식, 공적(公的) 기록이 아니라, 자기 개인에 관련된 비망록입니다. 개인적 기록을 왜 남겨야 하는가? 또, 그 기록이 과연 무슨 큰 도움이나 효용을 낳는단 말인가? 이런 의문이 누구에게나 드는 게 자연스럽고 솔직한 반응입니다. (시일이 한참 흐른 후 정년이나 퇴직을 맞이하여 혹 책이나 한 권 쓸 때에나 보조 자료 구실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말이죠) 

저자께서 강조하는 기록의 효용은, 일단 자기 점검입니다. 사람이 하루를 사는 목적이랄까 보람은, 어제의 서투르고 미숙했던 나를 조금이라도 반성하며, 어느 단계 무슨 방향에서건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되어 간다는 그 향상과 진취에 달려 있습니다. 어제만 못 하고 퇴보하는 인간, 말로는 다짐이니 결심이니를 떠들면서 실제로는 옹색하고 비루하며 완강한 에고 속에 갇혀 한 발짝도 못 나가는 인간, 반성은 그저 "나도 반성을 할 줄은 아는 인간이다"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려 떠드는(따라서 남 보여 주기 위한 삶을 사는 유형이죠. 보여 줄 게 아무것도 없으면서 말입니다) 선전으로만 이용하는, 속셈이 아주 교활한(그러면서도 어리석은) 인간, 이런 사람이 입버릇처럼 올리는 구호는 기록도 아니고 반성도 점검도 뭣도 아닌, 더러운 기만에 불과합니다.

저자께서 강조하는 건 그런 엉터리 치장이 아니라, 정말로 손톱만큼이라도 나아지길 기약하고 발버둥치는, "이만하면 나 괜찮지 않나요?"를 자신에게 세뇌하지 않는, 발전과 도약을 위한 몸부림입니다. 저자는 이를 위해, 목표 관리, 건강 관리, 학습 관리 같은, 자신만을 위한 기록의 행진을 멈추지 않을 것을 조언합니다. 물론 직장인인만치, 마냥 개인적 기록으로 지면을 채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일정관리, 업무관리, 관계관리(이는 公과 私가 혼재된 포맷이겠습니다만)를 병용, 병행할 것을 충고합니다. 

저자는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기록이 경쟁력이다" 인간이 이만큼이나 문명과 의식의 진화를 달성한 건, 선조들의 성과와 시행 착오를 온전히 기록으로 간직하여, 후세 사람들이 그를 참고하고 보감으로 선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거대히 면면히 이어지는 문명사 속에서만이 아니라, 개인도 하나의 작은 우주이자 자기만의 사연을 지닌 연속체입니다. 기록은 그 개체의 "품질, 충실도, 순정성"을 담보하는 하나의 발판이자 증거물입니다. 우리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가장 확실하고 손쉬운 길을 왜 애써 외면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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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 두배 독일 - 이민정 | My Reviews & etc 2019-09-2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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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설렘 두배 독일

이민정 저
디스커버리미디어 | 2019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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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계천에는 (뜻밖에도) 베를린 광장이 있습니다만 독일에 가 보면 한 번쯤은 들러봐야 할 멋진 광장들이 여럿 기다립니다. 이 책에도 젠다르멘 광장, 알렉산더 광장(이에 관련한 소설도 있죠), 포츠담 광장 등 쟁쟁한 명물이 소개됩니다. 유럽 어느 국가에도 광장을 따로 만들어 행사도 개최하고 여러 용도로 시민의 편의를 도모합니다만, 모든 광장은 그 위에 선 겨레, 혹은 집단, 당파가 얼마나 시대를 치열히 살아왔는지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베를린 장벽은 그것이 세워져서 가족, 형제, 친우의 소통을 가로막았을 무렵이나, 뜻밖의 시점에 무너져 세계에 충격을 주었을 시점이나, 실로 막대한 역사적 함의를 띤 장소입니다. 이것 관련해서는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미스터 고르바초프, 테어 다운 디스 월!"을 외친 연설이 아주 유명합니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딱히 그런 말을 들어야 할 만큼 꽉 막힌 사람은 아니었던 듯한데, 그 연설을 할 무렵에는 아직 과감한 개혁, 개방 정책을 밀고 나갈 때가 아니었나 봅니다. 그의 전임자, 즉 브레즈네프나 체르넨코 같은 이들이라면 그런 쓴말을 들어 마땅했습니다만.


프랑스는 일찍부터 국민 국가를 이루다시피 하며 방대한 영토를 대체로 통일적으로 관리했습니다만, 독일은 이름만 독일일 뿐 수많은 영방(領邦)으로 나뉘어져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발전이 더뎠습니다. 법학자 자뷔니는 통일 민법전을 만들려는 시도에 대해, "아직 독일어와 독일의 수준이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며 충격적인 폄하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평가는 이웃 나라 프랑스를 특히 염두에 두고 "그에 미치지 못함"을 피력한 것이라서 더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독일이 다채로운 어트랙션을 갖게 된 건, 역설적으로 이런 다양한 문화, 역사 배경을 갖고 저마다의 템포로 발전해 온 내력도 한몫하지 않았나 생각도 해 봅니다. 독일이라고 하면 신교 국가로 알지만(특히 프로이센 때문에), 의외로 가톨릭 지역도 많고 개신교 안에서도 이단시된 종파가 생겨 주류와 치열한 갈등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과거 미국에 이민 온 "독일인"들을 보면, 한 집단으로 묶을 수 없을 만큼 배경이 다양합니다. 


책 말미에는 간단한 독일어 회화도 실렸고 현지에서 닥칠 때 당황할 만한 여러 상황에 대한 좋은 팁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저자가 내세운 대로 "실거주자 경험이 페이지마다 녹아들었다"고 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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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셀프트래블 | My Reviews & etc 2019-09-27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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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독일 셀프 트래블

김주희 저
상상출판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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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연방 공화국입니다. 원래 프로이센 왕국의 주도로 정치적 통일을 이뤄 여러 다양한 배경을 가진 왕국, 자유시 등을 아우르다 보니 그리 되었는데 별반 국토가 넓지 않으면서도 구태여 "연방" 시스템을 취한 건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1차 대전 패배 후 호언촐러른 가문의 특권적 지위는 폐지되었으나 여튼 만신창이가 된 나라를 잘 추스려, 또 미친 히틀러의 파멸적 통치기를 거쳐 여기까지에 이르며 오늘날에는 가장 모범적인 민주주의를 펼치는 나라로 평가 받습니다.

독일을 가 보면 북서부에는 니더작센, 중부에는 작센 안할트, 남동부에는 작센 등, 주 중에 무려 셋이 "작센"을 일부건 전부건 이름으로 달고 있습니다. 작센이라고 하면 앵글로 색슨이라고 할 때의 그 이름 후반부와 기원이 같으며, 게르만 여러 부족 중 매우 번성했던 한 집단입니다. 그럼 고대 작센 족이 모두 이 광대한 땅에 살기라도 해서 이리 이름이 남았을까? 그렇다고 보기는 힘들며, 다만 각각의 땅에 광대한 영지를 구축한 가문들이 그 먼 기원을 작센에서 찾기는 합니다. 그러나 많은 족보, 행장류의 워딩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힘들듯 이런 "작센"들도 신빙성이야 약한 편이죠.

상수시 궁전은 그게 독일에 있는 게 맞는지 잠시나마 갸우뚱해지는 곳인데 직접 가 보고 나서야 기억이 확실히 자리잡히게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어진 풍도 그렇고 그 이름도 독일스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음악이 들리는 예술의 도시"라고 한 라이프치히 역시 그런 우아한 사연과 개성도 있고, 한 영웅이 비참하게 몰락한 장(場)이 되기도 했습니다.

엘베 강은 이 책의 스페셜 페이지에 실렸습니다. 강의 잔잔한 표면만 보면 무심한 듯하지만, 이 엘베에서 조우한 서와 동의 양군은 이후 20세기의 절반을 파멸적인 긴장으로 감싼 냉전의 서막을 올린 셈입니다. 다시 서쪽으로 와서, "영국을 지배한 왕가의 자긍"인 하노버는 정말로 긍지 가득한 곳입니다. 앞서 말한 니더작센의 중심지가 하노버이며, 하노버 왕실은 유럽에서 가장 유서 깊은 명가였으며 "작센"이란 이름을 쓸 거의 유일한 자격을 갖춘 곳이었고, 다소 뜻밖으로 브리튼의 왕계를 이어가는 등 현재에 이르기까지 프레스티지를 유지하는 혈통입니다. 재미있는 건 영어에서는 하노버의 n이 한 개이고, 독어에서는 두 개라는 점입니다.

예전에 제가 어떤 다른 여행작가님의 책을 읽을 때, 저자는 현지인들에게 "고대부터 이어져 온 로마, 라틴과 게르만의 라이벌리"에 대해 질문했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독일 곳곳에 남은 로마의 지배 흔적에 대해 아무 위화감도 안 느낀다고 대답해서 당황했다는 문장을 본 적 있습니다. 쾰른은 고대 로마 제국의 유적은 물론이고, 서로마 멸망 후 오백여 년이 지나 등장한 "신성 로마 제국"의 흔적도 많습니다. 이 신성 로마를 개창했다 볼 수 있는 오토 대제야말로 작센 족의 직근 후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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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사전 | My Reviews & etc 2019-09-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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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주와 천체의 원리를 그림으로 쉽게 풀이한 천문학 사전

후타마세 도시후미 저/나카무라 도시히로 편/토쿠마루 유우 그림/조민정 역/전영범 감수
그린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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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며 온갖 상상의 나래를 다 펴는 체험이란 꼭 외가 등을 시골에 둔 이들만의 특권은 아니겠습니다. 도시에서도 운 좋게, 쏟아지는 듯한 별무리의 향연을 어쩌다 볼 수는 있습니다. 누구나 동경의 타겟으로 삼을 수 있는 별, 별, 별을 보고 자연스럽게 천문학 개론서 등에 손을 뻗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한테도 어느 고등학생이 책 한 권을 빌려 달라고 한 적 있는데, 반응은 거의 100%로 "엄청난 좌절"입니다. 별 이야기가 가득할 줄 알았는데 전부 미적분 수식이고 따분한 광물 타령에 무슨 광학에 상대성 이론 따위의 장대한 전개입니다. 이런 체험 후에는 아마도 도시의 젊은 영혼은 다시는 밤하늘을 쳐다 보지 않을 듯합니다.

중세 이래로 여러 똑똑한 두뇌들이 그저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여러 방법을 고안하여 많은 지식을 쌓아 왔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땅이 모니지 않고 둥글다는 점도 알고,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돌 뿐 그 반대가 아니라는 사실도 잘 이해합니다. 그런데 지동설 등이 사실로 입증된 후에도, 뛰어난 천문학자, 우주 물리학자들이 학문적으로 많은 성과를 내었습니다. 문제는 이후의 소중한 성과가 일반 대중에게는 쉽고 친숙하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현대 천문학의 성과뿐 아니라, 사실 케플러, 뉴턴 이후의 고전 천문학 내용도 잘 모르는 이들이 90%가 넘습니다. 중국이 달의 뒷면에 우주선을 보내 그 은밀한 광경(지구인들에게는)을 찍어 오는 시대이지만 달이 어떻게 해서 밀물과 썰물을 일으키고 달마다 차고 기우는지 어린이들도 알 수 있게 설명해 보라면 어른이라 해도 뭐 어림 없습니다. 어른은커녕 해당 분야의 전공자에게도 사실 뭘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일본인 저자들(전부는 아니지만)의 책을 읽어 보면 항상 느끼는 게, 꽤 어려운 내용을 무척 쉽게 설명하거나, 적어도 그런 쉬운 설명에 엄청 큰 사명감을 느끼고 노력한다는 점입니다. 텍스트를 쉽게 쓰는 건 해당 분야에 달통한 이라면 가능합니다. 그런데 일러스트를 곁들여 1) 본문과 잘 밀착하고 2) 개념과 내용을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건 또 별개의 과제입니다. 이 책은 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낸, 참 쉽고 재미있게 쓰인 책입니다. 좀 과장하자면, 이 책의 장점은 텍스트도 텍스트지만 보기 좋게 잘 그려진 도해에 첫 방점이 찍힌다고 해도 과언 아닙니다.

유명한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을 보면 하늘을 가리키는 플라톤과 땅을 지시하는 (그 제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중앙에 그려집니다. 보편과 추상, 완전한 이상태를 중시하는 전자, 반대로 개별과 현상, 현실을 더 지향하는 후자의 대립은 이후 서양철학과 과학을 내내 주도해 온 굵직한 트렌드이며 프레임이었습니다. 사실 별, 그리고 천문 현상은 하늘을 응시해야만 보이는 게 아니며, 저 두 사람의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말했듯, 우리 자신을 똑바로 성찰할 때도 그 숨은 이치가 모습을 드러낼 때가 있습니다. 아득한 예전 빅뱅 이후 하나의 먼지로 시작해서는 이처럼이나 덩치를 키운 지구를 면밀히 지켜볼 때, 수만 광년 떨어진 천체에 대해서도 그 내부, 표면이 어떻겠거니 하고 유효한 짐작이 가능합니다. 이런 짐작은 이후 관측과 실험을 통해 최종적 검증이 가능해진 후 최종 진리의 세계로 편입됩니다.

티코 브라헤는 생전에 거의 광적이라 할 만큼의 열정과 엄정성으로 온갖 데이터를 모은 학자입니다. 2014년에 개봉된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 과학의 발전이 멈춘 게 "(기후 변화 등 재앙 외에도) 더 이상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는 사정이었습니다. 이걸 먼 미래(라기보다 다른 차원)에서 부친이 모스 부호를 통해 (책장 뒤에서) 전송하며,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된 현재의 연구진이 시공간을 자유로이 콘트롤할 수 있는 끝판 공식을 찾아냅니다. 데이터 없이는 사실 어떤 것도 불가능하며 모든 건 그저 SF의 영역에 머물 뿐입니다. 이 스승(이라기보다는 선배?) 티코 브라헤의 데이터를 활용해, 케플러는 엄청난 법칙 세 가지를 정립합니다. 이 공식들은 21세기인 지금도 세계의 모든 고등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합니다. 그 내용도 너무도 단순, 명쾌하여 과연 그 아득한 천체들의 운동을 모두 설명할 수나 있을지 의심이 갈 만큼입니다. 하긴 궁극의 법칙은 복잡하지 않고 가장 순수하게 명징한 모습이라야 할 것 같습니다.

단주기 행성 중 유일하게 눈으로 관측 가능한 게 핼리 혜성이고 최초 관측자의 이름을 불멸로 만든 녀석이기도 합니다. 그저 혜성 하나에 이름을 붙여 준 데서 의의가 끝이 아니라, 우주 공간을 돌다 주기적으로 이 땅을 방문하는 천체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을 찾게 된 중요한 계기라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한편, 20세기의 아인슈타인이 놀라운 건, 기존의 고전 물리학으로도 현상을 설명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음에도 불구, 아무도 아쉬워 않았던 그 빈틈(있는 줄도 몰랐던)을 파고들어 세상을 보는 전혀 다른 시각을 제공했다는 점입니다. "그의 말이 혹 맞다면 앞으로 이러이러한 현상이 관측될 것이다." 보란 듯이 입증이 이뤄진 후 그는 천재(genius)의 정의를 새로 쓰게 한 인물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폴 고갱의 그림 제목이기도 합니다만 데이터와 지식이 축적될수록 우리는 기원에 대해 궁금해하며 동시에 우리의 귀착, 미래에 대해서도 한편으로 불안한 탐구를 이어가려 들 수 있습니다. 가모브는 사실 철자를 저렇게 읽어냐 하나 싶을 만큼 이름부터가 좀 특이한 분이고 행적도 기인에 가까웠는데, 이분의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가 역시 현대 물리학과 천문학의 역사를 다시 정립하게 도왔습니다. 일반 대중들도 첨단 과학의 성과 그 결론 정도는 정확하게 알 권리와 의무가 있으며, 더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호기심과 창의적 사고의 발판입니다. 어려운 주제를 최대한 쉽게 설명해 주는 이런 책은 그래서 더욱 소중한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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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스마트팩토리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9-09-2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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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4차 산업혁명의 스마트팩토리

조현성,박남섭 공저
진샘미디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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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의도는 1) 그만큼 산업계의 동향이 빨리 변화하고 있으며, 2) 만약 미래에 전향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 책에 제시된 모든 내용에 대한 적응은 "3년 후"가 아니라 "지금 당장"이 되어야 할 만큼 시급한 것이라며 우리를 경각하는 데에 있을 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내용은, 관련 산업계에서 이미 현실이 되고 있는 추세들입니다. 굳이 매주 발간되는 <산업동향보고서>나 연구소 리포트들을 챙겨 읽을 필요도 없이 말입니다.


아마도 이 책 내용 중, 제 나이 또래들에게 가장 화급히 와 닿을 만한 내용은 바로 "자동 운전 장치"에 대한 내용일 것입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조금 다릅니다만, 이 파트의 필자는 주로 르노의 최근 전략에 초점을 두고, 이 회사가 이 트렌드를 줃도하는 것처럼 서술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입니다. 우리는 출근 시간 동안 잠시 운전을 하는 그 시간도, 운전대 뒤에서 난폭 운전자, 막히는 차선 따위에 여간의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되고, 촌각을 다투는 업무 완료를 위해 그 아까운 시간을 일정 부분 길에 버려야만 하죠. "자율 주행"은 그래서, 없어서는 안 되는, 제발 좀 지금 당장 나와 주었으면 하는 장치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다루고 있듯, 솔루션 단계에서의 만족을 주기조차 힘들게, 아직 관련 기술이 발전은 미비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제법 자주 다루는 것처럼, 자동차 관련 제도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은 사실 그렇게나 빈번히 일어나는 사고들의 책임 소재 규명입니다. "자율 주행"은, 특정 도로의 특정 구간이 전면적으로 "자율 주행 차량"에게만 개방되지 않는 이상, 이번 세기 안에조차 요원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웨어러블 기기가 제3의 물결을 이룰 새로운 단초가 될 것이라는 유회준 KAIST 교수의 인터뷰는 꼭 읽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의료 환경은 진단과 처방 그 자체보다, 특정 환자에 대한 사전 사후 관리에 따르는 엄청난 비용이 더 문제인데, 웨어러블은 이 문제를 근본에서부터 해결 가능하다는 그의 말이 놀랍고 흥미롭습니다.  책에는 이 외에도, 우리들의 협소한 시야를 탁 틔워 줄 놀라운 이야기와 전망이 가득합니다. 이 모든 것이 "3년 후"에? 천만에요, 바로 우리 눈 앞의, 피부에 와 닿는 현실입니다. 안철수 씨의 말대로, "다만 불균등하게 와 있을 뿐"이죠. 이건 먼저 인지하고, 선점하는 자를 향해 호의적인 미소를 짓는, 진정 블루 오션의 잔물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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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9-09-2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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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4차 산업혁명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한석희,송형권,이순열,조익영,장원중,변종대,임채성 공저
페이퍼로드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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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 무엇인지 말로만 무성할 뿐 아무도 분명한 아젠다나 실천적 과제를 제시하지 못합니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의 최고 경영자들도 일선에서 선명한 비전을 갖고 있지는 못한 듯합니다. 실정이 이런 판에 일반 시민이나 어린 학생들이 자신의 장래를 놓고, "4차 산업 혁명"을 키워드 삼아 어떤 건설적 투영을 해 내기란 거의 가망이 없다고나 해야겠죠. 그 실체가 파악되지 않은 채 말만 무성하니 사람들이 더 버거워하고 심지어 두려워하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보다는 훨씬 부담 없는 이슈이겠을 "빅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5, 6년 전부터 많은 전문가나 저술가들이 지적해 왔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미 키워드가 대중화한지 한참 지난 이 문제를 놓고서도, 일선의 경영자들이 자신의 업무에 거의 활용할 줄을 모른다는 겁니다. 심지어 빅데이터의 개념부터가 안 잡힌 분들도 많습니다. 막연히 "통계를 잘 활용하라는 소리지"라든가(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빅데이터 어디 가서 얼마 주면 구할 수 있나?"라고 되묻는 분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의 사고 방식이란, 세상을 통째 바꿔 놓을 이 도도한 흐름에 대해 그저 "기존의 데이터가 덩치가 커진 것" 정도로밖에 인식 못 하는 데 머무는 거죠.

이 책에서 일단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들어가는 저자님의 진단, 시각이 있습니다. 작년 이맘때(하고도 한두 달 전입니다만)에 세계, 적어도 동아시아 3국을 충격 속에 몰아넣었던, 인공지능(소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을 화제로 삼아, 대중들은 인간이 드디어 기계의 "지능"에 패배한 대사건이라며 입방아를 찧었죠. 헌데 저자는 그렇게 보지 않았다고 하시네요. "자동차가 처음 발명되었을 때, 그와 100m 달리기 경주를 벌여 진 인간을 보고 우리는 집단 패배감, 좌절감을 느껴야 하겠는가?" 오히려 또하나의 강력한 도구를 발견한 데서 무한한 희망과 가능성을 엿보았다고 평가해야 온당하다고 저자는 말씀합니다. 이 관점이 책 본문 전체를 관통하며, 또한 우리가 미래에 대한 구체적 비전을 갖추는 데 이 책이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잘 요약합니다. 




저자는 책 전체를 통해, 인공지능이니 4차 산업 혁명이니 하는, 아직은 그 실체가 분명하다거나 논자에 따라 뜻이 구구하게 갈리는 용어, 화두를 자주 쓰지 않습니다. 책 제목을 봐도 알 수 있듯, (어쩌면 오래 전에 한물 간 듯 잘못된 느낌을 갖기도 하는) "빅데이터" 하나로 모든 설명을 시도하는 내용입니다. 인공지능을 운위하는 시대에 왜 옹색하게 빅데이터인가? 저자는 정반대로, 심지어 저 알파고- 이세돌 대국이 불러온 파장마저도 "종래의 방식에 대한 빅데이터 활용의 승리"라고까지 "치환"해서 설명합니다. 하긴 더 간명하고 상식에 부합하는 설명이 가능하다면, 구태여 번거로운 개념을 동원하거나 논증 과정이 불분명한 논의를 끌어올 필요가 없긴 합니다. "인공지능의 승리"라고 설령 인정해도, 그 실체와 핵심은 결국 "인간이 이용하지 못했던 방대한 데이터의 분석에 기인한 승리"라고 바꿔 말해도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직 "지능" 자체가 어떤 구조, 속성인지 모르는 형편에, 더 이해하기 쉽고 내용도 분명히 규명된 "빅데이터의 위력"으로 초점을 잡으면, 더 유익한 결과가 나올 것 같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적용해 보기도 더 쉽고 말입니다.

(물론 인공지능이 정말 성공, 실용 단계에 확실히 진입한다면 그건 빅데이터를 훨씬 뛰어넘는, 넥스트 레벨의 성취임에 틀림 없습니다. 자동차가 "엔진과 강철과 휘발유와 플라스틱과 쿠션의 합"이 아닌 거나 마찬가지로요. 하지만 그건 업계의 성취가 일정 수준을 확실히 넘어선 후에 의미 부여를 해도 충분합니다)




저자께서는, 여전히 빅데이터라고만 해도 뭔가 어렵게 다가올, 현장의 그저 평범한 사장님들을 위해, 자신이 직접 겪은(본인이 CEO이시기도 하니까요) 사례를 중심으로 무엇이 "빅데이터 경영"인지 재미있게 설명해 줍니다. 이 책은 이처럼 저자 스스로가 겪은 사례를 바탕으로, 실무에서 쉽게 실천해 볼 수 있는 지침이 많이 담겼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예컨대 요즘 우리는 기업들이 "잉여 서비스"를 많이 줄여가고 있다는 점 실감하게 됩니다. 과거에 노트북 한 대를 사면 딸려오는 매뉴얼만 해도 웬만한 자계서 한 권 분량의 책이었습니다. 요즘은 가전제품을 사도 지류에 적힌 설명서를 구경하기 힘듭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서운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허투루 새어나가는 무익한(?) 비용을 줄이자는 절박한 현실인식에의 발로이니, 우리도 다들 기업에 몸담은 입장에서 이해해 줄 여지는 있습니다.

저자는 잔반 줄이기로 비용 절감(나아가 환경 보호 기여ㅋ)에 성공한 직접 사례를 들어 주십니다. 회사 카페테리아 같은 데서 저렴하게 공급하는 식단에, 먹지 않고 버리는 반찬이 연간 수십 톤에 달한다면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그 역시 의미없는 원가(직원 복리 후생) 출혈입니다. 우선 먹고 버린 잔반통을 다 뒤져(여기서 웃음이 나기도 했고 과연 CEO  체면에 이렇게까지 해야하는지 회의도 느껴졌지만 - 물론 직접 하신 건 아니겠지만요 - 비용 절감과 경영 효율화는 이런 자질구레한 문제의 위급한 인식에서 비롯한다는 점은 확실히 배웠습니다) 어떤 반찬을 가장 많이 남기는지 조사했다고 합니다. 답은 부침개인데, 이 음식은 갓 요리하고 바로 배식해야 하는, 온도가 생명인 품목이죠. 그런데 싸늘히 식어 있으니 입맛이 당길 리가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현장(확장하면 결국 시장이 됩니다)의 진짜 니즈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경영 효율화, 나아가서는 혁신의 단초가 된다는 거죠.




거기에 그치면 작은, 소소한 개량에 불과합니다. 저자는 반찬의 다양한 품목을 코드화하여, 막연한 직관이나 불분명한 "문과 언어" 사용이 아닌, 잔반 줄이기 프로젝트에서 계량화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언어"로 이 문제를 접근했습니다. 순간 독자인 제 머리도 아찔해지던데 해당 대목 바로 그 다음에 숱한 애로사항이 진술되더군요. 전산시스템은 글자 하나만 틀려도 전혀 다른 품목으로 분류하니 이른바 정성적 분석이 원활히 안 이뤄지더라는 거죠(오죽하겠습니까. 상상만 해도 땀이 나네요). 저자는 이 귀찮은 단계에서 포기하지 말고, 아예 당신 주변의 모든 환경을 "데이터"로 다 바꿔 놓으라고 합니다. 왜 혁신기업의 CEO들이 "데이터는 미래의 석유"라고 했겠는지 그 의미를 새기면서 말입니다(사실 이 한 줄이 책 전체의 요약, 주제 대변이라고 새겨도 됩니다).

인간의 뇌는 사물과 환경을 실체, 혹은 아날로그 포맷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결국은 의식, 무의식상으로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모두 데이터로 변환한 후 일정 프레임에 끼워 넣고 정리할 뿐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사실 여기서 인간 사이의 소통 부재, 오해, 갈등이 비롯하기도 하죠. 나는 나를 이러이러한 존재로 스스로 자리매김하는데 상대는 상대 나름대로 그의 시각에서 나를 판단(데이터화)하고, 객관적 실체(논란이 있겠습니다만)는 또 전혀 별개 지점에 있고... 여튼 문제를 선명히 인식하고 실천을 쉽게 이루려면, 아날로그적 감상이나 밑도끝도없는 이미지에 매달릴 게 아니라, 각종 장애와 이슈와 목표를 모조리 데이터로 바꾼 후 판단하고 고민하고 결정하라는 겁니다. 진짜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되더군요.

재미있는 사례가 많이 소개되고, 또 여러 혁신가들의 명언이 곳곳에 소개되어 결론 정리에 유익했습니다. 시장 조사를 통한 체계적 예측 끝에, 독신자 가구가 증가하는 대세에 호응하고자 작은 벽걸이형 세탁기를 야심차게 출시한 회사가 있었습니다. 벽걸이까지는 모르겠는데 소형 세탁기라면 대략 십 년 전에 여러 작은 기업에서 생산, 판촉을 벌이기도 하더군요. 그런데 큰 실패로 끝나고 만 게, 1) 원룸 거주자나 소형 아파트 입주민 중엔 이미 빌트인 형태로 중형 세탁기를 제공받은 경우가 많으며, 2) 이런 사람들은 대개 빨래를 그때그때 하지 않고 일주일치를 몰아서 하는 습관이 있더라는 거죠. 이처럼 데이터의 해석은 그저 큰 줄기에만 주목하거나 현장의 구체적 상황을 무시하는 게 되어서는 안 됨을 저자는 지적합니다. 

또하나 재미있는 게, 결국 빅데이터의 성공적 활용은 처음에 질문을 바르게 확정해야 가능하다는 겁니다. 세탁력이 우수한 세제를 출시하려던 회사는 데이터의 분석 후, 소비자들이 세탁 완료 후 빨래를 꺼내어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이 "냄새를 맡는 것"이란 점에 착안하여, 전략 자체를 수정했습니다. 성공의 관건은 "얼마나 깨끗하게 빨리느냐"가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깨끗하게 빨렸다는 느낌을 확실히 주느냐"에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2차 대전 당시 미 공군에서는 출격하는 폭격기가 적의 대공포에 희생되는 경우를 줄이기 위해, 비행기 곳곳에 추가 장갑을 설치하려 했는데 자원이 무제한이면 문제가 없겠으나 한정된 자원, 물자를 놓고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하느냐가 난점이었겠습니다. 귀환한 전투기를 보니 특정 부위에 집중적으로 탄환을 맞은 흔적이 있어, 전문가들은 여기에만 장갑을 입히면 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최고 책임자는 정반대로, 그곳만 빼고 다른 데다 장갑을 장착하라고 했다는군요. 그 이유란,

"그나마 이곳을 맞은 폭격기는 타격이 크지 않아 귀환할 수 있어서 우리가 지금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허나, 다른 곳을 맞은 폭격기는 적진에서 다 격추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아예 확인도 못 하는 것이다."

같은 데이터를 놓고도 통찰력 있는 리더는 이처럼 정확하고 본질을 해결하는 해법을 내어 놓습니다.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지든, 인간의 창의와 상상력은 결코 기계의 효율에 압사하지 않고, 오히려 주인으로서 그 위에 군림하며 더 많은 효용과 복리를 창출합니다. 그 기반은 현재도 무한히, 한계비용 0에 가깝게 생산되는 데이터, 빅 데이터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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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R 3.0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9-09-2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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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CSR 3.0

제이슨 사울 저/안젤라 강주현 역
청년정신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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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시안적으로 당장 눈에 밟히는 더러운 이익 추구에 몰두하면 그 획득 과정이 오래갈 수도 없을 뿐 아니라 행여 법적 제재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기라도 한다면 쓸어모은 이익의 몇 배를 환수, 추징당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가시적, 현실적 불이익을 떠나, 아무리 뛰어난 개인도 어디까지나 체제와 사회 구조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이익도 올리고 영리도 추구하며 자아실현도 이루는 겁니다. 그렇다면 만인의 박수와 환호, 나아가 "사랑"을 받으며 돈을 벌어도 버는 게 무엇보다 본인(개인이든 기업이든)의 마음도 뿌듯하지 않겠습니까? 수조 원의 돈을 꿍쳐두고 행여 여론으로부터 주목받거나 공권력의 응징이 덮쳐 올까 전전긍긍하며 잠을 못 이룬다면 그 많은 돈이 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돈을 멋지게 버는 것과, 그 번 돈을 멋들어지게 쓰는 건 다른 재주라고도 하지만(예전 인촌 김성수 선생의 부친이 한 말이죠), 번 돈을 뜻 있게 쓰는 게 다른 채널로 돈을 벌어들이는 인접 단계, 전초 과정이기도 하다면, 사회 참여나 봉사는 그저 선행의 차원이 아니라 이미 비즈니스 프로세스요 "돈 버는 머리"이기도 합니다. 저자 두 분은 실제로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이런 식으로 "의미 있게 돈을 쓰고 돈을 버는" 예를 취재, 체험도 했을 뿐 아니라, 이른바 "메디치식 참여와 후원"이 (그리 널리 홍보도 안 된 채) 이미 한국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집행되어 가치 사슬의 확고한 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팩트에 주목했습니다. 큰 규모와 명성, 재력을 지닌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나아가 개개인도 얼마든지 이 새로운 비즈니스 채널에 몸을 담고, 새로운 이익 창출의 한 통로나 모델로 삼을 수 있을 듯합니다. 백 마디 말보다 구체적인 여러 실제 사례를 통해 이 진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CSR은 그저 도덕군자의 훈계가 아닙니다. 저자는 피터 드러커의 유명한 어느 말(그의 말은 유명하지 않은 게 드뭅니다만)을 인용하며 시어스(백화점)의 회생 사례를 소개합니다. 

"converting social problems into business opportunities"

잘못 곡해하면 약삭 빠르게 기회주의자가 되라는 소리로도 들리지만 대중과 사회가 그리 눈먼 호구들은 아니라서, 이 사람이 남의 불행을 얍삽하게 이용하려 드는지 아닌지는 바로 눈치를 챕니다. 아프리카의 빈곤 문제를 해결해 준다며 현지에 침투한 중국 자본이 어느새 검은 속내를 들키고 냉랭한 반응만 얻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과거 경영난에 처했던 시어스에 취임한 로젠버그 회장은 농촌 인구를 새로운 구매층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을 짰습니다(이제는 시어스의 사례가, 우편 카탈로그 발송을 통한 주문 유도 전략으로 널리 더 알려졌죠). 하지만 농민들이 어디 돈이 있어야 백화점 물건을 살 것 아니겠습니까? 농민의 소득 증대가 곧 백화점 수요 증진의 지름길이라고 판단한 그는 곧바로 농촌의 젊은 지도자 양성 코스, 4H 운동 발주 등을 통해 농촌의 자립, 자조 분위기 형성에 주력했습니다. 훨씬 뒤 이뤄진 한국의 새마을 운동도 이로부터 큰 영향과 참고 대상을 찾았음은 말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일본은 특색 있는 이념과 경영 마인드를 지닌 상인층이 전국시대나 에도 막부 시절부터 이미 큰 세력을 형성하고 정치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 중 오오미(近江) 상인들을 보면, 이른바 삼보(三方. 삼방)의 요시(良し)라고 해서, 세 부면의 당사자가 모두 만족하는 게 진정한 비즈니스의 길임을 일찍부터 강조했다고 합니다. 우리도 잘 아는 이토추 상사 역시 이 오오미 상인들의 후신이라고 하니, 지속 가능한 이윤 창출과 사회적 소통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즘도 신약 개발과 그를 통한 막대한 이윤 창출 간의 관계 설정은 여전히 해결이 어려운 과제입니다. 이윤을 보장해 주지 않으면 누가 실패의 막대한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를 하겠으며, 그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 낸들 합당한 보상이 안 따르면 우수한 인재가 이에 헌신, 투신할 동기가 안 생깁니다. 이뿐 아니라 사회에 엄청난 기여, 후생을 베푼 이에게는 그에 맞는 대가를 지불하는 게 정의이기도 합니다. 유명해지고 적당히 칭찬 받았으면 됐네, 그걸로 만족혀." 이건 도둑놈 심뽀죠. 오무라 사토시 교수는 특히 아프리카 특정 지역에 만연한 회선사상충의 퇴치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십 년 간 인체에 머무르다 성충이 된 후 인체의 각막에까지 도달해 마침내 실명을 유발하는 무서운 녀석이죠.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기적의 3대 신약"이라고까지 부른다는데, 정작 이 약을 가장 필요로 하는 이들은 돈이 없어 구매, 투약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기적의 신약 이버멕틴을 두고, 경영자이자 오너인 조지 머크 주니어는 "약은 그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가야 한다"며 대승적으로 아프리카의 환자들에게 무료 보급하는 대결단을 내렸습니다. 머크 컴퍼니는 이 결정을 통해 세계적으로 칭송을 받고 으뜸가는 메이저 의약사로 위상을 다졌지만, 솔직히 이런 인도적인 조치를 단행한 이에게 고작 그런 식으로 "사회적 보상"이 이뤄졌다고 정리하고 말기에는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드는군요. 이익의 주판알을 튕기지 않고, "do the right thing"의 통큰 결단을 내린 분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일상에서 저런 분의 천만 분의 일도 안 되는 작은 이익을 가지고도 얼마나 좀스럽게 굴곤 합니까. 그러나 당장의 이윤 획득에 연연하지 않는 선한 심성의 증명으로, 이 회사와 CEO는 다른 기업이 백 년 이백 년을 노력해도 얻지 못할 존경과 평판을 얻어낸 겁니다. 혹시 머크 컴퍼니의 이름을 아직도 모르는 이들이 있다면, 그 위대한 인도주의와 과감한 참여 봉사 정신을 주위에 널리 전파하고 홍보해 주는 게 어떨까요. 

스튜어트 브리트 교수의 명언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광고 없이 영업 활동을 하는 건 칠흑같이 어두운 암흑에서 연인을 향해 윙크하는 것이나 같다." 많은 중소기업은 사회 참여와 csr 구현을 원하면서도, 그 방법을 몰라 결국 지레 중도 포기하고 합니다. 저자들의 제언은, "일단 시도해 보라. 그 역시 봉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사업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면, 영리 추구에 쏟는 열정과 집중력으로 올바른 채널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입니다. 끝까지 목표를 향해 전력하지 않는 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봉사" 이상으로 판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봉사가 아니라 일이라고 여기면 그 정도에 그치겠습니까? "빅 프라핏 사업 모델"은 그래서 기존 영업과 시너지 효과도 낳고, 이 시대의 위너 기업이 어떤 채널까지도 다양히 열어 놓거나 참여하는지 정확한 안목까지도 넓혀 준다고 하겠습니다.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 대중은 우리는 어떻습니까? 기업의 횡포나 이기적 행태에 대해 지탄과 원망만 할 뿐, 정작 그들이 잘하는 일에 대해서 칭찬과 관심을 베푸나요? 이기적이고 속 좁은 소비자만 잔뜩 깔린 사회에 대해서는 어느 기업도 통 크게 기여하지 않으려 들 겁니다. 잘하는 선행, 착한 회사에 대해서 우리 대중들도 눈을 밝게 열고 열린 마음으로 포용하려 들어야 모두가 상생하는 훈훈하고 밝은 사회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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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기업과 전략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9-09-2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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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국제 기업과 전략

이덕훈 저
두남 | 2015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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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경영사상가들의 업적과 이론은 학문적 영역에서만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비즈니스맨들에게 경영 지침을 제공해 줍니다. 흔히 경영인이라면 "탁월한 감"으로 기업을 이끌어간다고도 하지만, 또 그런 직감적 요소를 특정 국면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지만, 막연한 감만으로 큰 조직체(작은 사업체라도 마찬가지입니다)를 경영할 수는 없습니다. 관리와 시장 개척에는 체계적인 준비와 실행 과정, 그리고 피드백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 모든 과정을 즉흥적으로 밀어붙일 수는 없습니다. 하다못해 룸살롱 사장도 낮에는 도서관에서 필요한 학문적 정보를 검토한다며 자랑하던데, 얼마나 그 정수를 새로 깨닫고 자기것으로 소화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론 없는 실천이 엄청난 맹목임은 두 번 강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CEO 선까지 갈 것도 없이, 일반인이 자신의 인생을 "경영"할 때에도 어떤 비전과 철학에 기반해야만, 실패와 좌절을 가능한 한 적게 겪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명제가 또 하나 등장합니다. 경쟁은 반드시, 라이벌들을 제압하고 경쟁력을 상실시켜야 승자, 최고가 될 수 있는 걸까요? 마이클 포터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경쟁은 결국 성과를 내기 위한 과정이지, 라이벌의 제압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가 대뜸 "성과"를 전면에 내세운 "전략의 실용적이고 간단한 정의"를 이처럼 책의 앞부분부터 가르치는 것도 다 이런 고려가 작용해서입니다. 

 "보다 현명한, 그리고 실용적인 경쟁"은 무엇으로 내용이 채워져야 한다는 걸까요? 이건 문제 제기 단계에서 암시된 바와는 달리 그리 달달한 컬러는 아니고, 오히려 더 살벌한 제안입니다. 혹 실망할 분들이 있을까봐 미리 밝히는 건데요, 이분들이 제시하는 "성과를 내는 경쟁"은 결국 객관적, 절대적(다른 업체와 비교할 게 아닌)인 경쟁력 강화에 중점이 놓여 있네요. 고객, 소비자가 주도하는 시장에서 기업은 백날 "경쟁"을 해 봐야 손해이며, 설령 시장에서 선두 주자라 한들 허울뿐인 점유율만 높을 뿐, 수익, 성과가 안 납니다. 

여기서 저자들은 (좀 진부한 감이 없지 않으나) 애플의 예를 들며, (전통적 경제학 용어를 빌리면) "독점적 경쟁 시장에서 대체되기 어려운 상품, 서비스를 생산하라"고 합니다. 이 역시 제가 저 위에 잠시 언급한 어느 일본분의 책에서 주장하는 바와 상통합니다. 라이벌을 제압하기보다, 라이벌이 아예 존재하지 않을 만큼 경쟁력을 키우라는 뜻입니다.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충성을 바치는 탑 독이 되라는, 더 독한 충고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이 역시, 라이벌에 대한 (소모적 구태를 통하지 않은, 진정한 선제적, 본원적) 제압임도 우리는 다 눈치챌 수 있죠. "도전의 불씨"마저 근절해 버리겠다는 단호한 의지와 지혜가 요구됩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무조건 생산 단계에서 후려치기만 하면(내부 공정이건 외부 하청이건) 다 되는 걸까요? 이번 갤럭시노트 7 사태에서도 새삼 이 점이 주목 대상이 된 적 있죠. 마이클 포터는 이런 비용 절감 문제에 대해 근시안적으로 보지 말고, 오히려 어떤 과정에서 소모되는 비용이, 최종 생산되는 상품에 어떤 가치를 추가하는지를 잘 살피라고 합니다. 책에 나오지는 않으나, 이 점은 경영학보다 순수(협의의) 회계학에서도 중요한 논의의 대상이 되는 이슈입니다. 특정 이벤트를 비용으로 계상(計上)할 것인가, 아니면 거꾸로 자산(의 일부)에의 평가를 할 것인가는 매우 까다로운 논의를 거치는 딜레마입니다. 물론 가치 평가를 허술히하면 기본적으로 보수성이 지배하는 회계 원칙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이클 포터는 좀스럽게 "절약"에만 매달리는 기업가가 혁신을 이뤄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합니다. 제4장이 제2부("전략" 논의의 본격 전개) 처음에 자리하면서 "가치는 모든 전략의 시발점"으로 부각되는 건 마그리타 여사의 탁월한 센스입니다.

연속성은 장기 전략에 생명을 불어넣는 중요한 미덕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흔히 전략의 유연성을 강조하며, 최초의 프레임을 너무 고집하면 이미 전략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고도 하죠. 저자는 이에 대해 반대합니다. 디테일에 변화를 주되 그 뼈대마저 교체되는 전략은, 이 전략을 접하는 외부(고객 혹은 라이벌)에 혼란을 주며, 끝내는 전략의 설계와 집행의 주체인 조직에게마저 타격을 입힌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시어즈(미국의 유명한 백화점)의 예를 들며, 실제로 저는 삼전의 최근 15년을 보면 마케팅 부문에서 뭔가 큰 혼란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특히 전략의 연속성은, 지금 그 조직이 무엇을 내세우고자 하는지, 그 "핵심 가치"의 설정에서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 회사, 조직의)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분명한 합의가 유지되는 한, 가치의 전달 방법은 보다 유연한 모습을 띨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고, 단기 목표에 지나치게 집중하다 대세를 그르치기가 참 쉽습니다. "방법 이슈"가 아니라 온존해야 할 핵심 가치의 침훼(侵毁)에 이르는 실패가, 어느 기업에서건 비일비재한 게 현실입니다. 

이렇게 전략의 얼개를, 그리고 특징들을 제시하면 "아 이건 마케팅에 관한 논의구나"하고 받아들이는 이들이(특히 현장에서 치열하게 뛰면 뛸수록)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오해를 막기 위해, 포터 교수는 "전략은 마케팅보다 (개념상, 그리고 실제 적용상) 고차원의 개념"임을 강조합니다. 이런 차별점을 분명히 부각하기 위해, "전략"을 논의하는 파트에서 "(핵심)가치"의 중요성을 그렇게나 강조한 것입니다. 조직이 생산하고 창조하는 가치가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지는, 기업의 생존 전략에서 중핵에 놓여야만 하며, 마케팅 섹터란 이에 비하면 그저 지엽말단의 비중이고, 위에 쓰인 용어를 다시 끌어들이자면 "전달 방법"의 variation에 지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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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이런 인재를 원한다 | 경제경영/자기계발 2019-09-2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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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업은 이런 인재를 원한다

신상훈 저
21세기북스 | 2009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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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를 최종적으로 길러내는 건 기업인 것 같습니다. 설사 어린 시절부터 영재의 징후가 완연했다거나, 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해도, 사회에서 별 유용한 역할을 맡지 못하는 예가 제법 많죠. 물론 학벌도 시원찮고 사회에 나와서도 낙하산으로 꽂아 주는 자리조차 길게 감당 못 하는, 차라리 재앙에 가까운 인생도 부지기수이긴 합니다.

기업이야말로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적인 활동 단위입니다. 흔한 말로 "일을 배운다"고 할 때, 그 일은 몸담았던 해당 기업에서만 통하는 게 아니라 사회 각 섹터를 겪으며 두루 통할 만한 요령과 지혜를 가리킵니다. 큰 기업에 적(籍)을 두고 시간의 제한에 맞춰 과업과 할당량, 혹은 창의적인 기안을 성사시켜 본 짜릿함을 느껴 본 인생이라야, 세상 어디 나가서도 "내가 그 일을 할 적임자"라며 자신 있게 명함을 내밀 수 있습니다. 아니, 경제 활동 단위에서의 과업뿐 아니라, 가정사를 처리한다든가, 1차 교유 관계에서의 트러블(내 것이든 남의 사정이든)을 해결하는 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구체적인 말썽을 처리할 때, 그에 필요한 지혜는 책에서 나오는 게 대체로는 아니더군요. 일머리(소위)와 관계 개선/정리가 서로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 있는데, 그게 아닙니다. 지금 현업에 치열하게 몰두하고 경쟁하면서 얻은 지혜, 사고 방식, 센스 같은 게, 사회 생활의 전혀 달라 보이는 이면에까지 파고 드는 거더군요. 

저자 중 다카다 씨 같은 경우, 아서 디 리틀에서 사회 생활의 첫발을 뗀 이래 컨설팅사(보스턴이라든가)와 실업(實業) 섹터를 두루 거친 분이네요. 커리어는 이처럼 두 세계(자문 영역과 산업 최전선)를 넘나드는 게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사실 이런 경력을 지닌 분들이 반드시 조직 속에서 수행해야겠다며 사명감을 느끼는 게, "비즈니스 스킬의 체계화"입니다. "보급"은 그 체계화가 학계나 업계의 컨센서스를 널리 얻을 때 자연스럽게 동반하는 효과이겠고요. SWOT 분석 같은 것도 결국 현장에서 닳고닳은 이들이 체험의 엑기스로 뽑아 낸 걸 이론화, 프레임화한 것이지, 학자들이 고안해 낸 게 아니듯이 말입니다.

1980년대에 한참 "노하우"란 말이 유명했습니다.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어떻게 그 일을 해내는지에 관한 방법론이다, 이런 요지지요. 또, 이 책의 제목과 주제부터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입니다. 그런데,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선결하지 않고서는, 그 문제의 바른 해법을 찾는 게 결코 간단치 않다는 게 이쪽 패러다임이 다시 돌아온 순번의 지점입니다. 예전에 조순 전 서울대 교수(전 서울시장)는 "경제학 이론은 돌고도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만, 그 돌고돎이 반드시 발전 없는 쳇바퀴돌기를 뜻하는 건 아닙니다. 경영학의 사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마치 나선형 상승 구조처럼, 전보다는 인식과 해명의 명징성을 달성한 후, x좌표가 설사 같더라도 y(혹은 z까지)좌표는 전보다 높은 지점에 올려 놓고 담론은 다시 대결과 모색을 시작하죠. 다카다 씨의 저술은 이처럼, 팁 위주로 파편화한 서술이 아니라(그 역시 현장에서 제련된 내용이므로 독자에게는 소중합니다만), 언젠가 두꺼운 경영학 원론 교과서에 포함될 것을 예비하는 듯, 모듈로서 정돈된 모양새라는 게 언제나 눈에 띄는 장점입니다. 

구조도를 실제로 만든 후 업무 프로세스에 들어간 본 적이 있습니까? 어떤 과제를 아무리 머리 속에 절실히 담아 놓고 업무에 몰두한다 해도(물론 이게 더 중요하고, 더 어렵기는 하죠), 별도로 업무 공간에서 시각적 자극 매체를 준비한 후 일을 진행하는 게 언제나 능률적입니다. 확실히 외부로부터의 시각화 장비가 마련되면, 안으로 밖으로 이중의 자극이 되어 긴장도도 높아지고 사고 과정도 집약, 집중화하는 걸 느낄 수가 있습니다(누구보다 자신이). 환경은 그저 환경이 아니라 주요 외생변수요, 과업의 능률과 적중도를 높이는 상수(constant)입니다. 바른 조치를 실무자가 실제로 내리고 CEO의 최종 결단이 내려지는 데 이는 필요조건이라 하겠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문제가 생겼다고는 하지 않고, "We have a situation here."이란 우회어법을 보통 쓰죠. 사실 문제가 문제인 줄 아는 것도 어쩌면 상황을 그 자체로 다른 단계로 접어들게 만드는 "조치"의 일종입니다. 내가 말을 하면 그 말은 외부로부터의 상황 평가가 아니라, 이미 내부에 어떤 파장을 낳는 직접의 인자(因子)가 됩니다. 그래서 상황의 진단은 섣불리 내릴 게 아니라, 상황의 악화를 부를 수 있다는 경각심을 먼저 발동한 후, 자신의 직급이 허용하는 모든 정보, 모든 재량을 동원하여 신중하게 규정해야 합니다. 이 와중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모든 가능성 중에, 어떤 것이 조직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지" 그 모든 요소를 다 포함하는 이상형을 포착하고 개요를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바람직한 상황"은 아이디얼타입이라기보다 하나의 "전략적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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