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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보아하니 책 내용도 너무나 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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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대화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1-3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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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장 난 대화

이진희 저
청림출판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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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안 통하는 관계가 가장 답답합니다. 사람은 유일하게 정교한 음성 수단, 문자 매체로 통해 정보, 의사, 감정을 교류하는 동물입니다. 그런 인간이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짐승 수준으로 관계가 타락하는 건 순식간입니다. "너는 왜 그렇게 말하고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 한의사이신 이진희 저자가 처방하는 "고장 난 대화"의 치료법을 읽고, 우선 앞서 든 생각은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이었습니다. "너는 왜 그렇게 말하고..."를 뒤집어 생각하면, "나는 왜 '그/그녀'에게 그렇게밖에 말하지 못했을까?"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 무심히 던진 말이 결국 상대방을 힘들게 하는 거고 말입니다. 


"도대체 무엇을 사과하라는 건지 모르겠어요.(p70)" 예전 드라마 <사랑과 전쟁>의 어느 에피소드에도 보면 남편이 "뭐가 잘못인지 모르겠지만 무조건 내가 잘못했으니 제발 용서해 줘."라고 하는 대사가 있습니다. 이에 아내는 "봐, 당신은 당신 잘못이 뭔지 모르잖아? 그러니 우리는 서로 안 맞는 거야. 이혼해."라고 대꾸합니다. 저자께서는 애매한 경우라도 일단 자신이 먼저 사과하는 버릇을 들였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무조건, 기계적 사과가 만능책이 아님을 곧 깨닫습니다. "영혼 없는 사과에 본인이 먼저 지치고(p71)", 그 이전에 대화의 정석은 "자신의 느낀 감정을 솔직히 털어 놓는 게(같은 페이지)" 우선이라고 합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대충 "에이 그냥 이거 먹고 떨어지라고 하지" 같은 소통은 오히려 상대에 대한 모욕입니다(그가 설령 그런 대접을 받아 마땅한 저질이라고 해도). 미안하다는 기계적 반응보다, 나는 이런 생각을 했기에 이런 행동을 한 것인데,. 라며 경위를 말하고 상대의 진심 어린 이해를 구하는 게 더 인간적이고 정중한 선택입니다. 한의사 역시 사람 상대를 많이 하는 직종이긴 하나 한의사쯤이나 되어도 이렇게 상대방을 섬세한 방식으로 배려해야 하니 한국이 참 관계 피로도가 과한 나라인 건 틀림 없습니다. 


어느 재벌 총수 가문 때문에 "분노 조절 장애"라는 병명이 유명세를 탔습니다. p50 이하에는 이 증상에 대한 설명이 자세한데, 사실 저는 우리 한국인들 대부분이 작게든 크게든 이런 "병"을 갖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당장 저부터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자신이 타인의 반응에 대해 불건전하고 비이성적 분노를 (대놓고든 아니든 간에) 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멀쩡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정말 답이 없죠. 저자는 첫째 "이 일은 당신과 당신의 가정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걸 강조합니다. 한의사이시니 만큼 다양한 환자들을 겪으실 터이며,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은 다 자신의 증상이 특이하다고 여기겠으나 그들을 그룹으로 다루다시피 하는 입장에선 전형성이 캐치되는 거죠. 이런 이들에게 "당신만 이런 일로 힘들어하는 게 아닙니다"라는 말 한 마디(사실은 팩트인데)를 건네 주는 것만으로도 일단은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는 자존심, 권위, 체면이 몹시 중요하다(p73). 그것들이 무너지면 세상 모든 것이 다 끝난 것처럼 여긴다." 안타깝지만 이런 장애를 가진 이들 역시 우리 주위에 매우 많습니다. 일단 이런 분들은 실제보다 자신의 능력을 매우 부풀려 평가합니다. 똑똑하지도 못하고 직감도 예리하지 못하며 가문의 배경도 시원찮은데, 그 반대로, 자기 기대대로 남들이 받아들이며 존중하기를 기대하는 겁니다. 이런 사람은 가족과 친구를 힘들게 하며, 어디서 새로운 사람을 알아 그 사람이 자신의 말에 잘 맞춰 주면 즉시 기존의 지인에게 "이 사람이 날 대하듯 너도 나를 대해!"라며 새로운 미션을 부과합니다. 내가 잘 되는 게 곧 네가 잘 되는 거라며 남에게 말도 안 되는 희생을 부과합니다. 우습기도 하지만 세상에는 이런 코믹한 망상에 시달리며 그 포로가 된 인간이 반드시 있습니다. 


세련된 표현이 전부가 아니죠. 저자께서는 "나이도 어린데 어찌나 세련되고 부드럽게 표현하는지 부럽기도 하다.(p83)"고 하시는데, 사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좀 의외였습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제가 부러운 사람은 세련된 말보다는 일을 잘하는 사람입니다. 말 잘하는 사람, 세련된 말재주를 가진 사람이 부럽다면, 혹 내가 하는 일이 일의 결과, 질에 비해 남들에게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던 적이 잦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여튼 저자는 "처음부터 잘 할 수 없고, 혹 소통이 서툴렀다고 해도 나 자신에게 토닥토닥해 줄 수 있으면 좋다"고 하십니다. 어쩐지 이 대목은, 나름 소통에서 상처를 입으신 적도 있던 저자가 아마도 자신에게, 그리고 비슷한 경험을 지닌 독자들을 향해 특히 던지는 충고 같습니다. "자존감은 비판과 비난이 아닌, 사랑과 믿음을 통해 성장한다(p85)."는 말씀은 우리가 꼭 기억해 두어야겠습니다. 


내 마음 나도 몰라... 같은 시 구절도 있지만, 사람이 자기가 원하는 바 상처 입은 바 싫어하는 바만 정확히 알아 자기 마음만 정확히 짚어도 평화와 안식이 절로 올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도 저자는 여기서 "꼰대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잠시 말씀합니다(p145). 요즘 유행하는 대로 꼰대들은 "나 때(소위 "라떼")는 말이야.."를 버릇처럼 되닙니다. 그런데 이처럼, 상대가 듣고 싶어하지도 않는 "나 때" 타령을 하면, 상대의 감정을 별개로 하고 말하는 꼰대 자신은 과연 만족을 느낄까요? 만족은 결국 그 말을 듣는 상대가 자신의 의사, 감정을 알아 듣고 그대로 반응해 줘야 진짜 만족이 오기 마련인데, 꼰대는 일시적으로 자기 만족에 빠질 뿐 결국 상대가 그를 무시하므로 궁극의 만족은 못 얻습니다. 그래서 꼰대짓이란, 가면 갈수록 자신을 고립에 빠뜨려 누구보다 자신을 가장 불행하게 만듭니다. 꼰대들이 흔히 하는 말이 "너, 역지사지를 좀 해봐!'인데, 이건 "너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알고 그에 맞춰!"라는 말과 같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전혀 남과 소통하려 들지 않으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죠. 


"자기계발 서적을 읽는 사람은 남에게 도움을 구하려는 루저(p191)". 이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로 이 책을 쓴 저자가 대학생때 가진 생각이라고 합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대개 세계관이 염세적이라고도 하시네요. 도움은 남한테 구할 수도 있으며 그게 민폐가 아닌 이상 얼마든지 소통의 일환으로 추구할 수 있는 거죠. 자신이 자기 완결적이라고 착각하는 건 자신만 망가뜨리고 고립시키는 게 아니라, 자신의 주변, 그리고 자신이 몸 담은 조직까지 다 망치는 길입니다. "영어 잘하려면 반복, 반복 잘 하면서, 관계를 행복하게 만드는 말은 왜 반복하지 못하는가?"(p193) 두고두고 반복하며 새길 만합니다. 


남에게 진짜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은, 이런저런 상처도 받고 경험도 많이 겪으면서 그를 통해 진짜 교훈을 추출하고, 이를 잘 정리해서 남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한의사로서 권위 있는 처방과 진단도 많았지만, "인간 이진희"가 자신의 인생에서 치러 낸 여러 시행 착오를 진솔하게 토로하는 대목도 많았습니다. 책의 주제가 진솔한 소통이며, 그런 주제를 표현하는 방법 역시도 역시 진솔한 소통이니 겉과 속이 일치하는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우리가 겪는 많은 불편과 고통은 알고 보면 말과 행동이 달라서이며, 고장 난 그 숱한 대화 역시 서로에게 진실해지기만 해도 "낫는" 경우가 많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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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혁신의 비젼과 사례 2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1-30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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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부 혁신의 비젼과 사례 2

조창현 편저
한양대학교정부혁신연구소 | 201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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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이 다른 민간기업을 상대할 때 어떤 원칙 같은 건 없습니다. 그건 마치 생전 처음 가 보는 어느 외국(사람마다 다 다를 텐데)의 도시들에서 길 잘 찾는 법을 설명함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어느 나라라고 해도, 정부 기관의 담당자들과 협상 잘 하는 방법은 저자의 지적처럼 어느 정도는 틀이 정해진 것 같습니다. 물론 저자도 지적하다시피, 공무원이라 해도 맡은 업무에 따라, 개인 성향에 따라, 그 나라의 관료제가 어느 정도 성숙했느냐 등에 따라 편차가 제법 크긴 하죠. 하지만 이 책을 읽을 독자라면 아무 나라의 누구한테나 대고 무슨 거래를 틀 작정(인 회사에 다니는 상황)은 아닐 것이며, 어느 정도 번듯한 시스템이 마련된 국가에서의 프로젝트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물론 기초적인 인문지리 지식도 없으면서 소설책 한 권 읽고 특정 국가를 무작정 폄하하며 고려대상에서 제외한다면 그 역시 밑바닥스러운 짓이긴 합니다만. 

관료들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자신의 마음에 품은 이상형에 따라 근무하는 경향이 있죠. 일을 융통성 있게 처리 못 한다며 국민들이 불만을 품는 것까지 어느 나라에서나 비슷하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red tape은 영미인들이 자신의 국가가 마련한 공무원제를 비꼬면서 등장한 표현이고, 관료제의 아득한 원형이라 할 중국의 시스템은 지배층의 주류 종족 이름을 따 'madarin'이라는 별칭이 외국인들로부터 붙곤 했습니다(어원은 한인들이 이들을 두고 지칭한 '만[주 출신]대인'이죠). 장점도 단점도 모두, '특정 개인(회사 오너)'이 아닌 시스템, 혹은 국가 제도를 위해 일한다는 소명을 가진 공무원들이 일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닮은 면이 있다는 게 저자의 착상이고, 실제로 그런 원칙에 따라 협상한 후 일정 성과를 본 저자의 제안이라 더 실감나게 와 닿는 점이 있었습니다.

노하우나 개인적 경험담도 많지만, 어떤 이슈를 적절히 추상화한 후 이 비슷한 다른 문제에 응용할 수 있게 "원칙화"하는 기법이 돋보였습니다. 예컨대 "정부(섹터)"와 협상한다는 게 대체 뭘 의미하는지부터 저자는 독자들에게 컨셉을 잡아주고 시작합니다. 사업가들이 가장 먼저 연상하거나 실전에서 맞부딪히는 환경은 1) 실무 부서의 대표자들일 것입니다. 흔히 이들이 행정(집행)부의 공무원이라고 생각하겠지만(실제로도 물론 95%가 넘는 수가 집행부 소속이죠), 삼권 분립이 보장된 국가라면 입법부(국회)일 수도 있고(실제로 제가 아는 어느 사장님이 딱 작년 이맘때 이뤄진 국회 사무집기를 모두 교체하는 프로젝트에서 일부를 수주 따 왔는데[그보다 몇 년 전], 당연히 국회사무처 쪽과 교섭했습니다), 수가 그리 많지는 않으나 법원공무원(이들은 소송 당사자인 민간인과 자주 만날 뿐 사업가와 일로 만나기란 힘들죠) 등도 있습니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지방자치가 활성화되다 보니 중앙부처뿐 아니라 지방자체단체 공무원과도 자주 만나야 하는데, 이미 서울시 공무원들이 사업가들이 잘 공략(나쁜 의미가 아니라)해야 할 대상이 된 지는 오래지요. 1987년 개헌, 1995년 지방선거(단체장) 본격 실시 이전에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다만 이전에는 지방직이 아닌 중앙직들으로서 이들을 상대했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입니다.

정부와 교섭하려는 민간측은 개인일 수도 있고 단체일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주로 "세무 문제(분쟁)"가 발생할 때를 들어 "개인"이 정부와 협상 때문에 접촉해야 할 계기로 거론합니다. 뭐 이건 한국에서도 아주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이긴 합니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세무 당국에서 사업자를 찾아오는 편이고, 미국에서도 IRS에서 나왔습니다, 뭐 어쩌구 하면서 사무실에 들이닥치면(개인한테도 옵니다) 바짝 긴장하는 건 다르지 않습니다. 지방세 부과 관련해서는 담당자들이 민원을 들어달라며 시청 등에서 진을 치는 우스운 풍경도 가끔 보죠. 반면, 대형 병원 등 보건 기관에서 당국의 허가를 받아내야 할 때, 업계 관련자 상당수가 대표를 뽑거나 집단으로 몰려와 (세 과시 겸) 효과적인 협상을 위해 부서를 찾는 경우도 많습니다. 

문제가 발생한 당사자 본인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선 전문가를 고용해서 정부와 대신 협상을 벌이게 합니다. 한국에서는 다소 보기 힘든 장면이고 까딱 잘못하면 큰 사달이 나기도 하지만 미국에서는 로비가 적정 수준까지 합법화되어 있으므로, 실력 좋고 인맥 좋은 로비스트가 중재 겸 대리인으로 나서 고위급을 상대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큰일날 소리지만 미국 한정으로 이때 이 제3자(로비스트)가 상대하는 이들이, 무슨 국회사무처 직원 정도가 아니라 국회의원 본인(들)을 바로 상대합니다. 의회 허가사항인 카지노 영업권이라든가, 첨예한 이해 관계가 달린 총기 허가 유통 여부 관련 법안이라든가 하는 게 그 예죠.

아주 재미있는 지적이, 결국 정부 당국과 협상할 때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중요 변수(이자 당사자)는, 바로 "지역 주민"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어떤 기업이 한국 기업과 협의를 벌여 자동차 공장을 짓는다고 해도(요즘은 상상이 어렵지만, 인천 부평에 있는 거대 GM 공장이 사실 몇 십 년 전부터 GM이 돌리던 걸 한국 경제가 도약을 이루면서 형편이 나아진 당시 신생 대우가 다 인수했다가, 1998년 이후 대우가 부도나면서 다시 원 주인에게 돌아간 거죠), 결국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거나 하면 대통령이 설령 도장을 찍어도 다 도루묵인 법입니다. 지역 여론을 잘 설득하여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건 능력 있는 사업가의 필수 수완입니다.

이 책의 원제는 "일곱 가지 비밀"입니다. 그럼 저자가 말하는 그 일곱 가지 비결이란 각각 무엇일까요? 이 점은 상품 소개란에 전혀 언급이나 요약이 없어서, 이 서평에 좀 적어 두도록 하겠습니다(한글만 읽을 줄 알면 누구나 가능한, 별 필요도 없는, 다른 데 보면 다 나오는 내용, 줄거리 요약은 서평에 잘 안 한다는 원칙을 지금 좀 깨겠습니다). 

첫째는 당신이 협상하고자 하는 정부 당국자(나 그룹)의 개성,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라는 겁니다. 어느 나라 정부나 공통점이 있긴 하죠(그래서 이런 책도 쓰여질 수 있는 것). 특히 저자는 정부만이 가지는 특별한 힘의 원천으로서, 1) 관련 업무를 독점적으로 다룰 자격 2) 면책을 포함한 각종 특권 3) 융통성 없다고 비난 대상이 되기도 하는 가장 근본적 원인인 "기존 관행에 따른 절차"(관행에 그런 건 없습니다 한 마디면 다 끝이죠) 4) 공익의 대변자라는 도덕적 명분 등입니다. (참 멋진 요약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또한 그 정부에서만 지키곤 하는 고유의 분위기 같은 게 있습니다. 잭 웰치는 EU와 모종의 협상을 하다 크게 망친 치욕을 겪기도 했는데, 까다로운 유럽인들의 습성을 잘 모르고 막 미국에서 하듯 무람없이 대하다가 현지 당국자들이 "뭐냐 이거"하면서 바로 등을 돌렸다는 사례를 이 책에서 듭니다.


두번째는 적을 알기 전 먼저 나를 알라는 병법의 금언처럼, 도대체 이번 협상에서 내가 상대(정부 관계자들)로부터 뭘 얻어낼 작정인지 명확히 자기 위상을 파악하라는 겁니다(앞 첫번째 사항은 따라서 "적을 알라"에 해당하겠죠). 이때 "나"는 이해 당사자일 수도 있지만, 이해당사자를 대변하는 로비스트일 수도 있습니다. 이때, 어느 선까지는 확실히 챙겨줘야 하는지, 또 어느 선을 넘거나 괜히 오버하다 전체 딜을 망쳐서는 안 되는지 본인의 대리권 범위를 명확히 파악하라는 게 저자의 당부입니다. 꼭 이런 상황뿐 아니라 남의 일 대신 처리해 주겠다며 나서는 사람(사회 생활 하다보면 흔히 겪습니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자세입니다.

세번째는 복잡한 정부 조직의 특성과 구조를 이해하라는 건데 이는 법제적, 시스템적 측면으로서 주로 고정적이고 물적인 면입니다(첫째 원칙은 주로 인적인 면, 문화적 면을 강조했기에 이것과 좀 다릅니다). 제가 몇 주전 트럼프 책 읽으면서 좀 놀랐던 게, 그 사람은 그리 정교한 고등 교육을 받았다고 볼 수 없는 타입이면서도 정부(연방이든 지방정부든) 법규나 구조에 대해 훤한 사업가였단 점입니다. 하긴 정주영 창업주도 "생각 많이 하는 사람이 대접받아야 하며, 절실하게 마음 먹으면 다 생각이 많아지게 마련"이란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네번째는 숨겨진 진짜 동기를 정확히 파악하라는 겁니다. 상대방은 나의 제안에 반대할 때 자신이 그 제안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를 보통 숨기고 다른 핑계를 대는 게 보통입니다. 이때 그 표면적인 말에 구애받지 말고, 상대가 가장 마음에 걸려할 상황 혹은 원인이 뭔지 잘 궁리한 후 그 측면을 파고들어야 협상이 빨리 진척된다는 뜻입니다.

다섯번째는 이른바 협상의 일반적 기술인데, 그 중 하나만 들자면 이 협상을 어떻게 해야 원활히 밀고나갈 수 있을지 그 촉매제랄까 윤활유 같은 요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뭐 좀 아픈 측면이긴 하나 우리나라에선 소위 "접대"가 바로 이 협상의 추동력에 해당합니다. 물 좋은 곳에서 멋진 스탭(...)들 데리고 흥겹게 자리를 이끌면 다음날 당국자가 도장을 안 찍을 수 없는 게 안타깝지만 한국에선 협상의 알파요 오메가이며, 이 네번째 요소라면 한국에서는 다른 걸 생각하기가 좀 힘들죠. 물론 책에선 그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협상 당사자의 개인적 측면을 연구하여 뭘 자극하거나(아 진짜 상황이 이런데 딴 사람도 아닌 당신이 손 놓고 계십니까?) 반대로 핀잔을 주기도 하는 건데, 물론 이 경우에도 어느 선을 넘으면 도리어 역효과죠.

여섯번째는 특히 당국자와의 협상에서 뭐가 잘 마무리될 듯 안 될 듯 할때 어떻게 하면 정치적 상황을 잘 이용하든지 해서 빠른 매듭을 촉진할 지하는 문제입니다. 이 경우 저자는 나와 이해관계를 간접 혹은 일부나마 함께하는 다른 당사자를 끌어들이는 등 다양한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예컨대 도로 개축 허가가 안 나면 이로써 편의를 볼 주민 대표더러 (나하고 연결되었다는 티 안 나게) 시위를 하게 부추긴다거나 하는 예를 들 수 있을 겁니다. 저자는 Three's a chram 이란 어구를 써서 요약하는군요. 

일곱번째로 협상이란 유감스럽게도 "최종 싸인"으로 끝나기 힘듭니다. 협상력이 우월한 상대는 뭐가 결과에 마땅찮으면 다시 핑계를 들어 재협상을 요구하는 게 보통인데, 이때 좌절할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그에 대비하는 게 상책이라고도 합니다. "포스트딜"은 기존에 허가를 내 준 품목에 대해 "재허가나 기간 연장" 같은 이슈를 다루는 걸 말합니다. 이때는 협상의 본체가 변경되는 건 아니지만 사실상 그에 준하는 중요한 과정이죠. "인트라 딜"은 사정 변경의 원칙과 유사한데, 중대한 상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계약의 내용을 융통성 있게 조정하는 걸 가리킵니다. (만약 발생한다면)역시 계약 본체만큼 중요한 사항입니다. "익스트라 딜"은 사실상 부분 재협상을 뜻하는데, 실제 큰 변화가 꼭 일어나지 않아도 일부 조건을 변경한다든가 하는 형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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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의 심리학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1-29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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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영업의 심리학

슈테판 파이퍼 저/박정미 역
로그인 | 201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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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긴 해도 영업만큼 어려운 일이 또 없을 것 같습니다. 며칠 전 귀가하는데, 그 와중에 전화 영업 콜이 하나 걸려 오더군요. 보통은 안 받고 방치합니다만(영업 전화는, 다들 아시겠지만 보통 국번이 비슷비슷해서 일단 무시하기가 편합니다) 거래처 번호와 하필 비슷해서 받고 나서야 그런 전화인 줄 알았죠. 전화하는 여직원은 아주 기 계적인 말투로 판에 박힌 멘트를 늘어놓았습니다. 좀 안된 마음이 들어 끝까지 들어주고 형식적인 응대를 했는데, 일 못하는 분들이 흔히 그렇듯 상대의 말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해진 대사를 읊는 거에요. 안타까운 마음에, 목소리를 높여서 한 마디 해 주고 끊었습니다. 그 여성분도 나름 그 바닥에서 성공, 혹은 남들만큼 해 보겠다고 나선 사람 아니겠습니까. 계속 그런 태도로 일 해봐야 무슨 발전이나 성과가 있겠어요. 당장 힘들어도 야단 좀 맞는 게 아마 약이 되었을 겁니다. 안 고치면 도태되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아마 그 여성도, 자신이 소비자의 입장에 선다면, 절대 기계적인 영업 멘트에 귀 안 기울이고 가장 도도한 감정가의 시선, 태도, 걸음으로 그를 지나칠 것입니다. 실패하는 사람은, 남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예측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반대로 "나는 너를 이렇게 보고 있다"며 절대 관전자의 입장만 유지한다는 착각에 빠집니다. 그런 걸 두고 정신승리라고 불러도 될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분쟁이 현실화된다 싶으면 대면을 회피하고 "상대를 용서"한다는 명분 하에 수면 아래로 숨습니다. "진짜 세상"과의 교감을 회피하는 거죠.

 

이 책의 부제를 보면, 마치 "어떻게 하면 영업을 잘 할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요령을 가르쳐 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 실, 현장에서 그 다양한 취향, 스타일, 게다가 세일즈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지닌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실적을 내는 사람은, 시시한 CEO보다 더 위대한 비즈니스 자질을 갖춘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한테 배우는 게, 웬만한 소기업 오너한테 배우는 것보다 더 많을 것입니다. 그러니 영업의 기술이라면, 선입견처럼 그리 낮은 레벨의 술수가 아니라, 일종의 예술일 것 같습니다. 만약 이 책이 그런 기술 하나만 확실히 가르쳐 준다고 해도, 이 책은 대단한 가치가 있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책을 끝까지 읽어 보니, 그저 영업 노하우 요약에 그치는 내용이 아니더군요. 나 아닌 타인과,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소통을 이룰 수 있느냐는 주제였습니다. 이 책은,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의 유명한 말로 그 대전제를 삼습니다. "발화자가 말하는 그 모든 표현은, 태양 아래 처음 쓰이는 새로운 표현이다." 바꾸어 말하면, 자신의 생각을 자기 언어로 빚어서, "즉석에서" 세상을 향해 발표하는 일은 생각보다 큰 의의와 가치를 지닌 동작, 행위라는 말입니다. 어떤 사람이 말을 잘한다는 건, 단지 주변을 즐겁게 하거나 그 말이 실제적으로 어떤 결과, 생산을 낳아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작업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상, 혹은 일 속에서의 말하기가, 자신의 언어가 아닌 어떤 판에 박힌 공식과 틀에 의해 지어지는 것이라면 어떨까요? 그게 영업의 목적이라서가 아니라, 듣는 사람들은 그 타율성, 정형성, 기계성에 몸서리친다는 것입니다. "저 사람은 왜 자신의 말이 아닌, 남의 말을 할까?" 불쾌하다못해 끔찍하기까지 한 체험이죠. 이 책은 이런 언어과학적, 생리적 관점부터를 훑고 지나가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사람이 자신의 지성을 뽐내고, 나아가 주위에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바로 즉흥의 대응을 하는 것입니다. 준비된 기성품이 아니라, 상황을 보고 그 자리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대응이 매력적인 것입니다. 이 원리가 비단 영업에서만 진리일까요? 우리의 모든 일상과 공적 업무에서의 소통에 다 적용되는 진리입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도와 주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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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산업 -부품ㆍ소재산업편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1-28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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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국의 산업 -부품ㆍ소재산업편

한국산업은행 편저
한국산업은행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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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지식기반 산업이다, 나아가 4차산업혁명이다를 운위해도, 아직 인류가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자유롭게 이상과 꿈을 일일이 물리계에 실현하기까지는 가야 할 길이 너무 멉니다. 당장 1980년대에만 해도, 21세기가 되면 당연히 "달나라 여행"이 가능들 할 줄 알았죠. 

과학 기술이 한계를 모르고 발전하던 시절에, 대중들은 터무니없는 기대와 공상으로 스스로의 입맛을 너무 나쁘게 버릇들였는지도 모릅니다. 레이 커즈와일을 비롯해서 많은 학자, 논객, 전문가들이 점친 바는, 먼 미래에는 기어코 실현되고 말 것들입니다. 씨쓰리피오, 알투디투 등도 언젠가는 곁에 두고 말벗처럼 청소부처럼 비서처럼 부리고 소통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거기까지 가야 할 길은 아직 너무도 멀고, 우리 인류는 당연하다는 듯 거창한 근미래상을 마케팅 구호로 마구 지어내도 될 만큼 충분한 인식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야 풍요를 누릴 수 있는 겁니다. 숙제를 덜 했으면, 딱 그만큼 대접받을 각오를 해야 하죠. 눈높이만 터무니없이 높은 사람은 있어 보이는 게 아니라 반대로 참 초라합니다. 

인간이 물리계의 한계를 아직 못 벗어났기에, 소재가 중요하고 소재의 가공과 개량이 중요하며, 그 소재의 바탕이 되는 자원과 원자재가 더욱 소중해지는 겁니다. 소재 공학이 발달하니, 리튬 같은, 전에는 이용할 생각도 못했던 저(低) 원자량(原子量) 물질에도 눈을 돌리게 되었죠. 이게 예전이나 지금이나 토양 속에 그리 풍성하지 않게 분포되었던 건 다를 바 없지만, 거의 없던 쓸모가 갑자기 늘어난 나머지 근래에 들어 값이 폭등하고 보유국들이 큰소리를 치게 된 것입니다. 희토류 수출을 중단한다는 중국의 압력 앞에 당시 일본 총리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책은 먼저 첫 장에서 원유에 대해 다룹니다. 예전 어르신들이 배우던 교과서에는 앞으로 매장량이 몇십 년치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이 자원이 다 고갈되는 날이 곧 다가오면 세계가 큰 혼란에 빠질 것처럼 설명하곤 했습니다. 환경 보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문제는 학생들에게 정확한 진실을 전달하고 설득해야 한다는 거죠. 현재 원유 채굴 기술은 괄목할 만한 발전을 보여, 전에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되어 포기했던 유정까지도 일일이 주목하여 개발하는 게 현실입니다. 예전 교과서대로라면 지금쯤 석유가 바닥 나, 세계는 무장 투쟁과 약육강식의 아비규환 디스토피아가 벌써 펼쳐졌어야 했죠. 뭐 방심하고 무작정 탄소 원료에만 의존하다간 환경이 다 파괴되고 악몽이 현실로 더 빨리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요.

원유는 매장량과 보유량, 산출량 같은 물적 지표로만 세계 경제, 나아가 정치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닙니다. 이미 대세는 금융 섹터가 깊숙이 개입하여, 미래 수요와 가격 동향을 예측, 감안한 헷징과 스페큘레이팅 전략의 싸움으로 변한 지 오래입니다. 산유국들도 무식하게 그저 기름통을 감싸 안고 파니 안 파니로만 신경전을 벌이는 게 아니라, 세계의 플레이어들이 지금 원유에 대한 전망을 긍정/부정 어느 편에 놓고 의사결정을 하는지 꼼꼼히 주시한 후,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습관을 들인 지 오래되었습니다. 

게임이 이처럼 치열하고 두뇌 싸움으로 변했기 때문에, 유가의 중단기 예측은 거의 올림피아드 난제 풀이 수준으로 변했습니다(그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으면 어려워졌을 뿐). 이제 돈 벌려면 정말 수학 공부 열심히 해서 금융 섹터로 빠져야 합니다. 귀하신 몸은 서로 모셔가려 들며, 인공지능이다 뭐다 해도 적실한 예측 프로그램을 짜서 다른 사람 이용 못하게 자기만 알짜 수익을 챙기는 두뇌는 따로 있습니다. 아무나 다 한 대씩 사서 집에서 굴릴 것 같으면 누가 거액을 들여 투자하겠습니까? PC 보급 보편화된지 30년이 지났습니다만, 다들 집에서 코딩하고 부업으로 일러스트 납품하고 CAD건축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돌대가리한테 칩만 심어 주면 다 아인슈타인 되는 세상은 결코 오지 않습니다. 성형 수술 보편화되어도 누구나 다 미인이 되어 거리를 활보하는 게 아니듯 말입니다.

"금은 원자재인가, 아니면 금융상품인가?" 사실 이건 대답할 필요가 없는 우문입니다. 당신이 오늘 지출한 생활비는, 그게 대체소득 증가분을 소비한 건가, 아니면 소득효과 증가분이 그 원천인가를 따지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합니다. 혹은, 오늘 조깅 하면서 흘린 땀방울이, 밥 한 공기 섭취분의 연소인지, 아니면 닭가슴살 스테이크 한 조각이 제공한 건지를 따지는 것만큼이나 실익이 없습니다. 모든 (경제적 가치 있는) 원자재는 (이제) 금융상품이고, 금융상품 중 핵심 종목들이 원자재입니다. 어떤 이는 금 보유 전략을 짜며 과연 어느 편이 유리한지를 놓고 질문도 하는데, 역시 그 사람의 보유 총자산, 재력 규모가 얼마이며, 어느 정도까지나 돈을 묻어 놓고 버틸 수 있는지에 따라 답은 천차만별로 갈립니다. 

비철금속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예전보다 기업하기가 훨씬 어려워진 환경이라면, 이처럼 원자재 하나하나가 모두 금융상품화하여, 그 자원에 보다 눈독을 들이고 더 관심을 쏟아 온 투자자(당연하지만, 꼭 기업가일 필요가 없습니다)가 그 가격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기업하는 분들은 일정 기간 안정된 가격에 원자재를 공급받겠거니 기대하는데, 이처럼 뭐가 날이면 날마다 이슈도 없이 가격이 들쑥날쑥(투기꾼들의 장난질에 의해)이니 이전 마인드에 젖은 분들은 죽을 지경이죠. 어쩔 수 없구요, 세상의 룰이 바뀌었으니 기업가들이 적응을 해야 합니다. 참고로, "이슈가 없는 듯 보여도" 배후를 캐고 보면 그렇게 널뛰기가 벌어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걸 안 놓치는 사람이 돈 벌고 미래를 내다 보는 거고요.

"풍요 속의 빈곤"이란 말은 이제 전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옵니다. 곡물 역시 고도로 종목화된 금융 상품 속에 낱낱이 편입되는 주요 소재이기에, 곡물이 그저 곡물이고 작황의 풍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줄 아는 분들은 이제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고 여기면 됩니다. 다음 제5장을 보면, "현재 가격으로 미래에 살 것인가, 반대로 미래 가격으로 현재에 살 것인가?"라는 소절이 나오는데, 이 테마는 원자재 뿐 아니라 모든, 말 그대로 세상에 거래되는 모든 물건에 적용되는 이치입니다. 이건 앞으로 망하겠다 싶은 사람은, 지금은 당장 괜찮으니 갖고 있다가 나중에 비싼 가격에 팔 것을 약정하면 되고(계약이므로,  시세 폭락 여부에 무관하게, 사기로 한 사람은 그 가격에 사야만 합니다), 앞으로 귀해지겠거니 전망이 선 사람은 자신이 적당히 여기게 제시된 품목을 골라 미리 살 것을 약속하면 되죠. 파는 사람은 "이런 걸 놓고 왜 그런 비싼 가격에 살것을 약속하는지" 몰라하는 사람이라야 거래가 성립될 겁니다. 사실 파는 사람 사는 사람 모두 전망이 반대 방향으로 일치하기에 성립하는 거래이므로 누가 억울하고 말고 할 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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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실패가 준 선물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1-27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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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성공, 실패가 준 선물

김창룡 저
이지출판 | 201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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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어디에나 양면성이 있기 마련입니다. <토니와 수잔>만 해도, 객관적 진실(그것도 엄청 가혹하고 끔찍한)은 당사자 토니 헤이스팅스가 주관적 확인을 마치기 전부터 이미 그 향방과 실체가 결판이 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큰 연관을 맺은 당사자에게나 사태의 추이를 따라가는 관찰자들에게나 "부질없는 희망 때문에" 여전히 미정(未定)인 채로 남았던 거죠. 지나간 과거도 그러할진대 누구에게나 공평히 불확실성에 싸인 미래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많은 지혜로운 논자들 작가들이 가능하면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라고 충고하는 건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물론 위의 토니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 그렇게 희망적으로 건 기대가 배반이라도 당하면 당사자가 입게 될 타격은 훨씬 클 수도 있고, 사람들이 제풀에 지쳐 비관적인 마음에 휩싸이는 것도 다 이런 자기 방어 기제가 작용해서입니다. 그렇다고, 나약한 자포자기 심리를 체질화하여 더 큰 전망과 계획까지 망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긍정의 심리는 "담대한 미래"를 품는 마음가짐과 일맥상통하기도 합니다.

저자는 "긍정의 시야를 위해 대인관계를 좋게 가지라"고 조언합니다. 그런데 이건 반대로 뒤집어 생각해도 여전히 타당한 명제입니다. 사람이 마음을 긍정적으로 먹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대하면 대인 관계 역시 건설적으로 확장되기 마련입니다. 관계에서 소외되는 사람은 대개 "자신에게만 긍정적이거나", 안 그런 듯 부정적으로 품은 세계관을 남에게 전파하기 때문에 문제가 악화하는 게 보통이죠. 

사람이 긍정적이 되려면 일단 과거의 경험과 일체된 인격이랄까 지향점을 지녀야 합니다. 좋든 싫든 사람은 다 자신이 지나온 경력과 일체가 된 인격을 지닐 수밖에 없고, 이를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교훈을 추출한 채 정리해야 앞으로의 진로가 긍정적으로 개척됩니다. 경력에 대해 긍정의 마음가짐을 지닌 이라면 당연히 진정한, 바람직한 자기애가 동반 형성되며, 이런 사람이 매 순간 일과 일상에 성실히 임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삶에 애착을 지닌 이가 기억력까지 향상되는 게 역시 자연스러우며, 반대로 잊을 게 많고 부정적 상념으로 가득찬 인생이 자기 방어 본능으로 기억력까지 감퇴하는 모습도 드물지 않게 보는 바입니다.

사람이 긍정적이라면 남의 말을 잘 듣습니다. 첫째 내면이 잘 정리되고 감정 처리가 무난하기에, 남의 말로부터 상처를 안 입으려는 어설픈 방어 기제를 최대한 자제시킬 수 있습니다. "남의 말"은 그것이 고깝든 유쾌하든 무관하게, 많은 정보와 행동 지침 마련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정보가 많고 다양한 가능성을 두루 생각해 본 사람이 처세도 능란하겠음은 누구나 납득 가능한 결론입니다. 또, 남의 말을 일단 경청하는 사람이 대인관계도 원만히 구축할 수 있겠으며, 이런 긍정적인 태도가 "팔랑귀"처럼 주견 없는 휘청거림과 구별됨도 당연합니다.

직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트러블을, 사려 깊은 처신과 원만한 조정으로 해소해 나가는 것도 중간관리자급 직원의 큰 미덕과 재능 중 하나입니다. 조직에 따라서는 이런 말썽을 척척 잘 다뤄나가는 솜씨가 그 직의 본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이런 능력은 일반적으로 "정치"라고 부르는 스킬과는 또 별개의 류입니다. 리더십이란 그래서 긍정의 마음가짐을 가진 이만이 체질화할 수 있으며, 부정적 사고가 몸에 밴 이가 무리를 무난히 이끌거나 심지어 남 앞에 나서기조차 힘들어지는 게 다 이런 이치에서입니다.

앞에서도 강조되었듯 지난 과정의 실패까지도 담담히 끌어안고 그 실패에서 무엇을 배워야할지 "긍정"의 마음가짐으로 냉철히 바라보는 게 필요합니다. 실패에서 교훈을 배워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소모적인 긴장을 해소할 수 있고, 조직 내 만연한 갈등을 중재자로서 풀어나갈 수 있음도 지극히 당연합니다. 결국 긍정의 시선을 체질화한 이가 직장이건 어느 사회에서건 존경을 받고 활동의 중심에 서게 마련이며, 소소한 직장 하나하나에서 이런 밝은 분위기를 퍼뜨려 나가 전체를 역동적 에너지로 물들일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장기적 전망을 갖추게 되는 법이기도 하겠습니다. 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으려면 이런 긍정적인 개인이 일상에서 자꾸 늘어나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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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 | My Reviews & etc 2020-01-26 20:54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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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 저/조은영 역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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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라는 EBS 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그 주어가 "곤충"으로 바뀌었을 때 아마 많은 분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젓거나 펄쩍 뛰기도 할 것 같습니다. 당장 바퀴벌레만 해도, 그의 "악함, 혐오스러움"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같기에 말입니다. 알고 보면 이는 우리 인간들의 지극히 주관적인 편견에 불과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익숙한 느낌대로 계속 가길 원하지, 설령 반증이 드러난다 한들 종래의 생각이 바뀌길 원치 않습니다. 그런 우리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 바로 이 흥미진진한 과학 교양서입니다. 

"교미를 끝내면 수컷을 잡아먹는 암컷." 사실 많은 동물들에게 있어 성적 교합 행위는 대체로 "슬픕니다." 그 교합이 오래 가지도 않고 대체로는 이 고달픈 릴레이 경주를 끝내는 마지막 바톤 터치 정도로 여기는 것 같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간은 자손 번식을 위한 과정에서 그토록 큰 쾌감을 느낄 뿐 아니라, 자손 번식과 무관하게 성적 쾌락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축복 받은 존재입니다. 때로 이 성적 본능을 제대로 통제 못 해 큰 곤경을 겪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무분별함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여튼 "내 아이의 아빠는 내가 고른다"는 이 사마귀의 재미있는 행태를 보면서, 생명체의 진화와 투쟁 이면에 놓인 궁극의 원리가 과연 무엇일지 깊이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소설 <쥬라기 공원>에도 생태계가 암컷만으로 채워지자 알아서 성별을 바꾸는 개체가 등장합니다만 도대체 번식이라는 게 한쪽 성만으로도 한편에서 가능하다는 자체가 우리 인간에게는 놀라움을 안겨 줍니다. 대체로 유전자 배합의 다양성을 기하기 위해 양성 생식이 생겨났다고 알려졌지만, 단성 생식이 저처럼 편리한데 과연 이 과정, 그 힘든 과정이 어떻게 생겨나기나 했는지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수벌의 고환은 오르가즘에 도달하는 순간 '폭발'한다." 우리 인간에게도 이 비슷한 기제가 작동했다면 아마 세상에서 벌어지는 그 끔찍한 사건들 중 상당수는 아예 상상의 단계에서도 배제되었을 텐데요. 

저자께서 여성이셔서 그런지는 모르나, 주도권을 주로 암컷이 장악하는 곤충들의 세계에 대해 특별한 열정과 의미 부여가 잇다르는 대목이 많이 보입니다. 과학자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우리 남성 독자들도 뭐 겸손히 따를 뿐입니다 ㅎㅎ

해리 포터 시리즈를 지어낸 조앤 K 롤링 여사의 통찰력에 대해선 언제나 감탄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여사의 창작 사전 작업의 밀도도 참 만만치 않은 것이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망토를 펄럭이며 사람들의 영혼을 빨아들이는 "디멘터"는 암풀룩스 데멘토르라는 말벌의 학명에서 따온 것이며, 그 행태도 서로 굉장히 닮아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바퀴벌레의 천적이 세상에 어디 좀 없냐며 만날 불평이지만, 바로 이 말벌이 바퀴벌레에게는 명왕과도 같습니다. 이 말벌이 자신의 "호구"를 사냥하는 모습은 대단히 잔인하고 냉철하기에, 우리는 생전 처음으로 바퀴벌레에게 동정심이 들기까지 합니다. 

개미가 농사를 짓는다는 말은 상식으로 널리 퍼져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는 개미가 "축산업을 영위한다"는 말도 처음 배우게 되었습니다. 진딧물은 자기 방어 능력이 부족한데, 개미는 이 진딧물로부터 일정 이익을 얻으므로 그걸 지키기 위해서라도 보디 가드 노릇을 자청합니다. 물론 공짜 경호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구역으로 옮아가지 못하도록 날개를 물어뜯는 등 이기적인 폭력도 행사하는군요. 그렇다고 개미가 최강자라는 건 아니고, 이들 개미의 지나친 번식도 곰이 나타나 적절히 제한함으로써 식물계 역시 착취를 방지당합니다. 자연계의 신비와 조화란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곤충으로 초밥을 먹는다?" 상상만 해도 토할 것 같으며 영화 <빠삐용> 등에서 보듯 사람이 그저 극한상황에 몰릴 때에나 벌레를 주워 먹기 마련이지만 알고 보면 벌레들은 단백질 덩어리입니다. "피할 수 없다면 먹어라." 발명왕 에디슨의 시대에도 미국 중산층의 가정에서조차 바퀴벌레가 그렇게 들끓어서 테이블 보에 은박을 입혀 전기를 흐르게 하는 방법으로 퇴치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지난 세기 영국의 학자 홀트는 "더러운 벌레로 골치를 썩일 게 아니라, 노동자와 빈곤층은 자신의 집에 들끓는 벌레를 요리해 먹으라"는 충고를 했다는군요. 물론 대중이 격분할 만한 말이지만, 저자는 "아마도 수백 년이 흐른 후 사람들은 결국 홀트가 옳았음을 인정할 것"이라 합니다. 곤충 요리는 레시피에 따라 지상에 일찍이 없던 맛까지 지녔다고 하니 말입니다. 하긴, 요즘 웰빙으로 주목 받는 잡곡류의 경우 조선 시대에는 상민들의 식탁에나 오른 품목이었죠. 흰쌀밥이 이처럼 푸대접 받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보면 구더기로 상처를 낫게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는 미신이나 근거 없는 민간 요법, 혹은 픽션 속의 가짜가  아니라 이 책 p205에서 그 원리가 자세히 설명된, 엄연히 효능 높은 하나의 요법이기까지 합니다. <람보 2>를 보면 베트남 군과 소련군이 구더기가 창궐하는 웅덩이에 람보를 빠뜨려 고통과 굴욕을 주는 장면이 있지만, 저자는 사실 구더기는 인간에게 엄청난 효용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구더기는 결핵균의 증식을 막기도 하며, 사실 낚시꾼들에게는 벌써 둘도 없는 친구입니다. 이런 착하디착한 구더기를 놓고 무조건 침을 뱉거나 혐오감을 표시하는 우리들이야말로 배은망덕한 종족 아니겠습니까. 아니 구더기가 뭐 어때서요? 착하기만 하구만.

다윈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새로운 종이 생기기까지는 수십만 세대는 아니라도 수천 세대는 지나야 한다." 곤충은 우리 인류보다 훨씬 앞서 지표를 누비던 대 선배들이며, 나중에 출현한 우리와 얼마든지 풍요로운 공생 방법까지 제공하는 믿음직한 존재입니다. 쓸데없이 환경을 파괴하는 살충제나 찍찍 뿌려대는 인간은 반면 다른 종을 말살하는 아주 이기적인 종자들입니다. 곤충에 대해 열린 시선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삶부터 벌써 더 풍요롭게 가꿔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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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 원천석과 그의 문학 | My Reviews & etc 2020-01-25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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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운곡 원천석과 그의 문학

임종욱
태학사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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興亡(흥망)이 流水(유수)하니 滿月臺(만월대)도 秋草(추초)ㅣ로다. 


오백 년 王業(왕업)이 牧笛(목적)에 부쳐시니. 


夕陽(석양)에 지나는 客(객)이 눈물겨워 하노라.


이 시조는 저희 때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원천석의 시조입니다. 과연 원천석이 이 시조를 직접 지었는지, 그렇지 않고 후대 가객들이 그를 가상의 시적 화자로 삼아 명의를 맡겼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우리들 후대인들은 전자 쪽으로 믿고 싶어합니다. 역사적 정확성과는 별개 문제로 국어 교과서에서는 저자 명의에 별반 큰 의심을 두지 않습니다. 


저 시조 초장에서 "秋草(추초)ㅣ로다" 대목은 "추최로다"로 읽어야 하겠습니다. 이 시절 주격 조사 "ㅣ"는 마치 반모음처럼 앞 모음에 유착되었기 때문이죠. 나라가 망하고 흥함이 무상하고 반복된다는 뜻을 "流水", 물과 같다고 표현한 점이 눈에 띕니다. "목적"이란 말은 목동이 부는 피리소리라는 뜻입니다. 물경 오백 년에 이르는 왕업의 흔적이 간데없고 한갓 목동의 피리소리에서나 그 남은 정을 풍길 정도라는 화자의 토로에서 이른바 맥수지탄의 정이 물씬 풍깁니다. 


예전 MBC 드라마 <추동궁 마마>에서 이방원의 스승으로도 등장하는 분이 운곡 선생, 즉 원천석인데 방원이 아직 정안군으로 봉해지기 전 그를 예방하여 새 정권에 참여할 것을 부탁하였으나 "불사이군"을 내세우며 거절, 낙향하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한참 후의 KBS 드라마 <용의 눈물>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는 인물 중 조준의 동생 조견이 있는데 이분은 왕조의 폐립에 감연히 맞서지 못함을 자책하며 이름을 개 견(犬)으로 바꾸죠. MBC의 저 드라마에서도 조견의 일화를 역시 언급합니다. 모두 이 원천석의 충의와 궤를 같이하는 화소라고 하겠습니다. 


저자는 운곡의 정신/문학 세계를 분석하면서 "지식인으로서의 현실지향-은일인으로서의 자연지향"이란 프레임을 제시합니다. 신왕조의 개창에 반대하고 은거를 택한 일은 비록 소극적이나마 분명 "현실 참여"의 한 양태입니다. 드라마 <추동궁...>에서도 두문동에 은거한 유신들을 모두 불태워 제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관료 등용에 저항하는 지식인을 두고 "방화"로 대응하는 군주의 모습은 한식 명절의 기원이 된 개차추와 진문공의 고사로까지 거슬러올라가는 오래된 것입니다. 


한편으로, 현실을 부정하고 지성인으로서의 올곧은 처신을 지향하는 태도는 자연친화의 모습으로 거의 예외없이 이어집니다. 자연친화는 본시 도가의 입장이지 유가에서 논리필연적으로 채택한 스탠스는 아니었는데도 말입니다. 이는 그러나 송대에 정립된 신유학이라 볼 수 있는 주자학에서 "격물치지"를 표방함으로써 더욱 튼튼한 근거 하나를 마련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자연은 인간에게 그 나아가야 할 정도를 밝혀 주는 믿음직한 스승임이 틀림 없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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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정 시대를 구하다 - 오금성 | My Reviews & etc 2020-01-2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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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장거정 시대를 구하다

오금성 저
지식산업사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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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 제국은 특히 원, 명을 거치며 황제의 권력이 거의 무제한으로까지 뻗어나갔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중국에서 황제권은 신성 불가침의 영역이었지만 명재상의 수완에 의해 적절히 대행되고 때로는 견제되기도 했습니다. 중국 역대 왕조를 망하게 한 원인 중 하나로 환관의 발호가 꼽히기도 하죠. 그러나 이는 역으로 황제의 명령 출납에 관여하고 그저 몸시중을 드는 정도인 천한 환관의 힘이 그 정도로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 황제권의 절대성을 반증하는 유력한 예증입니다. 


원래 명나라를 창업한 주원장은 이전 황조에서 전통적으로 채택해 온 재상제를 유명무실하게 만들며 이른바 "내각대학사" 제도를 도입한 바 있습니다. 대학사는 그저 대학사일 뿐 재상이 아니며, 따라서 국가 운영의 실권은 황제의 손에 장악된 셈입니다. 주원장의 통치를 두고 역사학자들은 대개 "세심했다"는 평을 합니다. 무력으로 원을 몰아내고 국내의 라이벌 군벌들도 제거한 만큼 선 굵은 정치가 어울릴 법한데, 오히려 쫀쫀한 살림꾼처럼 국정 초석을 놓고 그 기조를 이어갔다는 뜻입니다. 사실 자영업 사장님들도 그렇고 일반 기업도 어떤 거창한 혁신으로 조직을 번영케 하는 경우는 드물며, 대체로는 "쫀쫀한 살림살이"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 게 보통입니다. 주원장의 저런 스타일은 결코 흠이 될 수 없고, 차라리 이는 그의 능력을 입증해 보이는 대목입니다.


이런 명 제국이었지만 창업주 주원장처럼 탁월한 황제가 계속 출현하기는 힘들었고, 그렇기는커녕 우매한 후계자들이 줄을 이었다는 편이 일반적인 만큼(혹, 그렇지 않았다고 쳐도), 제국의 거대한 살림을 총괄하는 데에는 역시 명재상 명경륜가의 출현이 필연적이었습니다. 명 신종 만력제가 즉위한 건 1572년이니 거의 건국으로부터 200년이 지난 시점인데, 이때면 벌써 초기의 기풍은 사라진지 오래였습니다. 신종 만력제는 어려서부터 장거정의 가르침을 받고 자라났는데, 따라서 장거정은 국정을 통할하는 재상일 뿐 아니라 황제의 개인적 스승이기까지 했으니 그 위세와 권위가 어느 정도였을지는 짐작이 됩니다. 


장거정의 자질은 어려서부터 탁월했다는 평판이 일반적이고 이 책에도 그를 두고 "신동"이라 불렀다는 서술이 (당연히) 나옵니다. 저는 3년 전 책프 15기 43주차에서 주둥룬의 <장거정 평전> 리뷰를 쓴 적 있는데, 그 책에서는 다만 이런 "신동"과 같은 평판이라든가, 그를 잉태했을 시 모친이 꾼 태몽 같은 에피소드에 다소 회의적인 문장이 엿보이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그 책의 경우 "장거정 자신도 이를 믿었는데 이는 어떤 확실한 근거를 더하는 게 아니라 다분히 자기최면적인..." 같은 저자의 개인적 평가가 곁들여진다는 점입니다. 물론 장거정의 자기최면이었는지 여부를 판가를할 어떤 방법이 있는 건 전혀 아닙니다. 의심의 눈길을 보낼 수도 있고, 그렇지 않고 곧이곧대로 믿을 수도 있습니다. 


고려, 조선도 그렇고 중화 제국 역시 공맹의 경전에 대한 이해를 묻는 게 일반적인 관료 임용제도를 시행했습니다. 이른바 문관을 선발하는 "과거"란 실무 능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이 아니라는 거죠. 중화 제국뿐 아니라 메소포타미아, 이집트에 명멸했던 제반 정치 단위에서 그 성패는 치수(治水)의 능력에 달려 있었습니다. 특기할 만한 건 장거정의 경우 대운하의 관리, 황하와 장강의 수운 운영에 있어 치명적인 실패를 거듭했다는 점입니다.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아니, 그 사람이 토목, 건축을 언제 다뤄봤다고 그런 일을 해내겠어?"라며 이런 실정을 당연시하겠지만, 이 시절에는 일국의 고위 관료라면 어떤 방법을 써서건(그 중에는 전문가의 용인술 등이 포함되겠죠) 이를 해 내는 게 통상의 기대사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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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발견 | My Reviews & etc 2020-01-2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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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배움의 발견

타라 웨스트오버 저/김희정 역
열린책들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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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라는 이름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아일랜드계의 어느 부녀가 억센 생명력과 열정으로 가꾸던 그 농장의 이름과 같습니다. 이 장편 논픽션을 읽으면서 저는 내내 그 대하소설의 주인공 스칼렛이 떠올랐는데요. 차이점이 있다면 스칼렛의 부친은 다정한 인성(적어도 자기 딸한테는), 합리적인 세계관과 성실한 태도로 그 딸을 위험에 빠뜨리는 무모함은 저지르지 않았던 반면, 이 논픽션의 저자이자 주인공의 부친은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외에도, 스칼렛과 달리 이 작의 주인공에게는 모친과 오빠들이 있었죠)


대뜸 그 고전 장편이 떠올랐을 만큼 이 책은 흥미진진하고 다이내믹한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그러나 그 고전이 역경과 위기 속에서도 건전하고 생산적으로 자기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여성의 흐뭇한 사연인 반면, 이 책에 담긴 사연은 여튼 해피 엔딩이긴 하나 내내 어둡고 무거우며 끔찍한 사건들로 가득합니다. 이 책의 배경이 무슨 백 수십 년 전이 아니라 우리와 동시대라는 점, 더군다나 세계 최선진국인 미국의 한 지방이라는 점도 놀라움을 더합니다. 


장애인 헬렌 켈러의 경우 신체적으로 가장 비극적인 곤경에 처한 분이었지만 가정 환경은 유복했고 가족들도 대체로 상식적인 위인(그 이상이었죠 사실)이었다는 점에서 이 저자, 주인공만큼 불우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한 사람의 인생 성패가 자신의 의지와 노력, 재능에 달렸다 해도 이분만큼 환경이 나빴다면 도무지 방법이 없을 듯도 합니다. 여튼 이분은 그 모든 역경을 딛고 최후의 승자가 되어 이런 멋진 책을 우리 독자들에게 선사했으며, 그 자체가 위대한 업적이라 할 만합니다. 


모르몬 교 신도들은 그 출발 시점에선 이단 취급을 받았으나 현재는 버젓이 미국 주류 사회에 편입되어 존경을 받는 집단입니다. 가깝게는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사업가 밋 롬니가 있었고, 불과 며칠 전 지병인 암으로 세상을 떠난 크리스텐슨 하버드 경영대 교수는 한국에 모르몬 선교사로 체류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개인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벽촌에 머물며 근본주의적 삶을 고집한 분이 있었고, 보편적 삶의 원리를 거부한 그는 자신뿐 아니라 자신의 아내, 부모(특히 그의 모친, 즉 저자의 할머니), 자녀 등 모든 가족을 궁지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았습니다(본인은 결코 그리 여기지 않겠으나 제3자 입장에서는 다른 판단의 여지가 없을 듯).


외골수 신념으로 세상을 살려 하니 그들 가족에게 남은 일거리란 험한 노동밖에 없을 테죠. 부친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데, 이를 두고 그는 "중앙 정부의 독재, 압제를 거부하는 자유인의 결단"이라며 의미 부여합니다. 이 역시 전혀 뜬금없는 스탠스는 아니어서, 본디 미국이라는 나라가 중앙 정부에 대한 반항을 계기로 삼아 세워진 나라이고, 시민들의 자율적 삶이 권리 장전에 헌법적 권리로 보장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런 삶을 무작정 막을 수는 없는데, 다만 부모로서, 시민으로서 양심에 과연 어긋나지 않는 결단인지 그 시민이 정직하게 성찰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죠.


이 가족의 삶은 비참합니다. 오빠 중 하나인 션은 위험한 환경에서 노동하다(그 부친의 책임이 크다는 암시가 있습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 크게 다칩니다. 기묘한 건 그렇게 큰 사고를 당하고도 외견상 아무 이상 없는 듯 보인다는 건데, (당시 아직 사리 분별을 하기에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다쳤어야 할 게 저리 멀쩡히 보인다면 안 보이는 부분(내장 기관이나 정신)이 얼마나 큰 타격을 입었을까 하는 걱정(정확한 판단)을 이 소녀, 주인공, 저자가 이미 하고 있다는 점이 독자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의식이 왔다갔다 하는 와중에도 션은 아끼는 여동생 타라의 이름을 부릅니다. 


한 번도 부족해서 션은 한참 후 위험한 기계를 다루다 또 팔을 크게 다칩니다. 본인뿐 아니라 그 여동생도, 혈육이 이런 사고를 자주 겪어 육체적 정신적 모두 정상인 삶이 어렵게 되면 그걸 지켜 보는 것만으로도 미쳐 버리기 직전까지 갈 만하지 않습니까. 모친도 이런 사람과 살다 보니 건전한 판단을 못 합니다. 딸(이 책 저자)이 지금 몇 살인지도 모르고 독립해서 나가 살라고 하다가 이제 겨우 열 여섯이라는 걸 일러 주자 "그랬구나, 내일 당장 안 나가도 좋아."라고 말합니다. 종교도 좋고 다 좋은데 사람이 일상을 살아나갈 때 최소한의 맑은 정신은 붙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가정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경제적 곤궁은 둘째 치고라도) 과연 어떻게 정상적 삶이 가능할지 참 읽는 내내 마음이 막막해졌습니다. 


이 책의 배경이 무슨 에이브러햄 링컨이 통나무집에 살 무렵도 아니고 20세기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버젓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독자로서 기가 막히기도 했습니다. 여튼 타라는, 자신의 삶에 가로놓은 그 숱한 장애를 오로지 배움에의 열정으로 헤쳐 나갑니다. 말이 쉽지 이런 환경에서 뭘 배우려고 해도 제대로 책이 읽어나지겠습니까. 제가 관심 깊게 본 건, 이 어린 소녀 타라가 과연 뛰어난 지능을 가지기는 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그녀는 이런 책도 쓰고, 지성의 전당인 대학(그것도 명문)에서 자기 자리를 굳힐 만큼 성공한 인생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특히 "고등 대수학" 등에서 고전했다는 말로 보아 그리 엄청난 지능을 갖고 태어난 편은 아닌 듯 보였습니다. 물론 그렇기에, 즉 탁월한 머리라는 무기도 없이 나쁜 환경에서 이만큼 왔기에 더 위대한 성취가 되는 거겠죠.


경제적으로 겪는 어려움은 그 과정에서 터득한 강인한 의지, 자신만의 지혜 등이 부산물로 따라올 수 있기에(꼭 그런 건 아니지만) 마냥 불리한 여건만은 아닙니다. 그러나 자신을 가장 살뜰히 돌봐 줘야 할 부모가 뭔가 비정상적인 가치관을 가졌기에, 정서적으로 베풀어야 할 보호를 등한히하고, 나아가 남들 다 받는 교육마저 부실하게 받게 한다면 그 밑에서 자라나는 애가 정상이 될 수가 없습니다. 비뚤어지고 왜곡된 인성은 물론, 사리 판단을 합리적으로 할 수 없기에 자신의 과제도 제대로 해결 못 합니다. 


미국은 개인주의적 삶이 지배적인 데다 광대한 영토에 남 일 신경 안 쓰는 분위기라서 이런 비극적인 가정(에서의 위대한 성취)도 있을 수 있겠지만, 한국은 좁은 땅에 남들 눈치 보고 살며 남들 하는 만큼은 해야 사람 취급을 받는 사회입니다. 그래서 사실 타라 웨스트오버 박사님 같은 비극적인 출발점을 맞이하는 인생은 거의 없습니다. 이분이 어린 소녀 시절, 배움이 얼마나 간절히 목말랐겠습니까. 그런 분이 만약 한국처럼 입시 위주의 교육, 줄세우기 풍조 같은 걸 겪었다면 아마 천국도 이런 천국이 없다며 환희에 찼을지도 모릅니다. 한국의 교육 풍조가 마냥 좋다는 게 아니라, 우리는 혹 배부른 푸념에 젖어 더 중요한 걸 잊고 있지나 않는지 반성을 할 일입니다. 


책 속에는 대체로 보편적 지혜와 상식, 인류 공통이 동의할 만한 가치가 담겨 있습니다. 어린 타라 웨스트오버는 이 점을 알고 그 희미한 불빛을 제대로 좇았기에 지옥으로부터 광명의 세계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제발 부모님 감사한 줄, 내가 처한 환경에 감사한 줄 알고 주어진 여건을 소중히 활용하며 살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이 무섭고도 치열한 책을 읽으며 독자로서 제게 남은 감상은 그것뿐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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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명언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1-2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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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손글씨로 마음에 새기는 하루 한장 명언

KSAM 편집부 편
KSAM(한국표준협회미디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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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것, 무른 것 중 무엇이 더 낫겠습니까? 사실 이런 질문은 대단히 어리석은 것입니다. 노자의 가르침은 "상선약수"라는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고는 하나, 지금 치열한 경쟁을 치러 내는 사회인이라면 그 심오한 가르침 한 마디에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저런 질문에 일괄적인 답이란 있을 수 없고, 사람은 단단할 때 단단해야 하고, 물러져야 할 때 유연할 수도 있어야 한다 정도가 정답에 가깝습니다. 그럼 그러한 각각의 때는 언제인가? 그 역시 정해진 답은 없죠. 다 제각각 자신에 맞는 답을 찾고 살아야지, 누구한테 배울 수도 없고 배운다 해도 그 답이 자신의 것이 될 수 없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되는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대체로 우리는 "단단해지는 것"을 정답으로 간주하고, 이익 획득이나 권리 수호를 놓고 맞붙어 싸울 때 자신이 충분히 단단해지길 원하지, 그 반대로 물러터지길 바라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입니다. 패튼 장군은 "적군들이나 지들의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치라고 하고, 너희들은 악착같이 싸워서 살아남고 이겨야 한다"고 훈계를 늘어놓기도 했습니다. 죽은 것은 그 자체로 죄악이고, 생명을 지닌 유기체가 대사 작용을 이어가는 한 살아남고 이겨야 그게 자연의 순리에도 부응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명언집의 가치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믿으십니까? 저는 어렸을 때 어린이, 청소년용 일간 신문을 구독하면서 신문 좌측 상단에 실린 "금언 명언"을 매일 가위로 오려내 두꺼운 스프링노트에다 한 면에 8개씩 붙여 놓곤 했습니다. 사실 수집이라는 게 다 그렇지만, 모이면 모일수록 양과 외관에 집착하게 되지, 그 내용을 흡수하고 내면화하는 데에 신경을 덜 쓰기가 십상입니다. 차라리 컬렉션이 빈약하여 내용물이 얼마 없으면, 그 빈약한 것에나마 애착을 두고 몇 번씩 들여다 보며 내용을 숙지하여 애쓸 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그때 모은 명언들 내용이 거의 하나도 생각 안 납니다.


그런데 어렸을 적 한 번이라도 스쳐지나간 내용이라면, 성인이 되어 줄줄 읊기까지는 못하더라도 다시 보았을 때 기억이 나는 게 보통인데, 제가 예컨대 브레이니닷컴 같은 외국 명언(quote) 사이트에 들러 보면, 어렸을 적 봤던 명언 pool과 겹치는 게 극히 드물더군요. 미국에서 명언으로 꼽는 가르침과, 한국(이나 일본)에서 염두에 두는 게 서로 초점이 다르기라도 한지, 아니면 세상에 여태 그처럼이나 명언이 많이 생산된 것인지는 모를 일입니다. 어쨌든 명언은 과연 명언이긴 해서, 하나하나 훑어 보면 다 옳은 말들이고, 때로는 그 멋진 레토릭에 반한 나머지 정서가 한껏 고양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걸 외워 뒀다가 써 먹어야지 하는 생각보다는, 지금 이 자리에서 진정 내것으로 내면화해 버리고 말자는 의욕이 더 생깁니다. 활용, 과시는 어렸을 때 하는 거고, 이제 나이를 먹은 만큼 더 이상 숙제를 미룰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지금 실천을 못 하면 과연 언제 정면으로 만날 기회가 또 마련될까 하는 조바심 같은 것도 생기니 말입니다.


사회에서 성공해야 한다, 지금 이 프로젝트를 반드시 따 내어 완수한 후 돈도 챙겨야 한다, 전 이런 의욕이나 다짐 자체는 하나도 나무랄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책임 질 사람들이 주위에 늘어나는 만큼, 설령 나 자신을 희생해서라도(라기보다, 당연한 의무죠), 뭔가 경제적 가치를 내 주변에 쌓아 두어야 그게 차라리 "윤리적"인 선택입니다. 실속도 없으면서 군자연하는 처신은 결국 무책임으로 전환하여,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칩니다. 악착 같이 일에 힘써야 하고, 뭐라도 하나 따 내려고 눈에 불을 켜고 덤벼야 합니다. 태평을 치고 시간을 낭비하면 내 자신은 물론 내 주변의 좋은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입니다. 나에게 월급을 주는 고용주라고 해도, 그 "좋은 이들"에 포함됩니다. 입장 바뀌고 생각해 보면, 일은 안 하고 급여만 타가는 직원이 얼마나 얄밉겠습니까? 또, 그런 이중성에서 못 벗어나고, 정작 자신이 관리직이나 오너 지위에 올랐을 땐 정반대로 태세전환하여 아랫사람을 갈구는 인격이라면, 그런 이는 결코 그 자리를 오래 지키지 못할 것입니다.


이 책에 실린 명언들은, 어떤 윤리적이고 초연한 삶의 자세보다는, 그 반대로 맹렬한 오기와 투지를 부추기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하긴 서유럽의 경제 볼륨과 성장세가 동아시아를 능가한 건, 대체로는 자립, 자조, 혁신의 가치를 중시한 프로테스탄티즘이 직업 정신과 결합하여 불꽃처럼 일어났다고 보는 게 맞죠. 그래서 아마도 전투적으로 자신의 한계, 타인의 역량과 맞서 싸우고 끊임없이 전의를 불태울 것, "단단해질 것"을 이처럼 강조하는 명언이 많이 축적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단단해져야 합니다. 몸도 단단해져야 하고, 특히 신체의 말단 부위에 이르기까지 단단해져야 나도 만족스럽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만족스러워할 것입니다(?). 이렇게 정신적으로 완전 무장이 이뤄진 사람은, 결국 눈빛과 자세와 그로부터 재생산되는 마음자세까지 단단해지고 빈틈이 줄어듭니다. 혹 어떤 이들은 이 책뿐 아니라 다른 명언들(이라고 유통되는 것들)에 대해서도, 그 진정한 출전에 대해 의심을 보내기도 하는데, 뭐 학술적 명제나 주장도 아니고 개별 명언의 진위와 내력을 어찌 일일이 검증하겠습니까? 족보 명확한 명언보다, 나를 각성시키고 격동시키는 명언이 훨씬 "명언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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