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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인, 아마조니언 되다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2-29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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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삼성인, 아마조니언 되다

김태강 저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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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에서 삼성을 다닌다, 혹은 경력 중 한 줄로 이력서에 들어간다고 하면 최고의 인재로 평가 받습니다. 그런데 삼성뿐 아니라 현재 미국에서 최고의 성장세를 보이는 아마존닷컴에서도 근무했던 분이라면, 더군다나 요직을 맡은 경력이라면 정말 돋보이는 인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분의 조직 분석서입니다. 


삼성과 아마존은 여러 모로 구별 되는 조직입니다. 일단 삼성은 기업 문화가 빡세기로 유명한 한국 기업 중에서도 특히나 직원 문화가 엄격하고 까다로운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기율뿐 아니라 업무 강도도 세계 어느 기업에 뒤쳐지지 않을 만큼 강합니다. 


그에 반해 아마존은 일단 이런 한국 기업들에 비해서 직원 개개인의 자율성이 폭 넓게 보장됩니다. 물론 아무리 형식이 자유롭다고 해도 생각 없는 멍청이가 무슨 봉이나 잡은 듯 날로 먹을 분위기는 아닙니다(아마존 아니라 세상에 그런 회사는 없죠). 널널한 듯해도 직원이 최고의 창의성을 발휘하게 하는 독특한 그들만의 비결이 있겠고, 이런 점은 두회사를 모두 다녀 본 분이라야 우리 독자들에게 정확히 일러 줄 수 있겠죠. 


책 p67에는 의외로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아마존은 다른 테크 회사들과 다르게 삼성과 굉장히 비슷한 회사다." 즉 부하 직원 몇 위에 이들을 관리하는 이가 있고, 이들 위에 다시 상위 관리직이 있어 피라미드를 쌓아 올린 것과 비슷하다는 소립니다. 그런데 저자는 "비슷하기도 하지만 다르기도 하다"고 하네요.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삼성과 같은 결재 시스템이 없다"는 겁니다.


예전 신문 연재 만화 <무대리>에서는 상사한테 깨질 때마다 "내가 그저 못난 탓이거니 여기라"는 주문이 독자들에게 호응 아닌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 대부분 "깨진다"는 게 결재 과정에서 깨지는 겁니다. 상사에게 칭찬 받고 기안이 다 승인되면 회사 다니는 게 회사 다니는 게 아니라 고차원 놀이터에서 즐기는 겁니다. 결제를 못 받고 면박을 당하니까 회사 다니는 게 죽을 맛이라는 건데, 아마존에는 세상에 이 결재 시스템이 따로 없다는 거죠.


요즘 회사의 트렌드는 바로 창의성입니다. 직원들이 스스로 신이 나서 즐겁게 일을 해야 그 일의 성과가 양질이 됩니다. 죽지 못해 일하고 밤낮으로 모멸을 겪고 까이는 회사 직원들 머리에서 나온 성과는 전근대에나 알맞은 판에 박힌 진부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아마존의 모토는 첫째도 최대 자율, 둘째도 자율입니다. 물론 이런 자율과 재량을 부여 받으려면 그 직원 자체가 충분한 능력을 지닌 인재라야 가능하겠습니다. 저질의 멍청한 꾀쟁이한테 재량을 줘 본들입니다. 


"내 자리가 없는 아마존(p133)" 우리 나라 회사에서 이런 일 생기면 그날로 죽는 겁니다. "짤렸다"는 말의 제유법은 바로 "책상이 사라졌다"입니다. 그런데 아마존은 본래 직원 개개인의 자리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군요. OUR PLACE라고 해서 일정 영역에서 자기가 적당히 앉으면 그만이라고 합니다. 새벽에 무리지어 버스로 출근하시는(사실은 그냥 새벽 마실) 할머니들 보면 버스에 자신의 자리가 정해져 있습니다^^ 사실 이런 일종의.... 기득권? 혹은 고정된 포지션에 대한 강박은 현상 타개를 심리적으로 어렵게 만들죠. 아무것도 아니고 사무실도 그 자리인데 때론 다른 자리에 앉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되고 새 착상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아워 플레이스 안에서 내 자리를 유동적으로 정한다는 건 다르게 말하면 팀웍을 공유한다는 겁니다. 마이가 아니라 아워인 공간에서, 나는 다른 팀원과 자리를 바꿔(비유적으로건 물리적 의미 그대로이건 간에) 앉아 봄으로써 그와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팀웍인들, 팀 스피릿인들 고양되지 않겠습니까? 아마존의 자리 배치는 이런 것 하나도 세심하게 고려한 것입니다. 


저자는 아마존에서 시니어 제품 담당 매니저로 봉직한 분입니다. p149의 일정 대목을 잠시 그대로 인용하면 "... 삼성에서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제품 성능 평가를 통해 양산 여부를 결정했다"는 건데, 이는 사실 예사 능력으로 감당 가능한 직분이 아닙니다. 여튼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나의 경력으로 지원 가능한 게 그 분야뿐이라서"인데 일반 독자의 기를 상당히 죽이는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 여튼, 아마존에서 구태여 대학 전공을 보지 않고, 오히려 MBA 코스 수료자(엄연히 문과)를 우대하는 이유는 뭘까요? 기술적 지식보다는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어떤 비전을중시하기 때문입니다. 멀리 보고 높이서 볼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인재의 본질입니다. 


삼성이건 아마존이건 동료의 신뢰를 얻는 건 무척 중요합니다. 이는 사람의 심성, 인성 따위에 대한 신뢰일 뿐 아니라 능력에 대한 신뢰이기도 합니다. 삼성, 아마존에서 근무할 기회를 갖는 행운(혹은 타고난 능력)의 인재가 과연 우리 나라에 얼마나 되겠습니까만 이런 조직에서 성공한 인재의 충고를 듣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자기 회사 안에서 성공할 수 있고, 요즘은 첫 출발이 안 좋아도 이직을 통해 자기 경력을 처음보다 훨씬 알차게 가꿔 나가는 게 가능하더군요. 


p204에는 그런 신뢰를 얻기 위한 저자만의 비결이 나옵니다. 첫째는 소통입니다. 저자는 일단 회의록 자체를 충실히 작성하면서 혹 자신이 잘못 알아들은 부분이 없는지 일일이 확인했다고 하는데 말은쉬워도 상사에게나 동료에게나 이렇게 워딩의 정확성을 확인 받는 게 쉽지 않습니다. 자존심 문제도 있고 번거로워서라도 못 하죠. 다음으로는 솔직한 매너인데 이는 앞선 1번 항목과도 관계가 깊습니다. 셋째로 저자가 꼽는 건 메일 회신을 비롯해 가급적이면 시간에 맞게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겁니다. 


Step out of your comfort zone. (p230) 사람은 자신의 익숙한 알을 깨고 나오는 게 무척 어렵습니다. 어떤 자는 자신이야말로 더러운 요람 안에 머물러 나올 줄을 모르면서 남더러 자신의 한계 안으로 들어오라며 적반하장격 헛소리를 합니다. 이런 것 역시 미숙한 인격체가 보이는 퇴행의 반응이죠. 반면 자신이 이미 익숙한 틀을 깨고 더 넓은 세상을 활개치는 사람이라면 그런 헛소리에 이미 신경이 쓰이지조차 않습니다. 이 책을 읽고 무엇보다 깊이 새긴 가르침이라면, 자신의 좁은 틀 안에서 벗어난 경험을 한 사람이 멀리서, 높이서 내다 볼 수 있는 여유와 "비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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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자를 위한 오피스 구축 가이드 | My Reviews & etc 2020-02-2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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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무자를 위한 통합적 오피스 구축 가이드

김수란,이준환,지민경,코아스 공저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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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떤 사무실을 가 봐도 자기만의 개성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사무실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처음 방문하는 사람도 분명히 깨닫게 합니다. 나아가, 이곳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내 이해 관계를 공유하고 사무를 맡겨도 되겠구나 하는 신뢰를 갖게 합니다.



사무실의 주인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처음에 잘 꾸려진 사무실 안이라면 무슨 일을 해도 잘 될 것 같은 안도감이 느껴집니다. 그렇지 않고 어수선한 짜임새라면 금방 싫증이 날 뿐더러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 쉽게 지칩니다. 어떤 사람은 사무실 이전을 주기적으로 하라고도 권하는데 그건 쉬운 일이 결코 아닙니다. 이전은커녕 레이아웃 재배치도 만만하지 않으며, 따라서 처음 오피스를 구축할 때 짜임새 있고 몇 년의 쓰임새와 분위기를 내다보는 배려와 성의, "전략"이 중요합니다.

사무실 신축, 이전시 그저 목 좋은 곳을 잡아 건물주와 계약만 마친다고 끝이 아니죠. 오히려 일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기존 사무실과 임대 계약이 종료되었으면 깔끔한 마무리가 다 이뤄져야 하고, 새로 입주할 곳과는 그 전 사용자와의 관계까지 꼼꼼히 챙겨야 합니다. 책 pp. 42~43에는 이것 관련 챙겨야 할 사항들이 표로 잘 정리되었습니다. 

행정 업무 중에는 "산업체 지정(해당 사항 있는 업체 한정)" 관련하여 지방 병무청에 신고서를 14일 이내 제출해야 하는데 사장이 이래서 힘들다는 거죠. 어떤 분은 "그걸 왜 해야 하는데?"라고 물으시는데 그래서 일은 매뉴얼대로(즉, 이런 책을 참조해 가면서) 해야 합니다. 비슷한 일을 하는 분들에게 귀동냥만 하고 진행하면 뭘 빠뜨려도 빠뜨리기 마련입니다. 

임대보증금 반환(회수)뿐 아니라 의외로 자잘한 보증금류가 많으므로 꼼꼼하게 챙기고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 전화나 TV 사용도 약정 기한이 있으므로 가능하면 이런 계약상 손실이 최소화하도록 일을 진행해야겠습니다. 정수기, 심지어 프린터도 렌탈 해서 쓰는 경우가 많으므로 책에선 이런 것도 빼먹지 말고 살피라고 알려 줍니다.



단순 이사가 아니라 아예 건물 신축 입주인 경우에는 더욱 까다롭습니다. 특별시, 광역시의 경우 일정 면적 이상 건물은 먼저 시도건축위원회의 심의를, 그 다음으로 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p52). 공사가 끝나고 나면 사용승인신청서, 감리완료보고서, 공사완료도서 등을 제출해야 하는데 여기서 "도서"는 도면 따위를 가리킵니다. 건축 관련 법령 중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용어가 있어서 초보 사장님들은 어렵게 느낄 수 있죠. 

"복지공간이 사내 삶의 질을 좌우한다(p70)."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파트 중 하나였습니다. 다닥다닥 붙어서 겨우 칸막이 몇으로 개인 공간이 구분되는 종래의 사무실을 보면 저런 데서 무슨 일이 될까 싶기만 하죠. "사람이 곧 경쟁력(p106)이므로" 일단 개인당 적정 공간을 확보하여 밀도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p111에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나옵니다. 보통, 한정된 공간에 개체 수가 늘어나면 생존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지므로 다툼이 빈발하는 것으로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먹이라든가 산소 공급 같은 게 넉넉하게 이뤄진다면 어떨까요? 1973년 존 칼훈 박사 등은 그저 공간 밀도만 높인 채 다른 생존 조건은 평균 이상으로 관리한 환경에서 쥐들의 행태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관찰했는데 결과는 뜻밖이었습니다. "먹고 살 만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좁은 공간에서 많은 개체가 부대끼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은 급격히 추락한다는 겁니다. 이 결과가 쥐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는 건 이 연구 결과에 격하게 공감하는 우리 독자들 자신의 반응만 봐도 확인 가능합니다.

직원들의 업무효율을 높이려면 그래서 "체감 쾌적도"에 신경 써야 한다고 저자들은 지적합니다. 100㎡ 당 환기량이 30㎥이라면 적정 수용 인원이 24인이라는 등 모범적인 예시가 책에 나옵니다(p122). 그 외에도 사무실 바닥 면적과 체적에 따른 환기량 계산도 일정 공식에 따라 산출 가능하며, 독자들이 다양한 상황에 따라 참조할 수 있도록 책은 배려하네요. 또, 겐슬러 社의 연구 결과 "지원 공간은 탈출을 위한 게 아니라 최적화를 위한 것이다"도 깊이 유념해야 하겠습니다. 

"조닝(zoning)의 기본적인 의미는 공간을 사용 용도, 성격, 기능에 따라 권역별로 나눠 배치하는 일을 뜻한다(p140)." 사무실 공간의 확장이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면 바로 이런 조닝 센스에서 사장(혹은 해당 책임자)의 역량이 드러난다고 하겠습니다. p141에는 예를 들어 캐비닛 하나를 비치하는 데 소요되는 공간 산출 공식이 그림과 함께 보기 좋게 제시되었습니다. 

불필요한 공간은 가급적 최소화해야 합니다(p157). 책에서 제시된 방안은 유니버설 플랜, 모듈화, 자투리 공간 활용 등인데 특히 유니버설 플랜에서 "조직 내 수평 문화 형성", "변화에 따른 기민한 대응" 등의 순기능이 기대된다고 합니다. 가히 공간의 영리한 활용이 업무를 완성한다는 금언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고 하겠네요.

p180 이하에는 통행 인원수 등 여러 조건에 따른 복도의 폭을 정하는 공식 등이 있습니다. 건축 법규에서 정하는 최소 기준, 권장 사항과 이런 책에서 교과서적으로 정해 주는 기준이 좀 다른데 아무래도 이런 교과서에서 말하는 기준이 더 엄격하다고 봐야 하겠네요. 그저 관청의 허가만 얻기 위한 것과, 내 회사 내가 잘 꾸려가기 위한 기준 중 후자가 더 높은 눈높이인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시시한 돈 몇 푼 아끼는 것보다(물론 이것 역시 원가 절감 차원에서 중요합니다), 내 밑의 직원이 창의력, 의욕을 full로 발휘하여 신 나게 일하는 게 더 중요하고 더 이익이 나는 선택입니다. p183의 동선 계획도 눈여겨 봐야 합니다.

아무래도 많은 이들이 관심 가질 만한 분야는, 사무실을 무슨 자재를 들여 꾸미며 색 배치 등은 어떻게 할지, 즉 인테리어를 예쁘고도 업무 적합도 높게 가꾸는 문제입니다. p205 이하에 컬러 도판으로 아주 상세하게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이 대목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건 서점에 가서 책을 직접 확인들 하시고 내 수요에 맞는 옵션이 뭘지 직접 확인들 하시는 게 낫겠죠! 천장 마감재, 바닥재 등을 조건에 따라 자세하게 추천하는데 와 이 정도 선택의 여지가 있구나, 남들 하는 대로 따라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꼼꼼하게 살피고 고민 좀 한 후에 결정해야 하는구나, 새삼 느끼게 되었네요.



사무실을 쾌적하게 만드는 건 환기 시설 뿐 아니라, 자재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염 물질 영향 최소화, 미세 먼저 컨트롤 등도 고려해야 합니다. 대략 1년 전에 라돈 침대가 문제가 되어 우체국 직원들이 동원되어 수거하는 사태도 벌어졌는데요. 책 p232 이하에선 이런 오염 물질 통제 원칙이 자세하게 나옵니다. p250 이하에는 조도, 습도, 소음 등 다른 요소들의 최적 수치가 설명됩니다.

이 책을 읽으며 또 놀란 건, 사무실의 공기를 맑게 해 주는 장치로서 기계 설비뿐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식물, 화초 등의 옵션을 제시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마삭줄, 쉐플레라, 돈나무, 제라늄(p266) 등이 상황에 따라 권장됩니다. 또 요즘은 루프탑이 공간으로서 재조명받는 트렌드인데, 루프탑뿐 아니라 루프 언더(?)의 실내 역시 원칙에 따라 최적으로 관리되어야 하는 게 당연하죠. p263에 서울시 등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가며 "쿨 루프"를 설치하는 요령이 잘 나옵니다. 컨설팅도 받고 돈도 아끼는 일석 이조입니다.

고민의 절정은 사무실 파티션 이슈인데, 이 부분도 책이 아주 시원하게 해결해 주더군요. 소음과도 연관해서 생각해야 하는데 건축 관련 책을 보면 각 레이아웃에 따른 장단점이 잘 나와들 있습니다만 이 책을 읽고서야 개념이 확실히, 또 실용적으로 잡혔습니다. p300 이하에 설명이 자세하면서도 현장에서 고민하는 바를 직접 해결해 주는 친절함, "똑똑함(?)"이 돋보였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고민하고 최신 문제를 해결해 본 전문가들의 해법이 확실히 뭐가 달라도 다르더구요.

요즘 사무실 구축은 기술적 요소, 경영의 면을 다 고려할 뿐 아니라, 직원의 심리와 사기, 환경, 예술의 이펙트까지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이 책은 교과서처럼 체계가 섰으면서도 컬러 도판이라든가 직관적인 설명이 많아서 저 같은 독자의 고민을 많이 덜어 주는 해답을 잘 알려 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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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요가합니다 | My Reviews & etc 2020-02-27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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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음을 요가합니다

아카네 아키코 저/김윤희 역
미호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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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어떤 친구가 저와 함께 요가하러 같이 다니자고 한 적이 있습니다(다른 친구가 저더러 "뇌호흡"도 같이 해 보자고도 했는데 그건 좀 찜찜해서 거절했습니다만). 결국 못 나갔지만 여튼 체형이 바로 잡히고 마음의 평온을 얻는 데에 요가는 확실히 효과가 있긴 하겠으며, 적어도 한국에서 많은 "지지자"를 얻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본디 이처럼 육신뿐 아니라 마음을 바로잡는 첩경이 요가이긴 합니다만, 이 책은 본격적으로 "마음 요가"를 가르치고 있더군요. 


책은 모두 84개의 이야기 꼭지로 이뤄져 있습니다. 84라는 숫자에 어떤 뜻이 담겼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으나 그 한 마디 한 마디 제목이 독자의 차분한 공감을 유도합니다. 재목만 잘 읽어도 마음이 절로 정돈되는 듯한 느낌이나, 본문은 그보다 더 명징한 언어들, 마음이 착해지는 언어들로 이뤄집니다. 참 책이 제목 그대로다 싶었고, 읽기만, 아니 눈길을 주기만 해도 기도나 명상이 이뤄지는 것 같았습니다. 


"개념에 얽매이지 말고 마음에 바람이 통하는 일상(p64)" 말은 쉽지만행동으로 옮기기가 어렵죠. 왜냐면 이미 우리 마음 속에는 못된 욕심 주제 넘은 생각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해야 이 모든 잡된 개념, 개념 같지도 않은 개념이 썩 사라지게 할까요? 저자는 이를 두고 요가의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요가의 요체는 쓸데없는 동작을줄이고 필요한 것만 남기는 데에 있습니다. 개념, 머리 속을 어지럽히는 개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개념은 그보다 더 간단한 다른 개념으로 대체되며(이른바 오캄의 면도날), 어떤 개념은 아예 건설적인 사고에 필요 자체가 없습니다. 


불교에는 제법무아, 제행무상이라는 가르침이 있는데 우리가 일상이건 일에서건 집착하는 이른바 "에고"라는 게 실상은 아주 부질없으니 즉시 버리고 더 큰 세계로 자연스럽게 합일하라는 거죠. 특히 서양 문명의 경우 남과 구별되는 내 자신의 개성을 찾고 나의 욕구에 충실하여 이익을 도모하라는 분위기가 주조인데, 이게 다 쓸데없는 집착이라는 겁니다. 내가 내 이기적인 욕구를 안 내세우면 잡된 분쟁도 그치겠지만, 구태여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일단 내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요. 그것만 해도 어디겠습니까. 책 p82에 이에 대한 자상한 가르침이 나옵니다.


p95에는 "새장 속에 갇힌 새"라는 말이 나옵니다. 새장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죠. 만약 우리가 중력이라는 새장이 없다면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도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을 것입니다. 능력의 부족도 결국 새장입니다. 우리가 지적 능력을 어디서 무한정 끌어다 쓸 수 있다면 회사에서 칭찬도 받고 승진도 하며 자영업자라면 세상 손님을 모두 모을 수 있겠으나 "새장" 때문에 그게 안 됩니다. 그런데 저자는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이 세상에 새장 따위는 없다는 겁니다. 그럼 왜 우리는 우리의 뜻을 못 펴는 걸까요? 답은 p95 이하에서 스스로 찾아 보십시오.


p104에는 우주의 바나나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주의 바나나가 대체 뭔가요? 저자가 요가 수행을 위해 인도 모처에 머무를 때, 어느 원숭이가 냉큼 저자 손에 든 바나나를 나꿔 채 가고 사람들은 박장 대소를 하더랍니다. 이때 요가 행자가 "저건 선생님의 바나나가 아닙니다. 우주의 바나나입니다." 라고 하더라는 거죠.


우주의 바나나! 성경에는 "흙에서 나와 흙으로 가는..."이란 구절이 나옵니다. 흙이 본디 속할 곳인 흙으로 돌아갈 뿐이나 허무할 것도 아니고 슬퍼할 것도 없습니다. 내 것을 원숭이녀석에 뺏겼다고 비통해할 것도 없습니다. 내 손도 원숭이 입도 모두 우주의 한 자락이고 우주 그 자체입니다. 부분도 전체도 경계가 없습니다. 생각과 마음이 이에 미치면 무엇이 서럽고 무엇이 아프겠습니까? 


사람을 가장 지치게 하는 건 인간관계입니다(p33). 나도 에고 덩어리이며 남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수 없이 많은 에고와 에고가 맞붇잊고 진창 싸움이 벌어집니다. 이 판에 전쟁이 벌어지고, 누군가 하나는 땅바닥에 맞아 뒹굽니다. 저자는 여기서 하나의 제안을 합니다. 


"나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옳다는 생각을 해 보십시오."


여기서 저자는 "당신이 틀리고, 타인이 옳습니다."라고 하지 않습니다. 예전에 "무대리"란 만화에선 직장에서 치이고 박살 날 때마다 "그저 내가 못난 탓이거니"로 돌리라고도 했습니다(다분히 반어적, 자조적). 물론 맞습니다. 내가 잘나면 안 터지죠. 그런데 그렇게 자기 부정을 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여기서 저자가 내세우는 게, "나도 옳지만 더 차원을 넓혀 '우리'가 옳다"라고 생각을 고양, 승화시켜 보라는 겁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허상을 극복하고 자연스러운 본성에 다다르게 됩니다(p80). 우리는 성장 과정에서 갖가지 집착을 가지며, 요행히 얻은 행운을 두고 나의 참모습이라며 타인에게 강변하게도 됩니다. 이런 게 쌓이다 보면 자신이 자신의 모습에 대해 과대망상을 갖게 되는데 워낙 경쟁이 치열한 현대이다 보니 망상이나 허세가 거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최대 피해자는 이런 허세를 견뎌 줘야 하는 옆사람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거품을 걷어 내고 자신, 정직한 자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를 통해서만이 남도 편해지고 나도 편안한 마음으로 안식을 찾을 수 있습니다. 분량이 짧은 책이지만 마치 요가를 잘 끝낸 날씬한 몸을 보듯, 필요한 가르침만 오롯이 담긴 착하고 지혜로운 책, 아니 스승을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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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 My Reviews & etc 2020-02-26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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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말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다니하라 마코토 저/우다혜 역
지식너머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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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나 우리나 사람 사는 모습, 사회 구조가 닮은 구석이 많다 보니(닮은 만큼이나 그 차이점도 엄청나긴 하지만) 이슈에 따라 일본 분이 쓴 책에서 해답을 딱 맞게 얻는 수가 많습니다. 이 책도 제게는 그런 책이어서, 그간 꼬이고 얽힌 관계에 대해 좋은 시사점을 얻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특히 유튜브 등에서 TED 컨텐츠를 종종 보시나요? 저자는 여기서 특히 프레젠테이션의 달인들을 보고 많은 걸 배운다고 합니다(p32). 여기서 저 달인들은 그저 일방적으로 자기 할 말만 떠드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청중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그래서 일정 지점에서 공감을 유도하고, 자신의 메시지에 대해 더 깊은 몰입도 도모합니다. 예전에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도 연설 시에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며 되묻는 화법을 자주 구사했고, 지금은 심X정 대표가 자주 쓰는 방법인 듯도 합니다. 여기서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프레젠테이션의 최종 목적이 무엇인지 잊지 말라, 그것은 바로 '설득'이다."입니다.


"토킹스틱(p96 이하)"은 예전에 저도 이 주제 하나만을 다룬 책을 한 권 읽은 적 있습니다. 아메리카 원주자들이 부족의 소통과 그를 통한 평화를 끌어내기 위해 사용한 수단이죠. 저자는 한때(대략 12년 전?)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스티븐 코비의 자계서 <성공하는...>에서 이 토킹스틱 이야기를 다시 끌어냅니다. 분쟁이 극에 달하면 우리는 보통 "말이 안 통하는군."이라며 침묵의 단계에 들어갑니다. 이 침묵이 이후 더 발전적인 소통으로 승화할지, 아니면 "갈데까지 가"게 되는지는 다양한 변수가 좌우합니다. 토킹스틱은 말하자면 후자의 길로 이끄는 일종의 도구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전개될 이 책의 진짜 주제이기도 합니다. 


"아니 그래서 결론이 뭔데?(p101)" 부부싸움이 더 나쁜 단계로 치닫는 중 남편이 보통 보이는 반응입니다. 저자는 여기서 남편들이 종종 잊는 점이 있다고 하는데, 아내는 이런 상황에서 그저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 자체를 조성하려고 한다는 거죠. 그 의도를 모르고 남편은 "상대, 즉 아내의 의도, 혹은 결론"만 성급하게 알아내려고 합니다. 남편을 두고 무조건 단세포라며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남편들이 깨닫지 못하는 건, 애초에 이런 싸움에 무슨 "결론"이라는 게 있기가 힘들다는 겁니다(아내에게건 남편에게건 말입니다). 만약에 만약에 아내가 "결론"이 있다면, 그럼 뭐 남편은 그에 무조건 따를 작정이었겠습니까? 만약 마음에 안 들거나 비합리적인 구석이 있다면 바로 불복하고 또다른 싸움으로 접어 들었을 거면서 말입니다. 그러면서 "결론이 뭔데?"라고 묻는 건 그냥 싸움을 이어가자는 거밖에 아니죠. 이런 점에서 "일단 같이 해법을 모색하게끔 분위기부터 만들자"는 아내의 암묵적인 제안은 남편의 그것보다 타당합니다. 이건 뭐 입장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성격이 아닙니다. 애초에요.


남들 앞에 서면 일단 몸이 배배 꼬입니다(p120). 사람들, 수많은 청중들이 쏘아 대는(꼭 적의 어린 게 아니라 호기심, 호의도 있지만 말이죠) 시선의 힘을 배겨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을 이겨내야 프레젠테이션의 달인은 물론, 달인까지는 가지 않아도 PT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성과를 만드는 조직인이 될 수 있습니다. 발표자는 상대의 눈을 일단 바라보고(사람들이 많으면 그들과 일단 일일이 눈을 맞추고) 개방적인 마인드를 가지면서, 몸짓과 손짓은 크게 하라고 저자는 조언합니다. 사실 이게 주관적인 자신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상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마음이 확실히 서면 의식적으로 하지 않아도 절로 그렇게 되는 것 같더군요.


저자는 현직 변호사인데 실제로 상대와의 물리적 거리를 조절함에 따라 다른 소통의 요소, 즉 메시지라든가 태도라든가 분위기가 조절된다고 합니다. p131 이하에 이 말이 자세히 나오는데 어찌 보면 이 책 제목이 직설적으로 전달하는 내용 본체이기도 하겠습니다. 무조건 우호적인 소통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예를 들어 상대를 제압헤야 할 필요가 있을 시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선이 효과적이며, 상대를 압박하려면 실제로 거리를 바짝 좁히라고도 합니다. 이를 두고 저자는 "물리적 거리를 통한 관계성까지의 조절(p133)"이라 정리합니다. 


"개방형 질문"과 폐쇄형 질문은 제가 지난주에 읽은 어떤 책에도 나온 주제인데 이 책(p170)에서 또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역시 청중을 어느 정도 자신의 공감대 영역 안에 끌어들이거나 묶어 둘지에 따라 화자가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자는 "말이 그렇다 뿐이지 사실 개방형이니 폐쇄형이니 하는 건 일도양단으로 구분되는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독자인 저 역시 과연 책에서 설명하는 모든 개념이 과연 현실에서도 칼 같이 적용이 될까 하는 의구심이 많았습니다만 저자 역시 그런 태도였네요.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건가. 이는 말 듣는 사람을 얼마나 배려하는지에 따라 자연히 따라나오는 "지혜, 융통성, 유연함"에 의해 결정된다고 합니다. 자세한 건 p173 이하에 저자의 처방이 나옵니다.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성현의 시 구절에도 나오지만 우리는 이성을 가진 인간, 또 그 이전에 사람으로서 타인에게 공감할 수 있는 사회인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거리와 힘 조절이 가능합니다. 그게 안 되는 건 이기적이고 유아스러운 자기 욕심이 앞서서입니다. 힘 쓰는 게 문제가 아니라 힘을 조절하는 게 어려우며, 그 "거리"의 조절이야말로 소통뿐 아니라 인간 관계의 달인, 아니 달인까진 아니라도 최소한 남 하는 것만큼은 하는 사회인으로서의 도리임을 잊어선 안 되겠습니다. 평균도 못 하는 사람이 꼭 달인 어쩌구를 입에 쉽게 담기 마련이고, 공감은 죽어도 못 하는 인간이 남더러 자신에 공감 못 한다고 말도 안 되는 생떼를 쓰며 입에 거품을 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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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뱅크가 온다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2-25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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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마존 뱅크가 온다

다나카 미치아키 저/류두진 역
21세기북스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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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분명 지금보다 많은 편의를 제공하는 쪽으로 바뀔 것입니다. 하지만 그 편의의 모습이 어떨지는 아무도 쉽게 상상할 수 없습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면 사람이 지나가기만 해도 그의 인적 정보를 스캔해 내어서는 관심사에 따른 광고를 개별적으로 제공하는 놀라운 장면이 나옵니다. 우리의 쇼핑 패턴도 과연 그 정도로 편하게 바뀔까요? 


"아마존 고"라는 혁신적인 상점은 이미 미국에서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 점포에는 점원이 없고, 상품을 산(?) 후 가게를 나설 때 따로 값을 치르는 절차도 없습니다. 이를 두고 그들은 "노 체크아웃 스토어"라고 부릅니다. 어떻게 이런 혁신이 가능했을까요? 


놀라운 건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들은 물건 살 돈이 부족한 고객들에게 적정선에서 돈을 꾸어주기도 할 것입니다. 물론 이후 상환 능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 평가를 그들은 "귀신 같이", 기존의 덩치만 큰 채 우둔한 은행보다 정확히 해 낸다는 뜻입니다. 개인의 취향을 (아마도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정확히 파악한 그들은, 우리보다 먼저 우리의 니즈를 알고 적절한 상품을 선제적으로 추천해 줄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아마존이 가까운 장래에 도달하기 위해 애 쓰는 하나의 이상상이며, 벌써 한 걸음 한 걸음 무섭도록 현실화하는 중인 목표입니다. 물건 파는 백화점이 고객 주머니 사정까지 정확히 꿰뚫고는 나중에 받아낼 수 있을 만큼만(혹은, 자신들의 물건을 살 수 있을 만큼만) 빌려 주고, 정확히 원하는 물건을 배송까지 마쳐 주는 똑똑하고도 무서운 소매점. 아마존이니까 꿈꿀 수 있는 야심찬 미래입니다.


"목표는 어디까지나 아마존 경제권의 확대이다(p114)." 과거 한 가지 시장을 단일 기업이 다 손에 쥐면 독점으로 규제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여러 시장을 똑똑하게 지배하는 행태는 아직 법의 단속 대상이 아니며, 무엇보다 소비자를 편하게 해 주는 혁신이 회초리를 맞아야 할 이유가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는 없습니다. 물건 팔아 이익도 남기고 물건 살 돈도 꾸어 주면서 이자까지 챙기는 영리하고 무서운 백화점을 상상해 보십시오. 


일본 출신이지만 미국에서 공부했고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에서 근무한 저자는, 이런 아마존의 혁신을 지적하기에 앞서 우선 같은 동양권의 "알리바바", "텐센트" 등의 놀라운 도약에 주목합니다. 결제의 편의성을 꾀하고 자신들의 결제 플랫폼을 어느새 사회 인프라 수준으로 도약시킨 공은 이들 중국 기업이 먼저였다는 겁니다. 이 점에 한해서는 아마존도 그들의 후발주자에 불과합니다. 또, 알리페이나 위챗 등도 이미 결제수단을 넘어 금융의 영역에 몇 발을 들여 놓고 있습니다. 


이들을 가리켜 학자들, 애널리스트들은 "금융 디스럽터"라고 말합니다. 일본어로는 "金融破壞者"라고 부른다는 걸 p111의 책(사토 모리노리 저) 제목 소개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한국식으로도 뜻이 통하는 건 물론이고요). 훌륭한 제도라면 애써 파괴할 이유가 없고, 잘 가꿔서 유지해야만 합니다. 문제는 일본의 금융이 아주 실망스러울 만큼 저조하게 작동한다는 점입니다(일본인인 저자는 이 점을 신랄하게 꼬집는데, 이는 아마 한국의 사정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아니 더했으면 더했죠). 


금융이 금융 구실을 못 하고, 나아질 기미도 안 보이니 누군가가 나서서 이들을 갈아 치워야 합니다. 바로 이 역할을, 온라인 스토어에서 시작한 IT 기업들이 자처하고 나선 겁니다. 한국에서는 특이하게 메신저로 전 국민의 스마트폰 안에 자리잡은 (주)카카오가 이 역할을 맡았는데, 많이들 이용하시는 인터넷 은행이 바로 그것입니다. 


개인의 신용을 정확히 평가해야 은행 측에서도 효과적인 대출이 가능합니다. 대출은 은행 입장에서 (당연히) 장사이므로 상환 능력이 있는 고객이라면 최대한 찾아내어서 대출 상품을 안겨야 합니다. 이 상환 능력이라는 걸 종전 전통 금융 기관은 그저 보유한 담보 재산만으로 평가했습니다만, 아마존 등은 소득의 흐름, 특정 재화를 갖고 싶어하는 취향 등이 상환 의사로 연결되는 과정까지를 포착하기에 이릅니다. 능력 있는 사람한테 돈을 빌려 주는 건 그 사람 좋은 일 시키고 마는 게 아니라 은행 자신이 바로 남는 장사를 하는 겁니다. 이 일을, 그동안의 구매 이력 등을 통해 고객의 성향과 능력을 정확히 평가한 IT 기업이 해 내는 거죠. 


이런 우량 고객 한두 사람 발굴(?) 한다고 해서 장사가 될 리는 없는데, 이들 IT 기업들은 빅 데이터의 정밀한 발굴을 통해 그간 기존 은행이 실패해 온 과업을 멋지게 달성해 냅니다. 이러니 (건설적 의미에서) 금융 파괴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를 두고 저자는 "상류(商流)"라 부릅니다. 상류라는 단어는 일본어에서 원 의미는 좀 다른데 여튼 이 책에서 저자는 그리 개념 규정을 합니다. 


p55에서 저자는 금융 파괴자가 자신이 개발해 낸 플랫폼을 통해 운용하는 3대 기능을 상류, 물류(物流), 금류(金流) 셋으로 요약합니다. 이 세 가지는 종래 다른 기관이 제각각 맡았습니다만 현대 경제 체제가 만족스럽게 느낄 만큼 효율이 크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건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하나의 기업이" 시너지를 내며 결합시켰으니 그 위력이 얼마나 크겠냐는 겁니다. 


여기서 아마존의 지향하는 가치가 등장합니다. 고객은 최대한의 편의를 누려야 하며, 결제 과정은 물론이고 어떤 상품을 골라야 할지, 골라서 결제한 상품을 집에 배송받기까지 "그런 줄이 일어난 줄도 모를 만큼" 자연스럽게 마칠 권리가 있다는 거죠. p91에 이런 아마존의 지향점이 잘 정리되었습니다.


1. 인간이 지닌 본능과 욕구에 응답하는 것

2. 테크놀로지의 진화를 통해 고도화한 문제와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것

3.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헤아리는 것

4. "OO거래를 하고있다"는 사실이 느껴지지도 않게 하는 것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런 금융 파괴자의 성패를 가르는 건 플랫폼의 개발에 달렸으며, 그 플랫폼은 남들이 따라오지 못할 만큼 혁신적이라야 합니다. 이런 플랫폼이라야 "서드 파티"의 참여가 쉬우며, 우리가 이미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등에서 보듯 서드 파티가 얼마나 바글바글하게 모여 드느냐에 따라 플랫폼이 성하고 망하고가 결판납니다.


서드 파티는 앱 안의 앱을 개발하는 데 참여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에 이어 두번째로 각광 받는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의 경우 어플리케이션 안에 온갖 에드온(add-on)을 다 끼워 볼 수 있습니다. 과거 웹 브라우저 시장의 강자였던 파이어폭스가 한때 잘나갔던 것도 이런 타 개발자의 애드온에 폭 넓게 융통성을 보였던 덕이었으며, 요즘 1인자인 크롬도 "익스텐션"의 매력이 점유율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톨게이트"가 아닌 "플랫폼"의 본질입니다. 


야후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요? p225 이하에서는 야후와 소프트방크(손정의 회장의)의 제휴에 대해 설명합니다. 야후는 일본 외에서는 이미 죽은 기업 취급되지만 유독 일본에서는 아직 명맥을 유지하는데 이는 경영진의 혁신 의지가 강하고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처럼 미래를 보는 선명한 비전을 지녀서입니다. 그 비전은 예외 없이 "금융과 결합한 소매" 기능을 향합니다. p229에 이들 두 기업의 포지셔닝에 대한 도해가 나오는데 아주 직관적이면서도 야심찬 그들의 전략을 잘 요약합니다. 


파괴적 혁신은 그 자체로 길이 절로 열리며, 테크놀로지에의 천착이 모든 목표를 절로 달성시켜 주는가? 저자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합니다. 더 필요한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는 건데, 바로 "소비자의 신뢰"입니다. 당연하고 기본적인 말 같지만, 앞에서 얘기한 "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는 결제, 배송, 구매"를 생각해 보십시오. 이런 무서운(?) 쇼핑, 마치 꿈 꾸는 사이에 절로 이뤄지는 듯한 구매가 신뢰할 수 없는 상대방에 의해 이뤄진다면 혹시 그 사이에 어떤 트릭이 없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을지요. 이 맥락에서 신뢰라 함은 정곡을 찌른 지적입니다. 


혁신은 언제나 자신을 부정하고 극복합니다. 아마존은 본디 "종이책을 보다 싼 가격에 판매"한다는 단순한 전략에서 창업되었습니다. 어떤 소매상, 도매상에게도 재고 관리가 골칫거리입니다만 책은 그 중에서도 보관과 이송이 가장 까다롭습니다. 만약 물류 창고를 여러 곳에 두고 중앙에서 통제한 채 필요할 때마다 연결하여 고객에게 팔 수 있다면 기존의 원가가 가장 큰 폭으로 절감되는 게 바로 도서 판매 사업입니다. 이랬던 아마존이, 킨들을 내놓으며 "기존 종이책 관련 종사자를 모두 실업자로 만들 각오를 하고(p288)" 새 사업을 시작했던 것입니다. 


"게임 규칙이 바뀌면 스스로도 변해야 한다.(p335)" 책은 1968년 설립된, 이제는 세계 최강의 디지털 은행이라 불리는 DBS를 소개합니다. DBS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표준을 지난 세기 스스로 만들고 실천하다시피한 전통의 최강자지만 현재는 디지털 분야에서 또다른 파라곤을 규정하는 중입니다. 저자가 보기에 (역시 1980년대 세계 최고였던) 일본 은행들은 결코 넘지 못할 벽처럼 군림하는 이들 디지털 시대의 패권자들은 다음과 같은 목표를 갖습니다.


1. 가능한 한 조기에 "1) 디지털화할 분야"와 "2) 유산으로 남길 분야"를 구분해야 한다. 

2. 1)은 중요한 경영 전략으로 설정해야 한다

3. 2)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한층 첨예화하여 전문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니 참 욕심꾸러기입니다. 잘 보면 레거시 분야도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드러나죠. 아직 빅데이터 마이닝이 그리 정밀하지 못하므로 손으로(매뉴얼로) 다루는 분야는 그대로 튜닝을 수동으로 하겠다는 뜻입니다. 요즘 AI 섹터는 모두 기계 학습에 맡기다시피 하는 것처럼들 광고하지만 정말로 그랬다가는 큰일납니다. 사람이 수시로 튜닝을 안 해 주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습니다.


책의 마무리는 프레더릭 랄루의 연구를 인용하여 "오렌지색 조직에서 틸 조직으로 탈바꿈"할 것을 권합니다. 전자는 상명하복식 구조이며 관리자가 모든 걸 통제하는 반면, 틸 조직은 하부에서의 자율성이 고도로 중시됩니다. 인체에서도 물론 머리가 가장 중요하지만 신체의 작은 말단이 고장나기만 해도 결국엔 머리까지 아파오는 게 상식이죠. 사람의 몸 같은 유기체가 콘트롤 타워와 지체의 작용이 조화를 이루듯, 금융의 혁신도 하부에서의 창의성과 활기가 조직 전체의 리빌딩까지를 도모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기업이 강자가 됩니다. 아마존의 자유로운 기업 분위기를 떠올리면 이 비전이 무엇을 말하는지 어떤 그림이 그려지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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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에듀윌 TESAT 한권끝장 - David Kim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2-24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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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2020 에듀윌 TESAT 한권끝장

David Kim 편저
에듀윌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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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테샛 경향은 확실히 사고력을 요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경제학을 공부할 때 단편적으로 사항 암기식으로 접근해서는 낭패를 보기 쉽다는 뜻이죠. 우리 카페에도 매번 많은 질문이 올라오는 걸 봅니다만 이해를 어려워하시는 분들 특징은 A니까 B, B니까 C 하는 식으로 명제화를 한 후 이걸 그냥 외운다는 겁니다. 외워서는 풀 수 없는 문제가 자꾸 늘어나는데 이런 난관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일단 좋은 기본서를 골라서 공부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 교재에 맞는 인강을 선택해야 하겠고요.


David Kim 선생님은 책도 그렇고 인강도 그렇고, 최근 출제 경향에 철저히 맞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번 신판을 봐도, 설명은 더 깔끔해지면서도 뭐랄까, 핵심을 제대로 짚어 주기 때문에 암기가 아니라 이해 위주의 책이다, 이런 믿음을 갖고 봐 나갈 수 있었습니다. 수험서, 특히 한 권으로 끝내는 책일수록 설명이 앙상해서 결국은 인강에 의존하게 되던데, 이 책은 그렇지 않고 깔끔한 편집 속에 독자의 이해를 충분히 끌어내 주는 식의 설명이 좋았습니다.


이런 책에서 또 주목해야 할 포인트가 기출 문제 해설입니다. 어떤 시험이든 결국은 기출을 완벽히 정복해야 하는데 어떤 책은 해설이 틀린 게 있습니다. David Kim 쌤 책은 해설이 믿음직하다는 게 또 좋습니다. 답만 맞고 해설이 틀리면 공부하는 사람 입장에선 이치에 맞지도 않는 걸 억지로 끼워맞춰가며 납득을 해야 하는데 공부할 때는 이런 게 제일 죽을 지경이죠. 그런 불안을 처음부터 떨고 갈 수 있을 만큼 David Kim 쌤 책은 해설이 알차고 직관적이라서 좋습니다. 해설은 일단 상식과 보편 논리에 맞아야 독자가 이해할 수 있으니 말이죠. "다른 데는 안 맞지만 경제학에만 통하는 논리" 같은 건 없습니다. 


p404의 이 문제는 난이도 최고로 ? ? ?(별 세 개)입니다. 이 문제에서는 교역 조건, 즉 A국과 B국이 얼마의 비율로 교환하는지는 안 나와 있고 알 필요도 없지만, 문제를 풀다 보면 그것까지도 결국 나오게 됩니다. 비교우위 관련 문제에서 결국 각국은 자국이 유리한 재화에 올인해서 생산해야 합니다. 이 문제에서 A국이든 B국이든 최대한 자원을 다 투입하여 생산 가능한 게 X재 100단위, 또 Y재 100단위이며, 이걸로 자국 수요를 충당하고 타국에 수출한다는 소리이므로 (소비)+(수출, 즉 타국소비)=100이 항상 맞아야만 합니다. 이 점에만 착안하면 문제는 비교적 쉽게 풀립니다. 괜히 "어, 상대가격이 얼마였지?"에 정신을 뺏기면(그래도 답은 나오겠으나)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이 문제는 GDP의 개념을 얼마나 정확히 아느냐를 묻습니다(이 문제에 별표 표시는 없으나 S등급 고난도라고 따로 분류되었으며, 이 책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문제 안에 이미 답이 들어 있다고 봐야 하는데, 국내 총생산 지표에 잡히는 경제활동이 있고, 그렇지 않으며 단지 역내(域內) 복리 증진에만 기여하는 활동이 따로 있다는 거죠. 해설을 보면 쉽게 납득이 되겠으나 그에 그치지 말고, 이 문제를 통해 새로운 개념 하나를 배운다고 여겨야 할 겁니다. 또, 해설을 보면 친절하게도 "여가활동은 아예 D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옵니다. 아예 생산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럼 D에 포함되는 건 어떤 활동일까요? 아마 지하경제라든가, 불법적인 경제활동일 것입니다(마약 생산, 밀거래 등).


p367의 이 문제는 필립스 곡선 문제입니다. 이 주제는 자주 출제되므로 이 책에서 별도의 단원으로 뽑아 설명도 자세히 적고 문제도 많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①은 틀린 것이, 기대와 실제가 같다는 건 장기, 혹은 최대 효율이 다 달성되었을 때에나 가능하죠. 그런데 B는 단기라고 했으므로 틀린 것입니다. ②는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입니다. 같은 실업률 하에서 인플레이션율이 더 높아야(따라서 생산량도 더 늘어야) 하기 때문이죠. ③에서 스태그플레이션 같은 전혀 새로운 현상은 곡선상의 이동이 아니라 곡선 자체의 이동이라야 가능합니다. ④는 적응적 기대라는 게 단기에서밖에 영향을 못 미치므로 장기, 즉 최적화 지점으로 이동할 수 없습니다(합리적 기대라야 가능). 그래서 ④가 답이겠죠. ⑤는 C가 아니라 B라야 맞습니다. 어떤 분은 합리적 기대에서 예측 못 할 게 없으므로 ⑤가 틀렸다고 하던데 이 책에 합리적 기대의 정확한 개념이 잘 설명되어 있으므로 다시 공부해야 하겠죠.


위 사진에서 보듯 이 책에는 최신 시사 이슈를 간략하게(꼭 간략하지만도 않아요) 소개함으로써 신경향 신주제 문제가 갑자기 출제될 경우까지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본문 설명도 참 충실합니다. 위 사진은 해당 이론이 타당하기 위해 전제로 갖추어야 할 조건들인데 알쏭달쏭해서 잘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③에서 이 조건이 만족되어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미분가능한 함수가 만들어져 해석, 논증이 가능해지기 때문인데 테샛 레벨에서는 거기까지 알 필요는 없겠죠. 연속이라고 다 미분가능은 아니지만 미분가능이려면 연속 조건이 먼저 만족되어야 합니다. 


이 문제에서 규모의 경제는 "대량 생산"이란 말에 나와 있습니다. 판매서비스의 차별화는 "어린이 놀이 시설" 등에서 알 수 있고요. DIY 자체가 일종의 "혁신"이므로 (라)도 맞습니다. (다)는 "인건비를 고객들에게 되돌려준다"는 말에 들어 있지 않냐고 묻는 분들도 있던데 그렇지 않습니다. 단순 임금 인하와 인건비 섹터 제거는 아예 차원이 다르고, 이는 이미 혁신의 영역이라고 봐야 맞겠습니다. 


이 문제를 보시면 많은 분들이 헷갈려 하더라구요. 물론 책에 나오는 대로 답은 1억이 맞습니다. 혹시 공인회계사 준비하는 분이라면 세무회계에서 적립금, 준비금 개념 때문에 펀드 운용 수익 연 200만원을 매몰비용 비슷하게 착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펀드를 무슨 목적으로 애초에 운용했건 무관하게, 이 신규 강좌를 만약 개설하지 않았다면 그 200만원은 고스란히 수익으로 남는 겁니다. 따라서 200만원은 명시적 비용이 맞습니다. 다만 아쉬운 게 "사용했던 건물의 계약을 해지하고" 란 서술 부분입니다. 문맥상 자기 소유 건물을 그동안 임대해 주었던 걸 이제는 자가 사용하겠다는 뜻인데, 앞에 괜히 "사용했던"이란 말이 들어가서 지금까지 자기가 타인 건물을 임차했다는 뜻이 아닌지 착각을 잠시 유발합니다. 



이런 문제가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이고 수험서로 강점을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일단 커피 가격을 3000으로 정하면 성국이는 사 먹지 않습니다. 또 토스트 가격을 1000으로 정하면 태희가 구매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A) 문장은 정반대로 말한 거죠. 최대 매출액이 반드시 두 소비자가 모두 구매하게 해야만 얻어지는 건 아니지만, 상식적으로는 그래야만 하겠죠. 테샛에서 그런 문제는 잘 나오지 않으니까요. 만약에 설정을 극단적으로 잡아서 혹 태희가 10,000원이라도 커피를 사겠다는 의향이라면 성국이의 구매는 가게가 그냥 포기해도 최대 매출액이 나오겠습니다. 

이 문제도 독점의 뜻이 뭔지만 알면 그리 당황하지 않고 풀 수 있습니다. 핵심은 A음료의 시장과 B 시장이 확실히 나눠지느냐 아니냐입니다. 나눠지는 시장이라면 애초에 별개이므로 두 시장을 한 업체가 장악하는 거지 한 시장을 독점하는 게 아닙니다. 그것도 한 업체가 다 먹는 거니까 나쁘지 않냐고 되묻는 분도 있던데, 우리는 지금 경제학에서 다루는 토픽에 대해 공부하는 거지 판사나 금융위 간부가 되어 무엇의 선악을 가르는 게 아닙니다. 그게 나쁘다고 해도 최소한 "독점"에서 다룰 문제는 아니죠. 독점은 어디까지나 단일 물품의 한 개 시장에만 주목하는 겁니다. ③은 두 재화가 대체재라는 뜻이므로 A와 B를 사실상 통합된 하나의 시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문제에서 시장의 기능에 그냥 맡겨야 할 것을 인위적으로 "캡"을 씌웠으므로 가격과 배분이 왜곡될 것이라는 점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해당 이슈를 잘 몰라도 ①②③⑤는 "긍정적인" 서술인 반면, ④는 부정적이므로 정답이 쉽게 짐작됩니다. 


11번을 보시면 ①은 정반대로 서술합니다. 문제의 그래프는 "최저"가 아니라 "최고" 가격제에 대한 것입니다. 어떤 분은 이 문제를 풀면서 "왜 가격을 통제하는데 밀 가격 하락이 일어나느냐? 사고 싶은 걸 억지로 가격 상한을 만들었으므로 암시장에서 거래되니까 오히려 가격이 오르지 않겠느냐?"고 묻던데, 그건 곡선 이동 전의 사정입니다. 이 문제에서 그런 사정은 "밀 가격 하락 전"으로 설명됩니다. 그런 생각도 맞는데, "밀 가격 하락 전"에만 적용시키라는 뜻입니다. 


"밀 가격 하락 후"란 무슨 뜻인가 하면, 밀 공급자들이 상황을 잘못 판단한 거죠.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수요를 잘못 계산해서, 너무 많은 양을 시장(암시장 포함)에 풀어 버린 겁니다. 이러니 초과 수요는 고사하고 오히려 초과 공급이 생긴 거고요. 문제가 한 가지 상황만 묻는 게 아니라, "가격 상승 전과 상승 후" 두 가지를 가정했으므로 그점에 유의해서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언제나 이 문제처럼 밀 가격 하락이 발생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문제가 그런 사정을 가정하고 출제했으므로 사고를 거기 맞추어야 하겠습니다. 또 이 문제에서 알 수 있듯이, 최고가격제가 반드시 역효과만 내는 게 아니고 시장의 플레이어들 심리를 잘 파악한다면 이처럼 과잉 공급 효과를 유발하여 시장을 안정시키고 결과적으로 적정가에 수급을 맞출 수도 있는 거죠. 아주 좋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는 기존 교과서에서 설명을 잘 안 하기 때문에 아주 적절한 출제였다고 생각합니다. 경제는 살아 움직이기 때문에 어느 고정된 명제, 원칙으로만 접근하면 큰 낭패를 보기 마련이고, 테샛 시험도 그렇습니다^^


이 7번도 최고 가격제의 개념만 잘 알면 어렵지 않게 해결 가능합니다. 


이 문제는 답이 ⑤인데, 수학을 공부하신 분은 해당 점에 접선을 그어 보십시오, 기울기가 점점 가팔라지므로 포기해야 하는 타 재화의 생산량(즉, 기회비용)도 커지는 게 맞습니다. 



이 문제에서 강선의 말, 즉 매출액을 극대화하는 전략도 물론 있을 수 있지만 지문에서 "세전이익을 두 배로 늘렸다"란 말이 있으므로 틀렸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경제학 문제라기보다 PSAT, 혹은 수능 언어 영역에 가깝다고나 하겠습니다.


합리적 기대이론 파트가 최근 출제 경향에서 부쩍 심화되었으므로 책에선 이처럼 이론 설명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이 부분 설명이 쉽고 명쾌해서 좋았습니다. 


보통 교재와 달리 쪽지시험과 기출문제 정리를 이처럼 두 권의 별권분책으로 편집해서 수험생 입장에서 더 편해졌습니다. 이용자를 배려하는 성의가 돋보이는 교재였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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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그 POG | My Reviews & etc 2020-02-23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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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포그 POG

파드레이그 케니 글/김래경 역
위니더북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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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이란 영화를 본 적 있습니다. 어린 남매와 엄마는 말 못 할 사정이 있어 도심에서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오는데 이곳은 엄마의 아빠, 즉 아이들 외할아버지와 깊은 연관이 있는 집이었죠. 이곳에서 아이들은 사람들 눈에 안 보이는 요괴 떼를 퇴치하려 죽을 고생을 하게 되는데요...

 


파드레이그 케니가 쫄깃하게 창작한 어린이 판타지인 <포그>도 이와 설정이 좀 비슷합니다. 페니와 데이비드는 남매인데 둘은 서로를 불쌍하게도 보고 무한한 혈육애를 느끼기도 하면서 지내는 사이입니다. ㅎㅎ 알고 보니 이들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무한히 큰 사명을 지녔다는 건데요. 그들이 사는 집이 바로 미지의 세계와 연결된 통로 구실을 합니다. 옷장이 마법의 공간으로 향하는 길이었던 <나니아 연대기>가 생각 나기도 하는 대목입니다. 


포그는 뭔가 말투가 귀여운(?), 수호자 노릇을 하는 신비한 존재입니다. 생긴 건 왠지 별로일 것 같은데, 견종 퍼그가 생각나기도 하고 여튼 외모상으로는 큰 기대가 안 되는 그런 애입니다(그냥 제 생각이지만). 이 이야기가 만약 일러스트가 더 보강된다거나, 혹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도 합니다. 얼마 전에 어떤 편의점 알바생이 자기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고 "나는 지키는 사람입니다"라고 한 걸 보았는데 어떤 유저가 댓글로 "졸귀"라고 반응을 보여 주더군요. 그러니까 요즘은 안 귀여우면서도 귀여운, 뭐 그런 이미지가 환영 받는다고나 할지. 여튼 제가 주관적으로 느낀 포그는 그랬습니다.


p26에 드디어 "얼굴에만 털이 난 부족민"이 언급되네요. 포그의 소감은 "털이 나려면 온몸을 다 덮어야지 얼굴에만 털이 난 건 어색"하단 건데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아닐 수도 있겠죠? 여튼 세상을 지키는 포그 생각이 그렇다는 겁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포그는 말투가 어색하고 귀엽습니다. 이 친구는 누가 어색하다, 안 어울린다 등등의 느낌을 거침 없이 표현하는데 정작 자신의 언행 중 어색한 구석은 잘 모르나 봅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포그 집중한다요(p32)

포그 잊지 않았다, 너 생쥐 다치게 했다(p128)

이제 뭐 해야 한다요?(p175)


등입니다. 이 외에도 많고요. 마지막 저 인용은 서서히 포그와 그 남매들의 모험이 끝나갈 무렵에 나오는데, 서양 문예에는 한창 벌여 가던 모험을 마무리하면서 "나우, 왓 아 유 고잉 투 두?"라고 일종의 자문을 하는 장면이 많더군요. 예전에 유명우 챔피언이 "세계 챔프 자리에 오르면 그게 성취의 끝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겨우 시작이었다."라고 한 말이 생각도 났습니다. 옷장이건 다락방이건 그게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인 줄 비로소 깨닫는 어린이들의 각성, 성장도 마찬가지이겠습니다. 


"우리 집에 쥐가 살아!(p58)" 데이비드는 페니를 항상 어리게 보죠. "고작 그걸 말하려고 나를 여기 부른 거야?" "아니 내 말은... 쥐가 있으면 여기 숨기 딱 좋겠다고." 사람은 어떤 장소가 무엇무엇을 하기 좋겠다는 식의 생각을 하기 시작할 때, 자신과 공간 사이의 관계를 비로소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겁니다. 사실 페니의 관심사는 쥐가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가면 나오지만요.


"그리블디!(p67)" 이 기묘한 단어는 엄마가 만들어낸 건데, 따지고 보면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를 때, 난감한 감정을 퉁치는 소리입니다. 소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여태 겪지 못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그 고민과 고뇌를 저리 선언하는 겁니다. 모르는 난관은 역시 주문으로 해결해야 하나 봅니다. 소리의 비분절성을 탓할 게 아닙니다. 


아빠는 집을 설계하고, 그것 말고도 아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미래를 소탈하게 털어 놓습니다. p79에는 "비록 미완성이지만 따스하게 마음을 끄는", 아빠가 손수 설계한 집 이야기가 나옵니다. 끝까지 읽고 나서 안 거지만 이것도 일종의 복선이었다 싶더군요. 


p197에 수수께끼의 그가 등장하네요. 내용 누설이라서 자세히는 말 안 하겠습니다만 얼핏 보아 섬뜩하면서도 왠지 정이 가는 호박색의 두 눈, 남매와 포그와 그들을 쫓은 우리 독자들의 불안과 호기심은 여기서 거의 절정에 달한 듯합니다. 


킵위크와 럼프킨 부족(Lumpkin. 238페이지 중간쯤에는 럼크킨이라고 오타가 있습니다) 사이의 갈등은 서서히 마무리 되어가는 듯도 하고 할아버지는 이 모든 상황을 정리하려는 듯 자상하게 설명을 아이들에게 시도합니다. p280에는 이런 심오한 말도 나오네요. "죽은 자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 마치 미국 군가 중에 "노병은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구절을 연상시키듯요. 


"할아버지, 이제 뭐 해야 해요?" (p281)


글쎄요. 문이 닫히면 다른 편 문이 열리며, 모험은 새로운 모험을 부릅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어른들에게도 이는 인생의 영원한 과제입니다. 속편을 기다리는 독자에게는 다소 감질나는 대사이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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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초기 당상관 겸직제 연구 - 김송희 | 서평 2020-02-22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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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그 이전 고려조, 또 역대 중화제국 조정 등에 공통인 점은 관직과 품계가 별개로 존재하며 꽤나 복잡한 운용 방식을 유지했다는 사실입니다. 


품계는 높은 사람이 일시적으로 낮은 관직을 맡게 되는 수가 있습니다. 현대에 이를 정확히 적용하는 건 어렵지만 예를 들어 이미 부장을 거친 사람이 잠시 공석이 된 팀장직이나 차장 소임을 수행하는 경우에 비길 수도 있겠네요. 여튼 이런 경우에 해당 관직 앞에 "행(行)"이란 말을 붙입니다. 역사 기록이나 족보 등에서 이런 글자를 보면 그리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역시 바로 비교할 건 아니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꽤 오랜 동안 주한 미국 대사 자리가 비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때 "대사 대리"를 맡았던 마크 내퍼 씨를 두고 charge d'affaires라고 불렀습니다. 이는 본디 프랑스어인데 수백 년 동안 유럽에서 통용되는 외교 언어가 프랑스어였으므로 영어에서도 이 단어를 그대로 갖다 씁니다. 앞에서 行이란 접두어가 나왔는데, 영어에서도 "대리, 대행"이란 뜻으로 acting이란 말을 앞에 붙이는 관행이 있습니다. 동과 서가 서로 문화와 연혁이 달라도 가리키는 실질이 유사하면 그에 붙는 말도 닮게 마련이겠죠?


우리가 흔히 "떼어 놓은 당상이다"란 말을 쓰는데 그만큼 과거에 급제하여 엘리트 관직 코스를 거치는 게 모두에게 큰 영예였음을 간접 짐작게 합니다. 당상관은 보통 정3품 이상의 고위직을 가리키지만 더 정확하게 말하면 문반계의 정3품이 둘로 나뉩니다. 상계가 통정대부, 하계가 통훈대부인데 같은 정3품이라 해도 하계는 당상관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무반은 역시 절충장군이 상계, 어모장군이 하계인데 절충장군까지만 당상관으로 대접합니다. 


찬성, 참찬, 참판, 참의 등도 쓰임이 다릅니다. 우선 종1품인 찬성, 정2품인 참찬은 의정부에 소속되어 정승을 보좌하는 자리입니다. 반면 우리가 사극 같은 데서 자주 들었던 벼슬인 "참판"은 6조 판서(이 역시 정2품)를 보좌하는 직입니다. 그래서 현대에 비기자면 "차관"에 해당합니다. 참판은 종2품이고요. 


찬성은 종1품이고, 참찬은 정2품이라 판서와 품계가 같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실무는 6조에서 주로 맡아 하였으며, 이런 까닭에 정부 요직 삼당상(세 명의 당상관)이라 하면 판서, 참판, 참의를 일컬었습니다. 오늘의 한국도 뜻하지 않게 코로나 변종 바이러스 때문에 큰 시련을 겪는 중인데 실무를 맡은 장관, 차관, 차관보에 해당하는 분들이 부디 지혜를 발휘하여 이 난국을 잘 헤쳐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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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자를 만든 참모들 | My Reviews & etc 2020-02-21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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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1인자를 만든 참모들

이철희 저
위즈덤하우스 | 200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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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철희씨는 이번에 국회의원 불출마를 선언해서 화제가 되었고 TV나 인터넷에서 많은 이들과의 소통으로 그 전부터 유명했던 분입니다. 이 책에서는 리더와 참모들의 관계를 분석하는데 내용도 내용이지만 정치인으로서 그의 세계관과 철학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이 나오기 몇 년 전부터 정치인 정도전이 부쩍 재조명되기 시작했죠. 예전에는 책략에 능한 권신 같은 이미지였는데, 고려조 내내쌓인 폐단을 일소하고 나아가 북방 영토 개척까지 노린 개혁가, 혁명가로서 재조명된 것입니다. 책에서는 특히 참모로서의 멘토링 역량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합니다(이 장[章]뿐 아니라 다른 데에서도 마찬가지).


수양대군-한명회-권람 라인, 그리고 안평대군-김종서-혜빈양씨 라인을 두 축으로 대비시키고 있는데 혜빈양씨는 세종대왕의 후궁 중 한 명으로서 특히 단종에 큰 영향을 행사한 인물이었습니다. 드라마 <왕과 비>에서는 배우 김혜리씨가 이 인물을 맡아 연기했는데 사실 극중에서 무슨 포지션인지 뚜렷이 부각되지는 못한 편입니다. 이는 배우의 해석 역량 문제일 수도 있고 각본의 근본적 한계 탓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 외에도 책은 한명회의 이중적 성격에 대해 논하는데 독자로서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모호하게 느껴지는 대목도 있었네요.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챕터는 삼국연의의 순욱을 논한 대목이었습니다. 그는 초기에 조조의 일등 참모로서 그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지만 이후 조조가 제위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자 노골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그 대가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뛰어난 인물 밑에 뛰어난 책사, 참모, 인재가 모이는 법인데 조조쯤이나 되는 리더였기에 이런 뛰어난 자원을 휘하에 다 모을 수 있었죠. 선비는 자신을 알아 준 이를 위해 죽는다는 말도 있듯 이 과정에서 모인 인재들은 대부분 정권과 운명을 함께하는데(그리고 그에 걸맞은 일신의 영달을 꾀합니다) 오직 순욱만은(처음에 그런 이미지가 아니었는데도) 충신으로서의 죽음을 택합니다. 


우드로 윌슨은 에드워스 하우스 같은 명참모가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는데 그는 "그림자 수상"이란 평가까지 받습니다. 이상만 갖고는 정치인이 현실에서 승리할 수 없으며, 하우스 같은 실행파가 곁에서 보좌했기에 모시는 이가 재선에 성공할 수 있었겠습니다. 


저자의 성향에는 맞지 않았겠으나 조지 W 부시 같은 이에게도 칼 로브 같은 참모가 있었기에 두 번의 임기를 (어쨌든) 마칠 수 있었습니다. 딕 모리스와 빌 클린턴 관계도 책에서 흥미롭게 재조명됩니다. 어쩌면 이 책은 고사 분석의 전반부보다 현대 미국사를 "권력자와 명참모"의 관점에서 다룬 후반부에 진짜 가치가 놓였는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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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일야방성대학 | My Reviews & etc 2020-02-20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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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시일야방성대학

고광률 저
나무옆의자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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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세상에 설령 사기업이라 해도 순리와 합리성에 따라 움직이지 않으면 그 성원들이 온전한 협력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속된 말로 "까라면 까"는 건 수십 년 전에나 통하던 사고 방식입니다. 하물며 기업체도 아니고 지성의 전당인 대학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시장바닥의 난맥상을 능가하는 게 바로 대학에서 펼쳐지는 복마전의 지옥도입니다. 


복마전이라는 말은 <수호전>에 실려 유명해졌는데 말 그대로 악마들이 진을 친 건물이라는 뜻입니다. 대학을 일컫는 명칭은 "상아탑"이란 게 있는데 그 우아하고 숭고한 학문 탐구의 장을 아름답게 일컫는 취지죠. 그런데 21세기 한국의 대학은 아직도 비리와 세력 다툼과 부패의 온상으로 전락하는 수가 적지 않습니다. 이 소설 속의 "일대"가 그런 곳을 대표라도 하듯 픽션을 통해 자신의 치부를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일광대는 지방 사립대인데 과거에는 향토사학인 인근 중명대(p58)에 빛이 가리는 초라한 위상이었으나 중명대가 비리로 크게 명예가 실추된 후로는 상대적으로 더 주목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디테일은 아마도 실제 모델이 있었기에 작가님이 이처럼 재미있게 이야기를 꾸려낼 수 있었겠거니 짐작도 합니다만 뭐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반면, 일광대는 이름부터가 화투짝의 어느 패를 연상케 한다며 작명 과정에서 반대가 있었다느니 하는 후일담은 순전히 픽션이겠지만 역시 재미있었습니다. 


이 소설에서 핵심이 되는 사건은 의대 편입 기준 완화를 놓고 학생들과 학교 측 간에 벌어진 투쟁입니다. 투쟁이 투쟁의 정해진 노선만 가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사학 내부의 온갖 해묵은 병폐가 드러나고 말썽이 몇 배로 커져 수습 불능이 되어 가는 과정에 소설의 재미, 혹은 풍자의 포커스가 놓입니다. 본래 의대가 어디 하나 신설되고 안 되고 하는 문제가 지방대의 사활, 아니 지방 자체의 큰 이해 관계를 좌우하기 때문에 이런 소동이 실감도 나거니와, 사실 지방에 살지 않는 이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중대한 이슈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 속에서 가상의 의대생들은 어렵게 공부해서 학교에 들어왔고, 그런 자신의 자존을 지키기 위해 이런 문제에 민감해지는 게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그런 의대생들은 같은 캠퍼스를 쓰는 나머지 "지잡대생"들을 우습게 볼 뿐 아니라, 심지어는 다른 단과대 교수들에게까지도 정당한 존경을 표하지 않습니다. 까까머리(삭발 투쟁 때문에)를 가리기 위해 쓴 모자를 끝까지 벗지도 않고, 심지어 투쟁과는 무관하게 씹던 껌도 그대로 질겅질겅 씹어 제칩니다. 학생 대표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걸로 나오는데 아직 순수해야 할 젊은이가 벌써부터 기득권 논리에 물 들어 추태를 떤다는 암시가 곁들어진 대목이겠습니다. 


부패 사학 재단과 학생들 사이의 대결 구도뿐 아니라, 교수진 안에서도 암투가 횡행합니다. 총장은 설립자의 아들인데 설립자는 건설업으로 큰 재산을 일군, 지성과 교양과는 꽤 무관한 위인입니다. 그 아들은 최고 수준의 의과대학을 나왔다는 말로만 묘사되다, 소설 중반쯤(p190)에 가서 대화 중에 "하바드"를 나왔다고 나옵니다. 재미있는 건 대화가 아닌 본문 중에서는 하"버"드라고 표기되는 곳(예컨대 p196)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른 이야기인데, p195에서 "갓대잇"은 아마 "갓댐잇"의 오타가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님의 말투가 구수해서, 한숨이 푹푹 나오는 개탄스러운 사학 비리 이야기가 주는 재미 외에도 다른 흥밋거리가 많았습니다. 대머리를 묘사하던 중 "아이스링크처럼 번들거리고 횅한" 같은 우스운 푷현도 있고, p33에 보면 "교주(校主)"와 "敎主"를 이용한 말장난(동음이의어)도 나옵니다. 요즘 특정 교단의 행태가 이슈가 되기도 하는 터라 이런 대목이 더욱 심상찮은 느낌도 던져 주고요. 


이런 사학에서 대개 총장직 등이 가문 내 세습이 이뤄지는 게 보통인데 이사진뿐 아니라 총장 등의 측근으로 수십 년 동안 암약한 측근들이 나중엔 실세로 군림하며 "교주"들도 어쩌지 못할 세력을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소설 속에서는 주시열이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주시열을 비롯한 네 명의 보좌진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비리의 중핵으로 나오는데 이들을 일러 극중에서는 (성씨를 따) "주고박고"라는 별명(p109)을 붙입니다. p56에 보면 이런 사람들을 일러 "무능하거나 양아치"라고 규정하는 대목이 있는데 사실 양아치들이 그 나름 유능하게 착시를 유발할 때가 있지만 알고 보면 무능한 자들입니다. 무능하니까 남들 합법적으로 할 일을 구태여 불법으로 하는 거죠.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사람의 욕심에는 끝이 없어서 어느 선에서 멈출 줄을 모름을 비꼬는 말입니다. 여기서는 말 탄 주인 못지 않게 (저 "주고박고" 같은) 경마잡이들의 탐욕과 추태가 독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데 "경마잡이"라는 말이 p26에 그대로 나옵니다. 어원은 한자어 "견마"지만 현재 표준어로는 "경마"가 사용되며, 물론 경마(競馬)하고는 아무 관계 없는 말입니다. p100에는 "모노륨"이란 말이 나오던데 참 오랜만에 들어 보는 것 같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작품은 건조하게 메시지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마치 막장 드라마를 보듯 생생한 디테일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학생들이 시위를 할 때 외치는 구호 중 "학생이"에서는 길게 빼고, "주인이닷!"에서는 짧게 끊는다는 등 시위 현장에서 직접 관찰을 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설령 관찰을 해도 잘 모르고 넘어갈) 세부 묘사가 많아서 재미있었네요. p156에서 사무처장이 어떤 때는 말투가 고어투가 된다거나, 끝에 괜히 "요"를 붙인다든가 하는 대목이 그랬습니다. 


비리 사학은 평소에 담당 공무원들과 잘 지내야 한다든가, 접대를 소홀히해서는 안된다든가 하는 운명적 애환(?)이 있지만 그 외에도 지역 언론사와의 관계가 돈독해야 합니다. 이 소설에서는 비리 사학 못지 않게 이른바 사이비 언론인들의 작태가 자세히 나옵니다. 이를 대표하는 인물이 "피상조"인데, 그는 고작 보험영업사원이었으나 탁월한 수완을 바탕으로 지역에서 언론인 대접을 받는 위상에까지 오릅니다. 하긴 과거에 호텔 지배인(아, 물론 대단한 직입니다만)에서 국가 정보 기관 2인자(사실상 1인자)까지 한 분도 있었지요. 여튼 이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에 촌철살인의 풍자가 들어 있는데, 


"작은 글로 큰 돈을 어떻게 버시는지...(후략)"

"칭찬으로 들었는데 비아냥으로 들리는군요?"

"갑에게 비아냥대는 멍청한 을도 있던가요?" 


같은 대화가 그것입니다(p177). p187에 보면 특히 이런 지방 비리 사학에서 이른바 "자활단"을 꾸려 저항하는 교수들은 비주류 언론사(책에는 "통신사"라고 나오는데 통신사는 더 특정한 곳만을 가리키므로 좀 어색합니다)에 공을 들인다고 합니다. 이유는 "주류" 언론사는 이미 비리 사학의 편이라서 그렇다는 거죠. 이런 대목을 보면 지방 소규모 언론사의 역할도 분명히 따로 존재한다는 점 확인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언론의 자유가 소중한 거겠고요. 


작가님의 이야기가 구수하다 보니 온갖 분야의 어휘가 신명나게 동원되기도 하는데 군사용어인 중심, 종심을 거론한 대목(p162)도 그렇고, 아랫사람들을 교묘히 이간질시키라는 뜻(부친의 노하우)에서 "분할 통치"를 언급한 대목도 그렇습니다. p155에는 "시건 장치"라는 말이 나오는데 모르는 분들도 있겠지만 쉽게 말해 잠금장치라는 뜻입니다. 


교육이 사업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물론 아주 안 될 건 없겠습니다만 적어도 교육의 본 취지가 무색해지고 천박한 돈벌이, 돈놀이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 작품 p190에 보면 대화 중에 "니네 총장, 아니 사장"이라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정말 사장, 그 중에서도 악덕 사장인지 총장인지 모를 위인들이 교육계를 더럽힌다는 게 가장 큰 문제죠. p105에 "사업체"라는 말로 직접 풍자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p127에 이른바 "정성평가, 정량평가"를 각각 "엿장수 맘대로, 구색으로 숫자만 맞추기"로 신랄하게 후려치는 대목은 독자 속이 다 시원해집니다. 


소설은 처음에 공민구의 부친상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이 에피소드가 생각 외로 의미심장한 것이어서 중반 p170 이후에도 "고등학교도 채 못 나온 분이 자격증 다섯 개나 땄다는 건...." 같은, 죽은 부친을 애틋이 기리는 장면이 계속 나옵니다. 그 조부는 부친과 달리 교육에 무관심한 위인이었는지 이를 특별히 언급하기도 하는데, 여튼 이런 디테일이 그저 풍자, 고발 일변도로 가기 쉬운 전개에 일종의 휴머니티를 더하는 것도 같았습니다. 어떤 대목에서 "차라리 1980년대, 선과 악이 분명히 갈려 투쟁하던 때가 좋았다"는 곳도 있는데, 앞에서도 말했지만 머리 빡빡 깎고 시위하는 젊은 의대생 대표, 그리고 이들을 필사적으로 막는 비리 사학 간의 대결 구도에서도 과연 누가 완전히 나쁘기만 한 건지 쉽사리 판단이 안 된 채 그저 난장판으로만 돌아가는 모습이 씁쓸하죠. 현실이 이 픽션과 매우 닮았다는 걸 생각하면 가슴이 더 답답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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