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김진철을 기억하는 웹로그
https://blog.yes24.com/volop57
리스트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김진철
김진철의 웹로그
파워 문화 블로그

PowerCultureBlog with YES24 Since 2010

8·9·11·12기 책,경제경영/자기계발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6월 스타지수 : 별5,985
전체보기
서평
매달 독서 기록
서평이벤트
나의 리뷰
경제경영/자기계발
경제경영/자기계발 II
YES24 파블미션(舊)
YES리뷰어클럽 [나]조
My Reviews & etc
태그
다크머니 미국정치 코크형제 정치자금 서평이벤트 기쁨의발견 데스몬드투투 중국기서 지정학에관한모든것 파스칼보니파스
2020 / 0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월별보기
최근 댓글
책을 사서 읽고 싶을 정도로 굉장히 ..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읽어보고 싶.. 
너무 꼼꼼하게 리뷰를 올려주셔서 .. 
리뷰를 보아하니 책 내용도 너무나 궁.. 
이무것도 안 하는 직업이라는 책 제목.. 
나의 친구
출판사들
파워블로그님

2020-04 의 전체보기
중국 내 지적재산권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4-30 21:35
https://blog.yes24.com/document/12429671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중국 내 지적재산권

김익수 저
아연출판부 | 2014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중국 현지의 사정에 정통한, 몇 안 되는 인 물 중 하나입니다.. 최근 10년을 중국이 폭발적으로 쏟아내는 성장의 거대한 스트림에 의존해서 가까스로 버텨 내었던 세계 경제가, 이제 그 성장 동력이 꺼져 가는 시점을 맞이하여 앞으로 믿을 만한 엔진을 어디서 찾을 것인지를 두고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창조 경제"라는 키워드를 갖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이 책을 통해 도움을 받을 것을 제안하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창조경제"라고 하면, 정부의 슬로건과 무조건 단세포식 조건 반사로 동일시(그에 대한 찬성, 반대를 막론)하고 보거나, 혹은 이스라엘식 벤처 열풍만을 연상하는 분위기가 우리 나라에서는 지배적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한국의 신정부 출범은 물론, 이스라엘의 "후츠파이즘chutzpahism"이 성황을 이루기 이전 시점에 이미 나온 책입니다(원서 기준)그러니, 성장의 방식, 동인 물색에 치열한 고민이 이뤄지는 지금, "창조경제"의 원전 격인 이 책을 읽어 보는 건, 개인이나 정책 결정자에게나 공히 의미 있는 작업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이 책은 도입부가 상당히 신선합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 CG 성과는, 이 영화를 본 세계 수억의 인구가 동의하듯, 종래와는 차원이 다른 역동성과 생동감으로 빛났습니다. 그런데 이 놀라운 알고리즘의 고안을 두고, <반지...> 제작진은 이후 시스템의 인수라든가 후속 작품 제작을 위한 사용 계약 따위를 제안하지 않더라는군요. 본디 헐리웃은 개별 발주 건별로 생산 요소를 물색할 뿐이며, 대상이 (재고 공간을 차지 하지 않는 무형 자산이라고 해도) 그 영속적 보유라는 부담을 원치 않는 게 보통의 태도라는 거죠. 애써 개발해 둔 성 과물을 아깝게 사장할 위험에 처했으나, 엉뚱하게도 영국의 교통 신호 체계 개선이나, 화재 발생 같은 때 비상구의 구조 고안 같은 데에 이 체계가 대단히 요긴하게 쓰였다고 합니다. 요즘 경영 서적을 읽으며 대단히 자주 발견되는 게 "혁신"의 키워드인데, 이 혁신의 가장 흔한(그러나 유용한) 패턴 중 하나가, 특정 상품, 장치, 서비스를 기 존의 용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창조"라는 게 순전한 무(無)로부터 대단히 유용한 무엇을 창조해야만 하는 부대조건이 붙는 건 아니죠. 실물의 창의성뿐 아니라, 그 용도상의 창의성도 역시 창의성임은 분명하니까요. 간단한 발상의 전환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이룬다면 그때 창의성이란 오히려 더 빛나게 마련 아닐까요.

 

이어 저자는, 이 창의성에는 물적 설비나 거대 자본이 소요되지 않으므로, 누구나 자신 개인의 "사고력"만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 런 창조경제 종사자, "thinker"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기업들도 더 저렴하고 더 효율적인 아웃소싱이 가능하므로, 시장의 기능 역시 더욱 활성화된다는 겁니다. 여기서 저자는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노조는 이를 두고 비정규직화라는 쪽으로 인식하고 거부감을 드러낼 수 있으나... " 여기서 창조경제는 어찌보면 신자유주의와 친화점을 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인간 존재의 본질 중 가장 두드러진 요소인 "창의성"이 잘 구현되는 게 그 번영과 생존을 위해 절실히 요구된다는 점이 분명하므로, 이데올로기의 구획 노력보다 이 이슈가 더 상위 차원에 놓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숙련 노동의 잉여는 상대적으로 어디서나 풍부한 편이나, 구미와 중국 모두 숙련 인력("창의력, 창조성을 충분히 갖춘 인적 자원"을 의미하는 걸로 보입니다)을 조달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특이하게도, 이 어려움은 중국보다는 구미에서 더 가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 근거는 분명히 제시되어 있지 않은데, 우리 독자는 일단 중국통인 저자의 휴리스틱 진단을 믿고 갈 수밖에요.

 

전통적인 지식재산권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데, 물론 각국의 법제와 실제 사례(대학 교재에서 곧잘 제시되는 고전적 실례들)가 책 안에 이렇게 실 리면 무게감이 더해지는 건 사실이죠. 그런데, 1) 창조경제 = 지식경제의 등식이 성립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게 보면 스케이프가 넓어지는 장점이 있지만, 대신 "창조"의 내용이 "비창의적"으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2) 책이 좀 오래 되다 보니 냅스터의 사례, dvd 불법 복제 등 낡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3) 지 식재산권에 대한 설명은 다른 책에서 많이 봐 오던 내용이고, 너무 규격화되어 있습니다.  p204 밑에서 다섯 번째 줄에 나오는 서술은 번역이 불명료합니다. 주어가 생략되어 있으니, 그런 성질을 띠는 것이 상표 등록 대상이 된다는 것인지, 예외로서 안 된다는 것인지가 모호합니다. p138의 "최혜국 조항"은, 과연 "국'이라는 말 뜻이 뭔지를 정확히 알고 그리 옮긴 건지 의문스럽습니다. 이런 책은 저자의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단어 하나까지 정확히 전달하는 쪽에 초점을 둬야 하지, 그저 겉으로 무난하게 보이게만 하는 윤문 작업에 그쳐서는 안 되는 것 아닐지요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인생에 승부를 걸 시간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4-29 21:36
테마링
https://blog.yes24.com/document/12425901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인생에 승부를 걸 시간

데이비드 오스본,폴 모리스 공저/강성실 역
유노북스 | 2018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이 무엇일까? 이런 질문 역시 예술가 아닌 사람, 혹은 예술가들과 잦은 컨택을 않고 사는 이들에게는 별 의미를 못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위 "4차 산업 혁명"이 거센 파고로 일상과 직장의 모든 전선에 밀어닥치는 현실 속에서, 예술가의 "크리에이티브"는 이제 모든 경제참여인구의 필수 자질로 부각되기에 이릅니다. 크리에이티브야말로 혁신의 모태이며, 인공지능이 결코 따라할 수 없는 고등정신만의 특질입니다. 모든 직업이 하나 둘 사라지면 공동체의 기본 질서도 붕괴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도 많지만, 어차피 지금도 간신히 현상유지나 하려 들며 정해진 타성의 쳇바퀴에서 못 벗어나는 사람은 자기 자리도 못 지키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이 과정에서 탁월한 창의력으로 과업을 완수해 내는 사람은 기업주에게 타 고용인 몇 사람분의 대우를 받기도 하는 게 냉혹한 현실이며, 직장에서의 기여도가 있기에 더욱 높아진 협상력으로 고용주와 맞대면할 수도 있습니다. 거의 모든 직원에게 잠재적 파트너십 지위를 인정하는 구글의 체제를 떠올려 보면 납득이 될 것입니다. 일도 안 하는 직원을 구글이 대접해 주는 게 아니라, 알아서 혁신을 이루는 직원을 미래형 직장인 구글이 모셔온 거죠.


"세상에 처음 왔을 때의 순수함과 열정".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뜻이겠습니다. 하다못해 갓 이사온 동네에 중국집이나 카페, 미장원이 어디어디쯤 있는지 알아보고 다니는 시간도 처음에는 다 즐겁습니다. 그러다가 지겹고 싫증나는 타성 속으로 서서히 침잠되어 가고, 마침내는 아무 감흥도 주지 못하는 오염된 풍경으로 바뀝니다. 물리적 환경뿐 아니라 이성친구, 연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만나고 서로에게 강렬한 관심, 호기심, 설렘을 안기며 끌렸을 때는 하루종일 같이 있고 싶고, 그 시간도 몇 배로 늘려 한몸이 되는 잠시를 영원으로 늘리고 싶던 그 마음도 시간이 지나고 습관으로 바뀜에 따라 퇴색되기 마련입니다. "헉, 쟤봐"라며 잠시 동안 시선을 딴데 줄 수가 없었던 그 강렬한 충격이 서로 공유하는 감정, 체험임을 알고 세상을 다 얻은 듯 흐뭇하고 좋았던 시간도, 무정한 세월의 힘에 밀려 빛바랜 추억의 장으로 밀리기 일쑤이죠.


저자께서 다양한 직종의 예술가들을 만나고, 취재하고, 그들만의 희열 넘치는 성취감과 고백을 듣고 쓴 이 책은,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것과 자기 업종에서 뭔가 남다른 성취를 이루는 게 결코 다르지 않다는 강력한 교훈을 던져 줍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술가"라는 상위개념, 보통명사가 참 무력하다는 것(기능과 직분에 있어 공통점이 없다는 이유에서)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라 불리는 이들은 사는 방향과 모습, 태도 등이 참 서로 닮아 있구나 하는 점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이미 십 년 전에도 생각 있는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들에게 무엇을 가르칠지, 어떤 직업을 갖게 유도해야 할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으며, 그때 자주 운위되던 게 이런 창조적인 직역이었습니다. 확실한 이론적 바탕이 없어도, 그저 실제 사회 생활이랄까 견문을 넓히기만 해도,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바른 감이 다 잡히는 것 같습니다. 이 역시 기계적 지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열정과 삶에의 건전한 애착을 가지고 사는 이가 항상 정확한 결론에 먼저 도달한다는 진리를 확인시켜 주는 부분입니다.


책의 결론은 그렇습니다. "매사를 초심으로 대하고, 그 초심에 서려 있는 열정과 환희, 호기심, 애정, 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창의적인 직업인이며, 이런 사람은 잘 늙지도 않고 매 순간을 자신의 업적과 함께 기뻐할 수 있으며, 사회의 비능률요소가 다 제거되어 가는 작금이라면 더욱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살벌한 경쟁사회에서 생존과 처세의 답이 예술가들의 초심에 있다는 결론은 얼핏 엉뚱하게 들릴 수 있지만, 급변하는 경제구조의 핵심을 냉연히 통찰하면 결국 운명의 지침은 의외로 일관되게, 한 방향만을 가리킴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기계화, 공업화, 대량생산-대량소비 체제가 몰고온 인간소외와 영혼의 메마름을 이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일신의 물결이 다시 정상으로 돌려 놓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일과 생령, 능률과 환희는 결코 별개가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 말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리처드 클레이더만 피아노곡집 2 - 조봉행 | My Reviews & etc 2020-04-28 07:57
https://blog.yes24.com/document/12419242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리처드 클레이더만 피아노곡집 2

편집부 저
다라 | 2000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1990년대에는 한국에서 리처드 클레이더만이라는 프랑스 출신 피아니스트가 큰 인기를 끌었고 그의 음반도 베스트셀러 순위에 항상 머물렀습니다(고 합니다). 이 무렵은 서대문구 근방에 소재한 어느 명문 여대에서 일본 음반(대부분 불법 수입)이 불티나게 팔리고 여기서 형성된 최신 트렌드가 다른 동네로 서서히 퍼지며 대세를 형성하곤 했었죠(라고 들었습니다). 


리처드 클레이더만이 왜 이렇게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는지 그 정확한 비결은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그 당시, 한국 유행의 먼(가까운?) 근원 노릇을 했던(지금이야 당연 아니지만) 일본에서 이분이 인기를 얻은 사실에 크게 기대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2001년작 프랑스 영화(독일어 대사도 간간이 나오는데 사실 오스트리아 자본이 들어가서입니다) <피아니스트>에 보면 초반에 주인공 입을 통해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베토벤의 곡은, 잘못 해석하기보다는 아예 잘못 치는 편이 낫다." 그럼 어떤 해석이 올바른 해석이라는 걸까요? 삼백 년에 걸쳐 훌륭한 연주자들이 이미 바람직한 해석의 대략적인 틀을 만들어 놓았기에 우리 청중들도 그에 맞춰 자신의 감성 주파수를 그쯤에 조준하겠지만, 뭐가 바람직한지 유권 해석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죽은 베토벤밖에 없겠지요.


이 악보집에 보면 헨델, 쇼팽, 베토벤 등의 곡도 다수 보입니다. 리처드 클레이더만의 "해석"은 그저 달달한 진행에, 때로 상업화한 우수가 깃드는 등의 뻔한 테크닉으로 채워졌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여튼 현대 청중의 얄팍한 감성을 달래는 데 이만큼 최적화한 연주자도 드물며, 저 역시 그의 음반을 틀어 놓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는 점 도저히 부인 못 합니다. 이 유행이 지나가고 난 뒤 한국에서는 조지 윈스턴이 큰 인기를 끌다가, 일본의 유키 구라모토가 또 많은 호응을 얻는 등으로 트렌드가 이어졌(다고 하)죠. 


리처드 클레이더만에게 곡을 준 작곡가들이라 하면 아마 올리비에르 투생, 폴 드 세니비유 등이 가장 먼저 떠오르겠습니다. 드 세니비유의 곡 중 한국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아마 "a comme amour"일 텐데 이게 번역 제목이 "가을의 속삭임"으로 흔히 통하죠. 그런데 a comme amour라는 어구 중에는, 가을도 없고 속삭임이란 단어도 없습니다. 즉 저건 순엉터리 번역이라는 뜻입니다. 네이버에 찾아 보면 이걸 또 "사랑처럼"이라고 옮긴 것도 있는데 그럼 앞의 a가 무슨 뜻인지 또 설명이 안 됩니다. 네이버 지식인에 보면 제가 직접 단 댓글이 있는데 ㅎㅎ 그게 바로 정답이니 궁금하신 분들은 참조하십시오. 


어제 올라온 네모네모고먐미님의 서평에 보면 <달의 영휴>의 원제가 "月の滿ち欠け"라고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영휴(盈虧)는 일본어로 滿欠(만흠, 혹은 만결)로 쓸 수도 있겠는데, 후자는 우리말에 전혀 없는 어휘인 반면 전자는 드물게나마 쓰이므로 한국어 번역 제목은 저리 정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이 책에는 "엘리제를 위하여", "교향곡 9번(의 편곡판)" 등이 수록되었지만 "월광 소나타"는 빠졌는데 클레이더만이 연주한 버전도 있고 꽤 인기 있는 편입니다. 듣고 싶은 분들은 이 주소 https://www.youtube.com/watch?v=U21Ts_FfRU4 로 가셔서 감상해 보십시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2        
Tripful 암스테르담 - 오빛나 | My Reviews & etc 2020-04-27 20:45
https://blog.yes24.com/document/12416619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Tripful 트립풀 Issue No.9 암스테르담

오빛나 저
이지앤북스(EASY&BOOKS) | 2018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좀 끔찍한 이야기지만 한국에서도 <한겨레21> 같은 진보성향 매체에서 "공창의 합법화" 같은 이슈를 커버스토리로 다룬 적 있습니다. 이런 게 커버스토리로 나올 정도면 당시에는 정치적으로 꽤 평온한(?) 시절이었나 봅니다. 한 주에도 대형 정치 이슈가 여러 개 터지는 요즘 같으면 상상이 어려운 광경이라서 그리 생각이 드네요. 


영화 <호스텔>을 보면 무슨 욕망의 해방구마냥 네덜란드의 여러 도시가 배경으로(초반부에) 잠시 나옵니다. 성적으로 너무도 자유분방한 풍경인데 이런 점에서 미국(대부분의 주들)이나 우리나 비슷하게 보수적인지라 적지않은 충격을 받습니다. 


네덜란드어는 독일어와 아주 닮았지만 솜솜 따지고 들어가면 꼭 그렇지도 않아서 문법이나 발음이 제법 차이가 납니다. 사실 독일어도 그런데 이쪽 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아주 잘하는 편이라서(네덜란드인들이 더 잘하죠) 구태여 이분들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그 나라말을 배울 필요가 없다는 게 아이러니컬합니다. 


북쪽, 동쪽을 각각 노르트, 오르트라 부르는데 이런 건 약간의 모음 장단과 철자 차이만 있다뿐 독일어와 같습니다. 도시의 구획이 꽤 직설적이라서 북, 동, 중, 남부 하는 식이고(우리나라의 인천?), 책도 그런 순서에 따라 설명되었습니다. 


멀리 이탈리아 북동부의 베네치아도 그렇고 이쪽 사람들도 도시의 몇몇 구역이 거의 물에 잠기다시피하는, 악조건이라면 악조건 하에서 엄청나게 번영하는 상업도시를 만들었다는 게 놀랍습니다.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할 때의 "담"이 괜히 -dam이 아니죠. "암스텔"은 유수, 하천 등의 뜻을 가집니다. 


일상적인 모습을 이처럼 관광 어트랙션으로 가꾸어 외부에서 구경꾼들이 돈 내고 즐기게 하는 전략은 사실 모든 유럽 국가의 태도가 비슷합니다. 예전에 한 번 다녀왔는데 이 책을 다시 들춰 보니 언어도 좀 더 공부해서 다시 다녀오고 싶어지네요.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광기와 성 | My Reviews & etc 2020-04-26 21:03
https://blog.yes24.com/document/12410339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광기와 성

리하르트 폰크라프트에빙 저/홍문우 역
파람북 | 2020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사람의 광기는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 발생하고, 여러 가지 패턴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광기가 반드시 성(性)과 관계 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상당수는 성과 밀접한, 그리고 이상한 방법으로 관계가 있겠습니다. 광기와 성이 이처럼 긴밀한 관계를 갖는 걸 보면, 언젠가는 성적 이상 발현(흔한 말로 "변태"라고 하는 것)으로 모든 광기를 설명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물론 전혀 아닐 수도 있죠). 혹, 만약 그런 날이 오기라도 한다면, 아마 그 훗날의 연구자들은 이 고전에 큰 빚을 졌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사드 후작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닌 욕구, 행태로 당대에 큰 물의를 빚었고(현대인의 관점이라면 N번방 저리가랄 만큼의 극악무도한 범죄), 그 결과를 책으로 쓰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폰크라프트에빙은 점잖은 의사요 학자였습니다. 


이 책은 처음에 라틴어로 쓰였다고 하는데, 라틴어가 국적 불문 유럽의 모든 학자에게 필수 교양이었고 학술서가 쓰이는 언어였던 건 이때로부터 몇 세기 전의 전통이었습니다. 그러니 꼭 라틴어로 쓰일 필요는 없었을 텐데 구태여 저자가 그런 태도를 취한 건 우리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임상(?) 서술이, 일반 독자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겠으니, 당국에서 검열을 통해 엄격한 제한을 가할 수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다만 책 뒤 후기에 보면, 이 책은 "독일어 원전"을 다시 프랑스어로 옮긴 판본을 한국어로 번역했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사드 후작의 책도 대략 8, 9년 전에 한국 문체부에서 판금 조치가 내려졌던 걸 해당 출판사가 소송을 해 바로잡은 적도 있습니다. 이 책 역시 한국어로 쉽게 쓰여진 걸 보면 여러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많이 불편해지는 대목도 있습니다만 여튼 고전을 읽는 자세, 공부하는 태도로 읽어낼 수 있는 책입니다. 


책날개에 보면 체자레 롬브로소라는 이름이 나오는데 아마 학부때 법학, 그 중에서도 형법학을 공부했다면 귀에 익을 듯합니다. 공교롭게도 그때로부터 백 년 전쯤에 베카리아라는 학자도 큰 업적을 남겼는데 이분도 퍼스트 네임이 "체자레"입니다. 여튼 롬브로소는 p91 하단 등에서 다시 인용되는데 이 책이 학술 고전이라는 점 독자들은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에 대한 보고(report) 형식입니다. 그 중에는 저자가 직접 치료하고 상담했던 이들의 케이스가 많은데, p121에 보면 ".... 나는 (저자) 폰크라브트에빙 박사의 책을 읽고 도움을 받아 ..." 라는 대목도 나오죠. 책에서 이른바 자기 언급(self-reference)이 등장하는 건 언제 봐도 흥미롭습니다. 여튼 이 고백에서 사례자는 "... <톰아저씨의 오두막집>을 읽고(물론 우리가 잘 아는 그 스토우 부인의 소설입니다) 성적 흥분을 느꼈다..."는 충격적인 진술도 합니다. 


특히 주인공 엉클 톰 등이 채찍질을 당하는 대목에서 그러했다는 건데(...), 우리는 한숨이 나오죠... 뭐 여튼 이 책에서 잠시 다른 대목을 보면 p171에서 채찍질에 쾌감을 느끼는 여러 다른 시대의 사례가 다뤄집니다. 중세에 자신에게 채찍질을 가하며 참된 종교의 오의를 탐구한 이들을 가리켜 편타고행자라고 불렀는데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도 잠시 언급이 나오며, 댄 브라운의 메가셀러 <다 빈치 코드>에도 flagellation, flagellist가 나오죠. 원서로 읽으면 이 단어들이 그대로 언급되니 예전 기억을 더듬어 보시기 바랍니다. 


p97에는 카트린 드메데시스의 악행을 언급하며 혹시 이것(성 바르톨로뮤의 학살)이 그 여인의 뒤틀린 성향에 기인하지 않았는지 하는 암시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광기, 성적 좌절, 분수에 넘는 비뚤어진 권력욕, 터무니없는 과대망상,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대평가, 열등감,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의사 결정 등이 분명 어떤 식으로건 정신 분석의 대상이 된다는 건 확실합니다. 그 가장 깊은 기저에 "성"의 문제가 깔려 있을 수도 있고요.


이 책에는 자위행위에 대한 언급이 아주 자주 나오는데 이 패턴이 당시에는 정신병의 일종으로 취급되던 풍조를 반영하는 듯합니다. 가톨릭에서는 죄로 취급하여 고해성사 때 고백할 항목 중 하나며, 만약 알고도 언급이 없으면 모고해로서 그 자체로 독립된 죄가 되죠. p71에 보면 "수음의 치명적 결말.." 같은 표현에서 분위기를 잘 알 수 있습니다. 또 중세 수도사들에게는 이것이 큰 죄였죠. 그러나 현대 의학에서는 "지나치지 않다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들 봅니다. 


또한 p289 등에서 "...후천적 동성애는 진단하기 어려운 편이다" 같은 서술이 있는데 역시 동성애를 정신병으로 보던 당대 컨벤션의 흔적입니다. 세상이 많이 바뀌어 만약 어떤 정치인이 요즘 젠더 이슈 관련하여 이런 발언을 하면 아마 진보단체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을 것입니다. p292에는 여성 동성애를 암시한,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의 유명한 작품이 도판으로 나옵니다. p286에 보면 "드물게나마 아동에게서도 동성애가 (성도착의 일환으로서) 발견된다"는 서술도 나옵니다. 이런 건, 후천적, 선천적 두 패턴 중 의사인 그가 무엇으로 분류했는지 궁금하네요. 


폰크라브트에빙 박사의 시대에나 지금이나 여전히 범죄로 취급받는 행태도 나오는데 이른바 소아성애입니다. 이 외에도 이 책엔 여러 충격적인 패턴들이 분석되고 서술됩니다만 차마 이 서평에 자세히 옮기기는 망설여집니다. p529에 보면 "'소도미아'라는 용어를 법률가들은 혼란스럽게 사용하는데... "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사실 법률가뿐 아니라 언어학자, 성경학자 등도 혼란스럽게, 모호하게 사용하는 건 같습니다. 이런 비정상적이고 경멸스러운 행태를, 자국이 아닌 먼 이방에서 유래했다며 문제를 회피, 왜곡하는 건 흔히 보는 모습인데, 일부 학자들은 이란 등 근동에서 구태여 사례를 찾았고 이 페이지에서 인용하는 폴락 등의 학자가 보인 태도도 그러합니다. 소도미는 동성애를 뜻하기도 하지만(구약 창세기에서 소돔인들의 요구. 참고로 이 무대 역시 중동이죠), 수간(bestiality)을 뜻하기도 하는데 저자는 이유형의 여성들이 주로 개를 선호한다며 파리의 불독 사건을 예로 들기도 합니다. 우리 동아시아에도 포송령의 <요재지이>에 비슷한 사건이 나옵니다. 


성 관련 외에도 저자가 의사이다 보니 성과 직접 무관한 다양한 증상(?)에 대해 언급합니다. p133에 보면 "사두증"이 나오는데 마치 머리의 한쪽 면이 뱀의 그것처럼 평평한 증세라고 하네요. 이 비슷한 걸로(아니 훨씬 심각한 병으로) 조셉 메릭이 앓은 "상피병" 같은 것도 있죠. 머리가 평평한 게 병이라면 동아시아의 현인 공자 역시 머리가 평평해서 이름이 구(丘. 언덕)이었는데 이분도 환자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p137에는 장 자크 루소의 <고백록>에 나오는 여러 충격적인 대목, p140에는 그 유명한 에밀 졸라의 자연주의 작품에서 나오는 징글징글한 묘사를 놓고도 저자의 분석이 이어지는데 재미있습니다. 이런 태도가 이 이른 시기 이미 고전의 한 전범을 확립했다고도 볼 수 있죠.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        
코로나 경제 전쟁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4-25 23:29
https://blog.yes24.com/document/12406348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코로나 경제 전쟁

폴 크루그먼 등저/리처드 볼드윈 등편/매경출판 편역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코로나19 때문에 전세계가 고통에 신음합니다. 엊그제 빌 게이츠가 "세계 3차대전"에 작금의 상황을 비교했습니다만 그보다 훨씬 앞서 이 책의 저자, 세계의 석학들이 이미 "전쟁 상태"를 선언하고 우리 시민들이 어떻게 사태를 대처해야 할지 자세히, 친절히 조언해 주고 있더군요. 분량은 220쪽 정도이지만 폰트가 작기 때문에 내용은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또, 매 챕터가 마치 기업의 상급자에게 올리는 보고서처럼 분석적이고 치밀하게 구성되었습니다. 읽다 보면 마치 독자가 중요 포스트를 차지한 고위급 인사 같은 착각이 듭니다. 하긴, 요즘 상황이 엄중하니 일반 독자가 읽는 책도 각 잡고 쓴 텐션이 느껴져야 제격일지도 모릅니다.


"신속하게, 그리고 무엇이든 최대한으로." 리처드 볼드윈과 베아트리스 베더 디 마우르 교수의 첫번째 아티클에서 가장 자주 눈에 띄는 단어는 "평탄화"입니다. 우리들 모두는 "급격히 솟아오르는 확진자 그래프"의 높이를 보고 경악한 적 있습니다. p20에는 누적 확진자 수에 대한 그래프가 나오는데 이게 원 숫자가 아닌, 그에 로그를 취한 값입니다. 너무나도 가파르게,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니 한정된 공간에 제대로 그래프를 그릴 수가 없고, 그러다 보니 로그값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겠죠(이것도 어찌 보면 기술적 측면에서의 평탄화입니다). 어떻게 이 그래프를 진정시키겠습니까? 평탄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당장, 당장" 억제 정책을 집행하지 않으면 재앙을 막지 못합니다. 이 챕터에서, 신속하게 액션을 취한 나라는 평탄화의 추세를 보여 주었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그래프가 천장을 찌릅니다.


누구든 최대한의 신속한 조치로 상황을 진정시키고 그래프를 달래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있는데 그건 바로 "돈"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한국 역시 국채 발행으로 재원을 조달할 것인가, 아니면 (김종인 씨 등이 주장한 것처럼) 기존 예산 항목 변경을 시도할 것인가를 놓고 갑론을박이 있었습니다. 이 책 해당 챕터의 저자들 역시 1) 유럽연합 예산 안에서 재분배하는 방법, 2) 예산 외에, EU 회원국이 분담하는 방법 3) 팬데믹 채권을 새로 발행하는 방법 등이 논의되는데 사람 사는 곳은 달라도 생각이 미치는 범위는 비슷하다는 점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동시에, 머리를 아무리 짜내고 짜내어도, 기발하고 모두를 만족시키는 방안이란 참으로 나오기 힘들다는 점도 다시 새기는 중이네요.


제이슨 퍼먼 박사는 "사람이 먼저이며, 경제는 그다음"이라고도 합니다. 마치 한국의 어떤 정치인이 예전 선거에서 내세운 구호도 떠올리게 합니다만 역시 실행 방법이 무엇이냐를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가 짚는 "정책의 근본적 제약"은 세 가지입니다. 불확실성, 시간, 역량. 이 중에서도 저는 "역량"의 문제야말로 정치인의 자질과 실력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라고 생각이 드네요.


사자성어에 "과유불급"이란 게 있지만 책에서는 정반대로 말합니다(왜? 경제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했으니까요). 즉, 미미하고 느린 조치보다는 차라리 과도한 조치가 낫다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가능하면 기존에 마련된 매뉴얼이나 방법에 의존하라고 합니다. 그 이유로 FDR의 실험이 결국 10년 간의 시행착오를 거쳤다는 실례를 듭니다(사람은 실험 대상이 아니라는 거죠). 대응 과정은 다각화하고 어느 한 방법에만 기대지 말라고 합니다. 정부 주도보다는 민간의 참여가 낫고(한국의 현 정부가 "민간 기부"를 기대하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활발하고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잊지 않습니다. 그 외, 시민들에게 인당 최소 천 달러 정도를 현금 지원하라는 말도 있는데 이 사항은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고 한국에서도 현재 집행 중입니다. 책이 훨씬 이전에 쓰여졌다는 점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이래서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거죠).


과감하고 신속한 정책을 집행해도 언제나 비평가들이 우려하는 바가 있습니다. 어느 사회건 "제도를 악용하는 자들"이 있기 마련인데 책에서는 이를 가리켜 도덕적 해이로 규정합니다. 그러나 구더기 무섭다고 장 못 담글까요? 찰스 위폴로즈 박사는 "도덕적 해이를 무서워하지 말고, 병목 현상은 초기에 찾아내어 제거하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우리는 지금 경제위기를 걱정해야 하며, 금융위기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다"입니다. 후자의 경우라면 도덕적 해이에 대해 더 주의를 해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며, 위기의 종류와 본질이 다르니 역시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속시원한 충고였습니다.


코로나 위기가 세계를 뒤덮었고 그에 따라 증시도 휘청였습니다. 한국만 해도 순식간에 시총 상당액이 증발하는 등 이러다 나라가 망하지 않나 싶었지만 참여자들(특히 개미들)이 성숙하게 대응하고, 일부는 오히려 역으로 공격적 매수에 나서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시장이 안정되었습니다(놀라운 일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게 금모으기 운동과 다를 바가 없다고 봅니다. 국민과 소액 투자자들이 국가에 대해 신뢰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게 다름 아닌 애국이죠. 책에는 물론 한국의 사례가 나오지 않습니다만 각국의 증시 현황(책의 출간 시점이란 한계가 있으므로 대략 2월 28일까지의 상황이 언급되네요)이 차분히 분석됩니다. p81에 나오는 휩소 패턴이라는 걸 우리 독자들은 유념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p85에는 "위기 극복을 위한 열 가지 열쇠"라는 아티클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이 파트가 가장 인상적이고 유익했습니다. 저자 명의는 "샹진 웨이"인데, 이상하게 생각하실 것 없고 우리 동아시아식으로 성씨를 먼저 읽으면 "웨이샹진, 위상진"입니다. 유명한 분이죠. 짧으면서도 강력한 글인데 제가 통째로 인용해 보겠습니다. (pp.86~91)


1) 급속도로 퍼지기 전 준비하라

2) 국내 공급이 부족하면 여유 있는 국가로부터 수입하라

3) 중환자실 병상을 충분히 확보하라 (우리도 초기에 대구에서 병상 부족으로 고생한 적 있죠)

4) 바이러스 확산 방지 방침을 분명하고 빠르고 단호하게 대중에 전달하라


대략 여기까지만 봐도, 두어 달이 지난 시점에서 왜 한국이 모범 대처국에 속하며 현재 피해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적은 편인지 감이 옵니다. 마치 미리 이 책을 읽은 듯, 당국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했다는 점을 우리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습니다. 단, 저자는 아홉째 조언에서 "각국이 독자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여러 나라들이 동조적으로 조치하는 편이 낫다"고 하는데 이는 현 시점에서조차 여전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미국, 중국 등 강대국들이 미온적이고 미숙하게 행동한 탓이 큽니다.


p116 이하에서 볼드윈, 디 마우르 교수 들(맨앞의 글을 쓴 그 저자들입니다)은 앞으로의 경제 상황을 예측합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건 기존 공급망(서플라이 체인)이 붕괴되고, 특히 그 중에서도 타격을 받는 건 중국인데 세계의 공장으로 그간 누렸던 지위와 신뢰가 붕괴되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1990년대 중후반 WTO 체제의 확립으로 세계화 추세가 가속되었으나 이제 이런 트렌드가 퇴조하고 리쇼어링 붐이 일지 모른다는 암시로도 들립니다. 


볼드윈 교수와 토미우라 박사가 함께 쓴 다음 아티클에서는 "공급망을 통한 전염"을 논하는데 물론 여기서 전염이란 바이러스 전염을 말하는 게 아니라(이것도 가능은 하겠죠), "한 나라가 입은 경제적 타격과 불황의 여파가 번져가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바로 이어지는 글에서 세체티와 스코엔홀츠는 "전염 효과"로서 뱅크런의 확산을 거론하는데 사실 여기까지 간다면 정말 갈데까지 간 것입니다. 여기서 이들이 강조하는 대안은, "공시를 대중이 철저히 믿을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네요. 문자 그대로의 뱅크런이 아니라, 국민이 국가가 발표하는 "전염병 확산 실태"를 못 믿어서 패닉에 빠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일종의 비유이죠. 정부는 언제나, 전염병 확산 실태에 대해 100퍼센트의 진실만을 말해야 사회가 붕괴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유로존은 언제나 주위 관측자는 물론 당사자들의 걱정을 부릅니다. "이번 위기에 드디어 유로존이 무너지지나 않을까?" 실제로 며칠 전 나온 어느 기사에서는 이탈리아인들이 "EU(중에서도 독일)이 밉고 중국이 믿음직하다"고 하는 내용이 보도되었는데 물론 어디까지 믿을지는 의문입니다. 여튼 본래 하나의 나라가 아니던 게 다분히 무리를 해 가며 합친 통화권이고 그예 영국이 떨어져 나갔는데 이번 코로나 여파로 또 내상이나 입지 않을지 고민이죠. 이 파트를 올리비에 블랑샤르가 썼는데 역시 읽을 만합니다. 


이후에는 좀더 장기전망으로 혹시 경제민족주의가 발흥하여 무너져가던 장벽이 다시 서지 않을지에 대한 논의가 있는데, 이에 대한 처방은 교역 상대국을 선진국들이 착취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네요. 폴 크루그먼은 경제 부양책을 쓰는 데에 전혀 주저하지 말고, 최근 일본의 과감한 화폐 증발책으로 경기가 살아나는 게 좋은 예라며 거의 롤모델로 삼아야한다고까지 말합니다. 뒤에 이어지는 오덴달, 스프링포드의 제언도 거의 같은 취지이며, 한국 정부가 현재 취하는 스탠스와도 사실상 일치합니다.


위기를 맞아 머뭇하다간 실기(때를 놓침)하고 더 큰 재앙을 맞을 수 있습니다. 이거냐 저거냐 고민할 시간에 행동을 더 많이 취하는 게 낫다는 이치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감정 조절 | My Reviews & etc 2020-04-24 23:29
테마링
https://blog.yes24.com/document/12402178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감정 조절

권혜경 저
을유문화사 | 2016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19세기에 쓰여진 여러 고전 문학이나 에세이 들을 읽어 보면, 필자나 등장인물들이 그리 "감정"이라는 팩터를 중시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감정은 낭만주의의 대흥성 이후뿐 아니라 그 이전부터도 문학의 영원한 주제이자 소재였으며, 인간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건 자신의 신조나 신앙보다도 차라리 감정에 가까웠습니다. 일개 미물인 동물에 대해서도 학대 등을 해서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로 "그들도 생명과 감정이 있다" 같은 것을 들기도 합니다. 지식과 이념 때문에 살인 등의 폭거를 일으키는 사람은 극히 드물어도, 감정을 상한 경우 거의 누구라도 뒷일을 생각지 않는 무리수를 둡니다. <사기>에 보면 "필부라도 모욕을 당하면 반드시 칼을 뺀다" 같은 말이 있을 정도죠.

하지만 현대를 사는 우리들만큼, 의지나 신조, 인격의 수양 같은 덕목보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상처 안 받기, 내 마음을 잘 챙기고 평안해지기 같은, 감정의 다스림에 신경 썼던 인류는 아마 지상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는 세계화가 진척 되어서인지(?) 동양과 서양이 전혀 그 양상이 다르질 않습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개인 차원을 벗어난 어떤 추상적인 가치의 중요성에 대해 대체로 회의적이 되고 난 여파가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직장에서 트러블을 일으키고, 이직이나 사직을 하는 이유 대부분은, 일이 힘들거나 능력이 감당 안 되는 이유도 있지만, 이런 경우에도 사람들은 대개 적응을 해 냅니다. 그러나 직근 상사, 동료 들과 감정적으로 심하게 맞부딪힌 후에는, 많은 이들이 가차없이 사표를 던져 버립니다. 이후의 일은 채 대비나 생각도 않고 말입니다. 물론 감정을 잘 챙기지 못해서 억지로 환경을 참아 내다 병을 얻거나 몸을 망치는 것보다는 그런 결단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평소 자신의 감정을 현명히 관리하여, 애 써 얻은 직장에 충실하는 편이 전 인생 설계의 관점에서 더 유리한 선택임을 감안하면, 감정의 작동 원리에 대해 잘 파악하고 평소에 (향후 큰일이 터지기 않게) 대비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 사람의 감정이 상처를 입는 건 혼자만의 세계에서 벌어지진 않습니다. 보통은 타인과의 상호 작용 속에서 이뤄집니다. 그러므로 타인의 감정을 잘 파악하는 건 그 타인을 배려한다기보다, 그 타인과 지속적으로 상호 작용해야 할 나 자신(의 감정)을 위해 중요한 선택입니다.

여태 많은 자계서를 읽으며 그간 심리학자나 뇌과학자들이 밝혀 낸 성과를 바탕으로, 여러 몰랐던 지식이나 팁 등을 깔끔하게 정리하여 이를 독자들에게 전달해 주는 걸 많이 봐 왔습니다. 아마 책을 자주 골라 정성껏 읽는 많은 다른 독자들도 사정이 같을 것입니다. 개중에는 공감이 가는 내용도 있고, 나에게 너무 무리한 주문을 한다 싶은 것도 있었겠으며, 다 맞는 말이고 수긍하지만 실천에는 가능하면 옮기고 싶지 않다,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른 방법은 없는지 알아 보고 싶다, 같은 생각이 들게 한 것도 있었겠습니다. 

만약, 소개하는 정보가 비교적 정확하고 근거 있으며, 여러 상황을 전제로 한 제언(충고)도 귀에 거슬리지 않고 무난히 다가오는 책이라면, 그런 책은 일생을 두고 곁에 가까이하며 좌우명처럼 활용해도 될 것입니다. 지금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새롭다기보다는 깔끔하고 센스 있게, 여러 독자에게 잘 어필할 만한 사항을 잘 정리한 책으로 보였습니다. 물론 저자께서는 현직 하버드 의대 심리학 교수이므로, 학문적 권위까지 충분히 갖춘 분이기도 합니다. 또, 그녀만의 임상례와 상담 사례를 친절하고 시의적절하게 여럿 소개하기에, 여태 여러 책에서 엿봤던 듯한 익숙함 내지 식상함도 가능한 한 최소로 줄이고 있습니다. 

책의 목표는 저자 스스로 말씀하시길, "감정의 민첩성"을 기르는 일이라고 합니다. 서평 처음에도 말했지만, 우리 이전의 사람들은 감정을 억누르고,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고,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여 행동과 결단을 머뭇거리기보다는 "고지를 향해 전진(물론 그리 말하는 사람 본인부터가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면서)!"을 외쳤습니다. 그 시대에 나온 자계서(많지는 않으나 있었고, 또 인생 독본 등으로 이름 붙여졌을 뿐 자계서라고 부르진 않았죠)는 감정이란 중요 팩터를 대개는 무시했습니다. 허나, 아이디어의 질(퀄리티), 의지의 지속도, 종합적인 삶의 만족도, 구체적인 개인의 삶에서 후회 없음 같은 목적을 달성하려면, 하루하루, 순간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고, 잘 보듬고, 좋지 않은 감정을 재빨리 유리한 것으로 바꿔 주는 요령이, 그 어떤 다른 목표나 이상보다 중요합니다. 매일, 덜 늙고 덜 피곤해하며 더 행복해할 수 있는 나를 위해서 말이죠.

감정의 민첩성을 어떻게 기를 수 있는가? 저자는 크게 네 가지 과정(혹은 세부 목표)을 제시합니다. 1) 마주하기, 2) 비켜나기, 3) 자기 목적대로 걸어가기 4) 전진하기. 일단 예전 사람들처럼, 감정을 억누르고 무시할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녀석과 눈을 마주치며 응시해야 합니다. 이것이 이 책에서 가장 중시하는 최상위 전제이자, 이 책이 담고 있는 모든 주장의 발판이기도 합니다. 그 다음에는, 그 감정이 원하는 대로 끌려가거나 노예가 될 게 아니라, 오히려 객관적으로 거리를 두고 길을 들여야 한다는 거죠. 1)도 중요하지만 저는 그 다음 2)가 의미 깊다고 봤습니다. 

1) 관련해서는 대개 의지력 충만하고 뭔가 비범한 이들이 종종 저지르는 오류입니다. 우리는 보통 그런 유형이 아니고, 우리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없기에 큰 신경은 안 쓰지만, 그래도 그들과 비슷한 오류를 잘 저지르죠. 예전에는 거꾸로 그런 사람들을 높이 평가했으니까요. 대개 가부장적 유형이기도 한데, 요즘 일부 독서 트렌드에서 "남자 역할의 종말"을 거론할 때는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무작정 무시하는 일부 남성"을 특히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합니다. 

반면 2)와 관련해서는, 제 개인적 생각으로 나르시시스트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입니다. 이들은 전근대적 가부장들과는 정반대 지점에 위치하지만, 그들 나름의 이유에서 역시 불행합니다. 그들에게는 감정이 곧 자기 자신의 주인입니다. 왜 나의 부모는, 내가 하고 싶은 걸 못 하게 할까(사실은 그들 부모는 자녀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평균보다 훨씬 자주, 그 정제되지 않은 욕구를 풀어 주었습니다). "왜 사회는 내 감정, 내 욕구,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발상을 바로 수용하지 않을까? 내 생각엔 내가 맞는 것 같은데." 반응하거나 생각하는 품이 그저 아이들과도 같습니다. 

어쩌면 그 부모가 단단히 버릇을 잘못 들여 놓은 건데, 물론 나이 들어 그 책임은 본인 자신이 지겠지만, 이들은 여튼 팍 싫어지고, 비위에 거슬리고, 당장 기분을 망치는 모든 요소를 "악"과 동일시합니다. 매사에 합리화를 하려 들고, 희한한 데서 이유를 찾아내어 자기가 맞는 것 아니냐고 우기고, 상황을 거칠고 어이없는 방식으로 정리하곤 자신의 세계에 팍 파묻힙니다. 저 개인적으로 이 책 전체를 통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게, 자기 감정을 어떤 초자연적 명령이나 일생을 걸고 완수해야 할 사명으로 보지 않고, 그저 길들여야 할(물론 존중은 해야 합니다만) 대상으로,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들어가라는 가르침이었습니다. 나에게 혹 그런 요소가 있으면 고치고, 타인이 그리한다면 (여튼 그의 인생이므로 중뿔나게 주제넘게 개입할 것까지는 없지만) 저 사람은 그런 동기로 움직이는 사람인가 보다 하고 "이해, 정리"를 하면 됩니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에 휩쓸리지 않은 채 거리를 두었다면, 이제는 이미 대상화해 버린(따라서 "내"가 아닙니다. 내가 나를 처리하고 다루고 처분한다면 얼마나 고통스럽겠으며, 이미 과업이 불가능합니다. 아니면 정신병에 걸리거나 말이죠), 이 감정이란 녀석을, 어떻게 잘 달래느냐의 과제가 남았습니다. 이 책 70% 정도는, 다양한 상황에서 감정을 어떻게 핸들링하는지, 저자께서 참으로 정성껏 정리해 둔, 환자나 저자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소중한 가르침들이었습니다. 사실 이 네 가지 패러다임을 잘 몰라도, 그 본문에 나온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만, 패러다임을 먼저 머리에 넣고 그 개별 팁과 교훈, 처방을 접한다면 훨씬 내면화가 쉽고 오래갈 뿐 아니라, 사람이 기계가 아니고 창의적인 정신 작용이 가능한 이상 그 "응용"과 "발전"이 가능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는 개별 방법론의 상세함, 진정성에 못지 않게, 저자의 프레이밍이 매우 유익했던 책 중 한 권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        
청백리재상 구치관 - 석창진 | My Reviews & etc 2020-04-23 19:51
테마링
https://blog.yes24.com/document/12396482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청백리재상 구치관

석창진 저
대경북스 | 2018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드라마 <왕과 비>를 보면 능성군이라는 군호로 불리는 재상, 고위관료, 공신이 나옵니다. 같은 그룹에 묶이는 이들은 홍달손, 한명회, 홍윤성 등인데 그 후손들이 보면 약간 불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머지 인물들은 당대에나 현재에나 그리 평이 좋지 못하니까요. 구치관은 한명회보다 9살이나 연상이며, 홍윤성에게는 거의 부친 뻘이 될 만큼 나이 차이가 납니다. 


구치관은 전형적인 엘리트 관료입니다. 과거에도 적정 나이에 급제했고, 소위 청요직이라 불리는 핵심 포스트를 다 거친 초특급 커리어라 불려 아깝지 않습니다. 이른바 사육신 역모 사건에서 구치관은 사안의 문초를 맡았는데, 이 이상 실록에 어떤 자세한 기록이 나와 있지 않아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사육신의 일대기를 다룬 책은 남효온의 <육신전>이 유명한데 이는 엄밀히 말해 남효온 개인의 견해를 절절한 필체로 남긴 기록일 뿐 정사의 위치를 점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다고, 조선조 내내 유생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아 온 "야사"를 야사라는 이유만으로 마냥 폄하할 수도 없습니다. 여튼 저 기록에도 구치관의 행적이 나오는 건 아닙니다.


공신인 구치관은 군호가 "능성군"인데 이는 그의 본관이 능성이었고 이 일대를 봉지로 받았던 일과 관계 있습니다. 책에서는 주로 청백리로서의 그의 삶에 주목하는데, 적어도 당시 공신이었던 다른 이들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원칙주의자의 삶을 산 점은 분명합니다. 


많은 이들이 잊는 사실이, 세종 때 육진 개척에 혁혁한 공을 세운 김종서가 문신이었으며, 훨씬 전 고려 현종 때 귀주대첩의 주인공 강감찬 역시 그러하다는 점입니다. 행적만 보면 전형적인 문신이지만, 구치관 역시 군사 실무와 행정에 대단히 능했으며 이런 분의 실례를 보면 과연 문과 무가 유효하게 나뉘는, 준별이 되는 범주인지 의문이 생깁니다. 지난주 책프에 신숙주의 예를 들며 참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실적을 남긴 그의 행적에 주목했는데, 이런 분을 또 보면 그저 머리 자체가 탁월하게 뛰어날 뿐 어떤 특정 영역에 한정되는 재능이 아니라는 생각이 다시 듭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다보스 리포트 힘의 이동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4-22 23:17
https://blog.yes24.com/document/12393128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다보스 리포트 힘의 이동

매일경제 세계지식포럼 사무국 저
매일경제신문사 | 2007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겉모습이 그 내면의 실질을 배반할 때가 많죠. 스위스라는 나라는 요즘 우리 동시대인들에게야 한없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관광의 천국과 낙농업의 선진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스위스인들이 오늘날처럼 부유한 경제 형편과 세계적으로 앞서 가는 사회 제도상을 일구기까지는, 바로 한국인들이 겪은 역경과 시련 못지 않은 엄청난 고난의 이력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피와 눈물, 그리고 죽음을 각오한 용기를 통해 쟁취한 자유와 시스템이 오늘날의 직접 민주주의 공화정 체제를 유지하는 스위스란 나라입니다.

평화로운 외관이 내면을 배반하는 국면은 하나 더 발견됩니다. 이 지극히 안온하고 잘 정비된 국가 내에서도, 휴양지로 유명한 소도시 다보스, 바로 그곳에서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모여 들어, 직접적으로는 자국과 소속(혹은 소유) 기업의 이해를 조정하고, 좀 멀게는 세계와 지구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머리를 맞대고 중지(衆智)를 모으는 동아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공식 명칭으로는 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 대중들 사이에서 편하게 운위되기로는 "다보스 회의"라는 준상설기구입니다. 공식적으로는 UN 경제사회이사회의 옵저버 자격을 갖고 있을 뿐이지만, 이 기구는 그 참여자의 수적 규모나 질적 비중의 기준에서도 압도적이며, 그 실질적 영향력의 비중을 놓고 보면 오히혀 UN의 여타 기구를 능가하는 수준입니다. 세계 주요 국가의 원수급 인사들이 빠짐 없이 참여하며, 회비를 납부하는 굵직굵직한 기업의 총수들 역시 이 거대한 의사소통의 장에 참여함을 큰 명예로 생각합니다.

다보스 포럼은 지도자들 그들만의 파티는 아닙니다. 반서방적 성향을 지닌 국가의 지도자들, 문화적, 종교적으로 소수파에 속한 이들을 대변하는 명망가들, 문학, 예술, 스포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전 인류에 긍정적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재능 있는 개인, 그리고 자신이 속한 직능 그룹이나 공동체를 이끌 수 있는 촉망 받는 차세대 지도자들까지 포함해서, 실로 지구촌의 얼굴과 영혼을 모자이크로 형성할 있는 멋진 사람들이 모이는 흥겨운 장터의 성격도 지닙니다. 모임의 성격 역시, 엘리트들만의 폐쇄적인 일방통행, 하향식 의사 전달 구조가 아닙니다. 다보스 포럼의 꽃은 "토론의 백가쟁명"입니다. 제아무리 돈이 많고 신분이 뛰어나며 배운 학식이 풍부하다고 해도, 온화하고 적확한, 아름답고 공감 유발적인 진솔한 언어로 상대를 설복하지 못한다면, 다보스에서 환영받을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다보스의 축제는 토론, 토론, 그리고 또 토론입니다. 토론만이 인간의 공존적 가치를 확보하며, 그 영혼의 공유적 숭고함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다보스 포럼이 지향하는 가치를 여럿 제시하고 있습니다.


1. 다중이해관계자 이론(Multistakeholder Theory)
구미에서는 개인주의와 합리적 사무 처리를 지향하는 실용주의가 발달한 문화적 특성을 보입니다. 그 중에서도 Mind your own business란 말로 상징되는, 개별 실무에 있어 철저히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의 절실한 입장을 대변하여 해당 과업을 마무리짓는 전통은 과거 오랜 시간 동안 자본주의의 발달을 지탱하는 정신적 동력으로 작용해 왔죠. 그런데, 폐쇄적 소수의 이해관계자만으로 이뤄진 문제 해결 과정은, 더 넓은 범위의 공동체에 장기적, 간접적으로 해를 끼친다든가, 나아가 소수의 원 이해관계자의 안위마저 보장할 수 없는 역설적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런 각성에서 태동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바로 "다중관계자"입니다. 이해관계는 사슬에 사슬이 물리고 물려, 오늘날과 같은 밀집연쇄적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사회 구조에서는 웬만한 이를 구속하지 않음이 없는 보편적 현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다보스 포럼은 그 본질이, 다중 이해관계자가 한 장(場)에 모여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입니다.


2. 다음으로, 포럼은 그 영역이 "경제"에 속해 있는 만큼, 작금의 현황에서 지상 과제로 대두한 "혁신"의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혁신은 다음과 같은 하위 4대 과제로 나뉘어집니다.


①조직 혁신(Organizational Innovation)
이 개념을 이해하려면 앞서 말한 "다중이해관계자"의 본질을 이해해야 합니다. 종래의 하향식, 폐쇄적, 배타적, 경쟁지향적 조직상으로는 현대의 복합적인 문제와 상황에 적응할 수가 없습니다. 조직이 효율을 지향하려면, 오픈되고 교감해야 한다는 게 절대적 요청입니다. 혁신의 기본은 바로 조직의 전면 쇄신에서 출발한다는 절박한 인식이 모두의 공감을 얻는데, 다보스 포럼은 혁신 논의의 장이지만 바로 그 자신이 혁신 조직의 멋진 실례이기도 합니다.


②토론의 혁신(Interactive Innovation)
앞서 이야기했듯 혁신 조직의 이상형은 물론이고, 이 다보스 포럼의 근본적인 소통 방식 역시 토론입니다. 종래의 토론은, 발언권의 경직적 배분으로 인해 참여자의 총의(總意)가 진정성 있게 결집되기 힘들었습니다. 토론의 혁신상은 참여자의 진입이 가급적이면 제한을 두지 않고, 가능한 한 모든 참여자의 적실한 의사를 반영해야 하며, 그 토론의 산물이 건설적이고 생산적이어야 하며, 토론의 과정이 합의적 윤리와 규칙에 기반하여야 합니다. 다보스 포럼에서 벌어지는 모든 회의는, 인터넷으로 세계에 실시간으로 공개됩니다. 토론이 과연 혁신을 지향하며긍정적인 방향으로 작동하는지는, 인류의 지혜에 의해 즉각적인 검증 피드백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③지식 혁신(Knowledge Innovation)
통섭을 이야기하는 세상입니다. 학문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고립되고 규격화한 지식은 그 쓸모와 위신이 크게 위축되는 트렌드입니다. 지식은 횡적으로 인근의 경계를 넘어서 정수를 흡수하고, 원격지의 대응점을 찾아 수많은 하이퍼링크 구축을 통해 작용 밀도를 높여야 합니다. 지식은 또한 종적으로 지난 시대의 족적을 반성적으로 겸허하게 스캔하는 과정을 통해 연륜의 깊이를 쌓아야 하고, 먼 미래를 두려움 없이 내다봄으로써 인류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다양한 배경을 지닌 참여자들의 소통을 통해 그 다양한 실현 가능성이 구체화합니다.


④영향력 도출하기(Impact Driven Innovation)
아무리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알고리즘이 발견되었다고 해도, 물적 정신적 생산의 과정에서 적시적소에 투입되어 보다 많은 소비자들에게 배포되지 못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영향력이란, 과거의 뉘앙스처럼 귄위, 권력적 관계를 암시함이 아니라, 소통적 친화성의 다른 말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다보스 포럼은 앞서 말한 것처럼 특권적 소수만의 잔치가 아닌, 전 인류를 향한 온정적이고 오픈된 의사 소통의 장입니다. 이곳 다보스 포럼에서 시도하는 소통과 영향력은, 그 자체로 혁신적 방법과 본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영향은 언제나 쌍방향적이며, 그 효과는 선(善), 정의(正義), 풍요의 향상과 확산을 기도합니다.

이 책은, 성큼 다가온 국제화, 글로벌화의 흐름을 수도 서울 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고루 느낄 수 있는 지금, 또 세대간, 좌우 이념간의 대립을 성장통으로 격하게도 겪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 한창 자기계발에 힘쓰는 경제활동인구, 자신의 장래를 보다 건설적이고 입체적인 방면으로 설계해야 할 학생층에게 권해 줄 만한 내용입니다. 주요 2인의 저자에 의해 서술이 주도되고 있는데, 한 사람은 지긋한 나이의 진보적 지식인이며, 다른 한 사람은 비교적 젊은 나이라고 할 보수주의의 입장에 선 현직 국회의원입니다. 다보스 이야기가 만약 단일 저자의 시각에서 풀어지고 있다면, 아무리 유효하고 정확한 정보를 담아도 독자의 정서적 공감이나 각성을 "임팩트"있게 이끌어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이 책은, 명실이 상부했다고할 만큼, 얼핏 교차점이 없어 보이는 대립적인 개성의 두 저자가 번갈아 가며 이 거대하고 매혹적이며 미래선도적인 단체, "마당"의 성격을 저술하고 있고, 경우에 따라 교호적 토론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무엇이 다보스인가"를 이해하는 데에 최적의 교재, 도우미였습니다. 두고두고 인상이 남을 멋진 독서 체험이었네요.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김영삼 회고록 2 | My Reviews & etc 2020-04-21 20:52
테마링
https://blog.yes24.com/document/12387598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김영삼 회고록 2

김영삼 저
백산서당 | 2015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이 책은 예전에 나왔다가 절판된 적 있는데 2015년 저자의 사망 후 재출간된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양장에 두꺼운 볼륨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권당 300페이지 정도인 이 시리즈를 아직 소장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막상 펼쳐 보니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 곧 구입하게 될 것 같아요. 


이 2권은 두 파트로 구성됩니다. 하나는 유신 정권에 대항하던 시기의 회고이며, 다른 하나는 5. 17 이후 성립된 전두환 정권과 투쟁하던 기억입니다. 역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각 파트 하나마다 두꺼운 책 한 권 정도가 쓰일 만한 분량이겠습니다. 사실 밀도 있는 생애도 생애이지만 한국에서 이 저자만큼 많은 수의 사람들과 (좋은 인연이건 아니건 간에) 엮인 인물도 없을 텐데, 더 긴, 더 자세한 기록이 나올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5. 30 전당대회는 신민당 내 온건파와 정면으로 맞붙은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드라마"는 드라마인데, 당시 한국 정치의 구태 가득한 모습이 잔뜩 묘사되기에 읽으면서도 착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자랑스럽게 회고하는 것처럼 부마민주항쟁은 저자 자신의 국회의원 제명 사건 때문에 촉발된 면이 상당히 큽니다. 이때 저자와 대립했던 이가 정운갑씨인데, 그 자제분이 이번 21대 총선에서 마침내 낙선한 바 있죠. 여튼, 그리고... 궁정동에서 총소리가 들렸겠죠....


민주산악회를 모태로 민추협이 결성된 이야기가 다뤄지는데, 이 무렵 대학에서 운동권이었던 이들이 현재 중진 국회의원으로 큰 존재감을 과시하는 중이니 세월이 참 빠르다는 느낌입니다. 1985년 창당된 지도 얼마 안 된 신한민주당은 돌풍을 일으켰는데 민심이라는 게 이처럼 무섭습니다. 


신한민주당은 약칭이 신민당이었는데, 박정희 시절 유서 깊은 야당 신민당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미디어에서는 "신한당"이란 약칭을 쓰기도 했습니다. 뭐 딴 건 몰라도 이름이야 당사자 마음대로 짓는 것이고, 애초에 같은 법통 인맥이 이어지는데 무슨 상관이었나 싶기만 합니다. 이런 게 무리수죠. 


통일민주당 전당대회 파트에서는 그 유명한 정치깡패 "용팔이" 김용남 씨 등 여러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원래 신민당은 이민우 씨가 총재였는데 이분이 저자의 말에 항명하며 여당 민정당의 내각제 제안을 받아들일 듯하자 저자가 단호하게 당을 깨고 나와 창당한 게 통일민주당입니다. 이때 대변인이었던 홍사덕 씨(물론 우리가 잘 아는 그분이죠)는 양김씨를 따라가지 않고 당에 그대로 남는데 이것 역시 대단히 특이한 행보였습니다. 홍사덕씨는 나중에 저자의 진영에 합류합니다. 


이보다 앞서 1992년 김대중 총재의 민주당(합당하여 탄생한 새로운 민주당이며 소장 국회의원 노무현 등 잔류파가 주도하던 당명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에도 홍사덕 씨는 가담한 적 있는데 이것은 DJ에의 직접 합류가 아니라 앞서 말했듯 노무현 등 소장파와 행동을 같이한 결과입니다. 한국 야당의 계보를 정확히 알아야 이 배경을 이해할 수 있겠네요.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1 2 3
진행중인 이벤트
새로운 글
오늘 125 | 전체 444707
2011-08-29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