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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파서블 보이 | My Reviews & etc 2020-07-3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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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임파서블 보이

벤 브룩스 저/허진 역
위니더북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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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렸을 때는 상상과 현실의 세계를 넘나듭니다. 때로는 꿈 속에서 그 상상의 세계를 즐기는데, 눈 뜨고 일어나면 아 좀 더 머물러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 때문에 간혹 눈물까지 짓곤 합니다. 작가께서는 컨설팅이 본업이신데, 이런 재미있는 어린이 컨텐츠를 창작하신 그 동기가, 읽는 내내 궁금해졌습니다.


때로 그 상상의 세계에서 원치 않던 험한 모험까지 즐깁니다. 이런 모티브를 다룬 영화로는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라스트 액션 히어로>가 있죠. 저 영화에서는 캐릭터들도 픽션에서 우리의 현실로 건너오곤 하는데, 그들 역시 "우리 현실의 부조리함"에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왜 우리의 상상은 매번 현실이 되지 못하고 의식의 건너편에 머물고 마는지를 생각해 보면 슬프기까지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작가분의 동기 속에 그런 슬픔이 혹시 없는지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물론 이야기는 매우 유쾌하고 박진감 넘치는 분위기이니 오해 없으셨으면 합니다.


"올렉은 문득 현실보다 꿈이 더 재미있어서 잠만 자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p19)." 여기서 아빠는 실직 상태인데 주방 용품 외판원이었나 봅니다. 책 중에서 등장하는 작가는 그 아빠의 엄마,즉 올렉의 할머니죠. 이런 할머니가 혹 곁에 계신다면 어린이들이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로 자유로이 날아다닐 수 있지 않을지 생각해 봤습니다.


"선생님이 일억원을 준다고 해도 저는 거짓말 안 해요.(p63)"


가상의 세계에 대해 아무리 말해도 현실의 이웃들이 들어 줄 리 없습니다. 1997년 영화 <쥬만지>에서 친구를 보드게임 속 세계로 보내고 혼자 현실에 남은 여자아이는 어른들의 권고 때문에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으나 마음의 상처가 나았을 리 없습니다. 중년 여인이 되어서도 그녀는 정상적인 소통과 일상이 불가능했죠. 이런 동화에서는 어린이들이 바로 이 불신, 이 현실에서 새로 생긴 장벽과 "자신만의 진실"을 어떻게 타협시켜 나가는지를 구경하는 게 또 포인트입니다.


"올렉의 아빠는 잠에서 깨는 순간 더 이상 자지 못하는 것에 대해 투덜거렸다.(p88)"


이런 책에서 특히 이런 유형의 아빠는 그리 분량이 크지 않은 게 보통인데 이분은 좀 달라서 간혹 웃겨 줍니다. 사실 저런 처지에 놓은 분들은 마음이 불편해서 불면증에 걸리거나 그리 깊이 못 자는 게 보통인데 ㅎㅎ 아무튼 올리버는 이 세바스찬이라는 아이, 다른 세계에서 왔기에 아직 파스타가 뭔지고 모르는 아이가 몹시 궁금해집니다.


"엠마가 집 정원에서 찾은 건 누군가 울타리 너머로 던져버린 먹다 남은 케밥이 다였다.(p128)"


이 이야기 속에는 이처럼 음식 관련 모티브가 종종 등장하여 재미있는 상상의 원천이 됩니다. 다채로운 음식은 다문화의 상념으로도 이어지고, 아마도 이 책에서 세팅하는 상상의 세계는 "다른 문화권"의 은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은 그저 발랄한 애드립이나 행운, 혹은 무모한 용기 등으로만 상황에 대처하는 게 아니라 작전을 중요시합니다. 엘리사는 그리고 p166에서 아이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데, 그 도구는 "음식"입니다.


"세바스천은 소행성이 아니라 우리 친구에요(p204)."


2009년작 영화 <스타더스트>를 보면 지구에 떨어진 별똥별은 그저 운석 덩어리가 아니라 아름다운 여성입니다(배우는 기네스 펠트로). 아이들은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 놓은 별들에다가도 의미를 부여하고 "길들일" 줄 아는 존재지요. 이 세바스찬, 파스타가 뭔지도 몰랐던 아이를, 선생님과 이웃들, 또 친구들에게 이해시키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습니까.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없다면 미래는 우리 손을 벗어나, 대비할 수 없게 된다고(p233)" 어떻습니까? 이 책은 작전, 계획, 이런 것처럼 지금의 욕구와 무관한 어떤 조심성, 대비 같은 미덕을 은연중에 강조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자 갚는 속도가 이자 불어나는 속도를 전혀 못 따라가 가난해진, 이제는 코 고는 괴물 같은 올렉의 아빠처럼 곤경에 빠질 수 있다는 거죠. 동화책에 이처럼 현실에 대한 은근한 경고가 들어있다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작가가 컨설팅 하시는 분이라서 그럴까요? ㅎㅎ


"상상력도 근육처럼, 쓰지 않으면 무뎌진단다."

할머니는 역시 작가답게 올렉에게 이런 충고를 들려 줍니다. 사실, 현실도 정글과 같아서, 상상력이 없으면 그때그때의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힘들어지는 수가 많죠. 이 책은 아이들에게 상상력과 창의력의 효용을, 공부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강조해 주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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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같은 회사에 거침없이 어퍼컷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7-30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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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가족 같은 회사에 거침없이 어퍼컷

조기준 저
포춘쿠키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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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같은 회사"라고 하면 듣기에는 좋지만 사실은 사회 생활 경험이 일천한 젊은이들을 현혹하기에나 딱 알맞을 뿐입니다. 위에서 원칙도 없이 일을 시키거나, 무리한 지시도 그저 분위기의 화합을 위해 뭉개고 넘어가기 일쑤지요. 젊은이들은 잠시 듣기 좋은 말에 일시 현혹될 뿐입니다. 


그러나 일을 하는 젊은이 입장에서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합니다. 자신은 직분을 다하지 않은 채, 마치 부모님이 날 돌봐 주듯 배려를 부탁한다면 이 얼마나 모순된 행동이겠습니까. 이 책은 그래서 갓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들이, 직장에서 유념해야 할 바를 재미있고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초두 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처음에 준 인상이 거의 내내 가다시피한다는 건데, 책에서는 심리학자 솔로몬 애쉬의 말을 인용합니다. 초기의 부정적인 정보를 뒤집고 긍정적인 인상을 다시 주기 위해서는 200배의 물량이 필요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초기의 긍정적 인상이 부정적으로 이후 바뀌기는 쉬우나, 그 반대로 부정적인 인상이 (설령 이게 진실이라 해도) 긍정으로 바뀌기는 훨씬 어렵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정중한 매너와 공손한 인사는 물론 필요합니다. "활짝 웃지는 않더라도 정말 반가운 마음가짐을 담는다면....(p44)"이란 지적처럼, 진심과 성실함, 최선을 다하려는 성실한 태도가 정말 그 사람의 마음에 담겼다면 작은 제스처만으로도 효과가 다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른바 "팬암의 미소"처럼, 가식은 그저 가식으로서 역효과가 날 뿐입니다. 윗사람들이나 동료 눈에는, 저 사람이 성실하다 진심이다 정도는 분명히 다 보입니다. 


회사에서 형이나 오빠라는 호칭을 함부로 쓰는 건, 공과 사를 구분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 걸 넘어, 저 사람 좀 어디가 부족한 것 아닌가 의심을 받기에 충분할 겁니다. 우리는 분별을 못하고 "마구 앵기는" 걸 사회성 좋은 걸로 착각하는 수가 있습니다. 절도가 바로 선 조직일수록 이런 무분별한 태도를 더 엄격히 대할 것입니다. 


별 필요도 없이 점심 식사를 알뜰히 챙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은 일 하기가 싫어 그저 도피처를 찾는 데 그치는 겁니다. 일에 애착이 있다면 점심은 책상 위에서 간단히 빵 정도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대신, 요즘 괜찮은 직장이 대부분 그러하듯, 저녁은 나만의 시간으로 확실히 누릴 수 있어야 하겠지요.


그런데 이 책에도 나오듯 만약 그 직장에서 점심 시간이라는 게, 구성원들과의 특별한 소통 시간이 되거나(종전의 "회식"처럼), 혹 타 조직의 직원들을 배려할 시간으로 쓰인다면, 그에 걸맞게 필요한 준비를 갖추고 정보를 준비하는 게, 앞서와는 반대로 성실한 사원의 표징이 될 것입니다. 


상사에게 보고를 하거나 일상의 소통 경로라고 해도, 말은 정확하고 분명한 언사를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사물 높임과 사람높임"의 준별은 그저 메시지가 통하는 선에서 이해를 하고 넘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아니 자네는 나를 높여야지 왜 넥타이를 높이나?" 이런 건 그 직원을 바르게 훈육한다기보다, 그저 시비를 걸려고 괴롭히는 것 이상이 아닙니다. 


예전에 저는 어떤 사람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온 텔레마케터에게 객체 높임의 오류를 지적했다며 떠들고 자랑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 게, 만약 그 사람이 내 시간을 빼앗는다 싶으면 양해를 구하고 끊어 버리면 됩니다. 도대체 자신이 국어 실력이 뛰어나면 얼마나 뛰어나서 필요도 없이 다른 사람에게 모멸감을 준답니까? 이런 사람은 진짜 고수를 만나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이 나 봐야 제 주제가 바로 파악될 겁니다. 전형적인,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사람이랄지. 밖에서 텔레마케팅 일을 하며 돈이라도 버는 분이, 집에서 노는 백수한테 훈계를 들을 이유가 대체 뭐겠습니까. 이렇게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자기 본위로 생각하니까 직장도 없이 집에서 노는 거죠. 아, 물론, 삼전 쯤이나 되는 일류 직장에서야 저런 객체 높임 용법 등 문법의 구사가 중요할 것입니다. 남들 하는 만큼은 하고, 남들한테 최소 수준은 맞춰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나라에서도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블링크>가 베스트셀러가 된 적 있고 이 책에서도 중요 내용이 인용됩니다. 첫인상의 중요함이 다시 부각되며, 특히 책에서는 "당신은 지금 동호회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직장에서 통할 기본 예의를 배우는 것"이라며 상황을 정리해 줍니다. 결론은, 타 부서 직원이라 해도 절대 인사하는 것에 소홀히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인사 잘하는 능력 하나로 예전 김운용 IOC 위원은 사마란치에게 좋은 인상을 주어 고속 출세가 가능했습니다. "예절은 그 자체로 습관이 되어야 한다(p77)"는 말도 나옵니다. 


집에 간다고 다가 아니라 직장에서는 퇴근 예절 또한 중요합니다. 책에서는 "칼퇴가 권리 아닌 의무(p91)"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우리 속담에 "시집살이 모질게 한 X이 며느리 더 못되게 대한다"고 한 것처럼, 본인이 신입 시절 상사 눈치 보느라 칼퇴를 못 한 걸 이제 상사가 되어서 분풀이를 하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책에서는 팀장이, 후배 직원들이 퇴근할 때 퇴근 예절을 지킬 수 있게(!), 자신이 혹 자리를 비우거나 하면 미리 부하들에게 나 어디 있을 거라고 알려 준다거나(왜냐면 문자로 띡 통고하는 식이 되어선 후배가 예의가 아니니 말입니다), 알아서 몇시에 퇴근하라고 아예 말을 하라고 하네요. 이게 맞는 거죠 사실.


책에는 좋은 말이 너무 자주 나옵니다. 한 예로, 부하직원이 상사 지시를 메모하는 건 그만큼 당신의 지시를 중히 여긴다는 충성 제스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나중에 책임 소재를 분명히하기 위해서라도 이 메모를 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떻습니까? 세상이 이렇게나 바뀌고 있는 겁니다. 책에서는 한 술 더 떠서, 상사 역시 자기 지시를 메모하는 게 부하들에 대한 공감 능력 표시이자 매너라고 하네요. 이런 말을 들으면 정신이 혼미해질 상사들도 있을 건데, 사실 미국 등의 정상적인 기업에서는 기본입니다. 이제 한국 직장도 비로소 조직 같은 조직이 되어 가는 거죠. 꼰대가 설 자리가 없는.


브레인스토밍이라는 개념이 한국직장에 들어온 지도 십 년이 훨씬 넘었지만 아직도 저 혼자서 떠드는 상사가 많습니다. 말 그대로 브레인스토밍은, 된 이야기건 되다 만 헛소리건 다 떠들어 보는 겁니다. 상사가 유능하면 이런 데에서도 영감을 얻는데, 그 이유가 뭐냐면 절실한 팀장은 평소에 항상 그 프로젝트 생각만 하고 있기에 엉뚱한 데서도 "맞아!"라며 출구를 찾는 거죠. 직장은 사실 머리 좋은 사람이 아니라 생각 많이 하는 사람, 절실한 사람이 잘나가는 곳입니다. 재능만 갖고도 안 되는 게 일입니다. 이 책을 잘 읽고 진심, 절실한 마음, 조직원 모두를 위하는 공감 능력이 어느 정도 계발된다면 정말 평균 이상은 하는 훌륭한 직원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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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하게 말해도 마음을 얻는 대화법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7-2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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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뻔뻔하게 말해도 마음을 얻는 대화법

후지요시 다쓰조 저/박재영 역
힘찬북스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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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얻는 건 쉬운 게 아닙니다. 쉬운 게 아닌 정도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자유자재로 얻는다면 그 사람은 인생과 사회생활 최고의 스킬을 가진 거죠. 뭘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자기만의 제한된 세계에 갇혀 이게 옳다 저게 그르다 아무 말이나 떠들지만, 단 몇 사람만이라도 그들의 마음을 산다면 그 사람은 이미 지존의 경지에 오른 겁니다. 그게 기술 수준에 그치든, 아니면 진정 인격 수양이 된 부산물이든 말입니다.


목소리나 발음이 좋아도 모두 호감형은 아니다(p39). 그렇다고는 해도 일단 목소리, 발음이 좋으면 정말 "일단은" 상대가 호감을 갖는 게 사실입니다. 예전에 어떤 정치인(아주 유명했던 사람)은 "정치인이라면 일단 목소리가 좋아야 한다"고 했는데, 본인을 포함해서 본인이 기용했던 후배 정치인들도 다 목소리가 좋았죠. 


저자는 "교언영색하는 자 중에 신용할 수 있는 자가 없다"며 논어의 한 구절을 재인용하고(같은 페이지), 말 잘하는 사람은 다 사기꾼이라는 속언도있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말이 일본(저자는 일본인입니다)에도 있는지는 처음 알았습니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지난시절 일본의 속언을 받아들인 건지도 모르죠. 여튼 저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커뮤니케이션의 원활함을 위해 발성과 발음에 노력하는 건 좋으나 그게 전부는 아니(p40)"라는 겁니다.


다시, 그럼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저자는 단언컨대 "기분 조절(p41)"이라고 합니다. 제가 요즘 아주 감탄하면서 본 어떤 여성분이 있는데, 얼굴도 뭐 좀 그렇고 발성도... 분명하기는 하나 그리 드물다 할 만큼 훌륭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어떤 알 수 없는 힘, 매력으로 청중을 장악하는 실력이 정말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 책을 읽어 보니 딱 "기분 조절"이란 대목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여기서 기분 조절이라 함은, 요즘 이른바 "텐션"이라고 하는, 혼자 들떠서 막 떠들어대는 기세를 가리키는 게 아닙니다. 활기를 유지하되, 청중과 정확히 호흡을 맞추면서 자신의 침착함과 긴장도 그대로 끌고 가는 기술이며, 전 이런 게 단지 기술만 연마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마음의 바탕에, 긍정적이고 밝고 타인과 잘 공감하고, 비틀리거나 어두운 구석이 없는 마인드셋이 있어야 이런 태도, 분위기가 조성된다고 생각합니다. 


독자 역시, 평소에 그 나름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끼던 바를 책에서 다시 만날 때 전폭적인 지지와 공감을 보내게 됩니다. p46이하에서는 그야말로 제가 평소에 생각하던 내용들이 그대로 나와서 참 신기하기까지 했습니다. p48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 의욕이 있다(매사에 임하는 힘이 넘쳐흐른다)


이게 실제로 조직에서 이런 사람을 겪어 봐야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압니다. 이런 이들은 발걸음도 참 사뿐사뿐하고, 눈빛부터가 강한 에너지를 뿜으며, 사람을 척 마주했을 때 벌써 사람을 (기분 좋게) 압도하고 들어갑니다. 머리가 좋다, 외모가 출중하다, 체형이 날씬하다, 이런 게 문제가 아닙니다. 못생기면 못생긴대로 이런 사람들은 신기하게 호감을 얻습니다. 좀 무식해도 상관 없습니다. 여튼 말 몇 마디를 들어봐도 어떤 일에서는 이런 사람 말을 꼭 들어야 일이 전반적으로 잘 풀릴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알지 못할 권위 같은 게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뇌 과학이 없었던 오래전부터 이런 힘을 '기'라고 불렀다(p49)."


대화로 사고가 변하면, 그 다음은 행동의 단계(p56)라고 합니다. 저자는 사업차 미얀마에 자주 방문하는데, 일본 음식 츠케멘을 먹으며 친하게 지낸 현지인 한 분을 통해 수십 명의 지인을 더 교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뻔뻔하고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마음을 얻는 방법"을 논하지만, 그 못지 않게 "대화 다음 단계로서의 행동"도 강조합니다. 


대화의 목적이 뭘까요? 물론 조직 안에서 정보를 교환하고, 지시를 내리고, 피드백을 보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특히 조직 안에서 대화의 다른 목적을 강조합니다. 그것은, 조직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업(up)시키고, 조직의 목표를 향해 전 조직원이 하나가 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니 대화의 내용 같은 건 별 알맹이가 때로는 없어도 무방합니다. 어떤 대화는 그저 과정을 마치기만 해도 나중에  분위기가 정말 좋아집니다. "모든 요소에 변화가 일어나고, 그 요소들이 합쳐져 나와 타인에게 기분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저자의 말입니다. 기분 변화가 그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이런 것은 집에서 아이를 지도하는 부모님들도 좀 생각을 해 봐야 합니다. 아이가 숙제를 안했다, 이러면 엄마 입장에서는 일단 짜증이 나죠. 그럼 아주 퉁명스럽고 짜증스럽게 "왜 안 했니?"라며 일단은 타박을 줍니다. 그래서 아이가 지금, 혹은 앞으로는 숙제를 척척 잘하게 되느냐, 애 입장에서는 짜증 한 마디를 들은 외에 다른 효과가 없습니다. 정말로 애가 숙제를 잘 하는 게 목적이고, 내 분풀이를 하는 게 아니라면, 이런 경우에도 "원래 목적을 달성하게 하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아이는 어느새 학습효과가 생겨, "숙제와 엄마의 주문에 대해 자동으로 부정적인 기분부터 드는" 부작용이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엄마 때문에 공부가 싫어지면 누가 책임을 져야겠습니까?


서양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그 자체에 일단 거부감을 느낀다고 하죠. 얼굴이야말로 그 사람의 감정 모든 게 다 드러나는 곳인데 이걸 가린다는 건 뭔가 그 사람이 다른 의도를 감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런 건 문화의 차이이며, 동양인이 구태여 가족에게 "사랑해, 사랑해"를 되풀이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그 마음 다 아는 것과 (그 반대의) 서양 문화가 서로 큰 차이가 나는 것과 같습니다. 여튼 저자는, 표정을 통해 자신의 모든 감정을 전달하라고 합니다. 아까 제가 언급했던 그 여자분도, 뭐 딱히 미인이라서가 아니라 얼굴을 충분히 활용해 모든 감정을 전달하는 그 기술이 뛰어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저런 자계서들을 보면 "자신감을 갖고 임하라. 이쪽이 꿀린다는 인상을 주자 말라"는 주문이 있습니다. 자신감이 나쁠 거야 없겠지만, 어떤 사람은 이런 주문을 잘못 소화해서 상대방의 기분이나 상태, 해당 주제에 대한 이해도를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들이댑니다. 이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황당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사람은 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듣는 사람 입장을 한 번이라도 생각이나 하고 이런 유치한 행동을 하는 건가?" 이런 건 자신감이 아니라, 도리어 자신감 부재의 증명입니다. 책에서는 "고객의 자유의사를 어디까지나 존중합니다(p117)"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라야 성공한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제가 어떤 아파트 분양을 하던 과장님을 만난 적 있는데, 그분이 꼭 이랬습니다. 만면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차근히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며 간간히 기술이 들어오는데 그런 것도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원래 고수는 이렇게 하는 겁니다.


일본 저자들의 책을 보면 가끔은 "이게 주제와 무슨 관계가 있나?" 싶은 서술도 간혹 눈에 띕니다. 책에서는 특히 챕터 8이하에서 바른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취지는 뭐 분명합니다. 자세가 바른 사람은 타인에게 호감을 주고, (진짜 중요한 건 이건데) 자세가 바르면 그 사람 자신이 기분이 좋아지고 최상의 컨디션에서 일하게 된다는 겁니다. 말하고 행동하는 그 사람 자신이 컨디션 최고인데, 누가 의심을 품거나 비호감 반응을 그리 쉽게 보이겠습니까?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이므로, 뭐 손해 볼 것 없는 이상 우리도 한번 따라해 보는 겁니다. 


저자는 아들러의 말도 인용합니다. "상대의 자존감을 높여 줘라. 그럼 그 상대도 당신에게 호응할 것이다." 그런데 뭐 실제로는 그런 말이 안 통하는 상대도 있을 겁니다. 남을 깎아 내려야 자신의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 사실 이런 사람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대로 "사회에서 만나는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책에서 가르치는 어떤 정상적인 교훈을 적용할 수가 없습니다. 말이 안 통하는 인간을 무시하는 것도 기술이라면 기술입니다. 반대로, 자신이 누군가와 만나 개인적인, 혹은 속한 회사의 목적을 달성하고 싶다면, 먼저 자신부터가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에 휩싸인 사람이라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상대방까지 기분 좋게 할 수 있고, 그 다음에 모두가 만족하는 어떤 거래 목적이 달성되는 거죠. 이런 사람은, "뻔뻔하게 말해도" 다른 사람이 기분 좋게 그걸 받아들입니다. 반대로 스스로의 확신이 없는 채 이기적으로 뻔뻔하게 말하는 사람은 그저 불한당일 뿐 어떤 목적도 달성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무슨 기분 풀이를 위해 타인을 대하는 건 아닌지 반성해 볼 일입니다. 애초에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사는 사람은 무슨 분풀이를 할 거리가 생기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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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 대의 무신란, 탕평의 길을 열다 | My Reviews & etc 2020-07-28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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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영조 대의 무신란, 탕평의 길을 열다

장필기 저
한국학중앙연구원 | 2014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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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좌의 난은 영조 즉위 4년 후에 일어났습니다. 그러니 갓 즉위한 영조가 자신의 권력 기반을 막 다져갈 무렵에 일어난 셈인데, 집권 초기에 이런 거센 도전을 맞았으니 가뜩이나 일각으로부터 정통성에 의심을 받던 군주에게는 시련이 아닐 수 없었겠습니다. 비록 가장 세력이 큰 노론을 새로이 등에 업었다고 해도 말입니다.


사실 경종은 건강 문제가 아니었다 해도, 최대 정치 세력인 노론을 적으로 돌린 만큼 그 실권(失權)이 언제나 위태로웠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는 않습니다. 영조가 뜻밖에 조기 집권한 건, 조선의 정치적 안정을 위해 어쩌면 다행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는데, 뭐 난 그런 건 죽어도 인정 못하겠다고 들고일어난 이들이 있었다는 건 확실히 이 나라 조선이 그리 간단치 않은 나라라는 점을 확실히 깨닫게 해 주는 포인트이겠습니다. 


저자는 독특하게 이 사건 등을 두고 "무신란"이라 규정하는데 이인좌는 무신(武臣)이라 부를 신분은 아니라서 처음에 약간 의아했습니다. 저자의 의도는, 그저 이 난이 무신(戊申)년에 일어났다는 뜻일 뿐이었습니다. 다만 12세기 고려 무신란과 견주어 차이가 있다면(ㅎㅎ), 고려 때의 정변은 어디까지나 무신의 권익과 자존을 바로세우기 위함이 그 동기였던 데 반해, 18세기의 이 사건은 당파의 재건을 도모하기 위해서였다는 점이죠. 여튼 이인좌 등은 군주가 소수 당파를 부당하게 탄압했다고 여긴 게 틀림없고, 이 과정에서 영조의 비천한 신분과 미심쩍은 즉위 경위 등이 재대두한 것입니다. 


이인좌는 충청도에서 난을 일으켰으나 영남 세력의 큰 협조를 얻었고, 따라서 난이 진압된 후 이 지역은 반역향으로 찍혀 이후 백여년 간 벼슬길이 막히기도 했습니다. 사실 경종이 노론을 길들이느라 무리한 처사를 일삼은 바 없지는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즉위 직후 일거에 목호룡 등을 성급히 처단한 건 반대 세력의 불만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은 건 이후 영조의 현명한 결정이었는데, 사실 같은 실수를 매번 되풀이하고도 자기 잘못이 뭔지 모르는 사람하고는 말이 안 통하기 마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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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 임금이 되기까지 - 홍순민 | My Reviews & etc 2020-07-27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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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영조: 民國을 꿈꾼 탕평군주

김백철 저
태학사 | 201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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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를 가리켜 보통 탕평책을 구사한 군주라고 합니다만 사실은 고등학생용 국사 교과서에도 그가 채용한 정책이 명백한 한계를 갖고 있었다고 지적됩니다. 영조의 정책은 보통 완론탕평이라 불리며, 그의 손자 정조의 시책이 준론탕평이라 규정되는데 글쎄 요즘 용어에 대입하자면 후자를 두고 affirmative action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반면 전자는 형식적 탕평에 그쳤다고 할지.


영조를 두고 그 선왕이었던 경종의 암살자라 비난했던 진영이 당시에도 있었고 현대에도 그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입장이 여전히 있습니다. 진실은 알 수 없고, 다만 혹 그가 문제의 식단 게장+생강 등으로 경종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간여하였다면, 생전 경종이 매번 위기시마다 영조를 감쌌는지에 대한 설명이 안 됩니다. 


경종은 평소 상당히 자제하는 군주였으나, 누가 선을 넘었다고 한번 판단하면 매섭게 칼날을 빼드는 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증거로 노론 4대신을 한 번에 다 날린 신임옥사가 있죠. 이건 여간 강단이 강하지 않고서는 감행할 수 없는 정치적 대사건이었습니다. 이 정도로 영민한 군주가, 자신의 안위를 노리는 후계자의 시도를 간파하지 못했다는 게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입니다. 


또 노론이 이런 정치적 시련을 겪었던 걸로 봐서, 더 이상 노론을 두고 왕권 위에 군림한 올리가르키라는 성격 규정을 한다든가 하는 입장은 부당합니다. 어찌저찌해서 19세기까지 최대 정파로 살아남긴 했기에 피상적으로 봤을 때 그런 인상을 주긴 합니다만, 이미 숙종 代의 세력과는 천지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숙종 당시 청의 강희제는 "너희 나라는 신권이 강해 언제나 문제"라고 지적했는데, 사실 이미 숙종부터가 노론, 소론, 남인 세력을 차례로 갈아치우며 신하들을 갖고 놀았습니다. 경종의 과단성이야 앞에 언급했고, 영조 대에 이르면 노련한 군주가 신하들의 권력욕을 어떻게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는지 그 정수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자신의 아들까지 처형함으로써 오히려 왕권을 강화한 그의 처신은 마치 헨리 8세의 수완을 보는 듯한데, 이런 와중에 노론의 일당 독재 같은 건 애초에 설 땅이 없었다고 봐야 합니다. 


신경증적인 부친의 횡포 때문에 사도세자가 그모양이 되었다고 동정도 하지만, 처음부터 그의 그릇이 그 정도밖에 안 되었고, 그런 국량으로는 왕좌에 앉아 봐야 권신을 다룰 수가 없다고 판단하여 일찌감치 정계 은퇴를 시킨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자연인으로서의 생명까지 뺏은 건 지나쳤지만, 어차피 그가 월산대군이나 양녕대군처럼 조용히 지낼 성격도 아니었겠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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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스턴 처칠, 나의 청춘 | My Reviews & etc 2020-07-26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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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윈스턴 처칠, 나의 청춘

윈스턴 처칠 저/임종원 역
행북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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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칠은 20세기 중반, 세계가 악마의 손에 넘어갈 뻔한 파멸적 순간에서 반인도주의 진영을 격파한 진정한 영웅입니다. 하지만 나면서부터 좌절과 실패 없는 평탄한 인생을 살아 왔는가 하면 그런 축복 받은 경로와는 매우 거리가 멉니다. 그는 신분 질서가 유독 까다롭게 지켜지는 영국에서 손가락으로 꼽을 만한 명문가문 태생이었지만 작위와 재산은 다른 형제에게 상당부분 양보해야만 했습니다. 


그렇다쳐도 그는 귀족 가문 출신에게 보장되다시피한 다른 엘리트 인생을 선택할 수도 있었으나, 그러지 않고 자신의 격정과 본능, 지혜가 이끄는 가장 험악한 선택만을 골라서 걸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닌 그런 인생을 살았습니다. 이것이 진정 놀라운 점이며, 그랬기에 히틀러가 프랑스 영토 거의 3/5를 함락할 시점 영국 정부가 무조건 항복 안까지 검토할 절망적 시점에서 "단호한 항전"을 택할 수 있었습니다. 


본디 귀하게 자란 인생은 잔혹한 시련이 닥칠 시 일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나약한 선택을 하기 일쑤이며, 20세기 중반 영국은 그 정도로 낡고 쇠약해진 상태였습니다. 이런 인물이 출현하지 않았다면 유럽은 물론 세계 전체가 히틀러를 위인, 신인으로 숭배하는 체제 하에 살고 있었을 터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인물은 어찌해서 그런 그릇과 배포가 길러졌는지 그 젊은 시절을 중점으로 살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이런 훌륭한 인물을 모실 수 있는 영광을 누렸고, 그가 죽을 때까지 약 20년 동안 변하지 않고 따뜻한 우정을 나누었다(p94)." 이 말은 그가 젊은 시절 군에서 모셨던 브라바존 대령을 두고 한 것입니다. 그 성씨를 봐도 알 수 있지만, 아일랜드계이며 책에는 "가난한 아일랜드 지주 출신"이란 말이 나옵니다. 지주가 "가난하다"는 건 형용모순일 수 있으나 저 무렵 아일랜드 지주들은 위에서는 잉글랜드의 압박을 받고, 아래로부터는 동족인 아일랜드 소작농들의 거센 반란에 직면하는 등 고충 끝에 신분이 몰락하기 십상이었습니다. 그는 시스템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직분에 충실한 장교였으며, 꼬장꼬장한 원칙주의자로서 젊은 윈스턴의 인성을 형성하는 데 한몫을 했습니다. 본문을 보면 "... , 그리고 얼스터 문제조차도 우리의 우정을 갈라 놓지 못했다."는 부분이 있는데, 이로 미루어 적어도 북아일랜드 이슈만큼에서는 윈스턴과 대령의 의견이 매우 크게 갈렸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건 민족 간의 원한에 엮인 거라 그리 작은 대립도 아닐 텐데, 성숙한 인격체들은 언제나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빌미를 사전에 피합니다. 


제국주의 영국은 히틀러의 도발을 트리거 삼아 전후 거의 한순간에 해체되다시피했습니다. 이에는 소련의 공산주의 이념이 식민 각국에 민족주의 이념을 전파한 공도 있을 테며, 애초부터 대영 제국 내부의 모순, 즉 넓은 해외에 분산된 광대한 영토를 해군력 하나만으로 관리하기가 어려웠다는 근원적 이유를 도외시하기 어렵습니다. 영국의 하층민, 서민 출신들은 처음부터 군에 입대하여 병으로서 식민지에서 복무함으로써 출세를 도모했고, 윈스턴처럼 터프하게 경력을 가꿔 나가려는 인물들은 장교나, 혹 그게 안 되면 종군기자로서 현장 경험을 쌓으려 들었는데 그 중에서도 그의 선택은 좀 유별난 편이었습니다. 인도에서는 지금도 크리켓이나 폴로 경기가 큰 인기를 끄는데, p194에는 더럼 경보병 연대 팀의 무적 기록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그럼 식민지 출신 팀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비실비실한 상대이기만 했냐면 그렇지 않아서, 같은 페이지에는 "마하라자의 자존심도 가볍게 쓸려나갔다"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사실 북서부 인도, 현재의 파키스탄 접경 지역 주민들은 오랜 동안 인도 전역을 통치해 온 무사 출신의 후예들이거나 그들과 불굴의 라이벌 관계를 이뤄 온 종족들입니다. 체격도 정신적 무장도 세계 어느 종족에 뒤지지 않을 만큼 강건한 이들이죠. 아무리 통치국이라고는 하나 식민지를 지배한다는 게 얼마나 터프한 일인지 짐작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폴로 이야기는 이 책 곳곳에 등장하는데 p150, p254 같은 대목도 재미있게 읽어 볼 만합니다.


빈돈 블러드 경(p163) 같은 매우 특이한 캐릭터도 젋은 처칠에게 큰 영향을 준 사람들 중 하나입니다. 무려 찰스 2세 시절(그러니 이 시절 윈스턴보다 230년 전 사람) 왕실의 보물을 훔치려 한 블러드 대령의 후손이라는 점을 크게 자랑스러워 했다니... 그런데 이 부분 행간을 잘 읽어 보면, 당시 각종 부채 때문에 재산이 저당잡혀 있던 찰스 2세가 고의로 절도를 사주했다는 뜻임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자기 물건에 대한 절도의 교사범이 찰스 2세였던 셈이죠. 여튼 이런 캐릭터의 범상치 않은 과거사가, 심지어 파슈툰 족의 공감도 얻을 수 있었으리라는 윈스턴의 해석이 재미있습니다. 


"나는 영국에서 일어난 혁명이, 프랑스 혁명보다 더 심각하고 더 처절했음을 목격했습니다. 지배층은 정치적 기득권을 모두 빼앗겼으며, 재산과 토지도 잃었습니다... (p116)" 우리는 흔히 영국식 계급구조가 불변의 공고함을 지니는, 세계 역사상 가장 보수적인 것으로 오해합니다만 보는 시각에 따라 이런 해석도 가능하다는 걸 알 필요가 있습니다. 적어도 처칠은 이 의견에 동조했다는 것이며, 이 말을 한 사람은 폴 캉봉 프랑스 대사였습니다. 어쩌면 이 말이, 존 F 케네디가 자신의 졸업 논문으로 제출한 <Why England slept>의 대답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영국은 묻는다

위기가 임박하면

인도의 아들은 죽기살기로 싸울 것인가?


바다 건너 위대한 백인의 어머니여

영원히 제국을 통치하고

오랫동안 다스리고

영광과 자유가 위대한 백인의 조국에 있다"(p158)


지금 시각으로 약간 역겨울 수 있지만 식민지에 주둔하던 어떤 연대의 군가 가사라고 합니다. 연대에는 물론 인도 현지에서 징병된 병사, 부사관들도 많고, 이들 중 상당수는 제국주의의 질서에 순치된 이들이라 이런 가사가 매우 자연스럽게 입에서 불려지는 이들도 있었을 겁니다. 이후 1차 대전 당시, 인도의 민족주의자들조차 영국군에 협력하고, 그 대가로 종전 후 독립을 보장받자는 움직임이 컸으며, 놀랍게도 간디 역시 여기에 가담, 주도하는 처지였습니다. 무작정 선과 악, 흑과 백으로 나눠서 볼 게 아니라 이런 시대상도 정확히 알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 영국은 이후 그 약속을 아주 뻔뻔스럽게 위반했죠.


처칠은 원래 자유당 소속이었다가 뒤에 당적을 옮겨 보수당원이 되었습니다. 이 사실도 당시에는 말이 많았는데 처칠은 위트 있게 이런 공격을 받아넘긴 일화도 유명하죠. p269에는 제임스 모들리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 살아온 경력을 보면 처칠 같은 이와는 극과 극의 대조를 이루는 게 분명한데도 노동당은커녕 자유당도 아닌 보수당 출신입니다. 한편으로, 19세기 초 극심했던 노동 착취상과 달리, 이 무렵이면 노동자 계급 출신 중에서도 자주성가한 사람이 많이 나온다는 뜻도 되며, 그런 현상을 보고 처칠 같은 귀족 출신이 (혹시 저들이 우리를 앞지를지 모른다는 속 좁은 조바심이 아니라) 국가가 제대로 되어 간다는 안도의 생각을 품는다는 게 이 책에도 잘 나옵니다. 그게 맞죠. 백성이 가난하면 나라의 근본이 흔들리니 귀족인들 무사하겠습니까? 같은 시대 러시아를 보면 무슨 꼴이 나는지 알 수 있죠. 한편으로 재미있는 말도 많이 나오는데, 밸푸어 하원의장(우리가 아는 그 사람입니다)이 젊은 윈스턴을 두고 "약속된 청년(promised, 즉 전도양양한)인 줄 알았더니 약속만 하는 청년이었군(즉 자기 말을 지키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한다거나, 4대째 들어 다시 나막신(가난한 계층이 잠시 출세하는 듯하다가 도로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풍자를 담은 속담)" 같은 게 있습니다. 이 시절의 회고에서 나중에, 처칠 앞 임기에 나치 상대로 유화정책을 편 체임벌린 같은 이도 나옵니다. 


우리가 흔히 인생의 가장 낮은 단계로 타락할 때 "막장"이란 단어를 쓰는데, 이게 탄광업 용어에서 유래했습니다. 물론 한국도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어려운 분들이 있었습니다만 이미 없어진 지 오래된 직업인데 왜 근래들어서 이 말이 유행하는지는 알 수 없죠. 여튼 젊은 윈스턴은 남아프리카 식민지까지 그 부지런하고 모험심 가득한 발을 뻗어 포로 수용소를 탈출하고 막장 체험을 하는 등 태생이 고귀한 부잣집 도련님으로서 상상도 못할 고생을 합니다. 이래서 옛 사람들 말이, "귀한 자식일수록 험하게 키우라"고 했나 봅니다. 


"가난하여도 지혜로운 젊은이가, 늙고 둔하여 경고를 더 받을 줄 모르는 왕보다 나으니.."(전도서 4:31, 이 책 p363에서 재인용)


자, 이렇게 험한 고생을 겪었으며 그 와중에서 세상을 보는 지혜를 많이도 쌓은 젊은 윈스턴은, 일인지하 만인지상, 영국 여왕 한 사람만을 그 머리 위에 둔 수상 직위를 노년에 두 차례나 지냅니다. 왕은 아니어도 왕 다음 가는 높은 사람이었던 그도, 말년에 젊은이들이 이런저런 도전을 해 오면 무척 성을 낸다거나 괴팍한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실 그가 조금만 더 여유를 가졌으면, 이처럼이나 반항기 넘치고 모험심 가득하며 기성 체제에 대한 회의와 도전을 삼가지 않았던 자신의 젊은 날을 봐서라도 더 위트 있게 대했을 만도 한데요. 


거의 정확히 이 책이 다룬 시기를 영상으로 옮긴 작품으로는 리처드 아텐보로 감독(<간디>를 연출한 그 사람입니다)이 1972년에 찍은 <영 윈스턴>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단 이 책과는 별개의, 윈스턴처칠이 쓴 다른 회고록에 바탕을 두었죠. 또 윈스턴 처칠의 2차 대전 후 은퇴 시기를 다룬 책으로는 좀 램스덴이 쓴 <Man of the century>가 있으며, 을유문화사에서 이종인 씨가 옮긴 번역본으로 나와 있으니 이 멋진 책의 후편 읽는다 셈 치고 참조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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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속에 핀 꽃 | My Reviews & etc 2020-07-26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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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눈물 속에 핀 꽃

장은아 저
문이당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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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한국사는 외세의 침략과 동족 상잔으로 얼룩진, 세계 역사에 보기 드문 비극으로 점철된 예입니다. 한민족은 더군다나 다정다감한 성정에 깊은 정한을 간직하고 사는 성향이라 이 굴곡진 역사 속에서 그 맻힌 사연과 한의 깊이와 폭이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소설은 일제 강점기부터 한국전을 거쳐 개발시기 현대까지를 관통하는 중 어느 집안의 기나긴 곡적을 담았습니다. 저는 처음에 주인공이 어려서 어느 지주의 집안에 민며느리로 들어온 봉임 한 사람이며, 모진 시집살이와 남편과의 불화 끝에 여인으로서의 삶이 시들어가는 비극을 다룬다거나, 아니면 부당한 학대, 억압에 맞서싸우는 여인의 당찬 투쟁을 그렸다거나 한 줄 알았습니다만 그 이상이었습니다. 


물론 봉임은 찢어지게 가난한 친정을 뒤로 하고 거의 팔려오다시피한 시집에서 (당시 거의 누구나 그랬을 만하게) 고생을 합니다. 그러나 본성이 악하지는 않을(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정말로 인간 본성이 악해서 모진 시집살이를 시키지는 않죠) 어르신들을 향해 순종, 근면, 인내의 미덕을 발휘하여 결국 며느리로서 자리를 잡고 집안을 일으켜 나간다는 식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식의, 뭔가 개척적이고 긍정적인 이야기 전개가 더 마음에 들더군요.


또 주인공은 (예상 밖으로) 봉임 한 사람뿐이 아닙니다. 시아버지 오영천, 그의 아들이자 깨인 의식을 지닌 도쿄 유학생 석근(즉 봉임의 남편), 오씨 집안에서 땅을 부쳐먹고 사는 소작인들 가족, 석근의 첫사랑 하루코 등 대하소설의 줄기를 이룬다고 해도 될 만큼 많은 인물들이 등장합니다.분량만 상대적으로 짧다뿐 <토지>나 펄벅의 <대지>와 비교해도 될 정도입니다. 


저는 이 소설이 특히 펄벅의 <대지>와 닮은 점이 많다고 여겨졌습니다. <대지>에서는 우연한 사건 와중에 큰 부를 걸머쥔 왕룽의 세 아들이 시대상의 변천에 따라 각각 다양한 삶의 가지를 쳐 나가는데, 여기서도 오영천에게는 세 아들이 있습니다만 뚜렷한 자기 궤도를 잡아가는 인물은 도쿄에서 공부한 석근뿐이고 나머지는 정직하지도 못하고 삶의 주견도 없이 욕심만 가득하거나 아예 무지한 인간들입니다. 


대신, 시대의 모순을 자기 나름으로 대변(?)한다며 영천, 석근 부자에 일종의 안타고니스트로 등장하는 자들이 있는데 둘 다 소작농의 아들이며 하나는 일본에 붙어먹어 앞잡이 노릇을 하는 순사 노기찬, 다른 하나는 나중에 공산주의에 공명하게 되는 전직 은행원 출신 박근우입니다. 두 청년 다 머리는 영특했으나, 소작인으로서 고생하는 제 부모들, 그리고 아무리 노력해도 출세에 한계가 있는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하여 일종의 삐딱선을 타는 셈입니다. 전자는 인성 자체가 타고난 악질이며, 후자는 결국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는 지식인의 함정에 빠지는 운명입니다.


여튼 사연의 초반부는 봉임이 주도(?)합니다. "주도"라는 말을 쓰기에는 다소 어폐가 있는 게, 봉임은 너무도 순종적인 성격이라서 대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모순과 부조리에 무슨 대항을 할 줄 모릅니다. 요즘 같으면 이런 "착함"만으로도 비판의 대상이 되기 충분하지만, 여튼 저는 읽으면서 어떤... 인생의 선함, 바른 양심, 주변 사람들에게 충실되이 자기 의무를 다하고 최선을 마쳐 내는 마음가짐을 억누를 어떤 최강의 악덕 같은 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새삼 들었습니다. 결국은 착한 사람이 이기는 겁니다. 아닐까요? 뭐 적어도, 이 소설이 그런 교훈을 강조하는 게 저 개인적으로는 너무도 좋았습니다. 


석근은 일본에서 훌륭한 교육을 받았을 뿐 아니라 타고난 인간적 자질 자체가 출중한 엘리트입니다. 이런 그에게 일본 여성인들 반하지 않을 수 없죠. 사람이 잘나면 주변 모두가 그에게 승복하기 마련입니다(반대로, 어디서 웬 못된 인간 쓰레기들에게 질시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만). 하루코의 부친은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명문가의 가장이라 대체 "조센진" 사위를 들이는 게 마뜩할 리 없습니다만 딸이 식음을 전폐하고 스트라이크를 벌이는 데 도통 방법이 없습니다. 사윗감의 인물됨 자체야 워낙 탁월하니 그는 일단 딸 목숨은 살려 놓고 이 청년을 일본인으로 개조시켜 집안의 동량으로 삼을 생각을 합니다. 일본에서는 성(姓)과 씨(氏)가 분리되기에 사위가 특정 가문의 성을 받아들여 가문의 일원이 되는 게 드물지 않죠. 


석근은 비록 상민 출신이긴 하나 민족혼이 투철하고 꼬장꼬장한 원칙주의자인 자신의 아버지 영천이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근심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민며느리로 일찍 들여온 봉임이 매우 착한 여인인데다 자신을 향한 순정이 대단하다는 점, 또 결국 부모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냥 하루코를 포기하고 맙니다. 하루코를 포기한다는 건 앞으로 사내로서 입신 출세할 길을 모두 포기한다는 뜻도 됩니다. 대체로 당시 유학생 출신들이 교육의 물을 좀 먹었다는 이유로 이미 혼례까지 마친 여인을 서슴없이 버렸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아직 민며느리 신분이었을 뿐인 봉임을 별 주저없이 받아들인 석근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우고 못 배우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먼저 다해야 그게 인간인 겁니다. 


봉임은 비록 순종적이고 다소 미련한 모습까지 보이지만 결코 여인으로서 센스까지 둔한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그 증거로, 하루코가 마을을 찾아왔을 때 (뭐 일본인 상류층 답게 잘 찾아입고 왔겠지만) 한눈에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보고, 신방(물론, 불과 며칠 전에 차린 자신과 석근의 신장)에 그녀를 공손하고 친절히 안내한 후(여기서 이게 가식이나 전략이 아닌 진심임이 잘 드러나게 소설이 서술됩니다) 점심상은 물론 이부자리까지(!) 차려 주고 나갑니다. 순종적 아내상은 일본인이 전형이라고 하지만 이 대목에서는 하루코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가장 놀란 건 남편 석근으로서, 아내의 이런 순도 100%의(ㅎㅎ) 진심을 보고 크게 각성하여, 앞으로는 마음 한 구석에서조차 다른 여인에게 마음을 주지 않기로 마음 먹습니다. 이 대목에서도 저는 석근이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릇 사내자식이라면 이런 맛이 있어야죠. 


석근도 그 부친 영천도 참 로맨티스트인데, 영천 역시 젊은 시절 몰락 양반의 어느 딸내미와 정분이 날 뻔했다가 "반상이 유별하거늘!"이란 부친의 호통을 듣고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재산도 많고 배운 것도 아주 없지 않지만(그래서 그 양반댁 규수가 좋아했던 거죠) 엄연히 상민은 상민이라 공연한 말썽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신분과 맞는 여성과 결혼하고 그게 바로 봉임의 못된 시어머니 강씨입니다. 강씨도 태생이 나쁜 인성은 아니고 제 시어머니 송씨에게 모진 시집살이를 해서 그렇게 된 건데 봉임과는 달리 처녀적부터 그리 진득한 인성은 아니었지 싶습니다. 다만 드센 성미를 누르고 남편한테 희생을 한 건 같죠.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둬 키우는 게 아니라고 오영천 집안은 그 소작인들에게 넉넉하게 대해 준 편이었지만 시대가 한번 변천을 겪을차치면 못되고 비틀린 심성을 드러내는 악종들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노기찬이 그 한 예이며, 오영천은 비밀리에 만주 독립 운동을 후원까지 하는데 그 기미를 일정 당국에서 눈치 못 챌 리 없지만 적절히 뇌물을 먹여 가며 위기를 넘깁니다. 여기서 의미심장한 대목이 몇 번 나오는데, 우리 국사에서는 제대로 안 가르치는 만보산 사건 등 화교- 조선인 간의 대립이 그것입니다. 물론 일본인들이 교묘히 뒤에서 조장한 게 분명하지만 여튼 교과서에서는 자세히 안 배웁니다. 


시대의 굵직굵직한 대사건들이 개인의 사연 안에 잘 녹아들며 서술된 것도 좋고, 등장하는 인물들이 매력적이고 공감가는 것도 좋았으며, 구수한 구어체 표현이 등장하여 이야기 읽는 맛이 더한 것도 좋았습니다. 너무 자세한 독후감은 스포일러이겠기에 여기서 서평을 줄이며, 저는 이 장편 소설을 잘 간직하여 두고두고 읽어 볼 마음을 먹었습니다 ㅎㅎ 생각 같아서는 더 길게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글자 수가 10,000자도 넘길 듯하여 이쯤에서 자제하겠습니다. 김동리도 <무녀도>를 개작하여 <을화>를 썼는데, 이 작가님도 아예 10권짜리 대하소설을 좀 써 보시면 어떨지요. 


ps

제목을 보면 "눈물 속에 핀 꽃"이란 글자 위에 "리멘시타(라 이멘시타의 축약)"라고 쓰여 있는데 이건 1960년대 한국에서도 대학생들 사이에 크게 유행한 칸초네입니다. 가사 중에는 "눈물"이라는 단어가 안 나옵니다만 여성이 눈물을 흘리며 이 노래를 불렀겠음은 누구라도 짐작 가능합니다. 자니 도렐리의 버전도 유명하겠지만 한국에서 압도적으로 인기 있었던 건 이탈리아 여성 가수 밀바의 버전입니다. "넬리멘시타"라고 속삭이는 듯 노래를 마무리짓는 그 특유의 저음을 잊을 수 없죠. "이 '광대한' 세상 속에 나 같은 작은 존재의 슬픔 정도는 아무것도 아님"을 다짐하는 여성 화자의 마음이 갸륵한데 아마 봉임의 세계관, 마음가짐을 대변한다고 여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단 밀바의 보컬은 세상에 다소 독기를 품고 외치는 듯한 음색이라서 소설 속 봉임이하고는 완전히 매치되는 게 아니죠(그 반대면 모를까). "이멘시타"는 영어의 형용사 immense하고 어원이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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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습관 버티는 기술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7-2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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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부자들의 습관 버티는 기술

김광주 저
솔로몬박스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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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저처럼 "부자들의 습관 버티는 기술"로 되어 있지만 내용을 읽어 보니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라든가 저자님만의 통찰이 많이 담겨 있었습니다. 꼭 부자가 되기 위한 어떤 습관이나 팁만 알려 들게 아니라, 저자의 세계관과 비전에 대해 공감도 하고 배울 게 있으면 따로 배우려는 자세로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p113에는 "천멸중공"이란 말이 대뜸 나와서 좀 놀랐는데 현재 우리나라에도 활동 중인 파룬궁, 법륜공이라는 단체가 있죠. 중국 공산당 당국으로부터 부당하게 박해를 받는 집단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들이 보통 쓰는 말입니다. 이 책에는 그런말은 없고, 본래 오프쇼어링이라는 게 1990년도 민주당 빌 클린턴이 집권했을 때 집중적으로 추진했던 정책입니다. 이게 트럼프 정권 들어 "리쇼어링"으로 바뀐다는 지적인데, 저자는 이미 오바마 때부터 이런 기조가 만연했다고 하며 딱히 트럼프의 변덕 때문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이미 미국과 중국 간의 전쟁은 시작되었다는 거죠. 이게 바로, 수십 년 간 부자들을 상대해 오며 세계 경제 추세를 지켜 본 저자가 가진 냉엄한 판단입니다. 


"초보자의 운"이란 말이 있습니다. 주식 같은 거 할 때 우연히 남 추천 받아서 오른 종목이 있으면 아 나는 정말 주식 천재인가 보다, 그냥 막 시작한 게 이처럼 수익률이 좋으니.. 라며 자기 만족에 빠지는데, 이게 큰 착각이란 거죠. 저자는 "단기 투자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고 하는데, 이른바 대박주, 급등주라 불리는 종목 샀다가 크게 물리고 손절하면서 비싼 수업료를 내는 게 다 과정이라는 겁니다. 저자는 단언합니다. "개인은 절대 기관이나 큰손을 이길 수 없다."


부자는 어느 정도라야 부자라고 불릴 수 있을까요? 저자는 증권맨으로서 이십년 이상 부자들을 상대해 오며 어떤 관점 같은 게 정립되었다고 합니다. 적어도 30억원 이상은 있어야 부자라 불릴 만하며, 그 30억도 금융자산, 즉 현금이라야 한다는군요. 비싼 아파트에 살고는 있으나 매번 쓸 돈이 쪼들리면 그걸 두고 부자라고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또 30억 정도는 있어야 경제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간에 "버틸 수 있는 저력"이 생깁니다. 그리고, 부자들은 이처럼 "버티는 습관"을 통해 부를 쌓아 온 것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하이엔드 고객을 노려야 돈을 번다고도 하죠. 20%의 상위 고객으로부터 80%의 수익이 나옴은 이미 파레토라는 경제학자가 밝혀 낸 바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해야, 최소의 노력만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최대의 수익을 낼 수 있을까요? 저자가 말하는 바는 오히려 한 쪽에만 너무 치중하지 말라는 겁니다. 평소에 안 팔리던 그저 그런 책들 80%의 매출 합계가, 거꾸로 베스트셀러 상위 20%의 매출을 능가하는 현상을 보고 크리스 앤더슨 편집장은 롱테일 마케팅 개념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를 통해 저자가 강조하는 바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고" 투자 안정성을 높이는 분산 패턴을 실현하라는 겁니다. 


어떤 종목에 투자를 해야 할까요? p226에 보면 배당 성향이 높은 기업들 중 한국의 것들이 표를 통해 나열됩니다. 단기적으로 뭐가 오른다 뭐가 급등한다에 너무 휘둘리지 말고, 결국은 주주인 나한테 배당 많이 해 주는 종목이 좋은 종목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외적인 배당률에만 치중해서는 안 되며, 주가의 흐름과 해당 기업의 재무 상황까지도 폭 넓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재산을 불리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우량주에다 투자하여 몇 년이고 계속 묻어두는 겁니다. 돈 버는 게 그렇게 간단할까요? 그게 바로 부자가 되는 핵심, 즉 "버티는 방법"인데 많은 이들이 이걸 실천 못 합니다. 지금 장이 이렇게 좋은데, 하나에만 돈이 묶여 있으면 그 치르는 기회비용이 대체 얼마인가? 이게 아주 쉽게도 듣는 핑계입니다. 그런데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급변하는 장세에서 개인이 기관이나 큰손을 이길 방법이 없습니다. 듣는 정보라든가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의 볼륨 등 모든 면에서 이길 수 없는 싸움이죠. 바로 이래서 팔랑귀가 되지 않고, 진득하게 버틸 수 있어야 부자가 된다는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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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7-24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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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레몬심리 저/박영란 역
갤리온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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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어느 젊은 직장 후배가, 이제는 퇴직한 선배더러 "기분이 태도가 되시면 안 되죠!"라며 따끔하게 쏘아붙이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정말 기분이 나빠서 주체를 못할 때도 있겠으나, 그것이 자신의 인격을 (남들이) 평가하는 잣대인 "태도(애티튜드)"가 되게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사람이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자신의 실언에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p20)" 이는 맹자의 말이라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은 아마 직장에서 높은 직급에 있는 이들뿐이지 않을까 라는 게 저자의 생각입니다. 사람은 본래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는 경향"이 있어서라는군요. 아무리 맘 편하게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 해도, 누군가에게 책임을 져야 할 일이 있다면 말과 행동을 삼가기 마련입니다. 


저자는 의미심장한 말을 합니다. 즉, 어떤 사람도, 직장에서 아무리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 해도, 그 사람 역시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결국은) 진다는 겁니다. 그 사람에 대한 평판은 이미 바닥 이하를 치고 있으며, 다만 그저 그 사람 앞에서나 적당히 비위를 머맞추고 지나갈 뿐이라는 거죠. 반대로(여기서부터가 중요한데) "기분이 태도가 안 될 만큼 자신을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조직 내 누구라도 그 사람에게 존경을 바친다는 겁니다. 독자인 제 생각에 저자가 강조하는 건, 그저 퇴출, 배척만 면하는 조직인이 되어서는 안 되며, 누구로부터건 존경을 받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냐는 취지인 듯합니다. 


"부정적인 사람, 나의 에너지 도둑(p57)" 어느 조직에나 보면 자신만 일을 못하는 게 아니라, 남의 기분까지 망치는 사람이 꼭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저자의 분석에 의하면 1) 지나치게 자기애가 강한 사람 2) 불평이 끊이지 않는 사람 3) 안 좋은 소문을 흘리는 사람 등으로 특징이 보인다고 합니다. 이 중 몇 가지를 겸한 사람도 있겠고, 한 가지뿐이지만 정도가 아주 심한 사람도 있을 겁니다. 물론 한 걸음 더 나아가, 누구누구가 이렇다면서 뒤에서 맹렬히 성토하지만 정작 자기자신이 가장 심하게 저러는 사람도 있지 싶습니다. 참 웃기는 게, 남이 이렇다면서 비판하는 사람이 정작 자신의 가장 심한 결점엔 완전히 눈을 감는다는 겁니다.


"실망을 잘 다루자. 그래야 인간관계가 힘들지 않다(p68)" 우리는 흔히 "너한테 실망했어"라는 말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나는 혹시 남을 실망시키는 사람이 아닌가요? 우리는 대개 너무도 이기적이거나 피해의식에 가득해서, 내가 남의 어떤 기대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꿈에도 않고 나의 기대만 어루만지기 일쑤입니다. 저자는 여기서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이야기하는데 내가 어느 정도 남한테 잘해줬다고 여기면, 남도 그만큼을 해 줘야 한다고 여기는 어떤 기대감을 뜻하는 듯합니다. 이런 기대감은, 대부분의 경우충족이 되기 어렵습니다. 애초에 이런 기대를 접어야, 실망에서 오는 그 깊은 피로감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럼 어쩌란 말이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애초에 남들이 내 맘같을 수가 없고, 기대나 애정이 정비례하여 돌아오게 일일이 균형을 맞춘다는 게 불가능합니다. 이 씁쓸한 진리를 일찍 깨닫는 게 결국은 핵심인 듯합니다.


요즘 펭수가 나오는 어떤 광고를 보면 "힘이 안 나는데 어떻게힘을 내요?"라며 되묻는 장면이 있습니다. 웃기지만 맞는 말입니다. 저자는 p120에서 "우울증 환자한테 운동하라"는 조언이 무력할 뿐이라고 합니다. "의지로 극복하라" 같은 건 애초에 아무 의미가 없는 소리입니다. 우울증 환자의 세계는 "정상인"과는 처음부터 다르며, 자신의 증상이 2주 이상 계속되면 깨끗하게 자신이 "환자"임을 인정하고 병원에 가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인생은 짧고도 길어서 끝까지 자신과 함께할 수 있는 건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p96)." 과연 맞는 말입니다. 자신이 어떤 욕구가 있다, 이러면 그걸 억누를 게 아니라, 자신과 타인 앞에 당당하게 드러내야 합니다. 이게 단기적인 스트레스(p111)를 억제할 뿐 아니라, 길게는 자기 존중감까지도 증대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인생도, 자기 존중감 없이는 행복해질 수 없으니 이 말은 정말 중요한 충고입니다. 


보통 우리를 짜증나게 하는 사람은, "아 내가 그때 그랬어야 했는데"라며 쓸데없는 후회를 일삼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실제로는 그 시점으로 다시 돌아가도 올바른 결단을 내리지 못합니다. 자신에게 실제로는 지금 모습보다 더 나은 모습이 될 수 있었다며 남을 설득하거나 속이기 위해 이런 소리를 하는 거죠. 저자는 이를 두고 "반사실적 사고(p171)"라며 현실과 괴리된 나쁜 습관이나 정신의 발현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자신뿐 아니라 남까지 힘들게 하는 사람이 안 되려면, 무엇보다 현실과 자신의 기대치를 일치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알고 보면, 그냥 자신의 미숙한 감정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남 앞에 노출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현실감의 부족이겠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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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이렇게 불편한 게 많지?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7-2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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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난 왜 이렇게 불편한 게 많지?

다카하시 아쓰시 글그림/임경화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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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남달리 민감합니다. 이렇게 민감한 게 사회성이 떨어져서인지, 수양이 부족해서(p14)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나마 "내가 남보다 불편한 게 많구나"라며 자각이라도 가능한 사람은 나은 편입니다. 진짜 심각한 사람은, 자신이 뭘 불편해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아서 자신을 불편하게 만든다고 아주 확신을 갖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자신이 비정상인 줄 모르고, 대로에 누워서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남들의 관심을 구합니다. 


한편으로, 이것저것이 유난히 불편한 사람은 "아 난 원래 좀 그렇구나"라며 현실을 인정하고 그에 바탕한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억지로 자신을 억누르면 그건 그것대로 부작용이 커지는 게 당연하죠. 저자는 재미있게도 자신 역시 그런 사람임을 쿨하게 인정하고, 그에 알맞은 여러 방법을 찾아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유행하는 말로 "프로 불편러"라 부를 수 있는 HSP라는 특수한 유형은 이미 일레인 아론이라는 어느 박사님이 찾아냈다고 하며, 저자는 그 어려운 내용을 쉽게 이 책에서 풀어냅니다. 


어떤 이들은 스스로를 가리켜 "팔랑귀"라고 하는데 이런 분들 대부분은 그걸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어 하며 남들에게 고백합니다. 사실 남들에게 영향을 잘 받는 건 사회성과 공감 능력이 있으며 어떤 고집 같은 게 없다는 소리이므로 오히려 자랑할 만합니다. 이것도 1996년 자코모 리촐라티가 발견한 거울 뉴런에 의해 설명 가능하며 자계서 좀 읽어 본 이들에게는 익숙한 개념이죠. 이런이들은 공감을 잘하고 좋은 걸 복제하는 데 능하므로 결국 조직과 사회 안에서 유익한 역할을 잘한다는 뜻이니 오히려 안도를 해야 마땅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알고 싶지도 않은 비밀을 구태여 알게 되는" 경향도 강하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구태여 나한테 찾아와서 그 사실을 잘 말하곤 한다는 뜻이라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이런 일이 난감할 수 있어도, 결국 타인을 더 잘 이해하게 되며 나 자신의 내면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이니 다행이지만, 이럴수록 말 자체보다는 그것이 전달되는 느낌에 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라인이라는 메신저도 잠시 언급하는데 우리 나라 메신저(p106)가 이처럼 일본인 저자한테까지 일상적으로 접하는 존재가 되었구나 싶어서 좀 놀라기도 했습니다. 


일본인들은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부터 마스크를 잘 쓰고 다녔는데 이게 일본인들 특유의, 남 눈에 띄는 걸 불편해하는 습관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p117).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간해서는 남이 날 한번 봐 줬으면 하고 좀 튀게 하고 다니는 편이죠. 이런 게 민족성의 차이이기도 하지만 여튼 우리나라에서도 남 눈에 가급적이면 안 띄었으면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단지 주의해야 할 것은, 이른바 (저자의 말에 따르면) "에너지 뱀파이어(p121)"의 표적이 안 되게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아주 중요한 말이 나옵니다. 저자를 비롯하여 HSP라는 이 특수한 유형은, 유독 정이 많아서, 들어줄 필요가 없고 심지어 들어 줘서는 안 되는 남의 고민 같은 걸, 매정하게 끊지 못하고 계속 들어준다고 합니다. 이게 바로, 아주 이기적인 "에너지 뱀파이어"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는 행위라고 합니다. 


저자는 길지 않으나 직장 생활을 했는데, 혹시 오해할 독자들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꽤 유능하신 편이었고 주위의 기대도 모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신입은 그야말로 사회성이 떨어져서 매번 지적만 당하고 조직 분위기도 잘 적응 못 했다고 하네요. 그럼 저자가 왜 HSP인가? 이런 동료를 보면 너무 불쌍해져서, 내가 일을 잘하면 혹시 (안그래도 힘든) 저 동료에게 더 몹쓸 짓을 하는 건 아닌가, 뭐 이런 걱정이 들어서라고 합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HSP가 어떤 유형의 인간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떤가요? 바로 내가 그래 라며 공감하시는 분들이 있을까요?


에너지 뱀파이어의 피해를 막자는 조언은 p170에 다시 반복해서 나옵니다. 아마 저자분이 이런 유형 때문에 피해를 많이 보신 것 같습니다. 여튼 HSP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나의 장점을 분명히 알자(p185), 지나치게 남에게 공감해 주지 말자, 주위에 나 비슷한 사람이 있는지 살펴 보자, 내가 본래 그런 사람이란 걸 쿨하게 인정하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민감한 사람이 세상을 구하는 법이므로 자부심(?)을 갖자는 게 저자의 조언입니다. 코믹하게 들려도 아니 세상에 얼마나 에너지가 넘치면 남들의 그 쓰잘데기 없는 일에까지 일일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겠습니까. 대신 남들에게는 없는 감수성과 에너지가 엄청나니, 그걸 잘 활용해서 성공하는 쪽으로 잘 돌리자는 게 저자의 제안이자 충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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