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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서 읽고 싶을 정도로 굉장히 ..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읽어보고 싶.. 
너무 꼼꼼하게 리뷰를 올려주셔서 .. 
리뷰를 보아하니 책 내용도 너무나 궁.. 
이무것도 안 하는 직업이라는 책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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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저의 담장 너머 | My Reviews & etc 2020-08-31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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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대사관저의 담장 너머

홍나미 저
렛츠북(book)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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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저는 어떤 분이 교통사고 가해자 혐의를 쓰고 경찰에 소환되어 알리바이를 대어야 했을 때, 그가 수십 년 동안 기록해 온 "차계부" 수십 권 분량을 담당자 앞에 제시하자 두 말 않이 방면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 있습니다. 물론 기록의 진정성은 별개의 문제로 면밀히 검토되는 게 맞겠으나, 긴 시간 동안 그처럼이나 자기 관리에 빈틈이 없고 성실했던 분이, 파렴치하고 비인도적인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한, 일종의 인격에 보내는 신뢰가 아니었겠나 생각합니다. 경찰로서는 시간이 업무 집행에 있어 핵심 자산인 만큼 개연성 낮은 시나리오에 정력을 낭비할 필요도 없었겠고요.

이 책 저자께서는 기록의 화신입니다. 한 개인의 일상이라 해도 먼 후세의 역사 연구가에게는 물론, 심지어 동시대인들에게까지도 큰 도움과 참고가 되는 게 진실되고 꼼꼼한 연대기성 기록입니다. 사실 조선왕조실록이라 해도 기록자인 신하의 강직함과 당파적 신조는 가림 없이 표현되었을지 모르지만, 보다 거시적 스케일에서 본 "지배층의 이익(왕 개인의 이익이 아닌)"에 저해되는 사항은 가려지고 윤색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우리 민족에게는 특히 진실성이 담보되는 기록 유산이 특히 적은 편인데, 후손들에게 이런 곤란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선 당대의 진정성 있는 기록이 훨씬 많이 확보되어야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저자분 같은 꼼꼼한 "기록 장인"의 노력은 값어치가 크겠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일기의 성격 그 이상이 아니라 해도 말입니다(역사가들은 대개 이런 사적[私的]인 작은 단서에서 역사의 중대한 미스테리를 푸는 단초를 발견합니다). 


바로 위 문단 마지막 줄에 담긴 내용은 책을 읽기 전부터 지닌 독자 저 개인의 지론입니다만, 실제로 정 소장님께서도 책 속에서 똑같은 말씀을 하셔서 더 반가웠습니다. 정 소장님 강연에 청중으로서 제가 참여한 적 있는데 인상도 날카로우시고 눈빛과 동작에 절도가 꽉 찬 듯 밴, 면도날같은 지사의 풍모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지휘관 생활을 오래 거쳤다 해서 다 그런 풍채로 변모하는 게 아니기에 더 깊은 인상을 당시에 받았었는데요. 사람이 건전한 습관을 들이고 자신의 정한 원칙에 위배되는 어설픈 행동을 전혀 하지 않을 때 그 보람이 저런 외모로 남는 게 아닌가 생각도 해 봤습니다. 반면 돼지 같은 인간은 입만 벌렸다 하면 어설픈 모집을 또 돌리노 같은 거짓말 뿐이기에 외모와 내면이 일체가 되어 가며, 지인은 물론 가족으로부터도 따돌림 당하는 거죠.

"인생 기록 삼찰로 이어진다." 기록을 통해 자신의 인생 전반을 점검할 수 있고, 디테일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으며, 내 바르게 살아온 인생 남들에게 오롯이 어필까지 할 수 있다는 의미 아닐까 판단합니다. 책은 소장님 개인의 인생 역정과 놀라운(읽어 보면 진정 놀랍습니다) 에피소드, 성공담을 담았고, 한편으로는 기록과 자기 관리, 자기 성찰에 대한 일반 이론까지 함께 소개합니다. 위대한 인물들은 알고 보면 기록의 달인이자 진솔한 고백의 성자와도 같았다는 점, 새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엉터리들은 기록도 엉터리같이 남기며, 남 보여주고 어설픈 자기 위안을 시도하려는 재앙 같은 쇼만 벌입니다. 

기록을 잘하는 이는 인생도 낭비 없이 알토란처럼 챙깁니다. 특히 소장님은 명지대 교수 김형준 박사님과도 친밀한 사이처럼 보이는데, 이분은 요즘 빅데이터 이론을 응용한 기발한 정치 해석으로 언론의 각광을 받는 유명인사이기도 하죠. 광범위한 인맥을 지닌 인물이 그 인생까지 덩달아 알차짐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습니다. 기록은 내면의 기록이자 동시에 인생 전체의 뿌듯한 추수의 산물인 곳간과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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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투자자들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8-30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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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천재 투자자들

존 리즈,잭 포핸드 공저/김숭진 역
길벗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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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자본주의 경제 원리의 핵심 중 하나가 "경쟁"이라고 지적합니다. 물건을 파는 측이건, 사려 드는 측이건 간에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에서 최대한 낮은(높은) 가격을 부르기 때문에, 어느새 가격은 모두의 후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점에서 형성이 되고 자원 배분도 최대 효율을 달성한다는 뜻에서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뛰어들어 보면, 힘은 힘대로 들고 성과는 나지 않고, 그저 죽을 맛일 뿐입니다. 이런 걸 두고 "레드 오션"이라고 이미 많은 경영학자들이 개념 규정도 해 두었습니다. 경쟁이 있어야 자본주의가 생명력을 잃지 않고 운용되는데, 막상 경쟁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다 죽을 판이라는 건 지독한 역설입니다.

저자는 "한 번의 경쟁으로 일정한 성과를 차지할 수 있다면 경쟁은 최상의 결과를 낳으나, 과정이 끝도 없는 경쟁 자체로만 이어진다면 아무도 승자가 될 수 없으니 누가 노력을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피터의 법칙도 소개되는데, "유능하다고 계속 승진시키면 결국 감당 못할 자리에까지 올라가게 되니 최상위 직급은 무능한 자들로만 채워진다"는 뜻입니다. 사실 이 말은 논리 구조에 모순도 있고 농담에 가까운 뉘앙스입니다만, 조직의 최상위 관리직에 오른 이들 중 상당수가 생각 밖으로 무능한 위인됨이라거나, 지식도 없고 그저 눈치만 살피는 졸렬한 스타일이란 사실은, 우리가 그리 드물지 않게 접하기도 합니다. 

요즘 나오는 경영서들은 상당수가 "당신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최대한 존중해 주라"는 주문을 합니다. 조직 내 언어폭력, 성차별을 엄금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도 어찌 보면 다 이런 트렌드의 반영인데, 경쟁을 통해 성과를 조장하는 것보다, 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짜 동기가 발휘되어 양질의 제품, 서비스가 생산되는 편이 훨씬 낫다는 공감대가 이미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일할 맛을 느껴 가며 일하는 직원"들로 회사가 채워져야 그 회사가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는 게 역설이라면 역설입니다. 저자는 "적절한 경쟁(과당경쟁은 말할 것도 없고)은 내적 동기보다 못하다"는 말로 이 이치를 요약합니다.

경쟁에서의 승리를 꼭 외적인 보상과 연결시킬 필요가 없고, 플레이어의 내적인 자긍심 충족으로 남는다면 이 역시 내적인 동기 강화 아닐까 하는 반론(p83)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일반적으로는 내적 동기로 연결되지 않고 스트레스로 남을 뿐"이란 결론을 내립니다. 물론 이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도 있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특히 저자는 올림픽 대회 등에서, "은메달"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푹 떨구는 선수들을 지적하며 "이건 아니지 않냐?"고 일침을 놓습니다. 1등 아니면 다 무의미하다는 성적 지상주의의 풍조가 이런 안타까운 모습을 낳았다면서 말입니다. 요즘 아시안게임도 진행되는 시즌인데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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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의 고수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8-29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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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직장의 고수

나이토 요시히토 저
매일경제신문사 | 2017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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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모든 일에 감사하라"는 말로 자신이 생각하는 "태도" 개념의 서두를 잡습니다. 확실히 매사에 긍정적 시선을 보내며, 작은 성과와 인연에도 살뜰한 신경을 쏟는 사람이 주위로부터 "태도가 좋다"는 평판을 듣는 게 당연하죠. 사실 태도의 범주에는 여러 미덕과 장점, 혹은 의무 사항이 포함됩니다만, 저자가 말하는 이런 첫째 포인트("모든 일에 감사")가 그 모든 다른 요소를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단초가 되리라는 것도 명백합니다. "시간의 적금통장을 만들자"라는 제언은 의미심장하게 들리는데요, 사소해 보이는 모든 "감사의 태도"가 모이고 모여 한 사람의 평판을 만드는 기초는 시간이라는 연속선상의 차원이 마련하는 거죠. 이렇게 감사하는 태도를 잃지 않고, 환경과 주변의 동료, 상사, 부하들에게 일일이 그들의 수고에 대한 크레딧을 잃지 않는 태도에, 진정 사회적 자산의 중추를 이룰 "인망"이 모이는 것입니다.

둘째는 "열정"입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의 경우 열정만 지나칠 뿐 그를 뒷받침할 능력이 안 따라 줘 오히려 열정이 없느니만도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그러나 허수아비처럼 자리만 보전하고 앉아선 좀비 같은 자세로 건성의 극치를 달리는 무능력자가, 행여 자신의 태도를 "쿨함, 초연함"으로 포장한다면 윗선에서 이런 자를 가만 내버려 둘 리가 없죠. 성공한 기업가들의 공통점으로 항상 거론되는 "열정"은, 그저 맹목이라든가 방향성을 잃고 무차별 돌진하는 "브레이크 없는 벤츠"가 아닙니다. 고 정주영 창업주가 "생각 많이 하는 사람이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전에  누차 발언했지만, 이 때의 "생각"이란 자나깨나 그 문제(자신의 당면 비즈니스)만 생각하는, 순도 높고 진정성 있는 내적인 열정을 가리킵니다. 입으로만 떠드는 열정은 자신도 주위도 모두 피곤하게 만듭니다. 뿐만 아니라 말만 많고 책임은 안 지는, 한번 모집하면 내몰라라 뻔뻔스러운 날품팔이 모집인과도 같은, 사이비 열정은 결국 사회악으로 귀결되기도 합니다.

셋째는 "학습(learning)"인데, 세계의 위인들이 잠자는 시간까지 아껴 가며 자신의 과제에 집중했다는 일화는, 실제로 몇 시간밖에 안 잤다는 그 수치, 양적인 지표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만큼 당면 목표에 모든 정신적 역량을 다 쏟았다는 그 성실한 양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죠. 저자는 "작은 실패를 즐기자"라고 하는데, 이때 "즐긴다"는 의미는 "불가피한 실패는 앞으로의 시행 착오를 줄이기 위한 학습으로 간주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공부란 과정도 결과도 본디 즐거워야 하는 영역이니, "실패도 즐길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죠. 남 앞에 서는 리더가 되려면 이처럼 스스로의 멘탈, 사소한 충동은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야 하므로, 최고의 리더가 특히 이 점에 모범으로 서야 함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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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하세요 그리고 미소지으세요 | My Reviews & etc 2020-08-28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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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호흡하세요 그리고 미소지으세요

타라 브랙 저/윤서인 역
불광출판사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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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생체 기능을 이어가기 위해 "호흡"합니다. 또한 사람의 영혼을 갖고 태어난 이상 "미소" 지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저자께서는 인간 존재 양식의 가장 핵심만을 짚어 우리 미욱한 독자들에게 일깨워 주고 계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호흡이 만약 우리의 신진 대사만을 위해 이뤄진다면, 우리 인간은 생존과 본능만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동물과 다를 바 없습니다. 호흡이 인간적일 수 있는 건, 따스한 여유와 이웃에의 지긋한 응시를 담은 미소와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재미있는 가정을 합니다. 만약 우리가 눈을 떠 보니 우주 한복판에 내던져졌다면, 어떻게 생존을 담보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우주복"의 존재를 다시 가정합니다. 이 우주복은 수도 없이 다가오는 소행성과 우주 먼지와의 충돌에서 우리를 보호해 줄 겁니다. 뿐 아니라 비록 용량은 제한되겠지만 우리의 호흡에 필수적인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정화할 것입니다. 또한 우주의 그 차디찬 온도로부터 우리의 항온을 지켜 주기도 하겠습니다. 

 

"우주복은 우리의 생존에 꼭 필요하며, 일부 전략은 우리가 생산적이고 안정적이고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게 돕는다. 하지만 그 우주복은 우리가 유쾌하고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사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p52)

 

그렇습니다. 우리는 "껍질이 깨지는 아픔 없이는"이란 제목을 단 차범석 선생의 희곡을 압니다. 우주복 없이 우리는 무정하고 허망한 공간에서 아마도 즉시의 죽음을 맞이할 것입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우주복 안에서 생을 영위할 수 없습니다. 다 자란 성체가 되었으면 이제 우주복을 벗고, 냉혹한 우주와 맨살 그대로의 소통을 해야 합니다. 비록 그 결과가 살을 에는 추위와의 조우이건, 혹은 질식할 듯한 진공의 압박이건 간에, 우리는 언젠가 우리를 둘러싼 환경, 아니 나 자신의 연속체와, 좋든 싫든 전면의 결합을 이루어야만 합니다. 그게 아니면 멸균의 온상 속에서 의미 없는 연명 끝에 미숙아로서의 삶을 마치는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귀의에 대해 너무 어렵게, 또 멀리만 생각합니다. 현세는 그저 남들 하는 만큼만 적당히 회개하고 적당히 눈물 흘리며 적당히 타락하여 남들 누리는 건 다 누리며 살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이런 타락한 마음가짐으로는 영혼의 진정한 안식과 구원을 얻을 수 없습니다. 저자께서는 이런 안이한 생각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십니다. p111을 보면 귀의처(歸依處)는 결코 "우리가 다른 곳으로 가"거나 "다른 존재로 바뀌"어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그곳은 지금, 그리고 바로 우리 곁에 있습니다. 어떤 거창한 수련이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거쳐야 하는 게 아니며, 바로 우리의 즉시 회심, 정화, 뉘우침만을 통해 즉시 도달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서양인의 경우 이런 동양식의 수련에 대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호흡과 명상만으로 어떻게 궁극의 안식을 얻겠는지 회의적일 수 있습니다. p145에서 제인이 털어놓는 솔직한 불만도 이런 이유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R.A.I.N 방식을 끝까지 확신하며, 이 수련이 우리를 이끄는 그 신성한 경지,  "나를 관통하는 상쾌한, 활기찬 기운"이란 실제 체험해 본 사람만이 그 가치를 온전히 평가할 수 있다고 가르쳐 줍니다. 

20세기 초의 마술사 후디니는 탈출의 대가로 유명합니다. 아일랜드의 한 마을에서도 그는 특기인 탈출을 성공적으로 선보이려고 했으나 구속복(straight jacket)까지 다 벗고서는 이상하게 자물쇠를 열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책임자에게 자물쇠에 대해 묻자, 그는 처음부터 자물쇠가 잠겨 있지 않았다고 답합니 다. 모든 자물쇠를 다 열었던 후디니가, 애초에 잠기질 않았던 자물쇠는 손도 못 대고 갇혀 있었던 것입니다. 이 일화는 우리 자신을 가두는 가장 큰 족쇄는 바로 우리의 강박과 선입견임을 가르쳐 줍니다. 해탈과 안정이 바로 우리 곁에 있는데 뭘 어디서 거창하게 더 찾고 말고 할 것이 있겠습니까?

p316에 보면 오랜 시간 동안 남편과 갈등 관계에 있던 에이미가 어떻게 최종적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었는지가 나옵니다. 우리는 사람들과 싸우며 상처를 받습니다. 이 상처를 다스리기 위해 우리가 쉽게 택하는 무기, 대응 방법은 보통 증오와 비난, 분노입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상대에게 내 것보다 더 큰 상처를 입힐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내 상처가 낫는 건 아닙니다. 이 사례에서 에이미는 남편을 용서함으로써 완전히 평안을 찾았는데, 저자는 용서의 정의를 "그 누구도 내 마음으로부터 몰아내지 않는 것"이라고 내립니다. 참으로 깨달은 사람의 마음 속에는 모든 사람, 모든 감정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소통하고 머무르고 대화하며 공존합니다. 그래서 깨달은 사람의 마음 안에는 거대한 우주가 깃들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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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경제학자들의 대담한 제안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8-27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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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위대한 경제학자들의 대담한 제안

린다 유 저/안세민 역
청림출판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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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난 경제학자들 중에는 시스템의 본질과 인간 본성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을 가진 이들이 많았습니다. 존 메어나드 케인즈는 알프레드 마셜의 수학자 입문 권유에 대해 "수학 같은 걸 하기엔 인생이 너무 아깝다"는 말을 했는데, 수학처럼 천재의 영역인 학문을 폄하하는 게 아니라, 한 가지 외에 다른 분야의 재능까지 두루 타고난 이에게 경제학 같은 보다 복합적인 전공이 더 어울린다는 뜻이겠습니다. 경제의 필드는 다양한 인간들이 복합적인 욕망을 안고 참여하는 장이므로, 일차원 아닌 다차원 변수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사람이라야 정확히 이해가 가능할 것 같고, 그런 이유에서, 지난 시대의 경제학자들이 제시한 처방 중 오늘날에도 적용될 만한 게 없겠는지 살피는 노력이 매우 유익, 유용할 듯합니다. 조순 전 서울시장은 "경제학은 아이디어는 돌고 도는 것"이라며 자신의 저서 <경제학 원론>에서 말한 바 있습니다.


책 처음에는 애덤 스미스가 나옵니다. 故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교수라든가 유시민 같은 사람은 애덤 스미스 같은 독특한 지성을 배출한 스코틀랜드의 풍토에 대해 지적한 적 있습니다. 한 나라의 경제는 정부에 의해 어떤 재조정이 필요한가? 필요 없다는 이론을 정초한 사람이 바로 애덤 스미스("보이지 않는 손")이며, 수백 년 후 이에 수정을 가한 사람이 케인스입니다. 책에서는 두 입장을 교차시켜 가며 이 오래된 입장들의 대결을 설명합니다. 케인스 이야기는 뒤의 6장에서 다시 나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책은 그저 지난 시대 경제학자들의 삶과 사상을 요약, 소개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오늘의 이슈"와 관련하여 어떤 시사점을 던져 주느냐를 또 집중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문제를 독자들은 염두에 두고 읽을 필요가 있으며, 사실 애쓰지 않아도 저자가 노련하게 두 논점을 잘 교차시켜가며 결론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유시민은 그의 책 중에서 "아이디어는 탁월하나 읽기에 너무도 까다로운, 대책 없는 서투른 문장을 구사한" 리카도에 대해 자세한 소개를 했었습니다. 이 책 저자는 문장력에 대한 언급은 길게 하지 않고, 대신 그의 놀라운 투자 수완(당대에 그를 거부로 만든)에 대해 칭찬합니다(유시민 책에도 이 말은 있습니다). 천재답게 그는 당시 영국이 안고 있는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으며, 그 해답은 바로 과감한 자유무역이었고, 이는 동시대인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렀습니다. 


자유무역이라 해서 만능의 해답은 아니지만, 분명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확실한 해답이 됩니다. 일례로 2000년대 초반 노 대통령이 미국과 FTA를 추진하려 들 때, 노동계 등에서 격렬한 반대를 했으며, 많은 이들은 미국에 크게 종속되는 패자의 게임이 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14년 정도가 지난 지금, 오히려 미 대통령 트럼프가 "끔찍한 협상"이라 비판하며 재개정 내지 폐기를 주장할 만큼 우리에게 유리한 거래가 되었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미국에서 최근 리쇼어링 붐이 일어나는 것도, 자유무역의 폐해 그 일단을 드러내는 증거 중 하나입니다. 저자는 폴 새무얼슨의 말을 인용하여, 리카도의 자유무역 이론이 "틀림없이 타당하지만, 가장 높은 지능을 가진 이들에게도 쉬이 납득이 되지는 않는 이론"이라고 합니다. 책에서 누누이 강조하듯, 제조업 분야에서는 선진국이 손해를 대체로 보며, 이를 서비스업의 우위로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메꾼다고 합니다. 아마도 FTA 협상 당시, 미국이 실수를 하여 우리 국민이 미국 서비스(3차 산업) 분야를 잘 소비하지 못하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미국이 당시 법률 서비스 수입 쪽에 역점을 두었는데, 현재까지도 "미국 변호사"를 매매, 등기, 교통사고, 채권 회수 등 사건에 우리가 고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누가 그렇게 하겠습니까?), 그렇다고 기업이 국제 소송에서 저들을 많이 활용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3장은 칼 마르크스 이야기인데, 저자는 이것 관련하여 "중국이 과연 성장을 계속하여 강대국이 될 수 있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끌어내려 합니다. 삼십 년 전만 해도 국내의 진보 성향 경제학자들은, 덩샤오핑의 노선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가할 만큼, 중국의 노선은 사실 마르크스의 입장과는 궤가 아주 다른데도 말입니다. 책에는 안 나오지만 실제 중국은 저 독일 남서부에 위치한 트리에르까지 가서 마르크스 관련 사업을 후원하고 현재 자신들이 그의 입장을 계승했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하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첫째 노동력의 이동("요소 재배치")이 중국에서는 대단히 제한적이며, 두번째 중국의 공업 시설은 다른 개도국의 그것과는 달리 "재공업화의 과정"을 거쳤으므로 순수하게 맨땅에 헤딩 식은 아니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니 앞 단계에서 마오 주도의 거대한 실패까지 다 감안하면 보다 비용이 큰, 비효율적인 성장이었다는 소립니다. 


알프리드 마셜은 (부분적으로) 케인스의 스승이었고 따뜻한 마음을 강조한 학풍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경제학에서 수요와 공급 중 어느 요소가 가격을 결정하는지에 대한 난제를, "가위의 두 날"이라 정리하여 명쾌하고 지혜롭게 해결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불평등의 문제"가 다시 대두하였고 이 덕분에 버니 샌더스나 코빈 같은 이가 미국, 영국의 정계에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이 불평등 이슈를 칼 마르크스가 아니라 마셜에게서 단서를 잡은 저자의 태도가 독특하죠. 


부자는 소비 성향이 가난한 사람들보다 적으므로, 가난한 사람한테 가는 몫을 더 늘여야 그들이 돈을 더 많이 써서 경제 전체가 살아난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져 왔고, 이런 입장의 먼 단초가 마셜이었습니다. 마셜은 그 외에도 조세 제도, 복지 시스템의 정비를 주장했죠. 그러나 우리 시대의 원로 폴 크루그먼은 이에 반대했고, 오히려 부자가 돈을 더 많이 써 경제 회복에 기여한다고 말합니다. 젊은 토마 피케티도 이제는 중요 사상가로 대우되며 불평등의 근원적 독소에 대해 지적합니다(라고 이 책에서 인용됩니다). 부자의 소비 성향이 설령 생각보다는 크더라도, 그들이 새로 소비하는 분야가 비 전통적인 섹터이며, 이런 섹터에서의 생산자가 그리 많지 않으므로 경기 회복의 정도가 더딘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섹터로 빨리 진출, 적응하게 경제 활동 인구의 참여를 돕는(재교육 지원 등) 게 하나의 방법일 수 있습니다. 


어빙 피셔가 (다른 책들에서보다는)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경기 회복을 위해 어느 정도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은 같으나 케인즈가 워낙 그 천재성을 매력으로 앞세워 인기를 끌었으므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고 책은 말합니다(p183 마지막줄 역자 설명에 "평창→팽창" 오타 있습니다). 책은 그의 입장을 버냉키라든가, 하이먼 민스키의 최근 해석과 관련하여 설명합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들(특히 미국인들)이 08년 위기를 아직 완전히 극복 못했거나 그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으므로 디플레이션, 리세션에 대한 핸들링은 매우 중요합니다. "재평가가 필요한 최고의 경제학자" 이것이 책의 평가입니다. 


08년에 세계적인 금융위기 조짐이 보이며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었고 12년도에는 그리스가 국가 부도 위기까지 몰리며 또다시 위기가 고조되었습니다. 여기서 다시 "공공투자와 저금리의 효과적인 활용"이 등장하며, 전자는 케인스의 재정정책, 후자는 피구 등의 금융통화정책을 대변합니다. (거시)경제학 교과서에서 지겹도록 강조하는 것처럼, 케인스는 "저축과 투자는 자동으로 연결되지 않으며, 따라서 이 서투른 기제를 정부가 적극 개입해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피구 등은 "그래봐야 소용없다!"(구축 효과 등 때문에)에 가깝습니다. 


마르크스는 "잉여가치는 노동의 착취를 통해서만 창출이 가능하다"고 했으며, 이에 대해 슘페터는 사실상 완벽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아니다. 혁신을 통해 자본가 역시 잉여가치를 만든다." 만약 누가 애플의 아이폰을 사면서 "스티브 잡스의 혁신이라는 명분"을 찬양한다면, 그 사람은 어디 가서 마르크스를 원용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겁니다(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죠). 슘페터는 분명 자본주의가 자기 완결적이 아니며 대단한 취약한 시스템이나, 자본가(뭐 당연 노동자도 가능합니다)의 혁신이 언제나 그런 위기를 돌파하는 계기를 마련한다고 합니다. 본질은 혁신이지 계급 대립이 아니라는 거죠. 여기서 저자는 중국 경제를 날카롭게 비판하는데,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라고 반드시 자체 모순을 해결하고 타국 경제에 도움을 주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이유는 무엇인가? 저가의 가격 경쟁력에 만족하고 혁신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핵심을 찌른 지적 아니겠습니까. 


하이에크는 우리 시대의 경영 구루였던 피터 드러커의 스승이며, 그렇게도 비판 받는 신자유주의의 원류로 꼽히지만 정작 진보 진영에서 이 사람을 그리 막 표적으로 삼아 공격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좌파를 자칭하면서도 하이에크 이야기가 나오면 "위대한 사상가" 정도로 대충 넘어가는 걸 보면 실소가 나오기도 합니다. 하이에크는 <노예에의 길>을 써서 큰 반향을 얻었고, 헤르만 파이너는 이에 대해 <반동(reaction)에의 길>을 저술하여 반박했죠. 


조앤 로빈슨은 우리 나라에서 한때 추종자가 많았으며, 이 책에서는 독립된 항목으로 다뤄지고 케인즈의 "제자"로도 성격 규정됩니다. 반면 일각에서는 "경제학을 파괴하려는 사람"으로 비난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녀의 영원한 토픽은 바로 "오르지 않는 임금"이죠. 앞에서는 밀턴 프리드먼이 나오는데 저자는 "하이에크가 마땅히 경의를 표해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은 사람"으로 그 의의를 높이 둡니다. 


더글러스 노스는 경제 성장에 있어 중요한 건 "제도"임을 강조하고 이 때문에 왜 어떤 나라는 번영하고 어떤 나라는 그렇지 못한지, 즉 "실패한 국가"가 되는지를 설명합니다. 경로의존성에 의한 이런 설명은 "중국은 아프리카에 비해 성공한 국가이며 큰 위기도 없고 빈곤을 거의 근절했다"는 결론을 내립니다만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겠습니다. 


"잃어버린 30년" 때문에라도 오늘날 일본을 성공 사례로 꼽는 입장은 이제 거의 없다시피합니다. 저성장은 과연 그럼 우리 모두의 미래인가? 한국에 대해서도 그런 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최근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저자는 여기서 로버트 솔로의 모델을 소개하며, 그 요체는 "역동적인 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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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명도의 특급 비밀 100문 100답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8-26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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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경매 명도의 특급 비밀 100문 100답

천자봉플러스(정상열) 저
한국경제신문i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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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학원에서 각종 실무 절차를 일반 수강생 상대로 강의를 할 만큼, 경매를 통해 부동산을 싼 값에 취득하려는 이들이 늘어났습니다. 재테크 기술이 점점 귀한 노하우가 돼 가는 만큼, 경매 (낙찰)의 달인이 되어 재산을 불려 나간다면 참 보람된 일이겠습니다. 문제는 민법, 민사소송법, 민사집행법에 어지간히 어려운 규정들이 많아 일반인들이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30년 동안 집행관 업무를 맡아 본 베테랑이며 현재 부동산에듀&리치캠퍼스의 대표로 있습니다. 그러셔서인지 확실히 책이 핵심을 찌르는 사례와 설명으로 잘 짜여져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실무 절차에 관한 내용은, 아무리 일반서나 용어집을 열심히 정독해도 그것만으로는 이해가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잘 짜여진 사례 모음으로 접근해야, 아 이 규정이 이럴 때 쓰이는구나, 이럴 때 적용되라고 마련된 거구나, 하며 구체적인 그림이 머리 속에 잡히기 시작하죠. 


만약 이 책을 펼쳤을 때, 아 이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하며 페이지가 잘 안 넘어가는 분은, 1) 처음부터 무작정 읽지 마시고 목차를 펼친 후 자신이 그나마 가장 가깝게 접해 본 사례, 혹은 아 이건 나도 평소에 궁금했었어 싶은 항목부터 읽으십시오. 그러면서 다른 사례를 읽어 나가면 의외로 재밌어질 겁니다. 2) 어떻게 해도 책이 안 읽히는 분은, 뭐랄까 아직 경매절차에 대해 스스로가 개념이 안 잡힌 탓이 큽니다. 개념이 안 잡힌 건, 경매에 대해 정말로 절실한 호기심이 여태 생기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주변에 경매 절차에 대해 어느 정도 잘 아는 분과 대화하면서 경매의 그림이 대강이나마 머리에 그려지게 일단 흥미부터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경매에 대해 기본 마인드셋이 되었다면, 그 다음부터는 이 책이 마치 게임 전술서적처럼 재미있게 읽힙니다(제가 장담하죠). 어렸을 때 보드게임 하나 정도는 하며 자란 분들이 많겠는데, 제대로 된 보드게임은 얇은 설명서 외에 전술집 예제가 반드시 별책으로 끼워져 있습니다. 게임을 아예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이용자에게는 단 한 글자도 눈에 안 들어오지만, 일단 룰을 알고 가족과 친구와 몇 게임 두어 본 이용자에게는 재미있어 미치는 거죠.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정말로 바둑이나 장기의 고수가 되듯, 경매의 달인이 되어 있을 겁니다.


첫 장에는 공유자우선매수청구권이 나옵니다. "여러 차례 할 수 있느냐?"라고 묻는데, 제 생각에는 이 장보다 바로 다음의 두번째 장, "저가에 낙찰받을 생각에 우선매수를 신청했다가 낭패봤어요"를 먼저 읽는 편이 나을 것 같네요. 


p19에는 "우선매수신고만 해 놓고 막상 유찰되자 보증금을 납부하지 않아 신고를 무효화시키는 등 악의적인 경우가 발생하기도 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공유자우선매수, 아니 그 전에 소유권상의 공유관계가 뭔지 모르는 분들도 많겠고, "막상 유찰되자", "악의적인 경우" 등 구절의 의미를 정확히 알려면 어떤 그림이 먼저 그려져야 합니다. 그 구체적인 경우가 바로 다음 장에 나온다는 겁니다. 


A라는 토지를 갑과 을 두 사람이 구분해서 소유하는 경우도 있고(이런 경우는 필지를 분할하는 게 보통입니다), 어디를 누가 갖는지를 구체적으로 정하진 않았으나 지분으로 갑 50%, 을 50%, 혹은 갑 60%, 을 40%, 하는 식으로만 나눠갖는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나중에, 을과는 전혀 무관하고 갑만, 오로지 갑만, 병이라는 제3자에게 빚을 졌을 때, 갑이 병에 대해 채무불이행이 되면 자기가 가진 물건을 팔아서라도 변제를 해야 합니다. 그때 A라는 토지에 집행이 가해질 시, 을의 지분은 어떻게 되느냐는 겁니다.


이 경우 만약 정이라는 또 전혀 다른 사람에게 낙찰이 된다면, 정은 토지 A의 대가로 납부한 돈 중에서 병이 받아야 할 부분을 받게 하고, 병은 자신의 빚을 다 받아내었으므로 이제 법률관계에서 퇴장하며 채무자였던 갑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원래는 전혀 모르던 사람들인 을과 정이, 토지 A에다 대고, 어디를 누구 것으로 할지 전혀 합의도 안 된 상태에서 공유자로서 공존하게 됩니다. 불편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이런 경우 정 같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낙찰되기 전에, 을에게 먼저 토지 A를 모조리 살 기회를 줘서 을이 불편한 타인과 동거(?)하는 걸 막아 주는 데에 이 규정의 취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A라는 토지가 별 쓸모가 없어서 입찰자가 안 나선다, 이럴 때 을은 구태여 땅을 살 게 아니고 계속 미루면서, 돈 한 푼 추가로 안 들이고 A라는 토지를 아직은 소유권자인 갑의 양해 하에 종전처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50%의 새 임자가 아직 안 나타나는데 어쩌겠습니까? 우선매수청구권은, 누군가 새로운 사람이 내가 사겠소 하고 나서서 꼼짝없이 그 사람 몫으로 지분이 넘어갈 때, "잠깐!" 하며 쓰는 찬스와도 같습니다. 그 전에는 구태여 행사할 필요가 없는 거죠. 물론, A라는 토지가 핫플레이스일 경우에는 앞뒤 재지 않고 을은 바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것입니다. 


2장에 나오는 사례에서 그 입찰자(즉 채권자)는 왜 하필 1억 6천만원에 betting(이 책의 표현입니다)을 했을까요? 1억 6천에 행여 사게 될 경우에는, 일단 그 대금을 지불하고, 자신이 다시 채권자로서 받아내면 되기 때문입니다. 입찰자는 추가로 들이는 비용이 없습니다. 반대로, 궁지에 몰린 다른 공유자가 마지못해 해당 토지를 우선 매수하게 되면, 이 공유자는 저 입찰자가 써 낸 1억 6천을 내어야만 우선매수가 완료되는 겁니다. 채권자가 머리를 잘 썼다는 걸 알 수 있죠. 만약에 공유자가 우선매수청구를 하지 않았다면, 채권자는 공유자가 저대로 계속 버틸지 아닐지를 짐작할 수 없었겠죠. 공유자가 지레 청구권 행사하는 걸 보고, 아 내가 바로 입찰해서 1억 6천을 써도 내가 이 돈을 마련할 일이 아마 없겠다, 저 사람이 돈 내겠구나 하고 확신 하에 행동할 수 있었던 거죠.


p19로 다시 돌아오면, 공유자가 먼저 우선매수 청구를 해 놓고도, 막상 아무도 입찰을 안 하자(유찰), 보증금을 미납하는 편법으로 애초의 청구를 없던 일로 만든 후, 다음 입찰에 누가 나타나면 그제서야 다시 청구를 재차 하여 그 입찰자의 시도를 무위로 만든다든가 하겠죠. 이런 걸 허용하면 권리관계가 뒤늦게 확정되며, 채권자(들)의 권리 실현, 만족은 더 늦어집니다. 이걸 막기 위해 아예 입법으로 1회에 한해 행사하도록 앞으로 법정할 전망이라는 뜻입니다. 현재도 법관 재량으로 1회에 한정하는 게 실무의 보통이라는 말은 저자분이 해 주고 있습니다. 


4장에 나오는, 본격 절차가 개시되기 전 "공유우선매수하실 분 있으세요?"라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아도 되며, 본 절차가 개시되고 입찰자가 나오면 그제서야 행사하면 된다는 조언이 아주 유익합니다. 사실 표현을 저리 해서 그렇지, 독자인 제가 읽기로는 "절차 개시 전 묻는 질문에는 절대 대답하지 말 것!"으로 들렸습니다.


책에는 "채무자를 측은히 여긴 채권자가 이사 비용을 대줬다"에서처럼, 집행을 당하는 이가 "이사" 가는 문제가 자주 등장합니다(p61, p76, p74 등). 당연한 것이, 이 책의 제목만 봐도 "명도"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채무자가 종전의 점유를 포기하고 적어도 자신의 몸은 주거에서 떠나야 명도 의무의 최소한이 실행되는 셈입니다. 


예전에 한국민법학의 태두 곽윤직 교수님은, "명도 같은 건 일본식 한자어이니 쓰면 안 된다"고 하셨으나(즉 명도건 인도건 모두 인도로 통일), 그분의 제자 중 한 분인 김재형 교수(현 대법관)는 강단에서 "이미 실무에서 명도는 건물을 '비워' 넘기는 것, 인도는 그 외의 경우에 쓰는 것으로 굳었다"고 하신 적 있죠. 한편, 현재는 민사집행법 등이 크게 개정되고, 판례에서도 "인도"라고 표현했어도 내용상 "명도"라고 새길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니, 결국 곽 교수님의 학설이 승리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여튼 채무자는 경우에 따라 집행 대상이 될 만한 집기나 귀중품 등을 남기고 이사를 가야 할 수 있으며 책에도 저자께서 집행관으로 겪은 그런 사례가 많이 나옵니다. 


p60에 보면 설령 재판에서 이기고 집행문을 발급 받아도, 낙찰자는 잔금 납부 후 최소 4개월이 지나야 강제집행이 가능하다고 하니 명도 소송의 최종 마무리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습니다. 결국 법(민사법)이란 것도, 말이 통하고 품위를 최소한 지킬 줄 아는 시민들 사이에서나 사실상 힘을 발휘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런 경우 "인도명령을 미리 신청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며 아주 유용한 팁을 알려 줍니다.


"공시송달(p65 등)"은 채무자의 주소를 도저히 알 수 없을 경우, 서류 송달을 공시 절차로 대신하는 걸 말합니다. 엄밀히 말해 송달이 아니겠으나, 민사재판의 기능을 마비시킬 수 없으므로 송달로 간주하는 절차입니다. 송달이란 의사 표시의 일반 원칙에 의해 도달이 이뤄져야 하지만, 예외적으로 "발송 송달"이 가능하여 발송 자체만으로 송달의 효력을 인정하죠. 이때 저자는 "공가(空家. 빈 집)"임을 현장사진이라든가 주변인의 진술 등을 적극 동원하여 "법원을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발송 송달, 공시 송달 절차로 척척 넘어가게 하라는 겁니다. 이런 건 구태여 변호사의 도움을 받기에는 또 번거롭고, 정말 이런 책의 팁을 통해 활용이 가능한 지혜이겠습니다. 


송달의 문제가 의외로 중요한데, 채무자가 교도소에서 복역하는 줄 모르고 배우자 수령으로 대신했는데 이게 부적법 송달이죠. 그래서 낙찰자까지 나온 경매가 모조리 취소되었는데 그 수형자가 출소하여 소송을 제기한 결과입니다. 이 (前) 수형자가 결국 이겨 소유권은 결국 그에게 도로 귀속되었습니다. 어떤 경우 경매로 인한 취득을 "원시취득"이라고도 하는데 이런 사례를 보면 설득력이 매우 약해지죠. 


책 p42에는 "이중(중복) 경매 신청"에 대한 재미있는 사례가 나옵니다. 즉, 경매를 통해 낙찰을 받은 사람이 나왔는데, 갑자기 채무자가 채권을 변제한다든가(낙찰자에게 불리), 혹은 낙찰자 자신이 쓴 금액이 과하다 싶어 채권자와 협의하여(?) 여태 진행된 경매 철차를 취소하려 드는 경우(이런 건 반대로 낙찰자에게 유리)가 있다고 하네요. 보통은 경매가 선순위 채권자의 신청으로 열리지만, 동일한 목적물을 대상으로 한 경메를 후순위 채권자가 "중복으로" 자신의 권리에 바탕해 신청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때에는 기왕 진행된 경매 절차를 취소하지 않고 그대로 속행시킵니다. 저자는 이런 "중복 경매 신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판이 다 굳어 가는 게임을 뒤집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참 재미있는 대목입니다. 


일반 사인들끼리 물건을 매매할 때, 국가기관에 개입하여 매매를 허가, 혹은 불허가하는 건 사적 자치의 원칙에 반합니다(예외가 있다면 투기 방지를 위한 토지거래허가제 등). 그러나 경매는 공적 절차이므로 낙찰을 받아도 최종 매각 불허 결정을 법원이 또 내릴 수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이런 매각 불허 결정이 가능한 경우가 p45에 나와 있습니다. 


강제집행 예고서는 집 안에 붙여야 하느냐, 바깥에 붙여야 하느냐(p75)가 또 문제가 된다고 합니다. 이거는 채무자 측의 인식을 돕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주로 집행관과 채권자의 편의를 위한 이유입니다. 개문을 하고 들어가 봐야 명도 집행에 필요한 비용을 대략이나마 견적 낼 수 있기 때문(p76, p81)이라는군요. "개문 시 증인 2명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는 주거침입 시비 등을 막기 위해서라는 점 몇 페이지 뒤(p83)를 보면 확인 가능합니다. 


p95에는 정말 놀라운 사례가 나오는데, 일단 A가 낙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채무자 B가 다시 A에게 접근하여, 5천만원을 더하여 낙찰 받은 부동산을 자신이 매수하겠다고 제의한 거죠. 채무자 B는 A와 매매계약을 맺을 듯하다가, 계약금 수수 문제로 갑자기 다음날 새로 계약을 맺자고 제의한 후 연락두절이 됩니다. 이는 A가 낙찰 받고 강제집행하려는 시도를 (새로 맺은 매매계약을 통해) 무위로 돌리고, 정 A가 낙찰 받고 싶으면 처음부터 다시 절차를 진행하게 하려는 아주 고도의 술수였던 거죠. 이 경우는 A가 자신의 계약서만 찢고 말 게 아니라, 상대의 계약서까지 함께 손에 넣어 파기하든지 했어야 할 일입니다. 이 비슷한 사례로, 승소와 낙찰로 채무자(원 소유자)를 일단 퇴거시킬 수 있었으나 채무자가 임대차 계약을 요구하여 일단 계약이 일정 단계까지 간 후 유야무야되었는데, 이걸 근거로 퇴거를 거부하는 이야기가 바로 다음 장에 나옵니다. 


p122에는 "퇴거 및 인도"가 아니라, 소장에 "퇴거"만 명시한 경우, 세입자 등에게 짐도 빼고 몸도 나갈 것을 요구할 수 있으나, 정작 원고가 그 집에 들어갈 수는 (아직) 없게 된 황당한 사례가 나옵니다. 물론 꼼꼼하게  "퇴거 및 인도"를 다 적어야 하지만, 만약 "퇴거"만 적었다면 재판부는 퇴거 요건만 심사하게 됩니다. "인도"까지는 원고가 적지 않았으므로 원고의 점유가 자연 회복되는지는 재판에서 판단을 안 했겠죠. 재판에서 심리도 안 했는데 원고를 집 안에 들일 수는 당연히 없습니다. 이건 문구 하나를 빼고 넣고의 문제가 아니라, 재판에서 실체법적 본안 판단이 이뤄졌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 세입자가 여러 (법률적) 이유로 자신의 집기와 함께 당장 나가야(=방을 빼야) 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원고가 소유자라든가 혹은 전대자인지 여부는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바 없고, 그래서 자동으로는 집에 못 들어가는 것입니다. 들어가려면 다시 이 부분을 실체적으로 심리할 수 있는 재판을 청구해야겠죠. 


상가 건물 등에 채무자(세입자)가 설치한 인테리어(p115)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책에서는 민법 256조에 의해 부합의 법리를 말하며, 판례의 태도도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 보다 세밀한 입법적 규율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세입자와 건물주 사이에, 인테리어 부분에 대한 특약이 명쾌하게 마무리되어야 합니다. 또, 필요비, 사치비, 유익비의 법리도 이 경우에 좀 적용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물권법보다 오히려 이 대목이 채권 관계를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게 아닐지. 


간혹 보면 정체불명의 규정이 "법규"라든가 심지어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적용된다고 우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럴 때 가장 확실한 건, 그 규정이 대체 법문 몇 조에 있으며 혹은 집행문 어디에 판사가 특별히 명기했는지 근거를 대라고 하면 충분하죠. 법률행위를 판단할 때는 "해석의 과정"이 중요하므로 이 과정에서 혹 필요할 때도 있겠으나, p195에 나오는 것처럼 "개찰 시 입찰자가 자리를 비우면 무효"라는 건 어디에도 근거가 없는 주장이죠. 저자는 꼼꼼하게도, 현장에서 왕왕 통하는 "불문율(?)"이 실제 무슨 근거를 갖기나 하는지 여부를 하나하나 가리고 있습니다. 일반 독자 입장에서도 그저 "아는 것이 힘"이며, 법이 실생활에서 어떤 국면으로 파고드는지 정확히 이해하여 공연한 손해를 방지하고 나의 권익을 분명히 찾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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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역사 속 가야 | My Reviews & etc 2020-08-25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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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가자! 역사 속 가야

최종순 글/보리앤스토리 그림
핵교 | 201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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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과서에서 배우기로 가야 연맹의 전기는 금관가야가 주도권을 잡고 이끌었으며, 후기는 대가야가 맹주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마 타 지방에 사는 이들은 금관가야가 김해에 소재한다고 할 때 대체 김해가 어디인가, 또 대가야의 소재지였던 고령은 어디인가 등에 대해서 큰 느낌이 없이 그냥 암기만 했을 듯합니다. 그래서 (지리는 말할 것도 없고) 역사 역시 지도와 함께 학습하는 게 필요합니다.


김해는 부산 서쪽편에 위치하며 낙동강 충적지를 끼고 있습니다. 아마 이곳은 최근 한국현대사의 어떤 큰 격변과 관련하여 일반에 더 널리 알려졌을 듯합니다. 과거에도 비옥한 농토 덕분에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었을 테며, 그 이전 변한 시절에는 철의 산출과 제련, 중계 무역지로 역시 번성했던 고장입니다.


금관가야의 지배층은 "나무로 곽을 만든 덧널무덤"을 주로 채택했다고 합니다. 예전 한자식 용어로는 목곽분, 목곽묘라고 하죠. 대성동 고분군이 주요 유적인데 순장의 흔적도 있다고 책에 나옵니다. 아이들한테 읽힐 때 지도하는 분의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대가야의 무덤은 지산동 고분군이 그 대표 유적입니다. 이 유적지에는 돌방무덤, 돌널무덤, 돌덧널무덤 등 다양한 형태가 발견됩니다. 순장의 흔적은 이곳에서도 발견됩니다. 


대가야의 근거지였던 고령군은 경상북도에 소재하며, 경상남도와도 인접해 있습니다. 최근 이곳이 경북권 신공항 부지와 관련하여 뉴스에 여러 번 났으므로 아마 더 귀에 익을 수도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는 대체로 한자가 병기되지 않으므로 학생들이 공부할 때 가장 헷갈리는 게 "현재의 고령군에 위치한 대가야"와, "그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으나 6가야의 하나로 보통 꼽히곤 하는 고령가야", 이 두 항목입니다. 경상북도 고령군은 한자로 高靈이라고 쓰며, 위치 비정이 미상인 고령가야는 古寧이라고 씁니다. 그러니 후자의 경우 "고녕"이 정확한 발음이겠으나, 마치 지리산(智異山)을 "지이산"이라 읽지 않는 것과 같이, 일종의 활음조가 적용된다고 할 수 있죠. 혹은, 유명 인문학자인 이어령 선생의 함자 읽는 방식과도 비슷합니다. 


어떤 공부든 간에, 맹목적으로 부호를 머리 안에 집어 넣는 주입식이 되면 곤란합니다. 역사는 그 맥락을 정확히 이해할 때 더 재미있고 생산적이며 오래 남는 즐거운 탐구 활동의 주제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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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My Reviews & etc 2020-08-2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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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저/이가형 역
해문출판사 | 200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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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22기는 고전문학으로 채우고, 21기는 경제서라든가 다른 분야 책을 읽어 나갈 작정입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원제가 <열 개의 검둥이 인형>이었으며 관련 동요도 유명했으나 이것이 인종 차별 논란이 있어 제목을 바꾸게 되었다고 하죠. 전 어렸을 때 이런 설명을 듣고 그 이른 시절(크리스티 여사가 활동하던 시기)에도 인종 차별 이슈가 그처럼 예민했던가 생각했었습니다. 지금 같았으면 아주 돌 맞을 일이겠죠.


아마 이 고전 추리 명작의 한국어판 중 여태까지 가장 널리 읽힌 건 이 이가형씨 번역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가형 씨는 한국의 1세대 영문학자들 중 한 분인데, 개인적으로 이분이 옮기신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들이라든가, 체스터튼의 추리 소설들이 너무 읽기에 어려워서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던 편입니다. 이 책은 원문이 평이하기에 어렵게 옮길 여지 자체가 별로 없죠.


크리스티 여사의 소설에는 청산가리를 이용한 살인이 자주 등장하는데 사실 청산가리가 무엇이며,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다들 잘 모릅니다. 우선 청산가리는 정확한 이름이 아니죠. 이 작품 원문 텍스트에는 Potassium Cyanide라고 되어 있는데 이게 정확하며, 이런저런 영화들에서 자막으로 "청산가리"로 처리되는 건 대사를 잘 들어 보면 포타슘(=칼륨) 없이 그냥 cyanide라고만 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cyanide(시안화합물)가 대체로 맹독성을 띠기 때문이며 꼭 칼륨과 결합할 필요는 없습니다.


포타슘이 칼륨(화학기호 K)이므로 "가리"가 칼륨의 일본식 표기인 줄은 알겠는데, 앞에 "청산"이 뭔지를 모르죠. 시안화물이 푸른 색인가? 그 전에, 왜 "산(酸)"인가도 모호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안화물은 보통 무색이며, 시안화기가 "산성"인 것도 아닙니다. 청산가리를 제조할 때 가장 흔히 쓰이는 방법이 저 당시에는 시안화수소와 수산화칼륨을 섞는 것이었는데(그 과정에서 시안화칼륨과 물[H2O]만 남죠), 이때 시안화수소가 산성을 띠기 때문이죠. 산성은 수소이온에게서 나오는 거지 시안화기와 직접으로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럼 "청산"에서 "청(靑)"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건가? 과거 짙은 청색으로 천에 물을 들이든가 할 때 흔히 쓰던 게, 시안과 철을 혼합한 물질이었습니다. 이 물질은 철(Fe) 때문에 짙은 청색을 띠게 되는데, 이걸 잘못 받아들여 그 자체로는 백색인 시안화기와 화합된 물질이 통칭하여 cyan(ide)이라는 잘못된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그리스어로 푸른색이 "퀴아네오스"이며, c, y는 라틴어권으로 넘어오면서 발음이 바뀌었습니다). 시안화물 중 청색을 띠는 건 저 시안화철 정도뿐인데도 말이죠. 이것은 일본인들의 번역 잘못은 아니고 유럽인들이 초기에 가졌던 착각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본국인 영국에서 아직도 연극 무대에 자주 올려지는 레퍼토리이며, 타국 사람이 볼 때에는 좀 지겨울 만큼 영상물로 자주 리메이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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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역사 | My Reviews & etc 2020-08-23 20:37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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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산의 역사

자크 엘리제 르클뤼 저/정진국 역
파람북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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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게 산지 지형이 많은 편이며, 오히려 프랑스는 (특히 인근 스위스에 비해) 강을 낀 평지가 비교적 너르게 발달하여 농사에 유리한 국가로 잘 알려졌죠. 그래서인지 프랑스 인문학자, 사회 운동가가 쓴 "산(山) 예찬론"은 특별한 느낌으로 우리 나라 독자들에게 다가옵니다. 더군다나 한국 역시 비교적 최근에 민주화의 여정을 치렀고, 이 저자께서 활동할 당시 프랑스도 "파리 코뮨" 등 굵직굵직한 격변을 거치던 중이라서 교감의 지점이 더욱 넓어지는 듯합니다. 책날개에도 나와 있듯, 저자는 이 책을 가뜩이나 산이 가득한 스위스에서 일종의 망명 시절에 썼다고 합니다.


"하늘과 땅 사이의 중간 지대를 돌아다니다 보면 외롭다기보다는 자유로웠다." (p16)


"중간 지대"라 함은 물론 이 책의 제재, 주제인 산을 뜻하겠죠. 저자가 생각한 하늘과 땅은 그럼 각각 무엇을 상징하기에 하필, 새삼, 왜, 거기서만 자유로움을 느꼈을까요? 저자의 성향상 아마도 하늘은 (프랑스에서 지배적 종교였던) 기독교(가톨릭)의 숨막힐 듯한 도덕주의, 땅은 압제와 욕심, 비루함, 거짓 등을 각각 대변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는 우리 동아시아인, 한국인의 전통적 정서와도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고려가요 <청산별곡> 같은 걸 보면 더 그렇죠. 


이 저자보다 이백 년 정도 전 사람이고, 이성과 종교적 신심 사이에서 어지간히 갈등도 했던 파스칼은 그의 저서 <팡세>에서 "기하학적 정신과 섬세한 정신"을 나눈 적 있습니다. 이 책 저자는 "어린 시절 나는 산이 완전히 규칙적이고 똑같은 모습으로 뚝 떨어진 거대한 덩어리라고 생각했다(p18)."라든가, "자연은 잠시도 쉬지 않고, 높이 솟은 산의 모양을 계속 바꿔 놓았다(다음 페이지)."처럼, 산이란 지형의 불규칙성, 자의성, 임의성, 예측 불가성에 놀랍니다. 그리고 인위적 조형에서 전혀 느낄 수 없는 아름다움을 찾아냅니다. 저 술회에서도 알 수 있듯 저자는 산지와 비교적 거리가 먼 곳에서 성장했으며 "산을 책으로만 배운" 사람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특히 산을 좋아하고 즐겨 찾는 세대, 유형이 어려서부터 산과 친밀했던 이들인 것과 크게 대조되죠. 


"인간은 특이하게 비열하다. 산짐승 가운데 다른 짐승들을 잡아먹는 짐승들에 감탄하며 찬양한다."(p146) 확실히 그런 면이 있습니다. 서양 문학, 기록을 보면 유럽에서 멸종된 지 꽤 오래인 사자를, 구태여 다른 대륙에서까지 찾아 가며 그 생리와 난폭한 본능을 예찬합니다. 거의 어느 왕실의 문장에건, 잔뜩 성이 난 숫사자의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이 생각을 잠시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저자 역시 바로 다음 문장에서 이 사실을 언급하네요). 이는 힘, 무력, 지배하는 본능에 대한 예찬(혹은 굴종)이며, 영장류 중 어느 다른 종보다도 호전적인 인간(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이 보일 법한 행태이긴 합니다. 


"하지만 목동은 독수리(군주들이 좋아하는)를 미워한다.... 곰은 뼈를 씹어 먹을 만큼 힘이 무시무시하다. 하지만 왕들은 곰을 좋아하지 않는다. ... 반대로 민중은 곰의 성격을 소중히 여긴다... 곰은 용감하고 솔직하고 착하다! 곰은 새끼에게 다정하다.... 곰은 길들여져 사람 일을 도울 때 온순하게 모욕도 참아낸다.(하략)" (pp.146~148)


마지막 문장은 어떤 스위스 박물학자한테서 저자가 들은 이야기라고 합니다. 이 서술엔 작가의 느낌, 세계관 등이 강하게 이입되어 있습니다만 우리 독자들도 뭐 대체로는 동의할 만한 내용입니다. 그 다음에는 이런 말까지 나오는데... "차라리 곰을 길들여 우리와 함께 일하면서 살아남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이는 동물관, 동물 보호 사상이 오늘날처럼 발달하지 않았을 무렵의 흔적이므로 독자들은 그 점 감안하며 읽어야 하겠습니다. 재미있는 건 그 다음 문단입니다. 


"그런데 늑대는 어떨까? 비열하고 못된, 피비린내 나는 온갖 만행을 저지르는데!... 모든 동물이 늑대를 미워하고, 늑대도 다른 동물들을 미워한다... 늑대는 약하고 상처입은 짐승만 공격한다.. 심지어 늑대가 사냥꾼 총에 쓰러져 숨을 헐떡일 때, 다른 늑대들은 그놈을 덮쳐 고기를 뜯는다.(하략)" (pp.148~149)


이게 정확한 박물학적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구절을, 이른바 "늑대정신"을 회사의 모토로 내세우는, 중국의 화웨이 사 직원들에게 들려 주면 어떨까요? 그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적개심을 불태우며 오늘도 열일한다고 하니.... 여튼 저자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 다음에 나옵니다. 


"피에 젖은 로마는 상상할 만한 모든 중죄의 기억을 늑대에게 떠넘겼다... 로마는 비열한 폭력과 무수한 파렴치 만행으로 고대의 왕이 되었다... 모든 죄악을 날조하면서 암늑대를 어머니 수호신으로 삼아 군림했다.(하략)" (p149)


마지막 문장은 로물루스와 레무스 신화를 염두에 둔 것이겠습니다. 이 책이 쓰여질 무렵 국가로서 통일 작업을 거의 완수한 이탈리아에 대한 적개심 같은 건 아니고, 당시 프랑스를 비롯하여 전 유럽에는 계급 간의 투쟁이 절정에 달했음을 상기해야겠습니다. 좌파 사상은 크게 공산주의와 무정부주의로 갈라지는 중이었는데(물론 개량주의 스탠스인 이른바 사민주의 역시 이 무렵 확산을 거듭했죠), 저자는 이 중 아나키즘 계열이었죠. 그에게 있어 모든 압제, 폭력, 타락과 죄악의 근원은 로마 제국이었고, 이런 권력 혐오 사상이 저 문단에 잘 표현되었습니다.


우리 동아시아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 물론 산지 지형이 특히나 발달했습니다만, 그것 아니라도 이른바 자연친화, 청류 사상, 도가 같은 것이 하나 같이 인위와 문명을 거부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었습니다. 역시 저자보다 조금 앞선 시기의 루소 역시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한 바 있는데,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고들 이야기합니다. 저 앞 페이지에서 저자는 특히 "곰"의 습성과 성향을 찬양하는데, 만약 한국의 단군 신화를 그에게 들려 주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p39에 보면, 본문은 아니고 각주에서 한국어 역자가 단군신화를 언급합니다. 


어떤 사람은 "대체 늑대와 산이 무슨 상관이냐?"고 불만을 토로할 수 있겠으나, 책에는 다음과 같은 말도 나옵니다. "산을 아끼는 사람에게는 늑대가 대평원의 짐승이어서 다행이었다.....(그러나) 늑대는 탄력에 넘치는 근육으로 바위를 뛰어넘어 다니기 좋게 적응했다. 프랑스 산악의 산양이나 영양처럼 진짜 산악동물이 되었다.(하략)"(p149)


저자는 늑대를 혐오한다기보다, 늑대에게서 엿볼 수 있는 인간의 비열한 속성과 사회성에 대한 경멸을 드러낸 거죠. 마치 주자가 표방한 "격물치지"의 응용을 엿보는 듯합니다. 그러나 한 페이지 뒤에는 다음과 같은 말도 있습니다.


"실제로 늑대는 순하고 사회적이다."(!)


아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건지? ㅎㅎ 그러나 솔직히 우리 독자들은 이 구절에서 안심이 됩니다. 동물은 그저 동물일 뿐, 어떤 선하다 악하다 배울 만하다 같은 느낌은 우리 인간이 그에 부여하는 주관적 가치일 뿐입니다. 저자는 결국 인간 사회에 대한 비판을, 동물을 빌려 풍유했을 뿐 결국 동물과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었던 겁니다. 저 앞, "곰 이야기"를 하면서 "차라리"라고 한 건, 늑대를 길들여 개를 만드는 대신 곰을 길들여 다른 동무를 옆에 두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겠죠. 이에는 인간이 걸어 온 지난 발자취에 대한 깊은 회한이 담겨 있는 겁니다. 마치, "고대 로마 아닌, 보다 인간적인 다른 공동체 단위가 그 자리를 채웠더라면?" 처럼 말이죠. 저 같으면 저자에게 인도의 굽타 제국 같은 걸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저자는 유려한 문장과 풍부한 상상력을 구사하지만, 본업이 인문학이기도 하며 이 때문에 책에는 온갖 지질학적 지식이 잘 녹아듭니다. 역시 산의 불규칙성에 감탄하는 문장인데 잠시 인용해 보겠습니다.


"산에서는 비탈과 바위마다 (그) 나름의 독특한 면이 있다. 구성재와 퇴화 물질의 버티는 힘 때문이다. 퇴화하는 물질이 얼마나 오래가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양을 이룬다.... 아무튼 산의 구성요소는 몇 가지 안 된다! 그것을 단순히 몇 가지 조합했는데도 놀랍도록 다양한 모습이다!" (p32)


이하에는 산을 구성하는 바위, 암석이 상당 부분 석영으로 구성되었다는 말, 석영이 규토라는 말, 따라서 산화규소라는 성분이 산 지형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말 등이 이어집니다. 이때 산화는 酸化이며, 산소(O2)라고 할 때의 바로 그 원소 관련이기도 하죠. 우리도 이미  중3 교육과정에서 "우리들이 사는 지구에서 가장 흔히 보는 건 규산염 광물"이란 걸 배워서 알고 있습니다. 


"조면암, 현무암, 흑요석, 경석은 모두 규소, 알루미늄, 칼륨, 소듐, 칼슘이다."(p33)


"옛날에 서로 다른 온도의 층층이 겹친 대기층들은 지질학적 수평층과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했다... 고산과 첨봉과 절벽은 구름에 휩싸이곤 하는데 지상으로 내려앉으려는 시꺼멓게 찌푸린 하늘 같다.... 산은 증기의 증감에 따라 멀거나 가까워 보인다."(p80)


그러니 이 무렵은 자연과학, 인문지리학, 지질학 등이 아직 서로 모순된 국면을 노출하며 복잡한 공존을 이룰 시절이라 하겠습니다. 저자는 본국의 암울한 정치적 상황을 비관하여 스위스로 떠나와 반(半) 망명의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예리한 지성을 번득이며 하늘과 땅과 (그 중간 지대인) 산을 관찰하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며, 인간사 복잡다단함을 관조하고 있었던 거죠. 


스위스 하면 아무래도 한국과는 달리 눈 덮인 산악의 풍광이 인상적인데(물론 한국도 겨울철 중부 지방에는 눈이 자주 옵니다만), 저자 역시 이 점이 눈에 들어왔나 봅니다. 


"시인들이 흰 코트라고 부르듯 눈더미는 찢긴 옷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p94)."


사실 한국에서도 도시 인근의 야트막한 언덕 지형(한국인들은 이런 곳도 산이라고 부르죠)엔, 눈더미가 보기 싫게 여기저기 습하고 그늘 진 곳에 남은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여름철 녹지 않은 눈이 남은 것을 거의 볼 수 없는데(예외라면 전북의 무진장 지역 정도? 그러나 이곳 리조트에서도 인위적 관리를 해야 합니다) 스위스에서는 그렇지 않아 다음과 같은 기술이 책에 있습니다.


"여름날 고산지대에서 잠시 내리는 눈으로도 산은 베일에 덮인다. 그래서 멀리에서 볼 때는 완전히 백설에 뒤덮인 모습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마치 자연이 요술을 부린 듯 작은 산의 부분들이 살짝살짝 보인다."(p95)


"변화무쌍한 풍경은 재미있는 구경거리다."(같은 페이지)


여기서도 알 수 있듯, 저자는 획일성, 일률성, 단조로움, 기계성 등을 혐오하고, 그 대신 자유롭고 변화무쌍하며 틀에 얽매이지 않는 융통성 등을 좋아합니다. 또 저자는 이것이 자연이 인간에게 부여한 본성이라 보며, 압제와 단속, 권력, 상식과 계약에 기초하지 않은 사회성과 질서 등을 궁극적으로 타파해야 할 악, 족쇄로 보는 듯합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이분보다 약 십 몇 년 앞서 출생했고 저술가로서의 시기도 많이 겹치는데, 두 분의 저작을 비교해 보고 어디가 닮았으며 어디서 분기(分岐)하는지 살피는 것도 재미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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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디자인하는 시대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8-22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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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두가 디자인하는 시대

에치오 만치니 저/조은지 역
안그라픽스 | 2016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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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미래를 공동 비전으로". 특히 미국에서 빈털털이 이민자들의 주머니를 꽉꽉 채워주고, 그 중 일부를 굴지의 사업가 수준으로 올려 놓은 2차 산업 혁명(이건 일종의 레트로님이죠. 당시에는 이런 말이 없었을 테니) 당시만 해도, 드리머, 컨스트럭터는 어느 정도는 배타적인 이기주의자들이었습니다. 라버 배론들, 혹은 록펠러(라키펠러) 같은 사업가가 과연 이타적 성향의 위인이라고 평가될 수 있을까요? 허나 당시에는 이런 지독한 일벌레, 일중독자, 근면성실 지상주의자들이 세상을 구원할 이처럼 여겨졌습니다. 물론 가차없이 경쟁자들을 제거하고, 노동자들을 후려 뜯은 살벌한 기업가, 고용주였죠. 하지만 이들이 일으켜 세운 거대한 산업 구조의 기반 위에, 그를 통해 먹을거리를 마련한 "제3의 수혜자"들이 한둘이 아니었고, 많은 폐해가 발생했을망정 전체 구조로는 실보다 득이 컸기에 오늘날까지 자본주의가 존속해 온 겁니다. 아니면 벌써 망했겠죠. 

저자가 지적하는 건 이제 변혁되는 미래 속에서는 이런 패턴으로는 더 이상은 곤란하다는 겁니다. 많이들 들어 보셨겠으나 다가오는 미래에서는 "배타적 소유"보다는 "공유 경제"가 거대한 트렌드로 다가옵니다. 제가 며칠 전 다른 서평에서도 지적했지만 처음에는 이런 흐름에다 "공유 경제"라는 이름, 개념 규정이 붙지도 않았습니다. 단지 위키피디아의 성공 사례를 보고 "내 것을 남에게 오픈하고, 남들의 참여를 통해 내 것을 살찌운다"는 "위키 경제학"이란 신조어가 처음에 유행했을 뿐입니다. 그러던 게 우버라든가 에어비앤비 등 "시설과 물자와 정보의 공유"를 통한 신 부가가치 창출이 여러 산업 섹터를 줄줄이 꿰는 하나의 대세가 되면서, "이런 걸 두고 공유경제"라고 부르는구나 하는 공감대가 새로 형성된 거죠. 20세기식 "배타적 나의 영역"만 고집하는 사고 방식으로는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기가 힘듭니다. 물론 이 글을 쓰는 저부터도 내 물건에 남이 손대는 게 끔찍하게 싫은 이전 시대의 마인드지만, 아 세상이 그리 바뀐다는 데 개인이 어찌 저항하겠습니까.

논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만약 세상이 계속 20세기식 패턴에 머문다면, 꼭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리더십이 아니라, 그저 "맹숭맹숭한 일반 리더십"이라 해도 그리 큰 필요가 없을 겁니다. 개인개인이 자신만의 배타적 공간에서 알아서 잘 하면 전체가 잘 돌아가는 세상인데, 리더가 따로 나서서 뭘 애쓸 필요가 있을까요? 그러나 지금 펼쳐지는 미래는, 환경 오염, 한정된 자원과 공간의 알뜰한 사용, 소름끼치게 다가오는 연결성의 강화 때문에, 사람들과 엮이지 않고는 도통 뭘 이룰 수가 없다는 점에서 더 리더십이 요구되는 겁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4차 산업 혁명"이야말로 진짜 리더십의 본체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다고도 하겠습니다. 여기에서 종래의 탈 윤리 문제도 극복되고, 리더나 개인이나 고도의 윤리성, 협업 자질을 갖춰야 할 진짜 필요성도 대두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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