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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서 읽고 싶을 정도로 굉장히 ..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읽어보고 싶.. 
너무 꼼꼼하게 리뷰를 올려주셔서 .. 
리뷰를 보아하니 책 내용도 너무나 궁.. 
이무것도 안 하는 직업이라는 책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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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전환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9-30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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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창조적 전환

한국경제신문 특별취재팀,삼성경제연구소 공동기획팀 공저
삼성경제연구소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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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기업의 제품이 아이들 목숨과 건강에 치명적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부터가 처음에는 보도도 잘 안 되고 쉬쉬하는 분위기더니, 발생 후 근 5년이 지나서야 수면 위로 떠오르고 급기야는 마지못한 듯 경영인이 나와 형식적인 사과를 하는 데까지 간신히 이르렀으니 말입니다. 사회적 책임은 고사하고 동네 마트 사장님 수준의 하자담보책임까지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넘어가려 들었으니, 더 작은 규모의 영세 기업들의 윤리 수준(moral fiber)야 뭘 새삼 거론하는 게 망설여집니다. 공동체와 더불어 공영 공존 행복을 추구한다는 이른바 "지속 가능 발전"의 모토는 그저 딴세상 이야기였고, 아직도 우리는 제조물의 하자로부터 스스로의 안녕과 건강을 직접 챙겨야 하는 원시 야만의 단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습니다. 19세기 영국도 아니고 말입니다.

요즘은 만인 생산자의 시대라고 합니다. 꼭 거창하게 후츠파 식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아니라도, 워낙에 기업 취직 자체가 힘들고 일단 어렵사리 들어간 직장에서 몇 년 채 배겨내질 못하니, 누구나 생산자(제품이든 서비스든)가 되어야만 일생에 걸친 소비-저축-자녀교육 플랜을 감당할 수 있는 지경입니다. 자영업자 폐업률이 그 어느때보다도 높아지는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구축해서 나만이 사회와 소비 대중에 공급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로 장착해야, 생산력이 떨어지는 노년까지 안락하게 대비할 수 있을지 다들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자의 주장은 한마디로 이것입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공익이 있다." 지금 각자의 먹거리, 필살기를 준비하자는 계제에 갑자기 웬 공익 봉사 활동이 화제로 등장하는가. 다른 목적이 아닙니다. 이제 소비 대중은 그저 싼 가격, 널리 알려진 위신, 허세 등을 지표로 삼아 소비하지 않고, 함께 무엇인가를 만들어 나가자는 "사회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지갑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이에는,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경영 행태, 선량한 기업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쌓아나가는 기업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움직임 뿐 아니라, 내가 싫어하고 사회에서 도태되길 바라는 악덕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비토(veto)하는 네거티브 측면까지 다 포함됩니다. 

예전에 정용진씨가 이런 비슷한 움직임을 두고 "그거 이념적 소비 아니냐?" 같은 말을 했다가 매서운 질타를 들었는데, 기업은 룰 세터가 아니라 룰 테이커일 뿐입니다. 아무리 큰 재벌 기업이라 해도 대중에 맞설 수는 없죠(뭐, 맞설 수도 있을 텐데, 한국의 현실에선 매우 힘들겠네요). 이념적 소비가 대세 중 일부라면, 어쩌겠습니까? 그것도 룰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인 후 그에 알맞는 전략을 짜야죠. 

다시 본지로 돌아가서, 공익이나 봉사라는 게 기업의 본연 활동, 나아가 이익 추구 행위와 불가분의 관계라는 인식에서 저자의 논의는 출발합니다. 만약 어떤 기업의 수익 구조가 "약탈적"으로 짜여져 있다면, 요즘 같은 세상에서 더 이상은 못 버텨낸다는 겁니다. 예전에 제가 들은 얘기인데 어느 재벌(당시에는 재벌이래봐야 국가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지금으로 치면 작은 공장 오너 정도의 규모였겠죠)가의 어린 자녀가 자기 집안 회사에서 만들어내는 과자를 사 달라고 하자, 그 부모 되는 이가, "그건 파는 거라서 안돼!"라고 했다는 게 있습니다. ㅎㅎ 지금 이런 에피소드가 유포된다면 사람들이 치를 떨어할 만한 쇼킹 이슈인데,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특히 먹을거리를 놓고 벌어지는 말썽에 대해서는 예외가 없이 대중의 공분이 일어나기 마련이죠. 예전 우지라면 사건, 쓰레기 만두 사건, 그리고 어제 터진 살충제 계란 사건까지 해서 말입니다. (마지막 것은 특정 기업, 2차 산업 섹터가 아닌, 극히 일부 비양심 농가나 1차 생산 부문에서 저지른 실수로 보입니다만, 이로 인해 선의의 피해 농가가 대거 생기고, 소비자들도 불편을 겪게 된 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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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론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9-2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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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글로벌 경제론

장광호 저
지식의숲 | 2006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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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자본주의 경제 원리의 핵심 중 하나가 "경쟁"이라고 지적합니다. 물건을 파는 측이건, 사려 드는 측이건 간에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에서 최대한 낮은(높은) 가격을 부르기 때문에, 어느새 가격은 모두의 후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점에서 형성이 되고 자원 배분도 최대 효율을 달성한다는 뜻에서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뛰어들어 보면, 힘은 힘대로 들고 성과는 나지 않고, 그저 죽을 맛일 뿐입니다. 이런 걸 두고 "레드 오션"이라고 이미 많은 경영학자들이 개념 규정도 해 두었습니다. 경쟁이 있어야 자본주의가 생명력을 잃지 않고 운용되는데, 막상 경쟁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다 죽을 판이라는 건 지독한 역설입니다.

저자는 "한 번의 경쟁으로 일정한 성과를 차지할 수 있다면 경쟁은 최상의 결과를 낳으나, 과정이 끝도 없는 경쟁 자체로만 이어진다면 아무도 승자가 될 수 없으니 누가 노력을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피터의 법칙도 소개되는데, "유능하다고 계속 승진시키면 결국 감당 못할 자리에까지 올라가게 되니 최상위 직급은 무능한 자들로만 채워진다"는 뜻입니다. 사실 이 말은 논리 구조에 모순도 있고 농담에 가까운 뉘앙스입니다만, 조직의 최상위 관리직에 오른 이들 중 상당수가 생각 밖으로 무능한 위인됨이라거나, 지식도 없고 그저 눈치만 살피는 졸렬한 스타일이란 사실은, 우리가 그리 드물지 않게 접하기도 합니다. 

요즘 나오는 경영서들은 상당수가 "당신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최대한 존중해 주라"는 주문을 합니다. 조직 내 언어폭력, 성차별을 엄금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도 어찌 보면 다 이런 트렌드의 반영인데, 경쟁을 통해 성과를 조장하는 것보다, 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짜 동기가 발휘되어 양질의 제품, 서비스가 생산되는 편이 훨씬 낫다는 공감대가 이미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일할 맛을 느껴 가며 일하는 직원"들로 회사가 채워져야 그 회사가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는 게 역설이라면 역설입니다. 저자는 "적절한 경쟁(과당경쟁은 말할 것도 없고)은 내적 동기보다 못하다"는 말로 이 이치를 요약합니다.

경쟁에서의 승리를 꼭 외적인 보상과 연결시킬 필요가 없고, 플레이어의 내적인 자긍심 충족으로 남는다면 이 역시 내적인 동기 강화 아닐까 하는 반론(p83)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일반적으로는 내적 동기로 연결되지 않고 스트레스로 남을 뿐"이란 결론을 내립니다. 물론 이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도 있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특히 저자는 올림픽 대회 등에서, "은메달"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푹 떨구는 선수들을 지적하며 "이건 아니지 않냐?"고 일침을 놓습니다. 1등 아니면 다 무의미하다는 성적 지상주의의 풍조가 이런 안타까운 모습을 낳았다면서 말입니다. 요즘 아시안게임도 진행되는 시즌인데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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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가치 - 이건규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9-28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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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투자의 가치

이건규 저
부크온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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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과 사업소득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업소득이라 함은 뭐 규모가 큰 사업을 영위하는 분들도 있겠으나 대개는 자영업(으로부터 나오는 소득)을 뜻합니다. 한국 사람이야 대체로 직장인 아니면 자영업자일 텐데 이분들이 레귤러하게 버는 소득만으로는 사실 좀 힘들다는 거고, 그래서 주식이나 채권 등으로 가외의 버는 돈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겠습니다. 요즘은 이런 공감대가 점점 확산되는 추세죠.


"황금도 볼 줄 모르면 그저 돌덩어리일 뿐" 그런데 우리들 대부분은 황금이 황금으로 안 보입니다. 최영 장군처럼 청렴해서 그런 게 아니라 보는 눈이 없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슬프게도 말이죠. 때로 황금을 손에 잘 쥐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운이 좋아서인 경우가 많습니다(예컨대 6월달에 모 제약회사 주식처럼). 저는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그 주식을 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얼마 전에 "나는 지난 십 년 동안 꼼꼼히 공부를 하고 가치주, 성장주에 투자하여 적다고는 할 수 없는 돈을 벌었다. 그런데 지난여름 바이오 광풍 덕에 돈을 번 이들을 보니, 주식은 본래 저렇게 하는 거구나 같은 생각이 들어 몹시 허무했다."고 말하는 분을 봤습니다. 그 허탈한 마음에 많이 공감도 되었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세상이 본래 그런 것을 말입니다. 아무튼 한 순간의 횡재로 벌어들인 금액이, 열심히 땀 흘려 번 노력의 대가보다 적은 건 참 허탈한 일입니다.


그래도 주식은 공부를 해 가면서 투자해야겠죠. 저자는 꼭 알아둬야 할 개념으로 "주가의 볼록성"을 꼽습니다. 어떤 분은 이걸 잘못 읽어서 "주가의 블록성"으로 보던데, 주가는 사실 블록으로 움직이는 성격도 있습니다만 이 책 중에서는 당연히 그 말이 아니죠. 어떤 모멘텀이 있을 때, 혹은 어떤 성과가 나왔을 때, 주가는 딱 그에 비례하여 움직이지 않습니다. 비례하여서만 움직인다면 이것은 "선형적(linear)"라고 합니다. y=x+4 같은 일차함수(=선형함수)는 x가 증가(혹은 감소)하는 만큼만 y가 증가(혹은 감소)하죠. 주가는 그렇지 않고, 오르면 아주 폭등을 하고 내리면 폭락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주변에 횡재했다는 사람도 (의외로) 눈에 많이 띄고, 망했다는 사람도 많은 것입니다. 


사람은 누가 잘됐다고 하면 "아 나도 잘되겠거니" 하는 낙관적인 생각만 하고, 누가 잘못되었다는 소식으로부터는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겠거니" 하는 경각심 같은 건 좀처럼 품지 않습니다(만약 그런 분이 있다면, 아주 건전한 생각을 가진 분이죠). 그러니 너도나도 주식에 뛰어드는 건데, 망할 때 크게 망하고, 망할 확률도 잘될 확률보다 큰 법이니 주식판을 도박판이라 부르는 거겠죠. 여튼 기왕에 "월급이나 사업 소득만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면, 공부를 체계적으로 하고 아주 크게 망할 가능성은 조심스럽게 배제해 가면서 주식 투자를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그래도 나는 원래 촉이 좋다며 모 제약 주식 같은 데에다 몰빵하려는 분들도 있겠죠. 뭐 말릴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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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터 | My Reviews & etc 2020-09-2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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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폴터

빌 맥키번 저/홍성완 역
생각이음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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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지구는 그 표면의 일부를 인간에게 허용할 뿐이지만, 인간은 마치 지구 전체를 독점 소유하는 양 방만한 자유를 누립니다. 특히 화석 연료 사용 이후 인간은 환경을 치명적으로 오염시켰으며, 그 결과는 불가역적으로 악화된 대기, 토양, 해양만을 인간 포함 모든 생명체 앞에 직면하게 했습니다. 공기는 모두에게 주어진 자유재라고 불러 왔으나 이제는 맑은 대기로 숨 쉬는 것도 자유롭지 않고, 깨끗한 물을 마시거나 정결한 토양에서 재배된 농산물을 먹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환경 오염에 대한 경각심은 일찍부터 많은 학자, 활동가들이 일깨워 왔으나, 저자 빌 맥키번처럼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지적한 이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지속적으로 내뿜는 탄소가 일종의 온실 막을 형성하여 온난화를 유발하고, 그 결과 지구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을 상승시키며, 작물의 생육 환경을 변화시켜 농산물의 산출 결과에 큰 영향을 주는 등의 사실은 그 상당수가 이 저자 맥키번의 최초 환기에 기댄 바 큽니다. 그래서 그의 새 책은 많은 뜻있는 독자들로 하여금 호기심과 기대감을 품게 합니다. 기후 변화에 대해 여전히 확신을 못 갖는 이들도 맥키번의 정연하고 참신한 논증에는 귀를 일단 기울이게 됩니다.


이산화탄소의 높은 농도는 육체적 건강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인지능력까지 저하시킨다고 합니다. 이러이러한 나쁜 결과가 생길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밝힐수 있다면, 대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라리 다행스럽습니다. 맥키번은, 가장 위험한 결과라고 하면 어떤 악몽이 우리를 기다릴 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그 자체를 꼽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것이 그저 독자들을 겁 주려고 하는 말이 아님을 부연합니다. 사실 미래의 어떤 끔찍한 결과에 대해, 불성실하고 현실도피적 성향을 갖는 대중이 보이는 반응이란 일단 애써 신뢰성을 폄하하고 보는 겁니다. 그래서 중요한 게, 팩트와 과학적 원리를 분명히 이해하고 이를 이웃과 공유하는, 이지적이고 체계적인 태도입니다. 


신석기 혁명 이래 대량으로 재배하는 작물들은, 고맙게도 인간의 수요에 잘 순응해 왔습니다. 품종 개량이 되어도 큰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잘 자라주어 많은 인류를 기아로부터 구해 왔죠. 그러나 탐욕스러운 인류가 변화시킨 기후 아래에서는, 이런 작물들도 더 이상 종전처럼 잘 자랄 수 없습니다. 한 예로 옥수수는 생육 과정에서 조금만 고온에 노출되어도 탈이 난다고 합니다. 어리석은 인간은 이제 애써 발전시켜 온 먹거리 확보 기술에마저 탈을 끼치기 시작한 겁니다. 


저자가 앞서도 지적했지만 "그 앞날을 알 수 있는 재앙"은 그나마 대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고마운 편입니다. 진짜 무서운 적은 그 정체를 도무지 알 수 없는 재앙이죠. 얼마 전 코비드19의 악영향으로 살던 집에서 내쫓기는 미국인 수가 늘어나리라는 보도가 나왔는데, 맥키번은 이와는 별개로 2050년이면 기후 난민 때문에 본연의 터전에서 내쫓기는 "기후 난민"이 대폭 증가하리라는 예측을 내놓습니다. 그린란드 빙하가 녹기 시작한다는 충격적인 뉴스는 벌써 많은 이들을 걱정시켰고, 주거 가능 지역이 늘어난다거나 원유가 발견되었다는 소식도 문제의 본질을 개선하지는 못합니다. 부작용이 순작용보다 훨씬 큰 것입니다. 


아무리 변화하는 현실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고 혁신이 중요하다고는 해도, 사람이란, 혹은 종족이란, 수백 수천 년 동안 살아온 고유한 패턴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 전통과 습속이 흔들릴 때, 인성도 파괴되고 민심도 흉흉해지기 마련입니다. "그 지대 중 일부는 삼십 년 전만 해도 물에 잘 잠기는 곳이 아니었다." 인도네시아 어느 주민이 했다는 이 말은 의미심장합니다. 매년 나는 홍수인 것 같아도 그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뜻이죠. 치수 기술과 각종 인프라가 발달하는 속도를, 기후 변화로 인한 재앙의 증가세가 압도해 버리는 겁니다.


"지옥에서 온 문제". 이 말은 저자가 어느 정치학자와 인터뷰 했을 때, 그가 기후 파생 이슈를 가리켜 쓴 표현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이런 비유도 씁니다. "으르렁거리는 호랑이는 (으르렁거리는) 정확한 그 순간에 우리를 잡아 먹지는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30년 안에는 이 호랑이가 우리를 잡아먹을 것이 분명하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어디 30년씩이나 걸리겠습니까? 눈을 감고 호랑이를 그저 못 본 척하는 인간은 당장 몇 초 후에 살과 뼈가 찢기는 고통을 겪을 게 분명하죠. 반대로, 정신만 잘 차려 대비하면 설령 호랑이 입에 물려 어디로 끌려가는 중이라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역대 어느 권력자보다도 진보성향임에 분명하지만, 그 역시 역설적이게도 재임 기간 중 치명적인 기술 하나를 세상에 널리 퍼뜨리고 말았습니다. 바로 셰일가스 채굴 기법이 그것인데요. 우습지만 처음에는 환경주의자들도 이에 대해 환영하는 태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모두가 아는 상식이 되었듯이, 셰일에서 가스 혹은 오일을 뽑아내는 파쇄술은 물을 많이 소모할 뿐 아니라 주변 환경을 치명적으로 더립힙니다. 저자가 특히 가슴 아파하는 게 이 대목입니다. 트뤼도 총리 역시 "잘생기고" 진보적인 정치인이지만 "자기 나라에 1730억 배럴 오일이 있는 걸 알고도 가만 놔둘 사람은 없습니다"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닙니다. 안타깝지만 우리 역시 그(들)의 입장을 이해합니다. 이해하지만 동시에 반대합니다.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죠.


p116에 나오는 엑슨의 CEO 렉스 틸러슨은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을 맡았다가 석연치 않은 과정으로 물러난 사람이라서 우리 한국인들에게 이름이 눈에 익습니다. 이사람이 엑슨 CEO로 재직시 집행한 광고에는 환경주의자들(이 책 저자 맥키번 같은 이들)을 두고 유나바머나 찰스 맨슨 같은 자들이라고 비난한 게 있다는데, 후자는 몰라도 유나바머는 그 취한 방법이 아주 지독하게 범죄적이었을망정 메시지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사실은 있었습니다. 1990년대 초반 즈음에 검거되어 큰 화제를 불렀었죠. 


"초보자용 슬로프였던 것이 이제는 최상급자용이 되었다." 파리 기후협약 체결 당시에는 그리 달성하지 어렵지 않았던 목표치가 이제는 거의 불가능 수준으로 치달은 결과에 대해, 지구물리학자 마이클 만이 한 말이라는군요. 많은 이들이 경각심을 갖고 활동했지만 현재 인간이 내뿜는 CO2의 배출 속도에는 오히려 액셀러레이터가 밟히는 수준이라니 놀랍습니다. 


2부 시작에선 저자 개인사가 잠시 나오는데 흥미로웠습니다. 그는 자신을 "순진했던 청년"으로 소개하며, 1960년이기에 "위대한 사회" 같은 슬로건에 익숙했다고도 하는데 존슨의 재임기에 그는 유아~ 초등 저학년 정도였겠으므로 읽으면서 조금 고개가 갸웃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그가 고교를 졸업했을 무렵 기록된 (하나의) 빈부 격차 지표가 역대 가장 낮은 수치였으며, 지금도 이 기록이 깨어지지 않는다는 씁쓸한 팩트입니다. 이것은 무슨 기득권층의 횡포 같은 게 아니라, 중산층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거나, 산업 구조가 더 이상 대량 생산 대량 소비 패턴이 아니라는 점에도 기인하며, 소수의 혁신가가 부를 독점하는 4차 산업 혁명 추세와도 무관치 않습니다. 


철학자, 사상가, 문학가를 평가할 때는 어떤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 단지 그가 속한 시대를 얼마나 잘 대변하는지로 정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아인 랜드가 소개되는데, "자기 할 일이나 잘하자"는 아메리카식 실용주의가 강조되는 부분이죠. 이어 러시아 혁명 때문에 모든 부와 사회적 지위를 빼앗긴 그녀의 가계애 대해 자세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그녀의 <파운틴헤드>에 나오는 건축가 로크는 트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라고 하는데, 실제로 트럼프의 주된 필드인 부동산 개발 역시 건축가의 일과 어느 정도는 통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저자 맥키번이 이토록 길게, 작가 랜드와 트럼프를 인용하는 이유는 물론 랜드의 작품 곳곳에 녹아 있는 개인주의적 보수 이념을 신랄히 비판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마 이 소개와 비판을 읽고 오히려 랜드에 대해 큰 관심을 갖게 된 이들도 (역설적이지만) 있을 겁니다.


빌 클린턴은 특히 미 흑인 유권자에게 큰 은인으로 평가될 만큼 진보적인 정책을 편 대통령이었지만 이 책에서는 그의 세계화 정책 등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봅니다. 또 석유 재벌 코크 형제 역시 다뤄지는데 p155에 제인 메이어의 책 <다크 머니>가 인용되는 중에서이며 저도 이 책을 읽고 3년 전에 리뷰( http://blog.yes24.com/document/9753050 )를 남긴 적 있습니다. 여기서는 볼셰비키 혁명의 참된 진로(그런 게 혹 있다면 말이죠)를 크게 퇴색시키며 자본가들과 검은 협업을 도모한 스탈린도 비판되는데, 이런 걸 보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등이 얼마나 탁월한 예언서(?)였는지 새삼 실감됩니다. 


재생가능에너지 운동은 그저 기술적 장벽에만 부딪히는 게 아니라, 수많은 보수적 반대 세력에 의해서도 좌절됩니다. 티파티 진영에선 이에 대해서도 그 결과를 과학적으로 불신한다든가 해서 반대하며, 태양광 발전이 현재 노정하는 비효율성은 이들의 좋은 타겟이 됩니다. 그러나 저자는 여튼 태양과 바람으로만 산출되는 에너지가 우리 인간이 기댈 곳이 되어야 하며 그런 세상이 반드시 오리라 확신합니다. 여기서도 그는 "휴먼 게임의 무력화"를 걱정하는데, 서두에 나왔지만 이걸 그가 구태여 "게임"이라 부르는 이유는 그 결과의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우리 한국에서도 큰 히트를 친 <특이점이 온다>의 저자 레이 커즈와일도 이 책에서 다뤄지네요. 저자와는 개인적 친분도 있어서 그는 3부 초두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하는데 이건 책에서 직접 읽어 보십시오. 3부의 제목은 "게임의 이름"인데, 이것은 영어 숙어 중 "진짜 중요한 것"을 가리켜 "네임 오브 더 게임"이라 부르는 것에서 유래합니다. 또 이 책의 부제에서 인류의 오랜 여정을 두고 "휴먼 게임"아라 스스로 명명한 점에도 주목해야겠죠. 맥키번은 이처럼 짜임새 있고 입체적, 다중적으로 의미가 통하는, 치밀한 한 권의 책을 참 잘 쓰는 재능이 탁월한 저자입니다. 


커즈와일이 미래에 대한 또하나의 멋진 책을 써 줄 주기가 되었는데, 여튼 최근에 알파고로 큰 걸음을 디딘(혹은 그렇다고 세인들이 말하는) 인공지능에 대해 그가 뭐라고 새로운 비전을 펼칠지도 기대되지만 그의 지인(?)인 맥키번의 "썰"도 재미있습니다. 아직은 약(弱)인공지능만이 시중에 등장했으나, 컴퓨터 한 대가 범용으로 인간만한 지능에 도달하는 시대가 열린다면, 이는 호박벌 한 마리가 케인즈 경제학을 이해하는 만큼이나 놀라운 결과라고 말합니다. 사실 같은 인간이라고 해도 어떤 사람은 새로운 지적 패러다임을 개척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이해 못하며, 또다른 사람은 자신이 이해하지도 못하는 걸 이해하는 양 거짓말을 일삼고 코미디를 연출합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 같은 바보를 뛰어난 사람들이 상처 준다며 저주까지 합니다. 


기존의 인간적 결함을 새 기술이 그저 교정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이는 휴먼 게임에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크리스퍼 기술은 어떻습니까?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인간 게놈 지도가 완성되었다면 서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공동으로 발표까지 했습니다만 현재까지도 우리 인간이 어떤 질환을 획기적으로 치료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무지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어떤 경쟁자들은 분명 한계를 뛰어넘는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저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이런 기술들이 이제 휴먼 게임에 종지부를 찍을 만큼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것입니다. 그것은 아마도 히틀러 같은 악마들이 추종하는 유전적 수월성을 인위적으로 갖춘 맞춤형 아기의 등장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노벨상을 젊었을 때 받은 왓슨 역시 "누가 못난 아기를 원하겠는가?"라고 한 적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물려받은 유전자적 무작위성은, 결정론으로부터 어떤 정신적 자유를 우리 자신에게 허용한다." 물론 특정 정치적 지도자로부터 내려받는 지령이 절대 진리인 줄 아는 일부 몰지각한 인간들에게는 이런 자유가 큰 의미를 갖지 못하겠지만, 인류가 근세 이후 이룬 계몽주의적 자각은 현재의 번영과 부를 낳은 주된 원동력임에 분명합니다. 이제 기술의 발달로 이런 혜택을 반납해야 한다면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겠습니다. 


"신이 사람을 창조했을 때, 죽음도 그 일부가 되게 했다." 이는 수메르의 신화 길가메시 서사시에 나오는 말이라고 합니다. 인간이 불멸을 추구하는 건, 그 불멸이란 게 추구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결과를 부른다는 게 저자의 통찰입니다. 또 이 책에서 계속 반복되는 논지 "휴먼 게임"에 종지부를 찍는 셈이 되는 거죠. 어니스트 베커도 여기서 다시 인용되는데 그는 프로이트를 두고 틀렸다고 단정하면서, "섹스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바로 죽음을 대하는 태도"라고 합니다. 하긴 인간이 성에 그토록 집착하는 건 바로 자신의 죽음을 극복하려는 (무의미한) 발버둥이라 봐도 되죠.


레스터 써로는 1990년대에 <헤드 투 헤드>를 써서 한국에서도 큰 유명세를 탄 경제학자입니다. 일종의 게임 이론 사례인데, 누구나 다 하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 결정을 한 사람만 하지 않으면 그 사람만 공동체에서 바보가 된다는 거죠. 그러나 정의를 위한 투쟁이 결국 무력하기만 하겠습니까? 저자는 "비폭력은, 행동하는 다수가 무자비한 소수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규정합니다. 저자는 이를 환경보호운동에 그대로 적용하여, 우리가 각자의 마음과 심장까지 바꿀 수 있다면 저 무자비한 소수, 즉 산업 자본 엘리트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합니다. 


그는 20세기 후반부터 지금까지의 시기를 낙관적으로 바라봅니다. 그가 보기에 이 시기에는, 많은 대중들의 지적 수준, 인지 능력, 공감대 등이 기록적으로 확산한 성과가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그는 스티븐 핑커를 주로 인용하며 자신의 논거로 삼습니다. 그는 비인간적으로 연산 능력만 확대된 존재를 "로봇"이라 보며, 평범한 시민들의 공감과 연대야말로 이런 악의 세력을 격퇴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 규정합니다.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공감과 연대의 가치는 공동체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가 되며, 그런 공동체는 결코 "falter"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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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 방곤 譯 | My Reviews & etc 2020-09-26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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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구토

장 폴 사르트르 저/방곤 역
문예출판사 | 1999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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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세계문학 전집에서 자주 그 성함을 볼 수 있는 박형규, 방곤 이런 분들은 우리나라 어문학계의 큰어른들이시죠. 박 교수님은 러시아 문학, 방 교수님은 불문학입니다. 사실 방 교수님 번역도 너무 어려워서 저는 이해를 못할 때가 많았더랬습니다. 대표적인 책으로는 렉스프레스(프랑스판 시사주간 <타임>)의 인물 대담 기사를 한 권으로 묶은 <젊은이여 오늘을 이야기하자>가 있는데 지금 읽어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 책에서 렉스프레스誌가 인터뷰한 인물들의 면모가 그야말로 쟁쟁합니다. 만신전이라 불릴 만합니다 ㅋ


아무튼 지금 이 책도 방곤 교수님의 번역인데, 아마 방곤 역 말고도 김희영 역도 많이들 읽으셨을 겁니다. 김희영 교수가 젊으셨을 시절 번역한 건데 학원문화사의 책으로 주로 나왔습니다. 김희영 교수는 예나 지금이나 그리 복잡하지 않게 옮기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구토> 작품 자체가 꽤 난해하기 때문에 이걸 쉽게 읽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뭐가 힘들다는 걸 표현할 때 "토가 나온다(이건 사실 표준 어법에 어긋납니다)"고 하는데, 소박하게 말해서 이 작품 중 주인공 앙투안 로캉탱이 보이는 반응도 거의 정확하게 같은 맥락입니다. 저는 TV 프로그램 <동물농장>을 자주 보는데 우리는 만물의 영장(?) 입장에서 동물들의 행태를 분석적으로 고찰하죠. 허나 동물들도 갖가지 착각을 자기들 나름대로 하고 살 겁니다. 만약 저 동물들이, 인간의 인식을 알아채고 그 호흡에 맞춰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시작을 시작해! 그럼 아마 걔네들도 갑자기 구토를 시작할 겁니다. 실존이란 것의 황폐함은 이와 같습니다. 


우리는 이런 생의, 존재의 무작위성, 무의미성을 대체 견딜 수 없고 이 현타의 순간 우리의 모든 비루함이 한꺼번에 다가와 그 주체로 하여금 "구토"하게 합니다. 이 난해한 소설은 결국 제가 위에 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고 (이제는) 말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김희영 역을 중2때 처음 읽었는데, 이제 나이가 드니까 오랜 수수께끼들이 하나씩 풀리는 느낌입니다. 


수수께끼가 풀렸다고 좋아할 게 아니라, 그 해답이란 실로 역겹고 한심합니다. 모르는 게 나았을 만큼이죠. 사춘기 시절은 인생에서 가장 환하고 아름다운 시절인데, 실존의 비루함을 깨달으라니 그보다 가혹한 처사는 없을 듯합니다. 중2때 제가 머리가 나빠서 사르트르의 말을 이해 못 한 게 아니라, 아마 이해하기가 싫어서 짐짓 모르는 척 했던 것 같습니다 ㅋㅋ 우리 모두, 꿈에서 깨지 말고 행복한 착각 속에 계속 살도록 합시다. 뭐 우리 마음이죠. 신도 함부로 간섭 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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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사채제도의 개선방안 - 전삼현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9-2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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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전환사채제도의 개선방안

전삼현 저
자유기업원 | 200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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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사채는 본디 채권자에 대해 채권으로 발행된 것이, 일정 요건 하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만약에 어떤 기업이 장래가 유망하다 싶으면, 채권자로 하여금 회사 주식으로 바꿀 수 있게 해 준다면(그럴 기회를 준다면) 사채 모집이 훨씬 쉬울 것입니다. 


보통 사채라고 하면 私債를 생각하기 때문에 인식이 부정적입니다. 그러나 증권 시장에서 사채는 "社債", 즉 회사가 증권 형식으로 발행하고 액면에 적힌 금액(원금과 이자)을 무조건 지불하게 하는 증서를 뜻합니다. 따라서 私債가 떠올리게 하는 부정적 연상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전환사채의 순기능은 이자지급 부담의 경감입니다. 많은 기업의 경우 채무를 과다하게 지고, 이에 대한 이자 지급 때문에 영업이익을 아무리 높게 벌어 내어도 기업의 형편이 언제나 쪼들리게 됩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코스닥 기업을 분석할 때 언제나 이 부분을 주목하죠. 


소위 세력이라는 게 들어올 때, 요즘은 매집을 하고 시세 조종을 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전환사채를 기업으로부터 받아냅니다. 차트 하단의 거래량 막대를 보고 "세력이 들어왔네" 어쩌구 하는 건 구식입니다. 사실 아주 촉이 좋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래프만 보고 그게 세력이 들어온 거래량인지 알겠습니까? 당일 우루루 몰려왔다가 전망이 나쁜 걸 알고 재빨리 털고 나가는 일반 개미일 수도 있죠. 차트에 그렇게 표시된 그래프만으로는 매도인지 매수인지 알 수 없습니다.  


요즘은 미국 주식도 많이 하는데, 아직도 w를 보고 영어 사전을 찾아서 첫번째 뜻만 보고는 "영장 거래가 뭐지?"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명색이 투자를 하면서 해당 기업의 기초 스펙도 파악 안 하고 우루루 몰려다니는 건 참 무모한 행태입니다. 


이 책은 제도 사항을 분석, 해설한 내용이라서 주식 투자에 직접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만, 뉴스를 보고 이 사실이 어떤 파장을 부륿지 분석을 하려면 역시 제도 자체를 빠삭하게 알아야 합니다.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알아야 정확한 예측과 대응이 가능하며, 유튜브에서 남들이 하는 말만 따라가서는 돈이 안 벌리는 게 당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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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왜 사회적 책임에 주목하는가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9-24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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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업은 왜 사회적 책임에 주목하는가

데이비드 보겔 저/김민주,김선희 공역
거름 | 2006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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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기업의 제품이 아이들 목숨과 건강에 치명적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부터가 처음에는 보도도 잘 안 되고 쉬쉬하는 분위기더니, 발생 후 근 5년이 지나서야 수면 위로 떠오르고 급기야는 마지못한 듯 경영인이 나와 형식적인 사과를 하는 데까지 간신히 이르렀으니 말입니다. 사회적 책임은 고사하고 동네 마트 사장님 수준의 하자담보책임까지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넘어가려 들었으니, 더 작은 규모의 영세 기업들의 윤리 수준(moral fiber)야 뭘 새삼 거론하는 게 망설여집니다. 공동체와 더불어 공영 공존 행복을 추구한다는 이른바 "지속 가능 발전"의 모토는 그저 딴세상 이야기였고, 아직도 우리는 제조물의 하자로부터 스스로의 안녕과 건강을 직접 챙겨야 하는 원시 야만의 단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습니다. 19세기 영국도 아니고 말입니다.

요즘은 만인 생산자의 시대라고 합니다. 꼭 거창하게 후츠파 식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아니라도, 워낙에 기업 취직 자체가 힘들고 일단 어렵사리 들어간 직장에서 몇 년 채 배겨내질 못하니, 누구나 생산자(제품이든 서비스든)가 되어야만 일생에 걸친 소비-저축-자녀교육 플랜을 감당할 수 있는 지경입니다. 자영업자 폐업률이 그 어느때보다도 높아지는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구축해서 나만이 사회와 소비 대중에 공급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로 장착해야, 생산력이 떨어지는 노년까지 안락하게 대비할 수 있을지 다들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업은 그저 물건만 잘 만들고 서비스만 확실히 해 주면 된다는 생각은, 물론 아직도 장인정신 직업윤리의식이 매우 일천한 우리 풍토에서 아직 효능이 다한 아이디어는 아니겠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완벽에 가까운 기능과 정성 어린 서비스는 그 자체로 사회에 기여하는 행위가 맞습니다. 그러나 현재처럼 경쟁이 치열하고 전(全) 산업 분야가 레드 오션화(化)하는 풍조에선, 기업이 그저 제 할 일만 얌체같이 끝내고 밥그릇만 싹 챙겨 발을 빼는 태도로는 더 이상 지역 공동체와 소비자 대중에게 환영 받을 수 없습니다. 다시 저자의 주장으로 돌아가 봅니다. "당신만이 기여할 수 있는 봉사와 공익이 분명히 있다." 이 기업은 그저 물건만 팔아먹고 끝이 아니라, 마치 옛 농촌에서 다들 이웃처럼 지내며 품앗이로 경제 이익을 공유하듯, 우리 곁에 머물면서 없어서는 안 될 정(情)을 나눌 가족과도 같은 존재라는 걸, 기업은 그의 고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이해시켜야 합니다. 바로 여기서, 허위와 과장에 가득찬 브랜드 이미지 광고, 실질적 효용이 아닌 허상만을 부풀려 사회적 자원과 재화가 비생산적 섹터로 낭비되게 하는 마이너스 잉여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의 건강성을 담보하게 체질 개선도 이룰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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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열어가는 사람들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9-23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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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래를 열어가는 사람들

한국신지식인협회 저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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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산업의 판도가 본질적으로 바뀌려는 일대 혁명이, IT 혁신, 모바일 이노베이션이라는 트렌드와 맞물려 (아직까지는 파생적이라 할 양태로)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이런 추세는, 조만간 wag the dog, 주객 전도의 양상으로 우리가 활동하는 경제 환경, 변수를 송두리째 바꿔 놓을 기세입니다. 어떻게 보면 금융 섹터는 실물의 성장 과실만을 빨아먹고 사는 얄미운 종속 변수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오랜 예전부터 음지에서 상황을 주시하다, 결정적 국면에 도약하여 "게임의 규칙"을 근본에서 바꿔 놓는 역할을 즐겨 행해 왔습니다. 이번에도, 금융 분야의 이 거대한 혁신은 비록  타 영역의 자극을 받아 외생적으로 시작되었지만, 곧 자체 대변혁을 거쳐 변화의 파고를 몇 십 배는 증폭시켜 연쇄 도미노의 빚을 되갚을 전망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느낀 바는, "돌고 도는 돈의 흐름이 결국 우리 목줄을 쥐고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과 두려움이었습니다.

외환위기 이전 한국 금융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말로 표현하면 너무 소박하게 들리지만 "수수료 이슈"였습니다. 제도의 비효율을 발생시키는, 가장 본질적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눈에 가장 거슬리는 장애는, 거래의 성패와 성과의 가시성에 무관하게, 전문가와 금융사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받아챙기는 수수료처럼 보였습니다, 이를 최초로 문제 삼고, "관공서처럼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대중에 강요하는 게 아닌, 본연의 존재 이유대로 그저 소비자에게 서비스하는 금융업"을 내세운 게 미래에셋이었죠. 이 업체의 대성공을 통해, 한국인들도 은행, 증권사가 그리 고압적 태도를 유지해 온 근거가 대단히 빈약하거나, 심지어 부당하기까지 했다는 사실을 새삼 각성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핀테크라는 키워드로 대표되는 이 거대한 금융 섹터의 혁신 바람은, 기본적으로 인건비를 축소하고, 거래 비용을 최소화하며, 시장에서의 가격 형성을 방해하는 모든 비효율 요소를, 역사상 처음으로 완전 제거하여. 자금의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 이상적인 완전 시장의 거래를 통한 아이디얼 코스트를 매기자는 취지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실물 시장에서도 교과서 밖에서는 존재하지 못했던, 아니 그에 수렴할 뿐 영원히 도달하지는 못할 것으로 여겨졌던 "완전 경쟁 균형 가격"이, 금융 섹터에서 먼저 실현을 보게 하자는 것입니다. 어떤 세력이나 국가가 주도하는 것도 아니고(1990년대 WTO를 두고서는 인위적인 계획이 있었습니다), 민간으로부터의 자율적 움직임으로부터 이런 놀라운 개혁이 시작되었다는 점이, 독자와 관측자를 더 경악에 휩싸이게 하는 것이구요.

이 책은, 공신력이라는 명분을 걸고, 거대한 비능률 요소를 몸에서 떨궈낼 생각을 하지 않은 채, 시설과 물적 네트워크만 잔뜩 구축하여 "중개상 권력"을 유지해 온 금융 권력이, 소비자에게 친근하고 사용이 간편하며 부대 비용이 0에 가까운 효율적 결제 방식을 마련하여, 어떤 보무로 패기만만하게 기존의 은행들을 대체해 나가는지 자세히 르포하고 있습니다. 개중엔 혁신 트렌드에 일찍 눈을 떠서, 자체 혁신으로 니치 마켓을 메꿔 나가는 거대 은행의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후의 격변이 일어났던 빙하기에 덩치 큰 공룡이 대거 멸종한 후, 작고 빠른 포유류가 지상을 제패했듯, 이런 변화의 바람에 보다 능숙히 대처하는 쪽은 벤처 영웅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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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시대 한반도 평화의 길 | My Reviews & etc 2020-09-22 20:56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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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G2 시대 한반도 평화의 길

강정구,박기학 공저/평화통일연구소 편
한울아카데미 | 201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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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맹주국의 지위가 딱히 존재하지 않고, 여전히 지역 차원에서 강국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세라면, 그런 현실은 리더의 지휘를 받는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저자는 이 점에서, 문제의 핵심을 명쾌하게 짚어 준 대단한 혜안을 보였습니다. 문제의 인식이 바로잡혀야, 문제의 해결, 현상의 타파(혹은 발전)가 가능할 텐데요. 종래 G2의 지배라는 인식틀로는 현재 우리의 눈 앞에 벌어지는 문제의 해결은커녕, 올바른 설명조차 힘든 경우가 많았죠. 저자는, "지금은 맹주국, 초강대국이 하나, 둘, 혹은 다섯 정도가 존재하여 전체 패권을 노리는 형세가 아니라, 그저 힘 좀 쓰는 강대국이  각자의 영역에서 할거하며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모습이다."라고 규정합니다. 저는 최근에 니코 멜레가 쓴 <거대 권력의 종말>을 읽었습니다만, "거대 권력"의 상정 자체가 구시대적 패러다임의 일부입니다. 현재는 어떤 이유에서건, 모든 플레이어가 게임에 참여하여,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룰의 형성과 결정에 자신이 일정 부분 참여하기를 강력히 요구하는 모습입니다. GXX의 시대라면, "G"가 이 모두를 책임지고 결정하면 됩니다. "G"가 상징하는 강력한 패권 주체가 없기에, 다자적 파워 게임이 일상화되고, 외견상 혼란스러운 정세가 빚어지고 있죠. 

왜 이처럼, "리더가 사라진 세상"이 도래하였는가? 근본적으로는 자본 효율의 한계 때문입니다. 저자는 대단히 넓은, 장기 역사의 시야를 두고 통시적 접근을 시도합니다. 유럽에서 군주 개인의 사유물이 아닌 국민 국가가 대두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요? 국력을 키우려다 보니, 귀족과 기사 계급의 무력만으로는 유지가 힘들었고, 나폴레옹은 유럽 최초로 국민 개병제를 실시, 특권적 무장 집단이 아닌 보편 징병제 군대로 국가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려 했습니다. 비슷한 모습으로, 각국의 자본은 국내 시장 성장에 있어 한계를 느끼다 보니, 해외로 영역을 넓히려 했고, 처음에는 식민지화의 선택을 추구하다, 2차 대전의 결과로 모두에게 모든 시장을 개방한다는, 종속적 블럭의 전면 폐지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무력 침공으로 자국 영역을 확대하는 선택을 포기하다 보니, 타국의 경제 주체를 잘 구슬려 자신과 유리한 조건으로 동맹을 시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닥 강한 나라가 아니라도, 상황에 따라 목소리가 높아지는 건 바로 이런 "다자 참여"의 형세가 마련되어서입니다.  

다른 하나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입니다. 저자는  H G 웰즈의 한 문장을 소개하고 있습니다만, 여기서 그의 예지력은 놀랍다 못해 소름이 끼칠 지경입니다. "... 인류가 어느 장소에서건 어떤 시각에건 '인류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지식 집결체에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한다.... 이런 세상에서는, 중앙집권적 실체가 타인을 통제하는 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질 것이다...." 부의 편재는 여전히 극복 안 된 모순이지만, 정보와 지식은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모두의 공유 자산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서양 속담에 "아는 것(지식)이 곧 힘이다"가 있죠. 지식과 정보가 보편화하면, 권력 역시 보편화하고, 보편화한 힘은 더 이상 배타적 권력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합니다. G로 상징되는 거대 권력은, 빙하기를 맞이한 공룡만큼이나 시대 부적응적 존재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실제로 이 책에서도 잘 나오는 것처럼, G2의 한 축이라는(일부에서 그렇게 잘못 주장된) 중국은, 세계 곳곳에서 염치 불고하고 소소한 경제적 이권 챙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지난 냉전 시절 미, 소 두 패권국은, 체면 때문에라도 과감히 "퍼주는" 정책을 고수했지, 이런 낯뜨거운 이삭줍기를 한 적이 없죠. 사정은 미국도 다르지 않고, 그보다 못한 러시아, 브라질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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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 프로 일잘러의 업무 공식 S.T.A.R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0-09-21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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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언택트 시대, 프로 일잘러의 업무 공식 S.T.A.R

김용무,손병기 저
팜파스 | 202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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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잘하는 것에도 공식이 있습니다. 물론 어느 직장이건 마치 타고났다는 듯 기획이면 기획, 영업이면 영업, PT면 PT, 신입 시절부터 사수도 없이 척척 잘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그런 사람은 극소수이며 우리들 대부분은 신입 시절 어떤 지침이 있고 롤모델이 있어야 직장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나마 사기업은 사수가 비공식적으로 붙기라도 하지만, 공무원은 그런 것도 없고 나이가 어리건 많건 간에 자신이 스스로 알아서 해 나가야 합니다. 여튼 일반적으로 직장에서 일하는 패턴, 위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스타일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으므로 이것부터라도 우선 야무지게 챙긴다면 직장에서 훨씬 편하게 첫발을 디딜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이런 책을 고를 때, 아유 그저 위에서 지적이나 안 받고 남들 하는 만큼만 좀 했으면 좋겠어, 이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책을 읽고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우선 그런 무사안일의 마인드 자체를 버려야, 그나마 현 직장에서 버텨내는 수준이라도 가능합니다. 내 영혼과 피지컬을 여기서 하얗게 불태운다는 각오가 되어 있어야, 이 책에 나온 모든 충고와 제안이 피부로 다가오거나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저자는 톰 피터스의 그 유명한 책을 인용하여, "우리 모두는 미 인코퍼레이티드의 CEO이다"라는 구절을 독자에게 상기시킵니다. 뭐 예를 들어 제가 김진철이면 김진철 주식회사의 회장님이다 이거죠. 나를 브랜딩하고 나를 최상의 상품으로 부각하며(마케팅) 또 실제로 그에 걸맞게 내실을 키워야 합니다. 

 

또 톰 피터스의 같은 책에서 "업무는 프로젝트이다"라는 말을 환기합니다. 내가 작은 회사의 CEO라고 여기고, 거래처에게 일을 따온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냥 급여를 받기 위해 시키는 일을 죽지 못해 하는 것과는 열정(p35)과 성과 면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후자의 경우 저자는 "그냥 하루 늙었다" 같은 느낌 외에 아무것도 안 남는다고 합니다. 나는 직원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맡아 오는 거래처의 사장이다, 다시 마음에 새겨야 하겠습니다. 물론 이런 마음이 절로 들게끔 사장님 역시 직원한테 최소한의 존중을 해 줘야 하고 신 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사람을 그저 이용이나 하고 최소 급여로 뭘 뽑아나 먹으려는 구시대 마인드로는 요즘은 아무도 붙어있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여튼 저자가 제시하는 일잘러의 공식 STAR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살펴 보겠습니다. 

 

S(센스 오브 디렉션. 방향감각) -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는지, 어디로 가는지, 고객은 누구인지를 먼저 확실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일은 그저 내가 잘하는 일을 기계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이 일을 해 달라는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까지 가고 어디서 멈추며 어떤 성과를 내야 하는지를 알고 그에 맞게 일을 해야 하는 거죠. 

 

T(태스크 매니지먼트) - 말하자면 디테일입니다. 막연하게 누구를 만족시켜야겠다가 아니라, 이 사람은 어디에서 언제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이것을 원하므로 1단계 이것, 다음 단계 저것 하는 식으로, 목표 달성을 위해 세부 작업을 구체화하여 배분하고 현실화시키는 과정입니다. 보통 일 잘한다고 하면 이런 걸 가리키지만 저자는 보다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네 공식으로 분류를 하고 논의를 전개합니다. 

 

A(어저스트 프라이어리티) - 업무 성격에 맞는 우선순위 조정입니다. 일 못하는 사람은 성격이 전혀 다른 업무로 와서도 이전의 우선순위를 고집하는데 일이 달라지면 달라지는 대로 우선순위를 바꿔야 합니다. 


R(리스크 매니지먼트+리포팅+리서치) - 이 역시 어떤 사람의 진짜 실력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위기를 노련하게 넘길 때 그 사람은 윗선에게 칭찬받고 동료에게 갈채받고 부하에게 리더십을 공인받습니다. 또 리포팅과 리서칭은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p46)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첫번째, 방향성을 잘 포착하려면 저자는 이 업무의 스테이크 홀더(이해 관계자)가 누군인지를 살펴야 한다(p67)고 주장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할 수 있으나 책에서는 예를 들어서 가상의 박 차장이 영업본부의 기획통인데, 각 팀 실적을 정리하고 내년 사업 계획을 멋지게 PT할 생각입니다. 이때 영업본부장만 염두에 두면 되겠냐는 겁니다. 타 팀의 팀장들, 각 팀에서 자료 만드는 실무자(이들에게 자료를 받아야 합니다), 또 다른 본부에서 일하는 자기 같은 기획통까지 다 염두에 둬야 "하수를 면한다"는 게 저자의 말입니다. 내가 아는 걸 다른 사람들이 당연히 알겠거니 여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며 공유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식의 저주(p57)를 피할 수 있습니다. 

 

다른 예를 들어 결혼을 앞둔 나 대리는 누구를 스테이크 홀더로 여기고 일을 진행해야 하는가. 물론 예비 신부가 가장 높은 우선순위지만 장인 장모님, 자신의 부모님 등이 모두 스테이크홀더이며 이들을 동시에 염두에 둔 준비라야 큰 일이 잘 마무리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모든 스테이크 홀더를 똑같은 비중으로 둘 수는 없고 우선순위, 가중치를 잘 배분하자는 게 저자의 취지입니다. 

 

거의 모든 프로젝트는 삼각관계라는 게 있다고 합니다. 기대보다 너무 높은 품질을 맞춰 갖고 가면, "좋긴 한데 비용은? 요즘 이 일만 하나?(우선순위)" 같은 반응이 나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 질이 낮으면 이는 품질사고(事故)라고 합니다(p75). 품질이 낮으면 다시 작업을 해야 하고, "일반적으로 비용을 늘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작업 시간을 추가로 투입하여(오버타임) 이를 보충해야 한다"는 거죠(p75). 그래서 비용, 작업 범위, 시간 사이의 삼각관계를 적절히 조절해서 애초에 프로젝트의 방향성 자체를 정확히 정립하고 일을 추진해야 합니다. 

 

디테일을 잘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 디테일이란 것도 일의 전체를 바라보고 난 후에 업무를 쪼개야 합니다. 저자는 이를 위해 WBS를 제시하는데, 워크 브레이크다운 스트럭처, 즉 작업 분류 체계(p90)를 적극 활용하라고 합니다. 이것이 원활해지려면 계층성, 완결성, 포괄성의 원리 셋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완결성은 같은 수위에서 모든 것이 빠짐 없이 포함된다는 뜻이고, 포괄성은 하위 업무를 다 하고 나면 자동으로 직상위 업무가 완성되게 하는 걸 말합니다. 

 

WBS에도 하향식이 있고 상향식이 있는데(p96) 전자는 일하는 사람 본인이 해 본 적 있거나 전문성이 있는 경우에 적용합니다. 후자는 기존에 없던 업무를 위해 디테일을 먼저 철저히 파악하고 서서히 윗단계로 일을 완성해 나가는 방식이며 팀원들이 지혜를 모아 행하는 대부분의 일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어느 방식이건 간에 MECE가 중요한데 이 파트에서는 별 설명이 없지만 매우 중요한 개념이므로 조금 뒤인 p120에 따로 뽑아서 자세히 설명해 줍니다. 사실 이 분야에 속한 책 어디서도 강조하는 개념이므로 웬만한 독자이면 내용을 알겠으나(혹은 학교에서 배웠거나), pp.120~121에서 더 심화한 버전으로 익혀 둬도 좋겠습니다. p121 말미에 잠시 참고서적 소개도 있네요.

 

두번째 T공식에서 작업의 디테일과 완성도를 강조했다면, 세번째 A공식에서는 작업과 작업 사이의 관계에 집중해야 합니다. 간트 차트가 나오는데 계획 품의서, 중간 보고서에 자주 쓰이는 형식(p127)으로 많은 이들에게 익숙할 만한 폼입니다. 그 뒤에는 많이들 해 보셨을 PERT, 크리티컬 패스 등이 나오는데 경영학개론 시간에 필수로 나올 뿐 아니라 각종 자격증 시험에까지 단골 출제 항목이죠. 잊지 말아야 할 건, 한눈에 보이도록 해야 관계이니 순서이니 우선순위이니 진척도니 하는 게 파악이 된다는 겁니다. 한눈에 보이도록! 이 "한눈에 보이게"의 중요성은 책 저 뒤 p254에서도 FLOW 기법을 설명하면서 강조됩니다. 

 

리스크를 고려하는 건 예전에는 CEO의 일이라고 여겨 왔습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CEO는 최전방에서 조직의 운명을 걱정하고, 직원들은 시키는 일의 세부사항만 신경 쓰면 되었죠.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앞으로 다시 돌아가서, "노예한테 시키는 자존감 없는 일(p23)"이 아니라, 뭐라고요? 나한테 사장이 맡긴 프로젝트입니다. 내가 진행하는 (일단) 내 프로젝트인데 왜 내가 이 일의 리스크를 신경 안 쓰겠습니까? 무책임하게 말입니다.

 

리스크 관리에서는 발생가능성을 가로축(row), 영향지표를 세로축(column)으로 두고 매트릭스를 만듭니다(p162). 그러면 각 리스크 간의 우선순위가 보기 좋게 도출됩니다. 이 매트릭스 방법은 저 뒤 p204에도 나오는데, 거기서는 시간을 고려한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법으로 쓰입니다. 세로축에 긴급성, 가로축에 중요성을 두고 업무를 네 칸(혹은 그 이상)에 배분합니다. 이로서 우선순위가 정해지죠. 


네번째 R 공식에는 리스크 관리 말고도 리포팅이 있었습니다. 사실 직원 레벨에서는 위기관리보다 중요한 게 (상사와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셔) 이 리포팅이 조금 더 높은 순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에서도 분량이 조금 더 많습니다. 이 리포팅에서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p174)입니다. 형식도 수신인, 제목, 도입부, 본문, 인사말에서 서명까지 깔끔해야 합니다. 

 

사회에도 해결사가 있듯 회의도 그저 회의 자체를 위한 무익한, 심지어 해롭기까지 한 회의가 되지 않으려면 퍼실리테이터가 있어야 합니다. 참석자, 프로세스, 목적, 결과 등 4P를 염두에 두고 사전에 꼼꼼히 실무를 챙기는 퍼실리테이터가 따로 있으면 좋습니다. 

 

일잘러는 항상 여유가 있고, 이 여유의 비결은 초반에 항상 80%를 미리 해 두는 것입니다. 이걸 두고 시간 파레토 곡선(p199)이라고 합니다. 파레토의 80대 20의 법칙을 떠올리면 명칭의 유래와 함의까지를 알 수 있겠네요. 피터 드러커는 "고성과 조직일수록, 또 효율이 높은 조직일수록, 일을 할 때 소리가 나지 않는다(p201)"고 말했다고 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느끼는 바였는데, 일을 할 때 한 가지 일만 하면 오히려 집중도가 떨어집니다. 이를 두고 저자는 업무의 이종교배라고 부릅니다(p217). 일과 일뿐 아니라, 업무와 학습 역시도 이종교배의 효율성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단 일과 놀이의 이종교배는... 글쎄요. 

 

아무래도 직장인에게는 정보가 가장 소중한 자산입니다. 얼마 전 동학개미가 일으킨(게다가 유동성이 대거 풀린 국제 장세에다가 뜬금없던 테슬라 폭등이 합쳐 벌어진) 주식 열풍 때도 초기에 들어가서 요령껏 분위기 파악한 사람은 큰 돈 번 사람이 제법 많고, 끝물에 들어간 사람은 결국 상투만 잡고 물린 겁니다. 그래서 네번째 공식 중 리서치가 무척 중요한데 단 책에서는 5장에 통합하지 않고 7장에 따로 분리시켜 놨습니다. 

 

아날로그 방식의 메모 중요성은 여러 책에서 강조하는데 이 책도 예외가 아니며 "아날로그 메모 시스템을 만들자(p245)고 제언합니다. 좋은 예시로는 코넬식 노트 정리법이 있습니다. 정리와 메모의 달인으로는 봉준호, 정구호, 신유진 등의 유명인이 모범으로 제시되네요. 

 

p267 이하에, 본문의 모든 내용이 비주얼로 깔끔하게 요약되며 아래에는 독자의 노트 공간도 제공됩니다. 이런 책은 확실히 눈으로 읽고 끝내면 안 되며 내가 펜을 잡고 실전 적용을 해 봐야 합니다. 

 

매 챕터가 끝날 무렵 저자는 예제를 하나씩 제시하여 실전에서 이 공식(STAR)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자세히 설명합니다. 이 부분까지 꼼꼼히 읽고 내가 지금 하는 일에 어떻게 응용이 될지 숙고하는 과정까지 거쳐야 책을 완전히 읽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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