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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우리에게 두 개의 콩팥을 주었다 | My Reviews & etc 2021-01-3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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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신은 우리에게 두 개의 콩팥을 주었다

류정호 저
파람북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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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류정호님은 "성조 님"의 배우자입니다. 성조 님이 남편이고 저자분께서 그 아내죠. 이 책에서 남편 성조님은 줄곧 그 성함으로 불리는데 "남편"이라든가 "그이" 같은 대체의 호칭이 아니라는 게 독자의 마음을 더 울컥하게 만듭니다. 남편은 그저 남편 역할을 하는 분, 혹은 아이 아빠에 머무는 의미가 아니라, 저자의 곁에서 오랜 동안 감정을 나누고 모든 것을 공감하고 먼 곳(가까운 곳이라 해도)을 함께 보는 친구이자 동반자이자 가장 가까운 사람입니다. 

 

"성조는 환갑을 병실에서 치렀다.(p33)"

 

"지난 30년간 앓아온 당뇨병이 합병증의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문장이 저자가 밝히는 그 모든 사연의 서막을 알리는 문장입니다. 당뇨병은 어떻게 보면 한국인 상당수가 앓는 질환이며, 사람에 따라 당장 급격한, 심각한 징후를 드러내지 않기도 하기에 젊었을 때는 무심히 넘어갈 수도 있죠. "엄지발가락 아래로 손가락보다 굵은 물집이 생겼"는데 이때 병원에 가지 않고 그냥 터뜨린 후 적당히 빨간 약 바르고 처치를 하셨답니다. 이때부터 병세가 급격히 나빠졌다고 하시네요. 

 

이때부터 나쁜 신장 기능이 그 병폐를 극적으로 드러내어 혈압이 높아지고 배에는 복수가 차고 기침이 심해지셨다고 합니다. 이처럼 신장 기능 악화가 어느 지점을 넘어가면 사람이 견딜 수 없으니까 투석을 하게 되는 겁니다. 투석은 당사자께서도 고통스럽지만 옆에서 보고 있는 가족, 특히 배우자의 고통이 이루말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물집 사건은 남편분께서 나이 마흔 때에 생겼고 그 이후로 관리를 하셨을 텐데도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우리 모두도 젊었을 때 건강을 지켜야 합니다. 독자인 저도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는 육식을 즐겼는데 이제는 더욱, 절대 자제하고 채식 위주로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는 뭐 발에 물집이 잡힌다거나 하는 일이 없고, 몇 년 전에 어딜 도보로 다녀 오고 나서 물집이 잡혔을 때도 그냥 손으로 벅벅 긁고 껍질을 툭 떼어내고 말았는데 이 책을 읽고 겁이 덜컥 났습니다. 지금은 건강하니까 별 문제가 없지만 선생님처럼 나이가 들고 알게모르게 병이 진행되어 일정 단계를 넘기거나 하면 뭐 이건 돌이킬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한때 친구들은 나를 목련이라고 불렀다. 시간은 급류로 흘러 목련이 하얀 꽃을 틔우던 3월에 손녀가 태어났고 나는 할머니가 되었다.(p22)"

 

이 책을 다 읽고, 참 치열하고 아름답고 지독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로렌조 오일>을 보면 의학에 문외한이던 부모가 난치병에 걸린 아이를 구하기 위해 의사들도 모르던 신약 물질 하나를 발견할 만큼 집요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한때 목련꽃처럼 아름다웠고, 그에 어울리는 사랑을 한 남자에게 평생 쏟은 어느 여인이, 적지 않은 연령에 달하여 연인이자 남편이자 손주의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한쪽 신장을 기증하는 이야기. 소설이 아니라 우리 근처의 실제 인생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놀라울 뿐입니다. 

 

사실 신장 이식은 혈연관계라야 그나마 매칭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 책 중에는 저자분의 지인 며느리와 시어머니에 얽힌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신장을 이식하면 자녀를 못 가질 위험이 높아진다는 말에 남편은 그래도 좋으니 어머니한테 기증을 해 줄 수 없냐고 부탁하더랍니다. 많은 경우, 며느리가 시모에게 신장 기증을 한다, 이거는 생각이고 뭐고 할 것도 없는 무리한 상황이죠. 그래도 이 사연의 당사자는 한때 그럴 생각이 있었는데, 막상 매칭 진단을 받고 나자 남펀의 태도가 그런 데 대해 섭섭함을 느끼고 결국 하지 않기로 결정한 후 시댁 식구들과 사이가 다 나빠졌다고 합니다. 

 

집안마다 사정이 다 다른 법이므로 자기 기준으로 뭐가 맞다 그르다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만 사실 평균적인 상황이라면 절대 무리입니다. 오히려 그런 걸 요구한 시모나 시댁 식구들이 욕을 먹을 겁니다. 그렇다고는 하나 이런 문제를 평균 판단에 기댈 수는 없습니다. 다 각자만의 절박한 사연이 있겠으니 말입니다. 하나 확실한 건, 이런 걸 보면 꼭 무슨 본인만이 정답을 알고 있다는 듯 단칼에 잘라서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겁니다. 경박하고 생각 짧으며 신뢰를 못 할 말이며, 남의 집안에 분란이나 일으키기 좋은 인간이죠. 

 

여튼 혈연관계도 없는 시모와 자부가 매칭이 된다는 것도 공교롭고 드문 일인데, 부부관계라고 다를 게 없습니다. 처음에 검사를 했을 때 "성호 님"과 자신이 잘 맞는다는 결과를 받아들고 저자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요? "지난 30년 간 우리는 극심한 성격 차이로 매번 갈등을 빚곤 했다.(p53)"오히려 매번 알콩달콩 닭살 돋는 사이가 아니라 성격 차이를 어느 정도 즐기는 분들이었다고 하니 더 놀랍고 더 가슴이 아파집니다. 사실 진짜 서로 좋아하는 이들은 서로의 개성 차이를 더 재미있어하고 높은 차원에서 갈등을 승화시킵니다.이런 유형이 (영화 대사에서나 나올 법한) "내 빈 곳을 네가 채워주는(완성해주는)구나."라고 할 만한, 진짜 금슬이 좋은 사이죠. 

 

"결혼이란 감정이나 본능에 이끌리는 게 아니라 선택의 문제이다. 인격적이고 자유로운 의지로 선택해야 한다... 성조는 요란한 말이 아닌 마음으로 말하는 법을 아는 사나이다.(p73)"

 

막상 남편이 되자 자신의 감정을 일일이 살펴 주지 않아 서러웠다고 하시는 말씀이 있는데 모든 남자들이 이 점을 신경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여자들이 원하는 건 알고 보면 단순한 게 아닐까요. "마음으로 말하는 법을 아는 사나이"가 되는 건 사실 쉬운 게 아니며 어떻게 보면 그렇게 타고난 분이 따로 있는 겁니다. 그렇게 못할 바에는 일단 말로라도 여자를 잘 달래 줄 줄 알아야 할 듯합니다. 

 

확실히 엘리트 출신 답게 책에는 다양한 고전, 전거에서 인용한 문장들이 등장합니다. p94에는 사마천의 <사기>에서 이런저런 환자에 대해 논평하는 대목이 재인용되는데 이 와중에도 환자로서 자신의 마음가짐에 대해 반성을 하는 인격적 여유가 놀라웠습니다. 남편을 치료하는 이 교수님터러 "인술(仁術)을 베푸는 분"이란 평가도 있습니다. "의술은 인술"이라는 말이 예전에는 일상처럼 흔했는데 현재는 워낙 그런 풍토와 멀어지다 보니 말 자체도 낯설어진 듯합니다. 

 

"과거에는 당뇨병이란 잘먹고 잘사는 사람들이나 걸리는 부자병이었다(p87)." 확실히 저런 말이 있었던 듯도 합니다. 지금은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는데, 한국의 살림살이가 그만큼 극적으로 나아진 것도 있고 당뇨병이 그만큼 보편화하여 누구에게나 공포의 대상이 된 이유도 있겠습니다. 못 먹고 못 살아도 당뇨를 안 앓는 편이 당연히 낫지 않겠습니까? 책에 보면 가족력도 있고, "청량음료를 물처럼 달고 산" 습관도 있다고 합니다. 정말정말 조심해야 하며, 담배 광고 금지하는 것처럼 탄산이나 이런저런 음료 광고도 좀 규제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이 와중에도 저자는 요 1년 사이에 우리 일상을 위협하는 대 질병이 되어버린 코로나 19에 대해서도 짧은 경각의 한 마디(p43)를 추가하시네요. 

 

"아인, 아프게 하여 진심으로 미안하오. 나 자신이 죄인이오..(p139)."

 

"수술이 끝나고 나흘째 되는 날에야 성조가 보낸 메시지를 보았다." 무슨 수술이고 메시지인고 하니 저자님이 남편분께 드디어 신장 이식 수술을 해 드리고 난 후란 뜻입니다. 세상에는 목숨을 바쳐 사랑해도 조직이 맞지 않아 이식을 못하는 경우도 많겠고(대부분이죠), 다른 건강 사정이 여의치 않아 공여를 못하는 경우도 많겠습니다. 여튼 자신의 신장을, 사랑하는 사람 그 누구를 위해 떼어준다는 건 보통 사람으로는 상상을 못 할 경지입니다. 솔직히 상상만 해도 기절할 것 같습니다. 과거에 부모님을 위해 허벅지 살을 잘라 먹였다는 일화가 많았으나 그런 일과도 비교할 게 아닙니다. 허벅지 살 자르는 게 쉽다는 게 아니라, flesh wounds는 여튼 낫기는 하지 않습니까? 장기 공여와 비교 대상이 못 되죠.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다.(p14)"

 

기독교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유명한 아담의 말입니다. 저 말만 들어도 배우자를 처음으로 곁에 둔 기쁨과 흥겨움이 어느 정도였을지 절로 지면 밖으로 전해 오는 듯만 합니다. 이상적인 배우자와 배우자 사이란 이처럼 서로 죽고 못 사는 사이라야 하겠죠. 그렇다고 해도, 장기를 떼어 주는 건 또 완전히,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그럴 엄두가 나는 나지 않는다고 고백해도 별로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말입니다. 

 

"지난주 오실 때 72kg이었던 게 오늘 60.8kg이니 그동안 몸에 쌓였던 노폐물이 모두 빠져나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이식된 신장의 상태가 워낙 좋아서요.(p181)"

 

이렇게까지 상태가 좋아질 수 있다니 명의의 집도도 집도이지만 두 분의 연이 그야말로 하늘에서 맺어준 바라 해야 할 듯합니다. 우리 독자들이 책 펼 때부터 알게 된 (기막힌) 이후 사연이지만 류정호 선생님은 남편분께 신장 공여를 해 주신 후 급성 혈액암으로 투병 중이십니다.

"한 쪽 문이 열리니 다른 쪽 문이 닫혔다"

 

보통 이 말은 반대로 쓰이죠. 어느 희망이 없어진 듯하니 신이 인간을 죽이지는 않는 듯 다른 쪽으로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저자 류정호 선생님께 닥친 비극의 운명은 정반대입니다. 남편분이 급한 고비를 넘기시니 이제는 본인이 위중해진 거죠. 사람은 이럴 때, 자신의 의지와 선택으로 어떤 방도를 취할 수 없을 때 비로소 신께 의지하게 되나 봅니다. 그렇다고 해도 저자님의 의연한 태도는 막다른 구석에 몰려 비로소 기복을 시도하는 천박하고 이기적인 신앙이 절대 아닙니다. 나와 나의 배우자 건강이 위급지경인데 이처럼이나 다양한 방면으로 사색의 방향을 틀 줄 알고 주변까지 두루 챙기신다는 게 예사 인격의 성숙됨이 아니며, 수양의 결과물이라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인간은 막다른 길에 다다라서야 그 진짜 품격이 드러난다고 하죠. 이야말로 신이 예비한 섭리라 하겠습니다. 꼭 현세에서 합당한 보상이 뒤따르지 않는다 해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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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왜 무너지는가 | My Reviews & etc 2021-01-31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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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대한민국은 왜 무너지는가

정병석 저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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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의 장래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가뜩이나 전염병 때문에 뒤숭숭한데다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는 듯한 징후도 곳곳에서 눈에 띄고 아예 국가의 방향성과 장기 지표에 대해 근본적인 이견이 불거지는 등 총체적인 혼란상이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국가에 대한 신뢰감이 크지 않다... 세월호 비극에 국민이 분노한 것은 해양경찰을 비롯한 국가 기관이 이들의 구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은 데에 있다...(p111)" 이 책에도 나오지만 우리 국민은 대개 해외에 나가도 재외공관의 역할에 대해 큰 불신을 갖습니다. 전화를 걸어도 불친절하고 성의 없는 답을 듣는 게 보통인데 이미 민간 서비스가 어느 수준에 달한 상황에서 이런 대접을 그것도 같은 한국인에게 받으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재외공관 직원들(외교관 포함)에게 일반 국민이 그런 요구를 해도 그걸 무리하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그것은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운용되는 기관이 아닙니까? 친절해야 하고, 당연히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세월호 문제는 이 책 p63 이하에서도 다시 다뤄집니다. 당연히 이 사건이 정파적 이슈가 아니며, 많은 국민들이 시스템의 근본 문제로 인식을 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특히 미국에서, 해외로 나가 싸우던 군인이 전사하면 반드시 유해(remains)를 운구해 오고 이를 정중한 예식에 맞추어 만인이 보는 앞에서 거행하는 관습을 지적합니다. 이러니 미국인들은 내가 조국을 위해 싸우다 죽어도 저런 합당한 대우를 받겠구나, 내 남겨진 가족들은 배려를 받겠구나 같은 안심을 하고 싸워도 싸우게 됩니다. 물론 우리 국민들, 특히 젊은이들은 그런 게 없어도 충천하는 애국심으로, 혹 전쟁이라도 터지면 바로 총 들고 나가서 싸울 겁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우리가 이제 버젓한 국가의 꼴을 갖추게 되었으면 제발 좀 저런 걸 따라해서 위신과 자부심을 좀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예전에 저도 읽은 책인데 "역사의 종언"이라는 말과 논문으로 유명해진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p75)는 1990년대 초반에 <트러스트>라는 책을 써서 화제가 되었었습니다. 당시 한국어로는 제목 번역을 하지 않고 그대로 "트러스트"라는 타이틀을 달았었습니다. 그 책에서 저자는 특히 한국 재벌문화의 병폐를 지적하며 전문경영인에게 전권을 주지 않는 등 가족경영의 후진적인 잔재를 비판하기도 했다고 이 책에 나옵니다. 

 

요즘 부쩍 심해진 층간소음 문제도, 이웃 간에 불신에서 비롯한 바가 큽니다. 층간 소음을 내도 된다는 게 아니라, 에이 뭐 애가 있으면 그럴 수도 있지, 먹고사느라 늦게 퇴근해서 밤에 세탁기를 안 돌리면 다음 날 출근도 힘들 텐데... 같은 배려가 잘 아는 사람 같으면 가능하다는 겁니다. 또 아 밑에 사는 형님 피곤할 텐데 세탁기는 일요일에 돌리고 나는 대충 씻고 자야겠다 같은 마음도, 모르는 사람한테라면 잘 생길 마음이 아니긴 합니다. 그러나, 현대 도시 생활은 2차적 관계가 대부분이므로 기본적으로 매너를 갖춰야 하는 게 맞습니다. 아는 사이든 모르는 사이든 간에요. 문제는, 이런 신뢰 형성의 2차 관계 실태가 한국에서는 매우 부족하다는 거죠. 

 

아마 영미 문화의 가장 자부심 가질 만한 패턴이, 이른바 개인의 자의적 지배가 아닌 "법의 지배", 즉 룰 오브 로가 아닐까 싶습니다. 빌 클린턴 시절에 재닛 리노 법무장관이 불법 입국자를 가사도우미로 고용한 것 때문에 비판을 받았는데 그때 언론은 "룰 오브 리노"라며 날이면 날마다 신랄히 비꼬았습니다. 법의 지배, 즉 법치에는 예외가 없고, 통치자건 그 누구건 간에(p158) 동일한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게 이 원칙의 요체입니다. 

 

미국도 현재 공화 민주 양 진영 사이에 대화와 타협이 없고 죽일 듯 극한으로 몰고가며 싸우는 풍조가 일반화되었지만 한국은 사실 올바른 민주정치 풍토가 항상, 상시적으로 정치판을 지배해 왔습니다. 저자는 조선 시대 유학자들이 붕당을 짓고 서로를 "사문난적"이라 규정하며 절멸의 투쟁을 펼치던 상황을 지적합니다. 이태준 교수님이 "붕당정치"를 개념화하여 일제가 의식적으로 주입하던 "당쟁"의 컨셉을 대체했고 상당부분이 타당하기는 하나, 특히 숙종 대에 이르러 더 이상 순화와 공존이 불가능할 만큼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던 것도 분명합니다. 이인좌의 난이 만에 하나 성공했으면 노론은 아마 씨가 마를 만큼 철저한 숙청을 당했겠는데, 그렇게 되면 악이 패배하고 정의가 승리하는 결과였겠습니까? 나는 절대선이고 상대가 절대악이라고 상정하는 자체가 초등학생에게나 어울리는 미숙한 사고의 발로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 영국, 프랑스도 별 차이가 없으니 뭘 보고 배워야할지 모르겠네요. ㅋ 애초에 누굴 따라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성숙해지고 모범을 만들어야 합니다. 

 

예전에는 "영국 신사"라는 말이 유행하고 널리 인정 받았으나 1980년대 전반에 축구장에서 훌리건들의 큰 난동이 벌어진 이래 이런 이미지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죠. 제국주의의 위선이니 뭐니 하는 말은 좀 다른 평면에서 논의되어야 하겠으므로 파블로프의 개처럼 경우에 맞지도 않는 조건 반사 행태를 보일 게 아니라, 일종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로 이 "지난 시대의 관습"을 조명하자면, 확실히 영국이라는 나라가 지리적, 인구학적 핸디캡을 극복하고 번영과 풍요를 누린 건 절제와 포용, 이성적인 문제 대처, 침착하고 계산적인 접근 방법 등이 큰 기여를 한 게 분명합니다. 그 중에는 새뮤얼 스마일즈 류의 검약론 같은 것도 있습니다. 

 

이 책에는 또 1990년대 한창 인기를 모았던 "경주 최부잣집" 이야기(p105)도 나옵니다. 물론 실존 가문이며, 숱한 명문가가 부침을 거듭할 때 홀로 지역에서 4백년 동안 평판을 유지한 그 비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칭송을 아끼지 않았죠. 과연 그 유구한 명문가의 품격은 변함이 없어서 일제 강점기에는 백범 김 구 선생에게 독립 운동 자금까지 보냈다고 하니 만인의 사표가 될 만합니다. 

 

조선 시대에는 국가의 공식 모토 중 하나가 "사농공상"이었을 만큼 상공업을 천시하는 풍조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정반대로 산업 자본가라야 돈을 모으고 사회에서 행세깨나 하는 분위기이니 격세지감이죠. 이 책에는 "크게 부자가 되면 생명이 위험해지는 위기를 겪는 경우가 다 있었다(p45)"는 말도 나오는데, 실제로 특정 정파가 정변이라도 일으키거나, 반대로 모함이라도 받으면 평소에 스폰서 노릇을 했던 거상(巨商)이 함께 변을 당하여 멸문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죠. 우리나라 사람들 잘 하는 말이 "그만큼 해먹었으니..." 같은 건데 실제로 해당 부자가 해먹어서 그런 재산을 모았는지, 남달리 피나는 노력의 결과로 그렇게 되었는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무작정 나보다 나은 사람은 시기하고 보는 못되고 비생산적인 마인드로는 사회가 발전이라는 걸 할 수가 없습니다. 

 

사람이 지난 원한을 갚고자 칼을 갈고, 자신이 못 하면 자식 대에서라도 분을 풀고자 마음을 먹으면 뭐 끝이 없습니다. 세상이 아주 절멸할 때까지 죽이고 피를 흘려야 합니다. 간디는 "눈에는 눈"이란 원칙을 끝까지 관철하면 우리 모두는 눈이 멀 수밖에 없다고도 했습니다. 넬슨 만델라(p126)는 본인도 많은 피해를 입은 처지였지만 권력을 잡고 나서 가해자에게도 관용을 베풀었고 이런 화해의 정신 덕분에 오늘날 "그나마" 남아공이 생지옥으로 바뀌지 않고 최소한의 나라꼴이나 유지가 되는 거죠. 인간사 지혜는 이런 벤테타를 멈추고 적정 선에서 공존을 도모하는 건데, 감정으로 치달으면 결국 너도 죽고 나도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영어 속담에 live and let live라는 게 있는데, 한국 역시 성공적으로 번영과 공존을 도모하려면 화해와 포용의 정신, 그리고 과거보다는 미래를 향해 같은 지점을 바라보는 성숙함이 더욱 필요해지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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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팀장의 비하인드 스토리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1-01-30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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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사팀장의 비하인드 스토리

박창욱 저
행복에너지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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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창욱 선생님은 (이 책 책날개에 따르면) "평생 사람을 연구"하신 분입니다. 예전에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꼼꼼한 사무처리, 정확한 상황 판단, 청렴한 태도, 방대한 업무 지식, 이 모두가 필요한 덕목이지만, 결국 사람을 어떻게 파악하고 용인(用人)하고 적시적소에 배치하느냐가 일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사람의 그릇과 심리와 포부와 기량과 심산을 다 파악하면 천하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뜻도 됩니다. 

 

그런데 독자로서 저는 그 다음 구절이 눈에 띄었습니다. "사람을 '안다'는 것의 한계를 절감하고, '다른 사람에게 가치 있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연구"하기 시작하셨다는 겁니다. 우리는 흔히 스스로 똑똑하다고, 유능하다고 자부하는 이들이 인물을 감정하는 걸 자주 봅니다. 물론 그런 판단 중 상당수는 정확한 결론일 겁니다. 허나, 그렇게 남을 판단하는 사람 본인은 남에게 판단을 받지 않을까요? 오히려 함부로 남을 판단하는 사람은 주위에서 환영 못 받고 조직 안에서 견제의 대상이 되기 쉬우며, 나쁜 평판도 따라오기 쉽습니다. 결국 현자는, 내가 남을 판단하기보다 남에게 내가 더 좋은 평판을 받는 사람, 남에게 가치 있는 사람이 되는 길을 선택하고, 이것이 진짜 승자가 되는 길임을 깨닫게 되지 않을지요? 저자께서 말씀하신 이 길이야말로 처세의 궁극이 아닐까 싶습니다. 길의 끝까지 가 본 사람이라야 이런 겸손한 결론을 도출하게 될 것입니다.

 

책은 세 파트로 나뉘어 있습니다. "'인사쟁이'이신 저자 본인의 생각과 삶을 담은 첫 파트,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경험이나 에피소드가 담긴 두 번째 파트, 모집과 채용에 관한 글의 세 번째 파트"(p9)입니다. 특히 현재 취업을 준비 중인 젊은 세대가 많이 참고할 만한 내용이겠으며, 평생 HR로 잔뼈가 굵으신 분의 말씀이니만큼 이 세 번째 파트를 주의깊게 읽어봐야겠습니다. 

 

살아오신 경험에서 비롯한 여러 생생한 일화를 들려 주시는 가운데에도, 참으로 지혜와 교훈이 가득한 말씀이 많습니다. 18년 전에 큰 화제가 되었던 멜 깁슨의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 "패션"이란 무슨 뜻입니까? "열정"이 아니라 "수난"이라는 거죠(p60). 저자는 이를 두고 한 단어에 서로 모순되는 두 뜻이 담겨 있다고 평합니다. 이른바 contronym이라는 건데, 사실 영어 네이티브들은 이 단어를 contronym으로 분류하지는 잘 않습니다. 단지 우리말 "열정"에 꽤 긍정적인 느낌이 들어있다 보니 우리 한국인들만 번역을 보고 그리 느끼는 거죠. 여튼 열정이 곧 수난일 수 있다는 저자의 지적은 젊은이들이 꼭 새겨들을 만합니다. 이때의 열정은 꼭 야단법석을 부리는 게 아니라, 조용한 가운데 자신의 목적(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열정"의 대체어로 삼을 만하다고 합니다)을 추구(p61)할 수도 있죠. 이 말도 한번 곰곰 새겨 보십시오.

 

"고통이 없는 목표는 진정한 목표가 아니라 말로만 하는 것이다(p61)."

 

저자는 (주)대우 무역부문에서 커리어의 중요 시기를 보낸 분이라고 나옵니다(p106, p72 등). 대우는 지금 김우중 회장의 몰락과 함께 시대의 뒤편으로 사라졌으나 한때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기업이었습니다. 예전에 저도 이 독후감( https://blog.naver.com/gloria045/222055160222 )에다가, 한때 당당했던 그룹 대우 출신 인사들의 회고와 다짐을 읽고 제 느낌을 적은 적 있습니다. 이런 대기업에서 인사를 담당하셨던 분이니 사람을 볻기만 해도 견적이 주루룩 나오시지 않겠습니까. 신입 말고 경력사원의 경우 저자는 지원자와의 면접을 마치고 "악수의 강도, 몸의 냄새, 액세서리, 손의 청결도" 등을 다 체크하다고 합니다(경력사원의 경우임을 유의하십시오). 1~2초 안에 결론이 난다는 것이며 저자는 이 대목에서 말콤 글래드웰(우리 독자들도 잘 아는 바로 그분)의 책 한 구절을 재인용(p101)합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다름 아닌 이 대목에서 그 지원자가 평소에 쌓은 습관, 훈련됨, 씩씩함, 반듯함 등이, 목소리나 몸짓에서 다 드러난다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인생이 이처럼이나 만만치 않은 겁니다. 게으르고 불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은 이런 분한테 걸려 면접 단계에서 다 판정이 나는 거죠.


면접장 안의 "내숭(p102)"과 면접장 밖의 본모습이 큰 차이 나는 경우, 저자는 특별히 실무자들에게 당부하여 이런 무의식적인 게으름, 불성실함, 겉과 속이 다른 모습 등을 잘 걸러내라고 당부했다고 합니다. 면접장 안과 밖이 현저히 차이 나는 이런 양극단의 모습이야말로 인사 담당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결정적인 불합격 요인이라고 합니다. 대기업의 경우는 면접자들에게 교통비를 지급하는데(p104), 이때 공손하게 받는지, 몇 걸음 나아간 후 아예 봉투를 열어 보고 타 대기업의 금액과 비교해 보는지, 큰 소리로 떠들며 까불거리는지를 다 체크하신다고 하네요. 여튼 평소에 조신하고 성실한 사람이 높은 점수를 받는 건 불변의 이치입니다. 다음 말을 한번 잘 새겨 보십시오.

 

"면접은 시험이 아니라 삶 그 자체이다(p107)."

 

학위가 전부가 아니라고도 합니다. 대략 20년 전부터 미국 등지에서 MBA를 따 와 주요 스펙으로 추가하는 경향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게 설령 청탁이 있다 해도, "사람에 따라 독이 될 수 있다(p106)"며 결코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일단 뽑고 나서 지켜봤는데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그만두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며 실무자들에게 "다음에는 MBA 출신 절대 뽑지 말죠." 같은 극단적인 말도 듣는다고 합니다. 사람이 자기 일신도 못 추스리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비슷한 경력을 지닌 다음 사람들에게까지 폐를 끼치는 셈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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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오역 - 이재호 | My Reviews & etc 2021-01-2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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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문화의 오역

이재호 저
동인(종로) | 2005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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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 생각보다 매우매우 어려운 작업이어서, 한국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오역을 지적한 책만 해도 매우 많이 출판됩니다. 번역에 종사하거나 그러려고 마음을 먹은 이들이 아니라 해도, 순전히 영문 텍스트, 영어 대화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책들은 꼭 읽어 봐야 할 듯합니다. 

 

제가 이 책을 읽게 된 건 검색을 하다가, 예전 영화 윌리엄 와일러 <우리 생애 최고의 해>가 오역이라는 글을 우연히 보게 되어서였습니다. "아니, 그게 뭐가 잘못일까?" 그래서 동네 도서관에서 대출을 해서 해당 페이지부터 읽었는데, 저자의 논거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YEARS는 "해"가 아니라 "세월"이라는 뜻이다. 영화를 보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젊은 날을 군대에서 보내고, 몸이 불편해져 돌아왔는데도 사회의 시선은 그저 냉담할 뿐이라... 

 

그러니 오역이 명백하죠. "우리 생애 최고의 해"라고 하면 한없이 밝고 행복한 영화를 대뜸 떠올리겠지만, 저 설명을 읽고 보면 그보다 더 슬퍼질 수가 없습니다. 사실 이는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처럼 반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여튼 저자가 지적하는 저 뜻이 제일의(第一義)임이 상식에 비추어서도 분명합니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쳐온 각양각색의 오역이 이 책에는 망라적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정말 볼만합니다. 하다못해 케이블 TV에 나온 엉터리 자막의 예도 방영일자까지 포함해서 여러 건이 나옵니다. 뭐 그런 건 무시해도 되겠으나, 이런저런 이름난 책들에서 보이는 여러 오역의 사례 등은 우리 독자들이 참된 공부의 목적을 위해서라도 읽어 봐야 할 내용들입니다.

 

이 책에는 주로 고 이윤기씨의 이런저런 책이나 글에서 발견된 오류들이 여러 건, 아주 많이, 지적되기도 합니다. 특정인에 좀 지나치게 포커스가 맞춰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책이란 본래 정확한 사실을 캐는 게 소명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이윤기 선생님의 아름다운 글, 뛰어난 상상력, 심오한 사색 등을 너무도 좋아하면서 성장했다고 자부하는 편이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어렸을 때 읽었던 그의 글을 읽으면 지금도 가슴이 뜁니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팩트는 팩트대로 가려야 합니다. 이 책에 실린 모든 지적들은 대체로 정확한 지적으로 사료됩니다만, 그렇다고 이윤기 선생의 글이 지닌 아름다움이나 인문적 가치가 많이 퇴색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p88에는 "작은 신의 아이들"이 오역이라고 나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이었으나 저는 작년 10월 2일 쓴 어느 글(책프 22기 13주차)에서 "비루한 신"이라고 제 생각을 말한 적 있습니다. 이 책에는 "하위신"이라 나오는데 모든 신이 다 그리스 신화 체계에 나오는 신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아마추어이지만 감히 제 생각이 더 맞지 않냐고 주장해 봅니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도 오역의 사례로 나옵니다. translation의 죽은 뜻 중에는 "황홀경"이라는 뜻이 있다는 거죠. 이 역시 영화를 보면 관객들더러 일차로 받아들이라는 의미는 "통역"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단, 저자의 지적대로 주인공들은 통역이 필요 없는 사람들입니다. 예전에 영어참고서에서 본 단어 중에 trance라는 게 있는데 translation의 저 뜻과 통합니다. 또 오역 여부를 떠나 러닝 타이틀로서(상업적 관점에서) 저 제목은 잘 붙여진 경우에 속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영어 원제보다도 말입니다. ㅎㅎ

 

여러 오역을 바로잡는 책인데 간혹 미스프린트가 보여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독후감에 구태여 리스트를 추가하지는 않겠습니다. 내일 도서관에 책을 반납해야 하는데 저는 다음 기회에 이 책을 구입하여 소장할 생각입니다. 유익한 내용이 정말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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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빅 트렌드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1-01-28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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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스타트업 빅 트렌드

Try Everything 사무국 저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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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역 중에는 역사 내 층계 사이의 작은 공간을 이용하여 창업 컨설팅을 해 준다는 안내가 붙은 곳이 있습니다. 지나갈 때마다 서울시가 참 열일한다, 해당되는 젊은 창업자들에게 도움이 되겠다 같은 생각이 스쳐지나가곤 했습니다. 이 책은 3자 명의 공저로 되어 있는데, 그 중 둘이 서울시 투자창업과, 서울창업허브입니다(나머지 한 곳은 매일경제 지식부). 책의 프롤로그에서는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분명 힘이 있다(p4)"고 하며,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의지도 주목할 만하다(p5)"고도 합니다. 현황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지만 플레이어들이 활력을 유지하고, 그 후원자들도 유능하다면 일단 그 미래에 힘이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 책은 작년(2020)에 열린 TRY EVERYTHING 2020이라는 행사에 대한 자세한 (지면상)재현과 평가를 담은 기록이기도 합니다. 강연, 경진대회, 전시홍보, 멘토 멘티 프로그램 등으로 채워진 행사였으며 미국의 테크크런치 같은 행사가 되게 글로벌 규모로 열렸다고 합니다. 작년이 제1회였는데 앞으로도 한국 내는 물론 세계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즐기는 축제가 되도록 이어진다고 합니다. 독자인 저는 사실 당시에 전혀 몰랐는데 참 뜻깊은 이벤트였겠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알파벳이라는 기업을 모르는 분이 있는데 구글 관련 지주회사입니다. 꼭 코로나가 아니었다고 해도 요즘은 화상 대담, 인터뷰 형식이 무시못할 주류인데 존 헤네시 회장을,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장이 좌장이 되어 이끈 대담이 있었고 이 책 가장 처음에 실렸습니다. 

 

LG가 얼마 전 스마트폰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로 발표를 하여 아직까지 여파가 진정되지 않습니다. LG MC의 가장 큰 패착 중 하나로 많은 이들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의 실패를 꼽습니다(이는 삼전도 사실 큰 차이가 없습니다만). 헤네시 회장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하던 시절에도 언제나 인텔은 기술 경쟁력을 잃지 않았는데, 요즘 처음으로 근본적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p16)을 합니다. 며칠 전 인텔이 (경쟁사라고도 볼 수 있는) 삼전에 GPU 파운드리 수주를 주겠다고 했으며, 몇 달 전에는 하이닉스에 낸드 사업부를 팔았습니다. 이게 다 앞으로는 소프트웨어 지배역량 강화에 더 힘을 쏟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죠.

 

요즘은 이용자 경험의 공유가 사업 성패의 요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메이크어스 우상범 대표는 수익성을 생각 않고 그저 좋아하는 일이었기에 "토크 콘서트"의 연사 초빙, 티켓 판매, 대관(p39) 등의 업무를 시작했었다고 합니다. 이 신 나는 체험을 더 널리 공유하기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 하나를 "인수"했고, 1년 만에 영상제작 PD 100명을 영입하여 국내 페북 내 1등 미디어(p40) "딩고"를 성공적으로 유저들에게 각인시켰다고 합니다. 사실 책 읽기 전에 독자인 저는 딩고가 뭔지도 몰랐는데 읽고 나서 검색해 봤습니다. 우 대표의결론은 "1등, 그것도 압도적인 1등을 해야 살아남는다"는 것입니다. 

 

요즘 테슬라 덕에 국내에서도 돈 많이 벌었다는 개미 투자자들이 많죠(이 글 쓰는 시점 근처 며칠 동안에는 크게 내렸습니다만 작년 봄부터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존 맥닐 씨는 그 회사의 글로벌 세일즈 앤 서비스 사장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테슬라 카를 사려면 어느 전시장이나 딜러 사무실에 가야 하는 게 아니고, 주문을 하면 유저가 편하게 척 갖다 준다고들 제가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테슬라 마니아들에게 이분은 친숙한 존재이거나, 최소한 직접 업무에 관여하는 분이겠죠. 이 책의 주요 주제 중 하나는 "기업의 스케일업"인데, 모르긴 해도 테슬라보다 이 이슈에 대해 더 할 말이 많은 기업도 없을 듯합니다. 스케일업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게 테슬라죠. 그가 말하는 핵심은 "간결화, 단순화"라는군요. 우리가 아는 "선택과 집중"과도 통하며, 어디까지나 사용자가 편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전략의 초점을 맞추라고 합니다.

 

"유니콘 기업은 현지화에 투자해야 한다(p57)." JF 고디어라는 분은 "스타트업 지놈 대표"인데, 이 회사가 하는 일은 스타트업을 발굴 지원하고, 나아가 스케일업을 돕는 것이라고 합니다(p59). 그는 말레이시아의 그랩 같은 회사를 예로 들며, "이 회사는 우버를 카피했지만 우버가 할 수 없는 시장경쟁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수십 억 달러의 가치를 만들어 내었다(p61)"고 합니다. 한국에 수십억원짜리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같은 그룹 안에서 부러운데 수십억 달러... 이 대담에는 패널로 마크 랜돌프 공동창업자(넷플릭스)도 참여했는데 그가 한 말은 "해외에 진출할 때 그 나라의 컨텐트 크레에이터를 존중하려 노력했다"입니다. 과연 요즘 한국에서 넷플릭스가 승승장구하는 걸 보면 그 판단이 맞았다 싶습니다.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한국인들이 자국 컨텐츠에 로열하니 말입니다. 

 

"라이브 칠링(p78)"이라는 말을 들어봤나요? 꼭 코로나가 아니라도, 요즘은 별 용건 없이 영상을 틀어놓고 랜선 미팅, 랜선 술자리 같은 걸 만들며 즐기는게 젊은이들 사이의 새로운 문화라고 합니다. 이는 스무디 대표 조현근 씨의 말입니다. 그런데 몇 년 전 사물인터넷의 보안 오류로 인해 한국인들의 일상이 알지도 못하는 중국인들 사이에 공유된 사건처럼, 이런 세상일수록 보안이 또 중요(p80)하겠죠. 센스톤 대표 유창훈 씨의 말입니다. 

 

스마트폰 덕분에 다양한 앱을 깔고 다채로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대신 설치시 이런저런 권한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 중 중요한 게 "위치 정보"이며, 실제로 스타트업 중 가장 유망한 분야가 이 위치정보 기반(p89)일 것입니다. 여기서 제가 관심 깊게 읽은 파트는 마티유 바레라는 아이디인베스트 매니징 파트너의 말들이었습니다. 예전에 오바마가 한국에 왔을 때 네이버니 카카오톡이니 하는 IT 기업들을 일일이 거명해서 한국인들을 놀라게 했죠. 이처럼, 예전과는 달리 한국에서 성공한 기업은 해외에서도 (우리 생각 외로) 인지도가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분도 쿠팡에 대해서 빠삭하게 알고 있는 등 우리 독자들에게 의외의 놀라움을 줍니다. 그가 스타트업을 선별(하여 투자)하는 기준은 창업자의 리더십, 재능, 경청 능력, 회복 탄력성(p94)이라고 합니다. 

 

레이 커즈와일 박사는 우리가 <특이점이 온다>로 잘 알고 있는 그분이죠. AI는 인간 지능의 확장이며 결코 경쟁자가 아니라고 합니다. 또 AI에게 어떤 나쁜 편견을 가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데, 김성훈 네이버 클로바 담당자도 여기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애초에 AI에 무엇을 가르치고 안 가르치고의 문제(머신 러닝에서)가 대단히 어렵고, 무엇을 안 가르친다는 자체가 개인의 편향인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모르겠습니다. 예전 영화 로보캅을 보면 명령 체계를 넣어 행동제어를 하는데 이의 위계 충돌 문제 해결도 어럽겠고 말입니다. 

 

도시는 과거에 어떤 필요약으로 여겨졌습니다. 사람이 모여 살면 위생, 범죄, 도덕적 타락, 교통 혼잡, 과중한 인프라 수요 등 여러 문제가 있으나 어쩔 수 없이 모여산다는 식으로... 그러나 이제는 기술이 발전하여 환경 오염 등 여러 병폐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저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스마트 도시에 살아야만 적극적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 바라볼 수 있는 비전이 있을 정도로 관련 테크놀로지가 구체화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비전은 에스에프시티의 제니퍼 스토이치코프 사무총장(p148)이 자세히 설명합니다. 

 

스타트업은 참 멋진 일이며, 가뜩이나 취업난에 고생하는 젊은 세대에게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어떤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으며, 무엇보다 무슨 아이디어가 있어야 창업에 발이라도 들여다놓을 수 있고, 어떤 장래가 보장된 것도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허허벌판에 진입을 하겠습니까. 여간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닐텐데(주위에 누가 스타트업 창업하겠다면 당연히 보따리 싸 들고 말리겠죠), 이에 대해 저 앞의 넷플릭스 공동창업자 마크 랜돌프가 다시 등장하여, 이 험난한 창업에는 대체 어떤 덕목이 필요한지 자세히 이야기해 줍니다(p206). 창업 실제 준비하는 독자들은 이 부분부터 읽어도 될 듯합니다.

 

TRY EVERYTHING 2020이라는 이 행사가 글로벌한 성격이다 보니 참여자들의 면모도 다양하고 이들이 함께 빚는 이벤트의 내용도 다채롭습니다. 하드웨어 배틀이라는 것도 있는데 주로 기술력을 뽐내는 코너입니다. CUE 그룹은 중국회사인데 본업은 AI 등이며 여러 스타트업에 투자도 하는가 봅니다. 여기 스칸 대표라는 분은 실리콘 밸리에서 생활하다(p228) 베이징으로 돌아와 창업했으며 현재는 한국에 거의 상주하다시피하며 중요한 업무에 종사 중인 듯합니다. 한국 정부와도 교섭하고 대구 같은 지자체와도 긴밀히 협력 중인데 우리는 우리가 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세상이 급격히 변하는지 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동남아 중에는 싱가폴처럼 인프라나 산업제반 혁신, 교육 면에서 한국을 압도하는 곳도 있고, 아직은 우리한테도 배울 게 많을 듯한 베트남 같은 나라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들과 우리 한국 간의 교류 긴밀성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거고, 그 상당 비중이 스타트업 에이리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입니다. 서울에 상주하거나 제 집 드나들다시피하는 "응우엔" 씨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네요. 세계를 내 무대로 삼을 젊은이들이라면 이들과 국경, 언어를 초월하여 아이디어도 교환하고 경쟁도 해야하는 것 아닐까요? 물론 친분도 쌓고 말입니다.

 

p274이하에는 행사 참여 기업 중 우수한 곳들을 대표의 프로필, 홈페이지 등과 함께 깔끔하게 안내, 정리합니다. 사업상 필요한 정보 소스가 될 것도 같고, 혹은 창업 준비하는 분들이라면 롤모델을 찾기 위해 참조해야 할 약전(略傳)으로 활용할 수도 있겠습니다. 

 

몇 주 전에 세계지식포럼인사이트 2021을 정리한 책을 읽고 독후감도 남겼었는데 이번의 이 책도 매우 유익했습니다. 하는 줄도 몰랐던 행사인데 정말 많은 걸 책을 통해서나마 배웠고, 올해 행사에는 관심을 좀 갖고 지켜보며 공부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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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률을 버려라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1-01-2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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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황금률을 버려라

김병호 저
한국경제신문i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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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병호씨는 하나은행 은행장(p122),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 고문 등을 역임했으며 특히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최초로 해외자본을 유치하는 등 큰 업적을 남긴 분이라고 합니다. 한국은 이제 산업 분야에서는 세계 굴지의 기업 여럿을 갖고 있는 등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으나 금융 섹터에서는 미진한 부분이 크죠. 요즘 대한민국에 주식 안 하는 사람이 없는 만큼, 금융 분야에 평생 종사했고 특히 국제감각을 갖춘 원로의 충언은 우리 독자들이 특히 곱씹어볼 필요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경영은 마라톤이다(p61)." 흔히 촌놈 마라톤이라는 말을 씁니다. 마라톤은 긴 게임이라서 에너지를 영리하고 신중하게 분배하는 게 레이스의 핵심인데 이를 감안 않고 초장에 힘을 다 빼는 어리석음을 가리킵니다. 

 

경제학의 먼 태두는 스코틀랜드의 애덤 스미스였지만, 1920년대에는 에드가 로런스 스미스라는 이가 "이익 유보의 가치"를 최초로 발견하다시피한 학자였습니다. 그의 이론적 성과는 당시 최고의 경제학자들 중 한 사람이고 현재까지도 거대한 학파를 형성하는 흐름의 창시자인 존 메어너드 케인스가 그 탁월함을 지목하여 더 널리 알려졌죠. 이 책 저자에 따르면, 그전까지만 해도 주식 투자는 단기성 투기 이익이 그 본질처럼 여겨졌으며 기업이 거둔 이익을 재투자하여 복리의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건 대체로 간과되었습니다. 지금 우리 모습과 다를 게 별로 없죠. 

 

요즘 흔한 말로 "가치 투자"라 간단히 정리할 수 있을 텐데, 가치투자 하면 어떤 항목이 생각나나요? 바로 워런 버핏이겠죠. 저자는 저에드가 로런스 스미스의 성과를, 작년(2020)에 버핏이 쓴 "주주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재인용합니다. 다름아닌 워런 버핏이야말로 이익 유보의 엄청난 잠재력을 누구보다도 투자 실무에서 증명한 위인이니 말입니다. 

 

과거에도 "기업, 사업"의 형태는 많았습니다. 대개는 파트너의 형태로 몇몇이 조합 비슷하게 만들어서 사업을 유지하다 목적이 달성되면 해산하는 게 보통이었죠. 이런 것이 아니라, 꽤 오랜 동안 지속되어 사회적 신뢰를 쌓고 배후의 투자자, 출자자와는 별개로 독립된 실체를 갖고 사업을 유지하는 걸 계속 기업이라고 합니다. 영어로 going concern(p66)이라고 하는데 현대의 기업은 대부분이 이런 형태이므로 "회사"와 거의 동의어이며 회사 중에 고잉 컨선이 아닌 것은 회사라고 부르기가 힘듭니다(사기꾼이라든가). 금감원이나 거래소에서 상장사들의 행태를 감독하는 건 이들이 "고잉 컨선"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게 하기 위함이죠.

 

저자는 매우 심각한 문제 하나를 지적합니다. CED의 이해가 기업의 장기 목표와 상충할 때, 예를 들면 "파생상품이 무엇인지 이해도 못 하는 70대 노인에게 펀드를 판매한다든가 하는(p67)" 도덕적 해이가 있겠네요. 만약 그 CEO가, 경영자의 능력 평가 지표인 KPI에 신경 쓰기보다, 저 노인이 내 아버지일 수도 있다는 공감 시도를 한 번이라도 해 봤다면 과연 그런 불완전판매(를 넘어 사기)가 이뤄지게 직원들을 부추길 수 있었을까요? 

 

요즘 키코 판매 배상/보상 문제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배상/보상이 이뤄져도 예컨대 일각에서 나온 대로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하는 게 그 수단이라면 또다른 피해자가 생깁니다. 바로, 현금을 갖고 있다가 졸지에 가치가 (발행분만큼) 떨어지게 된 일반 국민입니다. 잘못이 그 상품을 판 금융기관 측에 정말로 있다면 그 당사자들에게만 날카롭게 책임을 물어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해 주면 됩니다. 발권력이라니요.

 

"인터넷 은행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들의 성공 여부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던 시장은....(p129)"라는 말이 나옵니다. 아마도 카카오톡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공짜 메신저 하나가 과연 무슨 사업 모델이 되겠는가?"라며 괜히 이동통신사의 망에 불필요한 부하만 얹는 장난감 정도로 여겼을 겁니다. 개인 메신저가 일상의 필수품이 된 후, 이 메신저에서 예금, 송금, 결제를 간편하게 행할 수도 있다는 걸 눈치채고 그제서야 그 무한한 잠재력을 알아보았죠. 이제 거래소 시총에서 카카오는 거대한 공룡 SK텔레콤 등의 가치를 뛰어넘습니다. 아직 카뱅은 본격 상장도 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기존 은행들이 수십 년 고생 끝에 이룬 성과를 단숨에 뛰어넘었다(같은 페이지)." 허무하기도 하지만 바로 이것이 새로운 시대 디지털 이노베이션의 좋은 사례입니다. 10년이 더 지나면 삼성 LG, SK 등을 모두 제치고 IT, 컨텐츠, 커머스 등 핵심 캐시카우를 두루 지닌 카카오가 최대기업이 되지나 않을지요. 

 

"우리는 지금 기존 산업 규범이 파괴되는 현장을 똑똑히 목격하고 있다. 더는 변화를 주저할 수 없다.(p128)" 그렇습니다. 변화를 거부하면 그저 변화하지 않은 채 현상이나마 유지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도태될 뿐입니다. 이런 자기 혁신, 파괴적 혁신을 위해서는 기존의 모든 가치와 신념과 원칙과 노하우와 지식을 근본에서부터 재검토해야만 합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사고가 난 건 그 피해가 막심한 데에도 이유가 있지만, 일본 같은 나라에서 어쩌면 저런 초보적인 실수와 서투름과 무능, 무대책이 노출될 수 있느냐는 충격도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일본과 오랜 동안 적대 관계였던 러시아가 원전 정책을 근본에서 다시 검토했다고 하죠.("일본이 저럴 정도면...") 러시아는 구 소련 시절에 체르노빌에서 큰 사고가 난 적 있고, 결국은 이의 성공적인 수습이 되지 않아 7년 후 체제가 붕괴하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저자가 p147 이하에서 특히 이런 일본의 서투르고 바보스러운 행보를 지적하는 건, 과거의 영화에 만족하다 개선과 개혁의 적기를 놓치고 도통 정상궤도로 복귀할 가망이 안 보이는 그들의 예에서 우리가 반면교사로 뭘 배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한국은 20세기 후 청년층 인구 비율이 가장 낮은 편인 시기를 보내는 중입니다. 이렇게 해당 연령층 인구 수가 적은 데도 취업난은 사상 최악 수준입니다. 어제도 어느 대기업이 "공채"를 중단하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이제 젊은이들이 어떤 정규 수단으로 직업을 얻을 방법은 공무원 시험 통과나 공기업 면접 합격 외에는 별 수단도 없게 되었습니다. 은행의 많은 직원이 50대 중반이면 명예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나고 있다(p163)."는 말이 책에 나오지만, 은행 등 금융기관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대기업이면 30대 후반, 40대 초반에 이 일을 겪어야 합니다. 

 

임금피크제는 원래 베테랑 사원 고용 유지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채택되었습니다. 중진의 암묵지를 현업에 적용도 하고 자리로 보전해 주는 하나의 지혜였는데, p163에 보면 이 제도 역시 노장들을 쫓아내는 수단으로 변질되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왜 시니어를 밀어내는가? 동기 부여가 어렵고 조직 분위기를 저해하는 면이 있어서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소중한 인적자원, 바로 회사 자신이 오랜 세월 동안 잘 육성한 지혜와 기술을 채 써먹지도 않고 버리는 거나 맡찬가지라는 취지로 저자는 안타까워합니다. 조직이 이처럼 비정해지는 건 책의 주제에 비추어 짐작건대 아마 공감 능력의 부족에 기인한다고 분석하시는 듯합니다. 

 

2018년 6월, 드디어 GE, 즉 제네럴 일렉트릭이 다우존스 지수에서 퇴출되었습니다(p207). 사실 이 회사는 우리가 어렸을 때 위인전에 빠지지 않고 나왔던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과도 깊은 관련이 있죠. 어디 저 회사뿐이겠습니까? 2020년 8월에는 한 세기 동안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한 정유회사 엑손 모빌이 다우에서 쫓겨났습니다(책 p211에 나오네요). 이런 걸 두고 우리는 상전벽해라고 부르죠. 이처럼, 세상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변하지 않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Nothing lasts forever)." 책에는 여러 명언, 앨프리드 슬론이라든가 잭 웰치의 유명한 언명 등이 나와 우리 독자들의 경각을 촉구합니다. 연구하지 않고 공부 안 하는 그 어떤 거인도 지금 일본이 우왕좌왕하는 것처럼 시대의 흐름에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배구조(governance. p231, p170 등)라는 건 이제 시대적 아젠다 중 하나입니다. 얼마 전 SK는 약간 뜬금없이 기업 지향성으로 ESG를 부각했는데 물론 SK뿐 아니라 경영계 전반에서 작년 즈음부터 부쩍 잦은 빈도로 이를 거론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대기업이 전면적으로 이를 표방한 건 좀 드문 현상이긴 하죠. 이 책은 p171에서 이를 제법 상세히 다루는데, 해당 페이지 각주에도 나옵니다만 작년(2020) JP모건에서 낸 리포트가 (ESG라는 신 약어부터 해서) 아마 유행의 직접적인 트리거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이 책은 이처럼 비교적 최신의 이슈를 본문에서 자주 언급해 주시는 게 좋았습니다. 아 물론 거버넌스 이슈는 독자인 제가 학생 시절에도 있던 말이긴 합니다. ESG라고 한 세트로 묶어서, 증권가에서조차 트렌드로 포착한 게 최근이라는 거고요.

 

그 이른 시기에 해외에 진출하여 다양한 국제 경험을 쌓은 저자조차 "해외 진출이 곧 국제화를 만드는 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p261)." 우리 흔한 상식과는 정반대인데, 외국에 어떤 획사가 진출하여 지점을 만들면 그 지점에는 누가 근무해야 할 것 같습니까? 아마 우리 나라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해당 국가의 사정을현지인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으니 현지인을 써야 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유안타증권은 대만 회사인데, 거기 근무하는 직원들은 대부분이 한국인입니다. 이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럼 국제감각은 누가 갖춰야 하는가? 바로 회사의 본점입니다. 본점에서 국제 정세와 트렌드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전략을 세워서 지점에 전달해야지, 그 반대가 될 수는 없는 거죠.

 

한국 회사들은 보안을 위해 이메일 소통을 주저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자가 근무한 세계은행조차도 당연히 이메일을 활용하며, 보안 운운은 그야말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라고 합니다(p262). 외국인을 거리낌 없이 쓰면, 하다못해 영어 문서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수고조차도 덜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의식구조와 인프라의 개혁이 선행되어야 어떤 기업이건 조직이건 글로벌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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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은 처음이라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1-01-26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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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팀장은 처음이라

남관희,윤수환 공저
교보문고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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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신입사원은 설령 장차 크게 될 재목이라 쳐도, 갓 입사했을 때에는 모든 면에서 서투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잘 다독이고 격려해서 (그의 입장에서) 처음 접할 여러 업무들을 좋은 인상으로 즐거운 느낌으로 받아들이게 유도해야 하며, 일거리만 봐도 지긋지긋하다는 반응이 조건반사식으로 나오게 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식으로 부하 직원이 일에 질리게 만드는 건, 팀장 딴에는 위엄을 세워 잠시 기분이 우쭐해질 수 있으나 결국 그 팀원과 팀 전체를 망치는 겁니다. 이런 팀장은 권위를 갖춘 리더가 아니라 그냥 무능한 사람입니다. 칭찬과 기대를 받은 사람은 결국 그 기대만큼 성장한다는 요지의 피그말리온 효과(p30)를 이 책에서는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p66에는 "코칭으로 유전자에 저항하라. 잃을 것은 쇠사슬이요. 얻을 것은 사람이다." 사실 팀장이 옛날식 부장하고 다른 건 코칭을 하느냐 안 하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거 알지?"라며 어느 광고에도 나오는 짜증나는 말만 되풀이하는 사람은 자기 할 일을 다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예전에는 기업에서 (아무리 서투른 사람이라 해도) 인재를 모셨지만, 지금은 제아무리 스카이를 나와도 회사에서 일을 배워야 합니다. 팀장은 가능하면 효율젹으로 여러 요령을 가르쳐서 팀 전체를 잘 돌아가게 해야 하며, 새파란 신입들을 잘 가르쳐서 차세대 유망 이사, 팀장, 과장을 육성해야 합니다. 

 

책 제목이 "코칭리더십"이니만큼 이 책에는 코칭 잘하는 팀장 되는 법이 참 많아서 좋습니다. 코칭은 경청(p64)이란 말이 특히 좋았습니다. 공감을 잘 못하는 이유는 애초에 경청을 안 해서라는 말, 핵심을 찌르죠. 또 코칭은 그저 잡담이 아닙니다. 이 대화를 왜 시작하는 건지 그 목적을 분명히하고 시작하라는 말씀도 명심해야 할 듯합니다. 다시 저 맨 위의 말로 돌아가서, "유전자"라는 건 무슨 뜻으로 나온 말인가 하면,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에 나오는 어느 말을 빗댄 것입니다. 유전자가 설령 이기적이게 세팅되었다 해도, 우리 인간은 이성과 후천적 학습을 통해 얼마든지 이타적으로 멋진 팀을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잃을 것은 쇠사슬이요.."는 물론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유명한 책에 나오는 구절이지만, "사람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단정이 얼마나 또 좋습니까.

 

원래 한국이나 일본, 중국은 직설적이지 않고 은근히 돌려말하는 걸 미덕으로 칩니다. 그런데 현대산업사회에서 대부분의 조직은 이런 고맥락 소통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속도가 생명인데 한가하게 무슨 선문답이겠습니까. 회사의 일 자체가 저맥락(p70)인 겁니다. 여기서도 소통의 핵심은 역시 경청(p72)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경청은 그저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오랜 동안 관찰해 왔고, 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인정(p78)이 그 핵심이라고 합니다. 

 

"송 대리, 커피 내려놨네요?"라기보다, "송 대리, 출근하자마자 팀원들을 위해 이렇게 커피 내려놨네요.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져요.", 나아가 "나도 배워야 할 것 같아요." 라는 말까지 곁들인 멘트(p28)가 좋다는 겁니다. 너무 간지럽지 않냐고요? 사실 저도 그런 느낌이 처음에는 들었는데, 이런 말을 듣고 성장한 대리는 앞으로 얼마나 힘을 더 내어서 일하겠습니까? 내가 못 받은 거라도 나는 남을 위해 줄 줄도 알아야 하는 거죠. 

 

반면 며칠 전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부장님, 커피를 왜 제가 타요?"라며 직설적으로 반발한 어느 신입사원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원칙적으로 신입, 특히 여직원을 커피 담당시키는 악습은 당장 없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만약 과장이 먼저 모범을 보인다면? 신입(여자든 남자든 간에)은 팀 분위기에의 자연스러운 융화를 위해서도 이제부터는 선제적으로 자신이 나설 수 있고 이러면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니 팀 전체가 좋아지는 겁니다. 굴종이 아니라 배려입니다, 배려. 그러니 항상 윗사람이 (먼저) 잘해야 하는 거죠. 

 

조금 살벌한 사자성어 중에 괄육취골(p93)이라는 게 있죠. 저자의 말에 따르면, 경청, 칭찬, 피드백... 이 모든 것이 다 중요하지만 하나의 테크닉 위상이라면, 코칭에 있어 진짜 핵심은 "질문"이라고 합니다. 말하자면 질문이야말로 살이 아니라 뼈(같은 페이지)라는 거죠. 질문이란, "존중하는 표현 중 하나(p96)"라는 말도 나옵니다. 애초에 질문을 하는 이유는 면박을 주거나 궁지에 몰기 위한 게 아니라,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생각을 탐색하게 만들고(p95), 열린 질문을 통해 그 사람이 진짜 변하게 유도하는 겁니다. 유도가 목적이지만, 질문은 열린 질문이라야 합니다. 답정너 식(p98)으로는 효과가 없습니다. 아무리 정확하고 유용한 지적을 해 줘도 그 사람 본인이 안 변하면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습니다. 존중 받는다는 느낌을 줘야 당사자가 빨리 변합니다. 물론 타인이 그렇다는 거고, 나 자신은 무엇을 동기, 트리거로 삼건 빨리 변해야죠. 팀장은 이거해달라 저거해달라 어리광피우는 직책이 아닙니다. 또 그럴 나이도 아니겠구요.

 

성공의 계단이라는 말이 있죠. stairs to success(p111)라고 영어로 쓰는데 이게 고대 로마 제국 시절에도 있었던 유구한 내력을 그 나름 가진 어구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에 그냥 공감만 해 주는 걸로는 효과가 안 나타난다고 합니다(p110). 사실 누가 남 욕을 하면 그냥 맞장구쳐 주는 게 효과가 크긴 한데, 지금 주제는 그냥 뒷담화로 스트레스 풀기가 아니라 "코칭"이거든요. 남을 욕하는 건 설령 그 사람이 약한 사람이라고 해도 결국은 부정적인 소통입니다. 나(즉 코치)라는 사람이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믿음을 상대방에게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코칭 받는 사람이, 상황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열망(p110)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런 말로 챕터를 정리합니다. "이게 바로 최고 수준의 공감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저 덩달아 남 까는 식으로 마무리되는 대화, 코칭은 비생산적입니다.

 

"결국 도(道) 닦으라는 이야기네요(p126)." 신입이라고 다 착한 것도 아니고 어떤 사람은 조직에 대한 리스펙트가 전혀 없이 자기 에고만 내세우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도 "커피 타는 마음 배우고 싶어"라며 다독이고 얼러야 하나 하는 생각 누구에게나 들 만합니다. 저자는 그러나 이렇게 연이어 묻습니다. "옳은 길, 넓은 길을 닦을 것인가, 아니면 힘들다고 그때그때 임시변통의 길을 닦을 것인가?" 솔직히 말해 저는 후자도 그 나름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팀장은 길을 아예 먹고 떠나는 사람도 있는데요 뭐. 임시변통도 길은 길이며 매번 임기응변하는 게 쉽지도 않으며 오히려 능력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죠. 조직은 웬만한 사이즈라면 언 발에 오줌 누기식으로는 굴러가지도 않고, 아주 정공법으로 나가야만 해법이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다 한국 기업문화가 어지간히 성숙기에 접어들어서 그렇습니다. 

 

"진짜 코치의 피드백은 유연하다. 단정적이지 않다(p143)." 진짜 맞는 말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보면 막 뭐 카리스마 있는 사람이 멋지다고 해서 턱턱 단정짓고 쎄게 말하는 사람한테 무작정 박수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게 끝까지 가 보면 다 뒷감당을 못하는 소리더라구요. 애초에 상황 자체가 유동적이고 불확실성 투성이인데 누가 뭘 그렇게 잘 알아서 100% 확실한 답을 줄 수 있겠습니까. 저부터도 반성하고 있습니다. p160에는 p30의 로버트 로즌솔 박사 명언이 다시 나옵니다. "직원은 리더의 기대만큼 성장한다."

 

p184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습니다. "팀원들의 성장을 통해 성과를 내는 게 팀장의 근원적인 역할이지만, 팀장 역시도 성장해야 하는 존재다." 독자인 제가 좀 보충하자면, 이렇게 되려면 역시 코칭 리더십을 통해서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어떤 카리스마적 리더십으로는 (그 리더가 어지간히 유능하지 않고서는) 이 목표가 달성이 안 될 듯합니다. 누군가를 가르쳐 뵈야 그 지식이 진짜 내 것이 된다고도 하듯, 팀을 제대로 이끌고 누군가를 지도하려면 본인도 오픈 마인드를 갖고 같이 성장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팀도 팀원도 팀장도 모두 어떤 목표를 위해 존재하는 거죠. 태스크 포스가 별 게 아니라 모든 팀은 태스크 포스가 되어야 합니다. p209에는 가브리엘 외팅겐 교수의 실험이 소개되는데, 결론은 목표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이솝 우화의 "신 포도(sour grape"처럼 적당히 합리화하는 선에서 물러나기 쉽다는 거네요. 다른 대학의 리처드 와이즈먼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목표를 달성한 모습이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상상하라." 이 말은 특히 코칭에 있어서 잘 들어맞습니다. 리더는 팀원에게 목표를 다그치지 말고,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p212)는 겁니다. 

 

코칭이라고 하면 그저 사내 업무 지도나 기껏해야 가벼운 상담 정도를 생각했던 저로서는, 이처럼이나 체계적인 방법론이 있었나, 더군다나 코칭과 리더십이 일체로 작동하게 돕는 view가 있었나 싶어서 적잖게 놀랐습니다. 뭐 좋은 말 써 놨겠지, 아랫사람들한테 너그럽게 잘해줘야지 정도로 가볍게 생각한 분들은 책을 한번 정독해 보십시오. 배울 게 많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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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중앙아시아의 이해 | My Reviews & etc 2021-01-25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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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현대 중앙아시아의 이해

윤성학 저
고려대학교출판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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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는 그 지리적 범위도 명확지 않고 그 지난 역사나 문화의 흔적을 어디까지로 잡아야할지도 모호합니다. 그렇다고 이 지역이 세계사에 끼친 흔적이 미미하냐면 그건 또 전혀 아닙니다. 이 지역에서 새로운 강자가 출현하여 로컬 패권만 완성해도 인근의 대제국들조차 벌벌 떨었습니다. 이렇게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이지만 1)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중앙아시아인지 불명확하다 2) 이들 문명이 남긴 흔적이 (잦은 권력 변동 탓에) 많이 남아있지 않고 그 정체성도 경계 획정이 어렵다. 등의 이유로 전문가들의 연구조차 여간 난감한 게 아닙니다. 

 

티무르는 중앙아시아, 나아가 아나톨리아 반도, 페르시아 일대를 호령하고 셰익스피어와 동시대를 산 크리스토퍼 말로의 작품에까지 나옵니다. 그런데 현재로 치면 이 사람은 어디 출신이라 봐야 하나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몽골? 이에 대한 답은 한 마디로 나오지 않습니다. 티무르가 세운 제국은 심지어 제국으로 불러야할지조차 의견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주체의 명나라를 위협할 만큼 위세가 당당했는데도 말입니다. 

 

청나라가 그 전성기에도 벌벌 떤 적수 중 하나가 오이라트, 준가르 부족이었습니다. 청나라뿐 아니라 이른바 강건(康乾)성세(盛世)라고 해서 중국 역사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강역(疆域)이 넓어지고 무적의 국력을 자랑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때 유목의 강자로 마지막으로 등장한 게 준가르였습니다. 청나라 그 자체로도 유목-농경 통합 제국으로서 최강이었는데 이 청조를 위협하는 신 유목 세력이 그 전성기에 하필 또 등장했다는 자체가, 후대의 우리 눈에는 경이롭습니다. 영특하고 자신만만했던 건륭제도 나라의 존망이 걸렸다며 두려워했다고 전합니다. 이 과정에 대해서는 이른바 "거울 제국 이론"으로 설명하는 퍼듀 교수의 재미있는 책이 있습니다(이게 절판되어 지금은 중고판이 12만원이나 하네요? 나 9만원 벌었네 ㅋ).

 

오이라트, 준가르는 여튼 청제국에게 박살이 나며, 이후 몇 번의 과정을 가쳐 중국 영토에 완전히 편입되었습니다. 현재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탄압이 크게 문제되는데 그 연원이 바로 여기인 것입니다. 청나라가 이후 반식민지 상태로 전락하고 마오의 공산당이 다시 권력을 다지기까지 길게는 반 세기 가까운 기회가 있었는데 동 투르키스탄이 단합하여 독립을 찾지 못하고 결국 저리된 건 그들의 잘못도 적지 않습니다만 인권 이슈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습니다. 

 

오이라트의 다른 세력도 이후 러시아 제국의 핍박을 많이 받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인, 기타 슬라브 족이 두루 몽골과 중앙아시아의 정복자들에게 밥 노릇을 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마치 미국 백인 정부에 의해 사냥감 신세로 전락한 아메리카 원주민(얼마나 용맹한 전사들이었습니까)과 비교될 만합니다. 

 

카자흐스탄은 영토가 광대합니다만 다양한 종족이 섞여 사는 통에 중앙아시아에서 큰형님으로 그리 위신이 크지 못합니다. 정복자들의 전통, 적통을 잘 간직한 건 오히려 우즈베키스탄인 편입니다. 

 

터키는 범 투르크 족을 넘어 아예 이슬람 수니파 권역 전체에 다시 종주권을 행사하려는 분위기입니다만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당장 동투르키스탄의 무슬림 형제들이 제노사이드 위기를 맞았는데도 별 목소리를 못 내니 말입니다. 중앙아시아인들이 대체로 이슬람 교를 믿으나 매우 세속적 분위기라서 어떤 종교적 믿음을 통한 단합이나 경제적 협력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게다가 많은 나라들에서 제각각의 독재자들이 자신의 사리사욕만 내세우는 판이니 더욱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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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슈거 - 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③ | My Reviews & etc 2021-01-2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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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헨리 슈거

로알드 달 저/허진 역
교유서가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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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작가 로알드 달은 영국 공군에서 복무한 적 있습니다. 이 제3권에 실린 <로제트 부인>은 그를 배경으로 삼아 유쾌하고 떠들썩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전쟁 당시의 풍속도를 엿보는 재미가 있을 뿐 어떤 구성상의 큰 묘미가 있는 건 아닙니다.

 

<하숙집 여주인>은 이전에 정영목 선생이 다른 기획, 전 4권으로 구성된 <에드가 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되었던 작품입니다. 제가 당시 저 책을 읽을 때는 로알드 달의 작품인 줄 몰랐는데(물론 책에는 수상 연도와 작가명이 당연히 나왔겠지만), 이 3권을 읽고서야 예전 생각이 나더군요. 물론 결말이 열린 결말이며 로알드 달의 다른 작품이 그러하듯 딱떨어지게 상황, 진상을 밝히는 건 아닙니다. 여주인이 박제가(!)가 아닐 수도 있는 거죠 뭐. 추리물이라기보다는 공포물입니다. 

 

<탄생과 재앙>. 로알드 달은 생전에 반유대주의자로 비판 받기도 했는데, 그를 옹호하는 사람에게 가장 유력한 반대 논거 중 하나가 바로 이 작품입니다. 영아 살해는 끔찍한 범죄이지만(실제로 이 작품은 누구의 생부 등을 간접으로 비난하고 있기도 합니다) 때로는 인도주의가 더 큰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역설? 여튼 말이 안 되고, 아이가 커서 뭐가 될지는 그 자신의 의지에 달린 거지 어떤 운명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 어린 히틀러를 죽여도 범죄는 범죄죠, 그것도 아주 극악무도한 범죄(이건 독자로서 제 생각일 뿐이고, 실제로 로알드 달이 얼마나 히틀러를 혐오했으면 이런 소설을 다 지어냈겠습니까). 

 

<돼지>도 마치 2권의 <조지 포지>처럼, 어렸을 때 뜻하지 않게 큰 상처를 받은 주인공이, 잘 성장하는 듯하다가 함정에 빠지는 줄거리인데 환상과 실상이 섞여 있어 어디까지가 팩트인지 독자가 상상을 해 가며 읽어야 합니다. <조지 포지>에서와는 달리 여기의 주인공 렉싱턴에게는 별 성격적 결함이 눈에 안 띕니다. 단지 대고모가 육식을 싫어한 게 애한테 어떤 강박적 요소를 남겼을 수는 있겠죠. 

 

<대역전>은 이 당시만 해도 사람들이 윤리적 타락에 잘 안 빠질 때라 아마 상상만으로 기발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겁니다. 요즘은 이런 걸 두고 "스x핑"이라 부르며 십 몇 년 전에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기도 했죠. 이 단편도 중간에 결말을 어느 정도 암시하는 "사이즈" 논란이 언급됩니다. 주인공이 그 여성을 두고 "처음에 이런 둔한 여자가 있나 했었지만" 운운하는 게 우습습니다. 이 말의 뜻은, 나중에 자신의 아내한테 "그게 원래 이런 것인지 어젯밤에 처음 알았다"는 말을 듣고 명확히 밝혀집니다. 크기가 그만큼이나 중요하단 거죠... 이 비슷한 이야기가 중국 전래 소화(笑話)에 있습니다. 저 위에 <돼지>도 중국 인육 괴담과 비슷한데 혹시 로알드 달이 생전에 이런 이야기를 읽고 영향을 받은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동물과 대화하는 소년>도 다분히 동양적 분위기를 풍기죠? 이 작품뿐 아니라 앞에서 말했듯 여러 작품에서 자연친화, 물아일체 테마가 나왔더랬습니다. 다만 이 작품에도 나오듯 거북이는 때로 위험할 수 있으니 안전 사고에 실제로 유의해야겠습니다.

 

<히치하이커>는 귀신 같은 재주를 지닌 어느 사내의 이야기입니다. 제나라 맹상군에게는 실제로 계명구도의 식객이 있어 비천한 재주로도 연명하다 결정적일 때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 이야기가 정확히 그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핑거스미스"라는 신조어(?)가 인상적입니다. 다 읽고 통쾌한 기분이 드는 게 솔직한 느낌입니다.

 

<헨리 슈거의 놀라운 이야기>는 정말 놀랍습니다. 초능력이 생겨 카지노를 순회하는 이야기는 여러 매체에서 자주 다루는 테마인데 중요한 건 소문이 나서 카지노 블랙리스트에 안 오르는 거죠. 로알드 달의 이런 작품에서 놀라운 건 "어느날 내게 초능력이 생긴다면?" 같은 (좀 한심한) 발상 자체가 아니라, 세상살이에 닳고닳은 듯 이후의 세파를 헤쳐나가는 그 디테일의 매력입니다. 물론 저 테마 자체도 인간의 아주 원초적인 (어리석은) 욕심,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어떤 부분을 터치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매력적입니다. 

 

<책장수>는 처음에 어떤 술수로 유명인, 부자들을 협박한다는 건지 구체적인 방법이 안 나와서 궁금증을 더합니다. 다른 직원과 함께 계좌를 여럿 분산하는 등 노련한 수법들이 등장하여 독자의 호기심을 더욱 부채질하죠. 어이없는 데서 들통이 난다는 건데 역시 로알드 달 다운 깔끔한 아이디어로 잘 구성된 작품입니다. 버기지 씨는 노스코트 씨에게 사실은 헨리 슈거의 놀라운 기술을 전수했다고 둘러대면 법정에서 무죄 방면되지 않았을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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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의 개 - 로알드 달 베스트 단편② | My Reviews & etc 2021-01-2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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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클로드의 개

로알드 달 저/정영목,박종윤,손명희,이혜정,정해영,최희영 역
교유서가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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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처음에 실린 "클로드의 개"는 다섯 단편의 연작입니다. 처음에는 연작인 줄 모르고 읽었는데 같은 두 주인공이 계속 등장하여 늦게 눈치챘습니다. 하긴 "세계 챔피언"이 그냥 꿩 사냥 이야기로 끝나면 왜 그런 제목이 따로 붙었는지, "개"는 뜬금없이 뭔지 설명이 안 되죠.

 

"클로드의 개"에는 교외 혹은 시골에서 실제 체험을 안 해 보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기괴한 노하우들이 잔뜩 등장합니다. 이 연작뿐 아니라 로알드 달 작품에 간혹 양념으로 나오긴 하는데, 원 실제 해 보기 전까지는 진짜인지 구라인지 알 수가 없죠. 꿩 잡는 사연도 마찬가지인데, 한번 유모차에서 수십 마리의 꿩들이 비틀거리며 날아오르는 장면을 상상해 보십시오. 

 

"피지 씨"에서 드디어 개 이야기가 나옵니다 1권에 등장한 빅스비 부인도 전당포 주인을 너무 믿고(혹은 남편을 속이려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간 후) 곤경에 처하는데, 이 작품의 고든 호즈(1인칭 화자) 씨는 그냥 양아치 같은 견권업자(bookmaker)한테 날로 사기당합니다. 그래도 할 말이 없는 게, 사기는 지가 먼저 치려 들었기 때문이죠(정확하게는 친구 클로드 커비지 씨의 사주). 이 작품 중에서 설명되는 개 경주에서의 사기 트릭은 상당히 잔인한 게 많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쥐잡이 사내"도 잔인하고 혐오스러운 묘사가 있지만, 이게 결말에서 그 나름 비책, 회심의 한 수인 양 등장하기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나오기도 합니다. 소설, 영화의 캐릭터 닥터 한니발 렉터가 생각나기도 하고요. 

 

"러민스"에도 또 쥐 얘기가 나옵니다. 이 연작에는 개보다 쥐가 더 자주 나오고 쥐가 주제에 더 가깝기도 하기 때문에 (심지어, 본격 개 경주 이야기인 "피지 씨"에도 또 쥐가 나오죠) 연작 제목이 아예 "클로드의 쥐"였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 봤습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그나마 잔꾀를 잘 부리는 클로드 씨에게 내내 끌려다니는1인칭 주인공 고든 호즈를 일종의 "클로드의 개"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인물들의 개성 묘사가 상당히 생생해서 영상물을 보는 듯 착각이 듭니다. 

 

"호디 씨"는 정말로 웃기는 이야기인데, 예비 신부가 그토록 신신당부를 했건만 클로드는 예비 장인(=호디 씨) 앞에서 더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맙니다. "제발 아빠 앞에서 개 경주로 앞으로 한몫 잡겠다는 소린 하지마!"내가 바보냐? 장인어른 앞에서 그런 소릴 하게?" ㅋㅋㅋ 그러고선 고작 한다는 소리가 "구더기 공장을 열어서 큰 돈을 벌어볼까 합니다."였으니, 그런 작자에게 누가 딸을 주려고 할까요? 그런데 이런 계획은 디테일이 중요하며, 실제로 광적인 낚시꾼들이 많기 때문에 전혀 헛소리이기만 한 건 아닙니다. 중요한 건 디테일일 뿐. 여기서도 알 수 있듯, 클로드는 마지막에 꼭 뭐 하나를 간과해서 실패를 할 뿐 잔머리는 제법 굴리는 타입입니다. 그를 졸졸 따라다니는 클로드 커비지 씨가 주변머리도 없고 줏대도 없어서 문제일 뿐.

 

<조지 포지>는 전래 설화에다가, 어느 억눌린 강박적 성격의 젊은 목사가 현실과 상상을 혼동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섞은 슬픈 희극입니다. 어려서 어머니를 잃는 충격적 경험을 한 후 성에 대해 왜곡된 생각을 갖게 된 목사가 기어이 사고를 치는 사연인데, 주인공이 서서히 미쳐 가는 고골의 <광인일기>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그 작품도 "엄마, 여기가 어디죠? 절 좀 꺼내 주세요!"라 외치는 슬픈 장면으로 끝나죠. 허나 자기 문제는 자기가 해결해야 합니다. 성인이라면. 이 작품 중에도 동물 관련 충격적인 묘사가 있으며, 여기서는 토끼지만 실제로 햄스터가 예외적인 상황에서 이런 행태를 보인다고 하죠.

 

<로열 젤리> 역시 코믹합니다. 단 아빠 혼자서 환각을 본다거나 한 건 아니고, 아기가 몸무게가 좀 는 건 팩트이지 싶습니다. 진상은, 애들이니까 일시적으로 몸무게가 줄었다가 잘 안 먹다 하다가 나중에 생리작용이 안정되면서 정상으로 가는 거죠. 로알드 달의 작품 답게 자연계의 일부 지식에 대한 풍부한 볼륨이 과시되며, 벌과 일체가 되어 뛰노는 소년의 이미지는 1권의 다른 작품에도 등장합니다. 마지막에 애 아버지 앨버트의 목에 노란 털이 촘촘 나 있었다는 묘사가 웃음을 터뜨리게 합니다. 그렇게 보려고 작정하면 그렇게 보이는 법이죠. 

 

<윌리엄과 메리>는 예전 SF작가 레이먼즈 존스의 장편 <The Cybernetic Brains>하고도 비슷합니다(달의 이 단편이 좀 더 뒤에 나왔습니다). 육신은 죽은 채 눈과 뇌만 남아 세상을 지켜본다는 설정이 섬뜩하지만 로알드 달만의 유머는 독창적입니다. 뇌에 연결된 눈에서 이런저런 감정을 읽어내는 아내 메리가 우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죠. ㅎㅎ 한국 드라마 <사랑과 전쟁>의 한 에피소드에서 "당신 늙기만 해봐, 밥도 안 주고, 구박하고, 딱 내가 당한 것만큼만 갚아 줄테니까"라고 말하는 아내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달리는 폭슬리>에서는 학폭 피해자가 1인칭 화자 주인공인데 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혹시 이 캐릭터가 작가 로알드 달의 페르소나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출신 학교도 같고, 상급생의 변기를 미리 데웠다든가 하는 이야기는 로알드 달 본인의 입으로 여러 차례 털어 놓은 회고이기도 하니까요. 한국의 학폭은 이런 명문고의 prank와는 달리 피해자의 영혼까지 파괴하는 무서운 성격이라서 단순 비교할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아 물론 이 작품에 등장하는 학폭도 당사자에게 영원히 트라우마를 남긴 수준인 건 뭐 같습니다. 그러니 이런 작품이 나왔죠. 

 

<소리 잡는 기계> 역시 자연에 깊이 공감하다 이야기가 삼x포로 빠지는 로알드 달 특유의 유머가 나옵니다. 저 위 <로열 젤리>에서도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 이야기를 우스운 맥락에서 환기했죠. 

 

2권 마지막에 실린 두 이야기는 우습다기보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범죄를 다루는 성격입니다. 특히 마지막의 <도살장...>은 이후 다른추리소설에서 여러 번 오마주한 유명한 트릭을 다루고 있어 미스테리 애호가들이 반드시 읽어 볼 만한 명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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