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김진철을 기억하는 웹로그
https://blog.yes24.com/volop57
리스트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김진철
김진철의 웹로그
파워 문화 블로그

PowerCultureBlog with YES24 Since 2010

8·9·11·12기 책,경제경영/자기계발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6월 스타지수 : 별5,985
전체보기
서평
매달 독서 기록
서평이벤트
나의 리뷰
경제경영/자기계발
경제경영/자기계발 II
YES24 파블미션(舊)
YES리뷰어클럽 [나]조
My Reviews & etc
태그
다크머니 미국정치 코크형제 정치자금 서평이벤트 기쁨의발견 데스몬드투투 중국기서 지정학에관한모든것 파스칼보니파스
2021 / 12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월별보기
최근 댓글
책을 사서 읽고 싶을 정도로 굉장히 ..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읽어보고 싶.. 
너무 꼼꼼하게 리뷰를 올려주셔서 .. 
리뷰를 보아하니 책 내용도 너무나 궁.. 
이무것도 안 하는 직업이라는 책 제목.. 
나의 친구
출판사들
파워블로그님

2021-12 의 전체보기
은근 몰랐던 일본 문화사 | My Reviews & etc 2021-12-31 22:54
테마링
https://blog.yes24.com/document/15690540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은근 몰랐던 일본 문화사

조재면 저
블랙피쉬 | 2021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사실 우리는 그들에 대해 우리 자신에 대해서만큼이나 잘 안다고 착각하지만 많은 부분이 오해일지도 모릅니다. 꼭 그들을 좋게 봐야 한다는 게 아니라,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이러한 게 장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렇지도 않더라는 식의.... 여튼 중요한 건 어떤 색안경을 끼고 그들을 볼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그들 모습을 직시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본 헌법에는 프라이버시권이 없다(p57)." 사실 명시적으로 프라이버시권이라 하지 않아도 어느 나라의 헌법이건 기본권을 보장하는 체제라면 당연히 해석상 권리 장전에 포함된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이 책에서도 "당연시되는 여러 권리를 전부 문장(문언. Wortsinn)으로 보장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합니다. 또 다음 페이지(p58)에서 "이 권리는 인터넷에서 잊힐 권리로까지 발전하였다"는 비교적 최근의 사정도 덧붙입니다. 여튼, 메이지 유신을 통해 아시아에서 그 어느 나라보다도 일찍 근대화를 달성했다는 그들이, 정작 어느 나라에서도 보장하는 여러 권리들의 해석, 보장에 대해 이처럼이나 소극적이라는 건 의외라고 하겠습니다. 

 

이 책에서는 프라이버스권 관련해서, 재일동포 출신인 유미리 작가와 얽힌 소송도 소개합니다. 1980년대 중반 이분께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아쿠다가와 상을 받았다고 해서 당시 한일 양국엑서 큰 화제가 되었다고도 하죠. 우리가 유념해야 할 건, 2013년 아베 신조 내각이 도입한(p59) 마이넘버 제도에 대해 "프라이버시권 침해"라는 비판이 일었다는 점입니다. 한국은 이 비슷한 제도를 1969년에 도입했고, 지금도 열 손가락 지문 날인이 당연하다는 듯 시행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에 대해 거의 전혀 기본권 침해라는 비판이 일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만약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적용 못 할 기준이라면, 이걸 갖고 남을 비판하는 건 어느 정도는 자기모순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법부의 최고 기관을 "대법원", 여기 소속된 최고 법관을 "대법원장과 대법관"이라 부르지만 일본은 "재판소"라는 말을 쓰고 소속된 법관은 "재판관"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내각총리대신이 한 명의 장관을 임명하고 나머지 재판관은 내각에서 임명한다는 설명이 책 p39에 나옵니다. 얼핏 보면 삼권 분립의 원칙에 위배되는 듯합니다. 그러나 한국도 헌법재판소의 경우 3인은 대통령, 3인은 국회, 3인은 대법원에서 뽑으니 사정이 판이하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책에서는 일본의 최고 재판소가 한국의 대법원+헌법재판소 격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는 대통령제를 채택한 미국도 마찬가지라서 정치성, 위헌성 심사 기관이 따로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도 제3공화국 시절 저런 체제였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이처럼 활성화한 건 6공화국 헌법(현행 헌법)이 들어선 후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국민 권익 구제 면에서 우리 시스템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책에는 오쓰 사건도 소개됩니다. 이 사건은 청일전쟁과 러일 전쟁 사이에 터졌는데 한국은 당시 명성황후 시해 사건과 아관파천 등으로 고생할 무렵이었죠. 이 사건은 나중에 러시아 활제에 즉위하는 황태자가 중상을 입은 걸로도 유명한데 책에서는 일본 사법부 독립의 계기로 평가받는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라면 사법부 독립의 진정한 계기가 무엇으로 기억될까요? 아니면, 21세기가 1/5 장도나 지난 지금 우리는 과연 독립된 사법부를 갖긴 한 걸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제국의회라는 표현은 독일 통일(1871) 과정에서 처음 쓰였고 이를 당시 유럽을 열심히 모방하던 일본이 갖다쓴 걸로 알고 있습니다. 원래는 프랑스를 열심히 따라하던 그들이었으나 1871년 나폴레옹 3세가 전쟁에서 지고 유럽 대륙에서의 우월한 지위를 상실함에 따라 일본도 롤모델을 급히 바꿨지요. 저자는 이런 일본의 의회 제도에 대해 "중의원 해산의 경우 우리 나라에는 없는 제도여서 신선했다(p30)"는 평가를 합니다. 한국의 의회는 4년마다 재구성되어 민의를 주기적으로 반영하지만 경우에 따라 의회 구성이 그 사이 크게 바뀐 정치적 지형이나 민심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해산 후 총선 실시가 답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의회의 반대를 못마땅해한 특정 지도자나 세력이 해산권을 남용할 수도 있겠죠. 해산을 당하면서(?) 만세 삼창을 외치는 전통이 약간은 코믹하기도 한데 책에서는 이 유래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일본 정치에서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소위 정치 몀문가들 사이에 일종의 세습이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20여년 전 한국에서도 얼굴과 이름이 꽤 알려진 고이즈미 준이치로도 그런 유형이었고 지금은 그의 아들이 정치를 합니다(p79). 일본에서는 가업(라면집이라든가)의 오래된 승계가 큰 미덕으로 꼽히지만 정치에까지 그런 논리가 통할 수는 없죠. p75에는 일본이 1994년까지 중선거구제를 채택했다는 설명이 있는데 우리도 유신 체제와 전두환 정부에서 1선거구 2인을 뽑는 시스템이었죠. 자민당은 거대한 정당이지만 여러 개의 파벌로 나뉘었는데 이 책에서는 알기쉽게 그들 파벌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따끔한 비판을 가합니다. 

 

일본 정치사는 두 명의 이치로로 요약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다나카 가쿠에이, 다케시타 노보루, 기시 노부시케, 사토 애이사쿠, 나카소네 야스히로 등 쟁쟁한 거물들이 각 시대를 주름잡았으나 이 책에서는 하토야마 이치로와 오자와 이치로를 듭니다. p79에는 아직 그가 총리를 지내지 못했다고 나오는데 그가 정계의 실권자로 등장한 게 그처럼이나 오래되었고 이제 노년에 접어들었는데도 아직 가망이 안 보이는 건 아이러니입니다. 이 사람은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백범 김 구 선생의 묘소를 참배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부동산 불패 신화는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중입니다만 p106을 보면 일본이야말로 부동산이 죽지 않는다는 오랜 믿음이 지속되어 온 곳입니다. 책에서는 또한 이런 신화를 조닌(町人) 전통과도 연결(p107)짓습니다. 더군다나 1970년대 정계 실력자였던 다나카 가쿠에이는 다름 아닌 토건 사업가로 일어서서 초졸 학력을 극복한 입지전적 인물이었죠(물론 부정부패의 화신이기도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본 경제의 전성기에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그야말로 확고부동이었으나 이후 소위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면서 빈집투성이 거리가 속출하는 등 지금 보는 대로입니다. 한국은 현재 부동산 가격 폭등 때문에 힘들지만 앞으로는 과연 어떨지요. 

 

우리 나라도 세대간 갈등이 심각한 수준인데 일본은 각 시대마다 독특한 세대 규정을 하는 게 또 전통입니다. 이 책에도 p124 이하에서 각 세대별 특징을 자세히 설명합니다. 한국의 베이비부머, X세대, MZ세대 등은 각각의 개성이 있으나 일본의 저런 세대 구분처럼 개성이 도드라지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대론만 재미있게 읽어도 일본 현대사를 다 꿴 느낌입니다. 


 

일본 민중은 한국과 달리 지배층이나 질서에 순응하는 민족성으로 잘 알려졌지만 이 책 p143 이하에서 잘 보듯 투쟁을 할 때 모든 것을 다 걸다시피하고 분연히 일어서는 모습도 없지 않습니다. 또 중세에는 이른바 잇큐라고 해서 대대적인 봉기가 일어나곤 했습니다. "헌법에 있는 생존권은 구체적인 권리가 아니라 국가방침에 불과"할까요?(p165) 이 논의는 일본뿐 아니라 우리 헌법학에서도 다루는 테마입니다. 이른바 프로그램 규정설, 구체적 권리설, 추상적 권리설 등이 대립하고 있죠. 현재 한국의 한법학계는 진보 성향이 주류라서 권리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데 주저함이 없지만 일본은 이 책에서 설명하듯 사정이 다릅니다. 

 

제국이란 단어가 무색하지 않게 일본은 한때 프랑스가 지배하던 인도차이나, 네덜란드가 지배하던 인도네시아, 미국 세력권인 필리핀, 영국 지배하의 버마(현 미얀마)까지 모두 침략하는 엄청난 세를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미국한테 핵 두 방을 맞고 무조건 항복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일본이기에 원자력을 대하는 태도는 남다른 게 당연합니다. 이걸 제대로 관리를 못 해서 십 년 전에 큰 재앙을 맞기도 했죠. 


 

이 책에도 나옵니다만 플라자 합의 때 일본은 국제경쟁력을 잃고 장기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그러나 대폭 오른 자국통화가치 덕에 해외 투자도 늘렸고 특히 해외 부동산 보유 면에서 일본은 독보적인 지위를 갖습니다. p200 이하에 자세히 나오지만 브라질과 일본은 특히 긴밀한 관계인데 비단 브라질뿐 아니라 일본인들이 근 백 년 전부터 꾸준히 이민을 간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러던 게 플라자 합의를 통해 환율이 대폭 오르자 일본인의 부동산 투자가 가속화한 면이 분명 있습니다. 

 

동일본 대진재 당시 방사능에 오염된 땅과 사람들이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당시 일본 언론은 "도하나의 차별 사유"가 생겼다며 원전 피해 자체보다 사회적 병폐를 우려했죠. 희한하게도 일본은 사회에 각종 차별이 존재하고 학교에서의 이지메도 몹시 심합니다. 이 책 p220 이하에도 부라쿠민 차별이 있는데 반면 한국은 천민 거주 구역 명칭이었던 "부곡"이 아직도 곳곳에 남았으며 아무 거부감 없이 통용되는 게 대조적입니다. 

 

동아시아인들은 대개 세속적입니다. 서양인이나 중동인, 인도인처럼 종교에 침잠하는 일이 적고 다른 걸로 싸웠으면 싸웠지 종교로 큰 분쟁을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일본도 불교를 한때 깊이 믿었으나 오다 노부나가의 시대를 겪으며 불교의 기반이 많이 훼손되었고 세속화의 길을 급격히 겆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그저 "장례식만큼은 절에서 하는(p262)" 정도에 그치지만 여튼 오랜 종교 문화의 흔적은 그대로 남았으며 마치 한국 산 곳곳에 명찰이 남아 역사를 증언하는 모습과 같습니다. 


 

일본은 이처럼 우리와 많은 모습이 닮기도 했으며 또 많은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문화사의 각종 개성은 그들 심성에 깊숙이 숨은 어떤 본성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문화사는 확실히 재미도 있으며 동시에 뭔가 깊은 성찰의 소재를 우리에게 던져 주기도 합니다. 일관되면서도 비판적이고 그러면서도 객관적이며 덜 감정적이고 덜 편향적인 저자의 시선이 특히 좋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일본에 대해 갖기 힘든 태도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으로부터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서평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스마트 모빌리티 지금 올라타라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1-12-30 21:01
https://blog.yes24.com/document/15685182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스마트 모빌리티 지금 올라타라

모빌리티 강국 보고서 저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privately owned vehicle. 이게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마이카"의 정확한 영어 표현(p16)입니다. 사실 요즘은 마이카라는 말도 잘 쓰지 않고 심지어 자가용이란 말도 예전보다는 드물게 씁니다. 다들 차 한 대씩은 갖고 있는 게 보통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환경 오염 때문에 차량 운행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듣기는 하지만 내 차 없는 일상을 이제는 어디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책에서는 인류 최고의 발명 중 하나를 "바퀴"로 들면서 자동차의 일상화를 그 맥락에 연결시킵니다. 사실 자동차는 내연 기관이나 기타 복잡한 장치 등이 복합적으로 집결된 고도의 기계이지만 말입니다.


 

이 책 저자들은 단적으로 주장하기를 앞으로는 UAM이 대세가 된다고 합니다. urban air mobility의 약자입니다. 1990년대 초 자가용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 도로 수용 능력에 한계가 있는데도(p26) 출근시간대 차를 몰고 나와 혼자서만 타는 행태를 비판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서울 시내라고 해도 그간 도로망 확충이 이뤄지고 전철 노선도 많이 늘어서 그때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대 길이 붐비는 건 여전하며 특히 요즘은 배달 수요가 늘어서 이륜차의 주행이 커다란 위협 요소입니다. 이럴 때, 책에서 전망하는 대로 UAM이 늘어나면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상상도 못하겠죠.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실제로 이런 수요가 가장 절실한 동남아시아, 특히 베트남에서 UAM의 연구 도입이 우리보다 더 빠릅니다. 


 

미래 교통 수요는 특히 CASE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C는 connected, A는 automated deriving, S는 shared, E는 electrified의 약자입니다. 하이퍼루프는 특히 미국에서 일론 머스크(p19) 등이 구상했고 제가 7~8년 전에 이런저런 책을 읽을 때에도 본문 중에 등장하곤 했습니다. 작년 테슬라 주가의 급격한 상승 때문에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당시만 해도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리 유명한 사람이 아니었죠. 아무튼 하이퍼루프는 그때 미디어의 큰 주목을 받았는데 아직도 의미있는 진전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전기동력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공유플랫폼 기술과 융합하면(p44) 여전히 유망한 기술 중 하나로 봅니다. 하이러루프까지는 아니지만 우리도 출근시간대에 공항철도 같은 걸 타 보면 승객들이 그 빠른 속도에 새삼, 여전히 놀라곤 합니다. 


 

최근 전통 방식의 주유소(p55)가 폐업 준비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고 합니다. 내연차가 줄어들고 전기차로 바뀌면 이 업종도 설비를 다 바꿔야 하는데 전기차는 내연차와 연료 공급 방식이 완전히 다르고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유휴 시간대에 충전하든지 하면 기존 주유소의 역할이 더욱 줄어들겠죠. 물론 아직은 전기차가 주행 거리가 짧기에 수시로 충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설비를 다 들어내고 완전히 바꾸어야 하므로 그 비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책에서는 공공기관에 절대적으로 의존 중인 이런 충전 인프라를 앞으로 어떻게 널리 보급해야 하는지가 사회적 과제라고 지적합니다. 


 

이제는 "드라이브"라는 말도 사전에만 남으리라고 저자는 예상합니다. 드라이브는 운전자 자신이 차를 몰며 교외 등을 돌아보는 행위인데(조수석 등에 타인을 태우기도 하죠), 이제는 자율주행이 그야말로 일상이 되면서 내가 운전대를 잡고 어디를 가는 행위가 과연 미래에 있겠냐는 겁니다. 그런데 아직 우리 일반인 생각으로 예컨대 출퇴근 시간대 운행 같은 건 자율주행에 몸을 맡긴다고 하지만 나 혼자 한적한 곳을 차를 몰고 떠나는 것도 자율주행에 기대어야 하는가, 이런 건 아직도 나라별로 확정된 게 없고 더 많은 논의를 거쳐야 할 것 같습니다. 책에서는 미국 드라마 Knight Rider 같은 데서, 주인공 마이클이 시계에 입을 가까이하고 "키트, 빨리 와 주게"를 말하던 멋진 모습을 언급합니다. 



 

이렇게 촘촘하게 커넥티드니스를 실현시키려면 센서가 무엇보다 성능을 잘 발휘해야 합니다. 책에서는 p92 같은 곳에서 현재 이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를 짚습니다. V2X 기술은 그간 여러 논의(대중서 수준으로)가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C-V2X를 자세히 소개합니다(적어도 저는 이 책에서 처음 봤습니다). 여기서 C는 celluar의 약자인데 이동통신망을 적극 활용한다는 뜻입니다. 이동통신이 꽤나 발달한 한국에서 celluar라는 단어는 잘 안 쓰기 때문에 조금은 이질적인 언어감각이기도 합니다. 책에서는 그러나 이 분야가 여전히 극복 중인 이런저런 한계에 대해서도 p100 같은 곳에서 짚습니다. 


 

중국은 전기차, 자율주행, 그리고 스마트 모빌리티 개념이 처음 등장할 무렵부터 세계적으로 앞서 가는 경향성을 보여 왔습니다. 바이두는 우리에게 포털 사이트로 잘 알려진 회사인데 이곳의 개방형 자율주행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일러 "아폴로"라 부릅니다. p139에 보면 자율주행과 중국 AI의 역사를 바이두가 이끌어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책에서는 중국이 다른 나라보다 개인정보 보호가 철저하지 않고 이를 AI 분야에 거의 제한없이 끌어올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유리하고 타 기업을 압도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어이가 없기도 하지만 이 또한 국내기업들(나아가 非 중국 출신들)이 밖에서 맞이하는 현실입니다. 


 

p151에는 현재 각국의 두드러진 산학 협동체들이 어디까지 자율주행 실증을 발전시켜 왔는지 잘 보여 주는 표가 있습니다. 유럽은 2030년을 완전 자율주행이 달성되는 해로 잡고 있는데 여러 사회 시민 계층의 동의를 일일이 얻어내어야 하므로 참 어려운 과제가 될 듯합니다. 


 

세상이 이처럼 급격히 바뀌는데 과연 한국은 뭘 하고 있나 싶기도 하지만 제6장에서는 우리의 대처 노력에 대해서도 설명합니다. 서울은 상암을 중심으로 자율주행 시범 사업이 활발히 진척되는 편이며, 전남 영광, 세종, 판교 등에서도 미래 한국의 도로 교통이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지 그 청사진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p170 이하에는 그간 우리가 농업, 어업의 중심지로만 알았던 전남 영광이 어떻게 미래 전기차 중심지로 변모해 가는지에 대해 흥미로운 설명이 나옵니다. 

 

중국이 특히 선도하는 분야 중 DRT라는 게 있습니다. Demand Responsive Transport의 약자인데, 이게 어떤 고정적인 숫자를 예상하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빅데이터에 기반하여 시시각으로 변동하는 교통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그 용량을 조절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런 걸 두고 진정한 지능형, 혹은 스마트 체계라 부를 수 있겠죠. 또 이에는 스카이포트도 포함되기 때문에 미래에는 손이 자유로운 차 안에서의 공간, 시간 활용은 물론이며 도로 위에서 누구라도 오랜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생산성 높은 스케줄을 꾸리는 게 가능합니다. p212에는 "뮬류가 보이지 않는 도시"라는 말도 나오는데, 무엇이든 그 흐름이 경색 없이 원활하면 "보이지 않는 게" 당연합니다. 이런 조건 하에 교통은 종래의 2차원에서 드디어 3차원 운용으로 도약하는 것입니다.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두만강 아리랑 - 최범산 | My Reviews & etc 2021-12-29 21:52
테마링
https://blog.yes24.com/document/15680415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두만강 아리랑

최범산 저
주류성 | 2015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항일 독립운동을 벌인 애국자들에 대해 우리 후손들이 갖는 존경심에 대해서는 어떤 다른 의견 같은 게 있을 수 없습니다. 과거에는 국사 교과서에 무장 독립 투쟁을 다룸에 있어 청산리 대첩, 봉오동 전투 등까지만 고작 다루곤 했었으나 최근에는 연구 결과가 확장되어 이후 시기의 다른 전투들도 널리 취급합니다. 이에는 중국과의 수교 후 이념적 장벽이 상당 정도 해소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추측도 해 봅니다. 

 

봉오동 청산리 양 전투는 1920년대 초의 일이며 이후 간도 참변 등 일제의 대대적 보복이 있었습니다. 특히 간도 참변은 민간인 학살의 성격이 크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입니다. 독립 운동의 지형은 자유시 참변 이후 큰 변화를 겪었는데, 더군다나 1926년 이후로는 대대적 각성이 일어 민족유일당 운동이 반도 내에서는 물론 만주 일대, 혹은 교민 사회에 널러 퍼졌습니다. 이 영향을 받아 기존의 3대 군정부가 통합 움직임을 겪고 혁신의회(책진회)와 국민회(협의회) 계열로 나뉘었다는 사실도 지난주차, 지지난주차 서평들에서 정리한 적 있습니다. 

 

1930년대에는 여튼 이런 민족 역량 결집의 효과로 성과가 제법 큰 전투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이 중 몇 가지는 그 순서까지 잘 알아 두어야 한능검이나 공무원 시험 등에서 좋은 성과가 날 수 있을 듯합니다. 물론 공리적으로 무슨 시험 등에서 성과를 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이런 사항은 후손으로서 잘 알아 두어야 최소한의 도리를 다하는 셈이기도 합니다. 

 

혁신의회-책진회 계열의 한국독립군이 벌인 전투로는 쌍성보 전투, 경박호 전투, 사도하자 전투, 동경성 전투, 대전자령 전투가 있고 지도자는 지청천입니다. 대체로 이 순서까지도 알아둘 필요가 있고, 각 전투의 경과나 장소까지 알면 더욱 좋겠죠. 인터넷에 떠도는 이런저런 자료에는 경박호 전투의 연도가 1932로 나온 것도 있으나 오류이며 저 다섯 전투 중 쌍성보 전투만 1932년의 일이고 나머지 넷은 모두 1933년도의 사실입니다. 

 

반면 국민회-협의회 계열의 조선혁명군이 주도한 전투는 영릉가 전투, 흥경성 전투가 있습니다. 또 이는 과거 참의부가 주관한 남만주 일대에서 벌어졌는데 참의부 주류가 혁신의회에 합류했음을 감안하면 다소 아이러니입니다. 조선혁명군은 양세봉 장군 계열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야구가 기가 막혀 - 기영노 | My Reviews & etc 2021-12-28 23:09
테마링
https://blog.yes24.com/document/15675476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야구가 기가 막혀!

기영노 저
미래를소유한사람들 | 2009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저자 기영노씨는 야구뿐 아니라 스포츠 전반에 걸쳐 조예가 깊은, 한국에서 몇 안 되는 스포츠 전문가 중 한 사람입니다. 방송에도 자주 출연하여 특유의 통찰을 보여 주곤 하죠. 

 

"괴물 투수들의 포스트시즌 징크스"가 나오는데 선동렬의 경우 과거 고질인 손가락 물집으로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 등판할 수 없었으나 위력 시위용으로 불펜에서 몸을 풀었는데 이를 보고 지레 겁을 먹은 상대팀 백전노장 가네히코... 아니 김영덕 감독과 선수들이 전의를 상실했다고도 하죠. 이런 일도 있지만 1990년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의 김용철(롯데에서 이적)에게 홈런을 맞고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내주기도 했습니다. 그런가하면 "슈퍼베이비" 박동희는 정규시즌에서 부진하다가도 포스트시즌에서는 그의 포텐이 다 발휘되는 위압적 피칭을 구사하기도 했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말도 1990년대 초반에 했으나 책에는 "마누라 자식도 못 믿는다"는 재미있는 아티클이 나옵니다. 기영노 저자 특유의 입담이 돋보입니다. 

 

장호연은 마치 지금의 유희관처럼 구속이 느린 투수였으나 제구력이 일품이었고 타자들과의 수싸움에 능했습니다. 투수가 반드시 강속구로 승부 보는 건 아니라는 관점을 팬들에게 깊이 심어 준 선수였습니다. 다만 요즘은 야구의 패러다임이 바뀌어, 구속은 느리고 제구만 좋으면 빅리그에서 안 통한다는 상식이 지배적입니다. 실제로 이번 도쿄 올림픽 때 우리 타자나 투수나 모두 해외의 선수들한테 고전했습니다. 

 

고 김동엽 씨는 김응룡 감독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야구 선배이고 경력도 화려한 인물이었습니다. 특유의 감정적인 반골 기질 때문에 지도자 생활을 오래하지 못한 게 그 자신에게나 팬들에게나 큰 아쉬움으로 남죠. 

 

책에서는 양준혁을 "원조 괴물"로 회상하는데 확실히 1993년 데뷔 당시 1년을 묵힌 대졸 신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쳤다하면 홈런, 빚맞으면 안타"라는 말이 나올 만큼 대단한 실력, 장타력과 정교함을 겸비한 완성형 루키였음이 분명합니다. 윤동균과 장채근, 이대호를 비교하는 대목도 있는데 이 세 사람은 체구가 비슷할 뿐 활동시기도 다르며 포지션도 심지어 다릅니다. 장은 포수, 이는 내야수, 윤은 외야수로 주로 뛰었으니 말입니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거둔 최동원을 물리치고 시리즈 MVP를 받은 유두열을 두고 당대에는 사실 큰 논란이 일지는 않았습니다. 7차전에서 원체 전력도 열세였고 최동원 말고는 믿고 내세울 투수가 없던 롯데가 열세였는데 유두열의 3점 홈런 한 방 덕택에 게임의 향방이 정해졌기 때문입니다. 최동원이 아무리 열심히 했어도 결국 그 한 방이 아니었으면 졌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는데 요즘은 스탯을 중시하는 풍조이므로 시리즈나 정규리그에서나 극심한 부진을 보인 유두열이 최동원을 밀어낸 게 다들 말이 안 된다고 여겨서겠지요. 물론 당시에도 최동원이 최고 수훈자라는 대중의 여론은 지금과 다를 바 없었고 아마 기자들이 보기에 유두열의 임팩트가 더 강했던 듯합니다. 이 책이 쓰일 때에는 최동원 씨가 아직 생존하여 한화 코칭스탭으로 있었을 시절입니다. 

 

백인천 전 감독은 LG에서 기어이 우승을 일궜고 원년 그 전신인 MBC 청룡에서 그런대로 좋은 성적을 올린 지도자였고 1995년 삼성 라이온즈에 타격 인스트럭터로 부임하여 이후 우용득 당시 감독을 대체했습니다. 그런데 유명한 전병호 사건으로 기어이 하차하고 이때 건강도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백 감독은 선수들 타격 폼 지도를 너무 일률적으로 한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하나 잭팟이 터진 경우가 이승엽이었습니다. 백인천 본인이야 일본에서 타격왕을 했을 만큼 레전드였으나 지도자로서는 아주 만족스러운 성과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죠.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강화학파의 서예가 이광사 | My Reviews & etc 2021-12-27 23:18
https://blog.yes24.com/document/15670851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강화학파의 서예가 이광사

이진선 저
한길사 | 2011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이광사는 "동국진체(東國眞體)"로 유명한 서예가입니다. 이광사 본인은 명문가 출신이지만 그가 활동하던 무렵에는 소속 당색인 소론이 이미 재기의 여지가 거의 없이 몰락해 있던 상태였습니다. 대체로 후세에 그 명필이나 그림만 남은 사족 출신 문인들에게는 이런 사연이 공통으로 숨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사실 경종이 아무래도 친 노론 성향을 보일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어려운 인물이었던 데다, 결정적으로 신임옥사 때 노론 4대신을 도륙하는 등 뜻밖의 과단성 있는 조치를 함으로써 정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뜻밖의 조치였다고는 하나 명분과 시의성이 있었으므로 노론 측에서 제대로 반발하지 못했으며 사실 이 큰 사건으로 인해 앞으로 어떻게 정치 지평이 재편될지 알 수 없는 상황까지도 갔었습니다. 

 

그러나 경종의 행보는 대체로 거기까지였고 그의 붕어에 따라 영조가 즉위함으로써 노론 측은 다시 탄탄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습니다. 영조 역시 일반의 선입견과는 달리 노론 편애 군주만은 아니었고 일색당파로정관계가 채워지면 군주에게 이로울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소론 급진파가 연이어 자충수를 둔 까닭에 18세기는 노론 독주의 시대로 이어집니다. 다만 영정조 두 군주의 개인적 성향과 자질 때문에 일당 독재로까지 치닫지는 않았습니다. 

 

예전의 최명길은 서인이었는데도 양명학에 조예가 깊었는데 일찍이 명대에 양명학이 주류로 부상한 걸 감안하면 반도에서의 학문적 유행은 뭔가 시대에 뒤처진 바 없지 않습니다. 소론이 본격적으로 몰락하고 나서 정제두 등을 중심으로 강화학파가 형성되었고 다만 일찍이 윤증 등이 사문난적으로 몰린 적 있었기에 그 움직임은 조심스러웠습니다. 

 

이광사는 우리가 동국진체를 완성한 서예가로만 알지만 이 책은 강화학파 학맥의 한 중심으로서 그를 조명합니다. 앞서 오주석 저자의 책을 리뷰하며 윤두서를 언급했는데 윤두서 역시 동국진체의 큰 줄기 중 한 분입니다. 이광사는 글씨 자체의 아름다움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정신의 화통함, 호연지기 등을 강조했는데 이 대목에서 조선 선비들이 그저 기예의 완성도만 따진 게 아니고(그런 건 애초에 큰 의미가 없죠), 단지 기술자의 레벨에 머물지 않고 글씨를 통해 화통함과 기백을 드러내는 마음가짐과 수련의 경지 같은 걸 더 강조했습니다. 물론 이광사뿐 아니라 모든 선비의 공감대가 자리하는 부분입니다.

 

이광사의 아들이 조선 야사의 집대성 문헌인 <연려실기술> 저자인 이긍익입니다. 연려실이라는 당호도 부친인 그가 지어 주었다고 합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 My Reviews & etc 2021-12-26 23:12
테마링
https://blog.yes24.com/document/15665828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오주석 저
신구문화사 | 2018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김명국의 <달마상>은 요즘도 TV 등에서 자영업자들에게 행운을 불러오는 그림으로 꼽혀 인기가 높습니다. 과연 근거 있는 이야기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나 대담한 필치로 한 번에 이어내리며 멍한 듯 큰 지혜를 품은 눈매를 묘사한 그 솜씨가 문외한에게마저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건 사실입니다. 많은 이들이 잘못 알기도 하는데 김명국의 활동 시기가 김홍도, 신윤복 등보다 더 이전입니다. 아마도 국사, 미술 교과서 등에서 두 분보다 소개가 뒤이거나 비중이 낮아서 착각들을 하는 것 같습니다. 

 

강희안은 사육신과도 활동 시기가 비슷한 문신이며 화공 같은 커리어가 아니라 과거 급제를 통해 출사한 문신이었습니다. <양화소록>등이 그의 저서로 잘 알려졌으며 학교 교과서에 실린 그의 대표 걸작은 아무래도 <고사관수도>이겠는데 함축성 높은 구도와 한가로운 듯 (물[水]을 통해) 세상을 관(觀)조하는 고사(高士)의 시선이 또한 일품입니다. 

 

안견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강희안과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예술가로서 화공 출신입니다. 안평대군 이용의 꿈을 모티브로 삼아 <몽유도원도>를 완성한 사실은 유명합니다. 엄청난 스케일이 인상적인 그림이며 명사들의 시와 필적이 남은 그림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이처럼 명작이 많이 남았다는 사실로 미루어 세종 연간이 확실히 문화적으로건 정치적으로건 안정된 시기였음이 또한 분명합니다. 

 

예전부터 오주석 저자는 윤두서의 자화상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해 왔습니다. 물론 오 저자뿐 아니라 누구라도 이 그림에 큰 의의를 둡니다만 책을 읽어 보면 특히나 저자가 해당 그림에 대해 몰입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죠. 혹은 이 책에 윤두서의 그림이 두 편이나 실린 것으로 보아 처음부터 해당 작가의 화풍을 높이 평가하는 소치일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설령 왕이라고 해도 실물을 과하게 미화하는 묘사를 하지 않는 게 화공은 물론 선비로서 증몀해야 하는 최소한의 필치 윤리이며 이를 지키지 않고 당사자에 아부하는 선택을 하며 당대와 후대로부터 두고두고 비난받는 이야기를 즐겨 자신의 책 속에서 합니다. 

 

정선 역시 신윤복, 김홍도 등보다 앞선 시기의 사람이며 전문 화공 출신이 아니라 문인이 취미로 그림을 그린 경우에 속합니다. 이번에 이건희 회장이 타계하며 그의 컬렉션이 사회에 환원되었는데 이 중에 인왕제색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왕제색도뿐 아니라 이건희 컬렉션은 실로 엄청난 세계적 걸작을 두루 포함하며 그 가격을 차마 환산할 수 없을 정도인데 이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기대 이하인 점은 잘 이해가 안 되기도 합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우주 끝에서 만나 | My Reviews & etc 2021-12-25 23:24
https://blog.yes24.com/document/15661419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우주 끝에서 만나

안지숙 저
문이당 | 2021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등장인물들은 박현도, 도원재, 추미림, 박현서(박현도의 여동생), 오홍규, 정미소, 강민주, 성용(성씨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탐욕스럽고 음흉한 자이언트 社 대표 등입니다. 박현도의 부친과 모친, 경비 아저씨도 잠깐 등장합니다. 아마도 가상세계, 혹은 현도의 꿈 속으로 여겨지는 프롤로그에서만 잠시 "박현도"로 3인칭화하고 소설 본문에서는 내내 "나"라는 1인칭 화자이자 주인공입니다. 

 

소설 속에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여러 번 언급됩니다(p128 등 여러 곳). 박현도가 도원재를 자신의 데미안으로 여긴다는 암시, 아니 암시가 아니라 명시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도원재는 뭐랄까 더 자기 감정을 성숙하게 통제할 수 있는 인격이며, 업무 능력도 더 뛰어납니다. 여기 등장인물들은 모두 게임 개발, 혹은 앱 개발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입니다. 박현도의 여동생인 현서는 전문계 고교를 나와 회계 쪽에 적성이 있는 인물인데도 오빠의 회사에서 게임 개발 업무를 (본연의 직분도 물론 하면서) 돕습니다. 

 

p44를 보면 추미림이 자신의 경험을 박현도에게 털어놓는 대목이 있습니다. 학창 시절 발레를 배웠는데 턴이 그렇게나 안 되더라는 겁니다. 이유는 미림 자신 생각으로, 더 어렸을 때 태권도를 배웠고 아마 그때 몸에 힘이 들어가는 버릇이 이미 들어서라고 합니다. 이 말이 체육학적으로 맞고 그르고를 떠나, 일단 현도는 왜 미림이 자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는지를 이해 못합니다. 


 

p76부터 이십 여 쪽에 걸쳐 이어지는 이야기는 박현도의 어린시절에 대한 것입니다. 그의 부친은 원래 사업가였는데 무슨 영향을 받아서인지 어느 교회의 열성 신도가 되었고 집사 일을 보다가 드디어 목사가 되었습니다. 열성은 가득했으나 그의 마음은 평온을 찾을 날이 없었고 가족들에겐 엄격 잔혹했으나 신도들 앞에서는 자애로운 인격을 전시하는, 일종의 정신분열증 환자로 보입니다. 마음이 평안치 못하고 잘못된 인격 설정으로 인해 스트레스도 극심했을 테니 암에 걸린 게 이상하지 않고, 투병 중에 세상을 떠납니다. 20억을 받을 수도 있었던 건물과 부지를 어느 기독교 단체에 8억이란 헐값에 팝니다. 죽어서까지 가족에게 손해를 끼친 셈입니다. 이때 어린 현도에게 심어진 강박이, 그 실존이 의심되는 가상의 이상향인 에덴입니다. 소설 결말에 밝혀지지만 에덴은 사실 모든 시공간이 사멸하는 블랙홀의 다른 이름에 불과했습니다. 생명과 죽음이 사실 동전의 양면이었듯 말입니다. 

 

박현도에게 이런 어린 시절의 불쾌한 기억은 아마 어려서 태권도를 "잘못" 배워 몸에 힘 빼는 법을 잊었다는 미림의 체험과 비슷했을 것입니다. 그는 충분히 자신을 더 좋은 행동과 판단, 감정으로 유도할 능력이 있고 사리 판단이 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도원재와 엮이는 대목에서는 부도덕한 행동을 곧잘 합니다. 미림은 원래 도원재의 여자친구에 가까웠습니다. 그런 미림을 놓고, 도원재의 복무 기간 중 유혹도 아니고 뭣도 아닌 이상한 액션으로 결국 결혼에까지 이릅니다. 명백하게 절친의 애인을 가로챈 파렴치한 행동으로서 자칫하면 뭐 칼부림이 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또 부도덕한 짓입니다. 미림을 그리 간절히 원하자도 않았기에 더 이상합니다. 어려서 그 부친에게 강요받았던 과시용 선행에 대한 반발감도 있고, 도원재에 대한 이런저런 열등감, 질투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소설 <데미안>이 자주 언급되지만 싱클레어와 데미안의 관계는 박현도와 도원재의 관계와 별로 닮은 데가 없습니다. 물론 도원재가 외모, 지능, 인격 모든 면에서 박현도보다 나은 걸로 보이지만 그는 박현도를 patronize할 의도도 없고 남 일에 그리 개입하는 성향도 아닙니다. 적어도 데미안은 결코 도원재처럼 내향적인 성격이 아닙니다. 도원재가 거의 언제나 손해 보고 양보하고 이해하며 넘어가는 편이지만 박현도에게 어떤 우월적 지위를 점하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호구 취급 당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박현도는 (그리 큰 필요가 없는데도) 비정상적으로 보냈던 어린 시절 사실상 "부친의 부재"에 대한 보상을 원했는지 친구 도원재에게 데미안 역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싱클레어는 데미안에게 이처럼 함부로 하질 못했습니다. 감히 말이죠. 따라서 박현도가 하는 짓은 일종의 복수이며 물론 엉뚱한 상대를 잡아 부친 대용으로 쓰는 겁니다. 이게 일종의 "어렸을 때 잘못 배운 태권도"라고 하겠습니다. 힘을 얼마든지 빼고 잘 할 수 있는데도 심인성으로 그게 안 되는 거죠. 

 

이해가 안 되는 건 추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2002년작 샘 레이미 연출 <스파이더맨>을 보면 메리 제인은 사실 모든 면에서 피터보다 우월한(우월했던) 해리를 좋아합니다. 잘생기도 돈도 많고 학교에서 인싸고... 메리 제인은 배우를 향한 꿈이 깨지고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를 하는 초라한 모습을 피터에게 들키면서도 끝까지 하는 말이 "해리한테는 말하지마"입니다. 그 말은 피터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뜻이죠. 메리 제인은 자신의 진정한 내적 특성, 감정 등을 잘 알지도 못한 채 외적 조건만 보고 해리를 좋아한다는 점에서 철저히 속물이고, 해리하고 끝까지 잘할 자신이 없어 일단은 피터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비겁하기까지 합니다(초능력은 일단 나중 문제). 저는 이 소설 속의 추미림이 그 메리제인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추미림은 처음부터 박현도를 거의 경멸하기까지 했지만 결혼을 그와 했고, 그런 결혼이 오래갈 리 없습니다. 나쁜 건 박현도도 마찬가지여서 원하지도 않은 채 남의 애인을 가로챘고 원나잇도 아닌 결혼까지 감행하여 퇴로 차단의 도장을 찍은데다 나중엔 대충 살다가 헤어지기까지 합니다. 남의 감을 찔러 터뜨린 후 먹지도 않고 버리는 심뽀입니다. 

 

해리 오스본이나 데미안에 비길 건 아니지만(?) 도원재는 이미 업계에서 이름이 난, 능력 있는 개발자입니다. 박현도의 작은 스타트업 직원들도 그의 이름을 다 알 정도입니다. 박현도가 이런 작은 회사 하나 제대로 못 꾸려 가며 고전에 고전을 거듭하는 동안(이것도 그 부친을 닮았죠), 도원재는 특유의 능력을 잘 살려 얼마든지 큰 돈을 벌고 박현도의 회사 같은 것 정도야 여럿을 차릴 만한 그릇이 되건만 돈 벌고 출세하는 데 관심이 없어서인지 내내 알바 인생인 것 같습니다(오라는 데는 많지만). 친구 같지도 않은 녀석이 페이도 넉넉히 못 주면서 알바 뛰어 달라는 뻔뻔한 요청을 무슨 대의명분이나 지키는 양 넙죽 받아 열심히 합니다. 

 

박현도는 참 우스운 게, 아직 벌어지지도 않았을 단계부터 누군가가 배신하여 자신의 에덴 프로젝트를 파국으로 몰고가리라는 의심에 빠집니다. 물론 그 일은 실제 벌어지기 직전까지 가긴 합니다만 박현도는 어떤 근거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특유의 망상 강박으로 스스로를 들볶는 겁니다. 자신이 예전에 융통성 없이 군 덕에 구치소까지 갔다 온 오홍규(물론 이건 박현도를 비난할 게 아니며 그는 원칙대로 했을 뿐입니다. 만약 홍규를 봐줬으면 그도 공범으로 몰렸겠고 무엇보다 정미소에게 몹쓸 짓을 하는 거죠), 언젠가는 자신에게 복수를 할 것으로 의심되는 도원재 등을 의심합니다. 희한하게, 도원재를 의심하면서도 면전에서는 무척 관대하게 굽니다. 물론 자신의 원죄가 있어서이지만. 

 

결말에는 반전이 있습니다(이 서평에서는 생략). 에덴이 알고보니 블랙홀이었던 것처럼 어쩌면 예수와 유다도 한몸인지 알 수 없는 게 우주의 섭리입니다. 무엇이 가상이고 무엇이 현실입니까? 박스 안의 고양이는 죽었을까요 살았을까요? 한 길 사람 속을 모른다는 속담처럼, 어쩌면 모든 물리 방정식도 그 풀이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답이 없는 게 결국은 답"인지도 모릅니다. 배배꼬인 현도, 미림이 못지 않게 걔네들 버릇을 끝까지 안 고쳐 주고 방치하는 "가짜 데미안, 가짜 형(오빠)" 도원재도 멍청이이거나 위선자입니다. 아니 정말로 순수하고 착했던 건 주인공 박현도(와 그의 부친)인지도 모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내가 모르는 너이지만 안아주고 싶어 | My Reviews & etc 2021-12-24 22:53
테마링
https://blog.yes24.com/document/15657645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내가 모르는 너이지만 안아주고 싶어

피지구팔 저
이노북 | 2021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삶의 무게에 짓눌리다 보면 자세가 비뚤어진 줄도 모르고 지내지만 누군가한테 지적을 받은 후에야 흠칫 놀라고 바로잡으려 듭니다. 그런데 이미 그리 자세가 굳어서인지 잘 교정이 안 되고, 나만 모르지 누군가는 내 비뚤어진 자세를 보고 흉을 잡겠거니 생각하면 마음도 우울해지고 자신감도 빠집니다. 그런데 이 책 p30에서는 괜히 기 죽을 필요 없다고 합니다. 왜냐면, 누구나 조금씩은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묘한 건 거울을 봐도 내가 기울어진 건 잘 안 보이는데 남의 나쁜 자세는 귀신같이 캐치된다는 겁니다. p31의, 작가가 직접 그리셨다는 일러스트를 보면 어떤 교복 입은 여학생 같아 보이는 이가 웃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보고 재미있어서 웃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마음이 놓여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마음이 편해서 웃는 웃음은 누가 봐도 누가 웃어도 좋습니다. 

"여태 나를 짓누르는 돌인 줄 알았는데 그냥 털어내면 끝인 가벼운 모래일 뿐이었다.(p26)" 그래서 사람은 고장난 냉장고 안에 갇혀서도 얼어죽곤 하나 봅니다. 모든 게 마음에 달려 있는 법이라 썩은 해골물을 마시고도 오장육부가 정화되는 듯 시원해하기도 합니다. 모래가 모래인 줄 알고서야 그게 가볍게 느껴집니다. 오른쪽 그 여성의 웃음은 이번에는 뭔가 통쾌하게 보입니다. 어떤 타인의 (보잘것없는) 실체를 알고 후련해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p31에서보다는 약간 악의 같은 게 셖인 듯도 합니다. 

초심자인데도 실수를 안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가 저맘때는 못 저랬었는데 생각하면 좀 속상하기도 하고 약간 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 역시, 다른 후배나 상관에게 그리 보이지 않았을까요? 부족하다 아쉽다 하는 포인트는 사람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내가 별로 의식하지 않던 나의 장점이 다른 이들에게 크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오늘이고 내일이고 우리가 다 처음 살아 보는 하루인데 어떻게 한 번도 실수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p20)" 거울을 보는 여성의 표정이 "에이, 사소한 건 잊자"며 뭔가를 툴툴 털어내려는 듯, 그러면서도 약간은 멋쩍은 듯 보입니다. 

p10의 "두려워하지 말자"도 이것과 약간 통하는 메시지입니다. 특히 뭘 두려워하지 말자는 거냐면, "넘어지는 것", "천천히 가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너무도 경쟁이 치열해서 남들 앞에서 뭔가 좌절하는 걸 특히 무서워합니다.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수를 해도 남 모르게 하는 실수면 별로 무섭지가 않은데 말입니다. 경쟁에서 남보다 처지는 건 너무도 싫습니다. 오히려, 그런 두려움 때문에 자신이 진짜 마음 깊은 곳에 남겨 둔 꿈을 실현하려 노력 못 한다면 그거야말로 두려운 일입니다. 트레이닝복을 입고 밝은 표정으로 입을 다문 채 걸어가는 분의 전신샷이 인상적입니다. "뭐 별 것 있겠어?"라고나 하듯. 

하지만 너무 꿈이 먼 곳에만 치우쳐서 정작 가까운 행복을 잊고 산다면 그것도 문제입니다. "맞아, 그걸 잊었었네."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p51)입니다. 사람이란 당장 천 길 벼랑 밑에 떨어질 듯한 위기에 처해서도 눈 앞에 맺힌 딸기의 달콤한 맛 덕분에 무서움을 잊는 동물입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지금의 이 맛을 놓친다면 그 역시 인생을 누리지 못한 죄를 짓는 행동이며 절대자는 아마 그런 사람에게 튼튼한 동앗줄을 내려 구원을 해 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내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이웃들, 지인들, 가족들에게 잘하고 살아야겠습니다. 

그런 내 주변의 고마운 이들에게 "사랑해"라는 말 한 마디를 건네면(p138), 나도 행복해지고 모두가 만족할 것 같습니다. 옆 페이지 일러스트 중 여성 얼굴에 주근깨인지 혹은 행복감의 폭발인지 무엇인가가 발그레한 색깔과 함께 가득해집니다. 부끄러운 마음도 크고 사실 좀 가벼워 보이기도 해서 쉽게는 하지 못할 말이긴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말은, 말하는 사람 본인이 더 행복해지는 마법의 주문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원치 않았던 이별의 순간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쿨하게 보낼 줄도 알아야 합니다.보낼 때 중요한 건 내 기분이 정말로 쿨해져야 한다는 거죠. 쿨한 건 그리 가장한다고 쿨해 보이지 않고 미묘하게(혹은 대놓고) 표시가 납니다. "그래도 덕분에 하루가 설렐 수 있어서 좋았어(p160)." 말은 이렇게 합니다만 속은 속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맞은편 p161에 보면 여성의 표정은 정말로 쿨합니다. 정성껏 무엇을 싸는 중인데 아마 처음부터 그리 심각한 관계가 아니었나 봅니다. 이분 앞에서의 모습들을 보면 그리 냉정하게 뭘 못 끊어낼 것 같던데.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결코 판단할 수 없습니다. p163에는 무엇을 잃고, 혹은 잊고 편안히 잠을 자는 그 여성이 나오는데 "잃은 것은 다시 찾을 수 있지만, 잊은 것은 다시 찾아낼 수 없기에 나는 아직 너에게 잊히고 싶지 않다(p162)"고 합니다. 하긴 예전에 아주 나이 든 사람이 통속적으로 떠들기를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건 잊혀진 여자"라고도 했죠. 그 시커먼 얼굴에 뭘 잊고 말고 할 여자나 과거에 있었는지 의문이지만. 여튼 이렇게 쿨하게 말하는 걸 보면 이 여성은 보통 심지가 굳은 분이 아닌가 봅니다. 

사람의 마음은 본래가 약한 것입니다. "시계를 보다 문득, 물을 마시다 문득, 누워 있다가 문득, 네가 자꾸 생각나서, 나는 '또' 이렇게 글을 쓴다(p186)" 예전에 본 사랑과 전쟁 시즌 2의 어느 에피소드 중 여주인공이 폰을 자꾸 들여다보는데도 연락이 안 오자 "고장났나?"고 하던 게 생각납니다. ㅎㅎ 사람 기다리게 하지 말고 빨리 뭔 말이든 연락을 주면 좋을 텐데 말이죠. 진짜 세상에서 제일 못할 게 뭘 기다리는 짓입니다. 

자책할 것도 아니고, 남과 나를 비교할 필요도 없습니다(p214). 사실 나는 나일 뿐 하며 억지로 기운 내거나 상처를 다스리는 게 정말 처량한데, 내 기분이 그렇다고 해서 저 말이 틀린 건 또 아닙니다. 무력한 위안이긴 하나 말 자체가 그릇될 건 하나도 없습니다. "너 혼자서 이 모든 걸 짊어지려 하지 않아도 돼." 에휴...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으나 실제로는 내가 다 떠안아야 할 짐과 책임이 너무도 많은 게 사실이죠. 

이 책 후반에는 독자들에게 보내는 듯한 위로의 말이 많이 나옵니다. 마치 잘못 배송된 택배처럼 이건 제 주인에게 돌려 줘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이런 걸 받아도 되나 싶기도 한데 여튼 중요한 건 내 감정을 잘 추스리고 쓸데없이 다운되지 않는 겁니다. 내가 날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누가 날 돌보겠습니까. p240에 나오는 것처럼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으나 그게 어디 쉽겠습니까. 아무도 내게 그렇게 안 해 준다면 나 자신이라도 날 소중히 챙길 줄 알아야죠.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총을 든 역사학자 김승학, 그의 삶과 사상 - 김동환 | My Reviews & etc 2021-12-23 23:04
테마링
https://blog.yes24.com/document/15653847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총을 든 역사학자 김승학 - 그의 삶과 사상

김동환 저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 2021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김승학 선생은 평북 의주 출신입니다. 본관은 배천인데 이곳은 경기도와 황해도의 경계에 가깝습니다. 예전부터 고을 수령의 부임지로 선호된 고장 중 하나이며 그런 까닭에 백천(白川)이 아닌 "배천"으로 관용하여 읽는 방식을 모르면 무식하다는 평판이 나왔죠. 

 

김승학 선생은 이미 1962년에 건국훈장이 수여되었습니다. 이는 그가 1964년 서거하기 2년 전의 일로, 이미 생전에 그 혁혁한 독립운동의 공적이 거의 온전히 평가 받았음을 뜻합니다. 반면 같은 참의부에서 일익을 담당했던 심용준 선생은 1998년이 되어서야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 받았습니다. 심 선생도 평북 희천군(현재 북한 행정 구역 기준으로 자강도 희천시) 출생이니 의주와 아주 멀지는 않습니다. 나이는 김승학 선생이 심 선생보다 15년 위입니다. 심 선생은 남북 어디로도 귀환하지 않고 1949년 길림성에서 운명했습니다. 

 

참의부는 대한통의부를 전신으로 삼던 시절부터 활동하던 분들도 있었고, 김승학 선생처럼 임정과 연계하여 파견된 분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김승학 선생의 독립운동 이력에는 "대한통의부" 관련 사항은 거의 없습니다. 반면 심용준 선생은 문학빈, 양세봉 선생 등과 함께 원래 대한통의부의 주축이었던 분입니다. 

 

원래 참의부 주류는 촉성회, 혁신의회, 책진회 등에 합류하며, 참의부의 일부는 협의회, 국민부 등으로 가는데 저 일부가 바로 심용준 선생의 파벌입니다. 대개 혁신의회는 경상도 출신이 많았으며 원래 정의부의 수뇌였던 김동삼 선생이 국민부로 가지 않고 혁신의회로 합류한 건 경상도 안동 출신이었다는 이유도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그냥 독자인 제 생각이지만). 반면 김승학 선생은 평북 출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참의부의 주류를 따라 그대로 혁신의회에 속했습니다. 심용준 선생은 원래부터가 통의부 출신, 또 같은 평북 출신이자 심지어 나이까지 같은 양세봉 장군과 거의 일생을 두고 함께했습니다. 양세봉 장군이 일제 밀정의 하수인에 의해 암살되기 전까지 말입니다. 

 

김승학 선생은 일제에 의해 1929년 검거되었고 1934년에 출옥했습니다. 이때 즈음하여 양세봉 장군이 암살되었죠. 일제가 특히 조선인 수감인들을 얼마나 혹독하게 다뤘는지는 유명했고 특히 김 선생은 모진 고문을 받았으나 5년이란 긴 영어 생활을 마치고도 이후 활발한 활동을 벌였는데 이런 점까지도 놀랍습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팬데믹 머니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1-12-22 22:51
https://blog.yes24.com/document/15648280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팬데믹 머니

KBS 다큐 인사이트 〈팬데믹 머니〉 제작팀,이윤정,유수진 저/김진일 감수
리더스북 | 2021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전염병이 전 지구를 강타하여 모두가 큰 고생을 합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들은 확진자, 위중증자, 사망자들이지만 그 다음이라면 주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들이겠습니다. 사람의 이동에 제한이 가해지니 유동인구를 바라보며 생업을 유지하는 이들이 힘들 수밖에 없고 이 부문을 중심으로 경제는 경색됩니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생계비를 벌지 못하는 이들에게 긴급한 지원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실물의 생산은 (일단) 없이 돈만 (먼저) 풀리게 되어 인플레이션, 물가 상승의 요인이 생깁니다. 생산이 그리 큰 간격을 두지 않고 이내 재개되면 좋겠으나, 코로나가 각종 변이를 만들며 여전히 잠잠해지지 않는 통에 여러 부작용과 구조적 문제가 우려됩니다. 

 

이 책 p37에서는 영화 <인 타임>의 화폐 체계(허구상의)를 소개합니다. 손목에 시계 같은 걸 새겨 남은 수명을 표시하는데 무엇을 사거나 할 때 돈 대신 이것을 조금씩 떼어 주어 교환 수단으로 삼습니다. 즉 시간이곧 돈이며 돈이 많은 사람이란 곧 살 날이 아직 많이 남은 사람을 가리킵니다. 가난한 사람은 자연적인 수명도 적게 남은 법이니 그 점에서는 현실보다 불공정하고 가혹하지만 대신 이런 사회에서는 누가 사람 수명으로 장난을 칠 수는 없으므로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적을 듯합니다(모든 재화, 서비스의 과소 생산이 벌어지면 모를까). 정부 당국에서 관리하는 화폐의 수량이 실물 경제와 항상 적정선에서 일치하게 할 수 없으므로 인플레의 위험은 언제나 있고 요즘처럼 돈이 많이 풀렸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양적 완화"는 특히 과거 그리스 디폴트 위기 당시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가 세계적 디프레션을 막기 위해 단행한 화폐 증발(增發) 조치 때문에 유명해졌습니다. 이 책에서는 p49에서 특히 도널트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500억 달러 긴급 투입"을 뉴스 사진과 함께 소개합니다. 책에 나온 대로 "한국 GDP의 두 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라는 설명을 들으니 실감이 납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이 달러를 미국 영토 외에 다른 나라로 흘러가게 할 힘이 있습니다. 자국 인플레 압력을 해외로 분산시키는 거죠. 사진을 보면 트럼프도 트럼프지만 펜스 (당시) 부통령의 마치 "그럼, 무제한이고말고"라 말하는 듯한 단호한 표정이 인상적입니다. 

 

돈만 많이 푼다고 되는 게 아니라 그에 걸맞은 실물의 생산이 반드시 뒤따라줘야 인플레이션이 생기지 않습니다. 요즘 일각의 경제이론에서는 어차피 디지털 분야에서의 혁신이 끝도 없이 이어지므로 화폐가 무제한 늘어난다고 해도 이를 뒷받침할 효용이 그만큼 생기는 셈이라고도 하며 특히 런던 등 대도시의 집값이 끝도 없이 오르는 걸 보면 일리가 있긴 합니다. 그러나 모든 부문의 한계 생산이 일정한 게 아니며 p65의 오건영 신한은행 부부장 같은 분은 이런 화폐 증발, 양적 완화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봉합하는 것"이라 평가합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1 2 3 4
진행중인 이벤트
새로운 글
오늘 104 | 전체 444686
2011-08-29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