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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읽어보고 싶.. 
너무 꼼꼼하게 리뷰를 올려주셔서 .. 
리뷰를 보아하니 책 내용도 너무나 궁.. 
이무것도 안 하는 직업이라는 책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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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서 2 - 이지 | My Reviews & etc 2021-02-28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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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분서 2

이지 저/김혜경 역
한길사 | 2004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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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라고 하면 낯설어할 사람들도 "이탁오"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이처럼 명(名)보다 자(字)로 더 널리 알려진 중국인 명사들이 꽤 많은데 국민당 정권을 1920년대 후반부터 이끈 군인 장개석이 또하나의 예입니다. 사실 이지는 본명이 임재지였다고 하니 이런 범주에 정확히 속한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이지는 명대의 문사인데 출신이 회족이었다고 합니다. 사실 중국은 자기네 문화의 범주에 편입을 명시적으로 거부한 종족에 대해서만 배타적이지 일단 항복을 선언하고(?) 중화에의 복속을 자처한 이들에 대해서는 의외로 관대해지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그는 회족 출신이었는데 지금 위구르 족 탄압 정책과 대비하면 떠올려지는 바가 많다는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회족은 꼭 영하 지역에만 몰려사는 게 아니라 멀리 당대 이래 광활한 중국 대륙 안으로 널리 침투해  들어왔으므로, 특히 송대 이후 해양 루트로도 중국과 조우한 이슬람 문화권 출신이 복건성에서 발견되는 건 아주 뜻밖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는 권 5에서 무려 1500년 전의 위 무제가 널리 인재를 사랑하여 등용한 고사를 거론하는데 조조 역시 확고히 뿌리를 내린 한실의 영향을 걷어내기 위해 새로운 인재를 널리 등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이는 일종의 체제 교체를 위한 수단이었으며, 단 조조 본인 역시 능력이 출중한데도 출신 성분상의 핸디캡 때문에 활동 반경에 제한을 받았던 인물인 만큼 어느 정도 저들에게 동병상련의 정을 품었을 겁니다. 단 순욱의 예에서 보듯 쓸모를 다했다거나 방해가 되는 인재는 언제든 가차없이 숙청하는 잔인한 면모를 보였습니다. 이지가 특히 위 무제를 거론한 건 본인 자신이 유교적 충의사상에 큰 관심이 없었던 데다 자신과 같은 반사회적 성향의 인재를 등용하는 데 조조만한 군주, 상사가 또 없겠다는 일종의 가상 기대 때문이었으리라는 짐작이 드네요.

 

사마상여도 거론되는데 탁문군과의 로맨스로 우리 나라 고전 문학에도 그 이름이 자주 인용되는 문사입니다. 이지처럼 파격의 문학을 추구한 이가, 어찌보면 고리타분하기 짝이 없는 정형시인 부의 대가였던 그에게 이처럼 주목한 건 역설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선교사 마테오 리치를 만나 교분을 쌓고 이처럼 문집에 흔적을 남긴 것도 흥미롭습니다. 예부상서직을 지낸 서광계 같은 고위 유림도 천주교에 귀의하는 등 명대 후반 지식인의 동향을 보면 무척 흥미로운 대목이 많습니다. 

 

이 책은 개인적으로 서울국제도서전에 들렀을 때 구입했는데 당시에는 도정제 실시를 안 할 때라 한길그레이트북스 시리즈를 비교적 싼 가격에 구할 수 있어서 흐뭇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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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 배워야 합니다 | My Reviews & etc 2021-02-27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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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행복도 배워야 합니다

이시형 저
특별한서재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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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로 자기계발서를 저술한 분으로 보통 평가 받는 이시형 의학 박사님의 새 책이네요. 박사님은 항상 "세로토닌"의 중요성을 설파해 오신 일종의 전도사이시지만, 이 새 책에서는 한층 강화된 이론적 배경과 (일종의) 임상례들이 더 곁들여져 독자들을 재미있게 이끕니다. 선생의 책은 언제나 어려운 이야기를 최대한 쉽고 실생활에서 물씬 공감되는 표현으로 우리 독자들을 끌어들인다는 게 최대의 강점 같습니다.

일상을 따분해하고, 불만을 떨칠 수 없는 어떤 막연한 불편, 이런 것은 그 사람의 물질적, 사회적 성공이나 척도와 무관합니다. 쉽게 말해서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불행한 사람이 있는 것입니다. 저는 며칠 전 TV 드라마 <사랑과 전쟁>의 한 에피소드를 보면서, "보험왕"으로 널리 알려진 어떤 여인에게 옛 연인이 다가와 "그런데, 너 행복해 보이질 않는다?"고 말을 거는 걸 봤습니다. 물론 그 여성 캐릭터에게는 다른 실질적인 고민이 있었지만, 이런 걸 떠나 아무리 세속적으로 가진 게 많아도 그 내면이 불행하기란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사정이 이러하기에, 박사님은 우리 독자들에게 "제발 의식적으로라도, 좀 배워서라도 행복해져라!"를 설파하시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야간 근무를 하기에 잠이 늘 모자라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세상을 늘 비관적으로 보는 자신이 뭔가 마음에 차지 않습니다. 그래도 세상을 비판적, 부정적으로 보면서 그 과정 속에 비틀린 쾌감을 느끼는 인간 부류보다는, 그리 행하고 느끼는 자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음을 자각이라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대견합니까?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설파했는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자신을 그저 객관화하여 주시할 수만 있어도, 그런 여유만 가져도 이미 문제 해결을 위한 출발점이 바로 그 지점에서 마련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유도 없이 자주 화가 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런 분들(어느 정도는 우리 모두가 이런 증상을 공유하며, 주변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이야말로 이 박사님의 책을 좀 읽어서 도움을 바로 받을 만한 그룹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을, 어떤 자연적인 타고난 조건이나, 종교적, 도덕적 깨달음을 통한 게 아니라, 공부하고 노력해서 얻는다는 게 좀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마치 행복감을 돈으로 환산한다거나, 장부에 적어가며 득실을 기록한다는 말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느낌은, 그렇게 공리적으로 실천적으로 행복을 얻어 본 적이 없는 이들이 갖는 것입니다. 내가 당장 배가 고픈데, 천연과 인공 물질을 가려 가며 섭취하겠습니까? 게다가 혹 인공 물질이라 한들 그것이 딱히 인체에 해를 끼치는 경우도 아니라면 말입니다.

행복은, 그게 혹 가능하다면 노력을 해서 얻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오히려 어떤 매뉴얼이 존재해서 필요할 때마다 인위적으로 섭취하는 게 가능하다면, 불행한 사람에게 응급 처방으로 베풀어 당장 슬퍼서 죽을 것 같은 이들을 구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하물며 자가 처방까지 가능하다면 그효용성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행복해 질 수 없거나 조건이 나쁘다면, 공부를 통해서건 훈련을 해서건 스스로, 자조(自助)하여 행복해져야만 합니다. 바로 이것이 이 책의 교훈이고 결론이며 쓰임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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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1 | My Reviews & etc 2021-02-25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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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장미의 이름

움베르토 에코 저/이윤기 역
열린책들 | 2016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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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2021) 들어서 이 출판사의 새로운 번역판이 나왔나 본데 물론 한국에 처음 번역 소개된 이후 출판사와 역자가 바뀐 적은 없습니다. 이윤기 선생의 초역이 있었고, 이후 그 판을 스스로 거둬 들이고 자진해서 개역판을 내었는데 이 책을 보면 저간의 사정에 대한 이 선생의 아주 긴 설명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출판계의 사정이 그러했나 보다 정도로 요즘 독자들이 좀 이해하고 넘어갈 필요도 있겠습니다. 올해 나온 새 판도 개인적으로 가능하면 좀 구해 읽고 자세한 리뷰를 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처음에 "푸코의 추"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왔었습니다. 그러던 게 지금 이 판부터 "추"가 "진자"라는 단어로 바꾸었는데, 푸코의 진자에 얽힌 과학적 내역이야 이미 잘 알려진 것이고 문학 작품의 제목 중 쓰임새로 이런 단어의 교체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은 보다시피 챕터의 제목으로 케테르, 호흐마, 비나 등의 상징이 쓰입니다. 그 유래와 의의에 대해서는 책 중에도 설명이 나오고요. 과거 일본에는 순수 일본 혈통이면서 유대인을 자청한 어느 지식인도 있었고, 마빈 토케이어 같은 대중 저술가가 유독 일본에서 열렬한 활동을 통해 유대의 사상을 전파하려 애쓴 적도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과연 유대인의 정의는 무엇인가?"를 주인공들이 아주 코믹하게 논쟁하는 장면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이 책을 통해 유대인의 정의가 그저 혈통적 개념이 아님을 처음 알았습니다. 

 

이 책에는 성전 기사단장 자크 드 몰레가 프랑스 왕 필립 4에게 배신당하여 교단의 전 재산을 몰수당하고 고문 당한 끝에 비참하게 죽은 그 사건이 비교적 자세히 서술됩니다. 2년 전에 히스토리 채널 등에서 방영된 <나이트폴> 같은 드라마도 이 사건에 많은 허구 요소를 가미하여 제작되었는데 <푸코의 진자>가 일부 소재를 공유했던 건 모르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14년 전에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 역시, <성배와 성혈>뿐 아니라 바로 이 작품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는 평이 중론입니다. 아무튼 루이 16세의 목이 잘린 후 누군가가 "자크 드 몰레, 드디어 당신의 원수를 갚았습니다!"라고 외쳤다는 대목은 모골이 송연하죠.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왕조가 끝장났다는 의의도 있긴 하겠으나, 그 왕조라는 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방계로 간신히 계승되었을 뿐인데 절반의 밀레니엄이 지나서 이뤄진 복수가 대체 무슨 의미인지.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어느 단체에 대고 "스탠 백, 앤 스탠 바이"라고 한 게 그처럼이나 큰 화제가 되었는데 이 역시 에코 식의 기호와 해석으로 얼마든지 의미 부여가 가능하지 않을지 생각해 봅니다. ㅋ 에코 선생은 트럼프 씨가 미국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것도 못 보고 죽었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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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4차 산업 혁명을 이기는 능력 | My Reviews & etc 2021-02-24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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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십대, 4차 산업혁명을 이기는 능력

임재성 저
특별한서재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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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 눈 앞에 다가왔다고도 하고, 이미 현재진행형이라고도 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기존 직업 80% 이상이 사라질 전망이니 자라나는 아이들은 창의력과 공간지각능력, 코딩 실력 등을 특별히 길러야 한다고도 이야기되죠. 그러나 그 누구도 구체적인 대응 방법을 일러 주지는 않습니다. "그레이 스완"이란 말이 있는데 어떠어떠한 상황이 일어나는 것 자체는 거의 확실하지만, 대처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경우를 가리킵니다. "4차 산업 혁명" 역시 그 좋은 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앞에 닥쳤던 세 차례의 산업 혁명은 (역시 일부 계층에서 거센 저항이 있었으나) 대체로는 더 많은 사람에게 편의와 쾌락과 넉넉한 생산성을 가져왔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이 네번째 산업혁명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큰 것도 같습니다. 

 

예전에는 정보가 너무 얻기 어려워서 문제였는데, 반대로 요즘은 정보가 지나치게 흔합니다. 이미 20년 전에 모 컴퓨터 월간잡지에 글을 연재하던 어느 칼럼니스트가 이런 상황을 예견했는데 그 당시에는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엉터리 정보의 홍수라니, 너무 배부른 고민이 아닐까?" 그러나 지금은 이게 엄연히 현실이 되었습니다. 저자는 여기서 "논리적 사고력"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엉터리 정보, 혹은 가짜 뉴스는 그 자체만 단절적으로 놓고 보면 그럴싸해 보이지만, 전체 맥락 안에서 놓고 보면 매우 허술하고 모순덩어리입니다. 

 

"생각의 근육들이 탄탄해야 논리적 사고력이라는 기초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p62)." 어려서부터 독서가 부실하고 부호 암기식 공부에만 매몰된 자가 공부를 통해 모종의 기쁨을 발견할 리가 만무하고, 어떤 자신만의 개성적인 시야가 생길 리가 없습니다. 마치 조선 시대 교조 성리학을 맹종하는, 혹은 이슬람 교의를 글자 그대로 맹신하는 장님과 다를 바 없습니다. 눈치도 둔하고 타인에 공감할 능력도 없습니다. 4차 산업의 파고 속에 가장 먼저 도태될 군상 중 하나입니다. 

 

"끌려가는 자는 자신보다 끌어가는 사람을 믿는다. 끌어주는 사람이 믿는 것일 뿐인데, 이를 자신이 직접 선택했다고 착각한다. 실제로는 누군가가 가라고 하는 길을 대신 걷는 것인데, 그것을 자신의 길이라고 착각한다는 뜻이다(p36)." 참 폐부를 찌르는 말입니다. ㅎㅎ 레밍스처럼 그저 다수의 무리(이조차도 착각이죠. 그게 다수의 길이기나 하다면 말도 안 합니다)에 휩쓸려 끌려가는 당사자에게 이런 말을 해 줘 봐야 쇠 귀에 경 읽기일 따름입니다. 

 

그래서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올바른 세계관, 자아상이 정립되어야 하는데 이미 머리가 저리 굳어버리고 나면 답이 없습니다. 이런 좀비 같은 인간보다야 (극악무도한 범죄자이긴 하나) 자기 의지와 느낌대로 한 순간이나마 산 뫼르소가 더 자유인에 가까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알베르 까뮈가 대체 왜 자신의 대표작 중에 저런 극단적인 인성 파탄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을지 한 번이라도 진지한 의문을 가져 봒겠습니까? ㅋ 그게 다, 착각 속에 빠져 사는 저런 좀비들을 조롱하기 위해서인데 말입니다. 모든 게 다, 입시 통과를 위한 족보 노트화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한심한 암기 중독자 주제에 지식인, 교양인으로 스스로를 착각하는 거죠. 

 

p30에는 심리학자 나다니엘 브랜든의 말이 인용됩니다. "자신감이 높은 사람은 현재의 삶을 잘 받아들인다." 스스로가 환상, 허상 속에 갇혀 살기에, 예전 무슨 노래 가사처럼 "지금 자신의 모습은 진짜가 아니라고 말"하는 거죠.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람이 무슨 철학을 논하고 공부한다는 말입니까. p29에는 방탄소년단의 한 멤버가 UN에서 연설했던 내용 일부가 인용되는데, 메시지의 핵심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입니다. 나르시시즘은 올바른 자기 사랑 방법이 아닙니다. 일종의 허상을 스스로에게 투영하여 그 허상을 (자신 대신에) 사랑하는 거죠. 사람은 아무리 거짓말쟁이라고 해도, 스스로가 자신에게 확신을 갖는지 아닌지, 스스로가 가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압니다. 그러기에 참된 자신감을 갖고 현재를 침착하게 객관적으로 해석하고 대응한다는 게 여간 내공으로는 가능한 게 아닙니다. p24에는 라 로슈푸코의 말이 나오네요. "남의 흉내를 내는 것은 어리석다."

 

p128에는 다시 방탄소년단의 그 멤버가 UN에서 행한 연설의 일부가 인용됩니다. 아무래도 요즘 청소년들에게 더 강한, 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이분들이라서인 듯합니다. 연설문 자체는 참으로 맞는 말이며 흠 잡을 데도 없습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게 그 방법까지 올바르며 타당한 목표를 잡기란 참으로 어려운 과업이니 말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 어떤 공부라든가 기능의 습득이 아니라 "자신을 올바르게 아는 길"이라는 건 다소 의외지만, 그만큼 새로운 세상에 어떤 본질적인 부분을 직시하며 적응한다는 게 어려워서이기도 합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고, 난관에 봉착할수록 "지피지기", 즉 자신과 그 환경에 대한 올바른 성찰이 필요해서이기도 합니다.

 

창의력을 향상시키려면 먼저 (자신에 대한 올바른 사랑을 통해 발견한) 진짜 취미, 적성이 뭔지를 알아야 합니다. 저자는 "모든 분야에 능통하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한 분야에 능통"해지는 게 필요하다고 말합니다(p143). 이런 창의력이 계발되어야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고, 그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법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습니다. 올바른 해법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상황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 또한 필요합니다. p153에는 과거 피처폰 시대의 강자였던 노키아가 어떻게 해서 무너졌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그 다음에 나오는 "노키아의 잘못된 임기응변 사례"도 주의 깊게 읽어 볼 만합니다. 그들은 자체 OS인 심비안을 내놓았는데 "기능이 너무 단순해서 시장에서 외면받았다"고 합니다. 임기응변 자체는 나무랄 게 없으나 그 방법까지도 타당해야 했었다는 거죠. 

 

요즘은 어디서나 교감, 소통, 공감의 미덕을 강조합니다. 이것을 위한 첫걸음이 바로 "경청"입니다. 무슨 궁예도 아니고(ㅋ), 남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려면 먼저 그 사람의 말을 들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떤 사람이 무슨 맥락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훈장질부터 하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적 자체도 포인트를 못 짚은 바보스러운 것이지만, 도대체 자신이 누구한테 무엇을 지적하고 말고할 자격이 되는지부터를 먼저 좀 진지하고 솔직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자방아를 돌리는 소의 머리에는 검은 보자기를 씌운다. 같은 자리를 반복해서 돌고 있다는 걸 모르게 하기 위해서이다(p41)." 이 말이 자연과학적으로 근거를 갖춘 것이건 아니건 간에, 사람이건 동물이건 어떤 의미를 끊임없이 찾고 지향한다는 점은 그 강도의 크기에 무관하게 진실일 수밖에 없습니다. 뒤에는 경주마에 착용시키는 "차안대" 이야기도 나옵니다. 저자가 십대들에게 주장하는 건 명확합니다. "강요된 차안대를 스스로 벗고 내 생의 의미를 발견하자." 먼저 참된 내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어떤 신들린 창의력도 발견되고 계발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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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수문장 | My Reviews & etc 2021-02-23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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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전설의 수문장

권문현 저
싱긋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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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모 대통령은 육사 문지기 출신"이라는 말이, 그를 몹시 싫어했던 대중 사이에서 희화화의 수단으로 유행하곤 했다고 전합니다. 육군사관학교의 방호원이 아니라, 그 학교의 축구부에서 골키퍼라는 포지션을 맡은 게 팩트인데도 말입니다. 저 농담 속에는 은근 문지기라는 직종을 비하하는 뉘앙스가 사실은 들어 있으며, 백범께서 청년 시절 상해의 임정을 찾아갔을 때도 "문지기 역할이라도 맡겨 주십사" 요청했던 걸 보면 그 시절에도 해당 직역에 높은 평가가 이뤄지지는 않았던 사정이 약간은 짐작됩니다.

 

그러나 어디 그렇겠습니까? 서양 관용어구에는 "야만족이 문 앞까지 침략해 들어왔다"는 게 있는데, 문 앞이 아니라 원래 적은 먼 발치에서 미리 격퇴를 해야 나와 내 재산, 나의 소중한 가족들이 안전해집니다. 문 앞까지 적이 밀려왔다면 벌써 위험의 8,9 할은 현실이 된 셈인데, 만약 문에서도 적을 못 쫓아낸다면 이미 운명은 끝난 것입니다. 문지기라는 소중한 직책의 중요성은 사실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라 우리가 실감을 그저 못하는 중일 뿐입니다. 

 

저자 권문현 선생은 웨스틴조선호텔에서 36년 근무하고 이미 정년을 마친 분입니다. 그런데도 현업에서 은퇴 않으시고 다시 콘래드로 옮겨 이번에는 지배인으로 근무 중이라고 합니다. 가히 한국 호텔업계의 산 증인이라 할 만하며, 호텔리어의 모범이자 스승이라고 하겠습니다. 호텔의 "문지기"라면 사실 말이 문지기이지, 이모저모로 돌보아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죠. 또, 우리가 저기 강터의 JW 맬메리어트 같은 곳에 가 봐도 알 수 있듯, 호텔의 얼굴과도 같은 직역이 바로 권 선생 같은 분들입니다. 도어맨은 그저 문 열고 닫는 사람이 아니라, 초특급 호텔의 최전선에 서서 "우리 호텔은 이러한 곳입니다"를 간단한 표정, 제스처, 기품, 위엄, 친절함 등으로 표상하는 직책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사람이 한 분야에서 40년 가까이 근무하면 저절로 달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네요. "어떤 이들은 이 직업을 감정 노동자라고 하지만 항상 웃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항상 웃을 수 있어서 행복한 분이라면, 그 웃음이 내면에서 자발적으로 나오는 웃음이란 뜻입니다. 자신의 일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일의 파급 효과가 또한 어떠하며, 그 일이 어떠어떠한 이들에게 긍정 부정으로 영향을 끼치며, 그 일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이런 반응이 가능합니다. 

 

어디 이뿐이겠습니까? 웃음을 짓는다는 건 그저 허공에 대고 웃는 게 아닙니다. 당연히 직역상 사람들에 대고 그 눈을 보고 웃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즉 그 순간에 (위에서 말한 대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진정한 웃음이 되려면, 사람 사람의 특징과 내심과 수양의 정도와 그 사람의 행복한 정도가 가늠이 되어야 가능합니다. 숱한 사람들을 접하고 또 접한 분이라면, 사람을 한번 보기만 해도 그 내공과 선함과 직분과 사회적 위상이 바로 감 잡히지 않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달인의 경지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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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일전쟁 국민의 탄생 - 오타니 다다시 | My Reviews & etc 2021-02-2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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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청일전쟁, 국민의 탄생

오타니 다다시 저/이재우 역
오월의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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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근세 유럽은 그저 신분제 사회였을 뿐 기층 농민(농노)들이 "국가"애 대해 어떤 소속감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농노는 그저 개별 장원, 영주에 각종 의무를 지고 대신 외적의 침입 등으로부터 기본적인 안전을 보장받았을 뿐입니다. 이랬던 것이 프랑스 대혁명 등을 거치면서 서서히 "네이션, 나시옹" 같은 개념과 현상이 대두하기 시작했는데 그러고 보면 현재 당연시되는 어떤 정치, 사회, 문화적 단위 같은 게 의외로 그 생성 역사가 짧은 셈입니다. 

 

한국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민족 관념도 형성하고 그에 걸맞은 국가 단위 공동체 생활도 이룬 편입니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떠하였는가? 이 책 저자는 청일전쟁 당시에 언론 등이 민족 의식을 고취하고 비로소 국가의 중심으로서 텐노 등에 대한 숭배를 체계적으로 부추기면서 "일본 민족"이 형성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시바 료타로 등의 책을 읽어 보면 시골로 갈수록 그저 "번"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만 팽배할 뿐, "텐노"가 대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고 합니다. 명치 유신 즈음이 그 정도였으니 더 이전으로 올라가면 뭐 말할 사정조차 없는 셈입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민족 의식 형성"은 유럽뿐 아니라 이웃 일본과 비교해 봐도 참으로 이른 시기에 이뤄졌다고 하겠습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비슷한 시기 일본은 "민족의식과 근대화 의식"이 (자율이든 타율이든 간에) 거의 동시에 이식되었다는 거고, 한국은 오랜 동안 고유의 유교 시스템과 민족의식이 병행해 왔을 망정 근대의식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젊은 세대가 일본에 대해 어떤 위축감을 덜 가지는 배경 중 하나가, "일본은 채 겪지 못한 민주화의 과정을, 우리는 많은 희생을 치러 내며 내재화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민주화는 아직 완결된 게 아니며, 결과이든 과정이든 더 많은 성숙이 필요하지만 말입니다.

 

일본은 청일전쟁에서 승리하여 막대한 이권을 챙겼습니다. 그런데, 동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마구 기우는 결과, 또 기득권 침탈을 우려한 독, 불, 러 3국이 간섭하여 청에 이권을 돌려 줄 것을 강요당했고, 엉뚱하게도 이권 중 상당수는 러시아 등의 손에 떨어졌으니 헛웃음이 나오는 판입니다. 일본의 미디어는 "다른 나라가 애써 전쟁을 통해 얻은 성과를, 제3국이 간섭을 통해 뺏아가니 이런 강도짓이 따로 없다"고 했는데, 이 역시 그저 포복절도할 논리입니다(아무리 봐도 웃음이 계속 나오네요. 하긴 영화 <오션스> 시리즈를 보면 도둑 세계의 규칙 1번이 "다른 도둑의 물건을 탐내면 안 되고, 이를 어긴 자는 강한 응징을 받는다"입니다. 물론 현실에 저 같은 규칙이 있을 리 없습니다. 

 

세계사의 굵직굵직한 사건을 기존 우리 국사 교과서에서 성격 규정한 대로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가치 있고 우선순위가 높겠습니다만 다른 나라, 설령 그것이 일본의 관점이라고 해도 최소한 쟤네들의 관점과 논리가 무엇인지 정도는 곰곰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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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툼이 상처로 남지 않으려면 | My Reviews & etc 2021-02-22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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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다툼이 상처로 남지 않으려면

감정수학자 저
모모북스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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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세상에서 관계의 깔끔한 유지, 발전, 가꿔나감, 뭐 이런 게 가장 어려운 과제 같습니다. 무조건 나만 최선을 다해 잘한다고 결과가 좋은 것도 아니고, 내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돌발 변수도 많이 생깁니다. 얼마 전 어느 유명인의 소셜 미디어에 "좋은 사람들한테만 잘하자"라는 문구가 게시되어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 그렇게 막상 마음을 먹어도 실천에 옮긴다는 게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 책 저자분은 그 명의(?)가 "감정수학자"라고 되어 있는데 정말로 감정을 다루는 수학자가 있다면 위상수학 미분기하 복소해석 이런 분야보다 더 뛰어난 자질이 요구될 것 같습니다. 주식 시장도 만약 사람의 감정(들)을 자유자재로 파악하는 전문가가 있다면 돈을 원하는 만큼 다 쓸어담을 수 있을 겁니다. 증시에서도 알고보면 가장 중요한 게 소위 "센티"이니 말입니다.

 

p20에는 "친절 금지"라는 제목의 글이 있습니다. "모두에게 친절한 사람은 애인을 불안하게 만드는 법이다." 어떤 법률가는 TV에 출연하여 말하기를 "여성분들이 보통 친절하니까, 남자들이 이를 착각하여..."라면서 성범죄의 한 주요 원인으로 꼽던데 물론 발언자의 취지는 "남자 측의 (흔한) 착각"에 포인트를 둔 것이지 "여성의 친절"이 문제라는 식은 아니었습니다. 공적 기관이나 민간 회사에서리셉션 같은 업무를 보는 여성(혹은 누구라도)이 그럼 불친절해서야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런데 이 책에는 "친절함에 다른 의도가 없더라도, 상대가 느끼는 감정은 다를 수 있어서이다."라는 구절이 바로 뒤에 이어집니다. 이게 참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여성뿐 아니라, 요즘은 남자들도 어떤 "보편적 친절" 같은 걸 매너로 장착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가식일 수도 있고 천성이 그래서일 수도 있습니다. 여튼 이런 남성이, 평소에 그가 원하던 타입의 여성의 시야에 들어올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뭐 여튼 연애가 일단 시작되면, 두루 불친절한 타입이 자신에게만 친절할 때, 당사자는 "자신만 사랑 받는다"고 여길 수 있다는 게 저자의 말입니다(그렇게 해 주라는 거죠). 이 문장에서 주어와 목적어(혹은 부사어)에 성별 표시는 따로 없습니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그리 느낀다는 겁니다(맞죠). 그래서 이 꼭지는 "다른 이성에게 친절 금지"라는 말로 끝납니다. 

 

p74에는 "사이즈가 딱 맞는 사람 되어주기"라는 글이 있습니다. "넘치게 해 주는 사랑이 최고라 여겼다...." 즉 지난 연애의 실수를 이번의 그녀에게는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게 의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그녀가 말하길 '나에게도 표현할 기회를 줘'...." 과한 건 모자람만 못하다는 상식의 확인일 수 있고, 배려이든 사랑이든 일방적인 건 결국 이기적인 것이라는 결론일 수도 있습니다. 다음 페이지인 p75에는 "독점 관계"를 주의하라는 말도 나옵니다.

 

"너무 많이 양보했던 관계를 후회한다(p91)." 물론 누구나 그럴 것입니다. 그런데 저 위의 "나 혼자 너무 많이 표현하는 관계, 애정"하고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실패한 관계라면 "아 내가 너무 많이 양보했구나" 하고 거의 반드시 후회하겠지만, 이는 실패를 했기 때문에 도달하는 일종의 결과론 아닐까요? 저자의 맥락은 독자인 제 생각과는 달랐습니다. 상대는 이제 나의 양보를 일상처럼 여기게 되었다고 하는데, 뭐 흔히 하는 말로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그 뜻이겠습니다. 이 다음이 중요한데, 지치게 된 내 입에서 이제 나오는 말이 "나는 이렇게까지 하는데...."입니다. 그 다음에는 상대에게 양보를 강요하게 되더라는군요. 이게 문제라는 거죠.

 

"누가 양보해 달래?(p91)" 역시, 저 위에 나온 말처럼 "사이즈가 맞는 양보(나 배려)"가 중요합니다. 같은 페이지 밑에는 이런 말도 나옵니다. "일방적으로 주는 사랑이, 서로 교감하고 조율하는 사랑보다 훨씬 쉽다." 특히 남성들이 이런 부분을 정말 잘 알고 이해하고 염두에 두고 실천에 옮겨야 할 듯합니다. 무조건 퍼 주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겁니다. 과거에는 이런 유형이 잘 통했는지도 모르지만 말이죠. 일방적으로 퍼 준다고 퍼 줬지만 상대 입장에서는 그런 게 꼭 필요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이런 걸 억지로 안기고서 나한테 나중에 뭘 요구할까?" 같은 부담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서로 몹시 사랑하면 다 극복될 문제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불타는(불탔던) 사랑도 이런저런 서로의 사소한 실수가 되풀이되면 어느새 "상하게" 마련입니다. 이 글의 마지막은 "사랑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아니에요"라는 말로 마무리됩니다. 원하지 않는 건 애초에 줄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일찍 지치지 않겠습니까. 

 

"답정너"라는 유행어도 있지만 질문은 사실 질문에 대한 (명)답이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너에게 던진 질문에는 어쩌면 나의 기대가 담겨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걸 너도 좋아했으면 하는 기대(p118)" "그래서 요즘은 '이거 좋아해?'가 아니라 '뭘 좋아해?'라고 묻는다." 상대가 나한테 잘 맞는 사람인지, "마음을 열어도 되는 사람인지" 기색을 살피며 접근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나에게 마음을 열어도 되게끔 안심을 시키고 진짜 배려를 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좋은 마음에서 호의를 베풀면, 마치 자신이 왕인 듯 호의를 당연히 여기는 꼰대들도 참 (사회에는) 많더라(p138)."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런 유형(즉 저런 꼰대)은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아주 예전 분들은 그래도 체면이라는 걸 알아서 아랫사람한테 뭘 받으면 더 줄 줄도 알았는데 어정쩡하게 나이 먹은 세대가 문제입니다. 남 이야기 할 게 아니라 당장 나부터도 혹시 저런 추태를 보이지 않는지 반성할 일입니다. 여튼, 그래서 이 파트의 결론은 "(사회에서 거의 모든 관계가) 포장을 해야 하는 형식적인 관계 속에 지쳤지만, 너에게만큼은 그 포장 모두 벗겨 내고 진심으로만 예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인데, 글쎄요. 상대가 어느 정도는 나의 포장을 원한다면? "너의 그런 모습까지는 보고 싶지 않어" 같은 생각이라면? 이 역시 자신이 센스 있게 요량하고 배려할 부분입니다. 

 

"연인 관계에서도 복선이라는 게 있다. 상대가 나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내가 그것을 직면하고 수용할 수 있을지를 (미리) 결정해야 한다(p178)." 그러니 여기서 말하는 "복선"이라는 건 일종의 조짐입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복선은 극을 구경하는 재미를 더하지만, 애정 관계에서의 복선은 의식적이든 아니든 간에 일종의 경고입니다. 저자는 "그 복선이 문제를 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고 하며,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낌새나 확증(이 말이 무섭네요)을 무시하면 나중이 더 힘들어진다"고 합니다. 참 공감되지 않습니까? 귀찮기도 하고, 혹은 주식 사고 나서 안 좋은 정보나 조짐을 모두 무시하고 잘되려니 자기 합리화하는 심리나 비슷합니다. "사랑은 모든 걸 참고 극복하고 덮어주는 것"이라는 말처럼 무섭고 무책임한 게 없을 듯합니다. 사랑이건 뭐건 모두 현실의 문제이니, 현실 감각을 냉철히 유지하며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건 당연한 상식인데도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건 그 사람의 마음이 큰 게 아니었다. 내 마음이 커서 뭐든 좋게 봤던 거지. 그 사람이 날 많이 좋아한다고 믿고 싶었던 걸까(p179)." 참 마음 아픈 말입니다. 나는 이처럼 널 좋아하는데, 왜 너는 그렇지 않을까? 예전에는 제3자가 애정 당사자 한 사람에게 충고할 때, "저 사람이 널 좋아하는 것보다, 네가 저 사람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 이것도 많이 돌려서 하는 말이고, 사실 저쪽은 너를 좋아하지 않거나 이용하는 것 같다는 소리죠. 후.... 그래도 내가 저 사람 좋아하는 건 사실이니, 후회없이 잘해기라도 해 봐야 나중에 미련이 남지 않는 걸까요? 예전에 저는 <사랑과 전쟁>에서 이런 대사를 들은 적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누굴 좋아했다는 게 무슨 장점이 있는지 알아? 나중에 미련이 안 남는다는 거야." 이것은남편의 외도로 일단 헤어졌다가 나중에 다시 합치자고 찾아온 남편에게 (다 타 버린) 아내가 던지는 대사입니다. 관계란 이처럼이나 어렵고 복잡해서, 아무리 현인이라 해도 능숙히 핸들링할 수 없을 듯합니다.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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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교양 | My Reviews & etc 2021-02-2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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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괴테의 교양

괴테 저/엄인정,김형아 역
생각뿔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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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4에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한 구절이 나와 있습니다. 위에 독일어로 인용된 건(von  einem tage zum andern sich durchhilft...) 마지막 줄의 원문입니다. 번역에서 생략이 되긴 했으나 von einem tage zum andern는 "하루하루", andern sich durchhilft라는 구절은 "스스로 만족을 느끼며... "에 해당합니다. 

 

다음 페이지에 나오는 말이 우리의 심금을 울립니다. 우리가 불행한 건 어떤 욕구, 현실에서 만족되지 않은 어떤 헛된 욕망에 우리가 부질없이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기대치가 낮으면 어떤 것에건 우리가 실망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책에 나오는 대로, 힘든 일상을 마치고 곤히 잠을 청하며 다음날 가뿐하게 일어날 수만 있어도 그것이 곧 행복입니다. 

 

p77에는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으로부터 한 구절이 인용됩니다. 경제관념이 불명확한 이는 "수입과 지출이 불명확한 상태에 있어야 행복을 느끼고..." 경제관념이 뛰어난 사람은 매일 불어나는 행복의 총합을 보는 것만큼 큰 기쁨이 없다고 합니다. 뒤의 구절은 우리가 당연히 공감할 수 있는데, 앞 구절도 과연 그럴까요? 하긴 경제관념이 불확실하니, 현실적으로 대부분 지출이 수입을 초과할 것이며, 따라서 이런 위험하고 불리한 현실을 구태여 알고 싶어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 이건 보통의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현재 유독 지출이 많았다면, 은행 잔고와 카드 청구서 내역을 구태여 들여다보고 싶지 않을 겁니다. 반대로, 영리하게, 예를 들어 정부 외식 쿠폰 이벤트 등에 참여한 사람이라면, 카드 앱에 들어가서 이제 얼마만 더 쓰면 요건 충족인지 매일 뿌듯해하며 들여다보다가, 드디어 캐시백이 되면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좋아서 시선을 고정시키겠죠. 사실 요즘은 18세기가 아니라서 경제관념이 없으면 살아남기가 힘든 터라 안 저런 사람이 없을 것도 같습니다. 
 

p157에는 <파우스트>의 한 구절이 나옵니다. 인용된 독일어 구절은 "위대한 목표는 처음에는 미친 짓 같지만..."의 원문입니다. 그런데 이 문장(Ein großer Vorsatz scheint im Anfang toll)에는 "미친"이라는 단어가 없습니다. 또 Doch 앞에는 어떤 문장부호가 생략된 것처럼 보입니다. 

 

p165에는 다시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으로부터 한 구절이 인용됩니다. 우리 마음 속에는 어떤 다양한 열망이 불씨처럼 살아 있습니다. 이것은 대체로 젊었을 때에는 쉬지 않고 불타다가, 나이가 들면 서서히 약해지는 게 보통이죠. 이것을 영어로는 flickering이라 표현하고, 요즘 자주 들리는 경제용어 tapering의 원 뜻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책에는 "쉬지 않고 불씨를 살릴 것"을 충고합니다. 아무리 집요한 집념이나 강렬한 욕구라고 해도 어떤 시련 때문에 좌절할 수 있고 이럴 때 불씨는 일시적으로라도 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p230에는 이런 말도 나오는군요. "내가 가진 그리움을 헤아려 순순히 내게 손을 다오. 우리 둘을 잇는 이 끈이 부디 약하디약한 꽃잎으로 만든 끈이 아니길 바란다." 역시, 인용된 독일어 원문은 후단만에 해당합니다. Sei는 독일어 동사 sein의 명령형으로 쓰였습니다. kein은 부정(否定)어입니다. 

 

p278에는 <파우스트>에서 다시 한 구절이 인용되네요. 독일어 원문은 "공로가 있어야 행복이 따라온다는 것을 저 바보들은 결코 깨닫지 못하는구나."라는 중단만의 원문입니다. 독일어 공부해 본 적 있는 분들은 바보들이라는 뜻의 Toren, 복수 3격이 아마 눈에 익을 것입니다.

 

역시 괴테의 수많은 명작에는 우리의 삶에 어떤 소중한 교훈이 될 만한 명언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런 명문장들이 독일어 원문과 함께 책에 실렸기에, 독자들이 독일어 공부와 함께 진행할 수도 있겠습니다. 번역도 훌륭하지만 우리는 원문과 함께, 그 독특한 풍취를 느끼면서 괴테의 깊은 가르침과 통찰을 마음에 새길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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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정면돌파 | My Reviews & etc 2021-02-21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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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생은 정면돌파

박신철 저
행복에너지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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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군에서 필수적으로 갖추어할 교육, 구보, 사격의 세 가지를 잘할 수 있는 자질이 있었나 보다. 폐활량이 좋아 웬만한 구보에는 땀도 안 났고...(p42)"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나도 남다른 근성으로 결국은 이겨내고 주위의 인정을 받는 타입은 확실히 따로 있습니다. 저자님의 경우 어렸을 때 고아원에 맡겨지고 아주 가난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등 각별한 시련이 있었으나, 참으로 파란만장한 과정을 거쳐 사회 요직을 거치고 결국 성공한 인생을 일궈낸 분이더군요. 

 

저 위에 인용한 문장처럼, 저자분은 보통 사람을 (적어도 몇 가지는 확실히) 능가하는 탁월한 신체 조건을 갖고 태어난 분이기는 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 아마 "아 나도 저분처럼 체력, 체격이 강건하게 태어났다면..."이라며 자기 합리화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에서 체력만 강하게 태어나거나 하면, 대개는 좋지 않은 길로 빠집니다. 저자분처럼 사회에서 비교적 선망 받는 코스를 밟아 남들 부러움을 사는 각광 받는 길을 걷지 못한다는 겁니다. 

 

한편으로, 뛰어난 머리를 갖고 태어났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았을 거라며 처지를 비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은 진득하게 앉아 공부하는 습관을 못 들여 좋은 대학을 못 나오고, 결국은 순간의 잔머리를 굴리는 데만 적성을 붙여 나쁜 길로 빠지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좋은 대학을 나왔지만, 결국 자기보다 훨씬 못한 사람들과 의기투합하여 나쁜 꾀를 뿌리는 데만 눈길을 돌리고 결국 제 인생을 망칩니다. 결국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건 주어진 조건, 환경에서 얼마나 최선을 다하느냐는 것, 이 책 저자님 말씀처럼 현실에 기반을 두고 근성 있게 위기를 얼마나 정면돌파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닙니다. 

 

대체로 인생에서 성공하는 사람들 중 특히 남성들은, 그 힘들다는 군 생활을 잘 보내는 사람이 많더군요. 또 평소에는 공부를 진절머리 내며 싫어하다가, 이런저런 다양한 배경을 가진 후임, 선임들과 만나면서 새로 인생에 눈을 뜨고 심지어 공부에까지 취미를 들이고 각오를 다집니다. 저는 예전에 읽었던 어느 수기에서 전역할 때 "우리 사단 보물 나간다!" 소리를 듣기까지 했던 어떤 분이 생각 납니다. 

 

이 저자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이 지긋지긋하게 여기는 군대를, 가뜩이나 힘든 판에 전역까지 늦게 하고 장기하사관 복무까지 마쳤다... 이건 뭐, 남의 사연으로 들어도 넌덜머리가 나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자분은, "전화위복이 되었다(p52)."고 말합니다.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저력이 있는 이들의 태도가 다 이와 같습니다. 되는 사람은 이래서 되는 겁니다. 

 

신청글에서 저는 "같은 부산 출신으로서 제목에서 드러나는 근성에 공감합니다"라고 말했는데, 막상 책을 받아 읽고 보니 저자분은 경기도 연천 출신이었습니다. 군복무까지 마치시고 나서 부산 수산대에 입학하신 거더군요. "세상 어디라도 배를 타고 마음대로 갈 수 있는 마도로스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후임에게서 듣고 그리 결심한 거랍니다. 사실 이 저자분이 젊었을 때하고 지금은 시대 상황이 크게 달라졌겠죠. 그때는 해외 여행 허가를 아무한테나 내 주지도 않던 시절이었으니 말입니다. 선원이나 항공기 승무원, 기자, 해외 상사 주재원, 기타 사업가쯤이나 되어야 뭐 여권이 일단 나오기나 했겠습니다. 

 

사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란 건 그 근성이었습니다. 공부란 게, 운동만큼은 아니어도, 어려서부터 좋은 가정 환경에서 습관을 들이고 책을 읽는 게 아주 몸에 배어 있어야 하는 거지, 나이 들어서 갑자기 회심을 한다고 글자가 눈에 들어오는 게 결코, 결코 아닙니다. 무엇이든 그 일을 해 오던 사람이 하는 거지, 갑자기 무슨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안 되던 게 되질 않습니다. 사람이 독한 마음을 먹고 엄중한 상황 인식 확실히하고 내가 반드시 이 꿈을 이루고 말겠다는 단호한 결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런 마음을 먹는다는 자체가 보통 사람한테 가능하지를 않습니다. 

 

저자분은 참 머리가 좋았나 봅니다. 당시에는 학력고사 체제였을 텐데 여튼 암기사항이 많고 수학도 제법 어려웠을 건데 제대 후 불과 2~3개월 공부해서 그것도 좋은 성적으로 합격을 하셨다니 말입니다. "입학하고보니 여기는 군대 수색대보다 더 거친 문화를 가진 집단이었다(p54)." 수색대 하면 얼마나 군기가 빡센데 이곳 수산대 어로학과가 그보다 더했다니... 뭐 요즘은 아닙니다만 진짜 군대도 아니고 대학교에 이런 서열 X군기 문화가있다는 건 참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지는 일입니다. 

 

이후 본문에는 3학년을 마치고 해운회사, 현대자동차 영업부에 취직하신 이야기가 나옵니다. 행간은 독자의 상상으로 채워 넣어야 하니만큼 그 사정에 대해 여러 짐작이 가능합니다. 요즘과는 위상이 좀 다르겠습니다만 여튼 대기업에 취업하셨으면 그 나름대로 또 인생을 가꿔 나갈 하나의 지점을 마련하신 셈인데 저자는 그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저자는 기시를 패스하고 사무관으로 10년을 봉직했는데 도통 승진이 되지 않던 중 카이스트에 마련된 MBA코스를 밟으셨다고 합니다. 자연과학이 배경이던 저자로서 경영학 공부가 매우 어려웠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 끝에 가서는 중간 이상의 성적을 올리게 되었는데 교수님이건 동료(나이로는 한참 후배인)들의 칭찬도 받았다고 합니다. 이분이 물론 머리를 타고나신 바도 있겠으나, 근성으로 안 되는 걸 되게끔 밀어붙인 그 정성과 열의가 대단하다는 점 여기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공직사회에서도 이런저런 비열한 모함과 질시가 횡행하는 건 여타의 조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자는 부당한 좌천도 경험하고, 대통령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직보도 해 보는 등 참으로 파란만장한 경험을 하셨네요. 제 생각에는 저자님 같은 스타일은 민간 대기업 같은 데서 확 출세하시고 돈도 많이 버셨을 것 같은데 이렇게 공직으로 나아가서 그처럼이나 다양한 경험을 하고 또 고위직까지 올랐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습니다.

 

인생은 얼마나 경험을 치열히 하고, 주어진 현실의 과제에 몰입하여 성과를 이뤄내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런 책의 저자 같은 분을 보면 참 인생이라는 게 만만치 않지만, 그런 도전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내고 현실에서 처리하느냐에 따라 성취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자분은 아마 더 높은 직까지 못 오르신 게 내심 아쉬우시겠지만, 우리 독자들이 보기엔 정말로 놀랍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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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개 | My Reviews & etc 2021-02-2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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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년과 개

하세 세이슈 저/손예리 역
창심소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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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도 이제 도처에서 애완견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떤 개는 제 목줄을 쥔 주인이 가라는 길은 가지 않고 도중에 다른 사람을 보고 꼬리를 치며 따라오는 등 엉뚱한 짓도 하지만, 여튼 개는 사람이 그리 길을 들인 후 인간의 영원한 친구가 되었고, 관련 산업도 엄청나게 번성하는 중이죠. 일본도 우리와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아서 개 때문에 생기는 애환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소설만 읽어 봐도 그 사정이 짐작 가능하죠.

 

이 책에는 모두 여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맨마지막에 실린 <소년과 개>가 나오키 상 수상작이며, 다른 다섯 편의 이야기도 모두 제목에 "개"가 들어갑니다. 개와 나란히 일컬어지는 이들은 남자, 도둑, 부부, 매춘부, 그리고 노인 등입니다.

 

사람은 나쁜 환경에서 그 영향을 극복 못하고 살아가면 반드시 저 미겔 같은 범죄자가 됩니다. 그런데 이런 범죄자가 보통은 일반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겠지만, 그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세상이 역시 무서운 겁니다. 그가 저지른 범법을 경멸하고 단죄하고 하나씩 하나씩 증거를 잡아 옥죄어 오는데 무섭지 않겠습니까? 또 범죄자끼리 서로 협력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끼리 더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기 마련이니 더할 것입니다. 

 

이런 미겔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가 개 "쇼군"입니다. 그런 이름이 괜히 붙은 게 아니어서, 쇼군은 미겔에게 유용한 정보도 제공(?)하고, 이제는 가족 이상입니다. 소설을 다 읽고 사람이 개보다도 못할 수 있구나, 또 개 역시 자신의 감정과 노선(?)을 갖고 일관성 있는 길을 걸을 수 있구나 하는 점을 느꼈습니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에는 유독 지난 2011년 터진 동일본 대지진이 배경이 된 게 많습니다. 그 당시 일본 총리가 "일본 절반이 박살날 수 있다"고 경솔한 발언을 해서 물의를 빚었는데, 그런 말을 함부로 해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도 문제지만, 반대로 정보를 솔직히 공유하지 않고 밀실 속에서 의사 결정을 하는 현 정부의 태도도 문제입니다. 개가 인류의 친구가 된 건 아득한 예전부터 그리 된 것이지만, 자연재해로 큰 피해를 입고 생존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긴 이들 중 상당수가 개를 벗으로 삼아 갖가지 사연이 만들어지는 모습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 세상에는 잘해줄 것처럼 접근해서는 제 잇속만 채우고 상대를 완전히 파멸시킨 후에 버리는 아주 악종의 인간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악질)만 간신히 면했다고 마음을 놓을 게 아니라, 마땅히 베풀어야 할 공감과 동정에 무감한 채 내 세계에만 머무는 것 역시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위일 수 있습니다. <매춘부와 개>에서 우리는 그런 인간형에 분노하고, 동시에 우리 자신의 연대 능력에 대해 되돌아보게 됩니다.

 

나를 낳아 주고 길러 주신 부모님께 최선을 다하는 건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도리입니다. 그런데 역시, 어머니가 치매에 걸렸다고 돌아다보지 않고 내팽개치는 패륜아들도 역시 세상에는 드물지 않게 있습니다. 가끔은 치매를 핑계 삼아 정당한 충고와 훈육을 하는 데도 귀도 기울이지 않고 행패를 부리는 못된 아들, 딸도 있습니다 아들의 패륜도 기가 막히지만 딸들이 그러는 것도 장난 아니게 쇼킹하죠. 아무튼 그저 우리 일상의 모습처럼 약하고 힘 없는 가즈마사 앞에 나타난 다몬. 친한 친구이기도 하고 때로는 수호천사 같은 모습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 중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작품이었습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으며, 무엇을 위해 사는 존재일까요? 어떤 때에는 길을 정처 없이 지나는 고양이, 개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들 눈에는 내가 어떻게 보일까? 개와, 고양이와 혹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면 인생의 어떤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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