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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서 읽고 싶을 정도로 굉장히 ..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읽어보고 싶.. 
너무 꼼꼼하게 리뷰를 올려주셔서 .. 
리뷰를 보아하니 책 내용도 너무나 궁.. 
이무것도 안 하는 직업이라는 책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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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델의 오페라 모음집: 리날도 | My Reviews & etc 2021-03-3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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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헨델의 오페라「리날도」모음집

조미경 저
음악춘추사 | 2003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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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헨델의 오페라 작품 <리날도>를, "연주자의 필요에 따라" 여러 포맷의 "피아노곡"으로 편곡해 놓은 내용입니다. 편곡의 힘은 실로 무서운 것이어서, 예를 들어, 익히 잘 아는 히트곡들을 여러 트롯 가수들의 장점에 잘 맞춰 새로 편곡한 버전들이 대중들에게 지금 얼마나 큰 사랑을 받는 중인지 확인 가능할 것입니다. 솜씨 좋은 편곡은 기성의 곡을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감상 가능하게 합니다. 연주자들은 학습 레벨에 따라, 또 다양한 연주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버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아질리타라 함은, 아리아 디 아질리타, 즉 기교가 많이 들어가고 이런 높은 음역에서의 기교를 소화할 만한 소프라노를 위한 버전이겠습니다. 

 

리날도에서 일반 애호가들이 잘 알 만한 아리아는 물론 "울게 하소서"입니다. 이 곡의 원제목은 Lascia ch'io pianga인데, 여기서 lascia는 lasciare의 2인칭 단수 명령형입니다. lasciare는... 영어로 치면 let 동사와도 비슷합니다. 다만 주로 사역형으로만 쓰이다시피하는 영어의 let과는 달리 이탈리아어 동사 lasciare는 여러 다른, 일반동사로서의 쓰임들도 많습니다. 

 

lasciare는 이 문구 lascia ch'io pianga 에서, 영어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시멘틱을 보입니다. 여기서 ch'io는 che io의 단축형인데, che(께)는 영어에서 접속사 that과 같습니다. 종속절을 이끄는 접속사로서 별다른 뜻은 없습니다. io는 일인칭 대명사인데 라틴어의 ego에서 멀리 변천된 꼴입니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건, 영어 사역동사 let처럼 뒤에 목적격(대격, 4격)을 끌고 오는 게 아니라, 뒤에 오는 게 종속절이므로 그대로 주격(주어이니까)이 따라오게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pianga는 종속절 안의 동사로서, 다만 subjunctive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이걸 영어로 (있지도 않은 것을) 억지로 만들어 대응시키자면 "Let that I would weep.(*)" 정도가 되겠는데 물론 영어의 구문에는 이런 형식이 없고, 뭐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1990년작 미국 영화 <대부 3>에 보면 돈 토마지노가 죽었을 때 그 부하 한 사람(이름은 칼로입니다. 카를로가 아님)이 "이대로는 못 삽니다."라며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암살자를 자청하여 돈 루케시의 집에 찾아가는 장면이 있습니다. 대문을 경비원이 지키며 가로막는데 칼로가 미켈레 코를레오네의 전갈을 가져왔다고 하니 이 사람은 무전으로 "들여 보내시오"라고 말합니다. 이때 이 이탈리아인의 대사가 "lascialo entrare"인데, lascialo는 lascia와 lo와의 단축형입니다.  lascia는 저 동사 lasciare의 2인칭 단수 명령형이며, lo는 남성 3인칭 대명사의 "목적격"이요, entrare는 동사원형입니다. 즉, 이 구문에서는 앞 경우와 달리, 영어 사역동사 5형식처럼 (목적어)+(목적보어인 원형부정사) 꼴과 그대로 일치하는 것입니다. 이탈리아어에서는 이처럼 lasciare의 뒤에 딸린 구조가, 영어와 달리 다양한 시맨틱이 가능하다는 게 하나의 특징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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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발해 무왕은 당나라를 공격했을까? | My Reviews & etc 2021-03-3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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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왜 발해 무왕은 당나라를 공격했을까?

김용만 글/조진옥 그림
자음과모음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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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사 교과서에도 당나라와 발해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자 발해의 무왕이 장문휴를 시켜 당의 덩저우를 공격하게 했다는 기술이 뚜렷이 나와 있습니다. 물론 고구려 중기에 광개토대왕 등이 진취적인 군사외교 정책을 구사했으나 이는 중국의 통일 왕조를 대상으로 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발해 무왕의 저 조처는 매우 이례적이며, 교과서를 읽는 독자의 마음을 매우 통쾌하게 만듭니다. 

 

이 역사적 사실의 이례성, 의의에 비하면 현대 한국인들에게 이 사건은 지명도가 매우 낮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사건을 독립된 토픽으로 삼아 어린이들이 읽기 편하게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게 무척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읽어 보면 어린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른들에게도 생소한 사실이 무척 많습니다. 

 

음.... 현대의 김정은도 이복형을 암살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에까지 자객을 보내어 매우 교묘한 방법으로 증거 없이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발해 무왕을 저 사람과 비교하는 건 대단히 큰 실례이겠습니다만 여튼 후계자 분쟁, 정치적으로 판이한 노선 차이 등이 원인이 되어 이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만큼은 팩트입니다. 스탈린도 멀리 흑해, 발칸 반도를 지나 유고슬라비아에까지 자객을 보내어 자신과 다른 방향성을 취한 공산주의 지도자 티토를 죽이려 들었는데, 발해 무왕을 무작정 이상화할 건 아니지만 여튼 목적이 정해지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여 이를 이루려 든 그 치밀함, 집요함에 새삼 주목하게 됩니다. 

 

책에는 "왜 발해 무왕의 정책은 후대에 계승되지 못했을까?"라는 제목 아래 여러 주장을 들려 줍니다. 사실 이전의 고구려, 이후의 고려 등도 진취적 정신이 부족하여 대중 유화 정책을 편 건 아닙니다. 문화 선진국이었던 중국과 대립해 봐야 국력만 소모될 뿐이며, 우리가 아예 대륙의 지배자로 나설 작정이 아닌 이상 백성만 괴로울 뿐인 적대 정책을 구태여 펼 필요가 없었겠고, 이는 효종 이후 북벌책이 흐지부지된 배경과 같습니다. 단 저 시대의 당나라, 조선 후기의 청나라 등은 문화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세계 최강국이었고, 우리가 접촉할 수 있는 문명 세계의 범위 안에서 모범이 될 만한 유일한 국가이다시피했습니다. 지금의 중국은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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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황오제 조선역사 - 임균택 | My Reviews & etc 2021-03-29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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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삼황오제 조선역사

임균택 저
대경(大經) | 2014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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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황오제는 중국 설화에 등장하며 유교 경전에서 모호한 태도로 이상화한 고대 정치를 상징하는 존재들입니다. 다들 덕치를 표상하는 초인적 행보를 보이지만, 비교적 근래에 발견된 <죽서기년>을 보면 현대인의 눈에 적잖게 충격적인 사실도 자주 보입니다. 많은 학자들은, 유교 경전에서 이상화하여 논의된 내용은 이후의 윤색에 가까우며, 저 <죽서기년>에 나온 기술이 보다 팩트에 가깝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삼황도 과연 누구누구가 삼황인지 고대나 중세의 논자나 저자에 따라 규정이 매우 다릅니다. 대체로 한국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삼황은 복희씨, 신농씨, 수인씨입니다. 이 규정은 역시 중국 고전 <상서대전>의 것인데, 사마천 등은 전혀 다른 정의를 내세우기도 합니다. 여기서 신농씨는 염제라고도 불리며, 대체로 복희씨와 신농씨는 삼황에서 빠지지 않고 늘 꼽히지만, 수인씨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제는 삼황보다는 배리에이션이 덜한데, 황제, 전욱, 제곡, 요왕(당요), 순왕(우순) 등이 보통 거론됩니다. 황제는 헌원씨라고도 불리며, 이분은 출전에 따라 삼황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합니다. 황제는 黃帝라고 쓰며 진시황이 처음 쓴 칭호 皇帝가 아닙니다. 진시황은 우리가 다 잘 아는 대로 삼황오제에서 한 글자씩 따서 이 호칭을 만들었습니다. 

 

이 책은 삼황오제와 우리 한국사의 접점을 천착합니다. 우리도 이 중국설화와 같은 맥락에 등장하는 치우 등을 2002년 피파월드컵 당시 응원에 활용한 적도 있죠(지금은 거의 잊혀졌지만). 동이족과 현대 우리 한국인들, 또 중국인들과의 관계를 저자 특유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내용인데, 그 판단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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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농부 | My Reviews & etc 2021-03-28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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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막의 농부

의자 글,그림
책고래출판사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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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땅에 씨를 뿌리고 언젠가 열매를 맺을 그날만을 기다리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농부를 본 적 있나요? 철학자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나는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생명을 꽃피우고 이웃과 자신의 일용할 양식을 짓는 농부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직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저기서 뭘 하는 거야?" 다들 농부를 비웃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농업이란 본시 고된 노동입니다. 일은 힘들어도 마냥 그 노동의 강도에 걸맞은 소출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일기도 적합해야 하고 관개시설의 도움도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땅이 비옥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사막 한가운데에 씨를 뿌리는 농부라니요. 다들 입을 가리고, 혹은 멀리 손가락질하며 비웃을 만도 합니다. 세상은 본디가 이런 곳입니다. 남을 조롱하고, 교활한 꾀를 내어 가며 이익을 잽싸게 취하는... 

 

"태양이 뜨면 좀 나아지겠지." 농부도 어지간합니다. "씨앗이 움트면 사막도 더 북적북적해질 거야." 그러고 보니 농부가 견딜 수 없어했던 건 고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원래 이웃이 있어야 합니다. 그 이웃이 꼭 사람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혼자 사는 사람도 화초를 재배하고, 반려동물을 들이고, 어떤 생물체를 곁에 두는 걸 좋아합니다. 사막은 본디 농부가 살던 곳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 사람은 아마 본디 정 붙이고 터잡아 살던 곳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도 사막을 보고서는, 그 황량함을 참고 보지 못했던 겁니다. 

 

이곳이 이처럼 버려져서는 안 된다. 사람이 안 사는 건, 벗할 나무와 풀과 식량이 없어서이다. 이것이 없다면, 내가 만들면 되지 않을까? 네 그렇습니다. 아마 최초의 식물과 작물은 사람이 만든 게 아니겠지만, 사람은 특유의 지혜와 기술로 땅에 식물을 번성시킬 수 있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기 마련입니다. 중국 고사에 나오던 우공 역시, 삽으로 한 줌 두 줌 퍼 날라 마침내 거대한 산을 옮기고야 말았습니다. 

 

구약성서를 보면, 애를 쓰고 지혜도 충분하건만 악마의 장난으로 항상 시련을 만났던 욥이 나옵니다. 이 책의 농부 역시 "정말 너무해!"를 외치며 하늘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원래 농업이란, 최적의 조건 하에서 영위하여도 풍년을 매번 기대할 수 없습니다. 하물며 사막 한복판에 씨를 뿌리는 사람이면 말할 필요도 없죠.

 

우리의 인생도 이와 같습니다. 씨를 뿌린다고 반드시 과실이 거두어지는 게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밭을 갈고 해충을 잡으며 잡초를 제거합니다. 일 년 간 고생하고 마침내 가을에 추수를 합니다. 이게 우리의 인생입니다. 과실로 보답을 받건 그렇지 않건 간에 부단히 노력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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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란 무엇인가 | My Reviews & etc 2021-03-2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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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문화란 무엇인가

테리 이글턴 저/이강선 역
문예출판사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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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우리가 상실한 천국이요, 무례하게 쫓겨난 행복한 정원이요, 역사적 지평선 너머로 멀리 사라져 버린 유기적 사회다."(p23)

 

인류 문명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삼천 년 전이라고들 말합니다. 물론 이에는 논쟁의 여지가 있어서 흔히들 4대 문명으로 일컫는 것들 중 보다 멀리 거슬러올라가는 게 있다고도 하는 반면, 페르시아의 엘람 문명은 이보다도 더 오래되었다는 주장까지 있습니다. 여튼 "문명"이라는 게 때로 대단히 세속적, 물질적으로 타락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문화는 대단히 고고한 성격을 띠며 경우에 따라 문명과 정반대의 길까지 걷는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p102에는 헤르더와 버크 간의 유명한 논쟁이 나옵니다. 책에도 나오지만 찰스 테일러의 경우 저 독일학자 헤르더의 업적을 매우 높이 평가하여 "언어와 그 의미에 대해 매우 다르게 생각하는 방식을 고안"했다는 요약을 내놓았었죠. 결국 이런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이 후대의 스위스 학자 드 소쉬르에게까지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대개 영국의 인문학자, 철학자들이 대륙의 학문적 경향에 대해 냉소적 태도를 취하지만, 저자 이글턴의 경우 마르크스의 지평 위에 서 있으므로 저 위에서처럼 헤르더에 대해 열렬한 찬동의 경향을 보이는 게 그리 어색하지도 않습니다. T S 엘리엇은 주로 작품으로 말하던 작가였지만 여기서 이글턴은 그가 남긴 저작과 (비교적 소수의) 평론을 통해 저 헤르더와 정반대의 지평을 향한(그의 시각에 따르자면) 엘리엇의 비전을 꼼꼼히 분석합니다. "정신보다는 내장과 신경 말단으로 책을 읽어야 한다(p118)." 특히 이 말이, 이글턴이 인용한 T S 엘리엇의 지향성을 압축하다시피한 표명인데, p120에 인용된 마르틴 하이데거의 말도 함께 읽어 보십시오. 

 

이후 이글턴은 예이츠의 입장, 또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사회적) 무의식"을 끌어들인 논변까지 인용합니다. 사실 이 이슈에서 문화의 본질과 성격이 좀 지나치게 영국쪽 논자들의 입장만 원용된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만, 고드프리트 헤르더의 주장이 자세하게, 또 비교적 우호적으로 논의되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균형이 맞는다고 하겠습니다. 

 

"컬처의 어원 중 하나인 라틴어 동사 colere는 차지하거나 거주하다는 뜻을 갖는다(p167)." 물론 이 점은 우리가 영단어 colony등을 통해 알고 있는 지식이기도 합니다. 바로 밑에서부터 식민주의에 대한 비판(트리컨티넨털리즘)으로 논의가 옮겨가며, 테리 이글턴 자신이 영국 주류사회로부터 영원한 이단아일 수밖에 없는 그 개인적 배경, 아일랜드계 가톨릭이라는 어떤 숙명의 코드가 다시 등장합니다. 시니어드 오코너가 교황(당시 요한 바오로 2세)의 사진을 찢은 것처럼, 저자 테리 이글턴에게도 교황이란 혹 현임자 프란체스코처럼 상대적 진보의 스탠스 성직자라 해도 미묘한 안티테제의 아이콘일 수밖에 없습니다. 

 

테리 이글턴이라면 또한 "문화적 위계를 무너뜨리는 행위(p197)"에 대한 열렬한, 또 매혹적인 찬동의 논변자이겠습니다. 차별이란 "차이를 식별하려는 행위"인데, 이것이 차별을 정당화하는 논리이건 아니건 간에 이글턴적 논법 중에서는 깔끔하게 단죄가 이뤄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트럼프의 시대(지나갔지만)에 나온 가장 이글턴 적인, 재치있고 신랄하며 박식한 논의였으며, 다음 저작에는 이 시대의 가장 핫한 화두인 "증오, 혐오"와 문화의 관계에 대한 특유의 시원시원한 이야기를 들어봤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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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의 금속 | My Reviews & etc 2021-03-2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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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프로메테우스의 금속

기욤 피트롱 저/양영란 역
갈라파고스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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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는 희귀금속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p22)."
"이 책은 세계의 반(反) 역사를 담고 있다(p23)."

 

수백 년 전 뉴턴이 몰두했던 여러 과제들 중 하나는 바로 "연금술"이었습니다. 고전역학의 창시자이자 초기 미분학의 개척자였던 그가 한때나마 중세의 미신 같은 연금술에 천착한 건 아이러니처럼 보이지만, 우수한 두뇌를 지닌 이가 큰 재산을 벌 수도 있을 난제에 흥미를 드러낸 건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어쩌면 그의 직관은 이미 결론이 "불가능"인 줄 알았겠으나, 이의 과학적, 이론적 확증을 위해 (무익한 종착역을 향해) 노력을 기울였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여튼 연금술의 목적은 "비교적 흔하고 그 쓸모는 덜한(당시 기준) 금속이나 물질들을, 귀한 금(gold)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멘델레예프가 원소 존재의 질서 있고 체계적인 배열을 예견한 이래 인류는 여태 잘 알지 못하던 여러 원소들의 존재에 대해 눈 뜨게 되었고, 산업이 고도로 발전함에 따라 상품과 중간재의 더 정교한 고안과 설계에 관심을 기울이는 중이며, 이 용도에 더 적합한 희귀 (금속) 원소를 향해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부여하게 되었습니다. 수천 년 인류 문명사 동안 우리가 관심도 없던 희귀 금속이 갑자기 귀하신 몸으로 부상한 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전히 금(gold)만이야 못하겠지만 예전보다는 훨씬 높은 대접을 받게 된 여러 금속들이 우리의 주목을 끕니다. 어떤 금속은 (많이 과장하자면) 금(gold)을 끌어와 오히려 이런 종류로 바꿔어야 할 만큼, 뭐 아주 "리버스 연금술"의 과제가 될 지경이라고나 하겠습니다(물론 아직 그 정도로까지 가치가 높아진 희귀 금속은 없습니다만). 

 

"전기 모터는 인류의 무한정한 번영을 보장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에너지 전환을 그럴 듯한 가설로 만들었다(p38)." 이 대목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과거에는 석유, 석탄 등의 탄소 자원을 연소함으로써 원하는 수준의 에너지를 얻었다면, 이제는 충분히 발달한 전자기역학의 도움을 받아 구태여 저런 "시커먼" 녀석들을 태워 가며 환경을 오염시키고 우리의 건강을 해칠 필요가 낮아졌다는 거죠. 물론 오염이 아주 없어진 건 아니고 저자도 본문에서 "오염이 적어졌음"과 같은 표현을 씁니다. 그래도 에너지를 얻기까지의 과정이 혁신적으로 깨끗해진 건 사실입니다. 또, 이처럼 기름이나 석탄이 아닌, "배터리"를 쓰는 공정이 대폭 늘어났기에, 한국의 LG화학(이후 LG에너지솔루션 분사)이나 SK이노베이션 같은 곳들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겠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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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1-03-26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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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행동경제학

리처드 탈러 저/박세연 역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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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은 기존의 "합리적인 경제 주체의 이성적인 결정"에 주목하는 학문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 혁신적인 흐름이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탈러 박사, 또 대니얼 카너먼 등은 왜 우리들이 어리석고 비효율적인 행동을 하며 사고의 오류에 빠지는지를 면밀히 분석하여 노벨상까지 받았습니다. 훌륭한 사람들의 이성적인 결정으로부터도 도움을 받을 수 있겠으나, 그렇지 않고 어리석은 오류로부터도 반면교사의 배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 일상의 우리들이 저지르는 실수 등이, 행동경제학의 주제와 훨씬 더 밀접히 닿아 있기에, 행동경제학의 여러 논의들은 마치 우리의 일기장을 엿보듯 흥미롭기까지 합니다. 삶의 실천적 과제를 (정반대 방향에서) 실용적 해결책을 일러 주는 고마운 코치이기까지 한 셈입니다. 

 

과도한 재고는 비단 자동차 기업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게, 혹은 공장 등에서 사장님들한테 언제나 골칫거리인 문제입니다. p204에는 크라이슬러에서 내놓은 "리베이트 프로그램"이라는 예가 나오는데, 쉽게 말해 차를 사면 현금으로 일정액을 돌려 주는 제도이며 우리도 드물지 않게 만나곤 합니다. 재미있는 건 처음부터 가격을 깎아 주는 가격할인 프로그램보다, 금액이 같으면서도 이렇게 현금 다발을 돌려 주는 방식이 훨씬 효과가 좋다는 겁니다. 내 돈 중 일부를 돌려받았을 뿐인데도 왠지 횡재나 한 것 같고 말입니다. 

 

하지만 경쟁사도 이 정책을 같이 채택한 후에는, 별반 새로울 것도 없는 게 되어 버렸습니다. 사실 이 행사는 "애초부터" 새로울 게 전혀 없었으나, 까다로운 자동차 판매점으로부터 현금을 일부나마 도로 돌려받는 "체험"의 효과가 컸던 셈입니다. 나의 "지갑"에는 큰 영향이 없었는데도 말입니다. 만약 이 행사를 한국에서 지금 실시한다면? 냉정하게 살펴서 일찍이 있었던 "할인"과 별 차이 없다며 큰 관심을 안 보이는 이들도 많을테고(이성적입니다), 그렇지 않다며 현금 환급은 뭔가 다르다는 축도 있을 겁니다. 사실 재난지원금 이나 유류환급금 지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애초에 세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케인즈는 현대 거시 경제학의 큰 흐름을 이루는 두 가지 트렌드 중 하나를 창시한 사람입니다. 재미있는 건 주류경제학자들 중 상당수가 케인즈의 이론을 "이론적으로" 비판하는 여지가 훨씬 넓어진 게 작금의 현실이며, 행동경제학이 한참 후인 지금 이처럼 인기 있어진 시점에서 케인즈의 여러 진단은 뭔가 "비합리적이지만 효과 있고 널리 행해지는 선택"의 예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는 겁니다. 허나 케인즈의 천재적 통찰력은 여전히 위력 있으며, 이 책에도 나오듯 "소수의 오너가 오히려 대중 다수보다 더 정확히 기업 가치를 파악한다"는 말은 두고두고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이 말이 과연 맞기에, 주식시장에서 온갖 주식들이 미친 듯 가격의 등락을 거듭하는 것이겠고 말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합리적인 결정과 판단을 하려 애 씁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만족과 거리가 멉니다. 이 이유는, 우리의 생각을 메타적으로 객관화하는 노력을 못 하기 때문이죠. 어처구니없는 건, "생각을 객관화"하라는 비판조차도 남을 향해 즐겨 쓸 뿐, 더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는 중인 자신에 대해서는 도무지 그럴 엄두 자체를 안 낸다는 겁니다. "내 생각이 이처럼이나 옳은데 왜 저들은 내 말을 안 듣지? 바보 아냐?" 이런 말이야말로 특급 바보들이 즐겨 입에 올리는 전가의 보도입니다. 나 자신을 객관화하여 통찰하고 반성할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현자의 전매 특허이겠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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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의 맛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1-03-25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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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은퇴의 맛 : 은퇴전문가 한혜경의 지지고 볶은 은퇴 이야기 28가지

한혜경 저
싱긋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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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은퇴는 두렵습니다. 내가 평생 몸 담아왔던 직장은, 물론 그 직장 안에서도 살벌한 경쟁이 이뤄지고 중상모략이 판을 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원팀이고, 레드 오션이나 다름 없는 사회로부터의 방파제입니다. 허나 밖으로 나가면? 약한 자는 잠시 한눈판사이 강자에게 먹히는 정글과 같습니다. 이런 판에 은퇴를 어떻게 해야 지혜로운 선택이겠으며 나의 노후가 든든히 대비될까요?

 

일단 은퇴는 노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새로운 일의 시작입니다. 이 일이라는 게 직장에서 마련해 주었듯 어떤 틀에 얽매인 게 아니라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은퇴 후의 일은, 본인이 신명이 나서 행하는 어떤 놀이와도 같아야 합니다. 저자는 특히 일과 놀이가 신명이 나서 일체가 되는 어떤 경지를 이야기합니다. "회사다닐 때 잘 놀아본 사람이 은퇴한 후에도 잘 일한다." 사실 이것은 일을 어떤... 자아와 분리된, 주어진 과업으로 보지 않고, 그저 나의 자아실현이라며 대범하게 받아들이는 자세와 각성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녀들은 어떻습니까? 사실 <사랑과 전쟁> 같은 드라마만 봐도, 어떤 자녀들은 대책 없이 부모에 의존하고 소위 "등골을 빨아먹습니다". 애초부터 부모가 자녀를 엄히 훈육했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겠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부모님들은 유독 자녀에게 약합니다. 무능과 비합리적 사고로 결국은 또 대책 없이 부모에게 의존한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도와 줍니다. 이러니 문제가 악화되는데, 저자는 현명하게 부모가 자녀와 선을 긋는 방법을 잘 가르쳐 줍니다.

 

우리는 직장이건 어디건 롤모델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마냥 누군가를 따라하는 게 능사는 아니며, 설령 회사에서 만난 어떤 믿음직한 선배를 한때 롤모델로 삼았다 해도, 어느 순간부터는 거리를 둘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애초에 롤모델이 인생의 어느 순간에도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롤모델이 인생의 절대적 필요조건은 아니란 뜻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시니어 주니어 간에 상명하복 풍조가 강하기에, 한번 맺어진 의리는 끝까지 가야 한다고 믿는 이들이 많습니다. 은퇴 후에는 더군다나 주체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방식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책 곳곳에서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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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의 미래 시나리오 | My Reviews & etc 2021-03-2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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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문정인의 미래 시나리오

문정인 저
청림출판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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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박사는 미국에 인맥도 넓고, 4년 전에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 곁에서 외교안보 분야를 조언해 왔고 사임한 현재에도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분입니다. 그는 취임 초부터 더 유연하고 융통성 있는 대북 정책, 대미 외교 정책을 주장해 왔는데 이들 중 어떤 것은 현실에서 효과를 보았고 어떤 것은 현실의 벽에 부딛혀 좌초된 느낌도 적지 않습니다. 

 

중국은 현재 러시아와 손 잡고, 미국이나 유럽 식의 모델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며 유럽의 헝가리, 또 며칠 전에는 서아시아의 시아파 대국 이란과 손 잡으며 그 나름 대항 진영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저자는 미국 경제의 불평등 구조, 인종 차별 문제 등과 엮어 전향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듯합니다. 실제로 미국 경제에서 CEO와 일반 종업원 급여 사이에 큰 격차가 벌어진 건 사실입니다. 반면 미국에서 1960~70년대에는 지금처럼 격차가 크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어느 젊은 경제학자(피케티)는 이 불평등을 소재로 삼아 큰 반향을 부른 적도 있습니다.

 

코로나가 번지면서 미국과 중국의 대응 태세는 역시 세계가 당황할 만큼 큰 격차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중국은 여튼 조기에 코로나 확산을 자국 내에서 저지했다고 발표했으며, 미국은 반면 지금도 확진자가 수가 급격히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물론 빼어난 효능의 화이자 백신의 접종 속도가 늘어날수록 이 수는 줄어들 것입니다. 중국은 자국 백신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여러 나라에 보급하는데 한국은 아마 왕이 부장이 내한했을 때 시진핑 방한 문제를 딜하면서 이 문제를 거론했겠지만 정부는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바로 이 코로나 대응 태세를 지적하며, 이후에는 코로나 같은 강력한 질병에 어떻게 기민하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국력과 국격이 판가름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역시 무작정 친중적 시각으로 해석할 건 아니고, 한국이 효율적이고 모범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세계에 보여 준다면 그만큼 위상이 상승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꼭 정치적으로, 외교 노선상의 방향으로 기계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겠죠.

 

p260 이하에서 트럼프의 퇴장은 추했다며 저자는 비판합니다. 꼭 저자 같은 분의 입장이 아니라도, 트럼프의 마지막 모습은 그리 아름답지는 않았습니다. 극우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프라우드 보이즈 역시 "유약한 배신자"라며 그를 비난할 정도였으니 그는 누구로부터의 존경도 모두 잃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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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한국사 2(고려편) - 김인호 | My Reviews & etc 2021-03-23 20:35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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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질문하는 한국사 2 고려

김인호 글/오승민 그림
나무를심는사람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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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는 그 후계자 조선의 쓰라린 실패(전면 부정할 수는 물론 없고 적어도 중기까지는 세련된 통치 시스템을 발전시킨 공이 큽니다) 때문이지 근래 들어 진취적이고 자주적 성격을 갖춘 왕조로 재평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명과 암은 냉철하게 분간하여 정리되어야 함은 당연하죠.

 

"거란의 소손녕이 서희에게 땅을 양보한 까닭" 서희가 개인기로서 현장에서 잘 대처한 공이 물론 크며, 고려는 특히 북방 오랑캐들의 기를 팍 죽이는 뛰어난 자질을 갖춘 인재가 유독 많이 배출된 왕조이기도 했습니다. 이러던 게 몽골처럼 우리 작은 반도인들이 혼자 힘으로 감당 못 할 만큼의 슈퍼파워가 등장하면서 크게 위축되었고, 아마도 뛰어난 개인들이 임기응변으로 대세를 꺾을 수도 있었던 시대도 몽골의 부상을 계기로 막을 내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요, 금 등도 엄청난 실력을 갖춘 (정복)왕조였지만, 몽골 제국은 어나더 레벨의 파워였고 이를 전복하며 등장한 명 역시 한족 중심으로 재구성된 엄청난 안티테제였습니다. 그 전에 신라가 상대하던 당조, 고려가 상대하던 송조하고는 차원이 다른 시스템이었다는 뜻입니다. 조선은 현저히 불리해진 국제 정세 하에서 더 몸을 낮춰 중화의 패권자를 상대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때부터는 문사가 더 세련된 글솜씨와 원모심려의 계책을 통해 국가 안보를 다루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명조에 들어서는 북방의 몽골 족(널리 오이라트 포함)이 때때로 강성해진 세력을 몰고 와 황제를 생포하거나 수도 북경을 포위하는 일이 벌어졌으나 일시적인 교란이었을 뿐 망국의 위기까지 가지 않았습니다. 이게 다 황제 독재제가 더욱 공고해지고 관료들이 주도하는 시스템이 더 유효하게 작동하여 위기를 잘 관리할 수있었기 때문입니다. 

 

충혜왕은 한반도 역사 통틀어 손꼽히는 패륜 폭군으로 꼽히지만 의외로 이를 높이 평가하는 입장도 있습니다. 시스템상의 쌓인 폐단을 일소하고 개혁을 도모했다든가, 긍정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입장도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의외로 상술에 능한 면모를 보이기도 한 그를 재조명합니다. 대개 신분이 높은 이와 그의 세력을 숙청할 때는 동과 서를 불문하고 패륜, 인성 파탄, 사교의 숭배 등을 명분으로 갖다붙이곤 하는데 그런 면이 없지는 않겠으나 충혜왕의 타락한 행각은 객관적으로 부인하기 힘들 듯합니다.

 

일본도 명치 유신 이후에야 "텐노"의 존재가 일반 민중에게 널리 각인되었다고 하지만 우리도 몽침이라는 국난을 겪으면서 비로소 유민의식이 극복되고 민족정신이 고조되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일연의 <삼국유사>에서 민족 공통의 시조로 "단군"이 거론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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