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김진철을 기억하는 웹로그
https://blog.yes24.com/volop57
리스트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김진철
김진철의 웹로그
파워 문화 블로그

PowerCultureBlog with YES24 Since 2010

8·9·11·12기 책,경제경영/자기계발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6월 스타지수 : 별5,985
전체보기
서평
매달 독서 기록
서평이벤트
나의 리뷰
경제경영/자기계발
경제경영/자기계발 II
YES24 파블미션(舊)
YES리뷰어클럽 [나]조
My Reviews & etc
태그
다크머니 미국정치 코크형제 정치자금 서평이벤트 기쁨의발견 데스몬드투투 중국기서 지정학에관한모든것 파스칼보니파스
2021 / 0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월별보기
최근 댓글
책을 사서 읽고 싶을 정도로 굉장히 ..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읽어보고 싶.. 
너무 꼼꼼하게 리뷰를 올려주셔서 .. 
리뷰를 보아하니 책 내용도 너무나 궁.. 
이무것도 안 하는 직업이라는 책 제목.. 
나의 친구
출판사들
파워블로그님

2021-05 의 전체보기
중국의 조용한 침공 | My Reviews & etc 2021-05-31 22:10
https://blog.yes24.com/document/14483033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중국의 조용한 침공

클라이브 해밀턴 저/김희주 역
세종서적 | 2021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1980년대 중국은 그 전 시기 마오 주석이 빚은 광범위한 실책의 폐허 위에서 조용히 실력을 닦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도광양회라는 말을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하게 만든 게 덩샤오핑이 걸은 그 당시의 노선이었습니다. 

 

2012년 중국 주석으로 뽑힌 시진핑은 그전과는 달리,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대국이 되겠다는 야심을 전혀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이를 구체화한 정책을 실제로 펼쳤습니다. "중국몽"이라는 단어는 예비역 대령이자 군사학 교수(p45)인 류밍푸의 한 베스트셀러에 처음으로 등장한다고 합니다. "언제든 거침 없이 싸울 준비가 된 사자의 우두머리가 바로 시진핑이다." 그의 말입니다. 

 

이들의 전략은 공연한 군비 대결에 힘을 빼지 않고, 경제적 실리를 차근차근 다져 기존의 패권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과거 미-소 양국이 냉전을 펼칠 때는, 미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소련과 무한 군비 경쟁을 펼치다가 저유가 쇼크를 견디지 못한 소련이 나가떨어짐으로 해서 결말이 났었습니다. 중국은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군비 확충 역시 게을리하지 않는데(p47), 어쩌다 뉴스에 중국산 최신 미사일이나 항모 건조 소식 같은 게 들리면 세계는 긴장하게 됩니다. 여튼 구 소련과는 이처럼 전략 방향성이 다르므로 아직은, 예컨대 함대의 전력 같은 게 미국에 비해 크게 부족하며, 이 때문에 푸틴의 러시아와 부분적으로 협력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여튼 전략가인 류밍푸(劉命福)는 화평굴기, 즉 비군사적 수단으로 세계 지배를 추구하겠다는 건데 이를 위해 그는 "중국의 전통적 가치"라든가 중국식 소프트파워를 세계에 퍼뜨려 현재 미국의 그것이 가지는 지위를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폴 키팅 호주 총리 같은 이는 저자가 "중국의 대외 선전에 넘어간 고위 인사"로 평가하는데, 키팅 전 총리의 말은 "중국은 구 소련과 달리 국제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려 애 쓰는 나라가 아니며, 자신의 영역 안에 머무는 나라"였다고 합니다. 

 

사실 이 말은 (중국이 품는 야욕의 심각성과는 별개로)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중국은 대체로 동아시아 일대를 "천하"로 규정하고 그 안에서 패권자로 군림하려 들었지, 그 밖의 세계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애써 무관심하려 했으며 그래서 특히 명나라의 대외 정책은 영락제 이후로는 쇄국 정책으로 평가 받았던 것입니다. 로마나 페르시아, 이슬람 제국(우마이야, 아바스 등)이 얼마나 팽창적이었는지와는 대조되죠. 문제는 한국의 경우 전통적으로 중국이 자신의 영역으로 여겨 온 범위에 포함이 된다는 겁니다. 

 

후진타오는 주석 재임 시절 적어도 현재의 시진핑보다는 훨씬 온건한 노선이었다고 여겨지지만 2003년 그가 호주 의회에서 행한 연설을 보면 명 영락제 시절 정화의 원정 당시 멀리 태평양을 건너 호주에까지 중국인들이 도착하여 문명을 일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p52).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크게 부족하다는 점에서 지금 봐도 충격적이긴 합니다. 

 

사실 더 충격인 건, 이 무렵에 벌써 호주 국민들은 중국이 자신들과 역사 인식이 얼마나 다른지를 확인하며 경각심을 가졌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고 최근까지도 계속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왔다는 점입니다. 폴 키팅이 총리가 된 것도 저 후 주석의 발언보다 더 뒤의 기간입니다. 그래도 한국은 중국 측의 "동북 공정" 소식이 들리자마자 종전의 우호적 분위기가 돌변했었고 이게 벌써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었습니다. 

 

중국은 사실 호주뿐 아니라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약간 동양인과 비슷한 외모 특성이 있다는 이유로, 아득한 옛날 용감한 중국인 몇이 태평양을 건너가 북미에 자리한 후손이라고까지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하플로그룹의 연구를 통해 시베리아에서 코카서스 인종과 동아시아 일부(중국인인지 몽골인인지 한국인인지는 알 수 없으나)가 혼혈이 되고, 일정 시간이 지나 베링 해협을 건너 북미로 이주한 걸로 밝혀졌습니다. (작성 중)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주주 자본주의의 배신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1-05-30 21:57
https://blog.yes24.com/document/14476916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주주 자본주의의 배신

린 스타우트 저/우희진 역
북돋움coop | 2021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자본주의의 시스템적 취약점을 지적하는 논의는 심지어 마르크스 이전에도 있었고 그때마다 시스템은 허술한 곳을 보완하며 여기에 이르렀습니다. 셰어홀더가 아니라 스테이크홀더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기업에도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주장도 꽤 오래 전부터 있었고 故 린 스타우트 교수의 이 저작도 9년 전에 출판되어 큰 반향을 불렀던 바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강수돌 고대 교수 같은 분이 이 주장을 지지하는 편입니다. 

 

p31에는 딥워터호라이즌의 파멸적 사고(事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지금 이 책이 나올 무렵에는 없었겠으나 그 후 이 사건을 소재로 삼은 영화도 만들어졌고 요즘도 케이블 채널에서 자주 방영하는 편입니다(같은 제목). 또, 요즘(특히 요 몇 달)은 한국 조선 해양주가 아주 잘나가는 편이지만 한때 아주 긴 암흑기가 있었는데 조선 해양업의 불황 요인 말고도 한국 조선업계가 해양 플랜트 제조에 운명을 걸고 엄청난 투자를 했으나 저 딥워터호라이즌 사고 때문에 치명타를 맞았습니다. 해양플랜트로 앞으로 수십 년 먹거리를 마련하려던 비전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된 거죠. 당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은 거의 망하기 직전까지 갔고 정몽준 씨도 정치적 실책 외에 이게 큰 영향을 끼쳤더랬습니다.

 

이 한국어판에서는 셰어홀더 밸류((shareholder value. 이 책 원제의 일부이기도 한)를 "주주가치"라고 번역합니다. "주주의 부를 극대화하는 것", "인센티브(p34)의 망령" 때문에 기업은 여러 무리수를 두게 되고 구제기관과 입법의원들에게 로비하여 "CDS, 기타 여러 고위험 파생상품에 회사가 투기하게 하여 단기에 고소득을 올리(p34)"게 합니다. 이렇게 해서 로비에 든 금액의 본전을 뽑고도 남는 거죠. 이런 사고방식은 "주주 최우선주의"라 불렸는데 저자는 이 용어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합니다. 왜? 주주 절대주의, 혹은 주주 독재주의라 부르는 게 더 옳다고 여기기 때문이라는군요. 주주 최우선주의의 원어는 "셰어홀더 프라이머시(shareholder primacy)"입니다(p36).

 

그래서 저자는 셰어홀더 밸류가 아닌, 스테이크홀더의 관점에서 문제를 보는 것이 필요(p36)하다는 것인데 물론 故 린 스타우트 교수가 당시에 최초 주장한 건 아니고 저자 역시 "일부 학자와 사회 운동가의 주장"이라며 유보하고 있습니다. 일부 사회 운동가만이 옹호하는 게 아니라,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잭 웰치 같은 사람도 "주주가치는 가장 멍청한 개념"이라며 비판한 적 있다고 합니다. 마치 1차 대전이 끝난 후 역전의 명장들이 "전쟁이야말로 인류가 벌이는 가장 멍청한 짓"이라며 깊이 회의적 태도를 표현한 것과 비슷합니다. 다른 사람보다, 전쟁이다 투기적 기업행위이다 등으로부터 가장 이익을 크게 보고 실제 능력을 발휘한 사람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니까 설득력이 더하죠. 

 

여튼, '일부 학자와 사회 운동가의 주장"은 이 책에서 저자의 주장으로 구체화, 체계화, 종합화되며 p127에 일부가 요약되고 이후 책 2부에 상세히 펼쳐집니다. p127을 여기 잠시만 요약하면

 

1) 주주가치 지상주의는 주주에게도 해를 끼칠 수 있다. 
2) 통념과 달리 기업은 실재(實在) 단위이며, 오히려 주주가 허구이다. 
3) 주주의 이해, 관심은 통일되지 않으며 실증적 데이터로부터 오히려 이쪽을 예외가 아닌 정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저자는 "이제는, 주주 가치적 사고가 심지어 주주 자신들에게조차도 피해를 입힐 수 있다(p42)."는 가능성에 주목하자고 합니다. 일단 단일한 주주 개념조차도 의문이 있습니다. 책에 나오듯 어떤 사람은 단기 차익을 노리고 해당 주식을 보유하며, 어떤 사람은 장기 투자 목적입니다. 과연 수많은 주주들 중 누구의 이익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겠습니까? 마치 정치인들이 "국민의 목소리 대변"을 내세우지만 국민도 의견이 천차만별인데 대체 누굴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가 모호하듯 말입니다. 

 

저자는 이어 저 딥워터 호라이즌 사고 같은 것은 어떤 특정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그러면 그 사람에게만 민형사 책임을 물리면 됩니다). 잘못된 사고(思考. idea)의 책임(p46)이라고 말합니다. 즉 사회 통념이 잘못된 채 계속 머물러 있으면 같은 사고가 (설령 누구한테 호되게 책임을 물린다 해도)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뜻입니다. 

 

왜 주주가치 절대의 사상이 이처럼 만연하게 되었는가? 20세기 초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사회 이념 중 하나로 대두하면서입니다. 대주주를 겸한 경영자는 이익 창출 외에 기업 지배 구조 강화, 혹은 비자금 형성, 은닉 등 다른 목적(p58)에 신경 쓴다면 이는 대리인 비용을 발생시켜 결국 기업을 부실화하고 투자자에게 배임이 된다는 건데 어느 경제학 교과서에도 다 나올 만큼 유명한 이론입니다. 

 

그러니 대주주 겸 경영자(이른바 "오너")의 전횡을 막고 기업 자체의 내실을 다져 사회에 이바지하겠다는 생각은 당연히 환영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 "전문 경영인" 제도를 도입하여 가문 경영의 악폐를 방지하고 성과만을 극대화하여 경쟁력을 높인다는 생각 역시 흠 잡을 데 없이 여겨졌고(책에는 1970년대 밀턴 프리드먼의 유명한 말도 인용됩니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기아자동차가 김선홍 회장에 의해 경영될 때 기적 같은 모범 풍조로 칭송되었습니다. 그러나 전문 경영인 제도도 이른바 이해상충 대리인 이슈가 있죠(p144도 참조). 조금 뒤 p83에는 "주인-대리인 모델"에 의해서"도" 주주가치 절대주의는 잘못이라고 저자는 논증합니다. 이 논증은 pp.89~106인 제3장에서 아주 자세히 전개됩니다.

 

저자는 코넬 로스쿨 교수였는데 지금 이 주주가치 절대시 사조는 시카고 학파에서 주도해서 퍼뜨렸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이 무렵 크게 성행한 게 "법경제학"이었는데 이 학문으로 학위를 따 귀국한 교수님들은 지금도 꽤 보수적인 스탠스입니다. pp.64~65에서 저자는 "사실 1990년대~2000년대 초반 입법이나 학문적 태도는 이 주주가치 지상주의라는 걸 공식화한 적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 부분은 원문이 모호한 걸 역자가 맥락을 분명히해서 옮기고 있습니다. 한스만과 클락만의 글 <기업법 역사의 종말>은 p63, p87, p127(이 페이지는 뒤 색인에 빠져서 제가 추가합니다) , p163 등에서 여러 번 거론되고 때로는 일반의 "오해"를 (이 저자가) 바로잡는 맥락에서 인용됩니다.

 

세어홀더의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는 사상은 아주 최근의 것이 아닙니다. 닷지 대 포드 사건은 20세기 초반에 있었는데 법원은 주주인 닷지 형제의 이익을 더 중시하여 포드 사에 배당금 지급을 명령했습니다. 저자는 널리 인용되는 이 사건이 결코 주주이익 지상주의가 아님을 지적(p72)하며, 당시 포드는 비상장기업이었음을 환기합니다. 상장기업, 즉 공개기업은 이와는 전혀 다른 논리(첵에서는 전혀 다른 종[種]이라는 말도 나옵니다)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공개"기업이라야 그에 따른 사회적 이해(stake) 관계자가 (더 넓은 범위로) 있을 수 있겠죠. p76에는 유노컬 vs 메사페트롤리엄 사건을 거론하며 판결문에 "주주 외의 구성원에게 끼치는 영향 고려 가능"이라는 문구를 인용합니다. 이 구성원 개념에, 저자는 "어쩌면(p77)" 사회 공동체 전체를 포함시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왜, 주인 대리인 모델에서도 주주가치절대주의는 틀렸는가? 첫째 주주는 기업 자체를 소유하는 게 아니라 아주 제한된 권리인 주식 몇 주를 소유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블랙 앤 숄즈 모형은 주주와 채권자의 관계가, 옵션(풋 앤 콜)을 사고팔 뿐이라는 점을 논증하여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이 이론의 함의를 저자는 "주주가 독점적으로 기업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채권자도 그 유사의 권리가 있다"로 해석합니다. 

 

둘째로 주주를 "잔여재산 청구권자"로 정의하는데 저자는 이에 대해서도 반대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사회가 지급을 결의해야 주주가 돈을 받을 수 있는데 당연히 무제한의 청구권 같은 건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정의에서 핵심은 "잔여재산" 즉 최후순위라는 것인데 저자가 너무 "청구권"에만 초점을 두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독자로서 조금 듭니다. 

 

셋째로 의결권, 소송권, 주식 처분권은 아주 제한된 권리일 뿐이므로 이걸 가지고 "주주는 주인, 이사회는 대리인"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선관주의 의무(fiduciary duty) 위반을 소인으로 한 소송권 역시 그리 적용 범위가 크지는 않다고 합니다. 일반 투자자는 그저 합리적 무관심(p117)에 빠져 있기에 주주 행동주의(p101)는 더욱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물론 책에서 논의되는 기술적 설명은 모두 타당하지만 그것만으로 주인 - 대리인 관계가 간단히 부정되는 건 아니지 않을까 하는 게 독자로서 제 개인적 생각입니다. 또 앞의 둘째 논거에서도 그러했으나, 저자는 어차피 이 역시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는 "이사회"의 권능과 자격에 대해 좀 과대평가하고 있지 않냐 하는 느낌을 저 개인적으로 지울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교수는 기업의 사외 이사로 의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겠으니 말입니다. 

 

IT 혁명으로 인해 종래의 정보 비대칭성 이슈는 상당 부분 변모를 겪었고 많은 이들이 종전보다 더 쉽게 증시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정보 비대칭성 이론은 증시만을 설명하는 건 아니지만). 그러나 저자는 여전히, 특정 정보는 특정 이유로 인해 늦게, 불편한 채널로 전달된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여 차익거래(알비트리지)라는 게 현실에서 잘 실현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이번 비트코인 폭등 사태 때 왜 한국에서만 유독 프리미엄(이른바 김프)가 붙어 거래되었는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행동금융학은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인 이유로 의사 결정을 하는 수많은 패턴을 보여 줍니다. 행동금융학은 일반 대중들도 잘 아는 행동경제학의 일부이죠.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표현도 p146에서 씁니다.

 

주식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주가는 기업의 미래 가치 반영"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바로 어닝 서프라이즈 발표가 나도 사람들이 해당 주식을 팔아치우기도 하며, 반대로 어닝 쇼크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그리 크게 떨어지지 않기도 하는 게 다 이 때문이죠. 이 때문에, 경영자는 단기 투자자(장기 투자자가 아닌)들과 매우 불건전한 공조를 형성(p150)한다고 말합니다. 쉽게 말해, CEO가 단타쟁이들 좋은 일 시키려고 기업 내실을 다질 생각은 않고 회계 조작이나 이슈몰이를 통해 주가 부양에만 골몰할 수 있다는 겁니다. 

 

뭐 이 말도 맞는 게, 우리나라에서도 네티즌들이 네이버 일부 종토방 같은 데서 "저분은 사업은 안 하고 주식장사만 한다"며 비판하곤 하는 게 다 이런 걸 두고 이르는 말입니다. 적어도 저자의 이 지적은 지극히 타당하며, "장기 투자자와 단기 투자자의 이해가 갈릴 경우 이는 다이너마이트를 미끼로 삼은 낚시와 같다(p116, p151)"는 멋진 말로 요약됩니다. 이 악영향이 거시 경제에의 손실로 이어진다고 저자는 덧붙입니다. 

 

우리가 "락인(lock-in)"이라고 할 때 보통 한국 증권가에서는 기관투자가나 대주주의 보호예수물량만을 가리키지만 사실 이 말은 그보다 훨씬 뜻이 넓죠. 저자는 마거릿 M 블레어 교수를 인용(p157)하여 "투자자의 돈은 자유롭지가 않고 기업법인에 묶인(=락인) 것"이라고 하는데 이 마거릿 블레어 교수는 밴더빌트 로스쿨에 재직 중인 분입니다. 

 

저자는 사후(ex post)의 결정이 사전(ex ante)와 동일하게끔, 마치 오디세우스가 돛대에 묶여 세이렌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것처럼, 일부 주주들이 초심을 지키며 다른 주주나 채권자, 일반 대중의 이해를 침훼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제6장에서 논합니다. 즉 저 앞 p101에서 거론된 주주의 3대 권리 중 주식 처분권을 제한하자는 거죠. 쉽게 말해서 일반 대중도 기관투자자나 대주주처럼 락인을 걸자는 겁니다. 이게 저 앞 p124에서 저자가 암시한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p103에서 저자는 적대적 인수합병 역시 경계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았었죠. 저명한 변호사인 마틴 립턴은 포이즌 필 창안자 중 한 사람이긴 하지만 이미 고령인데 "우버의 기업 변호사(p103, p146)"라는 건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또 이렇게 락인을 강화하면 증시 전체가 위축될 위험이 있고, 채권과 주식 사이의 제도적 구별이 모호해질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채권도 거래 자체는 아주 자유롭죠. 

 

대부분의 주주는 사이코패스도 아니고(p197) 하이드씨(p199)도 아닙니다. "실재하지도 않는 주주"의 허상에 갇힐 게 아니라, 선의를 가진 대다수의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이 협업하여 진정한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결과를 낳자는 게 저자의 제안인 듯합니다. p212에서는 나심 탈레브의 <블랙 스완>을 인용하여 "주주 가치라는 신화"를 다시 공박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일관되게, "기업은 실재하며 주주가 허상"이라고 하지만, p207에서는 리젯 대 리 판결에서 브랜다이스 판사가 "상장기업은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라 부른 걸 두고는 거꾸로 주주 개념의 허상성을 지적한 걸로 해석하는 듯합니다. 

 

"주주 가치 이데올로기는 주주를 가장 낮은 수준의 인간으로 취급한다(p213)." 즉 이 관념이 장기투자자가 아니라 변덕스러운 기회주의자, 단타쟁이에 더 초점을 두고 있음을 저자는 지적하는 거죠. p223에서는 케인즈의 유명한 말 "죽은 경제학자의 노예"를 거론하는데 여기서도 저자는 "죽은 경제학자가 남긴 아이디어의 끈덕진 생명력"을 부정적으로 보면서 인용하는 겁니다. 토드 부크홀츠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이 책에는 SRI 펀드가 여러 번 거론되는데 원서 출간 연도가 2012년임을 감안해야겠습니다. 요즘 같으면 ESG펀드를 이야기했을 겁니다. 아무튼 이런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도 요즘 트렌드 중의 하나이니 일반 독자나 투자자는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1        
월가의 전설, 데이비스 가문의 시간을 이기는 투자 철학 - 100년 투자 가문의 비밀 (1)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1-05-29 21:31
https://blog.yes24.com/document/14469870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100년 투자 가문의 비밀

존 로스차일드 저/김명철,신상수 역/이상건 감수
유노북스 | 2021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저자는 존 로스차일드이고 작년에 타계한 저술가, 투자가, 저널리스트입니다. 그의 저작이 우리 나라에도 여럿 번역되어 있으므로 이름이 익숙할 것입니다. 로스차일드 하면 나폴레옹 전쟁 당시 시세조종으로 큰 돈을 벌었고, 영국 수상 디즈레일리에게 거액을 대부하여 수에즈 운하를 짓게 한 그 은행가 가문을 대뜸 떠올리겠습니다. 지금 이 책 저자 로스차일드는 교육자 가문 출신이었고 거액의 투자를 일상처럼 행하던 초 금수저 소생은 아닙니다(촌수가 매우 멀죠). 하지만 그의 빼어난 저작은 이미 많은 독자들에게 훌륭한 영감을 주었고 피터 린치와 실제 협업하여 뛰어난 성과를 올린 적도 있는, 유능한 실전 투자가이기도 했습니다. 

 

이 책 p11을 보면 미래에셋 상무 이상건 씨의 감수사가 나옵니다. 그의 평가에 의하면 "단순한 가족사 이상의 것을 담았으며, 대공황, 2차대전, 오일쇼크, IT버블 등 굵직굵직한 사건이 배경으로 모두 반영되다시피한, 미국, 세계 경제사의 압축판"이라고 합니다. 읽으면서 과연 그런 느낌이 들었고, 어떻게 한 가문이 개인의 생을 살았다기보다 역사 자체를 이처럼 살아낼 수 있을까 하는 느낌이 전율로 다가왔습니다. 가문사가 아니라 경제사, 세계사라고 해도 됩니다. 

 

이상건 상무의 감수사 앞에 무려 피터 린치의 추천사가 있습니다. 이 책을 쓴 존 로스차일드와 오랜 동안 동업자 관계였으므로 그가 저술한 어떤 책이라도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겠습니다만, 특히 이 책에 대해 그가 쏟는 애정은 각별합니다. 피터 린치가 피델리티 마젤란 펀드(p6)에서 일할 때 그는 이 책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셸비 데이비스를 몇 번 만난 적 있다고 회고합니다. 피터 린치 자신의 기법을 셸비 데이비스 본인은 물론 아들, 손자까지 사용하고 있음을 알았다고도 하며 은근 플렉싱을 하는 대목(p6)이 있어서 웃음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곧바로 피터 린치는, 자신은 그 당시 셸비 데이비스와 투자 스타일이 분명히 달랐다고도 회고합니다. 이 말을, p7, p8 두 군데에 걸쳐 강조합니다. 마젤란 펀드 재임 당시 피터 린치 자신은 고수익(年 15% 이상)이 분명히 나올 전망을 갖춘 종목에 투자를 했으나, 이 책의 주인공 셸비 데이비스는 대신 안정적이고 꾸준한 低yield 종목을 더 선호했다고 합니다. 여튼 피터 린치는 이 짧지 않은 추천사에서 두 가지를 힘을 주어 주장합니다. 

 

1) 자신이 잘 아는 종목에 투자하라. 

2) 역사를 모르는 무지한 자는 언제나 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

 

이 두 가지 사항은, 스타일이 사뭇 달랐던 셸비 데이비스(이 책 주인공)과 피터 린치 자신이 확실한 공통점으로 지녔던 투자 철학이라고 그의 주장을 요약해도 될 것입니다. 2)는 현재 젊은 나이에 여의도에서 꽤 고수익을 올리는 어떤 전문가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기도 해서 친숙합니다.

 

개인적으로 워런 버핏의 두 권짜리 두꺼운 회고록 <스노볼>을 무척 유익하게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만 존 로스차일드는 저자 서문에서 이 책 주인공 셸비 데이비스와 워런 버핏 사이의 공통점(p17)을 지적합니다. 참고로, 저자 존 로스차일드는 셸비 데이비스의 아들 셸비 데이비스 주니어를 만나 (기록이 거의 남지 않은) 부친의 인생 역정을 청취했는데 부자(父子)가 이름이 같으므로 이 책에서는 부친을 데이비스, 아들은 셸비로 가리킵니다. 이 독후감에서는 부친을 셸비 데이비스, 그 아들은 셸비 데이비스 주니어로 꼬박꼬박 지칭하겠습니다. 

 

앞서 피터 린치가 회고하기를 셸비 데이비스가 꾸준한 종목을 선호했다고 하나, 워런 버핏이나 셸비 데이비스나 남들 눈에 잘 안 띄어도 자신들의 안목으로 장래 수익성이 확실해 보이면 태도가 확 달라졌다고 합니다. 기관 투자가들이 "진부하고 답답한(p18)" 종목이라며 기피한 보험주를 1947년에 주목하여 거액을 투자했습니다. 버핏도 셸비 데이비스도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비슷한 투자를 감행(p7, p19, p24)했는데 이게 당시에 대박을 친 것입니다. 꾸준한 저수익 종목은 평소에 수익 방어용으로 선택하는 거고, 매번 안정 위주로만 투자해서야 어떻게 그들처럼 거액을 모을 수 있었겠습니까. 실제로 두 사람은 자주 만나 안면이 있었다고 합니다.

 

셸비 데이비스(1세대)는 지독할 만큼 구두쇠였다고 합니다. 절대 바닷가재나 생과일 주스를 레스토랑에서 주문하지 말고, (돈이 웬만큼 모인 상황이었으나) 뒤뜰에 수영장을 마련하지 말 것이며 정 하고 싶으면 "직접 구덩이를 파라"고 일렀답니다(p25). 그가 자녀와 손자들에게 가르친 건 첫째 근검, 둘째 자립심, 셋째가 과소비 금지였다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성년이 되고도 자녀들이 집에 그런 거금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하니...

 

아들 셸비 데이비스 주니어(2세대)는 사립 고교, 프린스턴 대학을 나와 부유한 집안의 딸과 결혼했는데 이는 그 부친도 마찬가지여서 카펫 제조업자의 딸 캐트린 와서먼(주니어의 모친)이 셸비 데이비스에게 조달한 초기 자금이 쏠쏠한 시드머니 역할을 했다(p18, p42)고 책에 나옵니다. 뉴욕은행에 8년 근무한 후 자신의 사업(뮤추얼 펀드)을 시작했는데 부친이 보험주만 고집한 것과 달리 그는 업종을 넓혔으며 1970년대 중반까지 약세장 때문에 손실도 적잖게 보았다고 합니다. 이후 기업 재평가에 눈을 돌려 약세장에서 저평가 기업을 헐값에 매수해 들였으며 이것이 큰 효과를 보아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고 하네요. 이 무렵 부친 셸비 데이비스는 스위스 대사도 역임했다(p26)고 나옵니다. 스위스는 1세대 셸비 데이비스가 대학원 다니기 전 그 여친 캐틀린과 함께 여름학교(p49)를 다닌 적이 있는 나라, 또 박사학위를 밟기 위해 대학원(제네바)을 다닌 나라이기도 합니다. 

 

가업은 현재 크리스, 앤드루 등 3세대인 손자가 물려받았는데 이들도 어렸을 적 할아버지 집에서 요리사, 운전 기사로 일하는 등 자립심과 절약을 가르치는 풍조는 손자 대에 이르기까지 지독하게 이어집니다. 말이 가업을 물려받은 거지 2세대인 셸비 데이비스 주니어, 3세대인 크리스, 앤드루 등도 젊어서 자신만의 펀드를 운용했고, 특히 2세대 셸비 데이비스 주니어는 대학 졸업 후 자신의 직원으로 들어오라는 아버지의 권유도 거절할 만큼 독립심이 강했다고 합니다(다른 이유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충분한 보수를 안 줄 것 같아서라고도 하네요). 또 뉴욕은행에서 계속 근무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음에도 기어이 퇴직하고 자기 펀드를 만들었을 만큼 도전 정신 또한 대단했습니다(이때 부친은 한 푼도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창의력이 생명이라 여겨 구태여 MBA 과정을 밟지 않았습니다. 놀랍게도 셸비 데이비스 부자(父子) 모두 학부 전공이 역사학이었고, 금융공학 등은 독학으로 마스터했다고 합니다. 

 

1세대 셸비 데이비스가 청년 시절이었을 때 에드거 로렌스 스미스라는 저술가가 처음으로 "분산 투자의 유효성"을 체계적으로 설파하여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당시 투자 통념을 깼다(p40, p61)고 저자 존 로스차일드는 말합니다. p6의 피터 린치 서문을 보면 역시 그도 셸비 데이비스가 분산 투자로 돈을 벌었다고 증언합니다. 그러나 저 에드거 로렌스 스미스의 책을 당시(1924)에 셸비 데이비스가 실제 읽었는지는 불확실합니다. 저자의 추정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1세대 셸비 데이비스의 아버지 조지 데이비스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캘리포니아 골드 러시 당시 진짜 돈을 번 사람들은 금광 발견자가 아니라, 식료품이 다 떨어져 허덕거리는 채굴자들에게 통조림 등 보급품을 대던 장사치들이라고 하죠. 조지 데이비스도 반 세기 뒤 앨러스카 골드러시 당시 말에게 먹일 여물을 조달하여 청년 시절 큰 돈을 벌었습니다. 이 사람도 자기 아들(1세대 셸비 데이비스), 자기 손자(2세대 셸비 데이비스 주니어)처럼 프린스턴을 나왔으며 전공은 건축이었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주식, 채권 투자 등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고 하네요(p36). 

조지 데이비스 역시 상원의원 가문 출신이었으므로 처음부터 풍족한 출발이긴 했으나 언제나 아들에게 근검절약을 가르쳤는데 덕분에 대공황 당시 위기가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현명하게 넘겼다고 합니다. 조지 데이비스는 어린 아들(1세대 셸비 데이비스)에게, 1차 대전의 종전을 알리는 신문을 거리에서 팔게 할 정도였다고 하니 가정교육의 지독함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책에 1세대 셸비 데이비스가 1909년생이라고 나오니(p33), 1차 대전 종전 무렵이면 아이가 고작 열 살도 안 될 무렵입니다. 세상에. 

 

1세대 셸비 데이비스는 프린스턴 출신 엘리트이긴 했으나 숙맥(p42)에 가까웠고, 이를 알아본 캐트린 워서먼은 이 청년이 자신이 먼저 말을 걸기 전까지는 결코 접근하지 않으리라는 걸 눈치챘다고 합니다. 이 무렵만 해도 1세대 셸비 데이비스는 자신의 부친 조지처럼 증권 투자에는 무지했다고 하네요(p40). 캐트린 와서먼은 아주 부유한 가문 출신(반면 1세대 셸비 데이비스는 이무렵 대공황이었던 데다 부친 조지의 감이 떨어져 가세가 기욺)이어서 그야말로 "여성스러운 소양 교육" 외에는 아무 훈련을 못 받았는데도 자진해서 책 외판원 일을 한 후 창의적인 기법을 통해 돈도 많이 많이 벌었다고 합니다. 이런 대단한 아내가 있었으니 부창부수였다고나 해야죠. 단, 셸비 데이비스는 4대째 명문이었지만 와서먼 가문은 캐트린의 부친 요셉이 이주민이고 창업주(직물 제조-소매업)였습니다. 요셉 와서먼은 대공황 시기 사업을 정리하고 대신 다들 꺼리던 정부 채권에 대거 투자했는데 이것이 그의 재산을 지켜 줬습니다. 또 본디 증권에 무관심했던 청년 (1세대) 셸비 데이비스가 장인의 이런 패턴을 보고 뭔가를 배웠을 수도 있습니다. 

 

"증시든 보험주든 신혼부부는 일절 관심을 두지 않았다(p57)." 제네바에서 박사학위를 밟을 때도 1세대 셸비 데이비스는 라디오 리포터를 하며 경력도 만들 겸 돈을 벌었고, 부부가 여행을 하기라도 하면 그동안 사용하지 않을 방세 내기가 아까워 임차료를 돌려받았고(!) 이 덕분에 새로 집 알아 보느라 수고를 들였다고 하니 참 지독하다는 생각뿐입니다. 이렇게 했는데도 1세대 셸비 데이비스는 저널리즘 관련 일자리를 얻기 힘들었는데 대공황과 2차 대전 발발의 위험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도쿄 신문사에도 취업을 시도했다고 합니다(p64). 이랬던 그는 처남 빌 와서먼의 권유로 현장 전문가 겸 통계사로 월스트리트에 마지못해 자리를 잡게 됩니다. 앞서 말했듯 캐트린 와서먼은 부친 요셉을 닮았는지 돈 무서운 줄 알고 열심히 벌고 아끼는 타입이었으나 빌 와서먼은 모친 에디스를 닮았는지 과시적 소비를 일삼았고 대신 한방의 투자 성공으로 언제나 위기에서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이런 유형이 꼭 있더라구요. (계속)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당신이 아픈 이유는 날씨 때문입니다 | My Reviews & etc 2021-05-28 22:07
테마링
https://blog.yes24.com/document/14463451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당신이 아픈 이유는 날씨 때문입니다

후쿠나가 아츠시 저/서희경 역
소보랩 | 2021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얼마 전에 뉴스를 봤는데 미국인들이 코로나19 확산세가 어느 정도 진정된 후에도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니며 편안함을 느낀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이번 코로나 유행 훨씬 전부터 꽃가루 알레르기(이 책 pp.42~47)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다녔고, 그래서인지 날씨와환경, 그리고 개인의 건강 사이 상관 관계에 대해 우리보다 관심이 더 컸던 듯합니다. 

 

이 책도 기상과 보건 간의 영향에 대해 특별히 많은 연구를 하신 일본인 저자가 쓴 건데요. 저자의 약력은 뇌신경외과 전문의, 기상 예보사, 뇌졸중 전문의, 타치가와 병원 신경외과 의장, 법무박사 등 다채롭고 화려합니다(앞 책날개). 경력도 경력이거니와 이런 스펙을 쌓으려면 머리가 얼마나 좋아야 할지 아찔해지기까지 합니다.

 

저온 저기압일 때 통증이 심해진다(p30). 이유는 아주 명쾌합니다. 주변 온도가 내려가면 사람의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칼로리를 소비해서 체온을 맞춥니다. 이때 영양이 많이 축적되어 있으면 모르지만, 아니라면 면역력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예전 사람들이 평소에 잘 먹고 잘 살아서 뚱뚱해진 체격에 호감을 느끼던 게 다 이유가 있었네요. 면역력이 떨어지면 "관절과 신경 주위에 숨어 있던 바이러스가 증식하면서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그 결과 관절통이 생긴다(p31)."고 나옵니다. 그러니 노인분들이 요즘 그렇게 면역력 면역력 하면서 우슬이니 뭐니 하는 걸 챙겨 드시는 거죠. 물론 그런 걸 꼭 먹어야 면역력이 강해지는 건 아니지만.

 

그럼 저기압은 왜 문제인가? "(주변)기압이 떨어지면 (이에 맞춰 체내 기제가 작동하여) 교감 신경계가 활성화되고 그 때문에 통증을 심하게 느낀다(p31)"는 게 저자의 설명입니다. 제 생각인데 이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크게 해당이 없지 않나 싶습니다. 여태 살면서 나쁜 자세 때문에 목, 발이 아픈 적은 있었으나 저기압하고는... 글쎄요... 

 

병 중에 안 무섭고 안 아파 보이는 병이 없겠으나 제 생각에는 사람이 숨을 못 쉴 지경까지 가면 한순간의 안식도 없지 싶어서 천식이 참 무서운 병처럼 보입니다. 책에서는 특히 고령자 사망률이 증가한다며 우려를 표시(p50)하는데 진통제의 잦은 사용, 찬 대기의 기도(氣道) 자극 같은 게 고령자 천식의 원인(p49)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코로나 19 같은 것도 중증 환자의 경우 호흡기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고령자가 숨이 넘어갈 만큼 고통스럽게 기침을 하는 모습을 보고 저런 상태에서 도저히 살 수가 없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들 합니다. 중증 천식 역시 다를 바가 없습니다. 또 고령자는 심장병, 고혈압까지 동반하여 앓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가족이 잘 돌봐 드려야 하며, 규칙적인 생활과 식단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나옵니다. 

 

약간 실망스러운(?) 정보도 전달해 주는데, 양치질이 건강에 좋다고 그렇게나 어려서부터 교육 받았건만, 적어도 "독감 예방"에는 큰 효과가 없다고 합니다. 독감 바이러스가 워낙 생명력이 강하기 때문이라네요(p60). 양치질이 "독감에" 효과를 보려면 20분에 한 번 정도 계속해야 한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양치질의 효능을 개인적으로 믿는다고 하시는데 우리들 독자들도 다 마찬가지 생각 아닐까 싶습니다. 꼭 독감 아니라 해도 일단 많은 다른 세균이 죽는 게 어디겠습니까.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도움이 된 정보 중 하나가 "구강 속의 바이오필름을 제거하자"였는데 우리들의 입 안은 세균, 미생물들로 이뤄진 얇은 막이 입 전체에 고루 퍼져 있다고 합니다. 이건 그저 입 안을 헹구는 정도로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이걸 방치하면 치과 질환(충치나 잇몸병 등), 구취를 유발할 뿐 아니라, 이걸 삼킬 경우 폐렴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하니 무섭습니다. 어떻게 없애느냐? 저자가 강조하는 방법은 액체 치약을 이용한 구강세정인데, 이 액체 치약의 범주 안에 리XXX린 같은 세정제도 포함되는지는 책만 봐선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잦은 칫솔질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역시 젊은 사람들은 별 해당이 없으나 특히 여름철 한창 더울 때 노인들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자주 나옵니다. 통틀어 온열질환이라 부르는데 저자는 이 원인을 "인간이 항온동물인 까닭"이라 요약합니다.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다 보니 갑자기 주변 온도가 높아지면 몸이 이걸 균형을 맞추느라 몸에 탈이 날 수밖에 없죠. 수분을 자주 공급하고, 모자나 양산을 쓰며(그래서 노인분들이 그저 멋내려고 양산을 쓰는 게 아니죠), 알코올과 커피를 삼가라고 합니다(p74). 

 

수분 섭취 관련, 맥주는 과연 수분 섭취에 도움이 될까요? 저자에 따르면 "완전한 역효과를 낸다(p106)"고 합니다. 모든 알코올류는 탈수 효과가 있으므로 경우에 따라 잘못하면 생명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보리차는 예외이지만 차 종류 중 상당수가 요로 결석과 관련이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p88에 보면 오존 때문에 피부암, 백내장 환자가 증가한다는 뉴스와그 대응책이 자세히 나옵니다. 그런데 이 페이지를 보면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증가한다"고 해서, 그저 번역만 한 게 아니라 한국의 사정도 업데이트해서 책에 수록한 것 같습니다. 역시 이에 대처하는 방법은 자외선 차단 크림과 비타민 C의 꾸준한 섭취입니다. 

 

저자는 특히 뇌졸중 전문의입니다. 이 뇌졸중 역시 저자는 "기상병(p94)"이라고 단언합니다.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염분 섭취를 줄이고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피해야 하지만, 이 모든 노력을 기울여도 특히 동맥경화가 상당히 진행된 이들은 혈압을 자율로 조절할 수 없으므로 날씨가 추워지면 혈관 파열 등이 쉽게 일어난다고 합니다(p97). 이 모든 설명이, 책 앞에서 제시한 "인간은 항온동물이라 주변 온도의 변화에 민감히 대응해야 한다"는 명제 하나에서 다 도출된다는 게 놀랍죠. 이 책은 유익한 정보를 많이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내용이 일관되게 잘 연결이 됩니다. 그래서 공부로 따지면 개별 지식을 암기하는 게 아니라 어떤 스토리, 맥락으로 다 연결시켜 주는 느낌이 들어서 좋습니다.

 

특히 저자는 뇌졸중 전문의이다 보니, 뇌경색, 뇌혈전, 뇌색전, 뇌출혈 등 비슷비슷한 병명, 증상을 명쾌히 구별하여 설명(pp.98~101)합니다. 이 부분 설명이 일반인 입장에서 이해하기가 참 편하기 때문에 관련 질환이 있거나 걱정되시는 분들이 특히 참조할 만합니다. p122 이하에 보면 특히 "추운 날에는 그저 집안일만으로도 위험하다"고 하니 잘 읽어 보셔야 할 듯합니다. 

 

pp.128~129에 보면 일본에 왜 이렇게 뇌신경외과 전문의가 많은지에 대해서도 설명이 있습니다. 1966년에 일본에서 제도로 확립이 되었고, 유독 일본에 이쪽 관련 환자가 많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이렇게 양성되었다고 합니다. 전공의 위에는 지도의라는 직책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지도전문의가 있죠. 차이는 좀 있겠습니다만. 

 

p144 이하 제4장은 기상 정보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집니다. 물론 건강 연관 내용이지만 우리가 예사로 넘기곤 하는 날씨 정보도 사실 그 중에서 내 건강과 관련된 부분을 따로 잘 추려내는 방법을 가르쳐 줍니다.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특히 p151의 미세먼지 관련 설명이 유익합니다. p172에는 특히 저자가 왜 "기상예보사 자격증"에 도전했는지에 대해 회고가 있습니다.

 

가벼운 편두통(p34)에서 중증 뇌혈관질환(이 책 3장)까지, 해당 분야에 대해 확실한 정견을 가진 저자가, 쉽고 자세하며,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겪곤 하는 질병에 대해 유익한 설명을 해 줘서 좋았습니다. 책도 예쁘게 만들어서 수시로 펴 보게 되네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걱정이 취미세요? | My Reviews & etc 2021-05-27 23:09
테마링
https://blog.yes24.com/document/14457878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걱정이 취미세요?

세라 나이트 저/이수경 역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 2021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걱정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리는 없지만 우리는 대부분 걱정을 달고 삽니다. 나이키의 예전 광고 문구 "Just Do It!"도 알고 보면 걱정이라는 정신 작용의 비효율성을 지적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쓸데없는 걱정을 할 시간에 내실 있게 미래를 준비하는 편이 훨씬 좋을 것 같고 또 그게 옳지만, 우리 마음이 그리 편하게 움직이지는 못합니다. 

 

"누구나 살면서 거지 같은 일을 겪는다. 다만 거기에 더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면 되지 않겠느냐는 게 내 생각이다.(p16)." 저자의 말입니다. 그 다음에는 이런 말도 나오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공감이 많이 되더군요.

 

"'걱정하지 마, 다 잘될 거야. 그리 나쁜 상황은 뭐 아니네. '- 세상에 이런 허튼소리도 없다. 아무리 선의로 이런다 해도 말이다." 진짜 그렇습니다. 허튼소리일 뿐 아니라 무책임하기까지 합니다. 다 잘된다니 자기 일 아니라고 말 함부로 한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영어의 Everything's gonna be all right도 마찬가지입니다. 잘될 것 같으면 뭐하러 애초에 걱정을 하겠습니까? 그나마 걱정을 하고 있는 중에 그 걱정하던 나쁜 일을 당하면 마음의 준비가 된 덕에 타격을 덜 받는 면마저 있습니다. 무방비상태에서 일이 터지면 얼마나 대미지가 더 크겠습니까? 이 책을 읽기 전에 저는 이 책 역시도 "다 잘될 거야" 류의 무책임한 소리를 할 줄 알았으나 저자의 저 말을 읽고 믿음이 강하게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이어 저자는 카테고리를 나눠 설명합니다. 

 

1) 어떤 일은 정말로 잘된다.
2) 때로는 그렇지 않다.
3) 그렇게 나쁘진 않은데 당신이 과민반응한다.
4) 진짜 상황이 심각하게 안 좋은데 당신이 둔감한 경우도 있다!

 

이어 저자는 자신이 이렇게 독자들에게 가르쳐 줄 것이라고 예고합니다.

 

1) 괜찮을 거라고 믿으면 당장은 기분이 좀 괜찮겠으나 달라지는 게 없고, 심지어 대개는 기분도 그리 좋아지지 않는다! (진짜 맞는 말)
2)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으나, 이에 대처하는 당신의 행동은 당신이 통제 범위 안에 있다.
3)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
4) 상상하는 일 중 대부분은 실제로 일어난 확률이 낮다.
5) 어떤 건 막을 수도 있고, 어떤 건 나쁜 결과를 완화할 수 있다.
6) 어떤 일은 당신이 전혀 통제할 수 없으므로, "걱정이 쓸데없음"을 먼저 인정한 후 그저 잊어야 한다.

 

저자는 이어서 "①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걱정"과 "②그 일에 실제로 일어났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구별하라고 합니다. 우리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게 잘못된 이유는, ②를 해야 하는데 엉뚱하게도 ①을 하면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기 때문입니다. 

 

저자(책 내용을 보면 키가 150cm를 좀 넘는 아담한 여성분인 듯합니다)는 남편과 함께 도미니카 공화국에 이주한 후 새로 살게 된 집에서 타란툴라 독거미를 마주했습니다. 이때 저자는 매우 놀랐으나 곧이어 녀석은 다리가 하나 없다, 우리 부부는 놀러갈 계획이 있고 거기에 더 충실해야 한다,  집에 이미 들어온 독거미를 내몰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등을 생각하고, 힘든 일(살살 독거미를 몰아 물통에 가둔 후 숲에 풀어 줌)은 남편에게 시킨 뒤 자신은 예정되었던 보트 여행 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패닉 상태에 빠져 "집을 불태운다든가 하는 짓(전에 부동산 중개인 앞에서 그렇게 되뇌곤 했답니다)"은 전혀 쓸데없음도 자신에게 납득시킬 수 있었고요. 걱정과 비이성적인 반응, 그에 따른 극단적인 행동(불을 지름)은 아마 즐겁게 보낼 수 있었을 주말을 완전히 망쳤을 겁니다.

 

저자는 이미 많은 책을 발간했고 그 중에는 실용적 충고를 하느라 다소 거친 표현이 들어간 것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녀의 독자들은 "(안티히어로가 아니라) 안티구루"라고 그녀를 부른다는데 자신은 그 별명이 아주 마음에 든다고 하는군요. 

 

유리 멘탈, 멘붕의 얼굴(p124:6)에는 다음의 네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p49)

 

불안, 슬픔, 분노, 회피.

 

이 네 가지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가르쳐 주는 게 책의 핵심(책 저 뒤 제4장 p248부터 체계적인 대처법이 나옵니다)인데 그 전에 일단 "멘붕자원(p62)"이 뭔지를 알고 이를 멘붕에 대처하는 자원으로 쓸 줄을 알아야 한다네요. 그것은 시간, 에너지, 돈, 그리고 (타인, 즉 친구나 가족 등의) 호의입니다. 그리고 걱정이 생겼을 때 즉시, 즉시 통제할 수 있는 건 바로 "감정적 반응"이라고 합니다. 

 

일단 어떤 일이 걱정 "레이다"에 포착되더라도 어떤 건 발생 가능성이 아주 낮고, 어떤 건 아주 높은 게 있다고 합니다. 이걸 저자는1~5등급으로 나눕니다. 설령 이 중 5등급, 즉 아주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해도, 이미 벌어지거나 임박한 것보다는 후순위로 밀라고 저자는 조언하네요(p105). "먼 일의 예"로는 "언젠가 백내장 수술을 해야 할지 모른다", 임박한 일의 예로는 "회의에서 했던 부적절한 농담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등입니다. 백내장 수술 같은 건 물론 큰 수술이긴 하나 이제는 위험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에서 너무 큰 걱정은 필요 없지 싶습니다. 

 

멘붕 자원을 시간, 에너지, 돈으로 저자는 앞에서 규정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정말로 자신이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일(p114)에 대고 절대, 자원(한정된)을 낭비하지 말라고 합니다. pp.114~121에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의 예가 죽 나옵니다. 민주주의의 붕괴(ㅋ), 정리해고, 이가 몽땅 빠지는 일, 못생긴 아이 출산 등. 마지막 것은 정말로 많은 산모들이 걱정하는 일이지만, 걱정한다고 뭐가 바뀌는 게 아니고 산모나 의사 그 누구도 통제할 수가 없습니다. 미래에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은 어떨까요? 이건 노력하기에 따라 예방이 가능할 수도 있죠(이것 관련 조금 뒤 p147에 유익한 충고가 하나 나옵니다). 통제가 가능한 범주에 속합니다. 이가 빠지는 건 꿈에 나오면 통제와 관련된 쪽으로 해몽을 보통 하는데 저자도 이런 해몽 상식(?)에 대해 농담을 곁들여 언급합니다. 

 

통제할 수 없는 건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가 내내 강조하는 건 "받아들이라"는 겁니다. "받아들이"는 게 "엿 같은 일을 기뻐하라"는 게 아니고(p125), 그저 그 일은 이미 일어났으니 내가 어찌할 수 없음을 "이해하라"는 거라고 하네요. pp.114~121에 제시된 절대 질문에 대해(=내가 이것을 통제할 수 있는가?) 모두 "아니요"라고 대답이 나왔다면 그게 이미 현실을 받아들인 증거라고 합니다.

 

역으로 타인의 문제에 대해 상담을 해 주면서 나의 걱정을 더는 방법(p130)도 있다고 합니다(아주 자세한 내용은 p251에 나옵니다). 혹은, 지금은 잠을 자는 게 더 우선순위가 높은 일이라든가... 이게 생각보다 중요한 이유는, 걱정거리를 오늘의 나보다는 내일의 내가 처리해야 할 일인데, 그 "내일의 나"를 좀 더 좋은 출발선상에 세우는 게 지금으로서는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라는 거죠. 여튼, "내가 이 시점에서 '그나마' 내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이익이 될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인가?"가 핵심일 듯합니다. p139에는 나에게 걱정거리를 준 그놈에게 복수하기를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언제나 이걸 해결하는 전제가 되는 건, 걱정거리를 "발생 가능성에 따라 1~5등급으로 나누는 작업"입니다. 

 

걱정을 해도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걱정하면 어떨까요? 저자가 명명하기로는 이것이 PHEW 기법이라고 하는데 p147에 자세히 설명됩니다. 이 일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정말 조금이라도 관련된 실천을 하면서 걱정도 덜고 아주 작게나마 결과를 통제하기 위해 노력도 하라는 건데요. 예를 들어 태어날 아기가 못생길까 걱정되면 옛 사람들 충고대로 좋은 생각을 의도적으로 하고, 좋은 음악을 듣거나 잘생긴 사람들 사진을 하루에 몇 분씩이라도 보거나... 물론 이런다고 못생긴 아이를 낳는 걸 막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정말 0.0000000000001%이라도 영향을 줄지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적어도 쓸데없는 걱정으로 마음을 좀먹는 것보다는 낫겠죠. 

 

읽으면서 이 점도 많이 공감이 되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실제(객관적) 상황보다 더 나쁜 상황이라고 믿으며 산다"고 합니다. 이걸 파국화라고 부른다고 하네요(p171). 이게 습관이 되면, 1등급 사건을 5등급 사건으로 만들어 실제로 내 자신이 "통제"하여 내 앞에 부를 수도 있다고 합니다. "불안이 초래하는 생각 과잉이, 혼자서는 결코 쓰러지지 않을 도미노를 저 혼자 쓰러지게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 사고"의 중요성을 그리도 강조하나 봅니다. 

 

2장에서 "감정 강아지를 우리에 가두는 방법"을 가르쳤다면, 3장에서는 "이성의 고양이를 움직이게", 즉 "상황을 통제하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재앙이 터지면 물론 가장 좋은 건 "완전 복구"이나 때로는 차선책에 만족하고, 어떤 경우는 그저 살아 있다는 사실(기본 생존)에 만족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먼저 정신을 차리고(사전 행동), 그 후에 "대처(사후 행동)"를 해야 합니다(p191). 

 

나 자신에게 정직하고, 최악보다는 그래도 차악이 나음을 납득해야 합니다. 이 3장에서 상황 파악, RIO(realistic ideal outcome. p35, p187, p197. 현실적이고 이상적인 결과 판단), 트리아지(지금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응급처치. p193, p200)의 3단계가 기본적인 프레임입니다. 항상 유연성(p205)을 잊지 않아야 하고, 모든 것은 나의 머릿속에서 일어난다는 점(p211)도 명심하라고 합니다. RIO의 구체적인 예는 4장에서 하나하나 예시를 들며 "당신의 RIO는 무엇인가를 놓고 두 개 중 하나를 고르게 합니다. 정답이라는 건 없고, 화살표 알고리즘처럼 자신이 고른 답을 따라가면 뒤의 페이지(pp.268~308)에 각각의 해답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고 유익한 부분은 역시 "걱정의 등급 나누기"였는데 등급을 나누고 보면 최소한의 견적이 나오고 그때부터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보인다는 겁니다. "그럭저럭 헤쳐나갈 만한 난감한 일(p214)", "삶을 삐걱이게 하는 짜증나는 일(p219)", "일상을 무너뜨리는 괴로운 일(p228)" 등으로 나누고, 그에 해당하는 다양한 예를 제시하는데 재미도 있고 실제 이런 일이 닥치면 어느 정도는 누구나 써먹을 수 있는 "심리적 도구(p244)"이기도 했습니다. 

 

걱정을 버리면 그때부터 진짜 인생이 시작된다(p310). 이 책에서 아무리 좋은 가르침을 제공해도, 내가 내 문제에 대해 "어디서 돈이 한 십억만 공짜로 생겼으면 좋겠다" 같은 비현실적인 해답만 염두에 둔다면 고민과 걱정이 그칠 날이 없을 겁니다. 최대한 걱정과 고민을 내가 다룰 수 있는 유순한 상태로 만들어야 하고, 타조 상태(문제를 무조건 회피하려는 태도)를 벗어나야 하며,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해서 가능한 한 나쁜 결과를 돌려놓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실용적이고 재미있는 책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처음 만나는 톨스토이 단편선 | My Reviews & etc 2021-05-26 23:11
https://blog.yes24.com/document/14453639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처음 만나는 톨스토이 단편선

김유철,이유진 글/민소원 그림
미래주니어 | 2021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이 책에는 모두 세 편의 톨스토이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바보 이반>,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두 노인> 등 세 편입니다. 톨스토이 단편선은 이미 국내에 여러 버전이 나와 있고, 이 세 편도 아주 잘 알려진 작품들이라서 내용은 익숙하겠는데, 이 책은 톨스토이를 처음 접하는 어린 독자를 위한 것입니다. 친숙한 컬러 삽화와 쉬운 문장 덕분에 한글만 깨쳤다면 누구나 쉽게 읽고 감동을 받을 수 있을 듯합니다. 

 

처음에 이 책을 받아들었을 때 페이지 수가 175니까 생각보다는 두껍다고 느꼈고, 그런데도 세 편만 수록되어서 약간 의아했습니다. 성인이 읽었던 톨스토이 단편은 <코카서스의 포로> 같은 논픽션 비슷한 것만 빼면 대개 길이가 짧았기 때문입니다. 하긴 <바보 이반>은 원래 좀 길었습니다. 다 읽어 보니 약간, 텍스트가 더 자세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린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몇몇 대목에서 설명이 조금 더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군인 시몬이 돈을 걷으려고 자기 땅으로 갔는데 농부들의 불평을 듣고 나서, 부자 농부인 아버지를 찾아갈 때, 원문에는 그 사이에 설명이 없으나 여기서는 "농장의 물건까지 팔아야 할 정도로 씀씀이가 헤픈 아내를 어찌할 수 없었던 시몬(p11)"이라며 더 부연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왜 농장에 농기구, 말, 젖소 등이 없는지 성인 독자도 이해가 안 될 수 있는데 이걸 "시몬의 아내가 씀씀이가 헤퍼서 이런 자본 시설까지도 다 팔아야 했다"고 독자에게 설명을 해 준 것입니다. 앞에 씀씀이가 헤픈 아내에 대한 설정(p10)은 이미 나와 있었으니 이렇게 연결시킬 수도 있겠죠. 

 

또 원문에는 시몬에게 불평을 하는 건 집사 한 사람인데, 이 책에서는 농부 여럿입니다. 이렇게 좀 각색하는 게 어린 독자들이 (집사가 뭔지 왜 그런 직책이 있어야 하는지 추가 지식 없이) 바로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그림으로는 p20에 처음 이반이 등장합니다. 원래는 이반이 청년이긴 하나 제법 나이도 있고 또 생김새도 바보 같아야 맞겠으나 이 삽화에서는 머리도 단정하고 나이도 생각보다 더 어리고 똘똘하게 보입니다^^ 

 

사실 이반은 착한 거지 바보가 아닙니다. 악마를 만났을 때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유리한 위치에 서서 이익을 얻어내는데 악마를 상대로 이처럼 침착하고 현명한 대처를 하는 게 파우스트 박사도 못한 일입니다^^ 하긴, 바보니까 복잡한 생각을 안 하고 그저 내키는 대로 행동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반은 궁지에 몰린 형 시몬과 그의 (귀족 출신) 아내가 아버지와 자신의 집으로 찾아왔을 때 다시 모욕을 당합니다. "내 아내가 거름 냄새가 나서 너와 함께 식사를 할 수 없다고 하니 나가서 먹어라." 원문에는 아내가 한 말이 "더러운 농노와 정찬을 할 수 없네요"인데 이건 딱히 냄새 문제라기보다 신분 차이를 강조한 언급으로 보입니다. 이걸 시몬이 다시 동생 이반에게 전한 건 "나쁜 냄새가 난다"인데 거름이라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튼 이 편이 어린 독자에게 더 잘 이해될 듯합니다. 사실 거름 냄새가 나는데(난다면) 식사를 같이하는 게 뭐 곤란하기도 하겠습니다. 

 

여기서 이반의 대처가 현명한 게, "마침 (고생한) 암말에게 먹이도 주어야 하니 나가서 먹을게요."입니다. 어차피 자신은 해야 할 일도 있고 하니 구태여 형과 형수와 마찰을 안 빚겠다는 태도인데, 사람 사는 세상에서 최소한의 자존심 때문에 구태여 충돌하고 마는 게 보통이죠. 이처럼 자기 마음을 잘 다스리는 건 분명 지혜이지 어리석음이 아닙니다. 진짜 바보는 스스로를 필요 없이 괴롭히다 병이 나죠. 원문에는 암말에게 그냥 먹이를 주지 고생했다는 말은 없으나 농사일에 쓰는 말이 고생하는 건 당연하고, 이렇게 쓰면 이반의 착한 마음이 더 드러나서 좋습니다. 

 

두번째 악마가 찾아와 풀밭을 진흙으로 만들어 이반의 일을 방해합니다. 그러나 이반은 바보라서(?) 진이 빠지거나 좌절하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하루가 걸리더라도 이 일을 마치고 만다"며 더 의지를 불태웁니다. 불운에 직면했을 때 "이렇게 재수가 없는데 아 일할 맛이 나야 말이지"라며 중도 포기하는 게 우리들입니다. 그러나 이반은 정신적으로 지치질 않습니다. 

 

악마는 이반이 쥔 낫의 날을 땅으로 밀어내어 또 일을 방해하나 이반은 아랑곳않습니다. 원문에는 낫의 끝을 잡고 땅 안으로 보낸다고 나오지만 이 말은 이해하기 좀 어렵고 이 책처럼 해석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때 악마가 하는 말이 "내 손이 잘리더라도..."입니다. 악마도 어지간히 무식한 게, 가망이 없는 일을 구태여 끝을 보려고 저리 힘을 낭비하니 말입니다. 이반은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라지만.

 

애써 수확한 농작물이 저장을 잘못해서 썩기라도 하면 정말 난감한 일입니다. 악마는 귀리 더미 안으로 들어가 몸에 열을 내어 귀리를 썩게 만드려 시도하다가 ㅎㅎ 잠시 잠이 듭니다. 여튼 어린 독자들은 서늘하게 보관 못 한 곡물이 썩을 수도 있다는 점도 배울 수 있을 듯합니다. 혹은, 갑자기 썩은 곡물을 보고 악마가 제 몸을 데워 장난을 쳤나 보다 하고 옛 사람들이 여겼음을 이해하겠죠. 마치 "바로워스 민담"처럼 말입니다. 

 

pp,30~31에는 악마가 낱알을 병사로 바꾸는 주문을 가르쳐 주는데 이 부분은 박스로 처리되고 빨간색으로 인쇄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런 주문을 좋아하죠. 나중에 실습 해 보고 효과가 안 나서 실망하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대체로 이반 3형제의 부모는 (기독교 성경에 나오는 프로디걸 썬의 아버지보다도 더) 합리적으로 생각을 하는 이들이라서 손위 두 아들의 무리한 요구를 거절하고 이반의 역성을 들어 줍니다. 그러나 p51에는 아들의 바보 같은 행동에 실망했는지 바보라며 야단을 치는 대목이 있습니다. 드라마 태조왕건에서 왕건은 자신의 아내에게 약초를 주지 않고 나라의 장래를 위해 상주 토호 아자개에게 그 귀한 걸 줘 버리는데, 이반은... 여자 거지에게, 공주한테 가야 할 약초를 줍니다. 

 

이 대목은 마치 톨스토이의 다른 단편 <구두장이의 꿈>에 나오는, 마태복음 25:40의 가르침, 즉 가장 미미한 자에게 베푼 게 바로 예수에게 베푼 것이라는 말처럼 말입니다. 제가 어려서 읽을 때에도, 아니 왜 약초도 없이 몸만 달랑 간 이반이 곁에 이르자마자 공주가 낫는 건지, 이건 반칙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사실 약초가 중요한 게 아니죠. 톨스토이의 서사적 과감함이 돋보입니다.

 

위(p22)에서 시몬의 아내는 귀족의 습관을 그대로 유지하려 들었지만(또 본디 귀족이 아닌 남편 시몬 역시 그녀의 말을 따랐지만), 여기서 공주는 무려 왕의 딸인데도 멍청한(?) 이반의 말을 따라 자신도 같이 일을 하며 이반 같은 바보의 삶을 택합니다. 이 대목이 너무도 재미있습니다. 하긴 시몬은 처가에 폐나 끼치는 식충이이지만 이반은 아내의 목숨을 살려 준 은인이니 발언권의 크기가 다르죠.

 

여튼 이반의 부친은 정말로 특별한 사람이었는지(?) 그 세 아들이 모두 왕이 됩니다. 이반은 그렇다쳐도 첫째 시몬은 무력으로, 둘째 타라스는 재력으로 둘 다 왕이 되었다는 게... 물론 이반이 준 군사, 금화의 밑천이 없었으면 턱도 없는 일이었겠지만 말입니다. 러시아에는 이처럼 특별한 아들들을 둔 부친이 또 있는데 블라디미르 클리첸코, 비탈리 클리첸코 두 세계 복싱 챔피언을 낳으신 분...

 

전 어렸을 때 이 이야기를 읽을 때에도, 왜 시몬은 "키가 크고 얼굴이 깨끗한 병사(p52)"만 모집했을까가 의문스러웠습니다. 키가 큰 건 그렇다 쳐도 얼굴은 왜 깨끗해야 할까요? 어느 나라 군대나 의장대, 근위병은 이렇게 뽑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몬이 필요한 건 전투병일 텐데 말입니다. 이 책에는 키가 크고 얼굴이 깨끗한 사이에 "튼튼한"을 더 넣었습니다. 이게 사실 상식에는 맞는 이야기입니다. 제 마음대로 생각하기로는, 시몬 왕은 적국을 상대로 전투를 하기보다 자국민에게 위압감을 줘 수취하는 용도로 이 군대를 쓴 듯합니다. 농담이지만 시몬이 거지가 되었을 때 이반 왕은 군대에게 노래를 가르치라고 하는데(p64) 그렇다면 키 크고 잘생긴 문선대(?)가 필요할 듯도 합니다.

 

러시아는 역사상 사실 인도와 접점이 없습니다. 러시아와 접점이 있었던 건 투르크나 페르시아겠죠. 톨스토이는 특이하게 이반의 두 형이 인도와 적대하게 이야기를 꾸미는데, 톨스토이의 시대에 인도는 영국의 손에서 꼼짝도 못했지만 여기서는 러시아인들의 군대를 격파할 만큼 강합니다. 제정 러시아가 인도를 넘볼 생각은 잠시 품었으나 자신들의 힘이 영국을 물리칠 만큼 강하지 못했기에 실행에 옮기지를 못했습니다. 훨씬 후에 나치의 외교장관 리벤트롭은 스탈린더러 유럽을 넘보지 말고 저 아래 인도로 진출하여 영국과 대립할 것을 부추겼지만 스탈린도 바보가 아니었죠. 

 

p75에서 악마가 변한 신사가 손이 깨끗한 걸 보고 게으름뱅이를 미워하는 이반의 동생 말라니아가 나옵니다. 공주는 그녀를 두고 "(친족호칭으로) 아가씨"라 칭하는데 원문도 비슷합니다. 영어 텍스트를 보면 이 여동생의 이름이 마르타, 마사, 이를 보고 옮긴 한국어 번역본 중에는 심지어 "몰타"도 있는데, 이 책에는 말라니아(Маланья)라고 정확히 톨스토이 원작대로 나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박찬욱의 오마주 - 박찬욱 | My Reviews & etc 2021-05-25 23:11
https://blog.yes24.com/document/14448672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박찬욱의 오마주 (리커버)

박찬욱 저
마음산책 | 2022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하고 경찰관은 의견서로 말하며 영화감독은 작품으로 말합니다. 감독은 오마주를 해도 작품 안에서 하는 게 보통이겠으나 여튼 이렇게 책으로도 할 수 있지 싶습니다. 

 

<심플 플랜>은 갑자기 횡재를 한, 지방에 거주하는 어느 형제의 웃지 못할 사연을 다루었는데 반전도 있고 배우들의 연기가 좋아서 꽤 볼만합니다. 평소와 달리 빌리 밥 손튼이 약간 덜떨어진 역으로 나오는데 사실 이 사람은 이런 연기도 꽤 잘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심플 플랜>이란 영화가 소개된 건 아니고(그의 취향은 아니겠죠), <닉 오브 타임>이란 작품을 논하며 일종의 에피그램으로 저 어구를 쓰고 있습니다. 

 

<분노의 주먹>은 우리가 잘 아는 로버트 드 니로, 또 감독 스콜세지의 영화인데 아마 <성난 황소>라고 하면 한국 영화와 헷갈릴 것 같아서 이리 쓴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한국에서는 개봉이 안 되었는데 VHS 비디오 유통 시절 이런 약간 이상한 번역 제목이 붙었습니다. 뭐 뜻은 다들 잘 알아듣겠지만 말입니다. 

 

"뽀빠이, 더 폴리스맨"이라 부제가 붙었는데 <프렌치 커넥션>에서 진 해크먼이 열연한 형사 별명이 "팝아이"입니다. 팝아이는 우리나라에서 "뽀빠이"라고 통하니까 어쩔 수 없죠. 시금치를 좋아하고 올리브의 남친인 그 캐릭터하고는 전혀 무관합니다. 

 

<토탈 리콜>에는 "제4의 사나이"라고 부제가 붙었는데 물론 오슨 웰즈의 <제3의 사나이>를 염두에 둔 것이겠습니다. 이 영화의 (생각하기에 따라) 꽤 복잡한 서사가 기억이 난다면 꽤 적절한 요약이라는 느낌이 절로 들 것입니다.

 

"불꽃 속에 죽다" 이것은 CF 감독 출신으로 당시에 꽤 젊은 나이에 엄청난 대형 기획을 맡았던 그 연출자가 찍은 에이리언 3편을 두고 저자가 한 말인데 그럴싸하죠. 불꽃 속에 죽은 건 물론 새끼와 함께한 전사 리플리입니다만 그 괴물(성체)도 마찬가지입니다. 

 

폴 뉴먼의 <심판>은 어느 늙은 죄수가 감옥에서 공부한 후 법 도사가 되었다는 스토리인데 정작 자신은 재심 청구를 하지 않고 "일사부재리 원칙"의 중요성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감옥에 계속 머문다는 내용입니다. 

 

우마 써먼 주연의 <바론의 대모험>도 나오는데 물론 우리가 아는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이 그 원작입니다. 바론은 작위이지 이름이 아닌데도 당시 한국 유통사들이 저리 붙였습니다. 저자는 "네버 엔딩 어드벤처"라고 요약하는데 이 책에는 안 나오지만 1984년작 <네버 엔딩 스토리>라는 영화도 있습니다. 

 

<네버엔딩 스토리>는 많은 이들이 잘 모르는데 볼프강 페터젠의 연출입니다. 이 사람이 이런 영화도 찍었다는 게... 그 주제가도 참 유명한데 이 주제가가 (저작권이고 뭐고 없던 시절) 한국의 태평양화학 탐스핀 화장품의 CF에서 BGM으로 쓰였습니다. 황신혜씨의 해변 자태를 보면 그저 정신이 다 아찔해지죠.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기획서 마스터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1-05-24 20:11
https://blog.yes24.com/document/14443071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기획서 마스터

윤영돈 저
예문 | 2021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잘 쓰는 기획서에 대해 보통 오해하는 게 있습니다. 앙상하고 건조하며 기계적으로 최소한의 내용만 추린 게 잘된 기획서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혹은 반대로, 잔뜩 어려운 내용만 열거하며 전문성을 과시한다거나 말이죠. 그러나 윗선에서 좋아하는 기획서, 내용이 알차고 명작으로 꼽히는 기획서는 꼭 그런 게 아닙니다. 기획서도 엄연히 글이니만큼 형식상으로는 탄탄한 구조를 갖춰야 하고 내용상으로는 시적인 영감이 번득이는 맛이 있어야 합니다. "단번에 통과되는 기획서", "소통에 능한 기획서"는 어떠해야 하는지, 이 책을 읽고 개인적으로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독서를 마치고 복습도 할 겸 책 내용을 이 독후감에 정리해 보았습니다. 

 

일단 저자는 "기획서는 쓰는(write) 게 아니라 만드는(build) 것"이라고 합니다. 또 "톱다운이 아니라 바텀업(p16)"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두 마디 말이 책 전체를 꿰뚫는다 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이미 머리 속에 100% 완성된 그림이 자리잡고 있다면 그저 머리가 시키는 대로 술술 적어 내려가기만 하거나, 결론이 이미 내려졌기에 깨끗한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제목만 써도 벌써 하부구조가 자동으로 완성되어 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기획, 기획자는 극히 드물며, 따지고 보면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어떤 기획이라 해도 오류가 있을 수 있는데 저런 건 무오류의 사고를 전제로 삼기 때문이죠. 건실하고 실용적인 기획은 기초부터 탄탄히 쌓고 실행의 문턱을 넘어 목표를 향해 높이 도약하는 청사진이어야 합니다. 

 

"기획서는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문서를 만드는 것이다." 에드워드 데밍 박사가 고안한 PDCA 사이클이 기획서를 만드는 데 보통은 가장 널리 쓰이는 절차라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플랜, 두(do), 체크, 액션, 즉 "계획, 실행, 검토, 개선"의 과정을 가리키죠. 

 

설계도에 비유되는 기획서는 일단 두 가지 별개의 요소로 구성됩니다. 기획이 있고, 또 작성이 있습니다. 기획에도 7단계가 있고, 작성에도 또한 7단계가 있습니다. p19에 나온 내용을 잠시 옮겨 보면


먼저 기획의 7단계는 1) 분석 2) 컨셉 설정 3) 자료 수집 4) 현황 조사 5) 대책 수립 6) 전략 설정 7) 실행 계획 입니다. 책에 나온 도해에는 이 과정이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바텀 업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반면 작성의 7단계는 키워드 설정부터 마무리 퇴고까지 7단계인데 이 과정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탑다운입니다. 

 

그러므로, 성공적인 기획서는 내용을 만드는 단계인 기획에서는 바텀업, 그 내용을 실제 작성하는 단계에서는 글쓰기의 일반 원칙인 탑다운으로 가야 하는 거죠. 또 저 뒤 p66에는 바텀업=확산형 사고, 탑다운=수렴형 사고로 따로 성격 규정을 합니다. 여기서 저자는 "기획적 사고가 바로 확산적 사고를 의미하는 건 아니며, 두 사고를 통합해야 가능하다(p67)"고 합니다. 혹시 이 대목(p19)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오해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또 책에서 지적하는 중요한 내용이 있습니다. 보통은 일일이 구분하지 않고 혼용하지만 매뉴얼대로 하면 엄격이 구분되는 건데, 기획서, 계획서, 제안서, 보고서는 알고보면 다 다른 것입니다. 저자가 이를 알기 쉽게 건축 실무에 비유해 놓았는데, 

 

1) 기획서는 설계도
2) 계획서는 일정표
3) 제안서는 모델하우스
4) 보고서는 현황판

 

위와 같다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문서 작성을 조금이라도 해 본 독자(설령 신입사원이라고 해도)라면 이 비유가 확 와 닿을 것입니다. 과연 그렇죠.

 

"기획서는 글을 잘 쓰기 위함이 아니라, 채택되기 위한 문서를 만드는 것이다(p21)." 이런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채택 안 되는 기획서를 쓰게 되는 이유는 이런 원칙, 애초의 목적을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써서 과연 채택이 될까?" 절실한 고민 없이 그저 곁눈으로 보고 배운 요령만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하나마나한 기획서 쓰기는 끝없는 좌절만 부를 뿐입니다. 일 하나를 해도 제대로 한다는 생각으로, 빠릿빠릿하고 감동까지 주는 기획서를 작품 하나 만든다는 일념으로 지어(build) 나가야 합니다.

 

"마음을 훔치기 위한 기획" 저자는 접근, 다리 놓기, 차별화의 세 가지를 제시합니다. 지금 내가 컨펌 받아야 하는 상대가 누구인가요? 실무자는 전문성에 관심이 많고,, CEO 같은 결재권자는 얼마나 수익이 나느냐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이 방향성을 잘못 잡거나 반대로 설정하면 그 기획은 효과를 못 내거나 역효과를 냅니다. 

 

또 "자신의 유식함을 그저 과시하는 기획서는 결재권자의 이해를 돕지 못해 결과적으로 결재를 못 받는 경우가 있다(p27)"고 합니다. 읽는 이가 결재권자, CEO일 때 특히 이 점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내용만 풍성하다고 다 좋은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실 CEO라면 설령 아랫사람이 어려운 기획서를 상신했다 쳐도 자신이 소화를 해 내며 내용으로 승부를 보는 기획서를 컨펌해야 올바르겠습니다만 현실이 꼭 그렇지는 못하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나를 알아주는 CEO를 찾아 매번 회사를 옮겨다닐 수도 없고... 또 "기회의 이점을 중심으로 최대한 간결하게 어필하는 게 좋다"고도 책에서는 말합니다. 

 

"상대의 니즈보다는 원츠를 찾아야 한다(p33)." p34에는 원츠의 특징으로 2차욕구, 잠재적 욕구, 삶을 업그레이드하는 욕구, 미래 시점 지향 등을 듭니다. 니즈는 이 원츠의 반대입니다. 기획서를 지을 때에는 이 니즈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상대의 은밀한 내심까지 다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상대가 자신의 원츠였는지도 미처 몰랐던 것마저 읽고 작성하는 기획서가 되어야 합니다. 상대가 말한 것만 곧이곧대로 받아적지 말고, 그를 바탕으로 삼아 "혹시 이런 게 더 있는데 빼먹고 말 안 한 것 아닌가?"하며 적실한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합니다. 이런 걸 책에서는 "피드백이 아니라 피드포워드"라고 하네요. 말하자면 선제적 질문쯤이 되겠습니다. 

 

"당신이 원했던 건 이거 아냐?" 우리는 스마트폰이 나오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가 그걸 속으로 얼마나 원했는지 알았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유명한 저 말(p36)을, "기획서 짓기"에도 적용하라고 저자는 제언합니다. 책 p39에는 "니즈 원츠를 넘어 디맨드로 가야 하며, 니즈나 원츠를 디맨드로 착각하지 말라"는 필립 코틀러의 명언도 인용됩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때가 있습니다. 미팅 당시에, 혹 의문나는 점이 있으면(아예, 나중에 생각날 것 같은 사항까지도 지금 미리 생각해 낼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바로 그 자리에서 질문을 해서 상황을 분명히해야 하며, 나중에 가서 "혹시 이건...?" 같은 말을 해 봐야 이미 "비 활성화"되었을 뿐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예를 들면, 쇼핑몰에서 뭘 주문했다가 혹시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 취소를 하고 싶어도, 이미 셀러에게 통고가 간 후라서 취소 버튼이 비활성화된 경우나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기획은 단순한 아이디어 창출이 아니라,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실제로 구현하게 하는 과정(p46)을 말합니다. 예전에 인기 작곡가 김창환씨("잘못된 만남", "쿵따리샤바라 등")는 "대중보다 한 발짝도 말고 딱 반 발짝만 앞서라"고 했습니다. 이 책에도 그런 말이 나옵니다. 대중의 원츠, 니즈, 디맨드보다 너무 앞서갈 필요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뜻이겠습니다.

 

육하원칙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으나 책에서는 십하원칙을 설명합니다. 5W 4H 1T라고도 합니다. 5W 1H까지는 보통 아는 내용이고, 나머지 3H는 how many, how much, how long, 그리고 1T는 target이라고 합니다. target은 주고객 대상의 연령, 직업 등을 가리킵니다. 사실 마케팅 이론에서는 저 target 그룹에 대한 지적을 수십 년 전부터 해 오긴 했습니다. 

 

매킨지에서는 grow 질문법을 중시합니다. goal(목표), realty(현상확인), option(대안), will(실행의지) 입니다. 이런 신랄한 질문을 먼저 자신에게 던져 봐야, 작성하려는 기획안이 빈틈 없고 내실에 가득찬 것으로 형성됩니다. 

 

주식 전문가 중에도 그저 현황의 분석을 보고서나 말로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꼭 마인드맵을 곁들이는 분이 있습니다. 주식 투자가 성공하러면 하나의 사건이 파생하는 여러 단계의 다른 사건들을 거쳐 특정 종목들에 가격 상승, 하락 등의 효과를 끼치기 때문이죠. 이처럼 생각을 그저 생각으로만 담아 두지 말고 "이미지화(p77)"하면 기획의 과정이라는 막막한 길에 서서 그저 직감과 우연에 의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지도"를 갖고 여행하는 셈이 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것 관련해서 저자는 책 앞 부분인 p18에서 이미 "초안은 컴퓨터가 아니라 반드시 백지에 핸드라이팅을 하라"고 말한 적 있습니다.

 

이 책에는 참 실감나는 충고가 많은데, 주변에 보면 검색 잘하는 사람은 언제나 따로 있습니다. 책에서 하는 말은, "네이버나 구글의 검색 엔진이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최적화한 키워드로 검색하라(p84)"인데, 이건 블로그 마케팅에서 중요시되는 원칙이라고 합니다. 꼭 블로그 마케팅이 아니라 해도 그저 자신의 궁금함 해결이나 업무 관련 정보를 찾을 때도 마찬가지이겠습니다. pp.90~91에는 정보 수집에 도움이 되는 여러 정보 사이트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실제 검색을 하다 보면 무엇보다 본인이 자기 일에 맞는 정보가 가장 많이 발견되는 사이트가 따로 있습니다. 그걸 그때그때 우연에 맡기지 말고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다음 번에도 써먹게 해야 합니다. 시행착오라는 게 얼마나 귀한 자산인데요. pp.194~195에는 차트나 무료 이미지를 구할 수 있는 사이트들도 소개됩니다. 

 

"이건 너무 밋밋하지 않나요?(p99)" 사실 일하면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 혹은 지적이 이런 것이겠죠. 그때는 "심플한 것일수록 이해가 쉽다"가 답이라고 합니다. 확실히 이 책에서는 "핵심만 잘 간추려서 디자인하고 단순화한" 기획서의 미덕을 무척 강조합니다. 비단 이 책뿐 아니라 다른 입장들도, 장황하고 요령부득인 기획서를 지향하는 쪽은 아무도 없죠. CEO, 심지어 실무자라고 해도 시간이 돈이고 남의 장광설을 즐겨듣는 취미는 누구도 없겠으니 말입니다. 

 

여기서 KISS의 법칙, 즉 keep it simple. stupid! 가 중요하다고 저자는 정리합니다. 재미있습니다. 기획서에 비주얼을 막 채워 페이지 수만 늘이는 걸 위에서는 너무 싫어한다고 합니다. 그런 기획서는 나 일 많이 했어요 같은 자기 만족, 혹은 변명이 깃든 기획서이지 상대더러 읽고 이해해 달라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카테고리가 아니라 키워드 중심으로 진행하라는 말은 저 뒤 p160 이하에도 다시 나옵니다. 

 

문제를 구체적이고 정확히 인식해야 답이 제대로 나옵니다. 책에는 p109에 4C 분석이 나옵니다. 고객(customer), 경쟁(competitor), 기업(company), 채널(channel) 분석이 그것입니다. 

 

기획서는, 내가 이런 걸 준비했으니 당신은 받아들여라는 식으로 털썩 던지는 게 아닙니다. 이게 곤란하다고 여기는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그러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이걸 또 준비했다며 플랜B(차선책)을 내세울 수 있어야 합니다. 소설 <삼국연의>(뿐 아니라 중국 정사서류)를 보면 책사들이 항상 주군에게 상책, 중책, 하책을 제시하지 자신이 최상이라 여기는 한 가지 안만 불쑥 내미는 게 아니며 또 그래서 그들이 신임을 얻고 유능하다고 인정 받는 것입니다. 

 

"나는 권투선수였습니다. 나는 알코올 중독자였습니다(p138)." 심지어 저는 최근에 "나는 소년보호처분 대상자였습니다"로 시작하는 글도 읽어 보았습니다. 그 뒤에 쓰인 말은 뭐 웬만큼 교육 받고 상식을 갖춘 이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말이라 쳐도, 자신을 소년범 출신이라고 소개하는 저 한 문장 덕분에 완전히 다른 주목도, 존재감을 가지게 되는 거죠("소년범이 잘 교화되어 어른이 되어 이제 이런 성숙하고 이지적인 생각까지도 가능하다는 것?"). 이처럼 책에서는 공감을 얻기 위해 자신의 절절한 스토리에 색깔을 입히라고 권합니다. 또 이런 스토리는 신뢰를 얻기 위한 좋은 방법이 된다고 합니다(p140). 물론 관심을 받고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어려서 일부러 범죄를 저지를 필요까지는 없겠습니다만(농담입니다). 

 

기획서는 말의 성찬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기획서를 읽는 사람은 훌륭한 문장을 읽고 감탄하거나 예전 과거의 장원급제를 뽑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자신이 돈을 벌 수 있는 방안이 뭔지에만 관심이 있는 거죠. 돈 버는 게 목적인 사람 앞에 앉혀 놓고 다른 이야기를 해 봐야 누가 그걸 들을 리 없습니다. "말만 앞서는 구호보다 실제적인 이익을 챙겨 줘야 한다(p149)." 책에는 또 이런 말도 나옵니다. "일류 기획과 삼류 실행, 삼류 기획과 일류 실행, 둘 중 당신은 무엇을 택하겠습니까?" 마윈과 손정의는 후자에 의견이 일치했다고 합니다. 사실 마윈이 알리바바 창투안을 갖고 손정의를 찾았을 때 손 회장이 눈여겨 본 건 그의 기획안이 아니라 범상한 실행의지를 누구한테나 각인시키는 마윈의 태도와 개성이었을 겁니다. CEO뿐 아니라 심지어 일반 대중이라고 해도, 의외로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민첩하게 계산한다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좋게 만들 수 없다면, 적어도 좋아 보이도록 만들어라 - 빌 게이츠(p176)." 목적에 맞는 레이아웃을 결정하고 문서 용도에 맞게 편집하라고 합니다. 항목을 잘 구분할 것이며, 워드는 대개 세로문서이며 PPT는 가로문서이니 그에 맞는 포장을 선택하라고 합니다. 

 

p208에서 저자는 "프레젠테이션은 '선물'을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표현이지만 동시에 PT의 기본에 대해 독자로 하여금 정신이 버쩍 들게 하는 한 줄 요약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마치 애인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온갖 궁리를 하고 정성을 다하듯, PT에도 그런 성의가 들어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능력은 타고날 필요도 없고, 설령 말투가 어눌해도 메시지가 창의적이면 청중은 자연스럽게 주목, 경청하게 된다고 합니다. PT에도 TPO 전략이 필요한 건 물론입니다. 전문용어를 남발하지 말고, 오버액션 하지 말고, 청중이 듣거나 말거나 나는 떠든다 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청중에게 수시로 질문을 하는 형식도 좋다고 하네요. 

 

p221에는 저자 윤코치의 프레젠테이션 노하우가 있는데 상대방의 입장에서 말하라, PT 기술은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익혀라, 최신 도구를 구비하라 등이 있습니다. 프로는 "자신감"으로 아마추어와 차별되며, 스스로 촬영을 한 후 자신에게 피드백을 보내 보라고도 합니다. p241 이하에는 PT 십계명, 그리고 기획용어사전이 나오는데 혹시 이 책 본문을 읽는 중 모르는 말이 나오면 여기서 찾아 보면 될 것 같습니다.

 

p22에 나오는 "한 번에 컨펌받는 기획서"의 특징 일부를 인용하며 독후감을 마무리짓겠습니다.

 

- 도입부에 결론을 배치해서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 마지막에 한 방의 훅(hook)을 넣어라.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거래소 Die Boerse | My Reviews & etc 2021-05-23 19:12
테마링
https://blog.yes24.com/document/14437126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거래소

막스 베버 저/이상률 역
문예출판사 | 2021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사실 거래소는 아득한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군부대 내 매점을 PX라 부르는데 이 역시 "거래소"에서 온 이름이며 이 고전 서문에서 저자 막스 베버 본인이 자세하게, 혹은 난해하게(?) 설명하는 바와 같습니다. 이 간략한 고전은 본디 막스 베버(<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저자로 한국에는 널리 알려진, 지지난세기의 독일사회학자)가 "노동자를 위해 쉽게 거래소의 본질을 요약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사실 너무 쉬운 설명서와 PPT에 익숙해진 현대의 게으른 대중에게는 이마저도 어렵고, 아니 어렵다기보다 "거래소의 본질이 이처럼이나 심오했나?" 같은 경외감을 부르기도 합니다. 여튼 세기의 천재였던 막스(Max) 베버(Weber)의 책은 그 주제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정독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이 고전에서 베버가 주제로 삼는 건 주로 "증권거래소"입니다. 꼭 폼나는(?) 증권거래소뿐 아니라 무슨 농산물, 원유 등 중간재, 하다못해 공동어시장의 거래소 역시 그 나름 꽤 복잡한 원리에 의해 작동됩니다. 책을 통해 베버는 아마 독일의 노동 대중에게 최대한 간명하게 거래와 거래소의 본질을 가르치고 싶었겠지만, 우리가 얻는 건 간단한 이해와 끄덕거림이 아니라 체제와 현상 저 깊이에서 작동하는 근본원리에 대한 심오한 통찰입니다. 저자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말입니다.

 

막스 베버는 보면 책 서문이 참 어렵습니다. 물론 본문도 어렵지만 서문이 왜 이처럼 어려운지 텍스트와 씨름하다가, 혹은 대체 왜 이렇게 서문을 어렵게 썼는지 그 의도를 이해하려 들다 잠깐 눈이 감길 만큼 어렵습니다. 사실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도 서문을 보면 독자가 책의 내용을 이해하게 단초를 잡아 주는 게 아니라, 아직 나오지도 않았을 초판의 내용에 대한 (평단이나 반대 진영의) 예상되는 (가상의) 반론을 놓고 미리 재반박을 뭐 한다든가, 천재 특유의, 일반인에게는 도무지 이해 안 되는 부지런한 세팅(?)이 엿보일 정도지요. 이 고전도 저는 본문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서문으로 돌아와 여기여기는 왜 이런 말을 썼는지 다시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만 저의 능력으로는 여전히 한계가 있었습니다.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주식을 채권과 혼동하기 쉽다(p28)." 제 주변에는 아주 감이 좋아서 주식은 물론 채권도 그저 차트만 보고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어 최상의 시점에 매도 매수를 능란하게 하는 이가 있고, 이런 분에게는 사실 주식/채권의 분별도 필요가 없겠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되고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공부를 하고 나서 무슨 투자를 해도 해야 합니다. 이 책에서 베버는 주식을 일러 "말하자면 채무 증서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채권의 본질은 채무증서와 완전히 같지만(같음을 전제로 하고), 주식은 "비슷하다"고 그는 말하는 거죠. 이렇게 말을 해야 회사법제에 대해 아무 기초 지식이 없는 노동자가 잘 이해할 수 있겠지요(그나마). 이 구절은, 본인의 그 명석하고 천재적인 두뇌로는 주식과 채권을 혼동할 우려가 꿈 속에서조차 없을 텐데도 무지한 노동자의 처지에 최대한 서 보려는 관대한 그의 태도를 증명하는 부분입니다.

 

현대의 주식 거래에서 많은 이들은 유상증자를 할 때 예컨대 왜 60,000짜리 "시가"의 주식을 100% 유증한다면서 30,000짜리 두 장으로 나눠 줄 뿐인지 궁금해합니다. 액면분할과 무엇이 다른가 하면서요. 베버는 이 책에서 "주주에게는 (액면) 1000마르크로 평가되었음을 의미한다"고 하며, 주식, 혹은 지분의 가치가 일단은 액면가임을 설명합니다. 물론 실제 납입한 금액은 그때나 지금이나 액면가를 훨씬 넘는 게 보통입니다. 또 그는 "채권자의 채권(債權이기도 하고, 여기서는 債券이기도 합니다)"과 주식이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 파산 시 잔여재산청구권이라는 점에 있음을 지적합니다. "당연히" 채권자는 주주보다 선순위여야 한다는 거죠. 이게 바로 주식이 채권과 "비슷하지만 다른" 점입니다. 

 

주식회사 제도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세계 최초로 알려졌지만 법제화가 치밀하게 이뤄져서 사업가는 물론 일반 대중도 어떤 속임수나 갑작스러운 부도 위험 등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않고 참여 가능한 반영구적인 제도로 주식회사 시스템이 정착한 건 독일에서 그로부터 350년 정도가 지나 악치엔레히트, 즉 주식(회사)법이 만들어진 후입니다. 즉 이것은 막스 베버와 동시대의 사건인 거죠. 베버는 "경영 자체는 관심이 없고 배당 수익에만 골몰하는 주주 혹은 투자자를 위한 제도(p33)"라며 그 본질을 정확히 짚습니다. 

 

베버는 사회학자답게 중세의 장원제도도 예시의 하나로 듭니다. 장원 역시 영주와 농노가 일정 공동 투자를 한 산물이라는 겁니다. 영주가 외부 세력으로부터 무력적 보호를 베풀고, 농노는 일정한 토지를 "경작 가능한 땅"으로 만들기 위해 노동으로 투자를 합니다. 이렇게 해서 형성된 장원에는 외부인이 함부로 들어오거나 이익을 그로부터 취할 수 없는데 "투자자"에게 배타적으로 이익이 주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베버의 설명을 들으니 주식뿐 아니라 중세 장원까지도 새롭게 보이네요.

 

주주가 받는 자본수익, 즉 배당금을 두고 그는 "자본을 빌려 준 저당권자가 받는 이자"로 비유(p34)해서 설명합니다. 물론 이는 노동자 독자의 수준을 감안한 일종의 "비유"이며, 주주의 권리는 보통 개별 부동산에 특정하여 설정되는 저당권과는 법제적으로 크게 다르지만 비슷한 구석도 분명히 있습니다. 

 

p45에서 그는 독일 거래소만의 "물리적" 특징을 설명합니다. 상품이건 증권이건 한 군데에 모여 있는 게 특이하다는 거죠. 이 책에서 "거래소"라 함은 물론 증권거래소가 주된 토픽입니다만 역사적 발달 과정을 고려한 서술이다 보니 상품거래소도 자주 언급되며 실제로 우리가 지금 다루곤 하는 "선물"도 비록 증권화되긴 했으나 기본적으로 물건이 그 본체입니다. 대두, 옥수수, 구리, 은, ... 

 

거래소의 중개인, 입회인 등의 직책이 설명되며 이런 자리 역시 "사실상" 팔고 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 나라도 한국거래소가 국가 기관이 아니며 민간 조직에 지나지 않는데 다만 은행처럼 고도로 공신력이 높은 것뿐입니다. 서유럽(독일 포함)은 당연히 민간에서 오랜 역사를 두고 이런 제도가 만들어졌으니 말할 것도 없고 특히 영국, 프랑스 등은 독일처럼 늦게 통일이 이뤄지고 인위적으로 무슨 제도를 급히 만든 게 아니라서 당연히 거래소 조직이 한 군데 모여 있질 않았겠죠. 함부르크 거래소의 중개인들이 프랑스 등과는 달리 특권이 없다는 점도 베버는 지적하는데 이것도 연혁적으로 같은 이유입니다. 베를린 거래소는 함부르크와 사정이 달라 "상인 사회의 장로들 집단"에 가깝다고 하는데 그다운 노련한 비유입니다. 

 

"명예감정은 모든 사회조직의 힘이다(p53)" 독일어에는 다른 언어에는 없는 독특한 개념이 많은데 저 명예감정이라는 말도 법학에서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등의 보호법익으로 삼곤 하는 것입니다. 사실 거래소뿐 아니라 어음 수표 제도도 그렇고 지점, 대리인, 지배인 등을 여러 지역에 둔 상인 제도 자체가, 고도의 신뢰가 없으면 애초에 유지가 안 되는 거죠. 중세 베네치아의 상인들은 그리스의 왕족들이 즉위 후 채무를 갚지 않자 군대를 조직해서 다른 일 하는 척 하면서 엉뚱하게 콘스탄티노플로 쳐들어가 쑥대밭을 만들고 직접 채권 추심을 헸는데 그게 바로 4차 십자군 운동이었습니다. 저 말에 대해 베버는 각주에서 "나의 (이) 의견은 이 분야의 가장 유명한 전문가들과 일치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ㅎㅎ

 

공동어시장이나 농산물 시장에 가면 새벽 시간에 다소 기이한 형태로 "경매"를 벌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죠. 주식 거래 역시 (지금은 전산화가 완벽히 이뤄졌다뿐) 매도자와 매수자의 상호 경매 형태가 발전한 것입니다. p62 이하에서 베버는 가상의 중개인 "마이어"가 러시아 루블 화를 매매하는 과정을 보여 줍니다. 구태여 루블화를 예시한 건 p97 각주에 나오듯 저자가 은행가 파울 폴케 스캔들을 아마 염두에 두어서인 듯합니다(스캔들은 이 책이 쓰여지기 3년 전에 일어났습니다) . "An Sie(당신에게)!" "von Ihnen(당신에게서)!" 독어에서 경칭을 나타내는 2인칭 대명사는 저처럼 대문자로 시작하죠. 

 

p67에는 재정거래의 개념이 나오는데 몇 달 전 비트코인에 유독 큰 프리미엄이 한국의 코인거래에서만 붙는 걸 이용해서 중국인 투자자들이 엄청 돈을 벌었다고 하죠. 이게 바로 알비트리지, 즉 재정거래의 좋은 예입니다. 베버는 이를 통해 "투기", 즉 시간에 따른 가격의 앙등을 이용한 이익 수취의 개념에까지 설명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그 다음, pp.72~82로 이어지는 설명은 바로 "선물(先物. future) 거래입니다. 이 열 페이지 동안의 설명은 매우 쉽고도 정확해서, 거의 백 년 전에 이뤄진 서술이지만 현재의 선물 거래에도 그대로 적용한들 별로 어색한 구석이 없습니다. 무슨 단톡방에서 나눠주는 얄팍한 pdf보다 이 고전의 이 파트가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p67의 재정은 裁定이고 p96의 재정은 책에 나와 있는 대로 財政입니다. 발음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말이죠. 거래소의 규모가 커지면 이 품목을 거래하는 (세계) 시장 안에서의 위상도 커지고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거래소가 소재한 국가의 위상이 커진다는 말도 해당 페이지에서 베버는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잡주 잡주 하는데 이게 속어나 비어가 사실은 아니며(?) 이 책 p97에 나옵니다. 원문에는 kleine Papiere(작은 株)라고 되어 있습니다. 

 

당시의 독일 고전 답게 거래의 세세한 과정에서 중개인의 업무와 신분까지, 경제학적 측면은 물론 사회학적 고찰이 이뤄지며 결론부분에 가서는 미시가 아닌 "국민경제"에의 파급까지 두루 분석이 이뤄집니다. 투자의 기본은 일확천금이 아닌, 언제나 기본에 충실하고 대상에의 철저한 연구 끝에 이뤄지는 매매임을 잊지 않게 해 주는 명저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북극에서 온 남자 _ 울릭 | My Reviews & etc 2021-05-23 16:49
https://blog.yes24.com/document/14436431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북극에서 온 남자 울릭

프랑수아 를로르 저/지연리 역
열림원 | 2021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주인공은 "북극에서 온 남자" 울릭이지만 프랑수아 를로르의 기존 작품 꾸뻬 씨 시리즈라고 봐도 되겠습니다. 중간쯤인 p77에 꾸뻬 씨가 이 책 중에서는 처음 등장하고 이후 계속 감초처럼 나와서 울릭이 방황할 무렵 수시로 도와 주는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울릭은 물론 강한 사람이라서 남의 도움이 거의 필요 없긴 하지만요.

 

이누이트 족은 세상이 온통 영(靈)으로 가득찼다(p17)고 믿습니다. 울릭이 어느 석유 회사와 그 외 여러 단체 협업으로 기획된 행사에서 이누이트 대사 역할을 맡아 세계적인 대도시인 파리에 왔을 때, 그는 이상하게도 여기에서 영을 만나볼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이누크라서 카블루나(이누이트 입장에서 이방인이라는 뜻의 단어)의 영을 못 본다고 여겼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라 도시 사람들이나 도시 안에는 영이 이미 떠나서인 줄 나중에 (우리 독자들과 함께) 알게 됩니다. p122에는 프랑스에서도 "숲"은 영으로 충만하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이 소설의 주제이기도 하지만) 도시 사람들도 언제부터인지 떠나서 부재한 영을 찾기 위해 알게모르게 노력 중이며, 문제를 안 이상 도로 찾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약간 스포지만) 울릭은 방송 대담 쇼에 출연하고 광고에 등장한 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는데, 세계인들이 그에게 호응을 보낸 건 물론 개성이 재미있었서도 있겠지만 그에게서 자신들이 오래 전에 잊은 그 무엇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겠죠.

 

벽지 문명(현대인들이 원시 혹은 야만이라고 부르는 전통 문명)에서 한 개인이 도시를 찾아 이방인처럼 고독을 느끼는 설정은 여태 여러 영화나 문학 작품에서 채용해 왔습니다. 이 작품이 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가 그러겠거니 생각하는 전통 문명 출신 개인의 사고과 행동이 아니라, 보다 철저히, 진짜 현지인의 마인드와 느낌으로 주인공의 세계를 꾸려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소설을 읽고서야 "진짜 현지인이라면 아마 이렇게 하겠구나" 같은 각성이, 기존의 선입견을 몰아내는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울릭은 물론 이누이트의 전형 범주에 넉넉히 속할 만한 개성이지만, 그저 정의롭고 순박하며 성실한 사람만은 아닙니다(물론 우리들 도시 사람에 비하면 여전히 그러합니다만). 그는 처음 파리에 왔을 때 고독을 못 이겨 여성을 찾는데 고향에 두고 온 구(舊) 약혼녀 나바라나바를 꿈에도 못 잊는다는 사람이 할 행동은 아닙니다. 그러나 사실 울릭이 아직 혈기왕성한 청년임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긴 합니다(또 p83에는 좀 다른 맥락이긴 하지만 이누크 남자는 여자가 없으면 안 된다는 말도 나옵니다). 여튼 그가 파리 호텔에 묵으며 밤에 한 행동은 엄연히 성매수인데 이를 알선해 준 자가 에스키모(틀린 표현이라고 하죠)한테는 중국인이 알맞겠다고 여겼는지 중국인 성매매여성을 들여보낸 것도 눈에 띄었습니다. 

 

울릭은 카블루나들이 "모두 직업이 있다"는 걸 아주 특이하게 생각합니다. 이누이트는 남자는 모두 사냥꾼, 여성은 집에서 가사노동만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p28에서 그는 대뜸 파리에 오자마자 이 생각부터 하며, 저 뒤, 소설 중후반 TV 토크쇼에 출연해서도 이 말을 꺼내 대중의 관심, 호기심을 얻게 됩니다. "아 저 사람은 우리를 그런 식으로 보겠구나" 같은) 앞에 나온 이름 모를 그 중국인 여성은 "다정함을 판다"는 식으로 그는 이해합니다. p233에서 울릭은 "남자가 고독을 더 탄다"고 하며, p103에는 "고독과 맞서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도 합니다. 

울릭은 꿈에도 나바라나바를 잊지 못한다지만 동시에 그는 자신의 눈으로, 고향 마을의 여성들과 이곳의 카블루나 여성들이 어떻게 다른지를 꼼꼼히도 분석합니다. 분석이라기보다 일차 관심사가 그쪽이니 그런 생각부터 하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스로를 "최악의 조건(p266)이라며 자학하는 아드린느에게 그는 "이누이트 사회에서라면 인기가 좋았을 것"이라 위로하며 저 앞 소설 중반부에서도 "도움"을 제안했었지만 거절당했던 적 있습니다. 그래서 아드린느가 나중에 울릭이 유명인사가 되고 난 후 집에 초대했던 건데 한 맺힌(?) 여성들의 열띤 토론을 듣고 무섭지 않았냐는 질문(농담)을 하자 그는 아니라고 합니다. 당황하긴 했지만 이누크(p218에서 이누크는 단수, 이누이트는 복수[종족명]라며 울릭이 명확히 설명하는 대목이 있습니다)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죠. 

 

울릭은 용감한 사람이라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지만, 북극곰 올라와 함께 영상을 찍을 때는 두려움을 느낍니다. 아마 이를 본 카블루나들이 이상하게 여겼겠으나, 그는 이미 곰 두 마리를 죽인 적도 있는 타고난 사냥꾼(p68에서 자폐아 토마스가 얘기를 해 달라고 조릅니다)입니다. 다만 그는 당시 룰을 어기고 사냥을 했으므로, 이에 노한 곰의 영이 그를 벌하지 않을까가 두려웠고, 이는 두려움이라기보다는 인과응보의 죄의식, 혹은 명예감정에 가깝죠. 

 

울릭에게 카블루나 여성들은 남자들보다 더 수수께끼입니다. p67에서 그는 카블루나 여성들이 "이해심 많은 남자"를 찾는다고 했을 때 무슨 뜻인지 정확히 이해를 못합니다(이해보다는 동의에 가깝지만). p231에서 여성들의 대화를 듣고 난 후 울릭은 혀를 차는데 세상에 그런 남자가 어디 있겠냐는 뜻에서입니다. p202에서는 꾸뻬 박사에게 "백마탄 왕자"라는 말이 있다는 걸 처음 듣고 자기 나름대로 "좋은 남자(줄리엣의 친구 디안[p94]이 말한)"를 떠올립니다. 

 

당연하지만 울릭은 이누이트에게 아주 스테레오타입인 전통적인 여성관을 갖고 있습니다. p241, p244에서 그는 처음으로 "마초"라는 단어를 들었는데 무슨 뜻이냐고 묻는 울릭에게 여자들은 "한물 간 고루한 남자"라고 대답해 줍니다. 울릭이 언제나 되고 싶어했던 게 바로 그런 유형이며 이 여자들이 말하는 마초가 사실은 자신임도 눈치채게 됩니다. 아니 대체 마초가 무슨 잘못이냐, 울릭은 이렇게 생각할 뿐이지만 비단 이 부분뿐 아니라 아직은 젊은 울릭이 "사람들의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으며 그 점에 적응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그 성숙해 가는 과정이 이 소설의 중요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플로랑스 같은 여성은 "남자의 영을 가졌다(p108)"고 그는 여기며, p33, p180, p185 등에서 남자 없이도 자기 일을 척척 해 내는 여성들을 보고 그는 "'추장'이 될 자격이 있다"며 높이 평가합니다(p108에서 올릭은 플로랑스를 두고 "신기한 방법으로 얻은 완벽한 금발"이라 평하는데 물론 그 뜻이 뭔지는 우리가 다 잘 알죠. 한국인 중에도 많습니다). 추장은 '리더, 보스' 정도로 옮기면 적당하겠습니다. 사회에는 크고작은 다양한 보스가 있으니 말입니다.

 

p135에서 울릭은 "진정한 남자라면 나클리크를 타인에게서 얻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 말은 "위안" 정도의 뜻입니다. 닥터 꾸뻬는 그 말을 듣고 "나는 나클리크를 파는 사람이군요"라고 대꾸합니다. 이처럼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처지 개성, 또 서로가 속한 문명의 특징을 객관화하는 과정에 깊이 몰입합니다. p81에서 나폴레옹이 많았다면 작은 문명들은 일찍 다 멸망했을 것이라고 닥터 꾸뻬가 말하자, 그를 위대한 사냥꾼으로 알고 있던 울릭은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나폴레옹을 침략자로 인식하는 건 독일, 영국 등의 정서인데 닥터 꾸뻬는 리버럴 성향인지 프랑스인이면서도 이러네요. 

 

p210에서 울릭은 불과 몇 번 잤을 뿐인데도 이제 마리가 다른 남자와 자는 걸 상상도 못하겠다고 말합니다. ㅎㅎ 하긴 우리도 전 여친이 결혼했다는 소식에 분해서 밤잠을 설치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은 울릭과 이야기가 잘 통할 것 같습니다. 

 

p199 이하에는 토크쇼 장면이 나오는데 울릭은 그 당찬 여성이 객석의 파란 셔츠 입은 남자(그저 관객이며, 사실 쇼의 재미를 위해 방송국 측이 일부러 심은 사람일 수 있습니다)에게 모욕을 당하고도 왜 웃어넘길 뿐인지 이해를 못합니다. 하긴 우리 나라라고 해도, 이런 쇼의 포맷과 특징에 익숙지 않은 시골 노인이라면 똑같이 이해 못 할 형식, 상황이긴 하죠. p74, p37에서 욕설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이누이트 사회라면 살인이 날 만했을 겁니다. p37에서 울릭은 마리 같은 용감한 여성이 왜 지나가는 남성 난폭 운전자에게 욕을 듣고도 그냥 넘기는지, 그녀의 명예는 대체 어떻게 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사실 우리 한국에도 이런 사람은 많죠. 또 저는 p37을 읽으면서, 상대가 여자라고 무조건 무시하고 욕하는 난폭운전자가 파리에도 있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p162 이하에서 울릭은 마리 알릭스와 긴 대화를 나누는데, 이 대목이 현대 프랑스 돌싱 정서를 잘 보여 줘서 흥미롭습니다. 남자건 여자건 같은 또래에게는 매력을 못 느끼고 나이 어린 상대를 찾는데, 나이 어린 상대는 재력이나 사회적 지위가 없으면 관심을 안 보인다는 식으로 고충을 말합니다. 물론 이는 한국도 다를 바가 없지만, 한국의 돌싱들은 또래의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게 보통이니 한국이 프랑스보다 돌싱에겐 더 나은지 모르겠습니다. 뭐 마리 알릭스의 설명에만 의한다면 말입니다. 

 

"남자들은 누구한테 존경을 받지 못하면 불안해하며 이것이 바로 젊은 여성과 불륜이 터지는 주된 이유(p83)"라고 닥터 꾸뻬가 말하는 대목이 있는데 마리 알릭스의 전남편이자 자폐아 토마스의 아빠인 샤를르의 경우를 설명하면서 이 말을 합니다. 이 책에는 "아드린느, 샤를르" 등 예전 독자들이 더 눈익어할 만한 방식으로 프랑스어 인명을 표기하네요. 

 

울릭은 어디서 교육을 받았길래 불어를 이렇게 잘하며, 또 특히 라퐁텐의 우화를 자유자재로 인용하는지 궁금했는데 중후반인 p245에 편지를 통해 어느 대위의 사연이 나옵니다. p34, 또 p234에 라퐁텐 우화가 "서울쥐 시골쥐", "무갈인의 꿈"이 각각 나오고 p234에서는 마리 알릭스가 감탄하는 장면 있습니다.

 

이누이트는 설령 탁월한 사냥꾼이 포획한 수확물도, 아무 노동 능력 없는 다른 구성원과 평등하게 나누는데 이것은 마을의 평화를 위해서라고 합니다. 이 대목(177)에서 탐욕스러운 석유회사의 CEO를 의식하여 청중들이 환호를 보내며, 그러나 셀럽이 되어 큰 재산을 지니게 된 울릭은 p233에서 이제 그것을 다른 이와 나누기 싫어졌다는 사실도 정직히 표현합니다. 물론 (스포일러) 다른 사정이 생기기도 했습니다만. 

 

울릭은 고아 출신입니다. 고아의 삶이 팍팍한 건 이누이트 사회가 사정이 더 나쁜가 봅니다. 그래서 그 대위(p245)가 죄책감을 가졌었고(남이지만 여튼 고아를 더 돌보지 못하고 버리고 옴), p24에서 울릭은 "고아가 된 기분"을 느꼈다고 말하는데 원래부터 고아인 그가 왜 새삼스럽게 이런 말을 하나 싶을 수도 있습니다. p270에 보면 "오랜 동안 봉인해 둔 고아의 기억"이 풀렸다고 하는데 이 대목이 앞 p24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겠습니다. p127에서 그는 "소년, 소녀, 그리고 장신의 여성"에 대해 "연결되는 느낌"을 가졌다고 하는데 p103에서 "고독과 맞서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한 말의 동기를 더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그에게 가장 필요한 건 "여성"보다는 "가족"이었으니 말입니다. 

 

이누이트 족은 마치 몽골 족이 탁월한 시력을 가졌듯 신체 능력이 뛰어납니다. p116, p94에는 귀가 밝아서 남들 하는 말을 다 엿듣고(엿들은 게 아니라 그들이 설마 울릭이 자기 말을 못 들을 거라 여김), p159에는 역시 시야가 남달리 넓어서 득을 보는 장면이 있네요. 동물원(p220)에서 곰이 잠시 울릭을 보는데, 토마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지만 울릭은 그 곰에 "자신이 규칙을 어기고 죽인 나누크의 영(p18, p45)이 깃들었다고 여깁니다. p48에서 그는 TV 쇼 사회자가 매우 나이 많은 사람이면서도 꽤 젊어 보이는 사실에 놀라고, 점잖은 외모이지만 눈에 "사냥꾼의 날카로움"이 빛나는 걸 알고 더 놀랍니다. 울릭이 잘 본 것이, 그 사람이 그런 날카로운 눈이 있었기에 그 치열한 경쟁을 뚫고 그 자리에 설 수 있었겠죠.

 

무슈 꾸뻬, 아니 닥터 꾸뻬 시리즈를 보며 언제나 느끼는 건, 이렇게 단순한 말을 하면서 어쩌면 이렇게 질문의 정곡을 찌르나 하는 점입니다. 읽다 보면 인생 궁극의 진리와 해답은 꾸뻬 박사한테 다 들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특히 p130). p139에서 그는 서구사회가 이처럼 방황하는 이유를 놓고 전통 사회가 이미 다 발견한 해답을 그들이 잊고 있으며 이제 다시 찾아가는 과정이라서라고 설명합니다. p150에서 출산율이 주는 이유를, 본디 서구는 개인의 자유를 더 중시하며, 가족이 생기면 이는 구속과 의무를 뜻하기에 그로 인한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라고도 설명합니다.

 

약간 슬픈 엔딩이지만 여튼 울릭 커플은 북극은 아니지만 비슷한 영혼을 지닌 이들이 사는 마을에 정착합니다. 그들이 그들의 영을 그곳에서 영원히 간직했으면 좋겠네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1 2 3 4
진행중인 이벤트
새로운 글
오늘 75 | 전체 444657
2011-08-29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