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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호랑이 책 그 불편한 진실 | My Reviews & etc 2021-08-31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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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위험한 호랑이 책

이상권 저
특별한서재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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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친실"이라 함은, 아무래도 팩트사항을 파악했을 때 그 밝혀진 바가 우리들이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과 달라 일종의 인지부조화를 겪을 만한, 그런 진실을 보통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한반도는 두 개의 큰 강으로 대륙과 분리되어 마치 섬 같은 위치지만, 여튼 대륙의 엄연한 일부라서 큰 산짐승들이 대간을 타고 멀리 남쪽까지 출몰하며 서식하는 조건입니다. 열도에는 없는 호랑이가 꽤 많이 살아 왔고, 호랑이에 얽힌 민담과 전설도 풍부하여 민족 정서를 크게 환기하거나 심지어 공유(...)하기까지 하는 동물이죠. 이런 동물을 민족 정기 말살 차원에서, 마치 한반도 곳곳에 쇠말뚝을 박듯 일제가 조직적으로 말살해 왔다고 그간 우리는 알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일본 극우, 혐한 세력은 이번 올림픽 때 우리 선수단이 "범 내려온다"는 현수막을 숙소에 걸자 이것 역시 호랑이를 한반도에서 멸종시킨 일제의 악행에 대한 환기라면서 정치적 의도가 담긴 메시지라고 생트집을 잡았더랬죠.

 

일제가 36년 간 이 땅에서 저지른 온갖 만행과 착취는 그것대로 분명히 평가하더라도, 과연 "한반도에서 호랑이가 멸종된 게 일제의 소행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접근이 필요하겠습니다. 비판은 결론이 옳다고 해서 다 옳은 비판이 되는 게 아니라, 올바른 근거와 팩트에 기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왕성한 생명력으로 광범위하게 분포하던 야생동물이 멸종했다면 그 경위를 정확히 파악해야 앞으로 비슷한 잉일이 재발하는 걸 막을 수 있겠으니 말입니다. 


 

책에서는 일단 이런 말을 합니다. "조선의 등장은 호랑이의 시대가 가고 인간의 시대가 왔음을 의미한다. 불교에서는 살생을 금하기에 인간과 호랑이의 갈등을 어느 정도 종교가 중재했으나, 유교는 이 세상의 중심을 인간이라고 생각했으니...(pp.18~19)" 이 지적은 탁월하다고 독자인 저는 생각합니다. 사실 처음에 이 책을 펴 들었을 때는 어린이책이라고 오해(...)했는데, 이 구절을 읽고 정신이 버쩍 들었습니다. 고려를 조선이 대체한 건 그저 다스리는 가문의 성씨가 바뀐 게 아니라, 국가가 체계적으로 돌아가는 기반 이념이 바뀐 것입니다. 불교는 물론 우수한 점이 많은 고등 종교이나, 기본적으로 주관적 관념론이라서 이성과 논리에 기반한 문제 해법을 제시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조선의 기본법인 경국대전에는 "호랑이는 아무나 잡아도 된다"는 말이 명시되었다(p22)고 합니다. 

 

반면 유교는 객관적 관념론 체계라서 모든 것이 인간 중심 논리이고, 사후세계나 윤회, 환생, 영혼 등의 불명확한 개념을 배격하는지라 국가 행정, 민생 관리 시스템을, 적어도 불교 기반 사회에 비해서는 합리적으로 재조직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호랑이의 멸종이 천적으로 조선 유교 통치 기구, 지배층인 사대부의 인식 때문이라고는 말할 수 없어도, 적어도 어느 정도는 그런 기반이 마련된 게 사실이겠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논과 밭은 강에서 떨어져 있었다... 잦은 홍수 때문에 강가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유달리 활동적인 호랑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강과 물가에 접근할 수 있는 조선의 땅이 아주 살기에 적합했다.(p20)" 확실히 호랑이는, 우리가 <동물의 왕국> 같은 다큐를 봐도 알 수 있듯, 물질을 좋아하는 동물입니다. 이런 호랑이였지만, 조선 들어 농경 방법을 전면 개선하고 보다 효율적인 벼농사를 짓기 위해 물가로 더 가까이 이주하게 된 후로는 이런 물길을 통한 이동이 어렵게 되어 결과적으로 산중에 머물게 되었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그 전 고려때까지만 해도 산 아니라 어디라도 호랑이가 자유로 돌아다녔다는 거죠. 

 

호랑이를 몰아내어야 사람이 그 땅에 정착하여 체계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으니 조선에서는 1416년에 착호인이라 하여 조직적으로 호랑이를 사냥하는 인력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무렵이면 한글이 창제, 반될 시기이기도 하죠. 발자국도 잘 안 남기려 바위 위로만 이동하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그만큼 뛰어난 전문 지식이 필요했으며 착호갑사들은 호랑이의 배설물 등을 연구하거나, 특별한 포상 체계까지 고안하여 호랑이 사냥을 촉진했습니다. 포상이 두둑하다 보니 너도나도 위험을 무릅쓰고 호랑이 잡기에 나서기까지 했고 조선 정부는 과장된 영웅담을 퍼뜨려 이런 분위기를 조장했습니다. 착호군은 무용이 출중하며 때로 왕의 신변 경호까지 맡는 최정예 부대였으며 공이 크면 고을 수령까지 지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착호군이 지방에 머물 때 대접이 융숭해야 했으므로 민폐가 적지 않았고, 이 때문에 호랑이를 잡는 게 아니라 백성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원성(p35)도 있었다고 이 책에 나옵니다.

 

호피는 또한 국제 무역에서 좋은 가격으로 쳐 주는 인기 상품이었으며, 책에는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고양잇과 고기를 즐겨 먹었다(p41)고 합니다. 즐겨 먹은 다른 고양잇과 동물로는 삵이 있었다고도 하네요. 이처럼 꼭 정부의 장려책이 아니었어도 어느새 민간에서조차 여러 이유로 호랑이 사냥에 앞장서게 되었습니다. 호랑이는 그 고기를 먹으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말까지 퍼져 고깃값이 매우 비싸게 거래되었다고 합니다. 책 뒤 p119에도 탈북자들의 증언을 빌려 "아직도 북조선에서는 호랑이잡이가 로또"라고 하니 호랑이들의 수난은 진정 이 땅에서 끝이 없나 봅니다. 가죽은 다만 무늬가 아름답다는 이유로 호랑이보다 표범의 것을 높이 쳤다고 합니다. 책 p132이하에는 여러 도판과 함께 조선 표범 이야기가 자세히 나오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참조할 만합니다. 

 

호피는 명, 청 등에서 공물로 자주 요구했고, 조선은 이런 과도한 공물 요구를 피하기 위해 세련된 외교술을 구사했으나 호피는 조선 중기 이후 정말로 대량 조달할 방법이 없어 서서히 맥이 끊어졌다고도 합니다. 왜에서도 호피, 매 등이 인기 상품이라 쓰시마에서는 저희네들의 본토에 바치기 위해 애를 써서 구입했다고도 책에 나오네요. 정부에서 거두어 간 호피만 해도 한 해에 여튼 1000장이 넘었다고 하니 이 땅에 정말로 호랑이가 많이 살았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도 곳곳이 핏줄(p20)처럼 물길로 이어져서 그랬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이처럼 호랑이가 많이 죽었으니 호랑이 입장에서는 "대학살(p53)" 수준이었겠다는 저자의 표현도 있습니다. 

 

윌리엄 그리피스의 <은자의 나라 한국>은 한능검 수험서에도 자주 이름이 나오는 유명한 책이죠. 여기서 사냥꾼을 두려워하는 보통의 호랑이와 달리 용맹하게 자신을 방어할 줄 아는 개체를 당시에 "칼범"이라 불렀다고 나옵니다. 오백 년 가까이 사람과 대적하다 보니 호랑이도 그에 맞게 진화하지 않았겠습니까. 책 p65에는 17세기에 유독 호환이 심했다는 기록이 인용되는데 저자는 "호랑이가 사람을 집중 공격한다는 건 그만큼 상황이 정상이 아니라는 뜻"이라고까지 합니다. 호랑이는 사냥꾼과 보통 사람을 구별할 줄 알아서라고 합니다. 착호군만으로 감당이 안 되자 훈련도감에서 병력이 차출되어 어지러워진 민심을 달랬다고 하네요. 

 

이 대목에서 저는 19세기 제국주의 영국에 아프리카에 발을 들여놓고 철도를 건설할 때 식인 사자가 출몰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대체로 사자는 사람을 즐겨 먹지 않기 때문에 더 공포를 유발했었다는...

 

또 책에는 비슷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했던 비숍 부인의 책도 인용합니다. "조선은 개들의 천국이다." 사실 저도 영국이나 유럽과 달리 사냥 문화가 대중에까지 널리 퍼지지 않은 조선에서 왜 이렇게 개들이 많이 사는지 의아했는데 호랑이의 민가 습격을 예방하기 위해서였다는군요. 역시 그리피스의 책을 보면, 병인양요, 신미양요 당시 프랑스군, 미군은 미개인들만 살 것으로 본 이 땅에서 의외로 화력이 좋은 군대가 정확한 솜씨로 반격하는 걸 보고 크게 놀랐다는 기록이 나온다고 합니다. 이것이 일부는 착호군의 용맹과 실력에 기인한 바 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조선이 망한 후에는 일제가 들어서서 정책적으로 호랑이 사냥을 장려했습니다. 최창학이란 사람은 자신이 사냥한 호랑이 등에 올라탄 사진으로 유명해지고 큰 돈까지 벌었다고 합니다. 사실 개체끼리 만나면 호랑이만큼 무서운 동물이 없지만, 집단으로 몰려들어 사냥을 하는 사람들보다 야생동물에게 더 무서운 존재는 없습니다. p105에는 사람들에게 사냥을 당하며 어쩔 줄 모르는 불쌍한 호랑이에 대한 묘사가 있는데 여길 읽으면서 저도 절로 동정심이 우러나오네요. 호랑이가 가장 무서워하는 건 불이라는데 소설 <정글북>에서도 모글리가 시어칸에게 횃불을 들고 맞서는 일러스트가 아주 유명하죠.

 

이 책의 장점은 호랑이와 표범에 초점을 맞추어 우리가 여태 모르던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준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적극적으로, "이 땅에서 비참하게 죽어간 호랑이들의 한"을 대변하는데 조금은 코믹하지만 여튼 우리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책에는 또 컬러 도판이 아주 많이 실려 있습니다. 작년에 발행되었던 홍범도 장군 관련 우표 2종도 나옵니다. 얼마전 홍범도 장군 유해(이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미디어에서 요즘 그렇게 쓰니 일단 이렇게 사용하겠습니다) 봉환도 있고 했으니 시의적절한 환기이기도 합니다. 

 

저는 독자로서 솔직히 민본 농본 정책을 국시로 표방한 조선 정부에서 호랑이 포획을 장려한 것 자체는 오히려 국가 시스템의 효율화라는 점에서 괜찮다고 봤습니다. 농사를 마음 놓고 지을 수 있어야 일단 백성이 편하지요. 필요 없는 살생이나 과시적 욕구를 위한 사치품 확보 등은 비판 받아야 마땅하지만, 그렇지 않고 직접 백성의 생업을 위협하는 요인을 정부가 제거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직무 유기입니다. 역시 대민 수탈의 일환이라고 본다면 애초에 정부 존재를 부정하는 무정부주의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물론 저자는 호랑이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불쌍히 여기는 스탠스라서 저의 이런 감상은 책의 뜻에는 어긋나긴 하지만요. 여튼 여러 가지로 재미있게 독해될 수 있는 책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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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십대를 위한 작은 습관의 힘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1-08-30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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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게으른 십대를 위한 작은 습관의 힘

장근영 저
메이트북스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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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녀가 훌륭한 인물이 되기 바랍니다. 버젓한 전문직종에 종사하거나, 남들한테 존경을 받거나, 빼어난 기술과 지식, 어떤 원리를 발견하는 창의적 인물이 되거나... 그런데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갖고 태어나도 이를 갈고 닦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고, 재능에 알맞은 훈련 과정을 겪으려면 몸에 좋은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십대들이 딱히 어른에 비해 게으른 건 아닙니다. 오히려 어른들보다 더 부지런한 면도 있죠. 그런데 십대때는 아직 "해야 할 일"에 대한 각성이 절실하지 않고 이런 것보다는 딴짓에 더 몰두하는 경향이 있으니 어른들이 보기에 "게으른" 것이죠. 여튼 버릇만 잘 들이면 훨씬 큰 열정을 갖고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십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저자는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먼저 "뇌가 좋아하는 습관"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들도 그렇지만 우리의 뇌 역시 좋아하는 습관, 그렇지 않아서 뒤로 밀려나는 습관이 따로 있습니다. 우리 자신과 우리의 뇌가 원하는 게 서로 다르다니 참으로 역설적이지만 사실 우리도 다 아는 바입니다. 내가 내 마음같지 않다는 것, 행동, 욕구, 당위를 관장하는 기제가 다 달라서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일이 매우 잦다는 것. 

 

저자는 "우리의 뇌가 게으른 녀석"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어른들은 이 점을 알고 노력이라도 하지만, 십대들은 그걸 모르고 게으른 (자신의) 뇌가 시키는 대로만 행동하기 때문에 어른들은 "애들이 게으르다"라고 지레 단정을 해 버리는 거죠. 사실 게으른 건 사람(어른이든 애들이든)이 아니라 "뇌"입니다. 여기서 "뇌"가 대체 뭘 뜻하는 건지 먼저 정리하자면, 저자는 "내장이나 호흡기관을 움직이기, 감각기관을 통해 얻은 정보를 해석하기, 걷거나 달리면서 균형 잡기" 등을 하는 기관이 바로 "뇌"라고 정의합니다. 그러니 "아 내가 지금 이러면 안 되는데, 회사에서 시킨 일을 해야 하는데" 라며 나 자신을 다그치고 통제하려 드는 정신, 초자아, 자아 등을 가리키는 말이 (이 책에서는) 아니라는 겁니다. 말하자면 순수하게 자연과학적 의미에서 신경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름이 뭐가 되었든 간에 얘를 잘 길들여야 애들이든 우리 자신이든 "안 게을러지고 원하던 일을 제때 잘 해 낼 수" 있겠습니다. 

 

"갈망이 행동을 유발한다." 우리의 뇌는 이유, 동기, 계기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그것을 갈망해야 행동을 유발하게 합니다. 이것은 애들 같으면 또래 집단에서 뭐가 유행이다, 이런 게 가장 큰 갈망의 생성 이유겠죠.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주식해서 코인해서 큰 돈을 벌었다고 하면 나도 해야지 같은 갈망이 생깁니다. 그런데 막상 해 보니 "보상"이 안 생기더라, 이려면 이 갈망은 일회성입니다. 따라서 이런 행동은 "습관"으로 바뀌질 않습니다. 여기서 저자는 제임스 클리어의 주장을 인용하며 단서→갈망→습관→보상→단서의 순환이 잘 이뤄지는 게 핵심이라고 가르칩니다.

 

예를 들어 특정행동을 막기 위해 부모가 애한테 겁을 준다, 그래서 아이가 행동을 한다, 상황이 마무리된다,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문제는 상황을 마무리하는 행동은 한 번이면 되는데(세수, 옷매무새 정리, 문단속, 마지막으로 재검토), 이 행동을 계속 반복하는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강박"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뇌가 겁을 먹어서 쪼그라든 탓에, 침착성을 잃고, 두려움을 그저 없애기 위해서 반복하는 것이며 심하면 정신과에 가 봐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물론 필요도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게 문제이지, 과업이 중요하고 난도가 높으면 몇 번을 재검토해도 무방하며 오히려 결과에 유익합니다. 일을 허술하게 처리하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자가 자신의 열등감을 무마하기 위해 잘하는 사람더러 "강박" 타령을 하는 건 정말 한심하죠. 

 

여튼 저자는 이런 말로 1장을 마무리 짓는데요, "두려움을 채찍질하는 건 오히려 진짜 답에서 멀어지는 것이다(p52)." 애들한테 좋은 습관을 들이고 나쁜 습관을 끊기 위해 다그치지 말라는 겁니다. 우리 어른들이 꼭 명심해야 할 바입니다. 어른 입장에서는 "이 정도야 뭐" 하며 혼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요즘 애들은 안 그럴 수도 있고 평생 트라우마로 남거나 이상한 강박이 생길 수도 있죠.


 

"생각하는 것보다 행동이 중요하다." 이 말은, 지금 이 책은 10대들에게 좋은 습관을 들이는 방법에 대해 우리 독자에게 가르치는 책이지만, 그런 맥락을 떠나서도 중요합니다. 생각은 그저 생각에 머물 뿐 우리들을 전혀 실제로 바꿔주는 바가 없습니다. 이 책에서도 처음부터 "뇌"와 "우리 자신"을 완전히 분리하고 논의를 전개하지 않습니까? "나는 이렇게 진심을 다해서 말하는데 왜 너희들은 내 말을 들어 주지 않니?" 아무리 친구들에게 호소해도 이 사람의 전적을 알기 때문에 말이 씨가 안 먹힙니다. 이게 지금 이 책에 실제 나오는 예입니다. 다들 이런 사람 예를 하나 정도는 보았지 않습니까? 어른도 이러한데 하물며 애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나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에도 오늘은 뭘 해야지 라며 몇 번이고 결심하지만 작심삼일입니다. 무엇이 나에게 이로운지 이론적으로 감성적으로 100% 납득하는데 실천에 옮기지를 못하며, 에휴 나는 그저 이렇게 생겨먹었나 보지 하며 나중에는 자포자기합니다. 이러니 발전이 없는 것입니다. 십대도 십대이지만 저는 어른들 역시 이 책을 보고 똑같은 방법으로 습관 교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르는 분야가 있으면 오히려 중학생 고등학생들 보는 책을 보고 겸허한 마음으로 공부를 새로 시작해야지 어쩌겠습니까. 애들 책이 쉽게 쓰였다는 장점도 있겠고 말입니다. 

 

"동기는 감정이고 감정은 (곧) 변덕이다" 진짜 맞는 말입니다. 누구한테나 동기는 생기며 주먹을 불끈 쥐고 결심 한 번 안 하는 사람 없습니다. 그런데도 행동에는 안 옮겨집니다. 이게 그저 감정에만 머물고, 그건 정말로 변덕스러워서 행동으로 굳기 힘들고 따라서 결과가 성과가 안 나옵니다. 앞에서 말한 순환체계를 제대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긍정적인 행동 습관"이 감정 중에서도 가장 "변동성이 적은" 감정을 채워 주는데, 그 감정이 바로 "자신감"이라고 합니다. 자신감은 쉽게 치솟지도 않고, 한번 근거가 있게 마련된 자신감은 쉽게 죽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말합니다. "순환체계와 자신감! 이 둘을 통해서만 우리는 긍정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p75)."

 

저자는 마크 그리피스 박사의 이론을 인용하며, 나쁜 습관이 그저 나쁜 습관에 그치지 않고 아주 심각한 수준까지 왔을 때 나타나는 게 행동 중독(p108)이라고 말합니다. 이게 진짜 만족감이 뭔지를 몰라서, 순간의 공허감을 그저 채우기 위해서 이런 행동 중독에 빠진다고 하네요.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대충 하는 습관, 스마트폰 중독, 늦잠 자고 늦게 일어나기" 이런 것들을 책에서 예시하며, "대부분은 이런 행동이 자신도 잘못임을 알고 있다"고까지 말합니다. 이런 건 즉시, 마음 먹은 즉시, 체계적인 방법을 통해서 내 몸에서 끊어내지 않으면 인생 전체를 망칩니다. 

 

그렇다고 무모한 싸움에 도전하여 거창하게 패배한 후 자신감도 상실하고 "역시 난 안 돼" 같은 패배감만 쌓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이길 수 있는 싸움 작은 것 여러 개를 골라 이긴 후 그 결과 좋은 것을 몸에 습관으로 붙이고 더 큰 싸움(힘들지만 좋은 습관 길들이기, 아주 나쁜 습관 끊어내기)을 준비하자는 겁니다.

 

책에서는 이런 예도 듭니다. "이순신 장군은 이기는 싸움만 하는 기회주의자였다" 물론 민족의 성웅에 대한 폄하나 모독이 아니라, 오히려 저렇게 영리하셨기 때문에 더 위대하셨다는 겁니다. 11배나 병력이 더 많은 명량은 그럼 어떻게 된 건가? 우리는 가망없었겠다고 여기지만, 그분 눈에는 이 싸움이 충분히 이길 가망이 있다고 보여서 그렇게 한 것이고 또 실제로 이긴 것입니다. 사실 이길 가망이 없는 싸움을 하면 부하들부터 제 목숨 살려고 다 도망갑니다. 이분 시키는 대로 하면 이기겠다는 확신이 있었으니 휘하 장졸들도 일심동체로 싸운 거죠. 반대로 가등(=가토)의 목을 베어 오라는 명령은 임금이 시켰는데도 안 따랐습니다. 자신의 목숨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왜 가망 없는 전투에 아까운 화력, 병력을 낭비하겠습니까? 우리도 성웅이신 이 충무공처럼 이기는 싸움을 해야지, 빤히 지는 싸움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책에서는 우리도 잘 아는 스키너 박사의 이론을 인용하며 "보상을 주되, 자주가 아닌 드물게, 또 나중이 아닌 즉시, 보상을 주게 하라"고 합니다. 시간적/공간적 인접성이라고 표현하는데, 이게 아니면 행동과 보상 사이의 거리가 멀어져서 습관화가 어렵습니다. 또 드물게 줘야 하는데, 이건 예를 들어 저 스키너 박사의 실험에서 쥐한테 레버를 매번 누를 때마다 보상을 주면 "배가 불러서" 더 이상 행동을 안 한다고 합니다. 배가 고플 때쯤 맞춰서 줘야 지속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죠. 우리가 스포츠 선수들의 나태하고 성의 없는 플레이를 볼 때마다 "저 새x 이제 배가 불렀구만!" 하고 욕을 하는 걸 떠올려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워크에식이 뛰어난 선수들도 많고 인터뷰에서 그게 팍팍 느껴지는 이들도 많습니다. 어제 롯데 손아섭 선수처럼 말입니다. 

 

습관을 잘 들이기 위해서는 소통이 효과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 "눈 똑바로 맞추기"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저자는 하다못해 식당에서 서빙하는 분들에게도 "꼭 눈을 맞추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우리 독자들도 다 짐작하지만 아예 눈을 안 보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나 일단 둘이 눈을 마주치면 거의 반드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더라고 하네요. 심지어 저자는 청소년들에게, 혹 누구한테 맞을 때 한번 때리는 아이의 눈을 똑바로 보라고 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더 맞을 수도 있지만(ㅋ)"... 저는 예전에, 음, 좀 끔찍한 이야기지만 청나라 때 능지처참을 행하는 형리가, 당하는 죄수의 눈꺼풀을 얇게 잘라(이것도 끔찍하지만) 눈을 덮는 게 관례였다고 하는데 이유는 형리 자신이 죄수의 눈을 보면 차마 형을 집행할 마음이 안 들어서였다고 합니다(이 역시 이기적인 행동이지만). 물론 눈만 맞춘다고 다가 아니라 예를 들어 나이 드신 분들에게 아이컨택한답시고 눈을 빤히 보면 무례하다고 혼 날 수 있다는 말도 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자주 가져서 나 자신의 행동에 대해 성찰할 수 있게 하고, 혼자 된다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한 사람이 되며, 매사에 너무 기대를 크게 갖지 말며, 수업 시간에는 최대한 집중하는 게 이후에 이중으로 시간을 쓰지 않는 비결이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합니다. 실패하는 사람의 특징은 항상 거창하게 결심하고 너무 높은 목표를 세운 후 쉽게 포기하고 쉽게 타협합니다. 집요하게 결심하고 작은 것부터 성취하며 나 자신을 여튼 좋게 좋게 바꿔 보려는 사람이 진정 인생을 아름답게 가꿔 나갈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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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병에는 향수가 없다 | My Reviews & etc 2021-08-2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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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향수병에는 향수가 없다

성지혜 저
문이당 |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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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8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나를 이겨라>에는 작가 성지혜님과 고 박경리 선생 사이의 여러 인연, 또 유명한 문인들의 사연이 나옵니다. 소설의 형식이지만 회고담이나 마찬가지인 듯 보입니다. 박경리 선생뿐 아니라 <등신불>, <무녀도>, <화랑의 후예> 등 훨씬 앞선 시기에 걸작을 남긴 거장 김동리 선생도 등장하며, 거제와 통영이 낳은 위대한 시인인 청마 유치환 선생이라든가 이영도 선생, 교과서에도 작품이 여럿 실린 시조시인 이호우 선생 등 전설적인 문학가들이 두루 언급됩니다(실명 언급은 없으나 "사위분"인 김지하 시인도 아주 잠시 출현). 바로 다음에 나오는 작품에 쓰이기도 한 단어(동음이의어)인데, 유치환 선생은 특히 시 <깃발>에서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란 명 구절로 사랑 받은 시인이기도 합니다. 

 

이영도 선생에 대해서는 "섬섬옥수가 아닌 손"이란 묘사가 특히 기억에 남네요. 작가님은 ㅈ여고 출신이라고 나오며 독자인 저도 개인적으로 진주 출신 지인들이 꽤 되는데(고교 은사님 포함) 하나같이 자부심이 높고 명문교를 나온 엘리트들이 많습니다. 이처럼 고장 자체가 교육을 중시하고 문장을 숭상하는 분위기가 뿌리 깊다 보니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나 싶습니다. 진주, 통영, 고성 일대가 다 그러하죠. 


 

작가님이 언니처럼 따른다는 김지연 작가님도 원래 이름이 "명자"이셨으며 성 작가님도 본명인 "명숙(밝을 명이 아니라 숨 명 자라고 나옵니다)" 대신 김시종 선생에게 새 이름 "효장"을 받습니다. 이처럼 젊은 시절에 거장에게 손수 필명을 지어 받은 체험이 정말 큰 영광이었을 듯합니다. 박경리 선생의 <시장과 전장> 창작을 둘러싼 비화도 소개되는데... 이 <나를 이겨라>는 30쪽 남짓 분량입니다만 사연과 인물들이 묵직해서인지 읽으면서 아주 긴 장편처럼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저희 모친이 통영여고 졸업자라서 더 관심 깊게 읽었습니다. 

 

<향수병에는 향수가 없다>는 이 책의 표제작입니다. 냄새에 관해 개인적으로 특별한 사연이 있는 화자 새미와 그 딸 토리, 또 남편분 항조, 돈 많은 70대 과부이신 "마님", 이분이 키우는 개 린드버그, 돌아가신 남편 루이 등이 등장합니다. 터키에는 터키석이 없고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으며 새미가 모으는 향수병에는 정작 향수가 없습니다. 왜 컨텐트인 향수는 간혹 버리기까지 하며 병만 모은 컬렉션인지는 작품만 읽어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챌 수 있으며 최대한 돌려 말하는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주제에 대한 감도 잡힙니다. 수집가들이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발견했으나 현금이 부족할 때 자신의 다른 수집품과 교환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습니다. 향수는 香水이며 鄕愁가 아니지만. 

 

오동은 왜 그저 오동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느티는 항상 뒤에 "나무"가 붙어야 하는가. 한남동 회장님 댁에서 정원사를 지낸 기현은 미조 앞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내내 "나를 낳은... 생모"라 지칭하며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대화의 말투라든가 인생에 대한 씁쓸한 관조 어린 그 내용만 보면 인생의 황혼을 벌써 지난 두 분이 나누는 말 같습니다만 사실 두 사람 다 아직 젊다면 젊은 나이입니다. 미조는 자신이 근무하는 유치원에 일일 강사로 기현을 초빙합니다. 원아들에게 들려 줄 강연치고는 좀 내용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듭니다만. 여튼 앞 작품의 새미처럼 미조도 크리스천인지 예루살렘 등 성지 순례 이야기가 또 등장합니다. 맨 앞 작품 <나를 이겨라>에도 민족주의 관련 언급이 자주 나왔는데 여기서도 가상의 원로 목사님 설교를 통해 단 지파와 우리 민족 사이의 연관이 짧게 코멘트됩니다. 두 사람 다 생계가 막막할 뻔한 상황에서 부유한 인척 등의 연줄로 직업을 마련한 사연도 비슷합니다. 서신 교류 말고 몸소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어디서 별이 되어 다시 만날 수 있을지요. 김광섭 시인 作 <저녁에>의 한 구절처럼. 

 

<청백리의 숨결>에는 오리 이원익, 미수 허목, 그리고 서애 류성룡 세 분 재상의 생애가 화자 류담을 통해 이야기됩니다. 잘 알려진 예송 이야기도 있고, 우암한테 미수가 비상을 처방해 준 이야기 등등 해서 마치 예전 벽초나 월탄의 작품에 구수한 옛 야사가 실린 작품을 읽는 느낌인데... 안현철 박사, 장규호 화백 등 가상의 인물들이 가끔 한 마디씩 거드는 속에 작가의 진짜 의도(?)가 숨어 있는 듯도 하네요. 이처럼 뛰어난 지성인들, 유능한 관료들이 조심스럽게 그 초석을 놓은 나라였기에 조선이 가난할망정 그 시대 다른 나라들을 고려할 때 비교적 태평성대를 누린 건데... 작품 마무리는 "현재 대한민국이 누리는 풍요 예찬"으로까지 이어집니다. 

 

<미우새의 날개는 어디로 갔을까>. 레게머리... 1990년대에 크게 유행한 스타일인데 dreadlock(p146)이라고도 하죠. 그런데 이야기는 성경 속의 나실인(무슨 뜻인지는 정확히 모릅니다)까지 미쳐 삼손과 들릴라(데릴라)까지 나옵니다. 지혜가 두개골에 있다, 머리털은 그 알곡이다... 삼손이라고 하면 그저 힘만 생각하지만 따지고 보면 개인이나 겨레나 그 생존의 비결은 지혜에 있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분(문맥상 심인성 같습니다만), 지성이 약간 미발달한 청소년... 그런데도 분위기는 어둡지 않고 오히려 럭셔리에 가까운 건 저만의 착각인지. 이 작품도 <향수병...>에서처럼 방대한 인문 지식이 수놓아졌습니다. 

 

이 책에 실린 다른 작품들도 그렇지만 맨 앞 작품만 빼고 외국인들이 꼭 얼굴을 내밉니다. 인물들은 외국을 자주 다니거나 외국인과 깊이 교류하거나 해서 글로벌한 감성(마인드까지는 모르겠지만)을 가진 이들입니다. <그 남자가 마냥 귀여워>에서는 한국형 미남, 외국에서 두루 통할 아름다운 얼굴에 대한 품평과 논의 끝에 혼혈아 이슈, 혈육에 대한 보편적인 그리움과 애정 문제까지 차분히 착륙합니다. 다른 작가 같으면 굉장히 심각하게, 그러나 뻔하게 발전할(퇴보할?) 주제인데도 말입니다. 

 

<결을 향(向)한 단상>에서는 신화인지 기독교 성경인지 아리송한 이야기가 많은 결, 이런 결 저런 결 들을 건드리며 몽환적으로 펼쳐집니다. 번식은 사실 야만적이고 무섭지만 생명에게는 유일한 진리이죠.

 

"신의 손"은 보통 귀신 같이 골을 잘 잡아내는 축구 골키퍼를 칭송하는 단어인데(반대로 뻔뻔스러운 반칙에 대한 비꼼이거나), 여기서는 전혀 다른 뜻으로 쓰입니다. 에피그래프에 이사야서 49장 일부가 인용되는데... 이 작품은 이 책에 실린 중 저한테는 가장 서사가 뚜렷이 다가왔으며 세상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나 싶었습니다.  

 

문학수첩 이덕화 주간이 쓴 권말의 작품해설을 보면 "소설은 어떤 한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과 관계에 의한 긴장을 유발하는 서사(p265)"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와 비슷하게 "희곡은 의지와 의지 사이 갈등의 집약"이란 정의도 있죠. 그 갈등이라든가 긴장은 그리스 고전에서처럼 영웅들, 혹은 신들 사이에 벌어지는 거창한 것만은 아닙니다. 한 개인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작은 망설임이라든가, 기분 상함이라든가, 괜한 젠체함이라든가, 무료하기 짝이 없어서 나 혹은 내 지인의 잔잔한 호수 같은 마음에 던진 작은 돌 하나가 빚은 소소한 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게 다 갈등이고 긴장인데, 때로는 이것이 거대한 역사와 사건과 작은 접점을 빚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냥 작은 개인의 새초롬한 내면으로 별 파문 없이 복귀했다 해도 얼마든지 명작 소설의 멋진 성취가 될 수 있겠죠.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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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쓸모 | My Reviews & etc 2021-08-2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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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통의 쓸모

홍선화 저
메이트북스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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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더하기와 빼기가 분명하다는 말이 있다(p25)." 예를 들어 뭘 배울 때, 그게 지식이든 세상 사는 요령이든 간에, 머리에 들어와도 들어온 것 같지가 않고, 또 분명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까맣게 잊혔고... 머리로 다루는 사항은 본래 더하기와 빼기가 불분명합니다. 이게 분명하다면 그건 아주 머리가 좋은 사람이죠. 그런데 감정은 누구에게나 평등합니다. 상처를 입었으면 그 감정의 상처가 오래갑니다. 반면, 좋은 일이 있으면 감정적으로 분명히 반응합니다. 이걸 해 냈다 싶으면 뛸 듯이 기쁘지 그냥 무덤덤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좋은 것이든 싫은 것이든 감정은 다 버겁게만 느껴져 거부하고 싶다." 사람이 기쁠 일이 있으면 또 슬플 일도 있다는 건데, 그럴 바에는 기쁜 일(이라기보다 기쁜 감정)도 차라리 없는 편이 낫다는 거죠. 

 

"우울증은 누적된 상처와 결핍의 결과인 셈이다. 그러니 집중해야 할 건 우울증이 아니라, (그 순간순간) 상처와 결핍으로 다친 마음이겠다." 작은 상처라도 매번 소독하고 아물게 다스려줘야지 방치하면 그게 쌓이고 쌓여 큰 병 된다는 뜻입니다. 


 

요즘은 어디서나 면역력을 강조합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그랬지만 이번 팬데믹 이후에는 너도나도 면역력에 신경 씁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노이로제는 면역력을 떨어뜨린다(p32)." 비유적 표현인데 여기서 면역력이라 하면 신체적인 게 아니라 정신적인 걸 뜻합니다. "정신적 면역력이 약해지면 스트레스에 쥐약해지고 작은 일에도 민감해진다." 듣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이제 아홉 살인데 자꾸 자기 손목을 커터칼로 긋는 아이가 있습니다. 일본에 이런 증후군이 있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한국에 이런 경우가 있다니 확실히 어떤 기제가 있긴 한가 봅니다. 엄마 아빠가 무섭게 싸우고 나서 엄마가 병원에 실려 갔고, 그 후로 두 분이 별거한다고 합니다. 부모가 싸우는 것만 봐도 아이는 불안하고 무섭겠는데, 이런 일이 있었으니... 손목을 긋는 이유는 아이가 직접 말하는데 "내가 살아 있는 걸 확인하기 위해(p35)"라고 하네요. 한편으로 "그랬구나" 하고 수긍이 되면서도 여전히 가슴이 아프고 섬뜩합니다. 그 예민한 곳에 칼이 가까이 간다는 것만으로도 무섭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어렸을 때 주기철 목사의 생애를 다룬 영화를 본 적 있는데 거기서 (일제 당국이 저지른) 주 목사의 살해 장면에 그 비슷한 설정이 나와서 지금까지도 섬뜩한 기분이 듭니다. 저희 부모님은 왜 그런 무서운 영화를 애한테 보여 줬는지 원... (살아 있다는 건 다른 방법으로 확인하겠습니다) 여튼 이 대목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건 소아 우울의 위험성, 심각성에 대한 것입니다. 아이를 둔 부모님들은 꼭 참고하실 만합니다. 

 

요즘은 메타인지를 많이들 강조합니다. 이 책에서도 p47 "마음살핌"에서 초인지에 대해 언급합니다. 어떤 청중은 "초인지는 스캔하고 비슷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답니다. 나 자신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죽 훑는 일. 여튼 여기서 중요한 건 "내 생각에 시비를 걸지 말자"는 겁니다. 자꾸 "걱정하고 시름하고 옳고 그름을 따지면" 초인지는 사라지고 다시 원래의 감정 낭비, 학대 상태로 복귀할 테니 말입니다. 초인지는 내가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그저 있는 그대로 (일단은) 바라보는 것이니까요.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도 반복해서 떠오르는 생각이 자신 속에 블랙홀을 만들게 하지 말라(p46)." 여기서 저자가 강조하는 건 "셀프 논박"입니다. 책에 나온 예를 그대로 옮겨 보자면 "울면 안 된다"를 "울어도 된다"로 뒤집는 건 셀프 논박이 아닙니다. 그냥 부정이죠. 이게 아니라, 왜 울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그 맥락, 상황(이게 중요합니다)을 떠올려 보고, 마치 제3자처럼, 상담자처럼, 내가 내 자신을 다독이라는 거죠. 이때 나오는 말이 "울어도 괜찮아"입니다. 이렇게 (저자의 말에 따르면) 어느 정도 마음의 힘이 강해졌을 때, 내가 내 자신을 달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블랙홀이라는 표현이 실감 납니다. 부정적인 감정의 덫에서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그런 구멍이 간혹 있지 않습니까.

 

"마음이 상처를 입으면 사람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방어기제를 만들어 낸다.(p77)" 이런 걸 보면 그저 유기체의 대사 작용만으로 육신이 돌아가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게 효율적이든 그렇지 않든 심리적인 무엇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사람이라는 동물이 무척 신기합니다. 아마 동물도 어느 정도는 그럴 것입니다. 망상이란 무엇인가, 이 방어체계가 이떤 이유에서든 뚫리면 만들어지는 거라고 합니다. p79에서는 정신분석가 윌프레드 비온의 말 "Descent into a state of Reverie!"가 인용됩니다. descent가 동사로 쓰인 예죠. 저자가 이 앞 페이지에서 인용한 <정신적 은신처>는 검색해 보니 구순을 바라보는 존 스타이너 교수의 유명한 저작이더군요. 독자인 저도 다음 기회에 읽어 보고 싶었습니다.

 

"조절력을 상실한 사람의 최선의 선택은 조절을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p106)." 매우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이미 상실된 능력으로 뭘 하려 해 봐야 오히려 역효과가 날 테니 그럴 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닥까지 내려가면 더 나빠질 데가 없다." 이 말도 참 주변에서 흔히 듣는 말인데 말이 쉽지 실제로 그렇게 되겠냐는 의심도 들었습니다만 저자는 실제로 바닥을 치면 그 반작용으로 올라오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올라오긴 하는데, 방향이 바뀌기는 하는데 실제로 얼마까지 다시 회복되느냐는 또 별개 문제고 일단 방향 전환의 동력을 얻었다는 데 의의가 있는 거죠. "그런 다음에야 그걸 끊어낼 마음을 먹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특히 가족의 중요성에 대해 자주 강조합니다. 정신적으로 어디가 아픈 사람, 알코올 등에 중독된 사람은 당연한 말이지만 혼자 힘으로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일단은 전문가나 전문 기관을 찾아가 상담을 받아야 하며, 저자는 또한 "자율학습"도 권하는데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을 찾아서 읽으라는 겁니다. 이때, 물론 당사자가 스스로 책을 읽고 문제 해결을 모색하면 좋겠으나, 옆에 있는 가족도 책을 찾아 주고 같이 읽으며 길을 함께 찾아나가는 걸 이 책 여러 군데에서 저자는 권하는 듯했습니다. 

 

대략 몇 년 전에 어느 정신질환자가 아직 어린 아이(생판 남)를 창 밖으로 던지는 사고가 났는데, 보통 매체에서는 정신질환자에게 편견을 갖지 말자고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대체 어디서 보상을 받아야 하는지 억울해하는 어느 어머니의 하소연을 접한 적 있습니다. 이 경우 법적으로는 오래 전에 이미 결론이 나 있고 문명 세계 공통의 해법이긴 합니다만 피해자의 피해 회복이 매우 부족하죠. 한편으로 그 가해자(...)의 가족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에 무슨 죄나 지은 것 같고... p140에 사정이 자세히 나오는데 이런 경우는 참 답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저 당사자끼리 조금씩 양보해서 역지사지하는 수밖에....

 

우리 나라에는 남 잘되는 꼴을 못 보는, 남의 장점이 보이면 내가 괴로워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타입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해코지에 나서는 인간도 있는데 당하는 사람도 그걸 가만 참고 볼 리가 없으므로 결국 아무 관계도 없는 남을 시기하는 못난 본인 손해입니다. 법으로 된통 당하면 그때 가서 물질적 손해가 나는 건 일단 별개로 하고, 시기하며 배알이 뒤틀려하는 그 순간도 결국 본인의 감정 대미지가 있습니다. 저자는 이 모든 시기심에 감정의 깊은 뿌리가 있으며 일단 남과 나를 비교하는 습관 자체를 멈추라고 충고합니다. 

 

어떤 자계서에서는 "당신이 백만장자가 되고 싶으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걸로는 불충분하다. 이미 된 것 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말을 하던데 이게 제 분수도 모르고 함부로 돈을 쓰고 거드름을 피우라는 뜻은 물론 아닐 것입니다. 절실한 마음가짐이 있으면 마인드셋과 행동 자체가 모두 달라진다는 건데, 사실 가난한 사람은 애초에 가난뱅이의 습관과 사고 방식이 몸에 물들어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어쩌다 큰 돈이 생겨도 이를 잘 간수하지 못하고 날리는 일이 많죠. 부자는 돈을 펑펑 쓰는 사람이 아니라 반대로 돈을 필요한 곳에만 쓰는 사람입니다. 비슷한 논리로, 저자는 알코올 중독자 등 각종 질환자들에게 "당신이 이미 병을 고친 것처럼 행동하라(p174)"고 합니다. 중독자 중에는 자신에게 셀프 단죄를 하는 유형이 있어서, 잘못인 걸 알면서도 중독자의 분수에 맞게(?) 행동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래서는 평생 중독에서 못 벗어나죠.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람이, 이미 날씬한 몸짱이 다 된 것처럼 행동한다면 아마 겁나서, 몸매가 아까워서 음식을 더 이상 못 먹을 것입니다....라고 여기며 독자인 저도 이미 날씬한 사람이 다 된 것처럼 사고하고 행동하겠습니다. 

 

"사람이 닭이나 개를 잃어버리면 이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마음을 잃고서는 그럴 줄을 도통 모른다. 학문의 도는 다른 게 아니라 그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뿐이다."(p207)

 

어디 학문뿐이겠습니까? 우리들이 성실하고 보람된 일상을 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내 마음을 바로 다스리고 있어야 할 곳, 가야 할 길에 제대로 놓는 게 최우선입니다. 마음을 챙기는 방법을 자꾸 소홀히하면 결국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환우들처럼 고생을 하게 됩니다. 그분들도 꼭 제 자리로 돌아오셔야 하겠고, 우리들도 부쩍 경각심을 가지며, 먼저 내 마음 내 감정을 잘 돌보는 게 가장 우선순위가 높고 큰 일 하는 것이라는 점 다시 새겨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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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적 직장인, 길을 찾다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1-08-27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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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향적 직장인, 길을 찾다

이태우 저
미래와사람(윌비스)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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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서 십 년 넘게, 다른 분야도 아니고 HRD을 다뤄 온 저자는 다름 아닌 본인이 내향인이라고 밝힙니다. 예전에 정주영 현대 창업주는 자사 신입사원들(상당수가 명문대를 나온 젊은이들)에게 번화가 한복판에서 영업활동을 시키기도 했고 한강백사장에서 씨름을 시키기도 했다고 전하죠. 내향인이 조용히 연구에만 몰두하거나 사람 접촉이 드문 업무에 종사할 수만 있으면 좋겠는데, 회사 같은 곳에서 조직인의 직분을 맡으면 꽤 어려워집니다. 직장내 따돌림 등 문제에 휘말리는 것도 대체로는 내향인들이며, 그걸 떠나서 내향인은 아무리 점잖고 신사적인 문화가 지배하는 조직 안에 속한다고 해도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습니다. 내향인은 내향인으로 태어난 자체가 어려운데, 사회와 조직 안에 적응까지 하려니 이게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정말로 이런 문제를 다루는 책이나 직종이 진즉에 나왔어야 했죠. 우리 독자들도, 혹 본인이 아니라고 해도 주변에 이런 성격 문제로 고민을 넘어 고생하는 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사실 인싸 체질이 아닌데 그런 외양을 유지하느라고 애 쓰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도 도움이 많이 될 것입니다. 

 

성격 문제는 여러 학자들이 그간 구분을 시도해 왔으나 이 책에서는 p52 등에서 아이젠크의 모델에 기초를 두고 논의를 시작합니다. 안정-불안정이 하나의 축이고, 내향-외향이 다른 하나의 축입니다. 담즙질, 다혈질, 점액질, 우울질의 네 가지로 유형이 나뉘며, 과민~느긋~태평~사려~진지 등으로 32개 성격이 다시 나뉩니다. 이 중 내향성 축에 매우 가깝고 안정보다는 불안정 축에 가까운 게 "소심(reserved)"인데 저자 스스로는 32개 유형 중 여기에다 자신을 넣습니다.

 

저자는 어린 시절을 잠시 회고하는데, 특히 초등 6학년 때 만난 담임선생님이 자신의 성격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폭력적이고 감정의 기복이 심했으며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아이들에게는관대하게 대하는 사람이었는데, 사실 이 저자분 나이 또래들에게는 이런 선생이 일종의 유년 트라우마를 만들어 놓은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도 촌지를 쥐어 주고 나서 잘대해 준 게 드러난 어떤 선생 이야기가 나오죠. 성격은 이때 형성되는 게 사실은 아닙니다만 여튼 저자의 자존감은 이 시기에 크게 꺾였다고 합니다. 성격은 타고난 바도 크지만 후천적 요인도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능력도 없는 인간이 돈은 돈대로 밝히며 평판이 나쁜 학교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 심합니다. 물론 훌륭하신 선생님들도 있습니다만.

 

"내향인으로 태어난 걸 부끄럽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이상하게도, 내향인은 그저 자신이 성격이 그럴 뿐인데 거기다가 죄의식이나 수치감까지 느낍니다. 사실 죄의식을 느껴야 마땅한 사람 중에는 구태여 따지자면 외향인의 비중이 더 높을 텐데도 말입니다. 우리 나라 엄마들이 어린 자녀의 공공질서 위반에 대해 "애 기 안 죽이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유독 더 관대한 것도 이런 이유가 있을 겁니다. 남한테 당하고 사는 애보다는 차라리 남한테 폐 끼치고 사는 사람으로 크는 게 더 좋다고 여기는 거죠. 성격이 내향적이면 우리 나라 같은 분위기에서 손해 보는 게 너무 많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p38에서 특히 한국은 폐허 속에서 국가를 재건하며 짧은 시간 동안에 압축 성장을 이루느라 외향인의 능력, 덕목을 더 중하게 여긴 탓이 있다고 합니다. 아이가 좀 소심하다 싶으면 정신병원에 데려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머리말에도 나오듯 강남의 좋은 학군에서 성장한 경우입니다. 

 

p62에서 저자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직장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설명합니다. 
상사: "이런 덜 떨어진 놈!"
1) 자존감 높은 부하직원 - 그 평가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다만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겠습니다. (당신의 그런 심한 말이 나의 자존감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2) 자존감 낮은 부하직원 유형 1 - 자책. 수용. 자기비하. 
3) 자존감 낮은 부하직원 유형 2 - 강한 부정, 분노. 그러나 결국 크게 흔들리는 자존감. 

 

말하자면 이 책은 2)나 3)을 1)로 최대한 바꿔 주려는 목적입니다. 3)은 겉으로는 엄청 쎄게 보이지만 결국은 2)와 다를 바가 없고 위태로운 상태이며 스스로를 잘 지키기 어렵습니다. 즉 저러한 외부 자극에 여유를 갖고 대처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거죠. 2)만 문제인 게 아니라 이 책에서는 3)도 심각함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p65에는 크리스토퍼 머룩 박사가 정리한, 자기 가치감과 자기 효능감을 두 축으로 한 자존감 분석 매트릭스가 나옵니다. 머룩 박사는 "자존감" 연구에서 단연 독보적인 위상을 지닌 심리학자이죠. 책에서 이 부분 내용 소개가 아주 잘되어 있기 때문에 저도 이 독후감에서 간단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1) 가치감 높고 효능감 낮은 유형 - 인정받기를 원하지만 스스로의 능력에 대해 확신이 없어서 타인의 평판에 잘 휘둘림. 나르시시즘에 쉽게 빠짐. 우월감이 열등감으로 쉽게 바뀜. 
2) 가치감 효능감 둘 다 낮음 -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보고, 소심하며 근심 걱정이 많습니다. 
3) 가치감 낮고 효능감은 높음 - 자신의 역량에 의한 결과물로부터 자신의 가치를 매김. 따라서 타인 평판에 민감. 완벽주의 성향. 능력 떨어지는 타인을 함부로 대함. 반사회성향 위험. 간혹 자기비하. 
4) 가치감 효능감 모두 높음 - 저자는 이런 유형이야말로 진정한 자존감이 높은 유형이라고 합니다. 올바른 의미에서 자기 중심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당연히 외부의 자극에 의해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 분류에서도 위의 2)와 여기에서의 2)가 잘 통하며, 3)도 서로 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책의 본론이라 할 수 있는 2편, 3편에서 다섯가지 과제를 독자에게 제안합니다. 2편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시작하기"에서는 자존감 회복과 나를 대하는 마음가짐 재설정에 대해 설명합니다. 3편 "조용하지만 강한 힘 발휘하기"에서는 삶의 목적 발견하기, 일을 의미 있는 활동으로 재배치하기, 내향성을 빛나게 하는 무기 개발하기 등의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자존감 회복을 위해 저자는 먼저 나를 마주해 보라고 합니다. 이 책 1편에서도 저자는 자신의 초6때 경험을 정리하여 독자에게 들려 주는데 내향인 대부분은 이런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다만 회상하기 괴로우니까 그냥 망각 속에 묻어 두기를 시도하는 건데 이게 결코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단 문제를 모두 떠올려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게 우선이죠. 그 다음은 자기를 긍정해야 합니다. 물론 이게 잘 되지는 않죠. 못난 모습은 모습인데 그게 긍정한다고 멋있어지겠습니까. 그러나 최대한, 어린아이를 돌본다고 생각하고 상처 받은 나를 최대한 이해하며 달래 주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나에게 가해를 한 사람(저자에게는 그 선생)을 용서하고, 부분적으로 고마워할 점이 있다면 감사까지 해 보라고 합니다. 물론 이건 무척 어렵습니다만 이 과정이 만약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내 상처가 그만큼 더 확실히 낫습니다. 이 과정은 나 자신에게 정직해야 하며 안 되는 걸 억지로 하는 건 안 하느니만도 못합니다. 다만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지 진행해야 하며 그저 상처만 달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의 인격도 그만큼 성숙해지는 거죠. 책에서는 틱낫한 스님의 말도 인용합니다. 

 

특히 저자는 "내면과 외면의 디커플링"에 대해 지적합니다. 저자는 좋은 스펙을 쌓고 남부러울 것 없는 회사에 입사하였으나 이 내향인 성격 문제가 내내 발목을 잡은 것입니다. 책에는 "이 세상은 외향인들의 독무대"라는 구절이 자주 나옵니다. 발표도, 회식자리에서의 매너도, 대인 관계도, 영업도... 아마 이 구절이 많은내향인들, 조직 내에서 다 그 나름 능력도 좋은데 매번 성격이 발목 잡는다고 느끼는 내향인들에게 정말 공감이 될 것 같습니다. 어려서 중상 이상의 지인들만 곁에 두고 성장했을 저자 같은 분이, 지능 컴플렉스를 쉽게 떨치지 못했을 경우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갑니다. 보통 사람들에 비해서야 훨씬 높겠지만 주위에 유독 똑똑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겠습니까. 여기서 저자가 제안하는 게 "나만의 장점을 찾고 나만의 존재 이유를 발견하자"는 겁니다. 자존감도 그렇고 삶의 질 문제에서 저는 이게 핵심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p185 이하에서는 직업관의 차이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저 생계 수단인 직업이 있고, 커리어 관리 수단으로서의 직업이 있으며, 이게 내게 주어진 소명(calling)이라는 의의를 가진 직업이 있습니다. 몰입도나 성취감 면에서 세번째 직업관이 최상의 효과를 낼 것이라는 건 자명합니다. 이 분류를 심리학에 접목시킨 분은 Amy Wrzesniewski 예일대 교수이죠. 직업이 소명이 되기 위해 저자는 관계 크래프팅이라는 걸 제안합니다. p189의 정의에 따르면, 이는 일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람들의 관계를 변경하는 걸 뜻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일이 행위자를 지배하는 어떤 노예상태로부터 "해방"이 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자신만의 리듬(p207)이 먼저 설정되어야 합니다. 


 

내항인은 일을 추진할 때 리스크를 먼저 고려합니다. 이익을 먼저 떠올리고 그로부터 동력을 얻는 외향인과는 다르죠. 또 외부를 향해 에너지를 발산하는 외향인과 달리 내향인은 그 에너지가 내면으로 흐릅니다. 이런 내향인이 일을 재배치하려면 긴급성과 중요성을 양 축으로 삼는 p219의 2x2 매트릭스에 따라 모든 일을 재배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p244 이하에는 자기만의 무기 중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이 자세히 소개됩니다. 그런데 이 부분 내용이 너무 좋아서 내향인 주제와는 무관하게, 더 몰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성격 유형과 무관하게 독해 능력을 향상시키고 싶은 독자들, 혹은 어린 학생들이 독서 논술 능력 제고를 시도할 때 이 부분을 읽히면 좋겠다 싶더군요. 여튼 저자는 내향인들이 타 유형에 비해 이처럼 깊이 침잠하고 몰두하는 분석력 계발 면에서 유리하다는 주장을 폅니다. 단지 너무 이쪽을 계발하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중요한 우선순위를 게을리할 수 있으니 직장에서 주의하라고 말합니다. p258 이하에 이어지는 맥킨지 모델, GE 모델, 3M 모델, 케프너 모델, DMADV 모델 등이 설명되는데 웬만한 경영학개론, CPA 수험서보다 더 깔끔하게 정리해 줍니다.

 

GRIT은 우리나라에서도 대략 8년 전에 번역 소개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저자는 특히 저 책의 결론을 내향인들에게 알맞게 변형하여 독자들에게 제시하는데 첫째 관심가는 일을 하라, 둘째 높은 목적의식을 가져라, 셋째 의식적 연습을 하라, 넷째 낙관주의로 다시 일어서라, 등으로 요약됩니다. 성격이 내향적이라는게 다른 사람을 능숙히 잘 못 대한다는 거지 내면의 에너지, 능력 등이 뒤떨어진다는 뜻은 결코 아니겠죠. 책이 비교적 두꺼운 편이며 무엇보다 저자 본인이 성격 문제로 고민했고 이를 실천적, 이론적(이 문제로 대학원까지 가서 공부한 분입니다)으로 극복한 분이므로 해당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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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클래식 | My Reviews & etc 2021-08-2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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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하인드 클래식

여자경 저
교보문고 |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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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음악을 듣는 사람에서 성장해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국내 최고의 여성 지휘자인 여자경 저자가 이 책 p5에서 우리 독자들에게 겸손되이 이런 말을 합니다. 음악의 효용은 무엇일까요? 책에 나오듯이 우리는 잠이 오지 않을 때(...), 뭔가 마음이 어지럽고 안정되지 못할 때, 심지어 코로나블루가 엄습해 올 때에도 음악을 듣습니다.

 

저자는 음악이야말로 우리에게 신이 준 가장 큰 축복이라고 단언합니다. 우리가 외국 영화를 볼 때 해당 언어의 관습, 문법, 문화적 배경, 어휘를 못 알아들으면 온전한 감상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고전음악은 어떤 문법이나 지식 등이 딱히 필요 없습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의 아름다운 선율은 어느 누구라도 작곡가의 평온하고 안정된 심성(의도)에 공감하고 그 효과를 나눠 받을 수 있습니다. 또 베토벤의 로망스를 들어 보면 당장이라도 그 절절한 구애와 열정과 안타까운 감성을 전해 받고 눈물을 뚝뚝 흘리지 않을 수가 없죠. 이처럼 공감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데에 어떤 자격 요건이 전혀 필요 없는데 이처럼 고귀한 감정의 정화를 겪으면서 오로지 청각 경험만으로 가능하게 돕는 매개체라면 음악말고는 없다시피 합니다. 


 

생상스 작곡 동물의 사육제는 우리가 초등학생 때부터 널리 듣고 감상하는 명곡입니다(성인이 되고 나면 그 중 <백조>만 편식하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만). 책 p18에서도 이 모음곡 중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백조>를 꼽습니다. 

 

우리가 서양고전음악을 어렵게 여기는 이유 중 하나가, 이름이 따로 붙지 않고 작품의 형식에 따라 나눈 후 번호만으로 부르는 데에도 있죠. 그래서 곡명을 정확히 기억하려면 사실 공부가 따로 필요합니다. 미뉴엣이 뭔지, 협주곡이나 소나타가 뭔지, 조성이 어떠한지를 알아야 해당 곡과 이름이 정확히 매치되겠죠. 이 책 pp.28~29에 쉽게 잘 설명됩니다. 또 "표제음악"에 대해 pp.63~64에서도 아주 시원하게 설명이 이뤄지네요.

 

비발디는 오늘날 우리가 광고 배경 음악, 효과음 등으로 일상에서 가장 자주 들을 수 있는 명곡들을 작곡한 분입니다. 예전 어느 가수는 그의 작품 <겨울> 2악장을 자신의 노래 중에 샘플링하기도 했죠. 저자는 비발디 선율 고유의 특징, 즉 "느린 악장을 사이에 두고 앞뒤로 빠른 악장을 배치(p46)"하는 경향을 예리하게 짚어내며, 바로 여기에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비결이 있음도 지적합니다. 이 때문에 스트라빈스키가 그의 독창성 부족을 꼬집기도 했는데, 오늘날 한국인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는 가수 나훈아씨의 작품(자작곡)들도 따지고보면 서로 비슷비슷합니다. 스트라빈스키에 대해서는 책 저 뒤 p160 이하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집니다. 

 

쇼팽은 폴란드 망명자 출신으로, 역시 현대인들에게 여전히 사랑 받는 주옥 같은 곡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녹턴으로 대표되는 서정적인 곡이 있는가 하면, <혁명> 같은 작품은 정말 한 시대가 송두리째 변하여 일체의 악습과 구폐가 사라질 듯한, 박력 있고 설레는 곡조가 지배합니다. 과연 같은 사람이 작곡한 게 맞을까 싶을 만큼요. p55에는 바리아스의 회화, 쇼팽의 죽음 순간을 포착한 멋진 그림이 실렸는데 이처럼 이 책에는 (우리가 흔하게 접하지는 않는) 컬러 도판이 적절한 곳에 함께 실려 독자의 이해를 돕습니다. p164에는 그의 작품 <강아지 왈츠>에 대해 자세히 풀어 줍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사랑 받는 게 클래식곡의 특징이며, 그 중에서도 유독 근래 들어 예전보다 더 자주 들리는 게 바흐의 곡들입니다. p87애서 저자는 "천재인데다 부지런하기까지 했던" 작곡가로 그를 극찬하며, 무려 20명의 아이를 낳은 다둥이 아빠로 설명합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로맹 롤랑의 장편 <장크리스토프>는 베토벤의 일생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되었으나 그 본문 중에는 "빈민굴에서 지내며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자녀를 둔 바흐의 비참한 삶"에 대해 개탄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G선상의 아리아 같은 건 가사가 붙은 가요, 배경음악 등 셀 수 없이 많은 다양한 포맷으로 편곡되어 여전히 우리가 자주 듣는 명곡입니다. 이게 원래는 다른 포맷이었는데 후대의 연주자 아우구스트 빌헬미가 바이올린 G현만으로 연주 가능하게끔 편곡한 후에 오늘날 우리가 듣는 그런 형태가 되었다고 책에 자세히 설명(p88)이 나옵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 역시 우리가 다양한 경우에, 주변에서 참 자주 듣는 곡입니다. 클래식곡이 "깊은 수면"에 도움이 된다는 건 좀 아이러니이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문외한들이 그런 용도(?)로 쓰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자는 이 곡을 숙면용 배경음악으로 추천하면서도, 사실 이 곡은 기법이 매우 화려(p107)하고 연주 파트가 꽉 찬 곡이라서 수면과는 거리가 먼 게 사실이라고 귀띔도 해 줍니다. 바탕이 되는 선율이 워낙 아름답기 때문에 수면이면 수면(?), 다른 용도면 또 그에 걸맞게 다양한 편곡으로 응용이 가능한 듯합니다. 

 

프란츠 리스트도 그의 곡에 가사가 붙거나 적절히 편곡되거나 해서 오늘날 대중이 그의 이름을 설령 모른다 해도 곡조만큼은 잘 아는 명곡들을 많이 지은 작곡가입니다. 이분은 생전에 너무도 많은 여성들과 염문을 뿌렸는데 작곡가로서의 위대함 못지 않게 그 로맨스 행각으로도 유명하죠. 더크 보가드 주연의 영화도 만들어진 게 있습니다. 책에는 p137 이하에서 리베스트라움, 즉 <사랑의 꿈>에 대해 가사 해석도 덧붙이며 재미있는 설명을 들려 줍니다. 

 

요즘 배우 이제훈을 기용한 IBK기업은행 광고를 보면 배경음악으로 <랩소디 인 블루>가 나오는데 이 책 p212 이하에 자세히 그 탄생 배경에 대해 나오네요. 전 이 곡을 들을 때마다 개인적으로 어쩌면 이렇게 전에 전혀 없던 새로운 선율로 발랄함과 장중함과 몽환적 분위기와 명징한 각성을 두루두루 잘 표현했는지, 과연 천재의 작품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하는 감탄을 절로 연발하게 됩니다. p214의 모리스 라벨은 우리가 잘 아는 볼레로의 작곡가인데, 그에게 한 수 배우려고 찾아온 거슈윈에게 "당신은 이미 일류인데 누구에게 뭘 배우려 하느냐?"고 되물은 유명한 일화가 이 책에도 잘 나옵니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클래식도 이처럼 명쾌하고 재미있는 해설과 함께하면 그 풍취와 감흥이 몇 배는 더 증폭되는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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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토크라시 2권 | My Reviews & etc 2021-08-25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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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메리토크라시 2

이영달 저
행복한북클럽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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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화(p75)"라는 말이 있습니다. 즉, 기업이 연구 개발, 상품화를 할 때 과거에는 내부 R&D, 외주 정도에 그쳤다면, 이제는 "기업대학"을 활용해 심화된 연구개발을 행하며, 인력의 교육, 채용, 조직 내 역량 개발에까지 이른다는 거죠. 또 이런 "기업대학"은 잠재적 고객, 일반 대중, 기업을 상대로 한 교육도 수행한다고 합니다. 나쁘게 보면 대학의 기업유착, 상업화이지만 기업과 대학 입장에서 보면 비용도 절감하고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죠. 앞에서 "인력의 교육, 채용, 조직 내 역량 개발"라는 기능을 언급했는데, 현재 이 책에서 소개하는 기업대학은 벌써 "5세대" 버전이며, 저 기능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이미 4세대 기업대학에서 다 구현된 것입니다. 우리도 아마 산학협동이라는 프로젝트를 재학 중 직간접으로 겪어 봤을 터입니다. 

 

책 p52 이하에서는 전통적인 우수 공과대학과 기업대학의 예를 하나씩 들어 설명합니다. 저는 처음 들어 보는데 캐나다에는 워털루 공과대학이 "현장 실습 교육"으로 아주 유명하다고 합니다. 이 "현장 실습 교육"은 줄여서 co-op이라고 부르는데 이 역시 자주 들어 보셨을 겁니다. 이 학교의 정식 명칭은 University of Waterloo인데, univerisity는 그저 "종합대학(非단과대학)"으로 기계적으로 번역할 것이 아니라 대학을 둘러싼 대학 체계를 가리킨다는 설명이 이 책 1권에 나와 있었습니다. 그러니 우리식 개념으로는 분명 종합대학인데도 컬리지라는 이름을 붙이곤 하는 게 다 이유가 있었죠. 혹은, 오랜 전통으로 그리 이름이 익었기에 놔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여튼 그처럼이나 우수 co-op으로 이름이 높지만, 이 책에서 역점을 두어 소개하는 또하나의 예인 다이슨 공과대학은 저 co-op의 레벨을 훨씬 뛰어넘어, "산학 일체 몰입 교육"을 실시한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너무 특정 기업의 업무에만 최적화한 인력 양성이 아닐까 우려할 수도 있지만, 마치 독자의 그런 우려를 알아채기라도 한 것처럼 책에서는 "전인적 엔지니어의 육성"에 주력한다고 나옵니다. 삼성도 대략 십 년 전에 "반도체 사관학교"의 설립 운영을 발표한 적 있고 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향후 결과를 지켜볼 일입니다. 

 

1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세계 각국의 첨단 산학 협동 양상, 교육 제도 등을 소개, 분석, 전망하는 내용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저처럼 둔한 독자에게는, 왜 책 제목이 "메리토크라시"인지? 하는 의문이 아직 해소가 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대체로 한국에서는 "수능 일원화 입시 전형(다시 말해 정시 통합 선발)"을 주장하는 쪽이 메리토크라시 옹호론자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죠(이게 옳건 그르건 간에 현재 통념이 그렇다는 뜻). 그런데 이 책의 입장은 정반대입니다. 특히 1권에서 정시 위주 전형은 시대 트렌드에 반하는 길이라는 입장을 저자는 명확히 밝힌 바 있었습니다. 이 2권 p159 이하에서 저자는 이 책에서 논하고자 하는, 의의를 두어 독자를 깨우치고자 하는 메리토크라시의 개념이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논의를 펼칩니다. 

 

우선 메리토크라시 옹호론자(한국 한정)는 대체로 엘리트 양성론자가 많습니다. 어려서부터 국영수 교육을 충실히 받고 이런 탄탄한 배움의 기초 위에서 심화, 상위 교육 과정을 이수하게 한다는 편이죠. 이 책에서는 그런 개념을 "전통 엘리트"라 규정하며, 반대로 다이슨공대, 피플대학, 미네르바스쿨, 올린공과대학 등에서 배출하는 혁신형 인재 중시 경향, 혹은 그의 양성 시스템을 "네오엘리티즘"이라 부릅니다. 특히 이런 신 엘리트들은 "혁신을 통한 경쟁에서의 승리, 그리고 승자 독식"이라는 현상과 매우 가깝습니다. 

 

확실히, 예컨대 국민 앱을 만들어 낸 배민 창업자라든가 카카오의장 같은 분을 보면, 예전에 사시 합격 후 판검사 코스를 밟아 정치인이 되던 이들, 혹은 이름난 의사, 삼성전자 회장단 같은 이들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전통 엘리트들은 평생에 걸쳐 경력과 평판을 쌓고, 재산, 부 등은 인생의 후반에나 가서야 남들과 현격히 차별화할 만큼 축적하곤 했죠.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신 엘리트들은 대부분이 영 앤 리치입니다. 또 어떤 과시적 소양, 품격, 뭐 이런 것과는 외모에서부터 좀 거리가 있다는 인상입니다. 어떤 것이 바람직하고 또 그렇지 못하다는 식의 이분법이 아니라, 이전 세상에는 없던 어떤 계층, 성공사례, 파워, 이런 게 지금 새로 생성되며 또 실력을 행사한다는 뜻입니다. 전통 엘리트는 전통적으로 명문학교라 여겨지는 곳의 졸업장을 받아 사회에서 출세의 발판, 위신의 상징으로 활용합니다만 이른바 신 엘리트들은 2년제 전문대학을 나온 이들도 꽤 많습니다. 

 

책에서는 이어 사이먼 사이넥의 견해를 인용하여, 종래 미국 사회에서 널리 수용된 "라이트 형제 = 밑바닥에서 시작한 건실한 기업가, 새뮤얼 랭글리 = 그저 유명해지고만 싶었던 '관종' 실패자" 라는 이분법 등식을 폐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랭글리 역시 현대의 눈으로 보면 혁신가의 면모를 분명히 갖춘 사람이었으며 이후 비행기 발명과 실용화의 크레딧을 모두 가져간 라이트 형제 못지 않게 해당 성과에 자신만의 기여를 한 사람이라고 재평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네요. 사이먼 사이넥의 의도를, 해당 강연을 아직 못 본 입장에서 독자인 제가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랭글리의 좌충우돌식 생애가 현대의 괴짜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닮은 면이 많다(물론 생전에 성공을 못했지만)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 같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라이트 형제의 업적을 까내리는 건 아니며, 다만 빈손으로 시작해 자수성가한 사업가라는 세간의 이미지는 과장된 게 많고 엘리트인 부모 밑에서 처음부터 좋은  교육을 받았다는 유리한 점도 분명히 부각해야 한다는 편입니다. 

 

한때 영국은 신분제의 고루한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나, 애초에 인류사 최초의 산업혁명이라는 대사건이 일어난 본고장이며 여왕부터가 평민(이기는 하나 엄청난 부자) 가문에서 손자며느리를 맞이하는 등 열린 마음으로 사회, 경제 혁신을 장려하는 길로 나아가는 중입니다. 책 p284에서는 "표준적인 기업가 양성 프로그램에서 먼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부터 시작한다"며 편향적이지 않고 전인적이며 사회 친화적인 CEO 육성에 주력하는 그 나라의 풍토를 엿보게 돕습니다. 여기서 저자가 다시 강조하는 바는 "실력과 매력이 학력과 재력을 이기는 시대(p263)"입니다. 물론 실력도 매력도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부풀려진 에고, 과대망상, 현실도외시, 허풍 등으로 폭주하는 인간을 두고 신 엘리트라고는 하지 않죠.

 

과연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는가? 책에서는 다소 비관적인 연구 결과를 하나 소개합니다. "학업적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건 지능이며, 60~80%는 유전적으로 좌우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p323)" 여기서 저자는 매우 의미심장한 결론으로 전환하는데, 이처럼 그저 유전인자에 의해 결정되다시피하는 학업적 성취(이에는 그 부모가 만들어 놓은 교육 자본도 크게 기여합니다)라 하여 메리토크라시를 무작정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하향평준화, 창의력 퇴행 같은 매우 비생산적인 결과를 피할 수 없다는 거죠. 

 

교육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이동성"을 지향해야 합니다. 다만 이것이 전통적 엘리트 양성의 틀에 박힌 교육이 되기보다, 창의력과 혁신 정신을 발휘하여 변혁을 이끄는 네오 엘리트의 출현을 돕는 것이어야 하며, 이런 이론적 제안 이전에 이미 한국에서 속출하는 스타트업 전문가들의 출신 배경을 봐도 그 타당성이 확인됩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오해 없이 이해된, 참된 페다고지와 안드라고지가 동시에 구현되는 교육심리학 인프라"에 투자하자고 하며, 이것이 사회에 팽배한 불만 해소와, 모두를 위한 사회, 경제 발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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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의 힘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1-08-2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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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성의 힘

로버트 캐슬런 2세,마이클 매슈스 저/오수원 역
리더스북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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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승자라고 하면, 정글의 법칙 위를 교묘하게 줄타기하여 최대한 이기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어떤 모습을 대뜸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나 과연 남을 이용하고, 뒤통수 치고, 말을 바꾸고, 결국 나한테 뭐 이익이 된 거 없지 않느냐며 뻔뻔스럽게도 과거를 부정하고, 이런 사람들이 언제나 승자가 될까요? 그렇다고 여긴다면 오히려 생각이 부족하고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입니다. 세상은 그 정도로, 자신 혼자만의 계산기를 두드리며 날뛴다고 트로피를 안겨 주는 만만한 곳이 아닙니다. 

 

"인성"이라는 덕목은 특히 한국 사회에서 대략 십여 년 전부터 미디어나 커뮤니티 등에서 강조되어 온 듯합니다. 물론 한국사회는 고려, 조선 시대 내내 유교 혹은 불교적 덕목을 강조했기에 재승덕박형 인물은 정계나 관계에서 대접 받기 힘들었습니다. 인품이 소인배라는 이유만으로 탄핵된 인물들도 부지기수였죠. 이러던 게, 압축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그저 능력이 최고라는 식으로 사회적 합의나 가치가 변질한 게 사실입니다. 인성, 인격, 덕성, 품성 등이 공인(아주 널리 잡아 연예인도 포함하여)에게도 다시 강조되기 시작한 건 의외로 내력이 짧습니다. 

 

책 3장에서는 "지능"의 문제에 대해 접근합니다. 이 덕목, 혹은 리더십의 한 요소를 왜 다루냐 하면, "인성" 역시 리더의 자격으로서 분석되는 주제이기 때문이죠. 책에서는 지능 외에도 용기, 정의, 인간애, 절제, 초월 등도 함께 논하는데 이 역시 본 독후감에서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책에서는 "인성"이 다소 넓게 정의되는 편인데, 아주 간단히 정리하자면 인성은 곧 리더십입니다. 즉 서로가 필요충분조건이라는 게 이 책의 입장입니다. 그리고 "리더의 인성이 조직이 전부(p46)"라고까지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 인성, 혹은 리더십을 구성하는 요소가 저 여섯 가지, 즉 용기, 정의, 인간애, 절제, 초월 등이라는 거죠.


 

그럼 지능을 구성하는 요소는 어떤 게 있겠습니까? 로버트 스턴버그의 주장(p83)을 우선 소개하는데 이에는 분석 지능, 창의 지능, 실용 지능의 세 범주, 혹은 하위 유형이 있습니다. 책에서는 저 스턴버그 모형에다가 하워드 가드너의 주장을 적용, 변형하여 자세한 주장을 이어갑니다. 창의력, 호기심, 개방성, 배움에 대한 애정, 조망 능력 등이, 저자(들)이 지능의 핵심으로 파악한 요소들입니다. 

 

지능이 낮은 사람은 대개 개방적이지 않고 폐쇄적입니다. 지적 체계는, 혹은 지식이란, 어떤 것도 완전하지 않고 부단한 업데이트, 수정 과정을 거칩니다. 그래서 지식이 풍부하고 지적 작용을 활발히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일수록 어떤 폐쇄적 고정적 사고를 싫어합니다. 반면 머리가 나쁠수록, 어떤 과거에 꽂혀서 머리 안에 한번 수용한 부분적 지식을 절대 진리인 양 숭배하고 이에 어긋나는 모든 시도를 적대시, 심지어 불온시합니다. 

 

배움에 대한 애정을 저자들이 지능 요소로 꼽은 점도 독특합니다. 사실 지식이 오래 머리 속에 보존되고, 혹은 타 분야에 활발히 응용되려면 어떤 감정적 요소가 작용을 해야 합니다. 사람은 계산기가 아니기 때문이죠. 감정은, 사람이 어떤 행동이나 머리 속으로 사고를 할 때 결정적인 동인 노릇을 합니다. 알파고가 얼마나 전력을 많이 잡아먹습니까. 그러나 사람은 가성비를 따졌을 때 훨씬 작은 에너지만으로 그에 버금가는 사고와 전략 수립을 해 냅니다. 그래서 저자는 "배움에 대한 애정" 그 자체를 지능 요소로 파악한 겁니다. 어떤 사람은 일반적인 IQ 같은 게 그리 높지 않은데도, 특정 주제에 대한 애정만으로 천재들이나 도출하는 성과를 내기도 합니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 성과를 내는 게 아니라, 성과를 내는 그 사람이 바로 머리가 좋은 사람인 겁니다. 

 

역사의 큰 물줄기를 바꾼 리더들이 한결같이 공유한 덕목이라면 "용기, 배짱"이 있습니다. 마오쩌둥은 행정 능력 면에서는 류사오치에 미치지 못했고, 군사적 능력에서는 펑떠화이, 린뺘오에 비길 바가 못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결정적 순간마다 범인으로서는 품지 못할 대단한 배짱을 발휘했고 결국 이 덕목 하나가 전 중국 인민이 그를 기억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런 덕목을 거츠(guts), 혹은 그릿이라고 부릅니다. 저자는 용기 역시 세 가지 덕목으로 분석하는데 자유의지, 고귀하거나 가치 있는 목표, 개인적으로 감수해야 하는 위험 등입니다. 우선 무슨 미신이나 광신에 홀려 폭주한다거나, 사리 분별을 못 하는 사람이 설치는 건 용기가 아닙니다. "무식한 자가 용감하다"고 할 때 용감이란 비꼬는 반어법이지 칭찬이 아니죠. 또 인류 보편의 가치에 반하는 목적이 있다면 이것은 이 책(리더십 혹은 인성 관련)에서 논하는 "용기"가 결코 아닙니다. 또 어차피 잃을 게 없는 인생이라거나, 남의 부담으로 일을 벌인다면 이것은 배임 내지 도박 중독 심리이지 절대 용기라고 불릴 수 없습니다. 

 

책에서는 리더십으로서의 인성 요소 중 "공감"을 꼽습니다. 애정, 친절, 용서, 감사 등과 함께 리더의 "마음의 힘"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입니다. 예전 오기(吳起)라는 장수는 전쟁에 임할 때 피부에 종기가 난 병졸의 상처를 입으로 빨아 주는 놀라운 성의를 보여 그 수하의 군사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습니다. 이것이 가공할 만한 위선적 제스처일 수도 있겠으나, 여튼 병사들이 그 장군에 대해 받은 인상은 "높은 지위에도 불구하고 낮은 곳으로 한껏 내려온 리더"였기에 이런 효과를 낼 수 있었죠. 그저 업무능력이나 빈틈없는 전략적 머리만으로 부하의 존경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천성적으로, 나를 제 몸처럼 챙겨 주는 리더를 따를 수밖에요. 또, 받은 게 있으면 주는 게 있어야 한다고, 저런 성의를 보이는데 나도 해 줄 수 있는 모든 걸 해 주고 싶습니다. 

 

책에서는 또한 신뢰를 중시합니다. 신뢰가 무너진 조직은 이미 제 기능을 할 수 없습니다. 신뢰를 잃은 조직으로 책에서는 고펀드미(퇴역군인을 위한 모금 사기), 미국 가톨릭 교회(미성년자 성추문), 미시건주립대의 의학 주치의(역시 미성년자 성범죄) 등을 예로 듭니다. 패트릭 스위니는 신뢰의 3C를 드는데, 컴피턴스, 캐릭터(인성, 인격), 케어링(배려)라고 합니다(p131). 저자는 이에 더하여 네번째 C로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p135)을 듭니다. 

 

여기까지 책은 리더 개인의 인성과 덕목을 논했습니다. 2부부터는 "집단 인성"을 논합니다. 물론 집단에서 그 지도자의 품성이나 인격, 능력은 외부 대중에 대해서나 내부 성원을 향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 이미지 대부분을 형성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조직의 성공은 그 대표자의 성공이 아니라 조직 전체, 나아가 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성공과 자질 향상을 뜻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집단 인성"의 논의가 이 책의 가장 뛰어난 점 중 하나라고 생각되었습니다. 2부 6장에서는 앞에서 논의돤 3C를 다시 짚는데 존슨앤존슨 등 다양한 사례가 소개되네요. 미국 자계서나 조직이론 대중서 중 일류의 책들은 이처럼 저자(들)이 직접 수집하고 연구한 사례가 무척 많이 포함된다는 게 또 장점입니다. 성 토마스 병원이, 경영상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도 해고하지 않은 사례를 읽어 보면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인성이 나쁜 단 한 사람 때문에 조직이 수십 년 간 애써 쌓아온 평판이 무너지는 예를 책에서 여럿 들고 있습니다. 이런 재앙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책에서는 감독 기관의 기능 강화, 내부자 고발 시스템 마련, 직원 교육의 내실화 등을 듭니다. 역시 시스템적인 대응책입니다. 근원적인 대응은 역시 리더십 교육을 전 직원에게 두루 거치게 하여 모든 구성원들의 "리더화"를 갖추는 것이며 그 핵심에 "인성 함양"이 있습니다. 그래서 8장에서는 "인성도 진화한다(p220)"는 전제 하에 여러 모범적인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공감 능력까지 두루 잘 갖춘 리더라고 해도, 역경 앞에서 쉽게 무너지면 이것 역시 곤란합니다. 역경의 결과는 1) 회복 탄력성이 발달하거나 2) 장애가 생거거나(육체적, 정신적) 3) 강인함이 갖춰지거나 4) 성장하거나 입니다. 3)의 경우 밑에서는 "원래 저 사람은 강한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으며 4)는 본래 성장형 리더도 있기 마련인데 전장에서 위기를 겪을 때 바지에 대변을 지린 도쿠가와 이에야스 같은 사람을 예로 들 수도 있죠. 

 

시련이 닥치면 리더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p264). 저자는 1) 훈련, 2) 팀 구축, 3) 기준 공개 및 집행 4) 피드백 제공을 꼽습니다. 어느 경우에도 중요한 건 리더와 팀원의 소통과 신뢰입니다. 또 여기서 명예의 조직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덕목은 앞의 3C 외에 헌신(p259, p266)을 꼽습니다. 책에서는 또한 소셜 미디어가 인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는 걸러지지 않은 정보 유통 과정에서 기인한다고 하네요.

 

이처럼 이 책에서 파악하는 "인성"의 본질과 요소는, 우리가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인성 개념과 공통되는 요소도 많지만, 강인한 신념이라든가 유능함이라든가 굽히지 않는 배짱 등 다른 요소도 많습니다. 인성을 갖춘 리더를 선택헤야 할 때, 그저 사람만 좋은 유형을 아무도 따르지 않을 결과를 생각하면 복합적 자질로 인성을 파악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 조직을 더 알차고 생산적으로 가꾸고 싶은 직원 모두 이 책을 읽어 볼 필요가 있겠네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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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 바디 밸런스 | My Reviews & etc 2021-08-2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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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인드 & 바디 밸런스

오우진 저
한국경제신문i |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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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이라는 말은 요즘 많이 씁니다. 일(워크)과 삶(라이프) 사이의 균형이란 뜻이죠. 이 책 저자 오우진 교수께서는 마바밸이란 주제를 책에서 부각합니다. 마인드(마음)와 바디(몸) 사이에 자리하는 균형을 강조하는 의도겠습니다. 

 

"마음이 무너지면 몸을 일으켜세워야 하겠습니다.(p10)"

 

"신체성은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가장 정직한 증명이자, 자기 미래의 가능성도 담고 있는 잠재성이다.(p6)"

 

"몸은 마음이 거주하는 우주이다. 몸이 망가지면 마음도 무너진다. 몸을 먼저 일으켜세워야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몸과 마음의 조화와 균형이 이뤄진다.(p4)"

 

예전, 불교의 고승들과 유학자들은 마음이 바로서고 그 안에 사특한 의도가 깃들지 않게 하는 걸 인생 최우선의 가치로 삼았습니다. 그렇게 수련과 정진을 계속하여 마침내 완전한 지혜를 터득하고 평정심을 유지한다면 최고의 현인으로 대접 받아 마땅하겠지만, 현실의 우리들은 그런 그윽한 경지에 도달하기 무척 힘듭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에 확신을 갖기란 쉽지 않기에 그래서 지치고 결국 포기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몸을 통해 마음을 볼 수 있으니 단련시키고 교정이 가능할 것이다.(p48)"

 

라운드 숄더(p80)라는 말을 들어 본 적 있을까요? 구부정하게 앞으로 휜 어깨를 가리킵니다. 현대인들은 책상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도 하며, 게다가 요즘은 스마트폰 사용 시간까지 과하게 많다 보니 더욱 체형이 나빠질 만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거울 속에 굽어진 내 어깨를 보니 내 움츠려든 자존감이 연상되었다"고 합니다. 자존감이 불충분하니 자세가 나빠지고, 자세가 나빠져 체형이 흐트러지니 자존감이 더욱 추락하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p175)."


 

저자는 20대 때 정신적 위기를 겪었다고 고백합니다. 이때 심리치료를 받았고, 처음으로 (자존심이 아니라) 자존감이라는 단어를 듣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어서 저자는 말합니다. "몸 자세가 잘못되면 체형이 변화되듯, 마음자세가 변형되면 심형이 변형되는 것이다.(p81)" 어떻게 심형(心形)에 문제가 생긴 줄 알 수 있을까요? 꾸준히 운동을 하여 내 몸이 조금이라도 이상해지는 게 관찰이 되면 그게 하나의 신호입니다. 운동을 안 하는 사람은 내 몸 자세에 어떤 이상이 오는지 아닌지도 캐치 못합니다. 

 

p182에서 저자는 처음에 그런 진단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10대 때 얼음공부라 불릴 만큼 완벽주의자였고 공부의 의문점도 질문이 아닌 독학으로 해결할 정도였으며 20대 때에도 또래에 비해 더 많은 것을 이뤘다고 자부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건 자존심이지 자존감이 아니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아이들의 몸은 유연하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뻣뻣해지고 유연성을 잃는다. 가장 이상적인 마음 상태도, 아이들의 마음 상태와 같다. 유연하지 못한 마음은 관계를 악화시키고 주위의 사람들도 잃게 한다.(p43)" 

 

"처음 벤치프레스를 했을 때 30kg 바벨을 겨우 들고 며칠 동안이나 통증에 시달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 몸 근육이 성장했다는 걸 느꼈다. 지금 일어난 사건으로 마음이 고통스럽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고 내 마음의 근육도 성장할 것을 알게 된다(p55)."

 

이처럼 마음과 몸은 둘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저자는 승무원 경력을 지닌 분이기에 카타르를 자주 왕래했고, 따라서 라마단 기간의 금식을 (종교를 떠나) 수행하며 그 고통과 그에 따르는 고마움의 깨달음이 무엇인지도 안다고 말합니다(p31). 이처럼 번잡한 고민과 충동과 감정의 격동이 괜히 정신을 괴롭히는 걸 막기 위해서도 저자는 운동에 몰입한다고 합니다. 운동을 통해 자세가 바로잡아지고 체지방을 줄이면 몸의 건강과 동시에 마음의 평안도 찾아집니다. 바른 자세, 날씬한 체형을 통해 나의 자존감은 높아지며, 자존감이 일단 높아지면 타인과의 관계에서 유발되는 온갖 스트레스도 대범하게(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유연하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런 선순환의 시작은 마음보다는 몸의 건강인 셈입니다. 꼭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몸이 멋있어지면 절로 자존감이 생기고 마음의 안정이 찾아지는 것이니 말입니다. 

 

p68:2에는 랫 풀다운 운동이란 말이 나옵니다. <2장 무산소 운동> 파트에 가장 처음 등장하는 운동입니다. 랫(lat)이 무슨 말일까 하여 찾아봤는데 latissimus muscle, 즉 p68:5에 나오는 "광배근"과 같은 뜻이었습니다(활배근이라고도 합니다). 이 장에서도 저자는 몸의 운동이 곧 마음의 수련으로 연결되며, 매 순간 운동할 때마다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함께 떠올리라고 조언합니다. 감정은 내가 달래 주어야 할 "아이"이며 나와 분리해서 바라볼 줄 알라고 합니다. 그 누구보다 내가, 내 감정을 토닥토닥해 줄 줄을 알아야 합니다. 

 

p72에는 저자 오 교수께서 환히 웃고 있는 사진이 실렸는데, 복근과 thigh에 선명한 데피니션이 누구 눈에도 역력합니다. 이런 사진을 우리는 바디 프로필이라 부릅니다. 이 책은 산문 형식이지만 레이아웃이 마치 시집처럼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저자의 바디 프로필이 20% 이상의 비중입니다. 아름다운 몸은 그 자체로 시적 감흥을 부르죠. 다이어트나 피트니스에 느슨한 마음을 가진 독자들이라면, 이런 바디 프로필을 보고 정신이 버쩍 들만합니다. "아 나 큰일난 거구나"하고 말이죠. 

 

요즘은 인스타그램에 자기 바디 프로필을 올리는 이들이 많습니다. p214에 나오듯이 2017년 즈음만 해도 바디 프로필이라는 게 지금처럼 유행을 타지 않았죠. 세상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바뀌며 예전엔 부끄러워서 상상도 못 하던 걸 어떤 티핑 포인트가 지나 대세가 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운 유행에 동참합니다. 

 

저자는 과감한 체험, 경험을 통해 "뇌에 새로운 길을 내자(p112)"고 합니다. 사실 우리 독자들도 이런 책을 읽고 저자의 주장과 각성에 공감하고, 나도 나의 인스타에 바디 프로필 한번 올려 보자는 생각으로 운동을 실천에 옮겨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한 번 정도는 "내가 원하는 나로 다시 태어날(p193)" 필요가 있습니다. 젊었을 때 못 해 보면 언제 다시 기회를 찾겠습니까?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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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달러 미래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1-08-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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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10만 달러 미래

권세호 저
청년정신 |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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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자체 모순으로 프롤레타리아 중심의 공산주의 체제 이행을 주창한 이래 인류 역사는 어떤 이념, 당위에 대한 신념이 역사의 큰 부분을 이끄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소련이 체제 경쟁에서 서서히 밀리는 모습을 보이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같은 이가 "역사의 종언"을 논했고 그 무렵에는 "자본주의 체제가 진화의 종점(p26)이 되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던 게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체제 경쟁의 최종 승자가 과연 누구였는지도 불분명해질 만큼 여전히 많은 이들이 좌파 이념, 적어도 가치를 지지하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초강대국으로서의 미국 위상은 쪼그러드는 인상이며, 이에 대항하는 패권 세력으로서의 중국, 러시아 등은 성장 동력이 별반 축소되지 않는 느낌입니다. 역사는 어떤 정점에 도착하여 내적 성숙만 다져 가는 것 같지 않으며, 그 방향성만 예측 불가일 뿐 여전히 그릇 안에서 끓어 오르며 밖으로 넘치려는 불안정한 그 무엇처럼 보입니다. 확실한 건, 이처럼 변동성이 확산된 국면에서라야 커다란 부(富), 권력의 변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현대사에서 미국에게 커다란 굴욕을 안기고 전쟁에서 승리(....)한 베트남이라고들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저자의 시각은 조금 다르며, 10년 동안 이어진 경제봉쇄 때문에 베트남은 결국 백기투항을 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개방 정책을 도이머이라고 부르며, 다만 미국의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개방한 것이라면 현재까지 베트남 경제가 미국이나 기타 외부 영향에 그리 종속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을 도외시할 수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베트남 경제가 자립적인 것도 아니며, 최초 기대와는 달리 이도저도 아닌 정체 상태가 지속도되는 듯도 합니다. 여튼 저자는 미국이 베트남식 모델을 북한에도 적용하려 든다는 분석인데, 만약 이 시각이 옳다면 두어 해 전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의 2차 회동 장소가 베트남이었던 사실이 의미심장합니다. 


 

예전에 한국의 김영삼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도전으로 곤욕을 치르고 나서 "돈 가진 사람이 권력까지 쥐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긴 했습니다. 그 영향이라는 건 아니지만 책에도 p63 같은 곳에서 "어떤 가치 영역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진 사람이 다른 가치 영역의 재화(sic.)를 쉽게 소유하게 되는 전제는 반대한다. 또 지배적 가치는 자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 길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평균적인 상식을 지닌 어떤 한국인에게 질문해도 이 명제, 원칙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나올 것 같습니다. 

 

정당의 혁신, 또 정치 결사가 활동하는 기반을 이루는 규칙 체계는 정치 참여자 모두의 합의를 거쳐 마련되어야 합니다. 책 p68에는 링컨 대통령이 남북 전쟁 중 노예 해방 조치와 더불어 헌법 개정을 통해 해방 선언의 항구화, 제도화를 도모한 예가 거론됩니다. 80여년 후 FDR의 뉴딜 같은 것도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이 나 원상복구가 되기도 했으니 현명한 결단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개혁이나 어떤 정치적 결단은 1회성이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저자는 이어 지구 생태계와 환경 이슈로 논의를 확장합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인류를 두려운 마음으로 지켜 보는 중이다.(p82)" 사실 다른 어느 동물보다 인류를 두려워할 만한 생물은 바로 인간입니다. 같은 종인데도 타 개체를 배려하지 않고 환경을 오염시키며 근시안적인 이익만 추구하는 생물이 어찌 두럽지 않겠습니까. 한밤중에 산길에서 마주치기가 호랑이보다 두려운 건 바로 인간이죠. 여튼 그래서 세계 각국은 대체 에너지 개발에 그간 골몰해 왔는데 책에서는 p89 등에서 ITER 프로젝트 등을 언급합니다. 여기서 한국은 주도적 위치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중이 작거나 소극적인 스탠스는 더욱 아닙니다. 1990년대만 해도 탄소세라든가 배출권 거래 같은 게 꿈 속의 허황된 논의 같았으나 이제는 엄연히 실현되는 중이며 테슬라가 요 몇 년 동안 주가 고공행진을 한 것도 이에 비롯한 바 큽니다. 챕터 말미에는 제레미 리프킨이 최초 제언한 "피어 어셈블리" 같은 것도 환기됩니다. 이런 문제는 국경을 초월하여 논의될 필요가 크기 때문이죠. 

 

여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 질병은 무척 많았으나 코비드19처럼 큰 혼란을 초래한 경우도 드문 듯합니다. 페스트처럼 치명률이 높지도 않으면서 일상에 충분히 큰 지장을 끼쳤으며 많은 나라들이 집단 면역을 거의 포기하고 들어가는 단계입니다. 30여년 전 에이즈, 20년 전 사스 같은 게 유행할 때도 결국 진압되리라는 확신이 모두를 지배했던 걸 기억하면 이번 팬데믹은 무척 우려스럽고 실망스럽습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출산율 전망이 가장 비관적인 편입니다. 고령화로 고생 중인 일본에 결코 못지 않습니다. 생산활동참여인구가 줄면 현재 노동일선에서 퇴진한 노령층의 생계에 무척 큰 타격이 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사회적 안전망의 확충과 노동시장 구조의 대대적 개편, 노후 대비 교육과 컨설팅의 강화입니다. 

 

과거에는 국제기구나 NGO에서 어떤 선제적인 아젠다를 제시하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라 해도 그저 소 닭 보듯 할 뿐이었습니다. 아직 여건이 미성숙하기에 일일이 선진국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는 핑계 하에 졸렬한 기존 방식을 고수하려는 의도 때문이었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국내 대기업들이 소극적으로 반영하지 않고, 오히려 더 높은 기준과 비전도 (사후적, 동조적으로나마) 발표하는 모습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작게 보면 초국적 플레이어들이 두루 참여하는 증시에서 보다 유리한 포지션을 잡기 위한 PR이나 마케팅의 일환이지만, 크게 보면 국제기준의 충족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작용한 것입니다. 이 책 뎍시, 변화의 방향성을 일단 캐치했으면 간 보지 말고 필드에 적극 뛰어들어 분위기를 주도한 후 큰 기회를 잡자는 주제이므로 맥락이 정확히 일치하는 현상입니다. 

 

메타버스는 이미 물리학자들이 4차산업혁명 같은 용어보다 더 이른 시기에 창안한 개념입니다만 요즘 특히 산업, 증시 섹터에서 다양하게 응용되어 쓰이는 말이기도 합니다. 하다못해 여중생 여고생 등도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소속된 회사에서 야심차게 추진 중인 프로젝트에 꼭 들어가는 용어이므로 그 뜻을 그리 낯설어하지도 않습니다. 알아가면 갈수록 어려운 개념인데도 말입니다. 책에서는 이 외에 암호화폐, 블록체인 등에서도 간단히 조감합니다. 

 

AI와 로봇은 일자리 감축의 원흉이자 동시에 혁신적인 일자리 창출의 주된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이 트렌드에 잘 적응하는 나라, 사회, 조직에서는 기존의 일자리를 다 뺏어와 자신의 수입원으로 삼을 것이며, 그렇지 못한 주체는 종전보다 가난한 처지에 빠지는 게 필연입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부정적으로 묘사하며 사람 겁주는 디스토피아상은, "미래의 경쟁에서 패배하면"이라는 전제가 붙고 도출되는 결론입니다. 혁신에 성공하여 경쟁에서 살아남은 승리자는 애초에 어떤 불안에 떨 이유가 없습니다. 

 

경쟁에 뒤처진 국가, 조직의 노동자는 기존의 파이마저 내어준 채 더욱 불안정한 지위로 내몰립니다. 현재는 그나마 노조에 소속된 정규직은 생계에 큰 위협은 받지 않는 형편이나,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휩쓸고 간 후 종래의 프로레타리아트는 이제 프레카리아트(p200)로 한 단계 더 떨어질 위기에 놓입니다. 마찰적, 구조적, 계절적 실업 외에 이제 기술적 실업이 사회의 위협 요인으로 부각될 것입니다. 

 

1990년대 세계화 바람이 한창 일 때 오프쇼어링이란 어떤 불가역적인 대세였고 자유무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제 엉뚱하게도 보호무역 바람이 각국에서 부는 중이며 리쇼어링도 여러 선진국에서 거리낌 없이 정책적으로 장려됩니다. 20년 전에는 예측이 어려웠을 동향들입니다. 

 

현재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려는 애드벌룬이 자꾸 띄워지며 증시도 덩달아 요동칩니다. 책에서는 금리 인상에 모든 경제주체들이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걸로 보아 이를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여기는 듯도 합니다. 단, 언제나 금융으로부터 소외되기 쉬운 계층에게 접근을 더 쉽게 해 줄 정책적 이니셔티브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기업에는 세금 관련 우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보호무역주의 대응의 일환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며 각종 경제협정과 공동체에 참여할 것을 주장합니다. 이렇게 적극적인 대응이 있어야 국민소득 10만달러를 일찍 달성하여 더이상 국제정세 속에 종속 변수 신세를 면하고 통일국가를 이뤄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는 비전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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