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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돈 미천하니 | My Reviews & etc 2021-09-30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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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신돈 미천하니 거리낄 것이 없네

김헌식 저
창해(새우와 고래) | 2006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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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돈은 괴승으로 평가됩니다. 그가 걸었던 행보에는 분명 개혁적인 면모가 뚜렷한 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세에나 당대에나 그를 마냥 우호적인 평가를 보내는 입장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는 아마도 그가 원래 몸담았던 불교 측에서 봐도 그가 이질적인 존재였고, 신진사대부 측에서는 아무리 권문세가를 타파할 필요를 공유했다 하더라도 워낙 신돈이 견지한 입장과 출발점 자체가 현격한 차이가 나다 보니 도저히 공동전선을 구축할 수 없었을 겁니다.



저자는 그를 둘러싼 편견, 그리고 섹슈얼리티에 대해서까지 고찰합니다. 이는 그가 승려이면서도 색을 탐했다는 일각의 비판 때문인데, 이 비판이 제법 강한 인상을 남겼는지, 혹은 반야라는 천민 출신의 여인이 그의 곁에서 행한 역할에 대한 미심쩍인 시선 탓인지, 여튼 프레임이 먹혀 들어 오늘날에까지도 개혁가로서 신돈을 바라보는 데 여전한 장애가 되고 있기는 합니다.



전민변정도감은 공민왕과 그가 함께 이룬 업적의 상징처럼 평가됩니다. 원래 찰리변위도감이라 하여 충렬왕이 개혁사업으로 그 앞선 시대에 추진하던 기관이 있었습니다. 개혁 군주라고 하면 충렬왕을 대뜸 떠올리기 쉽지 않으나 원 간섭 시기에 최대한 자주를 지키면서 친원 세력과도 싸우던 힘겨운 군주로서 우리가 기억을 할 필요는 있습니다. 아무튼 공민왕 시기에 훨씬 앞서서, 이미 충렬왕 시기에도 불법적으로 귀족의 세력 하에 노비로 신세가 떨어진 양민, 또 무고하게 약탈당한 전답이 그처럼 많았다는 건 성찰을 해 보아아 할 일입니다. 원이 오히려 고려에 이처럼 만연한 노예제의 폐단을 빌미로 삼아 내정 간섭을 하고 들었으며, 비록 그 모든 게 위선적 제스처로서 오히려 부패한 부원배를 막후에서 더 키워 주는 결과를 빚었을망정 말입니다. 중국은 티벳을 병합할 때도 이처럼 내부 노예제 등의 악습을 핑계로 삼아 침략을 정당화했습니다.



역사나 문예에서 미화되기 십상이지만 보우 역시 대농장주로서의 면모가 있었고, 이에 반해 신돈은 그저 몸뚱이뿐이었다는 저자의 대조는 경청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우는 오늘날까지도 칭송 받는 고승의 이미지를 그대로 간직하는 게 보통입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과연 우왕은 누구의 아들인지 고려사 최대의 미스테리 하나를 집중 조명합니다. 혹 우왕이 정말 신돈의 자식이었다면, 공민왕은 왜 하필 그런 수상쩍은 소생을 데리고 와 후계자로 공포했을까요? 이는 신돈과 공민왕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제대로 알아야 해명할 수 있겠는데, 복잡미묘한 공민왕이라는 통치자의 내면을 시원히 들여다볼 방법이 없는 만큼 참으로 큰 난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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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래 전에 자금출처부터 준비하라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1-09-2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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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신방수 세무사의 부동산 거래 전에 자금출처부터 준비하라!

신방수 저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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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출처 조사 등 세무 관련하여 당국에서 개인 간의 거래 과정에 대해 꼼꼼히 들여다 보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기업이든 (특별한 경우의) 개인이든 언제나 세무조사가 무섭긴 무섭습니다. 그런데 특히 p47에 잘 나오듯, "최근 자금출처 조사가 부동산 시장에서 핵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제도를 실효성 있게 만들기 위해 정부가 (더) 정교히 대책을 세운 게 그 이유"라고 합니다. 예전에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고 자금출처는 거액 부동산 구매 시 언제나 소명이 필요했었으나 최근 더 절차가 강화된 것입니다. 따라서 괜히 탈세 시도로 오해받지 않기 위해서는 더 확실한 대비가 필요하겠습니다. 

 

p27에 보면 "본인 자금이 그 출처라고 해도 불분명하거나 세금을 피한 자금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한 후, "그런데 타인자금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면 문제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러니 타인 자금일 경우 당사자는 세무 관련 대비를 더 철저히 해야 하며, 이것 관련 내용이 이 책의 핵심입니다. 국내에 세무 관련 베테랑, 전문가는 많지만 저자는 관련 분야 베스트셀러를 여러 권 저술했으며 독자와 활발히 소통하는 분이라고 책날개에 나오네요.

 

누구한테 탈세의 우려, 혐의가 있다 아니다는 지자체도 큰 관심을 갖고 나서는 판단 영역이며, p26에서는 "거래 단계에서부터 이를 잡아내는" 데에까지 진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법에서 "자금조달계획서와 거래증빙 제출의무"를 마련한 것인데, 지자체가 국세청에 저 서류 등을 넘기면 국세청에서 이를 "폭넓게 활용"하게 된다고 책은 말합니다. 이로 인해 "조사의 범위와 강도가 상당히 세어지고 있다"고 하네요. 

 

자금조달계획서의 양식은 p29에 나옵니다. 어느 경우에나 이걸 제출해야 하는 건 아니고, 과열지구 등에서는 3억원(실제거래가액) 이상 주택, 비규제지역에서는 6억 이상 주택이라고 나옵니다. 그런데 적어도 수도권에서는 집값이 크게 올랐으므로 해당이 안 될 주택이 별로 없을 듯합니다. 지방 대도시도 그런 곳이 많으므로 신경 써서 이를 작성해야 할 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책 중반부인 p140 이하에 자세히 다뤄집니다. 본인 외 가족 입주의 경우 무상임대로 취급되므로 증여세 부과에 조심(p143)하라고 합니다. p169 이하의 내용도 꼼꼼히 읽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p31 상단에는 2020. 9부터 이른바 6. 17 대책의 일환으로 거래금액 규정마저 폐지되어 이제 모든 거래, 즉 금액 제한 없이 모든 주택 거래에 대해, 계획서, 증빙 제출이 의무화할 것이라고 저자가 예측한 대목이 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아래에 제가 캡처한 파일을 보면 작년(2020) 10월 27일 새 대통령령이 시행되었고 종전의 3조 1항 내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후에도 이 시행령은 지금(이 독후감을 쓰는 2021. 9.29)까지 두어 차례 더 개정되었으나 금액 관련 조항은 여전히 없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아직도 6억, 3억, 9억의 기준이 살아 있는 듯 낡은 정보를 소개하는 블로그, 심지어 최근 2개월 안에 작성된 신문 기사까지 나옵니다. 우리는 법제처 홈피에 가서 반드시 공신력 있는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겠습니다. 참고로 이 책은 작년(2020) 6월에 출판되었습니다. 이 책 p39에는 저자도 신경이 쓰이셨는지 다시 별도로 강조하여 더 자세하게 개정(예상) 관련 사항을 설명합니다. 이래서 결정적인 정보는 (만약 법제처나 대법원 등에서 게시하는 사항을 바로 해석하기 힘들다면) 이런 책을 보고 확인해야 할 듯합니다. 

 

중간결론 - 현재 거래증빙이나 자금조달계획서는 실제 거래 금액 무관하게 모두 제출해야 한다. 

 

이런 거래를 잘 안 해 본 분들은, 계획서는 계획서라고 해도 거래증빙은 뭘 뜻하는지 모를 수도 있겠습니다. 책 p30에 설명이 자세히 나오는데, 예금잔액증명서 등 다양한 서류가 나옵니다. 이런 서류까지 다 제출해야 하나 같은 생각이 들 수도 있으나 이게 세상 사는 규칙이므로 뭐 본인이 잘 적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또 책 중반부 p153 이하에 같은 표도 한 번 더 나오고 더 자세히 설명이 이뤄지네요. 


 

얼마 전 어느 정치인이 자녀에 대여한 금액을 두고 증여세 관련 규정을 회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적 있었습니다. 이처럼 요즘은 증여세 관련을 대단히 엄격하게 적용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자녀에 대한 대여도 거의 다 증여로 추정하여 과세를 하는 경향입니다. 이 책 pp.47~48에도 가족 간 거래를 할 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잘 나옵니다. 또 자금 대여자에 대한 소득세 혹은 법인세 등으로 세무조사가 이어지는 게 빈번하다고 하므로 책에서 말하는 대로 세무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을 받은 후 위임을 하든지 하는 게 신경 덜 쓰고 그냥 싸게 먹히는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상속세 신고는 제척기간이 15년이므로(p77), 이 기간을 넘기면 사실상 문제가 안 되는 셈입니다. 단 특례 조항으로 그 가액이 50억원을 넘는다면 "안 날로부터 1년 내에" 과세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척기간은 소멸시효기간과 달리 도중에 중단되는 게 없으므로 그냥 흘러가는 게 보통입니다. 또 소득세의 경우 제척기간은 7년이므로 뭐 그 시간이 지났다면 마음 놓고 있어도 될 듯합니다만 그래도 정직하게 살아야 하겠지요?

 

위에서 자금조달계획서 등은 이제 금액 무관하게 제출한다고 했으나 그렇다고 자금출처 조사가 무조건 개시되냐 하면 그건 아니라고 합니다. p104에 보면 "증여의 개연성이 높은 경우에만 그렇다"고 나옵니다. 또 근거 없이 인터넷 등에 떠도는 정보로 80%만 출처를 입증하면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고도 하나 이는 그릇된 것이라고 명확하게 알려 줍니다. 아마 p112, 혹은 p117 등에 나오는, 상증령 34조 1항을 오해해서 생긴 결과가 아닐까 추측합니다. 상증법 관련해서는 p182의 내용도 잘 알아 두어야 하겠습니다.

 

p104에 차용증 등은 무조건 인증된다는 세간의 상식은 틀린 것이라고 나오는데, p123 이하에 더 자세히 나옵니다. 직계존비속 간의 금전소비대차는 원칙적으로 인정이 안 된다는 겁니다. 다만 입증자료가 구체적이고 과세당국의 금전대차의 실질을 인정하는 경우에만 예외로 취급된다고 합니다. 차입기간이 얼마 이상이어야 한다고 객관적으로 정해진 건 없고, 다만 기한이 없는 경우에는 차입으로 인정 못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p129). 또 명의차용 등의 경우에도 엄격히 다뤄집니다. 

 

혹시 "문제"가 발생하고 난 후라면 여튼 해결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책 여기저기에서 강조합니다. 손 놓고 방치하며 요행을 바라는 게 최악이죠. p157에는 증비서류 미제출 사유서 양식이 나오는데 본인이 이런 책을 읽고 잘 대처할 수도 있겠지만 역시 세무사를 찾아가서 종합적인 대처를 위임하는 편이 나을 듯합니다. 

 

책에는 구체적으로 예시를 들면서, 이런 경우에 어떤 게 더 문제가 되고, 개별적으로 무엇무엇을 대처헤야 하는지 잘 나옵니다. 아무래도 우리 같은 문외한들은 사례를 들어 줘야 더 잘 이해가 되죠. 또 사례는 가장빈발하고 전형적인 걸 들게 마련이므로 책에 나온 사례가 운 좋게도 내 경우에 딱 들어맞으면 (책값은 빼고) 무료 컨설팅을 받은 셈이 됩니다.

 

만약에 관할 세무서에서 자금출처조사에 대한 소명을 요구받았다면, p224 이하에 나오는 대로 차분히 따라하면서 충실히 준비를 하면 되지만, 그래도 최종적으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볼 것을 권고하고 있네요. 개인사업자의 경우 근로소득만 있는 이들보다 더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정당한 이익마저 지레 포기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따질 게 있으면 따져야 하고, 예를 들어 제척기간이 10년 지났다면 이 금액이 설령 탈루소득이라고 해도 당국에서의 추징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p232). 

 

8장 이하에서는 특히 법인의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자세히 나오는데, 저는 세무상 쟁점, 법인조사 내용으로 2단 구분해서 독자가 보기 좋게 설명해 주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증여의 경우 특히 사전증여가 문제되는데, p283에서는 10년 내에 동일인에게 증여받은 가액은 모두 합산하여 과세된다고 하니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부모님과 재산 문제로 이런 내력이 있는 분들은 꼼꼼하게 알아보고 신고할 바는 신고해야 불의의 타격을 받는 일이 없겠습니다. 아는 것이 힘이고, 몰라서 법을 어겼다는 말이 현대 사회에서는 통하지 않으므로 세무 관련해서는 그저 공부가 답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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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상식사전 | My Reviews & etc 2021-09-28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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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전기차 상식사전

정우덕 저
넥서스BOOKS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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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이제는 전기차 고유의 번호판을 달고 다니는 차가 눈에 많이 띕니다. 저희 동네에도 6년 전에 충전소가 하나 생겼는데 아직도 이용자가 그리 많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여튼 앞으로는 누구나 자주 이용할 일상의 인프라가 되지 않을까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마이카시대(이 말도 좀 낡은 느낌이 듭니다만), 또 오너 드라이버 시대를 맞이한지 이미 오래되었고 요즘 운전자들은 공부를 해 가면서 차를 몰기 때문에 웬만한 정비사 사장님 못지 않게 차에 대한 지식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차에 대한 지식이라는 게 현제는 가솔린차, 엔진차에 대한 것들이죠. 그렇다면, 앞으로 차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어 전기차가 된다면, 이제는 차에 대한 상식도 전기차에 대한 것으로 채워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유럽에서는 일정 연도에는 가솔린차 생산이 완전 중단됩니다. 한국도 머지않아 그런 날이 올 것이 확실하며, 아 나는 가솔린차가 체질에 맞아, 낯설고 위험(화재에 취약)하다는 전기차로 안 바꿀거야, 이렇게 혼자서 버틸 수가 없습니다. 전기차에 대한 공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는 거죠.


 

세제상의 어떤 혜택이건 간에 시한이라는 게 있습니다. 하도 무슨 일회성 혜택이 있다가 사라지곤 반복되기 때문에 이제 전기차 세제 혜택, 보조금 이런 거 이미 다 없어지지 않았나 착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p50 이하에 아주 자세히, 또 2색 도표로 한눈에 잘 들어오게 정리해 두셨네요. 보통 이런 정보를 찾을 때 인터넷에서 검색하곤 하는데 인터넷의 정보는 몇 년 전의 것이 검색결과에 그대로 노출되곤 합니다. 또 잘못된 정보가 복사+붙여넣기 해서 진실성, 공신력과는 무관하게 돌아다니기도 하기 때문에, 이런 정보는 최신 서적에서 책임 있게 제시하는 걸 참조해서 구매 결정에 써야 합니다. 확실히 아직까지도, 전기차, 친환경차에는 이런저런 혜택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나중에 도로 위를 달리는 전기차가 50%이 넘어가는 시점에선 이런 게 지금같지 않으리라는 예상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전기차 사는 데 가장 망설여지는 점은, 한 번 충전했을 때 얼마나 달릴 수 있냐는 겁니다. 대략 400~500km 정도가 보통인데 같은 차라도 이게 경우에 따라 많게는 100km까지 편차가 생겨 소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 때가 있습니다. NEDC, EPA 등에 따라 다 다른데, 여기에 대해 한국의 환경부는 적절한 지침을 마련하여 환산하게 돕고 있네요. 보정 계수 승인 여부에 대한 설명도 책 p37에 잘 나옵니다. 이게 고속주행이냐 아니면 섰다 출발했다가 반복되는 시내 주행 위주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이런 보정 계수 같은 것도 도입이 되는 거죠.

 

확실히 1세대부터 전기차를 몰고 다닌 어얼리 어댑터들은 자동차 메이커나 이후의 소비자들에게 (의도했든 아니든) 기여한 바가 적지 않습니다. 이미 2세대로 접어들었지만 이 책도 1세대 전기차에 대해 여러 가지 회고를 합니다. 우리 같은 보통 소비자들은 그런 불편을 도저히 감수하기 어려워서 참여(?)를 하지 않았습니다만 여튼 비싼 돈 내고 베타 테스터가 된 이들은 아무리 그게 취향이었다고 해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책 저자님도 과거 <PC사랑> 같은 잡지에 기고하셨던 분이라고 나오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내공 같은 게 느껴집니다. 


 

가솔린 차에 연비가 있듯 전기차도 연비 비슷한 개념을 얼마든지 만들어 체크할 수 있죠. 리터당 얼마나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느냐처럼 전기차는 kWh(전력량) 당 얼마나 먼 거리를 달리느냐로 "전비"를 따지는데 연비라고 불러도 상관 없습니다. 다만 가솔린차도 그렇지만 차급이 올라가면 연비가 떨어지며, 이는 전기차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작정 연비만 높다고 좋은 것은 아니며 다만 최근 십 년 간(저유가 구간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연비가 부쩍 높은 관심을 받은 건, 주로 소비자들이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입니다. 이 책에서는 전비에 대한 설명도 꽤 자세합니다만 독자로서 저 개인적으로는 이미 전기차 자체가 친환경이므로 이전처럼 전비가 구매에 있어 결정적 팩터는 아니지 않을까 예상도 해 봅니다. 

 

사는 아파트 단지 내에 충전소가 있으면 정말 편하죠. 입주민의 동의를 먼저 받은 후 설치업자와 계약을 첵하고서, 이를 관리사무소나, 혹은 업자가 관리하는 별개 공간이나, 아니면 가장 보편적으로 주차장 등에 설치할 수 있습니다. 주차장 설치의 경우는 부정 사용자가 간혹 있기 때문에 이게 골치입니다. 뭐 엘리베이터 이용처럼 전세대가 분납하는 형식도 있고, 파워큐브, 이볼트(p132) 등의 업체는 테그인증을 통해 사용자별로 이용량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는데 예전에 어떤 난방열사 같은 사건이 안 생기려면 이용량에 비례한 요금 부과가 가장 바람직하겠습니다. 책에는 가정용 콘센트를 길게 끌어오는 방법도 소개하는데 저도 캠핑카 충전을 이렇게 하는 걸 봤습니다. 누진제 폭탄 안 맞게 조심할 필요가 있죠. 


 

p154 이하의 내용을 보고 웃음도 나왔고 참 책 성의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뭐냐면 가솔린 차도 제휴카드가 있어서 주유소에 목숨 건(?) 사람들이 많았던 것처럼, 전기차도 제휴카드가 꽤 많이 출시되었다는 점입니다. 전기차 마니아라면 기왕 쓰는 것 충전비용을 최대한 아낄 수 있는 카드를 쓰는 편이 훨씬 좋겠죠. 

 

아주 예전 폰 쓰면서 이상하게 쓰면 쓸수록 배터리 용량이 줄어든다는 불만이 있었습니다. 전기차도 마찬가지 문제가 있기는 해서 이른바 EFC 이슈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완속충전이 급속보다 낫다는 상식(?)도 큰 근거는 없다고 저자는 알려 줍니다. 재미있는 건 가솔린 차에는 12V 배터리가 있어야 하지만 전기차는 안 그럴 것 같은데도 이게 또 별개로 있다는 점입니다. 뭐랄까 컴에 메모리가 하는 역할처럼 성능을 최대화하고 기능을 좀 더 빨리 발휘하기 위해 있는 장치라고 이해하면 될 듯합니다.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지만 가급적이면 타이어도 전기차 전용이 낫다고 저자는 알려 줍니다.


 

책 부록에는 차종별 제원에 대해 자세한 비교 분석이 나오고, 심지어 차종별로 매상이 어떠한지도 나옵니다. 차는 사실상 개인에게 허락된 유일한 모빌리티이며 제2의 집이라고도 볼 수 있고, 현명한 소비를 하려면 그저 내 스타일만 확실히 지킨다고 다가 아니라 같은 시대 비슷한 직종 비슷한 나이대의 다른 소비자들 트렌드도 다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기차 상식도 상식이지만 우리 시대에 차를 갖고 몰고 다닌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깊이 생각하게 도와 주는 책이었습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으로부터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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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1-09-27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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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ETF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56

나수지 저
메이트북스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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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개인투자자들도 상당히 똑똑하기 때문에 구태여 펀드를 통하지 않고 자신이 연구를 한 후 직접 투자들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ETF만큼은 널리 활용이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예전보다 더 인기가 높습니다. 그 이유는 다른 직접 종목 투자를 할 때, 개인이 노리는 특정 상황을 속속 긁어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홀짝 게임처럼 간단하면서도 의외로 큰 수익률을 보여 주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ETF가 다 이런 것은 아니고 개인 투자자를 매혹할 만큼 잘 설계되어야 하겠으며, 또 초보자라면 과연 어떤 ETF가 유망한지, 내 취향에는 어떤 게 잘 맞는지 공부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큰 경제 저널인 한경의 베테랑 기자인 저자가 알려 주는, 정말 궁금한 부분만 잘 짚어 주는 초보자용 책이라서 기대를 갖고 읽어 나갔습니다.

 

"ETF는 무엇인가요? 펀드와는 뭐가 다른가요?" 일단 저자는 ETF가 뭔지, 저 약자 안에 들어 있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부터 알려 줍니다. 이 부분만 잘 읽어도(물론 책 전체를 - 큰 부담도 없는데 - 다 읽어야 제대로 효과가 나겠지만), 이해도가 확 높아질 것 같습니다. 일단 exchange traded fund라고 하면 그 안에 지수라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저자는 이 "지수"를 두고 "일정 기준에 따라 편입된 종목들"로 풀어 줍니다. 이걸 종합지수만 따라가게 만들면 패시브 펀드, 그 이상의 수익을 노리면 액티브 펀드라고 하죠. 액티브 펀드는 이것을 설계한 사람의 "품이 들어갔으므로" 수수료가 더 비싸지만 대신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ETF는 펀드와는 달리 가입을 하는 게 아니라, 마치 주식이나 채권처럼, 시장에 상장된 걸 사고판다는 점이 같습니다(p53). 그러니 "환매"라는 절차도 없고 따라서 환매수수료라는 게 있을 수 없습니다(p41). 주식은 마음에 안 들면, 혹은 단순변심이든 뭐 어떤 이유라 해도, (손실을 좀 감수한다면) 시장가에 그대로 팔아 버리면 그만인데 펀드는 일정 기간 안에는 그렇게 할 수 없었죠. ETF는 본질이 펀드이면서도 이 점에서는 주식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또 상대적 소액(p24)으로 진입이 가능하다는 점도 좋죠. 게다가 잘 설계된 펀드이기도 하니 내 생각에 방향성이 같다 싶으면 여러 종목을 일일이 매수할 필요 없이 간단히 추세의 이점을 다 누릴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를 두고 "혁신"이라 평가합니다. 혁신이 맞으니까 ETF 단일 주제 하나로 이런 책도 나오고 하는 거겠죠. 

 

주식처럼 그냥 사고팔 수도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이게 어렵다고 느끼면, p55 이하에서 설명하는 대로 은행의 ETF 신탁을 이용하면 됩니다. 책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요즘은 수수료 깎기 경쟁이 치열한데, 은행의 ETF 신탁은 수수료가 무려 1%나 된다는 게 큰 단점이며 신탁이라서 마음대로 팔 수도 없다는 게 또 좋지 않습니다. 이런 단점은 환매 형식을 거치는 일반 펀드의 단점을 거의 고스란히 가져온 셈입니다. 저자는 "시장이 빠질 때는 속수무책"이라며 솔직하게 비판합니다. 저자는 또 정말로 해당 은행이 신탁 운용을 잘한다면 수수료가 아깝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그렇게 보기엔 현재 상장이 된 여러 ETF들이 또 요모조모로 잘 만들어진 상품들이라서, 구태여 증권사에 계좌를 못 만들 사정이 있다거나 하면 모를까 은행 신탁은 매력이 없는 선택이라고 잘라 말합니다(일부이긴 하나 은행만 유리하게끔 하는 영업 행태 - 환매 권유 - 도 비판합니다). 

 

지렛대라는 뜻을 가진 "레버리지"는 과거엔 상경계 대학생쯤이나 되어야 알던 용어였으나 이제는 일상의 화제에 오를 만큼 흔히 듣습니다. p99에서는 어떻게 해서 이 레버리지 ETF가 지수 하루 등락폭의 두 배(한국의 경우)를 추종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어떤 분은 이런 건 몰라도 상관 없으니 돈만 많이 벌면 된다고도 하는데 그런 게 바로 투기입니다. 자신이 자산 운용 이치를 알고 돈을 거는 건 결코 투기가 아니며 자기 책임 하의 투자가 되는 거겠고요. 어떤 상품이 어떻게 해서 고수익을 올려 주는지 이해한다면, 설령 운이 없어 손해를 보았다 해도 큰 후회가 없을 겁니다(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의 선택이었다면 손실 폭도 작았을 겁니다). 

 

인버스 ETF도 요즘은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한국도 이제 무작정 한 방향으로만 쏠리는 게 아니라, 예를 들면 작년(2020) 11월 같은 경우 별 호재가 없는데도(그렇게들 생각했습니다) 이상하게 지수가 계속 오르자 이에 착안하여 일부에서는 인버스에 대거 투자를 했습니다. 물론 그 결과는 실패였지만 여튼 각자의 판단 하에 투자를 한 것이고 원 다이렉션으로 쏠리지 않는 저마다의 판단이 작용했다는 점에서 증시가 선진화되는 뚜렷한 징후라고 평가할 수 있었죠. 손실을 본 분들도 그게 다 공부라서 1) 결국 알고 보니 이유가 있어서 오른 것이었다, 2) 비슷한 상황이 또 벌어지면 그런 1차원 사고를 지양한다, 뭐 이런 공부를 한 셈치면 됩니다. 수업료 냈다고 생각하면 덜 억울할 겁니다. 반대로, 당시에 이익을 본 이들도 그저 대세 추종으로(1차원도 아닌 0.5차원?) 돈을 벌었다면 이런 건 그저 요행이지 자기 실력이 아닙니다. 

 

p122에는 CATL이 나오는데 우리 투자자들도 이제는 너무 잘 아는 종목이죠. 그런데 다들 알듯 이 주식(닝더스다이. 영덕시대)은 의외로 직접 살 수가 없습니다. 그 배경 설명은 p124에 잘 나오는데 사실 이렇게 할 거면 7년 전에 그렇게 요란하게 떠들던 후강통은 대체 뭐하러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튼 이처럼 외국인이 바로 사기 어려운 주식, 채권, 혹은 구리나 특정 곡물, 원유처럼 역시 일반인이 바로 접근하기 힘든 자원 종목도 ETF를 통하면 편합니다. 이것 관련해서는 책 후반부 p253 이하에 다시 자세히 나옵니다. 

 

p150 이하에는 ETF를 통해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일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옵니다. 애초에 그렇게 설계된 펀드이므로 환헤지형 ETF에서는 위험이 당연히 줄어들겠지요. 저자는 요즘 투자자들은 환노출형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늘어난다고도 설명합니다. 이 역시 수수료에 다 포함되므로(물론 그대로 비용 전가가 되는 건 아닙니다. 일종의 고정프리미엄을 미리 낸다고 봐야) 세상에는 공짜가 없습니다. 

 

p166에는 세금 문제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250만원 기준은 이 챕터 제목에 나와 있듯이 해외 주식의 경우에만 해당하므로 아직 국주 관련은 양도소득세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단, 대주주 관련 조항은 예외). 손해가 크게 났다고 해도 이를 매도하면 그 즉시 손실로 잡히는 것이므로 타 종목에서 발생한 이익에 부과되는 세금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 이익이 난 ETF도 수시로 이익을 실현하면 250만원 이하로 끊어갈 수 있으므로 역시 절세 방법이 됩니다. p167 하단에 "해외에서... 국내와 다르게 세금이 부과됩니다"라며 다시 한 번 독자에게 주의를 환기합니다. 2023년부터는 이 모든 게 바뀐다고 하므로 그때 다시 법규정을 잘 살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p298 이하에도 다시 세금 관련 내용이 잘 나오니 참조할 만합니다. 

 

미국 3대 지수를 추종하는 전략을 쓰고 싶은 투자자는 역시 ETF를 통하는 편이 편하겠습니다. p177 이하에 아주 자세한 정보가 정리되어 있어서 필요할 때마다 참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운용보수는 KB자산운용의 모 상품이 가장 싸다고도 합니다. 

 

6장의 내용이 특히 재미있는데, 원래 ETF는 특정 산업 섹터나 자원 등이 강세 혹은 약세를 보일 때 이 트렌드로부터 통째 이익을 얻고 싶을 때 쓰면 좋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수소경제, 바이오, 게임, 엔터, 심지어 ESG 등에 관심이 있다면 어떤 ETF가 좋은지 아주 자세히 설명해 주네요. 

 

Q&A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답이 아주 자세하고, 웬만한 의문은 다 망라되었으니 궁금한 점이 생길 때마다 차례에서 해당 항목을 바로 찾아가서 해답을 얻을 수 있고, 아니면 그저 처음부터 죽 읽어 봐도 쉬운 설명을 잘 따라갈 수 있습니다. 또 QR 코드를 찍으면 저자의 동영상 강의가 바로 나오기도 하니 편리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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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투자법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1-09-26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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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초격차 투자법

잭 슈웨거 저/조성숙 역/신진오 감수
리더스북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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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야에 투자해도 고수익은커녕 평균수익률도 올리기 버거워지는 게 현실입니다. 코인이다 부동산이다 해서 큰 이익을 거둔 이들도 있지만 비합리적인 의사 결정에 기반한 투자는 투기와 구별이 어렵습니다. 갈수록 투자가 어려워지는 지금, 어떻게 해야 후회도 없고 결과도 만족스러운 투자가 가능할지 고민이 되는 시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장 분석의 역사가 존재한 이래로, 분석 방법이란, 기술적 분석과 펀더멘털 분석 중 둘 중 하나를 쓰거나, 둘을 결합해서 쓰는 것이었다(p63)." 둘을 잘 섞어 쓰면 좋지 않겠냐고 막연하게들 짐작할 수 있지만, 책의 저 문장이 핵심입니다. 두 방법 중 하나만 쓰면 (아주 잘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결과가 꼭 좋지 않습니다. 어떤 분은 "기술적 분석은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도 하는데 그런 분은 펀더멘털 분석에 남다른 통찰력과 노하우(그리고 지능)를 보유한 분입니다. 그런데 그분 역시 결과가 항상 좋았다고는 보기 어렵더군요.

 

또 기술적 분석은 아무 지식이나 통찰 없이 그저 차트만 보면 다인 줄 알지만(그래서 우습게 보지만) 여튼 이런 분들 중에 그 기술적 분석 기술 하나만으로 오래 버티는 분들도 있으니 결코 무시를 못 합니다. 어떤 분은 정말로, 차트만 볼 줄 알지 다른 지식(회계 관련 혹은 기업의 배경사 등)은 전무한 것처럼 보이더군요. 아 그럼 둘을 적절히 섞어 써야겠구나 하겠지만, 두 기법이 물과 기름 같은 관계처럼 보입니다. 달라도 너무 다르니까, 투자 자체보다 두 기법의 배합 비율을 정하는 게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잘하시는 분들 중에는 두 기법을 분명, 둘 다 구사를 하면서도 수익률 높게 올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는 크리스 카밀로의 방법론을 특히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미리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투자는 정말로 각각 저마다의 방법으로 하는 겁니다. 그런데 당사자가 아닌 관찰자로서의 이점을 지녔다고도 할 수 있는 우리 독자들은, 그 중 어느 방법을 무작정 따라할 게 아니라, 여러 투자자들의 방법 중 좋은 점만을 잘 따서 여러 장점을 취해야 할 듯합니다. 어떤 대가가 자신만의 방법을 설령 고스란히 가르쳐 준다고 해도, 그런 건 잘 따라한다 한들 결국 그 사람만 능숙히 할 수 있는 기법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지 아닌지는 당사자도 모르는 건데, 막상 따라해 보면 잘 안 될 때 우리는 그런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절망할 게 아니라, 이런저런 걸 시도해 보면 역시 나한테만 잘 맞는 방법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걸 골라내려면 가능한 한 여러 투자 대가들의 방법을 참조해야 합니다. 그래서, 여러 투자자들의 노하우를 한 권에 모아 놓은, 그것도 최신 트렌드를 담은 이런 책이 유익한 거죠. 크리스 카밀로의 방법 역시, 그 말을 잘 읽어 보면 펀더멘털과 기술적 방법 두 가지를 결국 잘 섞어 쓰는 기법입니다. 다른 투자자들도 마찬가지. 그러면, 이들 방법 중 여럿을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섞어 쓰면 결국 나만의 방법도 나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투자 결정은 짧은 한순간에 즉시 내려야 할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한테 잘 맞는(오래 고민하지 않고 즉시 결정이 가능한) 방법을 찾아 몸에 익히는 게 중요할 듯합니다. 

 

피터 브렌트 같은 사람은 또 정반대입니다. 이분은 책에 나온 대로라면 철저히 차트만 보는 사람입니다. 사실 차트 보는 방법도 천차만별인데 어떤 사람은 감각적으로 차트를 분석하고 본능대로 결정해서 제법 큰 수익을 얻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수학과 엑셀 기법을 써 아주 보수적으로 매수하고 매도하여 레귤러한 수익(적다고 할 수 없는)을 거둡니다. 독자로서 저는 엘리엇 파동 같은, 고전 차트이론을 맹신하는 입장에 대해 회의적인데, 이를 창의적으로 실전 매매에 응용하는 건 또 천재의 영역입니다. 특히 이분은 광고업계에 종사하다가 트레이딩으로 전업한 아주 특이한 케이스인데, 광고가 대체로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영역임을 감안하면 그런 분이 보호용 스톱 걸기 같은 기술적 방법을 즐겨 쓴다는 건 역시 의외입니다. 그러나 역시 잘하는 분이기 때문에 이런 스타일을 또 만들어내는 거죠.

 

"의견은 강하게, 홀드는 약하게" 참 역설적인데 여튼 이런 원칙은 스스로가 잘 지키는 건 누가 뭐랄 일이 아니지만 주위에서 (저분 하는 걸) 맹목적으로 따라하다간 큰일 날 것 같습니다. 의견이 강하다는 건 그만큼 결행을 할 때에는 확실한 근거를 갖고 해야 한다는 것이고, 반대로 "아 이건 아니다" 하는 확실한 징조가 보이면 괜히 (내 말에 책임을 지겠답시고) 미련 가질 게 아니라 바로 빼야 한다는 겁니다. 자기 의견에 이상한 나르시즘을 갖고 집착하다간 딱 망하기 좋습니다. 주식 투자에서 어떤 절개(?) 같은 건 전혀 불필요합니다. 

 

그렇다고 원칙이 없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바로 뺀다는 것도 자신만의 원칙 하에, 아 이건 빼야 된다고 생각하는 그 원칙에 따르는 거죠. 이분의 경우 이런 말을 하는데 "나쁜 트레이드가 있고 손실이 난 트레이드가 있다. 이 둘은 결코 같지 않다. 1년 후에 그 트레이드를 눈 바로 뜨고 리뷰할 수 있으면 그 트레이드는 손실이 났을망정 나쁜 트레이드는 아니다. 그러나 비록 이익이 났더라도 요행으로 올린 것이면 그건 나쁜 트레이드이다." 어떤 경우라 해도, 아 이렇게이렇게 해서 이런 결과가 났다는 사후 분석은 반드시 필요할 듯합니다. 일정 교훈을 못 도출하면 그 역시 나쁜 트레이드입니다. 

 

"거래일에도 CNBC를 봅니까? - 배경음악처럼 틀어 놓습니다." 이건 참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우리가 모든 정보를 다 내것으로 소화하여 투자에 반영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녹여 내어 투자를 해야 합니다. 한국에서도 CNBC는 어렵지 않게 시청 가능하고 또 실제 보는 이들도 꽤 많습니다. 물론 국장 대비용으로 한경, 매경, 토마토, 서경, 머투, 이데일리 등을 "배경음악처럼(?)" 취향에 맞게 골라서 틀어놓는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또 이런 방송은 장후 라이브도 있고 재방송도 잦기 때문에 리뷰용으로도 좋습니다.

 

"파벨 크레이치가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개미도 성공 트레이더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그 정도가 아니라 한국에서도 성공한 개미들이 많이, 이미, 출현했고 개미가 성공하는 방법은 따로 있을 뿐더러 이제는 큰손의 농간에 놀아만 나는 힘없는 존재가 결코 아닙니다. 반대로 기관에서 오랜 동안 근무한 이들이라고 해도 퇴직 후에는 그저 개인일 뿐 어떤 큰 금액 운용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가 없습니다. 그저 시장에 대한 통찰, 다양한 개인적 기법(모두가 아는 기법은 이미 기법이 아니죠)으로 살아남는 수밖에 없죠. 

 

"미국 국채 30년물은 얼마나 올랐습니까? 아 그 정도면, 영국 파운드화 거래보다 훨씬 나았겠네요. - 네 저는 파운드화보다 미국채 30년물이 훨씬 쉬워 보였습니다." 지금 질문자도 리처드 바그 씨의 의견에 동의를 하는 중이지만, 그래도 이 인터뷰에서 더 강하게 느껴지는 뉘앙스는 "역시 투자라는 건 각자에게 쉬운 방법이 다 따로 있다"는 겁니다. 설령 더 큰 수익을 올리는 방법이 있었다고 해도,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훨씬 많은 정보가 필요하고(그 사람에게는) 고민이 소요된다면 그 방법은 좋은 방법이 아닐 뿐 아니라 실현 가능성도 낮습니다. 

 

암리트 살의 인터뷰에서는 갑자기 컴퓨터 전원이 나가 버린 최악의 사고가 거론됩니다. 몇 달 전에도 증권사 앱 오류나 서버 다운으로 큰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었는데, 드물지만 이런 불운도 간혹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법적으로 구제받을 길이 있으면 최대한 시도를 해 보되 너무 오래 멘탈에 담아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마인드셋 역시 투자 실력의 일부입니다. 

 

마슨 파커는 본래 바이얼리니스트를 꿈꾸던 이인데 참 다재다능하기도 해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잘 적용하여 아주 성공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평균회귀 방법에 대해서는 "떨어지는 칼날을 잡는 셈"이라 하여 선호하지 않으려 했다는데, 역시 여기나 거기나 인식은 비슷한 듯합니다. 전업 트레이더가 과연 가능한가? 이런 분도 "가급적이면 기존 직장을 그만두지는 말라"고 합니다. 이런 점까지도 저는 전폭 공감이 됩니다만(인간미도 느껴지고요), 뭐 처한 입장은 누구나 다르니 그저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같은 페이지에 200일 이동평균선 활용에 대해 짧은 코멘트가 있으니 (국장 미장 채권시장의 차이가 있을망정) 참고할 만한 유익한 충고라고 생각되네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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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카드 1권 | My Reviews & etc 2021-09-25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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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와일드카드 1

조지 R. R. 마틴 등저/김상훈 역
은행나무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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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키온은 예전부터 빛보다 빠른 입자가 있을 것을 학자들이 가정하여 논의된 이슈입니다(당연히 아직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과학 이론 체계 안에 들어온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말을 대중화시킨 건 아마도 이 작품 <와일드 카드>가 처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잘 알려진 것처럼 조지 R R 마틴이 처음 세계관을 세팅했고, 이후 릴레이처럼 여러 작가들이 이어받아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그야말로 대형 기획입니다. 머나먼 행성 "타키스"에서 지구로 온 타크는 얼핏 보아 여성처럼 옷을 차려 입었고 키도 작은 편이지만 그 행성의 문명 발달 수준은 우리보다 훨씬 높습니다. 


 

우리 인생은 매번이 선택의 연속입니다. 어떤 결정을 내렸을 때, 그에 따르는 해악도 있겠고, 동시에 어쩌면 큰 행운이 따를 수도 있습니다. 행운의 크기만을 좇아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겠고, 반대로 "혹 잘못되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과 우려가 자신의 선택 기준이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후자 같으면 물론 인생에서 큰 실수를 할 위험은 없겠지만, 반대로 어떤 발전 같은 것도 크게 기대하기 힘들겠죠. 그러나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건 간에, 위험이 커도 너무 큰 선택은 쉽게 고르기가 힘듭니다. 설령 잘 되었을 때의 이익 또한 아무리 크다 해도 말입니다. 

 

이 소설의 제목 "와일드 카드"가 바로 이와 같은 것입니다. 타키스 행성에서는 종족 간 전투가 매우 치열하게 이뤄졌습니다. "왜 같은 행성에 사는 생명체끼리, 좀 동족의식 유대감을 갖든지 하지 않고, 서로 싸우게 되었을까?" 상식적인 질문이지만 이런 질문을 제기할 자격이 우리 지구인들에게는 없습니다. 우리도 지난 문명 5000년 역사가, 같은 인류끼리의 절멸적 투쟁의 연속이었기 때문입니다. 여튼 이런 것만 봐도 우리하고 정말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은 저들은, 개발해 낸 치명적 무기를 적에게 시험하지 않는데, 원하던 대로 제 효과가 난다면 적은 멸종하겠지만, 만에 하나 "부작용"이 생긴다면 그 무기로 공격 받은 적에게 특별한 재능이 생기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자신들에게 시범 적용도 못 하는 게, 혹 잘못되어 제대로 된 효과(집단 몰살)가 나타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래서 그들은 우주에서 자신들과 DNA 구조가 가장 비슷한 우리 지구인들에게 이 무기를 시험적으로 써 보기로 한 것입니다. 

 

전쟁 과정에서는 나 아니면 적이 죽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온갖 종류의 혁신, 발명, 기막힌 아이디어가 속출하는 게 당연합니다. 미국에서 맨해튼 프로젝트가 마침 성공했었기에 우리는 역사가 이미 미국 등 연합국 무리의 승리가 예견되었던 양 여기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 소설 속에서 인물들의 입을 빌려 불안하게 회상되는 것처럼, 독일은 온갖 기발한 무기를 다 만들어 지척에 있던 영국을 패배 직전까지 몰아붙였습니다. 원폭 역시 독일도 집중 연구에 돌입했던 것이 맞으나, 하이젠베르크 같은 이들이 태업을 벌여 최종 개발에 실패했다고 하지만 진실은 알 수 없습니다. 이 엄청난 SF 기획의 스타트를 끊은 조지 R R 마틴이 냉전 시대에 살았던 작가였기 때문에, 그 소재가 이처럼 비밀스럽고 치명적인 무기 개발이 될 수 있었다고도 하겠습니다. SF 소재의 스펙트럼은 무척 넓기 때문입니다. 

 

"불안감, 조급증, 공격성 따위의 부작용이 있네.... 이건 정말 악랄한 바이러스니까 말이야." "전 다시는 괴물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p124)" 설령 남들을 훨씬 뛰어넘는 초능력 비슷한 게 생긴다고 해도, 이미 종전의 영혼을 잃고, 또 종전의 자신과 현재 모습을 동일시할 수 없다면, 이는 괴물에 다를 바 없다고 여기는 크로이드의 대답을 들어 보십시오. 물론 닥터 타키온은 언제나처럼 냉정하게 문제를 바라볼 뿐이지만, 크로이드의 저 인간적이고 진솔한 반응에 우리 독자들은 무한한 공감을 보내게 됩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앞니가 길어졌나? 잠에서 깨어날 때 발의 폭이 이만큼이나 넓었나?(p152)" 서양 장르문학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는 "사람이 아닌 그 무엇"으로의 트랜스포메이션, 즉 변신(p153)입니다. 로저 젤라즈니의 <슬리퍼>에서 우리는 이런 친숙함을 데자뷰합니다. 사실 늑대인간이나 흡혈귀, 혹은 미스터 하이드 등도 언제나 그런 괴물 상태로 머무는 게 아니라, 때로 정상이었던 자신으로 복귀한다는 게 더 비극입니다. 혹은 <전등신화>나 <요재지이>등에 등장하는 요괴 등도 언제나 선비인 주인공에 대비되어 괴물인 타자로 머무는 게 아니고, 사람이 되고 싶어 눈물짓기도 한다는 게 이야기를 더 슬프게 만들죠. 이런 괴물 이야기는 알고보면 무섭다기보다 슬픕니다. 때로는 인간 여성(혹은 반대로 남성)과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사연까지 삽입되어 그 슬픈 감성을 더 깊이 만듭니다. 

 

20세기 후반의 문예, 혹은 영상 컨텐츠를 보면 이상하게도 중국이 적대 국가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냉전 시기이니 당연하지 않겠냐고 할 수 있으나 당시의 중국은 아직도 국가 재건 노력도 벅차 가난에 허덕일 무렵이고 소련처럼 다른 국가들에 어떤 위협이 되는 존재가 못 되었습니다. 또 1960년대 중반 이래 계속 소련과 대립하여 체제 차원의 위기를 겪기도 했고, 이 덕분에 미국이 슬그머니 이간책 차원에서 손을 내밀어 수교가 이뤄지기도 한 거죠. 스노드그래스의 <실추의 의식>을 보면 중국이 "이슈(p306)" 혹은 "듣기 좋은 구실(p307)"로 등장하여 독자의 주목을 끕니다. 

 

매카시라는 성(姓)은 미국에서 흔한 편입니다. 그래서 1950년대에는, 오늘날까지도 "매카시이즘"이라는 정치학 용어의 기원으로 행세하는 조 매카시가 반공(反共) 선풍을 일으켜 미국 민주주의를 크게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이십여 년 후에는 유진 매카시(남성입니다)가 대통령 후보로 나와 진보 이념을 어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그 파급력만 놓고 보면 전자가 압도적이었고, 러빈의 <파워스>에 보면 이런 시대적 배경이 등장하여 그 무렵의 분위기가 어떠했었는지 잘 가르쳐 줍니다. SF 속에서도 정치와 역사의 흔적은 이처럼 고스란히 배어나기도 하는 것입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으로부터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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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세대 | My Reviews & etc 2021-09-2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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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임팩트 세대

샤나 골드세커,마이클 무디 저/신봉아 역/노연희 감수
교유서가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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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층을 가리켜 MZ세대라고 보통 부르는데 나이만 젊다고 세대 이름이 따로 붙는 게 아니라 그에 걸맞게 다른 세대와 구별되는 행동 양태의 특징이 나타나야 하겠습니다. 저자들은 신세대는 필란트로피, 즉 기부나 자선이나 사회 참여에 있어서도 이전과는 다른 특징이 드러난다고 주장합니다. <민주주의의 필란트로피>에서 과거와 현재 민주주의 사회에서 무상 급여와 관계된 필란트로피가 어떤 양상을 보였는지 살폈다면, 이 책에서는 미래를 책임지는 세대라 할 젊은이들이 자신들만의 필란트로피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지 중점적으로 고찰합니다.

 

아무래도 자선이나 기부는 그 본성상 "부자나 그 가족"에 의해 이뤄지는 게 더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물론 돈이 없어도 재능이나 봉사, 노력을 기부할 수도 있고 그 역시 감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닙니다. 그러나 사회 현상, 제도를 통해 이뤄지는 필란트로피 중 주목을 받는 건 아무래도 금전을 통한 것이며, 이런 수단을 통하는 활동, 행동은 아무래도 부자가 유리할 수밖에 없죠. 책에서는 요즘 젊은이들의 필란트로피는 그 이전과 확연히 다른 패턴을 보이며, 이를 "혁명"이라 부를 수 있다고 합니다. 일단 모바일 혁신을 통해 소셜 미디어가 큰 작용을 하는 쪽으로 사회가 급변했고, 스타트업 중 매우 짧은 시간에 성장을 이룬 기업들이 많은 덕에 "젊은 나이에 부자가 된 이들"도 크게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관찰자들의 말을 빌려 "기부의 황금기"가 지금 도래한 상황이라고 평가합니다. 앞서 말한 대로, 모바일 혁명과 급격한 사회 재편 덕에 부의 편차도 그만큼 심해졌고, 미국(한국도 마찬가지이겠습니다만)은 역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빈부의 차가 심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기부의 패턴 변화를 보면 우려는커녕 이 분야에서만큼은 희망의 싹이 보일 정도라고 하는데, 전체 7% 비중밖에 안 되는 백만장자 가구가, 기부에 있어서는 50%를 차지한다는 겁니다. 물론 이 역시 불충분하다고 여길 수 있으나, 적어도 부유층이 미국 역사상 이 정도만큼이나 많은 기부에 동참한 것도 역사적으로 드물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책의 제목은 "임팩트 세대"이며 그 주제는 "임팩트 혁명"입니다. 새로운 세대는 그 전 세대보다 더 많은 돈을 손에 쥔 이들이 늘어났고(그 전에는 이미 부자 지위를 지닌 부모, 조부모로부터 특별한 지원을 받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수준의 재산을 보유), 아무래도 돈이 있어야 누굴 돕는 기부가 가능한 만큼 이들이 전에 없던 수준으로 일단 기부를 한다는 뜻입니다. 이 점도 놀랍지만, 이들은 어려운 이들들 돕는 방법에 있어서도 대단한 효율을 추구합니다. 책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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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평화 - 김영문 역 | My Reviews & etc 2021-09-23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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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삼국지평화

김영문 역
교유서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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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문 선생은 교유서가(문학동네 임프린트)에서 여러 고전을 번역하여 독자들에게 잘 알려진 분입니다. 

 

<삼국지평화>는 저자를 알 수 없고 이 책에도 작가 미상으로 나옵니다. 원래 이처럼 민간에서 후한 말기를 대중적으로 쉬운 버전으로 풀어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 전하던 걸 나관중, 모종강 등이 문학으로 정착시킨 것입니다. 그 내용 전개는 오늘날 우리가 아는 <삼국연의>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마치 대체역사를 보는 듯 즐거운 면이 있습니다. 물론 시기적으로는 이것이 앞서기 때문에 오히려 삼국연의를 대체물로 봐야 맞겠습니다만 .

 

KBS에서 제작 방영한 <용의 눈물>을 보면 군졸 출신으로 조영무가 태종의 처남 민무구 형제를 숙청하는 사건을 겪으며 충격을 받아 이에 "읍참마속"이라는 고사를 적용시키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삼국연의>는 영정조 연간에나 조선에 전해졌으므로 조선 건국 초의 공신인 조영무가 실제 저 말을 썼을지는 의문이 듭니다. 

 

일단 마속이 가정 전투에서 패하고 촉 군사 수뇌부에 의해 처형당한 사실은 정사에도 나오는 사항입니다. 또 지금 이 <평화> 역시 명초에 충분히 잘 알려졌으므로 설령 문학 버전으로 후한말 역사를 접했다 쳐도 어느 정도는 조영무 입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마속이 과연 참형의 형식으로 죽었는가? 일단 이 대목 관련해서는 평화에도 연의와 큰 차이 없이 군사(軍師)인 제갈량이 마속을 참했다고 명확히 나옵니다. 그러니 마속의 죽음에 관해 "참"의 원형은 아마도 이 평화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살아생전 마속을 지극히 아꼈던 제갈량이,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고 공(公)을 높이기 위해 사(私)를 낮춘 예로 극적 효과까지 주기에 충분한 화소인 셈입니다. 

 

평화는 상중하 세 파트로 나뉘며, 아무래도 나관중 본 등과는 분량 면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연의 탐독자들이 한번 읽어 볼 만한 재미가 충분합니다. 사실 상당수 독자는 다른 역자의 책으로, 혹은 원문으로, 이미 읽어 본 내용이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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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의 필란트로피 | My Reviews & etc 2021-09-22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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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민주사회의 필란트로피

롭 라이히,키아라 코델리,루시 베른홀츠 편/이은주 역/최영준 감수
교유서가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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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는 philantrophy를 "자선"으로 번역하며, 영한사전을 찾아 봐도 이 외에 별다른 뜻은 잘 안 보입니다. 형태를 분석하면 phil-은 "사랑[愛]"이요, anthrop-는 "인간"이라는 어원을 지님은 고교 과정 정도에서 무난하게 다루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p8의 일러두기에서 편집진은 이 단어를 "자선" 등으로 번역하지 않고, 다양한 학문에서 다양한 맥락에 따라 다양한 뜻으로 쓰이는 점을 고려하여 "필란트로피"로 그대로 놓아 둔다며 표기 태도를 밝힙니다. 이는 단순히 편집상의 한 지침일 뿐 아니라, 어느 정도 학제적 논문 모음의 성격도 띤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주제어, 키워드에 대한 큰 오해 없이 독해가 가능할지에 대해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도 있는 셈입니다. 


 

서문에서 저자들은 일단 필란트로피를 "정의(definition)"합니다. 자선, 아니 필란트로피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서도 이처럼이나 다양한 관찰 방법이 있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사실 행위로서의 자선은 그닥 모호함 없이 비교적 쉽게 그 외연과 내포가 확정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거론하는 정의상의 난점 중 대표적인 것만 여기 적어 보자면 예컨대 기부금 입학 전형에서의 기부 같은 것도 과연 필란트로피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냐는 거죠. 대뜸 "무슨 소리?"라며 반문이 나올 만하지만 사실 미국 유수의 명문대에서 그 돈은 널리는 인류 전체를 위해 유익히 쓰인다 할 만큼 기초학문 연구 용도로 요긴히 활용됩니다. 기업으로부터 이뤄지는 지원은 어떤 명시적인 상품 개발에 연계되지 않을 경우 좀처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그저 자신의 자녀에게 명문대 학벌을 얻어 주기 위한 지극히 이기적인 동기라고 해도 이를 쉽게 결격 판정 내리기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p24 이하에서 저자들은 구조적, 설명적, 규범적 관점에서 필란트로피를 입체적으로 정의하려 애 씁니다. 개인적으로 독자인 저는 여태 규범적 관점 같은 것은 법학에서나 쓰이는 방법론인 줄 알았습니다만, 법학 역시 철학에서 그 여러 유용한 도구를 차용하는 입장 아니겠습니까. 여튼 이 서문 파트에서는 필란트로피의 기원, 제도적 형태, 도덕적 근거와 한계, 등을 고찰한다고 미리 밝힙니다. 이 세 가지 주제를 1, 2, 3부에서 각각 다루며 서문 후반부에서 소제목으로 뽑은 "과정"은 필란트로피의 과정이 아니라 이 책이 나오게 된 제작, 편집 과정을 가리킵니다. 책이 워낙 흥미로운 편제와 내용이므로 독자에게는 이 대목 역시 흥미를 갖고 읽힙니다. 또 필란트로피는 주로 중세 이래 귀족과 종교 단체 중심으로 이뤄진 행태, 제도였으나 이 책은 저자들이 미국인들인 만큼 미국적 관점에서 미국의 현실, 현상을 중심으로 논의한다고 역시 서문에서 밝힙니다. 하긴 기여입학 같은 것도 지극히 미국적인 시스템의 일환이긴 합니다. 

 

미국 역사에서 이른바 라버 배론(robber baron) 즉 강도 나으리들의 행태는 당대에도 악명이 높았습니다. 천민자본주의의 전형, 나아가 자본주의의 본질적 속성이 범죄와 윤리적 타락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19세기 미국 경제사는 암담한 구석이 많습니다. 그런데 당사자들도 바보가 아닌 만큼 그런 불리한 평판을 잘 알고 있었으며, 사랑하는 자손들이 앞으로 상속 받을 재산으로부터 별 무리 없이 기쁨을 향유하려면 자신들 살아생전에 어느 정도 조치를 해 놓고 죽을 필요가 있음도 인식하고 있었죠. 그래서 시작된 게 자선행위였으며 이 책 1부에서는 주로 이 점에 대해 역사적 개관을 진행합니다. 

 

일단 자선이라 함은 공적(公的) 행위가 아니라 사적인 행위입니다. 법인의 경우 우리 법제에는 그저 재단법인, 사단법인 두 가지 형태만 있을 뿐이며 그나마 후자는 철저히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 등이 실질적으로 대부분을 이룹니다. 영국의 오랜 법제를 그대로 계수(繼受)한 미국에서는 종전에 여러 법인의 형태가 있었고 이들 중 일부가 상속재산 등을 관리하며 필란트로피를 본연의 기능으로 삼았다고 책에 나옵니댜. 영국식 시민법인과 자선법인을 합친 게 "민간 사단법인"이라 하여 미국 고유의 제도가 되었는데, 이에는 "공화주의 법인"이란 당대 미국식 개념이 그 기저에 자리했습니다. 책 저 뒤 p339 같은 곳에서 "공화주의적 전통", "공화주의 원칙" 등이 다시 거론되는 것처럼 이 개념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상위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대중 문학 작품인 <키다리 아저씨> 같은 곳에만 봐도, 코믹하게 사화사업가와 사회주의자라는 용어를 헷갈리는 대목에서 알 수 있듯, 저 무렵의 미국은 "자기 일에나 신경쓰기(to mind your own business)"로 대변되는 자유주의와, 이에 대항하는 이타주의 내지 개입주의 사이에 매우 첨예한 대립이 있었습니다. 한편으로 미국에서는 자선이란 개인이 개인에게 진정성 있는 선의로 행해야 하지, 어떤 전문 단체가 대횅하는 자선에 대해 깊은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p120의 "법인은 변종에 불과"라다거나,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는 (역사적) 논의는 이런 맥락을 먼저 이해해야 하겠습니다. 또 이는 "집단은 본래 책임이 없다"는 오래된 서유럽의 개인주의 책임 개념과도 통합니다. 반대로 p128 이하에는 재단 옹호론이 나오는데 사실 이런 입장의 대립은 우리 시대에서도 결코 효력이 다한 게 아닙니다. 

 

이 저자들이 이런 논쟁의 역사적 정리(와 해석) 다음에 재미있게 덧붙인 건, 이 책의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런 법인 제도가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지"의 논의입니다. p155의 표에는 도금시대(gilded age)와 현대의 "필란트로피"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가 잘 정리됩니다. p161에는 놀랍게도 필란트로피의 역사에도 1930년대에 "혁신주의" 운동이 일어났다고 기술합니다. 여기서 혁신은 주로 자선 시스템상의 비효율 제거 등을 가리킵니다. 또 이 지점에서부터 과학과 필란트로피 간의 결합이 흥미롭게 이뤄집니다. 

 

5장부터는 애플의 CEO 팀 쿡이라든가, 혹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처럼 현대적인 주제가 더 자주 거론됩니다. 우리도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이 CSR에 반대하는 입장이란 정도는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더욱 깊이, 그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여 분석됩니다. 앞선 장에서는 "필란트로피는 민주주의를 파괴한다(혹은 그럴 수 있다)"는 주장도 다각도로 분석되었는데, 바로 여기서부터가 이 책만의 재미(물론 학문적인 책이지만)가 돋보이는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필란트로피가 시스템화하고 나아가 이익극대화의 원칙마저 근본적으로 수정하고 들면 종래의 자본주의, 나아가 민주주의가 온전하게 작동하겠냐는 주장을 펼치는 이들이 있는 거죠. 사실 깊은 연원을 따지자면 필란트로피는 중세 귀족제 사회라든가 신성 불가침의 영역을 유지해 왔던 가톨릭 등 종교단체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렇다면....

 

필립 코틀러라든가 많은 학자들은 이미 CSR이 단순한 마케팅이나 PR을 넘어 기업의 이익극대화와 공존할 수 있다거나, 아예 필요조건이라는 입장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특히 이 책 p224 이하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아서, CSR은 기업의 재무가치를 감소시킨다는 건데.. 여기서 요즘 핫한 MSG에 대한 재고찰도 다시 등장하네요. 찬이든 반이든 일류 학자들의 논쟁은 실증과 통계에 바탕을 둔 것이라 그 추이가 참으로 볼만합니다. 데이비드 엥겔 같은 이는 기업이 "처벌 받지 않고 그냥 넘어갈(go away with) 수 있을 때에는 법을 지키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니...

 

경제학에서 예전부터 완전경쟁시장이라는 이상에 도달하기 위해 주요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건 "정보의 비대칭성 극복"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식이 일정 집단이나 계층의 독점물이 되어서는 안 되는데, 책의 제7장에서는 도서의 저작권을 둘러씬 구글의 소송을 집중 분석합니다. 이는 법률적 관점에서 봐도 재미있을 뿐 아니라, 과연 우리 시대 필란트로피의 한계와 근거가 어디서부터 시작하며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압축적이고 극적이며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또 이제 "필란트로피"의 개념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확장될 수 있는지도 독자들이 비로소 체감할 수 있습니다. "자선"이라 범주를 한정하면 이 사건은 논의 대상이 아니지요. 예전에 화제였던 카피레프트 이슈도 다시 떠올려 볼 만합니다.

 

경제학에서 또하나의 오랜 동안 치열한 논쟁거리가 바로 "무임승차자 문제" 혹은 외부 경제 이슈입니다. 8장에서는 바로 무임승차 문제가 집중 조명되며, 그동안 경제학개론 수준에서 피상적인 공부를 했던 이들은 비로소 이 문제가 어떻게 자본주의 시스템 전체를 통째 흔들 수 있는지 확인 가능합니다. 요즘 진보 진영에서는 영리법인의 대안으로 "조합"을 자주 거론합니다. 또 이 파트(논문)의 저자인 에릭 비어봄 하버드대 교수는 p350 같은 곳에서 "국가의 이미지=상비군을 보유한 비영리단체"로 규정하곤 합니다. 

 

"민주주의적 평등"은 어떤 개념 요소를 필수로 삼을까요? p369에는 이것이 보기 좋게 도시화됩니다. 사실 평등이라는 절대적 이념가치를 떠올리면 필란트로피, 비상 수단을 통해서라도 평등에 보다 가깝게 다가서려는 노력은 오히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게 아니라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겠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인용되는 중 민주주의를 "시장민주주의"로 이해하는 입장에서는 무상공여를 심각한 체제 위협으로 볼 수밖에 없죠. 

 

기부에 있어 기부자 자신의 "재량"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책에서는 "재량적 관점"이라 부릅니다. 그러나 특히 국제단체를 통해 기부를 실천하는 쪽에서 보면 무제한 재량은 도리어 필란트로피를 휘청이게 만듭니다. 아니 내 돈으로 내가 좋은 일 좀 하겠다는데 그걸 (돈을 직접 대지도 않는) 타인들의 의사 결정에 따라야 한다니 이런 불힙리가 있냐며 반발하는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두꺼운 책 전체를 다 읽고 자선, 나아가 필란트로피의 문제가 순전히 미국으로 분석 대상을 한정하여 봐도 얼마나 복잡미묘한 문제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건,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 사는 만큼, 이런 입장의 차이가 엄존한다는 사실을 지성으로 충분히 이해하고, 무엇이 도달 가능한 최상의 공동선인지 깊이 숙고하고 합의점에 도달할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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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만드는 사람 | My Reviews & etc 2021-09-2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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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바람을 만드는 사람

마윤제 저
특별한서재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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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의 "바람을 만드는 사람"이라 함은, 주인공인 네레오 코르소가 일생을 두고 찾아 헤매는 어떤 영웅을 가리킵니다. 그 이름은 "웨나"인데, 무슨 뜻인지 정체가 무엇인지 인간인지 신인지는 네레오 자신도 모릅니다. 네레오는 어떤 미신, 환상에 사로잡혀 자신의 일생을 낭비할 만큼 어리석지도 않고, 현실에 적응을 잘 하며 체력도 강건하고 성실한 기질을 타고난 사람입니다. 그의 시대에 가장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도 숙련도가 만만치 않은 직업은 가우초였는데, 네레오는 타고난 가우초라 할 만큼 소년 시절부터 일을 잘했습니다. 그를 고용해 본 사람은 누구나 그 성실성과 기술에 감탄하게들 되었죠. 이랬던 그였고, 얼마든지 안온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지만, 타는 목마름과도 같이 다가온 그 "웨나"에 대한 동경을 거둘 수 없어서 정처없이 아르헨티나 일대를 떠돌게 됩니다. 


 

소설 속에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를테면 식탐이 지나쳐서 마을 전체로부터 미움을 받았던 어느 소년의 사연 같은 것입니다. 그는 마을로부터 축출되어 초원으로 향했는데 여기서 그는 자신이 미각에 대해 천재적인 자질을 지녔고 들판에 널린 풀로부터도 얼마든지 양분을 얻을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말이나 소도 풀을 가려먹는데 사람이 그럴 필요가 없다면 적어도 굶어죽을 걱정은 없는 셈입니다. 사랑했던 소녀에게 애정 표현을 하려 들다 입에서 나온 불길 때문에 그 소녀를 죽이고 말며, 이로써 그는 사람 사는 세상에 영원히 복귀할 길이 끊깁니다. 재능은 소중한 것이고 인류 전체의 자산이나, 정작 당사자는 그로 인해 미움을 받는다는 모티브는 영화 <엑스멘> 등 여러 매체에 등장한 바 있습니다. 이 소설은 확실히 단편 <큰바위얼굴>이라든가, 동화 <파랑새>라든가,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라든가, 토마스 만의 <선택된 인간> 등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네레오는 어느 늙은 가우초에게 인생 저편 너머에 자리한 진리에 대해 암시를 들었고, 열두 살 때에는 자신이 상상한 웨나의 이미지에 매우 근접한 후안이라는 사람을 만납니다. 후안은 과학 지식에 아주 밝은 이였고, 네레오가 말하는 "바람을 만드는 사람"의 존재가 어떻게 과학적으로 불가능한지도 설명해 줍니다. 그러나 후안과 헤어진 후에도 네레오는 자신의 영혼 깊은 곳에 심어진 웨나의 원형적 심상을 계속 간직하게 됩니다.

 

남미는 우리가 상상 못 할 만큼 어둡고 치열했던 과거사의 질곡에 시달려 왔으며 그 역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긴 우리도 민주화의 장정 동안 가슴 아픈 일이 많았으나 남미는 훨씬 더했다고도 보겠죠. p87 이하에는 네레오의 어린 시절이 잠시 회고되는데 여기서 무정부주의자들의 과격한 행동이라든가 포퓰리스트였던 후안 페론(에비타의 남편) 대령, 그리고 극우 군인들의 반동 등 실제 역사가 등장합니다. 무정부주의는 1920년대에만 해도 공산주의와 함께 좌파 진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이념적 동향이었으며 이후 스페인 내전 과정에서도 공화파에 가담하여 일정 역할을 합니다. 아무튼 어렸을 때 무척 충격적인 일을 겪었기에, 소년 네레오가 저처럼 성장 과정이 순탄치 않았겠구나 하는 짐작을 우리 독자가 할 수 있습니다..

 

네레오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난교를 벌이며 궁극의 희열을 맛보는 사람들 틈에 끼기도 하고, 나병환자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성자 곁에서 삶의 극한 참상을 동시에 목격하기도 합니다. 이 와중에 그는 마침내 "웨나"가 부질없는 환상임을 깨닫고, 십자고상 앞에서 침식도 잊은 채 무아지경에 빠집니다. 이 일을 겪고 그는 어느 대농장에 취업하여 소년 시절처럼 성실한 가우초로서 자격 증명을 한 후 농장 관리인으로 부임하여 그럭저럭 안정된 생활을 하고 다리를 저는 얌전한 부인까지 맞아 그 사이에서 아들도 봅니다. 그런데 이 소설 어느 대목이나 그런 개성을 갖지만, 여기서도 느닷 생각도 못한 극적인 계기가 찾아오는데(시대상을 반영하는 장치이기도 하지만) 부인의 친정이 석유 개발 덕분에 느닷 갑부가 됩니다. 네레오가 취업한 대농장 따위는 한순간에 우습게 보일 정도가 되었으며, 더 놀라운 건 그 온순하던 부인의 외양, 태도 모든 면에서의 변화입니다. 영양 섭취가 갑자기 늘고 나서(?) 부인은 다리도 더 이상 절지 않고 비대한 몸집을 자랑하며 느닷 세상사를 속물적으로 냉철히 통찰하는 사업가로 변모합니다. 이제 남편 네레오는 그녀의 눈에 그저 촌스럽고 소박한 가우초일 뿐인데, 어느날 네레오딴에는 필생의 소명과 지난 방랑 이력에 대해 큰 마음을 먹고 부인 앞에서 고백을 하지만 한순간에 속물로 변한 부인은 그저 비웃거나 측은히 여길 뿐입니다.

 

암소들에게도 인기가 좋던(?), 또 편안히 먹고 잘 수 있는 농장과 초원이라는 유리한 공간을 버려 두고 무엇에 홀려서인지 벼랑 끝 늪지대를 향하던 어느 수소(수컷 소). 특히 네레오는 녀석이 그 가파른 벼랑길을 마치 곡예 하듯 기껏 타고내려가 늪에 빠지는 모습, 또 이를 밤새 슬퍼하는 암소 들을 보고 마침내 길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마치 한국 드라마 <무인시대>에 나오던 목각인형 두두을을 연상케 하는, 고대 용감한 원주민 오칸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또 "웨이나가 웨나의 정체임(p250)"을 깨닫고, 그는 마침내 자신의 삶의 종착점이 어디인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이제 그는 또하나의 "웨나"가 되어 다른 역마살들린 이들에게 하나의 이정표 구실을 합니다. 

 

이 소설 작가님은 한 번도 남미 현지를 답사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처럼 현지 풍속이라든가 신화, 전설, 혹은 역사 이야기가 생생히 녹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칸의 내력을 설명할 때 시베리아 일대에서 동북아시아인들을 만나 베링 해를 건너 아메리카에 도달했다는 대목도, 요즘 DNA 추척 분석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와 거의 일치하는 데서 다시 한 번 감탄했습니다. 소설은 슬프고 안타깝지만, 어찌 보면 우리네 인생도 기본적으로 비극인데 다만 소소한 중간지점에서 큰 보람과 행복을 애써 찾는 게 본질이 아니겠습니까. 일생을 걸고 찾아나갈 그 무엇이 있는 인생이라면 그건 차라리 축복이겠고 말이죠.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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