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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읽어보고 싶.. 
너무 꼼꼼하게 리뷰를 올려주셔서 .. 
리뷰를 보아하니 책 내용도 너무나 궁.. 
이무것도 안 하는 직업이라는 책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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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지평선 | My Reviews & etc 2022-10-3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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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지막 지평선

아메데오 발비 저/김현주 역/황호성 감수
북인어박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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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주에 대해 과연 무엇을 알고 있을까요? 저자는 외계의 대상에 대해 우리가 처음부터 알 수 있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의문부터 제기합니다.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그 노력에 비례하여 앎의 성과가 나오는 게 아니라는 뜻이죠. 뉴턴, 라이프니츠, 케플러 등의 시대에는 지금에 비하면 어떤 폭발적인 지식의 진전이 가능했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역 특이점이 온 듯 답답하죠. 저자는 "이미 알 만큼 충분히 알았으니, 앞으로는 지금껏 알아낸 원칙의 충실한 적용에 엄격하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지적 오만을 경계해야 한다고 짚습니다. 몽테뉴가 말했다는 Que sais-je?, 즉 내가 무엇을 안단 말인가?라는 메타인지적 겸허함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설명은 언제나 어떤 식으로든 가능합니다. 고대 인도에서는 뱀 위에 올라선 코끼리들이 지구라는 큰 땅덩어리를 떠받치고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뉴턴이 개발해낸 패러다임은 심지어 21세기에도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물리 현상을 설명하는 데 아무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20세기초 아인슈타인이 고안한 이론이, 비록 더 까다롭고 덜 직관적일망정 더 포괄적이고 "더 깊은 수준의 설명(p41)"이 가능하기에 더 우월하며, 우리 인류는 이런 설명을 찾아나서려는 노력을 부단히 이어가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처럼 물리학 이론을 설명하기 전에, 이 학문의 토대가 되는 보다 근원적인 의문의 영역으로 독자를 친절하게 이끕니다.

"사실 르메트르의 예측은 그다지 엄격한 예측이 아니었고 대부분 문학적 수사로 표현된 직관에 지나지 않았다(p72)." 그러나 올베르스의 역설을 가장 이른 단계에 가장 간단한 직관으로 꿰뚫어본 이는 시인(이자 추리소설 작가)이었던 에드가 앨런 포우였습니다. 르메트르 역시 그 특유의 천재성을 통해, 과연 무엇이 문제이며 무엇이 본질인지 한눈에 통찰했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천재는 본래가 그런 것이니 말입니다. "우주 내부에서 무언가 팽창하는 걸까?"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해 "아니, 우주에는 '내부"라는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p79)"라고 답합니다. 빅뱅 이론을 처음 기초한 이가 르메트르(특이하게도 가톨릭 신부였던)이기에 이 논의가 여기서 나오는 것이죠.

아인슈타인이 말한 이른바 암흑 물질, 또는 우주 상수 같은 건 처음에 조롱의 대상이었습니다. 비록 광양자설, 상대성이론 등이 찬연한 빛을 발했지만 그의 모든 주장이 당대에 긍인되지는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각종 실증 데이터를 통해 그 타당성이 오히려 재발견, 재확인, 역주행(?)되는 모습이 기이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것이 바로, 범인이 넘볼 수 없는 천재의 경지이자 품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느 학부과정에서건 물리학 교과서 첫 챕터에 나오는 내용은 "관측"입니다. 우주라는 외계에 절대로 실존하는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우리가 이를 인지하고 이해하는 데에는 정말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속화가 스칼라장에 의해 발생했다면 상전이(phase transition)의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p192)." 그 비관적인 미래가 설령 사실, 필연이라 해도, 인간의 냉철한 지적 탐구의 길은 결코 폐쇄되거나 방해받을 수 없고 도리어 신(神)과도 교통할 만한 이지와 각성을 끝끝내 유지한 채 궁극적 빛에의 응시로 나아가야만 할 것입니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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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3 웨이브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2-10-3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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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웹3 웨이브

더밀크 저
행복한북클럽 | 202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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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는 주로 웹 2.0이 만들어 놓은 세계 속에서 사는 중입니다. 그러나 지난 십 년 동안 가상현실이다 메타버스다 빅데이터다 해서 온갖 변혁의 물결이 일었고, 이를 바탕으로 해서 웹3.0이라는 도도한 트렌드가 우리를 덮쳐 오리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어쩌면 4차 산업혁명 같은 막연한 개념보다, 이 웹 3.0이 훨씬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미래 패러다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코인을 투자할 때도 이제는 개발 측에서 어떤 비전과 기술을 기반으로 삼는지에 주목해야 합니다. 3~4년 전에는 그저 도박하듯이 막 던지고 보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코인판도 어느 정도 질서와 틀, 룰 같은 게 잡혀 가는 중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책 p116 이하를 보면 웹3 웨이브 시대를 선도해 갈 것드로 기대되는 여러 기업들이 소개되는데, 몇 해 전 마치 복권에 당첨되듯 갑자기 벼락부자가 된 이들을 주변에서 보고 덩달아 너도나도 코인을 사서 보유다가 폭삭 망하는 일도 흔했습니다. 이제는 그때와 달리 최소한의 어떤 가이드라인이 생겼다고 봐야 맞겠습니다.

한국은 아마 세계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게임 문화, 산업이 발달한 나라에 속할 텐데, 정부의 근시안적인 정책으로 초기의 경쟁력을 유지 못하고 현재 이처럼 뒤처지게 되었습니다. p163을 보면 play and earn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프로게이머가 아니라 해도 게임(NFT기반)을 하면서 돈을 벌 수도 있게 되는 세상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웹3은 그에 참여하는 유저의 집합지성보다 훨씬 똑똑해진 상태에서 동작하기에 이런 일도 가능해지는 거죠.  

개인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의 비전에 대해 매우 회의적입니다. 세상 이치라는 게 양손 모두에 떡을 쥘 수는 없고,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내 줘야 합니다. 그러나 코인도 어차피 투자 자산인 이상, 하방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속성의 종목이 새로 고안되지 말라는 법도 없죠. p323 이하에는 대단히 치밀하고 논리적으로 이 스테이블 코인의 미래에 대해 자세한 분석이 전개됩니다.

암호화폐 시장의 전쟁은 결국 플랫폼을 누가 수월하게 구축하느냐, 혹은 대중이 그렇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그 향방이 결정될 듯합니다. p404를 보면 비트코인이 이 분야 절대 선도 주자였으면서도 왜 질주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있습니다. 이더리움은 확실히, 이른바 후발자의 이익을 잘 챙겨 주도면밀하게 앞날을 다져 나가는 듯합니다. 이처럼, 심지어 코인의 미래도 웹3의 지평처럼 더 넓은 시야에서 보면 훨씬 체계적인 인사이트가 잡히는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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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 토머스 불핀치 | My Reviews & etc 2022-10-3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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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리스 로마 신화

토머스 불핀치 저/손길영 역
스타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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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에는 그리스나 로마가 지중해 세계 어디에서처럼(유대아 제외) 다신교를 믿었고(그 신격은 지역마다 큰 차이가 있었으나) 또 그 나름의 확고부동한 전통을 유지했었습니다. 이러던 게, 기독교가 점차 큰 세력을 점함에 따라 적어도 신앙 체계와 교단 속에서의 그리스-로마 신들은 대중의 안전에서 사라지게 되었죠.

그러나 르네상스가 유럽에 도래하면서 잊혀졌던 고대의 신들은 예술 작품을 필두로 그 모습을 다시금 노출했습니다. 신화는 여러 작가, 예술가 들에 의해 선명한 모습으로 재소환되었으나 오늘날 독서인들에게 가장 권위 있게 수용되는 집성은 19세기 미국 인문학자인 토머스 불핀치의 붓 끝에서 쓰인 바로 이 책입니다.   

이 책은 우리 현대 독자들이 알고 있는 총괄적인 인상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저술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만큼 명작이고 고전입니다. 어린이용으로 쓰이고 읽히는 여러 책들도 알고보면 이 고전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중세, 근세의 저술이나 회화, 조각 들을 보면 다양한 세계관 혹은 스토리를 표현하고 있어서 과연 무엇이 권위 있는 정전(正典)인지 확정하기 어려운데 어찌보면 이 고전이 사실상 앤솔로지 혹은 canon 노릇을 하는 셈이죠.

야훼 혹은 여호와도 기독교의 구약에서는 질투의 신이라고 스스로를 밝힐 정도입니다만 그리스 로마의 신들이야말로 치졸할 만큼 원초적인 질투를 품고 또 드러냅니다. 아라크네는 직물을 짜는 솜씨로 유명했는데 바로 이 재능이 신의 질시를 삽니다. 여기서 특이한 건 그나마 절제된 감정, 이지적인 면모를 지닌 아테나가 어떤 정제되지 못한 격렬한 증오감과 질투를 표현한다는 점이죠. 무지개의 빛깔에 대해 불핀치가 지나가듯 잠시 설명하는 대목도 있는데 그의 광학 소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여 흥미롭습니다.

사포라고 하면 우리들은 사피즘, 혹은 그녀와 동료(제자)들이 거주했던 레스보스 섬만을 생각하여 레즈비어니즘을 떠올리지만 이 책에서는 딱히 그 부분 지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파온이라는 청년을 사랑하였으나 이루어지 못한 비련의 사연을 강조하고 또 그 불세출의 재능을 지적해 주는데 그 건조한 필체가 독특하다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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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아일랜드 | My Reviews & etc 2022-10-3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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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카미노 아일랜드

존 그리샴 저/남명성 역
하빌리스 | 202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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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릴러의 거장 존 그리샴이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독자들은 마음이 설렙니다. 특히 이 작품은 "희귀 원고의 도난"을 소재로 삼았기에 더 흥미로운 눈길이 가기도 했는데 다 읽고 나서 과연! 존 그리샴이었음을 재확인했습니다. 존 그리샴다운 이지적인 구성, 군데군데 숨어 있는 위트와 휴머니즘, 뜻밖의 반전 등이 여전히 돋보였으며 역시 "클라스는 영원하다"는 점 다시 느낄 수 있었네요.

"전에도 체포된 적 있나?" 미국은 전과 자체보다, 이처럼 현장에서 체포된 전력이 있는지를 우선 확인하는 듯합니다. 마크는 이 순간 제리가 어디서 무슨 생각을 할지를 더 궁금해합니다. 이 장면을 읽고 잔 내시의 게임이론에 나오는 죄수의 딜레마가 생각나기도 하며, 현직 법조인을 능가하는 감각과 지식을 자랑하는 존 그리샴의 예리하고도 상세한 묘사가 단연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부부 생활의 끔찍한 실패 후 "아버지는 무서운 여자들을 데리고 다녔다...." 아이 눈에는 그렇게 보였을 것입니다. 이 젊은 여인들은 성인의 눈으로 보면 그 나름 치명적인 매력으로 무장한 채 뭇 남성들을 홀리고 다니는 존재들이겠지요(착각에 빠진 늙은 퇴물이 아닌, 정말로 젊음의 생기를 발산하는 거리의 여인들). 그러나 아버지 역시 그간의 경험을 통해 이런 여성들의 닳고닳은 속내를 훤히 꿰고 있습니다. 어떤 계산 같은 것이 아니라, 이분 역시 감정이 소진되고 아무런 정신적 여유가 없는 터라 여인들의 "공사"가 먹힐 턱이 없죠.

문제의 원고는 우리가 <위대한 개츠비>로 잘 아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미발표 작품입니다. 여기서 가외로 우리 독자들이 살펴 볼 포인트는, 작가 그리샴이 어느 정도까지나 자신과 피츠제럴드를 동일시하느냐입니다. 또 공백기가 길었던 그리샴 자신이 얼마나 "미발표작의 성공적 공개"에 대해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을지에 대해서도 짐작해 보는 은근한 재미도 있죠.

그리샴의 작품은 그저 주인공(1인칭이든 3인칭이든)의 일방적 시점에서만 전개되지 않습니다. 서로 속고 속이는 치열한 두뇌 싸움 와중에 사건의 진행은 예측불허로 꼬이고 뒤집히며, 이 배신의 막장극 속에서 더럽고 저열한 플레이를 하는 건 국가 기관인 FBI도 다를 바 없습니다.

"일 년에 도서관에서 없어지는 책만 천 권이 넘는다." 한국도 도서관 업무를 가중시키는 게 이런 생각 없는 사람들이며 선진국인 미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은가 봅니다. 아무튼 얼핏 보아 별것도 아닌 이런 팩트로부터 엄청난 단서 하나가 마련되며 그리샴 특유의 미친 듯한 템포로 사건은 종막을 향해 달립니다. 역시 거장은 잠시 사라질 수는 있으나 결코 죽지 않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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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 | My Reviews & etc 2022-10-3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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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

강형원 저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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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의 참된 가치를 알아 보려면 나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해야 그나마 망망대해에 한 발이라도 들여 놓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혹 그게 어렵다면, 이처럼 훌륭한 글월과 사진을 통해서나마 그 가치의 일부라도 우리 독자들이 확인할 수 있기에 너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네요^^

글도 글이지만 사진들이 너무나 풍성합니다. 역시 퓰리처상 2회 수상에 빛나는 작가님의 솜씨 답게, 사진에서 문화재의 광채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합니다. 사진들의 퀄리티도 퀄리티이지만 그 양도 방대합니다. 책 제목 그대로 우리 문화유산 중 대표적인 걸작들이 이 한 권 안에 다 들어 있고, 일 년 남게 발품을 팔아서라도 다 만나기 힘들 소중한 탐사 대상을 다 만나는 듯합니다.

한국인들은 근세 이래로 반도 안에 발이 묶여 기를 펴지 못했습니다만 고대에는 의외로 활동이 활발했던 듯하네요. 그 증거 중 하나가 바로 울산 반구대 암각화입니다. p85에는 그림과 함께 상세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는데요. 저자께서도 1985년 고래 사냥을 금지하기 전까지 우리 민족이 얼마나 활발하게 대외 활동을 벌였는지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p106 이하에는 우리 국민들이 모두 다 알 법한 걸작,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소개됩니다. 신체는 균형이 잘 잡힌 걸로 보아 통일 활동에 큰 기여를 한 화랑 중 한 명을 혹 모델로 삼지 않았을까 하는 저자의 추측이 개진됩니다. 얼굴에 해탈의 경지가 완연히 표현된 그 원숙한 터치를 보면 우리 조상들의 솜씨가 너무도 자랑스럽습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 기준) 공교롭게도 며칠 전이 독도의 날이었는데 이 책에도 "문화유산" 중 하나로 독도가 설명되네요. 독도는 물론 물리적으로 우리 영토이지만 동시에 문화유산으로 꼽힐 자격이 충분합니다, 아마추어의 솜씨와는 현격히 다르게도 초고수의 앵글에 선명히 담긴 여러 유려한 컷들을 보고 있노라면 잠시 다른 세계로 떠난 듯 아찔한 느낌마저 듭니다. 

금속활자 역시 우리 민족이 세계에 내놓을 만한 자랑스런 문화재입니다. 특히 서양의 경우와는 달리 동아시아의 경우 뜻글자를 쓰는 까닭에 이 인쇄술이라는 게 더욱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데, 그 갖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국난을 극복하며 일궈낸 찬란하고 놀라운 성취에 감탄할 뿐입니다. 특히 증도가자에 대한 짧으면서도 핵심을 찌른 설명이 유익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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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 | My Reviews & etc 2022-10-2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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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

나카노 교코 저/이유라 역
한경arte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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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다른 이들에게 맡겨라. 너 행복한 오스트리아여, 결혼하라!" 이 유명한 구절은 책의 뒤표지뿐 아니라 p37에도 나옵니다. p17에서도 설명되듯, 본시 합스부르크 가문은 위신과 명망이 부족한 편이었으나 이후 줄기차게 황제를 배출하고 집요하게 실리를 추구하여 중근세에 이르러서는 이미 대가 끊어진 숱한 명문가들을 물리치고 유럽 최고의 황문으로 우뚝 섰습니다. 부르봉 가문도 사실 남계 직계로 카페(Capet) 성을 이은 게 아닌 터라 가격(家格)을 따지자면 합스부르크의 위명에 댈 것이 아닙니다. 합스부르크보다 더 긴 족보를 자랑하는 비텔스바흐나 벨프 가문도 심지어 현재까지 명맥은 이어지지만 그 전성기만을 살피더라도 중근세 내내 합스부르크 가가 휘두르던 엄청난 위세에 비할 바는 못 되었습니다.

불세출의 천재 미술가라 해도 그 천재성을 알아봐 주고 잠재력을 만개하게 돕는 든든한 후원자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책은 매 장마다 미술가 한 명과 그를 후원한 황제 한 명씩을 매치시키며 독자의 흥미를 돋웁니다. 물론 황제들은 중근세에 접어들며 사실상 제위를 독점 세습한 합스부르크 가문 출신들입니다. 첫 장에는 현대인의 눈으로 봐도 놀라운 미감을 듬뿍 표햔한 알브레히트 뒤러와 막시밀리안 1세를 나란히 놓고 천재와 황제 사이의 미묘한 긴장 관계를 설명해 줍니다. 

위대한 가문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비틀어지고 열등해진 유전자의 집약적 표현형을 한둘 정도는 세상에 내어놓기 마련입니다. 2장에서 설명되는 광녀 후아나가 그 좋은 예입니다. 이 후아나는 예술 작품 중에서도 그 흉한 외모와 그보다 더 끔찍하게 망가진 정신의 상처를 드러내는데 아무리 운 좋은 환경이라 해도 개체가 떠안은 지독한 저열함과 추악함을 만회할 수 없었던 극명한 예시, 예증이라 할 수 있겠네요. 

합스부르크는 중근세 동안 한 지파가 독일 중심부를, 다른 지파가 에스파냐를 각각 다스리며 그야말로 유럽 전역을 호령하다시피 했는데 이 책 제 4장에서는 <우르비노의 비너스>로 유명한 화가 티치아노와 펠리페 2세를 나란히 놓으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그런데 펠리페 2세의 전성기는 튜더 왕조(英)의 라이징 시기와 또 겹치므로, 이 챕터에서 우리 독자들은 근세 유럽의 가장 중요한 시기 역사의 흐름을 명화(名畵) 이야기와 함께 배울 수 있습니다. 

합스부르크는 16세기 초 이른바 Sack of Rome을 배후조종함으로써 교황청의 위신을 처참히 망가뜨렸고 의도는 아니었겠으나 결과적으로 종교개혁을 앞당기기도 했습니다. 백여년 후 30년 전쟁이라는 대도박을 감행하여 유럽 전역을 손에 넣을 뻔도 했으니, 유럽을 전화로 몰아넣은 갖가지 전쟁에서 반드시 한 축을 담당했던 게 합스부르크 가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유럽의 정세가 점차 민족주의 중심으로 재편되고, 그저 명가의 위신만으로는 더 이상 백성과 영토를 효과적으로 다스릴 수 없었습니다.

이 책은 중근세 유럽 회화의 대가들이 정확하고도 풍자적으로 묘사한 합스부르크 가의 최고위층을 다양한 도판과 함께 소개하면서, 사진술도 없고 매스 미디어도 불비하던 시절 유일하게 구중궁궐 황족의 모습을 담던 그 찬란한 흔적을 우리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재미도 있고 유익하기도 한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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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묵장수 | My Reviews & etc 2022-10-09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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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필묵장수

황순원 저/낙송재 그림
지성사 | 2018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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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기 36주차에 이문열의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를, 24기 35주차에 김용익의 <꽃신>을 읽고 각각 독후감을 남겼었습니다. 지금 이 작품도 비슷한 주제에 비슷한 진행입니다.

구태여 다른 점을 꼽자면 앞의 두 작품들에서 주인공들은 현재는 비록 인기가 없을망정 자기 분야에서 빼어난 기술을 연마하여 일가를 이룬 장인들이었지만 황순원의 이 주인공은 1) 종사 업종 자체가 사회에서 내리막길인데다 2) 심지어 자신의 기술도 시원찮다는 게 특징입니다. ㅋ 아니 적어도 내 솜씨만큼은 어디다 갖다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 뭐 이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자타공인으로 재주 자체도 삼류입니다.

주인공 같은 이가 구식 양반들이 사는 집에 들러 이런저런 문방구를 팔아먹으려면 본인이 난(蘭)도 치고 멋진 글씨 솜씨도 보여 주곤 해야 하는데 이 양반은 그런 것도 서투릅니다. 물론 겉으로 봐선 최소한의 외관은 갖췄는데, 그게 젊어서부터 올바른 경로로 배운 게 아니라서 날카로운 눈에는 이런저런 허점과 떨어지는 기품, 튼실하지 못한 기본기에서 유래한 천격 같은 게 그대로 캐치되기 마련이죠.

그렇다고 이 사람이 사기꾼 기질이 있다거나 한 건 또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서, 자신의 재능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자신을 낮추는 편입니다. 사람이 착하니까 구매자들도 대놓고 앞에서 말은 못하는데 돌아서서는 "에휴, 실력은 지지리도 없는..." 이라며 탄식을 내뱉습니다.

글씨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개인적으로 어떤 나이 드신 분 필적을 보고 선배와 의견을 나눈 적 있습니다. "이분 글씨는 참 잘 쓰지 않냐?" "이게 겉으로는 잘 쓴 듯 보여도, 획과 획이 연결도 안 될 뿐 아니라 엉뚱한 데서 이어지기까지 하니 명필 흉내만 낸 순엉터리네요." 억지로 누군가를 폄훼하려는 게 아니라 딱 봐서 아닌 건 아닌 거죠. 그 얕은 동기와 수련, 내면이 한눈에 빤히 보이는 걸 달리 뭐 어떻게 평가하겠습니까.

그런데, 기술이 일천한 건 누가 뭐라 안 하지만, 인간 됨됨이가 천한 건 구제 방법이 없죠. 알고 보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성취는 자신의 깨끗한 영혼을 소중하게 지켜내는 일 아니겠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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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기획자의 시선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2-10-08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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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브랜드 기획자의 시선

양봄내음,권병욱 공저
유엑스리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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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상품이라도 어떤 상표가 븥어 있냐에 따라 판매고, 매력, 인지도가 엄청 달라집니다. 내용, 실질이 같은데도 불구하고 완전히 다른 녀석으로 소비자(혹은 팬)에 다가온다는 건 참 기만적이지만, 또 그게 엄연히 사람 사는 세상 이치 중에 하나이며, 쉽게 변치 않는 인간 본성의 일부입니다. 그러니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꼭 상품 개발자 입장이 아니라도 내 자신부터를 조직에서, 시장에서 바르게 어필되게 하는 방법이 무엇일지 배우는 것도 대단히 유익할 듯합니다.

브랜드 정체성은 반드시 멋진 표현으로 만들어져야 할 필요가 있을까? 여기에 대해 저자는 아니라고 말합니다(p84). 저자는 "표현을 혹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면, 그것은 멋진 단어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모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더 나은 표현을 찾을 필요가 있을 때"라고 합니다. 그러니 말만 멋있다고 다가 아니라, 대중에게 소비자에게 이 제품 이 서비스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부터를 먼저 각인시켜야 한다는 뜻이겠습니다. 어감은 멋있는데 정작 이게 뭐하는 데 쓰이는 건지를 모르겠다? 론칭이 성공하기 힘든 게 당연합니다.

한때 애플의 라이벌은 여타의 IT 기업이 아니라 나이키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업종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사물인터넷의 발달 덕에 영역 사이의 파격적인 융합이 가능해진 지금,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 같은 곳도 브랜드 비전을 급격히 수정해 가며 소비자와 더 근원적 평면에서 더 밀도 있는 소통을 해 가길 원하는 듯하네요. 이것 관련 현대차와 협업을 수행한 저자의 회고담이 매우 재미있습니다. 이런 책을 읽을 때에는 저자의 이런 실제 업무 수행에 얽힌 개인적 기억을 읽는 보람이 첫째라고 생각하네요. 이 책에는 이처럼 어떤 총론, 원론 격의 가르침 말고도 개인화하여 생생한 이야기들이 듬뿍 담겨 있어 좋았습니다.

레몬이라고 하면 상큼하고 신선하며 고급진 음식 부재료를 대뜸 떠올립니다. 하지만 경제학에서 레몬 마켓이라고 할 때처럼, 레몬은 겉으로만 그럴싸해 보이고 속은 대단히 시원찮은, "꽝"을 뜻할 때도 있습니다. 저자께서도 p153에서 이 점을 지적하시며, 브랜드 네임이 경우에 따라 생각지도 못한 역효과를 낳을 수 있음을 독자들에게 상기시킵니다. 세상 만사가 이처럼 양면성이 있으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대중의 심리 그 가장 은밀한 곳을 적절히 터칭하는 지성과 감성 그 최고도 단계를 통찰하는 능력을 키워 갈 줄 얼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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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커먼스 | My Reviews & etc 2022-10-06 21:53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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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호모 커먼스

홍윤철 저
포르체 | 202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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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다른 점만을 너무도 강조하고, 닮은 점에는 눈을 감는다면 이 세상은 온통 갈등과 다툼으로만 가득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피부가 검든 희든, 눈이 위로 찢어졌든 움푹 들어갔든 서로에게서 같음을 발견하고 동질감, 공감을 나누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언젠가는 태즈메이니언 데블처럼 지상에서 멸종될 위기에 몰릴지 모릅니다.

요즘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마이크로바이옴의 중요성이 부쩍 강조됩니다. 책 p92를 보면 우리 인간이 독자적인 마이크로바이옴으로서 생태계에 어떤 일을 행하는지가 설명됩니다. 이처럼이나 중요한 게 우리네 인간의 기초적인 생리작용이며, 우리는 우리들만의 이기적인 욕구를 채우느라 이 점을 자주 잊곤 합니다. 우리 역시 엄연히 자연계의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팩트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육류 소비가 좋지 않고 섬유류의 잦은 섭식이 우리 건강에 좋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하지만 그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자의 이 부분 설명이 참으로 명쾌합니다.

엔클로저 운동에 대한 언급이 이 책 p178 이하에 나옵니다. 지나친 방임 방종도 물론 문제이지만, 타인을 일절 배척하고 나만의 영역에 울타리를 치는 이기심, 이는 결국 모두를 불행으로 이끌 수도 있습니다. 세상을 보다 풍요롭게, 또 효율적으로 만드는 건 계획성, 치밀하고도 집요한 합리성 추구 등이겠으나 그것만으로는 온전한 최적화가 달성되지 못합니다. 이른바 "시장의 실패"입니다. 물론 시장은 근본의 작동 원리이지만 이것이 절대시될 수는 없습니다.

"태양에 특허를 낼 수 있나요?"(p258) 조너스 소크의 멋진 말입니다. 어차피 이 세상의 모든 것을 편협한 잣대로 재단하며, 니것 내것만을 가르고 따지며 소중한 시간과 공간을 낭비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다름을 넘어 같음에 더 시선을 모으고, 짧은 현재보다 긴 미래를 손잡고 바라볼 수 있을 때 이 지구는 더 조화로운 누리로 지켜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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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에 읽는 호주 소설사 | My Reviews & etc 2022-10-04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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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숨에 읽는 호주 소설사

장 프랑수아 버네이 저/장영필 역
글로벌콘텐츠 | 202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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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소설이라고 하면 아직 우리에게 낯선 느낌이 들지만, 이 책을 읽어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 더 많았지만, 아 이분이 알고 보니 호주 소설가였고, 그 작품에서 채 읽어내지 못했던 맥락이 이랬구나 하는 점들을 새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호주 하면 대뜸 떠오르는 게 백호주의라는 단어지만(현재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영국에서 여러 유로 징역형, 유배형을 선고받아 여기까지 온 이들이 백인 거주민들의 선조였고, 그 중에는 잡범들도 있겠지만 사상범, 반체제 운동가들도 제법 있었을 터입니다. 그러다 보니 좌파, 진보 사상 풍조가 호주에서조차 그 나름 뿌리가 깊었고, 그 사정이 p82 이하에 자세히 나옵니다. 호주와 공산주의라는 두 코드가 쉽게 연결이 되시나요? 이런 의외의 속내를 배워가는 게, 멋진 책을 읽는 하나의 보람입니다.

헤겔이 일찍이 지적한 대로, 테제가 있으면 안티테제가 있기 마련입니다. p167 이하에는 이른바 반(反)정신분석 교리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여러 소설가의 작품과 주제의식이 소개되는데, 이처럼이나 독자적인 깊이를 지닌 거대한 볼륨이 있었구나, 또 어쩌면 본토(?)에서의 성취보다 더 깊고 더 풍성한 족적을 남겼구나 하는 생각에 감탄이 나왔습니다. 사실 본토 어쩌구 하는 말부터가 주변부 의식, 식민지적 강박의 소산에 불과합니다.

태평양전쟁이 비로소 호주인들로 하여금 아시아인들과 대면하게 했다는 구절이 p272에 나옵니다. 이로써 호주는 아시아성(性)의 일부를 그 아이덴티티에 편입하게 되었고, 바로 이 지점에 우리 한국 독자들이 특히나 귀를 곤두세우고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여러 모로 재미있고, 교훈도 많이 남는 독서였습니다. 다만 제가 책을 받을 때 상태가 좀 안 좋았는데 그 점은 좀 개선이 필요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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